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한 구석에 꼿꼿한 자세로 서서 대기하는 메이드는 잘 교육받은 듯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보다 조용한 숨소리, 공손히 모인 두 손, 장식품처럼 미동 없는 자세 모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거슬림이 없었다. 빈 그릇과 잔이 나오면 눈치껏 자리에서 벗어나 테이블을 치워 정원 밖으로 나르고, 일을 마치면 다시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서 대기했으며 새로 나온 음식을 들고 빈 테이블을 채우거나 와인을 나르기를 반복했다. 피로를 모르는 듯, 여자는 일하는 내내 모든 움직임의 속도가 매우 일정했다.
[ 저기... 루니아, 그, 이것 좀 대신 가져가 줄래? 저분께 드려. 나는... 그게, 급하게 어디 좀 가야 해서... ]
루니아라 이름 불린 메이드는 빈 잔을 치우기를 멈추고 보라색 눈동자를 돌려 곁에 다가온 동료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말을 건 갈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눈치였다. 두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누군가를 살피듯 본인의 등 뒤를 힐끔 돌아보기도 했다. 입구가 개봉된 와인병을 잡은 두 손은 힘이 가득 들어가 미세하게 떨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한창 모두의 신경이 곤두선 이 시기에는 간혹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던데, 아마 지금이 그 직전인 것 같았다. 루니아는 대답 없이 상대를 살피다가 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와인병 대신 떨리는 손을 덮어 가려주며 입을 열었다.
"다녀오세요."
무슨 일이 있을지 뻔히 알면서도 넘어가는 이유가 동료를 위한 사랑과 친절 때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귀찮은 일을 대신 떠맡는 이유는... 그저 맞닿은 손이 겨울 공기보다 차갑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대답이 돌아오자 흠칫 놀라더니 곧 그녀에게 던지듯 와인을 맡기고 황급히 정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뒷모습을 오래 눈에 담던 루니아는 소녀가 완전히 밖으로 빠져나가고 난 뒤가 되어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 길지 않은 그녀의 걸음이 멈춘 곳은 온통 새하얀 색으로 가득한 변경백의 자리였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변경백에게 인사를 올렸다.
"실례하겠습니다."
겨울. 루니아가 그를 마주하자마자 떠올린 날것의 단어였다. 과거 용병의 몸으로 떠돌던 날, 단 한번 밟아본 북부의 땅. 대지를 감싼 냉기와 세차게 내리던 눈은 그녀가 견디기에 유독 혹독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 순결한 백색과 온 땅에 내려앉은 눈의 포용력은 가히 아름답다고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루니아는 마주한 이 남자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사를 마치고 고개를 든 그녀는 가만히 그의 빈 잔을 바라보았다.
"잔을 채워드리겠습니다."
투명한 잔이 붉은 와인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속에 녹아든 불순물도 분명 잔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루니아는 평소보다 느리게 와인을 따랐다. 문득 동료들이 나누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봄이 오면 눈이 녹는다고 하던가. 북부의 겨울은 이런 불순물 같은 봄이 찾아온다고 스러질 가벼운 것이 아니겠지만, 그녀는 되도록 모두가 이 기도회를 불편함과 걱정 없이 편히 즐기기를 바랐다. 그리고 루니아의 이 생각은 피곤함이 가득해 보이는 변경백에게도 빠짐없이 해당되는 것이었다.
"...봄을 가져오는 와인입니다. 부디 올바른 온기만이 겨울에 닿기를."
// 어느 방향이 좋을까 이리 저리 쓰며 고민하다가 이제야 올립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캡틴...!! ;ㄷ; 혹시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는 눈가를 꾹꾹 누르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다. 북부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검은색의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눈을 어지러이 가리는, 커튼, 밤의 장막을 닮은 앞머리 사이로 흘긋 보이는 보라색의 눈동자는 특이한 것이라. 시선을 흘깃 주고는 음, 하는 소리를 내면서 텅 비어버린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겨울, 흰 깃털을 두른 용, 마수 같은 단어들로 자신을 칭한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자신은 이방인이었다. 그래, 물론 선대 폐하께서는 위대한 분이셨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숱하게 무용담을 들어왔다. 한명의 전사로써, 그의 후예로써, 알덴나리히 가의 가주로써. 선제 폐하 어퍼몬트 1세 께서는 그 두려운 전란의 시대를 끝냈고, 옳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 자신의 힘이 닿지 않는, 이 설국을 나의 선조께 다스리라 명하셨다. 그렇기에 나는 제국에 충성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제국에 충성하는것이 아닌, 설국을 다스리는 것. 주군의 의중을 파악하여 마음대로 움직이는것이 아닌, 주군의 명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 제국의 황금기가 무너지고 왕관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황궁 내부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할 문제였다. 웃기지 않은가. 만약의 이야기지만, 자신이 설국 내부의 문제를 들고 찾아와 도와달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정도의 치욕이리라.
황제 폐하시여. 우리의 선조는 훌륭하게 지켜내고, 밭을 일구어 왔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나 역시 숱하게 많은 마수들을 베었고 공명정대한 법의 이름 아래 죄인들을 베어왔다. 민생의 안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겠지요. 내가 설령 병에 걸려 침상 위에서 천천히 죽어갈 뿐이라도, 당신의 개입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일구어 놓은 미래를 믿을 뿐입니다. 짙게 숨을 내뱉으며, 그는 비어버린 잔이 천천히 붉은 와인으로 차오르는것을 바라보았다. 느릿하게 차오르는 와인을 바라보다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올바른 온기라."
"그럴 수 있으면 좋겠군. 설국에는 그런것들이 필요하네. 불쏘시개같은, 젖은 나뭇가지로 피워낸 금방 꺼질 불."
"장작이 없어, 쪄내지도 못한 채 품에 안은 서걱거리는 감자."
"내리치는 눈 속에서, 신의 곁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더위를 느끼게 해주는 그 온기가 아닌..."
"마른 장작으로 피워올린 불. 사슴 따위의 고기를 넣어 푹 끓인 스튜. 머리를 쓰다듬고, 아이의 입에 묻은 음식을 닦아주는 손의 온기."
그는 어느덧 다 채워진 와인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어, 한모금 짙게 삼켰다. 따스함과 함께, 옅은 단맛이 감돈다. 조금은 사치스러우나 뿌리 뽑아야 할 향락은 아니었다. 저 밑의 백성들도 이 시간에는 술과 함께 밥을 먹고 배를 채우며 단잠을 자고 있으리라. 이곳에서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 아늑한 휴식의 시기이리라. 그러나, 그와 설국의 백성들에게는 아니었다. 이 날,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내리치는 눈보라 속에서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와인을 삼킬 수가 없었다. 오랜 마음의 병이었다.
"그런 올바른 온기가... 이 겨울에 닿았으면 좋겠군."
지긋이 눈을 감았다 뜬 뒤에, 그는 손으로 다시금 육포를 입에 넣어, 몇번 씹고는 삼켰다.
저야말로 늦어서 죄송합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잠에 들어버렸네요... 느긋하게 이어도 괜찮으니까, 시간은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편하게 이어주세요. 그리고 무명이의 정체를 간파했다~ 라는 느낌으로 돌리면 좀더 세계관을 이해하기 쉽지 않으실까 싶어서 그쪽 방향으로 진행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MPC 띄워주기가 아닐까? 하고 조금 마음에 걸려서요. 기존 공지처럼 조언자 느낌으로 이것저것 질문하고 대답하고 해볼까 싶기도 한데, 어디까지나 강요가 아닌 질문이니까 편하게 이어주시면 좋을것같아요.
>>142 >>148 칭찬 감사합니다 😊 모네도 정말 예뻐요~ 프란츠 발치의 꽃이 밟힐까 정중히 요청하는 등, 꽃을 소중히 하면서도 망설임없이 꺾어 장식하는 대비되는 면모가 좋네요. 돼지고기 파티 🤔 사비를 준비해서 열어야만...(안됨)
모네주랑 프란츠주 일상 수고하셨어요. 즐겁게 관전했습니다!
다들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만 견디면 내일은 즐거운 금요일이니까 화이팅해봐요! 😊 그리고 별개로 좀더 높은 화력을 위해서 간간이 주말쯤엔 미니 이벤트(명예의 휘장X, 즐김 용) 같은걸 진행해볼까 하는데 이것저것 해보고 싶으신게 있으면 언제든 의견 남겨주세요.
단정히 바닥을 향해 내리깔려 있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그에게 고정된다. 와인병을 받쳐든 두 손과, 적당한 거리에 선 채 살짝 숙여진 고개는 모두 황궁 예법의 좋은 표본이었으나, 앞머리 너머 상대를 향한 그 시선은 매우 불경스러운 것이었다. 루니아는 남자의 말을 경청하던 것을 멈추고 그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상대를 살피기 시작했다. 암부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극히 적다. 사실 그 정도라면 없다고 보는 쪽이 더 옳다. 변경백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동향은 일개 메이드에게 쓰기에는 지나치게 무거운 단어였다. 메이드보다는 꼭, 궁 안에 심어둔 그림자에게나 쓸법한...
"...저희가 어떻게 감히 높으신 분들의 뜻을 헤아리겠습니까."
따르기를 멈춘 와인을 대신하듯 그녀의 입에서 첫 번째로 흘러나온 대답은 나름 무난한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받았던 가르침 중에도 암부의 존재를 아는 외부인의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상대가 암부와 관련된 인물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질문 하나에 섣불리 티를 내거나 정보를 흘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남자의 황금색 눈동자를 마주하려던 보랏빛 눈동자는 어느새 다시 공손하게 바닥을 향해 있었다. 한층 더 숙여지는 고개 역시 의심할 여지없이 단정했다. 누가 보아도 사냥개라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뒤이어 꺼내놓은 대답 역시 막힘이 없었다.
"그저 폐하께서 병을 이겨내시기를 한마음으로 바랄 뿐입니다."
나름 그녀는 보고 들은 진실만으로 대답했다. 아직 폐하의 명령이 내려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용인들은 폐하의 건강과 다가올 변화만을 걱정할 뿐이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탐이 나는 물건이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물건은 두려움만 불러일으킨다. 발 밑에서 황실을 섬기는 사용인들처럼 이렇다 할만한 무력도, 자격도 가지지 못한 낮은 이들에게는 멀리 있는 왕관보다 그저 눈앞에 놓인 오늘의 평화가 끝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기사님들의 상황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은 부족한 식견이지만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값싼 도발이다. 그러나 아는 이에게는 대화의 도화선이, 모르는 이에게는 그저 무지한 자가 가벼운 입으로 놀린 경솔한 말이 되어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양쪽 모두 화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명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좀 더 깊게 고개를 숙였다.
>>159 아닙니다 캡틴! 저도 이후 잠들어 버려서... ;ㄷ; 정말 감사합니다 캡틴... 캡틴께서도 부디 느긋하고 편하게 이어주세요! 저는 좋습니다!! 전혀 띄워주기라고 느껴지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오히려 제가 무명이를 너무 주인공처럼 묘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디마르크가 무명을 알고 있는 쪽이 저도 무척 즐거울 것 같아서 이런 부분은 캡틴께서 설정해 주시면 따라가겠습니다! ^ㄷ^
캡틴도 오늘 하루 화이팅 하세요!! 미니 이벤트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이벤트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생각 나는 게 있으면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긴 말에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으면서, 동향이라는 말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시선이 자신에게로 고정된다. 그녀를 가만히 응시하면서, 그는 가득 찬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참으로 불경스러운 시선이었다. 자신을 이런 눈으로 바라보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흉포하기로 이름난 북부의 오거도, 사이클롭스 따위도 자신을 보면 으레 겁을 먹은것을 숨기기 마련이었다. 자신이 신뢰하는 북부의 전사들도, 대련에서조차 자신을 향한 일말의 두려움을 숨길 수 없었다.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고조된다. 그에 맞추어 기도문이 조금 큰 목소리로 읊어졌고, 사람들의 대화소리도... 조금은 높아졌다. 그는 사냥감을 쫓듯 눈동자를 천천히 굴려, 고개를 돌리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다시금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시켰다.
"지금이라면 누구도 우리의 대화를 듣지 않을테지. 집중하는 이도 없어보이고."
이어지는 무난한 대답. 다시금 공손하게 바닥을 향하는 시선. 그러면서도 이어지는 수수께끼 풀이같은 말. 자신은 이러한 문답이 좋았다. 무릇 진정한 전사라면 칼을 휘두르는것 뿐만 아니라 지혜로워야했다. 칼을 휘두르는 그 끝에 무엇이 있으랴. 그저 휘두름은 내리치는 눈보라와 같았다. 그것에는 목적도 의미도 없었다. 자신이 어떻게 칼을 휘두를 지, 그 칼을 휘둘러 무엇을 지킬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어떠한 신념을 칼 끝에 벼릴 것인지. 우리는 알아야 했다.
"만물에는 그 향이 담겨 있으니, 농사를 짓는 이에게서는 흙냄새가, 여관 주인에게서는 비누 냄새가, 상인에게서는 금속의 냄새가."
"그리고 단련된 전사에게는 쇠붙이의 냄새가 나는 법이고, 사람을 무수히 죽인 이에게서는 지울 수 없는 피냄새가 배는 법이지."
설령 그 비릿한 피냄새를 감춘다고 하더라도. 그는 손을 들어 와인을 한 모금 삼켰다. 옅은 단맛 뒤로 코를 간질이듯 포도와 함께 나무의 냄새가 일렁인다. 이렇듯 그 본질은 숨길 수 없음이라.
그 보랏빛 눈을 기억한다. 그리 말하듯 그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북부 뿐만 아니라, 제국을 통틀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색이었다. 허나 그것 말고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차고 넘쳤다. 두려움. 본질적인 하급자이자, 피식자로써의 두려움. 그녀의 눈에서는 그것을 엿볼 수 없었다. 메이드라 함은 약하고 가녀린 존재였다. 물론, 황궁의 메이드이기에 귀족으로 태어난 이들이 대다수였으나. 메이드라 함은 거의 평민에 가까운 6녀, 7녀거나, 이곳을 교양 수업 쯤으로 여기고 더 좋은 조건으로 정략결혼을 하기 위한 말 정도였다. 눈 밖에 난다면 살해, 암살처럼 흉흉한 일에 휘말리지 않더라도, 언제든 내쳐질 수 있는, 그런 가녀린 백성과 같은 존재였다. 누구나 목의 가죽 너머로 칼날이 박힌다면 죽는다. 실체가 있다는 것은 무릇 벨 수 있음을 뜻하니. 네가 여전히 용병이라면 아무 문제 없으나, 신분을 숨긴 암살자라면 숨길 수 없는 피냄새를 누르고 두려움을 그 눈동자 안에 박아넣는 방법을 배워야 하리라. 그렇지 않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칼날이 향하는 것은 자신의 목 가죽 뒤편이리라.
"누구나 아는 대답을 듣고자 물은 게 아니다. 네가 속한 곳이 개들의 무리임은 알고 있으나, 구태여 물어봐야겠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저 명령만을 따를테냐. 그 이빨을 드러낼 상대를 이미 정했느냐."
>>163 저도 감사합니다. 열심히 이어봤는데 마음에 드시면 좋겠네요. 언제 어떻게 만났다고 하는게 좋을까... 이리저리 생각해봤는데 잘 생각나지 않아서, 무명주에게 맡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은, 무명이가 설국의 땅을 단 한번 밟아본 적이 있다고 하셨으니, 그 보고를 들어서 기억했던 방향으로 가도 좋을것 같네요~
프란츠주 말씀대로 신입 분들에 예약까지... 어장을 닫아야 하나 고민했던게 엊그제같은데 감회가 새롭네요 🥲 맞아, 언제든 질문이나 기타 이벤트 의견 수렴중이니까요~ 말씀하기 어렵거나 한 거는 적극적으로 웹박수 이용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곳에 집중하는 이가 없다는 말이 사냥개를 향한 신호임을 알아챈 무명은 이번에도 대답 없이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가장 첫번째 가르침 때문이었다. '입에는 자물쇠가, 귀에는 열쇠가 있어야 한다'. 먹이를 물어오는 개라면 시끄럽게 짖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명령과 사냥감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던 그 말. 그 때문인지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말을 아끼는 버릇이 있었다. 제국의 이방인이자 왕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선 자. 황제의 자리에 충성도, 욕심도 없는 이가 암부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건 지금껏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네."
그녀에게서 형식적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피냄새. 마치 당신에게서 겨울의 향기가 나는 것처럼 말입니까. 그녀는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무명 역시 모를 수 없었다. 손에 밴 쇠붙이의 냄새와 몸에 밴 피냄새는 루니아가 뿌리는 싸구려 향수로 잠시 덮어 가릴 수는 있겠지만, 몸에 새겨진 낙인처럼 지울 수는 없었다. 수많은 곳을 떠돌고 수많은 일을 해 보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눈앞의 사내처럼 겨울의 향기도, 흙이나 비누의 향기도 아닌 악취뿐이었다.
"가르침에 감사드립... 니다."
아직도 용병 시절의 버릇을 완벽히 버리지 못해 감정을 연기하는 일이 익숙지가 않았다. 잊어 알지 못하는 것을 모방할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래를 응시하려던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금 정면을 향했다. 황금빛 눈동자와 마주치자 일순 말이 멈춘 것은 잊혀 가던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었다. 용병. 아버지에게 거두어진 이후로 타인의 입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부름은 이제 그녀의 귀에 낯설게 들릴 지경이었다. 설마 그가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앞서간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북부의 늑대들과 함께 마물을 잡으며 설원을 지나던 중 마주했던, 이 황금색의 두 눈동자.
"저는..."
막힘없이 떠들던 입이 단 하나의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신분을 아는 이의 질문이니 말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삶을 통틀어 남은 것도 없고, 받은 명령조차 없으니 달리 물어뜯을 사냥감도 없었다. 황실의 개가 되었으니 가르침대로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할 뿐이었다. 그저,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목걸이뿐일 것이다. 무명은 손을 들어 옷 너머로 목걸이를 덮어 그 형태를 되짚었다.
"개가 주인을 따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고 가르침 받았습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언제나 마음에 들다 못해 캡틴의 필력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 답레도 캡틴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디마르크와 무명이 어떤 식으로 만나야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보라색 눈을 기억한다는 내용과 캡틴께서 말씀해 주신 보고를 듣게 되었다는 말에서 무명의 능력을 연관 지으면 어떨까 했습니다! 북부의 땅을 밟은 무명이 늑대들과 함께 다니던 모습이 디마르크에게 보고되었고, 그 모습을 마주한 적이 있는, 그런 보기 드문 일을 겪으면 한 번의 만남이라도 강하게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혹시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국의 북부, 그 광활한 대지 위를 살아가는 전사. 디마르크 폰 알덴나리히가 암부의 존재를 알고 있는것은 실로 특이한 일이면서도,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의 방식이 전사와는 동떨어진 것 역시 아니었다. 제국은 드넓다. 오래 전, 전란의 시대 때 수많은 왕국들로 분열해있던 이 대지가, 신의 축복을 받은 온 대륙이 하나된 제국이기에, 현명한 황제 폐하께서는 그의 선조에게 설국을 일임하셨다. 새하얀 눈 사이로, 내리치는 눈보라 사이로, 얼어버린 빙판 사이로 적이 숨어 그 힘을 키운다면, 찾기 어려우리라. 그 위협이 설국을 향할때야 알아채서는 너무도 늦었다. 그렇기에 그는 기꺼이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로 했다. 수 많은 피를 뒤집어 썼으나, 그것은 긍지와 명예, 그리고 사명이라는 향으로 가릴 수 있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비열한 피를 뒤집어 쓰게 되더라도, 실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눈 위를 걷는 추적자들. '하얀 등불'. 그들은 드넓은 제국의 땅 곳곳으로 향해 정보를 모았다. 닮지 않았는가? 황궁과 암부, 변경백과 하얀 등불.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그의 무력과 권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오래 전. 어퍼몬트 2세가 직접, 그에게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영지 내부의 생활, 자금 운용, 소탕한 범죄자들, 법의 심판 등... 그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황제께서는 그에게 직접 이르셨다. 적어도 이 자와 나의 사이에서는 서로의 칼날이 서로를 향하는 일이 없을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질이었다. 동시에 닮은 이들 끼리의 합리적인 판단이리라. 제국에서 북부로 도망친 범죄자가 있다. 난동을 부리던 마수들을 모아 힘을 키우기 위해 북부로 향하는 마수가 있다. 북부에서 사람을 죽이고 전사로써의 명예와 긍지를 모두 버린 채 제국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루어지는, 합리적인 정보 교환. 그는 그렇게 암부의 존재 역시 알게 되었으며, 자신의 인재 중 몇몇을 암부로 보낸 적도 있었다.
"가르침이라."
형식적인 대답 뒤에 이어지는것은 다시금 수수께끼같은 말이었다. 두려움 없으나, 일말의 온기는 있음이라. 누군가가 말했던것 처럼, 온기가 남은 바싹 마른 장작과도 같구나. 타들어가버린 통나무, 재가 되어 스러지는. 그렇기에 따스하고, 그렇기에 두려움 없다. 그녀가 어째서 암부로써 살아가는지는, 제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래, 이제야 제대로 기억이 났다. 그 때와 같았다. 설국, 광활한 그 하얀 대지 위로. 마른 나무들과 무릎까지 박히는 눈들이 펼쳐진 그 초원에서, 너는 늑대와 함께 있었다. 목이 타들어간다. 와인을 한 모금 더 삼키고 깊게 숨을 내뱉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택권을 부여받는다."
"죽을 것이냐. 죽일 것이냐."
"행동하느냐. 행동하지 않느냐."
손을 뻗어 접시 위의 마지막 육포를 입에 넣어, 천천히 씹어 삼키고는.
"늑대로 남느냐. 가축으로 전락하느냐."
"그렇지 않은가."
노랫소리가 천천히 줄어든다. 자그마한 박수소리가 이어지고, 그는 김이 샜다는 듯 마지막 남은 와인을 입 안에 전부 털어넣어 삼켰다.
"죽은 채로 남지 마라. 선택해서 살아가는거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든 영원한 안식의 때가 오리라. 그러니 발버둥쳐라, 메이드여."
"그것이 나와 황제 폐하의 뜻이리라."
분명히, 그럴것이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우리는 언젠가 신의 곁으로 떠나 영원한 안식을 누리리라. 그러니 발버둥치는것이다. 황제 폐하께서도 제국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 왕관을 바닥에 던지셨다. 이 정도 위기로 끝날 황금의 시대라면 필요 없다는 것이겠지. 건강을 관리하는것, 천수를 누리는 것, 그리고 자식을 낳고 가르쳐 안정적으로 황위를 물려주어, 올바른 통치자로써 이 제국 위에 군림하는 것. 그것까지 전부 자신의 일이니 병에 걸려 침대 위에서 무력하게 죽어갈 뿐인 지금의 일은, 전부 자신의 부덕이리라. 필히 그렇게 생각하시겠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짧다. 다음 세대로 의지를 넘기며 우리는 역사 위에 이름을 남긴다. 나 역시도 그렇다. 황제 폐하의 결정을 믿고 따른다. 나의 충성은 설국을 향하니,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자신은 이방인이었다.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선택이다. 그대의 선택은 어떤가. 미래를 비추는 한줄기의 빛이 보이는가. 그는 다시금 가만히 그녀의 보랏빛 눈을 들여다보았다.
갱신하겠습니다.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 찾아오네요! 다들 화이팅입니다. 오늘 밤, 자정 쯤에 해서 간단하게 이벤트 열어볼까 싶기도 한데... 되도록 많은 분들이 관계 쌓아나가시면서 잡담하거나, 어장을 불태울만한 주제를 고민중입니다. 의견도 여전히 수렴 중이니 편하게 말씀 주세요.
모두 좋은 아침이에요. 그동안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반가워요.. 😊 이벤트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는 아쉽게도 떠오르지 않지만요. 위키는 주말에 만들어 둘게요. 참, 새로 오신 분들 중에 하겔과 선관하고 싶으신 분들은 찔러주세요. 확인이 늦을 수 있지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볼게요...
동해안을 따라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본 것 같아요. 그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우산 챙기시고, 주말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하세요! 캡틴, 하겔주, 모네주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위키는 빨리 작성법을 배워서 무명이 시트를 옮겨둘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날씨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겔주!! 덕분에 오늘 날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ㄷ^ 저는 일이 있어서 저녁이 되어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금요일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