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심한 일을 당한 건 본인이면서 겨우 피 몇 줄 흘렸다고 팔까지 쓰며 걱정하는 모습 보면 인정이란 게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이들이라면 어떻게든 도와주려 할 것이다. 대가 바라지 않는 선의와 호의를 건네줌에 후회 없었던 적이 몇십 년 만인지. 안절부절 못하다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젠 바삐 백팩으로 걸음한다. 우리 아기 캇파 요괴, 늘 항상 바쁘지. 표정도, 행동도. 정신 사나운 건 딱 질색인데 여지껏 믿음 배반한 적 없으니 너그러이 허용선 안에 넣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 가방을 찾고 던져넣는 카와자토의 기다란 흑발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목에 흐르는 피를 닦으려 문지르자 일순 통증이 엄습했다. 더군다나 수영장 물이 자꾸만 흘러들어와 계속해서 따끔했으나 그저 차가운 낯으로 대담히 붉은 것들을 벅벅 닦아댔다. 왜 이리 안 멈춰. 너무 베었나. 시큰둥히 생각하다가 풍덩, 하고 다시금 다가오는 인기척에 자연스레 베인 팔을 물속에 처넣으며 뒤로 숨겼다.
"호오. 너, 스미레에게 도전해오겠단 뜻이니? 맹랑한 것, 받아주지."
장난기 머금은 한쪽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직후 자세를 잡았다. 문제라면, 계속해서 찬물과 상반되게 열 오르는 손목의 상처. 의도치 않아도 절로 한쪽 팔이 물살을 가를 때 느려지는 탓에 이번의 승기는 어린 캇파 요괴가 거머쥘지도 모를 일.
수영장 벽을 박차 시합을 시작하면, 시붉은 핏줄기가 스미레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 흐를 테다.
/ 막레~ 너무 재밌옸다 출국 전에 일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 끝내주는 스피드..... 고마워 아야나쭈 ^^*)9 그리구 우리 캇파아기 너무귀여워.........
호화로운 건축물. 그 속에는 한 식탁이 고요히 자리했는데, 그 식탁을 덮은 흰 식탁보 위로 이상한 액체가 마치 물처럼 흘러내렸다. 그 액체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데, 그 용모는 포도주인가 피인가 심지어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일지도 모르는 액체였다. 고풍스러운 복장을 입은 자들은 식탁에 있었다. 그들은 죽은 것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무기력하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들의 몸에는 상처가 있었고, 피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식탁 위에는 인간의 나이로 이제 다섯이 된 것으로 보이는 어린 것이 앉아 있었다. 백금색이 제법 아름답지만, 심하게 떼가 끼고 푸석푸석하여 관리가 안 된 장발. 금색의 빛을 띄지만 탁해져버린 눈빛. 주변의 경계하는지, 혹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이 두려운 것인지 모르겠을 공격적이고도 겁에 질린 눈빛. 매마르고 갈라진 입술과 뼈만 남다시피한 앙상한 몸. 이 어린 존재는 몸에 피를 묻힌 채로 식탁 위에 앉아서 빵조각들을 개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주변의 쓰러진 존재들은 전부 숨통은 무사했으나, 무력화가 되어서 당장은 움직이지는 못 했으니. 목에는 누군가에게 물린 자국, 몸통에는 누군가에게 할퀴어져서 옷이 완전히 찢어졌으니-
" 대신님...! "
" 아버지...!!!! "
건물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어린 존재와 달리 진한 주황빛 머리와 수염. 안경을 썼으며, 풍채가 제법 좋은 존재가 하나 들어왔으니, 쓰러진 자들은 이를 향해 '대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 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아버지의 명예를 더렵혔습니다.. 아버지의 아들임에도.. "
" 아드님. 기운이 다해가십니다. 지금 여기서 말할 기운으로 쉬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괜찮습니다, 아드님. 이번 패배를 양분 삼아서 더 성장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
" 아버지... "
" 쿨럭..대신님..보시면 알겠듯이 지금 여기 쓰러진 모두 다.. 저 어리고 천한 존재가 그런 것입니다.. 이 건물에 들어와서 저희를 습격해서 목을 베려고 했지만...면목이 없습니다. "
" ....저 어린 존재는 당신들을 습격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
대신은 습격을 당했음에도 전부 숨통이 붙은 아들들과 부하들을 바라보고, 이어서 빵을 먹고 있는 어린 존재를 보기 시작한다.
" 그저..배가 고팠던 것이지요..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온 듯하군. 그래, 어린존재야. 너의 이름은 무엇이니? "
" 너를 잉태한 근원은? "
' ....대답이 없구려.. '
어린 존재는 대신의 대답에도 자신이 먹고 있던 빵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먹고 있던 빵은 정신을 차려보니, 대신의 손에 있었다.
" ..... 마 .... "
" 드디어 말을 하는구나? "
" 내 밥 뺏어가지마. "
이윽고 어린존재는 짐승처럼 대신에게 뛰어가며 덤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대신은 어린존재의 머리통을 잡아드는 것으로 간단히 제압하였다. 어린존재는 빠져나오기 위해서 안 간 힘을 쓰며 버둥거렸다. 앙상한 발로 대신을 차려고 하고, 손톱으로 얼굴을 긁으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어린 몸으로는 그것들이 닿을 리가 없었지. 어린 존재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대신이 하는 말도 점점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지.
" .... ..... 미리 사죄를 ...... . "
" 이 천하고 .. ..를 .... .. ...... . "
" . ... 이름은 ..... ... . "
" ......! "
짜잔--☆ 누군가의 과거가 회상된 것인지, 아니면 나오토의 개꿈인지 모르겠지만 잠에서 깨어난 나오토네요-! 학교의 벤치에서 잠시 낮잠을 자려다가 하교시간까지 잠들어버린 나오토! 전학 첫날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라는 유명세 때문에 동급생이고 후배고 앞에서 ' 지금 이 순간 ' 만 몇 번을 불렀는지 모르는 나오토는 급히 자리를 피해서 벤치에 자리를 잡았어요. 눈에 띄지 않는 명당이기에 잠시 잠을 청하고자 했지만.. 결국 수업시간을 다 날려버렸네요! 하지만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이 학교의 꼴등은 나오토가 유력한데요 - 내일 선생님에게 정중히 사과하면 될 것이죠! 내심 불안하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임을!
" 아메리카노나 먹어야지..!! "
맞다. 전에 아야나씨하고 같이 있던 '카페 블랑' 있잖아요! 어느 날부터 태양의 신의 기운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렇다는 것은.. 태양의 신이 직접 지운 것인지 혹은 다른 신이 지웠다는 얘기죠? 사실 이거는 상관없는 얘기고, 일단 카페블랑이 열려있을 확률이 높다는 게 더 중요한 얘기죠? 그럼 가방 챙기고 빨리 튀어가야겠죠? 이 나오토 뮤지컬 재능만 아니었어도 어딜 가든 밥은 확실히 굶었을 느림보자식아 ?
" 헤.. 열렸다-! "
그렇게 느긋하게 걸어간 카페블랑! 결국 뛰어가지는 않았어요! 그리고..카페블랑이 열렸어요-! 아야나씨한테 들었어요. 이 가게의 류지군이 해준 멜론소다가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그렇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맛깔나게 타지 않을까요? 인류의 역사부터 커피를 즐겨마셔온 군신이지만 음료나 커피에 대한 지식은 전무해서 멜론소다를 잘 만든다고 아메리카노도 무조건 맛있게 탈 것이라는 우리 군신-! 두근거리며 카페 안으로 들어가요!
제법 거칠게 바닥 구르는 의자 쳐다보다, 물건 날아온 저편으로 시선 두었다. 느닷없이 터진 분노 맞닥뜨리는 신의 태도 무덤덤하기만 하다. 그저 저 녀석 꽤나 성이 났구나 하는 정도의 눈빛. 그나마의 배려라 한다면 불손한 태도 보아 넘겨주는 것뿐이다. 등받이에 몸 기댄 채 턱 괴고 말했다.
"세상 범사 모두 힘으로 좌우되는 법이니라. 신은 강하기에 교만할 자격을 갖고, 너희는 약하니 그에 휘둘릴 뿐. 이는 나 또한 마찬가지라. 내 사군의 행적에 간여하지 못해."
앞서 한 번의 소강이 있었기에 무신의 기분은 하루 간 벌어진 사건을 감안하면 제법 평온했다. 그러나 근본이 사나운 성정, 육친에 대한 배려라 한들 평정 오래 갈 리 없다. 무신은 누구보다도 적대와 분노에 기민했으며, 또한 감히 제게 맞서려는 상대 용납지 않는 신이었으니. 류지가 제 죽은 형제의 이름 입에 올리자 묵묵하던 인내 또한 기어이 깨지고 만다. 평온하던 미간 찌푸려지나 반대로 입꼬리만은 매섭게 찢어진다.
"하! 참 무계한 개소리군. 말만 들어선 내 그놈을 직접 죽이기라도 한 줄 알겠어."
우악스레 굴 수 있는 것은 저놈뿐만 아니다. 제게로 굴러 온 의자 이번에는 거세게 차여 허공을 날았다. 류지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간 그것 결국 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으리라. 결국 소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주스러운 서로의 악성 마주보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