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희야랑 진짜 둘도 없는 친구였어~ 서로 얼마나 친했냐면 예전엔 희야 머리가 단정한 편이었거든. 그 머리가 단정한 이유가 저 친구라는 설정이기도 하구... 그냥 서로 이러저러한 얘기도 많이 나누고 희야가 전부 토하는 날엔 곁에서 등 토닥여주면서 이것도 모두 지나갈 시련이라고 얘기해주고 다갓배틀 뜰사람
그렇지? 동의를 구하듯 후드를 쓴 혜성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지고 빨대를 물고 있느냐고 드러나는 날카로운 이빨이 편의점 밖 전등에 비춰서 빛났을 것이다. 부드럽고 상냥한 어조였으나 진실이었다. 학교 밖에서, 그것도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무섭냐는 물음을 했다면 그닥 상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혜성에게는 진실이다.
혜성은 가만히 그 말을 들었다. 자신도 생각했던 것이고, 아직까지도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우유팩을 양손으로 쥐고 자세를 편하게 하고 혜성의 눈이 물끄러미 정면으로 향했다. 말이 끝날 때까지, 그 새파란 눈동자는 한번도 움직이지 않는다. 무서워? 무섭다. 아픈 건 정말 싫고, 죽는 것도 싫다.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그 상황을 겪는다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도, 이 후배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부원들도.
"멀쩡해보이니? 내가?"
새파란 눈동자가 후드 아래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그럼에도 내가 하루의 루틴을 계속하는 이유는.
"나도 아픈 건 싫고 소중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것도 싫고 이 모든 것을 내가 해야하는지 의문은 있어."
흠, 하고 혜성은 우유팩의 빨대로 몇모금 요구르트를 빨아들였다. 그럼에도, 내가 저지먼트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꽃처럼 활짝 피어난 네 미소와 달리 류화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 있다. 숨까지 내쉬지 못한 채. 너를 마주하면 순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은 유일한 입구이자 출구에 네가 서있기 때문이었다. 크게 뜬 눈동자와, 작아지며 떨리던 목소리로 인사를 했던 류화는 그런 네 웃음에 더욱 비참한 기분에 휩싸인다.
"... 잘 지냈어. 너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네 물음에 답한다. 넌 아무렇지 않게 날 대해 주는 것인데. 난 이 상황에서 도망칠 생각만 하고 있으니. 모두에게 죄를 고하며 용서를 구하기로 했던 다짐을 또 어기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가. 마음이 바싹 타들어가니, 앉자며 네가 옆자리를 두드리면 류화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다가와 앉는다. 그런 말을 하니 도망칠 수도 없어서. 다만 소파 끝에 가깝게 앉으니 널 보다가, 시선을 피하듯이 살짝 고개를 비스듬히 내린다.
"그때 이후로도 며칠 동안 계속 울리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향해 으레 지어 보이던 미소도 없던 류화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방싯 거리다 다문다. 시선을 들어 널 보니, 류화는 작은 목소리로 네게 묻는다.
뭐어 비설만 제외하고 사람으로만 본다면 데 마레 사람들보다 더 의지하고 지낸 존재일지두우... ;3
둘 다 '차일드 에러라 재단에 속했지만, 막상 그 사이에서 제대로 섞일 수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어. 희야는 눈동자 색이 빛에 따라 달라진다면 저 친구는 모발 색이 그렇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서로서로 너도 빛 받으면 그래? 하고 금세 친해졌다는 뒷설정~ 그리고 녹취록 독백 보듯이 재단 폐쇄되기 전까지는 서로 룸메여서 같은 방에서 생활하기도 하고. 아마 지금까지 살아있더라면 안티스킬이 되고 싶다면서 저지먼트에서 열심히 활동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안타깝게도 희야가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선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눈에 띄게 굳은 얼굴. 낮은 목소리. 시선을 피하듯 숙여지는 고개와 떨어진 거리. 리라는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지만 구태여 지적 않고 그저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의 얼굴을 마주치는 것조차 버거운 심정일 거라는 걸 이해한다. 그럴 만한 일이다. 모든 부원을 앞에서 샹그릴라 복용 사실을 털어놓았으니, 그리고 그것을 나무랄 사람들 또한 많을 테니까.
"화 냈으면 좋겠어?"
차라리 그래야 네 마음이 더 편할까. 그러면 뜻대로 해주는 게 맞나. 잠시 고민하던 것은 마주친 붉은 눈동자를 보면 사그라들고 만다. 리라는 몸을 밀어 류화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말도 안 되는 음파 무기, 진짜 여러 사람 힘들게 하네. 그런 게 왜 그런 사람들 손안에서 굴러 다니는 거야? 안티스킬도 함부로 못 쓸 것 같은 흉악한 제압수단이던데. 지금은 괜찮다니 다행이지만..."
무심코 류화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던 리라는 이내 멈칫하더니 거두어들였다. 대신 조금 더 부드럽게 웃어보이기로 한다.
"나도 괜찮아. 잘 지냈고. ...음~ 아니다. 아직 조금 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회복이 빨라도 후유증은 남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리라는 발을 밀어 류화가 앉은 곳으로 조금 더 다가간다. 거리가 좁혀졌다.
"류화가 안 보이는 게 슬퍼서 조금 안 좋았네. 이젠 괜찮아."
가만히 눈을 들여다본다.
"화 안 낼거야. 화낼 사람은 차고 넘치는데 나까지 굳이 숟가락 얹을 필요는 없지. 게다가 이미 모두에게 말했잖아. 끝까지 숨기지 않고, 계속해서 먹지도 않았고. 나는 류화가 언제부터 샹그릴라를 먹어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만둔 건 절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사람은 별 거 아닌 비밀만 갖고 있어도 쉽게 피곤해지는데 넌 오죽했을까 싶네. 힘들진 않았어?"
이대로 나가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건, 분명 나 혼자만의 일이었을까. 점례는 자리를 피하려던 나를 기가 막히게도 붙잡는다. 그것도 아주 단단해서, 웬만큼 힘을 쓰지 않으면 뿌리치지 못 할 정도다. 덕분에 나는 그 자리에서 거의 정해진 거라고 해도 다름 없을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역시 나는,
"뭐냐고... 알고 있었던 거냐고..."
뭔가를 숨기는데에는 재능이 없는 걸지도. 나는 천천히 돌아서면서 조금은 원망스러운 듯한 얼굴을 점례에게 내비췄다. 반면 점례는 미소지어 웃고 있었다. 이쪽의 수작따윈 일찍이 전부 간파한 것 처럼. 어쩐지 맥이 한꺼번에 빠지는 기분이다.
"...그런 거라면 그냥 빨리 말하라고. 쪽팔리게 시리..."
어떻게든 열심히 둘러대려고 해 본 이쪽이 바보같아진 것 같다. 솔직하게 부끄럽다. 그렇다면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 눈치챘음에도 직구로 지적해오지 않은 점례의 탓? 아니면 그것도 모르고 눈가리고 아웅을 시도해본 나의 탓? ...그야 아마도 내쪽이겠지. 정해져있잖아. 나는 어쩔 수 없음을 직감하며 짧은 한숨을 뱉어 원래 서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
어깨에 뒤집어 둘러 몸을 가리고 있던 전신 타올을 벗어 내린다. 그러자 그제서야 내가 그렇게나 숨기려고 했던 환부가 점례의 시선 앞에 여실없이 드러났다. 이 천막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는 나도 처음으로 제대로 보는 것이다. 깨진 독을 막듯 타올로 열심히 출혈을 멈춰보려고 했던 상처는 어쩐지 아까보다 더욱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놀랐다. 의학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보더라도 어떤 날카로운 것에 찢긴 상처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상처다. 당사자인 내가 말하자면 정확히는, 깨진 병의 파편이 스치고 지나갔다. 얕진 않지만, 그렇게 깊지도 않다. 내 몸에 있는 상처가 단지 이것만은 아닐테지만, 나머지는 그래봤자 자잘한 정도다. 마찬가지로 아물던 것이고, 입수 한 정도로는 벌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 몇 밤 정도 잠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을테다. 다만, 이 상처같은 경우엔 특히나 큰 거라서... 나도 갑자기 바다에 올 줄은 몰랐기에 그저 성급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숨기지 못했다. ...역시 흉하다고 생각하려나. 지금 문제는 정작 그게 아닌데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그럼 조금 더 의식하며 움직일 걸 그랬다. 물론 그런 후회를 지금 해봤자 부질 같은 건 없다. 나는 이곳을 떠나기 전 앉았던 선베드에 옆으로 걸터 앉았다.
"약 같은 거 있으려나... 있으면 줄래? 내가 할게. 내 상처니까 말야."
그런 말을 하며 앞에 서있을 점례에게 넓게 편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런 추태까지 보이고서 상처까지 후배에게 돌보게 할 순 없었다. ...뭐, 그런 허울좋은 이유도 있지만 사실은 타인이 내 몸을 만지게 하는 것은 그다지 익숙하지가 않은 것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쭉 혼자 사는 방법만을 배워왔기 때문에, 아마 그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일까. 지금 드러난 것은 단지 상처였을 뿐이었지만, 어쩐지 그것과 함께 나의 숨기고 싶은 단편이 같이 보여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114 구럼요 알아채는건 당연히 일상안에 일어나는 부분이죠! 당연히 기억하고 있슴미다! 1학년중 경력이 있었던것 부분은 말 그대로 중학교때 저지먼트를 했던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나만 저지먼트 경력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는 부분이에요. 1학년들 사이에서!
탄산을 마시다말고 콜록거리는 모습에 혜성은 등을 두드려주려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시위를 가장한 습격은 혜성의 많은 것들을 부숴놓았다. 신뢰를 부수고, 믿음을 부수고 저지먼트 활동을 하면서 바로 윗대 선배들의 갈굼에도 고집스럽게 가지고 있던 이상을 부쉈다. 혜성은 그저 우유팩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
천천히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있던 혜성의 눈동자에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한 빛이 머물렀다. 실망시키기 싫었다는 말. 그리고 바로 뒤이은 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말에 자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후배가 누구인지, 혜성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름이 분명- 혜성은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잠시 시선을 치켜든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뭔데?"
상냥한 목소리로 묻는 말이었지만 그 의미는 그렇게 상냥하지 못했다. 혜성은 다리를 내리고 옆으로 향하고 있던 몸을 돌리며 상체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자신을 보지 않고 있을 후배의 얼굴을 들여다보려했다. 혜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건 누군데? 부원들? 그것도 아니면 은우? 아니면 한양이?"
우유팩을 쥔 손에 힘이 너무 세게 들어갔는지 빨대를 통해 내용물이 조금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모든것을 해낼 수 있었다. 내 마음만 먹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일? 그것이야 단순하다. 난 이어진 상황에서, 말 그대로 모든걸 할 수 있었으니까. 적어도 최소한, 기절하지 않기, 적들을 쓰러트리기, 방심하지 않고 적들에게서 부원을 지키기. 상대를 쓰러트리기. 적이 행동하기 전에, 의지를 꺾거나 후유증을 생각치 않고...ᥣ 말로는 수도없이 뱉어낼 수 있다. 내가 했던 판단들중 최선의판단이 하나라도 있었을까?...후회의 후회의 후회가 겹쳐온다.
꽉 쥔 주먹이 손바닥을 약간 찢어낸다. 약간 고통스럽지만, 뇌를 후벼파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살아있다는 실감이 약간 온다. 손이 떨린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것이요?"
그거야 당연히. 날 보고있던 사람들, 날 믿어준 부원들. 그리고 내가 저지먼트라는 이름을 달고 지켜주려했던 평범한 학생들까지.
"...무슨말이 하고싶은거죠. 이혜성선배님."
숙였던 고개를 숙이고, 이쪽을 쳐다보는 선배님을 올려다본다.
명백한 도발이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빨을 까드득 깨문다. 하지만 여기에 분노를 표출할 순 없다. 어디까지나 기절한것, 대비를 똑바로 하지 못해 아지를 위험에 빠트릴 뻔한것, 한양 선배님께 뒷처리를 시키느랴 무리한 능력을 쓰게 한것,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적들이 다른 학생들을 위협할때까지 어영부영한것, 시위때 아무것도 못하고 나댔다가 기절한것.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고, 화를 내고, 끝내 저주하는 모습은 상상으로도, 꿈으로도 질리도록 보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다정하게 다가오는 것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을까. 류화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지도, 그렇다고 가로젓지도 못한다.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니, 자신도 어떤 반응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 네가 가까이 다가오면 류화는 그만큼 뒤로 도망치려 하나, 이미 소파의 끝에서는 더 도망칠 곳이 없다. 제게 다가오는 손. 세나에게 사실을 고백했던 때의 반동으로 어깨를 움츠리던 류화는 네가 훨씬 더 부드러운 웃음을 짓는 것을 눈에 담는다. 어두운 빛의 붉은 눈동자가, 너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렇게 마주 보는 것도 엄청난 수치스러움을 감당해야 했을까. 슬펐다는 그 말에는 자신이 네게 그런 감정을 주고만 말았다는 것에 더욱 죄스러움을 느낀다. 화낼 사람은 차고 넘친다는 그 말에 겁먹은 꼴이 되니 몰려오는 어떤 감정에 두 눈을 붉힌다. 그러니 아래 떨궈지기만 하는 고개를 류화는 간신히 들어낸다.
"..... 힘들었어. 언제까지 거짓말을 해야 할까. 부작용이 언제 찾아올까. 무서웠는데... 그렇다고 그만두지도 못했어."
얘가 레벨이 몇이였더라. 학년은 1학년이었던가. 곰곰히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후배의 눈을 마주보고 혜성은 나긋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아니, 물음이 아닌 확인일 수도 있다. 이혜성선배님 이라는 말과 바라보는 후배의 시선을 마주한 채 혜성은 웃어보인다.
"단순히 물어보는거야. 후배님이 정말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게 뭔지 말이야."
있잖아 후배님, 하고 혜성은 빨대를 입에 물고 우유팩을 모두 비워낸 뒤 그대로 구겨서 손에 쥐었다. 떨어진 내용물이 바닥에 얼룩을 만들어냈다.
"네가 정말로 실망했던 건 뭐였어?"
네가 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레벨의 격차를 알려준다고 했던 행동을 기억한다.
"사실 네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거 아냐?"
이제 혜성은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 없었다. 자기 스스로만 모든 것이 끝장난 것처럼 행동하는 후배의 모습은 예전이었다면 달래줄 수 있었을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것만이 전부인 지금의 자신이 달래주는 건 힘든 일이었다. 아니, 아니다. 사실은 이 후배를 포함한 모든 부원들을 향한 불신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니 근데 생각해봐 16년을 밖에서 살다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왔는데 어래 무능력자래 근데 평화롭게 활동하는 부가 고등학교 오니까 있어 와 해야지 사람도 사귀고 두근두근 했더니 -꼰-들에게 2년동안 시달려서 반쯤 넋나간 채 부활동하고 은우가 부장이 되어서 이제 좀 평화롭게 졸업하길 기다려야지 하하 근데 갑자기 사건이 팡팡팡 임
어떻게든 얼버무리려던 당신의 행동이 간파당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분명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장 원망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그 증거일테지, 다만 그녀 또한 이런쪽에선 서투를지도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표정은 미소짓고 있어도 눈빛은 까맣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걱정, 명백한 걱정이었다. 그녀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몇 안되는 감정 중 하나였다. 누군가를 걱정하는 것, 특히 상처에 대해 걱정하는 것... 평범한 사람이어도 신경쓰이는 마당에 친구 내지 동료나 다름없을 저지먼트 부원이 다친다? 그녀에겐 중대사항이었다. 당신이 그 손길을 뿌리치려고 하면 분명 또 맥없이 풀리겠지만, 그렇다고 걱정하는 시선이 변할 리는 없었다.
그래도 좀 더 빨리 지적했었다면 당신이 괜히 더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을텐데, 그러다 들켰다는 생각이 들어 무안해지지 않을수 있었을까? ...라고 해도 분명 그녀는 이런쪽에선 항상 어리숙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사람과 관련된 일이니까...
"......"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한듯 싶었다. 그거야 한눈에 봐도 이런 상처를 가지고 멀쩡하게 여기까지 걸어왔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아니면 그렇게 움직이는동안 상처가 더 벌어졌을 수도 있고...
이럴줄 알았으면 얌전히 즐길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어쩐지 씁쓸한 느낌마저 들었을런지...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찢긴 상처, 단순히 베인 것이 아니라 찢긴 느낌이란게 신경쓰였다. 하지만 그걸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신이 말을 해주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니 그저 선베드에 가만히 걸터앉아 옆을 향하고 있는 당신을 가만히 보다가 약을 찾으며 스스로 하겠다는듯한 말에 그녀는 손목에 있던 시계의 핀을 뽑을까 하다가 멈추어섰다.
"...약이랄지, 아얘 응급처치할 도구까지 있지만여?"
그리고선 천막의 문쪽으로 발을 옮겼다가, 안이 보이지 않도록 완전히 가렸을까? 다시금 당신에게 돌아왔을 때는 학교 보건실에서 볼법한 응급차치 키트와는 사뭇 다른 재질의 상자가 옆에 놓여있었다.
"부위가 부위인데, 스스로 하실수 있슴까?"
분명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행여나 보인대도 올바르게 처치할성 싶진 않아보였다.
"...부탁한다는건, 딱히 부끄러운 일이 아님다. 우리가 쌤들한테 다친곳 보여주는게 딱히 부끄러운 일은 아니잖슴까,
후배의 처음 나오는 말을 듣고 혜성은 기다리지도 않은 채 그 말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적어도 자신보다는 이 인천첨단공업단지에서 살아온 시간이 길지 않을까 생각했다. 레벨이 모든 것을 결정짓고, 레벨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공업단지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목화고에 들어와 저지먼트 활동을 2년동안 하면서도 생각하지 않던 것을 처음으로 했다.
"말하지 않은 후배님의 마음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해."
그래서 그때, 그렇게 말도 없이 행동했었냐며 뱉을 뻔한 말을 삼켜내고 혜성은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로 후배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중얼거렸다. 평화롭게 졸업해서, 평화롭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여기에서 잘되고 싶었다. 받았던 부모님과 하나뿐인 오빠의 도움을 보답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금은 떠올릴 필요없는 생각이지만. 이어지는 말에 대꾸하려던 혜성의 목소리는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다행이다. 그 말에 대꾸해줄 말을 몰랐거든.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가 하수구로 뛰어가는 후배의 뒷모습을 봤고, 혜성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서 쓰레기통에 다 마신 우유팩을 던져넣은 뒤에야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떨어진 담요를 집어들어서 툭, 툭, 먼지를 터는 혜성의 행동은 평온해보였다.
"글쎄."
울고 있는 후배의 모습을 바라보던 혜성의 새파란 눈이 도록 방향을 틀었다. 버릇처럼 정면을 응시하고 생각에 잠겼다. 뭘, 어떻게 했어야 했냐니. 그 말에 자신은 절대로 대답할 수 없다.
"뭘 해야하는지는 내가 알려주는 게 아니라 후배님이 이제부터 알아내야하는거지."
나는 몰라. 하고 덧붙히는 말이 끝나고 혜성은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웃음을 지었다. 새파란 눈동자에 깃든 상냥함 너머, 무언가가 빛났다.
갑작스레 핀트가 엇나갔다. 타인의 시선을 위해서 그러는게 아냐. 그저,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다치고 힘들어하는걸 보고싶어하지 않기에. 자기만족적인 것들일 뿐이지. 단 다른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건, 사건의 해결 혹은 안전...이니까.
맞아. 정론중의 정론이다. 내가 이야기 하지 않은건 타인은 알아주지 못한다. 내 마음을 다른사람이 모두 알아주길 바라는건 어리광일 뿐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당신은...어떻게 그렇게 평온한거냐구요...!"
나 자신에게 모두 온전히 쏟아내지 못한 증오가, 약간 튀어 옆사람에게 향한다.
얼굴에는 눈물과 콧물, 그리고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건더기조차 남지 않은 위액으로 가들차 엉망이 된 얼굴로 증오를 쏟아낸다.
"제가 알아내요? 뭘... 알아내냔말이에요!. 사실 전부 알고있다구요!. 좀더, 좀더 가차없어지면 되는거잖아요?! 내가 좀더 강해지면 될뿐인 이야기라고! 제가 나약한바람에 고통에 못버틸 뿐인거니까! 뭐 어떻게 고통에 익숙해지기라도 해야해요? 각 관절이 분질러지고 머릿속이 게걸스럽게 먹히며 후두와 혀가 멋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핏덩이맛이 기도에서 올라오는 그 고통을?!"
그렇게 까지 말하고, 길게 늘어져버린 끈끈한 침을 손등으로 슥 닦고, 날 바라보는 선배가 아닌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다.
"그런걸 버틸 수 있는게 겨우 고등학생일리 없잖아!! 그냥...괴물 아니면 정신병자가 잖아!!!"
잠시 정적이 흐른다.
가쁜 숨을 위아래로 내뱉는다.무릎 대신고이 접힌 물고기모양의 꼬리는, 아스팔트 돌바닥에 비늘이 쓸려 빛을 잃고 흉한꼴이 되어버렸다.
"... 미안해요."
능력을 끌어올린다.그래, 이대로 능력을 쓰지 않는건 현실도피일 뿐이니까.주변에서 끌어올려진 물이, 하반신을 감싼다. 중력에 대항하지 못했던 꼬리는, 주변에서 모인 물 안에서, 다시한번 활력을 찾는다. 끈적했던 얼굴에 물이 한번 감싸지더니, 금새 증발한다. 약간 부어오른 눈만이, 방금 전 추한 울부짖음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그상태로 서서히, 몸이 떠오른다. 꼬리는 헤엄치듯 움직인다. 그게 지금 움직임에 영향이 없다고 해도. 천천히 떠오르며 움직인 몸은, 휠체어를 일으켜 세워 그곳에 앉을때까지 고고히 떠있었다. 휠체어에 앉고 후드를 다시 눌러쓰자, 주변에 모였던 물방울들이 눈녹듯 사라졌다.
힘들고 무서웠다 말하는 목소리를 가만히 귀담아 들으며 리라는 쓴웃음 짓는 얼굴까지 똑바로 마주한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한없이 피하고 싶어 하는 듯한 제스처. 리라는 그런 류화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동정, 안쓰러움. 그런 건 지금 무가치하다. 설령 마음 속으로 품었다고 해도 겉으로 드러내면 역효과일 거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라의 얼굴은 줄곧 잔잔한 수면처럼 평온했다.
"힘들고 무서웠구나. 그랬겠다. 혼자서 어디 하소연 하지도 못하고, 많이 답답했지."
의견과 조언은 지금 불필요하다. 리라는 류화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만 슬쩍 뻗어 상대의 손을 잡으려 한다. 잡혀주었다면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강도로 손가락이 감기는 게 느껴졌을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화 안 내. 네가 한 일을 그냥 가벼운 실수라고만 생각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건 남들까지 갈 것 없이 류화 네가 가장 잘 알겠지."
그러니까 리라는 이 말을 하고 싶다.
"성찰하고 화내는 건 스스로도 충분히 하고 있는 거 같으니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할게. 너무 늦기 전에 돌아와줘서 고마워. 멈추기 힘들고 마음 고생도 심했을 텐데."
스스로가 채찍질 하느라 자신에게 격려 한 마디 건넬 여유가 없다면 가끔은 외부에서 소박한 것이나마 내미는 것도 한 방법이다.
"레벨을 올려주는 약이라는 건 참 꿈 같아. 인첨공의 누구에게나 그럴거야. 당시에 류화 네가 느꼈던 심정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여기 사는 학생이라면 누가 완전히 신경 끄고 살 수 있겠어."
애초에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허점을 숨기고 학생들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든 수법에 신물이 난다. 류화는 규칙 위반자인 동시에 이 모든 일의 원흉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난 피해자다. 모순적이지만 양립 불가하지 읺은 명제들.
"괜찮다거나 잘못한 게 없다는 말은 안 할 거야. 그래도 너무 움츠리진 마. 원흉은 따로 있는데 그 사람들보다 더 힘들어하면 억울하잖아."
매일 방문하는 바이오키네시스 연구소의 한 실습실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다량의 액체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그 액체를 온전히 뒤집어쓰는 일이 일어나버린 것이었다. 그 액체란 모조 인체에 들어가는 모조 혈액이었고 그 누군가는 나였다. 그러니까 산 채로 피를 뒤집어 쓴 듯한 꼴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 씨. 다 젖었잖아!" "누가 거기서 얼쩡대래." "말 다 했어! 흐, 에취!" "크흐흐흐. 가서 씻기나 해라."
순간적으로 치솟은 화를 참지 못 하고 사건의 발단인 선임 연구원, 유준의 멱살을 잡았다. 잡고 탈탈 털려고 했으나 급격하게 몰려오는 한기에 재채기부터 나왔다. 멱살을 잡히고도 뻔뻔하게 말하는 꼴이 몹시 보기 싫었지만, 내일 몸살로 고생하기 싫으면 씻는게 우선이긴 했다. 유준을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있는 힘껏 밀어내고 샤워장으로 갔다.
"옷 밖에 둔다-"
뒤에서 그렇게 말했으니 씻고 나오면 어련히 옷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니까, 멀쩡한 옷 말이었다.
방해꾼이 있을 뻔 했지만 무사히 처리했다. 아무튼 완성된 반죽은 예열된 오븐에 넣고 타이머를 맞춰 놓았다. 그 다음은 다량의 체리의 손질이었다.
"야. 도와줄까?" "......" "아니 아니아니 진짜 도와준다고! 얻어먹을 거니까!" "...그럼 이거 전부 꼭지 따고 반은 2등분 하세요." "어, 어... 알았어..."
체리 손질은 떠넘겼으니 나는 초콜릿을 자르고 생크림을 치면 됐다. 계량된 만큼의 재료를 깨끗한 볼에 넣고 휘핑기를 돌리는데, 체리를 손질하던 유준이 말했다.
"올해는 포레누아 하냐. 뭐 나도 단 거 잘 먹으니까 상관 없지만." "...그래서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이거면은 뭐, 크기도 크니까 나눠서 네 친구들 갖다 줘도 되겠다." "......" "만났다며. 걔네들."
위이이잉
휘핑기 소리가 정적을 메웠다. 조금 후에 대답했다.
"그래서요." "그냥, 그렇지 않냐고." "네."
유준이 힐끔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았다. 눈치 살핀 것이어야 할 터였다. 정말로.
"야. 이거 다 했다. 다른 거 도와줘?" "아메나 데려오세요." "어야."
체리 손질을 끝낸 유준이 주방을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정말로 그가 가고 나자 혼자 남아있었다. ...나 혼자.
띵!
오븐의 타이머가 울리고 생크림은 완성되었다. 무심코 맨손으로 오븐을 열어 틀을 꺼내려다 흠칫하며 손을 떼어냈다. 잠깐 닿았을 뿐인데, 손끝이 붉어지며 화상의 징조가 보이고 있었다.
"하..."
한숨을 쉬며 개수대에 찬 물을 틀고 손을 넣었다. 그대로 식히면서 능력을 쓰자 조금 후엔 죽은 살갗이 붙었을 뿐인 손이었다. 참 유용한 능력이었다.
다시 제대로 장갑을 끼고 제누와즈 틀을 꺼내와 식게 내버려두었다. 그 사이 초콜릿을 갈고, 시럽을 만들고, 체리 한 알을 집어먹었다. 왠지 꼭지가 남아있던 체리라 그대로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뱉으니 동그랗게 매듭 진 꼭지가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마지막 작업을 하기 전, 잠시간의 여유에 조리대에 기대 천장을 바라보았다.
중 1 때부터 였던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게 된게. 그 때는... 처참했는데. 그 다음 해는 조금 괜찮아졌지. 그 다음 해도...
"......"
아니다. 생각하지 말자.
눈 한 번 꾹 감았다 뜨고 돌아서 바로 제누와즈부터 손을 뻗었다. 한 덩어리인 제누와즈를 3등분으로 자른 다음 가장 밑 시트부터 설탕 시럽을 촉촉히 적셨다. 그리고 생크림 한 겹, 반 갈린 체리 한 겹, 다시 생크림, 그 다음 시트. 그걸 두번 반복하고 나서 겉에 다소 투박하게 생크림을 둘러주고, 그 위를 다시 잘게 자른 다크 초콜릿으로 덮어버리고, 위에 툭툭 생크림 바른 다음 생체리를 빼곡히 올리면 끝이었다.
원래 위에 체리가 이렇게 많이 올라가진 않지만 어차피 팔 것도 아니고 무슨 상관일까. 뒷정리를 간단히 마친 후 케이크를 들고 다시 유준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 먼저 와 있던 아메가 다리에 달려드는 바람에 케이크와 내가 위험했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사히 케이크를 테이블에 놓고 유준이 미리 내린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준비가 됐으니 자르려고 칼을 드는데, 유준이 분위기 깨는 소리를 했다.
"올해도 그냥 넘겨? 노래는 몰라도 말 한 마디 정도는." "...필요 없어요." "야 그래도 명색이가 아니지 아니다 그래 그냥 먹자 응."
유준은 케이크 자르는 칼이 서서히 목표를 바꾸는 것을 보고 서둘러 말을 정정했다. 필요 없는 말은 필요 없는 말이었다. 조용히 케이크를 자르고, 조각을 나눈 뒤, 포크로 한 입 자르려는데, 발 밑에서 아메가 짖었다.
왕!
"...안 돼. 이건 너 먹는 거 아니..."
아메가 먹는 것이 아니니까 안 된다고 하려는데 뭔가 눈에 들어왔다. 예쁜 리본을 멘 아메의 등에 작은 종이 봉투가 메여 있었다. 유준이 또 무슨 헛짓거리를 했나 싶어 노려보았지만 그는 모른 척 케이크 퍼먹기에 여념없었다.
케이크를 내려놓고 아메를 무릎에 올려 봉투를 뜯어냈다. 얄팍하고 가벼운 봉투를 열어 털어보니 가느다란 사슬로 된 팔찌가 툭 떨어졌다. 중간 중간 별과 달 모양 참이 달린, 은은한 로즈골드의 여성용 팔찌였다. 별과 달에는 투명한 보석도 박혀있어 빛이 비추면 반짝거리는게 예뻤다.
나는 그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준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아메를 옆에 내려주고, 팔찌를 테이블에 두고, 케이크를 먹었다. 그러길 조금 후에 유준이 말했다.
"그거 아메랑 세트다. 봐."
그 말에 아메를 보자 아메의 리본 밑에 가느다란 가죽 목걸이가 보였다. 거기 달린 팬던트가 팔찌의 것과 같았다. 용의주도하고 주도면밀한 준비에 한숨을 쉬며 케이크를 한 입 밀어넣는데,
"그 옷도 네 거다. 모자랑 신발이랑 장갑도 있으니까 세트로 가져가."
...아까운 케이크를 날릴 수는 없으니 참아주겠다...
잠시 살벌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그 뒤론 나도 그도 조용히 케이크와 커피를 먹고 마셨다. 그리고 잠시 아메와 놀아주다가 남은 케이크와 그 옷...을 들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책상에 팔찌를 던져놓고 침대로 기어들었지만.
동월이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먼저 움직인 것은 혜우였다. 할 수 있다면 멱살 잡고 끌고나가보라니. 골치아픈 일이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혜우는 이곳의 구조, 법칙을 하나도 모르는 반면 동월은 이미 몇 번이나 이곳을 들락거렸다. 몇 번이고 죽을뻔하며 지침서를 외웠다. 몇 번이고 좌절하며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스튜디오의 내부는 완벽하게 알았지만 그들의 불합리함은 동월로써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멱살 잡고 끌고 나가보라는 혜우의 말은 어찌보면 쉬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 ...... "
뛰쳐나가는 혜우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곤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방금까지만 해도 바닥에 쓰러져서 세상 모든 무력함을 맛본 것 같은 상태더니, 뛰기는 너무 잘 뛴다. 좀처럼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드디어 문이 열린 곳으로 도달했나 싶은 그 때
" 커헉, 케흑... "
그녀석은 나타났다.
어딘가 잔뜩 다쳐서는 이리저리 베인 자국에, 피를 얼마나 흘린 건지 얼굴은 창백하고, 눈은 퀭하다. 뭘 베어냈는진 몰라도 칼은 완전히 이가 다 나가서 저걸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벨 수 없을 것 같다.
알았어야 했는데. 미리 눈치채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낡은 카메라의 의미를 알았어야 했는데.
>>311 호기심과 공격성은 있지만 귀여움은 없다!!!!!!!!!! (냠) 그래도 약 잘 챙겨드시는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뽝실!) 쫄깃한 심장 같은 염통구이의 맛 극찬이다....!!!!!! (??) 약이 얼마나 강하면 기억마저 치료해버렸는가!!!!!!!!!!! (??)
그러고보면 할로윈 일상도 3일밖에 안남았잖아!? 해야하는데.... 오늘 일상을 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헥토파스칼 킥을 날려주마!!!!!!!!!!!!
앗 토끼굴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토끼라는게 유일한 생존자인가? 싶어서요.... 🤔🤔 AI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부활 못한건가요...? 부활 할 수 있는거죠...???? (오열) (복복복복복)
>>317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응애 펭귄이었다니....!!!!!!!!!!!!!!! (응애!) 핫하하 그 치료 월월이도 당했다!!!!!!!!! 지금은 잘 탈출해서 지내고 있지만 :) 그러고보면 점례 할로윈 그 픽크루처럼 계속 눈을 가리고있는건가요?! 그런 묘사를 본 것 같아서!!!!
>>318 응애 기여어... (와박와박) 머야 기억을 이세계에다 둬버리고 오믄 어캐여!!!!! 그래서 가짜월월이도 있는 건가!!!!!! 내~~~~ 맞워오~~~~~~~ 할로윈기간동안은 어머나세상에한 드레스와 함께 안개를 끌고다니는 수상한 우렁각시가 되엇서~~~~~~~~~~
>>320 (복실해진 응애) 기억 잘 가져왔답니다!!!!!!!!! 근데 그게 병원 트라우마의 이유가 돼버린 그런..... (옆눈) 가짜 월월이는 진짜지만 가짜다!!!!!!!!!! (?) 헛 앗쉬 세상에 애린이를 집에 들이면 우렁각시가 생긴다고?!?!?!!!! (난청) 애린이를 집에 들여야 (안됨)
앗 맞다 애린주한테 질문!!!!!!! 괴이부 가입하고 시간이 좀 지났는데 애린이 수색 몇번 나갔었다로 하실지 아니면 아직 한번도 안나감으로 하실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340 아 근데 지혁이라면 아마 몰래 얘기해줬을지도(...) 트라우마... 라고 해야하나? 단지 동월이가 극혐하니까 입조심 하자는 느낌.... 그야 괴이부 칭구들도 동월이 실종됐을 때 구하러 가긴 했는데 근데 거기 상태보고 멘붕와서 수색 포기함...!!! 뭘 당했는지는 모릅니다. 근데 지혁이 동월이 때문에 수색 무기한 금지 당해부러서 그런사실 잘 모르니 몰래 '그런 괴이가 있는데, 왠진 몰라도 다들 언급을 안한다' 하면서 알려줬을것 같네용
매애애애앵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그건 완전히 애린주에게 맡기겠습니다. EX타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하면 언제든 물어보십셔!!!!!!! 튜토 괴이라 뭐 이젠 다 풀어도 괜찮은 녀석.... 🤔🤔
>>347 슬라이딩 태클엔 싱가만한게 없조~~~~! >< 괴이부에서 만난 세나랑 동월이는 왠지 움짤 느낌? 헤헤 실제로는 부순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흥미에 가까운 느낌이겠지만여~ 이런 위험한 곳에 가다니 내버려 둘 수 없다! 하는 생각도 어느정도 있을 거구여 그리고 괴이부에서 쫓겨나는거조~~~~!
>>350 딱히 당했다 같은 생각은 없으니까여? 말 그대로 휘말린 것 뿐이구 방해라면 오히려 자기쪽이 방해 됐을 테니까여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돌아왔는데 친구 안색이 별로 안 좋으면 걱정 할 만하조~~~ 밥도 사주기로 했구 묻고 싶은 것도 있을테니까여 그래서 이것저것 참견하지 않을지~~~ 하는 생각이 좀 있네오 후후
>>351 하 세나 이녀석 의리 대장이구나!!!!!!!! (오열) 걱정해줬지만 미안하다 세나야 이녀석 앞으로 훨씬 더 구를거야.... (옆눈) 아마 세나한테는 나중에 괴이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할 것 같네요! 그야 실종자들 아직 많은데 찾기도 전에 위에서 알아버리면 다 박살낼 것 같으니... (그들의 윗사람들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 후후 언젠가 또 같이 괴이에 갈 때를 기대하마(??)
리라는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는 소년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누구더라. 기억에 없는 얼굴인데.
"누구세요?" "너 그 마녀잖아!" "응?" "지갑 훔쳐간 마녀!"
아. 그제야 정체를 좀 알 것 같다. 리라는 여기저기 붓고 터져서 엉망진창인 소년의 얼굴을 가만히 뜯어보다가 다시 입을 연다.
"말은 바로 해야지. 훔쳐간 건 너, 내가 한 건 도난품 회수." "시끄러워! 돈 어떻게 했어!" "분실물 신고 넣었는데? 지금쯤 다 주인 찾아가지 않았을까~" "이익..."
잔뜩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며 리라는 눈을 깜빡인다. 그때는 마스크며 후드며 천조각들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꽤 앳되다. 많으면 중학생 정도일까.
"얼굴은 왜 그래? 아파 보여." "네가 무슨 상관이야!" "병원 갈래?" "됐거든! 그때 뺏어간 돈이나 내놔!" "없는 걸 어떻게 주니. 너 그거 내버려 두면 덧난다." "참견하지 마! 애초에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리라의 눈이 가늘어진다. 설마 했지만 역시 그런 거였나.
"나 때문?" "그래! 너 때문에 그날 소득 날려서 쳐맞은 거라고!"
할 말이 많지만 굳이 하지 않는다. 대신 리라는 소년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한 걸음에 어깨가 움찔, 두 걸음에 뒷걸음질.
"X발, 왜 다가와! 오지 마! 돈 안 줄 거면 꺼져!" "ID 카드 있지? 보여줘." "꺼지라고!" "너 때린 애들은 어디에 있어?" "알아서 뭐 하게! 잡아 넣기라도 하려고?!" "네 얼굴 보면 그래야 할 거 같은데. 이리 올래?
말이 끝나는 동시에 품 속에서 튀어나온 조그마한 칼날이 갑자기 길게 늘어나며 크게 휘둘러진다. 아슬아슬하게 노려진 목은 피했지만 무심코 팔을 들어 팔뚝을 길게 베였다. 옷이 막아줘서 그나마 덜 들어간 걸 감안해도 꽤 깊다. 교복이 찢어져서 너덜거리는 틈으로 붉은 물이 들고, 이어지는 시큰한 통증에 리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러면 너만 불리한 거 알아?" "닥쳐! 그러게 왜 참견질이냐고! 짜증나게 굴지 말고 네 갈 길 가! 진짜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니까 말 아끼려고 했는데, 소매치기 시키고 돈 못 가져왔다고 때리는 애들과 의리 지켜서 너한테 남는 게 뭐야?"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날붙이를 쥔 손에 들어가는 힘만 강해지는 게 보인다. 말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태평하게 생각했나. 리라는 한숨을 내쉰다.
팡!
"어?"
순식간이었다.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칼에 물컹한 파란색 클레이 같은 것이 잔뜩 달라붙어 날을 묻어버렸다. 리라는 손에 들린 조잡한 생김의 물총을 들고 당황한 소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손잡이로 금세 단단히 굳어버린 클레이를 쳤다. 충격이 가해진 클레이 덩어리는 내부의 칼날과 함께 부러져 조각나버린다. 찰칵. 상황을 파악하듯 눈 앞의 시선이 이리저리 헤매는 동안 수갑을 채우는 건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가벼운 다리로 갈래, 점토 붙이고 끌려갈래. 골라." "......" "역시 전자가 낫지? 자~ ID 카드 주고 이름 대. 병원 들렀다 가자."
어째서 그렇게 평온하냐는 물음에 혜성은 눈을 깜빡였다. 평온한가. 자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평온해보이는 모양이다. 아 이건 좀 억울하네. 갈곳을 잃어 방황하던 증오가 자신에게 향하는 거라는 것을 안다. 그 정도는 상관없지만 두번이나 평온하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혜성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일단 후배님은 화를 내야할 상대를 잘못 찾은 것 같아. 후배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하는 행동은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한 화풀이잖아?"
후배님한테는 심리상담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한번 부탁해봐하고, 혜성은 덧붙히면서 후드를 조금 더 끌어당겨서 후배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뭐라고 했더라.. 나약해서 고통을 못이겼다고? 그거 누가 말한건데? 그 자리에 있던 애들 중 한명이라도 후배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한 애가 있었어? 그 누구도 아픈거에 익숙해질 수 없어. 레벨? 후배님도 레벨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거야? 가차없이 그때 시위를 진압했어야했다고 생각해?"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담요를 집어든 채 혜성은 한쪽 눈가를 찡그렸다. 하-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지끈거려, 혜성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러 문질렀다. 지켜보고 있으니 터진 것처럼 한참을 쏟아내던 후배가 어느새 냉정을 되찾아 능력을 사용해서 휠체어에 오르는 걸 보던 혜성은 이래서 담요를 덮고 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후배를 향해 담요를 내밀려다가 슥 뒤로 당겨냈다.
"좀 어때, 쏟아내고 나니까 개운하지 않아? 개운하지 않다면 넌 저지먼트를 그만둬야돼."
웃음기 없는 얼굴로 혜성은 뒤로 당겼던 담요를 후배에게 건네고 자신의 옷자락을 정리해서 귀와 꼬리를 감춰낸 뒤 가늘게 눈을 떴다.
잠깐이지만 점례의 말투가 변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그저 기분 탓이었을까. 아니면-...
"아니, 부끄럽다든가 그렇지 않다든가... 그런게 아냐. 이건 내가 벌려놓은 일이니까, 내가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나는 조금 진지한 얼굴이 되어서 잘도 그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틀림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해안도로에서 걸어내려올 때도 이야기 했었지만, 이미 점례에게는 많은 것을 받아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이상 무언갈 받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녀에게나, 나에게나...
"헷... 이 나를 얕보지 말라고. 이 많은 상처를 지금까지 누가 돌봤다고 생각하는 거야."
스스로 할 수 있겠냐 물어오는 말에는 시선을 내리깔아 웃으며 자학하듯 말해본다. 나때문에 경직된 이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나름의 블랙조크였는데... 효과가 있었으려나.
"헤헤... 그보다, 뭐냐고 점례 그 진지한 얼굴. 안 어울린다구? 이래보여도 그냥 상처가 벌어진 것 뿐이야. 이정도 나에겐 낙승 수준으로 익숙하니까~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 표정 안 해도 된다구. 아하하- 윽...!"
무의식적으로 웃자, 다시 신경을 찔러오는 듯한 고통에 금새 소리내며 눈살을 찌푸려버렸다. 방금까지는 일부러 신경쓰고 있었기에 소리내는 걸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배까고 보여지니 각오가 조금 느슨해졌던 것 같다. 고개를 내려 시선을 다시 상처쪽으로 향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혈액이 옆구리를 타고 점성있는 기름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곤란한데... 전혀 설득력 있는 그림이 아니야.
"...하하, 그러니까 그냥. 여기서는 내게 그 상자만 주면 되는 거라고... 점례 제군, 오케이~?"
찡긋, 한 쪽 눈을 감아 상쾌하게 윙크해보이며 일부러라도 이 분위기를 수습해본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금 손을 뻗어 그 구급상자. 정확히는 그렇게 보이는 물건을 점례에게서 받아가려 하고 있었다.
>>426 물론 일상 슬라이딩으로 경진주를 하늘의 띄워버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킵하게 되는 상황이 나오면 제대로 핑퐁 못하구 킵하는거 기분 안좋을수 있으니..... (옆눈) 힘들진 않다!!!!!!!!!!!!!!!! 누가 이 수퍼 동월주에게 힘들어보인다고 하는가!!!!!!!!!!!!!!!!!!! (쩌렁)
>>428 (복실복실복실복실) 크 으 윽 안되겠다 나중에 일상에 침입해서 혜성이를 직접 복복 해버려야?? (동월:캐붕인데오)
>>436 아니 왜 날 공중이 띄우고 싶어해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그런 세심함이 있었구나!!! 난 괜찮아 어짜피 나도 스레 붙었다 인생 살다 하는 사람이고 그러니 텀 신경 쓰지마!!! 난 늘 기분 좋아!!!!!! 3년에 한번 핑퐁해도 좋아! (?) 어우 내가 미안해 너무 건강하네 동월주 (피 철철)
>>0 청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봤다. 이건 도대체.. 분명 가면 뭐시길 좋아하는 친구가 너같은 캐릭터가 있다며 보여준 캐릭터였다. 공리주의라는 사상을 강하게 받은 교수였는데 배틀로얄을 빨리 멈추기 위해서 직접 자기가 슈트를 제작해 참가한건가 그랬지. 청윤은 능력을 여전히 쓸 수 있나 확인했다. 멀쩡히, 잘 나갔다.
>>460 음 일단 상황은 둘이 푸딩 만드는 상황이 있었으면 좋겠고????? 배경은 일반 일상이던 핼러윈이던 경진주가 편한대로 해주셔도 됩니다!!!!!!!!!!!!! 핼러윈 뭐 3일이나 남았는데 경진주 하고싶은거 다 해!!!!!!!!!!!!!!!!!!!!!!!! (쩌렁)
지금의 상황. 한양에게는 차라리 스트레인지, 그 중에서도 악질인 녀석이 가득한 구역에 비무장으로 혼자 가는 것이 훨씬 덜 긴장된다고 느꼈다. 그야..아무리 인첨공이라도 인외의 존재는 본 적이 없으니깐 말이다. 차라리 인간이라면 얼마나 강한지 대충 가늠이라도 가지, 인외의 존재는 가늠도 안 됐다.
"네.. 귀신이 사람인 척해서 피해자들을 유인할 수도 있으니깐요.."
한양이 자각한 정보는 제한되어 있지만, 그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변수와 상황을 고려해둔다. 괴물이 사람을 못 따라한다는 보장은 없다. 어쨋든 혜승과 한양은 천천히 복도 끝에 접근해가면서 비명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후우..다행이다.. 괴물이 아니었네요..어서 합류시키자고요."
한양은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고, 이 여학생을 혜승과 한양의 무리에 합류시키려고 했다. 여학생을 부축을 하기 위해 다가가며 괜찮냐고 묻는 혜승. 거리가 어느정도 좁혀지자, 여학생이 대답한다.
"크크크크큭...당연히 괜찮지."
아까와는 다르게 매우 굵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여학생..그리고..혓바닥을 뱀처럼 내밀면서 목이 마치 뱀처럼 길어졌다. 몸은 인간이면서 목이 기괴하게 늘어나며 혜승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로쿠로쿠비였던 것이다. 이 로쿠로쿠비의 얼굴은 혜승에게 빠르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남녀평등 크래쉬!!!!!!!"
한양은 염동력으로 로쿠로쿠비의 몸을 순간적으로 세게 밀어치며 복도 끝의 벽에다가 박아버려서 기절시켜버렸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기절해버린 로쿠로쿠비.
"혜승양! 괜찮아요?!"
한양은 혜승에게 가서 괜찮냐며 상태를 물었고, 갑작스레 선명해지는 발걸음과 여러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방금 벽에 박히는 소리가 녀석들을 부른 듯했다.
멀쩡하던 부실 안 불이 픽 꺼졌다 미미하게 불이 돌아온다. 그럼에도 경진은 발걸음을 멈추지도, 하다못해 제 탓이란 것을 인지도 못 한 것인지 멈칫하는 기색도 없다. 찰팍, 물기 젖은 맨 발이 복도에 부딪히는 소리는 저지먼트 부실 내에서도 들릴만큼 이질적이다.
부실의 카드키를 쫄딱 젖어 몸에 달라붙은 바지 주머니에서 끄집어내려 손가락 두 마디의 사투 끝에, 물기에 번지르르한 카드를 센서 등에 비추어 보아도 자동문은 동작하지 않는다.
‘카드를 읽을 수 없습니다’
기계의 목소리가 세 번 들려오고 나서야 경진은 카드를 포기하고 열쇠를 찾으려 바지 주머니를 더듬고,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포기하고 부실 문에 난 작은 창으로 내부를 보려, 충혈된 눈알 굴려보였다.
“안에 누구 계시죠,”
물에 잠긴듯 먹먹한 목소리가 조곤히 퍼진다. 주먹 약하게 쥐고 노크하듯, 부실 문을 툭 툭 치는 것에 손에 있던 물기는 문의 면을 타고 흘러내린다.
“문 좀 열어주실수 있을까요.”
/세은이 푸딩은 냉장고에 있고 냉장고는 부실에 있으니까 장소 멋대로 정해버렸지만 싫다면 말해주기!!!!!!!!!!!!! 그리고 쓰고 나니까 동월이 경진이 자식 괴이인줄 알고 써는거 아닐까 늦은 깨달음을 얻었다 불편한거 있거나 잇기 힘든 시츄를 던진 것이라면 찔러주십쇼 (넙죽)
>>541 내가 생각해도 쥰나부담임 반말깐 안 친한 남자애가 쌈 야무지게 싸서 먹여준다니 차라리 채식선언을 할래() 오 친밀도 오른다면 고기 세점씩 넣어서 싸 줘야지 취향반영 확실히 해줘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ㄴ 얻덕게 탄 것과 날 것이 공존하지 레전드네 경진이가 집게랑 가위 뺐음 (경진: 아지 씨, 제가 할게요. 앉아서 드세요...)
>>548 와. 너무 귀여운데. 쌈 백개 싸주마. 힘겹게 씹고 삼키면 사이다 한 잔 빨때 꼽아서 입가에 대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너 입으로 말한 거면 적폐 아니야 공설이야 !!
>>594 미치겠네 아지 그거 왜 들고만 있어 자기가 먹지 왜 최대다수의 최소행복을 자처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진이 자기 신경쓰지 말고 밥 먹으라고 하고 싶은데 입에 음식물+양손 차서 입 가리지도 못하므로 의문의 텔레파시 수련 할듯()
>>599 천천히 먹는게 건강에 좋댔어 혜우 장해 오쪼쪼
>>601 ㅋㅋㅋㅋㅋㅋㅋㅋ (경진: 원래 고기 굽는 사람은 다 이렇게 떠먹여 줘야지.) <뻔뻔함() ㅋㅋㅋㅋㅋ 크기 줄여주는 정성 너무 귀엽다 적당해지면 턱 받아먹음
그냥 어디에나 있는, 그런 녀석의 적당한 생각이다. 점례가 건넨 응급키트를 받으며 그렇게 말하고서는 고맙다며 짧은 감사의 말도 함께 건넨다. 그 다음부터의 자가치료는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동작으로 이루어졌다. 물과 소독약을 이용해 손을 소독하고, 다음으로 환부에 흘려 소독한다.
"...아팟...!"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 과정은 전혀 익숙해지질 않는다. 기이한 일이다. 정작 이 상처를 얻어갈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아프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오히려 응급처치를 위해 환부에다 소독약을 붓는 쪽이 훨씬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이게 그 아드레날린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인가... 흐른 피와 함께 약을 천으로 닦아주고, 나머지는 연고를 발라 반창고를 붙인다... 이지만, 적당한 크기가 없다. 여기서는 붕대뿐인가. 붕대라도 둘러서 압박해야겠다. 나는 적당히 끊어서 사용하기 위해 붕대를 펼치는데... 잠시 주의를 돌리니 아까부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점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계속 저렇게 지켜보고 있던 걸까.
"너 말야... 너무 보는 거 아냐?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렇게 보면 좀, 부끄러운데..."
그냥 다친 걸 수습하는 것 뿐인데 그렇게 보고 있으면 의식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남 앞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처음인가.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 치료도구들을 제공해 준 사람한테 잠깐 나가 있으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마저 두르려 했던 붕대를 펼친다.
"..."
다만 문제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난다. 지금, 붕대를 대보고 알아차린 것이지만 환부의 위치는 묘하게 관절의 사각에 있어 몸통을 한 바퀴 빙 둘러서 붕대를 대려 하면 자꾸만 위치가 어긋나는 것이었다. 사람 손이 둘 뿐인 것이 애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런 순간을 말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조금 느슨하게라도 대충 둘러놓는 수밖에. 덕분에 적당한 처치가 되어버리겠지만, 마침 물놀이는 방금 끝났기도 하고. 그다지 격하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풀리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0 노력은 언젠가 결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이야기를 그녀도 들어본적이 있다. 다만 그것이 언제, 어떤식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나? 그렇기에 그 결과를 맞이하는 때는 이를수도, 늦을수도 있다는...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그래서 사람은 그 기약없는 미래를 기다리기도 하고, 기다리다가 지쳐서 포기하거나 애먼 사람, 또는 신을 원망한다네요~" "종교적인 의미로서는 날 모르겠지만... 기약없는 미래는 아느래도 평범한 사람들한텐 무리지~ 연구자들처럼 애초에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를 것을 매일같이 붙잡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은 말야." "선생님은 어느쪽이신가요?" "나?"
여성은 자판을 두드리는 손을 멈추고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 꾸준히 노력이야 하겠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생각하지 않는 타입이려나?" "딱히 기대를 하지 않는 타입이신가 보네요~" "뭐, 그렇게 볼수도 있겠네~"
푸스스 흩어지는 여성의 웃음을 따라 희미하게 미소짓던 그녀가 단말기를 조작하던 도중... 갑자기 어디선가 타들어가는 냄새가 나다가 손에 들고 있던 단말기에서 희뿌연 연기가 나며 작은 폭발이 일어났을까?
"앗, 고장나버렸네요..."
순간적으로 놀라 떨어뜨렸지만, 오히려 그게 다행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손에 화상을 입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픽픽거리면서 타들어가던 회로는 어느새 잠잠해지더니 이내 얊게 피어오르던 연기마저 사라졌고 여성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오래쓰긴 했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는듯 폐기상자에 그것을 던져넣던 여성이 혼잣말처럼 되뇌였다.
"거듭되는 실패를 받아들이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되더라구. 물론 성공했을 때의 기쁨마저 무뎌지진 않지만 말야."
"그것은 나의 저주라. 이 육체의 저주의 일부이며, 우리 모두를 덮친 잔악한 간계의 결과일지니. 본래 주어진 능력은 그저 단순히 힘을 끌어올릴 뿐이라네."
전극을 좀더 건드리고 있다가, 스파크에 한번 따끔 하고 손가락을 데이고서는 그만둔다. 그러면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이다. 아프다기보단 이상하다. 이건 마치... 통각이 무뎌진 기분이군. 괴물은 이런 몸인가...
"그렇다네. 홀로 몸을 뉘일 방 한쪽이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일지니, 이곳에서 멀지 않다네. 다른 학우들도 함께 살아가는 터이니, 수도원과 비슷한가, 혹은 벌집과 비슷한가? 우리의 보금자리 다른 보금자리로 이어져 있어, 서로를 기댈 수 있다네. 허나 벽이 얇음에 통재라. 종종 다른 이의 목소리가 나의 보금자리를 침범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만다네."
...그냥 원룸촌이고, 벽 얇아서 남의 목소리 들리지만 남들도 많이 살고 방값도 싸서 산다는 소리다. 그리 말하고서는 손을 들어 오른쪽 갈림길을 가리킨다. 눈에 보일만한 거리에 원룸 건물들이 늘어서 모여 있다.
그는 살면서 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얀 구름같은 색채를 지니게 된 어린시절, 흘러가듯 떠다니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었다. 구름속에 파묻힌 채 푸른 하늘이 붉게 타오르는 노을과 손을 잡고, 저 멀리로 떠나가 밤이 등불을 든 채 찾아오면 인사를 하자. 그런 공상을 하고 꿈으로 꾼 적이 있었다. 그 때의 로망을 지금 이루게 된 것일까? 하지만 구름까지 올라가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럼에도 날개가 달렸고 아무 기계장치 없이 비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한 번 정도는 자유롭게 날아보고 싶다. 이미 강아지같은 소년이나 고양이 같은 소년을 잡고(새발로 잡았다. 강아지는 비슷한 체격이었고 고양이는 아예 그보다 10cm 이상 컸기에, 등에태우는 건 힘들었다) 날아보긴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소년은, 혼자가 편한 사람이었다.
하여, 아무도 없는 하늘을 비행하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이 시원하고- 이대로 어디로든 가면- 나를 기억해줄 사람이 있을까 싶어져, 소년은 점차 고도를 내렸다. 하얀 날개가 퍼득거리며 느릿하고 안정적이게 옥상 위에 내려섰다. 하아. 나지막한 한숨이 소년의 입가에서 새어나왔다.
".."
슬쩍 흔들리는 관모? 같은 것을 날개손으로 잡으며 소년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정신을 차리려는듯. ..근데 이 모자는 뭐지? 하피가 아닌가? 하얀 소년은 좀 늦은 의문을 얻었다.
놀랍게도. 말을 어찌저찌 한 몸처럼 움직여서 옥상으로 올라오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물론 목이 없다는 것이 머리를 쾅쾅 부딪히지 않게 했다는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요. 그렇게 옥상에 그림자가 져서 숨은 것 같은 느낌으로 학교를 내려다보면서 이런 일은 언제 끝날지.. 같은 생각을 하던 수경의 옆쪽으로 무언가 하얗고... 저지먼트 조회 때 보기는 한 사람의 얼굴을 한 존재가 날아서 옥상에 앉았습니다.
.....분명 베일에 가려진 머리는 뭐지 저 사람얼굴을 한 새는.. 같은 표정을 짓고 있겠지만. 얼굴이 가려져 있으니, 표정도 말도 없이 멀거니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번의 일(*은우와의 머리찾기 일상) 이후로 나무로 만들어진 바구니에 베일에 덮인 머리가 넣어져서 멀거니 보거나 손을 놓아도 떨굴 일은 없다는 걸까요.
다그닥. 거리는 소리가 옥상의 바닥을 살짝 울립니다. 존재를 드러내지 읺고 계속 관찰해도 수경에겐 나쁘지 않은 일이었지만.. 같은 저지먼트 부원이니까 말을 걸어볼 생각인 걸까요?
[안녕하세요] [부원 명부에 적을 둔 걸 봤어요] [이경 씨였죠?] 매일 보충한 수첩에 말을 써서 내미려 합니다.
//수경이 듀라한은 대충 이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갑옷같은 게 사실 검은색이라는 것+저 베일덮인 머리가 바구니에 들어있게 된 걸 빼면... https://ibb.co/7k439Q8
손등.. 지금은 깃털로 덮인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던 그는.. 생소한 소리에 고개를 바짝 들었다. 버릇처럼 무표정하던 그 얼굴에 웃음이 그려졌다. 다행스럽게도 완전히 새라기 보다는.. 그래도 새 수인에 가까운 체형이라 그래도 인간이란 느낌이 들기는 하였을 것이다. 아주 기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와 별개로 소년의 얼굴은 상대의 정체를 알자 살짝 굳어버렸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던 탓이다.
말? 을 탄 사람? 머리가 없는데?
그는 듀라한도 요정의 일종이라며 작아진 정하를 놀린 전적이 있었으나, 듀라한이라는 존재를 지식으로 아는 것과 그것을 생생한 4d 라이브로 직관하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였다. 솔직히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도 비행기라는 물건은 있지 순도 100%리얼 듀라한은 보통 없지 않나.
"...아. 안녕하세요?"
하여 소년은 인사를 좀 늦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웃는 얼굴은 깨지지 않았다. 일단.. 수첩에 적힌 내용을 봐서는 같은 저지먼트 사람인 거 같았다. 하얀 소년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참 기쁜 일인데 누구지. 그는 부원 명부에 적힌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그라도 누군지 몰랐다.
제 한몸 간수할줄 안다면서 이제와서 그냥 평범한 수준이라니, 누군가는 그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보질 못하는게 일상인데도 말이다.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을까, 하지만 당신이 문제라는 건 아니었다.
좌우간 그녀는 당신의 처치과정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상처의 소독 자체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지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을 땐 덩달아 자신까지 따끔한듯한 느낌이 들었을까, 이런 것도 공감이라면 공감일까, 아니면 레몬을 보면 침이 고이듯 그저 인간의 반사적인 행동일 뿐일까... 천으로 닦고, 연고와 반창고일까, 하지만 그 키트엔 딱히 그럴만한 것이 없었다.
"...아, 너무 노골적으로 보고 있었슴까?"
차마 저런 모습을 보고 '와, 선배님은 스스로 치료할줄도 아시는구나~'라고 칭찬할만한 성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있어선 제법 신경이 쓰였나보다. ...늘상 혼자 하는 행동이었다면야 타인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는건 그럴만도 하겠지만,
"넵, 빵점임다. ...라고 하고싶지만 초반 처치는 괜찮았으니까 20점 드릴게여."
다 끝난듯 당당하게 이쪽을 바라보는 당신에게 내려보는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꾸했다. 아니, 실제로도 내려보고 있었겠지만...
"참내, 이러니까 혼자하면 위험하단 검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가선 당신이 대강 둘러맨 붕대를 풀려 했다가 잠깐 멈칫했을까?
"...실례 좀 하겠슴다."
당신의 양해를 구하는건 조심스러웠지만 그 뒤의 행동은 전혀 아니었다. 빠르게 붕대를 풀어 상처부분을 살펴봤을까, 이래선 대충 아물다간 흉터가 생기기 십상이었다. 물론 병원에 간다면야 만사오케이, 흉터고 뭐고 처음부터 다치지 않았던 것처럼 고쳐주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게 고작이었을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긴 머리카락을 틀어올리고서 글러브를 끼던 그녀는 다시금 처음부터 시작했을까, 다행히도 금방 처치했다보니 피가 흐를만큼 베어나오진 않았기에 소독에까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리고선 찢어져 벌어진 상처를 단추를 제대로 꿰듯 봉합용 테이프로 한부분 한부분 정확하게 맞물리도록 모아주고서야 거즈로 그부분을 덮고서 탄탄하게 다시 매어주었을 것이다. 옆구리다보니 조금 격하게 움직이면 틀어질 수야 있겠다만... 아무리 당신이라 해도 밥먹는 와중에 공중재비를 돌 사람은 아닐테니까,
"슨배임, 그래도 일단은 아가씨임다. 이쁜 몸에 흉터라도 생기면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에여."
당신과 눈을 맞춘 그녀의 시선은 단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단 임시변통임다. 더 확실하게 하려면 치유능력 전문인 슨배임을 찾아가시거나 병원에 가보는게 좋으실 거에여.
하지만 얼굴+새는 어딘가.. 기묘한 느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도 하피나 세이렌 정도로 생각했다는 건 다행이었을까요. 아니 이게 다행이라고 할 건 아니긴 한데.
[...수경이라고 합니다] 수첩에 글을 적어서 보여주려 합니다. 안타깝게도 베일을 벗겨내는 게 듀라한이 일하는 걸 엿보는 걸로 판정되는지, 벗겨내려 한 자에게 피를 뒤집어씌워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충동을 같은 괴물같은 존재들이라서 겨우 떨쳐냈던 터라 얼굴을 보여주는 건 곤란했습니다. 그냥 좀 시간제한은 있어도 머리를 다시 붙이면 될 것 같지만..
[날아오는 걸 보고 조금 놀랐어요] 적어서 보여주려 합니다. 가려져있긴 해도 머리가 멀쩡한 말이 당신의 의사를 조금 표현하듯이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하지만 당신 목없음도 한놀람 하지 않나요?
대련할 사람을 찾는 포스트잇을 게시판에 써놓았지만 딱히 읽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부실에 그 모습으로 가만히 앉아있던 청윤은 운동장에라도 나가보려고 했다. 사실, 애초에 대련을 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젠 미쳐버릴 것 같았다. 차라리, 싸우다 몸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괜찮을까, 해도 은우 선배가 그렇게 좋아할 일도 아니었으니.. 은우 선배..
"은우 선배."
운동장에 다다르니 호랑이도 재말하면 나타난다더니 몬스터들이 간간히 보이는 운동장에서 은우 선배가 있었다. 저 모습은.. 뭐지? 용인가?
"저 청윤이에요."
청윤은 은우 선배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자신이 누구인지 말했다. 손이 꽉 쥐어진다.
대체적으로 그가 본 현 학교 상태는 일단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절반, 그리고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본능에 삼켜진 이들이 절반이었다. 정말로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을 볼 때마다 그는 가볍게 제압하면서 하나하나 묶어두고 있었다. 물론 학생을 묶는 행위는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니었으며,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를테면... 이전에 수경의 머리를 좀비로 변한 학생이 물어뜯으려고 했던 것처럼. 그런 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대형 사고가 날지도 모를 일 아니겠는가. 이번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연구원들에게 책임을 확실하게 묻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일단 자신을 노리고 다가오는 도깨비를 가볍게 날려버리면서 그는 후우, 숨을 내쉬었다. 학교 운동장 쪽이 특히나 위험천만해보였기에 일단, 그는 그곳에 나와있었고, 위험해보이는 이들을 일단 하나하나 기절시키면서, 진정시키는 중이었다. 힘의 논리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그리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힘을 써야만 했다. 한순간의 망설임과 실수로,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한편, 갑자기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자연히 뒤로 돌았다. 그런데 또 이건 뭐란 말인가. 마치 히어로 쇼에서 나올 법한 슈트를 입은 이가 있었다. 저게 뭐야. 저렇게 변한 이도 있어? 엄마, 아빠, 세은아. 앞으로 난 뭐가 나올지 모르겠어. 무서워. 그렇게 생각하며 당황하는 찰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아.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그렇구나. 너는 그렇게 변했구나. 마침 잘왔어. 조금만 도와줄래? ...일단 이 근처에서 날뛰고 있는 이들을 제압 중이긴 한데... 괜찮다면 저기에 쓰러진 이들을 포박해줄래?"
이 사태가 정리될때까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다른 곳을 바라봤다. 혹시나 다른 곳에서 문제가 또 터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인면조와 하피, 세이렌 중에 뭐가 가장 나은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입 밖으로 내면 장황한 토론으로 번질 수 있는 아주 깊은 질문이었다. 아마. 적어도 당사자에게는 그렇지 않을까?
"아. 김수경. 텔레포트 능력자-죠?"
다행스럽게도 소년은 그 이름을 알았다. 언뜻 본 기억도 있었고. 조금 밝은 표정을 한 그는 하얀 눈으로 그녀를 보았..지만.. 갑옷을 입은 기마기사에게서 전의 모습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로 떨어진) 얼굴마저 베일에 가려져 있으니.. 심지어 목소리도 쪽지로 대체했으니.
"그- 죄송해요. 누군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요."
물론 놀란 건 소년도 마찬가지다. 잠시 심란해져서 쉬러 내려온 옥상에 듀라한이 있으면 비둘기도 놀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 특이함이 익숙해진 소년은 쪽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조금 수경에게 다가갔다. 솔직히 목 없는 검은색 기마기사는 아주 멋지지 않은가? 아이들이 보면 감탄하면서 달라붙을 것이다.
이리라의 오늘 풀 해시는 괴담_속_자캐의_포지션은 귀신. 근데 무섭지 않은. 이사 온 다음부터 자꾸 리라귀신이 꿈에 나와서 잠을 못 자는 모브가 사과 같은거 하나 썰어놓고 '저 출근해야 되는데 잠을 못자겠어요 나오지 말아주세요' 하면 안나오는 귀신 가끔 모브가 너무 졸려서 불 못 끌때 불꺼줌
자캐가_사형당한다면_마지막으로_먹을메뉴 독약? 모두의 눈앞에서 끔찍한 몰골로 죽을 바엔 혼자 조용히 가겠다고 생각할 것 같다
자캐가_짓는_웃음의_의미는 "지나가는 표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는 건 피곤한 버릇이에요." "각자 좋을 대로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난 아무 말도 안 할래~ 비밀~"
>>806 ㅋㅋㅋㅋㅋㅋ 아니... 귀신이 아니라 우렁각시가 아니신지...(갸웃) 어어..독약이라니. 안돼요. 누군가가 구해줄거예요! 죽지 마라!! (흐릿) 그리고..확실히 웃음 그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는 법이지요! 226번...아프다...너무 양심이 아프다...(털썩)
생각해보면, 저번에 폭탄 처리한 게 수경 아니었던가? 그것을 떠올리면 그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도구만 충분하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 가능할 것 같았고. 물폭탄을 보낸 다음 전기충격기라거나.
"..아..."
힘들 것 같기는 했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비단 그녀가 아예 말을 타고 올라온 것을 모른다 하더라도 나올 생각이었다. 중장비를 입고 걷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와중에 말 까지 끌고 올라와야 한다면 도전이란 말이 아주 잘 어울렸다.
필담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소년이었으나 그녀의 배려를 싫어하지도 않았다. 하늘거리는 검은 베일로 가려진, 검은 말 위에 여기사. 잠시 뒤로 물러서서 그 모습을 한 눈에 담은 소년은 아주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에 품어두고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을 만큼.
수경의 목소리는 아예 생소하지는 않았다. 자연 공원에서나 부실에서나 들을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저번 꽃놀이 때도 그렇고. 조용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그-럴 거 같긴 하네요. ..괜찮으시다면 수건을 좀 드릴까요? 좀 편하게.. 놓아야 할 거 같은데."
바구니 안에 쿠션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랐지만.. 뭐든 좀 더 푹신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 하얀 소년은 양궁 가방을 흔들면서 물었다. 참고로 이 가방, 맨 체로 온 것이다.
"확실히 나쁘지 않아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고요!"
방긋, 그가 웃었다. 비행 체험을 시켜주는 건 어렵지도 않고 좋았다. 너무 몰리면 도망쳤지만.
>>791 은우 선배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였다. 본인이었어도 놀랐을태니까. 청윤은 일단 이 운동장에서 대련할 수는 없으니 속마음을 숨기곤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대신 끝나면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실 수 있나요?"
그러곤 그때 TV에서 봤던 대로 오른손으로 본인의 벨트 쪽을 만졌다.
'카드덱이.. 여기였나?'
카드가 만져졌다. 꺼내보니 카드엔 어드벤트, 사이코 라고 쓰여 있었다. 그 카드를 왼팔에 있는 슬래시 바이저에 슬래시하자 카드는 파란색으로 변하며 불타며 사라졌다.
어드벤트(ADVENT) "사이코 로그(PHYCHO-ROGUE)" ※""로 되어있는건 음성으로 나오지 않고 대충 드라마의 자막과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드벤트란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뒤편에서 사이코 로그(https://ibb.co/f9gKdmL)가 나타났다. 청윤은 이성을 잃고 날뛰는 학생 한명을 가리켰고 사이코 로그는 그 학생을 덮친 뒤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했다. 청윤 본인은 은우 선배께서 말하신 대로 은우 선배께서 들고 오신 것 같은 수갑으로 학생들의 손을 묶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약간은.. 기분이 미묘하기도 해서 그렇네요.] [보편적으로는 그런 반응이 있긴 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레벨이 높아져서 쓸모가 많아보이게 된 것에 기분이 미묘해지고, 자존감이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거지만 수경도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는 게 편할지도.
"오래동안은 못 붙이니까 뗐다, 붙였다 해야 하지만요" 오래도록 붙이고 다니면 그건 듀라한이 아니잖아. 같은 법칙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수건을 말하는 이경에게 제안은 감사하지만 바구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고는 인기가 좋다는 말에 그런..가요. 같이 대충 납득은 합니다. 수경은 듀라한이라서 인기 좋을 일은 별로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경의 물음을 듣고... 말머리가 대신 한숨을 쉬듯 숨을 내뱉고는 머리를 숙입니다.
"....네" 수경은 잠깐 침묵하다가 긍정한 뒤, 말에서 못내리더라고요. 라고 짧게 첨언합니다. 요정 버프 때문인지 지금은 아프지 않지만. 아마 이 할로윈이 끝나고 나면 최소 하루동안은 근육통에 시달릴 게 분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부탁? 무작정 여기서 들어준다고는 은우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일단 그 내용은 들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해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제 동생의 목숨이 걸린 부탁 같은 것은 들어줄 수 없지 않겠는가.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긴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지금 이 학교에선 온갖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눈앞의 그녀도 그 영향을 받지 말란 법이 없었다.
".....?"
눈앞에서 펼처지는 모습으로 인해 그는 순간 두 눈을 깜빡였다. 뭐지. 강화 슈트인가. 제 2학구에서 만들어진 신형 슈트를 여기에 공급되었고, 그것을 청윤이 입었나? 그런 혼란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은우는 두 눈을 깜빡였다. 대체 저게 뭔데? 뭐인건데? 홀로그램에 전이 장치를 적용해서 만든 신형 슈트? 상당히 좋아보이는데. 왜 내가 1학년때는 저런 것이 없었지? 그런 온갖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거, 어디에서 얻은 거니. 일단 안전한 것은 맞는거지? 아니면... 너는 그렇게 변해버린거니?"
만약 변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는 그야말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연구원놈들. 너흰 대체 뭘 여기에다가 쏜 거냐. 진짜로 지금이라도 처들어가서 빨리 모두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멱살부터 잡아야하지 않을까라고 은우는 생각했다. 어쨌든 그는 그 나름대로 날뛰던 다른 학생들을 제압하며, 수갑을 채웠고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843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기부니가 왜 이상할까 아지주 그럴거 전혀 업자낭 히히히 혜우 생일은... 4월 21일! 하지만 아지한테는 그냥 4월이라고만 얼버무렸을 것 글고 아마 한번쯤은 선물 아닌 선물도 던져줬을겨 야 이거 써 하고 음 아마 목도리나 장갑 같은거?
>>851 아 너무 좋아 내가 리라 평생 보살필게 내 전자아내 ^^ (소름끼치는 웃음) 리라주 안녕~~~~ 곧 사라질거라 인사 안 해도 되는데 우리 스레 왜 착한 애들만 있어 인사성 너무 밝아.................. ㅋㅋㅋ 아니야 리라 그런거 안 해도 돼 우리 이쁜이 그냥 편하게 있어. 내가 다 한다 넌 그냥 모셔지기만 해. (?)
>>855 하지만 뭐 하지만 왜? 알콜버프 중인 나를 궁금하게 만들다니 아지주 테메 (짤짤) ㅋㅋㅋㅋ 진짜... 날짜만은 끝까지 안 알려줬을 것 사실 저 훈련독백도 21일 당일이 아니라 10~20일 사이 그 어딘가라서 아지아지 선물 뭐 줬니! 나 궁그매!!!!!!!!!!!!!!
"진짜 좋은 능력 같은데요~? 저는~ 기억을 조금 건들 수 있거든요? 평소에는 뇌내 메모장 정도로 밖에 쓸 일이 없어요."
남의 기억을 건들 일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정보 수집에는 썩 훌륭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번 자연공원에서는 활만 신나게 당긴 게 그였다. 정보 수집은 커녕 누군가의 기억을 보지도 못한 것이다.
"목이 떨어져 있어야 듀라한이긴 하죠....저도 이 모자, 안 떨어지더라구요."
목이 붙어있으면 듀라한 보다는.. 다른 게 떠오르지 않는가. 판타지 소설의 단골손님인 데스나이트같은 것들. 둘이 섞여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소년은 전에 읽었던 소년은 떠올렸다. 수경이 수건을 거절하자 가방을 다시 편하게 두었지만, 필요할 것 같으면 언제든 말하라고소년이 덧붙였다. 또한, 듀라한의 인기에 대해서 "그렇죠?"라고 강조했다. 물론 사람들은 진짜 듀라한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엄청 훌륭한 코스프레'라고 생각하겠고, 그렇기에 반응도 좀 더 가벼울 것이라는 전제가 있긴 했다.
"그으으으.."
소년은 무슨 말을 해야하는가 아주 힘내서 머리를 굴렸다. 말에서 내리지 못한다니 무슨 저주 아닌가.. 듀라한에 대한 기준점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야, 그래그래.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은 하는데 영 들어먹는 기색이 아니다. 기실 이름을 잘 잊는 편이 아니고 도리어 기억력은 쓸만하니 부러 노력을 안하는 것이 분명. 애초에 지금 주요 관심사는 그게 아니다. 낙조는 뒤를 향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뭐? 뭐가 싫다고?”
앞말을 놓치자마자 반사적으로 되묻는다.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안 믿는데 왜 그리 놀라? 뒤로 나자빠져가지고 귀신님~ 귀신님~ 찾던 거 다 봤는데.”
밟은, 까지 나오자 한쪽 눈썹을 꿈틀하나 곧 표정을 제자리로 되돌린다. 무심한 듯 말하곤 있으나 농조가 옅게 묻어나왔다. 귀신을 안 믿는다는 말을 안 믿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솨아아아아.
빗줄기가 어김없이 쏟아져내린다. 창틀과 벽을 이리저리 두들기는 소리가 캄캄한 복도를 울렸다. 습기와 한기가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왔다. 천장에 가려 보이지 않는 하늘에선 우르릉, 하는 무언가 끓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낙조가 아지를 향해 고개를 완전히 꺾어 돌린 그때.
“그 정도 깡이면 나랑 죽어라 싸울 수 있을 듯 싶어.”
콰앙!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번쩍였다. 캄캄했던 어둠을 일순 복도 끝까지 밀어냈던 빛이 희번득하게 빛나는 검은 눈을 밝혔다. 신나게 입꼬리를 말아올린 낯이 강한 음영을 받아 악귀처럼 길쭉이 웃는다.
억겁 같은 천둥번개가 지나고, 고요가 찾아든다. 벽을 울림 천둥이 지나간 자리를 빗소리가 먹먹하게 메운다.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얼굴이 다시금 평범한 장난꾸러기로 돌아왔다. 아지의 물음에 으응? 하는 소릴 내더니 바지 주머니에 꽂은 팔을 들어 올려 양손을 뒤통수에 대곤 성큼성큼 앞장선다.
“기숙사. 너 기숙사생 아니냐? 맨날 아침마다 나오잖아.”
조깅. 뒷말을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처음 맞닥트렸을 때부터 그러려고 했던 일이다. 이 음산한 한밤의 학교를 돌아다니는 걸 보면 겁이 없는 거 같은데, 지금 보면 겁을 집어먹다 못해 겁에 잡아먹힐 판이다. 비록 그게 자신을 향한 공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낙조가 힐끔 곁눈질하며 물었다.
"텔레포테이션 능력의 유용성은.. 인정 안한다면 기만처럼 보이긴 하니까요" "저는...이경 씨의 능력도 저는 괜찮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흐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그런 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그야 그것은 본인이 가지고 싶어하는 거지 타인에게 말할 건 아니지 않나?
"...그렇죠. 목이 붙으면 듀라한이라고 하기가" "모자요? 하피나 세이렌...은 아닌가보네요" 하피나 세이렌이 모자가 반드시 있다는 건 들어본 적 없었으므로(물론 그런 전설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고 그런 버전일 순 있지만 일단 일반적으로는)
"...그건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파스는 솔직히 혹할 수 밖에 없는 제안입니다. 그야 수경이는 파스를 붙일 정도로 격한 운동보다는 생활적인 운동을 적절히 하는 타입이어서.. 앞으로 닥쳐올 근육통에는 무지할 것 같았으니까요. 그리고는 다시 목을 떼어내서 바구니에 담으려 합니다. 적당히 뗐다 붙였다 하는 신세란.
자신은 이무기가 되고, 어떤 후배는 듀라한이 되고, 자신의 동기 중 하나는 프랑켄슈타인이 되었다고도 하는 것 같던데... 은우는 절로 미간을 꾸욱 집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건지. 이게 과학의 힘으로 가능하다면 그건 그것대로 엄청 무섭다고 은우는 생각했다. 한편, 청윤의 부탁. 대련을 부탁한다는 그 말에 은우는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듯이 청윤을 가만히 바라봤다.
"...너는 그렇게 변하고 투쟁본능이 늘어난거니?"
이 후배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일까. 그 와중에 능력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조건이라는 말에 그는 가만히 제 손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레벨5의 힘으로 상대를 해달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 은우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청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 그리고 그 슈트인진...모르겠지만, 아무튼 방금 네가 보였던 힘으로 싸운다고 한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없어질 힘인데, 그 힘으로 대련을 한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언젠간 없어질 힘. 그렇다면 그 힘을 갈고 닦아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겠는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레벨3 수준의 초능력이라면 모를까.
>>895 25 너무한거 아냐 다갓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삐걱이는 이경이도 귀여울거 같아🤔... 투명우산 엄청 잘 어울리는데 바로 아래 진단이 매워요 왜 우리애가 가치가 없어잇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최이경인데 목말태워다니면서 이뻐이뻐 해줘 버린다 공략 실패 발언 무겁다...... 절대 회피하고 싶은 루트군
>>895 이경이...춤 잘 못 추는군요..(토닥토닥) 아앗..투명 우산. 그거 들고 하늘을 보면 뭔가 기분 묘해지던데 말이에요. 이경이도 비슷하게 느끼려나요? 음...그러면 이경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을 기다린다!! 나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뭔가..뭔가 너무나 무겁고 슬픈 말이에요...8ㅁ8
청윤의 답변은 무감각했다. 지금은 그런 것에 딱히 신경 쓸 기운조차 없었다. 정신적 자원이 너무 소진되었달까.
"...아니에요. 그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기 때문이에요. 시위 이후로."
이 힘이 사라지든 말든 알바 아니었다. 그저 스트레스와 자기혐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고, 이 분노를 어떻게든 표출하고 싶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자기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분노가 있었지만 힘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은우에게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걸까 나는. 청윤의 손이 떨렸다.
민트 좋아하는 4레벨 능력자씨가 하나. 소년이 활 실력으로 그녀를 놀려먹는 건 기만을 당해서가 아닐까? 물론 이것은 정하주의 허락을 받지 않은 적폐이다.
"칭찬 고마워요!"
소년은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에게 있어 자신의 능력은 애증의 대상에 가깝지만, 분명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는 능력일 수도 있었다. 잊고 싶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니. 망각으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보다 영원한 각인을 바라는 소년에게는 다른 방향으로 좋은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쵸? ...근데 이 모자 어디선가 본 거 같기도 하고.."
소년은 하얀 날개손으로 모자를 툭툭 건들였다.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떨어질 것 같은 모양이지만 그 뿐, 머리에서 완전히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평소에 운동을 잘 안하셨으면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승마는 해본 적 없어서 얼마나 힘든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시절 한 번 겪은 일을 소년은 떠올렸다. 양궁부 가입 이전까지 운동이랑은 담을 쌓고 살아오던 소년은 그 날 드물게도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엎어져 있었다. 양궁 가방을 내려놓고 안에 들어있는 파스를 꺼내 내밀었다. 다행히 날개지만, 뭔가를 들 수는 있었다. ..목을 떼어내는 장면에서 잠시 눈이 깜빡거렸다.
>>875 혜우우주 비유 한번 똑똑하게 한다 대학원 올래??????????????????????? 헤헤
>>877 혜성이는 눈에 다이아를 박았잖아 (느끠)
>>881 리라주 반응 장문으로 하는거 너무 존경스러워 2주만 기다려 내가 아주 두배로 갚을테다 (살벌) ㅋㅋㅋ 리라가 걱정해주면 너무 좋은데 다음 진행때 또 다쳐올게 ^^7 약점 상황은 가다보면 나오지 않을까 나오면 리라주 태그해줄게 헤헤 (리라주: 필요없어;) 썰은 (삐---------) ㅋㅋㅋㅋㅋ 성장통...
경진: 아팠어요...
>>882 인사하면 내가 때린댔지??? (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짐꾼이라니 경진이는 같이 맛난거 주서가러 끌고온건데 일꾼을 자처하면 (경진: (편함)) ㅋㅋㅋㅋㅋㅋ 이경아 그러면 맞는 말이라서 반박을 못하잖아......... 경진이 걍 받아들임
"나 살면서 약하다는 소리 너한테만 듣고 있어" (짐 반 뺏어들음)
>>887 경진: 괜찮아요 할머님!
>>890 ㅋㅋㅋㅋ 아직 뭐 눌린것도 없고 혼자 잘 추스르고 있으니까 그렇게 됐다 () 우산은 하인간의 것 어짜피 네카에서 후드티 입혀줬으니 갠찬아.
>>895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경이 춤 못 추는구나 귀여워~~~~~ 사랑 못 받은 캐들이 사랑을 어찌 표하는지 모르는거 이거 맛있거든 이경이가 사랑을 알고 성장했으면 좋겟다.......... 잊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니 최이경 메이드복 사진을 뿌리기만 하면 전국민이 네 이름을 외치게 될 것이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 그것도 그때 여러 소동이 있었던 ㅡ물론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에는 물리적 피해는 없었지만ㅡ 그 시위 사건 이후부터란다. 그 말을 들으며 은우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 이후의 목소리는 은우의 귀에는 닿지 못했기에 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들렸다고 한다면 무슨 말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네 말은, 마치 지금 네 스스로의 화를 누군가에게 풀고 싶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것도 굳이 나에게 말한다는 것은, 그 화는 나를 향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이전, 애린과 한 이야기를 조용히 떠올렸다. 아마도 눈앞에 있는 이 후배도,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일까. 어쩌면, 물리적 피해는 없을지라도, 내면적 피해는 많은 이들에게, 정말로 많은 이들에게 생각보다 깊게 남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은우는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널 박살내주기를 바라는거니? 만약 후자라면 나는 못 해. 그러니까 이 가능성은 아니길 바랄게."
그 부분만큼은 은우는 상당히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고개를 도릳도리 저으면서 제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며, 등 뒤에 난 꼬리으로 괜히 땅을 약하게 힘껏 쳤다.
"...화를 내고 싶으면 내도 돼. 너는 그럴 권리가 있고, 나는 그것을 들을 의무가 있어. 다른 이들도 모두 포함해서 말이야. ...지금 네가 뭘 생각하는지만 알려주지 않을래?"
단순한 대련이라면 얼마든지 가볍게 했을지도 모르나, 그런 결이 아니라면 조금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 자리에 있기도 뭐한 법.
"따라와. 에어로키네시스 능력자들이 사용하는 훈련장 안 쪽으로 나에게 주어진 훈련장이 있어. 거기라면 모든 피해가 자동 수복이 되니까... 조금 날뛰어도 상관없기도 하고. ...따라오면서 이야기해줘. 네가 지금 뭘 생각하는지."
그렇게 말을 하며 그는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며 몸을 뒤로 틀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을 것이다.
>>901 흑이경을 바라는가? 호감도를 높여라. 투명우산 들고 하늘 보는 거 분위기 쩔 거 같아서 넣었다(..)
>>905 색 없는 순백의 소년이 투명 우산을 쓰고, 비 내리는 어둑한 회색 정경에서 멈춰서 하늘을 바라보는 그림을 상상했다!
>>906 우산은 검은색으로 쓸까 했는데~ 뭔가 투명한 우산이 잘 어울릴 거 같아서요! 아지는 강아지 우산(강아지 귀 달린 그거) 써줘
>>907 가끔 노래 들을 때면 춤을 추는 이경이를 상상했는데 이제 삐걱이게 해야겠군.. 애가 트리거만 안 눌리면 멘탈이 튼튼해서 티가 안 나는데 트라우마가 좀 강하게 박힌 만큼 자존감이 좀 부족하다.. 공략 실패 발언 뜨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
>>908 우리 부장님 다이스가 몇 떴더라.. 목각인형조 가입한 이경이.. 그 기분 묘해지는 게 나쁘지 않아서 보고 있는 걸 거에요. 이경이 연플은 아직 멀었으니 기다리지 마시오. 저 마지막 발언은 정말.. 이경이로써는 '최후의 선언'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911 아야(안아픔) 일단 불린 시점에서 가만히 있는 건 좀 그런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보다 이경이에게 경진이는 조잘거리는 이미지가 아직 좀 남아있어서 평소에는 챙겨줘야 한다는 느낌이 들 거 같아 ㅋㅋㅋ 경진이도 피지컬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어쩌니 친구라고 있는 게 고릴라 완력이네. 일단 뺏긴 짐 다시 뺏어오진 않을 거 같긴 해 (상상 이상으로 무거워서 움찔하는 경진이도 보고싶다)
>>912 춤 못주는 목각인형조 신규 대원 최이경.. 이경이의 사랑을 아는 건 아주 먼 이야기가 될 것이니 기대하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이경이를사회적으로죽이려드시면어떡해요선생님 메이드복 사진 뿌려지면 정하나 (딱히 안면도 없는)동월이 찾아갈듯..
"상습기만러요?" 상습기만러? 만일 베일이 없었으면 물음표가 뜬 표정이 보였을 텐데. 수경주가 게을러서 일상을 많이 돌리지 못한 탓일까. 상습기만을 들어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칭찬으로 받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첨언합니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모자... 어디서 본거지? 라고 생각을 해봐도, 수경은 그 정체를 알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면조라는 거 사실 평창 이전까지는 거의 듣보잡 아니었던가. 그런 걸 감안하면?
"평소에 운동을 아예 안하는 건 아니지만.." "승마가 격한 운동이라는 걸 들었고, 그 승마를 쉬지 않고 계속이라는 걸 생각하니.." 파스는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라고 말을 합니다. 파스를 받아서 일단은 바구니 안에 머리랑 같이 넣어둡니다. 머리와 파스의 기묘한 동거. 스프레이 파스일지. 붙이는 건지는 모르지만 전자라면 잘못 뿌려지면 마이 아이즈! 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하늘을 나는 광경은 한번쯤 제대로 보고 싶긴 하네요.] 생각해보니 하늘을 한바퀴 도는 모습이랑 날았다가 앉은 건 다르다는 생각에 적어보긴 했습니다.
방긋 웃으면서 소년은 손사레를 쳤다. 자세한 이야기는 상대에게 실례이므로 언급은 접어둘 모양이었다. 수경의 간단한 첨언에 방긋 웃으면서 이경은 끄덕였다. 아마 소년도 이 모자를 올림픽이나 인터넷 밈 쪽으로 봤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을 알고 있더라도 하얀 깃털에, 사람에 가까운 몸체인 소년을 보고 그것을 떠올리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고.
그.. 그 인면조는 솔직히..기괴했지..
"아.."
격한 운동을 강제로 계속하게 된 수경을 향해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탄식이 새어나왔다. 파스..로 충분할까..
"파스가 꽤 많이 든 거니까, 여기저기 붙여도 될 거에요. 등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겠지만요."
소년은 파스가 바구니 안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파스에 이어서 머리도 들어가는 걸 보면서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을까? 아방가르드 하다는 표현이 드는 건 이상할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붙이는 파스라 수경이 눈물 흘릴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음, 보여줄까?"
수경의 말을 들은 그는, 잠시 몸을 바로 하고 자세를 잡더니, 날개를 활짝 펼쳤다. 본래 인간은 나는 법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은 그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수경이 승마를 할 줄 알게 된 것과 비슷한 결이 아닐지. 하얀 깃털 날개는 흔들며 그는 하늘을 향해 몸을 쏘아올렸다. 하늘에 하얀 점이, 원을 그리며 비행했다. 그 모습이 수경에게는 선명히 보이도록 고도를 조절하며.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하늘을 날던 그는 천천히 내려와 수경의 앞에 섰다.
파스는 감사하지만 어쩐지 이것들을 많이 붙이고 파스냄새를 풍길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흘리진 않겠지만.. 이경이 보여주겠다고 하자.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정작 날아오르는 걸 보게 된다면. 몸이 올려다보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멋있네요' 이경이 하늘을 나는 것을 올려다보며(사실 베일과 천으로 다 가려져 있지만. 일단 올려다보긴 했습니다.) 멋지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이 어째서 새를 동경했는가. 같은 것에 살득력을 주는 것 같네요. 자신의 능력은... 하늘을 난다기보다는... 계속해서 추락하지 않게. 옮긴다 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뭐 물론 얇게묶은끈하나에의지해자이로드롭을무한시전해줄수있으려면 레벨이 더 높아져야하겠지만. 깉은 건 수경주가 생각하니까 안심하라구.
[멋있었어요. 잊기 힘들 장면이에요] 내려온 이경에게 그렇게 적어서 보여주려 합니다. 단조로운 말이지만 그런 미사여구 하나 없는 말이 본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951 의미없는 질문은⬅️이거에 이런거. 해버리는거 완전 랑이답고 좋다ㅋㅋㅋㅋㅋ 맞지 이런게 의미없는 질문이지 일단 질러봐야 안다! 달성 후에 달라진다는 게 이미 달성 후에 포기 못할 게 대략 있다는 걸까 아니면 그냥 달라진다는 걸까 어느쪽이든 좋다... 태우면서 랑이가 화상입지 않았으면 좋겠어 복복 도마뱀꼬리도 노래 제목이야? 아니면 그냥 도마뱀 꼬리가 궁금해서 검색한건가 어느쪽이든 귀엽군...
질문 여기에 저지먼트는 필요 없다⬅️이거 무슨뜻일까 궁금해 복수의 방식이 저지먼트의 방식과는 다를 예정이라...? 일까
>>976 좀 장난치거나 그런 사이면 읽었다는 뻥 정도는 치겠지만 기본적으로 안읽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여기서 유혹 맞아오???:0 그치 돌리다보니까 이것저것 잘 티 안내는 애라는 설정이 잡혀가드라고(흠) 근데 긍정적인 감정은 티 잔뜩 내지 않을까.....몰겠네. 눈오리산? 해달라면 해줄걸 혜성:(딸깍)(눈오리 완성)(손에 올려줌)
그때 병원에서의 일이 아직도 가슴에 깊게 상처처럼 박혀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그걸 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 것인가. 아니. 애초에 그게 원인은 맞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 명확하게 뭐라고 하진 못하며 그는 언덕길을 천천히 올랐다. 그 와중에 힘을 원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자기 자신이...라는 부분에서 끊어지는 목소리에 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약했고 화가 났다면... 강하면 화가 나지 않았을 것 같아? ...그렇다면 너는 왜 강해지고 싶은거니? 그건, 네 자신이 한심해서니? 아니면 인첨공의 어두운 면... 그러니까 보고서에 따르면 그림자인 것 같던데, 그림자의 실태를 도저히 볼 수 없어서인거니?"
이어 그는 다시 한 번 애린의 말을 곱씹었다. 잠시 말을 고민하며, 생각을 하는 것은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런 말을 입에 뱉을 자격이 있기는 한 것인지.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면...강하면 내가 너에게 더 이상 블랙 크로우의 일에 개압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니? 누구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 때문에 충격을 받은 이들도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어쩌면 그 모두일지도 모르지만 이것만큼은 은우는 확실하게 이야기하려는 듯, 다시 앞을 바라보며 언덕의 끝자락에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에어로키네시스 능력자들이 사용하는 훈련장을 지나, 좀 더 안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설사 레벨4의 끝자락이라고 해도... 개입하지 말라고 했을거야.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야. 너희들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다치고,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위험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없으니까."
한치의 장난끼도 없이, 그렇게 진지하게 인정할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향했다.
>>0 전에 말했듯, 소년에게 있어 기억이란 종이와 비슷하다. 개중에서 오래된 기억은 낡았다기 보다는.. 다소 꾸깃꾸깃하다는 느낌이었다. 완벽히 잊히는 것은 오히려 드물며, 사람의 기억 깊은 어딘가에 고요히 잠들어 있는 것이다. 오래된 쓰레기처럼 굴러다니다가 소년에게 잡혀 펼쳐지면 떠오르는 것, 그것이 옛 기억이다.
하여 소년은 늘 자신의 기억을 통해 훈련할 때면 일부러 그런 기억을 보지 않았다. 이제는 의미 없는, 오랜 추억을 되새겨봤자......
>>961 후후 그것이 바로 내가 의도한 바다 잘 받아들여지니 기분이 좋군 전혀 쿨하지않은 오너가 굴리는 거라 조심스럽긴하지만!
>>963 이경이는 그런 질문에도 꽤 잘 대답해줄 거 같지만 말이지, 흑이경은 다를거 같긴 해도! 그치만 도마뱀 꼬리 똑 하고 잘리는거 보면 처음엔 놀라니ㄲ
>>969 ㅋㅋㅋㅋㅋㅋ읽어볼수도 있지 일기장! 그래도 혜성이는 바로 돌려주는구나 그 일기장에 뭐가 적혀있을지 내가 왜 궁금하지... 눈오리 귀여워 정석적인 모야응로도 작게 만드는거 귀여워!!! 손시려서 크게 못 만드는 건가?? 그리고 결국은 티는 잘 안 낸다는 거잖아 우리 혜성이 묘하게 소심한 느낌이라 안쓰러우면서도 배려하는 거 같아서... 정말 착하구나 싶다
>>970 맞다 어쨌든 제대로 된 질문이라면 무슨 의미든 있겠지! 헉 리라주 날카롭군... 날카로워... 도마뱀꼬리라는 곡명 있으면 재밌겠다() 일단은 진짜 도마뱀 꼬리가 궁금해서 검색한 거야ㅋㅋㅋ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리라주가 말한 게 거의 맞아, 기본적으로 스트레인지는 방치된 구역이잖아, 안티스킬도 저지먼트도 신경쓰지 않는... 여러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산재해 있고, 자신이 저지먼트의 완장을 차고 있지만, 복수를 해야 할 때에는 저지먼트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거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