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가리의 시선이 옮겨지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려본 어린 요괴의 눈에 괴상한 검은 물떡? 이 잡혔다. 한눈에 봐도 괴상해보이는 검은 물떡이다. 으엑. 인간들은 이런 것을 먹고 논다는 것인가? 기분 나빠! 아야나를 먹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쁜 것이와요! 하지만 정말 눈물이 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카가리 신님의 한마디였다.
닮았댄다. 저 물떡과 아야나 자신이!!!!!!
“오이이이잉?????? ”
말 도 안 되 는 소리라는 듯 저의 주인의 말에 반응한 아야나는 살짝 부루퉁해진 낯빛으로 입술을 삐죽이고 있는 채, 제 주인에게 팔짱을 껴보이려 하고는 이렇게 말해보이려 하였다.
“.......카가리 신니임, ” “저 시커먼 물떡이 더 예쁘시와요, 아야나가 더 예뻐보이시와요? ”
아, 이거 한 마디로 ‘닮았긴 누가 닮아 내가 더 예쁜데’ 이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situplay>1597041226>867 어디로 가야할까, 빛이 가득한 이곳에서 어둠을 찾는다. 앞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손에 닿은 온기를 의지해가면서 앞으로 걷는다. 하늘 높이 떠오른 커다란 달을 배경으로 무너진 땅 위를 걷는다. 누군가에 이끌리는 것인지, 이끌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채로. 거리의 풍경에는 오래된 가락보다는 재즈가 어울렸다. 사람들의 소란과 고전 악기들의 소리에 묻혔지만, 머리 속에서는 언제나 알토 색소폰의 음색이 울린다. 그것은 언제나 마음을 강인하게 해주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이자와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난 날부터 그렇게나 좋아하던 것 보다 다른 것이 먼저 나오다니. 그리고 그게 술이라면 그다지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었다. 나 같은 자살 지망자들이나… 아니면 이것저것 포기하고 싶어지는 사람이겠지. 다행스럽게도 아이자와에게서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여전한 불안, 여전한 공포.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고 싶어진 것도 아니었다. 다행이네, 조금 오해할 뻔 했어. 하고 웃음이 흘렀다.
원래라면 이대로 귀가해버릴 예정이었지만… 꼬르륵, 하고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 녀석의 배울림이 신경 쓰였다. 모처럼이기도 하니까. 나에게서 들린 소리가 아니니 차라리 웃어 넘길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상이라는 게 있잖아. 이럴 때는 내가 알코올중독인 것이 감사하게도 느껴졌다.
“우연이네. 나도 그래.”
여전히 길을 찾는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찾으러 가야지. 아쉽게도 어려 보이는 인상의 두 사람에게 술을 팔아주는 가게는 그다지 많지 않을 테니까. 찾을 때 까지는 조금 걷자. 서로가 지칠 수 있게.
밤 하늘은 맑았다. 여전히 맑았다.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길 한가운데에서 나는 저 높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때로는 누군가가 함께 있었고, 때로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언젠 곁에 있는 누군가와 같은 것을 보고 있느냐 한다면 그건 또 모르는 일이다.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내 기억을 더해 그 무엇도 가리지 않고 펼쳐진 시리게 푸른 밤하늘을 그리고 있으면,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더럤지. 이제는 흘릴 수도 없게 되어버렸지만.
의외로 원하는 것은 쉽게 손에 들어오는 법이구나. 하고 감탄했다. 거리에 늘어선 노점상에서는 영 팔아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욕구를 포기할 생각은 들지 않아서 계속해 걷다가 보니 어느새 익숙한 편의점에 도착했다. 손을 놓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지. 떨고 있는 것보다는 이게 나으니까. 결국 구매한 것은 언제나 마시던 은색 캔 몇 개와 스트롱제로 몇 개였다. 지친 표정의 알바는 아무런 제재도 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적당히 주문했던 가라아게를 담고 있었다. …축제보다는 매일 있는 일인 기분이네. 매번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사키와 함께 들렀던 곳이라 그런걸까. 녀석은 언제나 스트롱제로였지만.
“그러고보니 예전에 스트롱제로 문학이라는게 유행 했었거든.”
가게를 나오면서 그제야 손을 놓았다. 그야 캔은 따야하니까. 칙 하고 탄산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목을 통해 넘어가는 탄산과 청량함에 반비례 하는 강렬한 알코올이 피를 타고 흐르고, 그제서야 머리가 멀쩡해진다. 별 것 아닌 고통도 괴로움도 잊을 수 있다. 술에는 신조차 속이는 마법이 담겨있으니까.
“이거보다 좋은 술은 얼마든지 있지만, 편의점에서 차갑게 식혀져서 뚜껑 따면 바로 마실 수 있으니까 복지라던가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그 시절에는… 형체가 없었으니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았다. 술을 마시면, 귀찮은 일들을 잊게 만들어준다.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변하게 해준다. 매번 불안함밖에 남지 않은 소리를 쉴 새없이 내뱉어 대는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앞을 볼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