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탁탁 치면서 불만 표현을 하고 있지만, 레이니도 진작 알고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필살 귀여운 척도 다이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렇다면 앞으로 이 우마무스메가 해야 할 일은 뭘까. 그것은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베에.”
다이고에게 메롱을 해보인 레이니는, 캔맥주를 꽉 쥐고 몸을 돌려 료칸의 복도 끝까지 달려갔다! 뭐, 료칸 내부이니만큼 그다지 길지도 않은 거리라서, 히또미미의 스피드로도 금방 달려올 수 있지만. 어쨌든, 약간의 틈만 있으면 되는 법 아닌가. 레이니는 잠깐의 승리를 만끽하며 캔을 땄다! 재빠르게 입구에 입을 대, 다이고가 오기 전에 흘러내려는 거품과 함께 맥주를 꿀꺽하고 단 번에 다 마신 그녀는... 그녀는... ...
말 안 듣는 아이를 어르듯(?) 손을 다시 한 번 내밀어 본다. 여전히 불만스럽다는 듯한 표정과, 꼬리의 움직임을 보면 전혀 주고 싶지 않아하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술은 아직 안 돼! 그러나 다이고는 간과하고 있었다... 학생과 트레이너이기 이전, 히또미미와 우마무스메였다는 것을...
"어라, 잠깐만 레이니!"
메롱을 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료칸의 복도를 재빠르게 달려가는 레이니를 보며 조금 당황한 다이고는 급하게 레이니를 뒤쫓았다. 복도가 영원히 이어지는 게 아닌지라 따라잡을 수는 있었지만... 레이니가 맥주를 마시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이미 늦은 상황, 맛없다고 외친 레이니가 입가를 쓱쓱 닦는 걸 뒤늦게 도착해 쳐다보던 다이고는 맥주캔을 잡아채려고 했다.
"뭐 하는 거야 이게... 이걸 한번에 다 마셨어?!"
그러다가 이미 텅 비어버린 맥주캔을 보고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레이니를 쳐다보다가, 눈썹이 치켜올라가는가 싶더니 손을 뻗어 레이니의 뺨을 꼬집는 것이다.
네가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런 너를 가만히 바라보다, 네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지.
"정말? 헤헤, 고마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텅 빈 레이스장을 채운다. 아아, 그렇구나.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이란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거였어. 나냐와도, 마사바와도, 메이사와도, 사미다레와도, 원더와도, 레이니와도... 응. 그래.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거였어. 정말로 채우고 싶었던건, 가슴에 뚫려버린 이 구멍이었구나.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그 행복을 돌려주는게...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거였구나. 느릿하게 웃으면서, 네가 작게 탄성을 내는것을 가만히 보다가. 네가 나를 다시금 꼭 끌어안았다가 놓아주자.
"고마워... 마미도, 응.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도 공범이 된다는 말에 가벼이 키득거렸지. 네 진지하다는 표정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웃겨서.
"뭐어, 경찰 한 두명 정도는 우마무스메가 셋인데 해치울수 있지 않겠어?"
괜히 무시무시한 어투로 얍 하고, 팔에서 뽈록 튀어나오는 알통을 자랑하듯 네게 보여주었다. 그렇게 서로 잠시 웃다가.
"글쎄에... 으음, 나냐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결혼이란것도 이게 처음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하나도 모르겠네. 뭐어... 트레이너 하고 싶기도 하지만. 응. 재밌을 것 같아서."
"도쿄로 가게 된다면 아마 그곳에서 같이 트레이너를 하지 않을까. 츠나지에 남는다면 밥집을 하면서 기다리는것도 좋겠네."
"뭐어, 이래저래 고민이야... 그야, 부모님을 제외하면 누구랑 같이 살아본 적도 없고... 우우웃. 이게 매리지 블루...?(아닙니다)"
이제 클래식 시즌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구로 기념도 무사히 마무리됐고, 며칠의 짧은 휴일도 주어졌으니. 운 좋게 얻어두었던 온천여행권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모처럼 생긴,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니까.
이곳은 츠나지 바깥, 특별히 호화롭지도 허름하지도 않은 그럭저럭의 료칸. 단 둘이서만 오는 여행에 들뜬 것도 잠시, 다른 아이들과 트레이너들도 같은 료칸을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아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아무튼 코우는 마련된 노천탕에서 간단하게 온천욕을 마친 뒤, 료칸에서 빌려주는 유카타로 갈아입고 나와 라운지를 서성인다. 각자 온천을 즐기고 나와서, 같이 여기저기 둘러보기로 했던 참이라.
>>381 레 이니 쭈.............. 나 너무슬 퍼... 대체 왜 못 쉬는거 야....(훌 쩍)
>>383 (낼룸낼룸낼룸) 히히 마키나쭈 굿모닝 굿모닝인wwwwwwww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인wwwwwwwww 마자요 마키나쭈~~~ 혹시 갠찬으시면 제가 마키나쭈의 첫 일상을 가져가 도 될 가요??? 좀더 빨리 챙겨드렸어야하 는데.... 제가 시간대도 새벽에 오고 요새 좀 많이 아팠다보니 🥺🥺🥺 마키나쭈랑 만이 놀 지못해서 아 쉽 던....
다이고의 표정을 변화를 바라보며 흠칫하다가, 이내 뺨이 꼬집히자 끼이잉... 하고 우마무스메가 아니라 주인한테 혼나는 개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레이니. 볼이 약간 당겨진 덕분이 조금 세는 발음으로 변명 아닌 변명을 시작한다.
“마히슬 줄 알았단 마리야...”
아무렴. 미성년자에게 술은 로망인 법이죠. 우마무스메의 나이는 비밀이지만...!
“화나써...? 미앙, 다이고...”
뒤늦게 눈치를 봐요 우마무스메.
“그히만... 궁금해서...”
뭔가 그럴듯한 변명을 해야 화가 풀릴텐데. 레이니는 올망올망한 눈으로 다이고를 올려다보지만, 온천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가 오른 그대로인 몸과 알코올의 시너지는 안 좋은 쪽으로 환상적이지 않은가. 고작 그거 하나 마셨다고 머리는 안 돌아가기 시작하고, 시야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벌써 내일이 크리스마스인가. 새해를 맞아, 신사에 갔던게 바로 며칠 전의 일인것 같은데.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건지. 검은색 구두에, 따듯한 블랙 진, 검은색 스웨터에 그 위로 걸친 검은색 오버핏 롱 코트. 포인트로 붉고 큰 목도리를 가벼이 두르고, 백화점이 있는 시내의 거리로 나섰다. 케이크를 좀 미리 사둘까 하는, 가벼우면서도 좀 들뜬 생각이었지. 결혼하기로 한 뒤로는 또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니까. 무슨 이벤트라도 해 주는게 좋으려나. 나냐 성격 상 이래저래 번잡하거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뭘 해줘야 좋아할까. 아, 그래. 치킨도 좀 사가야겠다. 아니면 직접 만들어줄까? 좀 고급스럽게 닭회나, 방어회 같은걸 해서 먹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기왕 만들거면 케이크도 전부 처음부터 만들어볼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뭐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러면 여기서는 케이크 만들 재료 정도만 사가야겠다. 으음, 닭이나 방어같은건 아는 아저씨들한테 연락하면 될 테고.. 아아, 그래. 우리 집에서 느긋하게 영화라도 볼까. 맛있는 것도 먹고, 느긋하게 영화도 보면서... 응,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면, 분명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될것같네. 내일은 두분 다 바빠서 집도 비니까, 초대하는데에도 부담 없고. 아니면 나냐네로 가는것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백화점 앞이었지. 뭐어, 시간은 잔뜩 있으니까, 커피라도 한잔 마시면서 조금 더 생각해보는게 좋을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사람이 가장 많을 이 시기에... 크리스마스 이브, 해가 쨍쨍하게 뜬 이 오후에 휴점이냐구..."
뉴우웃 🥺🥺 너무해...
커피나 한잔 하면서 크리스마스 계획도 세우고, 아저씨들한테 연락해서 재료도 구할 나의 완벽한 계획이이이잇.... 그대로 카페로 들어가는 문을 잡고는,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지...
아픈 기억을 콕콕 찔러오는 모모카의 예리한 질문에,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커피를 마시며 대강 답했다.
"몰라~ 봄인지 여름인지도 기얽흪픍―?!"
혼? 활? 결혼? 에? 결혼식?
쿨럭쿨럭흐억컭어헑!!! 사레들린 목은 계속 기침을 해대지만 시선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그리고 약간의 배신감어린 눈빛 그대로 모모카를 향하고 있었다... 뭐, 뭔데 저 우쭐한 표정. 아니근데 이게 맞냐. 학생이 스승보다 결혼을 일찍하는 게 말이 되냐고. 졸업도 안 한 나이에 결혼을? 이...이게 맞음?!??
머릿속의 상식과 내 주변의 고딩부부였던 사람(누나...)과 아니 그래도 행복해라..사랑이라는 게 뭐길래 그런 마음이 뒤죽박죽 온통 뒤섞이는 가운데, 나는 휴지로 옷과 입을 닦아내며,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그래, 내가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한 시기심...
야나기하라에 이어 모모카마저 혼활에 성공하다니 진짜 너희들 실망이다. 츠나센 우리 결혼따위 생각지 않고 두고두고 다같이 왁자지껄 놀기로 하지 않았냐. 아니 그보다 난혼활을위해노력했는데순애하는녀석이더일찍결혼하다니불공평해―!!!!!!!!!!!!!!!!
>>393 볼을 잡아당기자 끼잉거리던 레이니가 맛있을 줄 알았다면서 변명을 하자 다시 한 번 텅 빈 맥주캔을 쳐다본다. 맛있는 음료수라도 이렇게 한번에 전부 마시지는 않지 않나...?
"그래도 그렇지, 한번에 다 마시면 어떡해."
술을 좀 마신다는 사람들도 한번에 쭉쭉 마셨다가는 필름이 끊기는 게 다반사인데, 알코올 농도가 낮은 편인 맥주라고 해도 마시는 양을 생각하면... 이걸 어째야 하나, 이미 마셔버린 걸 다시 뱉을 수는 없으니... 그런 생각을 하던 다이고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이니의 물기 어린 눈동자와 잘못했다면서 새는 발음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곤 한숨을 내쉬며 레이니의 볼을 꼬집는 걸 멈췄다.
"알았으면 됐어... 그보다 어지럽진 않아?"
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처음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느긋하게 한잔 두잔 마신 것도 아니고 한꺼번에 한 캔을 들이켰으니. 걱정이 되는지 눈썹에 들어갔던 힘을 풀고 레이니의 얼굴을 살펴보는 다이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