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알바 제꼈다고 사장님한테 겁나 깨졌다. 당연하다. 혜우가 납치돼서 저지먼트가 발칵 뒤집혔던 거야 순전히 내 사정이니. 그렇다고 알바 제낀 보람이 있었냐면 그렇지도 않다. 내 능력으로 단서를 잡아보려던 시도는 하는 족족 빨간 눈깔 수박한테 막혔으니. 그 빨간 눈깔의 패거리일 수박들이 가라는 데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하고 템 주는 대로 받고... 답답해 죽겠으면서도 그 상황을 돌파할 방도를 못 찾은 난 사실상 그 수박들의 꼭두각시였다. 납치범들이 시키는 대로 끌려다녔어도 실종자 찾았으면 OK인가? 수박!! 글고 능력 막히면 무쓸모인 내가 저지먼트에 있어야 할 이유는 있나? 우리 학교에 능력자 천진데 나보다 고렙이라 빨간 눈깔 수박한테도 안 막힐 사이코메트리스트 하나 없을라고?
그래서 퇴부서를 써 나가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혜우 납치 사건 때 내가 느꼈던 내가 뭘 해도 소용없으리라는 무력감을, 철현 선배를 비롯해 레벨이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몇 년간 수시로 느끼고 좌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난 고작 하룻밤 사이 낙담하고도 저지먼트를 때려치네 마네 하고 있는데 그들은 어떤 마음일까. 내가 감히 이렇다고 가늠할 수 없는 괴로움일 거다. 운 좋게 레벨3씩이나 되고도 이런 불만을 품는 게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못 가진 것만 억울해하는 탐욕은 아닐까.
거기 생각이 미치자 수색 과정에서 내가 득을 본8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나랑 언니가 후회는 일이 끝난 뒤에 하자고 말해 준 덕에 사람들이 끔찍하게 상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정신줄을 잡을 수 있었고, 리라가 구급물품을 그려 준 덕에 반 사람 몫이나마 할 수 있었으며, 새봄이가 먼저 다가와 주고 철현 선배와 셋이 수다스럽게 보낸 덕에 답답한 상황을 잠시 잊을 수도 있었다. 싹 다 재워 놓고서 대관절 뭘 하려던 건지는 1도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실종자들도 무사히 인도할 수 있었고, 정신 나간 수박이 쏴대는 레이저도 용케 안 맞았다. 태진 선배가 처참하게 다친 건 다시 생각해도 심장 떨어질 일이다만 리라의 구급상자와 정하가 보내 준 물 덕분에 응급처치나마 할 수 있었고, 정하가 부원들의 귀를 막고서 캐퍼시티 다운을 사용해 줘서ㅏ(그걸 녹음한 건 철현 선배란다. 녹음한 선배도 대단하고 사용할 생각을 해낸 정하도 대단하다.) 정신 나간 수박도 제압됐다. 무엇보다 이제 그 사태는 지난 일이다. 끝났다!!!!!!!
그니까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쓸 만큼 사지 멀쩡히 돌아온 것에, 하등 대단할 것 없는 능력과 노력으로도 많은 걸 얻어 온 것에 감사하자. 그리고 이제껏 많이 받아 온 만큼 언젠가 여건이 되면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처신해 보자. 내가 저지먼트에 적합한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겠다만.
알바 도중 무단 이탈로 편의점 점주에게 된통 깨지고 오래지 않아, 서연은 첫 지원금을 받았다. 그 돈으로 제일 먼저 한 것은 인첨공25 목화고점의 식품 싹쓸이! 사장님의 미쳤냐는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기어이 일시불로 계산해서는 몇 번에 걸쳐 저지먼트 부실로 옮겨 갔다.
- 냉동식품(청윤이가 볶음밥을 좋아한대서 냉동볶음밥 위주로 골랐고, 이경이가 튀김을 싫어한대서 튀김류는 뺐다) - 컵라면(정하가 매운 걸 못 먹는대서 튀김우동까지 골고루 샀다) - 커피, 에너지드링크, 탄산음료(술도 파시냐고 농담했다가 사장님께 욕 먹었다) - 과자, 쿠키 류(오X오는 안 샀다. 점례네 토끼랑 이름이 같은 과자라서) - 초콜릿 류 - 빵류(도넛이나 당근케이크는 사려다 말았다. 도넛은 청윤이가, 당근은 여로가 질색한다더라) - 사탕(랑이 언니가 계피향이랑 박하향 사탕을 좋아한대서 그거 위주로 골랐다) - 요즘 꽤나 유행인 각종 다이어트 식품(중에 나름 속세의 맛인 것 위주로)
삼각김밥...도 사고는 싶었지만 그건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서 포기
지른 이유? 별거 없다. 혜우 납치 사건 때 부원들에게 이런저런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 (받았으면 어떤 식으로든 베푸는 게 사람 도리고 또 장사 수완이라고 배웠다) 겸사겸사 매상 올려서 무단 이탈한 거 다시 사과드리고.
지른 식품을 부실에 꽉꽉 채워넣으면서 특히 신세 지거나 마음에 걸리는 부원들의 자리에는 쪽지를 따로 남겼다.
@리라 리라야, 목숨을 4개로 만들어 주는 팔찌 고마워. 구급물품이랑 테이저건 만들어 준 거랑 쓸모없지 않다고 말해 준 것도. 내가 0.5인분 정도는 할 수 있었다면 그건 다 니 덕분이야.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뭘 줘도 못 갚을 거 같지만...괜찮으면 이거라도 받아 줄래~? (성하제 상품인 가상현실 영화관 2인 무료 이용권이 쪽지 아래에 있다.)
@나랑 언니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터져서 멘탈 나갔었는데 언니가 듬직하게 맞말해 주셔서 그나마 정신줄 잡고 있을 수 있었어요. 그때 언니가 태산처럼 든든하고 멋있었어요. 감사해요 ><
@승엽이 좀 괜찮아? 아직 1학년이고 직접 전투를 치러서 마음이 어떨지 걱정되더라. 우리 점포 냉동고도 살려 줬던 엘사요정 승엽인데...8ㅁ8 다음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고기뷔페 좋아해?
@새봄이 새봄아, 너도 힘든 상황이었을 텐데 나 챙겨 주러 일부러 와 주고 두리안 얘기로 웃겨 줘서 고마워. 선배로서는 부끄럽지만 네가 아니었다면 계속 침울한 채였을 같아. 그리고 니가 만들어 준 딸기케이크 말야, 내가 먹어 본 케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어!!
@철현 선배 맨몸으로 가시는 선배가 걱정돼서 따라갔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은 선배한테 의지하려고 따라간 건지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수박 같은 상황에서도 마음 가볍게 있을 수 있었어요. 근데 사이코메트리스트는 관음증 환자가 아니에요...(뒤끝)
@태진 선배 선배는 다른 것보다 리라표 코뿔소 반지 꼭꼭 차고 다니세요... 선배가 아무리 힘이 쎄도 목숨은 하나잖아요. (다치신 덴 좀 괜찮으세요?)
@수경이 수경아, 일전에 울 점포에 첫 출동하면서 신세 졌을 때는 잘 몰랐는데... 니 팔찌를 태진 선배한테 드리려는 거 보고 이렇게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많이 놀랐어. 근데 너도 목숨은 하나잖아ㅠㅠㅠㅠ 팔찌는 각자 갖고 다니자...
@정하 정하 넌 천재야!!!! 그 미친 수박한테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니 덕분에 살았지 뭐야? 8ㅁ8 태진 선배한테 진통제 드릴 때 도와준 것도 고마워~~ 그것도 천재 같아 ><
그날 그의 옆자리에, 깊은 바다를 헤치고 나온 보름달이 옆에 앉아주었음을. 보름달과 작은 별이 함께 나란히 있었음을. 그래서,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나날들을 같은 궤도 위에서 보낼 수도 있겠다고.
그러나 비정한 인첨공의 그늘은, 차가운 조류는 그들을 그렇게 쉬이 흘러가게 두지 않았다. 거친 곳으로 내몰았고, 위험한 곳에 메다꽂았다. 그런 비극을 극복하기 걸맞은 비범한 주인공이었더라면 그런 충돌과 붕괴에도 아랑곳하지 않거나, 아니면 불굴의 의지를 과시하기 마련이건만, 이 평범한 소년은 그러지 못했다. 깨어지고, 부서졌다. 그리고 그렇게 된 채로 결국 자신이 그렇게도 찾아헤매던 사람 앞에 이렇게 굴러떨어졌다.
이런 고생을 감수하면서, 그는 무엇을 원해왔던가?
이상향 같은 과분한 건 필요없다. 환상향 같은 지나친 소리도 바라지 않는다. 현실이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이와 손을 맞잡고 함께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그런 소박하고, 평범하고, 결국 모두가 작은 행복을 움켜쥘 수 있는 그런 평범한 현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 평범한 현실을 향해서 발걸음을 내딛을 힘이 남지 않았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그때, 소녀가 소년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제는 소녀가 소년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저 앞길을 향해서가 아니라 길 옆의 공터를 향해서, 밤새 끊임없이 달려온 소년을 위해.
물론 어떤 일이던지 진지하게만 생각해서 매일같이 스트레스만 받으며 사는 것보단 나은 처사일 테지만... 그녀는 작게 미소지었다.
"슨배임은 슨배임이네여~"
주변에 따라서 변하는 자신과 다르게, 동월은 확실히 자신만의 주체가 있는듯 보였다. 비록 그것이 다소 위태롭게 보일지라도, 인간이란건 항상 그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행동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 사소한 변화와 사람들의 생각을 그녀가 무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녀에겐 그럴 자격이 없었다. 변화 없이는 발전도 없을테니까, 그녀는 순응하기로 했다. 어떤 일이 있던, 받아들이는게 최선이었다.
이미 세상은 스트레스 천지니까. 그러는 편이 신경쓸 일이 적기도 했고, 그러는 편이 즐기기엔 더 나은 방법일 테다.
"헤에... 슨배임은 그런 어려운거에 꿰여버리셨던 검까~ 어쩌다 그리 되었대여~"
연애에 관련된 것이라면 어느 누구든 궁금해하는 것은 클리셰인 걸까? 비록 이전의 이야기는 말하기에 조심스러울지라도, 어쩌다가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품게 된 것일까 정도는 그녀로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것도 언젠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잠깐의 티타임과 함께 웃으면서 풀어나갈 이야기려나.
"...응, 그거야 기대하구 있슴다. 설렘이라는 것도 느껴보고 싶슴다."
지금껏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감정도, 계속해서 쌓아나가다보면 언젠간 완성품이 되어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목석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깎이고 다듬어져 조각품이 되면 그만이다.
"...푸하~"
자신을 따라하는듯한 동월의 말투에 참으려다가 결국 웃어버렸을까?
"역시 슨배임은 재밌는 사람임다. 이런 사람을 놓친다믄 그건 완전 인생 낭비겠네여~"
상대방이 듣기엔 비약이 심하다 할지라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음... 어떤 부분일라나... 슨배임, 가끔 보믄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구 그러니까여. VS 게임처럼여~ 가까운 예시를 들자믄...
위험을 무릅쓰고 슨배임 구하러 가기 vs 안전하지만 혼자 탈출하기, 같은 거라던가여?"
물론 그정도면 그녀에겐 아무 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살다보면 더한 선택지를 정해야 할 때가 있을테니까,
"증말이지, 왜째서 즈 주변 사람들은 다들 모 아니믄 도인 검까~ 이쯤 되믄 그냥 온 세상이 코뿔소임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어보이는 그녀의 표정은 장난스러움이 깊게 스며들어있었다.
"헤헹~ 믿어주시믄 즈야 고맙지여~"
그렇대도 밑 빠진 독은 아닐 것이라 믿는 그 한마디는 분명 그녀에게 깊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제대로 인식되고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월이란 사람에게 있어 자신이 올바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다른 의미를 담아낸 색들, 빛과 어둠, 그것을 모두 받아들이기는 힘들테지만... 조금씩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뭘 그리 놀라심까~ 먼저 고백해왔음서~"
살짝 얼이 빠진듯한 목소리를 흘려내던 동월이 이내 미소와 함께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 역시 한껏 웃어보였다.
하지만...
"엩."
느릿하게 허리를 감싸오는 팔, 그리고 자신의 뺨에 살며시 대어지는 다른 손, 그리고 이쪽으로 똑바로 향해있는 시선은 아주 조금,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을까. 생각하고 움직이는 반응이 아닌 무의식에서부터 전해지는 감각에 그녀는 잠깐 멍한 표정으로 동월을 바라보았다.
"...그 러 니 까~ 그런 사람인걸 알고도 이렇게 지내고 있는거 아님까? 슨배임도 스스로가 그런 사람인걸 알고 있음서 이렇게 같이 있고 싶어하는 거구 말이져."
정말로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곤 못해도... 애초에 어중간한 각오였다면 둘 중 어느쪽이든 먼저 심드렁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그녀는 그러할 테니까... 처음 만난 봄으로부터, 지금 성하제의 가을까지... 그리고 그 뒤로도...
"......"
천천히 기울어져가는 고개, 가까워져가는 입술, 그 상냥한 기운은 자신의 뺨에 다다라서야 멈추었다.
아주 잠깐, 시야가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평소보다도 더 밝은 빛들이 비춰지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신경이 곤두서는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분명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이게 설렌다는 것일까?
머릿속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그런 물음이 튀어나왔다.
"...이래선 서로 배우는 입장인거 아님까~ 증말이지... 사제관계 망임다~ 뿌우임다~"
살짝 뚱한 표정을 짓던 그녀였지만 이내 배시시 웃어보였을까, 동월이 그러했듯, 살며시 허리가 감겨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깝게 붙어있던 그녀 역시 두 손을 뻗어 뺨에서부터 귀 뒤까지 얼굴을 약하게 감싸쥐고선 천천히 시선을 가까이 했다.
"머, 그치만 그게 공평한거 아니겠슴까? 서로의 방식대로... 그 사랑이란걸 알려주고, 알게 된다면 분명 뭔가가 있겠지여.
다행스럽게두, 즈는 숨기는게 없으니까여."
조심스러워 망설이는 경우는 있어도 한번 꺼내기로 다짐했다면, 그녀는 그대로 실천할 것이다.
"...아, 사실 조금은 있으려나? 그래도 사람이니까..."
서로의 코가 맞닿을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잠깐 멈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좀 더 위로 올려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을 하고선 다시금 고개를 뒤로 물려 동월을 바라보았다.
비사문천의 복장은 어깨부분에 세개의 발톱 자국이 새겨져 있는 하얀 재킷, 새하얀 바지와 각자 원하는 색의 동양식 장식이 달려있는 하얀 야차 가면으로 통일되어있다. 그릭느 비사문천 캡틴의 복장은 다른 이들과 차별점이 있을 뿐이다.
재킷 안에 받쳐 입은 단추 하나를 풀어놓은 와인색 셔츠와 짧은 치마로 보이나, 실제로는 양쪽 중 한부분은 핫팬츠, 다른 부분은 긴 새하얀 바지와 잘 맞는 낮은 굽의 구두도 귓가에 들려오는 인지저해 프로그램으로 인해 들려오는 작은 노이즈 소리도 이제는 혜성에게 익숙했다. 납치 실종 사건을 해결한 뒤 불법으로 살 속에 박아넣은 칩을 통해 온 비사문천 단원 U의 연락에 늦은 새벽 아지트에 도착한 혜성은 제 앞에 놓여져 있는 커다랗고 묵직한 가방과 이야기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일으키는 기이한 변조된 목소리로 짤막하게 대답하며 혜성은 얼굴을 전부 가린 노이즈 너머로 피워문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꾹 눌러껐다. 이어지는 U의 깐족거리는 유쾌한 질문에 짤막한 웃음이 노이즈 너머로 흘러나온다.
"수고하셨어요. 하지만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 땐 미리 이야기를 해줘요. 그래야 미리 세탁할 곳을 찾아놓을 수 있으니까요."
현금다발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장갑 낀 손으로 노크하는 것처럼 두드려보이며 혜성은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다. 예상을 벗어난 법외적인 루트로 들어온 생각보다 많은 현금다발을 최소한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최소한의 루트로 세탁해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이제부터 캡틴인 혜성은 생각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