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수업이 끝난, 방과후의 2학년 D반 교실. 모두가 귀가하거나 부활동을 하러 갔기에 교실은 텅 비어있다. 그럼에도 조용한 교실에 홀로 남아있는 남학생이 있었으니, 이 반의 학급회장이자 전교 상위권의 모범생이었다.) (그의 책상에는 온갖 참고서가 펼쳐져 있다. 빼곡히 필기된 노트도 보인다. 남학생은 쉴새없이 펜을 끄적이며 공부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누군가 교실에 들어와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집중하고 있다.)
>>2 히다이 (당신이 불쑥 나타나 말을 걸어옴에도, 그는 깜짝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지학준비실은 2층에 있을텐데. (퍽 무뚝뚝한 대답이다. 그 뒤로 덧붙여지는 말은... 의외로 친절한 제안이었고.) 같이 가줄까?
>>3 미즈호 (당신이 내려놓은 참고서를 슬쩍 흘겨보고서,) 왔어? (익숙하다는 듯 대꾸한 뒤 다시금 자신의 노트를 훑어보기 시작한다.) 열심히 해야지. 곧 시험이잖아. (말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그는 당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고의가 있어서라기보단 눈 앞의 공부에 너무 집중한 탓이겠지.)
>>5 히다이 (자기가 귀여운 여자아이 취급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그럼, 따라와. (공부를 방해한 건은 역시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한 학급의 회장이라면 곤란해하는 학생을 마땅히 도와줘야 하니까.) ...지학준비실엔 무슨 일인데? (교실을 나와 계단을 앞장서서 내려가며, 가볍게 묻는다. 얼핏 보면 운동하는 애인 거 같아서.)
>>4 [동급생AU] 야나기하라 코우 (그의 모습을 보고 어쩔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옆자리에 앉아 책을 펼친다. ) 이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열심히 공부만 하게 되겠네요. (살짝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며 작게 이렇게 속삭인다. ) ...교실, 지금 저희들 뿐인데.......
>>7 미즈호 (묵묵히 필기를 이어가다가, 문득 들려온 속삭임에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춘다.) 왜? (그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라기보단, 떠보는 것에 가깝다.) ...놀아줄까? (조심스럽게 뻗은 손이 당신의 손 위로 포개어진다. 우물쭈물, 머뭇거리는 것 같다가도 손을 떼는 일은 없다. 부끄러운 태가 얼굴에 대놓고 드러난다. 하지만 둘만 있는 곳이니까, 그러니까...)
>>9 히다이 야나기하라. 너는? (별로 궁금하진 않지만, 예의상 상대의 이름도 물어본다. 한편 둘은 계단을 내려와 2층 복도로 들어선다.) 지학준비실은, 여기 복도 끝에 있어. (그러고 보니 저 아이, 아까 보니 얼굴에 뭐가 묻은 거 같던데... 문득 제자리에 멈춰선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아닌가? 잘못 봤나?)
>>11 메이사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와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 당신을 한 번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다. 뭐 놓고 간 거 찾으러 왔나 보네.) ...거긴 애들이 많잖아. (혼잣말처럼 들려온 질문에 대답한다. 아무리 조용하다고 해도,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은 항상 텅 빈 방과후 교실에서 공부하곤 했고.)
>>18 메이사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묵묵히 공부하던 그는,) ...... (여자친구라는 말에 몸을 움찔댔다. 당장이라도 펄쩍 뛰어오를 거 같은 낌새다.) 그, 그 얘긴 하지 마... (아까와 다른, 서러운 똥강아지마냥 풀 죽은 목소리다.) (그렇다, 저번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애정행각 벌이다 들켰고, 교내 신문에 실렸고, 무수한 인터뷰의 요청이... 아무튼 그 탓에, 남의 연애 얘기에 환장하는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지금까지 계속 받고 있다.) ...비밀로 하려고 했었는데... 으으... (갑자기 확 부끄러워져선, 책상에 엎어져 고개를 팔 사이로 묻는다.)
>>19 히다이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걸 관두고, 슬슬 돌아가려던 찰나.) ? (방금 전까진 사투리 썼으면서 갑자기 왠 서울말... 하지만 그게 작업 멘트라는 걸, 이 아싸 남학생이 눈치챌 수 있을리가 없다.) 음, 그럼 따라와. 바래다줄게. (상대의 부탁도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불친절한 학급회장이 될 순 없으니까.) 야나기하라 코우, 야.
>>21 메이사 ... (시위라도 하듯,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묵비권 행사.) 알아서 뭐 하게... (여전히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잔뜩 빨개져버린 낯짝을 보여주기 싫어서다. 다들 나빠, 이런 걸로 놀리기나 하고.)
>>22 미즈호 그럼... (먼저 말을 꺼내놓고도 우물쭈물댄다.) ...키스... 해도 돼? (애정표현을 해도 되냐 묻는 말이 몹시 조심스럽다. 또래 대하는 것도 서툰데, 이성친구는 오죽할까. 제가 물어봐놓고서도 낯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아예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마주보는 시선은 피하지 않는다.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남자아이의 모습이다.)
>>24 [동급생AU] 야나기하라 코우 (홍당무가 되어버린 쪽과는 달리 태연하게 뺨을 쓸어내리려 한다. 지나칠 정도로 능숙한 것이 얄밉다. ) 당연하지요. 얼마든지 해도 된답니다. .....코우씨라면. (부드러이 웃으며 의자를 좀더 옆으로 밀착하려 하였다. ) 뺨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아, 이 말을 할때는 좀 짖궂은 미소였을지도. )
>>23 [히빌] 메이사 (당신과 부딪혔던 청년은, 옷을 툭툭 털며 무덤덤하게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조심해, 꼬맹아. (그 조심하라는 말은, 비단 앞 잘 보고 다니라는 뜻만은 아니다. 그가 뒤이어 몇 마디 덧붙인다.) 여긴 악당들이 좋아하는 장소거든. (상대를 명백히 업신여기는 태도다. 이런 꼬맹이 따위가 빌런들의 앞마당에서 뭘 할 수 있겠어?)
>>25 [동급생] 미즈호 ...치사해. (나는 정말 용기낸 건데, 상대는 왠지 능숙하고 여유로워보여서. 괜히 어리광을 부린다. 그것도 잠시, 어딜 원하냐는 물음에 다시금 뻣뻣히 굳어버렸지만.) ...... (잠깐 고장난 것처럼 눈치를 살피더니, 에라 모르겠다 냅다 입술 박치기를 해버린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입술 위로 남은 온기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바보. (완전히 벌겋게 익어버린 얼굴로도, 마냥 좋다는 듯 히히 웃는다.)
>>26 [동급생] 메이사 시끄러워... (메이사 프로키온, 너도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복수해주고 말 거다. 속으로 그런 다짐을 하며 웅얼댄다.) ...알았어. (당신의 조언에, 이걸 고맙다고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대신 알았다는 단답으로 대꾸했다.) 아, 아무튼! 일 끝났으면 빨리 가...
>>27 [동급생AU] 야나기하라 코우 (냅다 입술 박치기를 당하는 느낌에 부드러이 웃으며 다시 뺨을 어루만진다. 귀여운 사람....) ....후후. 바보는 코우 씨 쪽이지 않을까요? ....제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랍니다. (손을 맞잡고는 이쪽에서 입술을 겹쳐오려 하였다. 아, 이것은 명백한 어른의 키스. 서로를 얽매고 숨이 가빠지게 만드는.....)
>>29 [히빌] 메이사 (그는 당신이 가리키는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다, 피식, 조소를 흘렸다.) 꼬맹아, 그건 빌런이 아니고 애송이라고 하는 거란다. (물론 빌런 중에서도 생중계를 하는 변태적인 취향의 소유자들은 있지만, 나쁜 짓이랍시고 자판기 밑의 떨어진 동전을 줍겠다 하는 빌런은 없으니까.)
>>30 [동급생] 미즈호 (이번에 입술을 겹쳐온 것은 당신. 얼떨결에 입맞춤을 받아들이지만, 곧 입술 사이로 전해져오는 것에 몸을 움찔 떤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마주 얽기 시작한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 그러나 싫지는 않다. 어른의 키스는 꽤 오랫동안이나 이어졌다.) ...... (입술 사이로 진득히 늘어지는 실, 가쁜 호흡. 서로가 떨어지고 나서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새빨간 얼굴만이 그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을 뿐.) (그 순간 교실 앞문이 조용히 열리고, 열성적인 신문부원의 카메라가 나타나 현장을 몰래 포착하기 시작한다. 문을 등지고 있는 탓에 그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지만, 당신은...?)
>>31 [동급생AU] 야나기하라 코우 (교실 앞문이 조용히 열리는 순간, 당신을 의자 쪽으로 넘어트리려 하며 그 위에 엎어지려 하였다. 책상 밑으로 서로 엎어진 채 몸을 겹치고 있는 상황. 신문부원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갈 때까지 서로 그렇게 밀착하려 하고 있었을 것이다. 신문부원이 돌아가자 마자 짖굳게 입술을 쓸어넘기며 이렇게 물어보이려 하였다. ) ......계속할까요? (아아, 지금처럼 얄미운 미소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리라. )
>>32 [동급생] 미즈호 (돌연 넘어트리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한다. 서로 몸을 밀착한 꼴이 되어서다.) 자, 잠깐만... (쭈뼛대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내다가, 계속할 거냐 물어보는 말에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적극적인 아이인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저돌적일 줄은...) (그리고, 대답 대신 그가 먼저 입술을 포개온다. 이번에는 제 쪽에서, 예의 그 어른의 키스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팔을 둘러메,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공부니 시험이니 하는 건 이제 안중에도 없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눈 앞의 여학생에게 집중되어 있다. 누군가가 갑자기 교실에 들어온다고 해도 모를 만큼.)
>>33 [히빌] 메이사 비웃은 거 맞아. (순순히 인정한다. 당신을 업신여기는 태도도 여전하고.) 그래서 뭐 어쩌게, 애송아? (때릴 수 있으면 때려봐라, 라는 식의 도발이다.)
>>34 [동급생AU] 야나기하라 코우 (충분히 오랫동안 어른의 키스를 이어나간 둘은, 그제서야 가빠진 숨을 내뱉으며 겹쳐있던 입술을 떼었다. 나른하게 웃으며 이마에 입을 맞춘다. 아아,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운 사람. ) ......자, 이제 공부할 시간이에요. 코우 씨.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며, 이렇게 덧붙이려 하였다. ) 이 다음은, 집에서 계속하도록 해요? (그렇게 둘의 공부는 계속되었을 것이다. .....다소 붉어진 뺨이 된 상태로....)
(코우인가, 제법 남자아이 같은 이름이지 않나... 하지만 ㄱㅊ지 않음? 그런 중성미가 좋을 때도 있는 법. 알못들은 모르는 좋은 지점이다... 이젠 쑥맥이라는 당초의 설정마저 집어치우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재미에 영혼을 팔면 이렇게 된다. 아무튼, 코우를 졸졸 따라감...)
(손은 힘 없이 털린다... 그야 이쪽 히다이는 달리기를 하지 않은 영능력자 일반인, 대요괴의 근력을 1초도 버틸 수 없다고. ...그나저나, 보통은 식비 이야기가 먼저 오지 않냐고? 왜 사탕 이야기가 먼저 오는 건데? 이 대요괴, 이래도 되는 건가? 주나라의 왕을 현혹한 달기와 동일요괴(?)라면, 왜 현혹시켰는지는 알 만 하다... 설탕이 귀하던 시절이니까 단 걸 먹으려면 왕을 꼬드기는 수밖에 없었겠지. 한숨이 푹푹 나온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은근히 뿌듯한 얼굴이다. 그렇다. 이 여우.. 사실은 맑은 날에는 햇빛을 고루 쬐고 털고르기도 거르지 않고 아무튼 자기 털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는 것이다. 몇 천년을 살면서 쌓은 노하우로 관리한다나 뭐라나. 다만 무슨 향의 샴푸를 쓰던 최종적으로는 꼬순내가 되어버린다는 것은 조금 미묘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끄으응... 이건 너무 어린애 취급인 거 아냐? 난 네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아무튼 오래된 조상 때부터 살아왔다고? 너보다 하아아아아안참 연상이란 말이야!"
(정수리에 엄청나게 부비부비 당하자 살짝 불만스럽게 말한다. 그나저나 그 모습으로 연상이라고 말해도, 카페 관계자가 아닌 이상 역할놀이에 심취해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내 조상님의 조상님의 조상님의 아무튼 오래된 조상도 이 고소하고 안에서 은은히 풍겨오는 햇볕의 향, 게다가 꼬들하게 올라오는 꼬순내와 아주 살짝 남아 풍미를 만들어주는 귤향 샴푸의 조합은 맡지 못했겠지. 뭔가 이긴 기분이다. 엄청 떽떽대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정수리에 턱을 얹었다.)
"와, 그러면 누나는 하아안참 연상인데 집도 없고, 나한테 밥도 얻어먹고, 내 옷 빌려 입고, 롤도 못하는 거야? 완전 허접인데?"
(할머니라고 부르다 누나라고 부르는 건 꼴받으라고 하는 게 맞다. 세계관이 바뀌어도 티배깅은 꼭 해야 해요 히다이)
(옛날엔 이렇지 않았다!! 악귀라고 불리던 때도 신으로 모셔지던 때도 집은 으리으리한 저택이나 신사였고, 시중드는 사람이며 바쳐지는 공물이 몇이었는데!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 현대 사회에서는 택도 없는 이야기다. ...결국 시무룩해지는 수밖에 없다)
"—근데 롤은 못해도 상관없지 않아? 그 막 번쩍거리고 정신없고... 그런게 뭐가 재밌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만은."
(다른 건 다 인정해도 그건 못하겠다는양, 두 다리를 뻗대면서 투덜거리듯 말한다. 턱이 얹혀진 정수리 쪽을 올려다보다가 의미도 없이 몸을 부르르 떤다. 턱을 얹고 있는 쪽이 놀라라고 하는 동작 맞다)
>>45 메이사 (엄지로 목을 그어보이는 행동은, 그에게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다시금 비웃음만 들려올 뿐.) 그 시청자들도 안 믿어주는 거 보니까 수준 알 만하네. (곧 화면 속 시청자들과 말싸움을 시작하는 당신을 보고, 가던 길을 마저 간다.) 그럼, 나는 이만. (역시 애송이를 가지고 노는 건 재밌어...)
(폐허가 된 츠나지 시내의 한 구석에서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다. 손에는 이가 빠진 식칼 한 자루를 들고 걸어다니는 아이라니, 좀비에게나 약탈자에게나 좋은 표적이 될 법도 하지만 머리에 솟은 귀와 빳빳하게 굳어있는 꼬리를 보아하니 우마무스메다. 좀비 바이러스에도 면역이고, 아무리 어려도 히또미미보다 힘이 세서 섣부르게 건드리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애완동물을 기르나 하는 생각이 첫째. 이런 칠칠맞은 여자애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식칼과... 해를 쬔다는 부분이다. 강아지는 보통 활동성 문제지 인간처럼 비타민 D를 필요로 하진 않잖아. 뭔가 불길한 가능성이 떠오른다. 일단 자켓 안쪽 홀스터를 확인. 오케, 총 있고.)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하지만 얼굴엔 히죽히죽하는 웃음이 걸려있어, 누가봐도 놀리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다가 생산년도(...)를 듣고 살짝 눈을 크게 뜬다. 짐작(?)했던 것보다 10년은 젊어서 놀란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진짜? 의외네. 더 아저씨일줄 알았는데. 그래도 비슷하구나." (—쿠-쨩하고. 라는 말은 아직은 삼켜둔 채로.) (의외라는 듯한 눈이 아저씨를 위아래로 쭉 훑는다. 무언가 생각하는 거라도 있는 듯. 하지만 사실, 별 생각 없을 수도 있고.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해변가에 도착한다. 무언가가 질질 끌려간 듯한 흔적이 남은 모래사장 끝에는 그것이 있었다. 몸통에 줄을 칭칭 감은 채로 파도를 맞아가며 기어가고 있는, 썩어서 떨어진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잘라낸 건지, 무릎부터 아래가 없는.... 좀비가.)
"아이 참. 또 바다에 들어가려고? 안돼~ 정말~" "역시 예전 기억이 남아있는 걸까. 그치만 쿠-쨩, 이제 배는 못 탄다구? 그만 돌아가자. 돌아가면 목욕부터 해야겠네~"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밝고 경쾌했다. 장난치는 강아지를 장난스레 나무라는 목소리처럼.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처럼. 마치 이 비틀린 세상에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와, 표정을 하고 있었다.)
(🙄 표정으로 얼굴을 매만진다... 나 그 렇게 늙진않 았다고 생 각했 는데 요즘고생을해 서 늙... 을리가없어. 응. 그럴리가없다고. 마른 세수를 하고 고개를 들자 보인 건...
마치 강아지랑 해변가에서 물장난 치는 듯이 쾌활한 모습으로 좀비에게 다가가는 여자애. 아니, 예상은 했지만 이거 실제로 보니까 데미지가 있다. 좀비 다리에 무슨 짓을 한 건데 너? 물놀이 하려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하는 거라고 좀비는. 망자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런 골때리는 머릿속을 갈무리하고 탕! 총을 쏘면, 탄환이 여자애를 지나쳐 좀비의 가슴팍에 명중. 두 녀석이 경직한 틈을 타 또 탕 탕 쏘면, 목과 볼에 한 발씩 잘 맞는다. 좀비씨, 고마워 해도 좋아. 귀한 탄환을 써서 당신을 해방시켜줬다고?
자 그럼... 바로몸을돌려서바이크있는방향으로팍팍팍팍뛰어간다! 저 미친여자애가 정신을 못차리는 틈에!
(총소리가 났다. 쿠-쨩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서 뒤를 보자 아까 그 아저씨가 도망가는 것이 보인다. 히또미미가 우마무스메를 달리기로 이길 수 있을리가 없는데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몸은 이미 튀어나가 그 아저씨를 따라잡아서 붙잡아 내리누르고 있었다.)
"....아저씨. 왜 그랬어?" "쿠-쨩이 없으면 우리집, 너무 조용하단 말이야...."
(이가 빠진 식칼을 모래사장에 푹 꽂아넣는다. 정말로 모래사장만 찔렀을 뿐이다. 위치가 아저씨의 얼굴 바로 옆이긴 하지만.)
(여기는 츠나지 변두리의 허름한 민가. 그곳에서 청년은, 연신 창문 밖을 흘긋대고 있다. 그것도 잠시 낡아빠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그가 옷을 걷어내고 제 허리에 두른 붕대를 푼다. 한쪽 옆구리에, 무언가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게다가 상처 주변 살갗은 천천히 괴사하는 중이었다. 누가 봐도 좀비에게 물린 흔적임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새 붕대를 허리에 감은 뒤, 옷가지로 감추며 그는 생각했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죽더라도 인간으로써 죽고 싶지만-) (...돌연 집 바깥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재빨리 무기를 집어든다. 나무 막대기에 칼을 매달아 조잡하게 만든 창이다. 그는 창을 쥔 채, 열릴지도 모르는 현관문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68 밋쭁 (그것도 잠시, 문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한시름 놓는다. 그는 현관문에 가까이 다가가 문을 열어젖히고, 당신을 맞이한다.) 들어와. ...보고 싶었어. (당신이 잠깐 나갔었던 그 짧은 순간도, 1분이 1시간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어디 다친 데는 없지? (사뭇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정작 좀비에게 물리기까지 한 건 본인이면서.)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이다. 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하는 말을 듣다보면 나와 달리 액면가 그대로의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싶어서, 비록 좀비가 된 시체의 다리를 서걱서걱 잘라내더라도 애는 애로구나 싶기도 하고. ...우리 집안의 여미새 DNA가 작용이라도 했는지, 이 빠진 식칼로 좀비의 다리를 잘라내는 섬뜩한 광경은 어린애의 울상에 덮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외로웠는지도 모르지.)
"...다리 잘라내는 건 싫어. 좀비 애완동물도 싫고. 니트처럼 통조림만 까먹는 것도 사절이야. 난 밥값하는 동료 아니면 버리고 떠날 거라고."
>>69 [좀아포AU] 야나기하라 코우 다친 데는 다행히도 없답니다. (괜찮다는 듯 코우의 허리를 끌어안으려 하며 품에 꼬옥 안기려 한...어라? ) ....코우 씨, 괜찮으신 것 맞으시지요? (뭔가가 이상하다는 듯 코우를 올려다 본다. 걱정해야 할 사람은, 이쪽이 아닌 것 같다...)
아니요. (살짝 떼어내려고 하는 것을 막듯 조심스레 다시 껴안으려 한다. ) 코우 씨 없이는 살 수 없는 거 아시잖아요. (그 상태에서 살짝 고개를 들어서.... 당신을 조심스레 바라본다. 서서히 물기가 어리고 있다. )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코우 씨 곁에 있을 거에요.
(으악~ 아악~ 불쌍해~! 아... 뭐지?나도 오랜만에 사람을 보니까 미친 건가? 나 그렇게까지 굶은 건가?? 친구를 만들면 인간 강도가 약해져(웃음) 이라고 말하고 다니던 나는 이 불쌍한 여자애를 안아서 달래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아니미친그래도 이건 아니지. 꾸욱 참고 손만 뻗어 머리를 복복 쓰다듬어줬다.)
"...좋아. 그러면 일단 네 은신처를 좀 빌려야겠다. 거기 좀 살 만해? 식수원 있고, 바다 끼고 있고, 옆에 산도 있고 그런가?"
(눈이 크게 뜨인다. 진짜냐. 엄청 입지 좋잖아. 게다가 지하수라니 이거 최고 아님? 이제는 쓸 일 없는 여러 요리기구를 분해해서 부품을 얻을 수도 있겠다. 로또라도 맞은 기분! 나의 자취방과는 차원이 달라... 역시 부동산이구나. 올드머니구나. 아포칼립스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갈래." "당장 갈래. 뒤에 타서 안내해, 데려가줄 테니까."
(거기에 달려있는 수많은 칼과, 집 주변에 불길하게 놓여있는 다리 뼈 여럿을 보고 잠시 두려움에 떠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도 어쨌든... 동거 시작이라는 거네요.)
(여전히 현관문은 열리지 않지만, 그 안쪽이 들여다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앞을 떠나지 않고 있다. yes도 no도 아닌 애매한 대답이지만 멋대로 yes라고 생각하기로 한 모양이다. 아니, 애초에 좀비가 되고나면 싫다 좋다조차 표현하지 못하게 되어버리니까,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했을지도.)
"지금의 쿠-쨩이 망가지면, 그리고 아저씨가 쿠-쨩처럼 되면 데리러 올테니까." "근데.. 정말로 쿠-쨩 못봤어? 산책용 줄로 묶어놨고, 다리가 없는데. 본 기억 없어?"
(한숨을 내쉰다. 이게 안 통하네? 그리고 천천히 가방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려놓고선 손에 들었던 지렛대를... 재빠르게 휘두른다! 가로막혔지만.)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라 이 꽉 막힌 자식아...!"
(피차 믿기 어려운 시절이긴 하지만. 무기를 맞댄 채 힘겨루기를 하며 제안을 계속 말한다.)
"저기 안카자카에 쇼핑몰이 있어. 좀비도 많고 생필품은 꽤 털렸지만, 그 주변의 주택가에는 다 먹지도 못하고 털어온 생필품들이 분산돼있다고. 알아들어? 좀비를 격파하고 그 주변의 알찬 주택가를 털면, 세 달은 버틸 물건을 구할 수 있단 말이야. 나 혼자서는 무리지만...!!"
(아득바득 하남자의 자존심 싸움 하다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결국 먼저 무기를 내려버린다.)
>>90 밋쭁 (그대로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가, 문득 부탁해오는 것에 잠깐 멈칫한다. 자신은 바이러스 보균자. 그리 한다면 분명 전염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당신에게로 입을 맞춰온다. 입술을 맞댄 채 숨결을 나누는 행동이 점점 격해진다. 머리가 멍해질 때쯤에야 먼저 떨어져나가는 입술. 더없이 기쁜 표정이다.)
앞으로도, 쭉 같이 있자.
(서로를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시는 손을 맞잡을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91 메이쨔 (반응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뭐, 요새는 사방에 널린 게 좀비니까, 별로 아쉽진 않겠지. 어느새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자니, 확실히 스스로도 맛이 간 것 같다고 느낀다.) (얌전히 있으라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눈을 감고서, 곧 찾아올 운명에 대해 생각할 뿐.)
"막막한 것 치고는 바로 나오잖아? 히히히, 난 유우가가 해주는 거라면 뭐든 좋아~ ...채소만 가득한건 좀,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주변에 털썩 주저앉는다. 알을 찾아왔으니 할 일은 다 한 거 아냐? 내가 돕다간 유우가의 맛있는 요리가 오히려 망해버릴테니까.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아니니까.)
"옆에서 구경해도 돼?"
>>95 [좀비아포칼립스] 마사바 콩코드
"마-사바~ 이거 봐!"
(정문 앞에서 좀비를 약올리며 놀고 있는 것은... 바로 나, 메이사였습니다~ 웨이~ 피스피스~)
"이녀석 이거 뺏으니까 엄청 따라오더라고~ 생전에는 뭐하던 사람이었을까?"
(그렇게 말하면서 들어올린 것은... 시꺼멓게 변색되어 내용도 표지도 알아볼 수 없는 책으로 보이는 무언가다. 책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얇은 두께지만... 아무튼 그렇다.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문드러진 좀비가 되어서도 사수하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소중한 물건이었을..까?)
(타레소스부터 시작해서 뚝딱뚝딱 오야코동이 만들어져간다. 유우가는 뭐가 재밌냐고 하지만 사실 보다보면 꽤나 재밌는 법이지. 큰 틀은 같아도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요리방법이라던가, 살아있는 생물이었던 것들이 한 끼 밥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에는... 설명하기 힘든데, 뭔가 그런 감정 같은 게 있어. 아마도....)
"——하아? 뭐야 그 말은?! 내가 어디가 게으르다는 거야! 이것저것 재료도 찾아오잖아! 게으른 사람은 그런 거 안 한다고!"
(살짝 빨갛게 된 얼굴로 열심히 반론한다. 내가 마물 알도 찾아오고 야채도 캐오고 이것저것 찾아내서 들고 오잖아! 얼마나 부지런한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빨갛게 된 건, 그, 그거지... 여기를 열심히 돌아다니고 채집하느라 정작 집에 가면 늘어지기 바빠서, 집에 있는 방은 청소를 게을리하는 바람에 쓰레기통이 되어있다는 점이 찔려서.... 아무튼 그건 내 집 사정이고 여기선 게으르지 않으니까!)
"흥, 다음부턴 손질하기 귀찮은 재료만 찾아올테니까. 각오하라구...."
(말은 이렇게 해도 결국 쉬운 녀석을 우선해서 찾아오겠지만. ...아니지, 더 깊이 들어가서 아예 곤충을 잡아와버려? ...아니지... 곤충은 나도 좀 먹기 그래.. 우욱.. 생각하니 역시 그건 아니야.... 그런 상상을 하다보니 저절로 표정이 시시각각 바뀐다. 뭔가 흉계를 꾸미는 음흉한 얼굴에서 질겁하는 얼굴로, 그리고 무언가 체념한 표정으로...)
(오늘도 평?화로운 카페27.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을 향해 갈색 사이드테일을 한 작은 여자아이가 인사를 건넨다. 작은 사이즈의 유니폼까지 제대로 차려입은 걸 봐서는 알바생 같아 보이지만, 연령적으로 알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어서오세요! 카페27입니다~"
(방학시즌에 부모님의 일을 돕기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흉내를 내며 놀고 있는 건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흐뭇해질 광경이지만, 이 카페의 관계자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저 여자애의 정체는 nnnn년을 살아온 여우 요괴이고, 지금은 그냥 어려진 모습으로 현세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채집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닌 녀석에게 설거지까지 시키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잠깐 든 것도 사실이지만, 설거지는 싫단 말이지. 물가에서 온수도 없이 뽀득뽀득 닦다보면 외로워진다. 메이사가 다 들지 못한 식기와 마른 수건을 들고 일단 따라간다. 젖은 그릇을 닦는 정도는 도와주겠다 소녀여.)
(바들바들 떨면서 손을 내려다보지만, 결과는 뒤집히지 않는다. 나 벌써 3연속 설거지 담당이 된 느낌인데. 이거 사기 아니야? 하지만 어떤 속임수도 없었지. 명백하게 운이다. 아마도....)
"내 운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오오.... 어쩔 수 없지. 읏차..."
(투덜거리면서도 식기를 챙겨 든다. 다 들지 못한 것들은 알아서 유우가가 들어주니 편하다. 뭐랄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준다는 점이 말이지. 역시 친한 소꿉친구가 있으면 든든하구나 싶달까. 물가에 자리를 잡고 식기를 씻기 시작했다. ...으악, 몇 번을 해도 물 너무 차갑다고!)
"으햐, 차가웟... 우웃.. 다음엔 꼭 이길거야아아...."
(차가워도 뽀득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깔끔하게 닦는다. 으, 두고 봐. 다음엔 꼭 이길거야. ...아니 하지만 밥해주는 애한테 설거지까지 하라고 하긴 또 그런가. 뭐어.. 어차피 운이니까. 다음엔 행운의 여신이 내 손을 한번쯤 들어주겠지. 닦은 그릇을 자연스럽게 유우가 쪽으로 건네며 그렇게 생각했다.)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신년을 맞이한지도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츠나지의 겨울, 금방이라도 얼어 붙을 것처럼 느리게 흐르는 파도 너머에서 차디 찬 해풍과 함께 해무가 밀려와 느지막히 떠오른 아침 해를 두텁게 가려버렸습니다. 언제부터일까요,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 해풍도 안개도, 아니, 츠나지의 공기 자체가 묵직해진 느낌입니다. 습하다고 할지, 묵직하다고 해야할지. 여름도 아닌데 이상한 일입니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아침은 찾아왔습니다. 다들 움직일 시간입니다.
/시간대는 아침, 자유롭게 행동하는 레스를 작성해주세요😸 마지막 줄에 #을 달고 행동레스를 적어주시면 제가 더 편하니 부디 많은 이용을...
츠나지의 바다는 맑고 깨끗하고 시릴 정도로 투명해 보이지만, 먼 곳에서 해류를 타고 쓸려오는 쓰레기들마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바닷가에는 파도가 남긴 자국을 따라 갖가지 쓰레기들이 줄지어 뒹굴고 있습니다. 폐그물의 조각, 이젠 무엇을 담았었는지도 모를 새카맣게 때가 탄 스티로폼 상자, 낡은 밧줄에 뒤엉킨 해초들, 하얗게 색이 바랜 라벨이 붙은 페트병, 과자 대신 모래를 가득 담은 과자봉지....
그리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신발 한 짝 같은 것도 말이지요. 신발 안쪽에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축축해진 모래가 잔뜩 달라붙어있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선홍빛이 당신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거 잘 치웠던 거 같은데 말이야. 츠나센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다음부터는 동네도 눈에 띄게 흉흉해지고(원래도 칙칙한 곳이긴 했다만), 사람들의 배타성도 짙어진 느낌이 든다. 동네의 관리가 이전보다 덜 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 이 이 이봐봐, 꼬라지 봐. 개판이구만...
...근데 저 신발 안에 있는 거 뭐지? 이 칙칙한 흑백동네에서 혼자 컬러풀한데? ㅋㅋㅋ막 참치뱃살이라던가? 불가사리라던가? 재밌겠당. 다가가서 신발을 뒤집어 탈탈 털어본다.)
(언제부턴가 츠나지를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었었다. 원래부터도 텃세가 심한 마을이긴 했지만, 최근 들어 더 심해진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괴상한 이변까지 일어나고 있으니.) (그럼에도 새로운 날은 항상 밝아온다. 집을 나서면 습하고 서늘한 바람이 저를 맞아준다. 이대로 좀 걸어볼까.)
>>129 집어든 신발은 이상하게도 묵직했습니다. 뒤집어서 털어도 한 번에 나오지 않는 것이 마치 무언가가 신발 안쪽에 달라붙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끼어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모래 사이로 보이는 선홍빛은 여전히 붉고, 마치 막 썰어낸 고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신발을 탈탈 터는 당신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우가, 여기서 뭐해?"
꼬리에 단 붉은색 리본, 갈색의 사이드테일이 인상적인 당신의 담당 우마무스메, 메이사 프로키온이 뒤에 서 있었습니다. 평소와 같은 웃음을 띄고서.
"집에 갔는데 없어서 어디갔나 했더니... 겨울 바다는 볼 것도 없을 텐데."
>>130 거리를 걸어다니던 도중 마주친 마을 사람들은 명백하게 경계하는 눈으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집 앞을 쓸던 한 할아버지는 눈이 마주치자 들릴 정도로 혀를 차고선 집에 들어가버렸습니다. 찝찝한 기분으로 계속해서 걷다보면 늘 출근하며 오가던 길이 나타납니다. 다만... 이전의 기억과는 꽤 달라진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이상한 글자로 적힌 간판, 길을 돌아다는 사람들 사이에 섞인 이상한 모습의 무언가들... 골목길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들...
그 비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팀 프리지아 소속의 우마무스메, 메이사 프로키온이었습니다. 다행히 이쪽은 아직 머리가 점액질의 무언가로 바뀌거나, 비늘로 덮이거나 하지 않은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크툴루풍 AU] >>134 메이사에게 걸어가는 당신의 뒤로, 무언가 습기가 많은 것이 짜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별 것 아닐 겁니다. 다시 돌아보면 신발 자체가 없어져 있을 테니까요. 아니. 원래 그런 건 없었으니까요.
"아. 그러네. 우마톡은 보냈는데 전화를 할 걸 그랬네."
잠시 눈을 깜빡이던 메이사는 당신이 머리를 쓰다듬자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우마톡을 확인한다면 [어디야?] [장보러 갔어?] [██████] 같은 메시지가 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 메세지는 어째서인지 글씨가 깨져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별 일 아닐 겁니다.
".....저쪽에."
당신의 이야기를 듣던 메이사가 한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지금 서 있는 해변에서 왼쪽, 멀리를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사당 하나가 있거든. 거기에 붙어있던 부적이 없어진 거.. 유우가도 들었어?" "그거 엄청 중요한 거래. 그래서 어른들이 엄청 난리가 났었거든. 그래서.. 아무래도 그.. 그런 거 있잖아. 밖에서 온 사람부터 의심하게 된다던가 뭐 그런. 물론 난 유우가는 관련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은 메이사와 헤어져 츠나센으로 향합니다. 방학을 맞이해 학생들이 없는 츠나센은 기묘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적막이 감도는 학교는 어쩐지, 평소보다도 더 이상한 느낌입니다. 들어서면 안 되는 장소에 발을 들인 듯한 이 이상한 감각. 당신은 이 감각을 견디며, 교문 안으로 들어섭니다.
아래의 장소 중 탐색할 곳을 골라주세요 - 트레이너실 - 더트 트랙 - 학원장실 - 수영장
트레이너실로 가는 복도는 거뭇거뭇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결로 때문에 곰팡이가 슬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가느다란 실 같은.. 혹은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벽과 바닥을 조금씩 덮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만해도 충분히 기분이 나쁠 일인데, 하필 트레이너실 문손잡이에도 그것들이 빼곡하게 덮여 있습니다. 그걸 이겨내고 문을 연다면, 트레이너실의 내부가 보일 것입니다.
빼곡하게 들어찬 검은색 실. 아마도 동료 트레이너였을, 지금은 그저 까만 실에 뒤덮인 괴생물체로만 보이는 무언가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벽에 들러붙어 맥동하는 큰 검은색 고치....
>>144 (기괴하게 변모해버린 복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었다. 무언가의 의지가, 그러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복도를 간신히 지나와 트레이너실의 문을 여니 보이는 것은...) (...그 광경을 가만히,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다. 도대체, 뭐지?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나?)
얼굴을 감싼 실 때문인지, 부정확한 발음으로 나오는 말은 온전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미는 책과 일부나마 들리는 말로 유추해보건데... 책의 주인을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책을 쥐고 내미는 손 같아 보이는 부분은, 검은 실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배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거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거든." "나는... 잘 모르겠어. 그치만 사당 쪽엔 가까이 가지 말라던가 그런 말 많이 들었으니까. 옛날부터."
메이사와 함께 시장으로 향합니다. 시장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촌답게 싱싱한 생선이 가장 많고, 싱싱한 채소들도 보입니다. 다만.... 역시 이상합니다. 생선들이 하나같이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심해에서나 볼 수 있는 어종부터, 전혀 알려지지 않은, 처음보는 생김새의 생선들. 안면에 눈알이 빼곡히 자리잡거나, 생선보다는 무언가의 덩어리에 가까운 것들이 자연스럽게 매대에 놓여있습니다.
시끌벅적하던 시장이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상인들의 눈길이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메이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생선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146 (그래, 별 일 아닐 것이다. 헛것이거나, 아니면 제가 미쳤거나. 실제로는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무언가가 꿈틀대며 목소리를 낸다. 기괴하다. 그것이 하는 말은 대강이나마 알아들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한때 사람이었을 것이 내미는 책을 받아든다. 조금 찝찝하지만...)
펼친 공책은 블레이징의 팀원 중 하나가 늘 소지하고 다니는 분석노트...가 아니라, 일기같은 메모들을 적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앞장은 소소한 일상들이 적혀 있습니다. 신사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노스트라다무스메나 그녀와 가까운 학생이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당의 부적이 사라졌다. 찢어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떼었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어서 해결해야 하는데...]
[아카미 신사에는 없었다] [그럼 어디에?] [혹시 그 산에 있]
글자의 중간부터 거칠게 찢겨, 중간의 몇 페이지가 통째로 뜯어져 있습니다. 맨 마지막 장에는 평범한 필기구가 아닌, 마치 먹을 손가락에 찍어 적은 듯한 느낌의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156 (누군가의 일기장인가, 팀원들 것은 아닌 것 같아보였다. 신사 얘기, 그리고 사당의 부적이 사라졌다는 얘기. 메이사도 얘기했었던 내용다. 도중에 찢긴 페이지를 지나쳐 맨 마지막 장으로 가면... 무엇을 찾지 말라는 것일까?) (공책을 자리에 대충 올려놓고, 트레이너실을 빠져나온다. 1초라도 빨리, 이 기괴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도주는 생물의 본능적인 자기보호 행위입니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위협을 느끼면 그 위협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1순위로 두고 행동합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선택은 가장 본능적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손목을 잡힌 채로 당신을 따라 달려온 메이사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당신과 달리 숨을 헐떡이진 않았습니다.
"노, 놀래라... 갑자기 왜 그래, 유우가..." "응? 그랬나?"
메이사는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아까의 상황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반응하고 있습니다.
방학이어도 트랙을 달리는 아이들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다만... 이곳 역시 기이한 풍경이 자리잡은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더트 트랙을 박차고 달리는 편자의 소리에 섞여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병주를 하거나 잠시 쉬는 동안 떠드는 우마무스메들의 소란이라고 하기엔, 명백하게 이질적인 소리.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보인 것은 트랙을 달리고 있는 것은 익숙한 우마무스메들의 모습이 아닌, 목이 길고 다리가 4개이며 발에는 발굽이 있고 '히히힝'이라는 이상한 소리로 소통을 하는.... 당신의 인지를 뛰어넘은 알 수 없는 형체를 한 것들이었습니다.
당신의 방어기제가 또 해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것들을 보았지만... 당신은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트랙에는 달리고 있는 기이한 존재들과, 그런 존재들을 보며 지시하거나 체크를 하고 있는 트레이너 몇몇이 보입니다. 그 외에 특별해 보이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가볍게 둘러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자세히 찾아본다면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탐색할 경우 조사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혹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셔도 좋습니다.
>>163 (달리는 괴생명체와, 그런 그것들을 보고서 태연히 지도하는 트레이너들. 그 풍경에 어색함은 없다. 마치 모든 게 스스로의 착각인 거라고 말하는 것마냥. 그래, 차라리 헛것인 편이 낫다...) (더트 트랙 주위를 꼼꼼히 살펴본다. 네 발 달린 괴생명체는 애써 무시하고서.)
>>175 (습득한 대출 카드를 도서관에 돌려주러 갈까, 하다가도 어떤 생각이 스쳤다.) (방금 그 수첩에는, 신사에 무언가가 없다고 했다. 어쩌면 산에 있을 수도 있다고 적혀있었고... 그 무언가는, 사당의 부적일 확률이 높겠지. 하지만 맨 마지막 장의 '찾지마'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뒤숭숭하고 불쾌한 마음을 뒤로 하고, 학교를 벗어난다. 목적지는 이와가키산. 부적인지 뭔지 하는 걸 찾아서 돌려놓으면, 모든 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생각.)
당신은 메이사의 손을 잡습니다. 그러자 메이사의 손에서는 골격이 없는 것처럼, 물컹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한때 유행했던 슬라임같은 감촉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의 손이라면 절대 느껴지지 않을 감촉과, 그걸 지켜보며 여전히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메이사의 얼굴. 멈추지 않고 계속 울리고 있는 당신의 핸드폰 벨소리가 마치 경고음처럼 느껴집니다.
"▓▓▓▓▓▓▓▓▓▓"
벨소리에 섞여 들리는, 당신이 손을 잡고 있는 메이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까 그 시장의 상인이 내던 정체불명의 소리와 똑같았습니다.
(화련승의 행동대장인 그녀는 검은 장미(黑玫瑰, 헤이메이귀) 라고 불리며 잔학무도한 행보를 통해 이곳, 홍콩의 구룡성채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졌다. 가슴 위로 새겨진 검은 장미와 팔을 따라 내려오는 연꽃과 구름, 번개와 흑룡. 무엇보다도 등에 선명하게 새겨진 불타는듯한 야차. 그리고 그 문신들을 따라 피부 위로 선명한 칼이 스쳐간 흉터, 총알을 빼낸 자국들까지... 21세의 나이로,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오늘도 두려울 것 없다는 듯, 식당에서 소룡포를 먹는다.)
"마오타이(*중국 명주) 가져왔지? 한잔 줘봐."
(옆에 앉아 같이 식사를 하던 거구의 우마무스메들이 가방에서 술을 꺼내 잔에 따른다. 천천히 한잔을 들이킨 그녀는 손을 뻗었고, 다른 거구의 우마무스메가 그녀에게 담배를 건네준다. 익숙하게 연기를 뱉어내는 그녀는 살짝 신이 난듯 보인다.)
(중립구역의 마장. 술 있음 돈 걸음 탈의 있음의 야생 마장에는 오늘도 가진 돈을 제법 잃고 알몸으로 나오는 녀석들이 종종 나온다. 그렇게 들어선 내 눈앞에 보인 건... 우마무스메 여럿을 거느린 검은 녀석이 거들먹거리며 작탁 하나를 점거한 풍경. 나와 눈이 마주치자 먼저 제안하기까지.)
"오호, 좀 치나? 자신 있어?"
(일단 뻔뻔스레 작탁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드레스 한 벌에다가 구두 두 짝, 어두워서 잘은 안 보이지만 스타킹? 이 정도면 꽤 좋은 구경 하겠는데.)
(명백히 자신이 먼저 말을 건 상황임에도,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린채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감히 자신과 눈을 마주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명백한 오만함이었다. 그녀는 히죽거리면서, 담배연기를 뱉었다.)
"하핫! 이 새끼... 좋아, 지금 나는 아주 기분이 좋으니까 한번만 봐줄게."
(주변의 우마무스메들이 테이블 위로, 패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담배연기를 후, 하고 거칠게 뱉으며, 당신이 자신의 몸을 쳐다보며 작탁 주변을 어슬렁거림에도, 당신의 눈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히죽거리고 있었다. 게임의 준비가 끝났고, 그녀는 테이블을 검지손가락 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따까리들이 탁을 세팅하기 시작한다. 수동작탁이지만 내 손으로 패를 쌓을 일이 없다면 그건 전동작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편리하구만 이거.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내가 마작을 좀 치냐고? 아니 전혀! 벗어주고 잃어주면 그만이야~ 어차피 중립구역이겠다 목숨잃을 걱정은 없는걸. 애초에 이 마장에는 또 나름의 오너가 있으니까. 아무리 슬럼에서는 알아주는 녀석이라고 한들 여기서는 한 수 접어주는 게 도리지. 그래서 마음 놓고 뻐길 수 있다.)
"큰 거 한 장? 쪼잔한데. 4천점마다 큰 거 한 장 넘겨주는 거로 하자고."
(여자가 부른 금액보다 2~4배는 높여 불렀다.(*화료를 할 경우 보통 8천~1만2천) 오늘의 나는 우리집 꼬맹이가 거금을 벌어와서 기분이 좋다고. 참고로 꼬맹이는 마장 구석에서 실뜨기 하면서 후히히 놀고 있다. 아닐지도? 몰라. 나는 애를 잘 기르는 편이 아니라.)
(무척 피곤해보이는 표정으로, 카페의 카운터를 보고 있다. 피로에 찌든 얼굴, 이게 다 직원을 노예 취급하는 점장 때문이다. 그것 말고도 빈혈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고...) (손님 없는 한산한 시간대.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계산한 뒤 만들어 마신다. 이것이 사회의 쓴맛.)
(히죽이면서 그녀는 마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게임은 진행되었고... 갈수록 모양새가 이상해지는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에게 들어오는 패는 연결이 될 것 같으면서도 한 수가 부족했고, 이상하게도 그녀는 히죽거리면서 능수능란하게 게임을 진행했다.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톡톡, 테이블을 이따금씩 건드리면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는데... 버림패도 흘러가는 게임의 흐름도 서서히 그녀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그래, 명백한 사기 도박이었다.)
이와가키산으로 향합니다. 츠나지 시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산으로, 주민들에게 친숙한 산입니다. 그런 산도 오늘은, 아니, 최근에는 츠나센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안개가 짙게 껴 있고, 수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산이라면 응당 들려야 할 산새나 작은 동물들이 소리조차 없는,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의 적막... 등산객들도 지금은 없는 모양입니다. 등산로의 초입 부근이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습니다.
잎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쩍 마른 새까만 나뭇가지들이 해풍에 흔들리며 스치는 소리만이 이따금 들려올 뿐입니다.
전화를 받자 핸드폰 너머에서는 눈 앞의 이상할 정도로 신축성이 좋은 녀석이 내던 것과 똑같은, 당신이 알고 있는 메이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 유우가— 엣, 어?] [뭐, 뭐야 갑자기? 나 지금 유우가 집인데. 여기 없길래 어디 갔나 하고 전화했지.] [무슨 일이라도 있어? 유우가는 지금 어딘데?]
열쇠와 키링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리는 걸 봐서는, 열쇠를 한 손으로 돌리거나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통화하는 것과 동시에, 당신이 손을 잡고 있던 그것은 점점 형태가 일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손이 이상할 정도로 물컹하지만 일단은 메이사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이, 사이드테일이, 붉은 리본을 단 꼬리가, 노란 멘코를 씌운 귀가, 방긋 웃고 있언 얼굴이 모두 녹아내리듯 흘러내리고 뭉치고 퍼지며.... ...거무칙칙한 부정형의 덩어리가 된 그것은 길쭉하게 몸을 늘리고 당신의 얼굴로 접근합니다.
"▓▓▓? ▓▓▓? ▓▓▓? ▓▓▓▓▓▓▓▓▓▓▓▓▓▓▓!!!!!"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지만, 억양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생물이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를 이것이 지금 즐겁게 웃고 있다는 것을.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역시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산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맑은 공기가 아닌 가라앉은 듯한 무거운 공기, 작은 새나 동물들의 소리조차 없는 길. 축축한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나뭇가지들의 소리만이 유일하게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소리에 섞여, 무언가가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분탓일까요?
등산로 중간에 작게 마련된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동네 산이라고는 해도 역시, 등산은 힘든 법입니다. 평소에 체력이 없는 편이라면 더더욱 힘들 것입니다.
쉼터를 둘러보려면 조사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계속 올라가시려면 행동하는 레스를 적어주세요.
>>191 (소름끼칠 정도로 조용한 주변. 그 와중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와, 뭔지 모를 웅얼거림 같은 것만이 들려온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내내 여러 생각이 오갔다. 정말 부적을 찾는 것으로, 이 기묘한 풍경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힘든 것도 잊고서 길을 따르다 보면, 어느새 쉼터에 도착한다.) (일단은, 쉼터와 그 주변을 살펴본다.)
쉼터를 둘러봅니다. 나무로 된 벤치 몇 개가 있어 주변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나무로 된 안내판에는 다음 쉼터까지의 거리와 등산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맨 아래쪽엔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제작 연대가 완전히 다른 것 같은 낡은 안내판도 있습니다. 위쪽의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그 안내판에 적힌 글자는... 오래된 탓인지 벗겨지고 지워져 있습니다.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는.... 아까의 오솔길과 이어지는 곳일까요? 아무리 봐도 정규 등산로라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좁디 좁은 오솔길... 사람이 다니지 않은지 오래인 길인지 시든 풀들이 무성합니다. 여름에 왔다면 아무래도 고생 깨나 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드는 길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면... 신기하게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듯한 공기도,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에 섞이던 웅성거림도 조금씩, 조금씩 옅어져가는 느낌이 들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걷다보면 탁 트인 곳에 도착합니다. 신사라고 하기엔 조금 작고, 오래된 느낌이 드는 사당 같은 곳입니다. 어쩐지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완벽하게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불완전하게나마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적과 금줄을 새것으로 바꿀 때는 ████████이 필요하다. ██████████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이곳에서 ██을 보내는 것이다. 조각배에 ██을 태워 ██시 ████에서 해안에 띄워 보낸 후 부적과 금줄을 새로 준비한 것으로 바꾼다. 바꾼 후 █일 동안 바다에 나가는 것을 금한다.
역시 중앙출신 엘리트 또레나. 고문서를 직접 읽는 것이 더 잘 읽힙니다. 이것이... 어른의 힘?
부적과 금줄을 새것으로 바꿀 때는 눈속임을 위한 의식이 필요하다. ██████████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이곳에서 제물을 보내는 것이다. 그 해에 태어난 ███ 중 하나를 골라 상자에 넣고 나오지 못하게 못을 박아 조각배에 실어 바다로 띄워보낸다. 띄워보내는 ██는 바다 끝에서 재앙을 막는 신으로 해안가 사당에서 █년간 모신다.
███ ██년, 의식의 잔혹함을 이유로 조정에서 금하다.
██ █년, 기존의 의식을 대체하여 새로운 제사 의식을 만들다. 조각배에 인형을 태워 ██시 ████에서 해안에 띄워 보낸 후 부적과 금줄을 새로 준비한 것으로 바꾼다. 바꾼 후 7일 동안 바다에 나가는 것을 금한다.
오래된 서적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벌레가 먹고 얼룩이 져서 여전히 읽을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까에 비하면 제법 많은 정보를 알아낸 것 같습니다.
가는 길 내내 츠나센에서 봤던 것처럼 기이하게 뒤틀린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띕니다. 신년 하츠모데 때 갔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서, 아카미 신사로 향하면.... 그곳 역시 산처럼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몸은 조금 가벼워진 것 같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따라오는 기척은 없습니다. 달리는 도중 뒤를 돌아본다면 무언가를 목격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그저 달려나갔을 뿐입니다. 머리 속에서 울리는 경종을 따라 그저 뛰고 또 뛰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세상에는 직접 목격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 얼마든지 있는 법이니까요. 모든 것을 볼 필요도, 모든 것을 뇌리에 각인시킬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223 (창고에서 발견한 휴대폰. 켜져있는 우마톡을 읽어보니, 이건 아마도 그 몬죠 페어리라는 우마무스메의 것이겠지. 대화 상대는 메이사 프로키온. 그럼 츠나지향토기라는 책은 그녀의 집에 있는 걸까? 아니면 도서관? 그리고 몬죠 페어리는 무슨 목적으로 신사를 왔고, 지금 그녀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일단 부적 종이와 붉은 안료를 챙기고, 신사를 벗어난다. 점점 실마리가 보이는 것도 같다.)
부적 종이와 안료, 그리고 핸드폰을 챙겨서 신사를 나섭니다. 손이 조금 끈적해졌지만... 별 영향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신사를 나서자 갑자기 당신이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립니다. 조금 전 주워서 대화 내용을 확인했던, 아마 [몬죠 페어리]라는 우마무스메의 것일 핸드폰에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발신자는 메이사 프로키온입니다. 전화를 받으시겠습니까?
>>227 "지금? 바로?" "에에.... 숙소 잡을 수 있을라나? 아 아니 그보다, 그럼 이 책은 전해주고 가야 할텐데."
각방은 무리라는 말에 잠시 메이사의 눈이 포식자의 그것처럼 변했던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겁니다. 아무튼 지금?이라는 말에 조금 놀란 듯 하다가, 책을 주고 가야 한다며 메이사는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조금 작은 소리로, 아마 옆에서 말하는 듯한 소리도 들립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도 당신이 아는 사람입니다. 메이사의 담당 트레이너, 팀 프리지아의 트레이너인 히다이 유우가의 목소리입니다. 팀 프리지아도 트레이닝을 하는 중일까요? ....츠나센에서는 마주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을 일이겠죠.
[아~ 그래. 그럼 중간에서 만날까. 아카미 신사라고 했지? 중간이면.... 우미야 쪽인가?] [우미야 앞에서 보면 되겠다. 지금 바로 갈까?]
그렇게 전화를 끊은 메이사도 겉옷을 챙겨 입기 시작합니다. 같이 갈까?하는 물음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곤, 책을 들어 끌어안습니다.
"근데 흉흉할 정도야? 확실히 요즘 분위기가 이상하긴 하지만. 안개도 짙고."
그렇게 말한대로, 현관문을 열면 여전히 빽빽하게 들어찼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짙게 내려앉은 안개가 시야를 뿌옇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당신의 손을 잡는 메이사와 함께, 우미야로 향합니다. 짙은 안개 사이로 드문드문, 이상한 것들이 보이지만... 아침에 있던 것처럼 가까이 접근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무사히 우미야에 도착합니다. ...야나기하라 트레이너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240 신사를 나서서 우미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안개가 끼고, 뿌연 시야에 종종 이상한 것들이 스쳐지나고 있습니다. 멀리서 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실루엣은 평범한 사람인데, 가까이 다가오면 눈과 입이 일반적인 인간과 다르게 세로로 찢어진 형태를 하고 있거나, 인간의 것이 아닌 팔다리가 달려있거나.... 그렇게 기이한 것들이 스쳐지나가던 가운데, 얼굴 전체가 입으로 뒤덮여있는 것이 갑자기 당신을 향해 뒤돌았습니다.
"▓▓이다." "▓▓이야." "막▓?" "▓▓에 부적▓▓▓?" "▓▓?" "▓▓?"
수없이 많은 입이 저마다 말을 하는 상태로, 그것은 당신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메이사는 당신의 손을 꽉 쥐었습니다. 이쪽도 나름대로 뭔가 보고 겪은 것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워도 되냐는 말에 그 손은 슬그머니 풀렸습니다.
"저쪽이 흡연구역이었던가... 저쪽에서 피우고 와. 난 여기 있을게."
메이사는 다녀오라는 듯 작게 손을 흔들고, 다시 책을 끌어안습니다. 슬슬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은데....
>>244
무의식적인 뒷걸음질로도 미처 피하지 못했습니다. 시선을 돌리는 당신의 뒤로 가까이 따라붙으며, 그것은 끈질기게 속삭입니다.
"▓▓?" "▓▓?" "▓▓▓????" "사당▓ 붙이려▓▓▓▓?"
환청이라고 믿고 싶지만, 귓가에 와닿는 미지근한 온도의 숨과 역겨운 악취가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환상이 아니라 실존하는 무언가라고. 하지만 세상에 어떻게, 눈과 코가 있는 자리는 물론이고 얼굴 전체가 빽빽하게 입으로 뒤덮인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인가요. 지금까지 당신이 믿어왔던 상식도, 세계도 부정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의 일은 뇌리에 각인되어, 때때로 깊은 밤에, 오늘을 생각나게 하는 안개낀 날에 문득 되살아나서 당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시선을 돌리고 계속해서 걸어가는 당신을 따라오던 그것은, 이내 흥미를 잃은 듯 몸을 돌려 다시 걸어갑니다. 무사히 그것에게서 벗어났습니다. ....다시 우미야로 향합니다.
우미야에는 이미 메이사와 히다이 트레이너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히다이 트레이너는 담배까지 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담배라도 피워야 지금 상황을 이겨낼 수 있어서일지도 모릅니다.
>>247 (...그것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무척이나 끔찍하고 공포스러웠다. 우미야로 향하는 내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경계한다. 다시 그것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 (다행스럽게도, 우미야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다. 메이사와 히다이 트레이너가 보인다. 그도 이변을 겪었을까?)
"...어라? 부적이라면 사당의 그거?" "야나기하라 트레이너가 다시 만든다고? 할 수 있어?"
메이사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매우 놀라고 있습니다. 미처 감추지 못한 애매한 불만스러운 얼굴이 꼭 '책만 전해주고 여행계획 짜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셋이서 팔짱까지 끼자 이제와서 빠진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고 생각하는지, 메이사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아예 우미야에 들어가서 얘기하는 건 어때?"
그렇게 말하며 메이사가 우미야를 가리켜 보입니다. 츠나지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여행 계획은 물론이고 부적을 만든다는 평소에는 잘 하지 않을 일까지.. 아무튼 셋이서 머리를 맞대기엔 좋을 장소입니다.
전공은 아니지만 일단 책을 읽는 시늉이라도 해봅니다. .....책에 실린 사진 중에는 츠나지의 바다를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아, 아무래도 이게 그 의식을 찍은 사진인 것 같습니다. 흑백사진인데다 상당히 오래된 사진이라 흐릿하지만, 밤에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진. 간신히 조각배의 윤곽이 눈에 잡히는 정도로 흐릿하고.. 어두운 사진인데....
어째서일까요. 이 조각배에 실려있는 것이 인형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상자를 실은 조각배가 검은 물결을 헤치며 나아갑니다. 망망대해의 끝으로. 바다의 끝으로. 멀리. 저 아래로. 천천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배는 사실 조금씩 가라앉아, 상자 안에도 물이 차오르고. 발끝부터 서서히 차오르는 차가운 바닷물이 목을 넘어 턱끝까지 올라와도 도망갈 곳은 없습니다. 손끝이 벗겨지고 피가 날 정도로 상자를 긁어도, 밖에서 단단히 못을 박아 고정한 상자는 당신의 힘으로 열 수 없습니다. 손으로 틀어막아봐도, 바닥에 난 구멍으로 들어오는 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새까만 바다 속으로,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운명입니다.
참으로 기구하죠. 당신은 그저 ███로 태어났을 뿐인데.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땐, 당신이 마시던 에스프레소는 테이블을 적시며 엎어져 있었습니다. 놀란 눈으로 당신을 보고 있는 메이사, 그리고 옆에서 적잖게 놀랐을 야나기하라 트레이너의 시선도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공기를 대신해 폐를 가득 메우는 짠 바닷물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끔찍한 환상이었습니다. 아니, 정말로 환상이었을까요....?
숨겨진 재능이라도 있던 것일까요? 당신은 완벽하게 부적을 모사해냈습니다. 인간 복사기입니다. 메이사가 당신을 조금 다시봤다는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부적을 하나 완성하자, 옆에서는 히다이 트레이너가 무언가 끔찍한 것이라도 본 듯, 아니.. 끔찍한 경험이라도 한 듯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거의 경기에 가까운 몸부림에 에스프레소가 엎어져 테이블에 얼룩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행히 부적은 무사하지만... 여분의 종이는 갈색으로 물들고 축축해져서 더는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 장이라도 완성했으니 다행입니다.
>>266 (부적 따라그리기는 생각보다 쉬웠다... 아니면 의외로 재능이 있다던가.) (그러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잔, 귀신이라도 본 듯 경련하는 히다이 트레이너. 또 이변을 겪은 것인지. 그래도, 나머지 단서만 찾아내면 이 괴현상도 이제는 끝일 것이다.) (일단 시간대는 밤이라는 걸까.)
>>1 [동급생]코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은 나니와에서 전학 온 언그레이 데이즈. 자신의 자리인 앞자리에 가서 서랍 안의 책을 챙기고 나서야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듯 하다.) "... 있제, 곧 있으므는 문 닫을 시간 아이가? 부활동도 거의 끝날 시간인디."
>>10 [오컬트]히다이 "아이, 암것도 말하지는 안혔는디? 근데 점마 진짜 아아메라 카지 안했나... 수고가 많어야." (라고 당신의 옆에 떠서 이야기하는 것은 한마리의 요괴, 오니였다. 술이 아닌 커피를 좋아하는 특이한 요괴.) "커피라는 기 참으로 아스트랄허이... 커피 원두부터 로스팅시간, 물 온도, 나오는데 드는 시간, 토핑꺼지 전부 맞출라 카므는... 어..."
>>23 [히빌]메이사 "... 아, 괜찮으십니까." (상냥한 인상으로 인사해오는, 당신과 비슷한 키의 한 여성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보고 있다) "저야말로, 부주의했군요. 혹시 무언가를 하고 계셨습니까?" (당신이 든 셀카봉을 보고 질문해오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여성.)
>>95 [좀비]마사바 "... 이곳의 토레나였다던가, 아이므는 관계자 아이였을랑가 싶구마... 하아." (표정이 어두운 채, 옥상안에서 서성이고 있는 언그레이 데이즈.) "여도 사람이 있응게 들이보내기는 힘들겄지마는... 에요."
>>179 [중느와]유키무라 "...미안쿠마, 그런거에는 흥미가 없으야..." (억지로 웃는 언그레이 데이즈.) "그... 질문해도 되겄나. 내를 갑자기 데리와서, 뭘 할라 카는기고...?" (낭패의 기색이 역력한, 뒷세계에는 한번도 손을 대지 않은 듯한 우마무스메.)
>>276 [중느]유키무라 "... 포커는, 칠 줄 알지마는..." (경계어린 눈빛을 하고 있지만, 이미 포위된 상태일 터.) "... 재미없는 아라 미안하구마... 그르게 와 데꼬 와사서는..." (이리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정신을 똑바로 챙기려 하는 듯, 눈을 부릅뜨며.) "여는, 대체 어데고...? 이런 곳이 있다는 거 조차 처음 알았는디..."
>>선레 [판타지]언그레이 (머나먼 서쪽 나니와국에서 온 초급 마법사 언그레이, 숲을 지나다 고블린들에게 둘러쌓여있다.) "... 라고, 느긋하게 생각할 때가 아이데이! 아무나 도와주그라...!"
(도와달라는 소리를 듣고 빠르게 발을 내딛는다. 부드러운 흙 위로, 철 부츠가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리고. 공중으로 높게 뛰어 장검으로, 순식간에 고블린 무리를 세번의 칼질로 해치운다. 털썩, 하고 검이 땅에 닿는 소리와 함께, 투구를 벗어 얼굴을 보이며 살짝 웃어보인다. 네게 손을 내밀며.)
"...아, 미안쿠마, 구해져 놓고 감사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있으이 제정신도 아인갑다, 내..." (흠칫,하고 놀라더니 당신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정말 고마워야... 방랑기사 댁이 아이였으므는 내는 기양 죽은 목숨이였데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근디... 진짜 내 아무것도 줄끼 읍는디... 먼 곳 여행오느라 남은 기 육포 빼이 엄스야..."
>>183 [오컬트 현판] 야나기하라 코우 (조심스레 문을 열고 뽈뽈뽈 들어오는 아가씨. 햇빛을 100% 막기 위한 UV양산을 쓰고 있다. 들어와서도 양산을 접지 않고 제 뒤쪽으로 쓴 여성은, 제 사랑스러운 연인을 향해 다가가서 웃으며 말을 걸었다. ) 토마토 주스 한잔 주시어요?
>>284 [현판] 밋쭁 (당신이 가게로 들어오면, 그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다 말고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방금 전까지 피곤해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주문을 받아도, 곧바로 음료를 내오긴 커녕 되려 능글맞게 웃기만 한다. 카운터에 기대 몸을 숙이고, 당신과 시선을 맞춘다.)
토마토 주스 말고, 난 어때?
(그러니까 자기 피 먹지 않겠냐는 권유다. 빈혈도 있는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한다.)
>>285 [동급생] 나니와 이 정도야 뭐, 괜찮아.
(어느새 책을 전부 정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으니까. 딱히 노력하고 있는 것도 아니야.
(사실 그의 노력엔 그럴싸한 목표도 없고 동기도 없다. 그냥 다른 재주도 없고 하니 공부에만 몰두하는 것뿐.)
이걸 딱히 노력하는기 아이라 카므는 여 반에 노력하는 아가 없어지는디 말여. (피식 웃으면서 어깨를 톡톡, 두드려준다.) 반대로 말하므는 공부를 할 줄 안다는 거 아이가, 그거는. 그것도 복받은기라. 요령 없는거보다야 공부 할 줄 알므는 배울줄 안다는 거 아이가.
>>288 [히빌] 메이사
"아, 방송인가요? 꽤나... 신기한 취미군요." (미소는 흔들리지 않는다. 도네가 나와도 살짝 고개를 갸웃일 뿐 미소를 유지중이다.) "아, 히어로는 아니랍니다. 그저 이 근방의 치안 정도만 유치중이랄까..." (조용히 이야기하면서도, 시선은 당신을 조용히 관찰 중인 듯.) "이 근방에 본 적은 없던 것 같은데, 그저 방송만 하다 가실건가요? 이곳은 혼자서 다니기는 위험할텐데, 같이 동행하시는 건 어떠실지."
>>304 (순간, 발걸음이 뚝 멎는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탓이다. 뒤를 따라오는 저것은 진짜 그녀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 목소리를, 부적을 붙이지 말라는 말을... 그리고 제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있자니.) (...불쾌감이 치밀어오른다. 이 난장판을 만든 게 신인지 요괴인지 뭔지는 몰라도, 감히 누구를 흉내내는 거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그냥 눈을 감고 손으로 귀를 꾹 막았다. 이렇게라도 하면 그것이 물러갈까 싶어서.)
눈을 감고 귀를 막기 전 들었던 소리는 일정한 거리 이상으로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모르고 있겠지만, 정면에 멈춰 선 지금도 그것이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닿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까도 그렇습니다. 뒤를 따라오며 말을 거는 것보다, 달려들어서 덮치는 쪽이 더 빠르고, 더 편한 방법이었을텐데. 저것은 어째서 당신에게 친숙한 목소리를 따라하며, 부탁하듯 말하고 있는 걸까요?
당신은 불현듯, 당신이 지니고 있는 부적을 떠올렸습니다. 사당에 붙이기 위한 부적. 사당에 붙이는 것으로 '그것들'을 막아내는 부적이라면... 적어도 이것을 지니고 있는 동안에는 그것들이 감히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308 (가만히 서서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지금도, 그것은 별다른 위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 ...어쩌면, 끼칠 수 없는 걸지도. 부적 때문인가?) (슬슬 눈꺼풀이 아려오고 귀가 먹먹해진다. 언제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겠지. 천천히 눈을 뜨고, 귀에서 손을 떼어낸다.)
1시까지 사당 앞에서 대기합니다. 어두컴컴한 바다는 흐린 하늘과 거의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만 색을 띄고 있습니다. 수평선을 보다보면 어디서부터가 하늘이고 어디서부터가 바다인지, 어쩌면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저 멀리 어둠 속에서 굼실거리는 것이 파도인지, 혹은 아까의 그것과 같은 것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1시가 가까워지자 멀리서부터 발소리가 들립니다. 축축한 물기가 서린 발소리가 아닌, 편자를 단 신발 특유의 경쾌한 소리입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를 따라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청테이프로 칭칭 감싼 상자와 RC 보트를 든 메이사였습니다.
"으아, 먼저 와있었네. 미안. 아무리 찾아도 리모컨이 안 나와서..."
한참을 찾다가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모양입니다. RC 보트의 조종은 불가능하겠지만... 아까 얻은 정보를 생각해보면 이 해안가는 이안류가 발생하는 곳이라, 상자를 실어 바다로 떠내려 보내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 메이사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겉옷 주머니에서 테이프를 꺼내 상자를 RC 보트에 단단히 고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내가 이걸 바다에 띄울테니까, 야나기하라 트레이너가 그걸 사당에 붙여줘."
그렇게 말하고 메이사는 바다를 향해 걸어갑니다. 겨울 바다의 차가운 파도를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한숨과 함께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붙이고 차갑고 차가운 물 속으로 걸음을 내딛습니다. 어느 정도 들어간 후에 파도 위로 살며시 보트를 올려두자, 보트는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해변가로 쓸려왔다가 다시 파도를 타고 바다로 이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부적을 붙이기 위해 사당에 다가가는 순간— 차가운 바다에 발을 담그고 보트를 띄운 메이사가 갑자기 넘어집니다. 그대로 바다에 엎어진 메이사가 당황해서 일어서려고 합니다. 다행히 얕은 곳이라 쉽게 손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보트를 띄우기 위해 바짓단을 걷었지만 그렇게 깊이 들어가진 않았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메이사는 일어서지 못하고 손과 발을 버둥대고 있을 뿐입니다. 조용하던 해변에는 첨벙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어째서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이렇게 얕은 물조차 버거워하고 있는 걸까요?
이 광경을 본 당신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메이사를 붙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닷물이 아니라. 저 멀리서 굼실거리던 파도가 아니라.
>>318 (메이사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가 그녀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새까만 손들이 무수히 꿈틀대고 있었다.) (메이사를 도와야 한다, 생각은 들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극도로 치닫은 두려움에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필이면, 지금...) (이 모든 광경은 환상일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다시금 눈을 꾹 감는다.)
당신은 부적을 사당에 붙입니다. 새로운 금줄과 부적이 붙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그 느낌이, 감각이 점점 멀리 퍼집니다.
그리고 아까 당신에게 친숙한 목소리로 말을 걸던, 새까만 부정형의 덩어리들이 꾸물꾸물 기어나와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무언가에게서 도망치듯. 새까만 바다로 돌아가듯. 그들이 찾아왔던 심연으로 다시 돌아가듯이 말입니다.
RC 보트를 저 멀리까지 집어삼킨 이안류를 타고 그것들이 사라지자 츠나지를 짓누르고 있던 무겁고 탁한 공기도, 가로등을 부옇게 가리던 안개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굼실대는 파도 사이로, 이곳을 들여다보던 시선도.... 당분간은 눈을 감고 있겠군요.
그렇게 고요해진 사당 앞 해변에 다시 물소리가 들립니다.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메이사가 천천히, 모래사장으로 올라옵니다. 한겨울, 그것도 새벽 시간에 바다에 빠졌으니 당연히 추워서 떨고 있을만도 합니다만... 단순히 추위만이 원인은 아닐 것입니다. 바다에 끌려간 순간, 무언가를 보고 만 것이겠죠. 메이사의 눈에서는 더이상, 예전과 같은 생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츠나지를 뒤덮었던 불길한 파도는 물러가고, 평소대로의 일상이 찾아왔습니다. 마치 한때의 악몽이었던 것처럼, 그동안의 이상한 일들은 모두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이전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더는 어시장에 이상한 생선이 올라오는 일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이상한 덩어리가 돌아다니는 일도, 해변가에 이상한 것들이 쓸려오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실종된 몬죠 페어리를 찾는 전단이 여기저기 붙고, 누군가는 한동안 끔찍한 기억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악몽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나는 일이 잦아지고, 누군가는 바다를 극도로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295 [히빌]메이사 "어머, 그렇게 당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당신을 걱정하는듯 입을 가리는 눈 앞의 여성.) "흐음... 무엇을 하시려고... 에?" (당신의 말에 눈매가 살짝 가늘어지려 하지만, 이내 핸드폰의 소리에는 그 눈앞의 여성도 당황했는지 이내 눈을 크게 뜨고 만다.) "자판기 아래에 동전이라... 흥미로운 주제군요. 도와드리도록 하죠." (미소가 짙어지면서, 당신에게 따라붙으려 한다. no는 거절하는 듯 하다.)
>>330 [판타지]유키무라 "글킨 헌디... 는, 그래 뻔허이 보이는기가... 역시 안지 부족하구마는..." (당신의 말에 한숨을 쉬며 긍정을 해 버린다.) "아, 그, 괘안나...? 진짜 그래 해 주며는 내는 진짜 감지덕지기는 헌디... 그, 기사님도 어데 가는 길 아이였나...?" (그 호의에는 감사를 표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배려없는 담배연기 세례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많이 익숙한 모양이다. 아이의 보호자도 꽤나 담배를 좋아하는 편인가보다. 아니면, 이런 도시에서 간접흡연이네 뭐네를 따지는 건 삶의 여유가 넘치는 높으신 분들 외엔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우—와!"
(담배연기보다도 사라졌다가 나타나 다른 그림으로 바뀐 카드가 더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아이는 카드와 당신의 얼굴을 번갈아서 보고있다. 눈이 잔뜩 커진 것이 진심으로 신기해하는 것 같다.)
"진짜? 배울래!! 어떻게 해?"
>>331 [히어로&빌런 AU]
"뺘아앗....."
(짙어진 미소, 따라붙는 동작, 필요없다는데도 도와주겠다는 저 말! 분명히 따라올거야.. 감시하는거야.... 헉, 히어로의 감시가 붙다니 나 완전 빌런적인 의미로 성공한 거 아님? 갑자기 기분이 좀 좋아진 거 같기도? 걱정근심초조 삼종세트의 표정에서 희미하게 뽐내는 듯한 미소가 스리슬쩍 비치기 시작했다.)
"그, 그, 정말 재미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따라온다면야? 마, 말리진 않겠지만요???"
[재미없는걸 컨텐츠로 쓰지 말라고www] "조용히 해 개돼지백수니트놈들아!"
(그렇게 핸드폰을 향해 쏘아붙이고 나서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헤, 헤헤. 죄송합니다요 저에 시청자들이 좀 철이 덜 들어서... 아무튼! 바로 자판기를 찾아 나선다. 사실 나설 필요도 없이 바로 저 앞에 있지만.)
(최악빌런들이 모여사는 츠나지시의 슬럼. 마천루 뒷편 그늘에 몸을 숨긴 거리에서 나는 엄청 묵직한 더플백을 매고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의식 없는 사람을 하나 들쳐업은 것처럼 무겁고 피로했다. 이능력을 쓰면 되지 않냐기엔, 내 능력은 이런 데에 영 도움도 안 되고 오늘은 이미 한바탕 해서 지쳤단 말이지.)
"...역시 물이나 마시고 할까."
(하며, 골목 안 자판기의 빛을 흠뻑 쬐며 뭘 마실지 고민한다. 역시 포카리인가? 아니면 몬스터 마시고 좀 버티다가 아침에 자버릴까. 고민고민한다.)
(괜히 카메라 잡고 짤짤이만 한다. 멀미를 느끼렴 이 쓰레기 자식들아... 뭔가... 하...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말하지 않기로 한다. 치안이 좋지 않은 빌런구역 편의점에서 최저를 받기도 어려울텐데 생활고 겪으라고 내몰 수도 없고 이걸... 이... 멍청한 애가....................)
"..."
(한탄하는 표정, 그리고 마른 세수, 큰 한숨... 세가지를 모두 하고 나서 나는... )
"오늘 이 자판기는 내가 전세 냈으니까 꺼지고..."
(그냥 돈 넣고 포카리나 두개 뽑았다. 골치아프고 목탄다 진짜. 하나는 바보 고양이귀한테 던져줬고.)
"정신 좀 똑바로 차리고 살아 이것아.......!!! 편의점 알바 말고 어? 제대로 취직도 하고 어? 이런 거 그만 달고 다니고!!"
(잔소리잔소리잔소리하면서 꼬리를 잡아당기자...
북. 하고 바지에서 떨어져나왔다. 그리고 엄청난 도네소리가... ...쓰레기자식들...........)
(우와 아니 내가 그러려던 의도는 아니고 아니 보통 이런 꼬리는 주문제작 무장이니까 이정도 힘으로 뜯겨나가지 않는다고!? 그보다 그냥 꼬리달린 바지여도 이러지는 않는데 너 얼마나 바느질을 못하는 건데?! 그보다 이 무한한 도네소리 어쩔거냐고 이 저질들이...!!! 드물게 당황한 나는...)
(꼬리가 달려있던 바지는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아래는 당연히 뭐. 그렇고. 손에 쥐고 있던 꼬리랑 구멍이랑 새빨개진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그보다 끝까지 개돼지놈들이라고 매도하면서 꺼주는 거냐. 모르는 사람한테 바지에 구멍뚫려놓고 그렇게 아와와왓하면서 매도해봤자 포상이라고... 아무튼 입고 있던 블레이저(참고로 개비싼 빌런용품입니다.죽인빌런한테서루팅함)를 벗어줬다. 나한테는 일반적인 기장이어도 얘한테는 엉덩이 정도는 넉넉이 덮고 남겠지.)
"...주는 거 아니고 빌려주는 거니까. 집까지만 입고 가."
(아니, 그러면 내가 곤란해지는데... 아무리 안에 방탄복 있어도 저게 내 메인 무장이라고.)
"...근데 나 할 일이 잠깐 있어서... 좀 기다리고 있어봐. 30분이면 끝나긴 해."
(읏차, 더플백을 짊어졌다. 이걸 근처에 있는 불법소각장에 던져넣고 오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긴 한데... 피냄새 나던가?)
(당황해서 블레이저를 더 강하게 잡는다. 그, 그보다 따지고 보면 저 아저씨가 원인제공이고 원흉인데?!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거냐고 이 변태! 최저! 파괴왕!! 철면피! 라고 말하면 카메라가 아니라 내 머리가 부숴질지도 모르니까, 역시 말로 하진 않았다. 눈빛에는 조금 담겼을지도 그리고 얘기했던 30분보다도 더 빠르게 아저씨가 돌아온다. 에에, 뭐야. 빠르잖아.)
"우왓, 빠르네... .......그게..."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게... 물론 지금 이렇게 겉옷도 빌려주고 그랬지만, 역시 이 아저씨한테 주소를 들키는 건 여러모로 무섭다고 할까. 이 사람 무지 위험해 보이고.)
"....여, 역시 나중에 만나면 돌려줄게...? 세탁도 할 테니까 나중에 돌려주면 안 될까...?"
(그래서 조심스럽게, 지금은 따로 가고 나중에 만나면 돌려주는 방향으로 가면 안될지 제안을 해본다. 이러면 적어도 이 아저씨한테 내 자취방을 들키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