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그 이상으로 캐캐묻지는 않는다. 개인의 사생활을 가지고 노는듯한 발언이 될테니. 그것보다는 소년이 뚫어져라 보는 것에, 부채뒤로는 웃음을 감추고서 여신은 감이 좋은 녀석이니 거의 이제는 의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구나하고 생각했으리라고 추측했다. 거기까지는 애초에 모략의 일부고
"소녀가 적해 있는 아야카미카구라재현보존회의 어르신들도 이런 글은 안쓰죠-."
편지라기보다는 서찰에 가까운 표현이다. 사용한 필기구가 볼펜이 아니였다면 어디 고문서의 디지털 사본이 아닐까 의심해볼수도 있을 법 했으니까.
예뻐 보였냐는 말에 무신은 영 시큰둥한 표정으로 귓가나 슬쩍 긁었다. 그다지 대답하고픈 의욕은 없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어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라 함이 옳다. 산의 왕이란 이명에 걸맞게 그는 늘 매사 제멋대로에 독선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왔다. 하나 고약한 성미로도 그런 불퉁스러운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무신이 그만한 고집을 밀어붙일 힘과 위세를 지닌 덕택이었다. 힘을 잃었다 한들 그 사실은 불변의 이치와도 같아 여태도 마찬가지다. 한데 무엇도 느끼지 못하는 몽매한 인간이라면 모를까, 요괴가 되어서는 노골적인 위협조차 가늠치 못한다라.
"아야나라 했느냐."
느긋하게 끼었던 팔짱 풀어진다. 눈꼴 가늘어지며 그간 고개 든 채 눈만 내리깔아 바라보던 시선 거두어진다. 그 대신에 무신이 고개를 깊이 숙여 요괴를 굽어보았다. 오공이 긴 몸을 굽혀 먹잇감을 집어삼키려는 듯이. 눈으로 보기엔 분명 신의 모습은 무엇도 달라진 점 없다. 그러나 동시, 그를 마주한 자의 육감은 다른 광경을 외쳤으리라. 평범한 인간은 보지 못할 모호한 불가시의 세상에는, 흉충의 거대한 발톱이 요괴의 턱 밑에 닥쳐 있었으니.
"정녕 무엇도 느끼지 못하는 둔치인 것이냐? 혹은 천진한 체하는 게냐. 네 그리도 먹을거리 되고자 한다면, 그래. 청을 들어주지."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작성한 이는 문예부의 누군가가 아닐까라고 유우키는 추측했다. 문예부가 아니어도 쓸 수는 있지만, 확률로만 따져보자면 아무래도 문예부가 높지 않겠는가. 다음에 한번 문예부로 가서 누가 이런 것을 썼는지 조사를 해보는 것도 재밌겠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지금처럼 자유시간때가 되겠지만.
"하하. 아무리 그래도 진심으로 그런 것을 작성했겠어요? 굳이 그런 고문서처럼 써서 말이에요. 그냥 장난일 거예요."
설마 그런 이가 있겠어? 에이. 설마.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유우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다가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호기심에 한가지를 더 질문했다.
애초에 모순적으로 생각하자면 무작위로 온 편지인데, 수신인을 모른채로 발신인이 찾아온다고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바보같은 발상이어서 쓴 사람은 진심으로 쓴게 아닌가하고 여신은 추측할 뿐이다. 오히려 장난인쪽이라면 구체적인 위치따위를 넣어서 몰래카메라라도 했을 가능성이 높고.
"소녀는 한통정도. 무작위로 누군가에게 갔을터입니다. 3-C로 한번 뵙는다면 차랑 다과를 한번 즐겨보자는 식으로. 오키나와에서 구한 사타안다기도 아직 남았고. 옥로는 예전부터 즐기는 편이서."
뜻밖의 만남을 기대해 한통 보냈는데 수신인이 아직 방문한 기세는 없어서 아쉬워하던 참이다.
만약 전자라면, 랜덤으로 보내놓고서 찾아오겠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싶어 그는 다시 한 번 에이 설마~ 라는 표정을 지었다. 후자라고 한다면 그녀가 모를리가 없을테니 아무래도 전자 쪽이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랜덤으로 보냈는데 찾아갈 수 있다고 믿는 이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여기, 일단은 고등학교인데.
물론 있을 수도 있기에 그냥 의구심으로만 남기면서 유우키는 막 들려오는 제 물음의 답에 귀를 기울였다. 3-C에서 한번 뵙는다면 차와 다과를 즐겨보자는 식의 내용을 보냈다는 것에 유우키는 가만히 흥미를 보였다.
"그 편지, 저에게 안 온 것이 조금 아쉽네요. 저라면 갔을 것 같은데. 차와 다과 좋아하거든요. 전."
물론 정말로 받았다고 한다면? 그땐 아마 조금 생각하지 않았을까. 가고야 싶지만 무작정 갈 수는 없는 것이 또 현실 아니겠는가. 3학년 교실은 가깝지만 묘하게 먼 곳이었다.
"아무튼 점점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으로 보아 슬슬 이 유행도 끝나려나봐요. 하하. 하긴 길게 했죠. 그래서 마지막에는...좀 큰 것을 써볼까 싶은데..."
선배에게 가도 원망하기 없기에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웃었다.
꼭 카가리 뿐만이 아니라, 아무리 명가인 카와자토라고 해도 만능인 것도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니라며 정좌시킨 채 혼낼검다- 아야카에루라고 하면서 뭔가 신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보이는 것 같으니 린게츠 입장에서는 사춘기라던가.. 그런 느낌으로 느낄 것 같아여. 한창 자신감 넘치는 시기라며..
"카와자토양에게서 토코요의 일은 받는다고 전했으니, 조만간 가게에서 그러면 시간내어드리죠." 그전에 그 술식의 미로에서 조금 고생하겠지만, 그 보답으로서 말이지. 딱히 여신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다도를 즐기려고 하지는 않았다. 말이 나온김에 그래서 어차피 소년은 자신의 가게에 방문할 예정이기도하니 그때 대접해주겠다라고 말을 건냈다.
그때 다과를 대접해주겠다고 한다면 더더욱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쨌든 슬슬 유카타는 구입해야했고, 기왕이면 아는 이의 가게에 맡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예약이 밀려있다고 한다면 그만큼 실력도 좋다는 이야기일테고. 올해 여름에는 예쁜 것으로 입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하. 혹시 모르잖아요. 선배의 신발장에 제가 바로 넣을지도요. 이거 랜덤으로만 보내는 거 아니잖아요."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당연하지만 랜덤으로 넣을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큰 것을 준비하기도 했으니, 특정한 누군가보다는 랜덤으로 자신이 줄 수 있는 행운을 주고 싶었다. 그게 저 선배에게 간다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인연인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어깨를 조용히 으쓱했다.
"그렇다면 선배. 저는 슬슬 가볼게요. 편지. 혹시나 받으면 그건 제 것일 수도 있어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슬슬 가보겠다는 듯이 신발을 신고 나가려고 했다. 그녀가 잡지 않았다고 한다면, 아마 그대로 본교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