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잉 스미스미 선배님은 예쁘고 수영도 잘하시는 아야나의 수영부 선배님인 것이와요. 인어의 힘으로 만드신 약이니 이상한 게 아니니 걱정 놓으셔도 된단 것이와요. "
후히히 웃으며 아무튼 유우군의 선물 언박싱을 감상 해 요 유우군이 왜 떨떠름하는 것인가? 에 대해선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쨩들 대부분은 그도 그럴게 선물을 받으면 대부분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나치게 고가의 선물이기 때문에 그런 걸수도 있겠지만?? 네코바야시 쨩의 것과 다르게 유우군의 것은 아버지께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해 달라며 부탁해서 사온 물건이란 말이다. 그것도 아야나가 직접 골라온. 애케플까지 직접 들어놓은 물건이다 그 말이다.
"아니아니 그냥 이것은 그동안의 유우군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아야나가 드리는 선물이니까요? 자아 자, 어서 핸드폰을 들어 보시는 것이와요. 무척 잘 어울리지요? "
그 스미스미 선배라는 이가 자신의 정체를 대놓고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이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르나, 만약 숨기고 다니는 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함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스미스미 선배라는 이에게 있어서 곤란한 일이 아닐까 싶어 유우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자신은 그 자가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인어라는 사실까지도 알 수 있지 않았는가. 일단 실제로 만난다고 해도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혼자 조용히 생각을 정리했다.
"후훗. 그런 것이라면 고맙게 받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물론 핸드폰은 아직 잘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 1년은 더 써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이왕 이렇게 선물로 주는 것이니, 거절할 필요는 없겠다고 유우키는 판단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서 주는 것인데 거절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자신에게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모를까. 핸드폰은 현대 사회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었다. 소중하게 잘 쓰겠다는 인사를 하며 그는 핸드폰을 확실하게 챙겼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생각도 못한 그 말에 유우키는 두 눈을 깜빡이며 아야나를 바라봤다.
"후훗. 알고 계셨나요?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여러모로 일이 많았으니까요."
딱히 숨기거나 당황하는 일 없이 태연하게 유우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굳이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잘 어울리지 않냐는 말에 또 한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마음 감사하게 받들게요. 하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굳이 챙겨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야나님. 만약에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제가 스스로 할 생각이니까요. 그저... 여자친구와의 시간이 생길테니, 자연히 아야나님을 따르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만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카와자토 가에 대해서도 소홀히 할 생각은 없으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어느 한 쪽만 취할 필요가 있겠는가. 제 어머니처럼 자신도 둘 다 취하면 될 일이었다. 처음엔 조금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나, 익숙해진다면 못 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에에잉 어차피 그분은 유우군을 만나면 한눈에 누군지 알아보실테니 걱정은 no no 인것이와요. 스미스미 선배님은 아야나보다 더 기운을 알아채는 능력이 뚜렷하신 분인 것이와요. 분명 보자마자 유우군이 아야나의 집사님이시란 걸 아시게 될 것이와요. "
그리고는 카와자토를 따르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소리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대답하는 아야나 되시겠다.
"유우군 어차피 지금 저희들 하교도 같이 안 하게 된 상황에서 더이상 뭐가 바뀔 일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단 것이와요. 진짜로 뭐가 어떻게 되던 저희 사이는 변함이 없사와요? "
아니 진짜로. 우리들 지금 따로 따로 하교하게 되었고 심지어 한쪽은 그냥 하교만 같이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뭐가 더 달라질 것이라고는 솔직히 생각하고 있지 않다. 후히히 웃으며 아야나 유우군을 향해 꼬옥 팔짱을 끼려 하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려 하고는 이렇게 말해보이려 하였다.
"서로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던 주인님이 생기던 간에, " "카와자토와 시라카와의 관계는 영원히 굳건할 것이와요. " "그 어떤 일이 생긴다 해도 문제 없을테니 염려 놓으시란 것이와요. "
자신을 알아본다고 해서, 과연 자신에게 인어라는 티를 낼지는 별개가 아닐까. 자신이 신이나 요괴라면 아마 어지간하면 정체를 밝히지 않았을거라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물론 이 또한 인간이기에 보일 수 있는 시선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막상 정말로 신과 요괴라면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지도 모르는거니, 확신에 가까운 판단은 하지 않기로 하며 유우키는 말을 아꼈다.
"그건 그렇겠죠. 저는 시라카와 유우키. 시라카와 가문의 장남. 집안의 사명을 게을리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저, 그 시간의 일부를 제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니 허락은 구하고 싶을 뿐이거든요."
아마 그녀가 피칠을 한 그 날부터가 아니었을까. 하교는 따로 하게 되었으나 등교는 여전히 같이 하고 있었다. 과연 이후에 달라지는 것이 또 없을진 알 수 없었으나, 그녀나 카와자토 일가를 소홀히 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좀 더 자신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에게 팔짱을 끼고 머리를 기대려고 하는 그 행동을 굳이 피하진 않으며 유우키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 은혜와 이해심 감사드립니다. 아야나님. 그런 당신이기에 저는 카와자토를 모시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철저한 주종관계가 어디에 있을까. 당시의 절박했던 순간이라면 충분히 그럴만하나, 이미 시간은 많이 흘렀다. 전국시대는 오래전 옛날의 이야기며, 그때의 기록이 명확하게 다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기에 두 가문의 맹세와 약속은 그때의 색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웠고, 유우키가 가진 마음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카와자토 일가에서 만난 이가 카와자토 아야나. 그녀였기에 어쩌면 자신은 카와자토 일가를 모시는 사명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그 답을 알긴 쉽지 않았으나..아무렴 어떻겠는가.
"후히히, 아야나도 유우군이 카와자토를 모셔주시는 것이 너무너무 좋은 것이와요. 아야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계속 계속 유우군을 지켜주고 보듬아주는 수호천사가 될 테니까요. "
그러니까 유우군, 다치는 일 없고 평안하게 아야나와 같이 대학까지 가 주시는 것이와요~ 라는 말은 입안에만 남겨두도록 하고, 슬슬 먹을 건 먹어야 겠다 싶어서 팔짱을 풀고 오이무침을 먹기 위한 젓가락을 들려 하는 아야나 되시겠다. 아 숄에다 스카프에다 진짜 답답하다. 유우군 돌아가는 대로 바로 벗어야 겠다.
"오이무침, 오늘도 감사히 먹겠사와요? "
생글생글 웃으며 오늘도 브이를 해보이는 아야나 이다. 역시 이렇게 맛있는 오이무침을 챙겨주는 사람은 유우군 밖에 없다!
수호천사라. 사실 수호천사는 그녀가 아니라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순수하게 힘으로 따져보자면 평범한 인간인 자신이 신이나 요괴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캇파족이 자신에게 달려들었을때 자신이 살아있을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극히 드물다 못해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신이나 요괴가 아니라는 것이 그로서는 조금 한탄스럽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저 역시도 성심성의껏... 모시도록 할게요."
그 목소리는 아주 조금은 씁쓸한 톤이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곧 표정을 관리하며 유우키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일단 비어있는 박스는 갖다버리기 위해서 손으로 챙겨들고, 그는 오이무침을 먹으려고 하는 아야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부디 맛있게 드세요. 저는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집으로 돌아가볼게요. 아. 접시는 언제나처럼 사용인에게 다 먹으면 치우라고 말을 해둘게요. 그럼 아야나님. 좋은 밤을. 평안하세요."
언제나처럼 기품있는 인삿말을 남기며 그는 살며시 문밖으로 나서려고 했다. 주머니 속에 넣어둔 새로운 핸드폰을 괜히 만져보며,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참으로 상냥하고 자상한 주인이었다. 그 상냥함과 자상함이 언제까지나 쭉 이어지길 바라며.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체육제 때 카와자토 아야나가 한 일을 설명하자면. 이 개구리는 단 한 번 도 응원석에 앉은 적이 없다!!!!!!! 진짜로 단 한 번 도 응원석에 앉은 적이 없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은 오직 한 곳, 선수들이 서 있는 경기장 뿐이었으니. 이것이 열정이다 그 말이다. 곧 있을 계주를 생각하면 이 줄다리기 역시 성공적으로 해내보일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야나는 줄다리기의 선두에서 줄을 잡았다.
"자아! 오라이 오라이 인것이와요~! "
과연 카와자토 아야나와 줄다리기 대결을 펼칠 자 누가 될 것인가!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나와는 관계 없는 응원소리, 찬란한 여름이 기분 나빠 그늘 아래 감춘 얼굴. 손가락 틈에 끼인 불씨는 하얗게 타들어간다.
아, 기분 참 X 같네.
작은 손에 억지로 쥐어 던진 봉투따윈 잊은채 담배 연기와 함께 흐드러지는 잿가루 사이로 지난 봄날의 벚꽃이 피어오른다. 널따란 교정 속에 비치는 것은 오로지 저와 그 애 뿐이었지. 조금은 풋풋했던 그때의 모습. 지금은 뭐래도, 2년 전의 그때는 그 못된 년, 정말 좋아했으니까
새학기가 시작되어 처음 네 얼굴이 보인 순간부터 얼마나 많은 남자애들이 상사병에 시달렸는줄 아냐고. 눈부시게 빛나는 네 발아래 숱하게도 깔린 엑스트라들. 그중 하나는 나, 쿠라마 가쓰였다. 바보같게도.
2월 14일의 어느 봄날, 초콜릿과 편지로 가득 찬 사물함 사이. 아무리 뒤져봐도 네 것은 없더라. 이어 3월 14일. 떨리는 마음을 안고 네 앞에 멈춰섰다. 너는 아직도 모를거다. 나 전날 밤 잠도 못잤다고.
"…ㅈ, 조, 조, 좋아합니다! 미야비양....! ㄴ, 나랑 사귀어 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한 고백은 처음이라. 바보처럼 더듬거리는 말씨를 딛고 간신히 준비한 편지를 전했다. 목소리만큼 떨려는 손아귀에 살며시 닿은 손가락이 얼마나 행복하게 느껴졌는지.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걸 깨닫는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있잖아, 쿠라마군. 아이돌에게는 얼마나 많은 러브레터가 온다고 생각해? …유감이야. 나 좋아하는 아이 있거든. 그리고 이렇게 갑작스러운건 NG랄까. 그러니까 이거 돌려줄게."
상냥한 목소리에 그러지 못한 표정이 내 안에 달구어져 있던 뜨거운 무언가를 자극하는 느낌이었어.
"ㄴ, 누군데, 좋아한다는 그 사람..? ㅅ, X발 솔직히 나정도면 어디 가서 쪽팔릴 정도는 아니잖아!? ㄴ, 나 고백도 엄청 많이 받았는데..! 그치만 계속 지금까지 미야비양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그래서 떠나려는 뒷모습에 찌질하게 외쳐버렸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알아버렸다. 그토록 상냥했던 아이도 이런 싸늘한 눈빛을 지을수 있구나라고.
"우와, 쿠라마군.. 진심 없어보이네. 방금 전 멘트. 으응- 뭐랄까, 쿠라마군처럼 순진한 아이는 평생 깨우치지 못할 그런 매력을 가진 남자라고 해야할까? 이런 껍데기 뿐인 얼굴이 아닌. 진심으로 가슴을 두근 거리게 만들어줄 그런 사람."
미야비양은 그 말을 남긴채 천천히 멀어져갔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꺼낼수 없어 손 안의 편지만 마구 구겼더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버렸지. 알지도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 애 앞에서 달라지는 모습과 태도가 엄청나게 질투가 나서. 히무라 나기라는 이름.
사랑은 때로 이성을 마비시켜 자신이 향하는 길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만든다. 생채기 하나 없던 얼굴이 피범벅이 된 그날 이후. 내 학교 생활은 이전과 달라졌다.
마냥 생글거리던 1학년 꼬맹이 자식. 너도 걸려버린거냐, 하지만 이제 죄책감 같은건 무뎌져서 동정심 따위야. 이제 이런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했거든. 여전히 그 애의 시선은 다른 곳에 향해 있지만. 이런 방식이라도 좀더 가까이 있을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