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이 닿았다. 좀 지나치게 닿았다. 사유가 보낸 염이 어찌나 간절했던지 신으로서 한창 시절 때 자신에게 참배를 올리던 신자들의 그것과 꽤 비슷한 선명도였기 때문이다. 가판대를 멀거니 바라보던 키큰 성별미상의 미인이 갑자기 사유 쪽을 돌아봤다. 그리고 정면으로 아이컨택. 사유의 머리색과 엇비슷한 파르스름한 눈동자가 사유의 감홍색 시선과 마주친다.
그리고 상황이 야바이 전개 중점. 늘씬한 미인이 난데없이 무 하나를 집어들고는 사유에게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다.
아잇, 깜짝이야. 품에 채소를 가득 안은 채 어깨를 움찔 떤 스이가 태연한 표정으로 느긋하게 제자리에 돌려놓곤 허리에 양손을 척, 하고 올렸다. 흐으음… 하는 묘한 소리와 함께 소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 완료. 화려하고 특이하니 기억하기도 쉽네. 그리고 매우……. 스이의 시선이 소녀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갔다.
“작네.”
앗, 속마음이 무심코.
언제 속마음을 내뱉었다는 양 표정을 갈무리하곤 짐짓 엄격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쉿! 일단 진정해 봐. 네가 이 가게의 주인이야? 나는 널 내 앞으로 끌어내려고 이런 연극을 벌인 거야. 나는 도둑질 같은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구.”
자 봐. 하며 주머니에서 심부름 품목이 적힌 메모지와 값에 맞춘 현금을 꺼내 보였다. 하늘에 맹세코 부끄럼 한 점 없다는 낯으로.
번듯한 집도 얻?고 평?범한 생활을 만끽하며 길을 걸어가고 있던 내 눈에 띄인 것은 사람 없는 채소가판대였다. 요즘 인간들은 인―타―넷또라는 것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도 거래를 하는 줄로 알았는데, 아직 이런 것도 남아있구나. 무심코 인간들의 기술 발전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졸졸 다가가서 깊이 눌린 후드를 슬쩍 들추며 쓰인 글씨를 읽었다. 야바이... 텐션... 사유쨩... 피엥... NG...
"...뭐??"
도대체 이게 무슨 경박한 문자 작성 방식이란 말인가. 심지어 글씨 하나하나에는 으레 담겨야 하는 미의식이 없었다. 가나의 변천과 함께한 오래된 신으로서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방식이었다!!! 꼰대의 구성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굉장히 오래 살아온 연식에, 하나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에, 마지막 하나는 현재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족이다. 우연찮게도 이 모든 구성 요소에 부합했던 아오이는 눈썹이 역(逆) 팔자로 서면서 꼰대답게 요오오즘 젊은 것들은, 을 시전하는가 싶었지만...
오이며 무가 개당 80엔!!!!!!!
"이, 이히히..."
80엔이라는 달콤한 소리에는 이기지 못했다...
"이, 이게 다 몇 개야... 한 둘 셋 넷―――"
바리바리 싸들어서 집까지 가져가면 분명 린게츠가 대단하다고 추켜세워주겠지??? 역시 아오아카가네노카미사마!!! 믿고 있었습니다!!!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80엔은 10엔짜리로도 충분히 낼 수 있다. 10엔이 뭐가 그렇게 대수냐고 한다면― 이 신, 청동기의 신이거든. 그리고 10엔은 어설프게나마 일단 청동이다. 신은 제 소관에 닿는 신의 기적을 이뤄낼 생각에 이미 헤실헤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때릉때릉때릉때릉―
수많은 10엔이 넓은 소매 속에서 우르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아오이는 수많은 채소를 제 팔 안에 가득 차도록 안더니 짐짓 들뜬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명시된 거래는 정확하게 따랐다는 것도, 굉장히 오래된 신다운 구석이었다.
다만 문제점은 하나였다.
저 채소, 얼마큼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하기나 하고 저만큼이나 안아간 것일까..................❓❓❓❓❓
>>953 후후후후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네! 그 무로 말하자면 사이즈부터 맛까지 완벽해서 그냥 팔지 말까도 고민했던... 엣 뭔가 다가오고 있는것 같은데?! 에 춋, 눈 마주친거야?! 뭐야?! 왜 무를 들고 오는건데?! 누가 좀 카마쵸! 이 일단 어디 숨어야!!! 저기 나무뒤면되나?! 위장 완성도.dice 1 100. = 69>>957 "앙?! 안 작아! 도둑이면 예의라도 차리라고!!!"
뭐야 이 인간?! 도둑인가 싶었더니 대뜸 무슨 파워워드인건데?! ...뭐 돈은 냈으니 오늘은 넘어가지만!
"뭐야 평범한 미아였던건가. 이런데서 길을 잃어? 쵸WWWWW 우케루WWWWWW"
도심이랑 떨어져있기는 해도 나름 도로도 제대로 있고 그냥 길대로만 걸어도 길을 잃지는 않잖아 JK. 웃음을 멈출수가 없는데요?! 사유쨩 지금 너무 웃어서 복근붕괴인데요?!
"이쪽 뒷길로 올라가면 우리집뿐이고, 도로는 반대로만 가면 돼. 그리고 지금 손에든거, 제대로 살거지?"
>>881 가벼운 산책길, 오이랑 무를 파는 무인가판대를 발견했다. 개당 80엔, 꽤 저럼하고 질도 괜찮아보인다. 잠시 고민하다가, 무 하나를 집어든다. 비닐봉투는 없지만 들고 가다가 적당히 '만들어' 내면 되겠지! 그 후 나는 지갑에서 500엔 짜리 동전을 꺼내고서 병에 땡그랑- 하고 넣었다.
근데 문구가 신기하네. 요즘 감성이라고 하기에도 좀 힙하지 않나-? 뭐 만든 사람 자유겠지. 나는 아까부터 이 쪽을 보고 있는.. 아마 이 가판대를 만들었을 아이를 향해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고는 걸어갔다.
"으음- 오늘은 무조림으로 할까."
아 생선도 구해서 생선 무조림을 하면 되겠다. 형님보고 무 좀 썰어달라고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가 집에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가득 쌓인 무와 오이를 보며 넋을 잃기 전에 일이다.
>>980 "하지만 웃긴걸www 거봐 여기까지는 옆은 산이고 대체로 직선길이잖? NDK? 길 잃어버리고 어떤기분?"
우리 집근처이기도 하고 직접 오자고하면 사람들은 잘 안보이긴 하지만www 에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도챠쿠소 무서운데요?! 신님 부처님한테 매일같이 빌고 있으니까 괜찮은건가? 아니 그래도 오늘은...아랫집 할머니랑 같이잘까?! 채소같은거라도 들고가면 가쿠니로 돌려주시는 등가교환초월해버렸는데요?
"그거언, 내애가 먹을만큼만 먹고 파는거니까아? 엄청나게 열심히 키운거야!"
내가 직접 키운거야아~ 자랑스러운 우리애들이야~ 어때? 진심 에모하지? 진심진심진심 에모하지?! 그 무는 3개월이나 걸렸다?! 이웃 할머니랑 나누고... 나도 먹고... 그리고 남은거니까... 아, 다음에는 텃밭에 종류를 좀 늘리는게 나으려나? 웃음이! 멈추질 않아!
"여기까지 왔는데 비싸면 미안하잖아? 게다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래도 키울때는 엄청나게 끌어올라서 말이야~ 근처 아저씨랑 같이 비닐하우스같은것도 세웠었어~ 아 나 저 위에 있는 학교에서 살고 있는데! 텃밭이라도 보고 갈래?"
>>990 유우키가 싫어하는 사람? 음. 사실 어지간하면 딱히 막 싫어하는 이는 없지만... 그게 뭐가 되었건 남의 노력을 함부로 무시하고 짓밟고 모욕하는 이를 유우키는 정말로 싫어해. 뭐가 되었건 노력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유우키는 믿고 있거든. 물론 범죄 이런거 말고. 아무튼 그렇다보니 그런 것을 무시하고 하찮다고 모욕하는 이를 유우키는 진짜로 싫어하고 분위기가 정말로 싸해질수도 있어.
>>991 글쎄. 애초에 린게츠를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야나가 어떻게 소개를 해줬을지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 소개를 안해줬다면 아마 유우키도 모르지 않을까? 일단 일반적인 소개라고 가정한다면 아마 극진하게 대접해야 할 귀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요괴니까 귀괴!
>>992 파리피 말이지? 음. 가르쳐준다고 한다면 아마 흥미는 보일 것 같아. 다만 어떤 분위기냐에 따라서 조금 갈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 유우키는 화려한 것도 좋아하고 시끌벅적한 것도 좋아하는 편이니까 거부감은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물론 그렇다고 유우키가 막 화려해지고 시끌벅적해지고 그러진 않겠지만?
자. 그럼 질문이다! 반대로 사유에게 유우키가 기본적인 집사의 교양이나 예절이나 이런 것을 가르쳐준다면 어떤 반응일까?
>>970 그것은 자못 슈-르한 광경이었다. 저런 패션잡지에 실릴 만한 훤칠한 소프트 펑크 계열 룩에 멀쩡한 얼굴을 하고선, 뜬금없이 생무를 들고 걸어오는 모습이라니. 인간 대한 경험 적어 상식이 모자란 겨울신의 부덕의 소치다. 낯선 사람이 갑자기 다가오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유는 은신을 선택했고 그것은 실제로 꽤 잘 수행되었지만, 찾는 사람 눈앞에서 숨는 모습을 보여줘버려서야 의미가 없다.
기껏 나무 뒤에 숨은 정성을 무시하고, 그 무심하고 몰상식한 미인은 나무 너머로 파시락 하고 다가와서는 숨어있는 사유 앞에 쪼그려앉아 사유와 눈높이를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