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제 눈 앞의 붉은 기 도는 사내의 손 끝이 떨린것을 놓치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무표정한 사내의 얼굴 속, 그 입꼬리를 살짝 올리기에는 충분한 일이었다. 본디 사람의 얼굴이란것은 감정을 알아채기 쉬운 것이었다. 멍하게, 무표정으로 있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얼굴에서는 슬픔의 편린을 엿볼 수 있었고, 누군가의 얼굴에서는 피로를 엿볼 수 있었다. 분노, 슬픔, 피로, 환희... 특히 눈은 마음의 창인 만큼 감정을 담고 있는것이 정상이나. 그것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것도 느껴지지 않았으리라. 입꼬리가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살짝 올라갔더라고 하더라도, 인상이 변하지는 않았으리라. 무의미함. 어떤 감정조차 못 느끼는것 같은 그런 인상으로, 그것은 느릿하게 담배연기를 삼키고 뱉으며 자욱한 안개를 만들었다. 눈 앞의 사내는 교복을 들고 있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그것은 자켓의 안주머니 안에서 담배를 꺼내어 사내에게 자연스레 권했다.
“상냥한 분이시군요. 저야말로 앞을 제대로 봤어야 했는데, 부주의했네요. 괜찮으시면 한대, 피우시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입에서 나온것은 언뜻 다정하다고도 할 수 있을만한 말이라. 어쩌면 괴리감을 느낄만한 말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내가 두어걸음 물러나며 자신을 경계하자, 곧 지루해지기라도 한듯,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담배연기를 뱉었다. 바라던 반응이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경계하는것 만큼 지루한 반응이 없었다. 자신과 맞설 힘을 가진 신이나 요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퇴마를 업으로 하는, 속세와는 동떨어진 특이한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는데. 경계를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이 무섭고 저것이 무섭고. 그러나, 길고도 긴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을 잃어버렸기에, 성가심만 남았다. 눈 앞에서 엄니를 드러내는 호랑이를 만난다고, 두려워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역병을 아무리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병에 걸리지 않는 인간은 없다. 하물며 저 사내의 앞에 있는것은 역병이었다. 역병에게서 두 걸음 물러났다고 하더라도, 이토록 가까이에 있거늘.
”가로등이.“
”꺼져있더군요. 이대로 쭉 가신다면, 곤란해지실지도 모르기에.“
”저도, 꽤 긴 시간 불빛 없이 걸어왔답니다.“
그것은 자신의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천천히 손을 들어 저 뒤쪽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귀찮았다. 시체 같은 이야기를 사실대로 하는것도, 또 한 구의 시체를 늘리는것도.
남성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던가. 사실 여기서 입꼬리가 움직이고 말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에서 읽히는게 없었다는게 문제지. 눈앞에 있는것이 인형일리도 없고, 그저 피곤해서, 어두워서, 같은 이유로 자신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봐도 그런것도 아닌거 같았다.
쯧.
마음속으로 혀를 차던 찰나에 남성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허 참. 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 남 변화에 민감하다라..'
"아무리 그래도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럴 순 없어서요."
확실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꽤 담배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이곳에 정착하고 드디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을때 금연을 결심했다. 건강같은 문제도 분명 있긴 했지만. 마음가짐이랄까. 하지만 아직도 담배연기를 맡을때면 반응이 올때가 있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그 찰나의 순간을 보고....
거 참, 귀찮은걸 만난걸지도 모르겠다.
"아~ 가로등이, 그렇군요."
그는 그 말을 반쯤 흘러넘기며 앞으로 움직였다. 남자를 지나치지도 않고, 마주친것도 아닌 딱 옆에서 멈춰선다.
'아마 이게 선. 이려나.'
남자의 반응을 떠본다. 그냥 그런 이야기라면 내가 여기서 지나간다고 한들 별 문제 없을것이다. 하지만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가 실존한다면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겠지. 물론 그는 뭔가 하고싶은건 아니다. 누가 어떻게 되든간에 관심도 없고.
"그래도 이쪽이 빠르긴 한데요. 고민이네요."
바로 옆이다, 둘 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닿을 거리. 기껏 물러나놓고 왜 다시 붙었는가. 글쎄, 그냥 몇걸음 떨어진다고 안전해보이지 않았다고 해둘까.
유감스러운 일이게도 신은 그 게르마늄팔찌 파는 멘트에 내심 동조하고 있었다. 힉힉호무리에게 햇빛은 천적이 아니냐고? 물론 천적이고말고. 몇날며칠을 어두운 방에 콕 처박혀 있기를 일상으로 삼는 중증 힉힉호무리에게 따사로운 햇빛은 말할 것도 없는 대재앙이다. 하지만 아오이에게는........ 말했지 않은가, 양광陽光의 신이기도 했다고... 자신의 힉힉호무리성을 방증하는 끔찍하게 가증스러운 대상일지도 모르지만, 한때의 영광을 상징하기도 했던, 아주 그리운 것. 낯선 요괴, 처음 보는 하찮은 요괴의 입에서 나오는 오랜간만의 햇빛 찬양은 아오이의 마음을 누그러뜨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게까지 하기에 충분했다. 응응, 정말로 그러하다고.
그래서 햇볕이나 쬐자고 방구석 밖으로 끌어내려다가 수백번 실패한 린게츠의 시도와는 다르게, 햇빛을 같이 쬐지 않겠냐는 말에 무심코 살짝 혹하기도 했지만...
― 그 대신 제게 무릎베개를 해주셔야 하여요.
아 ㅋㅋ 어림도 없지 ㅋㅋ
"ㄴ, ㄴ,ㄴ,ㄴ,ㄴ, 내가 왜...? 내가 왜???"
질색팔색하며 꿈에서 깨어났다. 린게츠한테도 공짜 무릎베개는 해준 적 없는데......! 일단... 기억 상으로는... 잠깐 기억이 맞는지 눈동자를 굴리면서 되짚으려다가 이게 중요한 게 아닌 걸 깨닫고 고개를 팩팩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어어 어어... 어어디일 주인인 양 행세하고 있어. 베, 벤치는 공공재 아니었어? 공공재잖아! 그 대신, 이라니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궤변을 합... 하는... 하는 게..."
어... 말 어떻게 끝내지... 의?기양?양하게 정론을 늘어놓는 모습은 오래 가지 못하고 나는 끝내 꼴사납게 말끝을 얼버무리고 멍청한 표정으로 완성했다.
>>687 쵸wwwww이걸로 협박하는거? 아직 원찬스있다고 믿어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 >>688 >>690 메챠쿠챠 힙하잖아! 어? 그러면 아야카미에서도 신을 믿지않은 인간은 그렇게 되는건가?! 야바스기인데스케도ww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