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스트레인지는 낙후됐고, 찬란한 인첨공에서 찬란하지 못한 부분을 담당한다. 그림자가 지역이 된다면 아마 여기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 사회, 빈부격차, 인간관계…… 어떻게 말해도 빛과는 거리가 멀다. 꾸며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온통 어둠만이 가득하고, 희망을 품으면 열 배의 절망으로 갚는 이상한 곳이라며 스트레인지라 이름을 붙이며 넉살 좋게 웃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이 어떻게 되었든 바깥사람들과는 거리가 아주 먼 곳이다. 끽하면 길을 잘못 들어 슬럼이나 다를 것이 없는 곳의 초반까지만 발을 들이고 여기는 무서운 곳이라며 벌벌 떨다 자리를 떴다. 스트레인지는 그런 곳이었다. 패배자의 영토, 자신들과는 관계없지만 어쨌든 소외된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고귀한 인간과는 다른 짐승의 소굴.
태휘 또한 스트레인지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모두 골치 아픈 일이 가득하다. 소수 정예로 이루어진 강력 범죄 형사 수사팀 반장인 태휘가 출동한 사건 중,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끔찍하고 입에 담기도 어려운 범죄는 이곳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소에 정을 붙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인첨공의 벽이 무너져도 이 편견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하지만 태휘는 이 장소에 와야만 했다. 며칠 전 참관했던 부검 때문이다. 스트레인지에서 발견된 시체는 상태가 아주 좋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탓에 시체로 끔찍한 농담도 던질 수 있었던 안티스킬 법의학 연구소 소장 김 씨도 그날은 입을 딱 다물 정도였다. 이도 몽땅 뽑혔지만, 그나마 온전하게 남겨둔 어금니는 범인이 신원을 파악하라고 고의로 남겨둔 것이 뻔했다. 신원 확인 결과 안티스킬 일동은 분노했다. 같은 안티스킬 동료였기 때문이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스트레인지를 담당했고, 스트레인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부검에 참관했던 태휘는 자연스럽게 이 사건의 지휘를 맡게 됐다. 말이 지휘지 사실은 단독 수사였다. 데 마레에는 임무 때문에 잠시 자리를 이탈하게 되었다 미리 고지를 하고, 태휘는 스트레인지에 발을 들였다.
스트레인지 초입부와 중반부에서는 누구도 태휘를 건드리지 않았다. 건드린다고 해도 몇 초면 제압은 충분했다. 하지만 깊숙한 곳, 안드로이드가 가득한 폐기장 근처로 다가갔을 때 태휘는 사건을 되새겼다. 초반 탐문에서 피해자가 여기보다 더 깊숙한 곳을 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여기를 뚫고 지나쳐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위험한 일인 건 안다. 스트레인지의 소문 정도야 알기 때문이다. 아마 여기가 그 유명한 연구원들도 얼씬도 않거니와 자신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깊숙한 곳을 알리는 입구인 안드로이드 폐기장일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가로등 하나 없는 곳이라 을씨년스럽다. 산처럼 쌓인 안드로이드는 사람을 닮은 것도 있고, 구식 모델도 있었다. 태휘는 표정을 구겼다. 범죄자나 시체를 대하는 건 익숙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건 여전히 담력이 부족했다. 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어딘가 정신 한 구석에 결함이 있을 게 분명하다! 태휘는 거꾸로 늘어진 안드로이드와 눈이 마주치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최대한 안드로이드가 적은 곳으로 재빨리 발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태휘는 걸음을 멈췄다. 안드로이드도 거의 쌓이지 않은 폐기장의 끝자락에서 사냥 본능이 깨어났다. 위험하다는 경고가 등골을 짜릿하게 훑었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누군가 달빛을 등지고 뒷짐을 지고 태휘를 마주하고 있었다.
"돈도 안 받은 짭새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안티스킬입니다. 잠시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어떤 협조를 바라, 선생?"
뒷짐을 진 남성은 안면 인식 저해 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는지 얼굴에 노이즈가 끼고 목소리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와 탐스럽게 땋아내려 가슴 앞에 드리운 새하얀 머리카락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그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꼈지만,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사냥 본능에 몸을 맡길 시간이다.
"……스트레인지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혹시 뭔가 알고 있습니까?" "여기서 사람 많이 죽는데 누군지 모르겠네. 아, 혹시…… 이 바닥 기어다니던 짭새 하나 말하는 거야? 난도질당해서 어금니 하나만 남은 애."
태휘는 경계하듯 발 하나를 뒤로 물리고 자세를 잡았다. 이 사람은 위험하다. 본능과 여러 사건을 해결한 노련한 감이 외치고 있었다. 위험하고, 뻔뻔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여러 스트레인지 인물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시체 소식은 누구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이지만 입을 벌려 확인할 만큼 위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안다고?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은 확실하다.
"난 거기까지 말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놀랍게도, 난 여기까지 알고 있고."
태휘는 금방이라도 제압하려는 듯 뒤로 뺐던 다리를 조금 더 길게 뻗었다. "네 짓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내가 그 돼지 새끼 살찌워서 길들이는 데만 2년이 걸렸는데! 나 같은 총 팔이가 사람을 어떻게 죽인다고 그런담?" 남성은 장갑 낀 손을 들어 손사래를 쳤다. 끔찍할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뇌물 먹인 걸 그렇게 당당하게 얘기하는 걸 보니 그쪽도 어지간히 돌았나 봐?" "인첨공에 안 돌은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거 꺼내느냐 마느냐로 사회성 판가름 나는 거지. 사회성 안 좋은 건 맞지만." "일단 이번 건과는 다르지만, 죄를 시인했으니 제압은 해야겠지." "선생, 난 싸우기 싫은데 어쩜 좋아?" "아니, 순순히 투항하는 게 이로울걸." "정말이지! 어쩔 수 없네. 선생이 선택한 거야."
태휘의 주변으로 강력한 스파크가 튀겼고, 남성은 마찬가지로 한쪽 다리를 뒤로 물리더니, 사뿐거리듯 뛰어 한 걸음을 내디뎠다. 폐기장에 번개가 내리쳐 섬광이 번쩍이고, 우레가 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은 난장판이 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은 언덕을 만들던 안드로이드 더미는 번개에 맞아 새까맣게 녹아 서로 엉겨 붙고, 불이 붙은 것도 있었다. 고무와 실리콘, 합성 소재와 기름이 타는 불쾌한 냄새가 났다. 난장판이 된 폐기장에서 태휘는 꼼짝도 못 하고 바닥을 굴렀다. 안드로이드에서 나온 폐냉각수 웅덩이에 구르는 걸로 모자랐는지 몇 번이고 더 바닥을 구르며 기름과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근육이 아팠다. 쿵 소리와 함께 쌓인 안드로이드로 이루어진 벽에 강제로 몸이 멈췄을 때, 전기 머금은 몸 탓에 여러 안드로이드가 뒤엉켜 잠깐 기동을 시작하듯 기이한 소리를 내더니 금세 축 늘어졌다. 태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몇 번이나 공격에 성공했지? 아마 못 한 것 같다. 코밑은 축축하고 비린 냄새가 나는 걸 보니 피가 나는 것 같다. 입안도 터진 것이 분명하다. 태휘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태휘는 제압으로는 파이로키네시스나 하이드로키네시스 저리가라 수준의 대분류를 가진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였다. 레벨 4에 곧 계수 두 자리를 앞두는 능력자였고, 제우스의 창, 아스트라페라는 이름을 수여받기까지 했다. 안티스킬의 자랑스러운 정예 인력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한 자신이 무력하게 구른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태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코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서고자 땅에 손을 짚었다.
"선생, 놀랐어?" "윽-!" "그러니까 그냥 지나치지 그랬어. 살려주고 보내줬을 텐데." "……나는." "응?" "나는 그래도 경찰이라서, 뇌물 주는 사람은, 못 지나치거든……."
태휘는 남성이 발로 손을 짓밟자 몸을 움찔 떨었다. 먼지가 약간 묻었지만 깔끔한 편인 구두에 무게는 없었지만, 손톱이 있는 곳을 절묘하게 짓밟아 일어설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눈앞의 남성이 힘을 주거나, 자신이 일어나면 손톱 두어 개는 빠지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잃는 고통이 무슨 대수지? 시민의 안전과-
"조국의 무궁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라면 이깟 손톱쯤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어, 선생?" "!" "선생, 눈물겨운 희생은 이해하는데, 지금껏 그 각오를 한 건 선생만이 아니었어." "너, 정말로…… 이 구역에 있던 안티스킬이 네 짓이냐?" "눈치가 좋은 것 같은데, 이상한 부분에선 눈치가 나쁘네." "묻는 말에 대답해!" "바락바락 대들기까지 하고, 제법 흥미가 생겼어. 이렇게 된 거, 나랑 질문 놀이할래, 선생? 다섯 개. 지금부터 다섯 개의 질문은 내가 뭐든 답해줄게. 그리고 모든 게 끝나면……." "……." "풀어주도록 하지!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거든. 오늘은 피 보면 안 되는 날이고." "의도가, 뭐지?" "오락이지. 선생이랑 싸워봤자 득 될 것도 없고. 선생도 알고 싶을 거 아냐? 안티스킬의 훌륭한 창이자 충실한 개새끼인 아스트라페가 어떻게 이딴 낙후된 미개인들의 지역의 흔해 빠진 총 팔이에게 탈탈 털렸지? 같은 거나……."
남성은 생글생글 웃었다. "윤찬혁 그 작자에 대한 정보는 어때?" "너!!" 태휘는 엎드린 상태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노이즈가 일부 걷혀 드러나는 시선을 마주했고, 눈을 홉떴다. 자신과 똑같은 붉은 눈동자였지만 눈앞의 남성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었다. 태휘는 본능적으로 몸서리를 치며, 자연스럽게 데 마레에서 만났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같은 흰색과 금색의 눈이라도 이질적이고 인간과는 다르기 그지없던 희야와, 아무리 숨기고 있다 한늘 노련한 안티스킬인 자신에겐 차마 속일 수 없던, 그러면서도 저 작자와 비슷한…….
"분홍머리, 학생……?"
남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태휘는 짓밟힌 손에 체중이 실리자 끼쳐오는 격통에 어깨를 비틀었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보자니 눈앞의 남성은 옷 끝자락이 탄 것을 제외하면 지나치게 멀쩡했다.
"윽-" "나는 선생한테 생각에 잠기라고 한 적 없어. 선택하라고 했지." "……네가, 네가- 그 사람에 대해 왜 알고 있지?" "그게 첫 질문인가?" "……."
태휘는 이를 악물었다. 끔찍하지만 지금은 이 놀이에 어울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부들부들 떨리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좋은 태도야. 내가 왜 윤 선생을 아냐고? 그 선생도 내 거래자 거든. 아주 중요했던 고객인데 당신들이 싹 뒤집어엎었지 뭐야. 상납금도 아직 못 받았는데." "……너는, 돈과 관련된 녀석이냐?" "그건 두 번째 질문?" "그래." "맞아. 금교 파이널스? 그쪽도 고리대금업으로 한탕 벌어먹지만 나는 조금 다른 쪽. 고리대금, 주가조작, 세탁, 인신매매, 도박, 아, 요즘엔 무기 로비스트도 하고 있고, 스킬아웃 자금도 대주고 있고…… 어느 쪽이 좋아?" "……너는." "응?" "이 사건의…… 범인이냐?" "하하하!"
남성은 시선을 맞추듯 무릎을 굽히더니 태휘와 정확히 눈을 마주쳤다. 여름의 끝물이라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인데도, 덥지도 않은지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호쾌하게 휘었다.
"말했잖아, 뇌물 먹이면서 2년 동안 길들인 우리 돼지 새끼라고. 내 짓이 아니야. 나도 솔직히…… 화가 많이 나거든. 통통하게 살 오를 때까지 잘 키워둔 걸 누가 냉큼 도축하면 화가 나, 안 나?" "……." "선생은 이 말이 기분이 나빠? 고귀한 안티스킬인데 돼지 취급받아서 싫어? 그런데 선생."
남성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당신들은 그 말이 몸서리가 날 정도로 싫은데, 왜 우리는 그 소리 듣는 게 당연해야 해? 우리 입장에서는 당신들도 똑같이 남 짐승 취급하는 족속인데." "……질문 두 개가 남았다." "말 돌리기는. 뭐, 나도 대답 들을 생각은 없었어, 인간은 전부 똑같거든. 그래서, 뭘 묻고 싶어?" "너는…… 그림자냐?" "선지자가 많은 걸 알려주었나 본데, 그건 아니야. 그쪽이랑 연관은 없어. 아, 있나?" "똑바로 말해." "나는 아니고, 선지자가 그쪽이랑 신나게 엮였잖아. 싹수가 노란 녀석 같으니라고. 나만 보면 머리 굴리면서 어떻게 해야 떡고물 더 얻어먹을까 궁리하는 기특한 녀석이긴 한데……. 정보도 제법 쓸만하고. 어? 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 몰랐어? 선지자의 호위면서."
태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남성의 눈은 파충류를 닮은 뱀 같은 동공을 가지고 있었고, 꼭 세로로 난 커다란 균열 같기도 했다. 그리고 저 균열이 지금, 태휘의 속에도 파고들어 선명한 자국을 남겼단 착각이 들었다. 선지자, 그러니까 안희야가, 뭐? 그리고 더 큰 궁금증이 생겼다. 물어본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을 알지만, 남성이 선지자라는 언급을 해버리고 윤찬혁 그 작자에 대한 얘기까지 한 이상, 판도라의 상자는 열 수밖에 없다. 태휘는 바르르 떨리는 숨을 가다듬고 물었다.
"너, 정체가 뭐야……?" "선생, 정말 나 몰라? 우리 얼굴 자주 봤는데."
얼굴을 덮는 노이즈가 사라지자, 태휘는 눈을 크게 떴다. 머리가 상황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했다. 납작한 이마에 흩어지는 흰 머리카락도, 콧대도…… 아, 저 눈! 어째서 진작 알아보지 못했지? 태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떴지만, 남성의 얼굴은 달라지지 않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태휘의 귓전을 때렸다.
"선생과 내가 가장 최근에 본 게 언제더라? 아, 그래. 당장 어제도 봤잖아? 데 마레에서……. 소장님과 함께 차도 마시고 웃고 떠들었지." "당신이, 왜." "그러게, 내가 왜 이럴까?" "대체, 대체, 왜……." "선생, 딱 하나의 질문을 더 받을게." "……오늘 피를 보면 안 된다는 게, 소장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나?" "재밌는 질문이네. 선생, 정답이야. 이렇게 눈치가 좋은데……. 그냥 우리랑 함께할래? 여기 제법 복지 좋아. 안티스킬도 곧 끝물인 것 같은데 차라리 우리랑 함께 하면 안전할 거 아냐." "나는 이곳의 군인이며, 경찰이다. 시민을 지탱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내가 당신 같은 작자와 함께 할 것 같아?" "눈물겨운 충견이군. 그리고 어리석어, 선생." "컥-!!"
남성이 발을 떼기가 무섭게 쿵 소리가 들렸다. 태휘는 머리채를 휘어잡히더니, 그대로 안드로이드 더미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했다. 남성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스트레인지 잠입 활동을 하는 안티스킬을 위해 대상을 포함해 이 일대 지역에 사이코메트리에도 읽히지 않을 만큼 기억에 큰 균열을 주는 장치였다. 2년 동안 열심히 살찌운 돼지가 주인에게 바치기 딱 좋은 보상이었다. 기절한 태휘의 눈꺼풀을 뒤집어 깐 남성은 장치로 스캔하여 1시간 이전의 기억을 모조리 날려버리곤, 이젠 필요가 없다는 듯 불타는 안드로이드 더미 위로 대충 집어던졌다.
"의무를 가진 건 당신만이 아니야……. 우리도 의무가 있어. 그러니, 오늘은 살려주는 줄 알아."
레벨 4인 당신이 쓰러지면 사기는 한 풀 꺾이겠지. 여기 있는 찌꺼기들이 날뛰는 동안 나도 할 일을 좀 해야 할 것 같고.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태휘를 적당히 스트레인지 골목으로 내던질 사람에게 연락을 보냈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공장까지 와 버렸더라? 새봄은 어쩐지 낮에 보던 사람들과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일꾼들 틈바구니에서 기억을 더듬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중요한 건 어떻게 기숙사에 가느냐지. 날도 늦어서 지금 들어가면 사감선생님한테 혼날 텐데, 저 일꾼 분들이 지금 나만 쳐다보고 있는 걸 봐서는 명백히 위험한 상황이고. 어쩐다. 안 되는 능력이라도 써야 나갈 수 있으려나?
공장 안에서 적당한 매개라도 찾아보고자 눈을 굴리는데, 어깨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비명을 지르거나 도망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벌레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가득한 가운데 사람 - 그것도 어른이 아닌 연배가 비슷한 듯한 사람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공사장에 면접 보러 온 사람을 맞는 듯한 인사말은 조금 의아했지만, 뒤 이어진 속삭임에 (조금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뭔진 몰라도, 아까 말은 저 벌레들 들으라고 한 소리구나. 이런 예상 밖의 상황에서는 연기해봤자 끔찍하게 어색할 게 뻔했기에, 새봄은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을 흉내내는 대신 고개만 끄덕이고, 낯익은 듯 낯선, 파란 머리카락과 새하얀 눈동자를 가진, 연배는 비슷해보이지만 인첨공에 얼마 안 되는 어른들처럼 양복을 입은 소년에게 들릴 정도로 낮은 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
"고맙습니다... 근데 납치요? 어떻게 온 건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누군가한테 끌려오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 그것보다는...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 그럼 이제 정말로 챕터2 마지막 스토리가 코앞이니까.... 아직 챕터2에 대해서 이해가 안되거나 지금까지의 스토리중에서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 이건 뭐예요? 하는 것이 있는 분들은 막 질문해주세요! 지금 단계에서 모르는 것이 당연한거고 차후에 나올 내용은 차후에 나온다고 제가 또 얘기를 해드릴게요!
한참동안 무언가의 자료를 뒤적거리던 사이에 휴대폰에서 울려오는 알림에 그녀는 의문을 표하며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 물론 저장해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진동패턴을 설정해두었기에 누구에게 왔는지 정도는 바로 알아챌수 있지만, 익숙한 이에게서 대뜸 날아온 인적이 드물다 못해 없을만한 장소는 생각보다 아이러니한 조합이었을까?
[데이트 장소 치고는 넘 음험하지 않아여? 꺄~]
...물론 그녀의 성격상 아무한테나 '데이트'라는 수식을 달기에 당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만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무슨 용건이기에 그런 곳으로 부른 것인지, 아니면 또 탐사할 곳이 생긴건지 정도는 궁금했을까?
물론 여느때와 다를것 없는 대화로 시작하는 만남은 지극히 평범했겠지만, 이내 본론을 말하려는듯 당신이 꺼낸 것은 비닐에 잘 싸여진 종이컵이었고... 그 안엔 튀겨진 고기가 몇 점 들어있었단 것일까,
"...용건이라면서 꺼내니깐 왠지모르게 수상하다 생각했지만, 그런쪽이었슴까~"
어쩐지 담겨온 상태부터 미심쩍더라니, 듣기만 해도 골치아픈 DNA 감식이었을까?
"생고기였다면 더 편했겠지만... 이유는 묻지 않을게여~"
다만 거듭강조하는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되는 것', '오히려 믿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들키면 안되는 것'이라는 당신의 말에 괜시리 수상함이 느껴졌을까? ...아니, 오히려 예상이 가기도 하는 부분일지도 몰랐다.
"위로금이라... 역시 그거 관련이었슴까~ 어쩐지 슨배임한테서 찐득한 어두메다크 냄새가 난다더니만~"
여느때의 그녀처럼 부러 코를 막아보이며 손사래를 치는 장난까지 곁들여졌을까? 다만 당신이 뒤이어 말하는 '가족들에겐 어찌 이야기해야 할지,'에는 눈을 도르륵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물론 걸어가면서 생각을 하다보면 더 잘 떠오를지도 모르겠지만,
"글쎄여~ 가족들한테 설명할거라~ 보통은 유실물을 보여주면서 대조해보고 납득시키는게 일반적이지만 말임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입속에서 굴려 곱씹던 그녀는 잠시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멀쩡하게 걸어가다가 살짝 비틀거림과 함께 다시금 눈을 떠보였다.
"굳이 미사여구가 필요할까요? 정확한 증거를 내어주어도 어차피 받아들이는건 남은 사람들의 몫일테니까,"
아주 잠깐, 비스듬히 어긋난 시선에서 익숙한 밝은 빛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이 빠르게 휘발되고나면 다시금 평범한 미소가 입에 걸렸겠지.
>>761 이에 대해서는 다음 스토리에서 그림자 쪽에서 나와서 직접 말을 하겠지만.... 그림자의 계획은 아무도 의심받지 않게 완벽한 상태로 레드윙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레드윙에게 계속 습격을 가하고 최대한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고 현기증이 걸리도록 유도해서... '안티스킬'인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확보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림자가 그냥 잡아가거나 이러면 당연히 눈에 불을 켜고 찾을 이가 늘어나겠지만... 크리에이터가 안전가옥으로 데려가서 보호를 한다면 다들 아. 안티스킬이 보호해주겠구나! 하고 신경을 쓰지 않을테니까요.
다만 그림자들도 딱 한가지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네비게이터'의 존재였지요! 헤헤.
정오컴퍼니. 부동산 및 건설업 회사···라는 것은 그냥 겉치레 허울이고, 스트레인지에 흔히 난립해있는 폭력조직 중 하나다. 금교 파이넌스의 협력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태오에게 소개받은 정보상이 접선해준 것이 그 정오컴퍼니의 사람이었다.
사정은 다음과 같다. 정오컴퍼니는 지금 두목이 급사하면서 다음 두목 자리를 놓고 조직 내의 파벌싸움이 완연한 상태고, 정오컴퍼니의 사람 중 한 명이 상대 파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서 상대 파벌 주요 인사의 아킬레스건을 사줄 상대를 찾고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걸 가장 비싸게 주고 살 사람이 아니라, 그 아킬레스건을 가장 확실하게 물어뜯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나. 거기에는 정오컴퍼니와 금교 파이넌스간의 어떤 거래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고. 정오컴퍼니- 정확히는 그 컴퍼니 소속의 주요 인사가 개인 이름으로 내건 지저분한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금교 파이넌스가 정오컴퍼니에게 그런 일을 맡길 만한 회사를 수배해주었다. 물론, 그 회사는 말만 회사일 뿐 금교의 페이퍼컴퍼니고.
그런데 그 자료를 얻으려면 정오컴퍼니 건물에 직접 저장매체를 들고 와서 내용을 복사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인트라넷으로 돌아가는 데이터베이스의 보안시스템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나. 스트레인지 한복판의 폭력조직 관할 하에 있는 폐공장에, 허울 좋은 보안 시스템 구실로 직접 방문할 것을 요구하다니. 여기에 약간이라도 의심을 첨가해보면 누구나 금방 이것이 하나의 뻔한 함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으리의 봉투를 직접 받은 정보상이 자신의 신용과 목숨을 걸고 알선해준 정보다. 그 정보상 스스로부터가 그 내용을 두 번은 체크해본 것이겠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으리의 이름으로 온 사람인데, 서투른 장난질을 칠 리가 없다. 그러니 정보상이 아니라 그 나으리라는 사람이 성운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게 아니고서야, 이것이 위험한 일일지언정 계획된 함정일 리는 없겠지. 그래서 성운은 초커의 참을 꾹 눌러 얼굴에 나비날개를 드리우고, 정오컴퍼니의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어둑어둑한 취조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저 부실 불을 끄고 취조실처럼 꾸몄거나. 어느쪽이든 유한은 조금, 아니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것이 현태오였기 때문이다.
현태오가 누구던가. 만사에 관심 없을 것 같은 눈을 하고서, 달관한 듯한 태도를 취하는 양아치 선배 아니던가. 평소처럼 비행짓을 저지르거나 아니면 그저 귀찮은 일을 해야하는데 일손이 부족하여 자신을 부르는게 아니라 이런 어둑어둑한 곳으로 부르다니. 영 그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테이블 앞에 멍하니 앉아있던 유한은 태오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 가볍게 손을 흔들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의 방은- 솔직히 말하면 처음 보는데. 네가 직접 꾸민거야?"
전혀 상황을 모르기에 평소처럼 농담이나 던지는 그였다. 경찰서에 잡혀온 비행청소년이라도 된 것처럼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서는.
어렸을 적부터 그랬던가. 내 누이는 나보다 총명했고, 지혜로웠고, 야망이 넘쳤다. 그에 비하면 나는 흐릿한 존재였다. 딱히 총명하지도 않고, 지혜롭지도 않았으며,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살아갈 뿐인, 마치 새하얀 도화지같은 존재. 누이는 그런 나를 항상 못마땅했던걸로 기억한다.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이번 커리큘럼은 여기 적어뒀어. 기록하고, 녹화하고. 알지?"
알고 있었다. 유한은 아무말 없이 제 누이의 손에 들린 종이를 낚아채고는 연구소 밖으로 나왔다. 훈련, 훈련, 그리고 훈련. 제 담당 연구원인 누이가 처음 자신의 담당을 맡을 때 약속했던 것은 아직 지켜지지 않는다. 강수호를 찾고 있기는 한건지, 아니면 찾는 척 할 뿐인건지. 내가 아직 알 때가 되지 않았다며 차일피일 미룰 뿐이다.
그보다도 나는 강수호를 찾아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가. 자경단장을 원하는 것인지, 인간 강수호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에 내가 진심으로 존경했던 우상을 원하는 것인지. 요즘은 헷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