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조금은 엄숙하게, 그러면서도 너무 우울하지 않은 분위기로, 자격을 갖춘 이들은 황궁의 정원에 모였습니다. 정복을 갖추어 입은 신관들은 정갈한 목소리로 기도문과 함께 찬송가를 읊조리고, 간단한 음식과 다과, 조금은 모자란 정도의 와인들이 테이블 위에서 조금씩 줄어듭니다. 제각기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각자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황제 폐하의 쾌유를 비는 이 자리에 황궁을 지키는 기사, 가디언즈로써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느긋하게 파티를 즐기거나, 가디언즈로써 본분을 다하며 경비 업무에 열중하거나, 황제 폐하의 쾌유를 빌며 기도하거나.
동태를 파악하며 정보를 수집하거나. 스스로의 야망을 위해 신에게 기도하거나. 혹은, 이 자리에서 흉계를 꾸미거나.
모네 디아나 그레이스. 그녀는 오전부터 밤이 깊을 때까지 기도회를 즐기지 못하고 줄창 성실하게 경비를 섰는가. 그렇지 않았다. 오전부터 들려오는 기도문 소리와 폐하의 쾌유를 비는 기도문이 자장가처럼 쏟아져내릴 때에는 그러하였으나, 해가 가라앉으며 놀이 지고 그 붉은 빛과 닮은 와인이 사람들의 흥과 소리를 조금씩 돋울 때 즈음에 모네는 긴긴 남색 로브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 쓰고 주머니로 산딸기 한 알, 석류 세 알, 심지어는 낮은 잔에 채워진 얕은 샴페인까지 두어 모금 슬쩍하였다. 그리하여 기사의 입에서는 달콤하고도 붉은 과일 향과 쌉싸름하면서 농염한 알코올의 향취가 어우러져 축제와도 같게 되었다.
기사는 다시, 기사로 돌아와 담벼락에 기댄체 창 하나를 바로 붙잡고 정면을 굳게 응시하였다.
-" 교대하지."
마침내 끝없는 기다림이 지나 교대할 타이밍이 오면, 기사는 후드를 신나게 벗고 두 뺨에 홍조를 띠며 낡은 천으로 둘둘 싸맨 제 머리칼을 굽이굽이 풀어낸 다음, 기다렸다는 듯 화려한 은 장신구들을 뽐내며 자연스레 정원 깊숙이 들어갈테다. 이미 그녀는 그 속의 사람들과 같은 향취를 풍겼으니. 목에 맨 스카프를 제외하고는 전혀 정갈하지 않은 태도로 창과 갑옷 등등을 지나가던 하인에게 돈 몇푼과 함께 쥐어주는 것까지 마치자 모네는 이제 영락없는 어느 영애와도 같은 몰골을 갖추었다.
그리하여 모네, 디아나, 그레이스는 이 기도회를 즐기기 전의 속죄로 가장 눈에 덜 튀는 자리에 공손한 자세로 앉아 손을 모으고 기도하였다.
" ..신이시여.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 but deliver us from evil."
까맣게 내려앉은 속눈썹 위로 기도에 응답하듯 해가 저물었다. 기도를 마친 그녀는 느른한 몸짓으로 몸을 일으키다간 옆에서 경건하게 기도하고 있는 기사의 발 맡에 난 제비꽃을 보고 허리를 숙였다.
파티의 현장에 자신이 가 봤자 분위기만 안좋게 만들 뿐이다. 프란츠는 그런 생각으로 정원의 덜 튀는 자리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이 기도는 황제의 쾌유를 비는 기도이기도 했으나, 그의 손에서 스러져간 생명을 위한 기도이기도 했다. 부디 그 혼에 안식이 있기를.
홀로 가만히 있다 보면, 프란츠는 문득 스스로의 몸에서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을 자각한다. 다른 이가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목욕을 하고, 닦아내는 것으로 피는 씻어낼 수 있으니. 하지만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만은 씻어내지 못한다. 프란츠가 품은 고민이 핏내음이란 형태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 옆에서 들려오는 기도문 소리에 그 쪽을 돌아보는 프란츠.
"...죄송합니다. 혹여 제 존재가 경을 불쾌하게 해 드리진 않았는지?"
스스로가 밟고 있는 제비꽃을 알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출신이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여기는 기색이었다.
모네는 자신과 조금 비슷한 향이 풍기는 이를 마주한다. 향이라고 표현했을 뿐 이것은 특유의 분위기에 가까웠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대답이군요."
지나치게 상냥하고 예의바른 자였다. 모네는 그에 맞장구라도 치듯 가볍게 목례를 하여 먼저 자신을 낮춘다. 하지만 그의 발끝이 조금씩 움직임에 따라 발밑의 제비꽃이 숨죽어가는 것에 조바심이 일어 직접적인 단어를 쓰기로 했다.
" 경의 존재는 전혀 저를 불쾌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발끝에 핀 여린 존재는 그러할 수도 있겠군요."
꽃 한송이에 심상을 얹을 처지냐. 모네는 스스로를 꾸짖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안쪽이 털로 제작된 두툼한 망토 아래로는 옅은 제비색의 쉬폰 셔츠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까만 가죽바지가 있었고. 또 그 밑으로는 검은 단화가 있었다. 그것을 한꺼풀씩 벗겨보면 단단히 메고 있는 벨트에는 커다란 초승달검이 한 자루 차여져 있었고, 또 가죽바지에 매달린 주머니 안쪽에도 던지기 쉬운 단검들이 자질구레하게, 마치 어느 이의 주머니에는 동전이 들어 쨍강거리듯 자리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혀왔고, 그것을 닦아왔고, 또 다듬고 날을 세워 누구를 해칠 준비를 하고...
꽃을 소중히 여기는 정숙하고 여린 여인. 그렇게 인식 되었을까. 모네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긴 소매끝을 여며 잡았다. 아름다운 꽃. 그녀는 그 말을 계속해서 되새김질 하였다. 아름다운 꽃이라. 작은 제비꽃이 그 크기를 부풀리더니 허리를 세웠다. 한 번의 밟힘에도 굴하지 않은 자주색이었다. 그러게, 아름다운 꽃은 밟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앞의 남성에게 하는 책망이 아니었다.
" ..꽃을 좋아하시나요?"
이제 모네는 그가 듣든 자리를 뜨든 그러한 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듯 싶었다.
" 순진한 사랑. 꽃말이 그러하다더군요."
순진. 이곳이 가면무도회라면 그녀가 썼을 가면의 이름을 순진이라 붙일텐데. 가느다락 손가락이 제비꽃의 다섯 꽃잎을 스쳐 잎대로 내려가 그대로 힘을 주었다. 우드득. 하는 소리가 제 귓가엔 들리는 듯도 하다.
" 잘 어울리나요?"
꽃받침만 조금 남기고 뜯겨나간 줄기가 덩그러니 바닥에 남았다. 그녀는 꽃을 제 귓가에 꽂았고, 손에서는 약간의 연두빛 진액과 함께 여린 냄새가 난다. 다시보니 참으로 차가운 눈매다. 오늘 뜬 가느다란 달과도 같이 가느다랗게 웃은 모네가 반바퀴 정도 돌아 몸을 기울여 쟁반 위의 와인 한 잔을 집어든다.
" 모네 그레이스라고 한답니다."
상대도 잔을 든다면 잔을 부딪히고 나서, 그렇지 않다면 혼자서 그녀는 와인을 조금 머금을 것이다.
>>48 모네주 안녕하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부디 시트가 들어오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전에 주셨던 좋아하는 색에 대한 질문의 답을 오래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 '아직은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나중에 일상이나 선관을 통해서 특정 순간에 본 색깔이 마음에 남아 그 색을 좋아하게 된 흐름을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서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50 안녕하세요!! 저도 항상 감사합니다 프란츠주! 멋진 일상 즐겁게 관전하고 있습니다!
>>52 늦어서 죄송합니다 모네주... 무명이의 TMI라! 어떤 걸 들려드리면 좋을까요! 마침 겨울이니 겨울에 맞는? TMI를 풀어보자면... 무명이는 추위를 잘 탑니다! 하지만 기동성 등의 이유로 옷의 두께가 얇은 편이기도 하고 인내심이 좋아 추워하는 게 겉으로 크게 티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네의 TMI도 궁금합니다! 풀어주세요!!
>>54 모네 무척 스윗하군요! '모른척' 덮어 준다는 게 너무 귀엽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동안 올려 주셨던 TMI! 전부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지나간 TMI지만 시나몬을 좋아한다는 것을 보고 모네와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느낌의 시나몬이 상냥하면서도 날카로운 성질을 숨기고 있는 모네의 이미지와 무척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모네는 추위를 덜 타는 군요! 역시 자연이 주는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 모네의 강인함! 정말 멋있네요! 그럼 질문을 하나 드려보도록 할까요? 모네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무엇인가요?
모네주 많이 피곤하셨군요...! 오늘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네주! 푹 주무세요! 좋은 꿈 꾸시고 내일 봐요!
침묵을 유지했다. 사형 집행인 가문으로 유명하다면 유명한 가문이었음을 눈치챈 모네는 다른 이들처럼 경멸을 보내지도 멀리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못이 박힌 것마냥 불편하게 박혀 있다.
" 몇 번인가 들어본 가문이네요."
다시금 싱긋 웃는 모네는 그도 마찬가지로 제 가문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까 생각해본다. 화사한 산딸기 같은 막내딸로 상처를 숨겨 꾸며 보낼 순 있겠지만, 어찌 그런 산딸기를 짓무르도록 굴릴 수가 있단 말인가. 상처투성이인 그녀가 제 몸에 붙는 갑옷을 입고 전장으로 향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부터, 심지어 그녀가 공을 세웠단 얘기까지 참 미스테리하게 항간을 들썩였다.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경도 꽤 재밌는 표정을 지었을텐데. 라고 모네는 생각했다.
" 술을 안 하는군요."
가죽 바지에 쉬폰셔츠. 길게 늘어진 은색 목걸이와 가운데 박힌 진주 한알. 그리고 몇개 푸른 단추와 마찬가지로 풀어진 머리카락. 자신이 취한 사람으로 보였던가.
>>73 정말 감사드립니다 캡틴!!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위키가 정말 예쁘고 쓰기 편해서 좋아요!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위키 만드는 법을 좀 알아봐야 겠네요...
>>77 제 눈은 피해가실 수 없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해석이 마음에 드신다면 다행이네요! 혹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질문이 캐해에 도움 되었으면 좋겠네요! 부엉이를 좋아하는 군요! 그럼 전서를 주고 받을 때 사용하는 솔 부엉이에게도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무명이는 모든 동물을 무척 좋아해요! 하다못해 식물이나 정령 같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좋아해요! 그러나 살아온 삶으로 인해 자각하지는 못하고 있을 것 같네요...
>>86 프란츠의 TMI! 프란츠는 전체적으로 호! 라는 느낌 보다 생명에 대한 존중심? 이 있는 느낌인 것 같네요! 소동물에 대해서는 호감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고 말이죠! 프란츠가 생각하는 맹수의 기준은 어떤가요? 늑대나 호랑이 같은 생물이라도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면 귀여운 동물로 여겨주나요?
>>88 ㅋㅋㅋㅋㅋㅋㅋ 세계관을 기준으로 보면 늑대는 강아지라고 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호는 아니지만 존중?하는 느낌인가 보네요! 이것으로 프란츠를 더 알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TMI가 듣고 싶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이 풀어버리면 안될 것 같으니... 이게 마지막 질문이 되겠네요! 소동물 중 가장 좋아하는? 귀여워하는? 동물이 있나요?
저 망설임은 뭐람? 모네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잠시 팔았다. 천천히 흘려보내는 액체는 마치 일정량의 물이 흐르는 계곡처럼 유속을 유지하며 끝까지 모네의 목구멍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처음 술을 마셨던 날을 떠올렸다. 그 짜릿함. 맛 없고 쓴 술은 질색이었는데 세상에는 심지어 달콤한 술도 있었다. 그리고 마시면 현실마저 이상으로 바꾸어주는.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오렌지 초콜릿 케이크 한조각을 포크로 조각조각 내어 입안에 머금고 안주 삼을 때였다.
" 응?"
그녀의 빈 잔으로 프란츠의 가득 찬 잔이 다가와 맹랑한 소리를 내었다. 술, 마실 줄 모르는 것 같았는데.
" ..그건 맛 없어보이는데."
딱 봐도 색이 검은 것이 그녀의 취향과는 멀어 보였다. 인생이 쓴데 왜 쓴 음식을 먹나요.
나 근데 위키 자세하게는 지금 읽어봤는데 우리 캡틴 친절하다. 즐기는 법 읽어봤는데 너무 친절해.. 모네주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전투 한 번 해보고 싶다! 혐관 짜고 혐관캐랑 전투해보고 싶어 ㅋㅋㅋ 휘장 싹 다 털리고 광광 우는 묘사나/휘장 다 털어가고 독기 품는 모습 둘다 재밌을 거 같아
>>96 속이 따듯한 사람이라니 감사해요! 무명이 들으면 분명 기뻐할 것 같네요! 모네에게 솔부엉이는 친구 같은 존재인가 보네요! 솔부엉이도 모네를 닮았을까요? 모네의 말상대라는 말을 듣고 소망이 하나 생겨버렸습니다...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무명의 능력을 통해서 나중에 솔부엉이에게 모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위키 읽어 보면서 캡틴의 필력에 감탄했어요...! 모네의 전투 멋있을 것 같아요!! 꼭 보고 싶네요! 모네가 슬퍼하는 건 너무 마음 아프지만... 하지만 꼭...(?) ㅋㅋㅋㅋㅋㅋㅋ 혐관은 정말 대부분의 상판인들의 로망 같은 것 같아요! 훌륭한 서사의 혐관... 애증... 그런 것들 한 번쯤 꼭 해보고 싶네요!
모네는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손을 거뒀다. 그저 술이 좀 쓸테니 옆의 하고 많은 디저트 중 하나를 무작위로 집어 건넨 것 뿐인데. 감사하다는 정중한 인사를 들을 줄이야. 쓴 건 질색인 자신의 기준일 뿐이고 앞의 신사는 쓴 맛을 즐길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건넨 것도 하필이면 라즈베리 파운드였다. 재료가 1 파운드씩 들어가서 파운드랬지. 이런 자그맣고 매혹적인 디저트를 만드는 이의 손이 탐났다.
" 괜찮죠?"
묵직한 파운드 위로는 라즈베리 글레이즈가 듬뿍 올라가져 있었고 그 위에는 라즈베리 크런치가 장식돼 있다. 보기 좋은 연분홍색이 화룡정점이다.
" 아뇨. 잘 몰라요. 그치만 좋아해요."
안그래도 느렸던 모네의 말투가 더욱 느려져 나른하게 입에 달라붙는다.
" 그래도 이곳에서 당신의 이름을 알아가니 무수확은 아니네요."
술을 마셨기에 낯간지러운 말도 제법 뱉어본다. 새로운 사람을 아는 것은 언제나 머리아프고 또 골치아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가치가 있다.
" 혹시, 술은 처음이신가요?"
#프란츠 왜 술 마시면 귀여워지는데 ㅋㅋㅋㅋㅋ 답레 빨리 쓰려고 키보드 가져왔다. 난 무적이야.
>>128 시트 세 개와 멀티 ×3!! 엄청 탐나네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ㄷ; 역시 제가 네 명이 되어야만...!
>>129 감사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피곤하실텐데 선레까지 괜찮으신가요...? ;ㄷ; 어려우시다면 제가 써도 괜찮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저는 변경백님과 만날 수 있다면 뭐든 좋습니다! ^ㄷ^ 상황도 그렇고, 무명이나 루니아 중 캡틴께서 만나고 싶은 쪽으로 편하게 골라주세요!
그것은 흰 깃털을 두른 용과 다르지 않았다. 흰 눈이 쌓인것과 같은 색의 덥수룩한 머리, 새하얀 피부. 그것은 명백하게 기도회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얀 셔츠 위로 거칠게 묶인 넥타이. 새하얀 코트위로, 마수의 털이 분명한 백색의 망토까지. 흰 바지 아래로는 크램폰이 달린 흰 부츠. 어느것 하나 티끌만큼의 얼룩도 없어, 일순 눈이 쌓인 것일까 착각할정도였으나, 사내의 샛노란 달과 같은 눈동자가 그것이 눈더미도, 마수도 아닌 사내임을 명백히 증명했다.
디마르크 폰 알덴나리히. 극동의 땅, 제국의 북부 영토인 설국을 다스리는 알덴나리히 가문의 가주. 그는 지금 이곳, 황궁에서조차 북부의 예법대로 행동하고 있으니, 어찌 이리도 불경할수가 있을까. 오래전부터 북부에서는, 새하얀 색의 옷은 고귀한 전사의 색이자 상징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눈 속에서 자신을 지켜줄 부적이었고, 결단코 더럽혀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었다. 부츠에 달린, 눈길을 더 쉽게 걷기 위한 크램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것 하나 이곳 황궁에는 어울리지 않았으나, 본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이곳 황궁이 아니라는것 쯤은 알고 있다는듯, 사내는 개의치 않고 북부의 예법대로, 손으로 육포를 집어 천천히 먹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변경백께서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테메르 병입니다. 황태자께서는 아직 두 살도 안되셨는데, 투표라니요. 기껏 이뤄낸 황금의 시대를 버리고 전란의 시대로 돌아가자는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욕심. 그 욕심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습니다. 본디 황태자께서 물려받으셔야 할 왕관을 맡아놓는다? 그럴 수 있는 인간도 있겠지요. 허나 선한 이는 너무도 적습니다.]
긴 이야기를 얼마나 들은 것일까. 질릴대로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
"이 이상 들어주는것도 지치는군. 나의 사명은 설국을 다스리는 것. 그대들의 문제는 그대들이 알아서 해결하시오."
완전히 지쳤다는듯, 그는 손을 내밀어 이야기를 일축시켰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혼자가 된 그는 털썩, 자리에 앉아 비어버린 와인잔을 든 채로 눈가를 꾹꾹 눌렀다.
모네는 사뿐사뿐 제자리 걸음을 했다. 둔탁한 단화소리가 듣기 좋았다. 여기가 무도회장이라면 그녀는 춤이라도 췄으리라. 그래. 신은 요리하는 손 대신 춤출 줄 아는 발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 자, 그럼 슬슬 실례해야겠네요."
그녀는 바람이 덥게 느껴지는 것을 느꼈고, 한참 경비를 서고 있을 제 동료들도 보고싶었다. 밤바람을 쐬고 다시 기도회로 돌아올 수도 있겠고 그대로 거처로 향할지도 모르지. 둘의 대화가 이쯤 마무리 될 것을 직감하며 드레스자락 대신 로브를 끌어당겨 숙녀의 과장된 인사를 흉내냈다.
" 당신의 밤이 평온하기를."
그녀는 제게 꽂혀있던 제비꽃을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옮겨와 프란츠의 잔 속으로 떨군 후 바람처럼 기도회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정원 한 구석에 꼿꼿한 자세로 서서 대기하는 메이드는 잘 교육받은 듯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보다 조용한 숨소리, 공손히 모인 두 손, 장식품처럼 미동 없는 자세 모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거슬림이 없었다. 빈 그릇과 잔이 나오면 눈치껏 자리에서 벗어나 테이블을 치워 정원 밖으로 나르고, 일을 마치면 다시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서 대기했으며 새로 나온 음식을 들고 빈 테이블을 채우거나 와인을 나르기를 반복했다. 피로를 모르는 듯, 여자는 일하는 내내 모든 움직임의 속도가 매우 일정했다.
[ 저기... 루니아, 그, 이것 좀 대신 가져가 줄래? 저분께 드려. 나는... 그게, 급하게 어디 좀 가야 해서... ]
루니아라 이름 불린 메이드는 빈 잔을 치우기를 멈추고 보라색 눈동자를 돌려 곁에 다가온 동료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말을 건 갈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눈치였다. 두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누군가를 살피듯 본인의 등 뒤를 힐끔 돌아보기도 했다. 입구가 개봉된 와인병을 잡은 두 손은 힘이 가득 들어가 미세하게 떨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한창 모두의 신경이 곤두선 이 시기에는 간혹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던데, 아마 지금이 그 직전인 것 같았다. 루니아는 대답 없이 상대를 살피다가 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와인병 대신 떨리는 손을 덮어 가려주며 입을 열었다.
"다녀오세요."
무슨 일이 있을지 뻔히 알면서도 넘어가는 이유가 동료를 위한 사랑과 친절 때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귀찮은 일을 대신 떠맡는 이유는... 그저 맞닿은 손이 겨울 공기보다 차갑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대답이 돌아오자 흠칫 놀라더니 곧 그녀에게 던지듯 와인을 맡기고 황급히 정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뒷모습을 오래 눈에 담던 루니아는 소녀가 완전히 밖으로 빠져나가고 난 뒤가 되어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 길지 않은 그녀의 걸음이 멈춘 곳은 온통 새하얀 색으로 가득한 변경백의 자리였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변경백에게 인사를 올렸다.
"실례하겠습니다."
겨울. 루니아가 그를 마주하자마자 떠올린 날것의 단어였다. 과거 용병의 몸으로 떠돌던 날, 단 한번 밟아본 북부의 땅. 대지를 감싼 냉기와 세차게 내리던 눈은 그녀가 견디기에 유독 혹독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 순결한 백색과 온 땅에 내려앉은 눈의 포용력은 가히 아름답다고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루니아는 마주한 이 남자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사를 마치고 고개를 든 그녀는 가만히 그의 빈 잔을 바라보았다.
"잔을 채워드리겠습니다."
투명한 잔이 붉은 와인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속에 녹아든 불순물도 분명 잔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루니아는 평소보다 느리게 와인을 따랐다. 문득 동료들이 나누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봄이 오면 눈이 녹는다고 하던가. 북부의 겨울은 이런 불순물 같은 봄이 찾아온다고 스러질 가벼운 것이 아니겠지만, 그녀는 되도록 모두가 이 기도회를 불편함과 걱정 없이 편히 즐기기를 바랐다. 그리고 루니아의 이 생각은 피곤함이 가득해 보이는 변경백에게도 빠짐없이 해당되는 것이었다.
"...봄을 가져오는 와인입니다. 부디 올바른 온기만이 겨울에 닿기를."
// 어느 방향이 좋을까 이리 저리 쓰며 고민하다가 이제야 올립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캡틴...!! ;ㄷ; 혹시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는 눈가를 꾹꾹 누르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다. 북부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검은색의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눈을 어지러이 가리는, 커튼, 밤의 장막을 닮은 앞머리 사이로 흘긋 보이는 보라색의 눈동자는 특이한 것이라. 시선을 흘깃 주고는 음, 하는 소리를 내면서 텅 비어버린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겨울, 흰 깃털을 두른 용, 마수 같은 단어들로 자신을 칭한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자신은 이방인이었다. 그래, 물론 선대 폐하께서는 위대한 분이셨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숱하게 무용담을 들어왔다. 한명의 전사로써, 그의 후예로써, 알덴나리히 가의 가주로써. 선제 폐하 어퍼몬트 1세 께서는 그 두려운 전란의 시대를 끝냈고, 옳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 자신의 힘이 닿지 않는, 이 설국을 나의 선조께 다스리라 명하셨다. 그렇기에 나는 제국에 충성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제국에 충성하는것이 아닌, 설국을 다스리는 것. 주군의 의중을 파악하여 마음대로 움직이는것이 아닌, 주군의 명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 제국의 황금기가 무너지고 왕관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황궁 내부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할 문제였다. 웃기지 않은가. 만약의 이야기지만, 자신이 설국 내부의 문제를 들고 찾아와 도와달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정도의 치욕이리라.
황제 폐하시여. 우리의 선조는 훌륭하게 지켜내고, 밭을 일구어 왔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나 역시 숱하게 많은 마수들을 베었고 공명정대한 법의 이름 아래 죄인들을 베어왔다. 민생의 안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겠지요. 내가 설령 병에 걸려 침상 위에서 천천히 죽어갈 뿐이라도, 당신의 개입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일구어 놓은 미래를 믿을 뿐입니다. 짙게 숨을 내뱉으며, 그는 비어버린 잔이 천천히 붉은 와인으로 차오르는것을 바라보았다. 느릿하게 차오르는 와인을 바라보다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올바른 온기라."
"그럴 수 있으면 좋겠군. 설국에는 그런것들이 필요하네. 불쏘시개같은, 젖은 나뭇가지로 피워낸 금방 꺼질 불."
"장작이 없어, 쪄내지도 못한 채 품에 안은 서걱거리는 감자."
"내리치는 눈 속에서, 신의 곁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더위를 느끼게 해주는 그 온기가 아닌..."
"마른 장작으로 피워올린 불. 사슴 따위의 고기를 넣어 푹 끓인 스튜. 머리를 쓰다듬고, 아이의 입에 묻은 음식을 닦아주는 손의 온기."
그는 어느덧 다 채워진 와인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어, 한모금 짙게 삼켰다. 따스함과 함께, 옅은 단맛이 감돈다. 조금은 사치스러우나 뿌리 뽑아야 할 향락은 아니었다. 저 밑의 백성들도 이 시간에는 술과 함께 밥을 먹고 배를 채우며 단잠을 자고 있으리라. 이곳에서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 아늑한 휴식의 시기이리라. 그러나, 그와 설국의 백성들에게는 아니었다. 이 날,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내리치는 눈보라 속에서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와인을 삼킬 수가 없었다. 오랜 마음의 병이었다.
"그런 올바른 온기가... 이 겨울에 닿았으면 좋겠군."
지긋이 눈을 감았다 뜬 뒤에, 그는 손으로 다시금 육포를 입에 넣어, 몇번 씹고는 삼켰다.
저야말로 늦어서 죄송합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잠에 들어버렸네요... 느긋하게 이어도 괜찮으니까, 시간은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편하게 이어주세요. 그리고 무명이의 정체를 간파했다~ 라는 느낌으로 돌리면 좀더 세계관을 이해하기 쉽지 않으실까 싶어서 그쪽 방향으로 진행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MPC 띄워주기가 아닐까? 하고 조금 마음에 걸려서요. 기존 공지처럼 조언자 느낌으로 이것저것 질문하고 대답하고 해볼까 싶기도 한데, 어디까지나 강요가 아닌 질문이니까 편하게 이어주시면 좋을것같아요.
>>142 >>148 칭찬 감사합니다 😊 모네도 정말 예뻐요~ 프란츠 발치의 꽃이 밟힐까 정중히 요청하는 등, 꽃을 소중히 하면서도 망설임없이 꺾어 장식하는 대비되는 면모가 좋네요. 돼지고기 파티 🤔 사비를 준비해서 열어야만...(안됨)
모네주랑 프란츠주 일상 수고하셨어요. 즐겁게 관전했습니다!
다들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만 견디면 내일은 즐거운 금요일이니까 화이팅해봐요! 😊 그리고 별개로 좀더 높은 화력을 위해서 간간이 주말쯤엔 미니 이벤트(명예의 휘장X, 즐김 용) 같은걸 진행해볼까 하는데 이것저것 해보고 싶으신게 있으면 언제든 의견 남겨주세요.
단정히 바닥을 향해 내리깔려 있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그에게 고정된다. 와인병을 받쳐든 두 손과, 적당한 거리에 선 채 살짝 숙여진 고개는 모두 황궁 예법의 좋은 표본이었으나, 앞머리 너머 상대를 향한 그 시선은 매우 불경스러운 것이었다. 루니아는 남자의 말을 경청하던 것을 멈추고 그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상대를 살피기 시작했다. 암부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극히 적다. 사실 그 정도라면 없다고 보는 쪽이 더 옳다. 변경백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동향은 일개 메이드에게 쓰기에는 지나치게 무거운 단어였다. 메이드보다는 꼭, 궁 안에 심어둔 그림자에게나 쓸법한...
"...저희가 어떻게 감히 높으신 분들의 뜻을 헤아리겠습니까."
따르기를 멈춘 와인을 대신하듯 그녀의 입에서 첫 번째로 흘러나온 대답은 나름 무난한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받았던 가르침 중에도 암부의 존재를 아는 외부인의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상대가 암부와 관련된 인물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질문 하나에 섣불리 티를 내거나 정보를 흘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남자의 황금색 눈동자를 마주하려던 보랏빛 눈동자는 어느새 다시 공손하게 바닥을 향해 있었다. 한층 더 숙여지는 고개 역시 의심할 여지없이 단정했다. 누가 보아도 사냥개라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뒤이어 꺼내놓은 대답 역시 막힘이 없었다.
"그저 폐하께서 병을 이겨내시기를 한마음으로 바랄 뿐입니다."
나름 그녀는 보고 들은 진실만으로 대답했다. 아직 폐하의 명령이 내려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용인들은 폐하의 건강과 다가올 변화만을 걱정할 뿐이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탐이 나는 물건이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물건은 두려움만 불러일으킨다. 발 밑에서 황실을 섬기는 사용인들처럼 이렇다 할만한 무력도, 자격도 가지지 못한 낮은 이들에게는 멀리 있는 왕관보다 그저 눈앞에 놓인 오늘의 평화가 끝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기사님들의 상황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은 부족한 식견이지만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값싼 도발이다. 그러나 아는 이에게는 대화의 도화선이, 모르는 이에게는 그저 무지한 자가 가벼운 입으로 놀린 경솔한 말이 되어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양쪽 모두 화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명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좀 더 깊게 고개를 숙였다.
>>159 아닙니다 캡틴! 저도 이후 잠들어 버려서... ;ㄷ; 정말 감사합니다 캡틴... 캡틴께서도 부디 느긋하고 편하게 이어주세요! 저는 좋습니다!! 전혀 띄워주기라고 느껴지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오히려 제가 무명이를 너무 주인공처럼 묘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디마르크가 무명을 알고 있는 쪽이 저도 무척 즐거울 것 같아서 이런 부분은 캡틴께서 설정해 주시면 따라가겠습니다! ^ㄷ^
캡틴도 오늘 하루 화이팅 하세요!! 미니 이벤트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이벤트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생각 나는 게 있으면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긴 말에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으면서, 동향이라는 말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시선이 자신에게로 고정된다. 그녀를 가만히 응시하면서, 그는 가득 찬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참으로 불경스러운 시선이었다. 자신을 이런 눈으로 바라보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흉포하기로 이름난 북부의 오거도, 사이클롭스 따위도 자신을 보면 으레 겁을 먹은것을 숨기기 마련이었다. 자신이 신뢰하는 북부의 전사들도, 대련에서조차 자신을 향한 일말의 두려움을 숨길 수 없었다.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고조된다. 그에 맞추어 기도문이 조금 큰 목소리로 읊어졌고, 사람들의 대화소리도... 조금은 높아졌다. 그는 사냥감을 쫓듯 눈동자를 천천히 굴려, 고개를 돌리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다시금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시켰다.
"지금이라면 누구도 우리의 대화를 듣지 않을테지. 집중하는 이도 없어보이고."
이어지는 무난한 대답. 다시금 공손하게 바닥을 향하는 시선. 그러면서도 이어지는 수수께끼 풀이같은 말. 자신은 이러한 문답이 좋았다. 무릇 진정한 전사라면 칼을 휘두르는것 뿐만 아니라 지혜로워야했다. 칼을 휘두르는 그 끝에 무엇이 있으랴. 그저 휘두름은 내리치는 눈보라와 같았다. 그것에는 목적도 의미도 없었다. 자신이 어떻게 칼을 휘두를 지, 그 칼을 휘둘러 무엇을 지킬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어떠한 신념을 칼 끝에 벼릴 것인지. 우리는 알아야 했다.
"만물에는 그 향이 담겨 있으니, 농사를 짓는 이에게서는 흙냄새가, 여관 주인에게서는 비누 냄새가, 상인에게서는 금속의 냄새가."
"그리고 단련된 전사에게는 쇠붙이의 냄새가 나는 법이고, 사람을 무수히 죽인 이에게서는 지울 수 없는 피냄새가 배는 법이지."
설령 그 비릿한 피냄새를 감춘다고 하더라도. 그는 손을 들어 와인을 한 모금 삼켰다. 옅은 단맛 뒤로 코를 간질이듯 포도와 함께 나무의 냄새가 일렁인다. 이렇듯 그 본질은 숨길 수 없음이라.
그 보랏빛 눈을 기억한다. 그리 말하듯 그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북부 뿐만 아니라, 제국을 통틀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색이었다. 허나 그것 말고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차고 넘쳤다. 두려움. 본질적인 하급자이자, 피식자로써의 두려움. 그녀의 눈에서는 그것을 엿볼 수 없었다. 메이드라 함은 약하고 가녀린 존재였다. 물론, 황궁의 메이드이기에 귀족으로 태어난 이들이 대다수였으나. 메이드라 함은 거의 평민에 가까운 6녀, 7녀거나, 이곳을 교양 수업 쯤으로 여기고 더 좋은 조건으로 정략결혼을 하기 위한 말 정도였다. 눈 밖에 난다면 살해, 암살처럼 흉흉한 일에 휘말리지 않더라도, 언제든 내쳐질 수 있는, 그런 가녀린 백성과 같은 존재였다. 누구나 목의 가죽 너머로 칼날이 박힌다면 죽는다. 실체가 있다는 것은 무릇 벨 수 있음을 뜻하니. 네가 여전히 용병이라면 아무 문제 없으나, 신분을 숨긴 암살자라면 숨길 수 없는 피냄새를 누르고 두려움을 그 눈동자 안에 박아넣는 방법을 배워야 하리라. 그렇지 않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칼날이 향하는 것은 자신의 목 가죽 뒤편이리라.
"누구나 아는 대답을 듣고자 물은 게 아니다. 네가 속한 곳이 개들의 무리임은 알고 있으나, 구태여 물어봐야겠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저 명령만을 따를테냐. 그 이빨을 드러낼 상대를 이미 정했느냐."
>>163 저도 감사합니다. 열심히 이어봤는데 마음에 드시면 좋겠네요. 언제 어떻게 만났다고 하는게 좋을까... 이리저리 생각해봤는데 잘 생각나지 않아서, 무명주에게 맡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은, 무명이가 설국의 땅을 단 한번 밟아본 적이 있다고 하셨으니, 그 보고를 들어서 기억했던 방향으로 가도 좋을것 같네요~
프란츠주 말씀대로 신입 분들에 예약까지... 어장을 닫아야 하나 고민했던게 엊그제같은데 감회가 새롭네요 🥲 맞아, 언제든 질문이나 기타 이벤트 의견 수렴중이니까요~ 말씀하기 어렵거나 한 거는 적극적으로 웹박수 이용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곳에 집중하는 이가 없다는 말이 사냥개를 향한 신호임을 알아챈 무명은 이번에도 대답 없이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가장 첫번째 가르침 때문이었다. '입에는 자물쇠가, 귀에는 열쇠가 있어야 한다'. 먹이를 물어오는 개라면 시끄럽게 짖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명령과 사냥감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던 그 말. 그 때문인지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말을 아끼는 버릇이 있었다. 제국의 이방인이자 왕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선 자. 황제의 자리에 충성도, 욕심도 없는 이가 암부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건 지금껏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네."
그녀에게서 형식적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피냄새. 마치 당신에게서 겨울의 향기가 나는 것처럼 말입니까. 그녀는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무명 역시 모를 수 없었다. 손에 밴 쇠붙이의 냄새와 몸에 밴 피냄새는 루니아가 뿌리는 싸구려 향수로 잠시 덮어 가릴 수는 있겠지만, 몸에 새겨진 낙인처럼 지울 수는 없었다. 수많은 곳을 떠돌고 수많은 일을 해 보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눈앞의 사내처럼 겨울의 향기도, 흙이나 비누의 향기도 아닌 악취뿐이었다.
"가르침에 감사드립... 니다."
아직도 용병 시절의 버릇을 완벽히 버리지 못해 감정을 연기하는 일이 익숙지가 않았다. 잊어 알지 못하는 것을 모방할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래를 응시하려던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금 정면을 향했다. 황금빛 눈동자와 마주치자 일순 말이 멈춘 것은 잊혀 가던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었다. 용병. 아버지에게 거두어진 이후로 타인의 입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부름은 이제 그녀의 귀에 낯설게 들릴 지경이었다. 설마 그가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앞서간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북부의 늑대들과 함께 마물을 잡으며 설원을 지나던 중 마주했던, 이 황금색의 두 눈동자.
"저는..."
막힘없이 떠들던 입이 단 하나의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신분을 아는 이의 질문이니 말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삶을 통틀어 남은 것도 없고, 받은 명령조차 없으니 달리 물어뜯을 사냥감도 없었다. 황실의 개가 되었으니 가르침대로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할 뿐이었다. 그저,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목걸이뿐일 것이다. 무명은 손을 들어 옷 너머로 목걸이를 덮어 그 형태를 되짚었다.
"개가 주인을 따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고 가르침 받았습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언제나 마음에 들다 못해 캡틴의 필력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 답레도 캡틴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디마르크와 무명이 어떤 식으로 만나야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보라색 눈을 기억한다는 내용과 캡틴께서 말씀해 주신 보고를 듣게 되었다는 말에서 무명의 능력을 연관 지으면 어떨까 했습니다! 북부의 땅을 밟은 무명이 늑대들과 함께 다니던 모습이 디마르크에게 보고되었고, 그 모습을 마주한 적이 있는, 그런 보기 드문 일을 겪으면 한 번의 만남이라도 강하게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혹시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국의 북부, 그 광활한 대지 위를 살아가는 전사. 디마르크 폰 알덴나리히가 암부의 존재를 알고 있는것은 실로 특이한 일이면서도,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의 방식이 전사와는 동떨어진 것 역시 아니었다. 제국은 드넓다. 오래 전, 전란의 시대 때 수많은 왕국들로 분열해있던 이 대지가, 신의 축복을 받은 온 대륙이 하나된 제국이기에, 현명한 황제 폐하께서는 그의 선조에게 설국을 일임하셨다. 새하얀 눈 사이로, 내리치는 눈보라 사이로, 얼어버린 빙판 사이로 적이 숨어 그 힘을 키운다면, 찾기 어려우리라. 그 위협이 설국을 향할때야 알아채서는 너무도 늦었다. 그렇기에 그는 기꺼이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로 했다. 수 많은 피를 뒤집어 썼으나, 그것은 긍지와 명예, 그리고 사명이라는 향으로 가릴 수 있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비열한 피를 뒤집어 쓰게 되더라도, 실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눈 위를 걷는 추적자들. '하얀 등불'. 그들은 드넓은 제국의 땅 곳곳으로 향해 정보를 모았다. 닮지 않았는가? 황궁과 암부, 변경백과 하얀 등불.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그의 무력과 권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오래 전. 어퍼몬트 2세가 직접, 그에게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영지 내부의 생활, 자금 운용, 소탕한 범죄자들, 법의 심판 등... 그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황제께서는 그에게 직접 이르셨다. 적어도 이 자와 나의 사이에서는 서로의 칼날이 서로를 향하는 일이 없을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질이었다. 동시에 닮은 이들 끼리의 합리적인 판단이리라. 제국에서 북부로 도망친 범죄자가 있다. 난동을 부리던 마수들을 모아 힘을 키우기 위해 북부로 향하는 마수가 있다. 북부에서 사람을 죽이고 전사로써의 명예와 긍지를 모두 버린 채 제국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루어지는, 합리적인 정보 교환. 그는 그렇게 암부의 존재 역시 알게 되었으며, 자신의 인재 중 몇몇을 암부로 보낸 적도 있었다.
"가르침이라."
형식적인 대답 뒤에 이어지는것은 다시금 수수께끼같은 말이었다. 두려움 없으나, 일말의 온기는 있음이라. 누군가가 말했던것 처럼, 온기가 남은 바싹 마른 장작과도 같구나. 타들어가버린 통나무, 재가 되어 스러지는. 그렇기에 따스하고, 그렇기에 두려움 없다. 그녀가 어째서 암부로써 살아가는지는, 제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래, 이제야 제대로 기억이 났다. 그 때와 같았다. 설국, 광활한 그 하얀 대지 위로. 마른 나무들과 무릎까지 박히는 눈들이 펼쳐진 그 초원에서, 너는 늑대와 함께 있었다. 목이 타들어간다. 와인을 한 모금 더 삼키고 깊게 숨을 내뱉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택권을 부여받는다."
"죽을 것이냐. 죽일 것이냐."
"행동하느냐. 행동하지 않느냐."
손을 뻗어 접시 위의 마지막 육포를 입에 넣어, 천천히 씹어 삼키고는.
"늑대로 남느냐. 가축으로 전락하느냐."
"그렇지 않은가."
노랫소리가 천천히 줄어든다. 자그마한 박수소리가 이어지고, 그는 김이 샜다는 듯 마지막 남은 와인을 입 안에 전부 털어넣어 삼켰다.
"죽은 채로 남지 마라. 선택해서 살아가는거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든 영원한 안식의 때가 오리라. 그러니 발버둥쳐라, 메이드여."
"그것이 나와 황제 폐하의 뜻이리라."
분명히, 그럴것이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우리는 언젠가 신의 곁으로 떠나 영원한 안식을 누리리라. 그러니 발버둥치는것이다. 황제 폐하께서도 제국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 왕관을 바닥에 던지셨다. 이 정도 위기로 끝날 황금의 시대라면 필요 없다는 것이겠지. 건강을 관리하는것, 천수를 누리는 것, 그리고 자식을 낳고 가르쳐 안정적으로 황위를 물려주어, 올바른 통치자로써 이 제국 위에 군림하는 것. 그것까지 전부 자신의 일이니 병에 걸려 침대 위에서 무력하게 죽어갈 뿐인 지금의 일은, 전부 자신의 부덕이리라. 필히 그렇게 생각하시겠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짧다. 다음 세대로 의지를 넘기며 우리는 역사 위에 이름을 남긴다. 나 역시도 그렇다. 황제 폐하의 결정을 믿고 따른다. 나의 충성은 설국을 향하니,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자신은 이방인이었다.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선택이다. 그대의 선택은 어떤가. 미래를 비추는 한줄기의 빛이 보이는가. 그는 다시금 가만히 그녀의 보랏빛 눈을 들여다보았다.
갱신하겠습니다.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 찾아오네요! 다들 화이팅입니다. 오늘 밤, 자정 쯤에 해서 간단하게 이벤트 열어볼까 싶기도 한데... 되도록 많은 분들이 관계 쌓아나가시면서 잡담하거나, 어장을 불태울만한 주제를 고민중입니다. 의견도 여전히 수렴 중이니 편하게 말씀 주세요.
모두 좋은 아침이에요. 그동안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반가워요.. 😊 이벤트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는 아쉽게도 떠오르지 않지만요. 위키는 주말에 만들어 둘게요. 참, 새로 오신 분들 중에 하겔과 선관하고 싶으신 분들은 찔러주세요. 확인이 늦을 수 있지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볼게요...
동해안을 따라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본 것 같아요. 그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우산 챙기시고, 주말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하세요! 캡틴, 하겔주, 모네주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위키는 빨리 작성법을 배워서 무명이 시트를 옮겨둘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날씨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겔주!! 덕분에 오늘 날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ㄷ^ 저는 일이 있어서 저녁이 되어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금요일 화이팅 하세요!!
프란츠주 반갑습니다 😊 참, 이래저래 생각해봤는데 저희도 로그 시스템을 도입해볼까 생각중이에요. 화력을 높이기 위해선 역시 일상으로 관계를 쌓아가고, 그걸 바탕으로 다들 친해져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하는게 중요하지 싶거든요. 간단하게 선레를 올려놓는다... 같은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은데, 어떠세요? 길이에 구애 받지 않고 짧게 주고받을수도 있다는게 장점인것 같기도 해서요.
고맙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4개월 안에 100판까지 섭렵하고 엔딩을 내고 싶다, 라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어요. 물론 저의 욕심과는 별개로 플레이어 분들이 얼마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어장을 제공해드리느냐... 가 관건이지만요. 저로써는 가개장~첫 겨울 기간동안 느긋하게 즐기시다가... 첫번째 진행 이후부터 조금 더 활력이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가슴이 뛰는건 꽤 오랜만이네요!
폐쇄적인 암부의 환경에 따라 알고 있는 동료도, 그런 동료들과의 교류도 적었던 그녀는 설령 북부에서 온 사람을 본 적이 있을지언정 이들이 변경백이 보낸 인재일 줄은 알지 못했다. 자연히 변경백이 어떤 경로로 암부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지도 그녀는 짐작할 수 없었다. 황실에 대해 가르침 받은 것이 그동안 받아온 훈련과 황제, 명령, 순종뿐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무명은 이번에도 자신의 의문을 앞세워 궁금증을 채우려 입을 열기보다 침묵하고 경청하기를 택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노래가 잦아드는 동안 내내 조용하더니 박수소리에 섞여 나온 목소리는 의외로 투박하면서도 순순한 납득이었다. 늑대와 가축의 차이는 명확하다. 무명은 그가 술을 입 안에 털어 넣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나 생각해 보았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작은 떠돌이는 뿌리 뽑힌 나무가 태풍에 휩쓸리듯 온 땅을 헤매었다.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 끝으로, 서쪽에 도착했다면 그다음은 북쪽으로, 그곳에도 도착하면 이번에는 저 멀리 남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발붙일 곳 없는 무명이 가장 처음 선택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었다. 제 손이 더러워져도, 발이 깊은 늪에 잠겨 들어가도 상관하지 않으려 애썼다. 죽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유롭게 말하고 걸어 다닐 수 있기 이전의 기억이 없는 무명은 붉은색으로 수 놓인 장미 덤불의 속삭임이 능력을 깨닫는 첫 계기였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며 식물에 이어 동물, 정령 등 다양한 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화할 수 있음을 깨달은 후로는 그들과 조금씩 부탁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천천히 그들의 방식을 익히며 마침내 계약하는 법 마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을 즈음엔 자신의 앞가림은 할 줄 알게 되었다. 한 번 살아남으니 그 후로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있었고, 그녀가 보게 된 것은 타인의 고통이었다. 무명은 지금까지 얻어온 것들로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용병이 되어 다시 온 땅을 떠돌고, 아버지를 만나고, 이곳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살고자 발버둥 치며 앞으로 나아갔으나 결국 그녀는 이곳에 걸음이 멈춰버렸다.
"명심하겠습니다."
그것이 뜻이라면 마땅히 섬기리라. 그녀는 변경백에게서 무척 유익한 이야기를 들었으나 의외로 돌아온 것은 짧은 대답과 담백한 표정뿐이었다. 무명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는 것으로 황제 폐하의 뜻에 대한 충성을 보였다. 이제 무명은 멈춰있던 발을 움직여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잠시 뒤 고개를 들어 다시 그를 마주한 보라색 눈에는 변경백의 말에 대한 감사와 그의 뜻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겨울의 눈은 만물에게 공평하다는 것을 압니다."
온 땅을 덮는 새하얀 눈. 모든 것을 차별 없이 덮어 가리는 그것은 그녀마저 피하지 않고 온기를 나누어 주었다. 무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조언자는 그 누구보다 공평하다는 뜻도 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변경백 님의 자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대화가 마무리될 때임을 직감하고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와인병을 한쪽 손으로 옮겨 들고 팔로 감싸 품에 기대어 고정한 뒤, 어색하지만 정확한 자세로 북부의 예를 흉내 냈다. 어깨너머로 배운 탓에 정식이 아닌 약식이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변경백을 향한 무명의 인사였다.
//슬슬 막레 타이밍인 것 같아 막레 느낌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텀이 너무 길어서 캡틴을 너무 오래 잡아 두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ㄷ; 캡틴께서 이벤트 준비도 그렇고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제 레스를 막레로 해주셔도 괜찮아요!
일반적인 일상처럼 한 캐릭터가 자신이 들어간 상황을 [선록]으로 제시하면서 시작하지만, 일반적인 일상과 달리, 로그를 주고 받을 상대를 별도로 구하지 않습니다.
[선록]이 제시되면, 다른 캐릭터들은 ‘누구나’, ‘아무 때나’, ‘앵커를 걸어서’ 해당 선록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반응의 내용은 반드시 선록과 같은 시간, 공간을 공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당 선록에 대한 반응이라면 어떤 내용이라도 좋습니다. 이렇게 반응한 레스를 [답록]이라고 부릅니다.
[선록]을 작성한 캐릭터는 [답록]에 [답록]으로 반응할 수 있고, 그렇게 달린 [답록]에 상대 참치는 다시 [답록]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어느 쪽도 의무적으로 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여자들은 언제든지 [로그]를 끝낼 수 있으며, 이것은 참치끼리 서로 양해를 구하거나 따로 알려주는 행위를 요하지 않습니다.
캐릭터끼리의 접점을 보다 넓히기 위한 짧은 1 대 多일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본 시스템은 [우마무스메 앵시어스 웨이브]의 인시던트 앤 콜, [신세계 아야카미] 의 영향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외무 커뮤의 ‘로그’와는 명칭을 빌려온 것 외에는 아무런 관련성도 없습니다.
<<규칙>>
[선록]을 제시할 때는 나메에 로그임을 같이 명시할 것.
[답록]을 제시할 때도 나메에 로그임을 같이 명시할 것.
[선록]을 제시할 때는 >>0을 포함할 것.
[답록]을 제시할 때는 앵커를 명확하게 할 것.
가개장 미니 이벤트 : [파견]
황궁이 혼란스러운 지금도, 여전히 가디언즈는 바쁩니다. 누군가는 기사단장으로써 서류를 처리해야 하고, 누군가는 암부로써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황궁의 경비를 서거나, 신임 기사들의 지도를 해주거나... 허나 여기서 끝이 아니죠. 그렇습니다, 가디언즈로써 아주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파견] 을 나가기도 해야합니다.
본디 가디언즈는 황궁을 지키는 명예로운 최상위 기사로써, 황궁을 지키는것이 일반적이나... 일반적인 모험가들, 용병들, 그리고 기사들이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이 생길 경우 가디언즈들이 파견을 나가, 문제를 해결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종종 기사들도 숨을 돌려야 할 때가 있단것을 알기에... 잠깐의 휴식 정도는 눈 감아주는 문화가 자리잡았지요. 문제만 해결한다면, 잠시 마을에서 따스한 밥을 먹거나, 달콤한 과자를 먹거나, 기분 전환겸 산책을 하거나, 조용하고 로맨틱한 밀회를 가져도 좋습니다. 허나,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동료들이 슬쩍, 자신의 일을 얹을지도 모르죠.
[파견 상황을 통해 황궁 외부에서도 일상이 가능합니다. 해당 이벤트는 2월 8일까지 진행하며, 로그 시스템과 함께 적극적으로 일상을 돌려보세요.]
슬라임. 대자연의 청소부와 같은 대다수가 무해한 마물.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기에 초원에서 동물, 마물의 사체를 먹으며 살아가는 야생 슬라임 부류, 거리에서 쓰레기, 오물, 하수 등을 먹으며 살아가거나,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가축 슬라임 부류, 그리고 강산, 불, 고압수 등을 내뿜는 마수 슬라임 부류로 나뉘어지는 생명체. 그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것일까? 학계에서 진지하게 자연 발생설을 논의한적이 있을 만큼, 그들의 생태는 신비롭다. 그렇기에 한심한 사기성 광고 편지들을 “슬라임 스캐빈저“ 편지라고 부르는것도 특이한 일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지금...
익명의 시민 A씨 : “집의 편지함이 꽉 차있길래 대체 무슨일인가 싶어서 보니까, ‘그거아시나요? 레몬에는 자그마치 레몬 한개 분량의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라던지 ‘이행운의편지는제국의수도조디나에서시작되어...’ 라던지, 쓰레기 같은 편지만 꽉 차있지 뭐에요. 근데, 이 행운의 편지 진짜인가요?”
익명의 편지배달부 A씨 : “아니, 편지 배달 일이 잔뜩이길래 처음에는 좋았죠. 돈을 더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웬 쓰레기같은 내용들만 잔뜩이라... 편지를 배달해주고 욕을 먹기는 난생 처음이라니까요? 정말 골칫거리에요. 그렇다고 배달을 안 하자니 정말 중요한 편지가 있을수도 있고... 이거 미치겠어요.“
난생 처음 고백 편지를 보냈다는 모 소녀 A양 : ”찾아내서 죽일겁니다. 나의 일생 일대의 고백을 망쳤어요.“
그러나, 일부에서는 “황궁의 정보” 가 담긴 편지가 있다며... 이것이 모두 이 편지를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소문이 돕니다.
그렇기에, 가디언즈 들에게도 편지 선별 임무가 내려진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기력이 없는 당신을 위해, 편지를 선별하는 짧은 일상을 돌릴 수 있습니다. 0,100 다이스를 굴려 0~8 이 나오면 성공입니다. 성공할 경우 ‘황궁의 정보’ 가 담긴 편지가 해당 플레이어에게 공개됩니다.]
가개장 미니 이벤트 : [기사의 덕목]
가장 많은 일상을 돌린 당신! 가장 많은 선관을 맺은 당신! 가장 열심히 위키를 꾸며준 당신! 가장 친절하게 뉴비들을 챙겨주는 당신!
어장을 불태우며 즐거운 추억을 쌓아가는 당신이야 말로 어장의 주인공입니다.
[가개장 기간동안, 캡틴 재량으로 수상자를 결정하여 ‘질문권’ 을 1매씩 지급해드립니다. 이는 어장을 진행하며 중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으며, 최우수 플레이어에게는 ‘북부제국 사이드 스토리 진행권‘ 1매를 지급해드립니다.]
좋은 새벽입니다, 프란츠주 ☺️ 열심히 이벤트 만들어봤는데, 즐겁게 즐기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네요. 뭔가 질문이라던지 이것저것 있으신가요?
그리고 웹박수에 문의가 들어왔는데, 염려하시는 사항에 대해서는 "문제 없음" 이라는 공식적인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해당 말씀 주신 사안은 이번 공작과 백작을 헷갈린것처럼 사소한 실수에 더불어, 어느정도 자유를 보장드렸던 것임을 안내드립니다. 느슨한 부분은 느슨하게, 조여야 할 부분은 꼼꼼하게 해드리고 있습니다.
프란츠주 안녕하세요!! 캡틴 수고하셨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재미있는 이벤트가 가득이네요! 마음이 엄청 든든합니다... ;ㄷ; 질문... 질문이 조금? 많이? 있습니다... 1. 5핑퐁 이상이 레스 1개당 1핑퐁으로 계산되는 건가요, 아니면 양쪽이 주고 받은, 총 2개의 레스가 1핑퐁으로 계산되는 건가요? 2. 로그를 통해 돌린 일상은 휘장 정산을 안 하면 되는 게 맞을까요? 3. '슬라임 스캐빈저 편지 대소동?!' 이벤트 다이스는 레스 하나를 올릴 때마다 한 번씩 돌리는 건가요? 아니면 일상이 끝났을 즈음? 한 번만 돌려야 할까요? 사실 정산 같은 시스템을 모두 처음 겪어봐서 질문이 많아졌네요... 죄송합니다 ;ㄷ;
저는 손이 느린 탓에 로그는 레스 길이를 정말 최소한으로 줄여서 강제로 속도를 올려야 겠네요!
>>247 저도 전투 묘사는... 영... 영 입니다(?) ^ㄷ^ 전투라면 무명이가 나가야 할텐데, 그럼 루니아인 것을 들키지 않도록 얼굴이 안 보이게 칭칭 가려야 겠네요...! ㅋㅋㅋㅋㅋㅋ 무명이라도 괜찮다면... 여기 있습니다..! >>252 그런데 데스 나이트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249 캡틴도 좋은 새벽입니다! 저도 항상 캡틴의 친절한 답변에 감사드리고 있어요...!! 덕분에 시스템을 잘 이해했어요! 이제 남은 건 즐기는 일 뿐이네요! 재미있는 이벤트를 가득 안겨주셔서 감사해요 캡틴! 그럼... 사양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어장을 즐기며 질문과 이야기 폭탄을 한가득 가져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축구!! 오늘 축구가 있다는 걸 까먹었네요! 어쩐지!
>>250 맞아요 다들 금손이셔서 항상 시트나 일상 보면 놀랍니다...! 언제나 보고 배우고 있어요!
>>254 저도 늦었지만 네이버 문자 중계라도 보고 있어요! 심장이 두근 두근...!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기뻐요...! ;ㄷ; 캡틴의 필력에 비하면 저는 한참 부족합니다... 디마르크에게 혼날 말이겠지만 무뚝뚝함에 스며있는 다정함! 읽고 이어가는 동안 디마르크의 상냥함이 제게도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따뜻했어요!
일반적으로, 마물의 공격에는 기술이 깃들어있지 않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허나, 이 세상에는 다양한 마물이 있고 그 중엔 예외 역시 있는 법이니.
데스 나이트. 망자의 혼이 마물화된 존재. 뼈 밖에 남지 않은 몸으로 휘두르는 그 검에는, 생전의 기술이 그대로 깃들어있었다. 마물의 힘, 인간의 기술. 평범한 기사나 모험가로써는 상대하기 역부족이었다.
그래, '평범한 기사'라면.
그렇기에 파견된 것이 가디언즈. 그것도 넉넉잡아 둘! 같은 1기사단이라면 서로 협력해 마물을 토벌하기 위해, 2기사단이라면 서로 먼저 마물 토벌이란 실적을 얻어내기 위해. 암부라면 위에서부터 내려온 명령에 의해. 그것도 아니라면 각자의 이유로, 프란츠와 함께(어쩌면 프란츠 본인조차 모르게) 데스 나이트 토벌에 나선 것이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군요."
죽음과 친숙한 프란츠이기에, 죽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데스 나이트의 위험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상대는 가디언즈와 대등할지도 몰랐다.
"윽!"
데스 나이트의 검과 프란츠의 검이 맞붙자, 무심코 프란츠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무겁다. 단순히 힘이 강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압박할 줄 아는 기술이 담긴 검이어서였다.
잠시간 이어드는 대치 상태. 끼어들기에는 이만한 적기가 없겠지.
///...생각해보니 상대도 기사고 아군도 기사인데 일기토가 아니라 비겁한 2 : 1로 상대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마물이니까!!
>>257 렘프리주 반갑습니다. 이벤트 마음에 들어해주시니까 기쁘네요 ☺️ 렘프리주의 첫 로그 기대중입니다. 시간이 늦었는데 안 주무시나요?
>>258 그것도 그것대로 좋네요! 감정이 닳아버린 무명이가 디마르크에게 상냥하다고 한다면 재밌는 반응이 돌아올 것 같아요. 암부의 사냥개가 그런 말을 하냐면서.. ☺️ 북부 스토리는 잔잔하게... 프리렌 같은 느낌으로 생각해두고 있어요. 어디까지나 진행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드 스토리니까요~
무명은 검회색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데스 나이트를 토벌하는 그의 뒤를 따라 파견 장소로 향했다. 이미 그와 마물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던 그녀는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독수리와 맺은 계약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정도면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신호와 함께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와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독수리를 잠시 응시하던 그녀는 한참을 뒤따라 달리더니 어느 한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무명은 주위를 둘러 보더니 가볍게 도약해 근처의 나무 위로 올라섰다. 눈에 보이는 것은 빽빽한 나뭇잎과 정신없이 얽힌 잔가지, 그리고 그들이 미처 메우지 못한 미세한 틈 뿐이었으나 그녀는 개의치 않고 마물을 향한 공격을 준비했다.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았음에도 활을 쏘는 사람처럼 허공에 자세를 잡자, 잠시 뒤 조금씩 공기가 얼어붙으며 손바닥 근처부터 푸른얼음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미세하던 조각은 곧 몸집을 부풀리며 활과 화살의 형태로 변했다.
창공에서 선회하는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데스 나이트에게 내리 꽂혔다. 그와 동시에 푸른 화살이 정확히 데스 나이트의 오른쪽 눈을 노리고 그의 등 뒤편에서 빠르게 날아왔다.
// 중간에 깜빡 졸아버렸네요... 자꾸만 길어져서 쳐내고 또 쳐내며 줄여 보았지만 오히려 글도 삐걱거리고 텀도 비슷하네요... 이러면 로그가 로그가 아니게 되는데!! ;ㄷ; 다음부터는 더 빠르게 적어보겠습니다! 부족하지만 프란츠의 보조, 이 무명에게 맡겨주세요!
그런데 마물을 잡는 내용을 쓰다 보니 생각난건데, 문득 모네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 생기네. 모네의 취미가 사냥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뭐 사슴 잡고 야생동물 쓰러트리고 하는 사냥이야? 아니면 평범한 기사들은 싸우는 것도 무서워하는 마물을 '취미'로 쓰러트리는 그런 무시무시한 의미의 사냥이야?
>>265 아나 ㅋㅋㅋㅋㅋ 프란츠주ㅠㅠㅜㅜㅋㅋㅋㅋㅋㅋ 질문 보고 현웃했어. 무시무시한 의미의 사냥이냐는게 넘 웃겨. 원래는 마물이 있는 세계관이라고 생각을 못해서 평범한 의미의 사냥이었는데, 다시 보니 간단한 야생동물~하급 마물 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아. 모네 스트레스 정도에 비례하는 걸로!
식사 시간과 티 타임이 모두 지난 늘그막한 오후, 렘프리는 식당 구석 자그마한 탁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 넓지도 않은 탁자 위로 가득 쌓인 것은 식기와 접시 대신 종이 뭉치들. 굳은살 박인 손이 종이 낱장을 열없이 넘기다가, 넘기다가... 낮은 신음과 함께 도로 던져 버렸다. 낱장은 다시 종이 덩어리의 일부가 되어 뭉치에 안착한다. 어느 세월에 다 끝낸담. 렘프리는 썩 마뜩찮은 기색으로 턱 밑을 긁적였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 식당 안으로 드는 기색이 비치면, 아차. 언제 종이 같은 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냐는 듯 퍼뜩 일어나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다.
"좋은 오후입니다.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 미니 이벤트 '슬라임 스캐빈저 편지 대소동?!'을 염두에 두고 쓴 로그지만 평범하게 차나 간식거리를 주문해 주신다면 일상으로 방향을 틀어 이어가겠습니다!!
프란츠가 대치하고 있을 때에 돌연, 마물이 한발짝 물러났고 거의 동시에 프란츠의 뒤편에서 출현한 검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물의 존재감으로 들어차 있던 공간을 갈랐다. 일순 번뜩인 가디언즈의 문장이 다음 일격에도 망설임이란 없을 것을 알리는 것만 같다-. 새로이 나타난 검은, 주요 타겟을 바꾼 마물의 힘을 능숙하게 흩뜨리고 빗겨대며 프란츠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넘겨받았다. 그 날붙이가 그리는 궤적은 정직할 정도로 완전한 제국 검법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마물에 혀의 살점이 붙어있었더라면 쯧-, 하고 차는 소리가 들렸으리만치 성가셨겠으나, 머잖아 쇠와 쇠가 비정하게 맞붙는 소리 쨍- 하고 울렸을 때, 검에 숙련된 자라면 이미 승패를 가늠했으리라-. 일순 피어난 빈틈을 놓치지 않고 비어있는 심장의 자리에 검을 꽂아넣으니 마물은 순식간에 검은 먼지로 풍화하여 사방으로 흩날리되 공기의 흐름을 유산처럼 남겼다.
"-이번에야말로 편히 잠드시기를."
승기를 쥔 자의 말 치고는 사뭇 경건한 말을 남긴 채 단장은 프란츠를 마주본다. 빙그레 웃는 얼굴은 소리없이 프란츠를 격려하였다 하여도 무방했다. 그러나 여기서 잊어선 안될 것,
-기사단장과 둘이서 파견될 때에는 어련히 이유가 있는 법이다.
"휴식은 일이 모두 끝나고 나서...... 괜찮겠지요?"
마물 다수가 단장의 뒤로 보이는 풍경에 검버섯처럼 솟아났다. 아무래도 긴 하루가 될 모양이다.
디아나는 서류 뭉치와 편지를 한가득 안고, 인상을 구겼다. 누가 또 시덥잖은 일을 벌이는 건지. 잔뜩 찡그린 얼굴은 이제 그녀의 평상시 표정처럼 조각돌마냥 굳어 있었다. 약간 올라간 눈초리와 일반 영애들에게서는 풍기지 않는 음울하고도 거친 기운이 기껏 차려입은 화려한 은실 벨벳 셔츠와 가죽바지를 무색하게 했다. 새하얀 구두로 황실 복도를 걷던 그녀의 주위로 시종들이 빗자루 쓸리듯 물러난다.
" 차나 한 잔 마셔야겠군."
지금쯤이면 사람도 없을 시각이니 정원이 널리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머리나 식힐 셈이다.
" 얼그레이 티 한 잔 내려주시겠어요?"
투명스러운 목소리를 내뱉고 자리에 풀썩 앉으면서도 수수한 차림에 키가 자신과 견줄 만큼 크다는 것을 넌지시 인식한다.
하겔주 반가워요! 작은 글씨 너무 귀여워요...!! 그러게요! 슬캐 편지 이벤트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벤트 안내 레스 아래쪽에 방법이 있던데 황궁의 정보라니 꼭 읽어보고 싶어요!! 기차 선관 보셨군요...! 감사합니다!! 하겔주도 선관 원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무명이도 있고 루니아도 있답니다! ^ㄷ^
모네주 안녕하세요!! 맞아요... 주말 오후는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ㄷ^ ㅋㅋㅋㅋㅋㅋ 저도 며칠 밖에 안 나가면 맨날 요일이 헷갈리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렘프리는 한 차례 부드럽게 웃은 후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 찬장을 뒤적거려 티팟을 찾으면서는 가만 생각하는 것이다. 저 서류 뭉치들 하며 편지, 저 아가씨의 기색. 과연 알 만하군.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는 하지...
손을 재게 놀려 차를 우렸다. 스트레이너로 찻잎을 거르는 데까지는 채 10분이 지나지 않았고, 은쟁반에는 차가 우러난 티팟과 컵, 우유 병과 쿠키 등이 정갈히 놓였다. 그가 야외 테라스까지 걸어 가 서류를 피해 쟁반을 놓는 일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찻잔에 차를 따르며 지나가는 말인 양 이야기를 이었다.
"편지 선별 임무이지요? 후후. 요즈음 저희 급사들도 그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더라고요..."
점잖은 투로 말꼬리를 흐리고서는. 맑게 우러난 차가 잔 안에서 찰랑거린다. 급사는 상대의 편으로 그것을 가만 밀어 놓았다.
"원하신다면 제가 도울 수 있습니다, 레이디."
// 와~~ 모네랑 첫만남이다~ 렘프리가 편지를 읽는 묘사가 없어서 이번에는 다이스 굴리는 걸 한 번 생략하겠습니다!!
디아나의 꽤 투명스러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이런 의미없는 친절을 굳이 내게 제공할 이유가 있는가. 자신의 신분을 높게 여겼거나, 기사에게 뭐 바라는 것이라도 있거나. 그런식으로 디아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되풀이했다. 아마 지금 상당히 예민해져 있어서 본성이 나왔는지도 모르지.
곧 주전자를 높이 들어 차를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 모네는 이 소리를 좋아해 차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맑고 청명한 물줄기가 가지런히 찻잔 가운데로 차오르는 깨끗한 소리가 좋았다. 아니야. 별미는 바로 향이지. 조금 씁쓰름하면서도 짙게 풍겨져오는 얼그레이 향. 그리고 그 속에 옅게 찬 베르가못 허브의 화한 느낌이 좋다. 마치 디아나 자신을 닮았다.
" 마음에 드는 식기네."
제 자신이 은을 좋아하는게 티나기라도 했는지, 혹은 누가 오든 무의식적으로 담는 그릇인지는 모르지만 모네는 은을 좋아했다. 조금만 소홀히하면 까맣게 변해버리는 그 까탈스러움이 좋았다. 디아나는 문득 허리에 찬 커다란 달모양의 검을 응시했다. 그래 이것 때문에 은을 좋아한다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 응?"
여기까지 전달되었군. 여력없는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 그럼 부탁 좀 할게요. 쓰잘데기 없는 편지는 저쪽으로 아예 치워주면 고맙겠어요."
모네는 순순이 편지 꾸러미를 넘겼는데.. 그 양은 실로 엄청났다. 아까 뜯은 편지는 고백편지를 가장한 중매 광고였지.
[박수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아, 화려한 성당과 꽃다발. 사실은 오래전부터 당신 같은 신사를 기다려왔다구요. ... 나와 결혼해 쥬오! 쥬오 중매 정보 사업가는 모든 내용을 비밀로 하며, 최대 삼천 가문의 영애들이 신청한 서비스랍니다.]
무명은 화살을 쏘자마자 나무에서 뛰어 땅으로 내려왔다. 서둘러 그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기 위해 마저 움직이려는 듯 그녀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프란츠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무명은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메아리처럼 귓가에 남는 데스 나이트의 괴성에 맞서려는 듯 독수리가 마지막으로 울음소리를 내고 수평선을 향해 날아가며 저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그녀가 쏜 화살은 데스 나이트의 검에 맞아 부서졌지만, 그가 휘두른 검이 마물에게 닿아 상흔을 남기는 것을 본 무명은 이번엔 프란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친 곳은 없는지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후드 너머에 가려진 눈동자가 머리부터 시작해 발 끝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아무런 미동 없이 그를 응시했다.
무명은 그가 전한 인사에 짧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림자라는 본분에 충실할 생각인지 얼굴은 온통 검은 옷을 뒤집어써 알아보기가 어려웠고 움직이는 소리도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에 온 이유를 답하지 않은 채 묵묵히 활을 들어 올렸다. 빈 시위가 한계까지 팽팽하게 당겨지자 물감 번지듯 두 개의 화살이 그 안에 생겨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더니, 곧 후드 너머에서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가십시오. 제가 엄호하겠습니다."
다시 마물의 움직임을 방해하려는 듯 쏘아진 화살이 각각 데스 나이트의 목과 무릎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으흠. 곱지는 않은 손가락 마디가 은쟁반을 가볍게 치고 지나갔다. 경쾌한듯 둔탁한 소리가 아슬하게 귓가를 스치고.
"좋은 우연이네요. 실은 저도 은을 좋아하거든요... 마음에 드셨다니 기쁜걸요."
당신의 추론은 아주 틀리지만은 않았으리라. 타인의 호감에는 채 못 미치더라도 최소한 불호를 얻지 않으려는 습성은 암살자의 것이다. 그리고 또 왕실을 드나드는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한 것은... 그래, 속물의 버릇이다. 그러한 점을 모두 미루어 보자면, 속물 암살자가 상대에게 친절하며 은을 밝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못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눈썰미가 조금 더 좋은 것도.
"달 모양 검이군요. 달은 워낙 기사-night와 knight의 발음 장난을 노렸다-에게 잘 어울리는 법이지요... 멋집니다."
렘프리는 상대의 맞은편에 곧게 서 종이를 한 움큼 쥐었다. 활자가 촘촘히 이어진 종이가 손 안에서 팔락거리려니...
[메를릭 농장에 취직하go! 직장 job자! 숙식 보장, 주 7일 근무, 주급 협상 후 결정...]
전투 관련 묘사에 있어서는 크게 터치하고 있지 않습니다. "공정한 전투"를 위해 "쉽고 간단한" 다이스 전투를 제시드리기도 했구요. 그렇기에 평범한 판타지 세계관의 상위권 강자들의 전투 묘사처럼, 주위 사물들을 쉽게 벤다던지, 검기를 날려 큰 바위를 무너트린다던지, 거목을 주먹으로 부신다던지 등 ... 전부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없는 선 (칼질 한번에 일대 지형이 바뀌었다던지... 바다를 가른다던지...) 에서 최대한 느슨하게, 즐겁게 즐기실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간단한 공지사항인데, 실레이아주께서 익숙하지 않으신 만큼 저희가 다같이 챙겨드렸으면 합니다. 저도 모든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생각이에요. 오늘은 아침에 잠깐 나갈수도 있는데, 그걸 제외하고 오후부터는 쭉 붙어있으려고 합니다. 인원 맞지 않는 분 계시면 일상도 구해보구요 😊 다들 느긋한 일요일 보내시길 바라요!
일요일 아침이네요. 잘 보내고 계신가요? 모두 상쾌한 기상 하셨으면 좋겠네요. 식사도 꼭 하시구요. 😊
>>305 알겠습니다. 잘 확인하였어요. 실레이아주는, 정식으로 환영합니다~ 부족한 캐릭터와 뒷사람이지만 잘 부탁드려요. 🥳
>>306 하겔도 선관을 구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시트를 읽어보니 약혼할 뻔한 사이였다든가, 집안에 대해서 서로 알고는 있는 정도의 선관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혹시 원하시는 선관이 있으신지 들어보고 싶어요. 있으시다면, 임시스레로 와서 마저 이야기 나누고요. 임시스레 링크는 이곳에 있어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으시다 하면 가문에 대해서 서로 알고있는 정도의 가벼운 선관이 좋을 것 같아요. 직접적인 교류는 많이 없었을 것 같구요. 각자 명예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클라이센 가문은 국가와 황제에게 충성하는 방식으로, 카이로스 가문은 그보다 더 이전 과거의 흔적을 상기하는 방식으로 명예롭기를 추구하거든요.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웹박수 답변 겸 해서 말씀드립니다. 저희 어장에서는 현재 인원을 계속해서 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개장 기간이기도 하고, 특별하게 공지가 없는 한 계속해서 인원을 구할 것 같아요. 또한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죠. 뉴비 관련 어장이라던지 이것저것 룰 관련 읽어보시면서, 적응하시는데 최대한 도와드릴거에요. 모르는게 있다면 언제든지 대답해드릴거구요 😊 일반적인 커뮤랑 다르게 편하게, 굳이 웹박수 이용하지 않으셔도 이곳이나 시트 어장에 질문이라던지, 하시고 싶은 말씀 남겨주시면 된답니다. 전혀 무례한 질문이 아니니 편하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326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드디어 기사단장님들이 전부 모였네요~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한걸요.
>>327 시체 처리꾼이라면 어떤 느낌 말씀하시는건가요? 증거를 인멸하는 존윅의 청소부들 같은 느낌이라면 암부 쪽으로 해서 가능합니다. 해당 인원이 존재했던 기록부터 해서 완전히 말살하는 느낌의 업자가 되겠네요. 그 외에 정말 시체를 묘에 묻어주는 묘지기 같은 직업이라면 신관 쪽이 장례 지도를 전반적으로 맡기 때문에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 성기사 쪽으로 해도 괜찮지 싶네요. 이래저래 전반적으로 가능합니다.
>>328 황실내 파벌이 나눠져 있으니 한 파벌의 사망자가 나올경우 그 시체를 황실 내부 혹은 파벌중 하나의 인물이 처리한다면 시체에서 무슨 정보를 빼낼려한다 은폐한다 같은 소리가 나올수 있으며 암부는 시체 처리라해도 공개적으로 존재한다는것을 드러내면 안된다고 생각하여 외부 제 3자가 시체를 회수하여 처리하는 느낌입니다! 캐릭터 자체는 암부를 생각하고 있어 결론적으로 시체는 암부에 귀속 될 것 같습니다!
>>331 해당 부분은 조금 어려울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귀족의 장례인만큼 성직자들을 통해 장례가 진행되거든요. 파벌이 갈린거는 이번 황제의 명령을 통해서니까요. 오랜 예법들이 있어서 외부의 인물이 귀족의 시체를 회수하여 처리한다~ 라는거는 조금 어려울것같아요. 암부 쪽 생각하시면 장의사라던지, 장례쪽을 전반적으로 맡고 있는 성직자 쪽 인물로 위장 신분을 생각해두시는건 어떨까요? 그 이면은 말씀하신대로 시체 처리꾼이라던지요~
>>333 그럼 성직자와 함께오는 운반꾼은 괜찮을까요? 기본적으로 성직자가 혼자 성인 혹은 몇몇의 사람들을 옮기기는 어려울테니 물론 황실에서 지원을 해주는것도 가능하지만 교단쪽에서 빈민에게 지원하는 차 하여 빈민가에서 인원을 고용하여 수당을 주고 황실도 빈민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니 아무리 귀족이지만 실질적인 장례는 모두 성직자가 담당하고 어쩔수 없이 옮기는것 뿐이니 빈민 감소 정책이라 생각하여 허용해주는 방향은 어떨까 싶어요! 더해 성직자가 직접 와서 장례를 치뤄줄 정도면 교단으로 운반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하거나 급한 사항이라고 생각하여 그런 일에 시체를 운반할 정도의 힘을 가진 기사나 여러명의 하인을 투입하는것보단 아까 말씀드린대로 빈민 감소 정책 겸하여 인원을 아끼는 느낌은 어떨까 싶어요!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말없이 눈앞의 마물을 먼저 상대하는 프란츠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다시금 데스 나이트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지금보다 먼 과거에, 지금처럼 하나를 상대하던 그에게 도움을 주었던 날이 있었다. 무명은 마치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죽은 자가 내는 불협화음은 잠시도 쉬지 않고 그들을 향해 끈질기게 다가왔다. 같은 형태를 가진 두 검이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담고 숨통을 끊기 위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의 검이 죽음이라면 그의 방패는 그녀다. 무명은 보호와 함께 그의 검이 닿기 위한 찰나를 위해 잠시라도 중심을 흔들어 빈 틈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처음 눈을 노리고 쏜 화살은 닿기도 전에 검에 막혔다. 두번째 화살 중 무릎을 노린 화살은 마물에게 피해를 주었지만 그것이 유의미한 결과를 불러오지는 못했다. 화살이 박혀 엉망이 된 다리로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스 나이트를 보며 무명은 지금까지의 공격보다 더 강한 위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마물이라도 없는 것을 사용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면 이번에는 끊어낸다. 무명은 한 팔을 뒤로 길게 뻗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그녀의 손에는 활도, 화살도 없었다. 사라진 얼음 조각은 뻗어진 손에서 다시 피어나며 그 형태를 바꾸었다. 화살보다 검날에 가까운 두께의 얼음 조각은 한 번 더 화살이 박힌 데스 나이트의 다리를 노리고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 제가 글솜씨도 없고 손도 너무 느려서 자꾸 늦어지네요... ;ㄷ; 혹시 잇기 어려우시거나 하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손끝에서 종이가 채 팔랑이기 전 급사는 몸을 일으켰다. 시야 구석으로는, [포푸 효소! 잠들기 전의 한 스푼, 당신의 맵시를 바꿉니다...] 글자가 눈에 들어서. 또 글렀군, 생각했다. 흰 종이 대신 비슷한 색의 우유가 그의 손아귀에서 찰랑거렸다. 급사는 예쁜 갈색 크림빛이 날 때까지만 잔 안으로 우유를 부어 넣었다.
"설탕은 어떻게 할까요?"
...머리카락? 그런 광고 편지를 읽으셨나 본데. 막연히 짐작할 따름이다. 머리카락 제품 따위 알 게 뭐란 말인가! 치장이란 하등 사치에 불과한 것을. 제게 당장 중요한 것은 제 눈 앞 상대에게 밉보이지나 않는 것이다. 이내 당신의 소개를 듣고선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녀의 무신경한 태도에 다정한 급사의 목소리가 부딪혔다. 그녀는 잠깐 고개를 들어 우유를 바라본다.
" 고마워요."
우유가 든 찻잔은 적당히 따듯했다. 아까처럼 펄펄 끓지 않은 부드럽게 데워진 밀크티를 머금은 모네의 표정은 훨씬 온화해 보인다.
" 어쩌면.. 대충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사기가 너무 많잖아.
[ 3000년 전. 사실 우리의 조상은 새였다. 어느 새였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였으나 혹자는 앵무새를 내밀었고 혹자는 까마귀를 내밀었다. 어쩌면 앵무새가 우리의 말을 그토록 잘 흉내냄은 인간의 언어가 앵무새의 혀가 발음하기 쉽게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까마귀의 공동체 습성과 지나친 지능 역시 우리의 조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앵무새교와 까마귀교의 교리 역시 꽤 설득력 있다. 까마귀와 앵무새 모두 볼 수 있는 조류 박물관. 까악끼악으로 오세요. 미안하다 이거 홍보하려고 어그로 끌었다.]
" X기랄."
푸른빛이 나는 곱고 얇은 그녀의 입에서 나즈막히 욕설이 나왔다.
" 렘프리 히엘. 히엘.. 미들네임이 예뻐요. 나중에 제 소소한 도움이나마 필요할 일이 생기면 주저 말고 제 2기사단 거처로 와서 절 찾아주시길. ..근데 새 좋아해요?
>>374 다른 커뮤 이용해 보신 적 있으시다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취미 생활 공간이니, 매너정도만 지키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어요. 참치 어장 룰 및 상황극판 룰 숙지해두시면 될 것 같구요... 그 외에 또 모르시는게 있다면 여쭤봐주세요. 저희랑 잡담하면서, 일상도 돌리고 선관도 맺고 하시면 느긋하게 즐기실 수 있으실거에요!
이틀동안 너무 바빴어서 이제 갱신이야…… :0 다들 주말 잘 보냈길 바라! 그 사이 로그도 쌓이고 이벤트도 열리고 새 시트들도 오다니 배부른 돼지가 되어갑니다 ;3 로그들 호다닥 읽어보았는데 프란츠 - 무명, 프란츠 - 하겔, 렘프리 - 모네 분위기 왕왕 달라서 너무 즐 겁 습 니 다 . . . 가디언즈 오타쿠 캐릭터를 냈어야 했는데. 가디언즈님들을 가까이 뵙기 위해 기사가 되었어요 하는 캐릭터를 냈 어 야 만 ! ! !
>>241 늦어서 미안해!!!!! 임시어장에 갱신해뒀으니 무명주는 시간날 때 확인 바랍니다!
>>390 안녕하세요 프란츠주! 아직 있으셨군요!! 저도 당분간 일이 있어서 텀이 길어질 것 같아요! ;ㄷ; 그러니 답록 주시는 일은 걱정 마세요! 로그의 취지도 언제든 말없이 이어가고 말없이 끊을 수 있는 그런 부담 없는 짧은 일상이니까요! 의무가 아닌 편하고 가벼운 일상이니 답록 쓰는 일에 부담 가지시면 제가 죄송합니다! ;ㄷ; 혹여 로그를 끊고 싶은데 어려우시다면 대신 썰풀이를 주시면 제가 행복하답니다... 절대 프란츠의 썰 풀이가 듣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은 아닙니다 ^ㄷ^ ㅋㅋㅋㅋㅋㅋㅋ 썰풀이는 농담이니, 뭐든 프란츠주께서 편하게 해주세요! ^ㄷ^
>>391 라리사주 어서오세요!! 저도 라리사 시트 보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귀여운 라리사...!!! 선관은 편하실 때 주시면 되니 걱정 마세요! 전혀 늦지 않으셨어요!! 저도 제 텀을 생각하면... 미리 죄송해요 ;ㄷ;
>>392 하겔주 안녕하세요!! 하겔주도 있으셨네요!! 아직 안 주무셨다니! 좋은 밤이네요 하겔주! ^ㄷ^
>>406 아무래도 비 오는 월요일이다보니깐... 🥲 더 피곤하시겠네요... 그래도 조금만 버티면 설날이니까요~ 맛있는것도 잔뜩 먹고 푹 쉴수 있으니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저 그리고 개인적으로 릭켈런주의 일상도 기대중이란말이죠~ 어떤 일상을 써내려가실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해보고 싶은 상황이라던지 있으신가요?
>>408 맞아요, 나중에 연차 써야 할 일 생길수도 있구.. 😿 그래도 오늘부터 안 바쁘고 월급 루팡하실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야 검수할때 말씀드렸던 캐릭터성이 마음에 드는거 진심이니까요! 저 사실 모든 친구들의 일상을 기대하고 있어요.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 어떻게 나중에 지지자들을 모을까... 그런 생각을 이것저것 하고는 한답니다 😊 그리고 릭켈런주도 금손이실것같은데요~ 평범한 일상(카리스마 넘침) 이 될것같다구요 후후
>>409 하지만 이렇게 축축 처지는 날씨엔 반차 쓰고 집에 슝하고 가서 침대에 누운 다음에 스르르 잠들어버리고 싶어진다구 ... 아아 사축의 인생이여
확실히 나도 다른 아이들의 일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관계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 선관도 하나같이 다 맛있더라고! 나는 금손이 아니야 ... 금손호소인 이라고 불러주겠어? (찡긋) 사실 지금은 직위도 있고하니 본래 성격을 다 안드러내고 다니겠지만 말이야. 카리스마 정도는 보여줄 수 있으려나 ...?
맞아, 미시주 어떤 커뮤니티 이용하다 오셨나요? 밴커나 트커처럼요. 익숙하신거 말씀주시면 그런 느낌으로 조금 기본적인 설명 드리면 익숙해지시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너무 저자세로 나오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누구에게나 뉴비 시절은 있는 법이고, 저희 다 같이 취미생활 즐기자고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챙겨드리는것도 기쁜걸요. 뉴비는 언제나 귀엽죠...
>>413 그렇군요! 저도 밴커 뛰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제대로 설명 드리지 못할 수도 있는데... 우선 저희도 다양한 방 별로 분류해놓는건 비슷해요. 임시 어장은 아까 말씀 드렸듯 선관 구하는 용도 및 여기가 다 찼는데(1001개의 레스까지만 쓸 수 있어요) 새로운 어장이 없을 경우 쓰시면 되구요, 시트 어장은 프로필 제출, 그리고 여기서 일상도 하고 잡담도 하고 그래요. 보통 일상은 잡담하면서 일상 구해서, 일대일로 여기에 일상 로그 올리면서 주고받으면 되구요.. 일상은 로그 잇는거라고 생각하시면 될거에요.
이벤트 같은 경우에는 현재 가개장 기간중이라서 간단하게 일상 장려 느낌으로 만들어봤어요. 우선 >>1 번 레스랑 >>242 번 레스 읽어주시면 될것같아요. 현재 참여 가능한 이벤트는 >>1 번에 적혀있는 "가디언즈와 기도회" 및 >>242번 레스에 적혀있는 "파견" , "슬라임 스캐빈저 편지 대소동?!" 이렇게겠네요. 전부 일상 돌리면서 어장 적응하시기 편하라고 제가 배경을 제시해드린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될거에요.
"황궁을 배경으로 일상을 어떻게 돌리면 될까?" 라면서 좀 어장 적응하는데 막막할수도 있으니까 "황제의 쾌유를 바라는 기도회" 배경 일상 / "파견" 을 통해 도적단을 퇴치하거나, 마을에 마실을 나가거나, 마수를 잡으러 가거나 하는 등의 배경으로 일상 / "슬라임 스캐빈저 편지" (스팸메일) 이 잔뜩 와서 얘기하면서 해당 편지들 분류하면서 이야기하는 배경으로 일상
이렇게... 일상 돌리는데 다양한 상황이 제시된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될거에요~ 혹시 제 설명 부족하신거 있으시면 말씀 주시면 더 얘기해드릴게요!
그리고 참치어장에는 보통 하록같은게 없고, 저희도 완전 캐입이 아니라 다 뒤섞여있는 느낌이라서요. 여기서 이렇게 무난하게 잡담도 하시고 하면서, 로그 잇고 싶으실때 "일상 하실분?" 같은 말씀 남겨주시면 다른 분들이 말씀 주실거에요. 그렇게 로그 서로 잇는걸 일상이라고 하구요.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조금 불편할수도 있어서~ 최근에 저희도 로그 시스템 도입했어요. 로그 시스템 설명은 마찬가지로 >>242 번 레스 읽어주시고 참고하시면 되구요. 보통 하록 올리는것처럼 배경 설정 하셔서 레스 올려놓으시면 다른 분들이 이어주실거에요. 다른 분들이 올려놓으신 로그에 답록 써서 천천히 일상 이어나가도 괜찮구요.
조금 말이 길었는데 현재 이벤트는 일상 장려 이벤트라고 생각하시면 편할거에요~ 본 개장 이후 이벤트는 2월 10일에 본개장 하면서 다시 한번 설명 드릴게요.
>>416 맞아요~ 이벤트 배경으로 로그 올리셔도 되구요, 굳이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다른 상황으로 로그 올리셔도 되구, 일상 돌리실 분 구하셔서 일상을 돌리셔도 괜찮구요. 예를 들어서 >>259번 레스처럼 나메칸에 (캐릭터이름) [로그] 라고 적혀있는 로그, >>272 번 같은 로그에 이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357번 처럼 나메칸에 A - B [답록] 이라고 적혀있는 로그들은 두분이서 돌리고 계신거니까 해당 상황에 난입은 불가하구요.
로그를 이을 때에는 따로 말씀 없이 편하게 잇고, 자신도 먼저 하록 올리는것처럼 올려놓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영향을 미친다는게 예를 들어서... 미시가 가디언즈의 점심밥을 전부 먹어버렸다! 같은 로그를 쓰면 다른 로그에서도 전부 점심밥이 사라지냐? 같은 말씀이라면 그건 아니에요~
>>417 😊😊 잔뜩 칭찬해드리는건 캡틴의 의무니까요...(???) 헉 그렇군요, 저는 철썩같이 자기 자신을 지지할 줄 알았어요. 그래도 생각이 변하는것도 좋죠~ 릭켈런주만의 이야기가 모쪼록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카리스마 있게 협박해서 지지하라고 한다던지..? 사상을 얘기해서 감화시킨다던지... 🤔
>>423 이쪽도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라. 결국 출근길에 거센 바람과 이슬비를 맞았는데, 날 추우니 조심하십시다! 얼른 귀가해~!
다가오는 점심시간을 틈타 갱신! 새로온 친구들도 미처 인사 못 드린 분들도 다들 안녕, 반가워요. 잘 부탁해 >;3 내가 열심히 시트를 엿보며 같이 놀 날을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 날을 기약하며 다시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러 가볼게………. 다들 오늘 하루 잘 보내고 평온한 하루 되길 바랍니다!
디아나는 엷게 웃은 후 제 목에 걸린 주렁주렁한 진주 목걸이를 응시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라는 그림에 그려진 것과 같은 크기의 진주 알이 알알이 꿰어져 있었다. 제가 하기에는 꽤 사치스러운 목걸이였는데, 그녀는 그렇기에 그러한 장신구들을 달았다. 그래, 그림 속 그 소녀가 하녀와도 같이 차려입고 어울리지도 않는 사치스러운 귀걸이를 한 것처럼. 그 대가인 것마냥 붉어진 귓볼과 왜인지 촉촉하게 젖은 입술이 불안한 소녀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지. 디아나 역시 그런 것을 선망했었다. 한때.
" 눈비가 내리는군."
창 밖으로 거센 바람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눈자국이 투명한 창을 더럽혔고, 누군가는 정찰을 가는지 소소한 말발굽 소리가 멀어져갔다. 그녀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한참 후에나 떴다. 관자놀이를 습관처럼 꾹꾹 누르다가는 뜬 눈으로 렘프리를 응시한다. 고니. 물새를 닮았단 말인가. 추운 얼음장 위로 발이 얼도록 헤엄치는 물새인지도 모르지.
" 물과 반짝이는 것, 그리고 순백의 새라. 꽤 시적인 조합이네요."
나직하게 그리 말한 그녀는 새하얀 종잇장을 뒤척이며 정리했다.
" 솔 부엉이라고 아시나요? Brown hawk-owl."
" 이름 그대로 갈색 몸을 지녔고 덩치가 꽤 큰 올빼미목 부엉이랍니다. 우연히 사냥을 하다가 둥지에서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주워 키웠죠."
모네는 흑연필 하나를 집어들었다. 끝이 뾰족하게 잘 갈아진 것이었다. 동글동글 원을 그리던 손은 동그란 머리와 배쪽으로 난 거뭇거뭇한 무늬를 그려넣었고, 반짝 크게 뜬 두 눈까지 가볍게 스케치한 후 렘프리에게 내밀었다. 아까 그 편지였다. 투박한 손길치곤 나쁘지 않은 그림 솜씨다.
>>438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D%94%84%EB%9E%80%EC%B8%A0%20%ED%8F%B0%20%EB%B8%8C%EB%A0%8C%EB%84%A4%EC%85%80 확인해 보라구! 근데 성향을 시트에서 못 찾아서 추가 못했어8ㅁ8
안녕하세요! 모두 좋은 저녁이네요!! 미시주 시트 통과 정말 축하드려요!! 어서오세요! 환영해요!! ^ㄷ^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도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리고 모네주...!! 무명이 시트 위키에 추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ㄷ; 대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는데 모네주 덕분에 무명이 시트가 너무 예쁘게 위키에 올라갔네요...!! 바쁘셨을 텐데도 저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드려요 모네주!! 위키 시트 보면서 정말 행복한데 이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네요... ;ㄷ;
라리사, 이 편지들 좀 처리해라. 잠시 전, 책상에 우수수 쏟아진 편지 더미를 내려다보는 라리사 귀에 박힌 소리였다. 이미 선별해야할 편지가 산더미인데 궁정의사 몫까지 추가, 눈이 가물거린다. 얇은 흰 장갑 낀 손은 편지 한 묶음 집어든다. 황궁을 위한 일은 옳아. 양이 늘었을 뿐 해야할 일이다. 단지 햇볕 안 드는 약제실은 잠시 벗어나볼까.
햇빛에 변질되기 쉬운 재료나 약들 덕에 약제실에 창은 없다. 고문실은 애당초 밀실. 복도에 드리우는 햇빛만으로도 싱그러워지는 기분에 발걸음이 가볍다. 작은 구둣소리와 함께 편지 하나 읽어보려니, 어느새 풀물이 든 편지도 있어 그 아이를 골라 펼쳤다. 편지를 읽으며 걷다 발 닿은 곳은 식당. 상냥한 인삿말로 맞이당해 눈을 끔뻑이는 라리사, 도움 요청할 일 없으니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잠시 골똘하다. 눈 앞에 서 있는 이 또한 황궁 내 사용인, 황궁을 위해 일하는 자. 황궁을 위하는 자신과 동료인가. 동료는… 돕는 사이. 상냥한 물음을 거절하면 안 되겠다, 결론 내린다.
>>453 라리사주 어서오세요!! 오늘도 정말 수고하셨어요!! 좋은 밤이네요 라리사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게다가 프로필 카드라니...! 어장에 금손 분들이 어쩜 이렇게 많을까요...! 정말 너무 존경스러워요!! ;ㄷ; 제가 이런 멋지고 예쁜 카드를 받아도 될지 모르겠네요...! 부디 추가해 주신다면 정말 아주...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ㄷ;
황궁의 어느 집무실. 책상에는 제 2기사단장이라고 쓰여있는 명패가 놓여있었고 그곳에선 평소처럼 정복을 차려입은 릭켈런이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파견을 요청하는 서류들과 파견을 다녀온 기사들이 제출한 보고서들이 책상 한쪽에 쌓인채 그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 감투 씌워줄때부터 예상했어야했는데. "
차라리 파견을 나가서 날뛰는게 그에겐 더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 서류 정리는 당연히 기사단의 행정직들이 해주니 신경 쓸 것 없다는 전임 기사단장의 말을 믿어버린 것을 그는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었다. 결국 최종 결재를 하려면 자신의 손을 거쳐가야 했으니 말이다.
"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군. "
그래도 단장이 된지 시간이 좀 지난지라 그는 나름 능숙하게 서류를 읽어내려가고 기사들의 전공에 대해선 따로 기록을 해두는등 업무에는 별 차질이 없어보였다. 사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릭켈런에게도 통용되지 않을리 없으니 말이다. 허나 그렇다고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서 하루종일 이것만 할 수 있을 위인 또한 아니었다. 그러니 그는 쥐고있던 만년필을 꽂아두고선 정복 외투를 챙겨 집무실 바깥으로 향했다.
시선은 상대의 것을 그대로 따라 진주 목걸이를 보았다가 그대로 위로 올라 당신의 눈을 마주했다. 한기 도는 회색과 초점 없는 어둠이 잠시 스친 듯도 싶고. 급사는 금방 자연스럽게 시선을 창문으로 떨어트렸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니까요, 부디 걱정은 마세요. 감히 레이디의 진주 목걸이를 탐내는 일이란 없을 테니까요..."
아무렴, 소매치기는 어렸을 적 졸업한 지 오래인데. 급사는 제풀에 실 웃음을 흘렸다. 물론 저 진주가 탐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틀림없는 거짓말이렷다. 그건 소매치기가 황궁의 암살자로, 또 급사로 성장하였다고 한들 도무지가 옅어지지 않는 속물의 습성이므로. 까마귀의 그것으로 비유하기에도 추한... 그러나 조금 더 좁은 의미에서 관측하자면, 그래. 더는 소매치기가 아니게 된 속물이 바라는 것은 고작 진주 몇 알 즈음에 이르러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급사가 뱉은 말이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다.
렘프리는 창문 너머 날리는 눈을 망연히 보며 무던히 답했다.
"어머나, 과찬이신걸요. 이 급사는 일평생 시와 감성적인 것에는 조예가 없던 무지렁이랍니다..."
시선은 다시 종이 위로 옮겨간다. 그는 잠시 턱을 긁적거리다가 제 옆의 편지를 아무 것이나 한 장 집어 들었다. 보나마나 이 또한 판촉이리라! 가슴에 꽂아 두었던 메모용 펜으로 개발괴발 그린 것은...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그 둘을 교묘히 섞어 놓은 마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좌우간 그 괴생명체 옆에는 'Thirsty' 라는 단어를 적어 놓았다.
"...그리고 그림에도요. 레이디께서는 그림에 조예가 있으신 듯한데. 대단하신걸요."
그림에 대해 알지 못하는 만큼 솔부엉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여서, 그저 상대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리기만 했다. 봄에 태어나 비올라, 그 또한 시적이군요. 그리 덧붙였을 따름. 시적인 것은 역시 제가 아닌 저 아가씨다. 속으로는 그 생각을 했다. 대화의 꼬리가 끊기기 전 렘프리는 말을 이었다.
향한 곳은 적당히 부시지 않은 볕이 드는 창가 자리. 급사는 재게 발걸음을 옮겨 상대 몫의 의자를 빼 두었다. 수건으로 상 모서리의 얼룩을 문질러 지우는 척 곁눈으로 상대를 살폈다. 렌즈 너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당신이 손에 든 편지 묶음. 그 다음으로는 풀물이 든 종이. 풀물이라. 렘프리는 속으로 넘겨 짚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원사, 그 다음은 약초를 만지는... 연금술사나 의학자.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 본 적 없는 얼굴이므로 주방 보조는 확실히 아닐 테고. 그도 아니라면... 그저 잔디밭에 하냥 앉아 있었는지도 모르지, 이 겨울에. 내가 이 아가씨의 생각을 어찌 알겠어?
ㅡ이 이상의 추론이 가능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는 이내 생각을 접고 말았다. 동시로 손수건을 접어 넣으며 가볍게 이야기를 이었다.
"...편지 선별, 많이 고단하시지요? 저희 주방도 요즈음 앓는 소리 투성이랍니다. 너무 소모적인 임무에 투입된 기분이라면서요..."
자신의 진주 목걸이는 탐내지 말라는 가벼운 농담에 모네는 정원 너머를 가만 응시했다. 단순히 급사로만 있기엔 아까운 유머와 고상함을 가진 자였다. 이름을 묻길 잘했지. 창 밖으로는 나무 위 희끗하게 덮어가는 눈이불이 보였고, 역시 편지 따윌 뒤적거릴 기분이 나지 않았다.
" 그거야 말로 과찬인걸요. 그림이라곤... 바닥에 끄적이는 수준이었으니."
머뭇거리는 새 한 장면이 스친다. 낡은 나무바닥에는 먼지가 한가득 쌓여있었고, 자기 직전 할 수 있는 유흥이라곤 그 먼지 사이로 손가락을 움직여 조그마한 그림을 그려내는 것 뿐이었다. 그날 하루 봐온 것 중 그나마 아름다웠던 것. 아버지가 메고 있던 벨트의 작은 흑요석 조각, 작은 창 너머로 날아다니는 기러기, 운 좋게 창틀에 낀 그들의 회색 깃 하나. 뭐 그런 것들.
" ...Thirsty? 제가 모르는 마물의 한 종류인가요?"
메마른. 그녀가 그린것이 무언지 모네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대놓고 그 심상을 드러낼 순 없는 노릇. 곤란한 표정으로 늘상 짓던 인상을 쓴다.
" 이른 봄이라면 봄이었지만, 너무 추웠어요. 새순이 돋으면 그때부턴 봄으로 쳐준다지만."
그래. 봄에도 운 나쁘면 눈은 내리는 법. 당신께선 말씀하시곤 했다. 그 날은 무척 추웠고, 너는 이상하게도 살아남았다고.
서투르게 입을 여느니 다무는 편이 낫다. 그러다보니 간단한 인삿말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작은 미소와 함께 짧게 고개를 숙이며 대신하는 버릇이 들었다. 라리사는 잰 발걸음을 서둘러 쫓지 않았다. 자리 정돈함이 보이는데 쫓아보았자 재촉 밖에 되지 않는다. 시선을 두면 이 또한 부담이 될까. 손에 들고 있는 편지 뭉치를 바라보았다. 하릴없이 갯수를 세어보다 짧은 기다림을 끝내고 발을 떼었다.
“….”
임무. 자리에 앉은 라리사는 편지 뭉치를 내려두고, 새로운 편지를 집는다. 편지 뭉치 사이에 끼어들어가 있었던, 잘 말려 색 바란 꽃잎이 팔랑이며 떨어진다. 황제가 위독한 지금 궁정의사가 바쁘지 않을 수 없다.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고 환자를 내버려두는 의사는 없으니. 그런 와중 아무리 조수라고 해도 궁정의사 도울 손까지 뺏어 편지 선별이란 임무를 맡길까. 완전한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이유를 밝히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절 조수로 두신 이유겠지요.”
집어들었던 편지를 펼친다. 그리고 한 번 더 들려오는 상냥한 물음. 이번에도 거절하면 안 되겠지. 라리사, 향긋한 풀과 쓰디쓴 풀은 평생을 동고동락해왔으니 차를 즐기지 않았다. 무얼 부탁해야할지, 편지를 읽던 눈이 당신에게로 향한다. 몇 번 눈이 깜빡거린 후 늦은 대답은 작게 흘러나온다. “핫 초콜릿…?” 스스로도 모르겠는 답이다.
>>478 어서오세요 라리사주! 오늘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남은 일정 화이팅 하시고 잘 끝나기를 바라고 있을게요!! 무명이 위키가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어서 정말 큰 영광입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ㄷ; 무명이는 무엇이든 말씀해 주시는 것이 오피셜입니다 ^ㄷ^ ㅋㅋㅋㅋㅋㅋㅋㅋ 무명이 이름 때문에 검색하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ㄷ; 전부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빨리 배워서 위키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하하. 정답은 바로, 고양이었답니다. 저어기 황궁 담 너머 곧장 있는 시장가에서 자주 어슬렁거리는 녀석인데... 늘상 시장 상인들에게 우유며 물 같은 것을 얻어 먹고 있더랬지요. 그래서 '갈증'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예요. '그렇게도 목이 타더냐?', 그런 맥락 하에서요."
다른 종이를 한 장 더 집어 다시 슥슥 그려 보았다만... ...여전히 개발괴발인 것에는 다름 없다! 역시나 고양이라기보다도 괴수를 그린 것에 가까운. 아주 자세히 본다면 이리저리 잉크가 뭉친 자국으로 하여금 얼룩 고양이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머지않아 렘프리는 스스로도 곤혹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종이를 저만치 밀어 버렸다. 실제로는 훨씬 귀엽고 통통하다는 말-당연히 그러리라-을 덧붙이고선.
"그런가요? 아쉽군요, 틀림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웃음 띤 낯. 손 안에서는 채 넣어두지 아니한 펜이 빙글, 굴렀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막상 손으로 아무 것도 만지작거리지 않자면 심심한 것이다. 조곤한 설명이 뒤따른다.
"...그 왜, 아네모네라는 봄꽃이 있지 않던가요. 가을에 뿌리를 내려 사월이 되면 오색으로 꽃을 피우지요. 레이디의 성함은 그에게서 전해온 것이 아니실까, 감히 짐작해 보았던 까닭에."
급사의 굳은살 박인 손은 잠시 펜을 튕기다가, 다시 옆의 판촉을 한 장 더 집어든다. 목표를 정하지 않고선 대강 종이를 슥슥 접어 나가기 시작했다.
"으음, 가난뱅이 촌부의 집에서는 생일을 챙기는 법이 없었습니다. 자연히 그에 대한 것을 잊고 말았지요..."
반만 진실인 대답. 생일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은 진실이고, 가난뱅이 촌부의 집이라는 것은 거짓이었다. 빈민가 고아원은 돈이 궁하였던 것치고 원장이며 아이들의 마음까지 아주 박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돈이다. 박하지는 않았더라도 궁하였던 까닭이다.
생각 없이 접어 내려가던 종이는 이제 흔해빠진 종이비행기의 형상을 했다.
"그래도 나이는 세어야 하니까, 기억하기 쉽도록 1월 1일에 나이를 올림하곤 했습니다. 그러니 겨울이 제 생일인 셈일까요."
말수가 적으시군, 속으로 생각했다. 급사에게 그다지 중요한 바는 못 되었다. 음료 한 잔 내어 드린 후에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쭈어나 볼까 생각했을 따름. 웃으며 고개를 꼬박 숙여보인 후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 우유를 미지근히 데우면서는 옆에 놓인 편지-요리 담당에게까지 돌아갔던가-를 생각 없이 집어 읽어 보았고... [축하합니다! 12박 13일 바다 여행권에 당첨되셨습니다!] ...서두를 읽자마자 곧장 저 너머 벽난로에 던져 버렸다. 끓지 않을 정도로 데워진 우유가 코코아 분말을 녹였다. 음료가 단 편이니 담백한 호밀 쿠키를 임의로 내어 본다. 은쟁반 위로 쿠키와 핫 초콜릿이 정갈히 오르고, 그는 다시 부엌을 나섰다. 이 과정까지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렘프리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편지와 꽃잎 한 장을 피해 쟁반을 내려 놓았다. 마른 꽃잎이면, 역시 정원사인가?
"음료가 단 편이라 쿠키는 달지 않은 것으로 준비하여 보았습니다만... 취향에 맞지 않으신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맞아요! 본 개장때에는 또 어떻게 관계들이 쌓일지 기대되는걸요 😊 저도 느긋하게 찾아와주시는분들이랑 일상도 돌리고, 꼭 잡담도 하면서(플래그인지 이 말만 하면 일이 생기는...) 화력을 불태우는데 좀더 일조해보려구요 🤔 미니 진행을 조금 해볼까 싶기도 한데... 이래저래 고민이란 말이죠~ 그래도 괜찮아요, 말씀대로 연휴 지나서는 조금 쉴 수 있으니까요!
다행이네요, 설 동안에는 지하철도 고속도로도 그냥 일반 도로도 전부 꽉꽉 막혀서... 어딜 가나 사람들도 많기도 하구요. 즐거우셨다면 좋을텐데요. 연휴동안 친구들이랑 즐겁게 보내는것도 너무 좋죠~
그렇다. 디아나는 할 말을 잃고 넉살 좋게 웃어보이는 렘프리를 응시했다. 그녀는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만일 자신이 성의껏 그린 비올라(부엉이)를 누군가 보고 날아다니는 신종 마물인가요? 하고 진지하게 여쭤왔을 때 본인의 기분은... 그 표정이 여력히 디아나의 얼굴에 드러난다.
" 시장이라. 바람도 쐴 겸 나중에 가봐야겠군요. 본다면 저도 우유 한 그릇을 대접하겠어요."
'이 그림로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네는 씁쓸하게 뒷말을 삼키곤 다시 그림을 살핀다. 얼룩덜룩. 그래, 이 정도면 기억할 수 있겠지. 그나저나 얇은 혀로 끝없이 우유나 물 따위을 핥는 모습에 붙여졌을 Thirsty,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 잘 지었단 생각이 든다.
" 아네모네. 그렇지요. 그 이름에서 따 온 이름이라면 좋겠어요."
불행하게도 그저 흔한 이름 하나를 붙였을 뿐일 거라고 모네는 생각했다.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불행이었을 자신이니.
" 저도 제 생일 같은 거 자세히 기억 안 나는 걸요."
보란듯 축하를 받아본 적도 없고, 축하를 받기에도 그녀는 제 생일이 가물가물했다. 나 역시 누구보다 가난하고 없이, 남의 것을 동경하며 자랐을 뿐인걸.
" 1월. 추울 때 태어나셨네요. 1월의 탄생석은 가넷이라죠. 까마귀처럼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셨으니, 생일을 미리 알았으면 붉은 가넷이라도 한 알 선물했을텐데 아쉽군요."
그녀는 정말 아쉬웠다. 이런 감정을 쉽게 느끼지 않는 그녀로서도 렘프리에게서는 무언가 비슷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지며 동질감이 들었다. 이제는 담소를 데우느라 차게 식은 밀크티를 가만 들이키며 그녀는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낀다.
"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었네요. 이만 일어나보도록 할게요."
소리없이 의자를 밀고 일어남은 앞에 놓인 종이 비행기가 시간의 흐름을 난데없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벌써 하늘이 저문다. 즐거웠다는 상투적인 말은 없었어도 아쉬웠단 본인의 말로 잘 돌려 들어주기를.
주방으로 향해 사라진 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황궁, 메이드조차도 귀족가 영애들로 이루어졌으니 저 이도 어느 귀족가의 아가씨겠지. 원래대로라면 반대가 되어야 옳을텐데, 분수에 맞지도 않는 핫 초콜릿 타령이 너무 얼뜨기 같지 않았나. 다음에는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로 말을 마무리하도록 주의해야지, 라리사는 또 다시 새 편지를 집었고 펼쳐본다.
“….”
쿠키. 핫 초콜릿 외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쿠키를 바라본다. 의문에 대한 답을 쿠키가 대신 답해줄 일도 없는데, 쿠키를 빤 쳐다보다다 고개를 젓는다. 취향이랄게 중요한 삶을 살아오진 않아 당신을 곤란하게 할 일은 만들지 않고 싶다. 준비된 작은 다과상에 대한 성의는 먹음이라, 라리사는 편지를 내려놓았다. 오른손에 낀 장갑을 벗어 내려두고, 손수건을 꺼내 손을 감추고 쿠키를 집는다. 한 입 정도, 오독오독.
“………약이에요.”
풀물도 들고, 꽃잎도 쫓아왔으니 당연한 추론. 생각과 감정이 들어가있지 않은 정제된 정의, 참과 거짓을 가를 필요 없는 명제. 그것은 지식이라, 라리사는 입을 열기 편하였다. “화상 연고 재료네요.” 그래보았자 한두마디 늘어났지만.
>>0 월담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디아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래도 그들은 가문 한 구석의 자리를 내주었고, 디아나는 가문의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훔쳐와 달빛을 등 삼고 다락방의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때 어린 디아나에게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알려준 것이 트리스탄과 이졸데였다. 정체를 알고도 입을 맞춘 이졸데의 이야기. 사랑을 위해 용과의 싸움도 불사한 트리스탄의 이야기. 사랑이라는 건 무엇이길래 증오를 이기고 목숨을 버리게 하는지, 디아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날 밤 가슴이 뛰어 달빛마저 휘우듬하더라. 그렇게 기울어져가는 달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그녀는 짐작할 뿐이었다. 사랑이란 달이 휘는 것처럼 아름답고, 어지러우며, 몽롱한 것이겠거니 하고.
" 그러니 달이 뜬 밤엔 담을 넘어줘야 제맛이란 거지."
빙빙 제 머리를 돌다간 사라진 비올라를 보며 디아나는 그렇게 중얼댔다. 모두가 감시하고 막아도,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죽음의 담을 넘어 밀회를 즐겼었다. 그들을 떠올리며 담 넘어 연인들의 밀회를 구경하는 것이 모네의 오랜 취미였다. 그리하면 밤의 그들은 한폭의 그림이 되어 다시금 옛 동화를 읊어주었으니. 뭐 그런 의미로, 디아나는 굳이 황궁 담을 넘었다.
* 상당히 수상한 망토. 그 아래로는 은빛 갑옷과 도발적인 칼을 차고 디아나는 사뿐히 걸음을 내딛었다. 파견, 정찰. 뭐 그따위 것들을 명목으로 두었지만 그녀는 씁쓸한 정취에 감싸여 머리핀 하나를 반으로 쪼갤듯 나누는 연인들이나 은밀한 골목을 찾는 이들 따위를 흥미있게 지켜보았다. 밤빛이 스며들어 반짝이는 듯한 남색 로브로 제 몸을 감싸대며 선술집으로 들어선 디아나는 동전 하나를 댕그렁 내려놓고 싸구려 술 하나를 시켰다.
>>551 지금껏 나온 선록들에, 가능하다면 한 번씩은 잇고 싶어요. 하지만 릭켈런의 경우는 선관이 간단하게라도 있어야 할 것 같고, 모네의 경우에는 어떻게 등장시킬까, 렘프리에게는 어떻게 이을까, 일상생활 중 틈틈이 고민중이네요. 이렇게 고민하다가 한 달 뒤에 로그를 이어버리면 어쩌나 싶어요..😅
>>552 고생하신 캡틴에게 쓰담담을 드릴게요.. 🥰 감사해요. 연휴가 지나고 빨리 월말이 찾아와서 일상도 돌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555 헤헤, 고맙습니다 🥰 저도 맞쓰담을 드려야만...(쓰담담) 그러게요~ 본개장 이후 이벤트들도 기대중이니까요. 3월에 할 첫 진행도 개인적으로 기대중이구요... 첫 투표부터 파벌이 완전히 나뉠지, 아니면 첫 투표에서는 약간 무난하게 흘러갈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구요.
>>559 괜찮아요! 천천히 편하게 써주세요. 😊 그래도 관전은 느긋하게 계속 하고 있으니까요...(최후의 양심)
기도회가 거의 끝날 무렵에는 반딧불이 몇 개가 날아다니며 취객들을 안내하고 있는 지경이 되었다. 신성한 기도회에 웬 취객이냐 하신다면야, 밤과 술, 그리고 사람이 있었는데 누굴 탓하겠냐고 대답하겠다. 그리고 그 구석탱이에 풀밭과 들꽃을 베개삼아 가지런히 들숨 날숨을 거듭하는 형체 하나 또한 이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 으음.."
무거운 갑옷은 이미 벗은지 오래요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주던 모피 망토는 바닥에 깔려 이불이 되어주었다. 가뜩이나 어두운 색을 좋아하는 그녀이기에 보라색 모피, 남색 실크 로브, 겹겹의 상의 아래로 갈색 가죽 바지 들은 훌륭한 그녀의 보호색이 되어버렸다. 밖은 춥고 황폐한데 황궁의 정원은 봄이 온 것처럼 풀향이 싱그러웠다. 디아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마른 땅에 누워 바삭거리는 풀과 꽃향에 취해 반쯤 잠이 들어 있었다. 두 손을 곱게 모은 것이 마치 그곳에 묻히길 바라는 것도 같다.
" 밟지 마세요. 사람이거든요."
둥둥둥, 발소리가 울려오더니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덮어도 끈덕지게 누워 미동도 없이 숨을 쉬다가는 결국 나직히 내뱉은 말이다. 천천히 뜬 맑고 어두운 눈동자에 거대한 설인 같은 이가 담긴다. 그녀는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제 자신을 땅에게 온전히 맡기고는 밟을테면 밟으라는 듯 딱 버티고 있다. 개미 한마리가 다리를 넘어가도, 반딧불이가 머리 위를 빙그르르 돌아도. 입 안에서는 상큼한 단내가 났고, 입을 연 목소리에서는 라벤더 향이 지긋했다.
먼 옛날의 추억이 그를 정원으로 향하게 했다. 아직 아이였을 무렵, 아버지와 함께 황제 폐하를 알현하며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나누었던 대화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건 기억난다. 새하얀 눈꽃, 설국에서 피는 여신의 눈물. 귀중한 설국의 꽃이기에 보는 것 조차 드문, 그런 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언젠가 설국에도 싱그러운 봄이 찾아와 이곳을 닮은 푸른 초원이, 향기로운 꽃밭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기상조차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동화 속 영웅같은 마법사가 나타난다면 언젠가 설국을 푸른 땅으로, 그린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꿈같은 이야기였다. 허나 설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생활과 문화를, 생태계를 망치는게 아닐까 내심 걱정하시기도 하셨다.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지. 헌데, 언제부터 그 정원을 베개삼아 잠을 자는 이가 있었을까. 여전히 새하얀 셔츠, 거칠게 묶인 넥타이. 새하얀 코트위로, 마수의 털이 분명한 백색의 망토. 흰 바지 아래로는 크램폰이 달린 흰 부츠. 어느것 하나 티끌만큼의 얼룩도 없는, 눈이 쌓인 것이 아닐까 의심될법한 차림새. 그는 새하얀 머리카락 아래 샛노란 눈동자로, 모피 망토를 이불 삼아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는, 푸른 빛이 도는 머리카락의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의 정원이 언제부터 네 침소였느냐."
무심하게 물은 말은 툭 떨어지듯 정원 위로 가라앉았다. 낮은 목소리였으나 꾸짖을 의도는 아니라는것을 알아채기 쉬웠다. 당당하게 자신을 밟지 말라고 요구하는 여인에게서는 상큼한 단내와, 짙은 라벤더 향이 물씬 풍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어울리지 않는 쇠의 향기와 함께. 기사인가. 느릿하게 제 눈 아래의 여인을 살펴보던 그는, 나지막히 물었다.
"취했느냐."
밟을테면 밟으라는듯, 왜 단잠을 자던 자신을 방해하냐는듯, 그 나른한 태도에 어쩐지 자신까지 피곤해지는 느낌이었기에. 일으켜 세워줄 요량으로 손을 뻗었다.
늦은 저녁, 이 시간에는 경비가 삼엄해지는 수도의 성문 앞에 웬 말 한마리가 천천히 다가와섰다. 규칙대로 경비대가 내려와 신분을 조회하고 몸수색을 해야 정상이겠지만 어째서인지 성문 옆의 쪽문이 열리고 그 안에선 경비대원 한명이 꼿꼿한 자세로 서서 경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손짓으로 경례를 받아준 그는 천천히 말을 몰아 황궁이 있는 수도로 진입했다. 붉은 눈이 인상적인 이 사내의 이름은 릭켈런 나힐 클라렌스, 황궁을 지키는 제 2기사단의 단장이었다. 그는 영지에 다녀오는 중이었다. 무언가 급한 일이 생겼다는 전갈이 날아와 오늘 낮에 출발하여 일을 해결하자마자 돌아오니 이 시간이었다. 다행인 것은 기사단의 업무가 그렇게 많이 있진 않았다는 것 정도. 그리고 수도와 클라렌스 영지가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 하지만 장시간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피곤한 법이고 내색은 하진 않았지만 그의 몸은 완전 녹초가 되기 직전이었다. 타고온 말을 마굿간에 맡기고 나서 황궁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리에 들어온 그의 눈엔 익숙한 보라색 로브가 눈에 띄었다.
" 호오? "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황궁에 있어야할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상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마침 선술집으로 들어가는 보라색 로브 자락을 뒤쫓아 다른 사람이 선술집에 들어갈때 뒤에 서서 살짝 진입한 그는 싸구려 술을 시키는 모네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며 마찬가지로 동전을 내려놓고선 말했다.
" 난 적당히 주게. "
영지에 다녀오느라 평상복 차림이었던 그는 옆에 앉은 모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 흐음, 그래서 그레이스경? 지금 이곳에 앉아서 술을 시키고 있는 연유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
분명 붉은빛의 눈동자는 하나 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 시선은 별로 고운 시선은 아닌듯 했다.
겨울은 겨울이구나. 사내에게서 설원이 보였다. 드높은 험한 산맥과 설원을 연상케 하는 그는 설국의 영주리라. 그 단단함 앞에 무릎을 꿇고 싶은 동시에 꺾고 싶었다.
" 침소가 아니면 눕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온화하신 영주시여."
그를 모를 수는 없었다. 차디찬 설원의 따스한 변경백. 설국의 주인. 그 위압감으로 차가움마저 다스리고 있는가. 백색의 위압을 디아나는 땅에 납작히 뉘인 채 어둠으로 받아내었다. 땅은 차가웠고, 모피는 따스했으며, 얌전히 모은 두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죽음을 체험하고 있는 자를 왜 그리 나무라십니까. 내뱉지 못한 말이 삐죽였다.
" 저를 일으키시렵니까? 같이 눕는 것도 한 방법일텐데."
겁 없는 보라빛 입술이 평소와는 다르게 부정확한 발음으로 상대를 농락하려 하였다. 그래 감히 그녀가 그리한다. 오랜시간 말을 하지 않았던 딱딱한 입술 때문이다. 취기는 이미 추위에 씻겨내려갔으니. 그 자의 설원은 자유로울까. 아니, 모든 것이 그의 아래에 깔려 있을 것만 같았다. 위에선 모든 것이 잘 보이는 법이죠? 땅 밑에 묻히면 숨을 수 있으려나. 모네는 제 앞으로 뻗어진 손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차가워 보이는, 너무나 사람 같은 손이었다. 더 혼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북부의 이들은 좋겠습니다. 당신 앞에 무릎 꿇는 영광을 누리니. 제가 북부에 태어났다면 은방울 꽃이 되어 당신 앞에 종종이 머리 숙일 수 있었을텐데."
겨울철에 까맣게 변해 죽은 것 같다가도 다시 하얗게 피는 순결한 은방울 꽃을 그녀는 참 좋아했다. 그러나 그녀는 검기만 하지 않은가? 영 자격이 없었다. 디아나는 고이 모았던 손을 정중하게 뻗었다. 그 손이 잡히면, 그대로 일어나는 척 제 무게를 실어 어디 한 번 최선을 다해 거구의 사내를 넘어뜨려 보려 시도한다.
물론 '까마귀'인 이상 반짝이는 것을 거절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말은 농으로 덧붙일까 하다가 속으로 삼켰다. 다시 한 번 창 밖을 내다 보려니 눈 너머로 해가 진다. 어머나. 급사는 외마디 탄성을 뱉으며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결국 찾으려던 편지는 찾지 못하였지만, 무어. 2기사단 기사와 안면을 튼 것은 좋은 일이려니. 그리 생각하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럴 리가요, 덕분에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저도 이만 주방 저녁 식사 준비를 도와야 하기에..."
실례하겠습니다, 하는 말은 간단한 목례로 대신하자. 렘프리는 저만치 밀어 두었던 제 몫의 편지 뭉치를 집어 들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까마귀는 백조가 짐을 챙겨 식당을 나서기 전까지 배웅 삼아 자리에 가만 서 있다가. 그가 시야에서 멀어지자 발걸음을 돌려 주방으로 사라졌다.
옆자리에 누가 앉는 것에 모네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저 눈 앞의 싸구려 술잔에 마주한 제 얼굴을 보며 베시시, 풀어진 미소를 한 번 지었다간 신나게 술을 들이켤 뿐. 놀랍게도 싸구려 탄산이 둥둥 뜬 누런 맥주 한 잔을 그녀는 단번에 덩그라니 비워냈다.
" 크.. 시원...?"
제 바로 옆에 앉은 사내가 제게 말을 걸기 전까지 그날밤은 완벽했었는데.
" 릭... 릭켈런 단장님."
차라리 1기사단 단장이었으면 되도 않는 거짓을 내뱉거나 무시하겠다만, 왜 하필 본인의 직속 상관인가. 그녀는 한숨을 깊이 내쉬며 잔을 앞으로 쭉 밀어냈고, 인심 좋은 주인은 언제나 그렇듯 그 잔을 다시 가득 채워 내어주었다.
" 서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숨어들어야 진정한 감찰이 이루어지는 법이라서요."
당당하게 말하는 것에는 성공하였지만, 눈을 마주치는 것은 성공하지 못했다. 더욱이 눈이 새빨간데 어찌 마주치랴? 한쪽만 남은 눈동자라도 그녀는 당장 그 안광을 감내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항상 기세 좋게 술을 즐기던 그녀가 절절매는 꼴을 보게 된 술집 주인장도 보기 드문 눈요깃거리를 얻었다. 그녀는 바짝 붙어 옆에 앉은 상관을 슬슬 피하며 의자를 끌어 거리를 넓혔다.
" ...누구세요."
그녀는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갑자기 모르쇠를 시전해 보였다. 누구십니까. 무섭게 생기긴 했는데 저는 정말 처음 보는데요. 저는 그저 술 마시는 서민입니다요. 억울하게 치켜 뜬 회색 눈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자신을 알아봤음에도, 예법대로 일어나 인사를 하지 않는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설국을 다스린다. 그래,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니, 무례함을 문제삼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자신을 온화하다고 칭하는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샛노란 눈동자가 달빛을 머금고 빛난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그는 입을 떼었다.
"무례하구나."
"외로움을 한때의 취기에 담아 거짓됨으로 사랑이란 이름을 붙이지 마라. 생존처럼 천한 농담일 뿐이다."
얌전히 두 손을 모아, 보랏빛 입술과 라벤더 향으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그녀를 단호하게 내려다보았다. 낮은 목소리, 딱딱해진 말투는 쌓인 눈 위로 패인 발자국처럼 깊숙하게 그 흔적을 남긴다. 그는 제 아래에서 정중하게 손을 뻗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무릎 꿇는 영광이라. 그런것은 바라지 않는다. 영광이란것은 언젠가 스러질 것이다. 영원이란것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신들의 영역이라. 우리가 죽어 그들에게서 영원한 안식을 선사받는것 뿐, 그것 외에 다른 영원이란 없다. 선제 폐하의 위업도 마찬가지리라. 우리는 망각이라는 축복을 부여받았다. 전란의 시대 이전에도 위대한 국가가 있었고 길이 남을 성군이 있었다. 그러나 그 끝은 피로 물든 강과 같았으니, 이제 그 이전의 역사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들은 없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써내려가는 역사 또한 그러리라. 영원한 평화, 영원한 위업은 없으니, 내게 영광이란 중요하지 않았다. 무력으로 쟁취한 영광은 언젠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히게 만드리라. 무릎 꿇는것보다 중요한것은, 설국의 백성들에게 장작을 한 묶음이라도 더, 따스한 스튜를 한 스푼이라도 더 주는것이었다. 우리는 온기가 필요하다. 사랑이란 이름의, 죽는 날 까지 가슴 속에 남아 따스함을 전해줄.
"머리를 숙인것은, 충성을 위해서인가."
"그대의 머리에 씌워질 왕관을 위해서인가."
그녀가 무게를 실었음에도, 그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그녀를 거칠게 일으켜 세우려 했다. 쥐는 손에는 힘을 주지 않은 채로.
모네는 넙죽 인정했다. 그래, 그녀가 평소에도 이리 무례한 사람이던가. 아니다. 하지만 눈 앞의 설인과도 같은 사내는 분명 모네의 비틀린 부분만 골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달빛과도 같은 샛노란 눈동자도, 천천히 깜박거리는 저 눈도, 그리고 나서야 제 입을 떼는 그 느긋한 중압감도.
" 원체 연인들과 미친 사람들의 머리는 소용돌이치면서 들끓는 법이라."
연인은 미친이와 같고, 미친 이는 또 외로운 이와 같은가 보다. 모네는 그를 모로 응시했다. 가늘게 뜬 눈은 깊고 어둡게 빛났다.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그를 그녀는 여전히 올려다 보았다. 그 주변으로 하얗게 테두리가 인다. 달빛도 마음에 안 드는 법이 있군. 충성과 왕관이라. 둘 중 고르라면 콱 죽음을 골라보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게 분명했다. 언제 꽂혀져 있던 것일지 모를 비올라 한송이가 제 귓가에서 툭 떨궈진다. 그의 질문은 과거를 가져왔다. 왕관을 욕심내기엔 빼앗길 운명이고, 충성을 하기엔 이미 많이 늦은 것만 같았다. 어질어질한 밤하늘은 정말 취해서가 아닌데 말이야.
" 취객이 대답하기엔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녀는 자존심 상할 정도로 가볍게 일으켜세워졌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가볍다고 굳이 덧붙이는 것은 분명 제 심기를 건들기 위해서임으로 받는다.
" ...그런 건 좀 일찍 알려주지 그러셨습니까."
속이 뒤틀리는 패배. 그녀는 풀향이 싱그럽게 들어찬 모피를 부러 과격하게 털어냈다. 파스스, 흙먼지와 푸르른 풀자락이 디마크르의 멀끔히 차려입은 의복 쪽으로 털어내진다. 분명 자신만 누워있을 때 이곳은 변방이었는데 그가 다가오자 중앙이 된다. 사람들의 관심이 속절없이 쓸린다. 그녀가 소란을 제법 떤 탓도 있지만서도.
#디마르크 묘사 너무 좋다. 동화 읽듯이 읽게 돼... 모네가 예의없지만 모네주는 디마르크 좋아해. 무릎 꿇고 싶어(주접)
보아하니 당당하게 나온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당황할 필요는 없어보이니까. 아마 그녀가 즐겨하는 월담을 한 것이 아닐까, 하고 릭켈런은 추측했다. 기사단에서도 모네와의 인연은 다른 이들보다 더 오래 되었기에 그도 그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도는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 감찰을 할거면 이런 선술집에 있으면 안되지. "
당당하게 말하는 기개는 인정해주지만 이유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누가 감찰을 선술집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면서 하는지. 전임 기사단장이었으면 진즉에 호통을 치면서 끌고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전임 단장과는 성격부터 다른 사람이었기에 금방 나온 술을 한모금 홀짝이고선 말했다.
" 이젠 상관을 모른척까지 하네. 사유서를 한장 더 쓰고싶다는 뜻으로 알아들어도 되겠지? "
걸리지 않으면 무죄지만 이미 자신에게 걸렸으니 걸고 넘어질 건수는 충분했다. 자신에게 멀어지려하는 모네를 보고선 그만큼 쫓아다가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 릭켈런은 그녀의 후드를 들춰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레이스 경은 알아야하지 않나? "
그의 눈빛은 어느새 장난끼 가득한 것으로 바뀌었고 어깨를 한번 으쓱해보이고선 자신의 술잔을 잡아서 조금 거리를 벌려주며 말했다.
" 옛날부터 이런건 대수롭지 않아했다는걸. "
뭐, 크게 잘못하는게 아니라면 그는 단원들에게 크게 터치하지 않고 있었다. 기사단의 규율과 체면이라는게 있지만 그것을 강요할 정도로 본인이 철저한 것도 아니었기에 자신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눈감아주는 편이었다.
그는 가만히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깊고, 어둡게 빛나는 회색의 눈동자는 설국의 늑대를 닮았다. 흐릿한 안개같은 저 눈의 너머에는 무슨 감정이 도사리고 있을까. 단순한 취기라기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어울리지 않는 라벤더 향과 쇠 냄새처럼.
"취기와 찬 바람은 머리를 뜨겁게 만들지."
"열로 머리가 들끓는다면 조금 쉬어라. 이곳은 황궁이고, 자네는 기사이며, 나는 변경백이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묶여있어."
때와 장소가 맞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수수께끼같은 물음으로 되묻는 그는, 올려다 보는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보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꽃 한송이가 그녀의 귓가에서 툭, 하고 떨어진다. 이것 역시 무엇의 암시일까. 그것이어도 좋고, 그것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래, 들끓는 머리로, 소용돌이치는 머리로, 몸을 감싸는 취기로 대답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허나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다. 언제까지고 대답을 망설이기만 할 수는 없을 터.
"황궁의 기사가 적을 넘어트리는 방법도, 배워야 깨닫으리라고. 그리 생각하지 못한 내 불찰이네."
그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번졌다. 노골적인 적의는 익숙했다. 허나 그것이 살의가 아니기에, 그에게는 이것이 투정 정도로 보이는 것일까. 흙먼지와 푸르른 풀자락이 거세게 모피에서 흩뿌려져 제 의복쪽으로 닿는다. 하얀 눈 위로 발자국이 남았으니 자신이 넘어진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의 관심을 뒤로 한 채, 그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미소지었다. 더이상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걸로 되었다. 그는 작은 목소리와, 확실하게 움직이는 입모양으로 속삭인다.
"그대의 사명을 잊지 말게. 황궁을 지켜라. 그것이 그대의 것이든, 황제 폐하의 것이든... 주어진 사명을 완수해내거라."
본인을 나무라는 것 같은 태도에 그녀도 상당히 유치한 태도로 맞선다. 물론 그 서사 안에는 그 둘 사이의 신뢰와 친밀감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역시 모네를 호되게 야단칠 엄격한 상사는 아니었고, 모네 역시 이토록 유치하고 풀어진 모습을 쉬이 보이는 기사는 아니다.
" 사유서? 그게 뭡니까 나리."
모르쇠 공작을 이어가며 술을 여유롭게 마시는척을 하려던 찰나였다. 정말, 그 짧은 찰나에 붉은 눈동자가 후드 안으로 들어온다.
" ...콜록."
하머터면 그의 반질반질한 얼굴에 싸구려 맥주를 뱉을 뻔했다. 그랬다면 정말 꼼짝없이 사유서를 썼겠지. 머리를 싸매고 서재에 박힌채 상관의 얼굴에 맥주를 뱉은 사유에 대해 구구절절 쓰다가는 박박 종이를 찢는 제 미래가 섬뜩하게 스쳐지나간다.
" 그러는 릭 경도 그리 바짝 다가오면 제가 당황할 걸 아셨잖아요."
조금 거리가 생기자 그제서야 편안한 숨을 내뱉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그녀는 아까보다 훨 초췌해진 얼굴로 후드를 거칠게 벗었다. 부스스한 잔머리와 대충 올려묶은 머리가 눈에 띈다. 장난기 가득한 그 표정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저는 또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다느니 그런 말을 내뱉고 있는 참에 그녀는 얄궂은 것들을 계획했고, 한참 전부터 자신들을 흥미진진하게 관람하고 있는 주인장에게 가벼이 눈을 찡긋거렸다.
" 아아, 오해하지 말아요. 제 전 연인일 뿐이니까요. 하하."
턱을 괴고 다리를 꼬는 모네의 폼이 상당히 요사스러웠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만은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제발요 단장님. 저는 제 단골 술집에 정체를 들켜서 출입금지 당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오늘은 제가 당한 것도 있으니 한 번씩 주고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모네에 말에 릭켈런은 다시 한번 말없이 어깨만 으쓱였다. 무언의 긍정인 셈이다. 사실 그는 단원들이랑 그렇게 스스럼 없이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고 그냥저냥 필요할때만 찾는 상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럼에도 몇몇 단원들과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고 그 중에선 모네가 가장 앞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야 그가 기사단에 들어오기 전부터 알던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 하하. "
그런데 갑작스럽게 전 연인이라니 그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짓고선 이 건방진(?) 부하를 어떻게 요리해야할까 진지하게 고민해보려했다. 하지만 마주친 눈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진심에 이번만큼은 장단을 맞춰주기로 하고선 주인장에게 얘기했다.
" 제 아내가 이런 식으로 장난을 많이 치곤 합니다. "
장난에도 급이 있다는걸 보여주려는걸까 엄청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버리는 릭켈런은 모네쪽을 슬쩍 바라보고선 주인장이 보이지 않게 웃어주고선 다시 술잔을 들었다. 싸구려이긴 했지만 술은 싸구려의 맛 또한 즐길 수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 저 몰래 가는 곳이 어딘가 했더니만 이런 좋은 곳을 몰래 다니고 있었다니 참 섭섭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
본래 급사라는 것은 정확히 하라는 일만 해서는 아니 된다. 쓸라는 명이 있으면 닦는 일 또한 수행하여야 하고, 비키라는 명이 있으면 눈에 띄지 않는 저만치까지 사라져야 한다. 무언가 씹을 것을 구태여 내어 온 데에는 그러한 까닭이 있었으나... 당신이 무얼 생각하는지는 알 턱이 없어 그저 따라 쿠키를 응시해 보았다. 흐음. 적어도 위생 상태만큼은 양호할 텐데.
혹시 모르지, 무어. 척 보기에도 깔끔하신 분 같으니. 렘프리는 다른 곳-다시 한 번 편지 뭉치-에 시선을 두는 체하며 손수건 너머 가려진 당신의 손을 흘끗 보았다.
"아하."
화상 연고라.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이기를,
"차루스 알에 룬나무 이파리를 섞는 레시피인가요?"
아는 화상 연고 레시피라고는 그 뿐이라 적당히 물어 본 것이다. 너무 캐묻는 것처럼 들리지 않도록 은근한 어조로 한 마디를 덧붙여 놓는다.
쿠키 맛있게 먹고 있어요. 쿠키를 먹는 내내 부러 입꼬리를 살포시 말아올리고 있는 까닭이다. 라리사는 오독오독 깨물어 먹던 쿠키가 한 입 크기로 줄어들면 입 안으로 감추었다. 코코아를 홀짝이며 하는 생각은, 성의에 대한 감사 표시로 먹어야하는 쿠키는 몇 개일까. 그러면서도 장갑을 벗어두지 않은 왼손은 편지뭉치로 향한다. 장갑 없이는 편지에 닿지 않을터라.
라리사는 편지를 읽다 말고 들려오는 친근한 레시피에 시선이 끌려갔다. 이야기 주제가 잠시 약이 되었다고 그에 대한 강의할 생각 없거니와, 질문 의도 또한 라리사가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직을 찾는 듯 하니. 자기소개를 해야하는 때인 것 같아 잠시 편지를 내려둔다. 후작가의 은혜를 입었으니 번듯한 아가씨 흉내를 내어야지, 무릎 위에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궁정의 조수, 브레 가의 라리사 폴이에요.”
생글생글 웃는 건 쉽지만, 말을 잇는 건 어려워 마냥 웃을 듯 하다가 느지막하게 덧붙는 소리.
“…작은 화상은 그 레시피로도 충분하지만 물집이 잡히면 절 찾아주세요.”
주방에서 일하는 듯 해보이니 화상 입을 일 잦을 지도 모른다. 의사 찾을 일 없는게 제일 평온한 나날이겠지만, 찾게 된다면 조수더라도 기꺼이 나서야지. 라리사가 이곳에서 베풀 수 있는 상냥함은 그런 종류라고.
>>520 늦은 인사를 받으러 아침에 온 라리사주 등장. 좋은 밤이었어요, 그리고 좋은 아침! >>521 회사에서 하는 것만큼 효율성 높은 딴짓은 없지! 모네주가 먼저 옮겨둔 틀 보고 따라하기만 했으니 고생 아니다! 열심히 복붙했을 뿐이에요 ;0 >>532 이 머리카락을 보아라. 우리 캡틴에게 랜선 쓰다듬 받은 머리카락이다…… 1억부터 경매를 시작합니다. (?)
쌓인 로그들 보았는데 너무 웃겨서 발박수 칠래 ㅠ 나도… 나도 있는 로그들에 다 잇고 싶어……… 언젠간 다 만나보리라………… >:0 아무튼! 다들 좋은 아침이야. 오늘 무려 오전 근무만 한다는 말에 신나서 월루하며 갱신합니다!
자기에는 때 이르다는 그의 말에 디아나는 어두운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날이 추워 가벼운 입김이 흩날렸다. 곧 스러질 것 같은 밤이었다. 땅에 떨어진 비올라는 이미 물기가 가셔 바싹 말라 있었다. 내일이 오면 후회하려나. 이런 첫만남이 아니었다면 분명 무례를 저지르지 않았겠지만, 그렇다면 이자와 대화를 나눌 일 또한 없었으리라. 몸을 가득 웅크리고 겨울잠이라도 자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밟고 있는 이 땅 아래에도 어쩌면 겨울잠을 자는 미물이 있을터인데.
" 그래요, 그리하죠."
이제 취기 어린 투쟁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부드럽게 이르는 듯한 말에 백기를 들었다. 그녀 주변엔 왜 이렇게 인내심 있는 자들이 없었는지. 눈 앞에 선 사내 반, 아니 그의 눈동자 만큼이라도 부드러웠다면, 인내했다면. 부드러운 실크 셔츠를 탁탁 털어내 잔주름을 떨치고 그녀는 방금까지 영주께 털던 모피를 어깨에 내둘렀다. 살아있는 것들은 따듯하고 죽어서나마도 따듯함을 선사하는구나. 망토를 걸치는 이번의 손길에는 한치의 악의도 없어서 그에겐 바람 한 점 닿지 않았다.
" ...당신을 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리춤에 찬 한 쌍의 칼날이 절그럭 흔들린다. 사명, 황궁, 기사. 원해서 된 기사가 아닐지라도 의무는 함께였다. 지킨다라.
" 곧 도전할 날이 있기를 빌지요. 가신다면, 배웅하겠습니다."
예를 차릴 줄 몰라 차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모네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얌전히 바닥을 응시했다.
뭐야, 불안하게 왜 웃어. 얇고 곧은 그녀의 눈썹 앞머리가 꿈틀한다. 인상만 펴면 곧은 눈썹인데 그런 법이 잘 없다. 시원스레 웃는 모습이 역시 평소의 쾌활해보이는 얼굴과 잘 어울린다만, 항상 저런 인간이 아니란 것을 물론 알고 있다. 왁자지껄 떠들어주는 주변 테이블의 서민들이 오늘만큼은 고마웠다.
" 아내?"
Wife? ...missus? 기가 찰 노릇이고만. 모네는 두 손으로 찬 맥주잔을 감싼채 굳어버렸다. 손을 적시는 찬방울들이 모이고 고여 제 손바닥 아래로 뚝뚝 떨어져도 그렇게 정지해 있는다. 평소의 그녀라면 술 식는다고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사람이 정말 놀라면 되려 굳어버린다는 말이 실감났다.
" 제가, 당신이랑, 결..혼을 했어요? 우와."
멍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욕이 나오기 직전이다. 하, 하하.
" 이거 말고 좀 비싸고 센 술로 바꿔줘요. 발효된 거 말고, 걸러진 거. 탄산, 없는거."
그녀는 그 와중에도 지혜로웠다. 술 기운 없인 못 견디겠고, 탄산 마시면 딸꾹질 할 것 같아. 섭섭하다느니 어쩐다느니 주인장과 쿵짝이 아주 잘 맞아보이는 그에게 이제 할 말이 없어진다. 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티가 훤히 나는 성질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주인장이 새 술을 내오러 뒤 돈 사이 모네는 입술을 비틀며 되려 자신이 릭켈런에게 고개를 숙인다.
" 해 보자는 거죠?"
물방울이 잔뜩 맺혀 젖은 제 손을 그의 얼굴에 한 순간 튕겨내고, 다시 새초롬하게 고개를 바로한 그녀가 절제된 동작으로 작은 잔에 담긴 미지근한 술을 받았다. 원샷하면 분명 목구멍에 불이 날 걸 알면서도 탈탈 털어넣자 용기가 샘솟는다. 느릿하게 미소짓는 그녀의 조금 어두운 피부결에 은은하게 윤이 난다. 그녀가 즐겨차는 허연 진주가 밤에 내는 윤과도 같이.
반응을 보아하니 당장 욕을 내뱉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인데 아무래도 서로의 지위가 있다보니 그것은 간신히 참은 것 같았다. 사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장난은 시덥지않게 넘겼을텐데 정복을 입고 있지 않고 있다는것 하나만으로 기분이 꽤나 풀린듯 싶었다. 사실 그의 어릴적 성격을 생각해보면 정복을 입고서 점잖게 있는게 스트레스 받을 법도 하긴 하지만 말이다.
" 혹시나 얘기하지만 나한테 데려다달란 말은 하지 않도록. "
마시던 것보다 더 강한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릭켈런은 손가락을 들어 주의를 주었다. 물론 정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된다면 어떻게든 자신이 끌고가겠지만 그렇게까지 마시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혹시나하는 마음에 주의를 주었을뿐. 하지만 이어진 모네의 말에 릭켈런은 흠칫했다. 한두번의 핑퐁으로 끝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심인것 같았기 때문이다.
" 하, 분명 처음엔 먼저 다가오길래 받아줬는데 이렇게 사람이 변하다니. "
먼저 다가왔고(기사단에 추천서를 써달라고 했고) 받아준 것(그래서 추천서를 써줬다!)은 맞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거짓말은. 하지만 이 이상 갔다가는 정말 주인장이 사이를 오해할까 싶어서 헛기침을 두어번한 릭켈런은 은은하게 웃어보이는 모네와 주인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왠지 상대방은 끝내줄 마음이 없어보였기에 어쩔까 고민하던 그는 같은 종류의 술로 달라고 얘기하고선 주인장이 자리를 비우자 말했다.
" 그레이스 경,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
역시 함부로 장난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었다. 애시당초 기사단장의 권위로 해결했다면 ... 이라고 생각해봤자 당장은 넘어갈지라도 후일이 두려워지는 일이었다. 기사단장이란 단원들의 신임도 받아야하는 법이니 말이다. 이윽고 주인장이 술을 내오자 그는 잠시 그 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렇게 피로한 몸상태로 이걸 마셨다간 내일 몸상태가 어찌될지 모르니 말이다. 한숨을 작게 내쉰 그는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아까보다 강한 도수의 것이라 그런지 목부터 느껴지는 화끈함이 지금 술의 흐름이 어딜 지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 사람 당황시키는 재주가 있다는걸 오늘 처음 알았네. "
제 2기사단이 아닐때에도 그녀의 상관이었고 지금도 그녀의 상관이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인지라 좀 새로웠다. 근데 원체 타인에게 관심없이 사는 편이니 어쩔 수 없었다.
여기 술집은 밤새 열테니, 엎어져서 자고 일어나면 되지 않을까, 모네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윗층은 여관으로 되어 있는 전형적인 선술집이기에 더더욱 걱정은 덜했다. 삐걱이는 나무계단을 보니 옛생각이 흐른다.
" 그건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군요."
술기운이 올라 답답한 로브를 벗고 싶어도 안의 호사스러운 옷차림 때문에 벗을 수가 없음이 안타까웠다. 뜨겁고 좁은 나무로 된 선술집의 안은 더더욱 복작거렸고, 잠시간 마법처럼 정적이 흐를 때면 바깥의 바람소리와 풀벌레들의 바스락거림이 들려왔다.
" 재미없어요?"
디아나는 가지런히 난 제 손톱 끝을 둥글게 둥글게 나무에 갈아내듯 문대며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그레이스 경, 하고 불러대는 당신의 말이 경고음처럼 붉게 들린다.
" 아님, 화났어요?"
비죽이는 웃음이 그의 심기를 더욱 거스를지 모른다는 것을 훤히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왜요, 난 재밌는데.
" 이런 선술집에서 잠시 부부로 알려지는 것 쯤이 뭐 대수라고요." " Darling, 이제 제가 싫어요?"
주인장이 다시 바 테이블 근처로 되돌아오자 석고처럼 굳어서 입만 조목조목 움직이다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이제 자신이 싫은 거냐고 칭얼대기 시작한다. 까슬하던 손톱이 나무에 갈려 매끄러워지자 그것을 만족스럽다는 듯 손가락의 여린 면으로 훑어내고 석고 조각상 같던 표정을 연하게 풀어 울상을 짓는다.
>>649 늦었지만 무명주 안녕! 오늘도 늦은 새벽 등장해 짱짱한 체력을 선보일거라 믿고 있어. 그러고보니 무명이랑 한 번도 안 만났던 것 같다. 애틋한 첫만남 기대중이야. 무명주 깨어있다면 살포시 티엠아이라도 풀어주고 가라! 별자리도 좋구, 혈액형도 좋구, 하다못해 퍼스널 컬러라도 풀어줘!!
>>650 모네주 안녕하세요!! 아직 안 주무셨군요!! 좋은 새벽이네요! 오늘도 오래 버텨보겠습니다!! ^ㄷ^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모네랑 일상이나 로그로 꼭 만나보고 싶어요! ;ㄷ; 저도 너무 기대하고 있어요!! 시간... 시간이 필요해요... 더 열심히 일해서 모네와 함께 놀 수 있는 더 많은 여유시간을 만들어야만...!! 무명이 티엠아이라... 어떤 걸 풀어야 모네주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요! 별자리는... 아마 궁수자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혈액형은 O형, 퍼스널 컬러는 아무래도 쿨톤일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도 모네 티엠아이 듣고 싶어요!! 모네의 모든 걸 알려주세요!!!
>>652 이쯤되면 무명주 칸트가 아닐까 생각해. 일정한 시간에 등장한다구. 별자리 궁수자리일 줄 알았어! 찰떡이야 증말. 퍼스널컬러 진짜 알려줄 줄 몰랐는데 ㅋㅋㅋㅋㅋ 쿨톤 의외다. 좀 창백해 보였는데 그래서 쿨톤인걸까? 보라색이 좀 따듯해보이기도 해서 웜톤일 줄 알았어~
모, 모네 티엠아이? 혈액형은 미정이고 별자리는 생일에 따라 물고기자리가 될 것 같아! 그리고 모네도 쿨톤! 겨울딥 노리고 있다!
>>654 어떻게 아셨지...? 반가워요 사실 저는 칸트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무명주가 아니라 칸트주라고 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퍼스널 컬러를 엄청 잘 아는 게 아니라 모네주의 말처럼 피부가 허여멀건하니 쿨톤이지 않을까 했습니다! ^ㄷ^ 모네주께서 그렇게 보셨다면 그게 맞을지도 몰라요! 모두가 풀어주는 무명이 티엠아이는 분명 오피셜입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ㄷ^ 모네 티엠ㅏ이!!!!!! ^ㄷ^ 물고기자리군요! 그럼 모네의 생일은 2~3월 즈음인가 보네요! 모네랑 쿨톤이라니 너무 찰떡이네요!! ;ㄷ; 겨울에서 봄 사이에 태어난 모네와 쿨톤... 완벽한 조합인 것 같아요...! ;ㄷ;
>>655 아나 ㅋㅋㅋㅋㅋㅋ 잡담 열심히 읽다가 나메칸 읽어보니 칸트주야 ㅋㅋㅋㅋㅋ(이마탁) 그렇게 쉽게 오피셜 허가 내주면 안된다고 무명주.. 모네 성격이 그래도 미끈미끈한 면이 있으니 뭐 대충 물고기라 그렇다 치고..(지금 정함) 맞아 딱 겨울과 봄 사이 그 애매함을 노렸어. 찰떡같이 알아듣는 무명주가 정말이지 최고야.
>>65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뿌듯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ㄷ^ 우리 어장 분들은 모두 금손이셔서 모두가 주시는 티엠아이가 오피셜이 아닐리가 없어요...!! 성격이 미끈미끈해서 물고기라니...! ;ㄷ; 물과 관련된 물고기자리와 푸른 머리카락의 이미지가 어울리는 거라고 하죠!!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니 감사합니다! 정말 최고의 칭찬이네요!! ^ㄷ^ 겨울과 봄 그 사이를 닮은 모네 너무 좋아요... ;ㄷ; 성격, 외모, 별자리 모두 아주 조화롭네요... 완벽한 사람... 완벽한 모네...!!
그녀의 입장에선 이런 일이 한두번 있던 것이 아닌듯 모양이니 그 부분에 대해선 걱정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오히려 그녀를 건드리는 사람들을 걱정해야할 판이니. 기우에 불과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확실시 하는게 서로에게 좋을테니 괜히 해본 말이었다.
" 그레이스 경은 재밌나보군. "
짐짓 화난 것처럼 진중한 분위기가 깔린다. 물론 그의 분위기는 그렇게 화가 나있다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까지 쾌활했던 인상은 어느새 무표정이 된채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는 잠깐의 침묵을 했다가 입을 열었다.
" 뭐, 나도 재미있다네. "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짓궂은 미소를 지은채 모네를 바라보던 릭켈런은 주인장이 오자마자 돌변하는 그녀의 태도에 못이기겠다는듯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예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니까. 그래도 잘 보여주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술 기운의 영향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또한 그녀만큼 술을 마셨기에 비슷한 반응을 보여줄지도 몰랐다.
" 그럴리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
냉혹하고 호전적인 성격이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누군가를 미워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말한대로 타인에게 관심을 크게 가지지 않으니 그가 자신에게 무언가 일을 벌이지 않는다면 좋아할 일도 싫어할 일도 없으니까 말이다.
" 황궁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 달라서 색다르군. "
그렇기에 그는 돈을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허나 그가 마신 것을 결제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는데, 그는 주인장에게 넌지시 속삭였다.
모네는 제 과거를 떠올렸다. 막내딸, 영애, 산딸기 같은 수식어를 짊어지곤 전장터에 나가 공을 세운 일부터 기도회나 여타 술자리에서 술을 마다않고 말술처럼 들이키던 일. 월담은 물론이고 땡땡이는 마지 않으면서 요령을 피지만 막상 시킨 일에는 순종적으로 선을 지켜 성과를 내는. 누가 봐도 요령껏 사는 한량 아닌가.
" 와, 나 비싼 거 먹어야겠다."
디아나는 손바닥을 부딪히며 박수 흉내를 내었지만 소리는 미약했다. 흐늘거리며 흘리는 웃음은 얇은 무명천이 햇살 아래 흔들리는 모습을 닮았다. 그런 나른한 웃음으로 반쯤 감은 눈을 천천히 깜박이는 걸 보면 슬슬 피곤한 모양새이다.
" 안주 줘요 안주. 고기 주면 화낼거야?"
자세를 고쳐앉은 그녀가 중얼중얼 대다간 나직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I know I can not heal the hurt, But I will hold you here forever.."
" Darling. 손이 커서 마음에 들어요. 이래서 내가 결혼했다니까."
장난기 가득한 회색 눈동자가 릭켈런의 바로 코앞에서 웃는다. 턱을 괴며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가던 그녀는 잠시 까딱, 하고 휘청거리더니 곧 자세를 잡았다.
" 이거 좀 슬쩍 할게요."
바 너머로 아슬아슬 건너간 상체가 킵해뒀던 바틀 하나를 들어오더니, 찰랑찰랑 황금빛 액체를 당신과 그녀의 잔에 가득 따른다.
>>66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모네주!! ^ㄷ^ 푹 쉬고 계시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사람은 언제든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 ;ㄷ; 괜찮으니 더 팍팍 쉬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잠만 잤어요... 눈 감았다 떠보니 이 시간이었네요... ;ㄷ;
>>673 네!! 내일은 꼭 볼게요!! ^ㄷ^ 그래서 방금 전에 빵을 먹고 왔어요... 자고 일어나서 먹는 빵은 역시 꿀맛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일어나서 쭉쭉 스트레칭도 했어요! 엄마...! (?) 죄송해요 엄마...!! ;ㄷ; 무명이... 이런 건 무명주를 닮으면 안 되는데...
>>675 오타도 특이하게 났네요... ;ㄷ; 죄송해요 모네주!! 저도 모네와의 일상 엄청 탐나요!! ;ㄷ; 낮밤은 제가 바꿔야죠!! 앞으로는 낮에 일어나서 올 수 있도록 해볼게요!! 그러니 부디 일어나세요!!! 예전에는 부엉이 체질이라고 자랑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 생활 패턴이 자꾸 바뀌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체질이 되어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이렇게 졸았네요... 어쩌면 오늘 잠만 잤던 이유가...?
다들 반갑습니다, 좋은 새벽이에요! 시간이 많이 늦었군요... 가개장이 끝나고 무사히 개장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개장할 수 있던건 전부 여러분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려요 🥰
사실 개장하는 자정에 맞춰서는 바로 왔어야 했는데... 제가 지금 좀 많이 바빠서 😿 너무 늦어버렸네요. 오늘부로 가개장 이벤트는 전부 종료가 되었구요, 개장 이벤트 즐겨주시면 됩니다. 경쟁 이벤트인 암부와 불길한 짙조는 1주일 뒤, 2월 17일부터 2월 23일까지 7일간 진행되며, 24일 당일에는 간단하게 승리 진영을 위한 미니 이벤트 진행할 예정이에요. 다음주 토요일에 다시 재 공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라리사주 축하드려요!! 라리사주께서 오시면 특급 정보 하나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설날의 새벽이네요. 다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 그러면 전 오늘 밤쯤에 다시 오겠습니다!
>>661 무명주가 실레이아의 tmi를 궁금해해주다니 광광 울게... 실레이아는 굉장히 야심이 가득한 타입이야. 2기사단에 들어간 것만 봐도 그렇지 그래서 완전 자부심 넘치는 캐릭터라 본인이 실수하거나 잘못한 일 있으면 몇날 며칠 꿍해있는 마음이 여린 캐릭터이기도 하지!
그리고 나랑 일상 돌릴 2기사단 친구들과 파혼자 선관 맺을 하겔주 구하고... 암부 중에 혹시 야망 있는 친구들 있으면 실레이아한테 접근했다는 설정도 좋으니까...
저 잘린 바위의 단면을 보아라. 매끈하지 않는가. 검을 다루는 사람으로써 그녀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기에 순수한 감탄을 내뱉는 것과 함께 존경이라는 감정마저 샘솟을 지경이었다.
"프란츠 경의 가문 사람들이 꽤나 많은... 노력을 들인 검술 같습니다."
그녀가 "많은"이라는 말을 할때 특히 강조해서 악센트를 주었다.
"이건 이미 살상용으로써 완벽한 검술이에요. 하지만, 단점이 딱 하나 있네요."
그녀가 프란츠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어째서 검술을 격상을 상대하는 쪽으로 발전시키지 않은거죠?"
물론, 사형집행인 가문의 검술이 격상을 상대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단숨에 이 검술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깔끔하게 잘려나간 저 단면을 보아라. 적어도 동격이나 격상을 상대하는 방향으로 검술을 가다듬었으면, 하다못해 가문의 직계들에게 비전으로라도 물려줬더라면. 프란츠 경의 가문은 필시 검술 명가가 되었으리라.
그녀는 어두운 허공을 바라본다. 또 다시 수수께끼 풀이인가. 이런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머리 아플 정도로 질색인 일들 투성이인것은, 설국 내부의 서류 뭉치들로 족했다.
“여흥이었네.“
짧은 말을 내뱉듯, 무심히 툭 던진 그는,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를 샛노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자네는 어떻지? 무엇이 그대를 그리 겁먹게 했는가, 어린 소녀여.”
여기까지다. 수수께끼 풀이는 이것으로 충분해. 한걸음 더 발을 내딛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실크 셔츠를 털어내 잔주름을 없애고, 깔끔해진 모피를 어깨에 두르고. 허리춤의 칼이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느덧 가까워진 거리에, 그는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보이는, 지극히 고풍스러운 북부의 예절방식 그대로였다.
“생각은 언제나 바뀌는 법. 허나 잘 생각하게.“
”나를 적으로 돌리는것은, 설국을 적으로 돌리는걸세. 군을 이끌고 눈보라 치는 설국으로 진군하라는 명령을 받는다면, 그대는 해낼 수 있겠는가?“
얌전히 바닥을 바라보는 그녀를 응시하며, 어느덧 그의 미소도 천천히 사라져갔다. 깊게 패인 발자국이, 천천히 쌓이는 눈에 의해 그 흔적을 잃어가듯.
>>691 모네주 덕분에 성공했어요!! ^ㄷ^ 정말 감사해요 모네주!! 모네주도 오늘이 행복한 하루였으면 좋겠네요!!
>>695 언제나 티엠아이를 궁금해하고 있으니 울지 마세요!! ;ㄷ; 시트와 풀어주신 티엠아이를 함께 보았을 때, 실레이아의 야심은 아마 가문에 대한 사랑이 큰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네요...! 본인의 실수에 대한 반응을 보면 실레이아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점도 있는 걸까요? 선관! 무명이도 언제든지 선관을 구하고 있으니 말씀만 하세요!! ^ㄷ^ 그런데 무명이가 야망이 없는 캐릭터라 찔러도 될지 걱정이네요...! ;ㄷ;
황궁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을 해본다면 릭켈런이 그녀를 인식하는 시간은 같이 전장에 있을때 밖에 없었으니 깔끔하게 임무 수행을 하고 뒤탈이 별로 없는 우수한 기사, 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단원들의 정보를 전투를 위한 것만 기억해두었을뿐 다른 것들은 신경도 안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 내가 좀 무신경하긴했군. "
어릴적부터 불법 투기장에서 자라왔으니 정상적인 커뮤니티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했고 그것은 그가 기사가 되고나서도 쭉 이어졌다. 물론 클라렌스 자작가에서 여러가지를 배우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웠기에 다른 이들이 보기엔 그냥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준이었다.
" 크기만 하고 보기 좋은 편은 아니지. "
섬섬옥수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손이었다. 검을 다루는 기사인데다 단검까지 다루니 전투라도 한번 하고나면 손에 자잘한 상처가 한두개씩 늘어나고 치료도 대충하니 대부분이 흉으로 남아버렸다. 그러니 좋은 말로도 예쁜 손은 아니었다.
" 모네 양, 적당히 마시는게 어때? "
그가 -경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땐 정말 개인적인 사유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사회생활의 전반을 경험이 아닌 지식으로 먼저 쌓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공과 사의 구분이 어투에서도 나오게 되었다. 자신의 코 앞까지 다가왔던 회색 눈동자에도 당황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은 그는 그녀가 잔에 따르는 술을 조금은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 그렇게 마시다보면 내가 업어다 데려줘야할 것 같은데. "
친근한 말투는 기사단장의 직위에 있는 사람이 아닌 그냥 그 나이또래의 남성들이 할법한 것이었다.
>>752 일상 좋죠!! ^ㄷ^ 하지만 곧 잠들 것 같은 상태라 상대 참치분께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네요... ;ㄷ; 어쩔 수 없네요... 이럴 때는 릭켈런주를 선관으로 데려가야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릭켈런주는 안 주무시나요?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754 가기 직전에 캡틴이 오셨네요!! 어장을 가지겠다는 꿈은 포기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다는 말은 캡틴에게 써야죠!! 우리의 귀여운 캡틴!! 캡틴의 쓰담은 언제나 행복하네요!! 덕분에 무척 힘이 나요!! ;ㄷ; 걱정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무리하지 않도록 할게요!! ^ㄷ^ 캡틴도 피곤하신 날에는 꼭 푹 쉬시고 무리하지 마세요!!
맞아, 그리고 노파심에 조금만 더 말씀을 드리자면 😌 1번 비설은 크게 문제 없으나 2번과 3번 비설은 조금 걱정이 되네요. 임시 어장에서 선관으로 말씀 나누셨던 "카이로스 가문은 어둠을 지배하는 공작가" 라던지는 시트 제출하실때 없었던 설정이기도 하고... 또 3번 비설은 아직 하겔주와 완전히 합의가 끝난게 아니니까요. 최대한 느슨한 부분은 느슨하게 해드리려고 하고, 전투 시스템도 다이스로 행하고 있지만, 어장의 주인공은 실레이아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플레이어분들이니까요. 하겔주와 느긋하게 선관 마무리 지으시고, 어장 진행 도중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날수도 있을텐데 잘 융화되셨으면 좋겠네요 😊 그러면 정말정말 자리 비워볼게요~ 모두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황궁까지 갈 것도 없이 제 행동이 제법 가벼웠던가. 디아나는 자신을 그래도 참새보다는 무거운 존재로 여겼다. 둥그렇게 생겨서는 낱알 주워먹는 동작조차 가볍고 조그마한 참새보다는, 그래도 부리와 발톱 정도는 놀릴 줄 아는 새인줄로 알았는데. 그런의미가 아니더라도 뭐. 그러는 디아나는 릭켈런을 새로 비유하자면 검은머리물떼 새 정도로 여겼다. 붉은 눈 하며 하얗고 까만 그 외관까지 철썩으로 닮았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나름 섭금류라 사냥하는 모습도 그와 잘 어울렸다.
" 손을 재보는 그런 흔한 플러팅은 안 하겠지만, 확실히 크네요."
디아나는 제 손을 갈퀴처럼 사방으로 펼쳐 그의 눈 앞에 흔들었다. 그의 손과 마찬가지로 예전엔 꽤나 마디가 얇고 길었을 고운 손은 군데군데 상처와 하얀 밴드 자국이 덧나 투박해 보였다. 짧게 깎은 손톱과 거친 흉에도 별로 관리한 흔적이 없는 것이 그녀의 성정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고, 그런 것은 아랑곳 않는다는 듯 은색 두꺼운 반지를 여러개 겹쳐 낀 것이 눈에 띄었는데, 이상하게도 상반되면서 퍽 손의 잔상처와 맞춘 것처럼 어울렸다.
" 그렇게 부르는 건 오랜만이네요. 릭."
상관의 이름을 부르는 건 예의로도 한참 벗어난 짓이라 제 2기사단 안에서 했다면 경을 칠 일이었으나 모네는 그가 술에 취한 아끼는 단원을 갑자기 끌어내 멱을 잡을 인물로는 보고 있지 않았기에 대범하게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고 그것은 그와 그녀의 관계에 있어 최초였다. 모네양, 하고 드물게 부를 때면 그 붉은 눈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마음 속 무언가가 풀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곤 했다.
" 진정한 걱정이에요? 그렇다면, 질 수밖에 없는데."
앞서 시켰던 마른 과일 안주가 나오자 그녀는 그 중 건무화과 하나를 집어 입 안으로 넣었다. 적당히 반건조된 과실의 향긋함이 미지근하게 속을 달래주었다. 달지도 향긋하지도 않은 그 애매한 맛이 건무화과의 특징이었다. 끝의 과일 꼭지를 툭 떼어 손가락으로 건져내며 디아나는 자리에서 느른한 몸짓으로 몸을 일으켰다. 두꺼운 로브가 바닥을 스쳐 다시 제 몸께로 올라오고, 후드 역시 제 긴 옆머리를 감추며 머리를 푹 덮었다.
이어 짓는 디아나의 엷은 미소는 이제 조금 안정감을 되찾은 듯 하였다. 가녀리게 흩날리는 풀숲새로 꽃 한송이를 찾는 것처럼, 그녀는 주위깊게 넘실거리는 검은 풀숲을 응시했다. 별자리 하나에 그녀의 어머니가 떠올랐으나 아침이 되면 꿈같이 사라질 일이었다. 그렇다면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그렇지도 전혀 않았다. 두려워하려면 가져야하는데, 아직 그녀는 소유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소유하려고 드는 것조차, 이제 빼앗길 것이 생긴다는 사실에 두려울테지. 그렇다면 그녀는 소유가 두려운지도 몰랐다. 모네는 처참한 심경으로 손을 내밀었다. 여성의 손이라곤 생각될 수 없는 상당히 거칠고 상처가 깊은 제 손이 디마르크의 손을 스치듯 붙잡았다.
" ...그것을 당신 앞에서 고하기엔 이른듯 싶습니다."
하지만 진군하라 명령한다면 그녀는 기꺼이 설국 땅을 거칠게 밟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대답하는 대신 호전적인 손길로 힘을 주어 사내의 손을 움켜쥐곤 놔 주었다. 천천히 뒤를 따르며 걷는 모네의 머리 안으로 새벽에 끓는 다락방의 쥐떼와도 같이 잡생각이 엉겨붙었다. 사각사각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 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검은 파도를 끝없이 헤쳤다. 발 밑으로 스치는 작은 곤충 따위가 가죽바지에 들러붙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채로.
라리사, 마주하게 되어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를 편지를 접는다. 결벽, 혹은 유난스런 깔끔 덕에 여태 읽어본 편지들을 다시 봉하여 모아두었으니 참 다행이었다. 읽지 않은 편지들 옆, 쌓이고 있는 읽은 편지들 위로 새로이 편지가 하나 더 쌓인다. 네번째로 쌓인 편지. 아래에서부터 네번째, 아래에서부터 네번째, 아래에서부터 네번째… 짧은 햇살놀음을 끝내면 약제실로 돌아가 다시 읽어봐야지, 살펴봐야지. 하지만 그 후에는 침묵하리라.
이 편지를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무성한 소문이든, 뜻 모를 암호문이래도 읽는 이 기분 좋을 일 없는 단어만 눈에 띄는 내용이든, 라리사는 규칙대로 명령대로 행동할 뿐이다.
황궁에 속하였으니 황궁을 위해 일해야 하고, 궁정의 조수로서 사람을 살리며 병을 고쳐야 하고, 이 편지가 황궁을 위하는가, 알 수 없다. 사람을 살릴 수도 없고, 병을 고칠 수도 없다. 명 받은대로 편지를 선별해냈지만,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불태워 없었던 일로 만드는게 제일 깔끔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며 라리사 손은 능청스럽다. 이번 편지도 별 볼 일 없는 시시한 편지라는 듯 오트밀 쿠키를 오독오독.
네!! ^ㄷ^ 감기 걸린 무명이라... 그러게요 저도 궁금해지네요...? (?) ㅋㅋㅋㅋㅋㅋㅋ 아마 행동같은 건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세히 안 보면 티가 잘 안 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끔 기침을 하거나... 열 때문에 눈가가 살짝 붉거나... 숨소리가 조금 불규칙하거나... 하면서 평균적인 감기의 특징(?)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반대로 디마르크는 감기에 걸리면 어떨까 궁금해요!! 아니면 지금까지 감기는 안 걸려봤을까요? 캡틴도 졸리면 언제든지 쉬러 가세요!! 저는 말 잘 듣는 착한(?) 참치니까 따뜻한 옷 입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할게요! 캡틴도 꼭 따뜻하게 입으시고 비 맞지 않게 조심하세요!!
귀엽네요 😌 어쩐지 챙겨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어요. 감기같은 병으로 쉰다는건 생각지도 못할 그런 타입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따듯한 차랑 약 먹이고 푹 재워주고 싶네요. 우리 애기들 전부 애호해주는 파라서...(?)
디마르크도 감기에 걸리면 평소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싶어요. 약 같은거 챙겨먹고, 평소보다 밥도 좀 더 잘 먹구.. 🤔 아무래도 책임감 있는 위치니까요~ 좋아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먼 미래의 얘기지만 나중에 연플같은거 나오면 간호해주는 시츄에이션도 꼭 구경하고 싶단 말이죠...
최소한 아프다고 일을 쉰 적은 없을 것 같은 캐릭터죠...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마음 같아서는 어장에 있는 아이들 모두 아프면 이불로 둘둘 말아서 전기장판도 틀어주고, 죽도 먹여주고 싶고... ;ㄷ; ㅋㅋㅋㅋㅋㅋㅋ 디마르크의 강인함...! 아파도 쉬지 않고 일하는 점이 너무 속상하지만... 평소보다 밥을 잘 먹는다는 점이 너무 귀엽네요!! ;ㄷ; 디마르크는 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잘 챙길 줄 아는 사람이군요...! 저도요... 누군가, 어디선가 연플이 나오면 숨소리도 안 내고(?) 열심히 관전할 자신 있어요...! 예쁘게 차려입고 데이트 하는 모습 꼭 구경하고 싶네요...!!
>>853 맞아요... 일전에 얘기 나왔던대로 잔불같은 은은함이 무명이의 매력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명령이 없는 상황이라면, 결국 하던대로 황궁을 위해 1기사단 쪽을 지지하려나요? 이런저런 이야기 망상들이 멈추질 않네요. 맞아요~ 저는 애호파니까요 😉 디마르크도 은근 자기 순위가 낮지만, 아파서 일을 못하는건 싫어할테니까요... 어떻게 보면 오피스 러브려나요.
저도 무명주 옆에서 조용히... 꽃길을 깔아주면서... 🥰
>>855 푹 쉰다니까 다행이네요. 프란츠에게는 꼭 병문안을 가주고 싶단 말이죠... 굉장히 놀라진 않을까, 그러면서도 아파서 외로웠으니까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프란츠는 나중에 의사가 되어도 무척 멋있을 것 같네요! 환자가 단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셀프 케어...! 프란츠가 해주는 의학적 조언은 꼭 들어야만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ㄷ; 프란츠는 휴식도 타인을 위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너무... 너무 슬퍼요...!! ;ㄷ;
>>856 잔불 같은 은은함... 전에도 생각했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감사한 표현이네요...! ;ㄷ; 그러게요... 명령이 없다면 일단 1기사단을 지지할 것 같네요! 1기사단 지지하는 무명이, 2기사단 지지하는 무명이, 직접 황제가 되려는 무명이 모두 성격이 조금씩 달라질 것 같아서 기대되네요!
일이 1순위인 디마르크! 순간 디마르크의 1순위가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바뀌는 상상을 했는데 여기도 너무 즐겁고 행복한 상상이네요... 관전은 정말 최고의 행복인 것 같아요!! ^ㄷ^
병문안이라니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프란츠의 반응이 정말 궁금해지네요...! ;ㄷ;
모두 안녕하세요! 실레이아주와 라리사주가 오셨었군요! 반가워요!! 밤이 늦었는데 모두 푹 쉬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시트 어장에 질문이 들어왔네요!! ^ㄷ^ 이 레스를 보시고 계실지는 모르지만... 시트를 낸 참치 중 하나로 말씀드리자면 모르는 것들은 분명 모두가 친절하게 알려주실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도 잘 모르는 것들이 많아서... 저라는 선례(?)도 있으니 어려워 마세요! 모르는 건 같이 알아가 봐요! ^ㄷ^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간단하게 귀족전생이나 이상적인 기둥서방 생활이나 이런거 보시면 좀 편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것같아요. 저도 자세하게 아는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판타지 소재이니까... 적당히 영주로써 세금을 걷고, 영지를 관리하거나 황궁에서 일을 한다던지, 예법을 중시 여긴다던지 정도? 플레이어분들은 기사니까 경비 및 마수 퇴치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해하시면 편하겠네요 😌
맞아요, 영애물 좋아하시면 가볍게 여성향 게임의 파멸 플래그 밖에 없는 악역 영애로 전생하고 말았다 라던지... 자칭 악역영애 관찰일기 라던지, 느긋하게 보실만한 만화들도 있으니까요.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광란의 파티라던지도 나쁜 귀족들이면 벌일지도 모르겠네요. 주로 파티같은건 사교 목적으로 자주 행해지고 있지 않을까요? 🤔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귀족들이니까요. 대접하기도 하고,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같은걸 나누기도 하고... 그런 장소도 필요할텐데, 친구들이랑 만나서 술 한잔 하거나, 비즈니스로 얽힌 사람들과 격식있게 호텔이라던지, 미팅 룸 등에서 만나서 얘기하는것처럼.. 격식을 갖춘 요리, 술 등이 제공되는 파티장에서 이런저런 얘기나 계약등을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그렇지만 위에서 말씀드린것처럼 어디까지나 귀족이면서도 기사니까요, 이런저런 만화에 자주 나오는 기사단들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답니다.
tmi지만 안테로스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복수를 관장하는 신인 안테로스예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아들 중 한 명인데, 이 안테로스의 누이로는 조화의 신 하르모니아가 있어요(누나인지 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남매의 이름이 이렇게 지어졌는데 황태자의 이름이 마르스여서 조금 흠칫했습니다...
사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포지션을 따와 드미트리 포지션인 이복형 히메로스(그리스 신화의 성적 갈망의 신)가 있다는 설정도 생각해봤는데 그냥 폐기했슴다... 하르모니아가 모친의 발작을 물려받은 것도 까라형제에서 따온 흔적입니다. 넵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tmi였습니다.
>>917 오해와 침묵으로 빚어진 우연 밖에 생 각 안 나 ! 안테로스가 기사단이란 걸 알아볼테니, 궁정의를 찾는다고 생각해 기다릴 시간동안 드시라 차라도 내왔는데 티타임 신청으로 오해받는다던지............ 약제실이나 궁정의 머물 곳에 안테로스가 왜 왔느냐도 설명되어야 하긴 하 지 만 ! ! !
궁정의 사람들은 안테로스를 보자마자, 그것이 수다에 정신이 팔려 똘똘 뭉쳐져 있는 인파라 하더라도 모세가 홍해 가르듯 갈라졌다. 이는 안 그래도 인상이 나쁜데 머리에서 피까지 흘리고 있는 그의 몰골 때문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다쳤는가?
안테로스, 비록 인상은 나빠도 성격은 상냥하기 그지 없기에 분명 무슨 부탁을 받고 나무 위로 올라갔거나, 지붕 위에 올라갔거나, 기타등등... 그렇게 추락해서 용케 머리만 깨진 안테로스는 급하게 의무실을 찾았다. 그런데 머리에서 피를 뽑았기 때문인가? 그는 엉뚱하게도 의무실이 아닌 약제실로 걸어갔다.
"실례하오. 그... 붕대를 좀 감아주셨으면 하오만..."
왠지 눈앞은 가물가물하고 걸음은 비틀거린다만, 안테로스는 본인의 상태를 '몹시 정상'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게요... 하루가 48시간이라니 😿 분명 일이 그만큼 늘어나버릴거에요..... 하루 40시간 노동이라니 생각만해도 슬퍼지는걸요 😿 그래도 지금이 바쁜 기간이기도 하구... 조금만 더 지나면 조금쯤은 여유로워지시지들 않을까요? 하루에 일상이 5건씩 돌아간다던지 행복회로를 돌려보고 있답니다 😌
40시간 노동... 정말 듣기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ㄷ; 하루 일상 5건이면 관전할 수 있는 일상도 5개!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만큼 모두 TMI도 많이 풀어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그런 의미에서(?) 캡틴의 TMI가 듣고 싶습니다! ^ㄷ^
>>943 무명이 시트가 좋은 예시가 아니라서...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감사드려요! 정말 영광입니다!! ;ㄷ;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저도 잘 모르지만(?)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ㄷ;
궁정의가 아니라 그 조수, 옆에서 시키는 일이나 처리하고 자질구레한 뒤치닥꺼리를 하는 이. 그나마 풀을 잘 알아 약제실에 콕 박혀 사는, 반푼이도 안 되는 의사. 그게 라리사였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대도 조수에 불과하는 고사리 손에 치료를 맡길 이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경우들이었다. 황가의 건강을 책임지는 궁정의 보기에는 자격이 안 된다던가. 그러니 지금 약제실에 찾아온 이 손님은 오해를 사고 말았다. 가디언즈의 기사님이, 머리에 피를 흘릴 정도로 부상을 입고서 부득불 자신을 찾을리 없다고. 궁정의를 만나려는데 잘 보이지 않아 조수라도 급하게 찾아왔으리라. 하지만 가만 있지는 않았다. 의사 되겠다는 이가 다친 이 못 본 척 하란 규칙이라도 따를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비틀거리는 걸음을 보고서 당신을 궁정의나 자주 앉던 편한 자리로 이끌려 하더니, 자리에 잘 앉았다 싶으면 분주해진다. 여지껏 풀 만지던 손의 장갑을 벗고, 씻고, 새하얀 천들과 물부터 챙긴 후에, 앞치마에 난 주머니에 몇 바이알을 챙겨넣고, 다시 당신의 옆자리로 돌아온다.
“…실례하겠습니다.”
상처 부위는 심장보다 높게, 지혈은 직접 압박으로, 피가 멈추지 않으면 그 위에 천을 덧대며, 기본이 되는 지식조차 실수할까 머릿속으로 여러번 되뇌인다. 피가 그치치도 않았는데 붕대를 감으면 무슨 소용이랴, 피가 나는 상처 부위를 찾으려 한다. 그 전에, 당신이 몸에 닿는 걸 꺼려하거나 지혈이 아파 거부할 수도 있으니 짧은 고개 숙임을 잊지 않았다.
# 조금 살짝 완료형 문장을 써버렸는데 불편하면 말해줘~! 수정해오겠습니다 :3 근데어쩌다머리를깨먹으셨어요아이고
>>945 오랜만에 오셨었군요! 정말 환영해요!! 감이 안 잡히시는 것 치고는 시트를 너무 잘 쓰셨던데요...?? 무명이 시트가 참고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시트였어요! 네!! 잘 지내봐요 저희! ㅋㅋㅋㅋㅋㅋㅋ ^ㄷ^ 그리고 안테로스의 TMI가 풀린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하나만 더 풀어주세요... 모두의 TMI가 듣고 싶어요...
눈앞이 아지랑이가 피어나듯 가물가물하다. 그저 눈앞의 사람이 이끄는대로 자리에 앉고는 그가 취해주는 조치를 가만히, 고분고분하게 받으려고 했다. 지금 스스로를 치료하기에 안테로스는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반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뜬 안테로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여성인 것을 깨닫고는 반쯤 날아간 영혼이 다시 몸으로 돌아오는 감각(?)을 느꼈다.
"흡...!"
그는 숨을 짧게 들이 쉬고는 그 여성과 시선이 마주칠까 빠르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 그 심장소리가 그녀에게 들릴까싶어 굉장히 신경을 쓰면서도, 자신이 기절이라도 할까봐(그래서 큰 소란이 일어날까 싶어서) 정신을 꽉 붙들어 매었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안테로스는 누이동생과 저택의 고용인들을 제외한 여성 앞에선 딱딱히 굳어버리는, 쑥맥이었기 때문이다.
"자, 잘 부탁 드리, 드립니다..."
창백한 얼굴에는 홍조가 생겼을까, 아니면 더 창백해져서 얼굴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을까. 그가 거울을 보지 않았기에 그것은 알 수 없었다.
>>951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더더욱 예쁘고 상냥한 건 라리사주랍니다!!! ^ㄷ^ 라리사는 양손잡이군요! 그럼 주로 쓰는 손이 따로 있나요? 아니면 매번 달라지나요? 다른 사람들은 라리사를 오른손잡이로 주로 생각할지, 아니면 왼손잡이로 생각할지도 궁금하네요! 무명이 TMI는... 별거 없어서 이야기 할 게 없습니다! ^ㄷ^ ㅋㅋㅋㅋㅋㅋㅋㅋ
>>952 잘 부탁드려요! ^ㄷ^ 뭐든 알려주신다면 저는 감사해요...!! 고기를 싫어하는 건 아닌가보네요! 안테로스가 채소나 해산물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입맛일까요? 안테로스는 편식을 하는지도 궁금해지네요!
상처 부위를 찾아 머리카락을 넘기고 이리저리 헤매다, 이윽고 찾아내면 천으로 꾸욱 누르며 가만히 있었다. 지혈을 하는데 굳이 다른 움직임이 필요하지도 않고, 당신이 의식을 잃지 않는지 신경쓰고 있는 걸로 충분했으며, 애초 궁정의를 만나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을테니 응급조치만 하는 것이 충분하리라. 그러니 라리사는 피가 멎을 때까지 얌전히 있다가 당신이 청했던 바를 들어줄 생각이었다. 지혈하는 손 끝에 맥이 빠르게 잡히지만 않았다면.
“…?”
심박이 빨라지는 이유,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혈압을 상승시키기 위하여, 갑작스런 추위로 인해 체온유지를 위한 혈압 상승, 혹은 긴장으로 인해.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라리사는 제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두번째를 골랐다. 첫째 이유였다면 실신의 전조증상을 보일테고, 셋째 이유라기에는 가디언즈의 기사님이 치료받으며 긴장할 일이 무엇이 있겠나 싶어서였다. 그래서 라리사, 약재 보관을 위해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는 약제실이 문제이리라 생각하고 본인이 두르고 있던 케이프를 풀러 당신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자신의 체온을 머금고 있으니 없는 것보단 추위를 떨치는데 도움 되리라고.
“따가워도 참으세요.”
앞치마 주머니에 챙겨왔던 바이알 몇 개가 밖으로 나왔다. 소독약과 지혈제. 피가 그친 듯 해보이니 지혈하던 부위를 물로 적신 천으로 깨끗하게 닦아내더니, 소독약을 적신 천으로 다시금 꾹 눌렀다. 다음으로는 혹시 몰라 지혈제도 바르려 했다. 잘 부탁드린다는 인삿말도 들었으니 따가워한다고 멈출 생각은 없었다.
>>953 라리사주는 무명주를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P 주로 쓰는 손은 오른손! 원래 왼손잡이었는데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교정받아 오른손잡이처럼 보인대. 남들 없는 곳에서는 왼손으로도 곧잘 밥 먹고 글 쓰고 하지. 암부 일할 때는 왼손잡이래. ;3 이. 이럴수가. 무명이 TMI가 사라졌어. 사 라 졌 어 ! ! !
눈앞에 있는 여성이 자신의 머리를 이리저리 넘기는 동안, 안테로스는 그녀의 손이 두피에 닿을때마다 작게 몸을 떨었다. '이렇게 꼴볼견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꾹 참아보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타고난 성격인지라 참기는 힘들어보였다. 그녀가 빨리 상처 부위를 찾아낸게 다행인 점이었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으, 응...?"
여성의 케이프가 어깨에 둘러지자 조금은 바보같이 맹한 소리가 나왔다. 아니, 이게 아닌데, 전 이걸 바라지 않았소만, 아, 아니요... 그대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너무나 당황스러운 나머지 이 멍청한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상처를 소독하자, 따가운 느낌에 눈이 살짝 찡그러졌지만 버틸만했는지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오진 않았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기, 그... 네..."
이제 감사인사를 전하고 바깥으로 나가면 되는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안테로스는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는 몸에 당혹스러워하며 억지로나마 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955 와!! 이겼다!!(?) ^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로 쓰는 손이 암부일 때의 라리사와 아닌 라리사가 서로 달라서 나중에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고 보기 더 어렵게 하는 데 도움이 되겠네요! 교정에 영향을 준 건 후작가일까요? 아니면 아버지일까요? 무명이의 TMI는 없어요. 그냥 없어요.(?) ^ㄷ^
>>957 맛을 안 좋아하는군요! 그럼 닭고기나 돼지고기도 비슷하겠네요! 신선한 굴만큼 맛있는 것도 없죠...!! 안테로스는 맛잘알이군요! 씹는 속도도 음식 취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데, 그럼 부드러운 음식 같은 걸 주로 좋아하는 편인걸까요?
의학 지식이 하나 없는 얼뜨기라도 머리에 피를 흘리며 나타난 이를 움직이게 두지는 않을테다. 감아 달라던 붕대는 아직 감지도 않았는데 서두를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가디언즈의 기사답게 이 정도 부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기개를 보이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 무식과 용감은 그렇게 닮았다던데, 라리사는 당신이 가려는 앞길을 막아섰다. 제대로 걸음도 떼지 못하며 온 이에게 지혈 밖에 안 해주었는데 제대로 걸을 수 있다면 마녀 소리를 듣고도 남을 일이라.
라리사는 말 안듣는 환자를 다시금 앉히려 하고, 이번에도 조금 분주해졌다. 피 묻은 천과 바이알들은 제 위치에, 쟁반을 하나 내온다. 다른 약 만들 준비를 하던 중이었을 다관에 말린 잎이라던지 가루같은 것을 계량도 없이 집어넣고, 찻잔과 함께 쟁반을 채우더니 붕대도 옆에 가지런히 올려 내온다.
“다 드시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추워하는 듯 보이니 따뜻한 차를 내왔는데, 투명한 다관에 비추는 색은 보랏빛이다. 먹어도 되나 싶은 색이지만, 차를 내오는 겸사 진통과 지혈에 좋은 풀잎도 몇가지 넣고, 쓰다고 싫어할까 단 맛도 조금 추가한 성심성의껏 신경쓴 약이기도 하니까. 라리사는 찻잔에 차를 한가득 채우고는 붕대를 감으려 했다.
# 늦어서 미안해 ;0.......... 맥 끊겼다면 일상 끊어도 괜찮습니다! # 그리고 갱신이야 :3 다들 유통기한 지난 젤리를 만만하게 보지 않도록 합 시 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