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좋은 TMI지만 현시각 유우키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느끼면서 워터파크를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어. 아야나가 간다고 한다면 집사 포지션이니까 안전을 확인할겸 같이 가기야 하겠지만, 보나마나 카가리를 데리고 갈 것 같으니 둘 사이에 끼이진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느낌으로 있을 것 같네. 물론 카가리가 따라갈지는... 카가리주가 제일 잘 알겠지만 말이야!
학교에서 신들이 몇 모여 떠드는 이야기로, 그런 소문을 언뜻 들은 적이 있다. 감히 신을 위한 축제의 뒤에 이런 불경한 판을 벌여놓았다느니, 모두 잡아들여 벌레 죽이듯 구제해 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느니…… 그리 관심 가는 이야기는 아니라 이야기 그 뒤로 어찌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던 것도 같다. 여하간 그리 궁금하지도 않은 그 축제는 알 바 아니다. 저와 함께하는 축제가 더 즐겁다 한 만큼. 그래, 무신의 것임을 자처했다면 응당 주인만을 눈에 담아야 옳다. 경외도 공포도 애정도 희락도, 무엇이 되었건 무신은 타자를 압도하고 그의 '전부'로서 군림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신이었으니. 손목 위에 닿은 이 감질만 나게 몇 번쯤 더 지근대다 손 내려 주었다. 멀어지는 손등 위로 미련 남은 숨 길게 달라붙는다. 물기는 괜히 물었다. 괜히 아쉽기만 하여 기미 없던 충동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든다. 이리 간질이지만 말고 더욱 아프게 만든다면 어떨까, 무연히 이 가냘픈 손목을 산산이 부서뜨리고 싶어진다. 그리하면 낭랑한 웃음소리 흘리기도 그치고 가는 달처럼 휜 눈가에도 물기 서릴는지 모르겠다. ……한데 그리 생각하려니 고취되려던 욕망 돌연 가라앉았다. ……그래, 무신은 우는 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저 녀석이 혹여라도 울기라도 했다간 시끄러워질 테니 그것이 싫어 이러는 것이라 해 두자.
어렸던 시절 이후로 누군가의 뒤를 잠자코 따르기만 하는 경험은 이제 와서는 퍽 낯선 기분이었다. 시선이 물끄럼 주위를 훑었다. 장사치들이 너도 나도 틀어 놓은 음악들은 제각각 뒤섞여 요란스럽고, 밤이 되어도 변함없는 후끈한 습기 속에 군중을 헤치고 나다니자니 은근한 짜증 자꾸만 치솟는다. 인간들이 이런 어수선하고 신경 거슬리는 장소를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나 다만, 뒤를 돌아본 녀석과 눈이 마주쳤을 때. 어질어질 야단스럽게만 뵈던 조명이 별무리처럼 빛날 수도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 이 잡란한 장이 마냥 거슬리는 구석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 상념에 빠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잘 가는 중이 맞냐는 물음이 들린 탓이다. 물론 행선이 올바른지 알 수 없기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대충 눈만 게슴츠레 뜨며 표정으로써 답을 대신했다.
"에스코트……를 한다면서 가는 길을 모르면 어쩌잔 게냐."
그는 한 손으로 제 머리 신경질적으로 긁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데 주변으로 휘휘 돌아가던 고갯짓 갑자기 멈춘 까닭 무언지. 무신 무엇인가에 시선이 꽂혀서는 말도 없이 한 곳만을 응시하고 있다. 시선 향한 곳을 조용히 따라가보면, 노점의 가판대 위에 웬 시커멓고 둥글둥글한 정체불명의 먹거리가…….
"……."
무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야나를 내려다보았다. 단순히 내려다보기에 그치지 않고 턱을 쓸며 무언가 진중한 고민을 하는 듯한 표정까지 짓고…… 시커먼 물떡과 아야나를 번갈아 쳐다보는 행동으로부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훤히 보였으리라.
일단 캡틴 말로는 끝나지 못한 일상은 계속 이어서 돌릴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길게 오래오래 붙잡는 것은 조금 눈치가 보이긴 하지! 그래도 일단 너무 무리하진 말고 천천히 페이즈를 이어나가보자! 어쨌든 아직 시간은 있기도 하고... 멀티하면서 다른 이들과도 놀 수도 있는 거니 말이야!
나는 asmr 너무 좋아하거든 ㅎㅎ 빗소리 숲소리 모닥불 소리 같은 백색소음도 좋지만 귀 바스락바스락 해주는것도 엄청 좋아해. 유튜브보단 역시 일본 동인음성 쪽이 퀄리티가 좋아서 찾아 듣는데 일본어는 못알아들으니까 말없이 잔잔하게 해주는거 좋아해. 그리고 미미카키텐 같은 곳 가본 적 없지만 히나에게 미미카키 설정 우겨넣은것도 단지 이 때문🤭🤭
오. 그렇구나! 확실히 amsr 잘 만든 것은 진짜 좋다고 하니 말이야. 앗...ㅋㅋㅋㅋ 그런 뒷설정이 있었구나! 확실히 asmr 중에서 미미카키 관련이 많이 있다고는 들은 것 같아. 물론 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말이야! 유우키에게 미미카키 해주려고 한 것에는 히나주가 귀 바스락바스락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려나? 유우키는 전에 한번 받았으니까 언제 기회가 되면 히나에게 미미카키를 해주고 싶어지는걸? 유우키도 집사짬이 있어서 나름 잘하는 편이야. 물론 전문가 히나보다는 조금 덜할 수도 있겠지만!
>>858 으응. 그 이유가 가장 크지! 상판에서는 아마도 처음일지 모르는 생소한 소재라서 어떻게 보일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순수하게 좋아서 그런 거니까 ㅋㅋ 청자가 있는 일방적인 대본식이라면 어떻게 대사를 잘 짜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극중에 이걸 표현하기는 애매하기도 해서 활용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야. 그렇다고 막 너무 깊게 들어가면 조금 그럴 것 같아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유우키가 해주는 미미카키는 꼭 받아보고 싶네! 기대할게~ 그보다 유우키주도 이제 자야 할 시간 아냐? 잠깐이지만 이야기 나눠줘서 즐거웠다구 오늘은 유우키주와 사이버 동침이다!
>>857 >>859 아무렴 어때! 저 정도면 괜찮지! ㅋㅋㅋㅋㅋ 진짜 귀 살살 해주는거 좋아했구나. 히나주는. 물론 생소한 소재긴 하지만 이상하거나 그러진 않고 신선하다고 생각해.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상판 소재로 잘 활용하는 것도 난 능력이라고 생각해! 음. ㅋㅋㅋㅋ 아무래도 대본처럼 쓰는 것은 조금 힘들긴 할테니까. 독백 같은 것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독백으로 쓰기에도 조금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잘 쓰면 잘 나올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일상으로 꼭 한번 해줄게! 히나만큼 능숙하진 못해도 그렇다고 아예 서툰 것은 아니기도 하고... 그 외에도 히나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많아! 일단 천천히 하나하나 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슬슬 잘 시간이지. 내일을 준비해야하니 말이야. 고로 슬슬 들어가볼게! 히나주도 잘 자고 내일부터 바빠지는 현생 화이팅이야! 잘 자!
작년 이맘때쯤 난 무얼하고 있었지? 소지로씨를 만나고, 이웃집 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기억이 나질 않네. 언제부턴가 과거를 더듬는 습관을 지워버렸다. 지나간 일은 그대로 보내버린채. 아득하게 남은 미래를 바라보는 것만해도 벅찼으니까.
여름밤의 축제는 끝을 모르듯 눈부시게 빛나 등불 아래를 걷다보면 아득함에 취해 길을 잃을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어둠이 아닌 찬란함 속에서. 처음 겪는것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엄마와 아빠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슨배임, 같이 가이소-!"
무더기로 스쳐가는 인파 속. 소년의 목소리는 톡 쏘듯 야무지게 울려퍼졌고, 덮이고 드러나길 반복하는 흐릿한 실마리를 붙잡았다. 배려심에 망설이는 일 없이 보이는 그대로 마주 잡아 우두커니 이끌린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세월에 따라 무뎌진 길에 은은한 온기가 피어오른다. 맞물린 두 팔과 나아가는 걸음이 외줄타듯 아슬아슬하다. 털레털레 힘없이 바닥을 찧고 찧다가. 가볍게 잇따라 흔들리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닿은 손길에 또다른 손을 포갠다. 어렵게 닿은 온도가 금방 멎어버리지 않게. 수많은 빛무리가 어린 거리에서 길을 잃지 않게.
주홍빛 물든 거리는 세상의 모든 잡동사니를 모아놓은듯 어지럽게 늘어져 한순간에 꼬마 같은 고교생의 시선을 빼앗곤 했다. 철판 눌리는 달큰한 향기와 거리의 형태에 맞추어 빛나는 것들이. 순식간에 눈앞을 부드러이 스쳐지난다. 이끌리던 손길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점차 좁혀져서 고작 두어걸음 정도의 보폭 안에 맞닿는다. 끊어질듯 길게 이어진 온기도 안정감에 차분히 가라앉는다. 뒤쫓는 발걸음이 나란히 맞닿을 무렵. 내게 다가온 선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처럼 같은 표정이 시선에 머무르고. 그에 답하듯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맥주, 시원한 맥주."
소년이 찾는 것은 주린 배를 채울 달디단 간식도, 늘 손에 쥐었던 음료도 아닌. 김이 서린 시원한 맥주 한 잔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