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몰아친 추위로 츠나지의 나무에 붙어 있던 마른 잎들이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겨울을 착실히 준비하는 거리에는 벌써부터 털옷과 풀빵이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18), 산마캔(11/25)
【츠나페스】 11/13 ~ 11/24 (situplay>1597006077>1-2)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츠나센의 온갖 진기명기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문화제!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문화 경연의 장이지만, 사실은 동아리끼리 목숨을 걸고 살벌한 경쟁을 펼치는 전쟁터이기도 하죠... ▶ 미스 츠나센 &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 선발대회: 11/18 ~ 11/19 【링크】
>>259 첫번째 찰칵, 두 번째 찰칵, 세 번째 찰칵까지는 특별히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난 듯이 밝은 표정으로 찍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찰칵에서는 잔뜩 뺨이 상기된 채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찍혀 있었을 것이다.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 인생 네컷 부스를 누가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지금 학생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대놓고 뺨에 입을 맞췄다 이말이다!!!!!
"..........으으, 이제 저는 모른답니다...... "
완성된 사진을 보고 만족해하는 코우와 달리, 미즈호 쪽은 어쩔 줄 모른다는 듯 양 뺨을 감싸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난 몰라, 이젠 정말 몰라. 이젠 학교에 제대로 공인되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아이들 앞에서 뺨에 입을 맞춰버리다니, 이건, 이건...!
생각만 하며, 불편한 감정으로 이적신청서 이야기를 흘려버렸다. 물론 아직도 간직이야 하고 있다. 그날 입었던 외투 안주머니에 반 접힌 그대로 제대로 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이따금 자각할 때마다, 주머니에서 꺼내서 처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서늘함이 있어서, 그냥 무시하고 도망치고만 있었다.
그보다 이적신청서를 받아가던 건 꽤 된 이야기지. 이틀 정도는 그랬던 거로 알고 있다. 그때마다 울었다고 생각하니, 나한테 새삼스럽게 실망하게 되는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맨날 널 실망시키고 마음 졸이게 만드는 내가 걱정거리를 하나 더 얹어도 될까.
빈백에서 나를 돌아보는 네 얼굴을 보자마자 애써 묻어뒀던 죄책감과 함께 떠오른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무릎을 치료하고 다시 악화시키는 짓거리만 할 수도 없다. 너랑은 멀쩡히 걸으면서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으니까. 그리고 또 내 멋대로 어느순간 통보하듯이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슬쩍 눈을 피했다가, 다시 올려다보고. 침을 한 번 삼키고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봐, 메이사."
"나... 무릎이 좀 아파."
"아까 일 때문에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이건... 진짜 한참 전부터 아프던 거고. 그동안 무리를 하니까 대미지가 누적되다가... 알지, 야나기하라랑 싸우던 거. 그거 때문에 터진 거에 가깝고. 잠깐 목발을 짚으면서 그... 무릎이 쉴 시간을 주면 조금 나아질 거래. 앞으로도 종종 짚을 수는 있겠지만 그냥 심각한 일은 아니고. 응?"
내 마음 깊은 곳 열패감에 대한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절제해내고, 아프단 사실만을 말하는데도 어쩐지 눈치를 보게 된다.
난 사실 친구가 쓸모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내 오랜 꼬인 성격에서 기인하는데, 내가 달리기에만 전념할 시간에 가라오케를 간다 어디의 여자아이들이랑 미팅을 한다 이러면서 요란을 떠는 육상부 녀석들이 한심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내심 부러운 마음을 감추고 싶어서 괜히 더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낄 수 없는 다른 사회라는 건 슬프니까. 나는 집안의 유일한 자랑거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었으니까.
그러니까, 날 놀이에 끼워주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 된다. 때론 마음에 안 들어서 싸우고 나갈 수도 있겠으나, 다시 들어오겠다 하면 나도 기꺼이 넣어주고 그들도 기꺼이 받아줄 수 있다는 게 내 친구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절교를 애초에 염두에 두는 사람이 아니다. 화해도 나에겐 필요없다. 어쨌든 다가오면, 난 받아줄 거니까. 그게 내 호의니까. 난 친구가 필요하니까. 화해는 네가 필요해 보이기에 어설프게 갖춘 구색일 뿐이다.
용서도 그렇다. 내가 뭐씩이나 된다고 누굴 용서하나. 그리고 누가 합의로 소년원을 겨우 피한 나를 용서하겠나. 그런 건 내 인생에 없었다. 하지만 네가 필요로 하니까, 구색을 맞춰보기로 한다.
모모카는 참 복잡다단한 사람이다. 내 인생에 전혀 필요없던 것들을 당연스레 요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며 들이미는 듯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난 친구가 필요한 사람이고 친구가 되길 원하는 사람이 그걸 바란다면 애써 노력해보는 수밖에.
"불쌍하라고 한 이야기는 아냐.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란 것 뿐이야." "화해할 친구도 없고, 화해하는 법도 모르고, 화해할 수도 없던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고."
"그런 내가 처음으로 해보려는 화해야."
"넌 마사바나 데이즈같은 친구들한테서 은혜를 입었다고 했지." "그걸 네가 베풀어볼 수는 없는 거야?" "내가 내미는 손을 잡아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일 뿐이야."
농담 치고는 너무 센데요 스트라토양. 뭐, 3학년때도, 졸업을 하고 나서도, 아무 탈 없이 지금의 인연을 이어나가, 결혼식을 올리는 상상 같은걸,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농담 치고는(이하생략)
“진지하게 말해보자면, 글쎄요.”
손님이 없을 때는 키싯 키시싯하며 웃다가도, 손님이 오면 완벽한 집사 노릇을 하는 마사바 양와는 카라스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1착을 결코 내어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대화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트리플 반다나의 영광을 얻을 기회다. 그것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퍼펙트 양은, 므두셀라의 부실에서, 모두를 부숴서라도 1착을 하겠다는, 강렬한 포부를 나타냈다. 카라스미 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을 마구로 기념에서는, 출주하는 모두가, 1착을 원할 것이다. 중앙을 보고 새 목표가 생긴 메이사도, 트레이너를 꿈꾸는 언그레이 양도, 그리고... 츠나센의 모두를 떠올려본다.
“없어요. 계획 같은건.”
...아니지, 레이니・왈츠는, 마구로 기념에서 1착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시 중앙에 돌아가 달릴 생각 따윈,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까.
“마구로 기념에서 최선을 짜내 달린다고 해도, 1착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도 없고요. 착외나 하지 않으면 기적이겠죠.” “마구로 기념이 끝난 다음에야, 무언가 계획이라는게 생기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에요. 지금은.”
그래도 단 한 가지, 원하는게 있다면,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건 소원 하나 뿐이라고 해야하나. 꿈이라고 해야하나. 곧 나갈 카라스미 컵에서, 기적처럼, 1착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