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름대로의 의지를 다지며 코유키에게 필사적으로 어필(?)하려고 하는 모노리였다. 인간이란 언제 무너져도 모를 존재. 바람결과도 같은 인연들을 겪어 오면서 강인한 인간과 나약한 인간 모두 만나왔지만 언제나 인간에 대한 입장은 한결 같았다. 어차피 목숨이란 덧없으니까! …가 그 이유였다.
아무튼 간에, 즐긴다는 일은 좋은 일 아니던가. 앞에 있는 인간이 부담스럽든, 행복하든. 앞으로의 일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조심스러워 보이는 태도는 흥미를 일으키기 충분했고,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물론 같이 가도 되지용! 안 될 이유는 없다구용!!!”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양 주먹을 말아 쥐고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완전 환영이에용! 같이 장 보러 갈 친! 구가 생겨서 너무 좋아용!”
강조하며 과장되게 말하는 것은 달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모노리는 제 나름대로 코유키를 기쁘게 만들 셈이었다. 인간을 기쁘게 만드는 데에 큰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기쁘게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 당장에 제가 힘든 것도 아니었고.
신이니까 어떻게는 되겠지! 어떻게든 되게 해주세요 천지신명님!
신이 신에게 기도하는 꼴이 우습다고 보일 수도 있겠다만 힘도 약해진 식탐의 신이 뭘 어찌하랴. 어쨌든 진심으로 기도했으니까. 마냥 낙천적인 생각으로 흐름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신과 인간으로써의 상황이 아니어도 친구 하나 만드는 것은 좋은 일 아니던가. 적어도 모노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기왕에 연이 생긴 김에 붙잡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코유키 씨만 괜찮다면 저야 좋지용! 저는 무조건 오케이랍니당!”
/ 울트라캡숑메가도게자입니다...그리고갱신임니다..참치들보고싶었소..!!! 어떻게든 시간을 내봤습니다!!! 앞으로도 빠듯하긴 하겠지만 최대한 시간 내볼게! 약도 꾸준히 복용하고 있으니까👍👍
후회와 연민이었다. 도대체 무엇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거냐고 묻는다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내가 아이자와를 향해 느끼는 것은, 그런 종류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그냥 편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하니까.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회환과 슬픔의 형태에도,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뿐이다. 스스로 말하기 전까지 그것은 형태조차 갖추지 않기에. 나는 그저 조용히 웃으면서 거짓에 거짓을 더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채로. 그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며.
“………같이 먹을까 해서.”
기다리고 있었지.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너를 불렀던 건지. 모르겠다. 그저 연락처 맨 위에 보였다는 것 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개를 들고 시선을 피한다. 눈에 비춰지는 것은 처량할 정도로 밝은 야경이었다. 이 낮은 곳에서조차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땅을 수놓은 불꽃의 행렬은 소녀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은 모른다는 듯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어쩐지 우습게 느껴지더라.
좋은 날이다. 이름을 모르는 벗을 한 명 배웅했고, 이름을 알고 있는 친구와 만났다. 세상 마음 편한 밤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채로, 걱정 없는 사람들의 틈새에 섞이듯이 걸어가다가 무언가 번뜩인 듯이 뒤를 돌아보고는 아이자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 말대로, 오늘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검은 흔적 따위 금새 흘러가듯이 지워질 것이 뻔했으니까. 적어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자. 길을 잃지 않도록.
서로 짓고있는 웃음은 김빠진 탄산음료 같아서. 감정의 기복도 타인에게의 자극도 없고 내용물만이 빠져버려 모양을 흉내 냈을 뿐인 번뇌와 고뇌만이 가득한 껍데기뿐이다. 네가 그랬듯이. 나 역시 그랬다. 너는 아닐지라도 그 이외의 것들은 나에겐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냥 나도 임시방편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어째서인지 어색한 느낌이었다. 나 홀로 느끼는 거리감이었기에 대놓고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아이자와와 함께 있었을 때에는 언제나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는 제법 오래 대화를 이었던 것 같지만 그 이후로는… 왜일까. 그냥 하늘이 높아서, 비가 내려서. 그저 하고 싶은 말 대신 한번 더 기타의 현을 튕기는 것으로 답했다. 오히려 신선하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 이외에는 좋았다. 어차피 오지 않으리라 확신한 탓에 취기를 날려버렸던 것이 잘못되었던 걸까. 거의 확실했다. 멀쩡해진 정신으로는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주제에. 그 탓이 언제나 죽지 않음을 알면서 죽으려 드는 주제에. 도망치지도 않고 맞서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 하나에게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어버리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저 아이자와의 앞을 걸었다.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손을 무시하고. 걸었다. 그냥 걸었다. 웃음 소리의 틈새로 몰려오는 풀벌레 소리의 박자에 맞추어서. 걸었다. 얇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행복으로 가득한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한숨이 축제가 한창인 거리에 내려앉았다. 여전히 살아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