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해후의 소감이 이리도 구질구질할 줄은 몰랐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쌓인 감정을 푸는 방면에서 그러한 것 아니라─ 사건 완만히 해결됐다 한들 난장판이 된 자리는 그대로 남았으며, 누군가는 이 뒷정리를 도맡아야 한다는 점에서.
무신 문 열고 돌아오는 걸음걸이 평소에 비해 털레털레 다소 힘이 빠져 있었다. 반쯤은 분격에 정신이 나가 있기를 몇 시간, 제아무리 격정에 몸 맡기며 살아가는 광포한 신이라 해도 보금자리로 돌아오면 긴장이 풀기 마련이다. 발 들인 이를 즉시에 태워 죽이는 술법만큼은 제 몸으로 받아내며 풀어 두었다. 그 노고 헛되지 않았는지 저보다도 먼저 들어온 식구 하나 있었다. 무신은 먼저 돌아와 있던 류지를 물끄럼 일별하고선 저는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눈길은 엉망이 된 군데군데를 집요하게 훑다가, 이내 불 붙었다 동강이 난 흉물스러운 시체로 향했다. 타버린 집기나 그을음 묻은 벽 정도야 류지나 소이치로가 어련히 치울 수 있겠지만 아무리 그렇단들 요괴 시체까지는 무리리라. 생각 마친 그가 허리를 굽혀 바닥을 구르는 토막난 시신들에 손을 대었다. 손끝 닿은 곳으로부터 부글부글 증기와 기포 들끓더니, 죽은 몸뚱이들은 이내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녹아 사라졌다.
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은 그것이 전부라는 듯, 무신은 난장판 와중에도 멀쩡히 남은 의자 하나를 끌어와 편히 앉았다. 등받이가 다리 사이에 오도록 의자에 거꾸로 앉아 류지가 하는 행동 구경만 하려다가─ ……그러나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넘어갈 수는 없겠지. 질문 듣자 기본이 뚱한 얼굴 눈살 가늘어지며 더더욱 불퉁스러워진다. 저를 키운 스승과, 제 낳은 어린 것. 사이에서 어느 쪽 쉬이 우선하기 힘드니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제 뒷머리 거칠게 헤집던 그가 마침내 입 열었다.
"내 스승이시지. ……해서 오늘 같은 난장 더는 없도록 어찌 이야기는 끝내 두었다."
지독할 정도로 뻔뻔스럽고 몰염치하던 평소의 태도 오늘만큼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신으로서는 드물게도 무안해 뵈는 기색이다.
>>417 맞아 뭔진 모르지만 자기가 귀여워하는 후배 요괴한테 손대서 화났는데 '후배 요괴한테' 손대서랑 후배 요괴한데 '손대서' 화난 거랑 합쳐져서 자기도 지 맘 잘 모르고 그냥 아야나 건들여서 승질 난 줄 아는 쓰미… 이제 류지한테도 인 새긴 거 알면 또 씅낼듯…… 맛밥하구오세용~~ 이따바
냅다 제 손목을 콱 긋는 모습.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와자토 아야나는 이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제 목을 신경질적으로 긁는 모습과 똑같았다. 이 모습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 이 어린 요괴 모른다. 그러나 이 본질이 비슷하다는 것만은 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본질인지는 아직 이 어린 요괴가 이해하기엔 너무나도 깊지만. 아니 그보다 지금은 스미스미 선배님이 다친 게 중요한데. 선배님 아프실텐데 어떡하지? 하며 어쩔 줄 모르는 듯 물 속에서 파닥거리며 손등을 바라보다가, 스미스미 선배님의 손아귀에 담긴 물이 고체화되며 단단한 보랏빛 구슬로 변하는 걸 보자 더욱 더 휘둥그레 졌다. 신기하다. 우리는 물을 다루는 것밖에 못하는데. 피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감사드리와요 스미스미 선배님! 정말정말 아플때 아껴서 먹겠단 것이와요! “
꾸벅 허리까지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해 요 이 구슬, 물에 닿으면 분명 이상해 지겠지? 조심스레 다뤄야 할텐데, 가방이 어디 있더라…… 아 가지고 들어왔다. 호다닥 물을 나와서 백팩이 있는 쪽으로 향해 냅다 집어넣고는 풍덩 하고는 스미스미 선배님이 있는 쪽으로 허겁지겁 돌아왔다. 그리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저어 도착지점을 향해 가리켜보이곤 이렇게 말해보이는 것이다.
”스미스미 선배님. 이렇게 아야나를 낫게 해주신 것도 감사한데, 저희 저어기까지 같이 헤엄치기 해보시겠사와요? “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내일 수영부 올 때 아이스크림 사오기 인것이와요! “ 라 말하며 이 어린 요괴, 냅다 헤엄치기를 시작했다. 물론, 둘 중 누가 헤엄치기를 더 잘하는 지는 보나마나 뻔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정해져 있는 터. 스미스미 선배님은 아이스크림 맛만 고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