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글쎄. 아마도 뭔가를 조종하는 능력인 것은 확실해보이는데. 나도 정확히 무슨 능력인진 모르겠거든. 내가 제대로 아는 능력은 퍼스트클래스들의 능력과 저지먼트의 능력, 그리고 내 친구들의 능력 정도라서 말이야."
제 2위 플레어. 제 3위 디스트로이어. 제 4위 레드윙. 제 5위 크리에이터. 제 6위 웨이버. 그 어떤 능력과도 상관없는 능력이었으며 제 1위의 능력과도 전혀 연관이 없는 능력이었다. 아마도 저 여성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역시 원격 조종 능력 정도가 아닐까. 그렇게 은우는 생각할 뿐이었다.
"팔? 응. 뭐, 잡고 싶다면."
그래봐야 손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팔을 잡겠다니. 생각도 못한 발상이었기에 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딱히 거부하진 않으며 그는 순순히 제 팔을 그녀에게 내줬다. 이내 제 팔을 끌어안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잠시 생각했다. 이대로 날아가면 오히려 이게 더 위험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어쨌건 풍압을 이용해서 날아가는 거고, 이렇게 하면 자신 쪽에선 잡지 못하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잠깐만 실례할게."
이어 은우는 잠깐 몸을 돌린 후에 잡히지 않는 반대편 팔로 제 팔을 잡고 있는 청윤을 감싸듯 움직였다. 안은 것은 아니었고 그냥 혹시라도 떨어질때를 대비해서 살짝 바깥쪽에 안전망을 만든 정도의 행동이었다. 그 상태에서 그는 제 손바닥에 여러 개의 공기 압축 구체를 만들었고 그것을 땅에 떨어뜨리면서 터트렸다. 수직으로 솟구치는 풍압은 사람을 날려버리기엔 매우 간단했으며, 그는 그 상태에서 허공에서 걸어가듯, 바람을 타고, 풍압에 제 몸을 맡기며 사람들의 머리 위를 빠르게 지나갔다.
"여름이라면 뭐? 바다? 하하. 바다는 이전에도 갔다왔는데.. 또 가고 싶어? 아니면 호러하우스?"
일단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딱 그 정도였다. 일단 그녀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하며, 그는 그 상태에서 단번에 팍 튀어나가듯, 앞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어떤 건물 앞에서 안전하게 착지했다. 사람들 머리를 날아서 왔기에, 다른 이들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인 모양이었다. 입구에는 이미 여러 테마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54 은우:확실히 난 인첨공이 싫어. 은우:...솔직히 망하건 말건 알바 아니야. 은우: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긴 모두가 살아가는 곳이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 나의 소중한 이들이 살아가는 삶터야. 은우:자유를 위해서 그것을 파괴하겠다면... 아무리 너라도, 막을 수밖에 없고 싸울 수밖에 없어. 은우:...와라. 테러리스트. ..난... 에어버스터. 모든 것을 파괴하는 자다!
오늘도 상처가 난 자리에 알콜솜을 들이대고 있다. 이젠 간단한 응급처치는 능숙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병원에 찾아가거나 모 후배를 찾아야 하긴 하겠지만.
스스로 붕대를 감으며 다시 한번 내 몸에 새겨진 수많은 흉터들을 본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 물론 이게 옳은 일이니까 하는것도 맞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내가 해야 할 필요가 있는걸까? 갑작스러운 회의감이 스스로를 휘감는다.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거지?
"...차라리 그만둘까."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좋게 살 수 있겠지. 오히려 스킬아웃이 되어버려도 괜찮을 지 모른다. 저지먼트에게 잡히지 않는 선에서라면 내가 하고싶은대로 뭐든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테니. 아니, 그냥 나 홀로 다시 이 거리의 부랑아로 사는게 더 편할수도 있어.
거울 속에 있는 사람이 내게 묻는다.
"너 대체 누구 좋으라고 이러는거냐?"
나는 그 질문을 잠깐 곱씹다가, 쥐어짜내듯이 대답한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이런다고 뭐 나아질 게 있다고."
도시는 여전히 쓰레기 천지다. 적당적당한 처벌로는 끝이 없다. 레벨0와 능력자들의 격차가 있는 이상, 그 박탈감이 있는 이상 절대 사라질 일이 없을 것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완전히 해결할 순 없다.
누구 대신 칼을 맞아주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부러지고, 찢어지고, 다치면서도 괜찮다며 실실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만 생각하면 편해질 수 있어. 그런 유혹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왜 착한 놈인 척을 하지? 넌 처음부터 나쁜 녀석이었어. 친구를 두들겨 패고 원하는 걸 얻는, 근본부터 글러먹은 놈.
"그래. 그런 놈이지. 그러니까... 그런 놈이니까 부모한테 자식 취급도 못 받지!"
주먹을 내질러 거울을 깨트린다. 깨진 거울의 균열을 타고 시뻘건 선혈이 흐른다. 그리고 내 얼굴도 산산히 부서진 채 비춰진다.
"...아니. 아니야. 아니라고..."
머리를 감싸쥐며 바닥에 웅크린다. 차가운 바닥이 살갗에 닿는다. 나는 왜 이러는거지? 내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지? 깨진 거울 조각이 박힌 주먹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흐른다. 그리고 그것은, 자랑스레 차고 다니던 코뿔소가 그려진 천 조각을 물들인다.
"이제 착한 사람인 척은... 질렸어."
주워든 완장에 시뻘건 색이 점점 번진다. 그만큼 시뻘건 머리카락 사이로 시허연 이가 드러난다. 충혈된 눈이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번들거린다.
"끼우는 걸 할 수 없어도 괜찮아요… 지금 후배님이 가진 능력만으로도 누구보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친절하지만 상냥하진 못하다. 제대로 된 위로도 아니고 형식적인 이야기라지만 일단 툭 던지고 보았다. 태오는 그리 말하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미약한 걱정에 태오는 괜찮다는 듯 허리의 홀더에서 총을 꺼냈다. 비살상 권총이지만 모양새 자체가 흉악하니 제대로 먹혀든 모양이지만.
"미란다 원칙? 너희 누구ㅇ-!"
사라져버리는 남성을 보며 투항하던 여성과 남성은 새된 비명을 질렀고, 자신들은 잘못이 없노라 얘기하며 도망치려 했으나 태오가 총을 허공에 쏘자 비명을 지르며 결국 안티스킬로 사라지고 말았다. 태오는 눈을 굴렸다.
"……그럴까요, 후배님 성미가 시원하네요…."
같이 일할 때는 정말 좋은 동료일 것 같지만,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리니 새삼 초능력자라는 존재는 두렵구나 싶기도 하다. 인첨공에서 어째서 초능력자에 대해 제대로 공표하지 않는지, 그리고 지금 축제처럼 우스꽝스럽게 굴려먹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태오는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보스는……."
태오는 잠시 기다리는 듯 손을 들더니 눈을 감았다. 소리를 들어야 한다.
─ ……왜 연락을 안 받아, 이 새끼들은? ─ 비싸게 값 부를 때는 언제고…. ─ 하, *발. 라이터는 또 왜 이 지랄이야. 빨리 피우고 에어컨이나 쐬고 싶구만.
태오는 눈앞의 인물을 노이즈 너머로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얼굴이 지직거려 보이지 않았으니 눈앞의 인물은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도 모를 터였다. 자의로 누군가의 속내를 읽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으니, 최대한 저 사람을 향해 집중해보고자 눈을 질끈 감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 나도 저거 하고 싶다. ─ 얼굴 뭐야? 저거 무슨 기술인가봐! 신기해. ─ 안 덥나……?
"……."
시끄러워...!
"할게요~ 참-참-" ─ 왼쪽. "참!"
태오는 다급히 손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 하마터면.
"아~ 이겼어요! 정말 잘 했어요~! 지면 저희랑 같이 '인첨인첨큥~' 하고 사탕 받아가는 거예요~?"
하마터면 인권이─!
"자, 한 번 더- 참, 참!" - 왼쪽. "참!"
이번에는 그대로.
"마지막이에요! 마지막! 이것만 하면 벌칙이 아니라 상품이에요! 참-참-!" - 위! "참!"
이번에도. 태오는 대단하다는 듯 박수를 치는 진행자를 뒤로 어질어질한 속내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상품으로~ 우리 학생은~" "……." "에어버스터 캐릭터 인형을! 드릴게요~ 너~무 귀엽다~" "……와, 아. 감, 사, 해요. 너무너무…… 귀, 엽네요."
인형을 받아든 태오는 애써 기쁘다는 듯 웃었다. 인첨공은 인권이 없구나. 인형을 받아들고 후다닥 도망치던 태오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눈을 내리깔았다. 너무 잔인한 생각인 것 같지만…….
"……부실에 가져다두면 난리 나겠지…."
내가 이걸 당근에 팔든지 경매에 올리든지 방에 놓든지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 네가 대신 희생 좀 해주라.
왜 당신이냐는 그 질문에 금은 여전히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보통 자신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심하기만 했다. 어디까지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등을 두드려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정도로만. 그들에게 깊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길거리 생활로부터 생긴 버릇이었다. 그랬던 자신이 어째서 당신에게는 특별하게 굴게 되는 것이었을까. 천사 선배, 그렇게 당신을 부르기로 했을 때, 폭력적인 순간으로 가득하던 그 사건들을 거쳐, 벤치에서의 잔잔한 웃음에서 어쩐지 슬퍼 보이는 인상을 떨칠 수 없을 때부터였을까. 그 대화를 나눴던 때부터, 당신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하고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당신이 금을 당기면, 무력하게 딸려오던 때와 달리 그대로 서 있다. 그렇지만 천천히 걸음을 떼면서 금은 순순히 벤치에 앉는다. 지금 자신의 표정이 어떨지 몰라, 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을 가린 금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가능하면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 정의를 묻는 것에 금은 얼굴에서 손을 떼어내며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채, 조금 젖은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는 표정은 분명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담고 있었다. 어떠한 감정에 심장이 터질 듯 쿵쿵 빠르게 뛰었다. 귓불이 뜨거웠다.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이제는 수치심보다 더 클 것을 대비해야 했다. 어떤 대답이 돌아오더라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금은 다짐하며 당신의 답을 기다렸다.
자신이 이끄는대로 순순히 따라와주는 후배의 손을 잡은 채 혜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뒤에서 따라오는 후배는 보지 못할 피로하고 지친 기색이 새파란 눈동자에 스쳐서 질끈 눈을 감았다가 뜨고 눈빛을 갈무리했다. 벤치에 후배가 앉았을 때쯤 혜성의 눈동자는 예의 부드러웠다. 옆자리가 아닌 쪼그리고 앉아 새파란 눈으로 후배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서도 혜성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니 짓고 싶었다.
후배의 말이 아니었다면, 아마 계속 평소처럼 웃으며 퍼레이드를 즐기고 헤어졌을 것이다. 더이상 웃을 수 없는 혜성의 표정은 담백한 표정으로 후배를 올려다보던 눈을 도륵 굴렸다. 이번에는 혜성이 시선을 피할 차례였다.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니, 눈치없는 것도 정도껏 하라고 할 것 같네."
혜성은 저 표정을 알고 있었다. 인첨공에 들어오기 전, 인첨공에 들어와 목화고에 입학했을 때. 지금은 어렴풋하게 얼굴만 기억나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고백을 했을 때의 표정이었으니까. 우정과 통용되는 좋아함과 좋아함 이상은 지금도 구분하지 못한다.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저 표정만으로 혜성은 서툰 고백을 간접적으로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후배님- 아니. 금아."
혜성은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처음으로 후배의 이름을 불렀다. 피로감이 느껴지는 미소와 달리 감정이 담기지 않은 것 같은 새파란 눈동자가 후배에게 향했다. 혜성은 음료수를 쥐었던 손등을 후배의 뺨을 살짝 가져다대려한다.
"내가 뭐라고 그렇게 안쓰럽게 고백할까.. 나는 좋아한다는 의미도 모르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
별은 기억해야 했다. 응당 빛나야 할 곳은 침잠할 뿐인 심해가 아닌 저 하늘임을 길들어 이끌려야 하는 것은 낮과 밤을 아우르는 행성의 빛이어야 함을. 심해 밑자락에 가라앉아 기만의 빛을 흘리는 나락의 곁이 아닌...
팔찌 얘기는- 솔직히 한 번 해본 소리에 가까웠다. 이래보여도 늘, 누군가 먼저 챙겨주는 것에 익숙했던지라 특히 뭔가 먼저 해주면 꼭 같은 걸로 다시 받곤 했으니 성운도 그럴까-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큰 파문이었을까. 내 말을 딱 들은 순간부터 깜짝 놀란 설치류의 표정이 성운에게서 떠나질 않았다. 눈물을 닦아줄 때에도 그러길래 그렇게 충격이었을까 했는데
"응?"
가기 전에, 라며 제법 비장하게 말을 꺼내는 성운을 보고 나도 모르게 침이 살짝 삼켜졌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럴까, 어느새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고 있으니 요 작은 연인님께서 한다는 말이 글쎄-
"...프흐, 하, 아하하!"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며 하는 말에 그만 실없는 웃음이 터졌다. 그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이렇게 진지한지! 하하, 작지만 선명하게 소리 내어 웃고 싱긋 미소지었다.
"그래. 그럼 넘겨줄 테니까 잘 받아야 해."
잘 받으라, 고 말하곤 내 손으로 성운의 두 손을 받쳐올렸다. 주세요- 하듯이 성운의 두 손을 내밀게 해두고 내 한 손으로 살짝 잡아두곤 팔찌를 찬 손목을 들어올렸다. 내 입가로.
스륵 달각
입술로 끈을 물어 당기자 부드럽게 끈 스치는 소리가 나며 고리가 느슨해졌다. 손목을 기울이기만 해도 흘러내릴 것 같은 팔찌를 다시금 입술이 물었다. 성운의 보석, 우주의 일부를 담은 듯한 무색투명한 보석알 하나가 꽃잎색 입술에 물렸다. 그대로 물어 손목에서 벗겨낸 팔찌를 그대로 성운의 손바닥에 톡 내려놓았다. 잘그락 떨어진 팔찌의 보석 중 하나에 꽃잎색 입술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자."
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팔찌를 넘겨준 뒤, 원래 차고 있던 손을 얌전히 내밀며 조용히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개나쁘다고 하는데...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주시고... 저는 기본적으로 능력을 기반으로 이명을 짜고 있고, 에어버스터도 웨이버도 전부 능력을 기반으로 짜고 있어요. 그리고 오버리미트는 처음부터 제가 짠다고 한다면 버서커로 하려고 했고요. 말 그대로 모든 잠재능력을 끌어내서 육체능력으로 바꾸고 싸우는 전사인만큼 버서커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원하는 것이 없고 저에게 뜯어내겠다고 하면서 제가 의견을 말하니까 멋없어보이니까 개나쁘다고 하는 건 솔직히 저도 기분 나빠요.
이명으로 장난치진 않아요. 8ㅁ8 (주륵) 물론 대체로 능력 기반으로 짜면 다들 멋이 없다고 좀 꺼리는 성향이 강한지라 어지간하면 원하는 것을 제가 달아주는 것 뿐이지. (옆눈) 흑흑. 옛날에는 이런 선택권조차 없어서 나도 그냥 캡틴이 달아주는 거 대충 달았는데. (옆눈22)
벤치에서 당신과 나눴던 대화가, 당신에게 퍼레이드를 보러 가지 않겠냐며 했던 권유가, 삐걱대며 당신을 이끌려고 했던 자신의 우스운 모습이, 그리고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모든 말과 행동이 못내 부끄러웠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금은 이리저리 마음에서 날뛰는 감정에 두통이 일어 고개를 떨궜다. 당신도 다 알고 있으면서 언제까지. 놀림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라. 이어지는 웃음소리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제 뺨에 닿는, 처음에는 차갑다가 온기로 다가오는 손길을 느끼며 금은 고개를 들었다. 지친듯한 미소와, 냉정하고 차분해 보이는 그런 당신의 눈빛과 달리 바라보는 후배의 푸른빛 눈동자에는 수치심, 그리고 어떠한 다짐 같은 것이 떠올랐다.
"... 네."
당신을 좋아했으니, 그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주 이기적인 말이었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 그 의미를 당신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그저 단순히 선후배로 관계로만 남고, 그 이상으로 무엇도 될 수 없는 것이라는 건 절망적이었으니까. 수치심에 끝까지 괴로워하고 수치스러워하며 금은 간신히 답을 이었으니, 애절해 보였다.
서성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울_때_고개를_숙이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네요. 보통은 딱히 숙이지 않지만, 눈물흘리고 있다는 걸 보이기 싫을 때나, 심히 비참한 상황이거나, 눈물흘리는 눈으로라도 바라보고 싶은 상대가 시점보다도 낮은 곳에 있을 때에는 고개를 숙일 거라 생각하네요.
자캐의_의외인_설정 이 작은 손으로, 제법 악기 연주에도 재능이 있다는 점
자캐는_자신이_죽을때_기억해줘_잊어줘_같이_죽어줘 “···고마웠어” “···그리고 행복했어” “너한테서 받았던 행복만큼 돌려주고 싶었는데” “그게 생각만큼 잘 안됐네” “···너는 이제 자유야”
진정하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잠에서_깨어나보니_묶여있다면_자캐_반응 대체 성여로 이XX는 이제 남친도 있으면서 왜 나한테 이ㅈㄹ일까.(머릿속에 에초에 성여로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음)
자캐_용병AU 흠... 디스트로이어 산하부대. 적당적당히 하는걸 좋아하는편이지만, 돈을 받은만큼은 확실히 처리한다. 임무중 어린 아이가 관련되어있으면, 상처에 비해 과도한 고통을 주는 방법을 선호하는편. 확실하게 일에 손이 떼졌다는걸 확인하면 병문안 인사와 함께 먹을걸 싸들고 간다고.
보통 피해 학생들은 기겁하거나, 뺨을 때리거나, 지리거나. 셋중 하나의 반응이라고 한다.
"그치만...니네 이렇게 안하면 계속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닐거잖아... 응? 선입금 받았으니까... 그래도 의뢰비 n퍼센트만큼 사온거라구 이거?"
자캐들_잠버릇 무언갈 껴안는다. 배를 깔때도 있다. 옆에 사람이나 껴안을것이 있으면 얌전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기괴한 자세로 침대 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사랑받았지만 받은만큼의 사랑을 돌려주기도 전에 인첨공에서 받은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져서 받았던 사랑은 정신차려보니 빛바랜 감정이 되어버렸다. 너는 언제부터 그랬을까. 첫눈에 반한다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믿기에 자신은 동화를 믿지 않는데. 후배가 고개를 들고 자신을 볼 때, 혜성은 후배의 볼에 대고 있던 손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진심이구나하고 느낌과 동시에 머리가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참 어려워. 상대가 나한테 뭘 바라는지, 뭘 원하는지 나와 뭘 하고 싶은지. 그게 친구로서인지, 그 이상인지."
누구에게나 다정한 사람이라는 건 반대로 말하면 누구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이고, 나쁘게 말하면 같잖은 틈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저주에 가깝던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은 긍정했다.
"나는 너만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할거야. 너한테 말하지 않을 것들도, 말하지 못할 것들도 많아."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는 위험한 것이었다. 물고 늘어진 끝에 절절하고 절박한 고백을 받을 줄 알았다면 모르는 게 나았다.
그 수많은 별들 중에서 어느 궤도에도 오르지 못한 떠돌이별이 있었다. 이 어린 왕자는, 소행성 B612호에서 사막이 아닌 바다로 떨어졌다. ···어떻게 되돌려야 할까. 어떻게 보내어야 할까.
그럴 방법이 있다고 해도, 되돌리는 길은 지난할 것이다. 이미 이 소년은 인첨공의 별 없는 밤하늘에 홀로 가르지르는 달 위에 너를 겹쳐볼 것이기에. 라그랑주점은 이미 너의 뒤에 있다.
그리고 그도 너를 떠날 마음이 없어보인다. 결연하게, 이 조그만 새앙쥐같은 녀석은 참으로 하찮고 우스운 것을 네게 부탁으로 건넸다. 이 어린 왕자의 망막에 비치는 너는 길 잃은 조종사의 모습일까, 어린왕자가 불시착한 곳에 피어있던 아직 이름없는 어느 꽃의 모습일까. 네가 푸하하하 하고 실소를 터뜨림에도 성운은 눈동자 하나 흔들림없이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푸는 방식에 그만 그 눈이 깜빡이고 말았다. 이것은 소년의 어느 한 버릇이었다. 무언가 예기치 못한 뜻밖의 행동이 나올 때 눈을 깜빡이는 것.
그걸 끌러내리는 네 모습이며, 손 위에 톡 내려앉은 팔찌의 스톤에 묻은 옅고도 선명한 꽃잎 색깔이 어찌 그리 선명했는지.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휴가 끝나고도 따라다니며 장난칠 거라는 혜우의 땡깡이 그저 그냥 땡깡이 아니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이런 형태가 되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성운은 온통 빨개진 얼굴을 한 채로 잠깐 팔찌와, 네 손목과, 너를 번갈아 올려다보다가─ 네 팔찌를 그대로 손에 쥔 채로 자기 팔찌를 슥 끌러내더니, 그걸 네 팔목에 채워준다. 그리고, 네 팔목을 놓지 않고 그걸 그대로 천천히, 하지만 힘있게 아래로 죽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 시울에 네 상반신이 다시 앞으로 기울어지면
너는, 또다시 별에 입을 맞추게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방금의 작은 장난보다도, 약간 더 길고 뚜렷하게. 좀더 선명하게 네 입술에 그 따스함이 남도록.
팔목에 채워진 팔찌는, 소년의 체온이 남아 따뜻했다. 성운은 네 손을 놓아주고는, 아직 다른 손에 남아있던 네가 쥐어준 팔찌를 내민다. 그리고는 순진함에 부끄러움이 한결 덧씌워진 꽃잎색 입술로 배시시 웃었다.
눈을 맞춘 채, 자신이 가진 감정을 고백하며 이 모든 부끄러움을 진심으로 당신에게 내보였다. 손길이 자신에게서 떠날 적에, 아쉽다는 듯 금은 내려가는 당신의 손을 눈으로 쫓는다. 이어지는 말에 금은 놀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본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무관하게, 무겁고 복잡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지만, 당신을 밀어내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당신의 곁에 더 가까이 머무를 수 있고, 더 바라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았다. 당신이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며 알아 갈 때까지, 그 감정의 영역을 혼자서 지켜가며 조금씩 넓혀가다 보면, 언젠가 당신에게 닿으며,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다 괜찮으니까..... 꼭 그럴 수 있게 만들테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 절실했으니, 이 기쁨의 순간에 어린아이처럼 웃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부끄러워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금은 작게 속삭이듯 답했다. 이루어지길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 같은 것이 당신을 향하는 감정 안에 존재했다. 입가를 가리고 있지만, 번지듯 눈꼬리가 길게 처지며, 금의 눈가에도 웃음이 밴다.
>>492 어림도 없다 (콸콸콸) 때리긴 때려요. 설탕으로. (아니면 배관을 열거나...) 진짜 때릴 거였으면 혜우가 지금 가면 쓰고 있으며 성운이와의 사랑도 가면의 일환이라고 했을 때 벌써 짱구엄마관자놀이공격 했겠죠 (지이이이이) 별개로 직접 말씀드리는 건 참참못 끝에 나오는 건데 이 스레에선 좀 자주나오는 느낌이라 제가 어느새 못된 참치가 된 것 같아서 신경쓰여요... 성운이 입장을 풀자면 혜우가 애정어린 제스쳐는 충분히 하고 있으니, 거기에 집착하지는 않겠지만 신경은 쓰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하지만 이것도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는 게 성운이다
>>511 으어어 어푸어푸 사람살려 머라구요 설탕 쇠파이프로 때리신다구요 호달달 (날조) 그치만 성운주도 내심 예상?하고 있는거 아니냐구 단지 가면의 일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안나오는거 나 몇번을 보니 와 나 대단해! 혜우는... 뭐 보면 알겟지만 행동으로 때우려는 느낌이긴 해 응 이거 꼭 들켜서 양심재판 한번 받아야 하는데 혜우우 이시키
>>518 휴판하기 이전에 돌렸던 스레들은 대부분 슴슴했고, 자극적이더라도 단맛이나 짠맛만 먹어서, 이런 매운맛은 처음이에요...... (어질) 제가 왜 그 이후로 혜우의 가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했겠어요. 금이 눈에서 꿀 흐르는 거랑 마찬가지로 혜우한테서도 뭔가가 보이던걸요. 필락말락하는 풀꽃 꽃봉오리에 손독이 탈까 봐서... 그 부분은 성운이 마음만으로 혜우한테서 직접 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네요
>>5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잘먹는걸 성운주? 그냥 그러려니 하는 줄 알았더니 다 생각이 있었군 이 친칠라! (복복복복) 그 풀꽃 꽃봉오리에 마수를 뻗치는 인물이 몇명이게요(?) 직접 들으려면... 스읍 갠이벤을 거쳐야 하나? 아냐 거치기 전에 마음 트고 계획 바꿀려다 그렇게 되는게... (캡사이신센서 발동)
>>531 그 이게 힘들긴 하고 "아 이건좀" 지점까지 훅 올라간 적도 몇 번인가 있긴 했는데요... 하지만 힘들다고 내려놓고 싶은가 하면 그건 또 아니라... 앞으로 내성 길러나가려구요...... 우뱍 (복복복복에 뽝실해짐) 음 최종적으로 전원 죽이면 될 일이다!!! (대충 질주하는 닌자슬레이어 짤) 말씀드렸던가요. 그 일에 대해서라면 성운이는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까지도 감수할 것이라는 것을.. >>>거치기 전에 마음 트고 계획 바꿀려다 그렇게 되는<<< 당신 사탄이지
>>532 엣(엣) 그럼에도 견디겠다니... 내가 죄인입니다 (머리박) 그... 음~ 그냥 다 죽여서 끝날 일이면 참 좋을 걸 응 성운아 그 선만은 넘지 말아줘... 아으 이거 절대 설표 루트만은 막아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유 그런 특급 칭찬을 오호호 데이비드? 그게 머임
>>535 죄를 지었으니 그만큼 책임져주세요... 그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다른 해결법을 찾을 거에요. 그것을 감당한다, 가 아니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가 설표의 캐릭터성이니까요.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말을 듣고 좋아한 건 당신이다 버텨 데이비드 마르티네즈.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의 주인공이에요.
절대로, 그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이 소년에게는 네 흔적이 남게 될 것이다.
무엇으로 흠집이 날지는 모른다. 칼일 수도 있고, 얼음일 수도 있고, 뿌리일 수도 있겠지. 일단 무언가가 뿌리를 내린 것은 확실해 보인다.
입맞춤을 끝낸 성운의 눈의 머나먼 색채 위에 네 심연이 겹쳐질 때는, 그것은 이름모를 멀리 있는 것들이 아니라 한가득 자색의 꽃무리가 되어 있었으니까. 그대로 몽롱한 눈웃음을 지은 채로 소년은 네가 다시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네가 입 대신 이마를 선택했을 때에도 별로 놀라거나 불평하거나 하는 기색 없이 그 눈웃음 그대로 자기 이마를 마주 기댔다. 이것도 네가 기대는 애정임에는 틀림없었으니까. 애정이라는 그 자체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 이마마저도 빠짐없이 따스한 꼬마다. 아이의 체온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응, 좋아.” 하며 성운은 시선을 네게 맞춘 채로 팔찌를 매만져보다가, 얼굴에 보조개를 피우며 한 마디 덧붙였다. “좋아해.”
내밀어져오는 네 손에, 성운은 자신의 손을 걸었다. 아기자기한 손가락들이 꼼질꼼질 네 손가락 사이에 맞추어져들어온다. 다른 손으로 잠깐 네 손을 조물거려보던 성운은, 네가 장난스레 던진 말에 뾰루퉁한 표정이 되어 너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솔직히 지금 이 옷차림뿐이었으면, 그냥 내 집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인데─”
그러나 그 뾰루퉁한 표정도 잠시, 소년은 고이 웃었다.
“네가 같이 있잖아. 그러니까, 어딘가로 가자.”
고개를 돌리면, 15주년 축제 첫날의 길이 너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운은 온갖 즐길거리들로 가득한 인첨공의 번화가를 바라보았다.
“갈 데가 없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어디로 갈지가 걱정이네.”
VR 레이싱 코스, 월면 체험 부스, 공예품 만들기, 미래 사진관(리라와 랑이 작살낸 데 말고 다른 부스가 몇 개 더 있었다), 카페 에인절스(축제날이라 아침부터 메이드 카페로 영업중이다), 사격장, 아케이드 게임장, 그리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악기들이 놓인 자유 버스킹 스테이지. 식사시간이 될 때까지 즐길 거리들은 많아보였다.
“너는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나는 월면 체험 부스나 버스킹 스테이지가 괜찮아 보이는데, 네가 가고 싶다는 데가 있으면 거기가 제일 좋을 것 같아.”
>>547 퍼니셔가 아니라 배트맨을 보고 싶으신 거네요~ 응, 어쩌면 트루 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설표인데 북카페 사장or뮤지션(등, 자기 능력과 상관없는 직업). 혜우가 주기적으로 흉기를 사용한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에 눈 돌아가는 성운이를 설득을 정말 잘해야 될 것 같네요. 하늘로 들려올라간 애들이 몇 G로 땅바닥에 메다꽂힐지가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어쩌면 >>531의 사탄행동을 진짜로 실행에 옮겨야만 성운이를 설득가능한 대사가 나올지도... 아... 이거 참 죽도록 매운데 이런 조건이 걸리게 되겠네 하아 스불재
"언제든지 놀라와! 연락만 하고." 저번에 여로네 방에서 동월선배가 나왔을 때, 알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대체 왜 그 선배는 거기서 나왔을까. 그리고 어쩌다가 아침까지 먹고 당당하게 같이 학교를 간걸까. 처음엔 이것저것 말하려 했지만, 이젠 그냥 동월선배니까~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에 이르렀지.
"우리 처음에 그때 기억 안나? 첫 소집날? 그때...가 기억 안날만 하네, 응, 벌써 3개월인가 전이니까."
어이가 없어서 따지듯 말을 했지만...잊어버리는게 결코 이상하진 않은 시간이다. 오히려 3개월 전, 특별하지도 않은 해프닝을 기억하는게 이상할 수 도 있겠지. 근데 그때 잔뜩 쫄아있었을때, 처음 말을 걸어줬으니까. 그건 정말 기억에 남아. 어떻게 보면 저지먼트에 들어와서 부장님, 부부장님 이외로 처음 말을 걸었던 사람이니까.
"됐네요~ 마음만으로 고마워. 그리고 뭐 쓰다보니까 익숙해지긴 하더라!"
그렇게 이야기하며 앞으로 당당히 걸어나갔다.
"...그표정 그 상태로 그런말 해도 진짜 설득력 단 하나도 없거든?"
누가봐도, 쓰러지기 직전 상태인데, 그렇게 이야기하는걸 보니 그저 웃길뿐이다. 이런애가 어떻게 실전에선 그렇게 날뛰는지 원... 나도 하기 힘든데말야.
"에초에, 네가 지금 그렇게 힘든것도 이 짐이 어느정도 역할을 했을걸...?"
아들 기운차리라고 챙겨주고 싶은건 이해를 한다만...짊어지는것도 아들이라는걸 까먹은것 같다.
"...아니, 에초에 그 쉼터 너머로 갈거라고 생각을 안하신거 아닐까?"
아지를 잘 아는분이라면...그치, 에초에 그렇게 생각할법도 하다. 문제는 지금 아지는 굉장히. 왜인진 몰라도 괴애애애앵장히 의욕에 차있었고. 옆에 내가 있었다는 점이겠지. 하아...
"그럼요~ 먹여주면 다 멋지지?"
그렇게 이야기하며, 옆에서 나도 버거를 꺼내 한입 베어문다. 편의점 햄버거 답게 소스가 굉장히 강렬하지만, 양도 알차다. 구성과 품질이 좋아, 편의점 버거라고는 생각할 수 도 없는 퀄리티. 확실히 기술이 발전했어... 인첨공 퀄리티 일 수 도 있지만.
그렇게 이야기 하며 아지는 기운을 차린듯, 점점 발음이 올라오고있다.
얘는 어쩜 저렇게 한결같이 해맑담... 그런데도 남을 피곤하게 하지는 않는점이, 마음에 든다. 보통 해맑은사람은 주변에서 기운을 쫘악 빨아가기도 하니까.
"회복이 너무 빠른거 아냐? 정상은... 으음..." 아까 전 아지의 컨디션을 봤을때, 솔직히 무리 아닌가 싶지만. 저렇게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면, 안된다고 하기도 힘들다.
"으으으으으음...알겠어. 그러면 최대한 짐을 줄이고 가보자."
그렇게 이야기 하며, 자연을 만끽하는 아지에게 이야기 한 뒤. 잠깐 내려놓았던 컵라면을 집어 한젓가락 먹어본다.
...최고야. 솔직히 산이냐 바다냐 하면 바다파지만, 이런 산행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가파른 산은 아니더라도, 산책삼아 가끔 낮은산이라도 찾아봐야겠어.
● ● ● ● ●
"기억은 나지만 낯을 가렸던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얌전한 인상이었기는 하다~!"
낯을 가린다고는 하지만 정하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연락망을 칩을 통해 전화번호부에 입력시키고 있었고 정하가 말을 거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넘어갈 뻔했다.
"그런가아아... 어깨가 무거워어..."
헥헥대며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것이 영락없는 리트리버와 포메라니안의 관상이다. 그리고 정하의 예측은 맞았다. 아지의 엄마는 지금쯤 쉼터에 도착하고 내려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들이 오기를 부릴 줄은 몰랐고 그 오기를 부채질하는 친구가 옆에 있을 거라곤 생각을 전혀 못한 모양이다.
"응~ 먹여주는 사람 좋은 사라암~"
방실방실 웃으며 햄버거를 입에 욱여넣고 있자니 기분이 참 좋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재미있는(조금 아주 조금 힘들긴 했지만... 사실 조금이 아니다) 일을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구나 싶다.
"우리가 오늘 이 산과 친해지는 거야아~"
보통 정복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아지는 친해진다는 표현을 쓸 작정인가 보다. 짐을 줄인다는 명목 아래 맛있게 햄버거와 컵라면을 느긋이 해치운다.
>>557 저도 성운이를 평범한 애로 길러내고 싶은데 장소가 인첨공이네요... 저는 융통성이 있는 참치고, 언젠가 말씀드렸듯 내새꾸를 쿠소상황에 던져놓고서는 최생하려고 몸비트는 고약한 취향의 참치라, 떡밥이나 힌트나 썰풀이도 종종 할 테고 그런 상황이 와서 혜우주가 막히시는 것 같으면 도움을 드릴 테니 너무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공짜가 아닐 뿐이지. 소원권을 받아버리겠다
"부러워하거나.. 그런 게 의미없다는 걸 알지만.. 만약이라면 같은 걸 생각하고 마는 게 사람이더라고요." 툭 던진 것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를 지은 수경이, 그리 말하지만... 과거는 과거니까요. 이제는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태오가 밝혀낸 보스의 위치는..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요.." "처음 온 곳에 있다는 거 말이에요." 수경은 옥상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천장을 올려다봅니다. 그리고는 이동할 수 없는 곳 중 사람 모습인 곳을 보고는 저기있구나. 하고 위치를 특정합니다.
"그럼 옥상에 같이 갈까요?" 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여기에 계셔도 괜찮아요. 라고 말을 합니다. 만일 가게 된다면 보스.. 생각보다 빠르게 제압당할지도 몰라요?
나는 남들이 가장 찾지 않을만한 곳을 뒤져가며, QR코드를 찾아내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뒷골목을 포함한 소위 인첨공의 '버려진 곳'들에도 QR은 뿌려져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3학구 내부다. 스트레인지와 같이 완전히 잊혀지고, 버려진 지역에는 이런게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닿았다.
왜 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하지?
고개를 저으며 QR을 찍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찾아낸 것은 그저 QR 뿐만이 아니었다. 불량한 복장. 충혈된 눈. 척 봐도 '스킬아웃이다' 싶은 인물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는 고통스러운 숨을 내쉬며 공포에 떨고 있었다. 척 봐도 치명상이었다. 목구멍에서 바람이 새고 있었으니까. 억세게 운도 안 좋은 녀석이군. 자기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고,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 이 도시의 진면목이었다.
'어차피 스킬아웃이다. 신경 써줄 필요 없어.' 그런 생각을 하는 뇌는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구급차를 불렀다. 부상의 정도를 생각하면 그가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최소한 존엄성 있게라도.
누군가가 거리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지먼트가 되고, 그것도 레벨3이라는 대외적인 영향력이 어느정도는 있는 사람이 되어서 보는 것은 꽤나... 생소했다. 나와 그들은 이제 다른 존재가 되어 있으니까. 처음부터 같았던 적도 없지만.
무고한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저지먼트가 되었다는 것과 나는 거리가 멀다. 정의감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쓸모있는 자리를 찾기 위해 사법거래를 한거나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이제, 인첨공의 평화를 지키시는 저지먼트로써 너무나도 무력함을 느꼈다. 평화. 누구를 위한 평화지? 우리가 한 것은 저들을 때려눕히는 것 밖에 없었다. 저들이 자리를 잡게 돕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저지먼트도 인첨공의 어른들이 부랑아들을 쉽게 처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부정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 독대하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계약연애를 하건 뭘하건 캡틴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요!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거니까! 하지만 금과 혜성이라. 이건 솔직히 생각도 못한 조합인데. 혜성이는 특히나 좋아하는 것을 모르고, 연애는 안한다 주의였고.. 지금도 읽어보면 끌려서 연애를 한다기보단 일단 사귀어볼까..느낌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하나의 조합이니 오케이!
그럼 이제 정말로 마지막 주식도 다 해소된 것인가! 더는 없는거 맞겠지? (캡틴의 눈새력이 올라감)
그리고 태진이 저기 저 >>672대로 가는거... 사실 개인이벤트로 좀 제출해볼까 싶었거든요 근데 여러 검토를 해본 결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생각나는 선택지가 너무 극단적이기도 해서... 예) '어차피 내 계획은 망했고 내가 잡혀가도 희망이 없고 그렇다고 좌시하기엔 내가 저지른 게 있으니 최소한 옛 정을 생각해서라도 너희들 손으로 날 끝내줘' 하고 정말 저지먼트 손에 최후를 맞이하거나 or 안티스킬에게 잡혀간 다음 이상하게 고분고분해져서 돌아오거나
오늘 아침 조깅도, 조깅을 빙자한 QR코드 수색은 계속된다. 오늘도 가위바위보로 QR코드를 찍을 순서를 정했고, 이번에는 운이 좋아 여로 바로 뒷차례가 되었다. 여로가 그렇게 가위바위보를 잘하는지도 몰랐고, 가위바위보 고인물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지도 몰랐다. 얼마 가지 않아 조깅팟은 두 번째 QR코드를 찾아냈다. 오늘도, 다행히 조깅 코스에서 모든 파티원들이 찍을 만큼의 코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인첨공 15주년 행사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며 거대한 행사였다. 이런 행사가 과연 거저 이루어졌을까. 아니, 그 뒤에서 부지런히 행사 준비를 한 인첨공의 거주민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연구소와 시설에서 역할을 수행한 수많은 연구원들의 노고도 없다곤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와 같이 좋은 날, 조촐하게 모여 그간의 고생을 서로 풀어보자는 모임의 초대장이 15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각 연구소에 도착했었다.
초대장이 날아간 곳은 각기 다른 대분류의 연구소들이었으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모두 학생 친화적 커리큘럼과 교육을 진행하는 연구소들이었다. 그 중에는 물론 데 마레도 있었고, 그 소장의 지인인 바이오키네시스 연구소에도 보내졌다.
드물게도 아날로그 우편으로 도착한 초대장의 그 내용은 간결하고도 깔끔한 어휘로 모임의 취지와 날짜를 담고 있었다.
초대장의 발신인은 3학구와 2학구 사이 어디쯤 위치한 바이오키네시스 연구소, 영락榮落의 소장, 주 현성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15주년 행사가 개최되는 날, 방문객들 중 유독 거만한 아우라를 두른 중년의 남성이 그의 일행과 함께 인첨공의 지면을 밟았다.
"...여즉 꺼림칙한 곳이군."
첫 마디부터 심상치 않은 말과 함께.
성대한 퍼레이드로 시작되는 첫째 날과 다소 열기가 식었지만 그럼에도 붐비는 둘째 날을 지나 전체적으로 흐름이 느려진 셋째 날.
오늘이었다. 내가 속한 연구소에서 타 연구소 사람들을 초대한 작은 연주회가 열리는 날이.
하-
첫째 날과는 다른 의미로 무거운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겠냐고 물을 때, 안 한다고 할 걸 그랬다. 내가 뭐라고 그런 자리에 서겠다고 해서-
하으아-
한숨이 푹푹 나왔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실비실 일어나 느릿느릿 나갈 준비를 하러 갔다.
깨끗이 씻고, 긴 머리를 가능한 바짝 말리고 움직이기 편한 차림을 하면 외출 준비는 끝이었다. 연주용 드레스나 화장은 홀에 가면 해준댔으니까. 나는 집에서 묵직한 내 첼로 케이스나 들고 가면 그만이었다.
현관에서 운동화에 발을 꿰려다 말고 첫재 날의 흔적이 남은 하늘색 구두를 잠시 바라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구두였지만, 그것마저 잊을 정도의 하루를 보냈더랬지.
저걸 챙겨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관두었다. 이미 옷과 구두 다 준비되어 있을 텐데 괜히 변수를 일으키면 귀찮을 뿐이었다. 그래서 구두를 두고, 투박한 운동화를 신고 손때 묻은 첼로 케이스만 들고서 밖으로 나갔다. 타박이는 걸음 뒤로 철제 문이 묵직하게 닫혔다.
...오늘 연주회가 열리는 홀은 3학구에 있는 곳을 쓴다고 했다. 15주년은 4학구에서 열리지만, 초대한 연구소들이 여러 학구이기도 하고 늘 사람에 치이는 소장들과 연구원들이 오늘 만이라도 조금이나마 한산해진 분위기를 누렸으면 하기 때문이라 했다. 이런 것 보면 영락의 소장님은 학생 만이 아니라 사람 자체에 호의적인 것 같았다.
늘 웃고 있으니 그 속을 알 길은 없지만.
어쨌거나 나는 멀리 4학구에 갈 것도 없이, 3학구의 연주홀을 찾아갔다. 미리 착장이니 화장이니 해야 하니까 조금 일찍 갔는데 오히려 너무 일찍 왔다며 밖으로 내보내졌다. 정확히는 약간 시간이 남으니, 혈색 좀 끌어올릴 겸 산책이나 하고 오라며 나보다 일찍 와 있던 유준에 의해 내보내진 것이었다.
"가서 에이드나 한 잔 사 마시고 와!"
그 말과 함께 카드를 받았으니 어찌 안 갈 수 있겠냐만은.
밖으로 나와 근처를 둘러보았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 싶었는데, 연주홀 바로 앞에 작은 카페가 있었다.
하긴 없는게 이상한가?
이미 몇 손님 지나가는 카페로 들어가 샤인머스켓과 청사과 에이드를 한 잔 주문했다. 계산은 역시 유준의 카드로 하고, 곧 나온 에이드를 들고 다시 나와 느긋히 걸었다. 연주홀 뒤에 장미 정원이 있다고 했으니 거길 걸으며 마시면 딱일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사실, 여름이지만 그렇게 덥지도 않고, 걷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연주회도 사실, 싫지 않았으니까 하겠다고 했고 그러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내 현실을 잠시 망각한 채.
유준이 알려준 대로 연주홀의 뒷편으로 가자 갖가지 붉은색으로 가득 찬 정원이 있었다. 규모는 목화고의 운동장보다 작았지만, 이런 정원은 크기보다 그 구성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곳의 화초 구성은 먼 발치에서 봐도 훌륭했다.
이런 곳을 미리 알아뒀다니, 유준도 가끔은 칭찬할 만한 일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다가갔다. 가면서 한 모금 빨아들인 에이드가 상큼달달해서 마음에 들었다. 끝난 후에 한 잔 더 마셔야지 라고 생각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갈수록 장미 덩굴 울타리 너머로 누군가의 머리가 보였다. 희끗한 남성의 머리, 아, 오늘 연주회에 온 초대객들 중 한 명일까 싶었다.
혹시 안 소장님은 아닐까?
나 답지 않은 기대감에 조금 걸음을 서둘렀다. 타닥 가벼운 발소리를 듣고 그 사람도 천천히 돌아섰다. 내가 가까이 가는 만큼 그 사람도 울타리를 따라 걸어나왔다. 이윽고 서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갔을 때,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 거기에 있던, 그 사람은, 매일 아침마다 거울로 봐야 하는 얼굴과 판박이처럼 닮은 그 얼굴은 꿈에서조차 잊을 수 없는, 차가운 저 검은 눈동자는 나, 나의,
내, 내...
"...어째서 네가 여기 있는 것이냐. 내 오겠단 말은 한 마디 전언도 하지 않았을 텐데."
아주 찰나의 순간, 내가 잘못 본 것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잔혹하게도 그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내던졌다. 꿈이 아니라며 나를 후려쳤다.
그 충격으로 정신이 멍해져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못 하는 나를 보고 그 사람은 혀를 찼다. 한심하다는 그 소리를 선명히 내며 나를 보는 그 시선은 소름 끼칠 정도로 달라진게 없었다.
이미, 12년이나 마주한 적 없는 시선 임에도.
"그래. 이제야 레벨 4인지 뭔지가 되었다지?"
그러나 차가운 시선과 태도에 비해 하는 말은 사뭇 다른 느낌이라 이제 겨우 한 마디 내려던 순간-
"이제서야 쓸모있게 되었다니, 이 바닥이 아니었다면 영 가치가 없었겠군."
내려치기 위해 들었다는 듯 낙차를 더한 말에 다시 말문이 막혔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 사람은 쐐기를 박았다.
"혜령은 날 적부터 영리했다. 그 나이가 되어서야 그 정도 밖에 되지 못 할 것이었다면 진작 죽었어야 했을 것을, 기어코 살아 나를 이딴 곳까지 오게 만드는구나. 자랑으로 여기지 그러냐."
그리고 그 사람은 뚜벅뚜벅 걸어 나를 지나쳤다. 완벽하게 닿지 않을 만큼 떨어져, 걸어가버리는 뒷모습마저 완벽했다. 나는 그 뒷모습에조차 아무 말도 하지 못 했고 들고 있던 에이드를 어느새 떨어뜨린 것조차 유준이 나를 찾으러 나와서야 깨달았다.
"ㅇ...야! 너 여기서 뭐해! 서서 조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연미복 차림의 유준이 내 어깨를 잡아 흔들고 있었다. 내가 정신 차린 듯 하자, 준비할 시간 다 됐다며 가자고 말하는 유준에게 그대로 끌려갔다. 돌아서는 순간, 달그락 하며 발끝에 치인 에이드 잔을 보며 한 모금 밖에 안 마셨는데- 라고 아쉬워한 기억이 남았다.
그 뒤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그저 멍한 채, 헬퍼들의 손길로 인해 치장을 받았다.
촌스러운 옷에서 고급스러운 검은색 오프숄더 드레스로 바뀌고 발에는 투박한 운동화 대신 굽 낮은 구두가 신겨졌다. 머리도 얼굴도, 전문가들의 손길에 의해 완전히 딴 사람마냥 꾸며졌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 되어서 어제 같았으면 사진 몇 장 찍어 보냈겠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앉아있는게 전부였다.
"...기운이 없어 보이네요. 초콜릿이라도 조금 먹어보겠어요?"
그런 내게 코디 한 명이 초콜릿을 주었다. 밀크와 다크가 적절히 섞인 초콜릿 조각을 하나인가 둘인가 집어먹었다. 평소라면 단 맛에 조금 더 먹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 이상 손대지 않았다. 입 안에 넣은 초콜릿이 다 녹자 삼키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토록 진한 초콜릿이었는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대기실에 인형마냥 앉아있다가 내 차례라며 유준이 데리러 왔을 때 삐걱삐걱 일어나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와 그와 그, 그리고 그들이 초대된 3학구의 연주홀은 각자 지정석이 정해진 좌석들과 작은 무대가 전부였다.
그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각자 정해진 자리에 앉아 요구에 맞춰 나오는 커피, 차와 디저트 따위를 즐기며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거나 무대에 오르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거나 그런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은 대부분 영락의 연구소 학생이거나 연구원들이었다.
차례가 되어서 나간 무대는 작았지만 아늑한 분위기를 품은 자리였다. 앞서 연주를 마친 연주자들이 웃으며 인사를 하고 나갈 정도로 이 자리는 분명 심적인 부담이 적은, 유희에 가까운 자리였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 했다. 반주자인 유준과 함께 무대 가운데로 나와 인사를 한 순간, 피아노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놓인 의자에 앉아 첼로를 내 품에 기댄 순간,
그 모든 순간에 시선이 있었다. 시선 뿐일까. 화창한 여름 햇빛 아래 나를 힐난하던 목소리가 다시금 귀에 쟁쟁했다.
- 쓸모없는 것 - 진즉 죽었어야지 - 기어코 살아서
연주를 위해 활을 들어야 하는데, 들을 수 없었다. 작은 홀 안이 점점 그 목소리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다. 사방 어디를 봐도 그 사람의 얼굴만 보였다. 호흡이, 숨이 막혔다. 점점 더 많은 목소리가 들려 끝내 귀에 이명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덜커덩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였는지 첼로가 쓰러지는 소리였는지 혹은 내 몸이 바닥으로 널브러지는 소리였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의식은 거기까지였으니까.
연주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정식 콩쿨이나 대회가 아니니 연주자들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운 연주를 했다. 무대를 오르는 학생들이나 연구원들은 모두 오늘 초대된 이들이 한 명이라도 얼굴을 아는 이들이었다.
그녀 또한 그랬다.
검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한, 천혜우라는 이름의 그녀는 오늘 초대된 이들 중에서도 명성으로 손 꼽히는 데 마레 출신이었다. 또한 그녀의 첼로 실력 역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소문이 자자했으니 그녀의 순서를 기다린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그 순서가 왔으나 누구도 그녀의 연주를 들을 수 없었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첼로를 안고 무대로 나온 그녀는 위태롭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기까지는 했으나 활을 채 들지도 못 하고 전형적인 공황장애 증상을 내비치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가녀린 몸이 맥없이 흔들리더니 차가운 무대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예정에 없던 돌발상황에 갖가지 소리가 터져나왔다. 반주자였던 유준이 달려들듯 그녀를 안아 상태를 살피고 영락의 소장 현성도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개입은 일절 차단하고 그들 자체적인 판단이 끝나자마자 유준이 그녀를 들어올려 무대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사람은 없이, 악기만 남은 무대에서 현성이 마이크를 들었다.
"아, 아, 갑작스러운 상황에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리지요. 아무래도, 저희 학생이 긴장을 과하게 한 모양입니다. 잠시 쉬게 하면 나아질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물론 그 뒤에 다시 부를 것은 아니니 다들 안심하시고, 자, 분위기 환기할 겸, 새로운 차를 한 잔 들이도록 할까요?"
현성이 그렇게 말하며 홀의 입구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차를 서빙할 홀 직원들이 들어왔다. 잠시나마 어수선했던 홀의 내부는 새롭게 내려진 푸르스름한 차 한 잔에 슬그머니 분위기가 바뀌어갔다.
하지만 그렇지 못 한 이들도 있지 않았을까. 그들 중 누군가는 그런 중얼거림을 들었을 지도 않을까.
"...저러고 살아있다니, 정말 한심하군..."
그 말을 한 인물이 방금 쓰러져 실려간 그녀와 소름 끼치게 닮았다는 사실도 누군가는 알지 않았을까.
...이곳에 홀로 던져진 그 날부터 줄곧 그들의 그림자는 나를 쫓아왔다. 나는 계속 그들로부터 도망치며 도망치고 도망쳐서...
- 기어코 살아 나를 이곳에 다시 오게 만드는 구나 - 죽었어야지 - 가치도 없는 것이
결국 그들의 말에, 시선에, 짓눌러 끝나는 것이 나의 오래된-
우웩!
구토와 동시에 잠에서 깼다. 먹은 것도 없어 위액이 대부분인 토사물이 엉망으로 쏟아졌다. 시큼하고 비릿한 냄새에 질식할 것 같아 겨우 눈을 뜨자, 낯익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들락날락 하는, 연구소의 한 사무실이었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상체를 일으키자 남은 토사물이 한차례 더 게워졌다. 예쁘게 치장되었던 드레스도 머리도 얼굴도 전부 엉망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눕혀져 있던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니다, 바닥을 기었던가, 어떻게든 움직여 사무실 주인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책상 가장자리에 기대, 아니 걸쳐서, 질척한 손으로 그 위를 더듬어 아무거나 잡았다.
끝이 뭉툭한 볼펜 하나가 쥐어졌다. 이거면 충분했다.
검은 볼펜으로 팔뚝에 붉고 긴 선을 긋는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고함이 들렸다. 아마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상관 없었다. 부들거리는 내 손에서 볼펜이 뜯기듯 떨어질 때까지 줄곧 내 팔뚝에 박고 있었다. 나를 붙잡으려는 행동을 내치며 발악했다. 내 것이 아닌 듯한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바람을 이용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 물론, 모든 에어로키네시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나처럼 풍압. 즉 바람을 이용하는 이들이 쓰는 방식이지만 말이야."
자신과 그녀는 똑같은 에어로키네시스였으나 자세히 보면 조금 달랐다. 자신은 풍압, 즉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었으나 청윤은 바람을 이용하는 능력은 아니었다. 물론 바람을 태워서 쏘는 거니까 엄청난 속도로 탄알을 날릴 순 있겠으나, 그 풍압을 이용할 수 있냐라고 하면 그건 또 별개였다. 작용-반작용 법칙을 이용하면 뒤로 밀려나는 반동을 이용하는 것이 고작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녀를 내려주며 그는 포스터를 다시 눈으로 확인했다.
자신이 예시로 든 것만이 아니라 정말로 다양한 것이 거기에 있었다. 나름대로 인기시설이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추측되는 풀다이브형 가상현실 체험 기기. 제 2학구의 기술력이 동원되었으며, 아직 보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그는 알고 있었다. 물론 찾아보면 세계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가상현실 기기가 있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멈춰있는 풍경을 구경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건 AI까지 동원된 것인 모양이니까.
"호러 하우스? 좋아. 아. 그런데 무서운 것에 약하고 그러진 않지?"
은우는 그렇게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갑툭튀 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조금 약했다. 그렇다면 이 후배는 어떨지. 자신만만하게 호러 하우스를 이야기했으니 엄청 강한 것이 아닐까. 이거, 의외로 부끄러운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일단 안으로 입장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캡슐 같은 것에 올라타고, 머리에 기기를 쓰게 되었을 것이며, 전혀 위험하지 않은 풀다이브형 가상현실이며,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시에는 그만하겠다고 두 사람이 함께 외치면 중단된다는 설명이 이어졌을 것이다.
"아. 참고로 가상현실 안에서는 능력 사용이 제한됩니다. 그 점 유의해주세요. 그럼 풀다이브 스타트!"
이내 모든 시야가 번쩍이며 바뀌는가 싶더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딘지 모를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폐가 한 가운데였다. 마루는 다 낡아있었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가득했으며 앞으로 갈 수 있는 문이 보였다.
"이런 느낌이로구나. ...신기하네. 전에 프랑스 파리 가상현실 기기를 체험한 적은 있었는데, 그때보다 조금 더 생생해. 뭔가 음침하고... 정말로 리얼리티도가 강해. 묘하네. 이거. 진짜로."
>>0 콰앙! 유성은 테이블을 있는 힘껏 내리쳤고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은 채 앞에 앉아있는 혜성의 얼굴을 노려보듯 바라본다. 동요하나 없이 담담하게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저 얼굴. 그리고 방금 전까지 들은 이야기들. 받아들이기도 전에 분노가 치밀었다.
부모님이 애지중지 아껴가며 키운 동생. 그분들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도 최선을 다해 아꼈다. 테이블을 내리친 유성의 타투로 뒤덮힌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까드득 이빨을 부딪히는 소리가 섬뜩했다. 안그래도 눈매가 더러운 얼굴로 인상을 쓰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이 쑥덕거리는 말소리가 더 늘어났다. "경찰 오겠어." 음료를 마시는 혜성의 말에, 유성은 하! 하고 짜증스레 웃음을 터트리고 주변을 노려봤다.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과 오빠의 태도에 혜성은 지끈지끈 머리가 아픈 느낌이었다.
"너 돌아와. 긴말 할거 없이 당장 집에 들어오고, 그 누구냐 어릴 때부터 니 졸졸 따라다니던 애.." "아지야. 오빠." "어, 걔 부모님한테도 말씀드릴 거니까 집에 갈 준비해."
씩씩거리는 유성을 바라보던 혜성은 피로한 듯 미소를 지었다. 오빠, 하고 여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유성을 부른다. 걱정과 염려가 담긴 농도깊은 애정이 아팠다. 말해야지, 스스로를 달래본다.
"미안해. 오빠." "...무슨.." "미안해."
생각이 엉켜서 유성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조부모가 한번쯤 이야기한 적 있었다. 이름따라 팔자가 바뀐다고. 그때는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유성은 침음하며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동생은 빛나길 바랬다. 혜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떨어지지 않고 빛나길 바랬는데.
"그러니까.."
어깨를 부드럽게 터치하다가 테이블을 두고 오랜만에 안아오는 동생에게서 달짝지근한 포도향과 그 위를 덧씌우는 희미한 머스크향이 느껴진다. 부모님에게도 유성 본인에게도 동생은 아픈 손가락이었고 빛나길 바랬다. 하지만 이름대로 됐다.
>>830 레드윙:우리 바이오키네시스 능력자를 무시하는 이가 있다구요? 레드윙:쓸모없는 이 취급하는 이가 있다구요? 레드윙:쓸모없는 이와 손잡을 필요는 없겠네요. (싱긋) 레드윙:거기에게 조금의 기술이라도 제공하는 이가 있다면 저는 그 어떤 협력도 하지 않을 게요. 아이돌로도 바쁜걸요. (싱긋) 레드윙:의료 기술력? 알게 뭐예요. 우리는 우리들끼리만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갸웃)
따스한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 온기를 삶의 한 활력으로 삼으며 자라난 소년은 다정다감한 온정을 그의 구성요소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이 소년의 눈을 반쯤 멀게 했다. 밝은 빛 속에 있는 것만을 바라보며, 그늘 속을 바라보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소년의 아버지가 그늘 속으로 사라져갔을 때 소년은 슬퍼했다. 온정으로 가득한 심장은 상실한 것에 대한 미련을 끊어내지 못했고, 결국 소년은 자신이 볼 수 없는 그늘 속으로 제 발로 들어와버리고 말았다. 천진난만의 비극이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하고 떠돌았다. 가슴 속에 남아있는 온기가 빠져나갈라 단단히 걸어잠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따뜻했던 그 시절에 스스로를 비끄러매어놓고서는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지점을 찾아헤맸다. 누군가 같이 갔으면 했다. 그러나 혹시 자신을 알아봐줄 이가 있을까 걸어잠군 틈 사이로 조금씩 내비치는 온기에도 그와 그렇게 오래 함께 걷고 싶어하는 이는 없었다. 소년에게는 그것 말고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기도 그가 스스로에 갇혀 외떨어져 있을 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인첨공의 여느 열등생들처럼 그림자에 잠겨 소모될 운명을 하루하루 미루어 주는 꺼져가는 불길이었을 뿐이다.
그때 이 작은 소년 옆에 앉아서, 소년의 가슴팍에 잠겨 있던 빗장을 밀어젖힌 게 너였다. 네가 처음으로 거기에 손을 대었고, 소년과 함께 걸어가기를 청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서 풀려난 그것은 별과 달을 위한 작고 따듯한 등불이 되었다. 그리고 네게는 독이 되었다. 해독제 없을 독. 그 독 스스로만이 해독제가 될 독.
그것이, 분명 네 말투에서 성운 역시도 네가 지금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은 느꼈는데─ 그것, 애정어린 놀림이 아니었던가. 놀림과 애정 사이에서 애정을 더 많이 느낀 게다. 옷차림으로 툴툴대는 것이 한 마디에서 끝난 것도 그래서였다. 그래서 소년은 성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도 얼굴에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와 버리는걸. 그래서 네가 굳이 그 말을 하지 않더라도, 차마 그 말을 입에 올리지 못하더라도 괜찮았다. 욕심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코 조급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같이 있는 것.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월면 체험 부스에 갔다가, 사격장 갔다가, 밥 먹고 마저 놀다가 퍼레이드 보고 관람차 타면 되겠다.”
우선 오전 일정과 대략적인 일정 개괄을 잡은 성운은, 혜우의 손을 부드럽게 꼭 잡고 나란히 월면 체험 부스로 향했다.
월면 체험 부스는 꽤 거대한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입장 대기열이 좀 있는 편이었으나 한번에 들여보내는 인원이 많은지 줄이 금방금방 줄어들었다. 너와 성운의 차례는 금방 돌아왔다. 짤깍짤깍 하고 계수기를 손에 쥐고 누르는 직원이, 계수기를 빠르게 따닥 두 번 누르며 좋은 시간 되세요, 하고 윙크를 보냈다.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캡슐로 안내받았고, 딥다이브 동안에는 능력의 사용이 불가능하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딥다이브 중에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안전 단어를 두 사람이 같이 외치라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캡슐 안에 들어가서 헤드셋을 쓰고, 캡슐이 닫히고 나면─
눈 한 번 깜빡하는가 싶더니, 두 사람은 달 표면에 도착해 있었다.
회색의 지표면과, 하얗게 빛나는 크레이터들, 사구 사이로 구축되어 있는 하얀색의 달 기지들. 그리고 지평선 너머로 내어다보이는, 방금 전까지도 너와 그가 있었던 창백한 푸른 구슬. 인첨공의 기술력으로 개발될 달의 미래를 구현해놓은 듯했다. 어디까지나 가상현실 투어였기에 풍경의 구현에만 주력하고 우주 방사선이나 태양열, 공기 문제 같은 환경상의 위험은 구현해놓지 않은 모양이다. 두 사람이 딱히 우주복 차림이 아니라 아까까지만 해도 인첨공을 거닐던 그 차림 그대로였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호흡의 문제 같은 것은 없었으니.
“우와, 이거 정말 진짜 같아─!”
그러나 6분의 1로 줄어든 중력은 제대로 구현해놨다. 성운은 까르르 웃으며, 가볍게 톡 뛰어올라 재주를 넘었다.
>>863 동월 : 그거 너였냐!!!!!!!!!!! 음, 같이 가는것도 좋은데 말이죠.. 동월이가 폐공장 괴이 감 -> 수색 끝내고 탈출 -> 성운이네 폐공장으로 나와버림 -> 동월:??님 왜 여깄음? 하면서 성운이가 처음으로 폐공장 괴이를 알아차리는 계기가 되는것도 어떤가... 라는 생각도 해봤네요 🤔 그다음에 이제 같이 괴이잡으러 출발하는거지!
이를테면 언제나와 다를바 없이 저지먼트 부실에서 모두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모카고 학교 전체가 괴이에 흽싸이게 되고 저지먼트 부원들 중 동월이만 어떻게든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다른 부원들은 모두 행방불명 상태가 되고 부원들을 구하기 위해 동월이가 나선다! 라는 액션게임이라던가.
그런데 이제 보스들이 모두 괴이와 합쳐져서 괴이화 되어버린 저지먼트 부원인 거예요. (절대 안됨)
디스트로이어:뭐? 그 애송이가 행방불명?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아? 디스트로이어:핫. 근성없는 놈 같으니. 힘들다고 인첨공에서 도망칠 정도의 녀석이었나? 디스트로이어:어쩔 수 없지. 헌터 출동이다. 디스트로이어:일단 인첨공을 샅샅히 뒤져서 그놈을 찾는다. 그리고 없으면 밖으로 나가서 찾는다. 디스트로이어:아무튼 산 채로 데리고 와. 근성 교육을 다시 해주마.
아무리 적의가 없다곤 해도 인사치레 치곤 다소 과격한 행동이었던만큼, 당신의 경계도는 바짝 치솟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저렇게 위압적으로 하는 백허그가 정상으로 보일 리는 없겠지.
"머... 틀린 말은 아니니까여."
언니라는 말이 의아했는지 조금은 공격성이 풀린듯한(하지만 여전히 경계중인) 당신의 반응에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가요~? 저희 사이라던가... 연구소에선 흔한 일인데도요¿] "......"
불청객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그녀는 잠깐 검게 말려들어간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당장 당신도 옆에 있고 하니 가라앉은 분위기를 구태여 만들려 하진 않았다.
"...그... 전에두 얘기했지만, 즈도 일단은 여자애니까여? 게다가 뒤에서면 몰라두 앞에서 안고 있음 숨막힘다~"
당연하겠지만... 그녀의 비주얼을 생각하면 그럴만도 했다. 정작 본인 역시 당신이 심리적 위기에 처했을때 반대로 행동했으면서도, 좌우간 한발자국 정도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가까이 붙어있었기 때문인지 누가 봐도 '보호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졌기에 미묘하게 입술이 뒤틀리는 것은 불청객쪽도 마찬가지였다.
"미안하믄 샌드위치 다섯개랬어여."
방금 전처럼 뚱한 표정이었지만, 이번엔 옅은미소도 같이 섞여있었을까? 멋쩍은 반응과 함께 머리를 긁적이던 당신이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고선 아는 사이냐고 물어오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불청객쪽도 당신을 향해 친근하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저는 Y1이고, 언니가 R0니까요♡ 아는 사이는 당연하지 않을까요? 아, 맞다... 이런 사적인 공간에선 식별명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야 했던가요?] "...유하나양임다. 커리큘럼이나 훈련 같은거 하다보면 자주 마주치기도 하니까여. 그리고..."
유하나라고 불리는 불청객은 그녀의 한쪽 팔을 끌어안고선 묘한 시선을 보냈고, 그것은 그녀 나름대로도 당신을 경계하는 느낌이었다.
[어디 연구소에서뿐만이겠나요~¿] "그쪽도 너무 가깝슴다. ...아무튼, 그리고... 감시관 역할도 하고 있슴다."
연구소 라는건 커리큘럼을 담당하는 곳을 말하는건가? 둘의 사이라는건 뭐지? 알 수 없는 정보들이 튀어나온다. 과연, 애린과 가까운 사이라는 걸까.
" 네가 그걸 얘기하는거야? " " 그러는 너도 그때 있는 힘껏 끌어안았잖아. "
피식 웃으며, 저번에 함께 '스튜디오' 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다사다난하긴 했지만, 어쨌든 결국엔 목숨을 구해지기도 했으니. '병원' 을 잠시 지난건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지만... 그래도 애린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그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진정시켜주었으니까. 그나저나 불청객이 어딘가 불편해보이는건... 기분탓일까?
" 하, 그래. 열 개라도 사주마. "
미안하면 샌드위치 다섯 개라는 말에, 푸스스 웃으며 손을 들어 애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일단 아는사이인건 확실해 보이는데... 불청객이 손을 흔드는 것을 딱하 곱지는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또다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 잠깐... 뭐? Y1? R0? 식별명?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
하나같이 처음 듣는 용어들이었다. 정리하자면, 자신을 소개한 유하나는 Y1, 자신의 곁에 있는 류애린은 R0이라는 식별명으로 불린다는 것인가?
" ..... "
잠시 홀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동월은, 묘한 시선을 보내오는 불청객과 잠시 시선을 맞추다가, 애린의 눈으로 자신의 시선을 옮겼을테다.
" ....짧은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은 안들지만... "
흐릿했던 시선은 어느덧 또렷해져, 그 하얀 시선으로 애린을 마주한다.
" 설명을... 부탁하고 싶은데. "
하지만 대답을 할지 말지는 너의 선택이라고 말하듯이, 불청객을 상대하느라 잠시 놓았던 손을 다시 붙들려 할 것이다. 시선은 그대로 고정한 채로.
단 한번도 이런 고백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연애보다 다른데 눈 돌리는 게 먼저였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후배의 모습에 혜성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미안하고, 고맙고.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후배의 눈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서 도륵 눈을 굴린다. 자신의 말이 얼마나 몹쓸 짓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사람을 일단은, 하는 마음으로 붙잡아놓는 게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경험으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응, 나도 잘부탁해."
속삭이는 목소리에 혜성은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을 보며 말하는 저 말에 자신은 몇번이나 마주 대답해줄 수 있을까. 자신의 손을 잡은 후배의 손을 마주 잡으며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 질끈 눈을 감았다. 지금은 이걸로 됐다. 일단은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니 이걸로 됐어. 맞대어진 이마를 맞대고 있으니 머리카락과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잡은 손에서는 땀이 배고 여름의 날씨는 더웠다.
"그럼 이제 퍼레이드 보러 갈까, 기껏 불렛이 티켓도 줬는데."
그런 뒤에 관람차를 타고 마주 앉아서 이야기하자. 천천히 속삭이듯 말하고 혜성은 감았던 눈을 뜨고 후배를 마주했다. 최선을 다해 좋아하도록 노력해볼테니 후배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다.
/막레로 해도 되고 더 이어도되고 막레를 따로 줘도 된다 금주 편하게 주고 다시 내새꾸 잘부탁해
주의: 노골적인 악성 댓글 묘사, 괴롭힘 성공적인 데뷔 활동을 시작으로 온더로드는 본격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전국이 그들을 주목했다. 가게마다 온더로드의 노래가 나오고 영화 시작 전 대형 스크린에 흐르는 광고에서는 멤버들의 얼굴이 나왔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번화가의 광고판에는 리라의 얼굴이 걸렸고, 텔레비전을 돌리면 그들의 얼굴이, 그중에서도 리라의 얼굴이 가장 많이 나왔다. 화려한 시절이었다.
프로젝트 그룹의 장점은 데뷔 후 컨셉과 발표곡들이 전부 정해져 있다는 거다. 활동 부진으로 2집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꿔 보고 묻힐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사실 이 정도로 성공한 시점에서 활동 부진을 걱정할 필요조차 없긴 했지만, 다양한 나이대가 포진해 있는 그룹인 만큼 연습생 기간이 길었던 멤버들은 꽤 깐깐하게 이것저것을 따지기 시작했다. 리라는 그런 언니들에게서 빈틈없는 시간관리와 강박적 스케줄 설정을 배웠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어릴 적부터 해왔던 일에 타이머 하나를 더 달았을 뿐이니까.
그 뒤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여름을 맞아 정규 1집으로 컴백한 온더로드는 날개 단 새처럼 푸르른 여름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케이팝 역사 상 전례없는 초동 판매량에 회사는 웃었고 멤버들은 기뻐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주어지는 복지는 더 좋아졌다. 좋은 재료로 채워진 냉장고, 더 섬세한 체력 관리 프로그램, 영양 관리, 높은 가격의 샵... 그리고 더 좋은 숙소.
변한 게 있다면 반대로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리라는 여전히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어린애 치고 지대한 관심이 연일 이어졌다. 그건 찬양과 동시에 의문을 낳기 충분했다. 저 애가 뭔데 이렇게까지 세상이 열광하는가, 저 애가 뭐길래 어린 나이에 화려한 것들을 두르고 호화로운 대접을 받는가. 저 애가 뭐라고, 라는 의문은 저 애가 어떻게, 로 변한다. '어떻게' 가 궁금해진 사람들은 갖은 추측을 내놓았고 그건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텍스트로서 온라인에 범람했다. 개중에는 15살짜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추문도 다수 있었고, 그중에 무엇도 진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몇몇 이야기는 사실이나 다름없게 된다.
—저 브랜드 이미지랑 너무 안 맞지 않아? 회사에서 돈으로 찔렀나? —다른 멤버들 자연스럽게 들러리로 만들어 버리네 —어릴 때부터 방송계 있던 애들 특: 싸가지 없음 —예쁘면 된 거 아니냐? 인간들 바라는 거 개많아 —나 방송국 갔다가 봤는데 부모가 진짜 극성이더라 회사까지 따라와서 챙기는 거 처음 봄; —지나가던 플랫폼인데요 이 영상 댓글 왜 이렇게 더럽나요... 신고합니다 —딴 건 몰라도 아이돌 할 거면 인성에는 더 신경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공항 갔는데 눈 한번도 안 마주쳐 주고 팬들 선물도 거의 다 무시하더라고요. 인기는 한철인데... 겸손한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 제트*인데 얘 인준이한테 너무 대놓고 치댐 우리 애들도 중요한 시기인데 자제 좀 했으면
역사적으로 말의 힘은 강력하다. 한 명이 말하면 헛소리로 치부될 것도 다섯 명이 말하면 어쩔 수 없이 한번 더 귀 기울이게 되고, 열 명 백 명이 동시에 같은 말을 하면 그건 아무리 허무맹랑해도 힘을 가진다.
—온더로드 이리라 충격 스캔들 ㄴ?? ㄴ스캔들? 연애해? ㄴ그래서 충격 스캔들이 뭔데 ㄴ어그로ㄴㄴ ㄴ[글쓴이] 사내연애 ㄴ그룹 내에서 사귄다고? ㄴ이건 또 뭐야;; 딴 데 가서 하세요 ㄴ그래서 뭐냐고? 던져놓으면 끝임? 사람을 화나게 하는 첫번째 방법은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ㄴ[글쓴이] (양복을 입은 성인 남자와 리라가 손 잡고 있는 사진 이미지) ㄴ?? ㄴ???? ㄴ착장 보니까 E페스타 때인데 ㄴ남자 쟤네 대표잖아 ㄴ아니 사진 하나 가지고 무슨... 억까 자제좀 ㄴ어그로ㄴㄴ ㄴ[글쓴이] 회사 안에서 소문 다 남 ㄴ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ㄴ[글쓴이] (삭제된 이미지) ㄴ엥???????? ㄴ??????? ㄴ미쳤나ㅋㅋㅋ 너 안짤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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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는 열리지 않는 링크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숙소 냉장고에서 미리 불려놓은 오트밀을 꺼냈다. 오늘도 스케줄이 잔뜩이다. 근거없는 소문들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 그게 아무리 거슬려도 눈 감는 게 버릇 되어야 한다. 얼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씹어대는 소리에 반응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속이 울렁거리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유리병에 담긴 오트밀을 그저 노려보다가 겨우 한 술 떠 본다. 어쨌든 움직이려면 먹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열량 정도는 챙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욱! 이게 뭐."
그러나 겨우 떠 넣은 것마저도 끔찍하게 역한 맛이 나서 도로 뱉고 만다. 리라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오트밀을 바라본다. 역하고 익숙한 향. 텁텁한 시트러스 분말의 맛.
"무슨 일이야?" "...지호 언니, 약 아직 안 버렸어요?" "어? 아니? 네가 매니저님한테 말하는 바람에 멤버들 다 보는 앞에서 버렸잖아."
거짓말.
"제 컵 건드렸어요?" "뭐? 무슨 소리야? 내가 네 컵을 왜 건드려." "언니가 먹는 약 맛이 나서." ".....너 피곤하니?"
정말 모르겠다는 듯 팔자로 내려간 눈썹, 의아하다는 듯 기울어지는 고개를 보고 있자니 의심 또한 손쉽게 희석되고 만다. 리라는 오트밀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전부 버리고 자리를 떴다.
그게 제대로 된 대화의 마지막이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 더 나은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