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철현] "그 아저씨는 능력을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쓰진 못해." "사람의 코드는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같아. 물론 지우는 것은 가능하다지만..."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한양] "주변이 녹색으로 바뀌지. 응. 영역 주변이 녹색의...누가 봐도 사이버 공간처럼 바뀌어." "일단 아저씨의 발밑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확 퍼져나가는 느낌이야." "그리고 능력을 발동중일때는 잘 움직이지 못해."
은우는 잠시 생각을 하다 한양에게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경진] "...힘들수도 있지만 해야지."
은우는 그 말에 애써 대답했습니다. 이를 꽉 악물면서 그는 괜히 물을 천천히 마셨습니다. 속을 천천히 가라앉힐 모양입니다.
[이경] "있을거야. 있을건데 난 몰라." "그것을 그 아저씨는 한번도 알려준 적이 없어. 아... 그래도 이건 있어." "그 아저씨는 절대로 영역을 길게 펼치지 않았어. 능력을 쓰고 난 뒤에는 피로감이 꽤 생긴다고 했었는데... 이게 과연 약점이려나." "그 외에...특이한 점이 있다면 맞아. 이게 있었어. 예전에 아저씨가 나와 보라, 그리고 아라를 데리고 등산을 간 적이 있었는데, 지나가듯이 '이런 곳에서는 내 능력을 쓰기가 조금 힘들어서 아저씨는 이런 곳에 오르는 것이 서툴러.' 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
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걸까요? 당신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나요?
일단 모두가 그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정하가 말한대로 아무래도 앞에는 장벽 같은 것이 쳐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성운은 리라에게 도움을 받고 일단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위로 올라가서 확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커다란 돔 형태로 장벽이 쳐진 모양입니다. 뚫린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고, 들어갈 수 있는 구역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닿아도 갑자기 터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커다란 돔 형태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쳐져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어 새봄의 말에 은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습니다. 그녀의 레벨은 0. 사실상 능력을 쓰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한번 시도해볼래? 무리하진 말고."
하지만 그녀가 시도를 해봤음에도 레벨0의 힘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좀처럼 효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새봄은 안의 풍경이 뭐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요리를 하는 와중에 보이는 그 내부는... 지금 보이는 느낌과 다른 것 같은데 그걸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혜우의 버프를 모두가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버프를 느끼는 와중, 아라가 저 편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을 것입니다.
"야. 코뿔소. 왔냐? ...여기 아까부터 내가 두들겨 보고는 있는데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 진짜!! 저 아저씨! 안에서 뭐하는거야! 젠장!!"
투덜거리면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열이 받았는지 그녀는 크르릉...소리를 내면서 저 너머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지먼트." "...그 안으로 가고 싶어?"
그리고 보이는 존재는 다름 아닌... 제 2위. 플레어입니다.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요? 그녀는 은우는 눈꼽만큼도 보지 않고, 그저 저 너머... 장벽이 있는 그곳만을 바라봤습니다.
그저 빠를 뿐이다. 현실조작 능력자를 상대하는 가장 유명한 방법이 '상대가 죽었다는걸 인지하지도 못할 속도로 죽여라' 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한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다. 잘 쳐도 레벨 4, 아마 레벨 5나 되야 카드중 하나로 사용할만한 전략이다. 유한의 레벨은 3. 그런 짓을 하기에는 택도 없는 레벨이다.
그저 빠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만약에 지형이라도 바꿔 달릴 수조차 없게 된다면 무용지물이다. 법칙을 뒤집어도 그렇다. 관성, 마찰, 혹은 내가 모르는 사소한 법칙 하나하나. 무언가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능력이다.
'그래도 일단 해봐야 아는거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는 결과를 논할 수 없다. 강수호라면 이런 고민을 하는 내게, 그렇게 잔소리했을 것이다. 꽤나 얄미운 표정으로.
"흔들릴 여지가 있다면 안 하는게 최선이지만, 그걸 제시할 상황이 아니라 안타깝네요. 이런 상황에서도 나서야 한다니 죄송하다는 말 밖엔 못 하겠습니다."
동정하는 투는 아니였다, 말 그대로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는 듯 갈무리짓고선 플레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어째서 도움을 준다는 것인지는 이해 못하겠으나, 그녀 외의 힘으로 어쩔 방도 없다면 기대는 수밖에 없겠구나. 웨이버조차 못 부쉈으니 에어버스터도 비슷한 화력이려나, 생각하다 수경의 말에 그녀 쪽으로 다가서 손을 내밀었다.
"저도 데리고 가 주세요."
그리고 목걸이 확성기를 다른 한 손에 쥔 채, 전원 버튼에 엄지를 댄 채 그립을 확실히 했다. 수경이 내부로 들어가는 것에 성공한다면 본인 또한 능력을 쓸 것이였다.
역시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지, 레벨 0은 원래 실패의 연속이니까! 어라, 근데... 안쪽이 조금 느껴진 것 같은데 뭔가 달랐던 것 같은데? 뭐가 어떻게 다르냐고 하면 설명할 수가 없어서 말을 꺼내기도 그러네. 그 와중에 혜우가 손을 써준 건지 기운이 솟았다. 아, 마침 능력 써서 조금 진 빠졌는데, 나이스! 혜우를 향해, 고마워! 라고 말하며 엄지를 들어보이려는데, 사람이 둘 다가왔다. 아, 한 분은 보고서에서 봤던 것 같다. 웨이버 씨. 웨이버 씨는 저 벽을 깨보려고 애쓰신 것 같은데 잘 안된다시는 모양이다. 그리고 다른 분은 들어가고 싶냐고 물어보시는데,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시네... 괜찮으신가?
"안녕하세요! 안 쪽으로 들어가고 싶은 거냐면 네, 맞아요."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 뒤, 결계 쪽을 째려보았다. 벽이 아니면, 돔 모양인가? 보통 결계 하면 돔처럼 생겼잖아. 디저트에 얹는 설탕 장식처럼. 그래도 설탕 쪽으로 상상은 하지 말자. 녹이면 뜨거워서 위험하고 부수면 날카로워서 위험하잖아. 그러니 좀 찐득하기는 하겠지만 역시 랑그드샤 반죽이 낫겠어. 그건 반죽 자체가 액체고 뜨겁지도 않을 테니까. 그럼 저 결계를 크고 아름다운 접시모양 랑그드샤로 만드는 거야. 랑그드샤 정도면 파편을 맞아도 다들 안 다치시겠지. 실온 버터, 박력분, 슈가파우더, 실온 계란 흰자... 초콜릿은 생략하자. 샌드할 거 아니니까. 그거랑 보울이랑 휘핑기. 말랑해진 버터를 크림처럼 부드럽게 풀어주자. 열심히 저어서. 하나 둘 하나 둘. 그다음에 박력분을 잘 섞고, 계란 흰자는 한꺼번에 넣으면 덩어리지니까 나눠서. 한번, 섞고, 두번, 섞고, 세번, 섞고.....
아무리 가볍게 동네산책하는 기분으로 옆학구까지 뚜벅이로 돌아다니는 그녀라고 해도 일단은 평범을 주장하는 사람인만큼 뻗어버리는 때도 나름 있었다. 그렇다고 훈련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놓치는게 있었을까?
"꿈이었슴다..." [갑자기 뭔 소리람?] "어떤 한 도시에 비밀이 많은 아이돌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비밀이 많은 경찰과 어떤 음습하고 꺼림칙한 일에 휘말려서 납치극이 벌어지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모든게 다 어떤 사람의 손에서 놀아났다던가 말임다..." "그게 언니 꿈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는걸요~♥︎" "거기서 트롤링하면 어떤 기분일까 하구여." [...선넘네.] "어머나~♥︎" "이상한 한탄에 잠겨있을 시간에 얼른 더미 프로그램에 장난친거나 수정해야지, 류애린 학생?"
여성의 오밀조밀 잘 말아쥐어진 주먹이 그녀의 정수리에 꽂혔고,
"랜디 존슨!!!"
마치 날아드는 야구공에 맞아 말 그대로 폭발한 비둘기처럼 빠르게 엎어지는 그녀의 위로 회색빛의 긴 머리카락이 잔상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147 정하나 새봄의 반응에도 덤덤히 고개만 끄덕였지만 성운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는 눈에 띄게 표정이 풀렸다. 그 짧은 순간, 모든 고민과 생각 다 내려놓은 듯이. 걱정할 일 없게 하겠단 말에도 괜찮았지만 손이 떨어져 멀어지기 무섭게 가슴 아래 밑바닥부터 꾸물대는 것이 있었다. 애써 무시하며 상황을 살폈다.
이번엔 능력으로 유리구슬을 갖다가 사탕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연구원 선생님께서 무슨 우주복같은 특수보호복을 입히더니 또 대야를 들려서 훈련실에 넣으셨다. 하긴 깝깝하긴 하지만 맨손으로 펄펄끓는 설탕시럽 곤죽엔딩보다야.
대야에 준비해온 유리구슬을 쏟아넣고, 그 앞에 앉아 상상한다. 유리구슬 한알한알이 설탕가루가 되어 쏟아져내린다. 뜨거운 열에 하얗고 반짝이는 가루가 녹아 투명한 액체가 된다. 거기에 특별 재료로 엄마들의 사랑! 나한테 오는 편지에 적힌 별의별 데이트코스, 내 눈 따윈 아랑곳없이 자잘하게 행해지는 눈꼴시려운 애정행각... 어라, 뭔가 더운데?
그리고 오늘도 역시나 대야엔 사탕같은건 온데간데 없이 설탕시럽만 보글거린다. 아, 과일 가져올걸. 그럼 탕후루만들수 있는데!
레벨0로는 역시 조금 무리였던 것일까요. 새봄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뭔가를 해내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주 조금, 조금은 장벽이 물러졌을지도 모릅니다. 리라는 자신의 능력을 장벽에 쓰려고 했지만, 이내 거절되는 것처럼 팍하고 팅겨나갔습니다. 그리고 수경이 자신의 능력을 써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역시나 팍! 하고 튕겨져나갔습니다. 따라서 경진 역시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마치 장벽이 자신을 만지는 것은 허락해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한편 혜성은 자신의 능력을 써서 안을 보려고 했습니다. 안전가옥으로 향하는 길목 중, 코너가 있었고, 그 근처에는 풀숲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보호색 기능을 써서 숨어있는 '파워 슈트' 2체가 보였습니다. 안에 탑승하고 있는 것은 어떤 한 사내, 그리고 붉은 머리 여성인 서아였습니다. 사내는 누구인 것일까요. 일단 푸른 투톤 머리가 특징적입니다. 그리고 그 근처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색 레이저 장치 같은 것도 그녀는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대로 들어갔다고 한다면... 순식간에 당하지 않았을까요?
한편 웨이버는 정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돔 형태의 장벽이 있는 곳에서만 비를 내리게 했습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꽤나 거대하고 큰 느낌의 구 형태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비가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한편 성운은 핸드폰을 이용해서 조사를 했고 생각보다 많은... 정확히는 총 4개의 통신기지국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조금 거리가 멉니다.
이어지는 말들. 들어가고 싶다고 말을 하는 것에 플레어는 생기가 없는 눈으로 장벽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능력을 쓰는 것에 플레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말을 짧게 마치며 플레어는 오른손을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아주 거대한 불덩이, 아니. 정확히는 '방사선 구체'를 생성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장벽쪽으로 던졌습니다. 이내 커다란 폭발과 함께 강한 섬광이 주변으로 튀었습니다. 박살이 나느 소리와 함께, 모두가 눈을 떴을때는 가옥의 모습이 다르게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이버 공간'같은 느낌이 그 가옥 주변에 퍼져있었습니다. 그리고 길목 여기저기에서도 사이버 공간에서나 보일법한 녹색 길목이 펼쳐져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그야말로 새로운 영역입니다. 가옥 역시 처음에 봤던 것과 달리 커다란 하얀색 '연구소' 느낌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난 여기까지야." "이 이상은... 도와줄 수 없어." "...에어버스터."
이어 플레어는 은우를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절대로 호의적인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공허하지만 적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용서못해." "...그것만큼은... 알아둬."
이어 플레어는 그 상태에서 뒤로 돌아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이 이상 들어갈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작게 혀를 찼습니다.
"...어쨌든 뚫렸으니까 들어가자!! 코뿔소들아!" "지시는 내가 내릴거야. 그럼 들어가자. ...지금부터가 진짜니까...다들 긴장하고 들어가자. 절대로 앞장서지 말고... 여기서부터는 모든 상식이 어긋난다고 생각해. 알았지?"
/오늘자 진행은 여기까지!! 만약에 탐지가 안되면...여기서 은우와 아라가 각각 기습을 당하고 일시적 리타이어를 당했겠지요! 늘 말하지만...쓸모없는 이는 없어요.
들리지 않는다. 태오는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다. 플레어의 힘에 간단하게 박살이 나는 장벽을 보며 다른 생각이 먼저 앞선다. 어찌 되었든 저렇게 고통스럽다 호소하고 있으니, 고통에서 해소되고자 한다면 명령에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저런 존재와 전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에 차마 감사 인사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감사할지언정 언젠가 철회할 상황을 직면하느니 차라리 입 다무는 게 낫다.
상식이 어긋난 곳. 이는 얼마나 영감을 가져다주고 바람을 불어넣을지. 아니면 끝장을 내줄지. 태오는 노이즈를 활성화 하여 안면을 가리고는, 남들이 전부 들어갈 적에야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유한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짐승이라니? 인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던가? 자신이 짐승이고, 인간 탈을 썼다고? 헛소리였다. 유한은 짐승이었던 적이 없다. 짐승이란, 사람이 아니라는 뜻 아닌가. 인간적인 감정이 없고, 인간적인 도의에 따르지 않고, 인간임을 포기한 자들을 짐승이라 부르지 않던가. 감정도 있고, 도의에 따르고, 인간임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도대체 자신이 왜 짐승이라고 불려야 하는가.
"나는 처음부터 이랬어. 네가 뭘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는 처음부터 이러했다. 인간의 탈이라니, 사회화된 짐승이라니. 그런 말을 하기 전에 그의 과거의 모습을 돌아보면 그는, 전혀, 평범한 인간과. 같았을 터였는데.
"현태오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지껄여."
어릴적 기억이 흐릿하다. 제 누이가 이곳에 끌고올적 기억만 선명하다. 어째서 내가 여기에 끌려왔더라? 그러고보면, 내 부모님은 누구였지? 왜 내 어린시절은 기억에 없지? 내 과거는 어땠더라? 인첨공에 오기 전은? 인첨공에서의 기억은 선명하기 짝이 없는데, 그 전의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흐릿했다. 마치 인생을 인첨공에서 시작했던 양. 확실하게 부정할 수 있다. 나는 바깥에서 왔다. 그런데, 어째서.
"주제를 몰라? 누가 주제를 모르는데? 나에 대해서 아는것 따윈 없으면서 지껄이는 네가 주제를 모르는 거겠지."
말을 뱉어낸다. 생각을 굴린다. 내가, 어땠더라? 강수호를 만나기 전에는 어땠더라? 어째서 그렇게 적응이 빨랐지? 강수호를 만나기 전에는, 자경단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왜 그랬더라? 남을 때리고 죽여서 빼앗는 것이 왜 당연했지? 아니, 언제부터 당연한걸 당연하지 않게 생각했지? 자경단에 들어가고 나서였나? 하나 누나를 만나고, 혜우를 만나고, 아니야, 그 전부터- 강수호를 만나서부터- 아니, 그 이후였던가- 기억이 얽혀서-
나는 처음부터 인간이었던가?
"말 취소해. 현태오."
멱살 잡은 손 움직여 태오 목 쥐려고 한다. 목 조른 손에는 이전보다 더없이 힘이 들어가 있다. 힘 들어간 팔에 핏줄 서있다. 똑같이 핏발 잔뜩 선 눈은 초점 없이 태오를 바라본다. 태오를 바라보지만, 전혀 태오를 바라보는 것 같지 않다. 무언가 다른 것을 보는 것 같다. 생각은 말도 행동도 무엇을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돌아가기만 한다.
"취소 안 하면 죽인다."
강수호였다면 지금 어떻게 반응했지? 강수호였다면 무슨 말을 했지? 강수호였다면 어떤 행동을 하지? 강수호였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지?
“어떤 식으로든요. ···인첨공에 자기보다 강한 사람이 열 명도 안 되는 사람 앞에서 이런 말 해봐야 우습겠습니다만, 저도 나름대로 인첨공에 저보다 강한 사람이 천 명도 안 되니 어떻게든, 어떤 식으로든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저명한 연구소에서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것이 거대한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은우 선배, 지금 우리가 헤아려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책임을 져야만 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가가 아니겠습니까.”
“···이해했습니다. 그러시다면 부장님, 허가를 부탁드립니다.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성운은 백지 수표를 받아다 품 안에 찔러넣었다.
그래, 결국 아직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 책임도 지지 못하는 애송이인 거다. 그런데 그게 별 대단한 일도 아니지 않는가. 그는 혼자가 아니고, 앞장서서 책임을 져주겠다고 하는 선배가 있다. 그러면 오히려 더 속편하게 지를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후배라는 이유로 책임 안 져도 되는 이 순간, 즐기련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한다.
성운은 혜우에게 다가가서 다시 혜우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조심히 갔다올게. 너도 조심해.”
"그대는..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던 걸까요?" "음... 아시잖아요? 타인을 돕는 인생이겠죠?" "그럼 뭘 했나요" "커리큘럼을 받았죠?" "또 뭐를 했나요?" "커리큘럼이요?" "그리고요?" ".....으음..가ㅁ..."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이자식아!" "어.. 그럼 뭘 물으시는 건가요?" "어떻게 남을 도왔나요? 같은 거잖냐.." "너 생활력 쓰레기겠구만?" "생활력이 뭔가요?" "남을 돕는 건 당신께서 절 찾아오신 것처럼 찾아와서 제게 호소하면 그걸 듣고 타인을 도왔어요." "...." "짧게.. 한달정도는 배워야 하겠군요. 할페티와 케이스 같은 아이들과 지내면서 배우는 게 어떨까.. 싶단다" *모 사쿠라장의 모 히로인의 그림을 그렸어 연발 대사 기반
수경의 오늘 커리큘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무언가 달라진 것은 없어요.
그렇게 느낄 뿐입니다.. 이동한다. 같은 것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코디네이티-브와 텔-레포트의 연산적 차이점은 당연하지만 전자가 연산의 총량과 숫자가 많다는 점일까. A에서 B로 일방적 이동과 두 좌표를 연결하는 것은 쌍방이동이고... 일반적으로 능력자가 그것을 이용할 때에는..." "하지만 텔레포트가 연산의 길이가 짧다는 점..." "이에 필요한 것이 이론 중 하나인데..." "11차원의 방정식의 불규칙성을..." 샨챠 소장님의 강의는 수경만 듣고 있습니다. 진호나 팔카타는 들으면 자요. 기록된 걸 설명하는 건 잘하시는데 수경도 좀 졸린 걸 연산을 돌리며 이겨내는 거에요.
나 번뜩 떠오른 게 있어 반응 안해도 된다 이혜성이 저지먼트 애들이랑 거리를 두려는 이유 이혜성은 성격 자체가 잔잔하고 고요한 편이라서 이벤트 때 전투가 벌어져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최선의 방식을 택하는데 다른 애들은 저돌적이고 앞뒤없이 움직이는 일이 많잖아 그래서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을 받아들일 성격이 아닌거지
하지만 이 일은 뜻밖의 인물로 인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바로 퍼스트클래스의 2인자, 플레어. 플레어의 등장은 서한양의 두뇌회전을 멈추게 만들었다. 벽을 뚫을 압도적인 화력이 있는데, 뭣하러 머리를 굴려.
강력한 에너지와 함께 부숴진 장벽. 우리가 봐왔던 가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크리에이터, 바깥에서 비추는 모습도 조작할 수 있었구나.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식'이란 범주 안에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 후우... "
그러니깐 서한양. 이 안에서는 평소처럼 어떠한 수나 가정을 하지마. 오로지 본능대로만 싸워.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해도, 어차피 내가 살아온 세상의 상식 안이야. 그렇다고 상식에 어긋난다고 당황하면 안 돼. 그 어긋난 상식마저도 내 것으로 체득하고, 적응해서 싸워야 돼. 나는 이제 서한양이 아니야. 내가 크리에이터가 됐다고 생각하고 싸울 거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리에이터와 맞서싸우는 수 밖에 없어. 내 능력은 유틸이니 서포트니 운운해도.. 결국은 전투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테니깐. 그러니깐 서한양. 지금까지 해왔던 추리질이나 판단은 내려놔. 가장 잘하는 거 있잖아. 부부장이라는 생각도 버려. 넌 그냥 여기 싸우러 온 녀석이야.
저울질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질 만큼이나 불균형한 관계다. 일반적이라면 보낸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것에 불안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금의 경우는 달랐으므로 언제나 지금과 같은 마음을 당신에게 내보일 것이었다. 그러니 언젠가 당신에게 금의 행동 하나, 목소리 하나까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면. 마침내 금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런 식으로 고통이 될 수도 있었으니, 그 뒤에는 메마른 얼굴만이 남아 있을 수도 있었고, 각오한 얼굴로 그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금이 있을 수도 있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가 존재할 것이었다.
"아, 언니가 안는 베개가 필요하다면요."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침대를 바라보던 제 시선을 알아챈 것인지.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해오는 당신의 물음에 금은 싱긋 눈웃음치며, 작게 탄성을 낸다. 이제는 그런 말에도 태연하게 굴 수 있는 것이었으니. 눈을 마주치곤 부러 다시 웃는다. 이어지는 그 말에 금은 무사히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려와 쓴웃음만 짓는다. 대장과 부대장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생각하던 금은 자신을 걱정하는 당신의 시선에 괜찮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을까. 어떻냐고 묻는 것에 금은 살짝 입술을 비죽 내밀었으나, 당신의 손길에 금방 표정을 풀었다.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그냥 귀찮아서 그러는 거니까. 그리고 아르바이트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폐를 끼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 걸 받기에는 체면이 없다. 이어지는 제 물음에 대한 답에 금은 당신을 조용히 건너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취업이라, 능력의 레벨이 크게 작용하는 인첨공에서 지금까지의 성장을 생각한다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던 금은 아직 졸업까지 시간이 남았다는 말에,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려 했을까. 눈을 반쯤 감은 채, 금은 숨을 고르고서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말한다.
살기 바빴다. 삶의 여유가 생길까 싶으면 그 틈마다 잽싸게 떠올리며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누군가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라고 곱씹었지만, 이 나이까지 곱씹다 보니 희미해진 것 같다. 무뎌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태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주 일찍이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적당히 구색을 맞추며 나도 인간이니까 이 정도 책임감은 당연히 느껴야 한다며 어떻게든 매달리고 믿고자 했을지도 모르는 일. 지금은 부질없음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이젠 여유가 생겼으니 한 번 정도는 되새기면서 그러려니 넘기곤 했다.
태오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 정면에 있는 인간 하나를 마주했다. 환히 웃는 인간을 보며 뭔가 곱씹다가도 그 앞에 놓인 조그마한 키링에 시선을 꽂았다. 노란색 푸딩같은 강아지 키링. 태오는 이게 뭔지 모르지만, 적어도 좋아하던 것임은 알고 있었다.
귀를 기울여도 속은 들리지 않는다. 사위는 고요하고, 누구도 없다. 태오는 이런 정적이 얼마만인지 되새겼다. 요새같은 집이 아니라, 어떤 마음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바깥. 끔찍할 정도로 안정적인 공간. 하지만 이곳도 떠나야 한다. 15분 뒤면 여기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며 한참을 대화하다 갈 것이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미 멈춘 시간에 대고 한참을 그리워하는 실로 어리석은 존재들. 태오는 발을 옮겼다. 나 또한 어리석은 존재니, 가기 전에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 그러니 4학구로 가야겠다.
포이즌 버스트(Poison Brust) 개요:식물이나 곤충에 있는 독을 분석해서 자신의 몸에서 생성해낸 후에 그것을 내뿜을 수 있는 능력. 식물과 곤충에게 있는 독을 모르면 생성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관련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독을 몸에서 생성해내기 때문에 해당 독에는 면역이 된다.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손가락 끝에서 독액을 분비한 후에 앞으로 발사하는 방식. 고레벨이 되면 다양한 독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에 대한 본능이 몸을 지배한다. 하지만 태오의 이성은 그 본능조차도 짓누르고 진흙탕 속에서 끔찍한 몰골을 하며 기어 올라왔다. 태오는 당신의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한 번 내려 시선을 마주하더니, 긴 손톱으로 팔뚝을 긁어내릴 듯 거세게 쥐어 잡으려 하며 손의 위치를 어떻게든 옮기려 들었다. 손가락 하나라도 더, 확실하게! 참을 수 없는 욕구가 들끓었다. 더없는 영감이 폭죽처럼 터질 것 같았다. 그 끝자락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카타르시스겠지! 욕구의 분출과 내 자신을 재료로 삼아 완성되는 걸작! 아, 지금 내 얼굴이 몹시도 추하겠지! 언제는 내 모습이 추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재료로 쓸 수도 없을 만큼! 그렇지만 드디어 지금 빛을 발하겠구나!
눈웃음까지 치며 태연하게 대꾸하는 금을 바라보던 혜성은 여전히 입에 물고 잘근거리고 있던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빼내고 부드러이 은근한 어조로 속삭이듯 되묻는다. 그러다가 눈 마주치고 웃는 금의 얼굴을 바라보며 혜성또한 느릿하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그저 언제까지 너를 미지근하기 짝이 없는 감정의 온도로 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너에게 받는 애정과 사랑이라 정의하는 행동을 얼만큼 되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네가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지근한 감정의 온도로 생각한다.
"귀찮다고 그렇게 생활하면 몸 상할라.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으면 집에서는 더 몸 챙겨야하지 않을까."
혜성의 손이 금의 뺨을 살짝 스치다가, 곧 감싸쥐고 엄지로 뺨을 어루만졌다. 걱정과 염려가 섞여있던 새파란 눈동자가 가늘어지더니 뺨을 어루만지던 엄지로 불만스레 비죽 내밀어졌다가 들어간 입술 끝을 톡- 부드럽게 건드리려하며, 짓궂은 장난기가 섞인 눈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나오는 지원금은 자경단의 활동비로 대부분 지출되고 있었지만 3학년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시작한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착실히 모아두고 있다. 월세나 기타 공과금은 더이상 지원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여전히 인첨공 밖에 있는 가족들이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 자신의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폐를 끼치기 싫다는 말을 하는 걸테지.
이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그저 자신에게 있어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는 모습에 애꿎게 여전히 손아귀에 쥐고 만지작거리고 있던 혜성의 행동이 잠깐 멈춘다. 물론 곧장 다시 인형들을 한참 쪼물락거리기 시작했지만, 금의 머리가 닿아있는 제 어깨 방향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약속이면, 해줄게. 일단 들어보고."
기울어진 혜성의 뺨이 금의 머리카락에 닿더니 부드럽게 문지르려하며 혜성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든 약속할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혹여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1% 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닿았다고 근육이 놀란 듯싶다는 태오의 변명에 성운은 딱히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이제사 말씀드리지만 실례가 많습니다.” 하는 말에서는 여상스러움이 묻어났다. 그야 태오같은 괴짜를 인첨공에서 찾으라면야 백사장에서 바늘찾기겠지만, 태오만한 괴짜를 찾는 건 백사장에서 바늘찾기 수준까진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전 룸메이트인 효군(모브 캐릭터) 역시도 스스로 사람 알러지가 있음을 자부하며 인간사의 추함을 경멸하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그러니까 태오에 비하자면야 중2병을 3년째 앓고 있는 놈 수준이지만- 녀석이고, 주변인인 동월이나 유한, 혜우 역시도 그렇게 인간친화적인 인간군상들은 아니라. 물론 아지나 리라같이 그런 인간혐오증 환자들의 철옹성도 그냥 뚫고 들어가버리는 예외케이스도 있긴 했지만.
아무튼, 태오가 생각한 대로 아직은 태오와 알터 사이의 이야기를 성운이 알기에 적합한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그 순간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만, 그것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 고집불통은 그만큼 깍듯하고 눈치좋은 면도 있었고, 이 순간에 그나마 덜 거슬리는 그 면이 도움이 되어 성운은 태오가 내세운 얄팍한 핑계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싸가지 맞출 눈치는 있는 놈이 어째서 이런 데에 대해서는 완전히 백짓장인가. 혈기 넘치는 열여덟 살 남고생이. ─여기서부턴 태오가 읽어낼 것이 아니라 직접 유추해보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정보다마는 굳이 나레이터의 특권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자신이 언젠가 자연스레 알게 될 지식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성운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지만 거기까지다. 성장이 정지되어 있었기에 호르몬의 분비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따라서 그런 데에 대한 호기심도 또래보다 현격히 적었으며 무엇보다 남들에 비해 한없이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인첨공의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데에 바빴기에 그런 호기심을 가질 틈도 없었던지라. 그래서 그런 가장 기초적인 것도 몰랐기에, 그 기초에서 파생되는, 일상적인 단어들 뒤에 숨어있는 그렇고 그런 은유들을 알 턱이 없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을 모른다고 해도, 유치원생도 저들끼리 연애랍시고 소꿉놀이를 하지 않는가. 성운의 연애라는 것도 그 레벨에 머물러있는 게다. 태오가 황당해하는 것도 자유고, 유치하게 여기는 것도 자유다만, 생각해보자면 이 편이 외려 미성년자들에게 어울리는 적법하고 건전한 연애 아닌가. 이런 연애도 있는 게다. ···그나마도 영영 그러지도 않을 테고, 이제 몸도 커서 내분비계도 정상화되었겠다 대능력자가 되어 생계에 여유도 생겼겠다 때 되면 알 거 다 알게 될 테니 당황은 접어두고 팝콘이나 튀겨두시라.
“멋지기만 한데요.”
우습게도 그 말에는 한 치 거짓도 없었다. 깊은 생각도 없었다. 그냥, 멋지지 않아? 정도의, 참으로 얄팍하고 일차원적인 감상이었다. 그 뒤의 감상들은 조금 뒤늦게 피어났다. 멋지기만 한데 굳이 그걸 치부라도 되는 것처럼 대할 필요 있나? ···아니면,
당신은 엘리베이터에서 코드를 입력했습니다. 오늘은 무엇이었던가요? 코드를 확인하고는 귀찮다는 듯이 대충 슥슥 입력합니다.
"오늘 한강 에서, 아버지 와 로마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로마 에서 온 우편 도 이야기의 소재였지요." ........ "서울 에 연못 이란 이름의 나폴리 피잣집이 있대요." "완성이네요." 엘리베이터가 도달한 그 곳은... 물리 법칙이 조금 어그러진 것 같은 곳이었어요. 실제로 어그러진 건 아니었다지만... 하긴...이동점의 그 걸쳐짐으로 인해서 분리된 공간이었으니까요. 차가운 기운에 얇은 원피스의 케이스가 으. 하면서 덜덜 떨고는 옷이 걸린 곳의 가운을 두 개는 입고 나서야 괜찮아진 것 같네요.
"정말이지. 세포 배양이랑 그런 핑계 때문에 춥다는 건 싫은데 말이지요." 케이스는 껴입고는 그것들을 바라보는 수경에게 케이스 리포트로 말을 걸었습니다.
-편안하고... 아늑한 곳으로 보일거에요~ 돌아오신 것을 환영해요. 여기가 당신의... 그리고 우리의 무덤이 될 거에요. 아. 너무 청혼멘트같았나요~ 하지만 아직 완성은 안 되어서요. 나갔다. 들어갔다. 는 가능할 거니까요~ 때가 될 때까지는 집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게 속삭이는 케이스의 표정은 밝고 화사했습니다. 그 말이 들리는 당신은 인식할 수 없었지만요.
"음.. 너무 밝게만 말한 걸까요..." 흐릿하고 낮은 목소리가 음울해보이는 얼굴 표정과 함께 흐트러집니다. 하지만 다시 화사한 얼굴을 꺼내고 연산을 이어갑니다.
"여기가....만들어주기로 한 곳이죠...?" 떨리는 목소리. 그것에 담긴 감정은 분명 기쁨이었습니다. 그 때 어린 치기의 약속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케이스도 알아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케이스는 화사하게 웃으며 거짓말을 했어요.
-그럼요. 하지만 그 만들어진 곳에 당신과 나는 있지만 없을 거에요... 그럼. 지금 목에 손을 대면... 완전히 망쳐버리게 될까요? 충동에 허벅지 홀스터에서 꺼내든 나이프를 홀린 듯 당신에게 박아넣었습니다. 손쓸 틈도 없이 당신은 과다출혈을 일으키고 있어요.. 그 광경이 비현실적인 것은..
-여기가 바로 티와 제가 같이 계약한 집이에요. 그렇게 알고 계시겠지요? 동전이나 전기충격같은 고문과 같은 것은 필요 없지요? 라는 속삭이는 질문들에 이지가 흐릿해지는 기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항은 소용없잖아요? 웃고 있습니다. 아주 아늑한 곳은 비밀이에요. 잊어버리고, 다시 기억해내고, 다시 잃어버리고.... 여기를 집이라 여기고.. 하지만 언젠가 집들이를 하게 된다면 케이스는 조금 놀랄 수도 있답니다... 그야 누구를 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싸움 중에 머리를 맞았는지 머리를 부여 잡은 파란 스카프는 아파하며 보스에게 찾아갔다. 보스는 나무 상자 안에 가득 든 약물들을 꺼내보고 있었다.
"스테로이드? 이건 너무 수지타산이 안 맞지 않나." "아뇨, 이 H와 M은 스테로이드의 발전판입니다. 효과가 어떻냐면.."
옆에서 안경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너무 기니까 요약하자면 H는 하이퍼, 훨씬 빠르며 강력한 효과를 지녀 사용자는 단숨에 근육질이 되며 M은 마조...가 아니라 메가. 고통을 쾌락으로 바꾸기에 강력한 마취 효과와 스테로이드답게 H만금은 아니어도 근육량까지 늘리는 약물이었다. 이를 앞에서 듣던 파란 스카프는 당장 맞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태오는 눈을 치켜떴다. 당신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마치 유리를 통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 같은 눈동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수면 위로 무언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 같다. 깊은 흥미다. 악의로 똘똘 뭉친 속에서는 추잡한 감정이 어느새 가라앉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은 정신을 차리라고 주제를 일깨웠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당신은 쇠사슬로 꽁꽁 묶어둔 것이 풀린 짐승처럼 날뛰다가도 여기가 어딘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덕분에 태오는 당신을 한대 때리려던 것도 멈추고 당신에게 빤히 시선을 꽂았다.
"그러니까 네 처음부터, 보편적인 것을 거부하고, 열등생 시절에도 지금처럼 힘에 도취되어……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것을 당연히 굴었다?"
태오는 고개를 다시금 기울였다. 이거, 스스로 뒤집어쓴 게 아니라 타인이 맞지도 않는 인두겁에 몸통을 억지로 구겨 넣은 건가? 흥미가 샘솟는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선의? 악의? 아니면 호기심? 지금 당장 맞지도 않는 능력을 써서 저 안을 헤집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선배이자 하나의 인도자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족쇄도 있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지 않았는데 남의 선물상자를 뜯어 열어보는 아이처럼 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남의 일이다. 타인의 일이고, 간섭해 봤자 지금처럼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나?"
그렇게 감정을 누르고자 했더니 당신이 기어이 불을 지핀다. 흥미가 가라앉기가 무섭게 태오는 눈을 살벌하게 홉떴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 태오는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명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아직도 당신을 이따금 마주칠 때마다 그렇게 뻔뻔스럽게 구는 모습에 속이 뒤집힐 것 같은데, 당신이 지금 뭐라고?
"진짜?"
태오는 멱살을 틀어쥔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단정하지만 날카로운 손톱이 아닌, 손가락 힘으로 꽉 짓눌러 어떻게든 옷이 덜 구겨지게끔 손을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
"네가 13살 때 내 주머니 털고 싶다면서 대가리 후려치려던 던 기억이 안 ㄴ─"
그리고 일이 터졌다. 손을 떼어놓지도 못하고 목을 부여 잡히자 컥, 하는 소리와 함께 태오는 드물게 눈을 크게 뜨더니 다급히 시선을 굴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려 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시야가 아찔하다. 제로에게 얻어터졌을 때도 이런 것 같은데, 아니다, 그때는 말할 틈이라도 주었지만 이건 대답을 할 틈도 주지 않는다. 태오는 당신의 눈을 마주치더니 바둥거리던 것도 멈췄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 때문이다. 저 빌어먹을, 후벼파고 싶을 만큼 진저리 나는 금색! 기절 시킬 의도가 없다는 것을 머리로 떠올렸을 때, 태오의 고고한 선인仙人과도 같은 성정도 거기에서 뚝 끊겼다.
"큭- 흐윽-"
태오는 후들후들 떨며 팔을 겨우 들어 올렸다. 주먹이라도 쥐어 후려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휘적거려 팔을 잡고자 했다. 그리고 취소하라는 당신의 요구에 대답 대신 남은 숨을 처절하게 뱉었다. 호흡이 막혀 얼마 남지 않은 숨으로도 감정 정도는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다.
"흐- 히!!"
짙은 조롱 담긴 웃음이 새어 나온다. 동시에 행동했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에 대한 본능이 몸을 지배한다. 하지만 태오의 이성은 그 본능조차도 짓누르고 진흙탕 속에서 끔찍한 몰골을 하며 기어 올라왔다. 태오는 당신의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한 번 내려 시선을 마주하더니, 날카로운 손톱으로 팔뚝을 콱 찍어 긁어내릴 듯 거세게 쥐어 잡으려 하며 손의 위치를 어떻게든 옮기려 들었다. 손가락 하나라도 더, 확실하게 내 목을 틀어쥐란 말이다! 참을 수 없는 욕구가 들끓었다. 더없는 영감이 폭죽처럼 터질 것 같았다. 그 끝자락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카타르시스겠지! 욕구의 분출과 나 자신을 재료로 삼아 완성되는 걸작! 아, 지금 내 얼굴이 몹시도 추하겠지! 언제는 내 모습이 추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재료로 쓸 수도 없을 만큼! 그렇지만 드디어 지금 빛을 발하겠구나!
"히힉- 히히히, 흐- 히익-"
나는 이대로 추악하게 몸을 뒤틀다 눈을 뒤집고 창백해질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납 섞인 크림치즈 같은 안색이지만 이젠 온통 납색으로 덧칠될 것이다. 과연 그 뒤엔 어떻게 될까? 당신은 태연하게 시체를 숨길까? 아니면 자수할까? 자신의 주제를 깨닫고 끝없이 무너질까? 그것도 아니라면 다시 인간의 탈 허접하게 뒤집어쓰고 무엇이 잘못되었냐며 호소하다 끝내 인지하지 못하며 비참한 말로를 밟을까? 궁금하다, 그 모든 것이 알고 싶다.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이 자그마한 공간이란 캔버스에 내 시체라는 물감을, 당신이 남길 추잡한 감정을 칠해보고 싶다! 태오는 오히려 더 세게 조르라는 듯 고개를 휙 치켜 올리더니, 눈을 사르르 휘었다. 남은 숨의 바람까지 모조리 뱉어내듯 웃으며.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신은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고 넘어가 준 것 같다. 정확히는 의문을 품었어도 지금 당장 뱉으면 안 된다는 눈치가 있는 것이겠지만. 당신의 말에 태오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돕는단 것에 뿌듯함 느끼지 않는데 뭣하러 감사를 받을까? 일단은 지금 당장 이 맹랑하고 하루빨리 스트레인지에서 꺼졌으면 하는 희멀건 녀석의 입에서 서헌오 그 세 글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 사람 구실은 할 수 있는 놈인가 싶은…… 것은 부디 넘어가고 싶다. 혜우가 알아서 하겠지, 부디 혜우도 맹하여 두 사람의 건전한 연애가 서른 넘을 때까지 지속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
태오는 잠시 생각을 멈췄다.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 걸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서로 상충한다. 혜우가 알아서 하길 바라는 생각, 그리고 혜우가 그런 걸 알면 당연히 알려준 놈을 조져야지. 같은 뜬금없는 생각. 오라비 노릇 부정하는 존재가 자기도 모르게 오라비 노릇을 할 때 보이는 흔한 자아 싸움이었다. 태오는 몰랐다. 자신이 이렇게 자아끼리 싸움이 붙어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 머리를 팽팽 굴리는 동안, 어딘가에서 움파룸파 댄스를 즐겨 추며 특정 인물의 속내를 유추하는 것에 지대한 즐거움을 느끼고 탭댄스를 추는 뇌세포 한 마리가 나 이 주식 지금부터 풀매수 하였으니 당신은 서술한 약조를 지키시오!라 외치며 팝콘을 튀기고 있다는 것을. 태오는 뇌세포의 팝콘의 호흡 '주식 풀매수'도 모르고 장고의 매듭을 짓는다. 저 둘의…… 그래, 애정사는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네 보기엔 그렇군요."
묘하게 누그러진 태도였다. 고저 없이 시를 읊는 듯한 기운 없는 어조도, 표정도 여상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누그러졌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비늘이 다시 제자리를 찾듯 누웠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당신의 질문에 잠깐이나마 평온하던 모습이 무너졌다. 뭔가 말하려다 꾹 다물고는, 아랫입술을 자근 깨물었다. 항상 같은 표정, 같은 어조, 같은 감정을 가져 인형과 다를 바 없는 선배 치고는 극히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아니. 내가 원해서 했어요. 주변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라 했어도."
시선을 피해버렸지만, 적어도 대답엔 거짓이 없었다. 맞는 말이다. 원해서 새겼다. 조금이라도 더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는 치기 어린 판단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하면 안 되겠느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에도 완강하게 고집을 피웠으니, 타의일 리가 없다. 당시의 자신은 영원할 것이라 믿었으나, 막상 독립해 나온 양지에서는 이 입묵이 평생의 꼬리표가 될 것임을 알지 못하고.
"아둔한 판단으로…… 인간들이 끔찍하게 여기니 그렇지요. 어찌 학생이 저리도 흉물스러운 걸 팔에 새기냐는 말을…… 그래요, 제법 많이 들어서……."
인간들은 자신의 판단을 경멸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녀석인지 몰라도 팔이 저렇게 화려하지 않느냐며 좋은 가십거리로 썼다. 태오는 그 시선이 끔찍하게 싫었다. 그렇지만 지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경멸하는 족속들과 똑같아지니까.
"누군가 그리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요……. 다만 후회하진 않아요."
언젠가는 해야만 했을 테니까. 무엇보다 이것은. 태오는 기어이 픽, 하고 한숨에 가까운 웃음을 흘렸다. 지독한 환멸과 체념 어린 웃음이었다. 신념의 증표니까. "만족스러운 답이길 바라지요."
금은 당신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이러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솟구치는 부끄러움과 함께, 격렬한 감정을 느꼈으니 심장이 쿵쿵 뛰었다. 분명히 방 안은 차가운데. 열이라도 오르는 것처럼 금의 볼은 연하게 붉어지면서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서로에게 소곤거림을 주고받는 것이, 잔잔하면서도 비밀스럽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신의 말에 도발적으로 내뱉은 말이었으므로. 당신이 정말로 원한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태연하게 굴 수 있을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언니랑 같이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알겠습니다. 돌아가면 바로 새로 살 테니까요."
첫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흐리며 말했지만. 알겠다며 하는 뒷말은 또렷한 목소리였다. 이제는 숨기는 것 없이 자신의 욕망을 내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걸까. 뺨을 어루만지면 언젠가 고양이로 변했을 때처럼, 고개를 기울이며 자신에게 와닿는 그 손길을 느끼며 쫓는다. 자신이 당신에게 바라는 것. 당신이 지켜줬으면 하는 약속은 단 하나였다.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이제는 이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지금. 다치는 곳 없이 당신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했다.
"시국이 변했으니, 앞으로 더 직접적인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맞이할 상대들은 아주 강력하고, 우리를 죽이려고 들테고요. 제게 언니는 그 누구보다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위험한 상황은 최대한 피하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습니까?"
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으며 손을 뻗어, 인형을 만지작거리던 당신의 손등 위를 덮었다. 그리고 그대로 깍지를 끼며 기대었던 고개를 들고서 당신을 똑바로 마주보며 금은 이어서 말했다.
예를 들면, 지나치는 유리창에 비추는 모습에. 예를 들면, 비 온 뒤 고인 물웅덩이의 표면에. 예를 들면, 막 일어나 들어간 욕실 거울 속에.
'''나'''를 보는 그 모든 눈동자에 현실이라는 이름의 제일 처참한 지옥이 있었다.
성운의 예고 없는 방문은 여러모로 사정 좋은 일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약보다 더 좋은 안식이 되었고 나에게는 다음 레슨까지의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전해야 할 것도, 할 말도, 너무나 많았으니까.
일단 당장은 그녀의 방 침구를 갈아끼우는게 우선이었지만.
"뭐 그런 표정을 하고 그러냐. 프흐흐. 야야, 저기 소파 앉아서 쉬고 있어라. 하던 거 마저 하고 오게."
잠시 일어나긴 했지만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그녀를 성운에게 맡겨놓고 나는 다시 방으로 가서 걷어내다 만 시트를 마저 걷어내고 그 위에 탈취제를 뿌렸다. 탈취제가 마르는 걸 기다리며 여분의 시트를 꺼내는데-
"으응... 시러어... 가지 마아... 여기이 잇서어..."
거실에서 그녀가 칭얼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옆에 앉히기라도 하려고 했나, 저 상태면 수건을 갖다 줘도 닦는 건 무리겠다. 얼른 침대 정리를 마치고 재우기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부지런히 움직였다.
킹 사이즈의- 혼자 자는데 뭐하러 이렇게 큰 침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큰 침대의 정돈을 마치고 거실로 나가자 성운에게 안겨 잠든 그녀와 못지 않게 피곤해 보이는 성운이 보였다. 어쩐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새어 피식거리면서 소파의 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성운마저 뻗기 전에 말을 꺼냈다.
"성운 학생, 온 김에 들어라. 앞서 보낸 톡의 내용은 숙지했으리라 생각하고 말 하는 거다."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백의 윗주머니로 손을 가져가다가 지금은 백의도 안 입었고 여긴 그녀의 집이란 걸 떠올리고 손을 내렸다.
"뇌파 관련해서 다른 연구원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이미 측정된 기록으로 파악할 수 없다면 다시 측정하는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하더라. 일종의 임상실험을 하란 얘기다. 그래, 뇌파니까 바이오리듬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장치 하나 달아두면 간단하겠지. 밴드형 팔찌로 해서, 연구소의 네트워크 서버에 기록이 자동저장 되도록 해놓으면 놓칠 일도 없고. 하지만 왠지 그렇게 해선 부족하단 생각이 들더라."
흐아- 길게 말을 하니 서서히 밀려오는 피로에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어, 네가 그 기록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수신장치를 하나 가지고 있어라. 폰 어플의 형태로 모니터링도 가능하게 해주마. 그걸 가지고 있다가, 뇌파나 바이오리듬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 직접 현장에 당도해서 확인해주길 바란다. 그 애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말의 끝으로 갈수록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어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기껏해야 그녀와 동급생인 성운에게 맡기는 것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성운은 그녀의 연인이었고 지금도 그녀가 의지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배제하고 이 일을 치러선 안 된다고, 지독하게 싸늘한 감이 말하고 있었다.
마치 3년 전 그 날처럼.
"물론 부담스럽다면 거절해도 된다만, 어쩔 테냐."
내 안의 불안은 감쪽같이 숨기고 성운에게 물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돌아온 대답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 다음 레슨 때까지 수신용 팔찌와 어플 만들어두마. 실물을 주는 것은 그 날로 하자."
그러니 이제 쉴 시간이었다. 나도, 성운도, 그녀도. 기껏 앉았던 몸을 다시 일으키고 성운을 향해 고갯짓 했다.
"침대 정리해 놨으니 가서 한숨 자라. 소파는 내 자리다, 이 자식아."
킬킬 웃으면서 앞서 방으로 가서 방문을 열어주었다. 두 명의 어린 연인이 푹신한 침대에 눕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 하고 할 일을 떠올려냈다.
"잠깐 얘 뇌 상태 확인 좀 하자. 걔 왼손 좀 이불 밖으로 꺼내 봐."
간단히 얘기하며 메스와 거즈를 챙겼다. 준비된 그녀의 왼손을 잡아 거즈를 받친 상태로 중지와 손바닥 가장자리를 살짝씩 그었다. 그러자 그녀가 아이가 칭얼이는 소리를 내며 미간을 찡그렸고 속도는 평소보다 조금 느렸지만 그은 자리가 확실히 회복되는 것을 보고서 찔끔 나온 피를 닦고 손을 내려놓아주었다. 그 다음 뒤돌아 메스와 주변 물건들을 정리하며 설명해주었다.
"지금 당장 체크할 수 있는 기기가 없으니 간단히 부상을 내서 반응과 능력의 연산 여부로 검사하는 거다. 그 애 능력이 바이오 계열이라 가능한 편법 같은 거지."
설명을 마치고, 정리도 마친 후, 나가기 전에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견고한 듯 불안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두 아이를 나는 어디까지 받쳐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손을 뻗어 성운의 정수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려고 했다. 피하지 않았으면 조금 투박하지만 힘 빠진 손길이 잠시 머물렀다 떨어졌겠지.
"나 거실에서 잘 거니까, 엄한 짓 할 생각 말고 얌전히 자라-"
말은 꽤나 짖궂게 했지만, 글쎄, 저 희멀건 녀석이 알아 들었을까? 아무렴 어떠랴, 그런 것도 다 추억이지 뭐.
나는 다시금 낄낄대며 그녀의 방을 나가 문을 꼭 닫아주었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어 거실 소파에 드러누웠고 그녀가 흘려놓은 담요를 추슬러 몸 위에 덮기 무섭게 기절하듯 잠들었다.
...열병이란 고열이 밥 먹듯 끓는 병이었지만 항시 그렇지만도 않아, 앓는 중 한 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제정신이 들곤 했다. 성운도 유준도 한참 잠들어 있는 와중이었다. 그 때가.
분명 없었던 성운이 옆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어쩐지 안심이 됐다. 성운 역시 환자복에 약냄새가 폴폴 나서 온전치 않은 상태란 걸 느꼈지만 그럼에도 내 옆에 와주었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뻤다.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눈이 깜빡깜빡 감겼다. 열이 오르는 건 아니었고, 안심한 여파로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순순히 눈을 감고 성운의 곁을 파고들었다. 서서히 희미해지는 의식 너머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있지, 성운아. 네가 있으면, 어쩌면 나는...
그러나 곧 떨어진 잠기운 덕에, 생각이 이어지지 못 하고 끊겼다. 곤한 숨소리 만이 방 안과 거실에 나즈막히 흐르는 새벽이었다.
닿아오는 속삭임이 간지러워서, 어깨를 움츠리면서 혜성의 눈동자가 금의 눈길을 피해 도로록 방향을 돌렸다. 금의 뺨이 옅은 붉은색으로 변한 것마냥 혜성의 귀와 뺨도 비슷한 색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으, 건... 좋을 것 같기는 해도 그러면 안돼."
원한다면 얼마든지 라니, 그런 말이 어딨어. 옅게 뺨과 귀를 붉힌 채 기어들어가듯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혜성은 제 양손으로 폭 얼굴을 감싸 가리기 이르렀다. 심장이 위치한 부분이 간지럽고, 차가운 방 안과 다르게 꼭 한여름의 햇살 아래에 있는 것처럼 얼굴이 뜨겁다. 이렇게까지 뜨거워졌던 적 없었는데 방 안의 차가운 공기로 인해 차가워진 손에 묻힌 제 얼굴에서 느껴지는 얼굴이 얼마나 뜨거운지.
폭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린 건, 금의 말 때문이었다. 눈을 깜빡거리며, 입술을 달싹거린다. 자신이 들은 소리가 정말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혜성은 한참을 생각해야했다. 같이? 나랑?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아니 그렇다고 안되는 건 아니지만. 입술만 달싹거리고 있던 혜성이 겨우 말을 뱉어냈다.
"응, 꼭 새로 사고 말해줘. 귀찮다고 대충 사지 말고."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흐리듯 중얼거린 말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혜성또한 일부러 뒤이은 또렷한 금의 말에 대한 대답을 겨우 중얼거릴 수 있었다. 저번부터 이상하게 솔직하고 적극적이지. 제 손길을 따라 쫒아오는 금의 모습에 조금 더 뺨을 감싼 채 엄지로 문지르는 것처럼 쓰다듬으며 생각하다가, 혜성은 금의 말에 손을 떼어내고 느릿하게 눈 깜빡였을 것이다.
"..금이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 나또한 무사히 졸업하는 걸 바라고 있고, 금이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서 기쁘기는 하지만. 위험한 상황을 피해달라는 말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내가 졸업까지 반년이 조금 넘게 남아있어서 별다른 간섭없이 너희들- 그러니까 후배들이 뭘 하든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
깍지 낀 손의 결속은 단단하지 않았다. 자신이 마주 깍지를 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있지, 나는 네 생각보다 더 위험한 일에 발 담그고 있어. 그게 내가 끝까지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비밀이야 라고 말할 수 없어서, 혜성은 진지하게 제 얼굴을 보는 금과 눈 맞추고 제 손에 깍지 낀 금의 손에 마주 깍지 끼며 고개를 숙였다.
곧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눈을 살짝 감은 혜성은 이제는 익숙하게 금의 뺨에 입맞춘 뒤 감았던 눈을 뜨고 금을 똑바로 응시했을 것이다.
"내가 네 연인인 것과 별개로 보호해야할 위치에 있는 건 우리 3학년들이야."
인첨공 밖에서의 기억이 플래시백 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순진하게 웃고만 있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마주 깍지 낀 제 손에 힘을 실어 잡으며 혜성은 한번 더 뺨에 입맞추려 했다.
오늘도 참으로 평화로운 인첨공 3학구에요! 아. 지금 3학구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는 상당히 시리어스하고 바쁘고 아무튼 인첨공 자체는 평화롭지 않다고요? 괜찮아요! 어차피 이 시리즈는 항상 평화롭게 시작되잖아요! 그냥 평화로운 거예요!
아무튼 여기는 3학구에 있는 모 대학원이랍니다. 아. 저 남자는 맨 처음에 나왔던 바로 그 남자 조수에요! 대학원생이 되어서 오늘도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는 모양이에요! 물론 눈에 다크서클이 가득해보이지만 그건 기분탓일 거예요!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저 커다란 안테나 장치는 무엇일까요?
아앗. 뭔가 스위치를 눌렀어요! 이내 안테나에서 레이저가 피슝하고 날아갔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매번 사고를 친 그 연구소를 향해서 날아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일까요? 연구소 주변에 뭔가 투명한 방어벽이 펼쳐졌고 그 방어벽은 빔을 반사해서 목화고등학교 쪽으로 날려버렸답니다.
"정말로 괜찮을까요? 박사님?"
"어차피 우리에게 동화나라 빔을 쏠 것은 예상하고 있었던 거였네. 매번 이런거 당하는 것도 목화고등학교니까 그냥 이번에도 그렇게 가면 된ㄴ 걸세."
아. 이게 대체 무슨 끔찍한 발언인가요? 어쨌든 빔은 목화고등학교에 제대로 명중해버렸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벌써 이걸로 다섯번째잖아요. 이제 슬슬 해탈할 때도 되었을 거예요!
어쨌든 한순간에 목화고등학교 학생들의 몸이 동화나 소설에 나올법한 캐릭터의 의상으로 바뀌었고 일부 몸이 바뀌었답니다. 그리고 생각도 살짝 그 캐릭터화된 것 같아보여요.
어쩌겠어요. 동화와 소설 캐릭터의 삶과 생각을 직접 체험하는 실시간 체험병ㄱ...가가 아니라 실시간 체험기기. '내가내가 주인공'의 빔을 맞아버렸는걸요.
도와줘요! 저지먼트! 이번에도 어떻게 좀 해주세요!
/스토리 때문에 미리 공지할게요! 간단하게 동화/소설 캐릭터 AU 느낌의 이벤트에요! 의상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몸도 비슷하게 바뀌고, 생각조차도 그 캐릭터처럼 바뀌게 된답니다. 정 할 것이 없는 이는 그냥 마법소녀 복장 입고 뾰로로롱~ 라이노 파워~ 를 외쳐주세요!
"혹시 그 신념 강한 1학년 친구들 레벨 높지 않았나요? 나름 생존을 위한 레벨 0용 행동강령이거든요, 선배님 말 잘 듣는 거."
제가 만약에 레벨도 높고 정의감이 생존본능보다 더 강했으면 어땠을 지 저도 모르겠어요~. 말하다보니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다. 그래, 이 정도는 괜찮다. 그런데 선배님은 그 안에 들어가서는 잔해를 조금 채취해서 수습하신다. 대충 벌레한테서 바이러스가 옮으면 사람이 터지나보다. 나도 조심해야지.
"험한 거 볼 각오 없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요, 뭐 보게 되니 기분이 엄청 좋진 않았지만."
이번에도 본능적으로 기분을 차단하긴 했다. 아마 임무가 끝나면 몰려올 거고, 잘 처리하면 되겠지. 새봄은 잠자코 동월의 설명을 들으며 잠자코 뒤 따르다, 말끝에 희미하게 들린, 이를 가는 듯한 소리에, 나이프를 고쳐쥐는 한편 고개를 들어 동월의 파란 뒤통수를 바라봤다.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요, 사람이 죽은 걸 봤으니까요."
얼굴도 모르지만 저런 일을 당했음에 대한 안타까움, 사람을 저 꼴로 괴이들에 대한 노여움, 내가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나같은 초짜는 그런 감정들이 방해가 될 수 있어서 임무가 끝난 뒤로 묻어두지만, 저 선배처럼 상황에 익숙해지면 그때그때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을- 악, XX!!! 또 벌레야!! 이놈의 벌레들 아주 그냥 징그럽게도 밀려오네!!! 그래도 이 감정은 임무에 도움이 될 것 같네!! 새봄은 먹기 싫은 약을 먹어야 하는 어린아이처럼, 또는 모 드라마의 악녀처럼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으로 악!!! 하고 소리지르고 싶은 걸 꾹 참고, 벌레들 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힘차게 대답하며, 문이 부서지기가 무섭게 달려들어오는 벌레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씩 목을 찌르곤, 발로 걷어차 처리하며 함께 달음질하기 시작했다.
"네, 선배!! "
날을 통해 선연하게 느껴지는 벌레의 몸이 꿰뚫리는 감각에 "아우, 징그러!! 이놈의 벌레!!" 하는 투덜거림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징그럽다고 몸을 사릴 틈은 없었다. 방심하면 나도 당할 수 있다. 그랬다간... 새봄은 온 몸의 긴장을 일깨우며, 제대로 벌레들을 노려보고, 급소라고 배운 곳을 노려 나이프를 찍고, 걷어차 넘기며 길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한편, 동월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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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동월이 답레부터><
>>603 오! AI 로 새봄이 만들어줬구나!! 고마워 한양주!!XD 두 그림 다 새봄이 느낌 나서 좋다 ㅋㅋㅋㅋ 채도 낮고 명도 높은 붉은 톤있는 금발이라 왠지 좀 어두운데서는 크림색? 연갈색이고 밝은데서는 스트로베리 블론드스러울거같긴 해 ㅋㅋㅋ 그러므로 둘다 먹겠다(팩맨!
오늘은 뭘 만들까? 만들기 심플한 디저트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디저트는 아니지만 만드는 데 가열이 필요없는 걸 생각해냈다. 물로 포도주 만들기! 연구원 선생님은 예수라도 될 생각이냐고 투덜거리시면서도 이번에도 대야를 꺼내 물을 잔뜩 담아주시고는 훈련실을 나갔다.
대야 앞에 쪼그려앉아, 오늘은 머릿속에 와인공장을 차려본다. 공정과정은 인첨튜브로 열심히 외워놨다.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싱싱한 포도가 가득. 대충 저 대야를 가득 채울만큼 있다. 그 포도를 잘게잘게 분쇄한다. 불순물이 섞여도 괜찮다. 압착기에 짜서 즙만 쭉 걸러낼 거니까. ...잠깐만, 그 전에 발효를 시켜야 하는데? 잠깐만 다시다시... 라고 생각할 찰나, 절대 술이라고 우길 수 없는 달큰한 내음이 대야에서 올라왔다. 음, 오늘은 그래도 주스 엔딩이네. 별 도리 없이 챙겨온 머그잔으로 퍼올려 마셔보니, 제법 달달하다. 불순물도 잘 걸러진 것 같고. 오늘 정도면 성공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술 그거 만들어봤자 마시지도 못하는데. 다음엔 주스가 먹고 싶으면 그 과일로 와인을 만들어야지~.
이리라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들의_운전_매너 리라: 아직 면허를 딸 수 없어요 선경: 물 흐르듯 편안한 탑승감 안전운전. 앞에 누가 비매너로 끼어들거나 빵빵거리거나 하면 웃으면서 혼잣말로 아이고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러셨어요~ 함 차에 한입거리 간식(커피사탕 같은거) 구비해둠 정인: 법규 칼같이 지킴 안전운전. 운전할때 말시키는거 싫어함 애초에 누굴 태우는 것도 딱히... 비매너 운전자 보면 혀 참 시현: 전반적으로 평?범한데 가끔 심기 불편할 때는 https://youtube.com/shorts/U4OHlbisme4?si=ylZtgjey2xnQ3yI7 (욕설 주의)
자캐가_들었던_말_중_가장_슬펐던_말 공황 때문에 아예 밖에 못 나갈 시절에 부모님이 했던 말일까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계속 물어봤었지
자캐는_사진_찍히는_걸_좋아한다_싫어한다 🤔 자기가 찍고 싶어서 찍히는 건 좋아한다! 근데 몰래 찍는 건 별로 안 좋아하겠지(당연함) 후자의 경우가 아직도 꽤 있는 편이라 더더욱
그러게, 이건 상상해본 적 없는데 흠... 새봄이가 중딩때 능력 개화하고 수업 듣다가 렘수면으로 조는 바람에 꿈에서 능력을 쓰려고 하는 꿈을 꿨다가 그만 자기 책상을 밀가루죽으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옆자리에 앉은 아이들한테도 스플래쉬! 해버리는 바람에 옷이고 교과서고 다 버려서 그 아이들에게 훈련 때마다 곤죽엔딩을 맞아라! 하는 저주를 받았다거나?ㅋㅋㅋ
울고_싶은_때_자캐는
울고 싶을 땐 흠... 기숙사방에 틀어박혀서 슬픈 영화같은 거 틀어놓고 보다가 이불 뒤집어쓴 다음에 엉엉 울어버리지 않을까? 실컷 운 다음에는 기운 다 빠져서 늘어져 있다가 생수 1리터짜리 반을 원샷해버린 다음에 비타민제 한알 먹고 기운 내서 할 일을 하고 그럴 것 같네!
자캐식으로_더_이상_못하겠어
(심각?)새봄: 음... 일주일 간 삼시 세끼 디저트까지 잘 먹고, 잠도 열두시 전에 여섯시간 이상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고 지내면서 생각해봤는데, 이건 제 능력밖이네요. 더 못 하겠어요.
(개그)새봄: (헛기침) 아, 아. (정미숙 성우님 성대모사로)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속박과 굴레를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 반대방향으로 튀어나가며) 행복하세요~~~~~~!!(두두두두두두두)
인첨공에는 총 4개의 학구가 있으며, 1학구를 제외한 2학구, 3학구, 4학구에는 각각 '스트레인지'라는 구역이 존재했습니다. 행정구역으로 나뉜 것은 아니나 상대적으로 버려진 지역을 스킬아웃이 점령해서 사용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슬럼지대라고도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어지간하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구역입니다.
그 한복판에는 누군지 알 수 없는 2인조가 서 있었습니다. 두 사람 다 자신들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눈구멍 부분만 살짝 노출되어있고, 그 이외에는 살갗이 보이지 않게 꽉 막혀있는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옷 역시 자신들의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이 더운 여름에도 긴팔 형태의 검은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그 가면과 옷 자체가 마치 하나의 유니폼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는 온 몸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는 상태로 쓰러진 이들이 있었습니다. 남성, 여성 구분할 것 없이 모두 하나같이 기절한 것처럼 보였으나 숨은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안 움직일거야?"
키가 작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허나 그것은 철저하게 변조된 기계음이었습니다. 마치 목소리로도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어 키가 큰 쪽에서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굳이 지금 에어버스터나 저지먼트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서 적대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네가 참아주면 좋겠는데."
"......"
"하지만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여기까지 와서 말이야. 우리는 우리대로 목적하던 것을 노리자."
"타겟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노리기로 한 거?"
"그래. 그 정보가 사실이라면 반드시 여기에 있어. 모두 얻진 못하더라도, 최대한 뺏을 수 있는 것은 뺏어야지."
그 순간이었습니다.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생쥐 몇마리가 빠르게 키가 작은 쪽으로 몰려왔습니다. 일제히 울음소리를 내는 그 모습을 키가 작은 쪽을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이어 키가 작은 이는 키가 큰 쪽을 바라보며 기계음을 이어서 냈습니다.
"뜨자. 안드로이드가 오는 것 같아."
"안드로이드? 그 정도야 대처할 수 있지만 일단 지금은 눈에 크게 띄어서 좋을 것이 없지. 가자."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키가 큰 쪽은 그 말을 신뢰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내 두 사람은 뒤로 돈 후에 일제히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키가 작은 쪽의 뒤를 키가 큰 이가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될 것 같아? 코뿔소 말이야."
"예상은 했지만 라이노는 우리 편이 되지 않을거야. 오히려 적이 되어 나타나겠지."
"승산은 있어?"
"우리들의 목적은 그 녀석들에게 이기는 것이 아니야. 진정한 자유를 쫓아 인첨공을 파괴하는거지."
"만일의 경우도 있지 않아?"
"이번 일이 잘 된다면 두려울 거 없어. 그 누구도 쉽게 건들 수 없는 상황이 될테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렸습니다. 여러 방향에서 들어온 안드로이드는 그곳에 있었던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내 혼란 속에서 에러 메시지만 띄울 뿐이었습니다.
>>75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막 언니언니 재밌는 거 보여드릴게요 하면서 패트병 속 물을 포도주(스)로 샥 바꿔버리는거지 ㅋㅋㅋ 아 그러게! 마침 이번에 먼저 가서 정찰?도 같이 했고 ㅋㅋㅋ 맛집 찾는 거 또 새봄이가 좋아하지 ㅋㅋㅋㅋㅋㅋ(지도앱에 리스트도 만들어놓고 있을지도! ㅋㅋㅋ)
웨이버 님 말고 다른 한 분 덕택에 죽어라 안 깨지던 결계가 결국 깨졌다. 그 말은 즉 우리의 고생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거지만, 뭐 그렇게 치자면 인첨공에 들어온 것부터가 개고생의 시작이고 후회하지 않으니 지금 와서 다시 후회할 이유도 없는 거 아니겠어. 아무튼, 잘 된 거지! 결계가 깨지니, 첫 시도 때 느꼈던 뭔가 다른 느낌이 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사이버 공간같은 느낌? 그리고 지금은 가옥이 아니라 연구소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도와주신 분이 선배 더러 당신은 선배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게 보였지만 모른척 했다. 사정이 있겠지. 이 인첨공에 사연 없는 사람이 있을라구. 우리가 배터뜨려서 죽이네 마네 했던 그 아저씨도 사연 있던데. 무엇보다도 내가 알아야 하는 사정이면 어련히 말씀하시겠지. 어쨌거나 들어가는 분위기다. 가자!
"네, 선배~."
숨을 한번 들이키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선배들 뒤에서 벗어나지 않고서. 그리고...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재보살행신반야바라밀다시조견오온개공도일체고액사리자색불이공공불이색색즉시공공즉시색수상행식역부여시...
>>0 작은 상자 안에 담겨 있는 것은 검게 그을리고 찌그러진 사진 몇 장, 불에 타 끊어진 실타래 등이었다. 이미 한참 시간이 지나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지만 어쩐지 보고 있자면 매캐함이 올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근원이 자신임을 알아차리는 것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올리브 향이 나는 로션을 꺼내 손바닥을 적시듯 문지른다. 이윽고 매캐함이 덮이면, 그제서야 다시 상자 안의 사진을 하나씩 조심스레 꺼내보는 것이다.
절반 이상이 불타 제대로 된 사진으로 기능할 수 없는 그런 종이 쪼가리. 문득 사진이 불탔을 때의 감각이 떠오르면, 다시 조심스럽게 상자에 담아 돌려놓는다. 랑은 소파에 눕듯 앉아 맞은편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쳐다보았다. 화질이 좋지많은 않은 사진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무언가 느껴지지 않을까 해서다.
본격적으로 잠입할 차례입니다. 데이터 공간 같은 초록색 길바닥을 밟는 순간, 뭔가가 몸을 훝고 지나가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치 스캔당하는 듯한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딱히 아프거나, 충격이 가해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어쨌든 조금 더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다 은우는 잠시 멈춰섰습니다. 바로 조금 전에 혜성이 가르쳐준 정보를 떠올리며 은우는 손에 공기를 압축한 녹색 구체를 생성했고 있는 힘껏 앞으로 던졌습니다.
이내 강한 바람이 몰아쳤고 아무 것도 없어야 하는 공간에서 뭔가 '끼이이익'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어 은우는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숨어있는 것은 알고 있어. 나와. 그림자."
"...그러고 보니 아까 코뿔소가 이야기해줬었지. 보호색으로 가리고 있다고 말이야."
ㅡ크크크크크큭...
이어 아무것도 없는 허공 속에서 뭔가가 팍하고 튀어나오는 느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두 개 다 파워드 슈트입니다. 푸른색 투톤의 머리카락을 지닌 남성이 타고 있는 것은 남색. 그리고 서아가 타고 있는 것은 주황색입니다. 키는 일반적인 사람보다 조금 더 큰 것이 약 210cm 정도 되어보입니다.
남색 슈트 쪽에는 머리 부분에 확성기가 달려있었고, 오른쪽 손에는 회전톱, 그리고 왼쪽 손에는 레이저를 쏘는 총이 달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주황색 슈트 쪽은 왼쪽 손에는 발칸, 오른쪽 손에는 날카롭게 빛나는 칼날이 달려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기 위한 병기입니다. 학생들이 상대하기에는 조금 무섭지 않았을까요?
"여기로 왔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것을 눈치챈 모양이지? 목화고 저지먼트."
서아가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크크크큭, 하는 웃음소리가 남색 슈트 쪽에서 들려왔습니다.
"크크큭. 일단 경고하도록 하죠. 물러나주지 않겠습니까? 이쪽도 방해를 받으면 곤란하니까요."
말 그대로 경고. 다가오지 말라는 위협을 하는 것과 동시에 남색 슈트 쪽의 회전톱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상 다가오면 공격한다는 신호인 듯 보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성운은 통신기지국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에 리라가 만들어준 헤르메스의 신발에 몸을 맡기고 허공으로 높이 날아올라, 다른 이들과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성운은 중력을 제어해 본인의 몸무게를 낮출 수 있었기에, 성운은 유한만큼은 아니더라도 헤르메스의 신발이 낼 수 있는 속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허공을 가르며, 성운은 주변 환경이나 매복, 뜻밖의 공격 등의 유무를 주의깊게 살피며 가장 가까운 기지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달할 수 있었다면, 아무런 매복이나 저지나 공격이 없었다면, 성운은 주머니에서 박호수 체포작전 당시 리라가 건네주었던 전원 차단장치를 꺼내어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유한은 방패를 내세우며 한 발자국 성큼 다가갔다. 톱이나 칼은 피할 수 있어도, 레이저나 발칸은 피하기도 힘들고 피한다 해도 뒤에 있는 저지먼트가 다칠지 모른다. 저런 원거리는 방패로 막아야 한다... 만, 들고 다닐 수 있는 티타늄 방패가 그리 자주 막을 수 있을리도 없으니 조심해야한다. 즉, 선을 넘지 않는게 중요하다.
"뭘 하는지 말해주면 방해 안 하고 지나갈지도 모르는데."
그는 아슬아슬한 선까지 그림자를 향해 다가가서는 멈춰서더니 히죽 웃어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어떻게든 정보를 하나라도 더 캐내야 한다.
몸이 스캔당하는 기분. 딱히 통증은 없지만, 우리의 모든 것이 분석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혹시 크리에이터가 우리들의 정보를 수집해서 미리 싸울 준비를 하려는 것일까? 일단은 나아가본다. 아까 혜성이가 가르쳐준 정보에 의하면.. 이 근처에 매목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은우는 녹색구체를 던졌고, 그 던진 구역에는 거구의 슈트들이 나타났다. 전투를 위해 개발된 슈트로 추정되는군.
그런데..
은우의 공격을 맞고도 저렇게 멀쩡하다고? 퍼스트클래스의 공격인데?
잠시만.. 갑자기 의심이 가기 시작했어. 위크니스를 만든 이유는 인첨공이 퍼스트클래스의 힘을 감당할 기술과 힘이 안 되니깐 통제를 위해 약점을 잡는 거라고 했는데.. 저 슈트만 봐도 어림잡아서 감당이 되어 보이는데? 생각해보니깐 이상하잖아. 퍼스트클래스도 결국 인첨공에 의해서 탄생한 존재들. 모체가 인첨공인데, 인첨공보다 강한 게 말이 돼? 그럼 위크니스는 왜 만든 거야?
" ...... "
저 살벌한 무기를 지닌 파워드 슈트를 입은 그림자 일당들. 그림자 일당도 우리를 상대하기는 꽤나 벅찬지, 그냥 물러나라고 한다. 일단 전력은 열세가 아니긴 해. 우리가 약했다면 진작에 녀석들이 경고없이 덤벼들고 죽였겠지. 저 녀석들도 안다. 이건 이겨도 져도 득이 없는 싸움이라는 걸. 그렇다면 나도 장난질을 좀 쳐볼까?
" 저기요, 미안하지만 오늘 당신들을 방해할 사람들은 저지먼트가 아니거든요. 우리는 그냥 현장에 가서 체포하는 역할이야. "
" 리버티와 잠시 손을 잡았습니다. 당신들의 본거지를 습격하기 위해서 2학구를 불바다로 만든대요. 그런데 우리 저지먼트가 그거를 보고 있겠나요? 어지간히 미친놈들이긴 했지만, 결국 합의를 봤어요. "
" 우리가 이렇게 당신들의 어그로를 끌 동안, 2학구로 가서 크리에이터의 약점을 잡기로. 그래서 게임은 이미 끝났어요. 물러나라고요? 당신들이 여기서 투항해주시죠. 크리에이터의 약점.. 뭐 말 안 해도 아시잖아요? 이미 잡힌 순간 체크메이트지. "
반야심경은 금세 다음이 기억나지 않게 되어버렸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먹고싶은 것들을 떠올렸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생딸기 쇼트케이크, 랑그드샤, 복숭아 바바로아... 그러면서 앞으로 가는데, 선배가 멈춰서는 능력을 사용해서 녹색 공을 만들어서 던지고 나오라고 재촉하니, 두 사람이 나왔다. 각각 주황색 남색 파워드 슈트를 탄 두 사람. 아, 보고서에서 본 것 같아. 그림자, 였던가? 우리랑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바로 공격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질문을 하기엔 직접 현장에서 뛰었던 선배들이나 친구들만큼 아는 게 없었기도 하고, 행동이든 말이든 돌발적으로 했다가 트롤짓을 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주변의 지형지물을 살폈다. 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 말고 내가 곤죽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있으려나?
웨이버와 은우선배를 따라 진입한 공간, 초록색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몸을 기분나쁘게 훑고 지나갔다. 아무래도, 크리에이터의 능력이겠지. 지금부턴...이 안에선 죽으라면 죽어야한다. 머리위에 갑작스레 차가 떨어져도...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겠지. 여기부턴 저사람의 영역이니까.
"...경고한다고 물러날정도면, 에초에 여기 들어오지도 않지 않았겠어? 이상한 아저씨."
크크큭하는 웃음소리가 특징적인 사내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인다. 회전톱이라. 머리위의 구름에서, 약간의 물을 떼온다. 그리곤 파워드 슈트의 배터리팩(적어도 나는 그렇게 보이는)주변을 고온, 고압으로 감싸려고한다.
"당신들, 얼마를 받길래 이렇게까지 순종적인거야? 아니면 신념? 그렇게까지 해야할 이유가 있어? 저기 당신들 뒤에 아저씨는...그럴듯한 이유가 있다고 쳐도말야."
배터리백을 정하가 공격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배터리백은 밖에 노출되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허나 아주 잠깐이지만, 두 파워드 슈트에서 살짝 스파크가 튀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내 물은 금방 증발되었지만요.
이어 아라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가볍게 휘저었습니다. 그리고 은우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야. 에어버스터. 첫방에 바로 날렸어야지. 그냥 가볍게 흔들기만 하니까 지금 저 잡것들이 설치는 거잖아. 됐어. 내가 처리할테니까."
"아니야. 기다려. 웨이버. ...아직 정보를 더 뜯어내야 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말이야."
한양의 생각을 읽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아라는 태연하게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허나 은우는 일단 아라를 제지했습니다. 은우 역시 바로 공격할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한편 서아는 철현을 잠시 바라보는 듯 했지만 별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을 끄려는 모양입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아라는 한양을 바라보며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너네 지금 뭔 짓거리를 하는건데?! 2학구를 불바다로 만들어?!"
"...한양아. 복잡해지니까 이상한 말은 하지 마."
이어 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아라에게 멱살을 잡혔고 마구마구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야! 에어버스터! 설명해! 너 무슨 지령 내리고 온거야?! 나는 못 들은거거든?! 야! 빨리 말해봐!! 너 뭔짓거리를 시킨건데?!"
"아니야! 아니야! 난 아니야! 아무런 관계도 없어."
"크크크큭. 개그프로그램 찍습니까?"
혜우의 양 중지를 슬쩍 보긴 했으나 윤태 ㅡ크크큭맨입니다.ㅡ 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법 재밌겠다는 듯이, 아주 살짝 그 시선이 그녀를 훑었겠지만요. 그리고 새봄은 주변을 바라보다가 근처에 돌아다니는 돌멩이들이 꽤 여러개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돌멩이를 어딘가에서 쓸 수 있을까요?
"크크큭. 우리 그림자의 과학력의 일부지요. 이런 것은. 아무튼... 뭘 하려고 하냐고요? 그야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요. 유토피아 프로젝트. 당신들도 연구소에 와서 열람했잖습니까. 안 그래요? 아주 그냥 싹 뜯어가셨던데. 크크큭."
"...대답해. 유토피아가 뭐지?!"
"가령..예를 들어서 말입니다. 정말로 통제가 안되고 지시를 내려도 말을 안 듣는 병기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병기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강력한 병기인데 도저히 말을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심지어 이 병기를 불쌍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어요. ...이 병기의 주인은 병기가 참으로 거슬리지만 여러모로 짜증나기 그지 없을 거예요. 연구를 하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데이터를 뽑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고 강압적으로 하려고 해도 여론의 눈치를 봐야만 하지요. 사람들은 모두를 지켜주는 영웅으로 볼테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이어 윤태의 눈빛이 광기로 번뜩이기 시작했습니다.
"만약에, 만약에... 그 병기가 모두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모두를 파괴하고 소멸시킬지도 모르는 존재'로 만인에게 인식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병기의 편을 드는 이는 없어질테고... 병기는 주인이 원하는대로 다뤄지게 되겠죠.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고, 어딜 가더라도 악마처럼 보이고, 더 나아가... 존재 자체를 통제하고 구속해야한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면? 병기를 위하는 이들조차 모두 돌아서서 괴물로 보게 된다면? ...그렇다면 병기를 다루고자 하는 이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완벽하기 짝이 없는 '유토피아'가 되지 않겠습니까? 크크크큭."
"...!"
"...크크큭. 그 표정. 그 표정 너무 좋군요! 그래요! 지금 당신의 뇌파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감정들을 데이터로 뽑아보고 싶군요! 아. 그 눈빛이 절망으로 바뀌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할지. 못 참을 정도에요! 크크큭. 크크크크큭..."
"그런 거야. ...너희들은 진입금지야. 애초에... 너희들. 왜 그렇게 필사적이지? 저지먼트가 해야 할 범위를 넘어섰잖아. 애초에 너희들은 왜 '퍼스트클래스'를 친구처럼 생각하는거지? 혹은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지? 지금 여기서... 경우에 따라서는 너희를 죽여버릴 수도 있는 것이 퍼스트클래스야. 너희가 어디까지 아는진 모르겠지만, 지금 너희가 알고 있는 그 자체. 그것이 퍼스트클래스의 본질이야."
"크크큭. 병기는 병기답게 쓰여야 도리에 맞는 법이죠. 그리고 그런 어둠 속에서 과학이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제로원 프로젝트로 말이죠! 크크크크큭!!"
한편 성운은 셧다운을 시키긴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저지먼트 멤버들이 있는 곳에선 크게 차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아닌 모양입니다. 돌아갑시다. 지금 돌아가면 빨리 지금 이 상태에 합류가 가능하맂도 모릅니다.
>>887 ...! 확실하게, 반응이 약간은 있다. 저 파워드슈트, 스파크를 튀겼어. 능력에 반응한건지, 아니면 물리력에 반응한건진 몰라도말야.
그리고 말하는걸 듣는다.
"확실히 말야. 일리가 있어. 하지만, 당신이 간과한게 하나 있잖아."
"첫째, 그 유토피아를 가볍게 부술만한 힘이, 퍼스트클래스에겐 존재한다."
"둘째, 그리고 퍼스트클래스에는 학생이 존재한다. 학생에대한 시선은 굉장히 너그러우니까. 우리나라."
"그리고 셋째... 에초에 우리, 레벨 3이 아닌 레벨 1,2 초능력자도 바깥 보수주의자 시선으로는 이미 괴물이야. 하지만 권익을 보장받는건, 어디까지나 '민중'의 힘이자 '법치'의 힘이지. 여기에대한 여론전을, 정말로 시도할까? 연좌제 하나만으로?"
간단히 생각할수 있는 맹점이다. 거기까지도 생각이 안된걸까. 그리고.
"그리고, 우릴 해칠사람이면 에초에 자기가 피투성이가되면서 싸우지도 않았을거야. 강철준이랑 맞선 그순간부터말야. 신념이 있는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거든...안타깝게도."
앞서 겪었던 수많은 참사가 이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확성기쪽에서 치직하는소리가 들린다. 어디지?! 빠르게 반응한다. 윗쪽에서 진동하던 열구름을 강하시킨다. 절반은 파워드 슈트를 입은 둘에게, 나머지는 주변 스피커(적어도 내가 소리가 들렸다고 인식한 스피커로) 빠르게 보낸다. 캐퍼시티다운에 당할수도 있어. 하지만, 따지고보면...공간 전체에 캐퍼시티다운이 울리게 조정할수도 있어, 크리에이터라면.
강하시키던 열증기를 좀더 양을 조절한다, 스피커쪽으론 3분의1, 나머지 3분의 2는 두사람을 쪄버릴 수 있도록.
아무리 생각해도 전치 2주는 넘을것같지만, 지금은 인명이 달려있다. 그것도, 몇십만단위가.
퍼스트 클래스같이, 하나의 인격이 있는 인물이 압도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없었던 존재다. 인첨공, 그리고 초능력자들. 그러한 개념이 없던 시절에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인격이 있는 동시에 파괴적인 병기라는 요소는 양립한 적이 없었으니... 인간의 심리상, 모르는 것에 공포를 품는 것도 당연하다.
당연히 그런 이들을 규제할 위력은 필요하다만, 머리도 좋은 양반들 머리에서 나오는게 고작 이 정도 방법이라. 새삼 내가 머리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닌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생길 정도다.
"그래서, 사람을 사람 꼴이 아니게 만들면 그게 다 제어가 될거라고?"
병력이 아니라 병기로 보니까 이런 생각이나 하게 되는거지. 손을 쥐었다 펴며 풀며 한 마디 더 내뱉는다. "넌 절대 어디 병사 굴려먹으면 안되겠다."
그러다 저지먼트가 나설만한 일이 아니라고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네. 우리 소관은 아니지."
그리 말하며 완장을 벗고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지금부터 이 행동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일탈이다. 그러므로...
"그럼 저지먼트가 아니라, 최은우 친구로써는 내가 좀 들어가야 쓰겠는데..."
온 몸에서 붉은 기운을 발산하며, 어깨를 스트레칭한다. 자연스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앞으로 발을 내딛자 바닥에 금이 간다.
성운은 관계자에게 백지수표를 건네어주고는, 남은 3장은 은우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허공을 박차올라 다시 전장에 합류했다. 그리고, 전장에 돌아오자마자 성운은 그 유토피아 프로젝트에 대한 아주 상세한 해설을 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성운은, 딱히 소나키네시스도, 무엇도 아니었으나, 자신의 목청이 지를 수 있는 힘껏, 평범한 소년의 고함을 버럭 질렀다.
“─웃기지 마!!!”
경진의 고함처럼 AIM 확산역장을 뒤흔들어버리거나, 혜성의 고함처럼 물리적인 공간을 뒤흔들거나 하는 힘 따위는 없었으나, 적어도 저 파워드 슈트를 입은 두 사람에게 들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퍼스트클래스라는 이유만으로 생각하고 살아숨쉴 줄 아는 사람을 그런 지옥으로 밀어넣겠다고?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옥을 살아갈 까닭 따위는 없어!”
그리고 성운은 손을 뻗었다. 정하가 이미 확성기에 물을 한가득 먹인 것 같긴 한데, 확실히 해둬야지. 치직거리는 소리를 내려던 확성기는, 위아래로 짓누르는 수십 배의 과중력에 노출되었다. 확성기에 특수한 처리가 되어있거나 한 게 아니고서야, 유압 프레스기에 넣고 짓누른 것마냥 형편없이 부서져버릴 것이다.
“자신의 삶을 영문도 모르고 빼앗길 까닭도 없고, 그딴 지옥으로 누군가를 밀어넣을 권리도 누군가의 삶을 그렇게 간단히 빼앗을 자격도 없어!”
“우리가 가진 과학의 힘은 인간의 불행을 근절하고 인류를 진보시키기 위해 준비되었고 다들 그 목적을 위해 자신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나가고 있는데 네놈들은 자기 호기심을 위해 자기 좋을 대로 그 힘을 사용하고 있을 뿐 너희가 저지르려는 짓거리가 불러올 비극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고 그 이념도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아. 너희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적이다.”
"반대로 묻겠는데, 너희는 사람을 병기 취급 하는 걸 왜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지? 경우에 따라서 우릴 죽여버릴 수 있는 사람들인 건 알아. 다만 확률적으로 우릴 죽일 수 있는 사람보다는 지금 당장 우리를 향해 칼을 똑바로 겨누고 있는 사람을 경계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리라는 가만히 확성기를 바라보다가 이어플러그를 꺼내 미리 귀에 끼웠다. 그리고 진압방패를 펼친 후 음파 저해 장치를 꺼내 방패 앞면에 부착했다. 필요하면 바로 켜서 막을 수 있도록.
"됐다. 이해할 거라는 기대도 안 했으니까. 특정 개인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계획을 당당하게 유토피아라고 부르는 것부터 대화가 될 머리가 아니라는 건 확실히 느꼈어."
설득의 여지가 있으면 좋으련만, 저들은 이미 그럴 경지를 넘어선 듯싶다. 자기들만의 계획에 푹 빠져서 머리가 굳어버린 자들. 상대하기 피로하다. 리라의 눈동자가 가라앉는다.
"안티스킬을 괜히 믿었네요. 역시 시말서 쓰는 한이 있더라도 체포당하기 전에 실수로 혀 정도는 뽑아놓을 걸 그랬나 봐."
위크니스란 것으로 이미 목줄 잡힌 상태인데. 뒷말은 애써 삼키며 본의 아니게 맹목적인 믿음을 논했다. 틀린 말은 들리지 않았다; 맹렬한 힘을 지닌 짐승은 이빨을 뽑고 발톱을 제거해도 통 편한 마음 못 드는것이 당연한 것이니. 그러나 그것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사신경을 후벼팠다. 빈약한 제 논리를 억지로 파훼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발전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지만, 결국 퍼스트 클래스도 피가 따듯한 사람이기에. 쥐의 사체는 하수구 들끓을 치로 봐도 눈 한번 깜짝 안하는 이들이, 사람의 고깃덩이를 보고도 같은 반응을 할 것이란 보장도 없지 않은가?
"사람을 사지로 내몰아서 얻을 것이 그렇게나 귀중한 겁니까? 정녕 저희가 꺼지길 원하신다면, 제로원 프로젝트에 인의예지 전부 내다 버려도 될 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라도 증명하셔야죠."
흘러나온 말은 퍽이나 냉소적이였다. 동시에 본인 기분조차 착잡하게 만들 어조였다. 자신의 말은, 특정량의 이득이 있다면 소수를 저버려도 된다는 것인가? 이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무어라 정정할 수도 없었다. 머릿속이 혼잡해 되뇌이고 있던 연산식도 휘말리기 시작했다. 잡은 확성기를 휘둘러, 스피커 쪽으로 강하게 내던졌다.
신아라는 생각 이상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말을 하지 말라는 은우의 얘기에 한양은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우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아라와 개그프로그램이냐며 조롱하는 윤태씨. 한양 역시 윤태를 보며 머리를 긁어대며, 작게 하하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무 속득도 없어보이는 한양의 얘기. 적들은 이게 뭐냐고 조롱하며 웃어대는, 어쩌면 한양이 팀워크를 망치기 위한 그림자의 스파이로 보일 정도의 실언이겠다.
하지만 웃는 와중에, 서한양의 실눈은 잠시 날카롭게 떠지며 아라를 보았다.
' 너도 관련되어 있구나. '
이어서 윤태는 유토피아란 것을 왜 만드려는지에 대한 목적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한양은 머릿속으로 요약을 했다. 그냥 퍼스트클래스를 대국민 여론으로 아예 '파괴자'로 인식시켜서 부려먹을 거라는 얘기잖아. 가스라이팅이지.
" 저기요! 선생님. 저 궁금한 거 있는데 질문해도 될까요? "
서한양은 손을 들면서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 선생님이 얘기해주신 목적 잘 들었고요, 뭐 선생님의 야망은 존중해드립니다. 아, 존중만 한다고 했지, 실현시키게 둘 생각은 1도 없고요. 어차피 반박해도 선생님이 ' 아! 내 생각이 틀렸구나! ' 하면서 그만둘 것도 아니니깐 저는 궁금한 것만 질문할게요. "
" 뭔가 좀 괴리가 있어서요. 인첨공의 윗사람들도 결국 퍼스트클래스를 통제하기 위해서 '위크니스'란 것을 만들었죠. 선생님의 목적도 퍼스트클래스라는 존재들을 완벽히 통제하려는 것이고요? "
" 그런데 제가요. 그림자한테 위크니스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상하잖아요. 당신들도 결국 입맛대로 가지고 노는 게 목적인데, 위크니스를 더 강화하면 강화했지, 왜 해방법을 가지고 있어? "
" 그래서 여기서 진실을 좀 들으려고요. 이거 왠지 크리에이터가 당신네에 붙은 이유랑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어차피 여기서 당신들이 잡힐지, 우리들이 죽을지 둘 중 하나잖아요. 어차피 다시는 안 볼 사이인데, 좀 말해줍시다? "
이어서 한양은 염동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 딱히 말할 생각이 없으면 강제로 말하게 해야죠. "
묘사는 간단했다. 원거리 무기부터 차단해서 녀석들의 공격범위를 줄이기로 했다. 남색슈트에 달린 레이저 총과 주황색 슈트에 달린 발칸. 염동력의 힘으로 잡아서 뜯어내려고 했다.
총체적 난국이다. 갑작스럽게 떠보는 이야기나 급작스러운 공격, 설득 시도 등의 인간적인 여러 반응 속에서 태오는 가만히 손을 모았다. 전투 준비를 하는 다른 부원들과 달리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이 제법 소극적이다. 유토피아를 만들려고 했다고? 귀를 기울였을 때 들은 것은.
"……."
상당히 좋은 작전이긴 하다. 퍼스트클래스를 병기로 인식해서 공포를 심으면 합법적으로 족쇄를 채울 수 있다. 모든 인간들이 돌아서면 그렇게 될 것이다. 태오는 기시감을 느꼈다. 모든 인간이 돌아서면, 결국 손 뻗는 자는 무엇보다 쉽게 삼킬 수 있다……. 노이즈 속에서 태오는 시선을 피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여전히 손을 모은 채,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다른 부원들이 반박하거나 화를 내도 요지부동이다. 모은 손이 새하얗다는 것은 누구도 모른다.
"……다만, 양지로 다가오지 말았어야지요."
남들은 화를 내는데 나는 화를 내지도 못하는구나.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 단정지어 싸그리 묶이는구나. 어둠 속에서 과학이 발전한다. 어디에나 빛과 어둠,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빛을 위해 열심히 외칠 테니 나는 그 속에 섞이면 된다. 그러니, 나는 듣기만 하면 된다. 태오는 두 사람의 속내를 읽어보고자 능력을 사용하려 하면서도,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건질 정보가 속내에 드러나지 않을까 하여.
자꾸 크크큭 거리는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자니, 유토피아라는 걸 만들고 싶다는 모양이다. 보고서로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다. 지금 저 아저씨도 (나는 못봤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설명해주고 있으니, 대강 내가 이해한대로 요약해보자면 퍼스트 클래스, 그러니까 겁나 짱 센 능력자들을 사람들에게 위협적이고 무서운 존재라고 마녀사냥해다가 대국민 왕따로 만들어서 말을 듣게 만드는 거란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날 왕따시킨 사람 말을 누가 들을까? 물론 가해자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게 존재는 한다. 나도 더럽고 치사해도 끝까지 살아남아야겠다는 목적 하나로 나를 지지고 볶는 연구소 어른들 말을 듣고 있으니까. 근데 그 연구소 사람들이 나를 대국민 왕따로 만들어서 어디에도 내가 편히 쉴곳이 없게 만들고 나더라 말을 들으라고 하면 어... 그건 좀 말을 듣고 싶어지지 않을 거 같은데? 그럼 대국민 왕따를 만들어서 멘탈을 뿌셔뿌셔해서 말 그대로 인간병기가 된다고 치자. 그럼...
"잘 알겠는데요, 선생님들 말씀대로 퍼스트 클래스를 대국민 왕따로 만들고 멘탈을 부숴서 파괴본능말고 안 남은 인간병기로 만들 수도 있다고 쳐볼게요. 근데 그런다고 말 잘듣고 원할 때만 사용될 수 있는 병기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는 레벨 낮긴 하지만 만약에 제가 레벨도 무력도 엄청 높은데, 선생님들이 저를 잡아다가 대국민 왕따로 만들고 온갖 방법으로 괴롭혀서 멘탈을 부수시고 파괴본능만 남게 어떻게 만드시면, 눈 앞에 보이는 사람부터 죽이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선생님들도 죽일 것 같은데요."
아, 이거 물어봐도 되는건가? 이미 질문은 튀어나간 뒤이니 다음이 중요하다. 일단 능력은 지금은 쓰진 말아보자. 돌맹이가 있으니까 나중에 저걸 사탕으로 만들고 싶다고 빌면서 능력을 쓰면 끈적한 설탕곤죽으로 발정도는 묶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해두고. / (늦었으니까 턴넘김으로 생각해줘도 무방!)
정하의 능력은 열증기를 이용해서 압박을 가했습니다. 파워드 슈트 두 체가 모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습니다. 아까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태진은 앞으로 도약했고 만약 공격을 가했다면 그대로 파워드 슈트에 큰 타격을 줬을 것입니다. 혜성의 초음파 커터는 날카롭게 날아가서 파워드 슈트에 달려있는 레이저 장치를 아주 가볍게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성운의 능력은 확성기를 아주 가볍게 동강내는데 성공했고 경진이 휘두른 확성기는 스피커를 박살냈습니다. 이어 한양의 능력이 이어졌고 주황색 슈트에 달려있는 발칸이 종이처럼 가볍게 찢어지듯 박살이 났습니다.
엄연히 불리한 상황이 되었지만 두 사람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뭔가를 믿는 것처럼. 이어 땅에 있는 녹색 바닥이 반짝였습니다. 이내 1,2,1,2라는 데이터코드가 비쳤고 박살이 나고 찢겨진 파츠들은 모두 다시 원래대로 붙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부서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크크큭. 소용없는 짓. 처음부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여기에 나왔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한들, 승산 자체가 없습니다. 왜인지..이해가 안 가시나요? 그렇다면 그 무지한 머리를 저주하십시오. 크크큭."
마치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조롱하는 웃음소리를 힘껏 내던 그는 이내 씨익 웃으면서 이빨을 보였습니다. 그 모습은 얼핏 봐도 광기 그 자체였습니다.
"당신들은 이레귤러로군요. 크큭. ...그래요. 당신들의 말대로지요. 그렇기에 제 4학구의 사람들이 모두 한명도 빠짐없이 소멸당하고, 그것이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것도 정의를 지키는 안티스킬인 그의 손에 의해서 말입니다. 크크큭."
"왜 병기취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냐고? 병기니까. 병기는 병기라고 부르는 것이 뭐가 이상하지? 아. 너희들은 병기 취급을 안해서 섭섭한거야? 너희들은 고작 3류인데 뭐하러 병기 취급을 하지? 실패작 주제에 말이야.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희들은 이해를 못하겠지.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함으로서 과학 기술은 앞으로 다섯보는 전진할 수 있고, 이 나라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지. 가찮은 우정론, 감정론 따위를 내세우지 말아주겠어? 모든 과학진보에는 희생이 필요한 법이지. 너희들이 흔하게 먹는 약도 결국 무언가의 희생이 있기에 나온거야. 그게 바로 과학의 어둠. 그림자. 그저 혜택만 보는 이들이 이러쿵저러쿵 할 사안은 아니란다. 꼬맹이들아. 비극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 이념도 사람도 생각하지 않아? 아니지. 너희야말로 너희에게 가까운 이가 그 대상이 되니까 날뛰는 것 뿐이야. ...너희들. 솔직히 제 4학구 사람이 아니고, 에어버스터나 다른 퍼스트클래스와 알고 지내지 않았으면... 이 일에 관심이라도 가졌을 것 같아? 마찬가지야. 바로 그게 하찮은 감정론과 정의감이지. 과학에 있어서는 가장 필요없는 감정이야."
"크크큭. 해방법을 왜 가지고 있냐고요? ...그럼 반대로 당신은 왜 지금까지 '크리에이터'가 우리들의 편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크크큭. 인간은 말이죠. 희망이 눈앞에 보이면 무엇이든지 하는 법이지요. 실체가 있는 희망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아. 그리고 제가 짝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과학적 그래프뿐이니까 데려가시지요."
"나도 취향 아니거든?!"
"그리고 거기 당신. 확실히 왕따로 만들고 멘탈을 부숴서 인간병기로 만들면 그런 날뛸 위험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위크니스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크크큭. 결국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일은 원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자. 그럼..."
그 순간이었습니다. 파워드 슈트의 몸에 또 다시 데이터 코드 같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이어 확성기에서 음성이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캐퍼시티 다운'. 그야말로 뇌를 직접적으로 찢어버리듯이 공격하는 음파병기였습니다. 모두에게 어느 정도 저항을 할 수 있는 도구가 있을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귀가 아니라 '뇌'에 바로 발사하는 것처럼. 적어도 당장은 어떻게 저항이 가능할지도 모르나 (이번 턴 한정) 능력이 원래의 힘을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전원 레벨1 수준의 능력으로 저하) 머리가 점점 아파져오지만 레벨 0인 두 사람만큼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습니다.
"자. 고통스럽게 뒹굴어보십시오. 힘들게 저항해보십시오. 이 캐퍼시티 다운 앞에선 레벨5건 레벨4건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으니까요! 크크크큭."
은우와 아라는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면서 비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둘의 레벨은 5. 누가 뭐라고 해도 제일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현기증을 느끼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확성기를 다시 부숴야할까요?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부순다고 하더라도... 또 다시 붙으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