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순간, 발걸음이 뚝 멎는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탓이다. 뒤를 따라오는 저것은 진짜 그녀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 목소리를, 부적을 붙이지 말라는 말을... 그리고 제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있자니.) (...불쾌감이 치밀어오른다. 이 난장판을 만든 게 신인지 요괴인지 뭔지는 몰라도, 감히 누구를 흉내내는 거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그냥 눈을 감고 손으로 귀를 꾹 막았다. 이렇게라도 하면 그것이 물러갈까 싶어서.)
눈을 감고 귀를 막기 전 들었던 소리는 일정한 거리 이상으로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모르고 있겠지만, 정면에 멈춰 선 지금도 그것이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닿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까도 그렇습니다. 뒤를 따라오며 말을 거는 것보다, 달려들어서 덮치는 쪽이 더 빠르고, 더 편한 방법이었을텐데. 저것은 어째서 당신에게 친숙한 목소리를 따라하며, 부탁하듯 말하고 있는 걸까요?
당신은 불현듯, 당신이 지니고 있는 부적을 떠올렸습니다. 사당에 붙이기 위한 부적. 사당에 붙이는 것으로 '그것들'을 막아내는 부적이라면... 적어도 이것을 지니고 있는 동안에는 그것들이 감히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308 (가만히 서서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지금도, 그것은 별다른 위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 ...어쩌면, 끼칠 수 없는 걸지도. 부적 때문인가?) (슬슬 눈꺼풀이 아려오고 귀가 먹먹해진다. 언제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겠지. 천천히 눈을 뜨고, 귀에서 손을 떼어낸다.)
1시까지 사당 앞에서 대기합니다. 어두컴컴한 바다는 흐린 하늘과 거의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만 색을 띄고 있습니다. 수평선을 보다보면 어디서부터가 하늘이고 어디서부터가 바다인지, 어쩌면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저 멀리 어둠 속에서 굼실거리는 것이 파도인지, 혹은 아까의 그것과 같은 것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1시가 가까워지자 멀리서부터 발소리가 들립니다. 축축한 물기가 서린 발소리가 아닌, 편자를 단 신발 특유의 경쾌한 소리입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를 따라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청테이프로 칭칭 감싼 상자와 RC 보트를 든 메이사였습니다.
"으아, 먼저 와있었네. 미안. 아무리 찾아도 리모컨이 안 나와서..."
한참을 찾다가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모양입니다. RC 보트의 조종은 불가능하겠지만... 아까 얻은 정보를 생각해보면 이 해안가는 이안류가 발생하는 곳이라, 상자를 실어 바다로 떠내려 보내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 메이사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겉옷 주머니에서 테이프를 꺼내 상자를 RC 보트에 단단히 고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내가 이걸 바다에 띄울테니까, 야나기하라 트레이너가 그걸 사당에 붙여줘."
그렇게 말하고 메이사는 바다를 향해 걸어갑니다. 겨울 바다의 차가운 파도를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한숨과 함께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붙이고 차갑고 차가운 물 속으로 걸음을 내딛습니다. 어느 정도 들어간 후에 파도 위로 살며시 보트를 올려두자, 보트는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해변가로 쓸려왔다가 다시 파도를 타고 바다로 이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부적을 붙이기 위해 사당에 다가가는 순간— 차가운 바다에 발을 담그고 보트를 띄운 메이사가 갑자기 넘어집니다. 그대로 바다에 엎어진 메이사가 당황해서 일어서려고 합니다. 다행히 얕은 곳이라 쉽게 손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보트를 띄우기 위해 바짓단을 걷었지만 그렇게 깊이 들어가진 않았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메이사는 일어서지 못하고 손과 발을 버둥대고 있을 뿐입니다. 조용하던 해변에는 첨벙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어째서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이렇게 얕은 물조차 버거워하고 있는 걸까요?
이 광경을 본 당신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메이사를 붙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닷물이 아니라. 저 멀리서 굼실거리던 파도가 아니라.
>>318 (메이사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가 그녀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새까만 손들이 무수히 꿈틀대고 있었다.) (메이사를 도와야 한다, 생각은 들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극도로 치닫은 두려움에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필이면, 지금...) (이 모든 광경은 환상일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다시금 눈을 꾹 감는다.)
당신은 부적을 사당에 붙입니다. 새로운 금줄과 부적이 붙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그 느낌이, 감각이 점점 멀리 퍼집니다.
그리고 아까 당신에게 친숙한 목소리로 말을 걸던, 새까만 부정형의 덩어리들이 꾸물꾸물 기어나와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무언가에게서 도망치듯. 새까만 바다로 돌아가듯. 그들이 찾아왔던 심연으로 다시 돌아가듯이 말입니다.
RC 보트를 저 멀리까지 집어삼킨 이안류를 타고 그것들이 사라지자 츠나지를 짓누르고 있던 무겁고 탁한 공기도, 가로등을 부옇게 가리던 안개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굼실대는 파도 사이로, 이곳을 들여다보던 시선도.... 당분간은 눈을 감고 있겠군요.
그렇게 고요해진 사당 앞 해변에 다시 물소리가 들립니다.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메이사가 천천히, 모래사장으로 올라옵니다. 한겨울, 그것도 새벽 시간에 바다에 빠졌으니 당연히 추워서 떨고 있을만도 합니다만... 단순히 추위만이 원인은 아닐 것입니다. 바다에 끌려간 순간, 무언가를 보고 만 것이겠죠. 메이사의 눈에서는 더이상, 예전과 같은 생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츠나지를 뒤덮었던 불길한 파도는 물러가고, 평소대로의 일상이 찾아왔습니다. 마치 한때의 악몽이었던 것처럼, 그동안의 이상한 일들은 모두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이전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더는 어시장에 이상한 생선이 올라오는 일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이상한 덩어리가 돌아다니는 일도, 해변가에 이상한 것들이 쓸려오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실종된 몬죠 페어리를 찾는 전단이 여기저기 붙고, 누군가는 한동안 끔찍한 기억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악몽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나는 일이 잦아지고, 누군가는 바다를 극도로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295 [히빌]메이사 "어머, 그렇게 당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당신을 걱정하는듯 입을 가리는 눈 앞의 여성.) "흐음... 무엇을 하시려고... 에?" (당신의 말에 눈매가 살짝 가늘어지려 하지만, 이내 핸드폰의 소리에는 그 눈앞의 여성도 당황했는지 이내 눈을 크게 뜨고 만다.) "자판기 아래에 동전이라... 흥미로운 주제군요. 도와드리도록 하죠." (미소가 짙어지면서, 당신에게 따라붙으려 한다. no는 거절하는 듯 하다.)
>>330 [판타지]유키무라 "글킨 헌디... 는, 그래 뻔허이 보이는기가... 역시 안지 부족하구마는..." (당신의 말에 한숨을 쉬며 긍정을 해 버린다.) "아, 그, 괘안나...? 진짜 그래 해 주며는 내는 진짜 감지덕지기는 헌디... 그, 기사님도 어데 가는 길 아이였나...?" (그 호의에는 감사를 표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배려없는 담배연기 세례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많이 익숙한 모양이다. 아이의 보호자도 꽤나 담배를 좋아하는 편인가보다. 아니면, 이런 도시에서 간접흡연이네 뭐네를 따지는 건 삶의 여유가 넘치는 높으신 분들 외엔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우—와!"
(담배연기보다도 사라졌다가 나타나 다른 그림으로 바뀐 카드가 더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아이는 카드와 당신의 얼굴을 번갈아서 보고있다. 눈이 잔뜩 커진 것이 진심으로 신기해하는 것 같다.)
"진짜? 배울래!! 어떻게 해?"
>>331 [히어로&빌런 AU]
"뺘아앗....."
(짙어진 미소, 따라붙는 동작, 필요없다는데도 도와주겠다는 저 말! 분명히 따라올거야.. 감시하는거야.... 헉, 히어로의 감시가 붙다니 나 완전 빌런적인 의미로 성공한 거 아님? 갑자기 기분이 좀 좋아진 거 같기도? 걱정근심초조 삼종세트의 표정에서 희미하게 뽐내는 듯한 미소가 스리슬쩍 비치기 시작했다.)
"그, 그, 정말 재미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따라온다면야? 마, 말리진 않겠지만요???"
[재미없는걸 컨텐츠로 쓰지 말라고www] "조용히 해 개돼지백수니트놈들아!"
(그렇게 핸드폰을 향해 쏘아붙이고 나서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헤, 헤헤. 죄송합니다요 저에 시청자들이 좀 철이 덜 들어서... 아무튼! 바로 자판기를 찾아 나선다. 사실 나설 필요도 없이 바로 저 앞에 있지만.)
(최악빌런들이 모여사는 츠나지시의 슬럼. 마천루 뒷편 그늘에 몸을 숨긴 거리에서 나는 엄청 묵직한 더플백을 매고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의식 없는 사람을 하나 들쳐업은 것처럼 무겁고 피로했다. 이능력을 쓰면 되지 않냐기엔, 내 능력은 이런 데에 영 도움도 안 되고 오늘은 이미 한바탕 해서 지쳤단 말이지.)
"...역시 물이나 마시고 할까."
(하며, 골목 안 자판기의 빛을 흠뻑 쬐며 뭘 마실지 고민한다. 역시 포카리인가? 아니면 몬스터 마시고 좀 버티다가 아침에 자버릴까. 고민고민한다.)
(괜히 카메라 잡고 짤짤이만 한다. 멀미를 느끼렴 이 쓰레기 자식들아... 뭔가... 하...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말하지 않기로 한다. 치안이 좋지 않은 빌런구역 편의점에서 최저를 받기도 어려울텐데 생활고 겪으라고 내몰 수도 없고 이걸... 이... 멍청한 애가....................)
"..."
(한탄하는 표정, 그리고 마른 세수, 큰 한숨... 세가지를 모두 하고 나서 나는... )
"오늘 이 자판기는 내가 전세 냈으니까 꺼지고..."
(그냥 돈 넣고 포카리나 두개 뽑았다. 골치아프고 목탄다 진짜. 하나는 바보 고양이귀한테 던져줬고.)
"정신 좀 똑바로 차리고 살아 이것아.......!!! 편의점 알바 말고 어? 제대로 취직도 하고 어? 이런 거 그만 달고 다니고!!"
(잔소리잔소리잔소리하면서 꼬리를 잡아당기자...
북. 하고 바지에서 떨어져나왔다. 그리고 엄청난 도네소리가... ...쓰레기자식들...........)
(우와 아니 내가 그러려던 의도는 아니고 아니 보통 이런 꼬리는 주문제작 무장이니까 이정도 힘으로 뜯겨나가지 않는다고!? 그보다 그냥 꼬리달린 바지여도 이러지는 않는데 너 얼마나 바느질을 못하는 건데?! 그보다 이 무한한 도네소리 어쩔거냐고 이 저질들이...!!! 드물게 당황한 나는...)
(꼬리가 달려있던 바지는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아래는 당연히 뭐. 그렇고. 손에 쥐고 있던 꼬리랑 구멍이랑 새빨개진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그보다 끝까지 개돼지놈들이라고 매도하면서 꺼주는 거냐. 모르는 사람한테 바지에 구멍뚫려놓고 그렇게 아와와왓하면서 매도해봤자 포상이라고... 아무튼 입고 있던 블레이저(참고로 개비싼 빌런용품입니다.죽인빌런한테서루팅함)를 벗어줬다. 나한테는 일반적인 기장이어도 얘한테는 엉덩이 정도는 넉넉이 덮고 남겠지.)
"...주는 거 아니고 빌려주는 거니까. 집까지만 입고 가."
(아니, 그러면 내가 곤란해지는데... 아무리 안에 방탄복 있어도 저게 내 메인 무장이라고.)
"...근데 나 할 일이 잠깐 있어서... 좀 기다리고 있어봐. 30분이면 끝나긴 해."
(읏차, 더플백을 짊어졌다. 이걸 근처에 있는 불법소각장에 던져넣고 오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긴 한데... 피냄새 나던가?)
(당황해서 블레이저를 더 강하게 잡는다. 그, 그보다 따지고 보면 저 아저씨가 원인제공이고 원흉인데?!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거냐고 이 변태! 최저! 파괴왕!! 철면피! 라고 말하면 카메라가 아니라 내 머리가 부숴질지도 모르니까, 역시 말로 하진 않았다. 눈빛에는 조금 담겼을지도 그리고 얘기했던 30분보다도 더 빠르게 아저씨가 돌아온다. 에에, 뭐야. 빠르잖아.)
"우왓, 빠르네... .......그게..."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게... 물론 지금 이렇게 겉옷도 빌려주고 그랬지만, 역시 이 아저씨한테 주소를 들키는 건 여러모로 무섭다고 할까. 이 사람 무지 위험해 보이고.)
"....여, 역시 나중에 만나면 돌려줄게...? 세탁도 할 테니까 나중에 돌려주면 안 될까...?"
(그래서 조심스럽게, 지금은 따로 가고 나중에 만나면 돌려주는 방향으로 가면 안될지 제안을 해본다. 이러면 적어도 이 아저씨한테 내 자취방을 들키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