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져버린 우라라. 그야 그럴것이, 우라라는 극히 단순하여 이상형도 극히 단순한데... 이케맨이면 됨! 끝! 결국 우라라도, 아니 우라라뿐만 아니라 이 나이대 여학생들은 모두 한창 연애사에 관심이 많았다. 이렇게 되니 여자들끼리 모이면 쑥덕거리며 어느반 누가 잘생겼다느니, 솔직히 A반 누구라면 여자라도 사귈 수 있다느니 많은 이야기가 오가게 된다. 우리 학생 명부에 적힌 신, 인간 그리고 요괴 일동들 모두 모나지 않은 외모를 지닌 선남선녀들이니 한 번쯤 언급된 전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상냥한 남자가 요즘 트렌드... 헛! 너무해요! 고민하느라 이, 이것밖에 못 먹었잖아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우라라가 적가락을 세게 집었다. 나 참! 이런 방해공작에 정신 팔리다니! 그렇게 안 봤는데 쿠로누마상 하라구로 속성?! 무서운 남자다... 우라라가 테츠오를 째려본다.
"그야 당연히 남고생이랑 여고생은 엄연히 다르죠!"
동아시아 삼국에서도 일본은 특히 남자의 역할과 여성의 역할이 확실히 나눠져있는 편이다. 죠시력(이른바 여자력)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쓰이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남자가 라멘 1인분 먹는 동안 여자들은 뒤에서 열심히 라멘을 12인분을 먹는 것도 다 그런 사회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아닙니다)
아마 오늘 하루도 조용히 마무리가 되었을 것이다. 하교를 하고, 카와자토 본가에 들려 이것저것 청소를 하기도 하고, 빨래를 하기도 하고, 인수인계를 듣기도 하고, 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그러다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돕기도 하고. 카와자토 일가를 모시고 있는 시라카와 가의 사명을 그는 오늘도 묵묵하게 수행했다.
야식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오이무침을 만든 후, 그는 마지막으로 아야나에게 전달해주고 오늘은 돌아갈 생각이었다.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그는 시라카와 가에서 살고 있는만큼 너무 늦은 시간까지 있을 순 없었다. 야식을 전해주고 안부를 물은 후에 돌아가면 되겠거니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오른손에 접시를 올리고 아야나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작은 노크소리가 고요하게 울렸다.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유우키는 안에 있을 아야나에게 말했다.
"아야나님. 유우키입니다. 야식을 가지고 왔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방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받은 적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자신은 그녀의 집사같은 존재. 그렇기에 그는 늘 이렇게 허락을 받았다. 허락이 떨어지면 들어가고, 떨어지지 않으면 접시만 문앞에 두고 갈 생각이었다. 언제나처럼.
벌컥 하고 문을 열고 나온 카와자토 아야나의 모습은 실로 괴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반팔 원피스 잠옷 위에 어째서인지 어깨가 안보이도록 다 덮은 숄. 그리고 목을 다 덮은 스카프. 오이오이(cucumber cucumber) 정말로 안 덥습니까?????? 싶은 복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우군을 걱정 안시키려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말이다. 활짝 웃으며 카와자토 아야나 유우키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이끌려 하였다.
"잘 오신 것이와요. 유우군! 자,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는 것이와요! "
후히히 웃으며 오이무침에는 전 혀 관심도 없이 유우군을 책상으로 이끄는 아야나. 방에 들어서자마자 책상에 올려진 박스를 가리켜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어설프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누가 봐도 노골적으로 어깨와 목을 보이지 않게 감추는 그 모습에 유우키는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또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말을 꺼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녀는 괜찮다고 하지만 정말로 괜찮은 것인지. 말을 고민하고 아끼는 와중 유우키가 자신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이끌자 그는 천천히 그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아야나님.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오이무침을 가지고 왔는데 보지 않으시다니. 몸이 아프십니까?!"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로 이 오이 요리를 무시할리가 없었다. 단번에 관심을 보이며 좋다고 함박웃음을 터트렸읕텐데, 요리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그에게 있어 낯선 광경이었다. 허나 이내 박스를 가리키며 선물이라고 하는 것에 유우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물론 선물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예상을 하지 못하기에 무슨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 딱 그런 것에 가까웠다. 일단 오이무침과 젓가락은 책상 위에 올려두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아야나에게 말했다.
"선물이라니. 뭔진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후훗. 여기서 열어야만 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열어보겠습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안에 무슨 물건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저렇게나 권유를 할 정도니 필시 뭐가 있어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근느 상자의 내용물을 바라보려고 했다.
"우이잉 몸이 아프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와요. 만약에 정말 그랬으면 스미스미 선배님이 주신 마법의 약을 먹었을 텐데 오늘 아야나는 그걸 먹지 않았으니 걱정은 No No 인것이와요. "
아무튼간에 오이무침은 나중에 먹을 생각을 하고 있는 카와자토 아야나이다. 오이 무침? 솔직히 말하자면 엄 청 나 게 지금 군침이 당기긴 한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지금 유우군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열어봐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야나는 어 서 어 서 선물을 열어보라며 열심히 파닥파닥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상자를 열자마자 나온 물건은......
아이폰 1n 프로 256GB 화이트. 네코바야시 히나의 새 핸드폰과 정확히 똑같은 디자인이다.
"그 스미스미 선배라는 분은 제가 모르는 신이나 요괴 분이신건가요? 마법의 약이라니. 이상한 것은 함부로 막 먹으면 안돼요. 아야나님."
보아하니 스미스미가 이름은 아닐테고, 이름에 스미가 들어가는 누군가가 아닐까라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그보다 마법의 약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쩍한 어감이 강했다. 약사인 것일까. 아니면 의술의 신? 잘은 모르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 마법의 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상자 안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유우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최신폰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어째서 갑자기? 라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지금 자신의 폰은 고장이 난 것이 아니었으며, 아직 잘 돌아가고 있었다. 선물 자체는 기쁘긴 했으나 영문이 모를 어리둥절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저기. 아야나님."
새로운 폰이 있다는 것에 기쁨이 반. 하지만 어리둥절한 감정이 반. 바로 받진 못하고 그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 두 눈을 여러번 깜빡였다. 이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제 궁금증을 물었다.
"감사합니다. 선물은 엄청 고맙긴 한데... 저, 폰이 필요하다고 아야나님에게 말한 적이 있었나요? 아뇨. 싫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나 생각도 못한 물건이라서. 아하하."
혹시 이 아가씨가 어디에 가서 핸드폰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닐까. 막 이상한 거 싸인해서 얼떨결에 상품을 받아온 것은 아닐까하는 아주 약한 불안감이 그의 가슴 속에서 불을 피웠다. 그야 너무나 뜬금없고 영문 모를 물건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