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특수한 사정이나 피치 못할 사고가 아니라면 집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갈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세상은 넓고 고양이는 많으니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어딘가에는 존재하겠지만 찡찡이는 그런 예외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평범한 고양이였다. 물을 싫어하고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평범한 취향의 고양이. 그리고 이리라는 그런 반려동물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는 초보 집사였다. 그래서 찡찡이는 지난 계절 동안 있었던 몇 번의 이동을 제외하면 사실상 리라의 집에서만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착실히 몸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살다보면 언제까지나 좋아하는 것만 쥐여주며 응석받이로 키울 수는 없는 법이다.
투명한 이동 가방에서는 골난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리라는 발톱 자국 남은 팔토시를 살짝 퀭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슬슬 벗어서 겉옷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는다. 그나마 토시가 두터워서 충분히 공격을 막아주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제대로 피를 볼 뻔했다.
- 우웨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웅. "찡찡이 아직도 화났어? 미안해, 그래도 너 건강하려면 병원은 가야 하는 거야." - 웨우우우웅. "건강해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언니랑 더 오래오래 살지~ 응?"
탁! 불만스럽게 가방 안쪽을 꼬리로 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리라는 단단히 화가 난 반려묘를 어떻게 달래야 할 지 몰라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낸다. 그래, 이해한다. 인간이 아무리 널 위한 일이라고 말해봤자 고양이 입장에서는 괴롭히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테니까.
"휴, 나도 찡찡이 좋은 것만 해주고 싶지... 많이 화났어? 주사 아팠지?" - 웨에에엥! "간식 줄까?" - 옹?
결국 완만하게 해결 볼 방법은 이것뿐이다. 팔토시를 넣은 주머니에서 작은 간식 통을 꺼내든 리라는 그것을 찡찡이의 눈 앞에 대고 흔들었다. 이에 캣초딩 시절을 갓 넘어가고 있는 이 치즈태비 고양이는 타 고양이에 비해 동그랗고 다소 처진 듯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리라의 손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사이렌처럼 울리던 울부짖음도 금세 애교쟁이 고양이의 그것으로 돌아왔으니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는 명료하다.
"그래. 지금 주려면 어디... 잠깐 벤치 같은 데 앉아서..."
예방주사에 분노한 고양이의 표효를 잠시 잠재운 리라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녹색 빛이 빠지지 않은 공원은 적당히 선선해진 공기와 어우러져 퍽 괜찮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정말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곱씹으며 잠시 앉을 자리를 물색하다 보면 시선 끝에 걸리는 광경이 있다. 돗자리, 강아지. 그리고 길고 검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또래의 학생. 아는 얼굴이다. 리라의 표정에 반가운 기색이 떠올랐다. 다만 지나온 세월이 무색하지만은 않았는지, 리라는 그 자리에서 냅다 목소리를 키워 혜우를 부르는 대신 천천히 걸음을 옮겨 혜우가 앉은 곳까지 다가갔다.
"혜우 후배님~ 안녕하세요! 피크닉 중이었어요?"
그리고 적당한 볼륨으로 말을 걸어보는 거다. 낯이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이 말간 게, 아무래도 성운에게 혜우의 어린시절 사진을 무허가로 날랐던 과거는 깡그리 잊은 모양이다. 아니면 범인이 자신임을 혜우가 알아챘을 거라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거나.
"......헉, 근데, 와! 강아지! 귀여워! 혜우 후배님이 키우는 친구예요?"
어느 쪽이든 꽤 태평해 보인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와중에 앞으로 멘 이동 가방에서는 치즈태비 고양이가 구슬 같은 눈을 땡그랗게 뜨곤 강아지 아메를 바라보고 있다.
지인이 키우는 아이. 리라는 어깨를 작게 으쓱이며 답변하는 혜우에게 "아하, 그렇구나~" 하는 간단한 추임새를 덧붙이면서 마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새 간식을 물고 혜우의 등 뒤에 숨어버린 강아지는 귀엽다. 낯설어서 그런가? 리라와 찡찡이의 시선은 꽤 오랫동안 그런 아메에게 고정되었다가 혜우의 목소리에 겨우 풀려나 제자리를 찾아갔다.
"네, 맞아요! 검진 날이어서 병원 다녀오는 길이었답니다~ 덕분에 엄청 삐져버렸지만..."
그 말대로 이동 가방 표면에 리라의 손이 얹힐 때마다 눈을 세모낳게 뜨는 것이, 골이 나도 단단히 났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 중이시다. 한 겹 덮인 보호막 너머로도 반려묘의 따끔한 시선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손을 슬금슬금 찡찡이의 시야각 밖으로 내린 리라는 다시 혜우 쪽으로 눈을 돌렸다.
"얘는 찡찡이에요. 혜우 후배님의 강아지 친구는 이름이 뭔가요?"
동물 보호자끼리 말을 트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통성명이지. 찡찡이가 아메와 혜우에게 잘 보이도록 이동 가방의 위치를 살짝 조정한 리라의 시선이 문득 상대의 손 위에서 휘릭 돌아가는 연필에 꽂혔다. 연필, 연습장.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걸까? 강아지와 돗자리와 그림이라. 다가오는 가을에 퍽 어울리는 완벽한 나들이 조합이라고 생각하며 리라는 다시금 대화 주제를 변경했다.
"혜우 후배님은요? 산책? 그림 그리고 있었어요? 요즘 날이 선선하니까 밖에서 뭘 그리기도 좋죠~"
친근함과 사근함과는 거리가 먼 목소리라도 봄의 그것보다 덜 차가운 목소리라는 사실이 우선적으로 기쁘다. 저지먼트 일을 함께 해오면서 지나온 시간이 학기 초의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혀주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 덕분에 리라는 얼마전 겪었던 거대한 사건의 여파를 적절히 숨기고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웃을 수 있다. 산들바람에 제 앞머리가 살짝 흔들리는 걸 한손으로 눌러 가리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몸은 괜찮아요? 저번 일 할 때 혜우 후배님이 엄청나게 힘써줬으니까요. 덕분에 다들 다치지 않고 돌아와서 다행이었지만 무리했을까봐 걱정했어요. 음. 어쨌거나—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요! 그때 줬던 사탕도 고마웠고요."
사탕이라 함은 진윤태와의 싸움 직후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리라의 입안에 혜우가 쏙 넣어준 그 사탕을 뜻하는 것일테다. 새삼 그때를 떠올리면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이 다시금 울컥 솟는 것 같지만,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