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몰아친 추위로 츠나지의 나무에 붙어 있던 마른 잎들이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겨울을 착실히 준비하는 거리에는 벌써부터 털옷과 풀빵이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18), 산마캔(11/25)
【츠나페스】 11/13 ~ 11/24 (situplay>1597006077>1-2)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츠나센의 온갖 진기명기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문화제!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문화 경연의 장이지만, 사실은 동아리끼리 목숨을 걸고 살벌한 경쟁을 펼치는 전쟁터이기도 하죠... ▶ 미스 츠나센 &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 선발대회: 11/18 ~ 11/19 【링크】
너는 다른 아이들을 가리키며. 여기서 끝을 보자는거냐고. 잘 보라며 말한다. 나는 너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뭘 어떡하려는거야. 이 이상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거냐고. 있잖아, 메이사. 사람은 자신과 정 반대의 사람에게 끌린다던데, 너와 히다이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너희들은 정말 많이 닮아있어. 대체 저 사람들이 뭐라고 그렇게 신경을 쓰는거야? 중요한건 나 자신이라고. 그 누구도 너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아. 알고 있어? 사랑이라는것도 그래. 내가 파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면. 내가 늙어 죽을때까지 나냐가 나를 책임져줄까? 그렇지 않아. 오히려 가슴이 아파서 나를 떠나겠지. 관계라는건, 우리의 인생이라는건 결국 노력인거야.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레이스와 닮아있어. 너는 왜 그걸 모르는거야? 나는 그래. 그러니까,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으니까. 내가 스스로 손을 내밀기로 결정했다고. 이기심과 자기합리화라는 추한 감정속에서 발버둥치며,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너는, 어째서.
"휩쓸려? 재밌네. 눈 돌아서 다른 아이들이 다치든 말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선전포고 같은거야?"
"마구로 출주가 더 중요하다면 이런식으로 나오면 안됐지. 그렇지 않아? 솔직해져보라고, 메이사 프로키온."
나는 한걸음 더 바짝 네게 다가가서. 어쩌면 코가 닿을법한 거리에. 네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옅게 웃어.
"너도 나도, 트러블 메이커야. 싸움을 걸어오면 피하지 않는 우마무스메라고."
"뒷일을 생각하는게 네게 중요했다면, 상처입은 채 기절한 날 버리고 떠나지 않았겠지."
이죽이는 너를 바라보면서. 너는 곧 크게 웃어버린다. 하핫. 재밌네. 나 역시도 느릿하게 소리내어 웃고.
"재밌네, 너. 이걸로 히다이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툭, 툭 하고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건드리며.
"사랑이라는게... 참 우스워. 제 분수도 모르고 마구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 보니, 그 결과가 어떤식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채."
"그저 한때의 승리감에 젖어 도취되어, 제 눈이 머는 것도 모르고."
"네 말대로, 나는 이걸로 밑바닥까지 떨어졌네. 그런데 혼자 죽지 않았어. 네 고백을 받아준 히다이 트레이너. 성인과 학생의 연애. 거기에 더불어서 한명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내게 고백까지 한. 하핫, 아하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까."
"응? 그렇지 않아? 메이사 프로키온. 대차로 진건 어쩔수 없는 사실인데. 퍼져나가는 소문은 다르지."
"흥미 본위로 전해지고, 추가되고, 왜곡되며, 변질되는. 썩어 문드러지는 소문이란건 어떻게 변해서 너와 그 남자의 가슴에 박힐 비수가 될까."
말을 마치고는, 윗옷 주머니 안쪽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어 네게 상세한 주소를 찍어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뒤를 휙 돌아 천천히 교실 문을 나가며.
"경찰을 부르든 말든 마음대로 해. 너도 나도, '트레이너를 둘러싼 치정의 비극' 같은 자극적인 뉴스의 스타가 되고싶다면."
밤 열시. 학교 인근, 인적이 드문 공원속. 아무도 오지 않는 넓은 공터. 거기서 끝장을 보는거야. 나는 느릿하게 -너를, 나를?- 비웃으면서 문 밖으로 빠져나가고.
...
이걸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되었다. 쓸모없는 들러리도, 방해꾼들도 모두 없는. 너와 나만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채로 끝을 볼 수 있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몸을 풀었다. 매서운, 밤의 추위도 스러진걸까. 분명히 추운 날이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몸이 뜨겁다. 체온이 올라가서 몸에서는 김이 뿜어져나올 정도였고. 흰색 반팔 티셔츠, 흰색 트레이닝 바지. 새하얀 운동화. 제자리에서 몇번 뛰면서 몸을 풀다가. 너를 바라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