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실종자는 모두 구출했다. 혜우까지 포함해서. 심지어 혜우는 상태가 좋진 않지만 의식까지 돌아왔다. 마음이 놓였다. 가장 심하게 다쳤던 진형을 비롯해서 내 몸에 생긴 자잘한 상처(이리저리 뛰고 구르느라 생긴거지만)까지 씻은듯이 낫게 해줬을 땐 무척 고마웠다. 그래도 진형한텐 병원도 꼭 가보시라고 우겼다. 혜우의 능력이야 어느 수준인지 잘 알지만 그래도 사람 몸에 구멍이 났다. 정말이지, 아찔했다.
맞아, 서형이 말해준 바에 의하면 기억의 주인, 그러니까 백발 씨가 그 레이저로 혜우를 쓰러뜨리고, 까만 알약을 잔뜩 먹는게 보였단다. 얼른 메모했다. 세은이에게 제출할 저지먼트 활동 보고서에 쓸 생각이었다. 백발 씨 사건에 마약이 엮여있다는 정황 자료로는 유용할 테니까. 사실, 마약을 누가 줬는지도 알아내서 보고서에 적고 싶었는데 걘 캐퍼시티 다운에다 테이저건도 잔뜩 맞아서 아프고 정신도 없을 텐데도 욕이나 하고 말도 안 해줬다. 못됐어!
사실, 마약도 마약이고, 배후도 배후지만, 왜 스팸을 보내서 우리를 불렀는지, 피랍자 신병을 인계할 때 어트랙션을 시킨 목적은 뭔지, 전투에 앞서 테이저건같은 건 왜 줬는지... 영문 모를 일들 투성이다. 근데 이제 와선 그 영문이 뭔지 생각해 봤자 피곤하기만 할 거 같다. 백발 씨는 안티스킬 선생님들이 데려가셨으니 잘 심문도 대응도 다 하실 거고, 저지먼트가 할 일이 생기면 또 소집되겠지.
다음 날엔 혜우가 저지먼트 카페에 나와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 조금 핼쓱해보였지만, 어딘가 크게 아파보이진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 만한 일을 했나?
혜우가 걱정됐던 건 맞다. 전에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했다가 갑자기 실종됐다니까. 그래서 찾으러 나가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결국 이유가 뭐가 됐든 그러지 않았다. 그 뒤에 스팸 유령 씨 일로 소집됐고, 두리안 어택을 할 때까지도 이게 혜우랑 관련된 일인 것도 몰랐다. 그러니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순간만큼은 혜우는 저지먼트 일보다 우선순위가 밀린 셈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폐공장에 가서도 내가 한 건, 영문도 모르고 납치범과 한 패로 추정만 되는 스팸 메시지 발송자가 하라는 것만 주구장창 하다가 레이저 맞을 뻔했던 것 뿐이다. 그 난리를 치고도 알아낸 건 뭣도 없고. 랑 선배랑 서형이 아니었으면 난 광인 씨가 왜 선빵을 날리고 음파공격까지 덤으로 날렸는지 몰랐을 거다. 지금에 이르러선 궁금하지도 않다. 서형이 이야기해준 걸로 짐작해보면 그냥 약쟁이 묻지마 폭행범인 것 같던데.
아무튼, 아무튼. 감사받을 일을 했다고 스스로 납득하기가 어려워서 영 마음이 찝찝했다. 하다 못해 다른, 지금 혜우랑 친한 - 특히 6번 방에 갔던 사람들 다수처럼 혜우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고, 그 스팸이 혜우 일이라는 걸 비교적 바로 알기라도 했더라면 이 감사를 들었을 때 마음이 편했을까? 저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찬물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혜우의 감사에 마음이 편치 않은 진짜 이유를.
내가 일방적으로나마, 혜우를 아직 친구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여겼다면, 내가 뭘 했든 못했든 간에 혜우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했을 거다. 유령 스팸이 혜우의 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겠지. 혜우 생각만 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혜우의 고맙다는 말에는 이런 생각부터, 말부터 했을 거다.
살아 있어줘서, 내가 더 고맙다고.
하지만 실제는 어떤가? 이번 임무가 혜우의 구출임을 깨닫기 전이든 후든, 심지어 모든 일이 끝난 뒤에도, 난 항상 다른 것들, 다른 사람들이 우선이었다. 함께 동행했던 사람들과의 교류(와 그 과정에서 생긴 개인적인 상처 하나. 이건 그래도 임무중에는 잘 덮어둔 것 같다. 조만간 당사자랑 이야기해서 잘 풀어야지.), 그들에 대한 걱정, 일단 스팸 메시지 발송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 그리고 레이저 피하면서 광인 제압하기. 마지막으로, 구하러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에 받을만 했나 혼자 따져보기.
애초에 혜우도, 정말로 고마운 사람은 따로 있을 거다. 혜우랑 가까운 사람들. 당장 연인인 성운 선배라던가, 리라 언니... 뭐, 더 있겠지. 그 이상은 모르겠다. 그러니 다른 부원들과 동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맙단 소릴 '덤으로' 들었대서 그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할 필욘 없겠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새삼 실감이 났다.
혜우와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로서의 연은 완전히 끊어졌구나.
1년 남짓.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어떤 인연이 끝나는 데는 충분했나보다. 당연하다. 그 1년 간 나는 오직 생존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혜우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 물론, 앞으로 2년 반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은 나나 혜우 중 누가 탈퇴하지 않는 이상은 저지먼트 동료일 테니, 계속 만날 테고 협력도 할 거다. 하지만 저지먼트 동료 천혜우에게서 초등학교 시절 내 친구 혜우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없는 사람을 무슨 수로 찾아? 애초에 내 능력은 '이미지네이션 쿠킹'이지, '이미지네이션 퍼슨 인 더 패스트'가 아니라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지금 나와 놀아주고 교류해주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재밌게 놀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서로 정신적으로 부담 안 되는 선에서 진지한 대화도 하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게 어떤 건지, 내가 줄 수 있는지 주의깊게 살피고. 우리가 필멸자인 이상 그들도 영원히 있어주진 않을 테지만, 마지막 순간이 오더라도 가급적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마무리짓고 싶으니까. 이번에 혜우와의 관계를 나 스스로 정리한 것처럼 말이다.
잠을 설친 탓인가. 혓바늘이 돋아서 입안이 욱신거리는 게 신경쓰인다. 잠은 엄청나게 오고. 서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주문서도 헷갈렸다. 결정적으로 팬케이크를 굽던 도중 스토브 앞에서 졸아버리는 통에, 팬케이크를 태워먹은데다 동기의 걱정어린 야단을 맞고 말았다. 성운은 순순히 자신에게 너무 많은 피로가 누적되어 있음에 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메이드복 차림 그대로 대충 복도의 의자에 앉아 곤히 잠이 들어버렸다.
의자에 기대눕다시피 앉아 잠깐 눈을 붙이고 있자니, 메이드 토끼 서너 마리가 복실복실 모여들어서 성운의 주변에 모여 잠자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복도에 그렇게 기대어앉아 잠든 성운의 모습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귀여운거+귀여운거=더 귀여운거 공식을 성립시켰고,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카페에 한번 더 끌리도록 했다.
태오의 손길은 부드럽다. 7년 전, 동생을 어르고 달래는 듯한 손길이 몇 배는 더 섬세해졌다. 살살 쓸어주는 손길을 뒤로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너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태오는 한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결은 반듯하니 정적인 글씨체로 혜우와 대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데 마레의 가족이니까요. 스카디 님께서도 많이 걱정하셨어요. 나중에 한 번 찾아뵙는 건 어떤가요?]
한결은 글씨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혜우를 한 번 바라본다. 새카만 눈동자는 순진한 미소를 지었으나, 태오는 그 미소에서 시선을 떼고 있었다. 그리고 한결이 눈을 돌리자 시선을 맞춰주고는 희미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겉으로는 그래도 학생을 아끼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죠?] "저는 잘 모르겠는데……." [에이, 이럴 때는 동조해줘요. 일단, 마음껏 주문해도 좋아요.] "……파르페 하나랑, 커피는 블랙으로. 맞나요?" [네.]
태오는 걸음을 떼며 주문을 받기 위해 떠나기 전, 입술을 달싹였다. 혜우도 쉬이 읽을 수 있을 만큼 명확했다.
- 선생님, 저 오늘 일정 없는데.
입술의 움직임을 읽은 한결의 시선이 동요한다. 펜을 쥔 손이 우뚝 멈추고, 잘게 떨린 눈동자 뒤로 한결은 무언가를 삼켜내듯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애써 눈을 휘었다. 이윽고 펜을 내려두더니 고개를 저었다. 태오 또한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이내 끄덕이면서도 물러섰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러면, 학생은... 따로 대화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한결은 다시금 펜을 들었다. 태오가 멀리서 추가로 타인의 주문을 받는 것을 힐끔 바라보며.
저건 또 뭐람?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지만 현재 담당하고 있는 손님이 없는 사람은 자신 뿐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주문을 받으러 손님 앉은 테이블로 향하다가 혜성은 제 눈을 의심했다.
저 장면을 뭐라고 말해야할까. 전혀 안어울릴 것 같은 스타일의 세명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의심스레 눈길을 주던 혜성은 느릿하게 눈 깜빡인다. 저렇게 보니 안어울리는 타입들인데.. 테이블 위에 메뉴판을 올려두고 주문을 위해 아날로그하게 메모장을 펼쳐들며 생각했다.
게다가- 볼펜을 입가에 가져다댄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의심해볼 법한 느낌이지 않았나.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던 주제에, 남일은 눈치가 빠른 게 자랑은 아니지만 말이야. 주문을 받기 위해 걸어가던 태오와 눈 마주쳤을 적이면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는 슬몃 가늘게 변했을 것이다. 약간 짜식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453 반응 그 자체가 좋은거니 퀄리티는 신경 안써도 된다냥 맞다 혜성주 에필로그 확인했어? 원래 진행 마지막에 저지먼트 앞에서 비사문천으로 양백담 제압하는 모습 보여줄라 했는데 그만 시간과 분량에 쫓겨 에필로그에만 담겨버렸어... 기껏 카메오 허락해줬는데 멋있게 못써서 미안해잉
>>455 불쾌한 골짜기? 그건 또 새로운 감상인 걸? 어떤 점이 그랬는지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