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공연이 마친뒤에 여신은 휴게실에서 휴식하며, 분장을 지우고서는 원래의 기모노복장으로 돌아온다. 여신이 카구라에 진심인 이유는, 여신으로서 과거의 일도 있거니와 하나쯤은 취미로서 전념할 수 있는 특기를 말할 소재로서는 필요해 몇년전부터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지금은 소규모 신사의 카구라를 전수받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던가.
"그건 그렇고 아까 한 사람 갑작스럽게 반응해서 조금 당황스러웠죠-."
하고 단체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참이었다. 처음에는 기대도 안하던 표정이 갑자기 격해져서 다들 조금씩은 놀란모양이었다. 물론 카구라는 신과 함께 즐긴다는 취지로서 대부분의 행위에 관대하지만.
정말 아무래도 좋은 TMI지만 유우키는 딱히 신앙이 존재하지 않아. 이건 아야나도 포함이야. 아야나가 요괴라서 모신다기보다는 카와자토 일가이기에 모신다는 것에 가깝지! 사실 유우키는 신이나 요괴나 그런 쪽에는 그다지 크게 관심이 없기도 하고 그런지라! 즉... 아야나가 요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모셨을거야!
대답 들려온 쪽 바라보니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는 요괴가 거기에 있다. 불러 세운 덴 큰 이유는 없었다. 당돌하다 못해 무겁할 정도의 편지를 쓴 자의 얼굴 한 번 볼까 해서다. 다른 신의 신사에서 신앙을 가로채는 짓의 대가를 감당할 역량은 되는지, 혹은 그저 세상 모르기에 겁이 없어서일지 궁금증이 들었기에. 그리고 직접 마주하여 확인한 결과는……. 무신은 타인의 낯을 잘 읽어내지 못하는 편이지만, 느껴지는 힘이나 태도에서 저 요괴가 하룻강아지에 가까우리란 즉감이 들었다. 당당한 대답에 그가 제 눈썹을 비스듬히 올렸다.
"당돌하군. 후우(後憂)가 두렵지도 않으냐?"
무신에게는, 산을 차지한 괴수에게는 신사가 없다. 하지만 만약 제 영역에 들어와 다른 요괴의 이름으로 신앙을 더럽히도록 종용하는 자를 알아차리게 된다면…… 적어도 그자는 편한 죽음을 맞진 못하리라. 물론 그 일 자신이 당하는 것 아니니 참견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러면서도 인간의 기망 따위에 깊이 얽힌 존재이니만큼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만은 어찌할 도리 없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신의 두 발이 천천히 떼어진다. 유여하면서도 느릿하나, 한 번 발 딛을 때마다 기묘한 무게감과 기세가 느껴지는 걸음 내디뎌진다. 무신은 이내 자신을 아야나라 칭하는 요괴의 앞에 서 상대를 가만 내려다보았다.
"후 후 후 후, 모름지기 인간 아이들에게는 좋은 일을 해 주어야 한다고 배웠사와요. 아야나는 아버님에게 배운 대로 착실히 해나가는 것 뿐이와요. "
까마득히 옛날에 헤이안 시대에도, 전국 시대에도, 에도 시대에도 꾸준히 카와자토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캇파 가문이었다. 가장 최근에 올챙이를 벗어난 아야나 역시 아버님의 뜻을 어길 생각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후히히 웃고 있다가, 신이라도 될 거냐는 물음에 아야나는 고개를 갸웃이었다.
"오이잉? 신이라면 될 수없다고 생각하와요? 신님도 보시다시피 아야나는 신이 되기엔 너무 어리지 않사와요? 아직 백년 남짓밖에 안 되었사와요?"
딱 봐도 어려보이는 모습이지 않느냐며 몸을 좌 우로 흔들며 눈앞의 신님께 다가가던 아야나는, 문득 당돌한 생각이 들어 후히히 거리며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쿠로누마군. 남의 체격을 함부로 논하는건 실례라고 생각하는데요." '거, 그래 난쟁이똥자루라서 미안하다. 뒤끝있게 기억해줄테니까.' 정결한 목소리였지만 역시 그부분에 대해서 주의를 주는 여신이었다. 예술에 있어서 체격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걸 즐기는 사람이 만족하느냐에 달려있으니까. 어떤 상황이건 예술을 예술로서 승화하는데에 의의가 있으니까. 그걸 이 녀석이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카구라는 신이라는 관객과 인간이라는 관객이 같이 즐기며 노는데에 의의가 있으니 만족하셨다면 그것으로 카구라는 완성됩니다." 이내 소년이 건내준 편지를 보고 내용을 쭉 읽더니 조금 할말을 잃은것이지 1초의 정적. 하지만, 곧바로 부채를 펼치어 매난국죽의 무늬를 보이고 입가를 가린 여신은 상냥한 목소리로-. '*마츠오카 슈조같은 소리를 번지르르하게 적어도 놨구나.' "후후.. 뜨거운 메세지가 담겨있네요. 이런게 유행하나 봅니다." 집에 돌아가서 촛불에 태워버려야지.라고 여신은 확실하게 생각했다. ----- *마츠오카 슈조 : 일본에 전직 테니스 선수. 열혈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무엇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 이해는 한 건가? 천진하기만 한 반응에 그는 아주 오랜만에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늘 타인의 골을 지끈거리게 하던 비상식과 야생의 신도 일순 말문이 막히고 만 순간이다. 이걸 설명을 해 주어야 하나, 아니면 무시할까. 잠시 고민하다 결국 택한 것은 전자다.
"……나라면 내 신사의 이름을 팔아 신앙을 훔치는 요괴를 필히 추살했을 것이다. 그러한 뜻으로 낸 물음이니라."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차디찬 바람이 아닌 따스한 햇살이었다 하던가? 그런 동화와 마찬가지로, 괴팍한 광인이 비교적 정상적인 사고를 하게끔 만든 것은 어린 요괴의 햇살 같이 해맑은 포옹 선언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교훈은 없이, 무신은 단번에 거절했다.
"싫다."
생판 모르는 남과 포옹하기 싫다는 상식적인 이유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에 가까웠다. 품을 허용한다는 것은 곧 신체에서 가장 취약한 부위를 내어준다는 것. 그런 생각에 거절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괜찮을 성도 싶다. 저 요괴는 어리고 작다. 정확히 무슨 요괴인지는 모르나 느껴지는 냄새는 어렸을 적 주식 삼던 것과 비슷하니, 허튼 짓을 한다면 머리를 씹어먹으면 되리라.
"에에엥 신님, 여기 아야카미쵸에 신사는 아야카미 신사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사와요. 대신에 앞으로는 근처 연못가에 기원을 해달라고 문구를 바꿔둘테니 용서해 주시겠사와요? "
추 살???? 이 MZ한 요괴는 그런 말은 잘 모른다. 하지만 느낌으로 보아서 좋지 않은 단어인거는 알겠다. "부~탁~드~리~와~요~" 하고 두손 꼭 모아 똘망똘망 눈 뜨며 무신을 올려다보는 저 맑은 계곡물같은 눈을 보라. 정말 간절한 눈빛이다. 아 아무튼 그럼 문구만 바꿔두면 되는거죠? 아무튼 그런 거라 알겠고.... 그건 그거고...
허락 받았다. 앗싸!
"허하지. " 란 무신의 허락이 떨어지자마라 이 어린 요괴는 바로 도도도 달려가 무신의 품에 안기려 하였다. 헤실헤실 웃으며 무신의 품에 안긴 아야나는 곧 작아지고 작아지려 하더니.....
"후히히히히히히히"
이렇게 자그마하고 탱글탱글한, 개구리 혹은 거북이를 닮은 44.4cm의 애송이 요괴의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아아아아앗!!!!!!
"바, 바로 그거랍니다. 성장기니까 말이죠." 상대가 너무 바보같은 소리를 해서 바보자식. 이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는걸 겨우참았다. 여신은 이 전긍정의 인간에 대해서는 그저 맞장구를 쳐주면 되겠구나하고 대응에 대해서는 반쯤 포기를 한다. 반응을 보아하면 카구라가 무엇인지도 설명해보았자, 다음날쯤이면 잊어버릴 그런 사람이라고 결론을 지었으니까. 가까이해서는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같으니 일을 핑계대고 돌려보내는게 좋겠지.
"상대를 봐가면서 하는게 좋겠지만, 뭐 건투를 빌겠습니다."
들을 사람은 전혀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조언은 그정도로 남겨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구라의 일정은 보존회의 홈페이지에 게시되어있으니, 후에 참관하신다면 그쪽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뒤돌아서며 여신은 작별을 건낸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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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해서 좋을건 없어보이네."
똑똑한 쪽보다는 무지몽매가 오히려 어렵다는 것. 그것이 책략에 있어서 굉장히 성가시기에 내 책략에 있어서는 배제를 해두는 것이 좋을듯하다.
"같잖은 것."
아까 건내준 편지를 휴게실에서 슬쩍한 라이터로 불을 붙여 하늘에 흩날리고는 쯧하고 혀를 찼다. 숙맥불변 菽麥不辨은 곁에 두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