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물론 자신은 카와자토 가의 아야나를 모시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었다. 어느 순간, 자신이 필요없다고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모시는 것은 불가능해질테니까. 그걸 떠나서, 그냥 카와자토의 다른 이를 모시라고 한다면 자신은 따라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딱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면서 딱히 부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한편, 사쿠야의 답을 들으며 유우키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 말은 모두 다 보고 있었구나...라고 이해를 하면 되는 거겠지. 하지만 여기서 유우키는 순순히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잠깐 움찔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소를 보였다.
"아니요. 그저 신발장을 본 것 뿐인걸요. 후훗."
물론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어쨌건 자신은 신발장 안을 바라본 것 뿐이었으니까. 편지가 없다고 불평한 적도 없고, 화를 낸 적도 없으며, 억울해한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애써 그렇게 변명했다.
이누는, 부슬부슬 봄비 내리는 기분 좋은 흙내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여전히 차거운 신당 마루에 배를 깔고 엎드려 벚꽃이 나리는 분홍 편지지 한 장을 앞에 두고서 양손에 펜과 붓을 쥐었다. 하나는 아야나 공이 사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린게츠 공이 사준 것이지. 누구에게, 무어라 적어 보낼까. 작은 강아지는 벌써부터 혀를 샐쭉 내밀고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하고서는 마루에 엎드린 채 양발을 번갈아 느리게 흔들어 발끝으로 나무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종이 위에 삐뚤빼뚤한 글씨를 한 글자씩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 사랑을 담아、시로사키 하나로부터。 】
안녕. 이렇게 손으로 편지를 쓰는 건 아마도 처음이네.
나는 아직 기억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을.
처음에는 부끄러워 숨어버리려고 했었는데.
아무것도 모른체해주고서 손을 잡아끌고.
좋았던 날에, 나를 위해 만들어준 그 규동이.
다시 먹고 싶어.
처음엔 장난으로 적으려 했었는데, 쓰다 보니까 어째선지 진심이 되어서는. 조금은 인상이 험악해 보였지만 요즘 말로 스윗하던 그 얼굴과 행동이 떠올라서. 쓰고 난 편지를 보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두 개 띄우던 강아지는 얼굴을 붉히며 마룻바닥을 손바닥으로 팡팡 두드리고 마는데. 이대로 전해주어도 되는 걸까. 이름을 지워버릴까. 인간을 좋아하면 안 되는데. 수줍은 강아지는, 결국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3학년 반으로 올라가 키미카게 카즈키의 신발장에 편지지를 넣어버리고 말았다.
"카와자토가의 일인가요. 사람의 인생은 짧고 선택하는건 기회가 많지 않으니. 장래는 꼭 그것이 정답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하동을 섬기는 인간이라. 특이하기에 빼앗아 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여신은 생각해보지만. 여신 개인의 의견이라면, 두 가문사이에 무슨일이 있는지는 모르는 사항이지만서도 꼭 장래를 누군가가 정해줘야만 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자신이 카와자토 일가를 모시고 있다는 것을 말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생각보다 소문이 퍼져있었던가. 같은 반이라면 다들 알고 있겠지만, 다른 학년까지 퍼질 일이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일단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사쿠야를 가만히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으며 그는 가볍게 대답했다.
"하지만 수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인 것은 사실이죠."
딱히 그녀의 말을 반박하진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긍정하지는 않는 회피법이었다. 미래는 알 수 없었고, 확정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허나 자신이 먼저 그만둘 것이냐라고 물으면 유우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은 아니었으나, 시라카와 가문은 너무나 큰 은혜를 입었고, 그것이 가문의 사명이라고 한다면, 자신 역시 그것을 따르고 싶었고...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며 유우키는 무언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아하하. 글쎄요. 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걸요. 노 코맨트 할게요. 그보다 결투장이요?"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하지만 장난으로 보내는 이들도 많으니까 그런 류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거, 그냥 일종의 장난 아니에요? 저도 비슷한 장난으로 2개를 보낸 적이 있긴 했는데. 하하.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결투장은 아닐 거예요. 설사 결투장이라고 해도 진심으로 보낸 것도 아닐테고요."
「 果 逃 刀 再 그 近 文 た 亡 을 明 러 間 守 し 은 日 한 高 状 벼 、 生 校 通 려 詮 新 의 치 申((次 한 두 時 로 아 아 어 놀 무 니 라 我 決 이 개 하 。 輩 鬪 殿 리 盛 라 親 請 行 들 。 히 하 이 으 노 라 라 覓 라 지 。 去 。 。 하 겠 도 다 。」
뭐지?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유우키는 사쿠야를 가만히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그런 말을 끄집어냈나. 그게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가만히 사쿠야를 더욱 뚫어져라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그는 이 세계에 신, 요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였다. 물론 평소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살고 있지만...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굳이 그 의문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그 부분을 자신이 쿡 찌르는 것은 뭔가 매너가 아닌 것 같았기에. 무엇보다 아닐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딱히 명분에 얽매인 적은 없어요."
물론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분만은 아니었다. 그 점은 분명하게 하면서 유우키는 굳이 그 관련에 대해서는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뭔가 말을 하면 아마 좀 더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사쿠야가 결투장을 보이자 유우키는 순간 당황하는 표정을 보였다. 뭐야. 이거. 완전 고문서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눈을 깜빡였다. 요즘 이런 형식의 글을 쓰는 이가 있던가? 아니.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자신은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거, 문예부에서 보낸 거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고전 국어책에서나 나올법한 글인데요."
설마 이런 식의 글일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렇기에... 그는 괜히 다시 한번 신기함을 느끼면서 작게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