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 라리사주 어서오세요!! 오늘도 정말 수고하셨어요!! 좋은 밤이네요 라리사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게다가 프로필 카드라니...! 어장에 금손 분들이 어쩜 이렇게 많을까요...! 정말 너무 존경스러워요!! ;ㄷ; 제가 이런 멋지고 예쁜 카드를 받아도 될지 모르겠네요...! 부디 추가해 주신다면 정말 아주...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ㄷ;
황궁의 어느 집무실. 책상에는 제 2기사단장이라고 쓰여있는 명패가 놓여있었고 그곳에선 평소처럼 정복을 차려입은 릭켈런이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파견을 요청하는 서류들과 파견을 다녀온 기사들이 제출한 보고서들이 책상 한쪽에 쌓인채 그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 감투 씌워줄때부터 예상했어야했는데. "
차라리 파견을 나가서 날뛰는게 그에겐 더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 서류 정리는 당연히 기사단의 행정직들이 해주니 신경 쓸 것 없다는 전임 기사단장의 말을 믿어버린 것을 그는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었다. 결국 최종 결재를 하려면 자신의 손을 거쳐가야 했으니 말이다.
"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군. "
그래도 단장이 된지 시간이 좀 지난지라 그는 나름 능숙하게 서류를 읽어내려가고 기사들의 전공에 대해선 따로 기록을 해두는등 업무에는 별 차질이 없어보였다. 사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릭켈런에게도 통용되지 않을리 없으니 말이다. 허나 그렇다고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서 하루종일 이것만 할 수 있을 위인 또한 아니었다. 그러니 그는 쥐고있던 만년필을 꽂아두고선 정복 외투를 챙겨 집무실 바깥으로 향했다.
시선은 상대의 것을 그대로 따라 진주 목걸이를 보았다가 그대로 위로 올라 당신의 눈을 마주했다. 한기 도는 회색과 초점 없는 어둠이 잠시 스친 듯도 싶고. 급사는 금방 자연스럽게 시선을 창문으로 떨어트렸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니까요, 부디 걱정은 마세요. 감히 레이디의 진주 목걸이를 탐내는 일이란 없을 테니까요..."
아무렴, 소매치기는 어렸을 적 졸업한 지 오래인데. 급사는 제풀에 실 웃음을 흘렸다. 물론 저 진주가 탐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틀림없는 거짓말이렷다. 그건 소매치기가 황궁의 암살자로, 또 급사로 성장하였다고 한들 도무지가 옅어지지 않는 속물의 습성이므로. 까마귀의 그것으로 비유하기에도 추한... 그러나 조금 더 좁은 의미에서 관측하자면, 그래. 더는 소매치기가 아니게 된 속물이 바라는 것은 고작 진주 몇 알 즈음에 이르러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급사가 뱉은 말이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다.
렘프리는 창문 너머 날리는 눈을 망연히 보며 무던히 답했다.
"어머나, 과찬이신걸요. 이 급사는 일평생 시와 감성적인 것에는 조예가 없던 무지렁이랍니다..."
시선은 다시 종이 위로 옮겨간다. 그는 잠시 턱을 긁적거리다가 제 옆의 편지를 아무 것이나 한 장 집어 들었다. 보나마나 이 또한 판촉이리라! 가슴에 꽂아 두었던 메모용 펜으로 개발괴발 그린 것은...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그 둘을 교묘히 섞어 놓은 마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좌우간 그 괴생명체 옆에는 'Thirsty' 라는 단어를 적어 놓았다.
"...그리고 그림에도요. 레이디께서는 그림에 조예가 있으신 듯한데. 대단하신걸요."
그림에 대해 알지 못하는 만큼 솔부엉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여서, 그저 상대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리기만 했다. 봄에 태어나 비올라, 그 또한 시적이군요. 그리 덧붙였을 따름. 시적인 것은 역시 제가 아닌 저 아가씨다. 속으로는 그 생각을 했다. 대화의 꼬리가 끊기기 전 렘프리는 말을 이었다.
향한 곳은 적당히 부시지 않은 볕이 드는 창가 자리. 급사는 재게 발걸음을 옮겨 상대 몫의 의자를 빼 두었다. 수건으로 상 모서리의 얼룩을 문질러 지우는 척 곁눈으로 상대를 살폈다. 렌즈 너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당신이 손에 든 편지 묶음. 그 다음으로는 풀물이 든 종이. 풀물이라. 렘프리는 속으로 넘겨 짚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원사, 그 다음은 약초를 만지는... 연금술사나 의학자.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 본 적 없는 얼굴이므로 주방 보조는 확실히 아닐 테고. 그도 아니라면... 그저 잔디밭에 하냥 앉아 있었는지도 모르지, 이 겨울에. 내가 이 아가씨의 생각을 어찌 알겠어?
ㅡ이 이상의 추론이 가능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는 이내 생각을 접고 말았다. 동시로 손수건을 접어 넣으며 가볍게 이야기를 이었다.
"...편지 선별, 많이 고단하시지요? 저희 주방도 요즈음 앓는 소리 투성이랍니다. 너무 소모적인 임무에 투입된 기분이라면서요..."
자신의 진주 목걸이는 탐내지 말라는 가벼운 농담에 모네는 정원 너머를 가만 응시했다. 단순히 급사로만 있기엔 아까운 유머와 고상함을 가진 자였다. 이름을 묻길 잘했지. 창 밖으로는 나무 위 희끗하게 덮어가는 눈이불이 보였고, 역시 편지 따윌 뒤적거릴 기분이 나지 않았다.
" 그거야 말로 과찬인걸요. 그림이라곤... 바닥에 끄적이는 수준이었으니."
머뭇거리는 새 한 장면이 스친다. 낡은 나무바닥에는 먼지가 한가득 쌓여있었고, 자기 직전 할 수 있는 유흥이라곤 그 먼지 사이로 손가락을 움직여 조그마한 그림을 그려내는 것 뿐이었다. 그날 하루 봐온 것 중 그나마 아름다웠던 것. 아버지가 메고 있던 벨트의 작은 흑요석 조각, 작은 창 너머로 날아다니는 기러기, 운 좋게 창틀에 낀 그들의 회색 깃 하나. 뭐 그런 것들.
" ...Thirsty? 제가 모르는 마물의 한 종류인가요?"
메마른. 그녀가 그린것이 무언지 모네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대놓고 그 심상을 드러낼 순 없는 노릇. 곤란한 표정으로 늘상 짓던 인상을 쓴다.
" 이른 봄이라면 봄이었지만, 너무 추웠어요. 새순이 돋으면 그때부턴 봄으로 쳐준다지만."
그래. 봄에도 운 나쁘면 눈은 내리는 법. 당신께선 말씀하시곤 했다. 그 날은 무척 추웠고, 너는 이상하게도 살아남았다고.
서투르게 입을 여느니 다무는 편이 낫다. 그러다보니 간단한 인삿말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작은 미소와 함께 짧게 고개를 숙이며 대신하는 버릇이 들었다. 라리사는 잰 발걸음을 서둘러 쫓지 않았다. 자리 정돈함이 보이는데 쫓아보았자 재촉 밖에 되지 않는다. 시선을 두면 이 또한 부담이 될까. 손에 들고 있는 편지 뭉치를 바라보았다. 하릴없이 갯수를 세어보다 짧은 기다림을 끝내고 발을 떼었다.
“….”
임무. 자리에 앉은 라리사는 편지 뭉치를 내려두고, 새로운 편지를 집는다. 편지 뭉치 사이에 끼어들어가 있었던, 잘 말려 색 바란 꽃잎이 팔랑이며 떨어진다. 황제가 위독한 지금 궁정의사가 바쁘지 않을 수 없다.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고 환자를 내버려두는 의사는 없으니. 그런 와중 아무리 조수라고 해도 궁정의사 도울 손까지 뺏어 편지 선별이란 임무를 맡길까. 완전한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이유를 밝히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절 조수로 두신 이유겠지요.”
집어들었던 편지를 펼친다. 그리고 한 번 더 들려오는 상냥한 물음. 이번에도 거절하면 안 되겠지. 라리사, 향긋한 풀과 쓰디쓴 풀은 평생을 동고동락해왔으니 차를 즐기지 않았다. 무얼 부탁해야할지, 편지를 읽던 눈이 당신에게로 향한다. 몇 번 눈이 깜빡거린 후 늦은 대답은 작게 흘러나온다. “핫 초콜릿…?” 스스로도 모르겠는 답이다.
>>478 어서오세요 라리사주! 오늘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남은 일정 화이팅 하시고 잘 끝나기를 바라고 있을게요!! 무명이 위키가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어서 정말 큰 영광입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ㄷ; 무명이는 무엇이든 말씀해 주시는 것이 오피셜입니다 ^ㄷ^ ㅋㅋㅋㅋㅋㅋㅋㅋ 무명이 이름 때문에 검색하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ㄷ; 전부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빨리 배워서 위키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하하. 정답은 바로, 고양이었답니다. 저어기 황궁 담 너머 곧장 있는 시장가에서 자주 어슬렁거리는 녀석인데... 늘상 시장 상인들에게 우유며 물 같은 것을 얻어 먹고 있더랬지요. 그래서 '갈증'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예요. '그렇게도 목이 타더냐?', 그런 맥락 하에서요."
다른 종이를 한 장 더 집어 다시 슥슥 그려 보았다만... ...여전히 개발괴발인 것에는 다름 없다! 역시나 고양이라기보다도 괴수를 그린 것에 가까운. 아주 자세히 본다면 이리저리 잉크가 뭉친 자국으로 하여금 얼룩 고양이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머지않아 렘프리는 스스로도 곤혹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종이를 저만치 밀어 버렸다. 실제로는 훨씬 귀엽고 통통하다는 말-당연히 그러리라-을 덧붙이고선.
"그런가요? 아쉽군요, 틀림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웃음 띤 낯. 손 안에서는 채 넣어두지 아니한 펜이 빙글, 굴렀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막상 손으로 아무 것도 만지작거리지 않자면 심심한 것이다. 조곤한 설명이 뒤따른다.
"...그 왜, 아네모네라는 봄꽃이 있지 않던가요. 가을에 뿌리를 내려 사월이 되면 오색으로 꽃을 피우지요. 레이디의 성함은 그에게서 전해온 것이 아니실까, 감히 짐작해 보았던 까닭에."
급사의 굳은살 박인 손은 잠시 펜을 튕기다가, 다시 옆의 판촉을 한 장 더 집어든다. 목표를 정하지 않고선 대강 종이를 슥슥 접어 나가기 시작했다.
"으음, 가난뱅이 촌부의 집에서는 생일을 챙기는 법이 없었습니다. 자연히 그에 대한 것을 잊고 말았지요..."
반만 진실인 대답. 생일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은 진실이고, 가난뱅이 촌부의 집이라는 것은 거짓이었다. 빈민가 고아원은 돈이 궁하였던 것치고 원장이며 아이들의 마음까지 아주 박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돈이다. 박하지는 않았더라도 궁하였던 까닭이다.
생각 없이 접어 내려가던 종이는 이제 흔해빠진 종이비행기의 형상을 했다.
"그래도 나이는 세어야 하니까, 기억하기 쉽도록 1월 1일에 나이를 올림하곤 했습니다. 그러니 겨울이 제 생일인 셈일까요."
말수가 적으시군, 속으로 생각했다. 급사에게 그다지 중요한 바는 못 되었다. 음료 한 잔 내어 드린 후에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쭈어나 볼까 생각했을 따름. 웃으며 고개를 꼬박 숙여보인 후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 우유를 미지근히 데우면서는 옆에 놓인 편지-요리 담당에게까지 돌아갔던가-를 생각 없이 집어 읽어 보았고... [축하합니다! 12박 13일 바다 여행권에 당첨되셨습니다!] ...서두를 읽자마자 곧장 저 너머 벽난로에 던져 버렸다. 끓지 않을 정도로 데워진 우유가 코코아 분말을 녹였다. 음료가 단 편이니 담백한 호밀 쿠키를 임의로 내어 본다. 은쟁반 위로 쿠키와 핫 초콜릿이 정갈히 오르고, 그는 다시 부엌을 나섰다. 이 과정까지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렘프리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편지와 꽃잎 한 장을 피해 쟁반을 내려 놓았다. 마른 꽃잎이면, 역시 정원사인가?
"음료가 단 편이라 쿠키는 달지 않은 것으로 준비하여 보았습니다만... 취향에 맞지 않으신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맞아요! 본 개장때에는 또 어떻게 관계들이 쌓일지 기대되는걸요 😊 저도 느긋하게 찾아와주시는분들이랑 일상도 돌리고, 꼭 잡담도 하면서(플래그인지 이 말만 하면 일이 생기는...) 화력을 불태우는데 좀더 일조해보려구요 🤔 미니 진행을 조금 해볼까 싶기도 한데... 이래저래 고민이란 말이죠~ 그래도 괜찮아요, 말씀대로 연휴 지나서는 조금 쉴 수 있으니까요!
다행이네요, 설 동안에는 지하철도 고속도로도 그냥 일반 도로도 전부 꽉꽉 막혀서... 어딜 가나 사람들도 많기도 하구요. 즐거우셨다면 좋을텐데요. 연휴동안 친구들이랑 즐겁게 보내는것도 너무 좋죠~
그렇다. 디아나는 할 말을 잃고 넉살 좋게 웃어보이는 렘프리를 응시했다. 그녀는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만일 자신이 성의껏 그린 비올라(부엉이)를 누군가 보고 날아다니는 신종 마물인가요? 하고 진지하게 여쭤왔을 때 본인의 기분은... 그 표정이 여력히 디아나의 얼굴에 드러난다.
" 시장이라. 바람도 쐴 겸 나중에 가봐야겠군요. 본다면 저도 우유 한 그릇을 대접하겠어요."
'이 그림로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네는 씁쓸하게 뒷말을 삼키곤 다시 그림을 살핀다. 얼룩덜룩. 그래, 이 정도면 기억할 수 있겠지. 그나저나 얇은 혀로 끝없이 우유나 물 따위을 핥는 모습에 붙여졌을 Thirsty,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 잘 지었단 생각이 든다.
" 아네모네. 그렇지요. 그 이름에서 따 온 이름이라면 좋겠어요."
불행하게도 그저 흔한 이름 하나를 붙였을 뿐일 거라고 모네는 생각했다.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불행이었을 자신이니.
" 저도 제 생일 같은 거 자세히 기억 안 나는 걸요."
보란듯 축하를 받아본 적도 없고, 축하를 받기에도 그녀는 제 생일이 가물가물했다. 나 역시 누구보다 가난하고 없이, 남의 것을 동경하며 자랐을 뿐인걸.
" 1월. 추울 때 태어나셨네요. 1월의 탄생석은 가넷이라죠. 까마귀처럼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셨으니, 생일을 미리 알았으면 붉은 가넷이라도 한 알 선물했을텐데 아쉽군요."
그녀는 정말 아쉬웠다. 이런 감정을 쉽게 느끼지 않는 그녀로서도 렘프리에게서는 무언가 비슷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지며 동질감이 들었다. 이제는 담소를 데우느라 차게 식은 밀크티를 가만 들이키며 그녀는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낀다.
"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었네요. 이만 일어나보도록 할게요."
소리없이 의자를 밀고 일어남은 앞에 놓인 종이 비행기가 시간의 흐름을 난데없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벌써 하늘이 저문다. 즐거웠다는 상투적인 말은 없었어도 아쉬웠단 본인의 말로 잘 돌려 들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