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친 공책은 블레이징의 팀원 중 하나가 늘 소지하고 다니는 분석노트...가 아니라, 일기같은 메모들을 적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앞장은 소소한 일상들이 적혀 있습니다. 신사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노스트라다무스메나 그녀와 가까운 학생이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당의 부적이 사라졌다. 찢어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떼었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어서 해결해야 하는데...]
[아카미 신사에는 없었다] [그럼 어디에?] [혹시 그 산에 있]
글자의 중간부터 거칠게 찢겨, 중간의 몇 페이지가 통째로 뜯어져 있습니다. 맨 마지막 장에는 평범한 필기구가 아닌, 마치 먹을 손가락에 찍어 적은 듯한 느낌의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156 (누군가의 일기장인가, 팀원들 것은 아닌 것 같아보였다. 신사 얘기, 그리고 사당의 부적이 사라졌다는 얘기. 메이사도 얘기했었던 내용다. 도중에 찢긴 페이지를 지나쳐 맨 마지막 장으로 가면... 무엇을 찾지 말라는 것일까?) (공책을 자리에 대충 올려놓고, 트레이너실을 빠져나온다. 1초라도 빨리, 이 기괴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도주는 생물의 본능적인 자기보호 행위입니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위협을 느끼면 그 위협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1순위로 두고 행동합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선택은 가장 본능적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손목을 잡힌 채로 당신을 따라 달려온 메이사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당신과 달리 숨을 헐떡이진 않았습니다.
"노, 놀래라... 갑자기 왜 그래, 유우가..." "응? 그랬나?"
메이사는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아까의 상황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반응하고 있습니다.
방학이어도 트랙을 달리는 아이들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다만... 이곳 역시 기이한 풍경이 자리잡은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더트 트랙을 박차고 달리는 편자의 소리에 섞여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병주를 하거나 잠시 쉬는 동안 떠드는 우마무스메들의 소란이라고 하기엔, 명백하게 이질적인 소리.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보인 것은 트랙을 달리고 있는 것은 익숙한 우마무스메들의 모습이 아닌, 목이 길고 다리가 4개이며 발에는 발굽이 있고 '히히힝'이라는 이상한 소리로 소통을 하는.... 당신의 인지를 뛰어넘은 알 수 없는 형체를 한 것들이었습니다.
당신의 방어기제가 또 해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것들을 보았지만... 당신은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트랙에는 달리고 있는 기이한 존재들과, 그런 존재들을 보며 지시하거나 체크를 하고 있는 트레이너 몇몇이 보입니다. 그 외에 특별해 보이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가볍게 둘러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자세히 찾아본다면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탐색할 경우 조사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혹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셔도 좋습니다.
>>163 (달리는 괴생명체와, 그런 그것들을 보고서 태연히 지도하는 트레이너들. 그 풍경에 어색함은 없다. 마치 모든 게 스스로의 착각인 거라고 말하는 것마냥. 그래, 차라리 헛것인 편이 낫다...) (더트 트랙 주위를 꼼꼼히 살펴본다. 네 발 달린 괴생명체는 애써 무시하고서.)
>>175 (습득한 대출 카드를 도서관에 돌려주러 갈까, 하다가도 어떤 생각이 스쳤다.) (방금 그 수첩에는, 신사에 무언가가 없다고 했다. 어쩌면 산에 있을 수도 있다고 적혀있었고... 그 무언가는, 사당의 부적일 확률이 높겠지. 하지만 맨 마지막 장의 '찾지마'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뒤숭숭하고 불쾌한 마음을 뒤로 하고, 학교를 벗어난다. 목적지는 이와가키산. 부적인지 뭔지 하는 걸 찾아서 돌려놓으면, 모든 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생각.)
당신은 메이사의 손을 잡습니다. 그러자 메이사의 손에서는 골격이 없는 것처럼, 물컹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한때 유행했던 슬라임같은 감촉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의 손이라면 절대 느껴지지 않을 감촉과, 그걸 지켜보며 여전히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메이사의 얼굴. 멈추지 않고 계속 울리고 있는 당신의 핸드폰 벨소리가 마치 경고음처럼 느껴집니다.
"▓▓▓▓▓▓▓▓▓▓"
벨소리에 섞여 들리는, 당신이 손을 잡고 있는 메이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까 그 시장의 상인이 내던 정체불명의 소리와 똑같았습니다.
(화련승의 행동대장인 그녀는 검은 장미(黑玫瑰, 헤이메이귀) 라고 불리며 잔학무도한 행보를 통해 이곳, 홍콩의 구룡성채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졌다. 가슴 위로 새겨진 검은 장미와 팔을 따라 내려오는 연꽃과 구름, 번개와 흑룡. 무엇보다도 등에 선명하게 새겨진 불타는듯한 야차. 그리고 그 문신들을 따라 피부 위로 선명한 칼이 스쳐간 흉터, 총알을 빼낸 자국들까지... 21세의 나이로,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오늘도 두려울 것 없다는 듯, 식당에서 소룡포를 먹는다.)
"마오타이(*중국 명주) 가져왔지? 한잔 줘봐."
(옆에 앉아 같이 식사를 하던 거구의 우마무스메들이 가방에서 술을 꺼내 잔에 따른다. 천천히 한잔을 들이킨 그녀는 손을 뻗었고, 다른 거구의 우마무스메가 그녀에게 담배를 건네준다. 익숙하게 연기를 뱉어내는 그녀는 살짝 신이 난듯 보인다.)
(중립구역의 마장. 술 있음 돈 걸음 탈의 있음의 야생 마장에는 오늘도 가진 돈을 제법 잃고 알몸으로 나오는 녀석들이 종종 나온다. 그렇게 들어선 내 눈앞에 보인 건... 우마무스메 여럿을 거느린 검은 녀석이 거들먹거리며 작탁 하나를 점거한 풍경. 나와 눈이 마주치자 먼저 제안하기까지.)
"오호, 좀 치나? 자신 있어?"
(일단 뻔뻔스레 작탁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드레스 한 벌에다가 구두 두 짝, 어두워서 잘은 안 보이지만 스타킹? 이 정도면 꽤 좋은 구경 하겠는데.)
(명백히 자신이 먼저 말을 건 상황임에도,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린채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감히 자신과 눈을 마주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명백한 오만함이었다. 그녀는 히죽거리면서, 담배연기를 뱉었다.)
"하핫! 이 새끼... 좋아, 지금 나는 아주 기분이 좋으니까 한번만 봐줄게."
(주변의 우마무스메들이 테이블 위로, 패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담배연기를 후, 하고 거칠게 뱉으며, 당신이 자신의 몸을 쳐다보며 작탁 주변을 어슬렁거림에도, 당신의 눈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히죽거리고 있었다. 게임의 준비가 끝났고, 그녀는 테이블을 검지손가락 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따까리들이 탁을 세팅하기 시작한다. 수동작탁이지만 내 손으로 패를 쌓을 일이 없다면 그건 전동작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편리하구만 이거.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내가 마작을 좀 치냐고? 아니 전혀! 벗어주고 잃어주면 그만이야~ 어차피 중립구역이겠다 목숨잃을 걱정은 없는걸. 애초에 이 마장에는 또 나름의 오너가 있으니까. 아무리 슬럼에서는 알아주는 녀석이라고 한들 여기서는 한 수 접어주는 게 도리지. 그래서 마음 놓고 뻐길 수 있다.)
"큰 거 한 장? 쪼잔한데. 4천점마다 큰 거 한 장 넘겨주는 거로 하자고."
(여자가 부른 금액보다 2~4배는 높여 불렀다.(*화료를 할 경우 보통 8천~1만2천) 오늘의 나는 우리집 꼬맹이가 거금을 벌어와서 기분이 좋다고. 참고로 꼬맹이는 마장 구석에서 실뜨기 하면서 후히히 놀고 있다. 아닐지도? 몰라. 나는 애를 잘 기르는 편이 아니라.)
(무척 피곤해보이는 표정으로, 카페의 카운터를 보고 있다. 피로에 찌든 얼굴, 이게 다 직원을 노예 취급하는 점장 때문이다. 그것 말고도 빈혈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고...) (손님 없는 한산한 시간대.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계산한 뒤 만들어 마신다. 이것이 사회의 쓴맛.)
(히죽이면서 그녀는 마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게임은 진행되었고... 갈수록 모양새가 이상해지는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에게 들어오는 패는 연결이 될 것 같으면서도 한 수가 부족했고, 이상하게도 그녀는 히죽거리면서 능수능란하게 게임을 진행했다.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톡톡, 테이블을 이따금씩 건드리면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는데... 버림패도 흘러가는 게임의 흐름도 서서히 그녀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그래, 명백한 사기 도박이었다.)
이와가키산으로 향합니다. 츠나지 시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산으로, 주민들에게 친숙한 산입니다. 그런 산도 오늘은, 아니, 최근에는 츠나센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안개가 짙게 껴 있고, 수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산이라면 응당 들려야 할 산새나 작은 동물들이 소리조차 없는,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의 적막... 등산객들도 지금은 없는 모양입니다. 등산로의 초입 부근이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습니다.
잎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쩍 마른 새까만 나뭇가지들이 해풍에 흔들리며 스치는 소리만이 이따금 들려올 뿐입니다.
전화를 받자 핸드폰 너머에서는 눈 앞의 이상할 정도로 신축성이 좋은 녀석이 내던 것과 똑같은, 당신이 알고 있는 메이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 유우가— 엣, 어?] [뭐, 뭐야 갑자기? 나 지금 유우가 집인데. 여기 없길래 어디 갔나 하고 전화했지.] [무슨 일이라도 있어? 유우가는 지금 어딘데?]
열쇠와 키링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리는 걸 봐서는, 열쇠를 한 손으로 돌리거나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통화하는 것과 동시에, 당신이 손을 잡고 있던 그것은 점점 형태가 일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손이 이상할 정도로 물컹하지만 일단은 메이사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이, 사이드테일이, 붉은 리본을 단 꼬리가, 노란 멘코를 씌운 귀가, 방긋 웃고 있언 얼굴이 모두 녹아내리듯 흘러내리고 뭉치고 퍼지며.... ...거무칙칙한 부정형의 덩어리가 된 그것은 길쭉하게 몸을 늘리고 당신의 얼굴로 접근합니다.
"▓▓▓? ▓▓▓? ▓▓▓? ▓▓▓▓▓▓▓▓▓▓▓▓▓▓▓!!!!!"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지만, 억양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생물이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를 이것이 지금 즐겁게 웃고 있다는 것을.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역시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산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맑은 공기가 아닌 가라앉은 듯한 무거운 공기, 작은 새나 동물들의 소리조차 없는 길. 축축한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나뭇가지들의 소리만이 유일하게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소리에 섞여, 무언가가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분탓일까요?
등산로 중간에 작게 마련된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동네 산이라고는 해도 역시, 등산은 힘든 법입니다. 평소에 체력이 없는 편이라면 더더욱 힘들 것입니다.
쉼터를 둘러보려면 조사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계속 올라가시려면 행동하는 레스를 적어주세요.
>>191 (소름끼칠 정도로 조용한 주변. 그 와중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와, 뭔지 모를 웅얼거림 같은 것만이 들려온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내내 여러 생각이 오갔다. 정말 부적을 찾는 것으로, 이 기묘한 풍경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힘든 것도 잊고서 길을 따르다 보면, 어느새 쉼터에 도착한다.) (일단은, 쉼터와 그 주변을 살펴본다.)
쉼터를 둘러봅니다. 나무로 된 벤치 몇 개가 있어 주변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나무로 된 안내판에는 다음 쉼터까지의 거리와 등산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맨 아래쪽엔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제작 연대가 완전히 다른 것 같은 낡은 안내판도 있습니다. 위쪽의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그 안내판에 적힌 글자는... 오래된 탓인지 벗겨지고 지워져 있습니다.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는.... 아까의 오솔길과 이어지는 곳일까요? 아무리 봐도 정규 등산로라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좁디 좁은 오솔길... 사람이 다니지 않은지 오래인 길인지 시든 풀들이 무성합니다. 여름에 왔다면 아무래도 고생 깨나 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드는 길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면... 신기하게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듯한 공기도,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에 섞이던 웅성거림도 조금씩, 조금씩 옅어져가는 느낌이 들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걷다보면 탁 트인 곳에 도착합니다. 신사라고 하기엔 조금 작고, 오래된 느낌이 드는 사당 같은 곳입니다. 어쩐지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완벽하게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불완전하게나마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적과 금줄을 새것으로 바꿀 때는 ████████이 필요하다. ██████████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이곳에서 ██을 보내는 것이다. 조각배에 ██을 태워 ██시 ████에서 해안에 띄워 보낸 후 부적과 금줄을 새로 준비한 것으로 바꾼다. 바꾼 후 █일 동안 바다에 나가는 것을 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