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았다.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게 개인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박혀 있었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비가 내렸던 탓에 우중충했던 하늘이 썩 마음에 들었지만, 도시의 별들이 제 빛을 일제히 감추고 바늘로 구멍을 뚫어 놓은 듯 간간히 하늘 너머에서 새어 들어오는 별빛 역시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계단에 걸터앉아 밤공기를 길게 들이마셨다.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야요이가 죽기 직전,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적어둔 노트의 절반을 해치웠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탓에 오늘 하루는 늦잠을 자고, 제대로 된 운동을 나가고. 치에와 마키 사키 바보트리오를 불러 쇼핑도 하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씹을 수 있는 고체형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조금 이른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하루 종일 작곡에 매진했다. 요 몇일 동안 무엇인가 마음에 걸려있던 것들이 시원하게 빠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 몸뚱이는 최악의 상태라 자제는 하고 있었지만, 그러면 뭐 어때. 밴드 리더가 의욕을 잃으면 그 밴드는 그대로 끝장인데. 애초에 시체처럼 지내는 매일매일따위, 이 몸이 되기 전에도 하던 일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놀라울정도로 맑은 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는 일본이니… 츠쿠요미님이겠지. 낮에는 아마테라스님. 당신들이 나의 존재를 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들을 보고 있다고. 후후, 하고 조금 기분 나쁜 웃음이 흘러나왔다. 괜히 밤 하늘이 높은 탓에. 괜한 감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나쁘지만은 않았다. 언제나 하늘이 나의 집이었고 땅은 침상이었으며, 그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어둠 속에서 별과 달은 나의 이정표였다. 한창 달려가던 나이엔 상당히 말괄량이처럼 살았구나 싶기는 했지만, 뭐 어떤가. 그 시절은 이미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되었다. 어떻게 하더라도 나의 것이 되지 않았다.
부족한 점 밖에 없었지만 언제나 인간을 가슴에 품었고, 인간에게 빛을 쫓아 가라 가르치고는 스스로도 꿈을 쫓았다. 돌이켜본다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무모했다. 그러니 내가 남기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거겠지. 그나마 나았던 점은, 한 순간만이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 정도. 물론 그것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가련한 실패로 바뀌어서 좌절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처럼.
물론 그렇다고 여전히 포기할 생각은 없다. 요괴의 이름을 쓰고 있으나 나는 여전히 신이니. 인간이, 요괴가. 신이. 이 우주에 지성이 남아있는 한 공포가 존재하지 않을 수 없으니. 나라는 개인이 사라질 일은 없다.
나의 행동은 언제나 일견 아무 의미 없는 것에서 흘러나와 즉흥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그 기저에는 언제나 무슨 짓을 하더라도 죽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미약한 확신이 토대를 이루고 있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하는 바보 같은 생각. 차이점이 있다면 어찌되건 이 육체는 주기적으로 안을 갈아엎기는 해도 내부 장기를 비롯해 육신이 인간의 그것이라는 것이고 내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였다.
가끔 노래를 부른다. …아니 사실 가끔은 아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보다 노래 가사로 뱉는 말이 더욱 많다. 그마저도 공식적으로 메인 보컬은 마키가 하고 있으니 내가 뱉을 가사는 더더욱 적고, 애초에 친구나 가족들이라고 할만한 사람과도 그다지 길게 말하지 않았다. 가끔 사장님과 신규제품 입고를 받을 때나… 아니면… 아니 이건 아니다. 그때는 정말로 미쳤던 거지. 어느 정신 나간 년이 걷는 것도 힘든 몸으로 술을 계속 들이 붓고 노래까지 하겠는가.
그런데 그 정신 나간 년이 나다.
내가 알고 싶지 않더라도 눈앞에 보이는 나의 현주소가 너무나 명확한 탓에 속으로 그만 웃어버렸다. 감정을 드러내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표정은 잘 드러낼 수 없었다. 그 시절, 야요이의 몸에 있던 수를 셀 수 없던 도전의 흔적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넘겨졌던 탓일까. 육체의 겉면에 보이는 흔적을 지우더라도 그녀에게 공감해버린 이상 그녀의 것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래도 그러네. 너는 성공했구나. 나는 아직 시도하고 있어.
야요이의 집은, 시내의 신축 맨션이었다. 이것조차 갓 대학생이 된 여학생이 혼자 살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웠지만 그것도 본인의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살기 싫어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몸을 바치고, 지금은 내 안에서 살아간다.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은근슬쩍 숨겨놓은 소녀의 흔적들이 욕실이나 주방에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다른 곳에는 흔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기는 했다.
관리되지 않은 화분들은 이미 예전에 말라버려 그 안에 있던 것이 잡초인지 꽃인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바람을 따라 스산하게 흔들리는 잡초들이 보였을 뿐. 한창 열기를 더해가는 계절의 저녁 하늘은, 여전히 높았다. 저 편에서 가마를 든 남자들의 기합 소리, 연인들의 웃음소리. 행복해보이는 세상. 나하고는 연이 없었다. 멍하니 늘어져서 아무도 오지 않는 신사의 문지기를 자처하면서.
“당신은 어떤 기분이었어?”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때, 그럼에도 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너의 이름의 뒷 편에 요괴들이 무리 지어 뒷 축제니 하는 시덥잖은 장난을 준비할 때. 그 아이들이 밉지는 않았을까. 나는, 모르겠더라.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으나 죽지 못하고 남겨진 낙오자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질문이었다. 이 마을의 신들은 모두 빛나고 있어서. 그런 일과는 연이 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가져왔던 술이 비었다. 파란색 라벨이 붙은 맥주였다. 농구하듯 던져버린 캔은 그대로 계단을 따라 데굴데굴 굴러가며 이윽고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늘에 떠있는 달은 지상의 일을 모른다는 듯 빛나고, 나는 또 그 모습에 매료되어 슬퍼서 그만 울어버렸던가. 힘든 일이 많았지. 이제는 말라버린 눈물 샘에서 뭐가 흐를 수는 없다. 복잡한 감정과 함께 어두운 구석에서 붉은 빛이 피어났다. 깊게 들이쉬고 가늘고 길게 뿜어냈다. 복잡한 감정을 날숨에 담아서. 최대한 길게 미련을 남겼다.
별은, 영혼의 무덤이라고 했다.
과거의 그리스에서는 망자를 기리며 하늘의 별자리를 그렸다고 한다. 나는 얼마가 지나도, 저 아름다운 천구에 새겨질 일은 없으니까. 그래, 이렇게 하자. 잊혀져가는 신을 위해, 별 하나 정도는 하늘에 올려주자. 잡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두운 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던 별에 나만이 알 이름을 붙였다. 아야카미라고.
그리고, 이런 때에는 누군가가 함께 있었으면 해서. 스마트폰을 들고 가장 먼저 나오는 녀석에게 연락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