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989 왜 천원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악 10억이라고 할걸(?) 기대해줘서 고마워요 헤헤헤 매일 애리니주의 맛도리 설정을 제공받으니 최선의 맛도리로 보답하겠습니다😚
>>990 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 보드게임 쉽지않지 나도 간만에 하고 싶네🤔 마지막으로 한 게 체스였어...
>>991 😏😏 우연일랑가 아닐랑가~~ 😏😏😏 기대해주시옹~~(한주:?;;)
>>993 히히히히 맛있었대요~~ 찬장은 어떻게 어떻게 열었지만 통은 못 열어서 뒷발로 팍팍 쳤지만... 응... 그렇게 됐다 통은 단단했따...🫠 앩⬅️정확해 앩. 하고 우우우 와우우웅(불만)했지만 리라는 단호하게 트릿을 찬장 깊숙이 넣어버렸습니다 사실 찡찡이가 귀여워서 하나 줄 뻔 했는데 이 악물고 참았대
>>995 😏😏 고양이는 너무너무 귀여운 존재 그러므로 혜우우도 귀여운 존재
>>996 머선 소리여 님 설정 맛도리 그 자체에요 마라불닭까르보나라뿌링클초콜릿케이크를 넘나드는 풀코스 설정이자나
1. 태오가 고통받던 걸 한이가 목격했다...? > 양아치네 집 갔더니 '거래 후유증' 때문에 situplay>1597033293>221 하단부처럼 침대에 머리 박고 앓고 있는데 네가 뭘 아냐면서 예민한 태오가 화낸 게 이전에도 병원 안 가겠다며 얼버무린 것과 더불어서 도화선이 됐다든지
2. 2차 연락두절 > 현태오 또 연락 안 받다... 집에도 없고 뭐 희야 선배한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고 스트레인지에도 없고 터덜터덜 돌아오는데 집에 막 들어가려던 현태오랑 눈 마주쳤다든지 < 개억지에요 미친색기.
3. 이거는 그냥 슉 던져보는 건데 > 오목눈이 문제로 태오의 '면담' 당첨된 유한씨 자기 잘못 시인해도 안 보내주니까 슬슬 뭐하자는 건가 싶고 와중에 태오가 "네 인간 껍질 뒤집어 쓴 건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에서 긁혔으면 좋겠는데 긁힐 리가 없어서 운다 그냥
한주는 머 얘네 이러다 싸움 좋겠다 하는 거 잇니 사소한것도 좋아 난 막... 부먹찍먹(뭐
"...의 균열은, 사실 균열이 아니야. 부서진 물건의 단면을 맞춰 원형을 유지하게 만들어 본 적이 있나? 그래, 아슬아슬하게, 형태만 갖춰지게끔 말이야. 그렇게 두면,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실금들이 보이지. 어떤 보강제도 없이 그렇게 두면 보기에는 좋으나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거야.
그녀가 바로, 그런 상태인 거야.
어째서, 라고 묻고 싶겠지. 그러나 나야말로 되묻고 싶군.
그저 흐르기만 한 시간이 어떤 약이 되어주나? 반복되는 좌절 속에, 그녀가 내민 손을 누가 잡아준 적이 있었나?
그녀의 눈에서 기어코 붉은 눈물이 흐를 때 누가 그녀의 곁에 있었나?
지금 당신이 아는 그녀는 정말로 '''그녀'''가 맞는가?"
3년 하고도 대략, 6개월 전. 연구소 영락의 카운셀링 룸.
"...그래요. 혜우 양.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침묵.
"손목이 아프지는 않은가요? 제법 깊게 베었다고 들었답니다."
침묵.
"새 도구를 시험할 대상이 필요했다면 준비해 주었을 텐데 말이지요."
침묵.
"혜우 양."
침묵.
"혹시, 죽음을 바라고 몸에 손을 댄 것일까요?" "...그러면, 안 되나요?" "안 되긴요. 그것이 혜우 양의 의지이고 선택이라면, 저희는 그것도 존중한답니다. 다만, 그것이 결심한 의지라기엔 망설임이 보였지요. 망설였기 때문에, 혜우 양은 죽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에요."
침묵.
"저는 그것이 알고 싶답니다. 무엇을 고민하였고, 무엇 때문에 망설였는지요." "...선생님." "네에." "사람은, 왜 살아야 하나요?" "글쎄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고민한 적이 있으나, 왜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고민한 적이 없네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허허, 그것은 정답이 없답니다. 사람은 각자 다르게 태어나, 각자의 형태에 맞춰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형태가 없는 사람은요? 스스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요?" "혜우 양은, 스스로가 그러하다고 생각하나요? 버젓이 천혜우라는 이름이 있고, 여기 이렇게 있는데도 말이지요." "제 이름은, 저를 버리기 위해 붙여진 것이고, 여기도, 데 마레처럼 스쳐가는 곳일 뿐이에요." "그래서, 형태 없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손목을 그었나요?" "...네." "하지만 혜우 양은 죽지 않았지요. 분명 길게, 깊게 베었으나, 그 정도는 이곳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수준이었어요."
침묵.
"어째서 망설였나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네에." "그냥, 이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멈췄어요." "아닌 것 같았다, 라. 무엇이 그렇게 느껴졌나요?" "...그, 방법이, 아니라고." "방법이?" "죽는 방법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어째서일까요? 죽는다면, 죽을 수 있다면, 방법은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요?" "모르, 겠어요. 잘..."
침묵. 침묵.
"혜우 양." "네..." "이곳 영락은, 소속된 학생이 원하는 형태의 커리큘럼을 진행하게 해 준답니다." "네..." "그렇다면 혜우 양은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의 형태'를 찾는 커리큘럼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네...?" "혜우 양이 진실로 죽음을 바라지만, 추구하는 죽음의 형태와 방식을 모른다면, 찾으면 된답니다. 이곳 영락은 혜우 양의 의지와 선택을 존중하니까요." "내가 추구하는, 죽음..." "네에,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이곳 영락은, 얼마든지, 도와줄 것이랍니다." "정말로...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요. 이곳은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니까요."
"...아."
늦은 저녁, 한 끼라도 떼우기 위해 내 집 부엌에서 건성으로 칼질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날 선 부엌칼이 궤도를 살짝 비껴간다 싶더니 그대로 손바닥 가운데를 길게 그어내렸다.
빠끔 벌어진 틈에서 기다려주지도 않고 새빨간 피가 흘러나와 재빨리 싱크대로 손을 옮기고 미지근한 물을 틀어 그 아래 손을 댔다. 줄줄 흐르는 투명한 물에 붉은 색감이 섞이는 걸 보며 문득, 옛 생각이 났다.
데 마레에서 영락으로 이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차후의 커리큘럼을 위해 외과 수술용 도구 한 세트를 새 것으로 받았는데 그 중 가장 날카롭게 선 메스로 손목을 그었다. 가로가 아닌 세로로, 메스의 날이 다 박힐 정도로 찔러넣고 북 그었는데 때마침 찾아온 연구원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출혈사 했을 지도 모를 만큼 많은 피가 흘러넘쳤었다.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도구 세트를 전달해 준 연구원은 곧 다시 오겠다며 나갔었고 그 방의 복도는 발소리가 잘 울리는 구조였고 당시의 나는 이미 인체의 구조 따윈 다 파악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방바닥에 피 웅덩이가 채 고이기도 전에 당장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걸.
그 뒤에 받았던 카운셀링에서 처음으로 인생의 목표라 할 만한 것을 찾았었다.
그냥 그랬다는 옛날 이야기였다.
피가 얼추 씻겨나가자 물을 끄고 손바닥을 보았다. 내 생각보다 앞서 손바닥은 이미 회복을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한 손바닥으로 돌아와 있었다. 손을 쥐었다 펴도 아무런 위화감도 없는 것에 왠지 웃음이 나 실소를 흘렸다.
손의 물기를 닦은 뒤, 다시 야채를 썰었다. 양배추와 당근, 오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사과도 한 알 잘라서 가운데만 제거했다. 그것들을 한데 담은 샐러드 볼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온기가 없어 차가운 방 한 가운데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가져온 것들을 기계적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문 밖에 서있던 금의 시선이 제 얼굴이 아닌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모를만큼 혜성은 둔한 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소위 어딜 보는거야? 하고 능청스럽게 되묻자니, 물렸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었던 목 언저리에 은근한 간지러움이 느껴져서 되물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단지 혜성은 느리게 도륵, 눈을 굴리며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으로 차가워진 제 손을 목 위로 올리는 정도의 행동을 해보였을 뿐이다.
"응, 어서와."
간지러움은 부끄러움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생각하며 실례하겠다는 금의 말에 대한 답을 부드러운 미소와 목소리로 내놓으며 잠깐동안 느껴졌던 짧은 긴장감을 지워버리듯 문가에서 비켜섰다. 친구는 커녕 하다못해 어릴때부터 얼굴을 보고 남매처럼 같이 자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지조차 제 자취방에 온 적 없다. 자취방의 첫손님이 연인-또는 애인-이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적절한 곳에 나란히 놓인 온전히 제 취향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꾸며진 자취방은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고민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봉투 속에 종류별로 담겨있는 아이스크림을 들여다보며 금에게 물어본 뒤 스틱 형태의 달달한 캬라멜맛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들고 혜성은 봉지를 금에게 내밀어보였다. 아이스크림을 꺼내든 꺼내지 않든 냉동실로 봉지는 들어갈 것이고 아이스크림을 꺼내지 않았다면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컵을 꺼내 음료수를 꺼냈을 것이다.
"─그게, 하나씩 모으다보니 어느순간 그렇게 많아졌어. 선물로 받기도 했고. 내가 뭘 끌어안고 자는 잠버릇이 있어서 인형 끌어안고 자기도 하거든."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물려던 혜성은 금의 말을 듣자마자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도르륵 눈을 굴리고 머뭇거리는 뉘앙스로 중얼거리듯 대답을 하고 난 뒤에 아이스크림을 베어물었다. 그리고 인형 귀엽잖아, 하는 말이 몇초 지나지 않아 말끝에 조심스레 덧붙히면서 애꿎게 컵 손잡이만 만지작거린다.
"인형 적당히 치우고 침대에 앉아도 돼. 갑자기 온다고 해서 준비해둔 게 없네.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동월은 흐릿한 시선으로 여전히 밝음을 유지하고 있는 여로를 잠깐 보았다. 저게 가면일지, 원래 그런 성격인지 동월은 잘 모른다. 하지만 저 정도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걱정할 것은 없으려나. 의외로 잘 해쳐나갈지도 모른다.
여로가 앞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동안, 동월은 뒤에서 쫓아오는 웃음 소리의 근원과 마주했다. 언제 봐도 끔찍한 외모였다. 저 정도라면 인간 지네를 찍은 감독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 분명했다.
" 미안한데, 저지먼트 사람들이 워낙 다 미인들이라. " " 너한테 관심이 가진 않는다. "
동월은 긴장한 표정으로 칼을 고쳐쥐고, 그것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땅을 박찼다.
한편, 지옥도를 뚫고 들어간 여로의 눈앞에는 이제 두 갈래 길이 나왔다. 갈래길의 끝에는 각각 문이 하나씩 있었으며, 한쪽은 평범한 복도, 다른 한 쪽은 검붉은색 고깃덩이들이 이리저리 널부러져 지저분하고 끔찍한 복도였다. 둘 중에 하나는 출구인 것이 확실한데... 열어보기 전 까지는 모를테다. 어떻게 할 텐가?
>>0 @류애린 현실로 돌아온 동월은, 자신의 힙색 한켠에 들어있을 종이컵을 떠올렸다. 짓눌리거나 새지 않도록 봉지로 잘 감싸 완충제 사이에 넣어놓았으니 격하게 움직였어도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다만,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담. 원래라면 그것을 '구입' 할 때 그것의 이름을 듣거나 읽음으로써, 피해자의 신원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을테다. 그것을 토대로 다른 사람에게 '이 사람의 가족을 알고있나?' 라고 물어보면 5사람 안에서 답을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아니면 극히 적은 정보를 긁어모아 괴이부에서 실종자의 이름과 대조를 해볼 수도 있었겠지. 굳이 감식 같은걸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름마저도 알아낼 수 없었다.
이럴땐, 감식을 진행해야한다. 하지만... 이런것의 감식을 받아줄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받아준다 하더라도 내용을 알아낸다면.... 동월에게 어떤 추궁이 들려올지,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었다. 괴이를 알리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했으니까.
" .....썩을. "
이런 부분은 별로 부탁하고 싶지 않았는데. 가능하다면 애초부터 알리지 않고 싶기도 했다. 실제로 지금까진 잘 숨겼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 그걸 숨기자고 피해자의 가족을 끝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결국 동월은 휴대폰을 꺼내어 같은 괴이부 부원이자 저지먼트의 일원, 류애린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잠깐 나 좀 보자.] [(지도 사진) 여기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애린을 호출했다. 뭐... 연구소라고 했던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약속한 장소에서 애린과 만났다면, 처음엔 평온하게 안부나 물으며 시답잖은 말을 건넬 것이다. 어차피 매일 보는데도 그런 말을 건네는게 어색해 보일수도 있겠다.
" ....용건 말인데. "
시답잖은 말로 시간을 끌어봤자 본론을 말해야 한다는건 바뀌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동월은 자신의 가방에서 비닐에 쌓인 종이컵을 꺼냈다. 안에는 튀긴 고기 몇 개가 들어있었다.
" 이거, DNA 감식을 해야해. " " 아무한테도 들키면 안 돼. 네가 아무리 믿는 사람이어도. 아니 오히려 믿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들키면 안 돼. "
괴이 실종의 확률을 올리는 행동 첫 번째. [괴이를 인지 할 것.] 이런걸 설명하려면 당연하게도 괴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하니... 가능하면 피하는게 좋다. 그리고, 음. 이유도 일단은 설명하는게 좋으려나.
" ...내가 피해자들 가족한테 위로금 전달하는건 알고 있지? " " 그 일환이야. "
애린이라면 대충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한다.
" 그치만 항상 그 가족들한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단 말이지. " " 뭐, 좋은 생각 없냐? "
한탄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 ....가면서 얘기하자. "
@한아지 이번에 아지를 찾아가게 된 건, 애린을 찾아갔던 이유와 비슷하다. 다만 애린에겐 일단 DNA 감식부터 부탁하려 했다면, 이번엔 그나마 다행이게도 피해자의 이름과 다니던 학교가 모카고라는 것 정도는 알아냈기에, 발이 꽤 넓은 아지에게 학생의 가족을 아냐고 물어보려 한 것이다.
[야한아지.]
띄어쓰기 할걸.
[아 ㅈㅅ.] [물어볼게 있어서 그런데, 운동장 벤치로 나와줄래?]
아지가 도망 간 것이 아니라면, 잠시 뒤 운동장 벤치에서 만났을테다. 동월은 아지에게 피크닉을 하나 건네며 입을 열었다.
" 뭐 대단한걸 물어보려는 건 아니고... "
주머니를 뒤적거려 휴대폰을 꺼낸 동월은, 어떤 여학생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 이 친구, 가족이라던가 어디 살고있는지 알아? " " ...전해줄게 좀 있어서... "
말끝이 조금 흐려져버렸다.
" 네가 워낙 학교에서 유명하기도 하고 발도 넓잖아? 뜬금 없다는건 아는데 뭐 그냥 알고있나 해서~ 별로 뭔가 큰일이 있는건 아니고.... "
말끝을 흐려버린것에 조금 당황해서 횡설수설 해버렸다. 크흐, 넌 연기따위 할 생각은 버려라 동월. 나가 죽는게 빠르겠다.
언젠가 부모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었답니다. 물론 이제 막 또래 아이들을 만나게 된 저에겐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는 이야기였지만요. 조금은 슬픈 이야기지만... 아마 그때에 대한 해답을 다시는 들을 수 없을테죠.
소풍 뒤 주인의 눈에 띄지 못해 남겨진 유실물처럼, 혹은 부러 놓아두고 떠난 잡동사니처럼,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은 그런 이유였을 거랍니다. 하지만 슬프거나 하진 않았어요. 정말 이곳이 기회의 땅이라면, 제게도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남겨진 것이겠죠.
...사실 조금은 당혹스럽고 우울했지만, 이미 일어난 현실을 부정한대도 딱히 돌아오는건 없었으니까요.
이곳에서 또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그 기회라는 것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 장난감처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주어지진 않는단 것이랍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겠죠. 아무리 재미있어하고 좋아한다고 해도,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자신이 다칠 수도 있는 장난감을 냅다 쥐여주는 어른은 많지 않을테니까요.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괜찮아요. 때로는 사소한 대가와 함께 새장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너른 들판에 놓여나는 것보단 나을테니까요.
...그치만 아무리 새장속에서 살아간대도 위험한건 마찬가지일까요? 가뜩이나 노려지기 쉬운 약한 몸으론 생전 처음 보는 도시에서 누군가의 보호도 없이 혼자 살아남는건 어려운 일이었답니다.
그런 제게도 나름의 행운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행운이 저를 찾아와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도시 한복판에선 보기 힘든 토끼를 쫒아 멋대로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버린 것에 대한 벌충인지...
단단히 봉해진 건물, 빛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서도 유독 밝게 빛나는 시선들,
그곳에서도 전 이방인일텐데, 오히려 그 사람들의 보호를 받았답니다. 아마 저도 똑같은 빛을 잃은 사람이기에 그랬던 걸까요? 한가지 확신할수 있던 것은 그저 제가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것은 아니라는 거겠죠.
...그렇다고 해도 이런 친절 역시 대가가 없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주제넘은 생각이겠지만, 이런 저라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죠...?
저지먼트의 3학년 동기조의 어둠. 분명히 부부장은 한양이지만 은우는 혜성이에게도 만만치 않게 일을 부탁하는 편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지요. 그래서 혜성이가 죽을 맛인 것 같고...(어?) 태진이와 태오는 그럭저럭 선배진으로 일을 하는 편이지만 철현이는 모두에게 일을 맡기고 도망치는 것이 일상이니까...
>>482 정확히는 은우가 아무래도 저지먼트 업무 이외에는 다른 이들에게 뭘 맡기는 것을 꺼려해서 혼자서 이것저것 처리하는 일이 많은데... 이를테면 챕터1에서의 주요 사건인 샹그릴라 사건. (정말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능력을 올리는 마약. 단 부작용이 엄청남.) 이 사건의 경우는 이제 높으신 분들이 3학구에 있는 퍼스트클래스(제 6위 웨이버, 제 7위 에어버스터)에게 15주년 행사가 있기 전에 해결하라고 압박을 가했는데 제 6위 웨이버가 블랙 크로우(대충 챕터1에서 나온 빌런 스킬아웃 집단)에게 총으로 저격당하고 입원하는 바람에... 은우가 혼자서 해결하게 생겼는데...
은우는 위험하다고 아무에게도 부탁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저지먼트 업무도 하고, 밤에 잠 안 자고 샹그릴라 추적한다고 스킬아웃 집단 털러 다니고 그러다가 과로로 쓰러져서 입원한 적이 있었답니다. 대충 이런 느낌이 있다보니 부원들 중에선 불만 가진 이도 은근히..(옆눈)
"뜨겁네요" 여름의 낮은 길어서, 해가 지는 것도 어느정도 시간을 들여야 완전히 지게 됩니다.
인첨공의 바닷가는 본래는 해수욕장이라고 불리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그런 곳이 한두군데는 있으니. 수경이라고 불리는 이는 양산을 쓴 채 앉은 그 곳에서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노을을 점점 저녁이 침범하는 동안 수경은 파도가 닿을 듯 말 듯한 곳까지 걸어갑니다. 창백한 얼굴이 열기로 인해 달아올랐지만. 지금은 조금 가라앉아 옅은 홍조로만 남았습니다.
"정신을..차려야 하는데 말이지요." 다만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 가질 수 없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바람이 불러 좀 길어진 머리카락을 흔듭니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는 누가 다가온다고 해도 별 반응 없이 저 멀리를 바라보고만 있었을 거에요. 눈에는 꽤 띄겠네요.
-으음... 아니요. 당신들을 배려하는 거랍니다? 간호사복의 백발벽안의 소녀가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웃고 있다는 건 그다지 긍정적인 신호는 안겠지요.
-명령을 받으면 참으려고 노력하겠죠.. 뭐.. -하지만 명령을 많이 하는 타입은 아니시고요.. 수경을 곁눈질하고는. 후후 웃는 소녀입니다. 나가겠다는 말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수경입니다. 잘 하고 있으니까 괜찮게 보이는 거겠지요...? 수경은 비몽사몽하게 기대있기 때문에. 출구라는 말에는..
"....한번도 그렇게 나가본 적은 없어요..." 웅얼거리듯 대답하지만. 아까보다는 확연히 나아진 목소리입니다. 대신. 간호사복을 입은 이가.
-출구는 저쪽이에요. 하지만. ASTC 기술이 작용하고 있기에. 뒤돌아보면 보이지 않겠지요? 라는 말을 건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좌표를 받는 거에요. 아니면 랜덤으로 인첨공 내로 나갈지도 몰라요? 라는 농담같은데 농담같지 않은 말이 이어집니다.
>>535 오호 완전 인싸 키즈였구나! 새봄이도 비슷하게 초딩땐 대문짜 I여서 같이 입학한 친구 하나한테 붙어다니다가 혜우랑도 놀게 됐을 것 같아 ㅋㅋㅋ 머리색도 달라졌구나! 한 2학년 때 같은 반이어서 친해지고 그 뒤로도 반이 달라져도 같이 논 건 어때? 그러고 중학교는 갈라지게 돼서 이번에 목화고에서 재회한거지!
>>534 에잇에잇 나을때까지 잔소리할테닷 그래야 일상에서 만나지(?
>>539 오! 그럼 일상에서 만나서 겪어볼래 ㅋㅋㅋ 뭔가 읽어보니까 캐들의 내면의 어둠과 관계가 있는거 같은데.... 아 그런 점에서 새봄이의 괴이는 막 팔척귀신같은 거 어떨까! 키크고 싶은 욕망 ㅋㅋㅋㅋㅋ!
미소가 항상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건 아니다. 간호사의 웃음에는 꺼림칙한 무언가가 있어서, 랑은 쯧 하고 혀를 한 번 찬 뒤에 보이지 않는 출구를 쳐다본다.
"참 편리하군, 확실하고."
출입을 확실히 통제하기에 딱 좋지 않은가.
"그럼 여기로 보내줘."
다시 올 가능성은... 글쎄, 다시 올 수 있더라도 다시 올지는 잘 몰랐기에 랑은 그것까지 덧붙이지는 않은 채, 아까 받았던 메모지에 스트레인지 근처 좌표를 써 보였다. 그리고는 떠나기 전, 수경을 보면서 말을 건넨다. 비몽사몽한 상태라 제대로 전달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585 원래 학교에서 찐친들은 맨날 쫓고 쫓기면서 뛰어댕겼잖아요 그런거에요(??)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마 반박 못하고 한숨 푹 내쉬면서 "진짜 짜증난다..." 라고 중얼거림. 근데 맛있었던건 맞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술래잡기 하는거랑 비슷하게 생각하는거 리라 진짜 귀엽다 둘이 좋은 우정이야 귀여워
>>588 안돼못가 다음 저지먼트가 얼마나 난리나는지 직관해주세요(?) 선배들 대학 가도 부실 놀러와... 물귀신이다🫠
>>590 ㅋㅋㅋㅋㅋㅋㅋ맞아맞아 그것 또한 컨텐츠인 것이다😎 아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박 못하는 한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잘됐다! 새봄 후배님한테 한이가 맛있게 먹었다고 전해줄게~ 기뻐할거야~" 이러면서 놀린다 이제 후 이 우정즈... 영원하자... 나중에 한이가 리라 술 약한거 보고 머리짚는거(리조트 때 if로 나온 그거)도 해야해(?)
-좋은 장치죠... 후후 웃은 간호사복의 소녀는 좌표를 휴대용 폰 같은 것에 입력합니다. 삐빅 거리는 소리와 함께 희미하게 무언가가 감돌았습니다.
"몸조심이라... 그게 가능할까요? 그러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수경이 그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주려 하고... 랑이. 문을 나선 순간. 복도가 나타나지 않고. 적어준 그 장소에 서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뒤돌아본 순간 희미하게 있었다 사라진 건물의 외형은.. 네모나네요. 하긴. 건물은 네모난 경우가 많긴 하죠...
수경은 아프지 않게 다니려고 노력하게 될까요...
//막레.. 로 받아도 될 거에요. 미리 수고하셨습니다.
+후일담? -티. 치료는 진짜였어요. 하지만. 받아야 하는 건 다른 문제죠. -...커리큘럼이라고 생각하면 익숙하지 않을까요? -오랜만의 혹독한 커리큘럼. 기껍지 않으시겠지만..요.. 제압된 당신을 내려다본 간호사복의 케이스는 웃고 있었습니다.
찜통 같이 덥던 제 방을 생각한 것도 있었고, 또 차마 빈손으로 가기에는 무언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빨리 당신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도 발걸음을 멈추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금방 시선을 돌렸지만, 손을 목 위로 올리는 당신의 그런 행동에는 당신이 자신의 시선을 읽은 것인지 부끄러워졌으므로. 애써 태연하게 행동하려 노력하려 했으나, 금은 당신에게 시선을 두기 어려웠으니 시선을 피했을 것이었다.
"음료수로 하겠습니다."
당신에게 잔을 받아들기 전까지 인형 중 하나를 손에 들어 살핀다. 잠버릇이라는 말에는 문득, 루리 리조트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라. 금은 급하게 인형을 내려놓는다. 느리게 이어지는 당신의 뒷말에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나, 금의 머릿속은 생각하면 부끄러워지는 이전의 기억과, 당신이 안고 잘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인형들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러니 뒤늦게 아, 하며 당신을 본 금은 혹시 음료를 흘릴 수도 있으니 침대 위가 아니라, 그 침대에 등을 기대어 앉는다. 갑작스럽게 방문했던 것은 자신이라. 괜찮다는 듯, 당신에게만 보여주는 그 특별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바라보았으니. 쑥스러워하나 최대한 아무렇지 않으려 하는 목소리로 답한다.
"그냥.... 갑자기 보고 싶었습니다."
정말로 순수히 갑자기 당신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목소리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 때. 당신을 마주하며 보고 싶었던 것이니. 금은 쑥스럽게 웃어 보였으니, 그 웃음은 마치 연인을 만나러 오는데 달리 이유가 필요하냐며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일까. 금은 음료를 마시며 잔으로 그 미소를 숨겨내다,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596 새봄이도 리라랑 안면 트고 친해지기만 하면 언니언니 하면서 보이기만 하면 쫓아댕기고 능력 과자는 아직 못만들지만 (알러지 유발 식재료 물어보고나서) 수제 과자 만들어다가 나눠주고 말것이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부실 과자집 무제한 제공 참말 사건때 같이 작당하는 것도 재밌을거같고! ㅋㅋㅋㅋㅋㅋ
>>599 좋은데? ㅋㅋㅋㅋㅋㅋ 허수아비인데 막 눈이 마주치면 콩콩거리면서 쫓아오는 거지 ㅋㅋㅋㅋㅋ 니 키 내놔라!! 하고(아니다 이건 웃긴가 ㅋㅋㅋㅋ
>>601 아하 평범하게 노는 게 좋은 어린이였구나 ㅋㅋㅋ 귀엽겠다(?) 아, 중 2 2학기중반? 까지는 (혜우가 먼저 연락이 안 되지 않으면) 꾸준히 연락하다가, 그 뒤를 기점으로 한동안 끊겼을 것 같아. 그래서 조금 단절된 기간이 있었다가 목화고에서 만나는 거지!
>>603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저지먼트는 들어왔다 하면 코뿔소가 되는 곳이구나! ㅋㅋㅋㅋㅋㅋ 반응 재밌겠다 꼭 우리 삼학년 선배들 졸업하기 전에 계수 올려서 하고 만다(도른눈
>>611 맞아 맞아 그 때는 열심히 그런 척을 했지... 후후후... (아련) 그렇군 중2의 2학기 중반이라 혜우가 먼저 연락이 되지 않는 때는 없었을 거야 대신 먼저 연락하는 횟수가 점점 줄고 주고 받는 내용도 기운 없는 듯한 내용이었을 거고 목화고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칙칙하고 음울해진 혜우였다 정도?
>>615 니 키 내놔라 보다 훨씬 괴이적인건 역시 발목내놔가 (...) 으앗 늦게 봤다 좋아요!!!!!!!!!! 선레는 훈련 쓰고 계신다니 제가 작성하겠습니다! 조금 걸릴지도 모르니 느긋하게 기다려주세요~~~ 아, 상황은 방금 말씀드린대로 괴이 탐험이 좋으신가요? 만약 좋다고 하시면 새봄이는 자기도 모르게 괴이에 흘러들어간 실종자가 되겠군요! :D
>>622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동시에 집안으로부터 버려진게 확실시 되버려서 그 때부터 멘탈이 후달리기 시작했대 혜우는 연구소에서 갈리진 않았지만 순차적으로 알던 사람들과 연락이 끊기면서 그로 인한 좌절과 우울감으로 힘들었던거 그리고 새봄이도 연락 끊긴 사람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후후후... 어 혜우는 아마 이름 보고 알아봤을 건데 먼저 아는 척 안 했을거야 새봄이가 물어보고서야 맞다고 대답하고 음... 과거처럼 친근하게 굴지는 않았을거고 오히려 다가오려는 새봄이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게 딱 보일 정도로 대했을 것
"다시요?" 조금 멈칫하기는 했지만 밤에 들어가면 시야확보가 좀 덜 되겠다. 정도의 감각입니다. 말리지는 않네요. 그런 거죠. 타인이 뭘 하던지간에 심각하게 말리지 않는... 방치에 가까운 행태.
"꽤 오래 보긴 했으니.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것을 기억이라는 신호와 전달들을 출력해내면 꽤 멋있을 것 같네요." 그걸 온전히 출력해내려면 꽤 힘든 일이겠지만. 이라고 생각하다가 수영이라는 말에 어색하게 웃어보입니다.
"물을 좋아하지는 않긴 했는데요..." 최근에는 그래도 괜찮아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섬에 갔을 때 조난당할 뻔했던 것은. 좀 과하긴 했지만. 지금은 아무리 깊이 끌려가더라도 금방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살짝 생겨서 그런 걸까요. ....하지만 그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지.
"수영은. 간단하게 이론 정도는 알아요. 실전은 얕은 곳에서만 해봤고요." 혜우 양께선 수영.. 잘 하시나요? 라고 슬쩍 물어보려 합니다.
>>623 아아 다이제스트 읽어봤는데 엄청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 아무리 초능력자들이라도 많아봤자 고삼인 애기들이 이런 엄청난 일들을 겪다니 맴이 아팠어 흑흑
>>627 괴이탐험 좋아! 지금이 연초가 아니라면 새봄이가 저지먼트 생활 한 지도 좀 됐을테니 약간 적응했을때 괴이체험 하게 되겠구나! 재밌겠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선레 고마워! 급할거 없으니 천천히 부탁해><
>>628 좋아좋아! 느긋할때 한번 이야기해보자 ㅋㅋㅋ
>>629 아, 맞다 재회 후 머리색이나 성격 말고 달라진 점이 하나 더 있다면 인첨공 바깥에서부터 친했다는 친구가 근처에 없는 정도? 였을것 같아! 그건 그렇고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그나마 연구소에서 갈리진 않았다니 불행 중 다행이네! 그런 상황에 연구소에서까지 몰아붙여졌으면 아이구...(부르르) 새봄이는 이유야 어쨌건 연락이 끊기면서 어색해진 것도 있을 테고 저렇게 변한덴 혜우도 혜우의 사정이 있었겠지 싶어서 자길 불편해하는 게 보이니깐 자기가 치대면 불편해할까봐 다른 부원들한테 대하는 정도로만 대하려고 하는? 상태일 것 같아. 적정거리는 중요하니 말이지! 그러면 여기서 더할게 있으려나?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
어제 빵을 만들랬더니 죽을 쒀서 그런가, 오늘은 뭐든 좋으니 기숙사에서 니가 아는 것중 간단한 디저트를 하나 직접 만들고 먹으면서 요리과정을 연구하라는 지시다. 세상에나, 나야 좋지~! 살다 보니 이런 나 좋은 훈련과정도 받게 되는구나? 하긴 이런 날도 있어야지, 맨날 전기로 지지고 뇌 열어보고 이러면 사람이 살겠나~ 그래서 오늘의 연구주제는 바로바로~ 제철 생과일 푸딩! 마트에서 제일 싱싱해보이는 여름 과일들을 사다가, 반은 과즙을 내어 젤라틴을 불려서 섞고, 반은 젤리 반죽 안에 넣었다. 이것도 능력으로 만들려고 하면 빡세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선배들에게 졸업선물로 과자집이 된 부실을 선물할 수도 있을 테니까! 히히~.
반죽이 냉장고 안에서 굳는 동안 만드는 방법도 받아적어보고, 머릿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보는 걸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밤이다. 하나만 꺼내먹고 운동하고 자야지~. 상큼달달한 과즙사이로 생과육이 씹히며 그 안에서 또 과즙이 터지는 걸 음미해본다. 역시 맛있네! 젤리가 조금더 부들부들하고, 딸기철이라서 생딸기도 쓸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맛도 나쁘진 않지! 다음에도 이런 할 만한 과제만 내려왔으면 좋겠네. 현실은 고문당하면서 좋았던 경험들 기억들을 되새겨보려고 애써야 할 순간이 다가오는 중이지만, 뭐 그게 인첨공 생활이니 어쩌겠어~.
>>그래도 언젠가는 선배들에게 졸업선물로 과자집이 된 부실을 선물할 수도 있을 테니까! 히히~<< >>그래도 언젠가는 선배들에게 졸업선물로 과자집이 된 부실을 선물할 수도 있을 테니까! 히히~<< >>그래도 언젠가는 선배들에게 졸업선물로 과자집이 된 부실을 선물할 수도 있을 테니까! 히히~<<
한번만이라는 확답은 없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그렇군요... 정도의 반응을 보입니다.
"인첨공에선... 어렵지 않지요." 하지만 연지에선 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도 잘 알지 않을까? 그들에게... 보일 수 없는.. 그런 것을 기억해야 해요. 혜우의 싫은 게 좋아진다는 게 좋은 것일까.. 라는 물음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것에는. 저 멀리 수평선처럼 보이는 지점을 바라보면서 말을 잇습니다.
"그게 좋은 일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닐 때도 있겠네요..." 양면적인 세상이란.. 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수영은 보통이라는 것이나. 잠기는 것이라는 것에. 잠기는 것은.. 들어가겠다고 생각하면 잘 할 수 있을 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에서 그쳤지만요.
"쓸려가버리면 곤란하겠네요." 쓸려가다 보면 괴롭게 되어버릴 것이다. 숨을 오래도록 참는다고 해도. 연산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뿐이니까.
*대영 공장은 과거 인첨공의 산업의 중심이었던 구역에서 식료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공장입니다. 현재는 각종 횡령, 식중독 유발 등 좋지 않은 행각들을 보여 폐쇄되었습니다.* *대영 공장(이하 공장)에서는 사람의 크기로 성장한 각종 벌레와 닮은 괴이들이 다수 출현하는 것을 확인한 바, 벌레에 면역력이 없거나 적은 사람은 수색에 자원하는 것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 내가 이 끔찍한 곳을 다시 오다니. "
공장의 입구에 서서 동월은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어차피 벌레라곤 하지만, 거대화된 바선생이나 돈벌레, 쥐 등을 맨눈으로 보기는 꽤나 어려웠다. 자신이 그렇게 벌레에 면역력이 없는건 아니었는데... 인간만큼 커져서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가감 없이 뽐내고 있는 벌레들을 바라보는건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 어쩌냐. 칼에 끔찍한 체액이 묻더라도 썰어내야 탈출할 수 있거늘. "
해탈한 말투로 중얼거리듯이 말한 동월은 칼을 고쳐쥐고 공장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일반 공장과 다르지 않았다. 쉴틈 없이 돌아가는 기계들과 곳곳에 서서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괴이들의 모습. 겉모습이야 사람과 닮았다지만, 얼굴을 보면 그들이 사람과는 꽤나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백한 피부, 흐리멍텅하고 초점을 잃은 눈. 얼굴을 오래 쳐다보는 것은 권장되지 않았다. 쳐다만 봐도 알겠지만, 어딘가 머리가 이상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실제로 오래 쳐다보면 이상해지기도 하고.
" 아이고~ 오늘도 수고들 많으십니다. "
동월은 미리 챙겨입은 정장의 넥타이를 고쳐매며 지나가는 괴이들에게 인사했다. 정장을 입은 이유는, 이런 공장에서 정장을 입으면 대충 높은 사람인줄 알고 알아서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괜히 외부인인걸 들켜서 모든 괴이들한테 쫓기게 되는건 사양이었다.
" ....? "
그런 와중에, 이상하다고 할만한 광경을 목격했다. 몇몇의 괴이들이 누군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서 자신의 할 일도 잊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다. 동월은 그들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리다가, 작은 체구의 소녀를 발견했다. 금발... 금발? 저런 느낌의 금발이라면....
" 미치겠네. "
동월은 낮게 중얼거리고서 재빠르게 움직여 새봄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
" 면접 보러 오셨구만! 여긴 현장이니까 사무실 가서 얘기합시다~! "
과장되게 크게 한 목소리. 덕분에 이쪽을 보고있던 괴이들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것을 확인한 동월이 새봄에게(만약 큰 소리나 손길에 도망가지 않았다면) 낮게 속삭이려 한다.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걸지도 몰라요." 사람의 인지는 꽤나 허술합니다. 그 변화가 사람을 적응시켰지만. 동시에 속이는 일도 가능해졌습니다.
"고민해 보는 거죠." 그런 거에요. 작게 말합니다.
"개학한 뒤에는... 아마 기숙사가 아니게 되겠지요." "기숙사에서. 뵌 적 없었으니까.. 아마 따로 살고 계신 걸까요?" 계속 기숙사에 거주했지만(이라고는 해도 목화고 1학년이라는 점에서는 신규입주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자취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그러다가 안 보이면 저 밑에 있겠거니. 같은 말을 건네는 혜우를 잠깐 보고는.
"저 밑... 심해와 우주는 닮았다고도 하네요." 하지만 우주는 보장할 수 없다지만. 심해는 가능성은 있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밤하늘같이. 깊이 침잠한 눈입니다. 하지만 저 멀리를 쳐다보고 있지요. 그저 바라보고. 별 말 없이..
스트레인지는 낙후됐고, 찬란한 인첨공에서 찬란하지 못한 부분을 담당한다. 그림자가 지역이 된다면 아마 여기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 사회, 빈부격차, 인간관계…… 어떻게 말해도 빛과는 거리가 멀다. 꾸며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온통 어둠만이 가득하고, 희망을 품으면 열 배의 절망으로 갚는 이상한 곳이라며 스트레인지라 이름을 붙이며 넉살 좋게 웃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이 어떻게 되었든 바깥사람들과는 거리가 아주 먼 곳이다. 끽하면 길을 잘못 들어 슬럼이나 다를 것이 없는 곳의 초반까지만 발을 들이고 여기는 무서운 곳이라며 벌벌 떨다 자리를 떴다. 스트레인지는 그런 곳이었다. 패배자의 영토, 자신들과는 관계없지만 어쨌든 소외된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고귀한 인간과는 다른 짐승의 소굴.
태휘 또한 스트레인지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모두 골치 아픈 일이 가득하다. 소수 정예로 이루어진 강력 범죄 형사 수사팀 반장인 태휘가 출동한 사건 중,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끔찍하고 입에 담기도 어려운 범죄는 이곳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소에 정을 붙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인첨공의 벽이 무너져도 이 편견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하지만 태휘는 이 장소에 와야만 했다. 며칠 전 참관했던 부검 때문이다. 스트레인지에서 발견된 시체는 상태가 아주 좋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탓에 시체로 끔찍한 농담도 던질 수 있었던 안티스킬 법의학 연구소 소장 김 씨도 그날은 입을 딱 다물 정도였다. 이도 몽땅 뽑혔지만, 그나마 온전하게 남겨둔 어금니는 범인이 신원을 파악하라고 고의로 남겨둔 것이 뻔했다. 신원 확인 결과 안티스킬 일동은 분노했다. 같은 안티스킬 동료였기 때문이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스트레인지를 담당했고, 스트레인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부검에 참관했던 태휘는 자연스럽게 이 사건의 지휘를 맡게 됐다. 말이 지휘지 사실은 단독 수사였다. 데 마레에는 임무 때문에 잠시 자리를 이탈하게 되었다 미리 고지를 하고, 태휘는 스트레인지에 발을 들였다.
스트레인지 초입부와 중반부에서는 누구도 태휘를 건드리지 않았다. 건드린다고 해도 몇 초면 제압은 충분했다. 하지만 깊숙한 곳, 안드로이드가 가득한 폐기장 근처로 다가갔을 때 태휘는 사건을 되새겼다. 초반 탐문에서 피해자가 여기보다 더 깊숙한 곳을 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여기를 뚫고 지나쳐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위험한 일인 건 안다. 스트레인지의 소문 정도야 알기 때문이다. 아마 여기가 그 유명한 연구원들도 얼씬도 않거니와 자신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깊숙한 곳을 알리는 입구인 안드로이드 폐기장일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가로등 하나 없는 곳이라 을씨년스럽다. 산처럼 쌓인 안드로이드는 사람을 닮은 것도 있고, 구식 모델도 있었다. 태휘는 표정을 구겼다. 범죄자나 시체를 대하는 건 익숙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건 여전히 담력이 부족했다. 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어딘가 정신 한 구석에 결함이 있을 게 분명하다! 태휘는 거꾸로 늘어진 안드로이드와 눈이 마주치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최대한 안드로이드가 적은 곳으로 재빨리 발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태휘는 걸음을 멈췄다. 안드로이드도 거의 쌓이지 않은 폐기장의 끝자락에서 사냥 본능이 깨어났다. 위험하다는 경고가 등골을 짜릿하게 훑었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누군가 달빛을 등지고 뒷짐을 지고 태휘를 마주하고 있었다.
"돈도 안 받은 짭새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안티스킬입니다. 잠시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어떤 협조를 바라, 선생?"
뒷짐을 진 남성은 안면 인식 저해 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는지 얼굴에 노이즈가 끼고 목소리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와 탐스럽게 땋아내려 가슴 앞에 드리운 새하얀 머리카락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그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꼈지만,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사냥 본능에 몸을 맡길 시간이다.
"……스트레인지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혹시 뭔가 알고 있습니까?" "여기서 사람 많이 죽는데 누군지 모르겠네. 아, 혹시…… 이 바닥 기어다니던 짭새 하나 말하는 거야? 난도질당해서 어금니 하나만 남은 애."
태휘는 경계하듯 발 하나를 뒤로 물리고 자세를 잡았다. 이 사람은 위험하다. 본능과 여러 사건을 해결한 노련한 감이 외치고 있었다. 위험하고, 뻔뻔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여러 스트레인지 인물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시체 소식은 누구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이지만 입을 벌려 확인할 만큼 위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안다고?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은 확실하다.
"난 거기까지 말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놀랍게도, 난 여기까지 알고 있고."
태휘는 금방이라도 제압하려는 듯 뒤로 뺐던 다리를 조금 더 길게 뻗었다. "네 짓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내가 그 돼지 새끼 살찌워서 길들이는 데만 2년이 걸렸는데! 나 같은 총 팔이가 사람을 어떻게 죽인다고 그런담?" 남성은 장갑 낀 손을 들어 손사래를 쳤다. 끔찍할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뇌물 먹인 걸 그렇게 당당하게 얘기하는 걸 보니 그쪽도 어지간히 돌았나 봐?" "인첨공에 안 돌은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거 꺼내느냐 마느냐로 사회성 판가름 나는 거지. 사회성 안 좋은 건 맞지만." "일단 이번 건과는 다르지만, 죄를 시인했으니 제압은 해야겠지." "선생, 난 싸우기 싫은데 어쩜 좋아?" "아니, 순순히 투항하는 게 이로울걸." "정말이지! 어쩔 수 없네. 선생이 선택한 거야."
태휘의 주변으로 강력한 스파크가 튀겼고, 남성은 마찬가지로 한쪽 다리를 뒤로 물리더니, 사뿐거리듯 뛰어 한 걸음을 내디뎠다. 폐기장에 번개가 내리쳐 섬광이 번쩍이고, 우레가 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은 난장판이 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은 언덕을 만들던 안드로이드 더미는 번개에 맞아 새까맣게 녹아 서로 엉겨 붙고, 불이 붙은 것도 있었다. 고무와 실리콘, 합성 소재와 기름이 타는 불쾌한 냄새가 났다. 난장판이 된 폐기장에서 태휘는 꼼짝도 못 하고 바닥을 굴렀다. 안드로이드에서 나온 폐냉각수 웅덩이에 구르는 걸로 모자랐는지 몇 번이고 더 바닥을 구르며 기름과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근육이 아팠다. 쿵 소리와 함께 쌓인 안드로이드로 이루어진 벽에 강제로 몸이 멈췄을 때, 전기 머금은 몸 탓에 여러 안드로이드가 뒤엉켜 잠깐 기동을 시작하듯 기이한 소리를 내더니 금세 축 늘어졌다. 태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몇 번이나 공격에 성공했지? 아마 못 한 것 같다. 코밑은 축축하고 비린 냄새가 나는 걸 보니 피가 나는 것 같다. 입안도 터진 것이 분명하다. 태휘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태휘는 제압으로는 파이로키네시스나 하이드로키네시스 저리가라 수준의 대분류를 가진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였다. 레벨 4에 곧 계수 두 자리를 앞두는 능력자였고, 제우스의 창, 아스트라페라는 이름을 수여받기까지 했다. 안티스킬의 자랑스러운 정예 인력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한 자신이 무력하게 구른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태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코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서고자 땅에 손을 짚었다.
"선생, 놀랐어?" "윽-!" "그러니까 그냥 지나치지 그랬어. 살려주고 보내줬을 텐데." "……나는." "응?" "나는 그래도 경찰이라서, 뇌물 주는 사람은, 못 지나치거든……."
태휘는 남성이 발로 손을 짓밟자 몸을 움찔 떨었다. 먼지가 약간 묻었지만 깔끔한 편인 구두에 무게는 없었지만, 손톱이 있는 곳을 절묘하게 짓밟아 일어설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눈앞의 남성이 힘을 주거나, 자신이 일어나면 손톱 두어 개는 빠지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잃는 고통이 무슨 대수지? 시민의 안전과-
"조국의 무궁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라면 이깟 손톱쯤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어, 선생?" "!" "선생, 눈물겨운 희생은 이해하는데, 지금껏 그 각오를 한 건 선생만이 아니었어." "너, 정말로…… 이 구역에 있던 안티스킬이 네 짓이냐?" "눈치가 좋은 것 같은데, 이상한 부분에선 눈치가 나쁘네." "묻는 말에 대답해!" "바락바락 대들기까지 하고, 제법 흥미가 생겼어. 이렇게 된 거, 나랑 질문 놀이할래, 선생? 다섯 개. 지금부터 다섯 개의 질문은 내가 뭐든 답해줄게. 그리고 모든 게 끝나면……." "……." "풀어주도록 하지!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거든. 오늘은 피 보면 안 되는 날이고." "의도가, 뭐지?" "오락이지. 선생이랑 싸워봤자 득 될 것도 없고. 선생도 알고 싶을 거 아냐? 안티스킬의 훌륭한 창이자 충실한 개새끼인 아스트라페가 어떻게 이딴 낙후된 미개인들의 지역의 흔해 빠진 총 팔이에게 탈탈 털렸지? 같은 거나……."
남성은 생글생글 웃었다. "윤찬혁 그 작자에 대한 정보는 어때?" "너!!" 태휘는 엎드린 상태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노이즈가 일부 걷혀 드러나는 시선을 마주했고, 눈을 홉떴다. 자신과 똑같은 붉은 눈동자였지만 눈앞의 남성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었다. 태휘는 본능적으로 몸서리를 치며, 자연스럽게 데 마레에서 만났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같은 흰색과 금색의 눈이라도 이질적이고 인간과는 다르기 그지없던 희야와, 아무리 숨기고 있다 한늘 노련한 안티스킬인 자신에겐 차마 속일 수 없던, 그러면서도 저 작자와 비슷한…….
"분홍머리, 학생……?"
남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태휘는 짓밟힌 손에 체중이 실리자 끼쳐오는 격통에 어깨를 비틀었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보자니 눈앞의 남성은 옷 끝자락이 탄 것을 제외하면 지나치게 멀쩡했다.
"윽-" "나는 선생한테 생각에 잠기라고 한 적 없어. 선택하라고 했지." "……네가, 네가- 그 사람에 대해 왜 알고 있지?" "그게 첫 질문인가?" "……."
태휘는 이를 악물었다. 끔찍하지만 지금은 이 놀이에 어울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부들부들 떨리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좋은 태도야. 내가 왜 윤 선생을 아냐고? 그 선생도 내 거래자 거든. 아주 중요했던 고객인데 당신들이 싹 뒤집어엎었지 뭐야. 상납금도 아직 못 받았는데." "……너는, 돈과 관련된 녀석이냐?" "그건 두 번째 질문?" "그래." "맞아. 금교 파이널스? 그쪽도 고리대금업으로 한탕 벌어먹지만 나는 조금 다른 쪽. 고리대금, 주가조작, 세탁, 인신매매, 도박, 아, 요즘엔 무기 로비스트도 하고 있고, 스킬아웃 자금도 대주고 있고…… 어느 쪽이 좋아?" "……너는." "응?" "이 사건의…… 범인이냐?" "하하하!"
남성은 시선을 맞추듯 무릎을 굽히더니 태휘와 정확히 눈을 마주쳤다. 여름의 끝물이라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인데도, 덥지도 않은지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호쾌하게 휘었다.
"말했잖아, 뇌물 먹이면서 2년 동안 길들인 우리 돼지 새끼라고. 내 짓이 아니야. 나도 솔직히…… 화가 많이 나거든. 통통하게 살 오를 때까지 잘 키워둔 걸 누가 냉큼 도축하면 화가 나, 안 나?" "……." "선생은 이 말이 기분이 나빠? 고귀한 안티스킬인데 돼지 취급받아서 싫어? 그런데 선생."
남성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당신들은 그 말이 몸서리가 날 정도로 싫은데, 왜 우리는 그 소리 듣는 게 당연해야 해? 우리 입장에서는 당신들도 똑같이 남 짐승 취급하는 족속인데." "……질문 두 개가 남았다." "말 돌리기는. 뭐, 나도 대답 들을 생각은 없었어, 인간은 전부 똑같거든. 그래서, 뭘 묻고 싶어?" "너는…… 그림자냐?" "선지자가 많은 걸 알려주었나 본데, 그건 아니야. 그쪽이랑 연관은 없어. 아, 있나?" "똑바로 말해." "나는 아니고, 선지자가 그쪽이랑 신나게 엮였잖아. 싹수가 노란 녀석 같으니라고. 나만 보면 머리 굴리면서 어떻게 해야 떡고물 더 얻어먹을까 궁리하는 기특한 녀석이긴 한데……. 정보도 제법 쓸만하고. 어? 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 몰랐어? 선지자의 호위면서."
태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남성의 눈은 파충류를 닮은 뱀 같은 동공을 가지고 있었고, 꼭 세로로 난 커다란 균열 같기도 했다. 그리고 저 균열이 지금, 태휘의 속에도 파고들어 선명한 자국을 남겼단 착각이 들었다. 선지자, 그러니까 안희야가, 뭐? 그리고 더 큰 궁금증이 생겼다. 물어본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을 알지만, 남성이 선지자라는 언급을 해버리고 윤찬혁 그 작자에 대한 얘기까지 한 이상, 판도라의 상자는 열 수밖에 없다. 태휘는 바르르 떨리는 숨을 가다듬고 물었다.
"너, 정체가 뭐야……?" "선생, 정말 나 몰라? 우리 얼굴 자주 봤는데."
얼굴을 덮는 노이즈가 사라지자, 태휘는 눈을 크게 떴다. 머리가 상황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했다. 납작한 이마에 흩어지는 흰 머리카락도, 콧대도…… 아, 저 눈! 어째서 진작 알아보지 못했지? 태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떴지만, 남성의 얼굴은 달라지지 않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태휘의 귓전을 때렸다.
"선생과 내가 가장 최근에 본 게 언제더라? 아, 그래. 당장 어제도 봤잖아? 데 마레에서……. 소장님과 함께 차도 마시고 웃고 떠들었지." "당신이, 왜." "그러게, 내가 왜 이럴까?" "대체, 대체, 왜……." "선생, 딱 하나의 질문을 더 받을게." "……오늘 피를 보면 안 된다는 게, 소장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나?" "재밌는 질문이네. 선생, 정답이야. 이렇게 눈치가 좋은데……. 그냥 우리랑 함께할래? 여기 제법 복지 좋아. 안티스킬도 곧 끝물인 것 같은데 차라리 우리랑 함께 하면 안전할 거 아냐." "나는 이곳의 군인이며, 경찰이다. 시민을 지탱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내가 당신 같은 작자와 함께 할 것 같아?" "눈물겨운 충견이군. 그리고 어리석어, 선생." "컥-!!"
남성이 발을 떼기가 무섭게 쿵 소리가 들렸다. 태휘는 머리채를 휘어잡히더니, 그대로 안드로이드 더미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했다. 남성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스트레인지 잠입 활동을 하는 안티스킬을 위해 대상을 포함해 이 일대 지역에 사이코메트리에도 읽히지 않을 만큼 기억에 큰 균열을 주는 장치였다. 2년 동안 열심히 살찌운 돼지가 주인에게 바치기 딱 좋은 보상이었다. 기절한 태휘의 눈꺼풀을 뒤집어 깐 남성은 장치로 스캔하여 1시간 이전의 기억을 모조리 날려버리곤, 이젠 필요가 없다는 듯 불타는 안드로이드 더미 위로 대충 집어던졌다.
"의무를 가진 건 당신만이 아니야……. 우리도 의무가 있어. 그러니, 오늘은 살려주는 줄 알아."
레벨 4인 당신이 쓰러지면 사기는 한 풀 꺾이겠지. 여기 있는 찌꺼기들이 날뛰는 동안 나도 할 일을 좀 해야 할 것 같고.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태휘를 적당히 스트레인지 골목으로 내던질 사람에게 연락을 보냈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공장까지 와 버렸더라? 새봄은 어쩐지 낮에 보던 사람들과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일꾼들 틈바구니에서 기억을 더듬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중요한 건 어떻게 기숙사에 가느냐지. 날도 늦어서 지금 들어가면 사감선생님한테 혼날 텐데, 저 일꾼 분들이 지금 나만 쳐다보고 있는 걸 봐서는 명백히 위험한 상황이고. 어쩐다. 안 되는 능력이라도 써야 나갈 수 있으려나?
공장 안에서 적당한 매개라도 찾아보고자 눈을 굴리는데, 어깨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비명을 지르거나 도망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벌레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가득한 가운데 사람 - 그것도 어른이 아닌 연배가 비슷한 듯한 사람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공사장에 면접 보러 온 사람을 맞는 듯한 인사말은 조금 의아했지만, 뒤 이어진 속삭임에 (조금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뭔진 몰라도, 아까 말은 저 벌레들 들으라고 한 소리구나. 이런 예상 밖의 상황에서는 연기해봤자 끔찍하게 어색할 게 뻔했기에, 새봄은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을 흉내내는 대신 고개만 끄덕이고, 낯익은 듯 낯선, 파란 머리카락과 새하얀 눈동자를 가진, 연배는 비슷해보이지만 인첨공에 얼마 안 되는 어른들처럼 양복을 입은 소년에게 들릴 정도로 낮은 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
"고맙습니다... 근데 납치요? 어떻게 온 건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누군가한테 끌려오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 그것보다는...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 그럼 이제 정말로 챕터2 마지막 스토리가 코앞이니까.... 아직 챕터2에 대해서 이해가 안되거나 지금까지의 스토리중에서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 이건 뭐예요? 하는 것이 있는 분들은 막 질문해주세요! 지금 단계에서 모르는 것이 당연한거고 차후에 나올 내용은 차후에 나온다고 제가 또 얘기를 해드릴게요!
한참동안 무언가의 자료를 뒤적거리던 사이에 휴대폰에서 울려오는 알림에 그녀는 의문을 표하며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 물론 저장해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진동패턴을 설정해두었기에 누구에게 왔는지 정도는 바로 알아챌수 있지만, 익숙한 이에게서 대뜸 날아온 인적이 드물다 못해 없을만한 장소는 생각보다 아이러니한 조합이었을까?
[데이트 장소 치고는 넘 음험하지 않아여? 꺄~]
...물론 그녀의 성격상 아무한테나 '데이트'라는 수식을 달기에 당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만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무슨 용건이기에 그런 곳으로 부른 것인지, 아니면 또 탐사할 곳이 생긴건지 정도는 궁금했을까?
물론 여느때와 다를것 없는 대화로 시작하는 만남은 지극히 평범했겠지만, 이내 본론을 말하려는듯 당신이 꺼낸 것은 비닐에 잘 싸여진 종이컵이었고... 그 안엔 튀겨진 고기가 몇 점 들어있었단 것일까,
"...용건이라면서 꺼내니깐 왠지모르게 수상하다 생각했지만, 그런쪽이었슴까~"
어쩐지 담겨온 상태부터 미심쩍더라니, 듣기만 해도 골치아픈 DNA 감식이었을까?
"생고기였다면 더 편했겠지만... 이유는 묻지 않을게여~"
다만 거듭강조하는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되는 것', '오히려 믿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들키면 안되는 것'이라는 당신의 말에 괜시리 수상함이 느껴졌을까? ...아니, 오히려 예상이 가기도 하는 부분일지도 몰랐다.
"위로금이라... 역시 그거 관련이었슴까~ 어쩐지 슨배임한테서 찐득한 어두메다크 냄새가 난다더니만~"
여느때의 그녀처럼 부러 코를 막아보이며 손사래를 치는 장난까지 곁들여졌을까? 다만 당신이 뒤이어 말하는 '가족들에겐 어찌 이야기해야 할지,'에는 눈을 도르륵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물론 걸어가면서 생각을 하다보면 더 잘 떠오를지도 모르겠지만,
"글쎄여~ 가족들한테 설명할거라~ 보통은 유실물을 보여주면서 대조해보고 납득시키는게 일반적이지만 말임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입속에서 굴려 곱씹던 그녀는 잠시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멀쩡하게 걸어가다가 살짝 비틀거림과 함께 다시금 눈을 떠보였다.
"굳이 미사여구가 필요할까요? 정확한 증거를 내어주어도 어차피 받아들이는건 남은 사람들의 몫일테니까,"
아주 잠깐, 비스듬히 어긋난 시선에서 익숙한 밝은 빛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이 빠르게 휘발되고나면 다시금 평범한 미소가 입에 걸렸겠지.
>>761 이에 대해서는 다음 스토리에서 그림자 쪽에서 나와서 직접 말을 하겠지만.... 그림자의 계획은 아무도 의심받지 않게 완벽한 상태로 레드윙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레드윙에게 계속 습격을 가하고 최대한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고 현기증이 걸리도록 유도해서... '안티스킬'인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확보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림자가 그냥 잡아가거나 이러면 당연히 눈에 불을 켜고 찾을 이가 늘어나겠지만... 크리에이터가 안전가옥으로 데려가서 보호를 한다면 다들 아. 안티스킬이 보호해주겠구나! 하고 신경을 쓰지 않을테니까요.
다만 그림자들도 딱 한가지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네비게이터'의 존재였지요! 헤헤.
정오컴퍼니. 부동산 및 건설업 회사···라는 것은 그냥 겉치레 허울이고, 스트레인지에 흔히 난립해있는 폭력조직 중 하나다. 금교 파이넌스의 협력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태오에게 소개받은 정보상이 접선해준 것이 그 정오컴퍼니의 사람이었다.
사정은 다음과 같다. 정오컴퍼니는 지금 두목이 급사하면서 다음 두목 자리를 놓고 조직 내의 파벌싸움이 완연한 상태고, 정오컴퍼니의 사람 중 한 명이 상대 파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서 상대 파벌 주요 인사의 아킬레스건을 사줄 상대를 찾고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걸 가장 비싸게 주고 살 사람이 아니라, 그 아킬레스건을 가장 확실하게 물어뜯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나. 거기에는 정오컴퍼니와 금교 파이넌스간의 어떤 거래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고. 정오컴퍼니- 정확히는 그 컴퍼니 소속의 주요 인사가 개인 이름으로 내건 지저분한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금교 파이넌스가 정오컴퍼니에게 그런 일을 맡길 만한 회사를 수배해주었다. 물론, 그 회사는 말만 회사일 뿐 금교의 페이퍼컴퍼니고.
그런데 그 자료를 얻으려면 정오컴퍼니 건물에 직접 저장매체를 들고 와서 내용을 복사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인트라넷으로 돌아가는 데이터베이스의 보안시스템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나. 스트레인지 한복판의 폭력조직 관할 하에 있는 폐공장에, 허울 좋은 보안 시스템 구실로 직접 방문할 것을 요구하다니. 여기에 약간이라도 의심을 첨가해보면 누구나 금방 이것이 하나의 뻔한 함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으리의 봉투를 직접 받은 정보상이 자신의 신용과 목숨을 걸고 알선해준 정보다. 그 정보상 스스로부터가 그 내용을 두 번은 체크해본 것이겠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으리의 이름으로 온 사람인데, 서투른 장난질을 칠 리가 없다. 그러니 정보상이 아니라 그 나으리라는 사람이 성운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게 아니고서야, 이것이 위험한 일일지언정 계획된 함정일 리는 없겠지. 그래서 성운은 초커의 참을 꾹 눌러 얼굴에 나비날개를 드리우고, 정오컴퍼니의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어둑어둑한 취조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저 부실 불을 끄고 취조실처럼 꾸몄거나. 어느쪽이든 유한은 조금, 아니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것이 현태오였기 때문이다.
현태오가 누구던가. 만사에 관심 없을 것 같은 눈을 하고서, 달관한 듯한 태도를 취하는 양아치 선배 아니던가. 평소처럼 비행짓을 저지르거나 아니면 그저 귀찮은 일을 해야하는데 일손이 부족하여 자신을 부르는게 아니라 이런 어둑어둑한 곳으로 부르다니. 영 그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테이블 앞에 멍하니 앉아있던 유한은 태오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 가볍게 손을 흔들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의 방은- 솔직히 말하면 처음 보는데. 네가 직접 꾸민거야?"
전혀 상황을 모르기에 평소처럼 농담이나 던지는 그였다. 경찰서에 잡혀온 비행청소년이라도 된 것처럼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서는.
어렸을 적부터 그랬던가. 내 누이는 나보다 총명했고, 지혜로웠고, 야망이 넘쳤다. 그에 비하면 나는 흐릿한 존재였다. 딱히 총명하지도 않고, 지혜롭지도 않았으며,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살아갈 뿐인, 마치 새하얀 도화지같은 존재. 누이는 그런 나를 항상 못마땅했던걸로 기억한다.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이번 커리큘럼은 여기 적어뒀어. 기록하고, 녹화하고. 알지?"
알고 있었다. 유한은 아무말 없이 제 누이의 손에 들린 종이를 낚아채고는 연구소 밖으로 나왔다. 훈련, 훈련, 그리고 훈련. 제 담당 연구원인 누이가 처음 자신의 담당을 맡을 때 약속했던 것은 아직 지켜지지 않는다. 강수호를 찾고 있기는 한건지, 아니면 찾는 척 할 뿐인건지. 내가 아직 알 때가 되지 않았다며 차일피일 미룰 뿐이다.
그보다도 나는 강수호를 찾아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가. 자경단장을 원하는 것인지, 인간 강수호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에 내가 진심으로 존경했던 우상을 원하는 것인지. 요즘은 헷갈렸다.
>>794 새봄이가 1학년 1학기때부터 바로 저지먼트에 들어왔다고 했으니.. 현장에 무서워서 못 갔다고 하더라도 일단 보고서로는 보긴 했을 것 같네요! 차후에 선관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해서 세은이와 연결이 된다고 한다면 세은이는 위크니스라는 입장이라서 현장에는 어지간하면 잘 안 나가고, 서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을 것 같고 말이에요.
" 뭐... 현상에 끌려왔다고 생각하면 쉬워. " " 길가다가 발 밑에 웜홀이 생겨서 빠졌다는 느낌으로? "
다행스럽게도, 동월이 발견한 실종자는 벌레를 크게 무서워하지는 않는 듯 했다. 무서워했다면 지금쯤 소리를 몇 데시벨이나 올려서 질러댈게 뻔했으니까. 아무튼. 이곳에 있는건 위험하다. 방금이야 어떻게든 잘 넘겼다지만, 동월도 인간인 이상, 그리고 눈길을 이미 끌어버린 이상 들키는 것은 시간 문제다.
" 나가려면? " " 수많은 사생결단을 해야하지. "
괜찮아, 다 끝났다 싶으면 칼날을 내쪽으로 오게 하고 휘두르면 돼. 라는 말이 잠시 차올랐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런 겁주는 말은 지금 상황에 통제가 안되는 실종자가 아니고서야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 큰 문제 없이 잘 따라와줄 것 같으니... 일단 조용히 가보자는 느낌.
" 뭐... 이 근처에 있는 녀석들은 자극만 안하면 괜찮긴 한데, " " 슬프게도 자극을 해야 탈출에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거든? "
동월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공장 한켠에 있는 문 하나를 가리켰다.
" 저기에서 물건을 찾는 순간, 이 A구역 안에 있는 녀석들은 전부 우리를 알아챌거야. " " 별 거 아니야. 물건을 얻자마자 창문을 열고 2층 높이에서 뛰어내리기만 하면 돼. 쉽지? "
동월은 빙긋 웃고는, 발걸음을 옮기며 설명을 이었다.
" 조심해. 여긴 아주 오래된 식료품 공장이야. " " 여기 애들은 뭔가 일을 하려곤 하지만, 고기가 없으니 일을 못하고 있어. " " 일할 거리를 던져주는 일은 굳이 하지 말자구. "
고기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데, 우리가 일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다? 무슨 말인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그리고는 구석에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재빠르게 옆에 있던 사물함을 밀어 문을 봉쇄한다.
" 준비 됐니? "
그리고 빈 자리의 테이블 위에서 종이 몇 장을 샤샥 챙기자마자, 바깥에선 시끄러운 기계 소리들이 우뚝 멈춰버리더니, 수많은 발소리와 함께 미친듯이 문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동월은 창문을 열고 미소짓고 있다. 뛰어내릴텐가?
>>797 앗 어리버리 신참 새봄이 도와줬던 친절한 친칠라 선배 왜 울어 ㅠㅠㅠ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해결되면 좋겠네;w;
>>799 오호오호 그랬구나! 그럼 이번주 주말 이전까지는 세은이랑 부실 보기 하면서 서류 보고 보고서 보고 하면서 오손도손(?) 일한다고 하면 좋겠네! 보고서 보면서는 나도 언제고 저런 현장에 투입되겠구나~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었을 것 같아ㅋㅋㅋ 그러고보니 세은이가 혜우랑 초등학교 친구였다니, 건너건너도 좋고 셋이서도 좋고 새봄이랑도 놀았다가 초등학교 이후로 비슷하게 목화고에서 재회한 거 어때?
늦은 밤, 무용실 A의 형광등이 켜진다. 리라는 텅 빈 부실을 둘러보다가 얇은 겉옷을 대충 벗어두고 몸을 푼 뒤 음원을 틀었다. 성하제 공연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안무들은 대중적인 아이돌 음악 안무가 주류였지만 이번에는 다소 난이도를 요하는 퍼포먼스 또한 중간중간 끼워넣을 예정이었다.
"휴우."
음악 없이 몇 번, 0.75배속으로 몇 번, 그 다음에는 원래 속도에 따라서. 열심히 몸을 움직이니 열이 오른다. 리라는 텀블러에 담아온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어둑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오후 순찰 중 마주쳤던 동년배 아이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자꾸만 귓전을 맴돈 탓이다. 이 여름방학의 끝을 즐기겠다고 선포하듯 담배며 술이며 들고 하는 헛소리를 귀담아 들을 이유가 없었기에 친절히 끈끈이 풀 풍선으로 제압해 주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불쾌한 소리는 흔적을 남기기에.
"덥다..."
누군가는 나를 믿지만 누군가는 떠도는 말을 믿는다. 고로 소문은 죽지 않고 연명한다. 그러니 내가 무대에 올랐을 때에 쏟아질 건 높은 확률로 환호성 아닌 야유겠지. 그런 건 견딜 수 없을 거란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운다. 리라는 잡념을 회피하기 위해 재차 음원을 틀었다. 무거운 마음과 달리 가벼운 발소리가 무용실 A 내부를 다시금 채워나간다.
>>808 저는 그 관계 좋아요! 셋이서 함께 놀아도 좋을 것 같고요! 다만...세은이에 대해서는 일단 알려줘야 할 것이 있는데.. 세은이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때 은우가 퍼스트클래스가 되어서 위크니스로 선정되어서 수술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약 1년 정도 진짜 시체처럼 지냈고... 친구들에게 연락도 안하고... 학교는 가긴 하지만 엄청 우울하고, 진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았거든요. 막 다른 이들과도 거리를 두고 이런 식으로요.
이제 중3때 겨우 정신을 회복하고 그때부터 다시 친구들과 제대로 지내고 조금씩이나마 연락을 하고..그런 느낌이 되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스토리 내에서는 챕터1 중간에 위크니스라는 사실 자체가 모두에게 알려졌기 때문에..(은우와 세은이의 외삼촌이자 3학구의 장이 알려줌) 기본적으로 저지먼트 멤버들은 모두 세은이가 위크니스라는 것을 알고 있고 위크니스가 뭔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전에는 세은이가 위크니스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언급 자체를 안했다... 이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될 것 같네요.
유한이 일을 벌였다. 한 사람만 2주를 넘겨도 은우의 위장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적지 않은 수의 스킬아웃이 2주 이상의 부상을 입었단다. 듣자 하니 같은 부원인 청윤 후배가 그 광경을 목도했고, 실신했다고 하니 상황은 더 첨예하게 굴러갔다. 누가 이 학생을 훈육할 것인가? 그 상황에서 태오는 손을 들었다. "내가 얘기할게요." 남아나지 않을 은우의 위장과 편두통에 시달릴 혜성, 그리고 타 동기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언젠가 일 벌일 녀석이었으니, 짐승은 짐승끼리 대화하는 법이지 않겠는가.
"……."
태오는 어둑어둑한 부실 안에 들어섰다. 평소보다 조금 더 휘청거리는 모습이 아슬아슬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인간의 건강은 날로 나빠지는 법이고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그리 발악하는 법이다. 늦출 생각 없는 자는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손을 흔들 적 태오는 눈을 흘기지도 않고, 대답 없이 자리에 앉았다. 마주 앉고 있으니 훑어본다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으리라. 긴 머리는 볼펜으로 느슨하게 쪽을 졌으며 얼굴을 가리는 노이즈는 없다. 다른 부원들은 뭐라도 손에 들고 와서 적는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손에 들린 것도 없었거니와, 자리에 앉은 그대로 당신을 쳐다보기만 하였을 뿐이다.
유한은 태오가 자신을 쳐다보기 시작하자 잠시 말없이 그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노이즈도 없다, 적을 것도 없다. 간식거리는 있나?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들었던가. 그와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뭐라 말하기도 애매하고, 이런때 눈 앞에 있는 녀석의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침묵의 대치 중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유한이었다.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면 영 부끄러운데..."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능청스러운 농담이었다. 유한이 상황이 어색할 때 흔히 써먹는 말투였다. 그는 테이블 위에 살짝 손을 올려두고는 태오를 향해 살짝 웃는다.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뭔지 슬슬 질문해봐도 될까?"
그 뒤로는 쭉 입을 다물고 태오를 빤히 쳐다보았을 것이다. 조용히 태오가 대답해줄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면서.
어쩐지 오늘 훈련이 빡세지 않더라니, 더 빅엿을 먹으려고 이런 거였어? 에휴. 새봄은 주변에 여전히 득시글거리는 사람 크기의 벌레들을 보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팩 내쉬었다. 그런 와중에 나가려면 사생결단을 해야 한다는 말이 들려오자, 새봄은 금새 바짝 긴장한 듯 몸을 바로 세웠다. 내가 지금 내 앞가림도 할까 말까한 레벨 0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 뭐든 해야지.
"나가고 싶으면 저 왕벌레들한테 쫓기는 건 불가피한 거네요. 필요한 물건을 찾고 나면 왕벌레들이 저흴 잡기 전에 2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되고. 까딱 잘못하면 저희가 저 벌레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는 거구요."
소년의 뒤를 따라가며 이해했다는 의미로 한마디씩 대답하던 새봄은, 소년이 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서는, 소년이 사물함을 밀어 문을 봉쇄하고 테이블에서 종이를 챙기는 모습을 보며 직감했다. 좋든 싫든 살기 위해 뛰어야 할 때가 지금이구나. 창문을 열고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 낯익은 듯 낯선 소년을 향해 새봄은 금방이라도 열릴 듯 쿵쿵 울려대는 문을 힐끔 보고는, 다시 소년을 향해 생글 웃어보였다.
"그럼요! 먼저 내려가서 기다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새봄은 창문에서 조금 거리를 둔 상태에서 심호흡을 한 뒤 전속력으로 달려 창문 밖으로 도약했다. 얼굴을 때리는 서늘한 바람에 눈이 시려도 꾹 참고 바닥을 직시하다, 이내 몸을 웅크리고 한바퀴 구른 새봄은, 먼지를 털고 일어나, 소년이 뒤따라 나오기를 기다렸다.
>>812 쬐끔 텀이 있어도 괜찮으면 지금도 가능한데!>:3 물론 날이 늦긴 했으니 내일 얘기해봐도 좋구~
>>813 세은이에게도 힘든 사정이 있었구나...;w; 세은이랑 새봄이랑도 동갑일 테니까 시기적으로는 세은이가 먼저 연락이 끊긴 셈이겠네! 근데 중3때는 새봄이랑 연락이 안됐겠다. (웹박수로 얘기했던 그거가 있었으니깐!) 그럼 결과적으로 목화고에서 재회하는 게 되겠구나! 챕터 1 중간이라... 그러면 새봄이도 세은이랑 같이 부실보기 하면서 보고서를 받거나 세은이가 알려주는 식으로 알게 됐으려나?
>>817 음음 하긴 울고 싶을 땐 시원하게 울어버리는 게 좋지~ 성운이도 울고 나서는 기분이 괜찮아졌으면 좋겠는걸!
>>843 어떤 과학의 시리즈는 원작을 존중해서 4글자로 하고 있어요! 위에 마침 여러 후보가 나왔네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네요! 혜우도 그렇고 새봄이도 그렇고 모카고에서, 그것도 저지먼트에서 재회하게 되네요. 사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수경이도 세은이의 소꿉친구이고... 퍼클중 레드윙도 세은이와 같은 학교이고 친하게 지낸 케이스이긴 한데.... 일단 수경이와도 연결을 하고 싶다면 참고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다이제스트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부실에서 모두가 모여있는 곳에서 거의 대놓고 알려줬기 때문에 그때 새봄이도 들었다고 하면 될 것 같아요. 덧붙여서 3학구의 장이 목화고 애들은 지켜주기로 했기 때문에 막 대놓고 떠들고 그러지 않으면 안전은 보장된답니다.
>>853 이건 다른 소꿉친구? 혹은 친구들에게도 다 공통되는거지만 미안함과 더불어서 다시 친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위크니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관련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상당히 꺼리는 편이에요. 딱히 관련으로 동정받고 싶어하지 않아하고요.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조금 밀어내는 성향이 있을 것 같고... 그 이외에는 아마 툴툴거리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 이렇게 느낄 것 같아요. 아마 못 알아보진 않고..어? 변했네? 이런 느낌으로 생각할 것 같고요! 인첨공에서 커리큘럼 받다가 변하는 것이야 아주 흔한 일이고 그렇거든요.
>>856 오호 그렇구나, 새봄이도 위크니스 건에 대해서는 (물론 특수한 일이지만) 인첨공에서 사정 없는 미성년자는 없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 마당에 굳이 아픈곳을 들쑤시려곤 안할것 같아! 세은이도 단걸 좋아하니깐 틈 날 때 수제 과자나 초코 가져와서 일할때 같이 나눠먹는 정도? 그나저나 못알아보지 않는다면 고마워하겠네 ㅎㅎㅎ 그러고보니 세은이랑 초등학교 때 자주 놀았으면 은우랑도 만날일이 있었으려나?
>>859 사실 사정없는 미성년자도 많긴 한데... 인첨공 생활도 평범하게 하면 진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어쨌든... 은우 말인가요? 세은이가 은우에게 굳이 자기 친구들을 막 일부러 소개해주진 않았기 때문에..(여동생 특유의 저항감) 일반적으로는 은우는 그냥 그런 애들이 있었지..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 같아요. 레드윙...당시에도 레벨5였던 보라 같은 경우는 일단 은우가 퍼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이전부터 좀 따라다닌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은우가 보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긴 했지만요! 아무튼 새봄이가 따로 은우에게 인사를 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마 은우로서는 세은이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정도로만 알고 있는 수준일 것 같네요.
>>861 오호오호 그렇구나 미성년자는 다 초능력 때문에 들어왔다가 갈갈 갈리는줄 알았어 ㅋㅋㅋ 아아 그랬구나, 그럼 세은이랑 놀다가 어느날 마주쳐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 적이 있는 정도로 해두자! 그리고 새봄이랑 은우(를 포함한 일 많이하시는 선배님들)는 앞으로가 중요하지 않겠어 후후 과자집이라던지...(낄낄낄) (12시가 지났으니 열심히 훈련해서 책상정도는 과자로 만들고 말겠다!)
태오는 연락을 확인하며 지정된 좌표로 향했다. 처음 보는 좌표지만 적어도 목숨을 끊어주겠다는 선전포고는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스트레인지나 뒷골목, 자신의 집은 아니었으니까. 처음 보는 주택이다. 마당이 있고, 차고가 있는 고급형 주택. 새하얀 외관은 햇빛을 받으며 쉬기 딱 좋아보인다. 태오는 어느 날을 떠올리고는 눈을 느릿하게 폐목하다가도 다시금 개목했다. 15살이었나, 16살 때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 되었든 태오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에는 레이브로 활동할 때 경매에 출품한 몇 작품이 있었다. 태오는 이곳이 어딘지 본능적으로 직감했고, 제 주인된 자가 안경을 쓴 채 굳이 소파를 놔두고 그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놓은 채 무언가 작업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더 확신할 수 있었다. 나리께서 거처를 알려주셨구나. 태오는 눈이 마주치자 개운한 미소를 짓는 나리를 보며 다시 문을 닫고 나가버릴까 생각했다. 저런 모습을 보이면 열이면 열 나쁜 일이 있었으니.
"왔니?" "어찌하여 이곳에 저를 부르셨을까요……." "자문이 필요해서. 몸은 좀 어떠니." "그 약은… 다시는 주사하지 않았으면 해요." "안타깝구나, 그것보다 독한 게 3개나 남았는데."
태오는 욕을 씹어 삼켰다. 그 미친 게 3개나 더 남았다고? 속으로 남은 거래가 몇 개인지 셈하던 태오는 이내 생각을 그만 두었다. 어찌 되었든 고통은 고통일 테니. 태오는 나리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릎을 내어주듯 다리를 뻗는 모습에 태오는 자연스럽게 그 위에 앉고는 노트북을 보았다. 무언가 적고 있었지만 문단이 하나밖에 없으니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나리는 태오가 편히 앉을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쳤다.
"아스트라페가 내 구역에 왔다가 털렸단 소식을 들었단다." "……누구 짓인가요?" "난 모르지."
태오는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더니 몸을 돌렸다. 마주 앉은 채 무릎을 세워 시선을 마주하니 나리는 눈을 정확히 마주해주며 가늘게 눈웃음을 쳤다. "알아챘구나." 정답이었다. 목소리로만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었으니 알고 있음 정도야 간파할 수 있었다.
"…그러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요."
태오는 손을 들어 나리의 뺨을 쓸면서도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리는 어째서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고, 태오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안경을 머리 위로 올려주려 하면서도 작게 미소 지었다. 한숨에 가까운 웃음이 흘렀다.
"내가… 판을 읽어 뒤집어 엎어버리면…… 이번엔 놓아주지 않을 것 같거든요……." "만일 그게 내 바라는 것이었다면 어떨 것 같니?" "이제 당하고만 살지는 않겠지요…." "많이 컸어. 혼이 좀 나야지." "어떻게 혼을 내시려고 그러실까." "낮잠이나 좀 잘 생각이니 너도 자고, 저녁도 먹고 가라." "싫다면요?"
태오는 나리가 자신의 다리 밑에 손을 집어넣고 그대로 벌떡 일어나자 뻣뻣하게 굳더니 시선을 내려 나리를 쳐다보았다. 나리의 붉은 눈동자가 가늘게 휘었다.
"네가 14살 때 말이다, 잠을 통 못 잤던 걸 기억하니?" "아, 더 말하지 말아요." "그럴 때마다 굳이 베개를 들고 와서는 말이다-" "마, 말하지 말아요……!" "그러니 잘 거니, 안 잘 거니."
"자신의 이름에 대한 소감은?" 천혜우: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이 따위로 지을 수 있을까. 천혜우: 사람이란 이렇게나 잔인할 수도 있구나.
"네가 하는 산책의 방식은?" 천혜우: 문득 내킬 때 훌쩍 나서지. 천혜우: 날씨나 계절은 상관 없어. 천혜우: 내킬 때 밖으로 나가. 천혜우: 더는 걷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걸어. 천혜우: 요즘은 걷다 멈춘 자리에서 길 구경을 하기도 해. 천혜우: 그러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밤을 새고...
"가장 크게 앓아 본 지병은?" 천혜우: 일곱 살 그 즈음이었나. 천혜우: 처음으로 지독한 열병을 앓았어. 천혜우: 그 뒤로도 체온이 심하게 내려간 후에는 꼭 앓아눕게 됐지. 천혜우: 유아기 시절부터 찬 곳에 너무 방치된 탓이라나.
>>867 사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제는 부모님이 혜우에게 꿇어야할 상황이지만요. 혜우의 능력이라면 의료 계열에서는 진짜 어떻게든 협력을 못해서 안달이 난 능력이기도 할테고요. 그러니까...갑질이 가능해졌다 이 이야기입니다. (어?) ....밤을 샐 때까지 산책이라니요. 빨리 개학을 시켜야만 해. (어?)
창문을 타고 내려온 소년에게 생글거리며 대답한 새봄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신이라. 여기 귀신도 있나... 그런 상념은, 이어진 소년의 말소리에 끊어졌다. 뛰어내렸으면 다음에 해야 할 일. 소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죽어라 달리기. 새봄은 고개를 끄덕이곤 소년의 발이 땅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런 거네요, 알겠어요!"
새봄은 입과 코를 번갈아가며 호흡을 컨트롤하며 소년을 따라 달리고 또 달리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소년의 제스쳐를 따라 숨을 죽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4레벨. 언제 도달할 지 모르는 까마득한 경지에 이른 선배도 흠집밖에 못 내는 기상천외한 존재들. 나라면 한입거리겠구나. 제일 중요한 거. 저 선배는 이런 현상에 익숙한 것 같으니 닥치고 저 선배 말만 듣는다. 그리고-.
복도 저편에서 귀를 때리는 비명소리에, 새봄은 무심코 어깨를 흠칫 떨었지만, 무모하게 뛰쳐나가는 대신 소년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가 움직여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기를 기다리는 듯이. 이 비명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발현되는 능력도 없고 그걸 보완할 장비도 없는 상태의 자신이, 누군가가 위기에 처했을 지도 모르니 선배로 추정되는 이의 충고를 무시하고 영웅심리 따위로 뛰어들 상황이 아님은 확실했기에.
눈을 마주하니 뱀처럼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이 여실히 보인다. 평소에는 노이즈로 가려져 있겠지만 지금은 적나라하게 색조와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던가? 애석하게도 속내를 알 방도는 없었다. 태오의 눈동자는 어떠한 감정의 파문도 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상은 지나치게 고요했고, 담담했다. 다 타버린 잿더미도 이렇게 생겨먹진 않았을 것이다.
"……."
능청스러운 농담에도 자리에 앉은 이후 밀랍인형이 되기라도 한 것인지, 태오는 고이 깍지를 낀 자세를 가만히 유지하기만 했다. 눈을 깜빡이는 것이 아니었더라면 누구나 그렇게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참의 정적을 뒤로, 인형 같던 모습에 변화가 있었다. 깍지를 낀 손에서 검지를 들더니, 그대로 다른 손의 마디에 툭, 하고 두들긴 것이다. 태오가 깊이 생각에 잠길 때면 으레 보이던 버릇이었다. 약 2초 남짓의 규칙적인 간격의 움직임은 몇 번 가지 못해 다시금 멈췄다.
그리고 태오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당신을 쳐다보는 시선은 여전히 올곧고, 담담하며, 타인을 대하듯 한없이 멀기만 하다. 입술은 벌어질 기미가 없었다. 저지먼트 부원 중 누군가 했던 말이 있다. 잘못을 해서 현태오랑 면담하는 날이면 기가 다 빨린다고. 그렇지만 설마 그 현태오가 당신에게 면담을 하겠는가. 하물며 이런 방식일지는. 다만, 태오는 입을 열 기미가 없는 듯싶다. 당신이 무언가를 말할 때까지.
끔찍하고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은 자신도 안다. 하지만 태오는 다른 것을 생각했다. 자신이 이렇게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야 함이 옳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상황을 능청스럽게 넘기려 드는 건지. 그 사실에 다시금 손가락이 올라간다. 최근 있었던 여러 사건은 태오의 속을 알게 모르게 좀먹었고, 태오는 당신으로 하여금 하나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878 기본적으로 혜우의 초능력을 연구해서 치료기술이 발전한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인첨공에 제일 먼저 공급이 되고, 그 이후에 차차적으로 바깥 세계에서도 공급이 되는 거니까... 음. 혜우가 조금 더 발전해서 레벨5급이 된다면... 간접적으로 저 사람들에겐 이 기술 적용시키지 마세요. 라고 해버리면 바깥 의사들도 알아서 꿇을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에요.
"싸우면 안 돼!" (일반) 서성운: “싸우는 게 아니야. 제압하는 거지.” (비-일반) 서성운: “···나도 이 순간을 피하고 싶었어. 이 순간을 피하기 위한 수천 번의 기회와 수만 가지의 방법이 있었어.” “그렇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네.”
"소원 한 가지를 빌 수 있다면? 뭐든 좋아." 서성운: “·········” 서성운: “시간을 되돌려줘” "게임을 하면 꼭 이기고 싶다? 상관 없다?" 서성운: “어떤 게임이고 뭐가 걸렸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게임을 한다는 그 자체에 의의를 두는 편이야.” “이기면 기분이야 좋지만, 반드시 이겨야만 할 상황이 아니라면야 딱히 승패에 의미를 두고 싶진 않네. 보드게임 같은 건 같이 하는 것만으로 재밌잖아.” “하지만 한타는 이겨야지.” (속일 수 없는 K-유전자)
과일 푸딩은 맛있었지. 만드는 과정도 즐거웠구. 하지만 이번엔 이걸 능력으로 만들어야 하네? 다 마신 페트병을 가지고? 그나마 뭐가 나오든 담으라고 대야는 주셔서 다행인가? 대야 앞에 쪼그려 앉아 웃어봐도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어지지는 않았기에, 새봄은 눈 앞의 과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페트병을 공손히 쥐고 기도하듯 머릿속에 어제의 요리과정을 찬찬히 떠올렸다. 준비물은 과일, 젤라틴, 물, 그리고 설탕. 칼이랑 도마도 있어야겠고. 틀이랑 그릇도. 젤라틴을 먼저 불려놓고, 과일을 깨끗히 씻고 껍질을 벗겨 준비하고, 반은 갈고, 반은 그대로 두고, 과즙을 걸러 냄비에 천천히 데우... 근데 잠깐만, 내가 냄비도 준비했던가? 채망은?
"아뜨!!"
정신을 차려보니, 페트병이 온데간데 없는 건 좋았지만, 손이 온통 뜨끈한 과즙투성이다. 맨날 곤죽엔딩이라니까. 그나마 이번엔 대야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근데 물걸레질이 빡센지 대야 설거지가 빡센지 모르겠네~. 정작 사용되는 건 음식이 아닌데도 이거 할때마다 음쓰 양산하는 기분이라 슬퍼진다니까. 새봄은 한숨을 폭 내쉬며 앞치마에 대충 손을 문질러 닦은 뒤 대야를 집어들고 훈련실을 나섰다.
>>902 그럼 다행이구- 아 맞다 새봄주, 훈련 말인데 오너끼리 미리 상의한 담에 주고 받는 식으로 연계할 수도 있어 예를 들면 누군가 일상이나 훈련에서 부상을 입은 걸 쓰면 혜우가 그걸 치료해줬다는 식으로 받아주는거지 아니면 상황적으로 같이 어떤 훈련을 했다! 같은 것도 되니까 좋은게 생각나거든 해당 참치들 콕콕 찔러서 문의해봐
─그리고 그 자료는 잭팟이었다. 그 금교의 페이퍼컴퍼니는 금교의 채무자들 중에서 적당히 한 조직을 골라 그 회사에 알선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실버 서클- 경락과 화락이 소속되어 있던 스킬아웃 패밀리였다. 더군다나 거기에는 CCTV와 녹취록도 있었는데, 그것은 금교의 페이퍼컴퍼니와 그 정오컴퍼니의 인사가 거래를 했다는 사실에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수집해놓은 증거였다만, 거기에 금교의 간부 중 한 명과 윤강목이 자신이 금교 사람이라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은 상태로 자신이 그 페이퍼컴퍼니의 직원이라고 증언한 장면이 담겨 있는, 말 그대로 금교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담긴 USB는 온전히 성운의 손에 내밀어졌다.
다만, 조직 내의 파벌간의 항쟁이 한참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못 보던 패턴의 인식저해장치를 얼굴에 쓴 놈이 갑자기 정오컴퍼니의 데이터뱅크에 나타난 것은 확실히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조심에 조심을 기하고 또 기해서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경로로 몰래 접근했건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들통난 건지 폐 건설부지의 데이터뱅크에 못 보던 놈이 접근했다는 경보가 퍼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자신에게 USB를 돌려준 정오컴퍼니의 간부의 안색이 똥씹은 꼴이 되는 것을 시작으로, 성운은 벌집을 들쑤신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삭막한 회색의 지어지다 만 골조 사이에서, 이삼십 명은 되어보이는 스킬아웃들이 그나마도 맨손도 아니고 연장을 들고 달려드는 판국. 그 사이를 성운은 경찰봉 한 쌍을 빼내어들고, 포위망을 뚫기 위해 몸을 던졌다. 천장이 트인 데까지만 가면 역중력 점프로 멀리 도망갈 수 있다- 라이트헤비급 체격을 갖고, 성운은 주니어 미니플라이급이라도 된 마냥 가볍게 사뿐사뿐 움직이며 스킬아웃들의 사이를 파고들고, 공격을 막아낼 때나 반격할 때는 갑자기 바윗덩이라도 된 마냥 굳건하고 강하게 후려치며 몇몇의 스킬아웃들을 쓰러뜨리면서 포위망을 뚫고 나갔다. 2주의 원칙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몸의 각 부위의 무게를 제어하는 전투방식을 익혀둔 것은 성운에게 있어 분명히 좋은 한 수였다. 성운은 스트레인지에서 자신의 정확한 능력이 무엇인지 드러내기를 원치 않았고, 이것은 성운의 능력의 정체를 숨기면서도 레벨 3 정도의 전투력을 내기에는 충분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성운은 거의 기진맥진한 채로 나가는 문을 막고 있던 마지막 한 놈을 걷어차 날려버렸고, 문을 열어젖히고 나가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몸의 무게를 최대한 낮춘 뒤에, 있는 힘껏 땅을 박차 허공으로 붕 날아올랐다.
탕!
그리고 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사냥총 맞은 새처럼 격추당해 땅에 추락하고 말았다.
맞았는가? 아니, 맞지는 않았다. 그 순간, 뒤통수에 꽂히던 싸늘한 어떤 직감에 성운은 공중에서 신체부위 일부의 무게를 조절해 공중에서 몸을 뒤집었고, 그것이 신의 한 수가 되어 성운은 그 순간 머리 옆을 씨웅, 하고 스쳐지나가는 싸늘한 비과음을 여실히 들을 수 있었다. 그 댓가로 부지를 탈출하지도 못했고 땅바닥에 매우 볼썽사나운 꼴로 엎어져버리기야 했다만, 적어도 상처를 입지는 않았고, 성운은 고개를 들어 어디서부터 총알이 날아왔는지를 볼 수 있었다.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법한 나무 개머리판 소총에, 고철장에서 주워온 고철같은 걸 덕지덕지 기워붙인 것 같은 이상한 총을 어깨 위에 걸친 왠 홀쭉한 남자가 건설부지 바깥의 높은 축대 위에 서서 여봐라는 듯 성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운은 그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로 그에게서 보이지 않는 기둥 뒤로 몸을 날렸으나─
“이야, 오늘 사냥감은 아직 팔팔하네.”
그 다음 순간, 퍽, 하는 소리가 너무도 생소한 위치에서 들렸다. 시선의 가장자리에서 튀는 검붉은 액체. 어? 하고 왼쪽 어깻죽지를 내려다보면, 리라가 만들어준 방탄 재킷이 우습게도 시원하게 구멍이 뚫려버린 자리에서 다음 순간 온몸을 휘감고 몰아쳐오는 난생 처음으로 느끼는 총상의 격통. 일순간, 눈앞이 새까매지는 것 같았다. 어째서? 숨었는데? 그 순간, 성운의 눈앞에 보이는 게 있었다. 달빛을 받아 허공에서 부유하며 빛나는, 지름 약 7mm를 조금 넘는, 허공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며 부유하는 구릿빛의 쇳조각이 마치 스스로 의지를, 그것도 아주 사악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반짝이면서 성운을 겨누고 있는 것을.
“한눈팔면 안 되지!” “──────윽!”
입가에서 솟구치는 신음을 짓씹으면서, 성운은 몸을 날렸다. 씨욱, 하는 파공음과 함께 그것이 성운의 뺨을 스쳐지나갔다. 성운은 어깨를 싸쥐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 자신에게 놓여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능력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서 저 녀석을 넉다운시키거나, 아니면 저 녀석의 공격을 피하면서 도망치거나.
그러나 전자를 택하면, 이 스트레인지 한복판에서 자신의 능력을 명약관화하게 드러내어보여야 한다······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이나 엑스트라-센서리 퍼셉션 등의 희소능력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이로키네시스도 인구가 그렇게 많은 능력은 아니다. 능력이 발각되면 신상이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전자는 선택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후자. 교전을 피하고 도망가는 것이다. 뺨이 뜨겁다. 성운은 손을 뻗었다. 때마침 공사에 쓰려고 만들어놓은 작은 모래자루가 성운의 손에 쥐였다. 저만치서 다시 반짝이며 이쪽을 노려오는 총알에, 성운은 모래자루를 내던졌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씨욱 소리가 나는 대신 퍽 하고 모래자루 터지는 소리가 났고, 모든 운동에너지를 잃어버린 탄두는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쇳덩어리가 되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터진 모래자루의 모래들이 쏟아져내리는 뒤로, 어느새 성운이 보이는 위치로 자리를 옮긴 총잡이가 멀리서 성운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게 보였다.
“뭐, 그래도 그만큼 사냥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아뿔싸.
탕 탕 탕 탕!
살아있는 뱀이라도 되는 마냥 허공에서 기괴하게 탄적을 비틀며 성운을 향해 이빨처럼 날아오는 네 발의 탄환. 그 순간 성운은 기지를 발휘해,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그리고 성운에게 날아든 탄환들은 그 강도에 비해 너무나도 가벼운 성운의 몸을 꿰어뚫지 못하고 대신에 떠밀었다. 성운은 자신의 몸이 뒤로 붕 날아가며 벽에 처박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을 벽에 처박은 탄환들이 다시 뒤로 물러서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흐음, 텔레키네시스인가 보지? 제법 잔꾀를 부리는데··· 그래서 오히려 좋아. 재미있네. 더 날뛰어보라고.”
탕 탕 탕!
성운이 총알을 피하느라 생사경을 넘나드는 사이 총에 다시 총알을 넉넉하게 채워넣은 남자는, 성운을 향해 이죽거리면서 총알 몇 발을 더 발사했다. 이제 일곱 개의 이빨이 현란한 궤적을 그리며 성운에게 날아든다. 성운은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담장을 넘어서 도망가면─ 그러나 성운은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한쪽 정강이뼈를 총알이 꿰어뚫고 나가는 고통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제대로 착지하지도 못했고, 성운은 한 차례 더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불시착을 겪었다. 하필이면 가장 먼저 꿰어뚫린 어깨가 가장 먼저 땅에 충돌했다. 그제서야 성운은 알았다. 정말로 고통스러우면 소리도 지르지 못한다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성운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도망가야 했다. 이 복잡한 골조 사이사이로 잘 피해다니면, 궤적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저 총알들도 피할 길이 있으리라─
오산이었다.
몇 분 정도, 온몸을 노리고 춤추듯 날아드는 총알들을 피하며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기를 시도하기 수 차례. 여섯 번째의 추락을 마지막으로, 성운은 이제 자신이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성하던 한쪽 다리도 허벅지가 꿰뚫리면서, 성운은 보행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허공에서는 약 서른 발쯤 되는 탄두가 춤을 추고 있었고.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피날레처럼, 오와 열을 맞춰 도열해 섰다.
그리고 더이상 피할 곳도 없는 사지에 몰려 나동그라진 성운의 앞으로, 높은 데서 총알만을 쏘아오던 사수는 마침내 기둥 위에서 사뿐히 뛰어내려 성운에게로 걸어내려왔다.
“운도 참 없지, 안 그래, 친구야. 하필이면 여기서 하필이면 나를 만나다니.”
고통에 의식이 끊기기 일보직전 까맣게 점멸하는 성운의 눈 앞으로, 그자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게 보였다. 그는 나비 날개로 뒤덮인 성운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얼굴을 뒤덮은 이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인지저해장치를 찾아내려는 듯 성운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는 운이 없었던 게 아니라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건드린 거야. 그러게 정도껏 설쳤어야지, 그 기분나쁜 구렁이새■가 뒤에 있다고 상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던?”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게 이런 인지저해장치를 흔히 설치하는 위치 중 하나인 귀. 그러나 성운의 귀에 피어싱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찾아보는 게 보통 칩을 심는 방식으로 인지저해장치를 사용하는 팔목. 그러나 성운의 팔목을 뒤져봐도 칩 시술흔적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누가 봐도 신비로운 빛을 띈 팔찌인데··· 팔찌에 꿰인 스톤이나 참을 눌러봐도 별 반응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그리고 그자의 손이 성운의 목에 끼워진 초커로 뻗어왔다. 초커를 잠깐 매만져보던 남자는, 주머니에서 작은 주머니칼을 하나 꺼냈고, 그걸로 성운의 목에 채워진 초커를 자르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질기고 튼튼한 초커에, 남자는 이맛살을 구기며 손을 뻗어서 초커에 끼워진 참을 확 잡아뜯어버렸다.
─그리고 성운의 얼굴에 드리워진 나비 날개들이 일순간에 날개를 접고 포르르,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나비 날개들 사이로 한치 가림 없이 드러난, 군데군데 상처가 난 성운의 솜털 가시지 않은 얼굴. 빛이 끊기기 직전의 보라색 눈동자.
“뭐야, 이거 생각보다 훨씬 애기잖아. 보아하니 귀한 댁 자식 같은데 뭐가 아쉬워서 이런 악마들의 굴에 들어와서 이꼴이 났는지··· 뭐, 죽이는 놈 얼굴도 확인못하고 죽이는 게 찜찜하던 참에 잘됐지. 꼬마야. 저 너머에서 누가 널 죽였는지 묻거든, ‘Der Freischütz’가 보냈다고 해라.”
남자는 초커에서 끊겨나간 참을 휙 던져버린 뒤에,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고개를 뒤로 돌려 허공에 도열해있던 서른 발쯤 되는 탄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성운을 내려다보았고, 그 다음 순간, 탄두들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내리꽂혔다.
성운이 아닌, 바로 아래의 땅바닥으로, 무언가에 짓눌려 처박히듯이.
“어?”
자신이 조작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총알들이 내리꽂힌 것을 직감한 남자는 황망히 방금까지 총알들이 떠 있던 허공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그것들이 자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도 자신들이 날아갔어야 할 자리도 아닌 땅바닥에 처박혀 짓눌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자기 스스로의 무게에 짜부라지기라도 한 듯한 몰골이었다.
“···한눈팔면 안 되지.”
그리고 그 순간, 남자의 한쪽 뺨에 엄청난 격통이 몰려왔다. 뚜각, 하는 듣기 끔찍한 충격음과 함께, 남자의 턱뼈와 두개골이 원래 형태를 다소 잃었음을 암시하는 끔찍한 감각이 남자의 하관에 몰아쳐왔다. 남자는 총과 함께 땅바닥에 나동그라졌고, 총은 남자의 손을 벗어나 이삼 미터를 더 미끄러져날아갔다. “허윽.” 하는 소리가 났다.
“네가 일방적인 우위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모양인데··· 너, 내 얼굴 봐버렸다. 그렇지.”
그 만신창이인 몸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선 소년을, 남자는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보라색 눈에서 빛이 거의 꺼져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빛이 꺼져가는 것이 생명이 다해가는 것을 암시하는 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상황을 남자에게 경고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이 스트레인지에서 사냥감이 되어본 적이 거의 없던, 사냥꾼의 삶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남자는 그만 알아채지 못한 것이었다. 남자는 허둥지둥 바닥에 나동그라진 총을 집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총은 마치 땅바닥에 달라붙은 것처럼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아니, 달라붙기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점점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 구성부품이 짓눌리고, 짜부라지고, 으스러지고······ 마치 압도적인 무게로 짓눌리고 있는 것처럼······ 남자의 사냥 수단이, 한낱 고철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경악한 눈으로 성운을 돌아보았다.
“너, 텔레키네시스가 아니라······!” “그리고 이제는 내 능력도 봐버렸네.”
그리고 남자의 몸이 허공으로 붕 들려올라갔다.
“난 뭘 잘못 건드린 거라고 쳐도··· 너는, 정말 말 그대로 운이 참 없다. 그렇지.”
그리고,
쾅.
남자의 몸이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다시 들려올라갔고, 태질쳐졌다. 다시, 또다시, 또다시. 그 남자의 몸이 그 남자가 성운에게 한 것과 별다를 바 없는 꼴이 될 때까지. 쾅, 쾅, 쾅······ 남자는 비명을 질렀고, 이내 더이상 비명도 지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번째 태질쯤일까, 성운은 가누기도 힘든 몸을 비척비척 걸음을 옮겨, 땅바닥에 나동그라진 마탄의 사수에게로 다가갔다.
“당신의 이명, 잘 들었어. 오늘 여기서 본 내 얼굴과 내 능력, 다른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다음번에는, 그냥 목에서 머리를 뽑아줄게. 그 구렁이 새■가 뒷배를 봐주는 사람이라면 너 하나 찾아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거, 알지?”
더 이상 사냥꾼이 아니게 된 남자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운은 그나마 성한 쪽 팔로 남자의 멱살을 잡고, 그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 뒤에- 팔을 크게 휘둘러, 그 남자를 멀리 집어내던져 버렸다. 저 멀리, 남자의 인영이 밤하늘을 가로질러 그렇게 멀지 않은 인천 앞바다 쪽으로 날려가며 멀어지는 것을 본 성운은, 땅바닥에서 반짝이고 있던 참을 집어들고는 버튼을 다시 눌렀다. 다행히도 얼굴이 다시 나비 날개에 뒤덮였다. 고리가 끊어졌는데 이걸 어디에 넣어야 하나··· 다행히 안주머니에 넣어도 얼굴을 가리는 기능은 정상작동하는 모양이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은 김에 성운은 안주머니를 더 뒤적여보았다. 이 고생을 해가면서 확보한 USB는, 여전히 온전한 채로 그의 안주머니에 들어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더 험난했던 습격은, 이렇게 끝났다.
이제 돌아가는 것이 문제다.
어떻게든 스트레인지만 벗어나면 구급차를 불러서 알터의 병원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오늘은 드물게도 돌아가는 길이 험난할 것 같다.
>>911 그야, 밖에서 찌그러뜨리는데 안에서 받치는 것이 없으니.. 레슨을 딱히 그만둘 이유도 없고 성운이도 나름대로 상당히 재미를 붙이고 있는 게 피아노연주라, 이건 일상이나 썰풀이에서 명백한 상황이 나와서 성운이가 이제 유준씨에게 피아노레슨을 받지 않을 거에요! 라고 혜우주에게 말씀드리거나, 혜우주가 마찬가지 상황이 생겨서 이제 유준씨가 성운이의 피아노 강습을 그만둘 거라고 정하시는 게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계속 받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성운이가 알터의 의료시설에 입실해있는 동안은 레슨이 잠정적으로 중단되겠지만, 메신저로 연락은 계속할 수 있겠네요.
>>918 (ㅎㅐㅂ삐뱜) 아이고 좋구나 요즘 새벽에 자주 깨있는 이유가 어디선가 개가 짖는데 새벽만 되면 진짜 넘 크게 짖고 어디에 사는 개인지도 모르겠고 한 번 짖으면 다른 개도 짖어서 한 새벽 5시까지는 짖는 것 같다 들개인가 싶다가도 새벽에만 짖으니 할미의 수면이 양질이질 못하구나
태오가 성운에게서 어떤 대답을 기대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게 적어도 태오가 기대했던 대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태오가 그렇게 휘황찬란하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등장한 어릿광대의 끝내주는 슬랩스틱이라도 본 듯한, 풉 하고 웃어버리는 반응. 뭐가 그리 웃긴지, 성운은 이내 “하하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리고 만다. 그나마도 “켈록,” 하고, 피 섞인 기침소리에 채 못다 웃고 끊겨버렸지만. 이것 참 절묘하지 않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를 비웃기 위해서 그 모든 것을 준비했다는 듯이 때를 맞춰서 내가 가장 초라한 몰골일 때 가장 화사하고 가장 위협적인 모습이라니··· 우습네. 다 우스워. 당신도 우습고, 나도 우습고······ 성운은 숨을 고르고 빈정댔다.
“왜, 내가 걱정이라도 시켜드렸나요?”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것은 굳이 준비하거나 계획하지 않아도 알 수 있기야 하겠다. 정오컴퍼니 쪽에서 왁왁 치고받는 소리며, 총 탕탕대는 소리가 몇 블럭에 내노라 하고 쩌렁쩌렁 울려퍼졌으니. 제아무리 큰 짐승도 때론 쥐새끼 굴에 앞발이건 대가리건 처박아야 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쥐새끼꼴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뭐, 마음껏 비웃으시라. 당신이 날 도와준 것과 별개로, 당신이 날 뭘로 보건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원하던 건 손에 넣었다.
“···마음껏 비웃으셔도 좋아요. 덩치갖고 꼴값 못하다가 쥐새끼꼴 된 게 내가 봐도 우습고, 무엇보다 이걸 손에 넣게 해주셨으니까.”
성운은 옷 앞섶을 슬쩍 열어 주머니 안에 든 것을 꺼내어보였다. 그 난리통에도 온전히 그 형상을 갖추어 조용히 그 안주머니 안에 들어앉아 있던 조그만 USB 드라이브 하나가 그의 손끝에 들려있었다. 성운은 그것을 다시 안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천연덕스럽게, 태오의 부축을 받아들였다. 본디라면 자기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들 태오거늘, 어깨에 걸리는 것이 무슨 아무것도 안 든 비닐봉지 하나 걸리는 것 같아 태오라고 해도 큰 힘 쓰지 않고 부축할 수 있을 듯하다. 태오의 옷에 검붉은 얼룩이 한가득 진다.
“···적당히 스트레인지 바깥 어디까지만 부탁드립니다. 알고 지내는 병원이 있으니까 앰뷸런스에 연락만 하면 되니까요···”
성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간다. 문득, 성운은 다른 이야길 꺼낸다.
“그때와 반대네요.”
하고,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흐릿하게 웃는다. 그때. 그래, 제로전 때다. 크크큭맨에게 한바탕 호되게 당한 태오를, 성운이 앰뷸런스까지 부축해주던 그 날을 이야기하는 게다.
서한양은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대부분은 선량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익을 중요시 여기기는 하나, 한양은 이것으로 인해 사람이란 생물 자체를 악하다고 규정하지는 않는다. 인간도 결국 생존하기 위해 사는 동물이니깐, 본능적으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서한양 역시 저지먼트 활동을 통한 미래의 이득을 위해 저지먼트에 가입한 것이지, 정말로 속에서 우러나오는 정의감이나 이타심으로 가입한 것이 절대 아니었겠다. 하지만 러그런 계산적인 것도 대부분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그치고는 하며, 자신의 그릇 내에서 선함을 베풀 수 있다면 의외로 선뜻 선행을 행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서한양이 선을 규정하는 기준이 그다지 높지가 않았다. 자신의 목숨이나 이득을 포기하면서까지 선을 베풀려는 이타적이거나 영웅적인 모습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자신의 능력이나 그릇 내에서 소소하게 선행을 챙기는 것 역시 한양에게는 선이었겠다. 사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이익을 조용히 챙기고, 딱히 뚜렷한 선을 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지는 않는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안위를 우선시할 수 밖에 없다고. 선행을 행할 능력이나 그릇이 안 됐나보지, 그걸 가지고 저 놈이 나쁘네- 방관자네- 이런 스탠스를 보이기는 싫었던 것 같다. 뭐 일단 그것이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든, 한양의 인복이 좋아서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긍정적이든 간에 말이야. 그래서 한양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다.
일부분은 제외하고 말이지.
" 커흑..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
앞서 길고 자세하게 설명한 것에 비해 매우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녀석들. '그냥 개X끼들'이겠다. 아니, 개X끼란 표현은 부적절하다. 서한양은 애견인이거든. 그냥 나쁜놈들이라고 표현하자.
" 왜긴요- 차일드에러들을 납치해서 불법연구소로 팔아들이게 알선해준 브로커.. 당신이잖아요? 나 같은 사람은 다크웹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냥 다크웹에서 활동하면 꼬리가 안 밟힐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상담이 가능하냐니깐 아주 좋다고 오는 꼴이.. "
" 하아.. 그게.. 그러니깐 사실.. "
" 똑바로 말하기나 하세요. 불구 되기 싫으면 당신이랑 활동한 연구소들 다 불어. "
" 사실 그러니깐...푸하하하핫--!!! 병X새끼-! 내가 혼자 올 줄 알았냐?! "
브로커는 서한양을 조롱하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 이거 진짜 병X 아니야?! 내가 미쳤다고 보험 하나 없이 올 줄 알았어?! 너 같은 새X 한두 번 보는 줄 알아~? 주변을 봐봐~ 넌 이제 X됐어~ "
서한양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분명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능력자들과 화기로 무장한 스킬아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브로커는 깔깔 웃으며 한양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 안티스킬도 조용히 각만 보고 있는 신생 브로커가 나인데, 고삐리 새X가 참 겁도 없어? 응? 인생교육이라 생각해. 앞으로 함부로 나대지 말아야겠다. 아, 어차피 곧 뒤질 건데 인생교육이 필요가 있나? "
한양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 덤비기 전에 조지는 건 제 전문인데- "
주변에서 한양을 습격하려는 무리들. 전부 염동력으로 붙잡아서 벽에 박아버리든, 공중에서 추락을 시키든지 하는 식으로,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싸울준비를 하기도 전에 제압해버린 것이었다. 능력자들이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연산을 하던 도중, 화기를 든 무장들이 탄창을 끼고, 장전을 하는 와중이나 조준을 하기도 전에 말이야. 그 만큼 서한양의 연산속도가 압도적이었겠지.
" 뭐..이런 X발-! 야!!! 다들 안 일어나?! "
" 목청 엄청 크네. 저거 당하고 당분간은 멀쩡히 못 움직여요- "
" 사.. 살려줘.. "
" 누가 죽인데요? 당연히 살려주죠. "
" 근데 나는 너무 강하거나 나쁜 놈들 있죠? 싹을 잘라버리는 편이에요. 걔네들한테 무슨 갱생이나 교화를 그다지 바라지는 않아. 예전에는 그래도 좋은 환경에 두면 달라지겠거니- 했는데. "
" 최근에 생각이 바뀌었어. 나는 당신같은 사람들, 그냥 싹을 잘라버리는 게 마음 편하겠다 생각하기 시작했거든요. "
>>0 숨이 막혀 가슴이 아프도록 골목길을 달리는 아이가 있다. 어두운 하늘 아래 땀과 눈물로 아이의 얼굴은 엉망이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그런 보폭이 짧은 아이의 발소리 뒤로 여럿의 발소리가 뒤따른다. 그냥 단순히 심부름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토록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는 건 몰랐다는 듯. 아이는 무사히 도망칠 수 있게 해달라며 기도하며 골목을 달리나, 그 기도가 무력하게 아이를 반기는 것은 막힌 골목이었다. 도망칠 곳이 없는 아이는 쓰레기통 사이에 몸을 숨기고서 가방을 꼭 안아 쥔다. 짜증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들이 가까워지고, 감은 눈 뒤로 어둠만이 깔리며, 두려움에 떨며 다가올 일에 대비하던 아이는 무언가를 퍽 치는 소리에 눈을 뜬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앞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으니, 촛불처럼 빛을 내고 있었을까. 자신을 낚아채 바로 옆 큰 쓰레기통에 안으로 던져 넣으니 차마 밖을 내다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
·
쓰레기처럼 쉽게 버려지고, 파괴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 아둥바둥 발버둥 쳐봐야 참혹하고 비참한 꼴만 더 보일 텐데. 그렇지만 야속하나 자신과 같이 버려진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다른 이들처럼 멀찌감치에서 구경하며 웃기에는 금은 그런 성정이 되지 못했다. 깨어진 벽돌이나 유리조각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이곳이 그나마 우리가 발 디디며 살아갈 장소였으므로. 다 같은 것들끼리 돕지는 못할 망정. 서로를 뜯어 먹는 꼴을 가만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쫓기던 아이를 옥상 위에서 지켜보던 금은 그 아이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에 한숨을 내쉰다. 몰려온 다른 패거리들에게 끌려나가기 전 옥상에서 내려와 앞을 막아선 것이었으니. 혹여나 다칠까 임시방편으로 아이를 대형 쓰레기통에 욱여넣고서 쫓아온 패거리들을 바라본다. 누군가 고함을 지르면, 먼지가 피어오르고, 불길이 치솟는다. 버려진 쓰레기들이 불타면서 시커먼 연기가 시야를 가렸고, 그 속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먹에 얻어 맞고 뒤로 쓰러지는 사람, 나뒹구는 사람.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하다가 둔탁한 소리와 발악하는 소리가 울린다. 고함과 비명 소리로 귀가 먹먹해질 적에 어느 순간 고요가 찾아온다. 연기가 흩어지면 아직 움직일 힘이 남은 이들은 쓰러진 이들을 부축하며 허겁지겁 자리를 피한다. 금은 그런 녀석들을 쫓지 않고 도망치게 내버려 둔 채 혀를 찬다. 대형 쓰레기통으로 다가가 발로 통을 툭 차면, 방금 전 자신이 쑤셔넣었던 아이가 고개를 내밀며 튀어 나왔을까. 잔뜩 놀란 얼굴로 주변의 상황을 살피니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계속 거기 처박혀 있을 겁니까?"
그런 아이를 보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까딱이면 아이는 재빨리 쓰레기통에서 빠져나온다. 고맙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쓰레기통을 밟아 담 너머로 사라진다. 금은 그런 아이가 담을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사라지면 통증으로 아픈 제 손목을 매만지며 한숨을 내쉰다.
“다만, 어련히 선처하실 줄 압니다만, 신세진 김에 한 말씀 더 드리자면··· 나중에 굳이 물지 않을 이유 없는 날 오거든, 한입거리의 하얀 게 보이더라도 무턱대고 물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앞발 끄트머리를 쥐인 줄 알고 덥석 물었다가 범의 심기를 건드려 모가지 쥐어뜯기는 일을 당하실 수 있으니. 뱀에 독이야 있다지만 범이 독에 죽기 전에 뱀 모가지 하나는 확실히 뽑겠지요.”
>>950 크아아아아아아아악미치겠다아아아 깨길잘했어.................(숨을몰아쉼) 하............ 어떻게 이 불꽃소녀가 리라의친구? 어떻게 이 간지작살스트레인지고양이가 리라짝꿍? 나미치겠어 숨도못쉬고 읽었네 금주 글 너무 좋아 담담한듯 강렬하고 속도감있고 영화보는거 같아 후후 후
>>945 일단 가라앉는 중이라니 다행이네요. 약 꼭 챙겨드시고, 아직 야밤이지만 헛헛하시면 죽이라도 챙겨드시고 정양하시길 바랍니다.
>>949 성운이의 혜우에 대한 생각은 큰 변화가 없지만, 자신이 혜우에게 자꾸 충분치 못한 것만 같아서, 혜우가 (다시)깨어지는 것을 막지 못할 것만 같아서, 단순히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아무 소용도 없을 것 같아서 불안해하고 있네요. 제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조율이 불가능할 것만 같다는 느낌을 먼저 받은 것은 저였어요. 과정이라곤 하시는데 그냥 심해 밑바닥에서 최후를 맞으러 가는 과정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아서. 과정이라시니 믿고는 있어요. 다만 혹여나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그 감상과 제가 성운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별개라는 말씀 덧붙여요.
>>958 "너는 내게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는 도발이 아니라…… 나의 진실된 의견이니, 나는 그 말을 들으면 물지 않고서야 못 배긴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네 잘못이라고는 하지 않을 거랍니다……." "그야…… 잃는 것 두려운 사람에게는 효과 있다마는 잃는 걸 열망하는 자에게는 새로운 방안의 제안이었으니 말이에요……." "기대되네……. 나 좀 많이 찢어주면 좋겠는데……."
하면서 뺨 붉히고(십색기) 미소 지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놈인데
"어디 물렸단 연유로 목 뽑겠노라 마음껏 날뛰고 앞발 휘둘러보시지. 다만 모가지 뽑을 적엔 뱀가죽도 죄 벗겨서 동네방네 자랑 좀 해줬으면 한다. 드디어 뱀이 범 손에 죽었노라 감히 날 물었기에 내 이리 하였노라 필히, 모든 사람에게 말 얹고. 특히 그 외침이 네 주변을 넘어 그 깊은 곳까지 닿길 바랄 뿐이지. 이것이 한 서린 저주라기에는 내겐 일상이라 알 턱이 없구나." "그런데, 네 교룡과 뱀 구분할 줄은 알고?"
🫠 그리고할무니것도봣거든요?(다시봤다는 뜻) 나는. 나리가미운거같음 근데매력있어 근데미워. 진짜내마음은뭘까. 조수가 스트레인지 쪽으로 빔 쏴서 고딩나리를 실현시켜주면 좋겠다 파릇파릇한 시절로 돌아오시면 조금은... 조금은...(뭐가) 크아악 근데 저런캐라서 좋긴 해 극도로 매운맛 취향 인간은 어쩔 줄 모르고
항상 할미는... 미안해진다 뭐! 죽을지도 모른다고? 크윽 두렵군(X) 마참내! 저는 별모양으로 찢어주세요(O) 인 녀석이라 그랜절 상시로 대기타고 있음 미안하다 우리 애가 좀 많이 그래
>>967 기대하다(두렵다) 아니아니아니 그걸 또 봤냐구 나 쥐구멍 갈래
미운데 매력있다니 극찬이자나... 고딩나리를ㅋㅋㅋㅋㅋㅋㅋ 실현시키면 조금은.... 조금은........ 공매도.(이러기) 조수가 빔 쏴주면 좋겠단 생각은 해본 적 있다 붙어다녀라 나리와 태오(?) 헤헤 맞아... 악역이라 좋은 매콤한...... 잠깐 리라주가 이게 취향이라면 (리라 봄) 우리 리라링은 안 된다!!!!!!!(필사적
>>966 히야 그부분 넣으려다 뇌절같아서 뺀걸 어찌아시고... “한번 살고 한번 죽는 삶인데 재미없는 마무리는 취향이 아니시지 않겠나요. 저, 꽤 미니멀리스트라서.” “교룡인지 뱀인지는 내 알 바 아니나 이게 머리인지, 내가 뜯어낼 크기인지 정도는 분간할 줄 압니다.”
어잇시 큰일났네 ─ 거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좋은 일이지만, 태오는 들었던 한 가지 의문을 숨기기로 했다.
저도 제 아이가 죽는다면 눈이 뒤집힐 게 분명합니다.
당신은 거래를 위해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았지만, 그 부분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그 아이가 혹시 나는 아닐까 기대하지만 속에 묻기로 했다. 어린 마음에 드는 치기였노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또한 지금 꺼내기에는 지나치게 풍화된 감정이다. 차라리 그때 속 시원히 물어 답을 얻었더라면 지금쯤 저지먼트에 있는 게 아니라 저지먼트에게 붙잡혀 4학구 수용소에 갇혔겠다마는. 무엇보다 지금 당신이 눈 뒤집힐 자격이나 있는가 싶기도 하다. 나는 당신을 생각하기만 해도, 그날 조문을 가야했던 망자가 그것이 아닌 당신이길 소망할 정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