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이 2학년 후배는 어떤 큰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호기심을 살며시 품었다.하지만 굳이 묻진 않으며 그는 나름대로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사인을 바라봤다. 이번 사인은 묘하게 잘 된 것 같았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간 후에, 서랍을 열었고 초콜릿 칩을 가득 박은 코뿔소 쿠키를 꺼낸 후에 입에 쏙 집어넣었다.
"응?"
이어지는 그녀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퍼클이라고 해도 목숨이 여러개는 아니며 목숨거는 상황이 무섭지 않았냐는 그 물음에 은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으음- 소리를 작게 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녀의 물음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퍼스트클래스이긴 해도 목숨은 하나 뿐이야. 네 말대로. 당연히 무섭지. 난 다치는 것도 무섭고, 죽는 것도 무서워. 누군가가 죽는 것을 보는 것도 무섭고. 하하. 너무 겁쟁이처럼 보이려나? 하지만 실제로도 그래. 응. 무서워."
어떻게 안 무서울 수가 있을까. 목숨은 한번 사라지면 끝이었고, 다시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한번 죽게 되면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없고, 소중한 이를 다시 마주할 수도 없었다. 누군가는 퍼스트클래스인데 죽음을 무서워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애초에 그걸 왜 걱정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은우는 그 모든 것들이 무서웠다. 단지 밖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한 거야. 3학구를 혼란으로 빠뜨렸던 샹그릴라 사건도, 그리고 이번 4학구 소멸 위기 사건도 말이야. 다른 이들이 할 수 없고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한 거야. 무서움을 애써 무시하고, 이를 악물고 말이야. 솔직히... 우리 애들은 안 끼였으면 좋겠는데. 다른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다들 그냥 있을 순 없다고 나섰거든. 뭐, 이유야 꽤 여러가지 있겠지만... 죽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는 없었을거야. 다들 각자의 이유로 애써 눈을 돌리고, 혹은 극복한거겠지. 아마 다들 죽는 것은 무서울걸?"
적어도 자신이 아는 부원들은 그랬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는 없었고, 각자의 이유로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2개의 사건을 연달아 해결한 것이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후회는 없어. 뭐... 샹그릴라 사건 같은 경우는 애초에 높으신 분들이 나에게 해결하라고 선포를 했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었거든. 하하. 덕분에 애들에게 걱정 많이 시켰지. 그 당시에 너무 과로해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었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거든. 15주년 기념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아예 안티스킬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나에게 시일 내로 해결하라고 말했으니 말이야."
당시의 쓰라린 기억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박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땐 정말로 필사적이었지. 아마 다른 애들이 없었다면 정말로 지쳐서 쓰러질 정도로. 은우의 시선은 주인이 없는 비어있는 자리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모두 자신의 부원들이 앉는 자리였기에...
"...어쩌면 다른 이들이 함께 해주고 있기에,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하하. 그렇다고 해서 죽는 것이 안 두려웠던 것은 아니야.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외면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싫었을 뿐이야. 특히나 4위 레드윙은... 꽤 친한 사이이기도 하고 말이야. 하하. 조금 실망했으려나? 퍼스트클래스인데 이런 약한 모습을 보여서 말이야."
situplay>1597041277>968 성운: “맥X···? 그거 여자들 잡지 아니었어? 그, 그러니까··· 그, 패션이라던가, 으, (빨개짐) ···응, 그런 것들 다루는 잡지. 내가 그런 걸 왜 봐...” 성운: “그보다 혜우야아아 먼지투성이 바닥인데 8ㅁ8” 당신이 잡은 순백이다 악깡버
최근 3학구 외곽에서 출몰하는 호버바이크 폭주족 조사. '단지 같은 날 같은 시기에 우연히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둘러대면 안티스킬이 자기들을 피해갈 거라고 믿는 바보들이지만, 차량이 거의 통행하지 않는 외곽 도로에서 얌전히 스피드를 즐기는 점을 보면 천성이 나쁜 녀석들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어쨌거나 윗선에서는 이 자들을 모조리 잡아 족치기로 결심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진압 과정에서 불필요한 유혈이 생기지 않도록 전력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학원도시의 행정체계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바이크 동호회 연합원'은 주로 레벨2의 이능력자 이하로 구성된 20여 명이 전부. 그러나 그 사이에 안티스킬 측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강능력자 이상의 이능이 한 명이라도 끼어 있다면, 고작 테이저 건과 사스마타를 가지고 진압하기에는 곤란한 일이 된다. 탐문 결과 실제로 2명의 강능력자가 일종의 '용병', '객원 멤버' 형태로 바이크 갱에 속해 있는 것을 파악. 안티스킬 측에서는 감사를 표했고, 당연히 상장 같은 건 구경도 하지 못했다. 이번 임무는 나 또한 놀란 점이 많다. 처음에는 바이크 갱에 레벨3 이상이 섞여 있을 리가 없다고 추측했기 때문. 그렇게 강한 이능이라면 이렇게 허세 부리는 일따위 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
>>7 호란: “아줌마가 궁금한 건 그거란다. 너도 학생이잖니··· 학생이 그런 일에 노출되는 그 자체가 경악스러운 거야. 바깥 학교의 선도부 아이들이 마주치는 가장 큰 골치라고 해봐야 뒷골목에서 떼로 몰려서 담배 피우는 망종들 마주치는 정도일 텐데.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도시니, 여기는.” (착잡) (앞으로 인첨공이 어떤 곳인지 뼈저리게 접하게 될 유호란 여사.) 호란: “성운이도 만만찮게 고집쟁이인데 그런 아이들이 잔뜩이라니 너도 고생이 많겠다, 얘.” 호란: “자, 이거 별거 아니지만 아줌마가 마련해온 선물인데, 반찬 하라고 챙겨왔다.”
성운: “잘 모르겠어, 그런 거 왜 보는지··· 아니, 알 것 같기는 한데 딱히··· 나는···” “네가 있잖아···.” (자기가 한 말이 어떤 의미로 들릴 수 있을지 전혀모름) “바닥에서 그러지 말구.” (폴짝 뛰어든다. 좀 큰 쿠션이나 플러피 인형 하나가 품에 떨어진 정도의 무게감) (바닥을 톡 쳐서 함께 둥실 떠오름) (침대로 포물선 그리며 천천히 낙하)
화장실에서 몇 번을 주저앉았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먹은 것이었을 덩어리가 쏟아졌고,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 흘렀다. 두 번째로는 속이라도 진정시키고자 마셨던 물이었다. 먹은 그대로 다시 목을 타고 울컥거리는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세 번째는 빈속이었다. 네 번째는 빈속이었고, 다섯 번째도 빈속이었으며, 여섯, 일곱…… 모르겠다. 태오는 아예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으레 보이던 증세였다. 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자주 이랬지만 한 번 다녀오면 노이즈에 가려진 덕분에 사람들이 안색을 보지 못해 모를 뿐이다.
"……."
담즙까지 쏟아내 이젠 나올 것도 없다. 지친 나머지 차마 입에 고인 희멀건 위액을 뱉어낼 수 없어 그대로 뚝뚝 흘려내기를 택했다. 반쯤 감은 눈과 함께 태오는 생각했다. *발. 지금 상황에서는 걸쭉한 욕설 빼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발, 이 *같은 몸뚱이. 단 한 번도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 인생도 엿 같은데, 몸도 단 한 번을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가 없으니 속이 다시금 뒤집히려는 것 같다. 아니, 뒤집혔다. 태오는 부들거리며 다시금 토했다. 시큼한 위액 때문에 목이 헐어버린 것 같았다.
저질렀다. 저지르고 말았다. 나리와의 접선을 끝낸 솔리스의 신도는 일체의 망설임 없이 데 마레를 뒤집어엎었다. 다른 신도를 앞세운 호버 택시 한 대가 데 마레로 돌진했고, 이 과정에서 연구원 셋이 다치고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신도는 이후 연구소에서 자폭했다. 단단한 얼음으로 벽을 세운 스카디 덕분에 인명피해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 과호흡 증세를 일으키다 쓰러진 이후 사람만 보면 비명을 지르고 숨는 통에 독방에 옮겨졌다. 2학구에서 벌어진 호버 테러는 다시금 인첨공 최악의 테러 단체였던 솔리스의 악명을 상기시키기 충분했고, 당시 피해자 신분으로 연루되었던 데 마레가 어떻게든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게 막았던 이야기가 끌려 올라왔다.
"*발…."
연구자금과 기밀을 빼앗겼다더라. 데 마레가 피해자긴 했지만 부소장 자리를 노리던 연구원인 윤 씨의 행동을 정말 몰랐겠는가, 인첨공의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꼬리를 자른 것은 아닌가……. 근거와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소문은 퍼지기 시작했고, 데 마레는 한시적으로 연구소의 문을 닫았다. 대외적으로는 나날이 들이닥치는 기자를 막기 위함이라지만 2학구의 사람들은 알았다. 악재와 악재를 거듭한 탓이었다. 경호원 아스트라페는 혼수상태며, 희야는 폐쇄병동의 독방에 있고, 승환이 이 모든 것을 떠안기엔 지나치게 큰 심적 부담이 있었을 테니, 그간 데 마레가 쌓아온 선행과 미덕 덕분에 이미지의 손실은 없지만 사람들은 자기 좋을 대로 떠드는 것을 좋아하니 아마 잠잠해지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누구도 그 뒤에, 누가 있었는지 모르고. 아마 누군가 양심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이상 평생 모르겠지. 태오는 손등으로 입가를 대충 문질러 닦았다. 색색거리는 숨을 뒤로 얼마 안 있어 태오는 다시금 변기에 머리를 처박고 토했다.
"윽, 으-"
내 탓이 아니다. 이는 업보다, 모든 재앙은 자신이 한 걸음씩 내딛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 아닌가? 나는 그들과 걷지 않았으니 이는 그들의 업보다. 나는 그저 살짝 떠밀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결백하다. 속내를 방금 읽었는데 실로 결백하다 느꼈다. 그리고 그 점에서 참을 수 없는…….
"우욱-"
더는 생각할 기력도 없다. 희멀건 위액이 다시금 쏟아졌다. 태오는 자연스럽게 눈에 고인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몸을 떨었다.
헤실헤실 웃지않을수없는 서연이었다. 앞으로 저지먼트 활동 열심히하면 나중에 내 점포 개업하고서 손님으로 초청할수도 있으려나? 편의점은 접근성이 다른 모든조건을 압살한다는거야 경험으로 터득했다만 혹시 아나? 인첨공의 퍼클(심지어 이제 서열도 5위로 오른)인 부장이 간혹 방문한다고하면 궁금해서라도 손님들이 발걸음할지? 뿌듯한 수확에 힘입어 그때까지 힘내보자고 다짐을 새롭게하는 서연이었다
한편 서연이 부장의 몸을 더듬으며 능력을 쓸 생각을 거뒀던건 현명한 선택이었던 모양이다. 머리는 느리고 주둥이는 빨라서 서연이 섣불리 뱉어버린 말에도 부장은 무척이나 선선하고 진솔한 대답을 해주었다. 퍼클에게 평범한사람의 잣대를 들이대는건 실례라고 뜨끔했었던게 무색하게 상상이 안가면서도 당연하다면 오히려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능력이 강해도 어제 부부장이 잡은 깡통이 아니고서야 본질적으로 인간이고 동물이다. 맞거나 다치면 아프고 죽으면 끝이고 두려움과 불안같은 감정도 느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사람은 못하는데 본인은 할수있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나선건 어지간한 용기와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일 아닐까? 먹고살자고 인첨공에 와서 전기충격이며 똥색약을 참고앉았는 서연에게는 난해한세계였지만 겁쟁이같냐는 말에는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 겁쟁이는요? 지금 말씀 안들었으면 부장이 괴물같았을걸요~~ 무서운데도 할수있는일을 생각하고 서로를 도울수있었던 부원들이 굉장해보이기도 하고요 실망 안했어요 오히려 그런마음을 용기라고 부르나보다 생각했어요 "
어디서 들은거같다. 두려움이라곤 없이 싸우는 사람은 멋모르는 애송이거나 PTSD로 감정이 마비된거라고 정말로 용기있는 사람은 본인 안의 두려움을 직시하고 인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의식을 갖는다고. 그런의미에서 부장과 저지먼트는 영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서연은 선선히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그렇게까지 용감해지기는 어렵다는 점까지
-내가 기억하는 것과 티가 기억하는 건 많이 다를 거에요. -그럴 만도 해요. 저는 그 때에 아주 많이 다른 모습으로 있었으니까... 말이지요? 언제든 사라져버릴 수 있는 자로써... -선택권 없는 자에서 선택권을 쥔 자가 되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가... 같은 걸 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약간의 심술 같은 거니까요? -...아.. 그 대분류는 싫어요. 그 다음은 ....키네시스? -그들을 만나게 되면... 후훗.. 만나게 되면? 이라는 의문을 남겼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눈은 감기고 맙니다. 그리고 벌어진 일은 옮기지 않는다. 반복된 선택이었을 뿐이기에.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이동했다는 사실은 건재하다. 그러나 닿을 수 없는 일이다. 모호한 사실들과 선명한 거짓말. 당신이 불안정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는가?
......어느 순간 당신은 병원처럼 보이는 곳에서 눈을 떴습니다. 당신을 내려다보는 빛에 따라 적색과도 닮아진 눈은 유리구슬처럼 무기질적이었습니다. 햇빛을 통과시키는 것처럼 승화해서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함.
"만일... 전부 뒤엎는다면 티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냥 뒤엎는 게 아니에요." 하나하나 집요하게 바꿔버릴 수 있어요. 제대로 조건을 맞추기만 하면... 대체재를 찾아서... 라는 말을 이어가며 웃는 당신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 볼에 떨어집니다. 미지근하고. 붉은색이었습니다.
케이스: 이 선택할 때로 가면 뭐하실건데요?(장난과 심술) 수경: (반복작업) 케이스: (어째선지 .... 대분류 죽이고싶다 모드) 안데르: 저 티가 원한다면 유토피아 프로젝트 짝퉁도 하려고 노력할수도 있어요. 전부는 못해도 몇구획은 반드시 날릴 수 있을걸요.(피눈물 흘리며) 티: 아.. 그거 막으려고 노력한 거 못 들으셨나요...? 게다가 저지먼트에 맞으면 돌아가실 것 같은데요...
"용기..려나. 모르겠어. 그냥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거든. 후회할 일은 워낙 많이 하면서 살았기 때문인가."
인첨공에 오기 전, 자신의 부모님을 잃었던 그 날도, 그리고 인첨공에 들어와서 제 동생의 심장에 폭탄을 심게 한 그 날도. 그리고 그 외 자잘한 날들도 포함해서... 자신의 인생은 후회투성이라고 은우는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 제 불행함을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앞으로는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딱히 영웅이 될 생각은 없었고 그냥 나중에 이때 이렇게 했어야 했었어. 식으로 후회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떤 환경이건, 어떤 일이건.
"도망치면 어때. 난 도망쳐도 된다고 생각해.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다면 그것도 상관없잖아?"
서연이 도망부터 갈 것 같다는 말에 은우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무서워하는 것은 죄악이 아니고, 충분히 무서워할 수 있었다. 애초에 꼭 싸워야만 제 몫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은우는 생각했다. 싸울 수 있는 이는 싸우되...
"대신에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네 능력을 생각해보면, 넌 많은 것들의 정보를 탐색해서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잖아. 그건 다른 이들은 아무도 못하는거야. 심지어 나조차도 모든 것을 알 순 없어.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직접 파악해서 알아내는 너와는 완전히 다를거야. 우리 저지먼트에선 그렇게 전투 능력이 아니더라도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어."
도망쳐도 돼. 그 대신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돼. 그렇게 이야기를 한 후, 은우는 자신이 올해 저지먼트에서 밀고 있는 캐치 프레이즈를 거론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남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그 대신, 남이 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자. 난 이 말을 정말로 좋아해. 나 역시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남의 도움을 받거든. 그러니까 싸움이 무서우면 싸우지 않아도 되고 물러서도 돼. 싸울 수 있는 이가 싸우면 되니까. 그 대신...싸우는 이들이 못하는 것을 네가 하면 되는거야. 알겠니?"
이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하나 더 먹겠냐는 듯이, 코뿔소 쿠키를 꺼내서 서연에게 내밀었다.
"그와는 별개로 오늘부로 정식으로 올려줄게. 앞으로 열심히 해. 서연아. 잘 할 수 있어. 다른 이들과 함께 하면...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120 그렇기 때문에 더 치밀하고 짜임새 있어서 더 그럼... 갠이벤으로 하려면 어쩔수 없이 부분부분 여지를 남겨야 하는데 태오주가 푸는 태오 서사는 그런 여지 없이 한 피스 한 피스 채워넣고 있는거니까 보는 입장에서는 빨리 전체를 보고 싶은데 원하는 피스를 고르지도 넣지도 못해서 탄식하지 태오주는 태오주대로 모든 피스를 쥐고 있지만 태오주가 다음으로 넣을 피스와 그 자리를 찾느라 골이 아픈 듯 하고 크아악 아무튼 태오 앞으로 어떻게 되냐고 빨리 서사 완성해줘어억
>>127 좋은 말 고마우잉...🥺 그렇지 하나하나 채워넣고 있긴 하지... 내가 이 퍼즐 조각을 가지고 있다 바라는 설정을 보고 싶다면 나를 현생에서 살려달라(?) 백지퍼즐 3000피스 채우는 느낌이긴 해🥲 이거 풀면 저거 풀 자리 찾아야 하고 저거 풀면 저거가 혼자 동떨어진 조각이라 저~~~~거랑 맞는지를 모르겠고 그래도 열심히 하겜ㅅ습?니다 암튼 나의 현생을 살려달라.
>>128 와우 어떻게 이런 맛잘알 발언이 애절피눈물안데르부터 알아본 수경주의 맛잘알력. 짱.
[난, 그냥, 그때 그 일 이후로 시간이 오래 지나기도 했고... 워낙 지혁이가 수색을 가고싶어하기도 했고... 또,] " 겨우 그따위 이유 때문에!? 대체 넌... " [그리고 너도 알잖아! 지혁이도, 찾아야 할 사람이...] " 집어치워!! 내가 카메라로 똑똑히 보여줬잖아! " [겨우 그 정도로 희망을 버리라는거야 지금?] " 희망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네가 무슨 짓을 한건진 알고있어!? "
지혁이 괴이로 수색을 떠났다. 그것도 비공식적으로. 캠도, 녹음기도 없다. 그것을 동월에게 비밀로 한 채로, 3일이 흘렀다.
음.. 전투 팁...?(안하면좋고 사실 코뿔소라면 몇턴만에 밀어버리겠지만) 기본적으로 대화 우선. 선공을 덜하려 하는데 이건 이전 구역의 조건 보고 달라질 수 있음. 텔레파시, 일렉트로키네시스, 감지 계열 우선타격 or 떼어놓기 시도 그 외 잡다한 우선순위결정은 공격레스를 보고 취합해서 달라짐... 이긴 한데. 광역공격이 가능한 분들은 후순위(*레스주 캐 중에서는.. 성운이, 한양이, 금이.. 정도?)
로벨: 이세상은 이상적이지 않다. 우리의 시공간의(어려운 말들) 의 종합적인....것(중략) 로벨: 그러하기에 우리는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우리의 '상정'을 취해야 한다..... 로벨: 어떠한 것을 하게 되더라도. 우리의 목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얻는다 해도... 로벨: 그 초석이... 네가 될 수 있단다. 티. 수경: 그럼 저는... 로벨: 성공하던 실패하던. 네가 부서진다 해도.. 멈추지 않을 거란다.
커리큘럼-을 빙자한 진윤태 관찰을 마치고 합주 연습을 위해 성운이 아지트로 갈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잠시 별개의 연구실에 들러 한창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한 대화를 하고 오늘은 어떤 곡으로 연습을 할 지 머릿속으로 악보를 넘기며 유준의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말 그대로지. 말 그대로, 데 마레가 테러 당했단다." "...그, 래서?"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상주 경비 한 명 중태, 소속 학생 한 명은 특수병동에 입실, 이라고."
아.
낯익은 얼굴 둘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또 한 얼굴이.
나는 천천히 내 폰을 꺼내보았다. 아무 연락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바깥으로 아무도 없이 또.
"...오늘 연습은 취소" "아뇨. 마저 준비해서 가요."
나는 폰을 집어넣고 첼로 케이스와 악보를 챙겼다. 잠시 남는 짬에 아메를 안고 얼러주며 놀아주는데 옆에서 가만히 서 있는 기척이 있었다. 돌아보니 유준이 못 박힌 양 서 있길래 물었다.
"뭐 해요? 안 가요? 시간 없다매요." "그... 건 그런데, 너 정말 괜찮냐? 데 마레잖아. 여기 학생, 걔일지도 모르는데." "걔 맞겠죠. 지금 데 마레에는 학생이 한 명 뿐일 테니까." "그런데 안 가 보려구?" "내가 왜요?" "뭐?"
이 때 유준은 등골이 식다 못 해 얼어붙는 감각을 느꼈다. 돌아본 얼굴이 웃으며, 그 말을 했을 때.
"여기 있는 나를, 부르지도 찾지도 않는데, 내가 왜 가야 해요?"
뭔가 단단히 어긋나고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악보를 챙겨 따라나서는 수 밖에는.
아지트에 도착해 성운을 만났는데 이게 왠 걸, 성운의 손 끝이 다 부르트고 벗겨져 있었다. 분명 밤 늦게까지 연습하느라 그랬겠지.
"고운 손 다 까졌네. 이리 와 봐."
나는 첼로를 꺼내지도 않고 내려놓은 뒤 성운이부터 끌어당겼다.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아, 내 무릎에 성운이 걸쳐 앉게끔 하고 나보다 희고 작은 손을 모아 들고 조심히 살펴보았다.
갓 악기를 익혀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그저 연습과 연습과 연습 뿐이었다. 나 역시 첫 무대가 잡혔을 때, 손이 부르트도록 연습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그 시절 나와 똑같이 까진 성운의 손을 보고도 왜 그랬냐 탓할 수 없었다. 탓하는 대신, 손끝 하나하나에 입 맞춰주며 새 살이 돋게 해주었다. 그렇게 다 낫게 해준 후에도 한동안 안고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득, 목 끝까지, 오늘 연습하지 말까- 하는 말이 치솟았지만 무거운 숨과 함께 삼키고, 성운의 길고 복슬한 머리칼을 길게 쓸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럼 오늘도 힘내보자."
싱긋 웃으며 그런 말도 하고, 느릿하게 성운을 내려주고 그런 후에야, 그제서야 첼로를 꺼냈다.
결과적으로 성운의 밤샘 연습은 내가 생각한 기준에 가깝게 실력을 끌어올렸다. 어디까지나 '가까운' 것이지, 기준선을 달성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전 연습 때보다는 덜 차갑게, 덜 예민하게 대할 수 있었다.
"-좋아. 이 소절만, 여기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여기 악센트 주의해서, 하나 둘."
간간히 첼로를 놓고 성운의 옆에 서서 악보를 짚어주며 설명도 해주고
"으음, 여기는 이 주법이 아니라 다르게...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그래, 그거 괜찮네."
즉석에서 합주를 위한 편곡을 가미하기도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날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오늘도 고생했다." "선생님도요. 아, 오늘은 혼자 가세요." "뭐, 뭐? 왜?" "나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 거니까요."
오늘은, 집에 가서 혼자 있다간...
태연한 표정의 나를 보던 유준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리고 짐짓 귀찮다는 듯, 성운에게 말했다.
"나 지금 이 녀석 고집 꺾을 힘도 안 남았다. 오늘은 좀 데리고 자라. 응? 그럼 나 간다?"
평소와 같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얄밉게- 성운에게 나를 떠맡기듯 말한 유준이 붙잡힐새라 후다닥 자리를 뜨고 생글생글 웃으며 그 뒷모습에 손을 흔들어준 나는 뒷짐을 지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성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오늘밤은 성운 오빠랑 있고 싶은데, 안 되요?"
치사하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온기에게, 위로 받고 싶었다. 혼자 울부짖고, 혼자 싸늘히 식어가는 밤은, 더이상...
하루 차이가 아니라 3일 차이가 나는건 보너스 계수 차이가 아닐까요? 혜우주 은근히 보너스 계수 많이 타먹은걸로 기억하거든요. 이를테면 유니온의 은혜라던가.. 그렇게 다이스로 준 것도 여럿 되긴 하는지라.. 혹은 한번에 계산하다보니 로스트가 생긴걸수도 있고요 그렇기에 가급적 계수는 미루지 말고 즉각즉각 적용하는걸 추천드려요. (사르륵)
이럴땐 무슨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침묵하는 서연이었다. 부장의 말은 서연에게 이 인첨공이 참 사연많은 도시임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서연은 지금까지 살면서 후회되는게 사실 없었다. 보육원은 어차피 퇴소를 앞둔 상황이었고 인첨공에 안왔대도 달리 갈데는 없었고 훈련인지 고문인지 실험인지 모를 과정을 겪는것도 여기서 지내는 세금인셈 치고있다 물론 질색이긴 하다만 후회한다고 뭐가 바뀌는것도 아니고 당장 닥치는 하루하루에 대처하기도 바빴다. 하지만 그런것도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할만큼 나쁜 결과는 없었던 덕분이 아닐까 반대로 부장이 후회할일이 많았다는건 그만큼 원치않는결과를 맞은적이 많다는거고 그런의미에서 자신은 인첨공에 온 사람중에는 대단히 운이 좋은축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서연이었다
" 에? 에에?? "
눈도 입처럼 말할수 있었다면 지금 서연의 땡그래진 눈은 이렇게 소리질렀을것이다 도망쳐도 된다고요? 저기요 부장??? 반전이다 아예 안끼면 안꼈지 중간에 런하면 다른부원들한테도 찬물일텐데 그래도된다고? 진짜???
서연이 벙찐것과는 반대로 부장은 태연스레 대답을 이어갔다 그걸듣고서야 왜 부장이 폭탄선언을 했는지 알거같아졌다 꼭 싸울 필요없고 내 능력으로 할수있는거에만 집중해도 충분하다 그럼 속편하지~ 굉장히 찜찜해진 부분인데 명쾌하게 풀어줬다고 감탄하는 서연이었다...만 한편으로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네가 알고 있는 그 '목숨을 건 싸움'은 난 저지먼트로서 오라고 한 적은 한번도 없어. 애초에 그건 저지먼트의 일을 넘어선 범위거든. 그렇기 때문에, 애들에겐 항상 미안함만 느끼고 있어. 그와 동시에... 자랑스러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진 알 수 없고, 무슨 각오로 싸우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다들 모르는 척 하지 말고 나서준다는 것은 자랑스러워해도 좋은 일이 아닐까. 적어도 은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과연 어떨런지. 한양이 습격을 당한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더더욱 위험한 나날이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평화로우니, 그걸로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애써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다.
"나는 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 단지 퍼스트클래스이기에, 그리고 누구보다도 강한 능력자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좀 더 많을 뿐이야. 하하. 그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가을이 찾아왔고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게 되면 차기 부장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나는 저지먼트를 떠나게 될테니까."
그 이후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설사 자신이 혼자서 위험한 일을 한다고 해도, 더 이상 그것을 반대할 이는... 제 동생인 세은이를 제외한다면 없겠지. 아니. 애초에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동기들이 아니고서야 굳이 그렇게 많이 연락을 할 것 같진 않다고 생각을 하며 은우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괜히 아프네."
봄 시절에 샹그릴라를 쫓기 위해 혼자서 무난히 무리했다가 지쳐서 쓰러진 것 때문에 병원에 실려갔고, 그 이후에 찾아온 이들의 눈초리와 분위기를 떠올리며 은우는 난감한 웃음소리를 내며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이미 한번 전과가 있었으니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과연 어떻게 될런지. 다른 이는 몰라도 리라는 화가 잔뜩 나서 쫓아오고, 한양이는 죽은 눈으로 날 죽일 생각이냐고 투덜거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그저 난처한 웃음소리만 계쏙해서 낼 뿐이었다.
"인첨25? 본 것 같기도 한데... 시간이 나면 한번 찾아갈게. 그리고 네 능력은 미미하지 않아. 네 능력은 숨겨진 진실을 파악하기 아주 좋은 능력이야. 그리고 그건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물체의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 그것은 탐색전과 파악전에 있어서 엄청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혜성이나 이경이 등의 능력과 조합하면 정말 어마무시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판단하며 은우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러다 그녀가 인사를 하자 그는 싱긋 웃었다.
"잘 부탁해. 내가 부장으로서 있는 그 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도."
/어서 오세요! 서연주! 그럼 전 이렇게 막레를 드릴게요! 일상 수고하셨습니다!! 와. 서연이는 엄청 귀여워요!
결국 집안일을 다 하면 이 시간이군 태오주 어서오세요- 피곤하시면 일찍 주무시고 얼리버드 주말을 즐겨보세요..! 아참, 가시기 전에 질문 하나... (너무 피곤하시면 나중에 대답해주시거나 스루하셔도 좋아요) 오늘자 훈련의 데 마레 테러 건, 공개적으로 언론에 기사가 났나요? 피해 내역은 얼마나 상세하게 보도되었나요?
저지먼트 부실에 돌아오는 건 얼마만일까. 제법 오랜 시간을 비우고 있었지만, 내가 없이도 잘만 돌아가는 목화고의 저지먼트. 어쩌면 이 공간은 내가 구석에 기대 놨던 빗자루나, 적당한 각도로 돌려 놓은 의자까지도 치우고 정리하며 내 흔적을 모조리 지워 버렸을지도. 물론 그걸 원망하는 건 아니다. 내가 바빴던 것처럼, 코뿔소들도 바빴을 것이라 생각하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으로 말을 맺자. 아주 약간 변해 버린 풍경과 새로운 얼굴들 사이로 보이는 과거의 행간에는, 고향의 산이 어느새 바람에 깎여 사라져 버린 정도의 그리움만이 존재한다.
곧 부부장과의 면담을 약속한 시간이다. 저지먼트는 안티스킬 못지않게 드나드는 인원의 보안에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되는 기관이니만큼, 이렇게 한참 동안 개인 임무를 수행하며 소재가 불명확해져 있다가 다시 나타난 경우에는 대표자와의 면담을 거쳐야 하는 모양이다──아니, 저지먼트의 관리수칙 따위 내가 알 리 없지. 대충 그렇게 돌아가는 구조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나라도 6개월 동안이나 지하의 정보를 빼내고 다닌답시고 정기보고 외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던 부원이 다시 불쑥 나타나면, 일단 외부 기관에 첩자로 포섭당했는지부터 의심할 거다. 인간을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부실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부부장이 무얼 하고 있었든… 내가 왔음을 알리기 위해, 손가락의 관절로 사무실 내부에 설치된 파티션을 가볍게 두어 번 두드린다. 속이 빈 합판제 파티션이 '똑똑'하고 울리는 소리가 났다. "…부부장님,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애쓴다. 집 나간 강아지가 되었다 돌아온 기분 때문에 약간 굳은 얼굴이었지만, 아직 '어색함'이라는 핑계가 남아 있으니 괜찮을 것이었다. 소파에는 앉지 않고… 발꿈치를 미약하게 구르며 선 채로.
>>0 사격훈련을 하면서 청윤은 요즘 들어 유독 연구원이 바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에는 별 의욕 없이 관망하던 것과 다르게.. 뭔가 초조하달까? 의구심이 좀 들었다.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전화도 많이 하고.. 솔직히 연구원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면 본인도 신경 쓰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
"아.. 하나 빗나갔다."
<해가 지날수록 여름의 태양은 희미해지고, 더 어두운 날은 다가오네요. 겨울 바람은 더 추워질탠데, 당신은 여기 없네요. 저는 새들이 가을 하늘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날아가더니 하나하나 사라지는 것을 봤어요. 저도 그들과 함께 날고 싶었지만 당신은 여기 없네요. 나무 사이로 비치는 태양처럼 당신은 절 사랑했어요. 바람의 날아가는 나뭇잎처럼 당신도 날아가고 말았네요... 우리가 길을 걷던 가을의 황금 가운, 당신은 늘 이걸 좋아했어요. 저 낙엽들은 여전히 누워있어요. 당신은 지금 여기 있으니까요...>
"...뭐 읽고 계세요? 시인가?" "그, 라디오 드라마에 나온 문장인데." "라디오 드라마요?" "정확힌, 그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받은 시..아냐 됐다."
연구원은 갑자기 어딘가로 뛰쳐 나가버렸다. 청윤은 늘 저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사격 훈련에 매진하는 것이었다.
>>380 1.일단 다 가능합니다. 다 가능하긴 한데 리얼리티 계열인만큼 그에 대한 약점이 상당히 강력하다는 것은 짐작하고 계시겠죠? 슬슬 약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게 쓰면 쓸수록 자기 반동이 심하게 오기 때문에 결국 제 수명과 맞바꾼다는 것이에요. 즉 능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자신의 목숨이 줄어든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걸 감안해서 설정을 해주셨으면 해요. 일단 다 가능해요. 단지 반동이 엄청 세게 올 뿐이에요.
2.아니요. 직접 말하는 것만 해당이 된답니다. 안드로이드에 입력도 안돼요.
3.애초에 데인저센스라면 그게 환각이라는 것도 바로 파악하고 간파하게 될 것 같네요. 특히 지금의 랑이의 레벨이라고 한다면요.
《연플》 1호: 천혜우&서성운(93판) 통칭 '심해냥이'와 '칠라'(or 설표) / 비고: 알싸한 맛이 일품 2호: 성여로&최이경(100판) 통칭 '여우'와 '학' / 비고: 달달풋풋 귀여움 3호: 이리라&나랑(118판) 통칭 '카나리아'와 '늑대' / 비고: 힐링커플. 정석. 4호: 이혜성&윤금(121판) 통칭 '백호'와 '금냥이' / 비고: 계약연애(인데 감겼죠?)
《우정, 유사가족, 가족》 3학년 동기조: 최은우&서한양&장태진&이혜성&강철현&현태오 / 1~3학년 저지먼트 생활을 함께 한 동기조. 괴이부: 동월&류애린 / 인첨공의 기이한 현상, 괴이 현상을 쫓음. 동거즈: 성여로&최이경&진정하&이청윤 / 여로의 집에서 동거중. 데 마레즈: 현태오&<vclr gray>안희야</clr>&천혜우 / 인첨공 초창기부터 존재한 연구소 '데 마레'에서 같이 자라다가 헤어진 사이. 유사가족. / 안희야 시트내림(현태오로 변경) - 희야의 정보는 위키에 안희야 치면 나옴 밈미&먐미: 이혜성&현태오 / 오너끼리 밈미먐미 하던 게 캐한테 옮음(...) 번거로운 우정: 서성운&동월 / 18세 동갑내기 남고생즈(선천적 얼간이들급 우당탕탕 스트레인지 출신: 나랑&윤금&류애린&현태오 / 말 그대로 스트레인지 출신. 랑-태오, 금-태오는 서로가 스트레인지 출신인 걸 알지만 이외의 플레이어들은 '본인이 직접 얘기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양아치즈: 현태오&이리라 / 피어싱(+@로 현태오 문신) 탓에 양아치로 몰림 조깅조: 최이경&진정하(추가바람) / 조깅귀신 최이경의 조깅 모임 장 씨 형제: 장태진&장경진 / 친형제. 자경단: 이혜성이 챕터 2를 기점으로 리더로 자리해 창설한 자경단. 현재 시트캐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호오의 불균형즈: 서성운&현태오 / 성운의 아버지로 인해 증오를 품은 태오와 그 사실을 깨달음+한 번의 오해로 빚어진 상호 줘팸관계. 앙숙인 듯 아닌 듯한 애매한 관계. 저지먼트도 저 둘 사이 별로구나... 정도는 어렴풋이 알듯.
《번외 - 잘 쓰이지 않지만 알아두면 일단 대화는 되는 밈》 4학구 의학 박물관: 인체의 신비전 나리: 현태오의 '주인 나리'와 크리에이터의 딸이 소유중인 AI 인공지능 'Nari'의 말장난. 어장에서 주로 쓰이는 것은 태오의 주인 나리. 심해눈깔: 데 마레즈의 눈동자를 달리 일컫는 말. 심해눈깔 뜬다고 하면 120% 이쪽이고 전원 한 성깔 해서+캐릭터들 눈 묘사가 원체 그래서 그렇다... 번외편으로 성운이의 외우주눈알이 있음 여로가또, 철현이또: 여로의 블러핑이 또, 철현이의 블러핑이 또 뇌세포: 캡틴의 설정을 잘 터는 탓에 캡틴의 뇌에서 독립을 못 하는 대학원생들을 일컫는 말(?) 다갓배틀: 제 설정을 털어주세요 계친자: 계수에 미친 자. 훈련해라. 조수: 미니 이벤트용 npc로, 모카고 캐릭터들이 이벤트에서 고통받는 주 원인. 일상칼: 찔리면 일상 해야 함. 퇴근: 이걸 해야 뭔가 하는데 우리 어장에는 퇴근 발언이 적은 것이 함정. 인첨공 앞바다: 사람을 인첨공 앞바다에 담근 적이 있나요? (은우: 예.) 어푸어풉푸 꼬로록... 두려워 말라, 심해, 크툴루: 현재 시트 내린 안희야로 파생된 밈. 걍 산치체크 필요할 때 씀. 볶음밥: 이청윤 호출버튼 철커, 광기의 고3, 철현아! 등등 철현을 부르는 모든 호칭: 철현+조커 고3의 광기 그는 신인가 복복: 상대를 일단 쓰다듬어요 봑봑: 거칠게 다뤄주지 오늘 인물났다
최근 크리에이터의 이슈 때문에 많이 바빴다. 레드윙의 경호부터 시작해서 크리에이터의 제압,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폐기라는 과정을 거쳤다. 유토피아가 폐기되게 한 원흉인 한양이 제로세븐에게 습격을 당한 것까지. 하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부실의 부부장 책상에 앉아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나저나 간만에 일이 들어왔네. 저지먼트에 복귀한 부원과의 면담이라 -
한양은 파일철을 하나 꺼내든다. 부원별로 신상과 정보를 작성해서 각각 파일철로 만들었고, 개수는 대략 스무 개가 조금 넘었겠다. 한양은 청이 올 때까지 여유롭게 인적사항을 보고 있었고, 파티션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야 고개를 들었을 것이다.
" 왔어요? 오랜만이네요. "
한양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청에게 손을 흔든다. 그리고는 자신의 책상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 앉아요. " 라고 말했겠지. 반년 전과는 다르게 외관이 조금 변한 서한양. 안경은 렌즈로 바뀌었고, 인상이 다소 날카로워졌다. 학생 같던 얼굴은 어디 가고, 이미 성인인 듯한 젖살이 다 빠진 얼굴이었다. 키도 좀 컸을 테고. 아마 청이 어색함을 느낀 이유 중에 부부장의 변해버린 외관도 있지 않았을까 - 추측해본다. 하지만 후배를 대하는 여유로운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한양은 염동력을 전개했고, 저 너머에 있는 이미 티백을 고르기 시작한다.
" 차 마시나요? 내가 백청 양이 뭘 좋아할지 잘 몰라서. 유자차 마시나요? "
염동력으로 유자차 티백을 쥐고는 살짝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는 청의 앞에 초코X임 등의 또래들이 즐겨먹을 만한 간식이 든 바구니를 두고는 가리키며 말했다.
" 입 심심하면 먹으면서 해도 괜찮아요. "
본격적인 면담이겠다. 한양이 먼저 꺼낸 말은 -
" 몸은 괜찮나요? 그리고..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었고? "
잘했냐, 실패했냐..임무에 대한 퀄리티의 여부가 아닌 백청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먼저 물었겠다.
>>424 부부장이야 뭐 천천히 정하면 되는 것이고....일단 은우가 교육을 해줄거냐 말것이냐의 여부라서! 일단 정신이 좀 팔린 상태라고 한다면 무슨 일 있냐고 은우가 물어보긴 할 것 같네요. 좀 심할 정도라고 한다면 며칠 쉬라고 휴가를 줄 것 같기도 하고요! 일단은 알았습니다!
>>0 데 마레. 인첨공에 사는 이라면 그 이름을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의 이름을 헤아리는 게 훨씬 빨리 끝나는 연구소다. 숱한 엘리트들을 키워낸 인첨공의 희망의 상징이며, 학생친화적 커리큘럼의 대표주자이자 시초와도 다름없는, 인첨공의 역사를 그 시작부터 함께한, 요컨대 「뼈대있는 명문」.
그러나 그때, 포털사이트의 기사 제목에 걸려있는 데 마레라는 이름이 성운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비단 그런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데 마레라는 이름이 성운에게 갖는 의미는, 비단 자신이 소속된 알터보다도 더 유서깊은 연구소라는 것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데 마레에 테러 발생. 현장에 있었던 4레벨 덕분에 그나마 중상자 1명으로 그쳤으나, 데 마레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있을 만한 4레벨이 누군지 생각해보면······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머리에 동시에 떠올랐다. 혜우한테 가야 해. 아니야, 혜우는 데 마레로 갔을 거야.
······성운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나, 함부로 옷걸이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주저했다. 그때 핸드폰이 위잉 하고 울렸다. 그리고 그 위잉 소리가 마치 성운을 흔들어깨우기라도 한 듯이, 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핸드폰을 외면하고 거실을 가로질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옷걸이에서 외투를 탁 낚아챘다. 아, 이젠 이럴 필요 없는데. 아직 익숙해지지 않는다. 성운은 신발장 쪽으로 손을 뻗었다. 허름한 운동화가 허공을 휙 가로질러 날아와서는 성운의 손에 착 하고 잡혔다. 하하, 무슨 놈의 묠니르가 이렇게 비루한지. 웃기다기보다 씁쓸했다. 그러나 씁쓸해도 어쩔 수 없다. 갈 곳이 있다. 가야만 한다. 성운은 그러고서야 핸드폰을 탁자 위에서 집어들었고, 그때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입구에 왔는데 언제 들여보내줄 거냐는 유준의 통화.
“······오셨어요?”
살며시 떨리는 낯선 억양. 네 글자에 담기기에는 너무 많은 의문과 의미를 담고, 한 마디 말이 마치 짐을 너무 많이 실은 짐말처럼 흔들린다. ···그러고 나서야 성운은 자신의 목소리가 내서는 안 될 목소리라는 걸 깨닫는다. 성운은 억지로 평소의 목소리를 꾸며낸다.
“네, 금방 올려드릴게요.”
하고 전화를 탁 끊고, 성운은 다시 신발을 신발장 쪽으로 휙 내던지고는 바닥을 박차 출입구로 쓰는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우주 정거장의 우주비행사라도 되는 마냥, 중력의 구속을 잃어버린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성운은 창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주었고, 유준과 혜우를 거실로 맞아들였다.
그리고 성운은 아무 말 없이, 혜우가 잡아끄는 대로 순순히 그녀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품에 안겨주고, 손을 내어주고··· 손끝에 입을 맞춰준 혜우가 고개를 들어올릴 때, 그녀의 뺨에 살며시 입맞춤을 돌려주었다. 그리곤 그녀의 손길에 머리를 꾹 들이밀었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맞춰, 그 누구도 뭐라고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성운은 대뜸 중얼거렸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줘. ···기다릴게.”
하며, 성운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오늘도 힘내보자는 혜우의 말에, 가볍게 혜우의 무릎에서 내려와서는 혜우가 연주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손이 엉망진창이 되어가며 연습을 한 보람이 있어, 오늘은 어제보다 덜 혼났다. 합주 레슨은 훨씬 더 유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성운이 보여주는 놀라운 성장속도는 어제 그대로였다.
레슨이 끝나고, 유준과 함께 떠나는 것이 아니라 유준을 배웅해주는 모습을 보고, 성운은 일부러 어안이벙벙한 표정을 꾸며서는 눈을 깜빡이며 혜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혜우와 유준을 번갈아 바라보며, 상황 판단이 늦는 어리숙한 꼬맹이 연기를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손을 내밀어서, 혜우의 손을 꼭 맞잡는 것은 잊지 않았다.
“네··· 네! 그럴게요···”
하고는, 멋적은 얼굴로 웃으면서 혜우를 올려다보며, 있는 힘껏 흉내냈다. 아무 것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평상시를. 차분하고 편안한 일상을.
“···어떡하지, 방을 좀 정리해놓을 걸 그랬어─”
······하던 말도 내려두고, 성운은 혜우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톡, 하고 땅을 박찼다. 성운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른다. 혜우를 품 안에 안아줄 충분한 높이가 되어서야, 성운은 가볍게 허공을 가로질렀다. 혜우가 뒷짐을 지며 놓아준 손 대신에, 성운은 양 팔로 혜우를 꼭 끌어안았다.
“오늘은 무슨 일일까, 혜우야. ···많이 속상한 일이 있었어?” “걱정마. 내가 있잖아. 약속인걸··· ···무슨 일인지 캐묻지는 않을게. 하지만, 기다릴 수는 있어. 네 옆에서 같이. 그러니까··· 응, 마음껏 기대.”
그렇게 대단한 것을 바란 적 없다. 친구들과 우정도 나누고, 누군가와 사랑도 하며, 차근차근, 평범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 일상. 다른 이들이 다 누리는, 그런 평범함. 대입 성적으로 고민도 해보고, 같이 옷이나 신발도 사러 다니고, 할짓 없는 휴일이나 방학날 방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서 무료하네- 하고 헛소리나 하다가, 같이 손을 잡고 놀러 나가는, 그런 보통의 삶.
그게 그게 뭐라고 하나같이 물어뜯고 괴롭히고 빼앗고 뒤흔들고
에너지 코어를 짓누르는 것보다 마음 속에서 치솟는 이 불길을 짓누르는 게 훨씬 어렵다고, 성운은 생각했다.
꿀벌 모양 약물 주입 패치에 진통제를 흡수시키고 피부에 부착하면 점차 상처 부위의 통증이 가신다. 리라는 우둘투둘하게 봉합된 이마를 살짝 건드렸다가 목 근처에 패치를 하나 더 붙였다. 이것도 사나흘이면 울렁거림과 함께 감쪽같이 없어질 자국일테니 크게 신경쓸 필요 없다. 객관적인 사실이 그렇다.
앞머리를 깔끔히 내리고 곧장 옆에 놓여있는 스케치북을 집어 그림을 그려본다. 손이 좀 떨리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니 상관 없다. 작은 곰과 토끼, 사슴, 다람쥐와 도토리, 밤, 단풍잎 같은 것을 한 페이지에 야금야금 그려놓고 실체화 시킨다.
"......"
결론만 말하자면, 절반만 정상적으로 실체화 되었다. 정인은 차트에 상태를 기록 후 비정상적으로 실체화 된 구현체를 들고 가 화로에 내던진다. 금세 재도 남지 않고 사라지는 구현체의 마지막 연기에서 비명소리가 맴도는 것만 같았다.
이쯤되니 스스로의 예민해 빠진 정신머리가 원망스러워질 지경이다. 리라는 실험대 위에 팔다리를 뻗고 드러눕는다. 그리고 차가운 소독약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15년 전: 인첨공 설립 및 차일드 에러 솔리스 재단 설립. 이때도 종교 시설의 개념이 있었으나 믿는 주체가 다를 뿐이지 큰 문제는 없었음...이 겉면, 실상은 영아 유기 문제를 예측하고 '적당히'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었음. 10년 전: 재단 이사 의문사 및 재단 이사로 데 마레 수석 연구원 '윤 씨' 위임. 만장일치. 이때부터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 안희야 '재단 생활 시작' 5년 전: 재단 소속 차일드 에러 '유이든'의 투신 자살. 재단 잠정 폐쇄, 차일드 에러 테러 단체 '솔리스'의 발흥. 리더는 교주이자 이사인 '윤 씨' 4년 전: 솔리스의 리더 '안희야' 위임. 그 이후의 행적은 알다시피 테러. 2년 전: 안희야, 에어버스터에 의해 제압 완료. 윤 씨 체포 완료, 솔리스 인원 흩어짐. 1년 전: 안희야 교화 완료
현재: 솔리스가 다시금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냔 불안 확산, 솔리스의 '간부'였던 존재의 테러.
태오가 솔리스 간부(현재 데 마레 자폭테러로 사망)-'나리'와의 교섭을 이어주고, 나리가 '현재의 솔리스'에게 '공급'하고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적의 없는 인사가 되돌아오자, 백청은 입 안에 가득 찬 긴장의 숨을 코로 뱉어 냈다. 표정도 종전에 비해서는 한층 누그러진 듯이 보였다. 누군가의 행색이나 스타일이 변하는 것쯤은, 변장을 밥 먹듯 하다 보면 둔감해져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능력이 성장하는 것도, 사건을 겪는 것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면 언제나 마음의 준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혹시나 눈치채지 못한 무언가가 크게 바뀌어 버렸다면…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네, 유자차면 돼요." 백청이라는 사람은 차에 대한 조예가 깊지만, 자판기의 율무차나 페트병에 든 보리차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작전 성과의 브리핑이나 위험한 동향 분석을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다가, 대뜸 밥을 먹고 다니는 이야기가 나오자 입을 가리고 웃었다. "정보원의 식사를 걱정하시다니, 후후… 느낌이 꽤나 새롭네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배고픔 때문에 업무가 방해받는 경우는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을 끝맺으려는 순간 어깨의 고통이 '나를 잊지 말라'는 듯 백청의 등줄기를 타고 엄습해 갔다.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폐쇄된 수로를 타고 잠입 현장에서 빠져나오다가, 왼쪽 길과 오른쪽 길을 헷갈린 채로 배수로를 향해 뛰쳐나간 순간 콘크리트 바닥에 직각으로 낙하한 덕분에, 팔에 약간의 염좌를 입은 상태다. 실로 만화 같은 실패였다…. 백청은 티나지 않게 어금니를 깨물고 말했다. 아픔 말고 부끄러움을 삼키기 위해.
"…'경미한 부상'도 며칠 정도면 말끔히 나을 거라고 담당의가 그러더라고요. 지금도 전력으로 합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무능력자인 제가 전면전에 필요할 것인지는 둘째치고…."
"호버 택시 한 대가 연구소 '데 마레'로 돌진해 자폭 테러를 감행했다. 4레벨 능력자의 방어로 실행범 2명만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은 것에 그치다. 라는데." "으음.. 솔리스.. 그 단체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걸까?" "글쎄?"
그렇게 말하며 안경은 신문을 던졌다. 더 읽을 필요 없다고 생각해 버릴 생각이었다.
"...솔리스라~"
간만에 약에 취해 구석에 쭈그려 노래나 듣고 있던 빨간 스카프는 갑자기 노래를 바꾸더니 말을 이어갔다.
"거기 대빵이 윤씨였던가~? 건너 건너 인맥이 있긴 했지만 거긴 너무 사이비였단 말야~." "마약만 하는 줄 알았더니 어떻게 그렇게 인맥이 넓냐..?" "글쎄다, 과거 얘길 잘 안해줬으니."
솔리스. 과거 인첨공을 공포에 떨게했던 테러 단체였다. 분명히 망한 단체였지만 이번 일로 부활한다면 인첨공에 어떤 지각 변동이 발생할지..
"아, 그리고 어르신도.." "어르신은 왜?" "...까먹었어!"
빨간 스카프는 잠깐 생각하더니 갑자기 옆에 있는 주사를 집어 팔에 꽂곤 말을 이어갔다.
"..아! 그래! 들리는 소문을 보니 4레벨 정예 안티스킬을 때려잡다 못해 혼수상태에 빠트렸다던데~" "그거야 안티스킬 쪽에서 유명한 얘기니까 알지. 그러니까 왜?" "그 경찰말야! 데 마레에 자주 들락날락하던가 그랬을탠데! 뭔가 데 마레에게만 안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단 말야!"
계속해서 듣고 있던 안경은 팔짱을 끼더니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일단, 스트레인지를 담당하던 안티스킬 한명도 끔찍하게 살해당했잖아. 그 남자가 어르신 휘하에서 조력자로 활동했다는 것만 생각해도 그 솔리스니 뭐니가 다시 생겼다고 쳐도 어르신과 관련이 있는 일일까? 분명 그 혼수상태가 된 안티스킬이 데 마레에서 경호 쪽으로 활동했다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어르신과 솔리스가 관련이 있다곤 할 수 없어." "흠.. 그렇지만 묘하게 단계별로 진행된 것도 무시할 순 없잖아, 그렇지?" "잠깐."
그때, 파란 스카프가 끼어들었다.
"이 일에 대해 의논하고 뭐하고는 괜찮다만, 난 가장 중요한 건 솔리스라는 세력이 다시금 부활할 것인가라고 생각해."
빨간 스카프는 고개를 돌려 파란 스카프를 바라보다 픽하고 고개가 고꾸라졌고 안경은 안경을 다시 올렸다.
"난 부활했다고 봐~," "..그래, 이미 그렇게 활동한 것에서 부활을 100% 부정할 순 없지. 그냥,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부활한게 잠깐의 회광반조인지 진짜로 테러집단인지지." "어차피, 에어버스터가 잘 진압해줄거야~."
파란 스카프는 에어버스터의 눈을 피하면서 정작 에어버스터가 전부 때려잡으려면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피식하고 웃었다.
>>0 [뭔가 신기하거든...] "그새 점례한테 질문병이라도 옮은 거니?" [......! 그런거 아니거든!] "...그래서, 유라씨는 뭐가 궁금하신 걸까~?" [마치 생전 입 여는 일이 없던 애한테서 듣는 말을 기대하는 것마냥 느껴지거든...] "그것보단... 이제 막 엄마아빠를 입에 담기 시작한 기분?" [...에바거든.]
유리벽 너머에서 더미들을 상대로 여전히 진압봉으로 막고 방패로 공격하기에 바쁜 그녀를 두고서 여성과 여학생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냥... 사과 한다면, 용서 받을수 있을까... 라던가.] "어머... 내가 이야기 안했었니, 성유라 학생?" [이야기...?] "사과랑 용서는 공존할수 없다고 말야." [그치만 보통은 그렇게들 말하거든...] "그래서 아무도 그 단어의 차이와 그들만의 무게를 모르는 거고 말이지..." [어차피 둘 다 무거운건 똑같다 생각하거든...] "그렇지~ 하지만 그 둘이 섞이는 순간 한없이 가벼워져버리기도 하고 말이야."
당장 저 너머에선 작은 폭발들, 다툼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격들이 고스란히 남고 있지만 이쪽에선 그저 강 건너 불 구경을 영상으로 보는듯한 기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놓치는게 하나 더 있어. 사과를 하고, 사과를 받아주고... 용서를 하고 구제해준다 해도... 상처를 입었던 흉터는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믹서기용 컵에 얼어붙은 냉동딸기와 약간의 연유, 우유, 에리스리톨과 레몬즙 약간을 넣고, 성운은 뚜껑을 닫았다. 그런데 안에 칼날이 끼워져있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지적하기 전에─
콰가각.
무언가 처참하게 찌부러지는 귀 따가운 파열음과 함께, 병 안에 있던 것들이 한순간에 잘 으깨진 핑크색 곤죽이 되었다. 그것은 믹서기 본체에 끼워지지도 않고 그냥 그의 손에 들려있던 채였다. 흠결 하나 없이 멀쩡한 믹서기 컵의 뚜껑을 열고, 성운은 그 안에 든 것을 기울여 머그컵에 따랐다.
한양은 곧 염동력으로 종이컵에 티백을 넣고, 미리 데워둔 물을 붓는다. 티백 안의 구성물들은 곧 바깥으로 흩어졌고, 은은한 유자향이 나는 차가 완성됐을 것이다. 한양은 저 멀리 있는 유자차를 청의 앞까지 옮기고서는 "마셔요."라고 말했을 것이었다. 그리고는 느낌이 새롭다는 청의 말에 한양은 살짝 웃음기가 섞이면서도, 잔잔한 목소리로 청의 인적사항을 보며 말했을 것이다.
" 그럼. 걱정해야지.. 밥도 제대로 안 먹고서 뭘 하려고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놔야죠. 어쨋거나 잘 챙겨먹고 있다는 거죠? 일 때문에 한두 끼 굶는 거는 우리도 어쩔 수 없기는 한데.. 쓰읍.. "
대부분의 부원들은 청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하게 모르지만, 한양과 은우는 잘 알고 있었을 거다. 침투,매복,장기간의 이동 등 끼니를 챙기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고. 한양은 볼펜을 자신의 책상에 볼펜을 딱딱 두드리면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혼자서 " 이참에 영양캡슐이라도 대량으로 납품 받을까.. " 라고 중얼거렸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한양은 청이 어금니를 꽉 문 듯한 입모양을 보고서는, 어딘가 좋지 않은 상태임을 눈치챘다. 어디가 안 좋은지 한양의 눈에는 바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라는 건 느꼈겠지.
" 그러니깐 멀쩡하단 얘기는 아니네요. 경미한 부상이면 이 도시의 기준으로 며칠도 안 걸리는 걸요. 진료만 받다가 오신 거예요? 지금 면담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네. "
그렇게 말하고서는 한양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을 것이다.
" 전력이고 뭐고 그게 기준이 아니에요. 다치면 일단 치료를 받아야지. 아, 일단 병원부터 가요. 내 돈이나 은우의 돈을 쓰는게 아니고, 나중에 다 청구하면 치료비를 다시 돌려받으니깐 부담가지지 말고요. "
한양은 청의 " 무능력자인 제가 전면전에 필요할 것인지는 둘째치고.. " 라는 말에 "쓰읍" 소리를 내며 말했다.
" 그런 얘기 또 하면 혼나요? 그런 생각 갖지 마세요. 레벨 0인데도 전면에서 나서는 애가 있는데.. 백청 양이라고 안 될 게 있나.. 어쨋거나 따라와요. 부담이 된다, 괜찮다, 치료 안 받아도 된다. 이런 얘기 금지에요. 하면 혼나. "
>>526 직접적인 관련은 거의 없어요! 그냥 청윤이의 원수격인 부패 경찰이 거래중인 스킬아웃 집단이죠! 청윤이가 그 원수의 행적을 추적 중이라 스트레인지에서 충돌했을뿐, 율럭키에게 청윤은 자경단원이나 대충 정의감이 뛰어난 능력자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정도고 청윤이도 대충 부패경찰과 관련된 조직이라고 추측하는 정도에요! 하지만 청윤이와의 연관성이 계속해서 하나하나 생기고 있답니다...
갈려버렸다. 아니, 으깨졌다. 처참하게 망가지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하나의 형태를 유지하던 것이 쉬이 무너지는 것에는 일종의 경고가 담겨있었으나, 생과 사, 그리고 탄생의 순환을 굳세게 믿는 존재에게 있어선 새로운 차원의 확장이나 다름없었다. 받아든 머그컵에 든 것을 당장이라도 머리에 쏟아보고 싶었다. 그 점도를 느껴보고 싶고, 얼마나 으깨졌는지 감촉을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거래의 시간에서 그래도 되는 순간은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할 순간 뿐이다. 그리고 태오는 애석하게도 주도권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추잡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지라."
대신 다른 것을 품었다. 태오는 컵의 방향을 반대로 돌려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부었다. 철퍽 소리를 내며 발목과 다리에 이리저리 튀는 내용물이 추하다.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리를 꼰 상태로 단아하게 눈웃음 짓고 있으나 귀티나는 자태라고는 할 수 없었다. 우아함은 있으나 그것이 고운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고 경박하다고 할 수도 없고, 중간이라고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난 단 음식, 건강하게 먹는 카페식 단맛은 안 좋아해서요……."
추잡하되 우아함이 공존했다. 교양있는 어조와 달리 눈은 추악하기 짝이 없다. 네깟 것이 어딜 감히 날 겁박하느냐는 오만함이 짙게 깔려있고,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기묘한 질투와 불안이 섞여있었다. 숨기려 해도 드러나는 이유는.
"결국 카페를 따라하는 것에 불과하단 거잖니?"
당신이 감히 만나고자 하는 존재를 어렴풋이 깨달아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네가 감히, 그분께 흥미를 끌어보려고?
>>545 세은:바보에요? 그쪽? 세은:안 그래도 약 때문에 아주 진절머리가 난 것이 우리 코뿔소 저지먼트인데...(한숨) 세은:...뭐, 그쪽이 어떻게 되건 제가 알바는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도망치는 것이 나을걸요? 세은:...유혈사태 일어날지도 몰라요. 잘못하면. (한숨22)
증오는 극악무도한 감정이다. 알량하고 사소한 감정에서 꽃 피우는 주제에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큼직하게 자라 손 쓸 도리가 없었다. 태오는 그 사실을 잘 안다. 누군가를 증오하기 때문이다. 계기는 사소했지만 결과는 아주 컸다. 꼭 대단한 속도로 자라는 잡초에 물을 준 것처럼 무럭무럭 자라 깊게 뿌리를 내리더니 이내 온 마음을 덮었다.
또한 증오는 모순적인 감정이기도 하다. 이따금 얼굴을 마주하면 침을 뱉고 싶고, 그러면서도 뱉어줄 침조차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목을 조르고 싶지만 손을 더럽히고 싶지도 않았다. 길을 가다 불의의 사고로 확 죽어버렸으면 생각했다가도 그런 걸로 죽어버리면 아깝단 생각이 들었으며, 몇 번이고 삶과 죽음을 재단하며 제 좋을 대로 생각하다 결국 그 사람을 탓했다.
네가 차라리 내게 욕이라도 했다면, 그 순간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했더라면, 차라리 나를 이용했다고 말하며 매달기라도 했더라면. 모든 것은 내게 미련 갖는 당신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돌렸다. 모든 것이 역겹더라도 당신만큼은 그러지 말았어야지. 타인의 손에 죽길 기도하는 것도 아깝고, 그러자니 내 손으로도 죽이기엔 지나치게 기분 나쁜 존재. 오르락내리락 생명의 영위를 드러내는 이불의 움직임에 태오는 시선을 꽂았다. 오늘도 무방비한 모습에 목을 조르고 싶었지만, 태오는 스스로가 썩 이기적이고 오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저걸 죽이는 건 기분 잡치는 일이라 하지 않을 거라 오늘도 다짐하며 주먹을 쥐었다.
당신은 아마 모를 것이다. 내가 그 빌어먹을 재단 놈들로 하여금 경계에 내몰려 고난을 겪을 적, 그것들이 참고로 삼았다는 책을 읽었단 것을. 아무리 잉크로 잘 찍어냈다 한들 실로 얇은 종잇장이라 볼록하게 자국이 남는 부분을 매만지며 손가락 끝으로도 읽었던 그 책 속에서는 인간 하나가 인간 모두의 죄악을 떠안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더라. 그걸 읽은 나는 당신이 늘 말씀하시던 바깥의 봄날과 언젠가 보았던 피에타상에 대해서 떠올렸다.
아, 내가 당신과 형제자매의 죄를 모두 떠안고 매달리면 그것이 봄날이겠구나. 십자가에서 죽어가던 그 존재도 제 아버지를 원망했으나 그것이 신의 뜻임을 알고 겸허히 눈 감았으니 나라고 하지 못할 것이 무에 있을까.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태오는 주먹을 쥐었던 손을 조심히 펴 잠든 서휘의 뺨을 느릿하게 더듬었다.
내 죽는 날, 그 시신을 당신이 찾을 수 없길 바란다. 그렇게 나의 혼백이 지옥에 떨어지고 영영 불타길 바란다. 당신이 그렇게 아낀다는, 허울뿐인 나의 육신은 길가에 널려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개의 먹이가 되어 사라지고, 혼백은 지옥 구렁텅이를 기어다녀 그 모습을 잃어 당신이 마주해도 모를만큼 망가지길 소망한다. 한 번의 덧없는 생, 그것만큼 아름다운 봄날과 작품이 어디 있을까.
태오는 새근거리는 숨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심상과 무의식 기저에 깔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좋은 꿈을 꾸고 있구나, 그렇다면 오늘은 내가 이겼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신은 모를 테니, 이 계획에 대해서도 모를 확률이 클 테니까. 고개를 숙여 뺨을 더듬던 손길을 깊숙하게 밀어내며 서휘의 귀 뒤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훑었다.
"어딜 가도 당신은 내 곁에 없었는데……. 어찌 내가…… 당신을 마음에 품을 수 있을까요."
증오는 실로 추잡한 감정이다. 애정이 짙을수록 그 추함이 부각되고 멍청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나는 멍청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특수한 사정이나 피치 못할 사고가 아니라면 집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갈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세상은 넓고 고양이는 많으니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어딘가에는 존재하겠지만 찡찡이는 그런 예외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평범한 고양이였다. 물을 싫어하고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평범한 취향의 고양이. 그리고 이리라는 그런 반려동물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는 초보 집사였다. 그래서 찡찡이는 지난 계절 동안 있었던 몇 번의 이동을 제외하면 사실상 리라의 집에서만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착실히 몸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살다보면 언제까지나 좋아하는 것만 쥐여주며 응석받이로 키울 수는 없는 법이다.
투명한 이동 가방에서는 골난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리라는 발톱 자국 남은 팔토시를 살짝 퀭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슬슬 벗어서 겉옷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는다. 그나마 토시가 두터워서 충분히 공격을 막아주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제대로 피를 볼 뻔했다.
- 우웨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웅. "찡찡이 아직도 화났어? 미안해, 그래도 너 건강하려면 병원은 가야 하는 거야." - 웨우우우웅. "건강해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언니랑 더 오래오래 살지~ 응?"
탁! 불만스럽게 가방 안쪽을 꼬리로 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리라는 단단히 화가 난 반려묘를 어떻게 달래야 할 지 몰라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낸다. 그래, 이해한다. 인간이 아무리 널 위한 일이라고 말해봤자 고양이 입장에서는 괴롭히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테니까.
"휴, 나도 찡찡이 좋은 것만 해주고 싶지... 많이 화났어? 주사 아팠지?" - 웨에에엥! "간식 줄까?" - 옹?
결국 완만하게 해결 볼 방법은 이것뿐이다. 팔토시를 넣은 주머니에서 작은 간식 통을 꺼내든 리라는 그것을 찡찡이의 눈 앞에 대고 흔들었다. 이에 캣초딩 시절을 갓 넘어가고 있는 이 치즈태비 고양이는 타 고양이에 비해 동그랗고 다소 처진 듯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리라의 손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사이렌처럼 울리던 울부짖음도 금세 애교쟁이 고양이의 그것으로 돌아왔으니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는 명료하다.
"그래. 지금 주려면 어디... 잠깐 벤치 같은 데 앉아서..."
예방주사에 분노한 고양이의 표효를 잠시 잠재운 리라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녹색 빛이 빠지지 않은 공원은 적당히 선선해진 공기와 어우러져 퍽 괜찮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정말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곱씹으며 잠시 앉을 자리를 물색하다 보면 시선 끝에 걸리는 광경이 있다. 돗자리, 강아지. 그리고 길고 검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또래의 학생. 아는 얼굴이다. 리라의 표정에 반가운 기색이 떠올랐다. 다만 지나온 세월이 무색하지만은 않았는지, 리라는 그 자리에서 냅다 목소리를 키워 혜우를 부르는 대신 천천히 걸음을 옮겨 혜우가 앉은 곳까지 다가갔다.
"혜우 후배님~ 안녕하세요! 피크닉 중이었어요?"
그리고 적당한 볼륨으로 말을 걸어보는 거다. 낯이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이 말간 게, 아무래도 성운에게 혜우의 어린시절 사진을 무허가로 날랐던 과거는 깡그리 잊은 모양이다. 아니면 범인이 자신임을 혜우가 알아챘을 거라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거나.
"......헉, 근데, 와! 강아지! 귀여워! 혜우 후배님이 키우는 친구예요?"
어느 쪽이든 꽤 태평해 보인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와중에 앞으로 멘 이동 가방에서는 치즈태비 고양이가 구슬 같은 눈을 땡그랗게 뜨곤 강아지 아메를 바라보고 있다.
지인이 키우는 아이. 리라는 어깨를 작게 으쓱이며 답변하는 혜우에게 "아하, 그렇구나~" 하는 간단한 추임새를 덧붙이면서 마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새 간식을 물고 혜우의 등 뒤에 숨어버린 강아지는 귀엽다. 낯설어서 그런가? 리라와 찡찡이의 시선은 꽤 오랫동안 그런 아메에게 고정되었다가 혜우의 목소리에 겨우 풀려나 제자리를 찾아갔다.
"네, 맞아요! 검진 날이어서 병원 다녀오는 길이었답니다~ 덕분에 엄청 삐져버렸지만..."
그 말대로 이동 가방 표면에 리라의 손이 얹힐 때마다 눈을 세모낳게 뜨는 것이, 골이 나도 단단히 났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 중이시다. 한 겹 덮인 보호막 너머로도 반려묘의 따끔한 시선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손을 슬금슬금 찡찡이의 시야각 밖으로 내린 리라는 다시 혜우 쪽으로 눈을 돌렸다.
"얘는 찡찡이에요. 혜우 후배님의 강아지 친구는 이름이 뭔가요?"
동물 보호자끼리 말을 트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통성명이지. 찡찡이가 아메와 혜우에게 잘 보이도록 이동 가방의 위치를 살짝 조정한 리라의 시선이 문득 상대의 손 위에서 휘릭 돌아가는 연필에 꽂혔다. 연필, 연습장.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걸까? 강아지와 돗자리와 그림이라. 다가오는 가을에 퍽 어울리는 완벽한 나들이 조합이라고 생각하며 리라는 다시금 대화 주제를 변경했다.
"혜우 후배님은요? 산책? 그림 그리고 있었어요? 요즘 날이 선선하니까 밖에서 뭘 그리기도 좋죠~"
친근함과 사근함과는 거리가 먼 목소리라도 봄의 그것보다 덜 차가운 목소리라는 사실이 우선적으로 기쁘다. 저지먼트 일을 함께 해오면서 지나온 시간이 학기 초의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혀주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 덕분에 리라는 얼마전 겪었던 거대한 사건의 여파를 적절히 숨기고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웃을 수 있다. 산들바람에 제 앞머리가 살짝 흔들리는 걸 한손으로 눌러 가리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몸은 괜찮아요? 저번 일 할 때 혜우 후배님이 엄청나게 힘써줬으니까요. 덕분에 다들 다치지 않고 돌아와서 다행이었지만 무리했을까봐 걱정했어요. 음. 어쨌거나—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요! 그때 줬던 사탕도 고마웠고요."
사탕이라 함은 진윤태와의 싸움 직후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리라의 입안에 혜우가 쏙 넣어준 그 사탕을 뜻하는 것일테다. 새삼 그때를 떠올리면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이 다시금 울컥 솟는 것 같지만,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신 미소를 지었다.
>>796 청윤주 >>797의 태오주 말씀처럼 식후에 나초랑도 드시면 덜 물리면서 별로 안남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아!! 저 궁금한게 있었는데 청윤이는 어쩌다 도넛을 싫어하게 된건가요? 청윤이위키 보니까 아침에 도넛먹던날 사건이 있었던거 같은데 제가 그 사건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질못해서요...ㅠㅠㅠㅠㅜㅠㅠㅠㅠㅜㅜ
>>797 태오주 어서오세요~~ 주말이라 모처럼 한숨 돌리셨겠네요^^ 참!! situplay>1597041366>679에 따르면 태오가 제로에 대해 캐낸게 있대요 혹시 짐작가는거 있으신가요~~?
>>799 어렸을때 마트에 가던 중 과격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 휘말렸다가 거대한 물체가 떨어져 머리가 깨져 사망한 사람을 목격했는데 그 자리에서 청윤이를 보고 휘말린 것이라 생각해 시신이 근처에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청윤이에게 도넛을 건네주는 경찰의 모습을 보고 엄청난 위압감과 공포를 느껴 도넛을 싫어하게 되었답니다.
>>807 캡틴피셜, 달마다 3레벨은 여섯 자리, 4레벨은 일곱 자리, 5레벨은 여덟 자리 이상이라고 하네요. 실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가가 주된 책정 기준이 된다고 해요. 정확한 액수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6~7백쯤 받고 있지 않을까요? 4레벨 중에서도 나름대로 높은 편이고, 실험에는 상당히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서.
>>520 설마 보이차가 다 떨어진 걸까? 부실에서의 티타임은 중대사항이다. 그간 부실을 앉아서 차 마시며 쉬는 곳으로서의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않았던 백청에게는 더더욱. 사비로라도 사서 채워 놓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부활동비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제가 그런 감상적인 이유로 치료를 거부할 것 같으신가요." 백청은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한없이 가라앉은 성격의 백청도, 과한 걱정에는 조금 강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언제나 누구보다도 냉정해야만 하는 사람이 그런다면 더더욱…. 혹은, 어쩌면 자기평가를 신뢰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일지도. 유자차가 담긴 잔을 들어서 목으로 한 모금을 넘기고 말했다. 달콤한 향이 퍼진다. "저도 커리큘럼 당당의가 있고, 개인별 건강 관리 프로그램이 있어요. 감정이 객관을 이겨 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더구나 선배님은 저지먼트를 이끄는 부부장이신데…."
감정의 수면이 조금 일렁이나 싶더니, 문득 중요한 걸 떠올린 백청은 말을 멈추었다. "아…." 이유를 알겠다…. 부부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이르기까지, 저지먼트 부원이 다쳐서, 병원에 가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무리하게나마 일하겠다고 강짜를 놓은 경우가 얼마나 많았을 것인지. 코뿔소들은 대체로 그런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너무나 오랜만이라 눈치채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인사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저보다 골치가 아프실 텐데… 제 세심함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한 가지, 레벨 0이라 목표물 진압에 유의미한 화력을 투사할 수도 없는데다가 정보 습득 외의 소양은 그다지 지니지 않은 자신을, 정말로 전면 전투에 투입시킬 생각인 건지, 아니면 그저 기운을 북돋워 주기 위해 하는 말인지… 백청은 의아했다. 후자라면 그것보다 더 무의미한 말은 없을 것이다. 이미 백청은 '정보원'으로서의 자기 역할과 능력을 중립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너도 싸울 수 있으니 토라지지 말라'고 하는 건 사기를 꺾는 한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전자라면… 과연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한 가지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더 강해져야 해.'
"직접 소견서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증거물을 보여드리지 않으면 믿지 않으실 것 같으니까. 업무로 바쁘실 텐데, 제가 혼자서 다녀오죠. 이야기는 일단 그 다음에 하는 걸로… 괜찮을까요?"
>>825 머핀도 만들 수 있고 가벼운 케이크 정도라면 만들 수 있고 에그타르트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어요. 은우는 요리를 잘하는 편이어서 실력이 쑥쑥 자라는 중이랍니다! 그리고 코뿔소 쿠키인 이유는 정말로 코뿔소 모양이니까요!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의 상징이 바로 코뿔소니까요. 그래서 부실에 가지고 오는 것은 대부분 코뿔소 쿠키랍니다.
지하 아이돌 '미나'의 동향 파악. 정보매매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딴 의뢰는 단호하게 거절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돌이켜 보면 한 번도 거절하지 못했다. 내가 돈이 궁한가? 그것도 아닌데…. 아이돌은 무대에서 가장 빛나고, 또 무대에서 가장 빛나기 위해 나머지 시간을 쏟아붓는 존재이건만, 왜 매니아들은 무대 뒤편의 모습 따위를 보고 싶어할까. 마음만 같아서는 역정보를 흘려넣고 싶지만 정보상이 스스로의 신용을 깎아먹는 짓따위 해서 좋을 게 없다. 어떻게 해야 의뢰인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단념하게 될까? 미나에게 남친이 있든지, 음습한 패트론이 있든지, 아니면 모히칸 머리를 하고 담배를 피든지….
…미나는 사석에서 두꺼운 안경에 땋은 머리를 한 굉장히 수수한 모습으로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파파라치 촬영을 위해 접근했으나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거두절미하고 본인에게 다가갔다. "인첨튜브 쇼츠 촬영 중인데, 셀카 같이 찍으실래요?" 그녀는 직업병 때문인지, 사석에서 누군가 자기를 알아볼 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는 건지 곧바로 내 말에 응했다. 무엇보다 나는 라이브 악수회에 찾아가지 않았으니까 사생팬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인화된 사진을 받아든 의뢰인은 자신의 이상과는 다른 미나의 본래 모습을 보고 기겁해서, 금방이라도 탈덕할 것만 같은 얼굴로 돌아갔다. 오늘의 마음속 한마디, 미나는 저 모습일 때가 더 아름다운걸──이상.
감상적인 이유로 치료를 거부할 것 같냐는 청의 물음에 한양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니라면 본인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사인을 보내면서 말이다.
" 글쎄요. 이게 감정이 객관을 이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지금이야 평화롭게 부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지만.. 백청 양도 아시잖아요. 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거. 될 수 있으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중요해요. 이게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실현되지는 않아. 하지만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최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최선을 다 해야 되거든요. 백청 양 역시 언제 임무를 수행할지 모르고요. 경미한 부상이 어떤 변수를 발생시킬지도 예상할 수가 없어요. 커리큘럼 담당의가 있고, 건강 관리 프로그램이 있다지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코 앞에 있는데, 그걸 굳이 지나칠 필요는 없잖아요? "
" 저는 오지랖이 그렇게 넓지가 않아요. 아마 백청 양이 저와 아는 사이어도, 다른 조직이었으면 알아서 하라고 했겠지. 저지먼트여서 그러는 거예요. 항상 온전히 움직이고 판단할 수 있게 컨디션을 유지시키려는 것. 이게 딱히 감정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
청의 인적사항이 적힌 파일철을 케이스에 넣으면서 말했다. 이어서 청은 한양의 입장에서 왜 그랬는지 이해를 하는 말을 꺼내자, 한양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하하, 드디어 이해해주는 후배가 생겼네. 사과는 필요 없어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
청이 한양의 말에 의문을 가졌노라면, 한양이 말한 의미는 전자에 속했겠다. 지금 그림자와의 싸움 말이지. 생각보다 능력의 강함이 절대적이지는 않거든. 적의 약점을 찾아내는 세심함과 관찰력 그리고 정답은 아니어도 해답을 찾아내는 능력. 정보원으로 활동했기에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가 판단하고, 오히려 더 전력에 가용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했었다.
" 아뇨. 저도 같이 가요. 저도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요. "
한양은 자신의 셔츠를 살짝 걷어올리고, 붕대로 칭칭 감아진 허리를 살짝 보여주며 말했다.
"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며칠 전에 그림자의 AI와 싸우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어요. 현장에서 천혜우 양이 큰 부상들은 대부분 완치를 시켜줬는데.. 레벨 5의 화력에 피격당해서 그런가? 다음 날부터 걸을 때마다 허리가 아프더라고요. 오늘이 마지막 치료고, 백청 양이랑 면담이 다 끝나면 치료를 받으려고 했었거든요. "
감상적인 이유로 치료를 거부할 것 같냐는 청의 물음에 한양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니라면 본인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사인을 보내면서 말이다.
" 글쎄요. 이게 감정이 객관을 이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지금이야 평화롭게 부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지만.. 백청 양도 아시잖아요. 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거. 될 수 있으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중요해요. 이게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실현되지는 않아. 하지만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최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최선을 다 해야 되거든요. 백청 양 역시 언제 임무를 수행할지 모르고요. 경미한 부상이 어떤 변수를 발생시킬지도 예상할 수가 없어요. 커리큘럼 담당의가 있고, 건강 관리 프로그램이 있다지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코 앞에 있는데, 그걸 굳이 지나칠 필요는 없잖아요? "
" 저는 오지랖이 그렇게 넓지가 않아요. 아마 백청 양이 저와 아는 사이어도, 다른 조직이었으면 알아서 하라고 했겠지. 저지먼트여서 그러는 거예요. 항상 온전히 움직이고 판단할 수 있게 컨디션을 유지시키려는 것. 이게 딱히 감정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
청의 인적사항이 적힌 파일철을 케이스에 넣으면서 말했다. 이어서 청은 한양의 입장에서 왜 그랬는지 이해를 하는 말을 꺼내자, 한양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하하, 드디어 이해해주는 후배가 생겼네. 사과는 필요 없어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
청이 한양의 말에 의문을 가졌노라면, 한양이 말한 의미는 전자에 속했겠다. 지금 그림자와의 싸움 말이지. 생각보다 능력의 강함이 절대적이지는 않거든. 적의 약점을 찾아내는 세심함과 관찰력 그리고 정답은 아니어도 해답을 찾아내는 능력. 정보원으로 활동했기에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가 판단하고, 오히려 더 전력에 가용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했었다.
" 아뇨. 저도 같이 가요. 저도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요. "
한양은 자신의 셔츠를 살짝 걷어올리고, 붕대로 칭칭 감아진 갈비뼈를 살짝 보여주며 말했다.
"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며칠 전에 그림자의 AI와 싸우다가 갈비뼈를 크게 다쳤어요. 현장에서 천혜우 양이 큰 부상들은 대부분 완치를 시켜줬는데.. 레벨 5의 화력에 피격당해서 그런가? 다음 날부터 숨을 크게 쉴 때마다 아프더라고요. 오늘이 마지막 치료고, 백청 양이랑 면담이 다 끝나면 치료를 받으려고 했었거든요. "
"아메구나. 예쁜 이름이네요, 어감도 좋고! 아메 안녕~ 난 리라라고 해. 혜우 후배님이랑 같은 저지먼트 친구야~"
비 맞은 듯 처량맞은 눈빛을 가져서 아메. 그 말을 듣고 아메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꼭 이름처럼 생겼다 싶어서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자기소개를 건넸다. 앞으로 나오지 않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고 버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찡찡이의 어린시절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괜히 이동 가방 안의 찡찡이에게 시선을 주기도 하고. 물론 시선을 받는 당사자는 세상의 모든 게 싫은 상태였으니 추억을 곱씹는 캔따개의 아련한 눈빛에도 매서운 야수의 눈빛으로 응수할 뿐이다.
"그랬구나~ 하긴 요즘 날씨가 안에만 있기에 좀 아깝긴 하죠? 슬슬 가을이니까 밖에 오래 있어도 너무 덥지 않고요. 곧 여기도 단풍이 피겠네~ 여름방학이 되게 긴 것 같았는데 어느새 또 2학기라니. 시간이 느리면서도 은근히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 말대로 이번 여름은 느리면서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 사이 있던 일은 또 몇 개인가. 큼지막한 사건만 꼽아도 은우의 섬에 방문하고, 15주년 행사에, 고백에, 연이은 불렛 행사 테러와 박호수의 만행. 누리랜드 방문. 그 다음에는 전쟁이나 다름없이 치열했던 그림자와의 정면 대결.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를 통틀어서 이렇게나 스펙터클한 방학을 보내는 고등학생이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말끔하게 끌어올린 입꼬리 끝에 씁쓸함이 걸린다. 그마저도 상대가 눈치채기 전 사그라들 만큼 가벼운 것일 뿐이었지만.
"앗, 정말요? 저야 너무 좋죠~ 자리 내 줘서 고마워요! 찡찡이 간식 먹자!"
때맞춰 건네진 제안에 리라는 눈에 띄게 화색을 띄며 혜우가 턱짓한 자리에 냉큼 올라앉았다. 그리고 이쪽을 탐색하는 아메를 마주 살피며 천천히 이동 가방을 열었다. 내부의 줄로 연결된 하네스를 몸에 찬 찡찡이는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에 의아해하다가 이내 주춤주춤 밖으로 나와 리라의 무릎에 한쪽 발을 올렸다.
- 애웅. "혜우 후배님이랑 아메한테 안녕 해, 안녕~" - 옹. "알았어. 줄게, 간식. 아~ 여기서 혜우 후배님 만날 줄 알았으면 동물병원에서 강아지 간식도 좀 집어올 걸 그랬나 봐요."
이 만남을 어떻게 예상했겠느냐만은, 아메한테 줄 게 없으니 조금은 아쉬워진다. 트릿 통에서 트릿 하나를 꺼내 찡찡이의 앞에 놓아준 리라는 시선을 다시 혜우에게 두었다.
"그러고보니 혜우 후배님은 교내 오케스트라 동아리 같은 것도 하나요? 곧 성하제잖아요. 만약 하고 있으면 축제 공연에서도 볼 수 있나 해서요."
>>892 은우는 아마 진지하게 부장 명령으로 모두 후퇴하라고 이야기를 한 후에 강제로 입구를 부숴버릴 것 같네요. 못 들어오게 말이에요. 세은이는 희생할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도망칠테고요. (어?) 물론 은우도 희생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아마 필사적으로 싸우려고 할 것 같고요!
>>908 세은이는 아마 특별히 뭘 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 대신에 고개를 돌려 부원들을 바라보며 뒷일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면서 눈을 감을 것 같네요. 은우는 그 2초 내에 풍압을 일으켜서 자신과 동료들이 있는 공간을 분리해버릴 것 같네요. 바닥을 부숴서 바닥으로 떨어지건, 천장을 무너뜨리건 해서 말이에요.
한양주도 안녕 !!!!!!!!!!!!!!!!!!!!!!!!!!!!!!!!!!!!!!!!!! 한양이는 초강력한 딜러니까 확실히 아군 공격하면 (말잇못) 늦었는데 옜날 옜적에 에너지 드링크 캐해해준거 잘 봤어!!!!! 말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계속 까먹었네 !!!!!!!!!!! 한양이 비타500 ㅋㅋㅋㅋㅋ 고소하고 귀여워 너무 잘 어울린다!!
"그게 당신을 괴롭게 할지라도... 겠지요?" 그녀가 대답하지 않고 진실을 숨긴다면 얼마나 갈까요? 알 수가 없는 자문은.. 하지만 얻어낸 것에 대한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을겁니다... 그리고 묵묵한 인정과 함께 당신이 겹쳐본 것은... 상냥함이었을까요? 티는 어쩐지 기묘한 슬픔을 느끼었던가요.
"제가... 당신을 깨달은 것이 문제되는 사안이었겠죠..." 웅크리는 당신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잠깐 내려다보다가. 그저 당신의 옆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잘못함을 고하는 것처럼 머리를 감싼 손을 감싸듯 잡으려 하는 그녀입니다.
"고하자면.. 당신을 보는 게 두려웠답니다..." 알아차린다면? 을 생각하며 당신의 손을 꽉 잡으려 시도합니다...
"어머―" 화들짝 놀라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릴 뻔했지만, 금세 다친 것을 알아본 백청은 표정이 심각해졌다. "…나."
남사스럽…다는 생각보다도 이 생각이 앞선다.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거예요!'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입술을 깨문 채로 백청은 생각에 빠진다. '그림자'에 관한 정보에는 어느 정도 손이 닿아 있긴 했고, 저지먼트가 마주친 새로운 적에 관해서도 대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에서 활동할 때는 의도적으로 '더 깊은 곳'에 엮이는 것을 피해 다녔고, 따라서 그들의 위력을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처음이기도 했다. 부부장 정도 되는 강자가 '인공지능' 따위가 발산한 레벨 5의 화력에 당해서 일시적으로나마 큰 부상을 입었다는 말에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담겨 있다….
하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적대세력이 우려하던 것 이상으로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었다는 점. 레벨 5 초능력자는 학생증과 신분이 존재하는 인첨공의 학생 중 한 명일 뿐, 결국 사람이기에 저마다의 생활이 존재한다. 그래서인가 사실은 평소 마주칠 일도 전혀 없다. 하지만 오로지 '병기의 목적으로 존재'하는 레벨 5의 위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전장에 '소 잡는 칼'이 정말로 등장했다는 의미겠지…. 그러나 백청은 그 너머의 불안을 보고 있었다.
어찌됐든 초능력은 두뇌의 연산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고, 이를 기계로 재현, 복제, 양산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결국 사람의 뇌처럼 값싸고 고성능인 생체 컴퓨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뇌세포 배양 기술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 한들, 인첨공에 멋모르고 전입해 오는 학생은 근본적으로 공짜니까 말이다. 그러니 '레벨 5 수준의 인공지능 초능력자'를 바닥부터 만드는 것보다는 '레벨 5 초능력자를 세뇌하거나 협박, 고문해서' 수족으로 부리는 것이, 아직은 훨씬 저렴할 텐데… 그럴 텐데.
'그 한계 효용이 붕괴했다는 의미인 건가?' 누군가 레벨 5의 기계병기를 DIY로 만들 생각을 했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갖춘 거지?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자본이 많은 건가? 아니면 그 모든 비용을 치르고서도 AI 병기를 제작해야 하는 중대한 이유가 존재하는 건가? 이를테면, 단순히 명령에 거역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강력한 메리트라든가?
백청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그럼."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서 멍하니 있었다는 걸 깨닫고 멋쩍게 웃었다. "같이 가죠. 의사 선생님한테 제가 쌩쌩해졌다고 말 좀 해달라고 해야겠어요. 선배님이 우리 엄마처럼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아하하. 그리고, 자세히 들려 주세요. 제가 없을 동안, 저지먼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892 이성적으로 대처! 목숨값에 비해 희생할 가치가 낮다고 판단하면 대체로 속아넘어가지 않고, 자기 하나의 생존으로 이룰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걸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희생하겠죠. 죽는 게 무섭고 괴로워도 무의미한 생존보다는 의미 있는 걸 추구하니까요.
>>908 마인드컨트롤을 당해도 2초 내로 제압당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해서, 막 극단적인 대처를 하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자기가 최소 한 명쯤은 골로 보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 최대한 빠르게 스타킹에 손을 넣어 양쪽 팔을 봉인합니다. 제압용 수갑을 소지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지만 주머니를 가볍게 해야 할 땐 놓아둘 때도 있으니...
>>952 일단 분명하게 말을 하자면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는데.. 문제는.. 존재한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렇게 한다고 해도 ID카드가 없기 때문에 인첨공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긴 힘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고요. 이미 존재한 이라면 ID카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떻게 뒷공작으로 손을 볼 수 있다고 치더라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ID카드가 없기 때문에 인첨공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묻는 거랍니다. 일단은 가능하긴 한데..대충 수경주는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을 한다면!
>>958 정확히는 ID카드를 사용할때 기존에 등록된 지문이나 얼굴이나 생체반응 등이 스캔이 되기 때문에 그걸로 구분을 한답니다. 그래서 ID카드는 다른 이가 함부로 쓸 수 없어요. 고의 파손하거나 유실하면... 어... 글쎄요.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요. 파손이 되면 그냥 못 사용하니까 재발급을 받아야하는 구조고요.
자캐가_가장_좋아하는_노래 : 글~쎄~ 최근엔 도가미 듣는대 https://youtu.be/qSsO9CIUchA?si=vhZR9Q3z9aPWHu2K 난 못 들으니 대신 들어줘 콘 얼마 안 남아서 강제 금지중임 타밴드도 일단 그 카타르시스는 똑같아서 냅다 하트스틸로 버티고 있음
자캐는_나락으로_같이_떨어지는_쪽_끌어_올리는_쪽_끌어_내리는_쪽 : 😏😏😏😏 나는 당신의 뇌 가장 깊은 곳 척수에 자리한 존재, 당신의 눈이자 새로운 자아, 나는 당신이 꽁꽁 숨기는 추악한 본성과 두려움을 읽고 새로운 작품을 그려낸다네. 그렇다면 당신이 떨어질 때, 나는 당신과 함께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내가 당신을 끌어내린 걸까?
어머- 하는 백청의 대사에 한양은 -ㅇ- 모양의 표정을 지으며, " 그런 의도는 아니에요.." 라고 작게 속삭였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청을 보고는 " 그래도 치료는 오늘로 끝나요. " 라고 말을 덧붙였을 것이다.
" 갈 준비가 됐으면 가자고요. 여기서 가까우니깐 5분 정도 천천히 걸어가면 되겠다. 마음 같아서는 둘 다 공중에 띄워서 빨리 가고 싶지만.. 너무 눈에 띄어서.. "
며칠 전에 레벨 5로 각성했지만 웬만해서는 평소에 몸을 띄워서 이동하지는 않았다. 염동력의 출력을 올려서 빠르게 하늘을 날면 원하는 곳까지 쉽고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눈에 띈다. 당연히 하늘에 비행기나 헬기도 아닌, 사람의 형체가 이동하고 있으면 눈길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서한양이라는 녀석이 평소에는 여유롭고 느긋하기에, 행동적인 면에서는 '빠르다'와 조금 거리가 멀기도 했고.
한양이 걱정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그녀의 말에 살짝 뻘쭘히 웃다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딱히 정색을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기억을 정리하고 있었던 거겠지.
" 가면서 말해줄게요. "
그는 슬슬 붉게 비추는 노을의 빛을 맞아가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그녀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 조금 길지만 최대한 요약해서 말해줄게요. "
일단 먼저 블랙크로우와의 싸움부터.
" 3월이었죠. 부원들이 목화고등학교 내의 샹그릴라 거래와 관련된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샹그릴라 아시죠? "
샹그릴라. 능력을 원래의 힘보다 훨씬 강화시키는 불법약물이었다. 부작용으로는 지속적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능력이 기존보다 약해지는 것이 있었지.
" 샹그릴라의 확산을 막는 활동을 하다가, 인첨공의 암부세력인 '그림자'가 배후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림자와의 접촉은 여기서부터고요. 좌우지간에.. 그림자는 거대한 스킬아웃 조직인 '블랙크로우'를 통해서 3학구에 샹그릴라를 확산시키고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은 우리들이 블랙크로우를 잡아들임으로써 3학구의 샹그릴라 확산을 멈추게 했지요. "
" 여기까지가 1학기의 이야기. 다음은 여름방학이에요. "
" 이거는 배경부터 말해야겠다. 그림자는 제가 알기로는 두 프로젝트를 실행하려고 했어요. 제로원 프로젝트와 유토피아 프로젝트. 제로원 프로젝트는.. 퍼스트클래스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감정이 없는 AI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로 추정된다고 봐요. 정확하게 아는 애들도 있을 텐데.. 저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서..
제가 상대한 제로세븐도 제로원 프로젝트의 산물로 보여요. 왜냐면 걔가 은우의 능력을 사용했거든. 세븐까지 있다는 건.. 퍼스트클래스처럼 7개의 개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고.. "
" 유토피아 프로젝트는요. 쉽게 말해서 퍼스트클래스를 더 길들이려는 프로젝트로 표현하면 될까요? 제 4학구의 시민들을 퍼스트클래스의 힘으로 전부 소멸시켜서, 퍼스트클래스를 국민악당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서 기를 죽여놓는 거죠. 저는 일단 이렇게 해석했어요. "
" 이제 여름방학의 이야기를 시작하죠. 간단하게 말할게요. 퍼스트클래스 4위인 레드윙이 테러협박을 계속 당해서 우리 저지먼트가 경호를 서게 됐고, 그 과정에서 '제로원 프로젝트'의 산물인 '제로 시리즈'의 아버지.. '제로'와 싸웠어요. 어찌저찌해서 이기고..
그런데 결국은 레드윙이 납치를 당했어요. 퍼스트클래스 중에서 배신자가 있었거든. 지금은 6위인.. '크리에이터'였어요. 제 4학구의 안티스킬의 수장인 크리에이터가 왜 그림자와 손을 잡았냐? "
한양은 청의 귓속에다가 작게 속삭였다.
" 그림자와 인첨공의 높은 분들이 서로 짝짝꿍을 했거든. 결국 크리에이터도 높은 분들에게 협박을 당한 거죠. "
" 결국 크리에이터는 레드윙을 잡아서 '제로원 프로젝트'에 필요한 레드윙의 데이터를 뽑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크리에이터의 힘으로 제4학구의 시민들을 모두 몰살시키는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실현하려고 했죠. "
" 근데 우리가 결국에는 이겼어요. 그리고 제가 4학구의 언론에 크리에이터를 4학구를 지킨 영웅으로 거짓제보를 해서 영웅화를 시켰어요. 퍼스트클래스를 대중들의 악당으로 만드는 것이 유토피아의 진정한 목적이니깐.. 결국 유토피아는 완전히 폐기됐어요. 그래서 제로세븐이랑 싸운 거에요. 제가 유토피아를 폐기시킨 제일 큰 원흉이라고. 죽임으로써 복수하러 온 거지. 찌질한 녀석들이란 말이야. 이야기는 끝이에요. 궁금한 점이 있을까요? "
앞으로 좀체 나오지 않다가 이내 혜우의 등 뒤로 완전히 숨어버린 아메를 미소 띈 얼굴로 바라보던 리라는 그 이상 아메를 자극하지 않고 관심을 온전히 혜우에게 두었다. 동물이 낯을 가린다면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아부으면 안 된다. 더 겁을 먹을 수도 있고, 관심 그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점이라면 동물은 말을 못 하고,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말로서 표현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하루하루가 영원 같았을 때라. 분명 그럴 때도 있었지. 지독하게 시간이 흐르지 않고 수렁에 갇힌 것처럼 더디게 흘러가던 나날들이 분명 존재했다. 그런 고되고 어려운 날들도 어느샌가 하루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는 희석되고 서서히 상처가 아물어가는 걸 되짚어 보면 새삼 시간이라는 게 참 대단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당장 눈 앞의 후배님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학기 초의 대화와 지금의 대화를 생각하면 온도부터가 다르다. 리라 혼자만의 설레발일지도 모르지만, 그 많은 임무를 지나오며 리라는 그들이 조금은 더 친근해졌다고 믿고 있었다.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건 그렇죠. 아, 그래도 간식을 그려줄 수는 있을 것 같—..."
사지 못하면 그리면 된다. 문득 그런 획기적(?)인 생각이 떠올랐지만... 안타깝게도 실현되지는 못했다.
"—성운이랑 합주요?"
이어진 혜우의 말 때문이었다. 트릿을 더 내놓으라고 무릎에 꾹꾹이를 하는 찡찡이의 무게도 바로 알아채지 못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리라의 얼굴에 곧 기대 찬 미소가 차오른다.
"세상에, 엄청 멋있겠다! 커플끼리 합주라니! 어떤 악기로 합주해요? 혜우 후배님은 첼로일 거고, 성운이는 뭘 연주하려나~ 아, 두 사람 너무너무 예쁠 거 같아요. 무대 꼭 보러 가야겠다!"
무대에 서는 사람은 혜우와 성운인데 어째 기대는 이쪽이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리라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아, 커플 합주라니! 그거 정말 최고잖아!
"이제 보니 이 그림은 무대처럼 생겼네요~ 무대 구성 고민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리라는 금세 혜우의 연습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찡찡이는 관심을 끄는 것에 실패했다.
- 우옹...
이 고양이... 아무래도 다시 삐진 거 같다. 결국 재촉하는 것을 포기한 찡찡이는 캔따개가 자기 죄를 자각한 뒤 트릿을 두 배로 바치길 기대하며 돗자리 한켠에 모로 누웠다. 뒹굴.
퍼스트클래스를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말 그대로 인첨공 만인의 적으로 바꿔놓으려는 프로젝트였어요. 제 4학구의 사람들을 모두 소멸시킬 정도의 강한 존재가 퍼스트클래스이며, 저들이 다른 사람들을 죽이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퍼스트클래스는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며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인첨공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에요.
물론 반발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의 이들은 퍼스트클래스를 모두 공포의 존재로 인식하게 될테고 억압하고 통제를 해야만한다는 여론이 생성될테고 그것을 이용해서 퍼스트클래스의 목에 공식적으로 목줄을 걸어버리고 그것을 빌미로 고립시켜서 마음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