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먼저 뜨고, 가장 밝게 빛나고, 가장 마지막에 지는 별이 될 거야." "그 별이 뜨는 곳은... 유우가의 옆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유우가만의 샛별이 되도록."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계약결혼 AU 멧쨔는 원본보다는 좀 얌전한? 느낌일 것 같아요🤔 매수각희 속성을 버리고 아가씨 속성..까진 무리인가...🙄 적당히 얌전한.. 그런 느낌...🤔
어릴 때부터 상대는 자세히 몰라도 혼담이 정해져 있다는걸 듣고 자랐으니까? 연애는 한번도 안해봤을거 같아요(못한걸지도🙄) 대신 만화같은거 엄청 봤겠네요... 헉 여기 멧쨔는 순정만화에 푹 빠져서 살았을지도🤭 연애를 못하니까 대신 수위가 아슬아슬한 순정만화로 대리만족하면서 꿈을 키워왔겠구나...😏 그래서 유우가가 구슬리는거에 홰까닥 넘어가고 뺫뺫하는거겠지...🙄
아가씨 멧쨔는 한두잔 정도만 마셔보고 부어라 마셔라 해본 적 없으니까 😸(앗 뭔가 나 어른이 된 느낌!)하고 신날 것 같기도🤭 노래는...🤔 처음엔 꽤 부르다가 점점 취해서 혀도 꼬이고 음정박자 다 엇나가서 그냥 소리지르고 제멋대로 퉁퉁이 노래(?)에 가까워질거 같은wwwwwww 가게 나올때까지도 흥이 안 식어서 고성방가하면서 유우가한테 끌려나오다가 혀처럼 발도 꼬이는거 보고 가게 앞에서 유우가가 업어주면 좋겠네요...😏 그리고 문신도 문지르고 안지어ㅇ져~하고 주정도 부리고 그러다 꼬옥 껴안고 히히 죠아해~하다가 쿨쿨 잠들어버리려나🤭
안녕하세요, 아쿠자입니다. 뭐 야쿠자라고 해도 요즘은 한구레에 밀리는 처지랄까, 좀 시원찮달까, 그런 느낌인데 말이죠. 그래도 온 가족이 엮여버린 이상 저도 몸을 담글 수밖에 없어서요. 기왕 그렇게 된 거 나름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달까요.
어느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느냐면... 글쎄다, 몸 팔아서 가업의 확장을 도모할 정도로? 물론 이건 과장 좀 보탠 거긴 하지. 그래봤자 어릴 때 주고 받은 혼담을 적절한 시점에 성사시킬 뿐이니까. 그래도 어릴 때 몇 번 보고 말은, 성격도 모르는 여자하고 결국은 애도 놓아야 할 것 아닌가. 츠나지와의 유착도 꽤나 돈독해졌으니 중간에 파기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팔 건 판단 소리지.
그게 내키지 않았었는데... 결국엔 아버지가 '너 츠나지로 오거라.' 하고 통보해버렸고, 내가 운영하고 있던 업체들을 이래저래 인수인계하느라 O빠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서 결혼식 당일날에나 도착했다. 잠은 당연히 못 자서, 결혼식인데도 몰골이 못 봐줄 꼴이고.
옛날 감각을 좋아하는 야쿠자들 답게 치렁치렁한 레소를 걸치고 신부 행렬에 선다. 재주가 앞서는 것을 따라 생각 없이 걷다가 옆을 내려다보면, 시로무쿠로 전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쬐끄만 신부가 있다. 어릴 때는 제법 예쁘장하게 생겼어서 기대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크면서도 꽤 바뀌는 게 여자의 얼굴이니까.
5월인데도 무덥지 않고 적당히 따듯하고, 시원하게까지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신전에 입장하면 이런저런 성가신 절차들. 액을 쫓고, 신이 '행복하게 살거라' 하는 장황한 말을 죽은 눈으로 듣고, 서로 술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 앉아 마주보면...
'...예쁘네.'
조금 놀랐다. 예쁘장한 여자애들은 제법 봐온 나한테 확 다가올 정도면 이건 꽤나... 그래, 수준급이라는 이야기겠지. 아, 이거 너무 평가하는 말투인가.
내가 세 모금 마시고 아내 될 사람에게 술잔을 넘겨준다. 살짝 닿은 손이 따듯하고, 뭔가 겁먹은 거처럼 크게 뜬 눈도 귀여웠고. 표정으로 보기로는 성격도 다정다감할 것 같다. 난 이 결혼 만족하는데 이 여자애는 어떠려나.
...우물쭈물 하고 있네. 식 전에 누가 알려주지 않나? 이런 식으로 한다고.
"...내가 세 입 마시면 네가 받아서 세 입 마시면 되는 거야. 술 못 마시면 갖다대기만 해도 되고."
보다 못해서 일러줬다. 에이 설마, 다 큰 처녀가 간접키스따위로 우물쭈물하겠나. 애기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약속돼있던 혼담의 날이 다가와 드디어 오늘.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는 날이 왔다. 딱히 불만은 없다. 어릴 때부터 계속 부모님이 그렇게 말해와서 그런지, 그냥 '그런거구나~' 정도의 인식이었고. 무엇보다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이런 혼담의 무게라던가, 그런 것도 잘 알고 있고. 하여간 불평도 불만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크, 크다아... 흉터도 있잖아.. 그리고 얼굴 무서워... 모, 모모목에 저거어어...'
상대 집안이 어떤 곳인지는 은연중에 전해 듣기도 했고,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전해 듣는 거랑 직접 보는 것의 차이는 꽤 크구나. 결혼식 직전이 되어서야 간신히 마주한 신랑은 키가 엄청 크고(내가 작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흉터도 있고 얼굴도 엄청 무시무시한 느낌이고 무 무 무 무엇보다 목 언저리에 언뜻언뜻 이레즈미같은 색이이이이 그야 야쿠자니까 있겠구나 짐작은 했지만?! 여, 여여여역시 직접 보면 조금, 그, 그러네에...
그런 생각에 휩쓸려 금방이라도 표정에 다 드러낼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고 표정을 관리하느라 축사라던가 액막이 같은 과정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얼핏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마주본 상대가 술잔을 건네는 즈음. 조금 긴장한채로 술잔을 받아들었다. 살짝 스친 손끝은 그래도 따듯하고, 이쪽을 보는 표정은 그리 나쁘진 않... ....않은 건가? 자, 잘 모르겠어... 하지만 상대도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들고..
일단 식을 진행해야지...하고 술잔으로 시선을 내린다. .....세, 세모금 마시는 거였지... 먼저 마셨던 술잔으로 똑같이.. 마시던 술을.. 이, 이 이 이거 간잡키스잖아...? 순식간에 머리 속에 그동안 접해오던 순정만화의 그렇고 그런(간접키스) 장면들이 되살아났다. 새삼스럽지만 조금, 으, 에우우....
"햣?! 아, 으, 녜헷!"
으, 자, 잠깐 머뭇거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생각보다 길어졌던 것 같다. 촉구하는 듯한 그 말에 허겁지겁 술잔을 들어올-리려다 쏟을 거 같아서 조심조심, 하지만 서둘러서 세 입 마신다. 우, 우우... 첫 간접키스 해버렸다아.... 술잔을 내려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시로무쿠 덕분에 뜨거워진 얼굴을 가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다 슬그머니 시선을 올려 상대를 살핀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서, 나만 긴장한거 같아서 좀 부끄럽네....
"그, 너, 너무 긴장해서.. 아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이 사람이 말하지 않았다면 몇 분을 더 그러고 있었겠지?싶어서 조금 늦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덕분에 끊기지 않고 식이 진행된 거겠지.
저저, 쏟을라. 작은 잔을 덜컥거리며 겨우 마시는 걸 보고선, 이제 중간 잔을 집어든다. 식에 쓰는 잔은 대 중 소 세 개, 각각 번갈아 세 입씩 마시는 거지. 그러니까 간접키스도 두 번 남았다는 거.
고맙다고 말하는 녀석한테 많이 대꾸하진 않았다. 그야 여긴 신전이고, 야쿠자들에게 이건 신성한 사카즈키고토이기도 하니까. 이럴 때 너무 경솔히 굴 수는 없지. 중간 잔을 세 모금 마시고, 아내에게 내밀었다. 아까랑 똑같이 하면 된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며.
...아내는 아무래도 술을 잘 못하는 편인지, 세 잔을 다 마시고 나서는 얼굴이 새빨개 졌다. 못 하면 입만 대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미련하다.
그리고 미리 각 집안에서 적어준(나의 즉흥 애드리브를 죽어도 못 믿겠단 거겠지) 부부의 맹세를 읽고, 비쭈기 나무의 가지를 신전에 바친다. 나야 다른 가족들의 결혼식을 보면서 이래저래 배운 게 있으니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건... 반지 교환.
벨벳으로 예쁘게 감싸인 반지 케이스를 열면 확연히 크기 차이가 나는 같은 반지가 두 개 있다. 작은 쪽을 집어들어 아내의 손을 잡고 네번째 손가락에 끼우는 것. 손이 쬐끄만해서 내 손 위에 놓이고도 공간이 한참 남았다. 우마무스메들은 강해서 손은 작아도 나보다 셀 수도 있겠는데, 이것만 보면 다른 여자애들이랑 다르지 않아보였다. 그 손에 조심스럽게 반지를 끼워주고는 이제 내 손을 턱 얹었다.
...남이 내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아무리 의식일 뿐이라지만 좀 낯간지러웠다.
그렇게 큰 절차는 끝났고 신관이 뭐 이것저것 주절주절하는 걸 멍 때리며 듣다가, 나갈 때 되어서 신전에서 나오면.
"으그그그그극...!!!!! 아~ 좀 쑤시네. 못 해먹겠다."
레소를 입은 채로 경박하게 기지개를 켤 수 있다. 그렇게 기지개도 켜고, 목도 빙글빙글 돌려주고, 이제 시로무쿠를 뒤집어쓴 채로 겁을 집어먹은 아내한테 말을 걸어본다.
"고생 많으셨어 아가씨. 씁, 이제 아가씨도 아니고 여보인가? 아무튼. 팔려온 사람들끼리 앞으로 잘 부탁하고... 미리 말해두는 긴데." "바람 피는 건 괘안은데 우리 가족 녀석들한테는 손대지 말라고. 기는 조직 안에서 내 명예가 떨어지이께. 알긋제?"
...그렇게, 결혼생활 내내 우려먹힐 최악의 대사를 뱉어버렸지만. 아무튼 진심이었다. 젊어서 건강한 남정네들 먹어보지도 못하고 나같은 놈한테 팔려오다니 불쌍하잖아. 여자로서의 청춘을 제대로 못 즐겼다 아니야? 배려였다고, 배려.
간접키스를 연이어서 두 번이나 해서 그런지, 아니면 술기운이 돌고 있는 건지 얼굴의 뜨거움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라앉질 않았다. 으, 으으... 마음 같아서는 양손으로 뺨을 감싸고 싶었지만 식중에 그런 모습을 보일 순 없어서(라기보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서) 그냥 가만히 참아야 했다.
부부의 맹세도, 비쭈기 나무의 가지를 바치는 것도 상대... 그러니까 남편은 능숙하게 해냈다. 이, 익숙한 걸까... 반면에 나는 내가 생각해도 엄청 엉망진창에 더듬거리고 그야말로 초짜 그 자체네... 잠시 침울해지는 것도 잠시, 이제는 반지를 교환할 시간이었다.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는 손은 엄청 컸다. 내가 손을 올려놔도 반절 정도는 공간이 남는 정도. 크다아... 키도 크고 손도 큰 사람이구나. 내것과 확연하게 차이나는 크기의 반지를 집어, 커다란 약지 손가락에 끼워넣는다. ...어쩐지 낯간지러운 기분이다. 이제 나, 이 사람과 부부가 되는 거구나... 새삼스럽게 자각하게 됐다고 할까.
이런저런 절차가 끝나고, 신사에서 나오면서도 얼굴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그, 그치만. 그렇잖아? 결혼식이 끝나면 시, 시, 신혼여행이고, 첫날밤이 있는 거지...? 그, 그럼 나 이 사람과... 그렇게 두근거리면서 힐끔거리다보면, 아가씨에서 여보로 바뀌는 호칭이 들려서 또 두근거려버린다. 서투르게나마 '당신'이라던가 '서방님'이란 말로 답을 해야하나,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네?"
뭔가 결혼식날 들을 수 있는 최악의 대사를 들어버려서, 고민이 무색하게도 입에서 튀어나온 건 어안이 벙벙함을 감추지 못한 되물음이었다. 아, 아니 그치만. 이게 결혼 첫 날. 그것도 식을 올린 직후에 들을 말이냐고...?!
"아, 아니... 그...."
....하지만, 그렇네. 제대로 사귀어서 서로를 잘 알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안끼리 정해둔 혼담을 오늘 성사시켰다는 느낌일 뿐이라면. 그러니까.... 저렇게 말한다는 건 너한테 애정은 없고, 형식상으로만 부부니까 너도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뜻인 걸까. 아- 그런 뜻인가. 어쩐지 조금, 그래도 좋은 부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걸 정면에서 부정당한 느낌이라...
"네에...."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린다던가, 그런 말조차 꺼내기 어려워졌네. 떨떠름한 답을 돌려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아내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달까, 표정도 게헥!? 하는 느낌이고. 뭔가 따끈따끈 하던 게 싹 식어버린 느낌이라, 근처에 있던 꼬붕에게 '나 실수했냐?' 하는 눈길을 보낸다. 꼬붕은 '...전 모르는 일입니다.' 하는 막막한 얼굴로 고개를 살살 젓곤 떠나버렸다. 아니, 도와달라고. 새끼가 도망치고 앉았어. 저새끼 파문시킨다 내가.
"―아니, 그러니까 우리 가족이나 다른 집 무서운 아저씨, 너무 늙은 사람 그런 것만 아니면 괜찮―"
도망치던 꼬붕이 그걸 듣곤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흔들길래, 아 또 내가 뭔갈 해버렸군. 이 주둥이가 또. 문란한 아가씨들만 대하다보니. 입을 합죽이처럼 다물고는 잠시 어색한 정적이 있었다.
"...그... 일단 우리는 식사하고 신혼여행 가면 되거든?. 일정은 집안들끼리 다 잡아놓은 것 같더라고. 어딘지는 아나? 난 워낙 정신이 없었어서 몰랐는데..."
가서 이국적인 녀석들이랑 로맨틱한 만남을 즐기게 하려면 각방인 게 좋으려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일단은 함구. 남들은 결혼하고 나면 속박되어서 싫다고들 하는데 말이지, 이 아가씨도 당장은 순진하니까 서운해도 조금 지나면 다 내가 생각해줘서 한 말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아니 그야, 우리 나이 차이가 열살이라고. 나는 여기저기 굴러먹다 온 녀석이고. 그런데 갓 성인이 된,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을 홀랑 잡아먹자니 인도적인 처사가 아닌 거 같다 이 말씀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신부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친다. 친한 척이 좀 몸에 배어서 그래.
뒤이은 말들도 바람 상대가 이러이러한 사람만 아니면 된다는 말들이라, 그냥 '에이 농담이었어~'같은 말을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자신이 바보같아졌다. 아니 뭐, 농담이었어도 최악이었겠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말이 어색하게 끊긴 게 이 자리의 분위기를 더 어색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안카자카에 있는 가게를 예약해놨다고 들었어요. 식사를 마치면 공항으로 가면 된다고..."
어색한 침묵 끝에 서로 더듬더듬, 오늘의 일정을 주고 받는다. 일정이라고 해도 내가 짠 건 아니고 마치 원래 정해져 있다는 것처럼 가게의 위치와 비행기 예약이라던가 숙소라던가, 그런 것들을 전달받았을 뿐이다. 아, 여긴.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 종종 가곤 했던 가게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도 내 생일이었지. 그때는, 그때도 결혼 상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첫날부터 바람피워도 된다고 공인하는 사람이었을줄은.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기분을 부추기듯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이 걸쳐진다.
"읏, 왓!?"
아, 아니. 그치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람 피워도 돼~'하던 사람이고? 분명 이 결혼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거겠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확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 그야 부부긴 하지만, 오늘이 초면?이고....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아, 아으... 얼굴이 또 빨개질 것 같아아... 부끄럽다...
"그, 저, 가, 가까웟... 아, 아니 저, 가봤던 곳이니까. 제가 안내할게요..."
안내한다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안내했는지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긴장해버렸다. 그래서 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게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아.. 아...? 나 실수는 안 했겠지? 아니 했나..? 지금 이 상태면 젓가락을 씹어서 먹어버리게 될 것 같기도.... 적당히 고풍스러운 가게지만, 사실 종종 와봤던 터라 익숙한 곳인데.. 익숙할 터인데 자꾸 삐걱삐걱 뚝딱거리게 된다. 으으으... 바, 밥이.. 입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맞겠지....?
"저기, 저, 저는 자주 와봤던 곳인데. 어떻게, 입엔 맞으시나요?"
목소리도 이상하게 튀어버릴 것 같아서 잔뜩 긴장한 채다. 그치만, 가족이 아닌 남자와 함께 밥을 먹는 것부터가 처음이고, 막 결혼까지 하고 나온 참이고, 계약결혼이라고 해도 긴장은.. 되니까...
교양없이 우물거리면서 대답하는 꼬라지. 물론 난 두목의 아들이고 꽤 높은 지위에 있긴 하지만, 야쿠자의 세계에서 실무경력 없이는 얕보이니까 어둡고 구질거리는 곳에서 꽤 오래 지냈단 말씀. 그래서 종종 이렇게 못 배운 느낌이 된다. 가족이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움직임을 구속하던 예복도 비교적 편한 양복으로 바뀌었으니 그럴 수밖에. 제철생선으로 구성된 요리는 하나같이 맛있었다. 역시 해산물로 유명한 츠나지랄까.
냠냠 맛있게도 먹다가, 아내가 말을 걸고 나서야 문득 든 생각.
‘나… 너무 일에 쫓기는 녀석처럼 먹고 있지 않나?’
…그야 최근은 바빴고, 시꺼먼 놈들이랑 이야기 많이 해봤자고, 문신 때문에 단추 하나 풀지도 못한 채 밥을 먹다보면 그렇게 되기야 하지. 배려 없는 짓이긴 했다. 아니 근데, 나 새벽까지 일하다 기차에서 에키벤 먹은 게 전부라고. 진짜 배고팠단 말입니다.
그렇게 천천히 먹다보면 또 뒤늦게 마음에 짚이는 게 있는데… 아내가 너무 말 더듬지 않아? …맹세를 말할 땐 더듬진 않았는데. 어쩐지 나랑 이야기할 때에만 엄청 더듬고 있다는 직감이 든다. 원래 말더듬이라기보단…
‘…내가 무섭다?’
그, 그야 물론 흉터도 있고 문신도 있고 시꺼먼 옷 입고 다니고, 사람들이 피해다니는 야쿠자의 그린듯한 표본, 이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내… 내가 왜? 나 캬바죠 아가씨들한테 제법 인기있는 페이스였다고? 다들 훤칠하다고 해줬는데? 어…얼굴에 하자없으니까 혼담도 무리없이 성사됐다 아니야?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또 대화는 어색하게 단절됐고. 정신차리고서 뒤늦게 “아! 아아…! 응! 맛있네! 이 도다리 조림도 좋고 참다랑어 스테이크도 괜찮은데!“ 라고 대답해도 더 어색해지기만 할 뿐이겠지.
일생일대의 위기다. …문란한 여자와 폭력적인 남자하고만 어울린 나에겐 이 상황을 타개하기가 쉽지가 않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문란한 화법은 자연스레 이런 말을 내뱉었다. 역시 사람은 이래저래 놀아봐야한달까. 로맨티스트인 경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거죠. 뜸들인 것도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할 용기를 쥐어짜냈다, 이런식으로 볼 수도 있겠고.
”…여보의 얼굴을 보면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좀 더 마주보면서 먹을까?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잖아, 어색할 만도 하네. 그치?“
식사에 집중하고만 있던 건 제 쪽 아니냐고요? 그런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말자고. 나는 도쿄 말씨를 흉내내며 최대한 간드러지는 말투를 구사했다. 어색하게나마 웃어도 보고.
맛있다는 뜻이었나...? 우물거림이 더 컸던 것 같은 맛있다는 말을 뒤늦게 해석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네. 사실 그냥 보기만 해도 맛있게 먹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으니까. 어쩌면 좀 바보같은 질문이었을지도...
"아하하.. 다행이네요."
잠시 대화가 어색하게 단절된게 신경쓰여서 뭔가 말할까 하다가, 메뉴를 짚으며 하는 맛있다는 말에 다행이란 대답을 돌려준다. 으음, 긴장도 긴장이지만 역시, 어색하지. 이제 무슨 말을 해야하나...
"——으엣?!" "앗, 그, 아닛, 아, 맞, 맞네요. 하하..."
'여보'라는 호칭에 깜짝 놀라버렸다. 아, 아마 어깨도 움찔 튀어버린 것 같아. 아니 그, 놀랐지만 생각해보면 사실이지? 조금 전에 막 결혼한 참이고,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으응. 그치만 역시 직접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고... 조금 가라앉은것 같던 얼굴이 다시 달아오르는 것 같다. 으으.... 이, 이런 건 역시 익숙하지 않아...
마주보면서... 먹고 있긴 했지만.... 상대는 상대대로, 나는 나대로 정신이 없어서 서로 주고받는 말은 적었고, 아무튼 그랬지. 확실히 서로 통성명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봐야 하겠지. 그래야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아갈테니까. ...아니, 첫날부터 바람피워도 된다고 말하는 상대와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겠지. 이건 연애결혼도 아니고, 가족과 가족간의 연결이라고 할까, 가문끼리 이미 정해둔 일이었고. 서로 마음이 없어도 최소한의 거리 정도는 유지해야 하는 거겠지.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와카가시라 라는 말이 나왔어. 여, 여, 역시 무섭잖아~!
"히, 히에에...." "아, 저, 저는 메이사 프로키온이고요, 히다이씨의 아, 아내가 되었어요. 저어, 보시는대로 우마무스메고 레이스도 몇 번 출주했었는데 중앙에 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서요. 츠나센을 졸업하고 바로, 그, 결혼하게 됐네요. 아하하..."
어색한 웃음 뒤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근데 결혼했는데 히다이씨라고 부르는 건 좀 그러...려나...? 이것도 최소한의 거리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뭐랄까, 견적이 나와버렸다. 여보라고 부른 것만으로 흐물흐물해진 표정이나 약간 빨개진 얼굴 같은 거를 보고 이제서야 결론을 내렸다. 이 여자애, 완전 쑥맥이라고.
너 고교생활동안 뭐 한 건데!? 요즘 애들은 조숙해서 중학생 때부터 알 거 다 안다는데 이 순진한 애 뭐냐고.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애를 결혼시키다니 프로키온 가 제정신이냐— 물론 야쿠자랑 손 잡는 시점에서 제정신은 절대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 아내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는 쑥맥인데다 야쿠자는 처음 봐서 무서워하는 상태라는 거지.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초면은 아니지만… 그치, 워낙 옛날 일이고 기억 못할 만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들어보면 이런 이야기다. 중고등때는 우마무스메답게 달리기에 열중하는 삶을 보냈지만 딱히 특출난 건 아니고, 졸업하고 뭐 할지 방황하다가 일단 어른들 말대로 냅다 결혼 해서 야쿠자의 안주인부터 되어버렸다고.
‘골때리는 로드맵일세…’
화려하다못해 파격적인 행보에 슬쩍 웃음을 띠며 같이 나온 사케를 홀짝인다. 안주도 맛있고 앞에 예쁜 아내도 있어서 술이 짝짝 붙는다. 잔을 내려놓으면 쑥맥치고 맹랑한 제안이 들어와서 좀 놀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내가 주로 접하는 건 아저씨들을 손바닥에서 쥐락펴락하는,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본 완숙한 여성들 뿐이라 이건 또 신선했달까. 내가 성격이 좀 별로라 이런 순진한 애들 보면 괴롭히고 싶어지는 것도 있고. 아까 빈속에 마신 술이 바로바로 돌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턱을 괴고 음—하며 고민하는 체를 하다 말했다.
“에이, 우리가 남도 아니고. 이제 신혼 여행도 가서 할 거는 해야 하는 사이인데 유우가씨라니 정없다.“
”침대 위에서도 유우가씨라고 똑바로 불러줄 거면 괜찮기야 한데, 아무래도 당신이라던가 여보라던가로 부르는 게 편하지 않겠어?“
일단 손대진 않을 거지만 가벼운 성희롱부터 던졌다. 아니 부부끼리 이정도 농담쯤은 할 수 있지. 어쨌든 바람을 피든 재미를 보든 몇년 안에 애는 놔야 양가 모두 마음이 놓일 테고.
앗, 고민하고 있어. ...역시 요비스테는 좀 일렀던걸까. 하, 하기사 부부라고 해도 초면이고... 지금이라도 '역시 그냥 히다이씨가 낫겠죠?'하고 수습해야겠다 싶어서 입을 떼려다가, 들린 말에 잠시 뇌가 정지했다. 아니 그러니까... 신혼 여행에서 할 거라는 건, 침대 위라는 건, 그, 그, 그런, 그게, 그러니까아....
"뺘..뺘앗...." "앗 긋 그건, 그으, 아우... 으...."
대혼란 상태가 된 뇌는 아무 말이나 코드를 짜서 내려보내고 혀는 그걸 또 엉망진창으로 꼬아서 말이 영 나오질 않았다. 아니 나오더라도 제대로 된 말이 나오긴 글렀지. 그치만 그, 그, 그런 걸 직접 말할 순 없으니까?! 거울이 없어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은 화끈거리고, 간신히 고개를 푹 숙여 눈앞의 상대에게서 얼굴을 가린다. 귀도 축 가라앉았고, 엄청 따끈따끈해진 상태겠지...
"메, 메이사쨩이라고 불러주셔도 괜찮긴...해요... 친구들도 그렇게 불렀고...." "그리고 여, 여보라던가.. 당신이라고 부르는 거는 좀, 이, 익숙하지 않다고 할까아...."
.....그래도 언젠가 그렇게 부르긴 해야겠지? 익숙하지 않더라도 부르는 연습을 하긴 해야겠고... 그, 그래. 이것도 부부로서 최소한의 거리 유지라는 거니까... 조심조심 손을 뻗어서 컵을 가져와 차가운 물을 조금 마신다. 얼굴... 이제 좀 식었으려나.
"아, 아아. 맞다. 신혼 여행 말인데요. 오키나와로 가는 것 같아요. 아직 5월이지만 거긴 벌써 여름 같은 날씨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슬쩍 주제도 돌려본다. 직접 정한 건 거의 없는 신혼 여행이지만, 그래도 오키나와는 좋지. 바다고, 이국적인 느낌도 나고. 여행 이야기로 조금 들떠서, 긴장도 조금 풀린 것 같다. 일단은...
눈이 빙빙 돌고, 얼굴은 저 맨 위의 귀까지 새빨개져서 얼굴을 푹 숙이는 게 제법 귀엽다. 큽, 하고 웃음이 새려는 걸 겨우 막고선 씰룩거리는 입술을 꽉 물어 진정시킨다. 아니 왜 아저씨들이 젊은 여자애들 희롱하는지 알겠어. 이거 허벌나게 재밌네 진짜.
다행이도 아내가 정신을 차릴 때쯤, 내 웃음도 잦아들어 난 태연한 체를 할 수 있었다. 마치 혼자 부끄러워하는 걸 느긋하게 기다려준 것처럼 굴고는 아내에게 눈을 맞춘 채로 후속타를.
"헤에 그렇구나― 나는 기껏해야 친구 정도의 거리감이라는 건가. 하긴 그야 그렇지, 우리 오늘 처음 만났고." "그러니까 더더욱이 차별점을 둬야 하지 않겠어? 난 여보라고 부를테니까 잘 부탁해. 밤에는 제대로 이름 불러줄 테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나 로맨티스트거든~"
싱글싱글 웃으면서 성희롱 콤보를 날리면 한마디 한마디마다 타격감 좋게 효에에엑 힉 뺫 앗 으우 으우우... 하는 아내. 이야, 왜 나이차 있는 결혼을 하는지 알겠네요. 이거 재밌다 진짜. 집안에서 멋대로 해버린 결혼이지만 저는 이거 대만족입니다요.
"그나저나 오키나와인가... 딱 놀기 좋은 기온이긴 하지 요즘은. 거기는 여기보다 아래니까 후덥지근하겠네~ 수영복 입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