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주저 없이 몸을 바짝 붙여오는 그가 무슨 행동을 할는지 인지하기도 전에 두 다리가 쑥 하고 허공에 들어올려졌다. 순간 몸이 뒤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먀악- 작게 놀란 소리를 내며 반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누군가에게 업혀보는 건 처음이었다. 업힌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었구나. 자세도 감각도 마치 아기가 된 기분이라 살짝 부끄럽고 부담스러웠다. 발이 땅에 닿지 않으니 더 이상 통증은 느껴지지 않아 괜히 또 엄한 쪽으로 신경이 쏠려버리고 만다. 거듭되는 미안해하지 말라는 말. 불꽃놀이를 보고 나서 치료를 받으러 가자는 말.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해 주는 말들뿐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상냥할 건데. 아까의 강압적인 모습이랑 너무 다르잖아. 혹시 당신도 가면이 두어 개쯤 있는 것은 아닌지 애먼 생각도 해본다.
"병원은 싫어. 그냥 샤론파스 하나만 붙이면 돼요."
오늘은 시라카와 온천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단 말이다. 괜한 것으로 시간을 버리고 싶지는 절대 절대 않았다. 욕심껏 내뱉은 말 뒤로, 꽉 잡아라는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두 팔로 그의 목을 살며시 감았다. 너른 등은 조금 딱딱하지만 아늑하고 포근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그가 내딛는 발걸음에 따라 몸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느리게 돌아가는 회전목마. 얌전한 말 위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그렇게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가던 중이었다.
"사, 사심이라뇨. 누가 찰싹 달라붙었다고 그래요?!"
그의 말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몸을 뒤로 무르며 한쪽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투닥투닥 아프지 않게 때렸다. 역시 이전에 치댔던 것이 켕겨서 괜한 수치심이 밀려와 그에게 업힌 채로 허공에 매달린 두 다리를 앞뒤로 번갈아 마구 흔들었다. 평지였다면 몰라도 하필이면 언덕인지라, 조금만 몸을 떼어놓아도 뒤쪽으로 쏠려버리는 중심이 순간순간 심장을 아찔하게 해.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도 떨어지는 것이 겁이 나 다시금 그를 바짝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요...."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는데 하필이면 뺨이 닿은 자리가 그의 목덜미라. 색색거리며 내쉬는 숨결이 그를 간지럽히진 않았을까. 아주 조금, 약간의 호기심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것처럼 토라진 들숨으로 그의 냄새를 킁킁 맡아보기도 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탐스러운 이각. 장난삼아 뒤에서 후우- 하고 바람을 불어보았다.
자신의 목에 팔이 살며시 감기자 그는 천천히 발을 앞으로 향했다. 병원은 싫다고 이야기하는 말에 유우키는 괜히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 시간에 열리는 병원은 없었다. 여기서 치료를 하려면 마츠리에서 환자가 생겼을때 대처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센터 정도가 아니겠는가. 어쨌건 거기서 조금은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그녀에게 말했다.
"병원에 가진 않아. 그냥 마츠리에서 준비한 치료하는 곳 있잖아. 거기에 잠깐 들려서 파스를 붙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그냥 두면 더 아파질 수도 있는걸. 아무튼 네가 그렇다고 한다면 알았어."
큰 공간이 아니었기에 길어봐야 십여분. 경우에 따라서는 얼음찜질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조차도 오랫동안 시간을 잡아먹을 일은 없었다. 어쨌든 히나 쪽에서 거부 의사를 밝힌만큼 유우키는 굳이 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겁지 않은 무게감을 느끼며 그는 힘껏 다리를 움직여 그다지 높지 않은 언덕을 천천히 올랐다.
한편 자신의 장난스러운 말이 부끄러웠는지 그녀가 자신의 어깨를 투닥투닥 치는 것을 유우키는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안마를 가볍게 받는 느낌이었다. 두 다리를 앞뒤로 흔들자 자연히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는 것 같아 유우키는 괜히 그녀를 지탱하는 팔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혹시라도 떨어져서 넘어지면 큰일이지 않겠는가. 이내 자신을 다시 바짝 끌어안는 느낌에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그녀의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이상할 것이 뭐가 있어. 후훗. 등에 업히면 좋건 싫건 찰싹 달라붙을 수밖에 없는걸. 그리고 여자친구가 이렇게 가깝게 붙어있으면 자연히 사심이 채워지기 마련이야. 좋아하니까 더 가깝게 붙고 싶은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잖아."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조금 부끄럽긴 했는지 유우키는 제 얼굴을 붉혔다. 물론 히나의 위치에선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런 와중 갑자기 귓가로 바람소리가 들리자 그는 절로 살짝 놀라면서 몸을 약하게 떨었다.
"우와아앗?! 자, 자, 잠깐. 갑자기 그렇게 불기 있어? 놀랐잖아."
딱히 화를 내거나 성을 내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정말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갑자기 그녀가 그렇게 바람을 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표정을 약하게 찡그리긴 했지만 딱히 싫어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어디까지나 살짝 놀란 것 뿐이었다. 그녀에게 지금은 위험하니까 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가볍게 하면서 그는 마침내 언덕의 끝까지 올라왔다.
노점으로 이뤄진 불빛이 아래에 짝 깔려있었고, 저 너머에는 아야카미쵸의 야경이 나름대로 보이고 있었다. 언덕을 오르긴 했으나 그렇게 높은 지대는 아닌만큼, 그렇게까지 풍경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허나 사람이 적었고, 여기저기에 벤치가 있었기에 앉아서 편안하게 불꽃을 보기에는 딱 좋은 느낌이었다. 공터 위를 천천히 걸어 비어있는 벤치에 도착한 그는 살며시 허리를 굽혀 그녀가 벤치에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앉아서 보자. 나름 영화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앉아서 볼 수 있거든. 거기다가 사람이 적어서 시야가 가려지지도 않아서 완전 명당이야. 후훗. 그래서 난 매년 불꽃놀이는 여기서 봐. 너도 여기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녀가 앉은 후, 그가 벤치에 앉을 무렵, 마침내 불꽃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불꽃놀이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답레를 올리고 난 슬슬 들어갈게! 다들 잘 자!! 불꽃놀이가 시작되었을 때 유우키가 할 행동은...커밍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