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그는 확실히 눈매같은것 때문에 자주 오해를 받는 편이었고. 아까까지 요괴 생각하느라 무표정이었어서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격한 오해를 받은적은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상대가 오해하는지 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나름 웃고 다니려고 애쓰기도 하다보니 이 정도로 공포에 질린 반응은 또 오랜만.
그렇기에 그는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울려고 하는 상대방을 그저 빤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우리 벌써 자리 바꿨어?"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상대방의 얼굴이 내가 아는 옆자리 사람이 아니란걸 드디어 눈치채고 조심스레 물었다. 다만 자기가 잘못 찾아온건 모르고 새학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자리가 바뀌었나? 하고 물을 뿐이다.
여신은 지난번 만났던 소년에게 만날 이유는 있었기에, 2-C를 슥 지나치며 교내로 소년이 있는지 슬며시 보다가, 복도에 말을 걸어오는 소녀를 보고 시선을 돌렸다. 계곡물 같은 색의 눈동자와 검은 머리카락. 운이 나쁘지 않다. 여신은 사근한 목소리로 인사에 대답한다.
"처음뵙겠습니다. 후배님. 혹시 2-C의 학생일까요?" 여신은 직감적으로 소녀에게 느껴지는 위화감을 보고 그 성정에 걸맞는 기분나쁜 웃음을 감추고는 이유는 그것으로 이야기한다. 실질적인 목적은 그쪽이기도 했고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좋겠지. 그 소년의 이야기를 빌미로 어차피 이 소녀는 관계자일테니 곧바로 미끼를 물어오겠지. "다름이 아니라 소녀, 2-C의 시라카와 유우키군에게 용건이 있기때문에. 직접 만나러 왔답니다."
갑자기 자신의 반에 대해 묻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미심쩍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어지는 말로 증명할 수 있었다. 유우 군을 신님이 찾는다고? 유우 군을 갑자기 왜?
"혹시 연애 편지를 전달하러 오셨다거나 그런 것이라면, 제가 대신 전해드리겠사와요? "
밝은 목소리로 돌려 말하고 있기는 하나 이 카와자토 아야나, 눈치가 아예 없지만은 않다. 그 증거로 이 소녀, 눈빛이 몹시 떨리고 있다. 이 신님......느낌이 좋지 않다. 유우 군이 신님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천벌을 내리러 온 것이 아닐까? 불안하다, 불안해. 내가 어떻게든 유우군을 지켜주지 않으면 안된다.......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아니, 생각을 해볼수록 더 단순한 이야기다. 신이 왜 한낱 인간을 갑자기 찾는가? 그것도 요괴를 모시는 인간을?
아, 혹시 요괴를 모시는 대가로 지옥에 보내러 오신 걸까....... 그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거야.......카와자토 아야나의 머릿속에는 지금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다......
몰랐던 때엔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갔겠지만 알아버린 시점에서는 구태여 모르는 척 흘려 보낼 이유도 없다. 무신은 첫 편지를 보낸 이후론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요즘 이 나이대의 인간들은 편지에 어떤 내용을 주로 쓰는지, 발송 방식의 비율은 어떠한지, 또 편지를 받은 학생들의 이후 대응이라든지, 다양한 범주에서.
유행과 소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 그래, 여기까지는 지극히 평범한 범주의 행동이다. 하지만 그 방식마저 평범하지는 않았으니.
당신은 신발장 근처를 지나가던 중이었을 테다. 편지를 넣기 위해서든, 등하교를 하기 위해서든,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근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든. 평범하고 학생다운 생활을 하던 당신에게 난데없는 고난이 닥친 것은 그때였다.
천장에서, 갑자기 닌자… 아니 사람 하나가 뚝 떨어져 당신 앞에 착지한 것이다!
화려한 머리칼 휘날리며 가뿐히 땅에 내린 신은 몹시도 당당하게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했다.
"손에 든 건 뭐지? 내놓는 편이 좋을 게다."
뭘 내놓으라는 거냐면, 편지를……. 약육강식의 대자연 출신은 정보 수집마저 갈취와 겁박 외엔 떠올리지도 못했다. 또 이 양반이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가 하면, 당신과 이 여학생의 머리 위쪽을 주목하면 답이 되겠다. 화려한 머리색의 양아치(추정)은 높게 선 신발장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감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만약 당신의 키가 컸거나 머리 위쪽을 잘 살폈다면 처음부터 눈치챌 수 있었을지도.
"으, 으, 으... 응...? 설마... 날 응징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었어...? 새로 들어온 전학생이 이유 없이 짜증나서 텃세를 부리고 누가 이 학교의 실세인지 알려주기 위해 누군가로부터 돈을 대가로 사주 당한 어둠의 사람이 아니었단 말이야...? 예요...??"
순식간에 이상한 피해망상의 흐름이 지나간 듯했지만, 이는 대충 무시해도 좋다. 담당일진(?)인 것치고는 상당히 온순한 반응이기에, 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슬쩍슬쩍 거의 뒤로 넘어가려고 하던 자세를 바로하려 했다. 피식자처럼 뜨인 눈이 포식자의 눈치를 가만가만 살피면서... 흐트러진 겉옷을 바로하고... 의자를 슬쩍 땡기면서... 두 손을 책상 위에 모으더니 당당한 양 허리를 쭉 피고서는,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다...! 를 시전하기로 했다... 정말로 눈물나는 일인 줄은 본인만 모르고 있다...
"자리는 말이지. 그, 그러니까... 자, 자, 자리는... 전혀 안...! 바꿨어. 바꾼 것 같으면 네 머리의 착각이란 말이지이... 애, 애초에, 여기 잘못 들어왔지 않아? 주우, 주변을 좀 더 잘 둘러보라고...!"
방금의 추태를 만회하기 위해 당당함을 내세웠지만 그것이 잘 되지는 않는다... 당연하다... 커뮤증이다... 그것도 2천 년 경력 중증의...!
예의상 여신역시 소녀의 소개에 응대하듯 잘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소개를 마쳤다. 그러고는 용건에 대해서 곧바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들어오는 질문에 쿡쿡거리며 웃고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혀차는 소리가 분명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신은 적어도 속내를 드러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으니까 "설마요. 그런 것이라면 좀더 비밀스럽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이 땅의 인간에게 그런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고.' 쥐고있던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리고는 소년에게 전할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눈앞의 소녀가 알기 쉽게 대략적인 정황을 말하면서.
"이전에 꽃놀이철에 만난 연이었을뿐인데 소녀, 부모님이 포목점을 하다보니 다음번에 찾아뵙겠다해서 집안에 조금 일에 대해 논의를 하고 의뢰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확답을 받아왔을 뿐이라구요?" 여기까지가 말문을 트기 위한 그저 말로서의 명분이다. 난죽국매의 무늬가 그려진 부채로 여전히 입가를 가리고 여신은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소녀에게 곧바로 질문하나를 이야기했다.
"카와자토라면, 분명 이 아야카미의 유명한 유지有志가 아닌지?" '요사스럽기 그지없는 것들이 인간사회에 스며들어있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여신은 포목점을 하기에, 귓동냥으로 들었다는 듯 그리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런 놈들은 1학년때 다 밟았다. 라고 굳이 오해를 키울만한 사실은 말하지 않은채 미소를 지은 그는 상대방이 적당히 넘어가려고하자 자신도 더 언급하지 않은채로 그 화제를 넘겼다. 말하는걸보니 전학생 같은데 새로 온 반이니까 이것저것 겁나고 그랬겠지. 그는 자비심 깊은 마음을 떠올렸다. 만..
"으응?"
여전히 말을 더듬는 상대를 보며 내가 그렇게 겁나나. 하고 괜히 머쓱하게 볼을 긁적이던것도 잠시. 그는 상대의 말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여긴 어디.
"와악, 잘못 들어온거구나. 큰일날뻔했네."
그제서야 그는 상황을 파악했고 옆자리의 학생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한뒤 서둘러 교실을 나서려했다.
-거기 뭐하냐, 앉아라.
"엑.."
하필 그 순간에 선생님이 들어와 수업이 시작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는 얼결에 남의반에서 수업을 듣게되어 책도 없는 상황에서 그저 옆자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신님에게 대하듯 하는 말투를 여기서까지 해버렸다! 아니아니, 잠깐만. 이러면 내가 사쿠야 선배님을 신으로써 의식하고 있는 셈이 되잖아. 어쩔 줄 모르는 눈으로 선배님을 내려다보며 아야나는 추욱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이어지는 사쿠야의 말에 고개를 갸웃이며 이렇게 물어보려 하였다.
"의뢰.....? 유우 군이 그런 의뢰를 드렸사와요? 저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 "하여튼간에 알겠사와요. 제가 대신 전해드리도록 하겠답니다. "
왜냐하면 유우군은 지금......이 자리에 없으니까! 아무튼 없을 테니까. 단순한 생각을 하며 아야나는 사쿠야에게로 눈을 또르르 돌리며 물으려 하였다.
유감. 자리를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던 청동기신은 키가 작지 않았음에도 무신을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화들짝 눈이고 손이고 어디에 둘지를 모르다가 허리를 휙 굽히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바친 것은 아니나다를까 린게츠 엄마가 싸준 도시락... 그렇다, 불쌍한 청동기신은 혼자서 밥 먹을 곳을 수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마저 갈취당할 위기였고.
카가리가 가져가면 이미 둥그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당겨 헤헤... 웃는 듯 울듯 하고 있었을 것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심오한 표정이 되었다.
>>377 그야말로 허♡접 신이 다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는 조금은 진지하게 대답하자면, 엄밀히 말했을 때 신력은 생각보다 퇴색되지는 않았다. 자기 신격의 범위 안에서는 확실하게 능력을 행사하는 모습 등에서 눈치챈다면 눈치챌 수는 있었겠지만. 단, 전성기 시절이 너무나도 높았던 바람에(...) 역체감 때문에 실제보다 심하게 아오이가 기가 죽은 것도 있고, 오랜 은둔 생활로 현실감각이 둔해진 것도 있고, 인두겁이 실제로 약해빠진 것까지 한몫해서 지금의 겁쟁이 허♡접 아오이가 완성되었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약해진 것도 있겠지만, 마음가짐의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