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까지도 그곳에 누워서 뺨을 바닥에 짚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이봐, 그것 알아? 봄 밤의 보도블럭도 꽤 차갑더라... 어떻게 알았냐면 나도 별로 알고 싶지 않았어... 머리에는 사과가 놓이고, 허리에는 부스럭거리는 빵과 우유가 놓인 신(神) 식탁이 된 채로 죽어가는 눈으로 검어져가는 하늘을 보는 것도 꽤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드디어 내가 미쳐가는 건가
"...형님 여기서 뭐하세요."
뭐지, 뭔가 굉장히 익숙하고도 그리운 소리가...
"형님 진짜 여기서 뭐하세요? 저기요? 아오아카가네노카미사마?"
또 들려왔다. 사람은 죽기 전에 지금까지 겪은 일을 쭉 돌이켜보는 주마등을 겪는다던데 신도 똑같은 걸까, 나도 지금 익숙한 장면과 사람들을 돌이켜보고 있는 주마등 단계에 지금 접어든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 죽음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만 같다... 아, 방금 나 조금 멋졌다―
...라고 몇 시간 묵은 허기와 기력없음에 머릿속에 헛소리가 돌아다니고 있을 뿐, 그냥 아무런 반응도 못하고 멍하니 보도블럭 위에 누워있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조치가 필요할 듯 싶다... 이 아무것도 못 먹은 폐급 신한테는...
situplay>1597031091>336 퐁! 하는 소리가 난다. 뭐에 빠지는 소리냐고? 아무렴! 아니지! 뭐가 터지는 소리다. 곧 물에 빠졌던 형상은 나뭇잎 한 장이 될 테고 뒤에서 한 161cm는 될까? 싶은 귀여운(강조) 미소년이 하얀 소녀의 정수리를 가볍게 툭 친다. 바로 나다. 바케다누키 야사카 린게츠다!
"힘조절은 제대로 해야지- 평범한 인간은 네 생각보다 훨씬 연약하다?"
금새 다시 만난 하얀 머리 강아지 요괴는 딱히 변한 것 없어 보였다. 여전히 하얗고,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아직 어리지. 손을 뻗어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려고 하며 씨익 웃었다.
>>512 헉 린게츠주 나 실수로 린게츠주 레스를 제대로 못봤네 미안해~!! 🤔🤔🤔 확실히 잘 안맞을것같다고 하기도 했었구, 아키히로가 마냥 착한 아이는 또 아니니가... 그래도 나 관계 되게 다양하게 먹는 편이라서 🥰 관심있으면 저쪽에서 천천히 얘기해봐도 좋아! 편하게 얘기해주면 고맙겠네.
2천년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은 그 편린도 찾아볼 수 없다. 바닥에 누운 채 말 그대로 죽어가는 이 폐인.. 아니 폐신을 어찌해야할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주변을 살펴보던 나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걸 참지 못했다.
"어휴"
청동기의 신. 그래. 청동기. 이미 유행이 지난지 세기로만 세도 20은 훌쩍 넘긴 그거. 아주 오래 전에 붐이 끝난 청동기의 신이 바로 저 사람..아니 신이다.
과거에는 그야말로 신 다운 품격이 있었고, 강함이 있었다. 무슨 변덕인지 새끼너구리 요괴였던 자신을 거둬 세상과 술법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내가 형님을 가만히 두지 못하게 된 것이지. 그래도 오늘은 상태가 나쁜 것 같았다. 어디보자, 아사 직전이 딱 저랬던 것 같은데. 일단 뭘 먹이는 게 맞겠다 싶어서 봉투를 들어올렸다.
부스럭거리며 봉투에서 가라아게 하나를 꺼내고는 몸을 숙였다. 아- 하고 입을 벌리라는 상냥한 말은 어차피 닿지 않을 테니, 그대로 형님의 입에 쑤셔넣으려 한다.
"자, 자, 밥 드세요 밥. 근데 텅 빈 속에 기름진 걸 먹으면 안 좋다는데- 에이 그래도 신인데 괜찮겠지 뭐!"
안되면 좀 앓고 말 것이다. 예전이면 정말 상상도 못한 태도로 형님을 대하는구나 싶어서, 새삼 웃음이 나왔다.
>>528 후히히 당연히 괜찮지~ 오히려 아키히로가 다른 사람들 낮게 보고 그러는데, 나는 얕잡혀보이기 싫다니 그런건 이상하잖아? 🥰 나는 진짜로 이것저것 잘 먹어서~ 내가 너무 린게츠주에게 들이댄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 린게츠주만 괜찮다면 어떤 느낌으로 선관 생각해두고 있는지 임시어장에서 들어보고싶어!
이 마을에 요괴건 신이건 많은줄은 알았지만... 한밤중에 길 한복판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오늘도 늦은 밤까지 영혼을 수확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던 카메츠는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요괴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얘는 인간들에게 숨길 생각이 없나? 이러다 부서지면 얘도 내가 거둬서 치워야하나?? 별의 별 생각이 들던 와중 저 멀리 버려진 가구와 그에 붙어있는 폐기물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 . .
"영차. 이러면 누가 놀라서 부수지는 않겠지."
이내 카메츠가 자리를 뜬 곳에는 조각상 하나가 폐가구와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채 놓여있을 뿐이었다. 이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다음 날 눈을 뜬 사가라 테루만이 알 일이었다.
한껏 주마?등이 스치는가 하면... 이제는 입안에 뭔가가 쑤셔져 들어온다... 뭐지? 장례의식 중인가? (시즈하: ?) 옛날에, 그러니까 야요이 시대 때 장례식을 이런 식으로 치렀는데, 죽은 사람의 입에 구슬 같은 걸 넣으면서... 극락왕생을 빌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그립군...)
와작.
뭐지? 씹힌다. 와작와작와작와작. 슬쩍 누워 있으면서 비축되었던 힘을 꺼내서 뭔지 모르겠으면 일단 입에 넣고 보는 영유아의 심정으로 와작와작와작 그 식감을 즐겨보았다. 그렇게 씹고 있다 보니... 맛있다?? 닭고기 맛이 난다... 그런 식으로 식감과 그 맛을 탐닉하고 있다보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직접 손으로 잡아가며 게걸스럽게 와작와작와작우물우물우물 적극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꿀꺽.
그 소리가 울리자마자 나는 벌떡 상체를 일으켜서 '한 그릇 더! (お代わり)'를 외치듯이 그 맛있고 힘나게 해주는 것들이 가득 들었을 종이봉투로 홀린 듯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봉투의 주인을 확인했다.
"어...? 어어...? 허어...?"
"...린...게츠...?? 린게츠????"
멍청한 표정만큼 멍청한 목소리가 나왔다. 살짝 혀에 힘을 덜 준 것 같은, 그래, 그런 덜떨어진 목소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