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신은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고 넘어가 준 것 같다. 정확히는 의문을 품었어도 지금 당장 뱉으면 안 된다는 눈치가 있는 것이겠지만. 당신의 말에 태오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돕는단 것에 뿌듯함 느끼지 않는데 뭣하러 감사를 받을까? 일단은 지금 당장 이 맹랑하고 하루빨리 스트레인지에서 꺼졌으면 하는 희멀건 녀석의 입에서 서헌오 그 세 글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 사람 구실은 할 수 있는 놈인가 싶은…… 것은 부디 넘어가고 싶다. 혜우가 알아서 하겠지, 부디 혜우도 맹하여 두 사람의 건전한 연애가 서른 넘을 때까지 지속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
태오는 잠시 생각을 멈췄다.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 걸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서로 상충한다. 혜우가 알아서 하길 바라는 생각, 그리고 혜우가 그런 걸 알면 당연히 알려준 놈을 조져야지. 같은 뜬금없는 생각. 오라비 노릇 부정하는 존재가 자기도 모르게 오라비 노릇을 할 때 보이는 흔한 자아 싸움이었다. 태오는 몰랐다. 자신이 이렇게 자아끼리 싸움이 붙어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 머리를 팽팽 굴리는 동안, 어딘가에서 움파룸파 댄스를 즐겨 추며 특정 인물의 속내를 유추하는 것에 지대한 즐거움을 느끼고 탭댄스를 추는 뇌세포 한 마리가 나 이 주식 지금부터 풀매수 하였으니 당신은 서술한 약조를 지키시오!라 외치며 팝콘을 튀기고 있다는 것을. 태오는 뇌세포의 팝콘의 호흡 '주식 풀매수'도 모르고 장고의 매듭을 짓는다. 저 둘의…… 그래, 애정사는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네 보기엔 그렇군요."
묘하게 누그러진 태도였다. 고저 없이 시를 읊는 듯한 기운 없는 어조도, 표정도 여상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누그러졌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비늘이 다시 제자리를 찾듯 누웠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당신의 질문에 잠깐이나마 평온하던 모습이 무너졌다. 뭔가 말하려다 꾹 다물고는, 아랫입술을 자근 깨물었다. 항상 같은 표정, 같은 어조, 같은 감정을 가져 인형과 다를 바 없는 선배 치고는 극히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아니. 내가 원해서 했어요. 주변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라 했어도."
시선을 피해버렸지만, 적어도 대답엔 거짓이 없었다. 맞는 말이다. 원해서 새겼다. 조금이라도 더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는 치기 어린 판단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하면 안 되겠느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에도 완강하게 고집을 피웠으니, 타의일 리가 없다. 당시의 자신은 영원할 것이라 믿었으나, 막상 독립해 나온 양지에서는 이 입묵이 평생의 꼬리표가 될 것임을 알지 못하고.
"아둔한 판단으로…… 인간들이 끔찍하게 여기니 그렇지요. 어찌 학생이 저리도 흉물스러운 걸 팔에 새기냐는 말을…… 그래요, 제법 많이 들어서……."
인간들은 자신의 판단을 경멸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녀석인지 몰라도 팔이 저렇게 화려하지 않느냐며 좋은 가십거리로 썼다. 태오는 그 시선이 끔찍하게 싫었다. 그렇지만 지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경멸하는 족속들과 똑같아지니까.
"누군가 그리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요……. 다만 후회하진 않아요."
언젠가는 해야만 했을 테니까. 무엇보다 이것은. 태오는 기어이 픽, 하고 한숨에 가까운 웃음을 흘렸다. 지독한 환멸과 체념 어린 웃음이었다. 신념의 증표니까. "만족스러운 답이길 바라지요."
금은 당신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이러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솟구치는 부끄러움과 함께, 격렬한 감정을 느꼈으니 심장이 쿵쿵 뛰었다. 분명히 방 안은 차가운데. 열이라도 오르는 것처럼 금의 볼은 연하게 붉어지면서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서로에게 소곤거림을 주고받는 것이, 잔잔하면서도 비밀스럽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신의 말에 도발적으로 내뱉은 말이었으므로. 당신이 정말로 원한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태연하게 굴 수 있을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언니랑 같이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알겠습니다. 돌아가면 바로 새로 살 테니까요."
첫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흐리며 말했지만. 알겠다며 하는 뒷말은 또렷한 목소리였다. 이제는 숨기는 것 없이 자신의 욕망을 내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걸까. 뺨을 어루만지면 언젠가 고양이로 변했을 때처럼, 고개를 기울이며 자신에게 와닿는 그 손길을 느끼며 쫓는다. 자신이 당신에게 바라는 것. 당신이 지켜줬으면 하는 약속은 단 하나였다.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이제는 이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지금. 다치는 곳 없이 당신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했다.
"시국이 변했으니, 앞으로 더 직접적인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맞이할 상대들은 아주 강력하고, 우리를 죽이려고 들테고요. 제게 언니는 그 누구보다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위험한 상황은 최대한 피하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습니까?"
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으며 손을 뻗어, 인형을 만지작거리던 당신의 손등 위를 덮었다. 그리고 그대로 깍지를 끼며 기대었던 고개를 들고서 당신을 똑바로 마주보며 금은 이어서 말했다.
예를 들면, 지나치는 유리창에 비추는 모습에. 예를 들면, 비 온 뒤 고인 물웅덩이의 표면에. 예를 들면, 막 일어나 들어간 욕실 거울 속에.
'''나'''를 보는 그 모든 눈동자에 현실이라는 이름의 제일 처참한 지옥이 있었다.
성운의 예고 없는 방문은 여러모로 사정 좋은 일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약보다 더 좋은 안식이 되었고 나에게는 다음 레슨까지의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전해야 할 것도, 할 말도, 너무나 많았으니까.
일단 당장은 그녀의 방 침구를 갈아끼우는게 우선이었지만.
"뭐 그런 표정을 하고 그러냐. 프흐흐. 야야, 저기 소파 앉아서 쉬고 있어라. 하던 거 마저 하고 오게."
잠시 일어나긴 했지만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그녀를 성운에게 맡겨놓고 나는 다시 방으로 가서 걷어내다 만 시트를 마저 걷어내고 그 위에 탈취제를 뿌렸다. 탈취제가 마르는 걸 기다리며 여분의 시트를 꺼내는데-
"으응... 시러어... 가지 마아... 여기이 잇서어..."
거실에서 그녀가 칭얼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옆에 앉히기라도 하려고 했나, 저 상태면 수건을 갖다 줘도 닦는 건 무리겠다. 얼른 침대 정리를 마치고 재우기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부지런히 움직였다.
킹 사이즈의- 혼자 자는데 뭐하러 이렇게 큰 침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큰 침대의 정돈을 마치고 거실로 나가자 성운에게 안겨 잠든 그녀와 못지 않게 피곤해 보이는 성운이 보였다. 어쩐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새어 피식거리면서 소파의 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성운마저 뻗기 전에 말을 꺼냈다.
"성운 학생, 온 김에 들어라. 앞서 보낸 톡의 내용은 숙지했으리라 생각하고 말 하는 거다."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백의 윗주머니로 손을 가져가다가 지금은 백의도 안 입었고 여긴 그녀의 집이란 걸 떠올리고 손을 내렸다.
"뇌파 관련해서 다른 연구원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이미 측정된 기록으로 파악할 수 없다면 다시 측정하는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하더라. 일종의 임상실험을 하란 얘기다. 그래, 뇌파니까 바이오리듬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장치 하나 달아두면 간단하겠지. 밴드형 팔찌로 해서, 연구소의 네트워크 서버에 기록이 자동저장 되도록 해놓으면 놓칠 일도 없고. 하지만 왠지 그렇게 해선 부족하단 생각이 들더라."
흐아- 길게 말을 하니 서서히 밀려오는 피로에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어, 네가 그 기록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수신장치를 하나 가지고 있어라. 폰 어플의 형태로 모니터링도 가능하게 해주마. 그걸 가지고 있다가, 뇌파나 바이오리듬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 직접 현장에 당도해서 확인해주길 바란다. 그 애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말의 끝으로 갈수록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어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기껏해야 그녀와 동급생인 성운에게 맡기는 것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성운은 그녀의 연인이었고 지금도 그녀가 의지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배제하고 이 일을 치러선 안 된다고, 지독하게 싸늘한 감이 말하고 있었다.
마치 3년 전 그 날처럼.
"물론 부담스럽다면 거절해도 된다만, 어쩔 테냐."
내 안의 불안은 감쪽같이 숨기고 성운에게 물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돌아온 대답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 다음 레슨 때까지 수신용 팔찌와 어플 만들어두마. 실물을 주는 것은 그 날로 하자."
그러니 이제 쉴 시간이었다. 나도, 성운도, 그녀도. 기껏 앉았던 몸을 다시 일으키고 성운을 향해 고갯짓 했다.
"침대 정리해 놨으니 가서 한숨 자라. 소파는 내 자리다, 이 자식아."
킬킬 웃으면서 앞서 방으로 가서 방문을 열어주었다. 두 명의 어린 연인이 푹신한 침대에 눕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 하고 할 일을 떠올려냈다.
"잠깐 얘 뇌 상태 확인 좀 하자. 걔 왼손 좀 이불 밖으로 꺼내 봐."
간단히 얘기하며 메스와 거즈를 챙겼다. 준비된 그녀의 왼손을 잡아 거즈를 받친 상태로 중지와 손바닥 가장자리를 살짝씩 그었다. 그러자 그녀가 아이가 칭얼이는 소리를 내며 미간을 찡그렸고 속도는 평소보다 조금 느렸지만 그은 자리가 확실히 회복되는 것을 보고서 찔끔 나온 피를 닦고 손을 내려놓아주었다. 그 다음 뒤돌아 메스와 주변 물건들을 정리하며 설명해주었다.
"지금 당장 체크할 수 있는 기기가 없으니 간단히 부상을 내서 반응과 능력의 연산 여부로 검사하는 거다. 그 애 능력이 바이오 계열이라 가능한 편법 같은 거지."
설명을 마치고, 정리도 마친 후, 나가기 전에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견고한 듯 불안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두 아이를 나는 어디까지 받쳐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손을 뻗어 성운의 정수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려고 했다. 피하지 않았으면 조금 투박하지만 힘 빠진 손길이 잠시 머물렀다 떨어졌겠지.
"나 거실에서 잘 거니까, 엄한 짓 할 생각 말고 얌전히 자라-"
말은 꽤나 짖궂게 했지만, 글쎄, 저 희멀건 녀석이 알아 들었을까? 아무렴 어떠랴, 그런 것도 다 추억이지 뭐.
나는 다시금 낄낄대며 그녀의 방을 나가 문을 꼭 닫아주었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어 거실 소파에 드러누웠고 그녀가 흘려놓은 담요를 추슬러 몸 위에 덮기 무섭게 기절하듯 잠들었다.
...열병이란 고열이 밥 먹듯 끓는 병이었지만 항시 그렇지만도 않아, 앓는 중 한 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제정신이 들곤 했다. 성운도 유준도 한참 잠들어 있는 와중이었다. 그 때가.
분명 없었던 성운이 옆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어쩐지 안심이 됐다. 성운 역시 환자복에 약냄새가 폴폴 나서 온전치 않은 상태란 걸 느꼈지만 그럼에도 내 옆에 와주었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뻤다.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눈이 깜빡깜빡 감겼다. 열이 오르는 건 아니었고, 안심한 여파로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순순히 눈을 감고 성운의 곁을 파고들었다. 서서히 희미해지는 의식 너머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있지, 성운아. 네가 있으면, 어쩌면 나는...
그러나 곧 떨어진 잠기운 덕에, 생각이 이어지지 못 하고 끊겼다. 곤한 숨소리 만이 방 안과 거실에 나즈막히 흐르는 새벽이었다.
닿아오는 속삭임이 간지러워서, 어깨를 움츠리면서 혜성의 눈동자가 금의 눈길을 피해 도로록 방향을 돌렸다. 금의 뺨이 옅은 붉은색으로 변한 것마냥 혜성의 귀와 뺨도 비슷한 색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으, 건... 좋을 것 같기는 해도 그러면 안돼."
원한다면 얼마든지 라니, 그런 말이 어딨어. 옅게 뺨과 귀를 붉힌 채 기어들어가듯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혜성은 제 양손으로 폭 얼굴을 감싸 가리기 이르렀다. 심장이 위치한 부분이 간지럽고, 차가운 방 안과 다르게 꼭 한여름의 햇살 아래에 있는 것처럼 얼굴이 뜨겁다. 이렇게까지 뜨거워졌던 적 없었는데 방 안의 차가운 공기로 인해 차가워진 손에 묻힌 제 얼굴에서 느껴지는 얼굴이 얼마나 뜨거운지.
폭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린 건, 금의 말 때문이었다. 눈을 깜빡거리며, 입술을 달싹거린다. 자신이 들은 소리가 정말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혜성은 한참을 생각해야했다. 같이? 나랑?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아니 그렇다고 안되는 건 아니지만. 입술만 달싹거리고 있던 혜성이 겨우 말을 뱉어냈다.
"응, 꼭 새로 사고 말해줘. 귀찮다고 대충 사지 말고."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흐리듯 중얼거린 말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혜성또한 일부러 뒤이은 또렷한 금의 말에 대한 대답을 겨우 중얼거릴 수 있었다. 저번부터 이상하게 솔직하고 적극적이지. 제 손길을 따라 쫒아오는 금의 모습에 조금 더 뺨을 감싼 채 엄지로 문지르는 것처럼 쓰다듬으며 생각하다가, 혜성은 금의 말에 손을 떼어내고 느릿하게 눈 깜빡였을 것이다.
"..금이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 나또한 무사히 졸업하는 걸 바라고 있고, 금이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서 기쁘기는 하지만. 위험한 상황을 피해달라는 말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내가 졸업까지 반년이 조금 넘게 남아있어서 별다른 간섭없이 너희들- 그러니까 후배들이 뭘 하든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
깍지 낀 손의 결속은 단단하지 않았다. 자신이 마주 깍지를 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있지, 나는 네 생각보다 더 위험한 일에 발 담그고 있어. 그게 내가 끝까지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비밀이야 라고 말할 수 없어서, 혜성은 진지하게 제 얼굴을 보는 금과 눈 맞추고 제 손에 깍지 낀 금의 손에 마주 깍지 끼며 고개를 숙였다.
곧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눈을 살짝 감은 혜성은 이제는 익숙하게 금의 뺨에 입맞춘 뒤 감았던 눈을 뜨고 금을 똑바로 응시했을 것이다.
"내가 네 연인인 것과 별개로 보호해야할 위치에 있는 건 우리 3학년들이야."
인첨공 밖에서의 기억이 플래시백 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순진하게 웃고만 있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마주 깍지 낀 제 손에 힘을 실어 잡으며 혜성은 한번 더 뺨에 입맞추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