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어... 네에, 있기는 한데요??? 영 저주 받은 물건 같아서 불태워 없애버렸거든요..."
당연히 그 할머니 카에루의 행운의 편지를 말하는 것이 맞다. 저주 받은 물건도 맞고, 저주 받은 물건이라면 으레 불지펴야지. 그나저나 나 왜 아까부터 존댓말을 놓지 못하는 거지????? 이게... 피식자의 설움???? 양아치를 상대하는 WlsEk?????
"그러니까 혹시 아야카에루인지 뭔지 하는 편지가 오면 그냥 읽지 말고 버려버리시... 버리고...!! ...어어, 어, 그근데... 혹시 편지 때문에 이곳에...?"
얼핏 맥락 없는 듯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보면 기묘하게 들어맞는 무언가가 있다. 비는 시간의 신발장, 손에 든 것을 내놓으라 으르는 무신, 그래, 신, 최근의 편지 열풍, 그리고 난데없이 꺼내는 서간 이야기까지... 그러니까... 하다하다못해 남한테 가는 편지까지 약탈해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는 건가...?????? ( 아님 그런데 맞음 )( ??? )
아직 편지를 보내는 분위기 자체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우키는 슬쩍 다른 편지를 하나 보내볼까 생각을 하며 자신의 자리에 앉아 편지를 작성했다. 당연하지만 이번에도 편지함에 넣을 생각이었다.
[이 편지를 받은 이는 정말로 큰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선 근처에 있는 연못에 간 후에, 절을 백번 하면 그 물에 살고 있는 신성한 존재가 당신에게 축복을 내려줄 거예요. 무슨 헛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도 물에서 살아가는 신성한 존재의 도움을 받아 멸족할 뻔한 운명을 바꾼 적이 있답니다. 믿거나 말거나...라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건 사실이에요. 못 믿겠으면 조사를 해도 좋아요. 자. 그런고로 당신도 그 축복을 받아보지 않겠어요?]
자신의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살며시 쓰긴 했으나 정확한 내용을 담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싱긋 웃으면서 남들의 눈을 피해 슬쩍 편지함에 편지를 집어넣었다.
오늘도 인간들에게 행운의 편지를 뿌리고 다니는 카와자토 아야나! 이제는 대놓고 남의 신발장을 열어제껴서 행운의 편지를 집어넣고 다니고 있다. 당연하지만 오늘도 편지의 내용은 이와 같다. 똑같단 소리다.
안녕! 이 편지를 본 그대는 행운아일 것이야. 무려 이 아야카에루 님의 축복이 함께할 것이니 말이다! 우후후후, 기뻐하도록 하여라. 올해 한 학기동안 그대에게 큰 축복이 함께할 것이니. 그대는 이번 일본어 수학 사회 과학 등등..... 모든 과목에서 반 1등을 쟁취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재물운 적인 면에서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비오는날에 물이 튀겨서 옷이 젖는 일 없이 평안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조건이 있지. 아야카미 신사에 가서 아야카에루 님께 진심으로 기원드리는 것이다. [ 올 한해 아야카에루님에게 좋은 일만 있게 해주세요 ] 라고!
자, 어디 이 편지를 보는 그대가 정말로 이 일을 수행하는지 지켜보겠노라. 이 아야카에루님은 소원을 진짜로 이루어주는 존재이니까!
🐸
후히히히히히 하는 웃음을 지으며. 신발장에 편지를 집어넣고 닫고 나온 아야카에루….아니 카와자토 아야나. 기쁜 마음으로 오늘도 저편에서 종종걸음으로 하교를 하려 하는데, 저 뒤에서 누군가가 “여봐라~” 하며 자신을 부르는 게 아니겠는가? 그것도 에도시대에서나 부를 법한 말투로.
“에에엥? “
소리를 하며 돌아보니 그곳에는 무시무시한…….아무튼 범상치 않아보이는 신님이 자신이 쓴 개구리스티커 편지를 들고 이게 자신이 쓴 거냐고 묻고 있다. 헉!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를 외쳐야 하는건가? 싶지만, 신 앞에서도 아저씨라 당당히 불러대던 카와자토 아야나, 눈앞의 무신 앞에서 오들오들 떨리가 없다. 허리에 손을 얹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였다.
아야카미카구라재현보존회. 지역의 신사 관계자나 나이지긋한 원로들로 구성된, 신에게 봉납하기 위한 가무를 보존하고 매년 재현하는 것을 위해 설립된 단체였다. 요즈음의 젊은이들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친근하게 접근성이 좋은 단체는 아니지만 어느새 불쑥 몇년전 찾아온 여신이 그 흐름을 바꿔놓았다.
분명 처음에는 모두들 반대하고 문전박대에 가까웠지만서도. 전통을 지키고자하는 젊은 피와, 여신이 스스로 배워온 가무의 동작들이 그들의 마음을 동했다. 여신의 실제나이를 생각한다면 웃기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최연소의 회원이 들어와 보통은 신사의 카구라에 객원으로 참여하기도 하지만, 요즈음에는 대중에게 어필하는 창작 카구라를 공연하기도 했다.
아야카미쵸의 어느 회관. 모모타로 설화를 바탕으로한 아야카미카구라재현보존회의 공연이 상영되었다.
여신은 모모타로의 분장을 하고는 양손에는 부채와 고헤이를 들고선 오니의 가면을 쓴 다른 회원들과 합을 맞춰, 악기와 소리꾼의 대사에 따라 연기에 가까운 카구라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