"....나는, 가장 먼저 뜨고, 가장 밝게 빛나고, 가장 마지막에 지는 별이 될 거야." "그 별이 뜨는 곳은... 유우가의 옆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유우가만의 샛별이 되도록."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저저, 쏟을라. 작은 잔을 덜컥거리며 겨우 마시는 걸 보고선, 이제 중간 잔을 집어든다. 식에 쓰는 잔은 대 중 소 세 개, 각각 번갈아 세 입씩 마시는 거지. 그러니까 간접키스도 두 번 남았다는 거.
고맙다고 말하는 녀석한테 많이 대꾸하진 않았다. 그야 여긴 신전이고, 야쿠자들에게 이건 신성한 사카즈키고토이기도 하니까. 이럴 때 너무 경솔히 굴 수는 없지. 중간 잔을 세 모금 마시고, 아내에게 내밀었다. 아까랑 똑같이 하면 된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며.
...아내는 아무래도 술을 잘 못하는 편인지, 세 잔을 다 마시고 나서는 얼굴이 새빨개 졌다. 못 하면 입만 대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미련하다.
그리고 미리 각 집안에서 적어준(나의 즉흥 애드리브를 죽어도 못 믿겠단 거겠지) 부부의 맹세를 읽고, 비쭈기 나무의 가지를 신전에 바친다. 나야 다른 가족들의 결혼식을 보면서 이래저래 배운 게 있으니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건... 반지 교환.
벨벳으로 예쁘게 감싸인 반지 케이스를 열면 확연히 크기 차이가 나는 같은 반지가 두 개 있다. 작은 쪽을 집어들어 아내의 손을 잡고 네번째 손가락에 끼우는 것. 손이 쬐끄만해서 내 손 위에 놓이고도 공간이 한참 남았다. 우마무스메들은 강해서 손은 작아도 나보다 셀 수도 있겠는데, 이것만 보면 다른 여자애들이랑 다르지 않아보였다. 그 손에 조심스럽게 반지를 끼워주고는 이제 내 손을 턱 얹었다.
...남이 내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아무리 의식일 뿐이라지만 좀 낯간지러웠다.
그렇게 큰 절차는 끝났고 신관이 뭐 이것저것 주절주절하는 걸 멍 때리며 듣다가, 나갈 때 되어서 신전에서 나오면.
"으그그그그극...!!!!! 아~ 좀 쑤시네. 못 해먹겠다."
레소를 입은 채로 경박하게 기지개를 켤 수 있다. 그렇게 기지개도 켜고, 목도 빙글빙글 돌려주고, 이제 시로무쿠를 뒤집어쓴 채로 겁을 집어먹은 아내한테 말을 걸어본다.
"고생 많으셨어 아가씨. 씁, 이제 아가씨도 아니고 여보인가? 아무튼. 팔려온 사람들끼리 앞으로 잘 부탁하고... 미리 말해두는 긴데." "바람 피는 건 괘안은데 우리 가족 녀석들한테는 손대지 말라고. 기는 조직 안에서 내 명예가 떨어지이께. 알긋제?"
...그렇게, 결혼생활 내내 우려먹힐 최악의 대사를 뱉어버렸지만. 아무튼 진심이었다. 젊어서 건강한 남정네들 먹어보지도 못하고 나같은 놈한테 팔려오다니 불쌍하잖아. 여자로서의 청춘을 제대로 못 즐겼다 아니야? 배려였다고, 배려.
간접키스를 연이어서 두 번이나 해서 그런지, 아니면 술기운이 돌고 있는 건지 얼굴의 뜨거움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라앉질 않았다. 으, 으으... 마음 같아서는 양손으로 뺨을 감싸고 싶었지만 식중에 그런 모습을 보일 순 없어서(라기보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서) 그냥 가만히 참아야 했다.
부부의 맹세도, 비쭈기 나무의 가지를 바치는 것도 상대... 그러니까 남편은 능숙하게 해냈다. 이, 익숙한 걸까... 반면에 나는 내가 생각해도 엄청 엉망진창에 더듬거리고 그야말로 초짜 그 자체네... 잠시 침울해지는 것도 잠시, 이제는 반지를 교환할 시간이었다.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는 손은 엄청 컸다. 내가 손을 올려놔도 반절 정도는 공간이 남는 정도. 크다아... 키도 크고 손도 큰 사람이구나. 내것과 확연하게 차이나는 크기의 반지를 집어, 커다란 약지 손가락에 끼워넣는다. ...어쩐지 낯간지러운 기분이다. 이제 나, 이 사람과 부부가 되는 거구나... 새삼스럽게 자각하게 됐다고 할까.
이런저런 절차가 끝나고, 신사에서 나오면서도 얼굴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그, 그치만. 그렇잖아? 결혼식이 끝나면 시, 시, 신혼여행이고, 첫날밤이 있는 거지...? 그, 그럼 나 이 사람과... 그렇게 두근거리면서 힐끔거리다보면, 아가씨에서 여보로 바뀌는 호칭이 들려서 또 두근거려버린다. 서투르게나마 '당신'이라던가 '서방님'이란 말로 답을 해야하나,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네?"
뭔가 결혼식날 들을 수 있는 최악의 대사를 들어버려서, 고민이 무색하게도 입에서 튀어나온 건 어안이 벙벙함을 감추지 못한 되물음이었다. 아, 아니 그치만. 이게 결혼 첫 날. 그것도 식을 올린 직후에 들을 말이냐고...?!
"아, 아니... 그...."
....하지만, 그렇네. 제대로 사귀어서 서로를 잘 알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안끼리 정해둔 혼담을 오늘 성사시켰다는 느낌일 뿐이라면. 그러니까.... 저렇게 말한다는 건 너한테 애정은 없고, 형식상으로만 부부니까 너도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뜻인 걸까. 아- 그런 뜻인가. 어쩐지 조금, 그래도 좋은 부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걸 정면에서 부정당한 느낌이라...
"네에...."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린다던가, 그런 말조차 꺼내기 어려워졌네. 떨떠름한 답을 돌려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아내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달까, 표정도 게헥!? 하는 느낌이고. 뭔가 따끈따끈 하던 게 싹 식어버린 느낌이라, 근처에 있던 꼬붕에게 '나 실수했냐?' 하는 눈길을 보낸다. 꼬붕은 '...전 모르는 일입니다.' 하는 막막한 얼굴로 고개를 살살 젓곤 떠나버렸다. 아니, 도와달라고. 새끼가 도망치고 앉았어. 저새끼 파문시킨다 내가.
"―아니, 그러니까 우리 가족이나 다른 집 무서운 아저씨, 너무 늙은 사람 그런 것만 아니면 괜찮―"
도망치던 꼬붕이 그걸 듣곤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흔들길래, 아 또 내가 뭔갈 해버렸군. 이 주둥이가 또. 문란한 아가씨들만 대하다보니. 입을 합죽이처럼 다물고는 잠시 어색한 정적이 있었다.
"...그... 일단 우리는 식사하고 신혼여행 가면 되거든?. 일정은 집안들끼리 다 잡아놓은 것 같더라고. 어딘지는 아나? 난 워낙 정신이 없었어서 몰랐는데..."
가서 이국적인 녀석들이랑 로맨틱한 만남을 즐기게 하려면 각방인 게 좋으려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일단은 함구. 남들은 결혼하고 나면 속박되어서 싫다고들 하는데 말이지, 이 아가씨도 당장은 순진하니까 서운해도 조금 지나면 다 내가 생각해줘서 한 말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아니 그야, 우리 나이 차이가 열살이라고. 나는 여기저기 굴러먹다 온 녀석이고. 그런데 갓 성인이 된,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을 홀랑 잡아먹자니 인도적인 처사가 아닌 거 같다 이 말씀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신부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친다. 친한 척이 좀 몸에 배어서 그래.
뒤이은 말들도 바람 상대가 이러이러한 사람만 아니면 된다는 말들이라, 그냥 '에이 농담이었어~'같은 말을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자신이 바보같아졌다. 아니 뭐, 농담이었어도 최악이었겠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말이 어색하게 끊긴 게 이 자리의 분위기를 더 어색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안카자카에 있는 가게를 예약해놨다고 들었어요. 식사를 마치면 공항으로 가면 된다고..."
어색한 침묵 끝에 서로 더듬더듬, 오늘의 일정을 주고 받는다. 일정이라고 해도 내가 짠 건 아니고 마치 원래 정해져 있다는 것처럼 가게의 위치와 비행기 예약이라던가 숙소라던가, 그런 것들을 전달받았을 뿐이다. 아, 여긴.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 종종 가곤 했던 가게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도 내 생일이었지. 그때는, 그때도 결혼 상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첫날부터 바람피워도 된다고 공인하는 사람이었을줄은.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기분을 부추기듯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이 걸쳐진다.
"읏, 왓!?"
아, 아니. 그치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람 피워도 돼~'하던 사람이고? 분명 이 결혼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거겠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확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 그야 부부긴 하지만, 오늘이 초면?이고....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아, 아으... 얼굴이 또 빨개질 것 같아아... 부끄럽다...
"그, 저, 가, 가까웟... 아, 아니 저, 가봤던 곳이니까. 제가 안내할게요..."
안내한다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안내했는지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긴장해버렸다. 그래서 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게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아.. 아...? 나 실수는 안 했겠지? 아니 했나..? 지금 이 상태면 젓가락을 씹어서 먹어버리게 될 것 같기도.... 적당히 고풍스러운 가게지만, 사실 종종 와봤던 터라 익숙한 곳인데.. 익숙할 터인데 자꾸 삐걱삐걱 뚝딱거리게 된다. 으으으... 바, 밥이.. 입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맞겠지....?
"저기, 저, 저는 자주 와봤던 곳인데. 어떻게, 입엔 맞으시나요?"
목소리도 이상하게 튀어버릴 것 같아서 잔뜩 긴장한 채다. 그치만, 가족이 아닌 남자와 함께 밥을 먹는 것부터가 처음이고, 막 결혼까지 하고 나온 참이고, 계약결혼이라고 해도 긴장은.. 되니까...
교양없이 우물거리면서 대답하는 꼬라지. 물론 난 두목의 아들이고 꽤 높은 지위에 있긴 하지만, 야쿠자의 세계에서 실무경력 없이는 얕보이니까 어둡고 구질거리는 곳에서 꽤 오래 지냈단 말씀. 그래서 종종 이렇게 못 배운 느낌이 된다. 가족이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움직임을 구속하던 예복도 비교적 편한 양복으로 바뀌었으니 그럴 수밖에. 제철생선으로 구성된 요리는 하나같이 맛있었다. 역시 해산물로 유명한 츠나지랄까.
냠냠 맛있게도 먹다가, 아내가 말을 걸고 나서야 문득 든 생각.
‘나… 너무 일에 쫓기는 녀석처럼 먹고 있지 않나?’
…그야 최근은 바빴고, 시꺼먼 놈들이랑 이야기 많이 해봤자고, 문신 때문에 단추 하나 풀지도 못한 채 밥을 먹다보면 그렇게 되기야 하지. 배려 없는 짓이긴 했다. 아니 근데, 나 새벽까지 일하다 기차에서 에키벤 먹은 게 전부라고. 진짜 배고팠단 말입니다.
그렇게 천천히 먹다보면 또 뒤늦게 마음에 짚이는 게 있는데… 아내가 너무 말 더듬지 않아? …맹세를 말할 땐 더듬진 않았는데. 어쩐지 나랑 이야기할 때에만 엄청 더듬고 있다는 직감이 든다. 원래 말더듬이라기보단…
‘…내가 무섭다?’
그, 그야 물론 흉터도 있고 문신도 있고 시꺼먼 옷 입고 다니고, 사람들이 피해다니는 야쿠자의 그린듯한 표본, 이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내… 내가 왜? 나 캬바죠 아가씨들한테 제법 인기있는 페이스였다고? 다들 훤칠하다고 해줬는데? 어…얼굴에 하자없으니까 혼담도 무리없이 성사됐다 아니야?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또 대화는 어색하게 단절됐고. 정신차리고서 뒤늦게 “아! 아아…! 응! 맛있네! 이 도다리 조림도 좋고 참다랑어 스테이크도 괜찮은데!“ 라고 대답해도 더 어색해지기만 할 뿐이겠지.
일생일대의 위기다. …문란한 여자와 폭력적인 남자하고만 어울린 나에겐 이 상황을 타개하기가 쉽지가 않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문란한 화법은 자연스레 이런 말을 내뱉었다. 역시 사람은 이래저래 놀아봐야한달까. 로맨티스트인 경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거죠. 뜸들인 것도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할 용기를 쥐어짜냈다, 이런식으로 볼 수도 있겠고.
”…여보의 얼굴을 보면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좀 더 마주보면서 먹을까?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잖아, 어색할 만도 하네. 그치?“
식사에 집중하고만 있던 건 제 쪽 아니냐고요? 그런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말자고. 나는 도쿄 말씨를 흉내내며 최대한 간드러지는 말투를 구사했다. 어색하게나마 웃어도 보고.
맛있다는 뜻이었나...? 우물거림이 더 컸던 것 같은 맛있다는 말을 뒤늦게 해석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네. 사실 그냥 보기만 해도 맛있게 먹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으니까. 어쩌면 좀 바보같은 질문이었을지도...
"아하하.. 다행이네요."
잠시 대화가 어색하게 단절된게 신경쓰여서 뭔가 말할까 하다가, 메뉴를 짚으며 하는 맛있다는 말에 다행이란 대답을 돌려준다. 으음, 긴장도 긴장이지만 역시, 어색하지. 이제 무슨 말을 해야하나...
"——으엣?!" "앗, 그, 아닛, 아, 맞, 맞네요. 하하..."
'여보'라는 호칭에 깜짝 놀라버렸다. 아, 아마 어깨도 움찔 튀어버린 것 같아. 아니 그, 놀랐지만 생각해보면 사실이지? 조금 전에 막 결혼한 참이고,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으응. 그치만 역시 직접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고... 조금 가라앉은것 같던 얼굴이 다시 달아오르는 것 같다. 으으.... 이, 이런 건 역시 익숙하지 않아...
마주보면서... 먹고 있긴 했지만.... 상대는 상대대로, 나는 나대로 정신이 없어서 서로 주고받는 말은 적었고, 아무튼 그랬지. 확실히 서로 통성명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봐야 하겠지. 그래야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아갈테니까. ...아니, 첫날부터 바람피워도 된다고 말하는 상대와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겠지. 이건 연애결혼도 아니고, 가족과 가족간의 연결이라고 할까, 가문끼리 이미 정해둔 일이었고. 서로 마음이 없어도 최소한의 거리 정도는 유지해야 하는 거겠지.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와카가시라 라는 말이 나왔어. 여, 여, 역시 무섭잖아~!
"히, 히에에...." "아, 저, 저는 메이사 프로키온이고요, 히다이씨의 아, 아내가 되었어요. 저어, 보시는대로 우마무스메고 레이스도 몇 번 출주했었는데 중앙에 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서요. 츠나센을 졸업하고 바로, 그, 결혼하게 됐네요. 아하하..."
어색한 웃음 뒤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근데 결혼했는데 히다이씨라고 부르는 건 좀 그러...려나...? 이것도 최소한의 거리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뭐랄까, 견적이 나와버렸다. 여보라고 부른 것만으로 흐물흐물해진 표정이나 약간 빨개진 얼굴 같은 거를 보고 이제서야 결론을 내렸다. 이 여자애, 완전 쑥맥이라고.
너 고교생활동안 뭐 한 건데!? 요즘 애들은 조숙해서 중학생 때부터 알 거 다 안다는데 이 순진한 애 뭐냐고.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애를 결혼시키다니 프로키온 가 제정신이냐— 물론 야쿠자랑 손 잡는 시점에서 제정신은 절대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 아내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는 쑥맥인데다 야쿠자는 처음 봐서 무서워하는 상태라는 거지.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초면은 아니지만… 그치, 워낙 옛날 일이고 기억 못할 만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들어보면 이런 이야기다. 중고등때는 우마무스메답게 달리기에 열중하는 삶을 보냈지만 딱히 특출난 건 아니고, 졸업하고 뭐 할지 방황하다가 일단 어른들 말대로 냅다 결혼 해서 야쿠자의 안주인부터 되어버렸다고.
‘골때리는 로드맵일세…’
화려하다못해 파격적인 행보에 슬쩍 웃음을 띠며 같이 나온 사케를 홀짝인다. 안주도 맛있고 앞에 예쁜 아내도 있어서 술이 짝짝 붙는다. 잔을 내려놓으면 쑥맥치고 맹랑한 제안이 들어와서 좀 놀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내가 주로 접하는 건 아저씨들을 손바닥에서 쥐락펴락하는,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본 완숙한 여성들 뿐이라 이건 또 신선했달까. 내가 성격이 좀 별로라 이런 순진한 애들 보면 괴롭히고 싶어지는 것도 있고. 아까 빈속에 마신 술이 바로바로 돌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턱을 괴고 음—하며 고민하는 체를 하다 말했다.
“에이, 우리가 남도 아니고. 이제 신혼 여행도 가서 할 거는 해야 하는 사이인데 유우가씨라니 정없다.“
”침대 위에서도 유우가씨라고 똑바로 불러줄 거면 괜찮기야 한데, 아무래도 당신이라던가 여보라던가로 부르는 게 편하지 않겠어?“
일단 손대진 않을 거지만 가벼운 성희롱부터 던졌다. 아니 부부끼리 이정도 농담쯤은 할 수 있지. 어쨌든 바람을 피든 재미를 보든 몇년 안에 애는 놔야 양가 모두 마음이 놓일 테고.
앗, 고민하고 있어. ...역시 요비스테는 좀 일렀던걸까. 하, 하기사 부부라고 해도 초면이고... 지금이라도 '역시 그냥 히다이씨가 낫겠죠?'하고 수습해야겠다 싶어서 입을 떼려다가, 들린 말에 잠시 뇌가 정지했다. 아니 그러니까... 신혼 여행에서 할 거라는 건, 침대 위라는 건, 그, 그, 그런, 그게, 그러니까아....
"뺘..뺘앗...." "앗 긋 그건, 그으, 아우... 으...."
대혼란 상태가 된 뇌는 아무 말이나 코드를 짜서 내려보내고 혀는 그걸 또 엉망진창으로 꼬아서 말이 영 나오질 않았다. 아니 나오더라도 제대로 된 말이 나오긴 글렀지. 그치만 그, 그, 그런 걸 직접 말할 순 없으니까?! 거울이 없어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은 화끈거리고, 간신히 고개를 푹 숙여 눈앞의 상대에게서 얼굴을 가린다. 귀도 축 가라앉았고, 엄청 따끈따끈해진 상태겠지...
"메, 메이사쨩이라고 불러주셔도 괜찮긴...해요... 친구들도 그렇게 불렀고...." "그리고 여, 여보라던가.. 당신이라고 부르는 거는 좀, 이, 익숙하지 않다고 할까아...."
.....그래도 언젠가 그렇게 부르긴 해야겠지? 익숙하지 않더라도 부르는 연습을 하긴 해야겠고... 그, 그래. 이것도 부부로서 최소한의 거리 유지라는 거니까... 조심조심 손을 뻗어서 컵을 가져와 차가운 물을 조금 마신다. 얼굴... 이제 좀 식었으려나.
"아, 아아. 맞다. 신혼 여행 말인데요. 오키나와로 가는 것 같아요. 아직 5월이지만 거긴 벌써 여름 같은 날씨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슬쩍 주제도 돌려본다. 직접 정한 건 거의 없는 신혼 여행이지만, 그래도 오키나와는 좋지. 바다고, 이국적인 느낌도 나고. 여행 이야기로 조금 들떠서, 긴장도 조금 풀린 것 같다. 일단은...
눈이 빙빙 돌고, 얼굴은 저 맨 위의 귀까지 새빨개져서 얼굴을 푹 숙이는 게 제법 귀엽다. 큽, 하고 웃음이 새려는 걸 겨우 막고선 씰룩거리는 입술을 꽉 물어 진정시킨다. 아니 왜 아저씨들이 젊은 여자애들 희롱하는지 알겠어. 이거 허벌나게 재밌네 진짜.
다행이도 아내가 정신을 차릴 때쯤, 내 웃음도 잦아들어 난 태연한 체를 할 수 있었다. 마치 혼자 부끄러워하는 걸 느긋하게 기다려준 것처럼 굴고는 아내에게 눈을 맞춘 채로 후속타를.
"헤에 그렇구나― 나는 기껏해야 친구 정도의 거리감이라는 건가. 하긴 그야 그렇지, 우리 오늘 처음 만났고." "그러니까 더더욱이 차별점을 둬야 하지 않겠어? 난 여보라고 부를테니까 잘 부탁해. 밤에는 제대로 이름 불러줄 테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나 로맨티스트거든~"
싱글싱글 웃으면서 성희롱 콤보를 날리면 한마디 한마디마다 타격감 좋게 효에에엑 힉 뺫 앗 으우 으우우... 하는 아내. 이야, 왜 나이차 있는 결혼을 하는지 알겠네요. 이거 재밌다 진짜. 집안에서 멋대로 해버린 결혼이지만 저는 이거 대만족입니다요.
"그나저나 오키나와인가... 딱 놀기 좋은 기온이긴 하지 요즘은. 거기는 여기보다 아래니까 후덥지근하겠네~ 수영복 입어야겠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아온 아가씨에겐 너무 따라가기 힘든 말들이...!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같다. 주, 주제를 돌리길 잘했다. 안 돌렸으면 계속 이대로 당했을 거야!! 자연스럽게 오키나와 이야기가 이어지고, 후덥지근한 날씨와 수영복 이야기가 되었다. 수영복이라, 그러고 보니 섬으로 가는 거니까 바다에도 가겠지. 츠나지에도 바다는 있지만 이쪽의 차가운 해류가 아닌 오키나와의 따뜻한 남국풍 바다라... 솔직히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꽤나 들뜰만한 여행이다. 여행 앞에 신혼을 붙이는 건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아, 수영복이라면—"
학교에서 쓰는 학교수영복이 있고, .....학교수영복이 있다.
다른 디자인의 수영복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이제 사이즈가 맞지 않을 정도로 예전에나 입던 거고... 레이스에 열중하던 작년까지는 학교수영복 외의 수영복이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고... 으음, 아무리 그래도 신혼 여행인데, 학교수영복은 좀... 그렇겠지...
"—사, 사야겠네요.... 생각해보니 지금 맞는 건 학교수영복 뿐이라서...."
고, 골라준다니이... 그치만 남편의 취향에 맞는 걸 입는 것도 괜찮겠지? 부부니까? 부부처럼 보이기도 좋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우물쭈물하는 얼굴을 감상하며 또 한 잔 입에 머금었다. 이야, 밥도 맛있고 술도 맛있네. 이렇게 쭉쭉 마시고 나면 비행기에선 푹 자겠어. 딱 좋구만~ 생각하던 중.
- 맞는 건 학교 수영복 뿐이라서….
"커흡...!"
머금었던 술을 삼키려던 찰나 그런 이야기를 들어버려서 요란하게 사레가 들렸다. 콜록콜록콜록 캑캑, 그동안 희롱했던 카르마 전부 한 번에 돌려받았대도 믿을 정도의 충격. 아니, 하, 씹... 어... 어린 건 알았는데 학교 수영복... 미친, 진짜, 학교수영복이라는 말 오랜만에 들어보네. 그보다 진짜 존재자체를 잊고 있었다고 그런 게 있단 걸. 아니, 하... 안돼안돼. 진짜 안돼. 그거 아웃이라고 아웃.
내 아내가 생각보다 더 어리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애초에 손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이 이야길 듣고 나니까 마음이 더 굳어졌다. 이거 손대면 범죄자 새끼다 하고.
"......그, 그렇지... 학교수영복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그래. 나 진짜 범죄자처럼 보일걸... 새로 사자고. 응, 귀여운 거로 골라줄 테니까."
물론 보고 싶다는 생각이 추호도 안 든 건 아니지만, 그건... 일단 좀 나중에. 고이 보관해놨다가 아내가 스물 중반쯤 되면 부탁해보자. 그게 훨씬 안어울려서 좋은 느낌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술로 범벅이 된 입을 대충 닦아냈다. 식사도 슬슬 마무리 된 거 같고... 티켓 시간을 보건대 슬슬 차 타고 공항에 가면 될 거 같지.
"...그래서, 여보는 식사 다 하셨나? 그러면 슬슬 공항으로 가볼까 싶은데 괘안아?"
편해지니까 슬금슬금 서울말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사투리.
(*이 뒤는 적당히 생략하고 오키나와 도착! 리조트 도착! 으로 해주셔도 될 거 같은ww 편하신대로 해주세요~ 😌 그리고 저는 저녁을 먹고 다시 뵙겠습니다 히히... 멧쨔주도 맛저맛저~)
그렇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식사를 하고 난 뒤라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조금씩 졸음이 덮치더니, 공항에 도착해서도 연신 하품을 씹어 삼키고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는 기억도 잘 안난다. 그래, 아마 기절하듯 잠들었던 거겠지. 식곤증도 그렇지만, 잘 모르는 상대와 올리는 결혼식에 대한 긴장으로 제대로 잠을 못잤던 것도 있고... 아무튼 그래서 눈을 뜨게 된 건 오키나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기내방송과 옆에서 깨우는 목소리가 들린 후였다. 다급하게 입가를 만지며 혹시라도 침은 안 흘렸겠지?하는 점검시간을 가진 후 비행기에서 내리자, 확 달라진 후덥지근한 공기가 느껴졌다. 와아, 오키나와다!
츠나지와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들떠버리고 만다. 응, 이건 들뜨지 말라고 하는 쪽이 이상하겠지! 미리 수배해둔 차량을 타고 리조트에 도착할 때까지도 잔뜩 들떠서, 남편 앞에서 긴장하던 것도 어느새 싹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와아, 넓은 방이네요. 아! 바다가 바로 보이네요! 예쁘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이 나온다. 방이 넓은 것도 좋지만, 통창 너머로 펼쳐진 바다가 엄청 예뻐 보여서 절로 감탄사가 나와버린다니까. 물론 츠나지에서도 집 앞에 바다가 있어서 지겹게 보고 자라긴 했지만, 거기 바다랑은 완전 다른 분위기니까. 바로 창가로 다가가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바다를 실컷 구경한다. 진짜로 남쪽 바다는 에메랄드 빛이 도는구나~ 신기해~
"......."
그렇게 방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시간을 갖고나자 다시 정적의 순간이 찾아왔다. 어, 어, 어 떻게 해 야하 는거 지이... 뭔가 대화를, 대화... 대화라도... 아, 그치만 유우가씨도 피곤해 보였고 조금 쉬는 쪽이 좋을까...
"저어, 그럼 이제 뭐할까요...? 피곤하시면 조금 쉬셔도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침대에 잠깐 앉았는데 우와 엄청 폭신폭신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대로 폭 누워버렸다.
........아니!? 이러려던 건 아니고!? 다시 다급하게 일어나서 후다닥 변명을 끄집어낸다.
승무원들의 안내를 그야말로 마이동풍으로 흘려보낸 아내는 착석한지 3분도 지나지 않아 쿨쿨 자기 시작했다. 불편하게 반대쪽으로 목을 꺾고 자길래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해두자, 새근새근 잘만 잤다. 가끔 무슨 꿈이라도 꾸는지 귀를 파닥거리고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내가 머리카락을 가지고 코 밑을 간지럽히긴 했는데... 무슨 꿈을 꿨을지 좀 궁금하긴 하네.
웰컴 드링크로 대충 커피를 주문해서 홀짝이다가, 어느새 도로롱거리기 시작한 녀석을 때맞춰 깨웠다. 침흘리진 않았는지 입부터 가리고선 허둥거리는 게 꽤 웃겼다. 침은 안 흘렸지만 코는 골았다고 알려주자 또 얼굴이 새빨개졌다.
리조트에선 가장 넓고 전망도 좋은 곳을 골라준 것 같다. 침대 옆 통창에 바다가 한가득 채워져있는 게 개인적으론 좀 웃겼지만. 신혼여행에서 이렇게 채광좋고 전망이 좋으면 그걸 할 마음이 안 들 거 아냐. 아내는 마냥 좋은 거 같으니 문제 없다만.
더워서 에어컨부터 켜고, 넥타이를 당겨 풀고는 침대에 먼저 드러누웠다. 아내는 젊어서 그런가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다가 또 와서 재잘재잘거리는데, 뭐하겠느냔 말에 일단 낮잠이나 늘어지게 자고 싶다고 말할까 말까 고민.
그런 내 속내도 모르고 아내도 침대 반대편에 폭닥 앉았다. 저거 끌어안아서 그냥 냅다 자버릴까? 어차피 우리 여행은 2주 정도고, 부족하다 싶으면 개인 경비로 어디 또 가면 그만이야. 하루 정도는 그냥 늘어지게 자도 괜찮지 않아? 비행기 타는 것도 체력 소모라 잠오는데...
그, 그냥 쉬면 되잖아요!라고 외치지 못한 채로 꼬드기는 말대로 베개에 머리를 눕혔다. 아, 아니 물론 침대 매트리스는 적당히 탄탄하고 이불은 폭신하고 베개도 꽤 좋은 느낌이고 누우면 그야말로 천국이겠지만! 그래서 누워서 쉬는 건 나도 찬성이지만 이, 이, 이렇게 껴안기는 건 예상하지 못해서!!! 침대도 넓으니까 부, 붙어서 자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 앗, 맞다. 우린 이제 부부고 이건 신혼 여행이지.... 조금 전까지 들떠서 그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엣, 그, 그치만 아직 씻지도 않—— 꺄악!?"
아니 그래. 누워서 쉬든, 부부의 그... 그.... 의무...를 다하든... 그건 괜찮은데!(사실 후자는 마음의 준비가 좀 더 필요하다) 중요한건 화장도 아직 안 지웠고, 옷도 안 갈아입었고, 씻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오는 도중에도 살짝 땀을 흘려서 분명 냄새라던가, 끈적거리는 거라던가... 시, 신경쓰일텐데.... 그래서 버둥거리면서 아직 잘 준비도 다 안했다는 걸 어필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버둥거리던 다리 위로 유우가씨의 다리가 놓였다. 아니 놓인 정도가 아니라 끌어당겨졌다. 그러니까... 상체부터 하체까지 전부 끌어안긴 상태인건가 이거!? 아와와와왓!?
"햣!? 앗, 읏?! 저기이이..." "으...으으...."
모, 목소리도 너무 가까이서 들리니까아... 괜히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 지금 분명 나 엄청 웃긴 얼굴 하고 있을테니까 고개도 숙이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슴에 머리를 파묻은 꼴이 되어버리는데 그때의 나는 그걸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근데 또 그렇게 질끈 눈을 감고 있다보니, 확실히 비행기 안에서의 선잠으로는 제대로 풀리지 않은 피로와 수면욕구가 스멀스멀 기어오기 시작해서....
"......화장은 지워야 하는데에..."
시트랑 베개커버가 엉망이 되는데에... 하고 중얼거렸지만, 그런다고 몸을 묵직하게- 하지만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 누르는 중량도, 눈꺼풀 위에 자리잡은 수마도 비켜주진 않아서. 결국 그냥 스르르 잠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신혼 여행의 첫날을 이렇게 잠으로 보내도 되는 걸까, 그런 막연한 고민 한 조각과 함께.
히히 막레로 받을게요 천사잖아 이거...................... 어린 아내 희롱하기 너무 재밌잖아...............🤭🤭🤭🤭🤭🤭🤭🤭🤭🤭🤭🤭🤭🤭🤭 최고네요... 계약결혼 에유 종종 돌리죠wwwwwwwwww 시로무쿠 메이사에다가 희롱 2천번할 수 있다니 최고의 에유인wwwwwwwww
선크림 발라주려다 유우가의 등에 있는 이레즈미를 보고 뺘아앗...하는 멧쨔도 나올법하네요😏
시니어 시즌의 유우가는...🙄 지나가던 대쉬쨩이 보고 소○랜드냐고 할 정도로 당하지 않을까요 히히히히😏 😼 "유우가 이런 거 좋아하지? 침대 아래에 있는 책에 이거랑 비슷한 거 있었잖아?" 🙄 "아니아니아니 여기선 안돼 진짜 에바야 그만해 누가 보면 어쩌려고!!" 😼 "왜~? 그냥 선크림 바르는 거잖아~?"
wwwwwwwww으히히힉wwwwwwwww 너무 좋은wwwwww 유우가가 씁...!!! 😠💢 해도 😼 "중간에 도망치면 알지? 유우가가 나 덮치는 사진을 신문부에 넘길 거니까💕" 하는 멧쨔를 봐버렸어요 럭키스케베 했다가 진짜 초럭키하게 찍혀버린 사진이겠지 히히...😏 그야말로 하느님의 도우심(aka.오너들의 운명조작)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