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무신이 제법 드센 성격의 신이긴 해도, 표정을 잘 읽지 못하며 남에게 닦달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아오이에게는 다행스런 일이다. 덕분에 적어도 '뭘 웃느냐.' 라거나 '말 더듬지 말고 제대로 말하도록.' 따위로 혼이 나지는 않았으니.
"저주? ……흠, 이런 수는 생각지 못했군. 요즘 인간들도 방자질이며 암해(暗害)를 즐기나 보지?"
아, 그런데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샌다. 지금이 궁중의 중상모략이나 독살이 횡행하던 시절도 아니건만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저주술이 유행!'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만 만물에 대한 투쟁의 자세로 삶을 살아온 무신에게는 진지하게 들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나저나 저주의 이름이 아야카에루라는 건가? 유념하기로 한 것이 무색하게, 그가 아야카에루의 실체를 마주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었다…….
"이맘때 소년들의 관심사를 구교하고자 하여. 허탕이었지만 말이다."
비교적 상식적인 소리를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시도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당당한 태도를 고수하던 그는 짧게나마 침묵하다, 곧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
"가진 것 없다면 더 대담해야 할 까닭도 없겠군."
아닌 점심 즈음에 비명 요란 소란을 조장했던 장본인인 주제에 휙 몸 돌려서 떠나려는 꼴 너무도 평온하지 않은가.
// 음~ 이렇게 마무리할게! 노략질에 당해 줘서 고맙고... 가련하고 불쌍하고 Wls인 아오이 귀여워...😇
가만. 내가 왜 이 요괴에게 조언 같은 것을 하지? 말하던 것 그만두고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황당한 발언에 정신을 빼앗긴 것도 잠시, 무신은 금세 평소의 태도를 되찾았다. 가만히 선 그는 저 요괴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엉성하고 무방비한 자세로 달려와 안기는 어린 요괴. 그에 반해 무신은 목석이라도 되는지 꿈쩍도 않고 가만히 그 모습 내려다보기만 하고 있다. 그나마 행동을 취한 것은 아야나의 몸집이 점점 작아져 손에 들릴 정도의 크기가 되었을 정도의 무렵이다. 무신은 아담한 크기로 변한 아야나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일단은 들어 주었다. 양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들어올린 채로 여전하게도 가만히 아야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어쩐지, 시선이 너무 집요하지 않나?
아야나의 말대로 무신은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그 방향성이 문제인데. 이쯤에서 중대한 사실 하나를 밝히겠다. 무신은 땅을 기는 음충陰蟲 태생이기에 요괴나 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을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하며, 어렸을 적, 그러니까 평범한 지네였을 적에는 종종 개구리를 잡아먹곤 했다. ……그러니까 초롱초롱 촉촉 말캉말캉 사랑스러운 어린 캇파의 눈을 마주보아도 애정보다는 식욕이 동한다 이 말이다.
다소는 불길할 정도의 침묵이 이어지기를 한참. 곧 무신이 입을 열었다. 말을 하기 위함은 아니다. 벌어진 신의 입 안으로 곤충의 턱을 닮은 기관, 아니 닮은 것이 아니라 영락없는 곤충의 큰 턱이다! 여하간 그것이 스멀스멀 엿보인다면 기분 탓이 아니었으리라.
대체 왜 뜬금없이 고백이냐? 아니 일본말도 끝까지 들어보십쇼. 이 캇파는 그저 무릎을 빌려주고 품을 내어주면 포옥 안겨서 좋아하는 아주아주 단순한 요괴입니다. 본체로 돌아오면 더더욱 단순해집니다. 그러니까 가만히, 집요하게 이 쪽을 바라보는 것도 모른채 기분 좋게 웃으며 품 속에서 바스락 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신님, 신님도 아야나가 좋으시지요? .....신님? "
왜 대답이 없으시지? 오잉 하는 마음에 아야나는 고개를 들어보았고, 그곳에는....... 입을 괴상하게 벌리고 있는 신님이 있었다. 저기요? 어? 저기요?
"와아, 신님 입 진짜 예쁘시와요. "
이 캇파 아직까지도 상황을 파악을 못하고 있다. 이쯤되면 바💚보 개구리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천년은 족히 넘도록 묵은 독충의 이가 실내로 든 한낮 햇볕 아래 번뜩인다. 구태여 으스러지도록 씹을 필요도 없다. 턱을 다물어 축축한 살갗을 조금이라도 긁는다면 어린 요괴는 극독을 버티지 못하고 절명하리라. 무신은 분명 그 생각을 실지로 만들고자 했다. 다만 이牙를 완전히 내어놓기 직전, 요괴의 뒤에 비친 풍경이 눈에 들어온 바람에.
참. 여기는 학교였지.
게다가 조금 늦은 시간이라 한들 아직 하교 시간이다. 부활동을 하느라 남은 학생들은 물론 학교의 임직원들도 아직 모두 떠나지 않았을 때. 지금 당장이라도 복도에서 누가 걸어온들 이상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무척 아쉽게 된 일이다. 무신은 벌렸던 입을 다시 다물었다. 당장이라도 흉악하게 비어져 나오려던 턱은, 인간 형태의 입이 한 번 다물리고 열리는 사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공공연히 본신 내보이지 말거라."
자기도 흉측한 꼴 보여주려고 했던 주제에 당당하기는. 그는 아야나를 내려주었다. 무신답게도 살가운 방법은 아니었다. 허공에서 툭 손을 떼어 버리며, "인간 꼴을 취해."라고 말하지를 않나. 아아, '풀밭에 던져버려서 그냥 아저씨 되어버린 신'의 자취를 쫓는 신이 여기에 하나 더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