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몰아친 추위로 츠나지의 나무에 붙어 있던 마른 잎들이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겨울을 착실히 준비하는 거리에는 벌써부터 털옷과 풀빵이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18), 산마캔(11/25)
【츠나페스】 11/13 ~ 11/24 (situplay>1597006077>1-2)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츠나센의 온갖 진기명기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문화제!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문화 경연의 장이지만, 사실은 동아리끼리 목숨을 걸고 살벌한 경쟁을 펼치는 전쟁터이기도 하죠... ▶ 미스 츠나센 &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 선발대회: 11/18 ~ 11/19 【링크】
춥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선선한 날씨라기보다는 쌀쌀한 날씨에 가까웠다. 감기가 거의 다 나았지만, 아직은 몸 관리를 해야 했다. 문득 떠오르는, 나냐와의 문화제 구경의 추억. 응, 화해해서 정말 다행이야. 느릿하게 웃으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검은색 바탕에, 가슴부터 배까지. 등과 양 팔에 황금빛 용이 그려져있는, 두툼하고 부드러운 스카쟌. 흰색, 타이트한 터틀넥 스웨터에, 짙은 데님 청바지, 검은색 스니커즈. 푹 눌러 쓴 검은색, 팔각모 스타일의 볼캡 모자까지. 그렇다고 기분이 안 좋은건 아니었다. 어쩐지 이런 기분이었을 뿐. 익숙한듯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간판조차 걸려있지 않은 대신, 홍등 몇개가 고즈녁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인. 그리고 살짝 열려있는 나무 미닫이 문 사이로 새어나오는 맛있는 냄새를 머금은 새하얀 연기. 좋아하는 가게였다. 내게는 밥집이었고, 아저씨들에게는 한잔하기 좋은 장소였으며, 자칭 식도락 미식가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가게였고, 젊은 커플들에게는 숨겨진 맛집이었다. 나는 이런 장소가 좋았다. 어쩐지 오늘은 혼자 있고 싶은 기분이기도 했고. 특히나, 축하 기념 겸, 맛있는걸 먹고 원기를 회복하기에는 이만한 가게가 없었다.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올때마다 앉아서, 고구마 소주에 생선구이를 먹는 아저씨. 언제나 밥도 술도 잔뜩 먹고있는 단신의 성인 우마무스메. 책을 읽으며 느긋하게 국수를 먹는 우마무스메까지. 안쪽 자리에 앉아서는 스키야키와 방어구이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고, 나는 스키야키의 고기를 한 점 집어, 계란에 찍은 뒤 밥 위에 올려놓고는 따스함을 즐기며 천천히 씹어먹기 시작했다. 익숙하게 혀 위에서 춤추듯 퍼지는 단맛과, 약간의 짠맛. 기분좋게 풍기는 감칠맛과 함께 퍼져나가는 따스함. 이번에는 방어구이로 손을 뻗었다. 기름이 슬슬 올라오는게 끝내줬다. 기본 반찬으로 나온 야채 절임으로 입가심을 하며, 스키야키의 국물을 다시금 한 숟갈 떠 삼켰고. 돼지고기 된장국과 함께 카라아게와, 생선튀김도 시켰다. 오늘은 잔뜩 먹고 집에 돌아가서 자자. 느릿하게 웃으면서 밥 한공기도 더 주문하면서, 스키야키를 천천히 먹었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다. 츠나페스, 가을 날이라고 하지만은 이제 그것도 끝물. 초겨울 무렵까지 가을 외투로 버티긴 힘든 일이다. 따끈한 온기와 함께 "어서오세요~" 하는 인사소리. 그것만으로도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어 외투를 옷걸이에다 걸어놓고 일단 자리를 물색했다.
내가 자주 앉는 자리가 있지. 안쪽이고 너무 덥진 않으면서 사람들 눈은 안 닿는... 그 명당 자리는 선객이 와 있었다. 그것도 아는 얼굴로.
...이걸 말을 걸어 말어. 고민하다 자연스레 맞은 편 자리 의자를 끌어앉았다. 누가 보면 늦게 온 일행인 줄 알만큼 당연했다.
"여어, 쫄보."
야키토리 세트 하나랑 따듯한 사케를 자연스레 시켜놓고선 말을 튼다.
"오랜만이다? 얼굴은 여전히 흙빛이지만."
슬쩍 모모카의 얼굴을 살피고선, 일단 떠볼 수 있을 만한 이야기부터 꺼내본다. 저번은 너무 친한 척 해서 그냥 갔던 것 같으니까. 물론 이것도 민감한 이야기라 입맛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녀석들끼리 언제까지고 얼굴 안 보고 살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풀 건 풀어야 한다. ...담배 땡기네... 이런 데는 먹으면서 펴도 되니까 좋았는데.
돼지고기 된장국과 함께, 카라아게와 생선 튀김도 나오자 상이 제법 호화로워졌다.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씩 하고 웃으면서, 우선은 돼지고기 된장국을 한 모금 삼켰다. 따스하게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가는 그 온도에, 나는 짧게 숨을 뱉었다. 맛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손님이 왔고.
해후, 그리고 재회. 최악인 상황속에서, 나는 방금 내뱉은, 만족스러운 숨과는 다르게도. 짧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자연스럽게 내 앞의 의자에 앉으며 인사를 건네고. 태연하게 주문까지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먹던것을 멈추고, 젓가락을 내려놓은 뒤에. 왼손으로 턱을 괴면서, 몇번 눈을 깜빡거리다가.
날카로운 말을 뱉는다. 아, 또 이러고 싶지 않은데. 어째서 분위기가 이렇게 되는걸까. 이제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이 지긋지긋하고 날선 감정은, 언제쯤 되어서야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되는걸까. 성숙한다는건 어렵다. 그저 썩어가지 않도록 발버둥 칠 뿐.
"그때 이후로 쭉 생각해 봤었는데 말야. 응, 내가 잘못했어."
"정신과 의사라도 된 것 마냥 너한테 설교했었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면박 주면서. 그러면 좀 달라질거라고 생각했거든."
"너는 다른 사람들 눈, 계속 신경 쓰는것 같고. 툭 하고 버튼이 눌려버리듯, 이성이 끊어지면 쉽게 일을 망쳐버리니까."
"네가 그러지 않기를 바랐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어. 넌 내게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미즈호나, 야나기하라씨... 그 외에 다른 사람들 전부. 응. 누가 됐든 간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어. 그래서 뭐라도 된 것 마냥 굴었지.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거 잘못된 생각이었더라고. 그런건 내가 아니라 메이사가 했어야 하는건데. 아니면 너 자신이 스스로 이겨내거나."
"너는 어른이고, 나는 어린 아이인걸 떠나서. 무례한 거잖아, 그런거. 그렇게 행동하면 안되는 거였지. 미안해."
"그런데 말야."
"나도 상처받았어. 그러면 이제 우리 사이는 여기까진거 아닌가? 히다이 트레이너 씨."
"왜 자꾸 가까워지려고 해. 왜 자꾸, 부르지 마라는 이름을 부르고, 자꾸 태연하게 다가오는거야."
"또 해결하겠답시고, 화나서 고백하거나, 뭔가 망치지 말아줄래? 정중하게 부탁할게."
"최근에야 나냐랑 화해했거든. 그걸 망치고 싶지도 않고. 약속한것도 있고. 무엇보다,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고. 응."
"주문한 김에 밥 먹고 가. 여기 맛있어. 나중에 메이사랑 같이 와. 그 아이도 좋아할거야."
네 긴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다. 그 와중에 날개와 다리, 가슴을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썰어 구운 야키토리 꼬치 세 개가 나온다. 곁들여 먹을 생강과 구운 흰 대파가 가지런히 정렬돼있고, 따듯한 사케 한 병도 뜨거운 병째로 도착한다. 잔은 두 개였지만 일단 하나만 집어들어 채웠다.
빈 속에 술은 넣지 말라지만 이런 거 맨정신으로 들으면 마음이 상한다니까. 그걸 쭉 들이키고 나서 한숨과 함께 뱉은 말은 간단했다.
"싫은데."
아는 척 하지 않기도 싫고, 부탁 들어주기도 싫고, 자리 옮기기도 싫다. 나는 아무래도 네 요청을 다 묵살하는 게 재주인가보다. 그래, 예전이라면 이렇게 묵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네 이야기 하나하나 빈정거리면서 들이받았겠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정말 간사하게도, 둘러싼 환경이 수월해지니 이런 쓰린 말을 받아들이는 것도 수월했다. 쓰리기야 쓰리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이런 말 듣는 건... ...누나 때문에 익숙해져있었지만, 본질적으로 나한텐 좀... 슬픈 일인 거 같다.
누나의 방식이 그렇다. 마음은 깊이 생각해주고, 결과적으로 정말 큰 은혜를 입은데다, 나같은 녀석도 고쳐써보겠다며 애를 쓰는 사람인 걸 안다. 하지만 그걸 하는 방식이 아팠다. 그래도 좋아한다. 힘들 때 옆에 있어줬어서. 그래서 쓰라려도 같이 있었는데 이젠 안 그러게 됐지.
모모카가 같은 방식으로 일갈했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라고. 들을 당시에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지만. 유성우 아래에서 조금은 알게 된 거 같다. 아직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래서 나는 묵묵히 한 잔 더 제끼고, 솔직하게 말했다.
"...너랑 화해하고 싶어서 말 거는 거야."
내가 누군가를 친근하게 여기는 건 꽤 민폐인 일이다. 알지만... 이 한 마디를 뱉기가 어려워서, 성미에 안 맞아서, 망친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조금은 용기를 내서 하는 말이다.
싫은데. 라는 너의 말에, 나는 짧게 웃었다. 싫다라. 나는 담담하게, 너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떨구었다. 잠깐의 공백. 세계가 얼어붙은것같은. 그런 멈춤. 정적. 작게 들려오는 TV 속 뉴스 소리. 주방에서 뭔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 나무로 만들어진 미닫이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국수 후루룩 넘어가는 소리. 두런두런 말소리. 전부 얼어붙은 채, 세계에 홀로 남은것만 같은, 그런 고요가 귓가에 맴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야. 느릿하게 눈을 뜨며, 물잔에 물을 따라 천천히 삼키고.
"왜?"
시선을 여전히 어딘가에 떨어트린채로 네게 물었다. 화해하고 싶다고. 다시 친구하고 싶다고. 미안하다고. 너는 그렇게 말하며, 내 심장에 칼을 찔러넣고, 무자비하게 휘젓는다. 가슴이 아파온다.
"있잖아. 나, 친구가 없었어."
"달리는거에 목매던 시절이 있었거든. 말 했던가, 말하지 않았던가..."
"어렸을땐 제법 자주 일착으로 들어오고. 경기에서 이겼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따라잡지 못하겠더라고."
"이기고 싶었는데. 나도, 어릴때 본 티비속 우마무스메처럼,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래서 전부 버렸어. 트레이닝과 레이스, 그 외에 내가 가진 모든걸."
"친구도 버렸어. 날 선 말들로 상처를 주고, 나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였지만 결과는 미승리전에서 허덕이며, 느릿하게 죽어갈 뿐."
"그때 마사바를 만났어. 오랜만의 재회였지. 여전히 날 친구라고 불러주더라고."
"그 뒤로 나냐에게도 많은 지지를 받았지. 응. 그렇게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어. 겨우 여기까지 올라왔지. 방황도 많이 했고. 여전히 하고 있는 중이고."
"내게 친구는 특별한 존재야. 한번 버렸던 것들로부터, 나는 감사하게도 구원받았고. 나는 그런 사람이야. 소중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
"있잖아, 히다이 트레이너. 난 네가 좋았어."
"아, 오해하지 마. 응. 연인으로써가 아니라, 친구로써 좋아했어. 소중한 친구라고 계속 얘기하는건 진심이니까."
"그런데, 우리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는, 내 심장을 무참히 짓밟고 떠난 뒤, 웃는 얼굴로 태연하게 돌아와 내게 인사를 건네며, 마지막으로 남은 내 추억의 편린에 침을 뱉었어."
"하핫. 꼭 헤어진 연인이라도 되는 듯 말해서 미안해. 꼴사납네. 그래도 말야, 배신감이라는게..."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눈에서는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속눈썹을 타고, 방울져 떨어지는 눈물은. 꼭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듯.
"사라지질 않네."
"내가 잘못한건데도. 그러니까 그만 사과해줄래. 그만 붙잡아줄래. 제발, 내 이름을 부르지 말아줄래."
아, 담배 개땡기네. 담배 줄이기로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술집에서 익숙하게 꺼내들고 있다. 라이터로 불까지 붙이고 연기 냄새를 맡으니까 이제야 좀 평온해진다.
"알다시피 내가 좀 성격이 그래. 어릴 땐 달리기 하느라 친구가 없었고, 성격도 붙임살 없고 학교에서 잠만 자니까 아무도 안 다가왔지. 아, 고요중의 히다이 알지. 걔 달리기 잘하잖아. 근데 그거 말고 어떤 게 있는데? 하면 아무도 몰랐다고."
선생들의 편애와 애정을 독차지하고, 현의 유명인사였으면서, 정작 내 인간성따위는 누구도 모르는 기묘한 지위에 있었다. 그래서 사춘기 때 애들과 부대끼며 배워야 할 것들을 많이 못 배웠다.
내가 못배웠다 하는 건, 내가 결국 제대로 졸업한 학교가 중학교 뿐이라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배워야할 것들도 덜 배워먹었다는 소리다. 검정고시로 땜빵을 해봤자 제때 쌓지 못한 사회성은 티가 난다.
"근데 다리가 병신이 되고 나니까, 라이벌이란 놈은 옆에서 빡치게 굴길래 내랑 마찬가지인 신세로 만들어놨고.." "누나 친구들이랑 어울리다가 인간 쓰레기가 하나 보이길래 끝장을 내놓고 왔거든." "야나기하라도 짜증나게 굴길래 시원하게 치고박고 한 번 했지. 하니까 기분 좋더라. 내 성격이 그래생겨먹어가."
다 박살을 내놓고 가래침까지 뱉고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사람이다, 나는. 너랑은 인성의 재질부터가 다르다. 너와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건, 단순히 형이상과 형이하의 차이가 아니라 그런 결의 차이가 있던 거다. 내가 급이 딸리는 녀석이라.
"그래 살고 나니까 친구가 없더라. 담당도 내한테 잔뜩 실망해선은 프리지아까지 공중분해될 뻔 했고."
도망치려고 해도 이미 여기에 마음이 묶여버려서 도망치기도 어려웠다. 또 누군가의 대들보를 뽑아다 내 도피에 쓰자니 그럴 염치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뱉어놓은 가래침을 닦고 다시 쌓아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 부닥치면 결국 하게되는 법이다. 내 인생은 늘 그렇게 반 발짝이나마 전진해왔다. 유우가라는 글러먹은 인간을 고쳐쓸 수는 없어도 땜질하는 데 쓸 수는 있도록.
"내가 맷집이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닌가봐."
있을 곳이 불투명해지니까 늘 목이라도 졸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거기서 압박해오는 주변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나는 가을 내내 토하고 싶었다. 이유모를 것으로 술렁거리고 있는 심장째로.
나는 잔 안에서 일렁거리는 내 얼굴을 보다가, 모모카를 슬쩍 바라봤다. 외면하느라 애썼지만 모모카는 울고 있었다. 마음이 안 좋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였다. 그냥 말이 닿길 바라면서 던질 수밖에.
"응? 아, 그때... 아니 그땐 별로 몰랐어." "....으으, 말하기 부끄럽긴 한데..... 그 전날부터 너무 울어서 코가 막혀있었다고 할까... 그래서 그땐 몰랐어..."
알잖아. 나 그때 거의 온몸의 수분을 전부 눈물샘으로 내보내고 있었다고. 유성우가 하루만 더 늦게 왔어도 탈수로 쓰러졌을걸 분명(?). 하여간 그렇게 울다보면 어째선지 코까지 막혀서 목소리도 코맹맹이 소리가 되어있었고. 그래도 덕분에 담배냄새는 못 느꼈던 것 같다. 아마 느꼈어도 분위기상(...) 그냥 묵인했겠지만.
"그래. 부실에 페브리즈도 사놨잖아. 그거 쓰라구~" "너무 풀죽지는 마. 냄새야 어차피 언젠간 익숙해질테니까. ..그래도! 유우가의 건강을 위해 이참에 줄여보자는 걸로."
분명 언젠가는 담배 냄새조차 좋아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만... 담배는 몸에 나쁘니까! 오래 살려면 역시 금연하는 쪽이 좋겠지? 그러니 이참에 조금씩 줄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그나저나 다음 부스인가... 법정에서 너무 많은 기력을 빨려서 슬슬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긴 한데.... 아. 돌아가기 전에 메이드복 돌려주러 가야지 참...
"...일단 원래 옷으로 갈아입으러 갈까. 우리 계속 메이드인채로 돌아다녔어..."
물론 주변이고 부스고 죄다 광기(...)에 물들어 있어서 메이드복이 눈길을 받는 일도 없고 딱히 신경쓰이고 그러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데이트를 끝내고 온 시라기 트레이너와 레이니가 '뭐야 우리 옷 돌려줘요'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돌려주는게 좋을 것 같아..
축제 분위기가 한참인 교내를 돌아다니고 있던 차에, 법률 동아리 부원으로부터 재판에 참여해 보라는 제안을 받아 재밌겠다는 듯 미즈호는 눈을 밝혀보였다. “가보아요, 코우 씨! “ 라 말하며 코우의 팔을 끌어당기며 법률 동아리 부원을 따라가려 한 것은 덤이다. 그러나 니시카타 미즈호 역시, 이 때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제 XX회 혼인 무효 소송을 시작하겠습니다. ]
이 민사 재판이 이혼 소송 체험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니시카타 미즈호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 천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건너편에 앉아있을(아마도) 코우를 바라보며 어정쩡히 웃어보이며 이렇게 말해보였다.
“저어, 코우 씨. 아마도 저희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인 것 같지요….? “ ー 아니다 히토미미야! 제대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도록 하여라!!!!! ー 우우 미즈호 트레이너님! 제대로 학생들을 위해 본보기를 보여주시도록 하세요!!!! “….하아……어쩔 수 없네요….. “
가볍게 머리를 쓸어보이며 코우에게 먼저 말하라는 듯 미즈호는 손짓해 보이려 하였다. 아, 이거 코우 씨가 제일 싫어하실 것 같은데…….[ 이혼 ] 자체가 우리에게 맞는 이야기인가….?
죄 책 감... 내가... 메이쨔를 울렸어... 냄새난다는 고백에 이어 이틀 정도 메이쨔를 울렸다는 죄책감에 짓눌린다... 난 최악인듯... 메이사는 분명 "우리 그래도 계속 계속 함께니까 괜찮아!" 라고 할 거 같지만, 내 마음이 안 좋다고. 우는 건 중대사잖아.
아무튼, 이 죄책감을 어찌 소화시키지 못한 채로 메이드 카페에 옷을 돌려주러 계단을 오르던 찰나. 롱스커트는 계단을 오를 때 치맛자락을 잡아들어야 한단 걸 모르던 나는(나중에 다이고에게 들어서 알게 됐다. 그 자세는 예쁘자고 하는 게 아니었다!) 치마를 밟고 넘어...!
질 뻔 하다가, 옆에 있던 메이사의 어깨를 꼬옥 잡고 버텼다. 약간 무릎이 찡하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아파서 인생에서 세번째로 울 뻔 했지만 괜찮아.
하여간 다시 안심되는 추리닝 차림으로 환복하고 돌아와, 다시 플라네타리움에서 뒹굴거리는 일상으로 복귀입니다.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인파를 헤치고 다니니 기가 쭉 빨렸다. 으하~ 늘어지게 한숨도 쉬고, 질리도록 보던 별을 보면서 "아레가 데네브 알타이르 베가, 여름의 대사각형이야." 하다가 삼각형이라는 사실도 알고. 그러다 보면 또 잠이 오다가 무릎이 아파서 깨고.
'...무릎 이야기도 해야 할텐데.'
목발 짚는 걸 권유받은 지 몇 번째니까. 갑자기 짚고 오면 또 토끼귀를 해서는 기절해버릴 거 같고... 메이사쪽을 돌아보고 잠깐 고민하다...
사실 전날만이 아니라 옥상에서 야나기하라랑 싸우면서 하던 말을 듣고나서부터 쭉 울긴 했었는데.... 이것까지 말하면 유우가가 더 풀이 죽어버릴까봐, 이미 충분히 축 처진 느낌이라 여기서 더 하지 말자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멋쩍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적신청서 제대로 안 봤구나. 그거 다시 쓰면서 울었던거라서. 사실 매번 눈물자국 때문에 여기저기 번져가지고 다시 받아가고, 다시 받아가고 했었느으아햑?!"
말하다가 갑자기 어깨를 잡혀서 깜짝. 놀라서 유우가를 보니 이런, 계단 오르다가 치맛자락을 밟은 모양이다. 큰일날뻔했네. 잘못하면 넘어졌을거야... 안 다쳤냐고 물어보며 프러시안 부스에 가서 다시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그리운 부실로 돌아왔다. 생긴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벌써 애착이 생겨버린 것 같네.
그렇게 다시 느긋하게 누워서 기력을 회복하면서,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별을 쭉 보며 '여름 대사각형이 아니라 대삼각형이야 유우가'라고 제대로 알려주거나, 옆에서 뒤척이는 듯한 기척에 귀를 기울이거나 하다보니 자느냐고 묻는 나직한 물음이 들려왔다.
"아-니. ...왜애?"
빈백에 파묻힌채로 위를 보던 자세에서 몸을 돌려서 옆을 본다. 사자인형을 품 안에 끌어안은채로.
재밌겠다고 하니, 어울려주는 게 인지상정. 그녀에게 이끌려서 모의 법정 안으로 들어서는데... 하지만, 그 「민사 재판」이 이혼 소송 체험이었을 줄이야! 결혼도 안 했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이혼은 싫어!! 결국 피고석에 앉힌 채, 잔뜩 당황한 눈치로 건너편의 원고(?)를 바라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다들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조용히 눈을 빛내고 있다. 쓸데없이 진짜 법정 같은 분위기라서 더 무서워!!
"...얘들아? 이게 이런 거라고는 못 들었는데, 그냥 보내주면 안 될까?" '쿠후후후...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랍니다, 피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어떻게든 말해보지만, 여기 들어오게 된 원인인, 아까 그 법률 동아리 부원의 사악한 웃음에 가로막히고 만다. 눈빛으로 야유를 퍼붓는 좌중들은 덤. 역시 무서워!!
"...서운했던 게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니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결국 반쯤 억지로 발언을 시작한다. 그치만, 그 말만큼은 진심이다.
"그러니까, 소송은 취하하자." "이혼 같은 건 우리 사이에 필요 없잖아."
꽤 간절한 눈빛으로 원고(?)를 쳐다본다. 그냥 체험일 뿐인데, 어느새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아, 이 말은 진짜로 작게 말했다. 진짜로 작게 말해서 들릴락 말락 한 소리다. 부루퉁한 채로 말한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마 여기서는 코우만 알 것이다. 대다수의 관전중인 우마무스메 학생 관객들은 뭔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간에 코우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서야 니시카타 미즈호는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리고는 살짝 입을 가리고 웃으며 이렇게 말해보이려 하였다...
"후후, 한 가지를 빼고는 전부 다 시정 가능한 것들 뿐이네요? " "좋아요, 앞으로 코우 씨를 이런 일로 서운하게 해드리지 않을 테니, 이것으로 소송은 취하해도 괜찮겠지요? "
물론 이 한가지가 뭔지 여기서는 코우만 알 것이다. 바보 코우 씨, 저는 생각 이상으로 정말로 적극적인 걸 좋아한답니다. 이건 정말로 거짓말이 아니에요.
>>189 이혼 소송 체험은 필사적으로 취하하려는 것으로 끝나게 되었다...... 겨우 모의 법정을 나오게 된 미즈호는, 코우의 손을 꼭 붙잡고 법정을 빠져나왔다. 좋은 경험은 경험이었지만, [ 이혼 소송 체험 ] 만 아니었다면 좋은 경험이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말실수한거 없냐는 코우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후후, 전혀 없답니다. 딱히 아이들에게 꼬투리 잡힐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으니 안심하시길. " ".....속삭였던 거, 듣지 못하셨지요? "
바보 코우 씨라고 한 거, 들으셨으면 안되는데. 아이 참. 그나저나 지금쯤 프러시안 부실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미즈호 자신도 없고 아무도 없는 부실인데, 이 부실을 누가 어떻게 하고 있지는 않겠지....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미즈호는 부드럽게 팔짱을 끼려 하며 코우에게 이렇게 물어보이려 하였다.
"자, 코우 씨.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가요? 사진을 찍으시는 것도 좋고, 뭐든 좋답니다. 부디 원하시는 대로 에스코트 해주시길. " "오늘의 저는, 오로지 코우 씨만의 메이드 이니까요. "
하루 내내 빌리기로 했으니, 오늘 부실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조금 시달리고 나니 드는 생각은, 역시 조용한 곳에서 독점되고 싶다는 생각. ...블레이징 부실이 참 조용했는데,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편히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까운 건.. 생각보다 이점이 크니까요." 가장 간단하게는 아침밥이나.. 잠일까요? 라고 말하는 리카입니다.
"으음..." 어떤 곳이라고 설명을 해야하지.같은 표정을 짓는 피리카입니다. 그렇다고 한손으로 바이킹도 양손으로 들법한 도끼를 들어서 빙글빙글 돌리며 던져서 나무를 작살내버린다고 말하는 건 좀.. 사실적시 명예훼손 같은걸요. 홋카이도에 들어선다면.. 히로카미 관련인가. 싶은 우마그램.. 꽤 될지도 모른다..?!
"본가의 신관에서 보통 다들 지내니까요." "갈 때즈음이면.. 구관을 단장할 시기이긴 하네요." 거기에서 청등이나 청등의 연료를 만들기도 하지만 내빈객은 만들어도 공식적으로 쓸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겠네요. 라고 덧붙입니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불태워 소망을 비는 행위는 구역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간단하게 예약할 곳만 생각해둬야겠네요." 웬만해선 피리카도 그냥 예약성공을 하고 싶을 겁니다. 피리카가 부탁하면 한자리 비워둘 수 있어도 그건.. 부담이나 빚으로 돌아올 수 있는만큼...?
"구관이랑 신관이 나눠져있을 정도면 규모가 상당할거같은데. 그건 저희 외가에서나 볼법한 풍경이네요. 생각해보니 외가도 사업의 시작은 홋카이도 였었다고 들었는데. 마마가 왜 신세를 졌다고 하는지 이해될지도. 히로카미가의 도움이 적잖아 있었을지도 알게모르게."
구관이라는 명칭이 있다는 시점에서 그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의미일터다. 우리 외가는 지금은 홋카이도가 아니지만 홋카이도의 호텔과 관광사업으로 출발했다고 기억한다. 지금도 꽤 큰규모로 삿포로 인근에 있다던가. 딱히 이번여행에 신세를 질 생각은 없지만. 그건 유럽방면에서 충분하다.
"부디 부담안가지는 쪽으로만 해줬으면 좋겠네요. 괜히 한자리 빈다던가 하면 그건 조금 남용같으니."
마자마자 히다이쨘 먼가 이렇게 되어서 죄송한wwwww 잇기 너무 어려울것 같지만 유식이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워 할 것 같은ww 사실 전에 화해 관련해서 이야기 나누었던게 잘 기억나지 않는... 먼가먼가 유동적으로 변한 상황도 있구.. 우웃... 뇌가=작은 이라 너무 죄송한...... 잇기 어렵다던지 하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할것같은ww 와따시는 으음~ 이 다음에 히다이가 몬가 진심을 얘기해주면 받아들이고 같이 밥 먹는? 그런 늑김? 정도로 생각은 해 두고 있 는데.....(눈 치봄) 먼가 먼가 히다이쨩에게 어려운 선택을 자꾸 강요하는것같아서 죄송한...
못 들었으면 그걸로 된거다. 아무튼 그걸로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팔짱을 낀 채 인생네컷인지 뭔지 하는 즉석 사진 부스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부스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각종 소품들로 가득했는데, 미즈호는 이미 코스튬을 충분히 다 입고 온 상태였기에 별다른 걸 덧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꼭 소품을 쓰자면 토끼 머리띠를 하고 싶어서, 놓여있는 것들중에 앙증맞아 보이는 하얀 토끼 머리띠를 착용하고는 "어울려 보이나요? " 하고 코우를 돌아보며 물어보려 하였다. 후후, 자, 실컷 감상하도록 하세요. 당신만의 귀여운 토끼 메이드 랍니다.
"자, 자. 코우 씨.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
자, 정확히 네 장이다. 첫번째는 밀착해서, 두번째는 살짝 팔짱만 낀 채로, 세 번째는 목을 껴안은 채로, 그리고 네 번째는..... 네 번째만은 코우가 원하는 대로 맞춰서 찍을 것이다. 응, 이것은 둘만이 가질 사진이니까. 둘만이 가질 소중한 사진.
>>259 첫번째 찰칵, 두 번째 찰칵, 세 번째 찰칵까지는 특별히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난 듯이 밝은 표정으로 찍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찰칵에서는 잔뜩 뺨이 상기된 채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찍혀 있었을 것이다.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 인생 네컷 부스를 누가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지금 학생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대놓고 뺨에 입을 맞췄다 이말이다!!!!!
"..........으으, 이제 저는 모른답니다...... "
완성된 사진을 보고 만족해하는 코우와 달리, 미즈호 쪽은 어쩔 줄 모른다는 듯 양 뺨을 감싸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난 몰라, 이젠 정말 몰라. 이젠 학교에 제대로 공인되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아이들 앞에서 뺨에 입을 맞춰버리다니, 이건, 이건...!
생각만 하며, 불편한 감정으로 이적신청서 이야기를 흘려버렸다. 물론 아직도 간직이야 하고 있다. 그날 입었던 외투 안주머니에 반 접힌 그대로 제대로 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이따금 자각할 때마다, 주머니에서 꺼내서 처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서늘함이 있어서, 그냥 무시하고 도망치고만 있었다.
그보다 이적신청서를 받아가던 건 꽤 된 이야기지. 이틀 정도는 그랬던 거로 알고 있다. 그때마다 울었다고 생각하니, 나한테 새삼스럽게 실망하게 되는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맨날 널 실망시키고 마음 졸이게 만드는 내가 걱정거리를 하나 더 얹어도 될까.
빈백에서 나를 돌아보는 네 얼굴을 보자마자 애써 묻어뒀던 죄책감과 함께 떠오른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무릎을 치료하고 다시 악화시키는 짓거리만 할 수도 없다. 너랑은 멀쩡히 걸으면서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으니까. 그리고 또 내 멋대로 어느순간 통보하듯이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슬쩍 눈을 피했다가, 다시 올려다보고. 침을 한 번 삼키고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봐, 메이사."
"나... 무릎이 좀 아파."
"아까 일 때문에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이건... 진짜 한참 전부터 아프던 거고. 그동안 무리를 하니까 대미지가 누적되다가... 알지, 야나기하라랑 싸우던 거. 그거 때문에 터진 거에 가깝고. 잠깐 목발을 짚으면서 그... 무릎이 쉴 시간을 주면 조금 나아질 거래. 앞으로도 종종 짚을 수는 있겠지만 그냥 심각한 일은 아니고. 응?"
내 마음 깊은 곳 열패감에 대한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절제해내고, 아프단 사실만을 말하는데도 어쩐지 눈치를 보게 된다.
난 사실 친구가 쓸모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내 오랜 꼬인 성격에서 기인하는데, 내가 달리기에만 전념할 시간에 가라오케를 간다 어디의 여자아이들이랑 미팅을 한다 이러면서 요란을 떠는 육상부 녀석들이 한심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내심 부러운 마음을 감추고 싶어서 괜히 더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낄 수 없는 다른 사회라는 건 슬프니까. 나는 집안의 유일한 자랑거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었으니까.
그러니까, 날 놀이에 끼워주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 된다. 때론 마음에 안 들어서 싸우고 나갈 수도 있겠으나, 다시 들어오겠다 하면 나도 기꺼이 넣어주고 그들도 기꺼이 받아줄 수 있다는 게 내 친구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절교를 애초에 염두에 두는 사람이 아니다. 화해도 나에겐 필요없다. 어쨌든 다가오면, 난 받아줄 거니까. 그게 내 호의니까. 난 친구가 필요하니까. 화해는 네가 필요해 보이기에 어설프게 갖춘 구색일 뿐이다.
용서도 그렇다. 내가 뭐씩이나 된다고 누굴 용서하나. 그리고 누가 합의로 소년원을 겨우 피한 나를 용서하겠나. 그런 건 내 인생에 없었다. 하지만 네가 필요로 하니까, 구색을 맞춰보기로 한다.
모모카는 참 복잡다단한 사람이다. 내 인생에 전혀 필요없던 것들을 당연스레 요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며 들이미는 듯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난 친구가 필요한 사람이고 친구가 되길 원하는 사람이 그걸 바란다면 애써 노력해보는 수밖에.
"불쌍하라고 한 이야기는 아냐.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란 것 뿐이야." "화해할 친구도 없고, 화해하는 법도 모르고, 화해할 수도 없던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고."
"그런 내가 처음으로 해보려는 화해야."
"넌 마사바나 데이즈같은 친구들한테서 은혜를 입었다고 했지." "그걸 네가 베풀어볼 수는 없는 거야?" "내가 내미는 손을 잡아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일 뿐이야."
농담 치고는 너무 센데요 스트라토양. 뭐, 3학년때도, 졸업을 하고 나서도, 아무 탈 없이 지금의 인연을 이어나가, 결혼식을 올리는 상상 같은걸,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농담 치고는(이하생략)
“진지하게 말해보자면, 글쎄요.”
손님이 없을 때는 키싯 키시싯하며 웃다가도, 손님이 오면 완벽한 집사 노릇을 하는 마사바 양와는 카라스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1착을 결코 내어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대화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트리플 반다나의 영광을 얻을 기회다. 그것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퍼펙트 양은, 므두셀라의 부실에서, 모두를 부숴서라도 1착을 하겠다는, 강렬한 포부를 나타냈다. 카라스미 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을 마구로 기념에서는, 출주하는 모두가, 1착을 원할 것이다. 중앙을 보고 새 목표가 생긴 메이사도, 트레이너를 꿈꾸는 언그레이 양도, 그리고... 츠나센의 모두를 떠올려본다.
“없어요. 계획 같은건.”
...아니지, 레이니・왈츠는, 마구로 기념에서 1착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시 중앙에 돌아가 달릴 생각 따윈,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까.
“마구로 기념에서 최선을 짜내 달린다고 해도, 1착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도 없고요. 착외나 하지 않으면 기적이겠죠.” “마구로 기념이 끝난 다음에야, 무언가 계획이라는게 생기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에요. 지금은.”
그래도 단 한 가지, 원하는게 있다면,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건 소원 하나 뿐이라고 해야하나. 꿈이라고 해야하나. 곧 나갈 카라스미 컵에서, 기적처럼, 1착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네요.”
저는 회색끼 도는 채도 낮은 컬러가 취향인데 이게... 의외로 중국 잉크 쪽에 많아서 말이죠🤔 어짜피 만년필 안 쓰고 딥펜이랑 글라스펜 주력으로 쓰겠다 중국 잉크 야금야금 사모아서 쓰고 있었는데 대만 여행 계획짜다 본 아리산 그린이 딱 제 취향의 컬러더라고요😰 글라스펜 구경도 할 겸 저번달에 문방구 가볼걸~~~ 하고 후회를 했는데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할지🤔
걱정하지 말고 들으라는 말과 함께 나오는 이야기는 합숙 때부터 어림짐작하고 있었던 이야기였다. 사실, 그때부터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어. 물에 젖어 달라붙은 바짓단 너머로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던- 오른쪽 무릎의 보호대 같은 거. 그때는 최근에 다친 건가 하고, 다른 아이들이나 사람들이 다치게 한 건가?하고 찾아내면 가만 안 두겠단 생각도 했었지. 하지만 진짜 한참 전부터 아팠다는 말은 어쩐지 여름합숙보다도 더 예전부터라고 말하는 듯 했다.
나는 그냥 눈을 피하다가, 위를 올려다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 유우가를 끝까지,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
"...그렇구나."
보호대와 목발이 있어야 호전되는 정도인가. 심한 건가, 회복 과정에선 당연한 일인 걸까. 그쪽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보고있자니, 어째선지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한 유우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왜 눈치를 보는 걸까. 싸웠던 일을 얘기해서?그건 어차피 난 유우가 편을 들거니까 상관없는데.
"...그럼 목발 짚을 땐, 나도 이것저것 도와줄게. 목발 쓰면 불편한 것도 있을테니까. 게다가 유우가, 이제 혼자 살잖아. 혼자서는 힘든 일도 있을테니까... 같이 하자."
느릿하게 손을 뻗어, 유우가 쪽으로 향했다. 이리저리 뻗친 더벅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며 마저 말을 이었다.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였을텐데... 들려줘서 고마워."
나도 솔직하지 못한 편이니까.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는 건 어렵다는 걸 아니까. 그래서 이야기해준 너에게 고맙다는 말은 꼭 하고 싶었어.
누구한테 약한 척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아픈 부분이 있다 해도 티내고 싶지 않고, 어지간하면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의지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고.
대상이 메이사라면 더 그렇다. 내가 의지가 되어야 하는 입장이니까, 원래는 이런 약점은 말하지 않는 게 맞지. 그걸 내 입으로 꺼내는 건 거부감 있는 일이었다.
더욱이나 무릎은 내가 달리던 시절의 흉터이며 그렇기에 시원스레 달리는 너희들을 보다보면 종종 괴로우니까. 내 무릎에 들어가 있는 쇳덩이는 마음 속의 시꺼먼 곰팡이 같은 거라, 지워도 지워도 어디선지 다시 피어나곤 한다. 그래서 너에겐 말하는 게 주저됐다. 무릎의 문제를 알고 있다면, 나도 모르게 내비치는 열패감을 쉽게 연결짓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도 있겠다.
차라리 메이사가 자고 있었더라면 이런 멋없는 이야기만 싱겁게 하고 말 게 아니라, 연습이라도 해봤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아쉬운데. 그래도 쓰다듬어주니까... 잠들어 있었더라면 이런 위로는 받을 수 없었겠지.
'말해도 괜찮아' 라는 기분이 들어서, 잠자코 날 쓰다듬는 건방진 손길을 받아준다. 간지러웠고, 낯간지러웠다.
적어둔 대로 메이사가 정말 자거나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면... 히다이가 암튼 궁시렁궁시렁... 난 그래서 우마무스메들 가르치는 일하고 있지만 걔네가 종종 싫어... 그런 내가 널 책임지기로 한 게 잘한 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겟서... 쫑알쫑알... 미주알고주알 했을 것 같네요 🤔 하지만 메이쨔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으니까 히다이는 앞으로도 힘낼거야 😊
메이사 택시도 꽤 유명해진건가. 바로 말이 나오다니. 유우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와바박!하고 일부러 살짝 헝클어트린다.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해보고 싶었다. 음~ 그래. 분위기 환기용이라고 해버리지 뭐.
".....유우가. 나 그쪽으로 가도 돼?"
인당 하나씩, 부실에는 두개의 빈백이 있다. 그걸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누운...어느 쪽일까? 아무튼 하나씩 차지하고 있지만. 사이즈로 보면 하나에도 둘이 눕..앉...음... 둘이 쓸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말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그냥 이유없이 어리광 부리고 싶은 기분이라. 사실 더 깊은 곳을 파헤치다보면 이유야 얼마든지 나오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이유를 붙이고 싶진 않았다. 귀찮기도 하고, 어쩌면 회피하는 걸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런 이유 없이도 얼마든지 응석부려도 되는 관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체르탄도 같이 갈게."
가도 돼?라고 물어본 주제에,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인형도 같이 가겠다고 확정을 해버린다. 사자인형을 안은 채로 몸을 일으켜 유우가의 빈백으로 다가가 꿈질거리면서 어떻게든 빈 자리로 몸을 꾸겨넣었다. 후후~ 몸이 작다는 건 이럴 땐 유용하구나~ 지금은 마침 문에 붙여둔 휴업중!이라고 적은 종이도 떼어두지 않아서, 부실 안에는 우리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있어도... 괜찮겠지 뭐.
좁지 않아? 하기도 전에, 빈백의 빈 공간을 파고 들어와서 꼼질거리며 몸을 비켜준다. 내 빈백은 두 사람으로 꽉 차서 자칫하면 한쪽이 떨어질 정도로 빠듯했다. 이런 불편한 걸 굳이 하고 싶다니 특이하기도 하지.
턱을 간질거리는 귀를 피해서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고, 메이사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무릎 아픈 이야기도 잠자코 들어줬고, 이제 택시도 태워준다니까 이 정도의 응석은 받아줄까.
"인형 이름이 체르탄이야?"
이름도 붙이고 참 아기자기하다.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귀염성이라 신기하단듯 물어봤다. 싫단 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사준 걸 진심으로 아끼고 있는 걸 보면 조금은 기쁜 것 같기도 해. 더 뭔가 쥐여주고 싶고, 최대한 잘해주고 싶어진다. 이렇게 오냐오냐 키우면 버릇 나빠진다는데 괜찮은걸까.
내가 빈백에서 미끄러질 것 같아 살짝 더 안쪽으로 붙었다. 팔도 넓게 두기가 애매해서 메이사 위에 얹었다.
이불이 없는 빈백 위라도 둘이서 이렇게 붙으면 따뜻하구나. 뭐 반은 히터 덕분이겠지만. 위로 얹혀지는 유우가의 팔은 적당히 묵직한 느낌이 들어서 뭔가, 좋네.
"응. 사자인형이니까, 사자자리의 세타성에서 따와서 체르탄."
귀엽죠~ 하고 덧붙이면서 인형을 조금 더 세게 안았다. 사자자리 하면 레오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그건 너무 흔하다고 할까... 모처럼이니까 좀 더 흔하지 않은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고 할까. 아기사자니까 알파성 이름을 붙이긴 좀 그런가~하고 고민 끝에 결정한 이름이다. 뭐, 인형에 이름 붙이는게 좀 이상하게 보일라나. 하지만 계속 사자인형이라고 부르긴 좀 그렇잖아. 이름이란건 중요한 거야. 그래. 네가 나를 메이사라고 부르듯이. 내가 너를 유우가라고 부르듯이. ...물론 이런 건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럼 좀 더 붙을까. 떨어지지 않게."
죽어도 '그럼 다시 돌아갈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 뭐, 이렇게 팔까지 얹혀 있는데 이제와서 다시 갈게~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대신 인형을 살짝 옆으로 두고 더 붙을 수 있게 공간을 내본다. 뭐 그래도 아주 조금이고... 붙어도 떨어지지는 않겠다는 위안만 될 뿐이겠지만.
>>338 메이쨔 후리소데 입고 가면 좋겠다.. 하지만 저의 손목을 위해 그냥 적당히 따뜻한 복장으로 간다고 할래요(?) 하츠모데는 적당히 아침에 가지 않을까🤔 하지만 분명 전날 집에서 홍백가합전 보고(?) 0시 카운트다운하고 이래저래 들떠서 늦게 잤다가 10시쯤 눈떠서 느긋하게 갈 것 같기도....
그리고 건포도빵의 악마는 내가 찢어죽이겠다....(?) 용서할 수 없어 엇덯계 그런지슬!!!
너는 말이야... 라는 말에 그렇게 대답하면서 아마 멍청한 표정을 지은채로 유우가를 봤다. 뭐, 뭐가? 좋은 생각 아냐? 인형을 내 위로 겹쳐두면 이만큼 공간이 생기고, 물론 넓진 않지만? 붙어 앉을 정도는 되니까... 라고 생각하던 사이에 갑자기 몸이 들렸다. 어. 어? 으에?!
"햐앗?!"
그리고 유우가 위에 다시 놓였다. 에, 에? 으에??? 체르탄을 끌어안은 채로 눈을 꿈뻑이면서 잠시 사태파악을 한다. 그러니까... 내가 체르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나 지금 유우가 위에 놓여있다는? 건가??
"앗, 우, 우웃... 무겁다니..." "이건, 그, 그거야. 아까 빙수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래! 유우가가 계속 먹였잖아!"
무겁다고?! 그, 그렇지 않아!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최근 계측 거부 중인 체중의 상태가 어떨지 스스로도 자신이 없어서(...) 확실한 부정 대신 아까 빙수를 많이 먹어서 그렇다는 둘러댐을 꺼내본다. 아, 아무튼! 조금, 정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확실히 이러면 안 좁네. ...앉아 있는 상태니까 무릎에 부담되진 않겠...지...? 잠시 쭈뼛거리다가 슬그머니 긴장을 풀고 유우가에게 푹 기댄다. 흥, 무거워도 유우가가 직접 올려둔거니까. 이런 나를 견뎌내라고(?).
"...확실히 이러니까 안 좁고 따듯하고 좋네. 헤헤."
....휴업중 붙여놓길 잘했다. 오늘은 손님 안 받고 이대로 쭉 있고 싶은 걸.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지치기도 했고...
아니, 실제로 좀 더 무거워진 거 같긴 한데? 이 과한 반응까지... ...그러고 보면, 자취한다고 요즘 식단조절 도시락도 못 싸줬고. 하야나미 밥은 칼로리를 아낌없이 쓰는 건강푸짐식단이고. .................................... ................................................................이 녀석.......
메이사가 나한테 푹 기대니까 이제 완전히 느껴진다.
'쪘구나 메이사!'
물론 겨울이 되면 동물들은 털이 찌고, 겨울잠을 준비하면서 푸짐해진다곤 하지만. 넌 털찐 게 아니라 무게가 늘었고 겨울잠도 안 자잖아! 겨울잠 자면 마구로 못 뛴다고! 나는 좋던 산통이 깨지는 기분을 느끼며... 찡그려지려는 눈썹을 부들거리며 참다가, 올려뒀던 팔을 내려놓고 뱃살을 공격했다. 살짝 편안하게 앉아있을 때 복근의 긴장이 풀려 뱃살의 절대량이 가늠하기 편하다는 건 상식! 마구마구 주무르고 꼬집어주자.
"이거, 이거, 이거. 이거 빙수만으로 찐 거 절대 아니잖아?!"
뱃살은 말랑했다.
"이것도 이것도! 너 원래 안 이랬잖아! 어!"
팔뚝도 평소보다 말랑했다.
"너 진짜 내가 관리 안 해주는 동안 열심히 먹고다녔구나?! 맛있었냐! 정크푸드 잔뜩 먹는 외출은 즐거웠냐―!!!"
허벅지도 말랑했다.
"...안 되겠다. 남은 츠나페스 기간동안 간식 압수. 메이드카페 식단도 금지. 내가 밤을 새워서라도 도시락 싸온다 진짜..."
살찐 기미는 중요해. 스피드가 안 오른다고. 아무튼, 프리지아의 단란한 분위기는 살찐 기미↓ 로 인해 다 깨졌고, 메이사는 온 몸의 군살을 나에게 명명백백히 들켰으며, 나는 메이사의 체중(갱신)을 보고 뒷골을 잡았다는 그런 츠나페스의 하루였습니다.
/슬슬 길어졌기 때문에 막레를... 😊 즐거웠습니다! 메이사도 마구 조물조물하고 최고의 일상이었던wwwwww
메이사 나 내일 아침 몇 시까지 데리러 와줘~라고 하면 히잉 그 시간엔 더 자야하는데...하면서도 일어나서 데리러 올 거에요(???) 퇴근하고 장보러 가는 것도 따라가려고 하지 않을까.. 짐 들어줄게~ 하면서 따라가는데 상점가에서 덤을 왕창 받아버려서 짐이 배로 늘어난다던가 상상해봤거든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짐 들고 자취방도 따라들어갔다가 캬아악!!하고 페브리즈의 요괴가 깨어나서 가차없이 청소하고 페브리즈 뿌려버리면 재밌겠다(??????)
>>390 말하고 보니 메이쨔에게 안겨서 매일 출근이라니 가오상하니까 역시 스쿠터를 사도록 해야겠어요 🤔 이륜차 면허는 간단하니까 지금도 갖고 있을 거 같고... 그래도 시장엔 못 들어가니까 메이쨔의 손을 빌리는 것으로 😊 환기하고 페브리즈 설치하고 뿌리고 쓰레기 배출하고 나면 저녁해먹고 가겠네요 전골 해먹자 전골~
하늘을 향해 삐죽 선 양쪽 귀가 스트라토에 대한 불만으로 까닥거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다이고가 매번 어떤 반응을 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어린아이를 훈육하려는 선생님처럼, 그러면 안 돼! 라고 딱 잘라 말했겠지. 그리고, 이렇게 짓궂어진 스트라토에겐 전혀 통하지 않고 반격의 기회만 실컷 준 셈이었을 것이다.
“뭐, 동의해요. 거기다 이번 겨울은 가장 잔혹한 겨울이 될 것 같고. 단 한 명만의 중앙행이 걸린 경기잖아요, 마구로 기념은. 지난 대상경주와는 달리 패배의 쓰라림을 곱씹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죠.”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는,
“스트라토양께서 그 응원석을 가장 좋고 편안하게 생각한다면, 다행이네요. 저는, 응원석도 피 말리는 자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서.”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응원석이 새로운 성층권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다행이라는, 뻔하디 뻔한, 그러나 할 수밖에 없는 응원.
“...혼자였으면, 생기지 않았을 목표예요. 과장 좀 해서 말하자면, 누군가가 만들어 준 새로운 길이라고 해야 하나.”
wwwwwwwwwwwwwwww우마=케첩 정도야 몸에 잔뜩 있 고?????? 그걸 조금 흘리는 것은 콧물을 흘리는것과 다를바가 업 지안을가 요???(????????) 히히 그래도 진자진자 컨디션이 좋은wwwww 이제 외출도 할 기력도 잇구....오늘 좀 일찍 일어나서 좀전에 친구랑 영화도 보고온wwwwww
너는 내게 처음으로 해보려는 화해라고 말한다. 은혜를 내게 베풀어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건 간단한 일이라면서 일련의 사건들과, 네가 내게 요구하는 것들을 가벼이 일축한다. 한번만 도와달라고 말하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대화를 돌이켜보자. 너는 내게 오랜만이라고 말한다. 얼굴이 왜 흙빛이냐고 묻는다. 싫다고 말한다. 다시 친구하고 싶어서 말을 건다고 말한다. 미안하다고 얘기한다. 특별한 존재였다가 실망시켜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렇다. 너는 내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런 말들을 듣고 싶은게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우리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은 여름 합숙때, 옷가게에서. 너는 내게 옷을 골라달라고 했고, 나는 네게 옷을 골라주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나는 네게 장난을 쳤고, 너는 내게 거짓 고백을 했다. 그래. 사실 그게 싫었다. 왜 싫었냐면, 네가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되는게 싫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게 네가 스스로 불러온 점도 어느정도 있다는게 싫어서.
네가 야나기하라에게, 내가 말했듯 어른스럽게 대응을 했더라면. 니시카타에게 거짓고백을 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까.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후회를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누구도 시간을 돌려서, 편의주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누군가는 놓쳐버린 건강을, 누군가는 잃어버린 사랑을, 누군가는 빼앗긴 돈을, 누군가는 날아가버린 자신의 명예를 그리워하고, 후회하며, 그것에 절망하기도 하겠지. 그러나 죽은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는 일이 없듯, 우리는 매 순간 불합리한 선택의 기로에서, 무수히 많은 가능성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다. 아이로부터 벗어나 자립하는 어른이 되라며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 누구도 그런 부분들을 책임져주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우리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는 깜깜한 어둠 속 바다에서,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 태워가며 기나긴 항해의 여정을 떠날 뿐. 그렇기에 네가, 또 다시 거짓 고백이라는 선택을 했을 때. 그것이 장난스러운 고백이더라도, 너의 등불이 되어주고 싶었다.
오만하게도.
이제야 알겠다. 너의 등불은 내가 아니다. 네게 미련이라던지, 일말의 사랑의 감정이 있는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로 실례이기에. 자기합리화라는 오만의 틀 아래에서 너를 내려다보고 싶지 않기에. 내가 무어라고 네 등불이 되어주고, 네 선택을 비난하겠는가. 그렇지 않나.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는 없다. 그저 간절히 기도할 뿐. 나는 추하디 추한 사람이다. 가장 깊은 늪 아래에서 누군가를 내려다본다니.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래."
누구도 너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도와주리라. 나는 너의 손을 잡는 대신 -여기서 손을 잡는다면, 싫어할 아이들이 적어도 두 명은 될 것 같기에. 어쩌면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남은 술잔에 물을 따르고, 네 술잔에 술을 더 부어주는것으로. 그리고 그 술잔을 네게 건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조금은 풀어지듯 웃으며. 물이 담긴 술잔을 들어올리고.
"히다이 트레이너. 그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게 면박을 줘서 미안해."
"정신과 의사라도 된 것 마냥, 내가 뭐라고... 네게 무례하게 굴어서 미안해."
"나야말로 사과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용서해줄래?"
위대한 삼여신이 너를 돕지 않는다면 내가 삼여신이 되리라.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데 기꺼이 한 방울의 물이 되어 일조하며, 바다를 채우리라. 그런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친구라는게 그런 법 아니겠는가. 나이와 체면같은걸 따질 필요는 없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화해하고 그런 거겠지.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않을까.
미안해, 히다이. 나는 널 용서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끝까지 네게 부담만 주는구나. 나는, 네가 내 사과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웃으며 밥을 먹자. 두런두런 간단한 이야기들을 하며, 이 온기를 즐기고 내일 또 다시 웃는 얼굴로 만나자. 나의 친구여.
여느 때와 같은 점심시간이었다. 애석하게도 식단조절 때문에 유우가의 도시락으로만 식사를 끝내고, 식후의 간식(...)도 금지당한 나는 쓸쓸하게 카페테리아를 떠나 교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교실에 있던 반 친구들과 적당히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지만 사실은 꽤나 중요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 역 앞에 도너츠 가게 생겼잖아? 거기 완전 맛집이래. "헤에-" - 우미야 신상 푸딩 봤어? 엄청 맛있어 보이더라~ "...너네 내가 식단조절중 인거 알고 있어?" - 응. - 알고 있으니까 말하러 온 건데. "그래. 너넨 진짜 진정한 친구야..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발로 차게 해줘....!"
중?요한 이야기가 맞나? 아무튼 장난스러운 츳코미와 태클과 태클(물리)가 오가던 도중, 한 친구가 무언가를 눈치채고 문가를 가리킨다.
- 쟤, 유키무라 아니야? "응?"
그렇게 돌아본 교실의 문가에는, 전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합숙 때 싸운 이후로는 좀처럼 마주치지 못한 얼굴. 산마캔에서 대차로 날 이겨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정작 대차로 10착, 착외를 기록한 녀석. 레이스 당일에도 일부러 피해다니며 레이스에만 집중했는데, 그동안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겠다고 열심히 피해다녔건만 여기까지 찾아온다고?
".....뭐하러 온 거야."
문가를 보며 툭 던지는 한마디엔 그야말로 온갖 감정이 다 섞여 있었다. 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껄끄러움이겠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나는 종이를 들었다. 반성문이었다. 슬슬 제출하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하다고 한 소리 들어서일까. 어떻게 해야할까, 이래저래 고민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던 마음에, 절반쯤은 확신으로, 그리고 절반쯤은 강제로 이루어진 종지부가 찍혔다.
점심시간이었다. 간단하게 밥을 먹은 뒤에 교실로 향했다. 내 교실이 아닌, 너의 교실에. 교복 위로는 따듯한 흰색 양털 후리스를 입었고, 검은색 마스크를 낀 채로. 나는 문가에서 잠시 서있다가, 너를 발견하고. 너의 친구로 보이는 아이가 나를 가리키자, 짧게 숨을 뱉은 뒤에, 네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너는 뭐하러 온거냐며 물었고, 나는 네 앞에 서고 나서야 종이를 내밀었다.
"반성문, 전달하러 왔어. 슬슬 쓰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하더라고."
그리고는, 느릿하게 시선을 위로 올리다가. 다시금 눈을 천천히 굴리며, 너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사과도 하고 싶어서."
"미안해, 메이사. 그 때 이후로 많이 생각했어. 어차피 모두들 알고있기도 하니까, 그냥 여기서 말할게."
"너한테 나냐 이야기를 듣고, 이리저리 얘기도 하고, 생각도 하면서 이제야 깨달았어. 내가 너한테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그리고 짧게 숨을 고른다. 감정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분노가 아니라, 추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는 슬픔을. 입술을 꾹 깨물다가. 천천히 입을 떼고는.
"히다이 트레이너를, 유우가 군이라고 불러서 미안해. 멋대로 그 사람과의 추억을 먼저 얘기하며, 너를 도발한 주제에."
헉 아니면 박력메이쨔.. 멱살잡고 잔뜩 흥분했지만 최대한 억누르려는 얼굴로 따라나와... 같은 말 하면 심 쿵사할지도 모 르겟군 요(???) 히히 즐거워져서 아이디어가 넘쳐나는wwwwwwwwwwwwwwww 하지만 와따시는 메이메이쨔의 온전한 아이디어를 믿는.... 무슨 답레든 조으니 편하게 이어주시면 아리가또 아리가또한wwwwwww
반성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얼굴은 보기좋게 일그러졌을 것이다. 아- 반성문 말이지. 네네. 솔직히 내가 반성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난 정당방위였다고. 그렇게 따지듯 네게 말해봤자 써야하는 반성문이 사라지진 않겠지. ...뭐 형식이 중요한 거니까 이건. 당사자끼리 합의를 하든 뭘 하든 일단은 제출해야 하는 거라고 이미 들은 적이 있으니까. 확 채가듯이 종이를 받아 책상 위에 올려두고 검지로 툭툭 두드렸다. 또 머리를 쥐어짜내야겠네. 그래도 이적신청서보단 쓰기 편하겠지. 그러다가 사과라는 말에 자연스레 한쪽 눈썹만 치켜올렸다. 하아? 무슨 바람이 불어선.
"....."
그리고 네 입에서 나오는 사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야말로 내가 그 날, 그리고 지금까지도 화가 난 부분만 골라서 물을 끼얹어 진화하는 듯한 사과였다. 그야말로 포인트만 콕콕 집었다고 할까. 장난치며 뒤에서 수근거리던 친구들도 어느새 조용해지고, 누군가가 숨을 뱉는 소리나 침을 삼키는 소리만이 들리는 교실에 퍼진 마지막 말만 아니었어도, 분명 나도 사과했을 것이다. 나도 심하게 때려서 미안하다고. 의자까지 들어서 널 후려치고, 기절할 정도로 발로 차고, 그대로 손도 대지 않고 가게를 떠나버려서. 받아친 말이라고는 해도 나니와까지 끌어들여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분명 그렇게 사과했을 것이다.
네가 유우가라는 이름을 또 다시 입에 올리지만 않았어도. 네가 유우가를 때렸다고 말하지만 않았어도.
분명 잘 풀렸을텐데 말이지.
이번에는 발보다 손이 빠르게 나갔다. 다짜고짜 네 멱을 잡으려던 것을 간신히 멱살을 잡는 걸로 틀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느껴지는 친구들의 시선 덕분이었다.
"——사과를 하러 온 건지 도발을 하러 온 건진 모르겠는데, 일단 나가서 얘기하지?" "니가 골라. 뒤뜰로 갈지 옥상으로 갈지."
간신히 그 말만 남기고는 멱살을 잡았던 손을 풀었다. 먼저 때리면 불리하다는 거에 멱살도 들어가나? 그런 의문을 머리 한구석에 품은 채로.
"지을 당시에 꽤나.. 이질적인 느낌이었을 것 같더라고요." 현대모더니즘스러운 굉장히.. 새끈하고 현대적인 설계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구관이나 별장류들은 양관(서양식 저택)이나 일본풍 느낌이 확실하겠지만.
"당시에는 크게 필요하진 않았겠지만 자리를 넉넉하게 남겨뒀더라고요." 리모델링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뇨. 괜찮을 거에요." 가을인 만큼 예약이 일년치를 미리 하지 않는 한 나쁘지 않은 시기라고 답변합니다. 물론 축제같은 게 겹치면 헬게이트가 열리지만, 그정도는 아닐지도? 숙소를 전부 본가에서 지낸다면 차는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네요. 물론 별장같은 종류로 다르게 묵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약간 외진 느낌이 있으니까요.
"쓸 수 있는 초청장을 준비해야겠네요." 작은 카드키 겸 초청장을 생각한 듯이 피리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손에 쥐여지는 건 손이 아니고 잔일 뿐. 내심 아쉬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건 친구에게 으레 투덜거리듯이 하는 말로 나온다. 이전이라면 내색하지 않았겠지만.
"용서가 필요했던 적이 없었다, 이 문디야." "사과도 필요 없다."
"니가 그래 생각지 않았어도 계속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내는..."
생각이 많은 바보. 그건 어쩜 지 여친이랑 똑같은지. 정말 닮은 녀석들끼리 어울리는구나, 둘다 바보구나, 생각하며 나는 잔을 제꼈다. 빈 속을 알콜이 달궈 뜨끈하다. 그리고 술기운에 짐작하건대,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은 분명 아쉬움이다. 내가 그런 것만큼이나 너도 날 잘 모른다고.
하지만 오늘 조금은 윤곽을 잡은 듯 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이야기를 겹치면서 실루엣을 쌓아나가면 될 것이라고. 조금은 너다운 희망적인 관측을 해보기로 했다. 가랑비에 우산을 세워도 어깨는 젖듯이, 나는 모모카와의 어려운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바뀐 것 같다.
그렇기에 함께 할 수 있었던 프리지아다. 난 네게 은혜를 입었고, 그걸 갚고 싶었고, 앞으로도 은혜를 입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답지않은 화해를 운운하며 계속 말을 건 거다. 모모카는 늘 나한테 잘해줬고 그 호의를 입기만 한 채로 데문데문해지긴 싫었다. 그건 슬펐다.
"그래도."
"용서하께."
너한테 필요해보였으니까. 네 물잔을 뺏어들어 그 안에 든 것도 마신 후, 새롭게 채우는 건 둘 모두 술이다. 뜨거움이 조금 가셔 입에 대기 편한, 몸을 덥히기 좋은 일본주. 미성년자에게 권하면 안 된다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학교 바깥에서 나는 선생도 아니고, 원래 눈물과 슬픔은 술로 떨쳐내는 법인데.
일정 나가기 전에 주절주절을 해보자면...😌 히다이는 자존감도 낮고 워낙 운동이라는 몸을 쓰는 일을 하던 사람이라 자기 몸도 마음도 소모되는 걸 개의치 않아한단 말이죠. 이젠 달리기도 관뒀으니 특히나 그런 경향이 있는데 모모카땅과의 일상에서는 그 면모가 까발려지는 기분이라 짜릿짜릿합니다 😊 게다가 모모카한테 혼도 나고+메이사의 이적 신청서 어택도 겹치면서 자기 마음속의 슬픔을 자각한 이후로 꽤 데레하게 변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 그건 모모카가 늘 잘 대해줬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모카가 말하듯이 등불은 아니어도 옆에서 보고 배울 훌륭한 친구라는 느낌일까요. 이전에 잡담에서 나왔던 이야기지만 모모카와 히다이가 서로의 정반대 면모를 서서히 닮아가고 그로 인해 역경을 극복해보는 상황이 나온 거 같아서 즐겁네요 😊 이게 커뮤지...
사실 메이쨔가 이름 부르는 걸로 빡?쳐하는 거는.... 여름 합숙 때 유우가가 먼저 '이름은 좀 그러니까 나도 별명 지어줘~'했었으니까... 자기는 '그래도 이름으로 부를거야!'라고 고집부리긴 했는데? 유키무라도 자연스럽게 이름으로 부르는거 보고 '어? 뭐야 나한테 했던 말은 뭐였던거지??' 라는 생각도 했을 거고... 대충 이러저러요래조래해서(?) '나만 유우가라고 부를거야 캬아악' 보다는 '그래서 너네 둘이 대체 무슨 사이냐?'쪽이 살짝 더 클 거 같고? 이 부분을 대화로 풀면 어떻게든 될..거...같기도.... 아닌..가.... 뇌... 뇌=작은 이라서 역시 모르겠는ㅋㅋㅋ 그냥 흐름에 맡기도록 할게요 😌
>>545 사실 그건... 여름 즈음 '메이쨔는 이제 날 떠날 사람인데 이름으로 불러주구... 너무 착해... 우우... 메이쨔 너무 소중해져버려' 해서 살짝 반 보 후퇴한 거에 가깝지만요 🥲 가족처럼 여겨버릴 거 같은데 진짜 가족처럼 이름 불러주고 경계선 넘어오고 하니까 히다이도 조금 두려웠던 거라고 생각해요
situplay>1597006077>153 >>0 츠나페스에서 다른 팀들이 준비한 부스를 하나씩 찾아가며 즐겨보기도 어느덧 끝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오늘은 어디에 들러볼까, 이전에 들렸던 부스에 다시 가볼까 고민하던 때. 히다이의 부실을 들러보지 않았다는 것을 마미세는 그제야 떠올린다. 그래서 마침 히다이의 집 열쇠를 돌려줄 겸, 제 열쇠를 맡기려 부실로 향했을까.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별이 반짝이는 포스터를 보니, 적힌 영어를 마미레는 검색해 본다. 천체 투영관이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은 이전에 떨어지는 유성우들을 보았을 때가 떠오르는 것이라. 마미레는 강한 흥미를 느낀다. 과연 별들을 부실에 어떻게 옮겨다 두었을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두운 부실 속, 바닥에 반짝이는 표지들. 표지를 따라 도착하면 밤하늘을 그대로 부실에 가져다 놓은 것에 작게 감탄하는 소리를 낸다. 그 광경에 열쇠를 전해주기로 했던 것도, 이용료를 내야하는 것도 잊고, 잠깐동안 빤히 밤하늘 -실제로는 천장이지만-을 올려다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플라네타리움이란 장소는 어둡다. 천체투영기가 돌아가기 시작하기 전 비상용 조명을 제외한 모든 조명을 끄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리라. 그런 이유로 프리지아의 부실 또한 전등을 끄고 암막커튼까지 동원해 한껏 어둡게 해놓았단 것이다. 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야광 마커를 제외하면 광원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가끔 심심하면 책 읽으려고 켜는 무드등이 있긴 한데 이건 예외로 치고.
아무튼 그렇게 어두운 상태라, 가끔 누가 들어오는 걸 놓칠 때도 있다. 그래도 뒤늦게 따라가서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긴 하지만. 그래서 지금도 돈 안 내고 들어온 사람을 뒤늦게 보고 느긋하게 다가가서 살짝 팔을 콕콕 찌르려고 했다.
"이봐~ 거기. 300엔 안 냈다고~"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라고해도 역시 어두우면 잘 안 보이니까. 꽤나 가까이 가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법이다. 그래서- 팔을 콕콕 찌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후에야, 돈 안 내고 막 들어온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엥, 마미잖아? 오랜만~이 아니라 들어올 때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뭐야. 아는 사람이네. 그럼 후불로 받아도 되겠지 뭐(?) 팔을 찌르던 손을 빼고 대신 매트 쪽을 가리켰다.
많은 별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들이 어디 있을까 찾던 때, 다가온 인기척에 마미레는 암순응 되지 않은 눈을 꾹 감았다가 뜬다. 검은 인영은 저보다 키가 작은 것인데. 가까이서 보려 고개를 살짝 내리고 보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선 저를 콕콕 찌른 이가 당신임을 알아, 마미레는 살짝 웃는다.
"너무 조용해서, 시끄럽게 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
그러다 반짝이는 별에 정신이 팔려 버린 것이었으니. 열쇠를 맡기고 간다는 것은 잠깐 잊어버린 채, 마미레는 네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려 놓여있는 매트를 본다. 포근한 따뜻한 공기와 함께 어두운 이곳에서, 별을 올려다보면서 눕는다면 편하게 잘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마미레는 음- 소리를 낸다.
"누워버리면 바로 잠들 것 같은데."
하면서 걸음은 매트 쪽으로 향하는 것이었으니. 마미레는 매트 쪽으로 향해 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하며 누워버리고선 천장을 올려다본다. 매트리스에 푹 빠지고, 따뜻한 공기는 몸을 감싸니, 금세 잠겨오는 눈을 깜빡이다 당신을 부르듯, 제 옆자리 매트를 톡톡 두드리며 소리를 낸다.
그런 방법이 있다니, 늦게라도 따라 해보는 것이지만. 이미 시야는 어둠에 적응한 지라 달라지는 것이 없다. 나중에 한 번 따라 해봐야겠다 생각하며, 자도 괜찮다는 말에는 귀를 쫑긋 거린다. 코를 골면 깨울 거라는 말에는 후후, 마미레는 작게 웃음소리를 흘린다. 자신은 코는 골지 않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 시간밖에 못 누워 있는다는 것이라. 지금처럼 누워서 별을 올려다보면 얼마든지 잘 수 있을 것인데. 아무래도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으면 운영에 방해가 될 수 있을 테니 어쩔 수 없겠지. 그 한 시간을 그럼 어떻게 값지게 보낼까 생각했으니, 당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잠에 빠져들고 싶어서. 네가 다가와 누워 버리면 마미레는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은 어둠 속에 희미하게 마미레가 미소 짓고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손님 오기 전까지만 같이 있어줘."
눕자마자 바로 잠이 오는 것인지. 조곤조곤, 부드럽게 작아진 목소리로 마미레는 말한다. 어둠 속을 더듬어 이불을 찾아내니, 마치 아이가 추위에 떨지 않고 잘 수 있게 하려는 것 처럼 당기며 끌어와 당신에게 덮어주려 한다.
"있잖아. 부스 컨셉. 네 아이디어야? 아니면 히다이 아이디어야?"
밤하늘을 보면서 잘 수 있는 공간. 다른 부스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컨셉이라.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플라네타리움이란 아이디어는 내가 냈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유우가가 견적을 냈다고 할까. 매트의 개수라던가, 매트를 어디서 조달할 것이며 이불은 어떻게 하고 등등? 아마 혼자였다면 '플라네타리움이라도 할까~'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냥 텅 빈 부실인 채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답을 하니, 어느샌가 몸에 이불이 덮인다. 정말 이런 부분은 마미 그 자체네.
"별 보는 거 좋아해서 흐린 날에도 별이 보고 싶다고 하니까 파파가 사준 투영기가 있었거든. 그걸 쓰면 되겠다 싶었어." "츠나페스는 이래저래 시끌벅적한 행사니까. 이런 조용한 부스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않겠나 싶기도 했고."
하지만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손님 없어도 내가 별 보고 만족하면 그만이야~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럴 틈이 전혀 없었다고 할까. 쉬려면 아예 [휴식중]이라고 붙여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정말 예상 외로 많이들 찾아오니까.
"마미는 어때, 츠나페스에서 뭐 해? 반 부스라던가..."
팀은 아마 아직 없었던가, 잘 모르겠다. 벤치에서 만나 잠시 무릎을 빌려줬을 뿐인 관계라, 자세히 아는 게 생각해보니 별로 없었다.
자캐는_사랑에_빠지면_표현하는_편_or_감추는_편 히다이는 역시 쿨 95 데레 5 정도의 비율이니까요 😌 감춥니다! 물론 이건 자기가 좋아하는 게 좀 폐가 된다는 인식 때문도 있겠네요.
자캐의_눈치는 누나 때문에 연상여자의 눈치는 잘 보지만 그 외에는 전부 육감에 의존이라는 설정이네요 🤔 하지만 체육계였고 둔감한듯 예민한 육상부에서 눈치보면서 생활했기 때문에 나름 눈치로 때려맞추는 건 특기입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일 치고 수습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봄~여름같은 대참사가 일어났네요 😊
자캐가_호감을_가지는_사람의_유형은 🤔 잘해주는 사람이 좋아?
이런 재미없는 답변은 당연하지만... 잘해주면 성격이 어떻던 간에 일단 OK라는 느낌이고,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성격은... 고압적인 어른 여자려나...(기둥서방이 될 것 같은 안정감이 있어... 😌) 친구로서는 솔직한 녀석이 좋아~라는 느낌이네요.
이불을 덮어주고 나면, 마미레는 아예 당신을 향해 돌아눕고서 마치 아이를 재우듯 토닥토닥, 손으로 당신을 도닥인다. 아무래도 이런 여고생만 떠올릴 법한 아이디어를 히다이가 생각해냈을 거란 생각은 안 들었던지라. 역시 네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하고 있던 것이었으니 맞은 것일까. 투영기도 네게 있었으니, 나머지를 준비하는데 히다이가 노력했겠지. 고개를 선선히 끄덕인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네 선택은 탁월했을까. 사람이 많이 모여 복작복작 시끄러운 축제이니. 그 사이에 껴서 있다 보면 금방 쉽게 지칠 것이라. 그렇다고 쉴만한 카페도 대부분 메이드라던가, 집사복이라던가. 어떠한 컨셉은 잡고 있었을 테니. 방전된 사람들이 조용히 별을 올려다보며 쉬기에 좋은 것이다. 또 그 많은 유성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난 뒤였으니, 다시 그때의 기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도 많았을 테고 말이다.
"나? 반 부스는 귀찮아서 참가 안 했고, 아직 팀도 안 들었으니.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
축제는 재밌지만, 내가 직접 그것에 참가하고 부스를 꾸리고 운영하는 것은 귀찮은 것이라. 그래도 살짝 반 아이들을 도와주고서 빠졌으니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다.
>>744 어 째서 다들 주식을 샀 던 걸까 요 저는 정말 성사될 거라는 기대 를 하나도 하지 않 았기에 의문입 니다... 지금 다이고 정말정말 좋아 내꺼야 내가 침발라뒀어<- 이거는 연인이기 전에 혼자만의 전담 트레이너니까 그런것도 있어서... 다이고가 공원에서 안 붙잡았는데(=트레이너가 되지 않아줬다면) 레이니 쪽에서 좋아하게 되었다면 지금이랑은 엄청나게 달랐을거랍니다🫠
"그렇구나. 뭐 그냥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니 오히려 뒷정리 할 필요가 없으니까 편할지도...?"
굳이 참가하지 않아도, 그냥 돌아다니면서 즐기기만 해도 좋은 행사니까. 그리고 뒷정리로 고생할 필요가 없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그쪽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르겠지만...
그보다 나, 어째선지 재워지고 있다..?! 별을 보라고 눕혀놨더니 별은 안 보고 이쪽을 보면서, 진짜 엄마가 하는 것처럼 토닥토닥 해주고 있어. 어째서...! 에, 위험해. 난방도 따듯하고 이불도 덮었는데 거기에 토닥토닥까지 하다니 진짜로 졸음이 와버린다.. 안 돼..! 눈꺼풀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하는 듯한 수마를 애써 쫓기 위해 눈에 힘을 준다.
"마미.. 내가 아니라 별을 봐야지... 그보다 어째서 재우는거야...."
별은 위쪽에 있다고? 슬쩍 한 손으로 천장 쪽을 가리킨다. 저기에요 저기. 여기가 아니라.
"뭐 사실 그냥 자러 오는 애들도 있으니까, 이상할 일은 아니...지만 나는 자면 안 돼...."
일어나서 돈도 받아야하고 천체 투영 디스크도 관리해야하고 지나치게 꽁냥대는 커플에겐 체르탄과 함께 사자=펀치를 날려야 하는데...! 이렇게 꼽아보니 할 일이 꽤 많구나 나. 반은 유우가랑 같이 하고 있지만서도.
>>774 wwwwwwwwwwwww그 그치만 이렇게 갈등이 고조되고 소녀격투로 투닥투닥 거리는 하이라이트 이후에 울면서 서로 막 때리고 그러면서 내가 널 얼마나 아꼈는데... 질투때문에 우리 이렇게 서로 힘들어야 하는거야...?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왔던거란말 이야.... 하면서 울면서 막... 화해하고 막 그러는거 아 름답지안 나 요...???? 우 웃 메 이쨔만다 이죠부라면 굉 장히악 의적인날 조멘 트도 덧붙여 서 답 레를써 오겠 습 니 다... 어 어 떻게 할 가요..(쫄 보)
wwww다이죠부 다이죠부인wwwww 시간이 굉장히 늦기는 한wwwww 편하게 이어주시면 아리가또 아리가또인ww
반성문 이야기를 꺼내자, 네 얼굴은 보기좋게 일그러졌다. 짧게 숨을 뱉는다. 나도 알고 있어. 그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다이고 씨에게 반성문 얘기를 들었을때, 내 기분도 좋지는 않았으니까. 너는 채가듯 종이를 받아들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그걸 검지로 톡톡 건드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많이 안좋아보이지만. 너는 내 긴, 사과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었다.
다행이다. 화해할수 있을 것 같아. 당장 옛날처럼, 서로 허접❤ 이라고 부르면서 장난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천천히 관계를 회복해 나가고 싶었다. 시간과, 내가 네게 쏟는 노력이 이를 도와주리라. 나는 너를, 다시 소중한 동생으로 여기고 싶으니까.
그런데.
너는 내 목을 잡으려다, 틀기라도 한건지. 거칠게 멱살을 움켜쥐었고. 멱살이 잡히자 무엇인가 끊어지기라도 한 듯, 발을 뻗으려다 움찔거리는것으로 간신히 멈추었고.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너를 노려보았다. 왜 멱살을 잡는거야? 사과했잖아. 용서를 바란건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흥분하면서, 그것도. 주변의 신경을 쓰면서 목을 쥐려던걸 틀어잡을거라면. 사과를 하러 온 건지, 도발을 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고 말할거라면. 차라리 그때처럼 주변에 널린 의자로 나를 내려치는건 어때? 용서를 바란건 아니었어.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나올 필요는 없잖아. 나도 여기까지 오는데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한 줄 알아? 제출일이 가까워진다는건 핑계에 불과했어. 다른 사람에게 반성문을 전달해달라고 얼마든지 말 할수 있었어. 이 대면으로부터 도망칠 방법이 무궁무진했어. 그저 네가 그랬듯, 너와 마주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니까. 그런데. 나는 사과했잖아. 나는, 용기를 내서, 진심으로 네게 사과하러 온 건데. 어째서 내게 이렇게 매몰차게 구는거야? 너도 그때 잘못한게 있었잖아.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나는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금, 짊어지려고 하는건데. 내게 의자를 써서 폭력을 휘두른 주제에. 그리고 네 마음껏 때려놓고, 싸움에서 이긴 뒤에, 그대로 떠나버린 주제에. 하. 대체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난도질해놓는거야.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는거야? 머리가 뜨겁다. 손을 뻗어 상처부위를 매만져본다. 찢어졌던 머리가 날카롭게 통증을 호소하는것만 같고, 부러졌던 갈비뼈가 욱씬거린다.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셈이라면, 그리고 네가 나와 한번 더 싸우고 싶다면. 나 역시 피할 이유가 없어. 나도 네 마음을 찢어놓아줄게.
네게 내뿜는 살기가 점점 커져간다. 교실이, 험악한 분위기에 잡아먹히는게 피부로 느껴진다.-우마무스메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깨닫지 못하는, 피식자의 공포가 위험 사이렌을 마구 울리고 있는걸까. 이것을 그녀들은 깨닫지 못하겠지만.- 나는 간신히 너를 노려보면서.
"뭐하러? 의자도 널려있는데, 여기서 당장 끝을 보지? 응?"
"기분나쁘다고, 나랑 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채로 멱살부터 쥐는 주제에."
"눈치보면서 그딴 식으로 간 볼거면, 그때처럼 의자로 쳐봐. 더 간단하게, 더 알기 쉽게."
마스크를 아래로 내렸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진짜 기분나쁘니까, 히다이 트레이너한테 집착좀 하지 말아줄래? 응?"
"그렇게 집착할거면 평생 가둬놓고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던지. 하핫, 좀 있으면 길가다 누구랑 부딪혔다고 병원신세지게 만들어놓겠네."
"그 사람도 성인이야. 자기 스스로가 행동한 것과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라고. 대체 언제까지 엄마나 누나라도 된 양 굴래? 너, 네 남자친구한테 고백은 한거야? 응?"
입 밖으로 서슴없이 튀어나오는 가시돋친 말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네게 다가가서, 귓가에. 입을 가린채, 낮은 목소리로.
"그러고보니까, 여름 합숙때. 너 만나기 전에. 유우가 군한테 고백 받았었는데. 첫 데이트라고 옷도 골라줬었고. 멀끔하게 입은적 있지 않아? 그거, 내가 골라준 코디인데. 즐거웠지. 어때? 기분."
>>0 츠나페스도 슬슬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오믈렛의 요정 일을 그만둘 날도 어느덧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것은 마저 남은 재고 디저트들을 파는 일이다. 수요가 생각 이상으로 많았기에 쿠키도 그렇고 케이크나 푸딩을 포함한 다른 디저트들도 남아 있는게 많지는 않다. 아마 잘 하면 오늘 안에 영업이 끝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카페 프러시안의 문을 열었다.
지갑을 던지며 자리에 앉았다. 지쳤어. 솔직히 지치지 않는게 이상하지. 요 몇일 사이에 원하던 트레이닝은 하지도 못한 채로 이리저리 용역처럼 끌려다녔다. 덕분에 돈도 벌고 배도 채웠으니 만족은... 못한다!!! 나는 제대로 즐긴게 이틀이라고?! 이 나도 말딸이야 말딸!!! 근데 여기 뭔가 익숙한데...
"...잘못들어왔군."
어딘가 했더니 프러시안의 가게였나. 아직도 단맛이 입에 감도는 느낌이야. 분명 첫날은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적당히 뒹굴거리다 점심쯤 가게일 돕고 바쁜 시간이 끝나면 친구를 만나던 뭘하던 일단 나가서 돌아다닐 것 같네요 어쩌면? 배달가느라 바쁘게 돌아다닐지도 그리고 저녁쯤 다시 가게일 도우러 돌아왔다가 밤이 되면 다시 별보러 나가고.. 늦게 들어와서 잠들고... 뭐 나가야 하는 레이스가 있는 날은 그거 뛰러 가겠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원더가 앉은 자리로 수많은 디저트들을 날라오기 시작한 니시카타 미즈호. 진짜로 남은 걸 전부 가져올 기세로 메뉴별로 하나씩 가져오려 하였다. 딸기 쇼트 케이크부터 특제 당근 케이크, 티라미수, 그리고 갓 구운 따끈따끈한 초코 스콘 외 기타 등등..... 정말 많다. 정말 정말 많다. 오믈렛만 제외하고 진짜로 끝도 없이 날라오고 있다.
"가격은 적당히 결제해 드릴 것이니, 사양 않고 마음껏 드시길.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 만들어 왔답니다? "
[ 그 단맛 ] 이 나지 않도록 진짜로 전심전력으로 노력했다. 이번에는....이번에는 분명 괜찮은 맛이란 평이 나올 것이다....
전력을 다한다니 그거 전에도 말 했잖아. 전력을 다해서... 달았지. 게다가 이번에는 하나같이 손이 가는 물건들 뿐. 방심하면... 또 당할지도 모른다. 천천히 포크를 들어 딸기 케이크를 갈랐다. 위에 올라간 딸기는 살짝 들어 옆으로 덜어낸 뒤에 잘라낸 케이크를 한입...
아즈텍의 맛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잘은 뮤르겠지만 퍼펙트 원더의 입맛이 매우 민감하다는 것은 잘 알수 있을 것 같은 평이었다. 분명히 미즈호 본인 기준으로는 평범한 초콜릿 케잌이고 브라우니였는데.....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 당근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원더 쪽으로 밀어 보였다. 지난번에는 혹평을 받은 당근 케이크.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0 >>875 다음엔 또 뭐가 일어나는거지? 대체 내 입안에서 왜 빅뱅이 일어나는 거냐!!! 나에게... 나에게 다가오지말란말이다아아아아아아앗!!!!!!! 그래도 다가오는 케이크를 마다할 수는 없었다. 스스로가 파놓은 전부 달라는 함정에 빠진 멍청한 말딸이 갈 곳은 지옥의 입구뿐인것이다.
메뉴는 전과 같았다. 비엔나커피에, 당근케이크. 어찌보면 너무 달다고 할만한 조합. 이전에는 말 그대로 '너무 달아서'문제였다만... 음... 크림의 양, 커피의 산미... 적당한 단맛이 고급스러움을 연출한다. ...괜찮다!!! 이번에는 가능성이 느껴진다!!! 이전과는 다른 맛이!!! 온다!!!!!
달그락 소리를 내며 케이크를 먹던 손이 멈추었다. 냅킨으로 가볍게 입을 닦고 니시카타 미즈호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케이크 접시를 들고서...
"이 케이크를 만든건 누구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학교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뭐냐 이 맛은!!! 초 유능한 파티셰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만한 맛은!!!! 어이 젠장 믿고있었다고 니시카타 미즈호!!! 그래!!! 하난의 메뉴에 집중한다!!! 그런 의미였던거냐!!! 트레이너에서 파티셰로 전직해버리는거냐!!!!
어쩌면, 스트라토의 목표가, 그 어느 누구의 목표보다도 더 방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른 의미로 도쿄에서 가장 높은 별(그러니까, CEO 말이다)이 된 어른 스트라토의 모습을 레이니는 몰래,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 ...그러고보니 ‘언니’ 인가. 달리는 우마무스메에서 은퇴하고 나서도, 미스 히로카미와 스트라토양은 함께 하는걸까. 아까의 복수로, 당신에게 그러면 미스 히로카미는 어떤 것을 하나라도 만들어 줬냐고 장난 삼아 물어보려다, 레이니는 뒤이어지는 이야기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로, 우마무스메다운 이야기.” “...그래요.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골인점에 도착하고선, 아, 이 자리에 있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겠죠. 최선을 다 할 거예요. 후회하지 않도록.”
이런 자리에서 주고받기엔 살짝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앞으로 서로 더 바빠질 것 같다는 직감이 들기에. 훗날, 기숙사의 작은 방에서도 할 수 있는 감사인사를 덧붙인다.
문화제 마지막날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오는 프러시안의 메이드 카페. 마지막날을 맞이해서 정말 하기 싫은데도 불구하고(아니, 마사바가 정말로 자신의 메이드복을 미니 스커트로 바꿔놓았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원래 기장대로라면, 그래도 좀 괜찮았을 것이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레이니・왈츠는 당신의 테이블 위에 케첩이 뿌려지지 않은 먹음직스러운 오므라이스를 조심스럽게 올려놓는다.
“주문하신 오므라이스 나왔습니다, 주.인.님. 어떤 그림을 그려드릴까요.”
오늘이 레이니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마음껏 원하는 걸 말해보자!
유식쟌이 일부러 귀에다 대고 조용히 말한거 메이쨔가 큰 소리로 와 진짜? 너 나니와랑 사귀는데도 또 다른 사람한테 고백받고 데이트도 했다고?? 쩐다아~ 그거 나니와도 알고있냐? 아~ 그래서 해변에서 나니와 울었던거구나~ 라고 >>>주변 애들한테 들리게<<< 말한다던가....
어 맞아 유성우때 고백했는데? 소문 싹 돌았는데 못 들음? 아 맞다 너 나 대차로 쳐바른다고 산마캔 나왔다가 대차로 착외찍고 골골거려서 못들었나보구나~ 미안 내가 섬세하지 못했당ㅎㅎ~ 라던가
"너 말이야... 물론 나도 확 올라와서 멱살을 잡긴 했지만." "여기서 끝을 보자고? 잘 보라고."
주변의 갤러리-물론 원치 않는 관객들이다. 당장이라도 다 꺼져줬으면 하지만 결코 입 밖으로 내는 일은 없겠지-를 가리키며, 저마다 웅성거리기도 하고 긴장한 눈으로 이쪽을 보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기도 한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간다.
"그러다 얘네가 휩쓸리기라도 하면? 반성문이 배로 되는 건 물론이고 마구로 출주까지 막혀버릴텐데?" "머리에 피 쏠려도 생각이란건 하고 살아. 유키무라." "간 보네 마네 하지 말고 뒷일도 생각을 좀 하라고. 알겠냐? 하긴~ 머리에 뭐가 들어있어야 생각이란걸 하겠다만."
한껏 이죽거리면서 비꼬듯 말을 던진다. 아-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건, 실소로 그치지 않고 거의 폭소가 나올 뻔한 유치한 도발이다. 고백은 했냐는 대목에서 입술을 비집고 나오던 웃음은, 뭐라도 된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풀어둔 그 말에—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한차례 크게 웃은 후, 눈가에 배어나온 눈물을 닦아냈다. 아니 진짜. 웃을 분위기가 아닌데 웃어버리게 됐네.
"아~ 재밌네. 진짜.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던데, 너 그거 네가 나니와한테 하고 싶은 일 아니야? 오, 그러네. 내가 나니와랑 라이벌이라고 했던 것 하나만으로도 내 다리 부러트리겠다고 협박까지 했으니까, 신빙성 있잖아." "근데 뭐, 진짜 기분나쁜 쪽은 말이야... 멀쩡히 연인 두고서 다른 사람한테 고백받고 데이트까지 했다고 하는 네쪽이 아닐까?" "어쩐지... 해변에서 나니와 엄청 울고 있더라니... 나니와도 참 불쌍하다."
귓가에 소근거리는 걸 보니 남에겐 들려주기 싫었나보지? 그야 그렇겠지. 츠나지는 좁고, 츠나센은 더 좁다. 점심에 꺼낸 작은 말 한마디에 살이 붙어 열마디가 되어 굴러다니는 건 당장 저녁쯤이 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해준다. 아- 주변의 아이들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거, 저녁쯤엔 어떤 소문이 되어 퍼져있을까?
"그리고 좀 늦게 답해주자면, 맞아. 고백했어. 산마캔 전에 유성우 보면서 했다." "계속 계속 같이 있자는 답도 들었고. 뭐 이것도 벌써 소문 쫙 퍼져서 돌고 있던데 넌 못 들었나보지?" "아~ 맞다. 날 대차로 이겨주겠다고 산마캔 나왔다가 꼴사납게 대차로 착외 찍은 후에 골골거려서 소문 들을 틈이 없었겠구나! 미안~ 내가 섬세하지 못했네."
너는 내가 그때처럼 이성을 잃고 의자를 집어 휘두르길 바랐던 것 같지만, 내가 휘두르는 건 의자가 아니라 세 치 혀다. 애석하게도 난 원래 이랬어. 합숙 때도 네가 날 발로 차지 않았다면 의자를 휘두르는 일도 없었을 거라고.
조그만 중얼거림이 들렸다. 불이 다 꺼진 므두셀라의 부실. 훈련이 끝나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무렵. 아직 자리를 뜨지 못한 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문을 열지 못한채로 문 앞에섰다. 뻗쳐나오는 레이스의 소음. 경기의 내용은, 코노와타 스테이크스. 방금 전에 있던 경기. 그 사이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코를 훌쩍이는 것 같은 소리. 그래, 누군가의 울음소리였다. 이미 끝난 레이스, 불마저 꺼진 부실 안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었다. 퍼펙트 원더였다. 홀로 부실에 남아, 유일하게 켜진 티비앞을 떠나지 못하고 웅크린채로... 울고있었다. 울음소리에 섞여서 이 말이 들려왔다.
"한 걸음만... 딱 한 번만..."
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부실에서 멀어졌다. 이것은, 일개 팬인 내가 봐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저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지고 분하지 않은 우마무스메가 있을리 없다는 것을, 아무리 거대하고 강하다고 한들 계속 달려가는 한 패배의 원통함은 누그러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깨달아버렸다.
너는 다른 아이들을 가리키며. 여기서 끝을 보자는거냐고. 잘 보라며 말한다. 나는 너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뭘 어떡하려는거야. 이 이상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거냐고. 있잖아, 메이사. 사람은 자신과 정 반대의 사람에게 끌린다던데, 너와 히다이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너희들은 정말 많이 닮아있어. 대체 저 사람들이 뭐라고 그렇게 신경을 쓰는거야? 중요한건 나 자신이라고. 그 누구도 너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아. 알고 있어? 사랑이라는것도 그래. 내가 파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면. 내가 늙어 죽을때까지 나냐가 나를 책임져줄까? 그렇지 않아. 오히려 가슴이 아파서 나를 떠나겠지. 관계라는건, 우리의 인생이라는건 결국 노력인거야.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레이스와 닮아있어. 너는 왜 그걸 모르는거야? 나는 그래. 그러니까,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으니까. 내가 스스로 손을 내밀기로 결정했다고. 이기심과 자기합리화라는 추한 감정속에서 발버둥치며,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너는, 어째서.
"휩쓸려? 재밌네. 눈 돌아서 다른 아이들이 다치든 말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선전포고 같은거야?"
"마구로 출주가 더 중요하다면 이런식으로 나오면 안됐지. 그렇지 않아? 솔직해져보라고, 메이사 프로키온."
나는 한걸음 더 바짝 네게 다가가서. 어쩌면 코가 닿을법한 거리에. 네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옅게 웃어.
"너도 나도, 트러블 메이커야. 싸움을 걸어오면 피하지 않는 우마무스메라고."
"뒷일을 생각하는게 네게 중요했다면, 상처입은 채 기절한 날 버리고 떠나지 않았겠지."
이죽이는 너를 바라보면서. 너는 곧 크게 웃어버린다. 하핫. 재밌네. 나 역시도 느릿하게 소리내어 웃고.
"재밌네, 너. 이걸로 히다이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툭, 툭 하고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건드리며.
"사랑이라는게... 참 우스워. 제 분수도 모르고 마구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 보니, 그 결과가 어떤식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채."
"그저 한때의 승리감에 젖어 도취되어, 제 눈이 머는 것도 모르고."
"네 말대로, 나는 이걸로 밑바닥까지 떨어졌네. 그런데 혼자 죽지 않았어. 네 고백을 받아준 히다이 트레이너. 성인과 학생의 연애. 거기에 더불어서 한명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내게 고백까지 한. 하핫, 아하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까."
"응? 그렇지 않아? 메이사 프로키온. 대차로 진건 어쩔수 없는 사실인데. 퍼져나가는 소문은 다르지."
"흥미 본위로 전해지고, 추가되고, 왜곡되며, 변질되는. 썩어 문드러지는 소문이란건 어떻게 변해서 너와 그 남자의 가슴에 박힐 비수가 될까."
말을 마치고는, 윗옷 주머니 안쪽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어 네게 상세한 주소를 찍어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뒤를 휙 돌아 천천히 교실 문을 나가며.
"경찰을 부르든 말든 마음대로 해. 너도 나도, '트레이너를 둘러싼 치정의 비극' 같은 자극적인 뉴스의 스타가 되고싶다면."
밤 열시. 학교 인근, 인적이 드문 공원속. 아무도 오지 않는 넓은 공터. 거기서 끝장을 보는거야. 나는 느릿하게 -너를, 나를?- 비웃으면서 문 밖으로 빠져나가고.
...
이걸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되었다. 쓸모없는 들러리도, 방해꾼들도 모두 없는. 너와 나만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채로 끝을 볼 수 있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몸을 풀었다. 매서운, 밤의 추위도 스러진걸까. 분명히 추운 날이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몸이 뜨겁다. 체온이 올라가서 몸에서는 김이 뿜어져나올 정도였고. 흰색 반팔 티셔츠, 흰색 트레이닝 바지. 새하얀 운동화. 제자리에서 몇번 뛰면서 몸을 풀다가. 너를 바라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