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그냥 그렇다니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화면에 표시되는 온도를 보면 확실히 바깥이 따뜻할 때 올라가는 것 같긴 하지만. 온도계 용도로 쓰라고 한 것일 리 없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사실 맞다)
"그렇지?"
귀엽다는 말에 동의하듯,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알을 보던 랑은, 부화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냐는 것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해보면 좀 더 일찍 나오려나 하는 물음에 흠, 하고 입을 열었다.
"글쎄, 불규칙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면 부화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노래라... 음성을 인식하는 장치도 있으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라를 쳐다본다.
"해볼만 할지도, 음성 인식 되니까."
situplay>1597002078>953 @혜성
자신의 얼굴을 보고 키득거린다는 생각은 못한 채로, 키득거리는 혜성을 잠시 쳐다보던 랑은 왜 웃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만둔다. 그냥 물어보면 우물쭈물할 거 같다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부실로 가려다가 멈춰 서서 혜성을 쳐다보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왜냐며 물어온다. 대답을 하기 위해서 입을 열려는 순간, 꼭 자신이 따라가야 하는 거냐면서, 자신이 없어도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이어진다.
"갔는데 아무도 없으면 심심하잖아."
이유가 좀 이상하지만, 혜성의 완곡한 거절에도 딱히 물러설 기미는 없다. 여전히 선 채로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으니...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굳이 격렬하게 감정을 배출하지 않아도 머릿속이 조용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숨 막힐 정도로 조용한 공간에서 고민 하지 않고 말을 내뱉다 보면 그렇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아니면 벌써 생각하기조차 귀찮아진 것일까. 아니, 편해졌으니 됐다. 이제 적당히 말하면서 그가 가기를 기다리기나 하자.
"글쎄다."
천혜우가 실종됐다. 라는 말을 흘리는 행위에 대한 저의를 굳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언젠가 그렇게 된대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가 아닌 실종 수사 끝에 그런 결론이 내려질 것이니까 그랬다. 그러니까 그걸 듣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지 무슨 행동을 할지도 생각 안 했다. 어차피 나 없는 곳에서 일어날 나는 모르는 일이 될 테니까.
누구의 희망이냐는 말에 대답은 안 했다. 딱히 대답을 바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 다음 말은 좀 반가웠다.
"그거 좋네."
계속 의식이 살아있으면 좀 곤란할 것 같았는데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니. 힘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런 것 쯤 다 납득할 수 있으니까. 좀 갔으면.
그러나 그는 끈질겼다. 어떻게든 나를 여기서 끌어내려는 것처럼.
"잊혀지고 싶냐고? 그게 내가 원한다고 돼?"
슬슬 눈 앞이 갑갑했으므로 손을 내리고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빛을 잃은 푸른 눈으로 그를 보았다.
"잊던가 잊지 말던가 알아서들 하라 그래. 어차피 다 지 원하는 대로 하고 사는데."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의 색은 짙은 체념의 색이었다.
"내 마지막 쯤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한다고 누가 뭐라 할 자격은 없어."
그건 그도 마찬가지라고. 검푸른 눈이 말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말하고 몸을 일으켰다. 최소한 그와는 멀어져야 더이상 논쟁할 일이 없을 듯 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같이 안가냐는 말은 하지 않겠지. 최대한 유려하게 애둘러서 거절했으니까 같이 가자는 소리는 안할거야. 혹시 가자고하면 어쩐다? 어떻게 또 핑계를 대서 애둘러 이야기할까 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랑이 자신의 말을 납득해주길 기다리며 혜성의 눈동자는 갈곳을 잃고 좌우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따로 나한테 볼일이 있는게 아니라, 심심해서?"
갔는데 아무도 없으면 심심하잖아 라는 랑의 대답에 대한 혜성의 맥풀린 물음이었다. 조금은 어처구니 없다는 것처럼, 거기에 진짜로 그거라고? 하고 묻고 싶은 표정으로 혜성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채로 딱 굳었다. 마치 과도한 정보로 인해 렉 걸린 컴퓨터같은 모습이다.
"나랑 있어도 재밌지는 않을텐데? 뭐 아무도 없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
렉 걸린 채 벙쪄있던 모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혜성은 잠시 시간을 가늠하는 것처럼 눈은 도록 굴렸다가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랑과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피했다. 그래도 부실로 걸음을 옮기는 걸 보니 거절할 방도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랑은 귀여운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하긴,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귀여운 건 심신의 안정을 불러 일으키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괜히 사람이 귀여워 보이면 답도 없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귀엽다는 건 무적이나 다름없는 거다!
"불규칙적으로 흔들린다라... 부화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일찍 보고 싶으면 자극을 주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야겠네요."
하지만 리라는 일찍 보고 싶었다. 알만 보다가 내려가긴 아깝잖아! 이윽고 그를 쳐다보는 랑의 시선을 가만히 마주한 리라는 시도 해볼만 하다는 말에 곧 눈을 접어 웃었다.
"좋아요! 그럼 한번 해 볼까~"
가볍게 목을 가다듬는 소리. 리라는 머릿속을 뒤져 적당한 노래를 찾아 헤맨다. 적당히 발랄한 노래. 맑은 하늘에 어울리는 산뜻한 노래. 잠든 전자 생명체를 깨울 법한 노래. 고민은 오래가지 않는다.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또 안 뜰까봐 링크 첨부 the show : https://www.youtube.com/watch?v=elsh3J5lJ6g
그럼 볼일부터 말해야지! 뭔가 용건의 중요도와 우선순위가 이상한 것 같지만 볼일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에 그리 대답한 랑은, 맥이 풀린 것 같은 혜성의 얼굴을 보다가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꼭 재미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
말마따나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적어도 너는 1년간 딱히 아무도 말 걸 필요도 없고, 아무하고도 관계를 깊게 맺지 않은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준 몇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 문득 혜성을 옆에 두고 부실 책상에 엎드려 자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결국 혜성이 눈을 슬그머니 피하며 부실로 걸음을 옮기자, 그제야 랑 역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부실, 당연하지만 은우는 부실에 없다, 아니 그냥 지금 당장은 부실에 아무도 없었다.
"없네."
구태여 사실을 한번 더 입으로 낸 랑은, 혜성 쪽을 빤히 쳐다보다가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내밀었다. 사탕과... 지우개?
"이거, 전에 빌렸었는데 안 돌려줬었지. 잃어버려서 새로 샀다."
>>57 @리라 귀여움은 진리이고 무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이 귀엽다면 패배는 예정되어 있다, 귀여움은 이길 수 없다...(??)
"그렇지."
사실 랑도 전부 아는 건 아니었지만, 리라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갤 끄덕이다가. 리라가 목을 가다듬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귀를 기울인다. 맑고 밝은 음색, 그리고 노래의 분위기에 몽글몽글해지는 듯한 느낌.
"노래 잘 하네."
춤도 잘 추고, 아이돌인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랑은, 얼마가 지나서야 다마고치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하게 흔들리던 알이 바르르 떨고 있는 것 아닌가!
"...떨린다, 이거."
알이 떨린다는 건지, 그걸 보는 자신이 떨린다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다마고치가 진동하고 있었다, 리라가 노래를 마치고 쳐다볼 즈음이면, 아마 금이 가기 시작했을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을 깨고 무엇인가 태어났다.
태어난 것은... 새를 닮은 무언가, 작고 동그란 것에는 날개로 보이는 게 있긴 했으나 파닥일 정도로 크지는 않았고, 부리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아기라 그런가?
뭐 드립은 여기까지! 진지하게 꼽자면... 은우는 굳이 3명에게만 줘야한다고 무조건적으로 조건이 붙어서 한 백보쯤 양보를 해야한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혜성이, 리라, 청윤이 이렇게 3명에게 줄 것 같네요. 사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한양이겠지만, 한양이는 아마 준다고 해도 그거 안 먹는다고 필요없다고 할 것 같아서 아마 빼빼로가 아니라 나중에 밥을 사줄 것 같고...
혜성이는 뭐, 평소에도 이것저것 고마움을 느끼는 존재고 하니까 챙겨줄 것 같고... 리라에게는 병문안에 와서 이것저것 걱정해준 것이 있다보니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있을 것 같아서 하나 챙겨줄 것 같고... 청윤이는 어느 정도는 반쯤 장난으로 빼빼로게임 이번엔 둘이서만 조용히 해볼래? 식으로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면서 말하다가 주고 갈 것 같고...
적당히 유명하고 적당히 무난한 노래. 하지만 주의를 잡아끌려면 때로는 이런 단순함이 중요하다. 리라는 일체의 끊김도 흔들림도 없이 노래를 이어가는 동시에 랑의 칭찬에는 한쪽 눈을 살짝 감으며 빼놓지 않고 반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랑의 시선이 다마고치로 옮겨가자 리라의 눈 또한 그리로 향한다. 화면 안의 알이 흔들리고 있다. 뭐야? 음성인식 센서가 있다고 해서 도전이나 해 본 거였는데 이게 진짜 효과가 있다고? 실제로 반응이 오는 걸 보니 뭔가 짜릿하다! 리라의 노랫소리에 기대감이 섞인다.
처음에는 알이, 그 다음에는 기기 자체가, 어쩌면 랑과 리라 또한 떨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와."
절묘하게 노래가 끝나는 타이밍에 껍데기의 금이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한다. 리라의 시선이 화면에 집중됐다. 그리고 태어난 건...
"나왔다! 태어났다! 와! 세상에, 엄청 귀여워! 새? 병아리? 참새인가?"
새 같이 생긴 동그란 생명체. 날개도 부리도 몸 자체도 조그맣다.
"진짜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노래 듣고 나온 건가? 그렇다면 너무 뿌듯한데~ 언니, 이 애 이제 태어났으니까 이름 지어줄 거죠. 뭐라고 지을 거예요?"
맥이 풀려있던 혜성의 표정이 꽤 극적으로 변화하며 랑의 말에 거의 반사적으로 물음을 던졌다. 안경 너머로도 꽤 크게 동그랗게 변한 혜성의 눈동자는 볼만할 거다. 볼일이 있었으면 그걸 먼저 말해줘야하는 거 아닐까. 줄지어 떠오르는 질문을 삼키고 크게 터졌던 눈을 다시 내리며 걸음을 옮기려던 혜성의 시선이 랑에게 머물렀다. 1학년 때도 느꼈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아까도 우선순위와 용건의 중요도가 바뀌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것 하며,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은 태도하며. 난 대체 1학년 때 어떻게 말을 걸었던 걸까.
새삼스레 2년 전의 자신의 겁없음에 대해 감탄하며 혜성은 랑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내가 재미없는 애는 맞지만 재미없어도 된다는 말을 진짜 들으니까 조금 슬프네."
이렇게 말해도 바뀔 수 없는 건 있으니까. 부실로 가는 동안 혜성은 랑에게 별다른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사람이 다가오는 건 괜찮지만 자신이 타인에게 다가서는 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랑과 겹치는 대화주제가 없다는 점이 컸지만. 대화주제야 저지먼트 일에 대한 거지만 그건 혜성이 ㅣ식적으로 피하는 주제였고.
"지금쯤 다들 커리큘럼이나 순찰이나, 개인적인 걸 하고 있을 시간이니까."
역시 부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잠깐 쉬었다가 갈까. 자신을 바라보는 랑과 눈이 마주칠 때까지 생각하고 있던 혜성은 랑을 바라본다. 깜빡깜빡. 안경 너머로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빌려주기는 했는데.. 볼일이 이거였어? 벌써 2년 정도 지난 일이잖아."
사탕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지우개? 랑의 말에 그런 일도 있었지 하고 떠올린 혜성은 그걸 받으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다마고치 안에서 태어난 생명체를 빤히 쳐다보던 랑은, 어느새 함께 화면을 쳐다보던 리라의 반응에 눈을 깜빡였다. 확실히 귀엽고, 새 같은 느낌인데... 우리가 아는 생물이 아닐 수도 있다.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생명체라곤 하지만... 뭘 닮았든, 사실은 뭐든간에. 내가 지어주는 이름이 전부가 될 테니까.
"그런 거 같아, 효과가 좋네..."
아무튼, 리라의 노래를 통해 부화한 게 확실하다고 생각하면서 랑은 부화한 생명체를 보던 시선을 리라를 향해 돌렸다.
"글쎄, 이름 지을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네 노래로 태어난 거니까 네가 짓는 건 어때."
분명 다른 요소로 인해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분명 리라의 노래를 통해서 태어났을 거라고 굳게 믿는 듯, 랑은 리라에게 다마고치를 보여주었다. 화면 안에는 작고 동그란 아기 새?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227 @혜성
"네가 말해서 생각 났어."
즉 처음에는 용건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용건이 없었던 거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반사적으로 물어오는 혜성에게 그렇게 대답한 랑은 크게 뜨인 혜성의 눈동자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나도 비슷하니까 뭐."
그렇게 도착한 부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혜성이 지우개와 사탕을 받아들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볼일이 이거였냐 물어오자 뭐 그런걸 묻느냐는 듯, 당연하다는 듯이.
"맞는데."
2년 전 일이라고 해서 잊어버릴 수는 없지.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받은 게 아니라 빌린 거니까, 돌려줘야지."
내 것이 아니라, 네 것이니까. 주인이 확실한 물건은 돌려줘야 한다고, 랑은 생각하고 있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주인에게 되돌아가야 한다, 아무도 원래 주인에게서 소유권을 가져갈 수는 없다. 그 주인의 의지로 영원히 주어진 게 아니라면. 그러니까, 돌려주려면 잊어서는 안 된다, 돌려줄 때까지.
지금 은우는 이무기 형태가 된 상태였다. 푸른 꼬리가 길게 뒤로 흘러나왔으며, 얼굴에는 이무기가 가질법한 수염이 길게, 그리고 머리에는 이무기의 뿔이 길게 자라나 상태였다. 얼굴의 절반,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는 비늘이 난 상태였으며, 오른쪽 다리에도 이무기가 가질법한 비늘이 가득 난 상태였다. 그야말로 이무기 인간이 된 상태였기에 그는 참 기분이 애매하기 그지 없었다. 지금 학교에선 학생들이 갑자기 '괴물'처럼 변해버렸고, 대소동이 난 상태였다. 방금 전에도 좀비처럼 으어어어 거리는 이를 붙잡아서 장난치지 말라는 주의를 준 은우는 조금 피곤해진 상태였다.
"...다음에 그 연구소에 처들어가서 박살을 내던가 해야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여러모로 저지먼트가 바빠질 수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일단 가볍게 순찰이라도 돌겸,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부실 근처까지 가자 그 존재가 그의 눈에 보였다.
"뭐야. 저거."
여러모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 그는 당황하며 그 존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머리를 찾아다녀요라는 내용이 붙어있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는 그제야 눈앞의 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뭐야! 너! 어떻게 살아있는거야?! 아니 죽으라는 것은 아니긴 한데... 어떻게 머리가 없는데 살아있을 수 있는거야?!"
대체 연구소는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이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긴 하단 말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는 어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머리가 떨어지면...죽는 거 아닌가. 나도 죽는데...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는 어버버하는 표정을 이어나갔다.
허어어억...... 랑이 소예한테 빼빼로 준다고.....? 넘감동넘감동 소예도 딱 세명만 골라야한다면 리라 아지 랑이 일듯.... 일단 소예주가 일상을 많이 못돌려서 흑흑 그리고 더 줄 수 있다면 저지먼트 다, 아니라면 저지먼트 1학년들한테 돌리구싶다..... 그리고 다시 사라질게에에에.... (스르륵)
악필에다가 오타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 와중에 얼굴이 없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글씨를 어떻게든 쓴다는 것에 순순하게 놀라면서 은우는 가만히 상대를 바라봤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곤란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건, 저지먼트 부장으로서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그는 당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오른쪽 가슴을 손으로 툭 치면서 씨익 웃어보였다.
"일단 머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잘 알았어. 오케이. 찾아줄게. 하핫. 걱정하지 마. 이 퍼스트클래스, 에어버스터님이 나선 이상, 금방 찾을 수 있을테니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어느 정도 예측되는 위치가 있다고 한다면 좋겠는데...
"일단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대충 짐작 가는 것은 있니? 있다면 알려줬으면 좋겠어. 내가 거기에 가서 찾아볼테니까."
그냥 적당하게 대답하는 건 아니지 이거. 처음부터 용건이 없었던 거 아닐까. 눈을 가늘게 뜨고 랑을 바라볼 뿐, 혜성은 딱히 대답은 하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부실에 도착할 때까지 가볍게 나누는 안부도, 사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혜성은 문득 생각했다. 사실 재미없는 애가 아니라 그냥 배려심이 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진짜로?"
정말로 맞다고 대답할 줄 몰라서 혜성은 손에 있는 지우개를 보며 한번 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은 물음이였다면 지금은 확인이었다. 2년이나 지난 일을 기억하고 있다가 돌려주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게다가 그 일이 아주 사소한 것일 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빌려줬던 사람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 혜성은 눈을 깜빡이며 지우개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호의를 기억하고 돌려주는건지, 아니면 그냥 물건을 빌렸으면 돌려줘야한다는 신념이라도 있는 건지.
"돌려주지 않아도 됐는데 말이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거든."
그치만 고마워. 혜성은 랑을 빤히 바라보며 나직하게 감사를 전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1학년 때도 그랬듯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꽤 좋은 애라는 걸 다시 알 수 있을 것 같아. 사탕을 주머니에 넣으며 혜성은 마침 손에 쥐어지는 랑이 준 사탕이 아닌 다른 종류의 사탕을 랑에게 내밀어보였다.
금방 찾을 수 있다면 매우 다행인 일이긴 한데요. 이렇게 하는 동안 머리가 이동하거나. 머리에 씌워진 베일을 누가 벗기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누가 베일을 벗기려 하면 머리가 알아서 이동하는 거일수도 있습니다...(*듀라한을 엿보면 피를 뒤집어씌우고 뒤집어쓴 사람은 앓다가 죽는다고 하는데. 베일을 벗기는 게 그 엿보는 걸로 여겨질 수 있다)
몸은 끄덕을 못하지만 말 머리가 약간 격하게 끄덕끄덕 하는 걸 보니 저지먼트 부원인게 맞습니다. 수경이라고 왜 말을 못하니. 아니 이게 아닌데요. 수경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아냐는 물음에
[가ㄲ가이서 이동싴ㅣ려 했는데..] [액상.. 옥상에 이동되어서.] [혼 자 서 못 올라 가서 맴 돌 다가] [근데 이동 하는 연산을 느꼈어요.] [다 시 어디로 이 동 했어요] 이거 쓰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나름 오타를 안 내려는 노력이었을까요.
[텔 레 포 트] [해보 려 다 가요] 그러고보니 시트 중에 텔레포트 쪽은 수경이 밖에.. 없던가요?
노래가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런 즉각적 변화라니. 인첨공에 오고 나서는 사실 노래 부를 일이 많지 않았다. 학기 초 부실에서 혼자 부르다가 한양을 마주친 일을 제외하면 올해는 더더욱 그랬다. 때문에 처음부터 누굴 불러줄 의도로 부르는 건 올해 들어 처음인지라 조금 걱정된 것도 사실인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환경이 편안해서인지는 몰라도 막힘없이 술술 나오는 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부화 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면 랑을 만날 때 이따금 다마고치의 성장을 도모하는 노래를 불러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도중, 눈 앞에 다마고치가 내밀어졌다. 리라는 그 화면을 한 번, 자신에게 향한 랑의 시선을 한 번 바라본다.
"제가요? 저야 좋지만... 이런 큰 기회를 저한테 줘도 괜찮아요? 이름은 중요한데."
그럼 공들여 골라봐야겠다. 리라는 작고 동그란 아기 새?와 눈을 마주치며 깊이 고뇌했다. 뭐가 좋을까. 짹짹이... 는 너무 평범하고. 동글이... 주먹밥... 밥풀이...(?) ...이쯤 되면 느꼈겠지만 이리라는 네이밍 센스가 좀 부족하다. 고양이 얼굴이 울상이라고 찡찡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시점에서 심각성이 드러난다. 이런 작명 정말 괜찮은가!
대체 어쩌다가 그 애가 저렇게 되었단 말인가. 그는 연구소를 다시 한 번 저주했다. 다른 부원들도 지금 저 꼴이 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절로 그의 이무기 꼬리가 파들파들 떨렸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꼬리를 힘껏 위아래로 마구마구 움직였다. 그만큼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역시 지금 이대로 연구소로 처들어가서 다 쓸어버리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나 그는 화를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했다. 어쨌건 일단 제일 확실한 것은 처음엔 옥상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옥상부터 가봐야겠네. 여기에 잠시만 있어봐."
이어 그는 옥상으로 천천히 향했다. 만약 거기서 얼굴을 찾았다고 한다면 그것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들고 수경에게 돌아왔을 것이다. 만약 못 찾았다고 한다면 그는 진지한 얼굴로 다시 돌아와서 혹시 다른 곳에서 감지되는 것은 없는지를 물었을 것이다.
어느쪽이건 그는 정말로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였을 것이고, 최대한 빠르게 그녀에게 얼굴을 되돌려주려고 했을 것이다.
수경이냐는 말에는.. 말이 푸르릉하는 콧소리를 냅니다. 맞다는 표시와 동시에 한숨쉬는 것에도 발을 걸친 표현이었습니다. 말 머리까지 없었으면 더 글러먹은 표현력이 되었을 게 분명합니다.
안타깝게도, 옥상에서는 수경의 머리(베일이 씌워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서 웬 베일쓴 거의 베일을 벗기려다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증언을 하는 요괴처럼 보이는 학생이 있었을지도요?
[옥상 아 래 에서 연산 흔 적] [역 산] [하니 까] [가 정 실이에요] 연산의 흔적을 되짚으니 좌표가 나왔고 그 좌표는 이번에는 가정실 쪽이라는 말을 합니다. 은우의 파들거리는 게 약간 시야적으로는 떠는 것처럼 보이는지 말이 고개를 갸웃합니다. 고민하는 듯 하지만 뭐 말하기엔 그런가..
아무래도 이동한 곳은 가정실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니 금방 갔다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숨을 잠시 골랐다. 금방 갔다올 생각인지 그는 달릴 자세를 취했지만, 이내 수경의 필담이 보이자 그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춥기는. 그냥... 연구소 하나를 부숴버릴까 싶어서."
돈이야 물어주면 되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이번에는 갔다오겠다는 듯이, 반드시 머리를 찾아서 오겠다는 듯이 그는 재빠르게 가정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시간에 맞춰서 위치가 바뀌는 모양이니 여기서 또 놓쳐버리면 보통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가정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혹은 괴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여기저기 뒤적거리면서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걸 먹으려고 하는 좀비 학생을 가볍게 벽으로 밀어버리고 머리를 잡고 다시 돌아왔을 것이고, 만약 없다면 자신을 물려고 하는 좀비 학생을 벽으로 가볍게 밀어버리려고 하면서 다시 수경에게 돌아왔을 것이다.
머리를 찾았으면, 그녀에게 돌려줬을 것이고 없었으면 정말로 거기가 가정실이었는지 의심하는 눈빛을 살며시 보냈을 것이다. 물론 어느 쪽이더라도 그가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하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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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e 1 2. = 2 1.좀비가 먹으려는 머리를 겨우 구출했습니다. 2.아앗. 여기에도 머리는 없었네요. 달려라. 에어버스터!
>>383 아 사랑스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지(경진)이 곤란해 하는 모습이랑 경진(아지)의 '세상' 곤란해 하는 모습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경진이랑 다른 반인게 아쉽네 직관 가능했는데 직관했으면 사진 찍어다 나중에 보여줬을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진주 금손이야!!!!
까짓거 돈으로 물어주면 되지.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이런 일을 벌이는데 어떻게 그냥 넘기겠는가. 은우는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일단 이 사태가 끝나자마자 바로 연구소로 가서 단번에 박살을... 딱 거기까지 생각하는 동안 그의 꼬리가 마구마구 꿈틀거리며 다시 땅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아무튼 가정실에는 머리가 없었고, 어느 순간 수경이 가정실 근처까지 오자 그는 한숨을 후우 내쉬었다. 이번에는 체육관인가.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못 갈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숨을 잠시 고른 후에 수경의 손을 덥썩 잡으려고 했다.
"조금만 참아줘. 빨리 가야 하니까."
만약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천천히 오는 것을 기다려줬을 것이다. 여기는 계단이고, 앞에 장애물이 있어.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면서. 그렇게 어떻게든 체육관으로 이동한 후에, 그는 그 안을 뒤적거렸다.
"여기에 있다 이거지?! 좋아! 찾아볼까!"
구석구석, 정말로 구석구석 뒤적거리면서 그는 그녀의 머리를 찾으려고 했다. 여기에 있나. 혹은 농구공으로 오해받아서 막 골대에 들어가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그는 정말로 구석구석, 날카롭게 눈빛을 반짝였다.
"이번에야말로..."
에어버스터의 이름을 걸고... 만약 못 찾거나 눈 앞에서 놓친다면... 홀라춤이라도 출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은우는 눈빛을 날카롭게 반짝였다. 만약 머리를 찾았다면 그녀에게 내밀었을 것이고, 못 찾았다면 시무룩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봤을 것이다.
빠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꽉 쥐고있던 당신의 주먹이 난간을 내려치기가 무섭게 강한 돌풍이 일어났다. 불어닥친 바람에 파편들은 멀리 흩어져나갔고 당신은 다시금 침묵을 유지했다.
당신의 내면에 들어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요동치고 있는 기억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수 없었다. 설령 그것을 본다해도 어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다.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수 있다면...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걸 당신만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당신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해도, 스스로도 감당이 불가능할만큼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세상은 늘 그런식이었다. 한번 사람을 괴롭히려고 작정하면 그 방식은 무궁무진했다.
"그런 말 자주 들어요. 워낙에 직설적으로밖에 말하지 못하는지라..."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듯 거친 심호흡과 함께, 말 하나하나가 전부 반칙이라는 당신의 말에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그녀가 있었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제법 가라앉아있었을까, 조금은 씁쓸함을 담고 있었다 보는게 맞을 것이다. 애초에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조차 힘든데 그저 보이고 느끼는 눈칫밥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무리일테다.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
생각해본다는 그의 말, 사실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구태여 지금 결정할 필요도 없었다. 어쩌면 상황이 급박할수록 재정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바라는 것 자체가 이런 혼란 속일 수도 있으니까...
"물론이죠. 당장은 저도 무리니까요... 아직도 방황하는 분들이 계시고, 스스로의 공간에 갇혀 헤메이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상황에서 강행한다는게 더 이상하겠죠..."
깊고 낮은 심호흡, 가끔은 이렇게 빨리 평정심을 찾는 자신이 싫기도 했다. 조금 더 격정적으로, 더욱 감정을 부딪혀보고 싶었지만... 어쩌면 지금은 이렇게 침착한쪽이 나았을런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정말 각오를 할거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리고 휴식을 취할 필요도 있어요. 예상조차 되지 않는 다음 상황에 대비하려면 말이죠..."
지금은 다들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내몰려있는 상태다. 그동안 제대로 쉴 틈이 없었으니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가지고, 강하게 딛고 일어설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들 다시금 모여든다 해도, 한 번 더 고민하고 결정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살짝 새어나오는 웃음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이어진 당신의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 어쩌면 그냥 별다른 의미 없이 고맙다는 말만 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딱히 당신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쩔수 없다. 자신의 얼굴 역시 당신에게 보여주긴 조금 부끄러웠을테니,
그래도, 약속한다고 했으니까. 다른 이들도 그러하겠지만, 당신은 특히나 함부로 약속할 사람이 아니란걸 알고 있었다.
"그정도여도 충분해요. 오히려 방황하지 않게 되었다면 다행이지요. 고민정도야 할수 있어요. 이러나저러나 우리, 아직은 학생이잖아요?"
자신의 붉어진 눈가가 못내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할수 있는 최선의 표정으로 밝게 웃어보였다.
"그리구 겸사겸사 숨 좀 돌리시는 검다. 아무리 학교 치안유지에 득달같은 부원일지라도, 퇴원하신지 얼마 안된 부쨩넴을 들들 볶는 악취미는 없을테니까여."
진짜냐고 한번 더 묻는 혜성에게, 랑은 망설임 없이 그렇다며 대답했다. 잠시 바라보던 지우개를 천천히 주머니로 집어넣고 나서 까맣게 잃어버리고 있었으니 돌려주지 않아도 됐었지만, 그래도 고맙다고 감사를 전하는 혜성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냐."
그리곤 뭔가를 받으면 보답은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이 준 것과는 다른 사탕을 혜성이 내밀자, 잠시 그 손을 쳐다보다가 받아들곤 그 자리에서 포자을 까 입 안에 집어넣는다. 막대사탕이라면 막대가 툭 튀어나와 있었을 것이고, 알사탕이라면 볼이 볼록 튀어나왔다가 들어갔을 것이다.(랑이 준 사탕은 알사탕이었다)
"마잇네."
사탕을 입에 문 채라서 살짝 뭉개지는 발음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다정한 혜성의 미소에 반응하듯 눈썹을 살짝 누그러뜨린다. 그럼 이제 어쩐다... 텅 빈 부실, 지우개도 돌려줬고. 갑자기 붕 떠버린 듯한 느낌에 랑은 혜성의 눈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안 바쁘면 쉴까, 포스트잇이나 보면서."
>>346 @리라
어쩌다 보니 탄생과 성장의 노래를 부르는 주술사(?)처럼 된 리라가 다마고치를 보다가 자신과 시선을 맞추며 이런 기회를 줘도 되냐는 말에 뭐 어떠냐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애초에 오늘 부화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고, 그 때문이긴 하지만 이름도 미리 정해놓은 게 없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되는 리라의 작명소가 어떤 느낌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리라가 이름을 고민하는 동안 꼬물거리는 생명체를 쳐다보던 랑은,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리랑이라는 이름이 제안되자 리라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둘 이름을 합치는 발상은 괜찮은 거 같네, 음."
리랑이라... 뭔가 앞에 더 붙어야 할 것 같은 이름이다, 잠시 고민하던 랑은 그래도 리라의 발상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칭찬(?)을 하고 나서 잠시 머리를 굴렸다, 뭔가 리라의 노래로 원래보다 빨리 부화한 것 같기도 하고...새를 닮았으니 얼리버드로 할까(??), 부르기 귀찮다. 기각.
리라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성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도, 자신의 꼬리가 매우 불손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는 기꺼이 리라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이다. 리라가 무엇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지 모른다. 방금 지나간 노래에서 나온 목소리가 리라의 목소리라는 것은 이제 확실히 알게 됐다.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그동안 이름만 알던 그룹에 대해서 찾아볼 테고. 리라의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아이였구나, 하고, 리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시절에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속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 말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것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말을 채 다 끝내지 못하고 믿어달라, 는 호소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도 고마워, 리라야.”
그러나 그것이 성운이 리라에게 갖고 있는 믿음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성운에게 있어 지금 눈앞의 이 소녀는 온더로드의 이리라가 아니라, 인첨공의 자신의 친구 이리라였기 때문이다.
“노래─ 많이 불러본 적은 없는데, 기대되네.”
하고 웃던 성운은, 건조기 문을 톡톡 두드려보이며 질문해오는 리라를 보고 눈을 깜박였다. 리라가 건네온 질문이 아직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으려던 영역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라라면, 이야기해줘도 되겠지만······ 역시, 쓸데없는 걱정을 살 것 같다. 성운은 시선을 쇽👀 하고 피하더니, 그래도 리라와 시선을 다시 맞추며,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다른 데로 가져갈 데가 있어서.”
그리고 성운은 건조기 앞으로 다가와서는, 후드티 주머니에 구겨넣어놨던 커다란 가방을 꺼내서 세탁물들을 툭툭 던져넣기 시작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의 세탁물은 금방 가방 안으로 다 들어갔고, 성운은 가방을 옆구리에 꼈다.
갑자기 손이 닿아 나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낸다. 다른게 아니라 점례가 바로 앞까지 다가온 다음 순간 그 손이 향한 곳은- 지금 내가 숨기고 싶다고 강하게 바라고있던, 그 상처가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잠깐이지만 놀라서 경직되었던 몸을 뒤늦게나마 가눈다. 몸에 두른 타올을 괜스레 끌어당기며 한 발짝 뒤로 무른다. 뺨에는 미약한 홍조가 떠있었다. 결과적으론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다. 들킨... 건가? 잘 모르겠다. 애린의 의미심장한 말과 행동에 더욱 혼란만 가중 될 뿐이었다. 그러나 들켰다고 하더라도 이제와 자랑스럽게 내보일 이유 같은 건 없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면서 계속 뻔뻔히 말한다.
"아, 아하하~ 무슨 말하는 걸까나~ 으음, 바닷물이라면 나도 닦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 손이 닿았던 옆구리에 제 손을 가져간다. 그건 완전히 무의식이었다. 무심코 한 행동에 타올 너머로 여전히 찌르는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다시 한 번, 표정에 금이 갈 뻔했지만 꾹 참고 모르는 척 한다. 이대로 가만히 머무르는 것은 역시 좋지 않겠지...
"가자! 밥 먹으러~!"
일부러라도 쾌활하게 말하면서 능청스럽게 천막 밖으로 걸어나가려 한다. 아직 상처는 지혈되지 않아서 생각했던 것 보다 타이밍은 좀 이르지만... 아마 괜찮을 것이다.
[돈 으로 물어주는 거 대단 해요] 지원금 이제 조금 나오는 수경으로써는 범접할 수 없는 돈의 향연이다. 사실 수경이 제일 곤란한 거는 부업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같은 일일 수도 있지만.. 일단 그거는 넘겨요.
손을 잡혔으니까 당연히 필담은 못하고, 설명하는 거에 말의 머리만 끄덕끄덕여집니다. 장애물을 거쳐가서 체육관으로 가서 구석을 둘러보다 보면 베일이 씌워진 머리같은 게 보입니다. 베일의 틈새로 슬쩍 머리카락이나 얼굴이 보이니까 찾을 수 있었을 거에요. 수경은 머리를 받고는 일단 목 위에 올리려 합니다.
"아. 아." "부장님 감사해요" 이거 진심으로 감사하는 겁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지만. 고개를 꾸벅 숙이지는 않네요
"...이게.. 목이 올라가긴 했는데 고정된 건 아니라서 고개를 못 숙여요" 고개를 숙였다가 목이 데구르르 사태가 벌어지면 어쩐지 부장님의 눈에 동공지진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듀라한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을 하긴 하는데. 좀 계속 붙이고 있어도 괜찮은 이유는 좀 오래 떨어졌기 때문일지도요. 하지만 수경주는 훌라춤은 아쉽기도 하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 은우는 어느 정도 선을 그었다. 아직 자신은 이들을 데리고 간다고는 하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이 의견을 묵살해버릴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약속한 것은 말없이 마음대로, 멋대로 가진 않겠다는 것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통보를 한 후에, 혼자서 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오려는 부원들이 있다면? 그건 또 이후에 천천히 생각해볼 일이었다.
자신은 이들을 데리고 사지로 들어갈 용기가 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조용히 눈을 감아 자신이 그때 병원에서 봤던 일들, 그리고 보고서와 세은에게 들었던 이번 일의 결말. 그 모든 것을 곱씹으며 은우는 저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주먹을 꾸욱 쥐었다. 시간이 풍부하다면 조금 더 실력을 키우게 하겠건만, 이제 시간은 정말로 없었다. 타임 리미트를 넘었을 때, 만약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다간... 세은에게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다간... 자신은 도저히 이 세상을 살 자신이 없었다.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그는 괜히 손을 가볍게 털어내며 약한 바람을 천천히 일으켰다. 얇게 공기를 압축했다가 터트리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기술은 그의 주 전문이기도 했다.
"혜승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치안 상태가 좋지 않고 규율이 문제라고 잔소리를 할지도 모르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는 피식 웃었다. 이어 그는 그녀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안 물어. 불법이 아니라면 말이야. 딱히 뭘 해도 자유롭게 둘 생각이거든."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불법만 아니라면 굳이 자신이 강하게 터치를 할 이유는 없었다. 만약 불법이라면? 주의를 줘야겠지만, 이번에는 적당히 눈 감아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천천히 으쓱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전에, 일단 다른 애들도 만나봐야겠네. ...많이 힘들어하는 애들을... 그 중 한명이라도 좋으니 말이야. ...그게 부장으로서의 책임이겠지."
물론 정확히 지금 누가 힘들어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자신을 보기 싫다고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들어보니 세은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한 것 같으니까. 자신의 전언을 납득하지 못하고 원망하는 이도 있을테고, 충격을 받은 이도 있겠지. 그런 이가 만약에 있다고 한다면... 결국 자신이 책임을 지고 마주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적어도 은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만 더 달을 보다가 돌아갈까? 생각을 정리하려면 아무래도 혼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지금은, 좀 더 이렇게 달을 보다가 가고 싶어."
절대로 악의는 아니었으나 조금 애매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제 눈앞에서 저지먼트의 부원이 머리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 머리를. 애니메이션이나 소설에선 상당히 위엄있는 종족인 듀라한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보니 그야말로 괴기하기 짝이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와. 진짜. 머리를 드는 것을 보니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 괜찮아. 괜찮아. 머리를 잃어버리면 안되니 말이야."
만약 또 잃어버리고 찾으러 다니면 완전 큰일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그와 동시에 그나마 자신은 정말로 얌전한 케이스로 변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이무기가 낫지. 이무기가. 적어도 저렇게 신체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일단 목이 떨어지지 않도록 테이프 같은 것으로 붙히는 것은 안돼? 원래대로 돌아갈때까지 말이야."
아니면 바구니 같은 것에 넣어도 될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은우는 정말로 조심스럽게 수경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망설임 없는 대답에 혜성은 그저 웃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었다. 그야, 저 담백하기까지한 대답에 같은 대답을 하는 건 이상하니까. 자신이 준 사탕을 그자리에서 포장지를 까서 입에 넣는 모습을 가만히 보며 반응을 살피고 있던 혜성의 얼굴에 머물러있던 웃음이 조금 짙어졌다.
"사탕 들고 다녀서 다행이야. 네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구."
랑의 볼이 볼록하게 솟았다가 가라앉는 걸 보고 혜성은 키득거렸다. 사탕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 주머니에 사탕을 넣고 다녀서 다행이고. 랑이 준 사탕을 꺼내 포장지를 뜯어 자신의 입안에 넣은 혜성은 빙그레 웃는다,
"마히녜."
랑의 뭉개지는 발음처럼 사탕을 집어넣은 혜성의 발음또한 상당히 뭉개져있었다. 부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을 돌려 시계를 보던 혜성은 랑의 말에 도로록 눈을 굴렸다. 이 뒤에 커리큘럼도 있고 아르바이트도 있다. 바쁘다면 바쁠 수 있고 꼭 바쁘지 않다면 바쁘지 않기도 했다. 혜성은 고민에 빠진다. 이럴 때 바쁘게 움직여야 계속 같은 생각에 함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래, 그러자."
혜성은 자신의 눈을 쳐다보는 랑을 향해 대답했다.
//이 뒤로 랑이랑 게시판 쪽지보면서 부실에서 노닥거리던 이혜성은 아르바이트를 5분 늦게 도착했다는 후문이 있다. 수고했어 랑주! 놀아줘서 고마웡!
"웬만해서는 안 잃어버리긴 하겠지만요.." 이번 건은 머리 정도라면 텔레포트 시킬 수 있지 않을까. 리는 것도 영향이 있었다..지만..?
"목을 계속 붙이고 있으면 뭔가 좀 괴롭더라고요" "...떼어야 할 것 같은 충동일까요?" 그래도 떨어진 머리나 단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게 베일을 두르고 있어서 다행일까요. 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바구니 같은 데 넣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아마 베일이 없었으면 눈이 좀 동그랗게 뜨였을지도?
"그냥 손으로 받치는 것만 생각했는데요. 바구니는 좋은 아이디어인 거 같아요"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머리라니. 언밸런스하지만(어쩐지 듀라한의 머리는 식물성 바구니에 담기는게 어울리는 것 같지만) 편한 게 다행이지 않을까.
"이제 좀 제대로 보이네요." 부장님은.. 음. 비늘이 있는 걸 보면 용? 쪽인 걸까요. 라고 추측하듯이 말하려 합니다.
이번에는 운 좋게 찾긴 했지만 다음에도 찾을 수 있을진 알 수 없었다. 학교에는 좀비로 변한 학생들도 있는데, 그런 이들이 물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보면 지금 학교는 조금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나마 저지먼트 아이들은 마음마저 괴물이 된 것 같진 않지만, 차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야. 일단 생각은 해 봐. 괜히 또 잃어버리지 말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용이냐고 묻는 그녀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용처럼 보이지만 용이 아닌 존재였으니까. 마치, 지금의 자신과 같은 처지가 아닐까 생각을 하며 그는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이무기야. 이무기. 용이 아니야. 용이 되지 못한 존재."
나름대로 괜찮지 않아? 이거?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수경을 바라보며 살며시 물어보았다.
"그러는 너는 듀란달? ...고생이 많네. 아. 맞아. 늘 생각하던건데... 세은이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어서 말이야. 늘 고마워. 앞으로도 그 애와 친하게 지내줘."
"목 붙이고 있는 것은.. 비유하자면..."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이무기라는 말에 조금 망설이다가 말문을 열지 못하고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한 다음 떨어지면 큰일이긴 하죠. 라고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이무기 앞에서 용의 역린을 톡톡 건드릴락말락하는 거 같다거나 하는 말은 애매하지 않을까요?
"듀라한이에요." 목이 없는 기사라고 하는데 진짜 말까지 태워놓을줄은 몰랐어요. 라고 말하다가 세은의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침울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다가 손으로 잡아서 추락은 막았습니다. 다시 목 위에 얹으려 하고는.
"...세은..하고는.. 친하죠.." 계속 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수경입니다. 하지만.. 세은도 다른 사람들과도 어느정도 관계를 쌓아가야 하는데 자신이 붙잡는 게 아닐까? 같은 기묘한 감각이 들기도 할까요?
하아, 하고 한숨 쉬는 소리와 함께 고갤 숙였던 여성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없어, 그런거. 미스틸테인이니 뭐니, 그런 이름을 가진 놈들은 없다고." "그럴 리 없어... 분명히 봤다고, 내 손으로 두 놈이나 때려눕혔는데."
그 꼬마도 데려가려고 했던 놈들인데.
"그게 뭐 어쨌다고, 피 줄줄 흘리면서 기절한 사람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 "......"
랑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그만해, 슬슬 여기도 그만 와. 돈도 좀 나온다며, 그걸로 방 구하고 하면 되잖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해."
"tlqkf, 내가 적당적당히 넘어가니까 말이 말같지가 않아? 지금 널 데리고 있는 건 네가 도움이 되니까야. 그런데 점점 능력이 강해져 봐, 널 보는 눈이 늘면 늘지 줄어들거 같아? 너한테도, 우리한테도 길게 이어지는 관계는 손해야." "확실히 해, 저지먼트인지, 글레이프니르인지."
랑은 한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말없이 방을 나섰다. 닫히는 문 너머로 낮게 읊조리듯 들려오는 욕설을 뒤로 하고, 그렇게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솔직히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뱉어놓고도 뭔가 앞에 더 붙어야 할 것 같은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뒤를 바꾸자니 그것대로 이상하고... 어쩐다. 고민을 다시 시작하려던 순간, 건네져 온 랑의 칭찬에 리라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기다린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새 이름은 훨씬 더 나은 형태를 띄고 있었다.
"어, 좋아요! 훨씬 낫다! 나리. 발음하기도 좋고, 꽃 이름이기도 하고. 예쁘네요~ 마음에 쏙 든다."
한번 검토해 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덕분에 새를 닮은 동그란 전자 생명체는 나리라는 예쁜 이름을 갖게 되었다. 리라는 그 이름을 몇 번 혀끝에서 굴려본다. 나리. 나리꽃. 나랑과 이리라. 퍽 센스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리라는 랑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려 했다.
"앞으로 언니 볼 때 종종 나리한테 노래 불러줘야겠어요. 그러면 더 쑥쑥 크지 않을까~ 같이 잘 키워봐요! 이 애가 어떻게 자랄지 기대된다, 그쵸?"
그러곤 자연스럽게 랑의 전자 반려동물에게 숟가락을 얹어버리는 거다. 뻔뻔하기 짝이 없다. 그런 주제에 웃는 얼굴은 티 없이 밝다.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머리를 헝클이고 지나간다. 더없이 완벽한 날이다.
묘하게 이름이 비슷하단 말이지. 듀란달, 듀라한. 정말로 착각했다는 듯이 그는 면목없다는 듯,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가끔 이렇게 헷깔린단 말이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은우는 살며시 속으로 자신에게 투덜거렸다. 이런 것을 실수하면 어떡해. 퍼스트클래스. 그렇게 속으로 잠시 자책을 하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한편, 세은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의 모습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세은하고는 친하다. 즉, 세은이 말고는 친한 이가 없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조용히 팔짱을 끼며 수경을 바라봤다.
"뭐, 아직 봄도 안 지난 상태야. 차후에 천천히 친해지는 이를 늘리면 되지. 그렇게 따지자면... 나라고 뭐, 저지먼트 부실에서 친하게 지내는 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는 3학년 동기밖에 없어. 아직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비슷한 처지라는 듯,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수경을 바라보면서 화이팅 제스쳐를 취하면서 이야기했다.
"할 수 있어! 너도! 앞으로 친한 이를 만들어가면 되지! 이제 1학년이잖아. 저지먼트에서 안 나간다면 최소 2년은 더 해야하는데... 그 동안에 세은이 말고 다른 애들도 친해질 수 있겠지."
어드바이스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하고. 나름대로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그는 일부러 그렇게 이야기했다.
오늘이 며칠이지? 무슨요일일까.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게 나쁠때도 있구나, 시간감각이 사라져가는 느낌이야. 대충 나가서 뭐라도 사먹어야겠지. 두 팔로 기어 간단하게 샤워를 한다, 이 망할 물고기 꼬리도 도움이 될때가 있구나. 땀이 안나니까 대충씻어도 문제 없네.
아직도 능력에 대한 선택적 보이콧은 유지한다. 바보같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는것도 아닌데, 이젠 왜 이딴짓을 하는지도 딱히 모르겠어.
기숙사 사무실에 연락해본다. 다행히 선진국의 최첨단 학교인걸까, 아니면 나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이런 꼴이 많았던걸까. 로비에서 방문 앞까지 휠체어를 가져다 주었다. 휠체어 위에 올라 탄 뒤, 담요를 허리(이제 이걸 허리로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지만)에 둘러 꼬리를 가리고, 후드를 눌러쓴 채 편의점으로 향한다.
겹쳐진 새끼손가락 두 개는 얇았지만 무엇보다 단단하다. 리라는 이 작은 결속에 일종의 안정감을 받는다. 계약서보다 얄팍하고 법적 구속력도 없는, 말 그대로 약속에 불과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떤 계약서보다 맞잡은 손이 더 믿을 만 한 것 같았다. 리라는 웃으며 대답하는 성운의 얼굴을, 하얗게 내려오는 머리카락과 어우러지는 둥근 귀를, 다정한 검은 눈동자를 본다.
"물론 믿고말고. 내 친구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니까."
그건 꼭 힘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초능력이네 무력이네 하며 사람 간의 등급을 나누고 서열질을 해대는 곳이지만 결국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의 힘이다. 그리고 성운은 그런 힘이 강한 아이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작은 체구 안에 깊은 마음과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친구. 말 그대로 별구름 같은.
다음 말은 조금 아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도와주고 싶었는데— 하지만 조금 전 그런 말을 해버려서 부득불 돕겠다고 달라붙기도 애매하게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지, 가져갈 다른 곳은 어디인지, 그런 걸 묻고 싶지만 오늘은 묻지 않기로 한다. 그건 지금의 공기가 포근했고 갓 건조된 세탁물에서는 따뜻하고 개운한 향이 났으며 눈 앞의 친구는 다정했기 때문이다. 질문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성운이 옆구리에 가방을 끼자 리라는 싱긋 웃어보이곤 출입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럼 문은 내가 열어줄게. 지나가시지요, 폐하."
과장되고 장난스러운 연극톤으로 읊조리며 리라는 웃어보였다. 여전히 네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 다만 추궁하기엔 정보도 증거도 부족하니까 오늘은 이대로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단지 무엇을 하더라도 성운이 리라를 믿어주듯 스스로를 믿고 아껴가며 했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만을 눈으로 조용히 전달할 뿐이다.
"다음에 또 여기서 빨래 할 일 있으면 연락해. 그때는 무조건 도와주러 갈 테니까. 꼭이야? 꼭 연락해야 해?"
/추격을 하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ㅋㅋㅋㅋㅋ 여기서 일단 끊고 나중에 만나서 한소리 할까 싶은데 어떨까!(잔소리 예고) 막레처럼 써왔는데 성운주가 막레 줘도 좋고 더 잇고 싶으면 이어도 좋고 이걸 막레로 받아줘도 좋아~
>>516 성운: “고기방패하는 것보다 더 쉽고 편하고 리스크적은 방법이 있는데 굳이 고기방패를 하진 않죠······?” 성운: “누구 대신 맞는 데에는 이골이 났지만, 이젠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요.” 성운: (그와 별개로 누군가가 희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제가 희생하는 게 가장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등교를 하고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나면 커리큘럼을 받고 그 뒤에 아르바이트를 하던가, 아니면 집에서 숙제를 하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그 사건 이후로 하루 루틴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순찰에 관해서는 최대한 핑계와 이유를 만들어서 회피했다. 맞다. 혜성은 현재 저지먼트가 할 법한 것들을 핑계와 이유를 들어서 하지 않고 있었다. 별 일 없다는 듯, 아니면 금방 회복했다는 듯 일상에서 저지먼트 관련만 쏙 빠졌을 뿐 혜성은 꽤 평화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교내의 소동에 휘말려서 바뀐 모습도 처음에야 당황스럽고 불편했지 지금은 제법 익숙해졌다. 그래도 밖을 나가려면 이 귀는 가려야했지만. 품이 넓은 후드 형식의 가디건과 회색 체크무늬 긴 잠옷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혜성은 자취방을 나선다. -꼬리는 어떻게 했는지 스레적 허용으로 넘어가자- 이 시간에 이런 차림으로 갈 곳은 한군데 뿐이었다. 편의점에 도착한 혜성의 눈에 편의점 경사를 넘으려고 하는 휠체어가 보였다.
후드를 푹 눌러써서 귀는 가려져 있었지만 밖으로 드러나있는 시커멓고 북슬거리는 꼬리가 살짝 좌우로 흔들렸고 혜성은 가까이 다가간다.
"도와드려요?"
능력을 사용한 걸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더 나아가 뒷모습을 보고 다가갔기 때문에 혜성이 정하를 알아보지 못한 건 당연했을 것이다.
situplay>1597003074>494 성운이 생축해주는 사람 외없서 리라가 삼단케이크 들고가서 폭죽 터뜨리고 난리법석 축하한다(??) 이 다정아기말랑친칠라를 어쩌지. 같이 유원지 가서 과자 먹으면서 조언 듣고 목말 태워서 다니고 싶다 부쨩 말 칼같이 듣는것도 조아 FM 이로구나
>>0 식재료를 갈무리할적에 동물의 발골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했던가,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전문가가 따로있을 정도로 꽤나 힘든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그녀도 들은적이 있다.
"...라곤 해도 말이지..."
능력을 사용해보라곤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할줄이야... 여성은 실험용 격리실에서 참치의 머리를 든 채 부위별로 나눈 접시에 가지런히 놓아둔 참치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시선을 두다가도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자른 단면도 깔끔하고, 남은 뼈 역시 짜투리가 남지 않았지만... 듬성듬성 균일하지 못한 크기라던가, 이미 맹해진 참치 머리를 들고 말을 거는듯한 을씨년스러움이 마이너스 요소였으려나? 게다가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있는 그녀의 얼굴에 마치 범죄자들에게 쓰이는 검은 선마냥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으니...
"기술점수로는 100점." "와아~!" "예술점수는 0점, 참치 머리도 부산물이 아닌 엄연히 식품류에 속하니 너무 가지고 놀면 안돼." "에에... 너무하셔요~" "가끔은 누가 더 너무한지 좀 깨달아주라..."
학교의 소동으로 모습이 바뀌어도 여전한 그녀의 행동에 여성은 안심 반, 걱정 반인 한숨을 내쉬었다.
Q.그럼 원래 루트는 뭐였나요? A.독백이나 일상에서도 살짝 거론이 되었지만 은우가 블랙 크로우가 사용하는 수송차에 몰래 잠입해서 아지트로 단독으로 처들어가려고 세은이에게만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남겨두고 나갔다가 세은이가 그 편지를 보고 바로 단톡방에 사정을 올리고 도와달라고 하면서 도움 요청을 하고... 은우가 있는 포인트를 찾아서 은우와 대면하는 그런 장면이 나왔을 것 같은데...
물론 그 와중에 '그림자'가 나타나서 방해를 할 예정이라서 아마 교전이 있긴 있었을 거예요.
많이 듣던 목소리다. 아, 분명 저지먼트 사람이였던것같아. 에초에 그렇지 않았다면 익숙하지조차 않았겠지.
"...괜찮아요. 갈길 가세요."
최대한 목소리를 낮게 깔고, 뒤집어 쓴 후드에 맞게 더더욱 고개를 숙이며 잠시 멈춘다. 이런꼴, 다른사람한테 보여봐야 걱정만 살 뿐이니까. 딱히 누군가한테 걱정받고 싶지도 않다. 물론 저사람들도 나와 똑같은(어찌보면 중간에 정신을 잃은 나보다 더한)것들을 겪었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내가 나약해 보이니까.
"..."
그렇게 말하며 편의점에 들어서려 한다. 문은...하, 여기서 또 막히네 망할 편의점.
꾸역꾸역 팔을 앞으로 뻗은 뒤, 동시에 팔을 밀며 휠체어를 손으로 밀려고 한다. 잘 되지 않아 한 4~5초간 끙끙댈 뿐이였다.
갈길 가라는 냉랭한 대꾸가 돌아오자, 혜성은 잠시 턱을 올라가는 휠체어와 거기에 앉아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을 깜빡였다. 아는 목소리 같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도 편의점에 볼일이 있다는 말을 할 타이밍을 놓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음-. 혜성의 눈이 곤란하다는 양 도록 굴러갔지만 곧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은 채 휠체어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여길 올라가도 문에서 막힐텐데. 아, 이거 봐봐. 편의점 문을 열기 위해 팔을 움직이며 곤란해보이는 상대를 잠깐 바라보던 혜성의 옷 속에서 삐죽- 튀어나온 꼬리 끝이 발목 근처에서 살랑 움직였다.
"어차피 저도 편의점 가야해서 그러니까 도와줄게요."
혜성은 다시금 차분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물음이 아니라, 꽤 단호한 결정이다. 정하가 끙끙거리며 씨름하고 있는 편의점 문을 손으로 밀고 혜성의 몸이 먼저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더니 문을 붙잡은 채 다른 손을 흔들어보였다. 들어오라는 제스처였다.
그부분은 또 기막히게 선을 긋는 당신이 있었다. 아직 다른 저지먼트 부원들을 데리고 갈 생각은 없다는걸 확실히 하는 당신의 단언에 그녀는 삐끗한듯 몸이 살짝 치우쳐졌다.
"...슨배임이 왜 세은냥한테 맞고 사는지 알거 같슴다."
약간 토라진듯한 말투로 대꾸했을까? 물론 알고 있다. 방금 당신이 그녀에게 약속한건 어디까지나 멋대로 말도 없이 문제를 해결하러 나가지 않겠다는것 정도였다. 나머지는 지금도 여전히 고민중이겠지. 어쩌면 여전히 갈팡질팡할수도, 오늘이 지난 뒤 별다른 고민 없이 아얘 묵살할 수도 있었다. 그거야 당신이 선택하기 나름일테니까. 그녀는 그것에까지 무어라 하고 싶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애써 띄운 분위기에 휩쓸려줄줄 알았는데... 누가 생각 많은 코뿔소 아니랄까봐 그런데엔 또 맺고 끊음이 확실했다.
...어쩌면 그래서 당신이 리더라는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당신도, 함께하는 부원들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부분에서 강한 고집이 있었으니까.
"으... 그 슨배임이라믄 진짜 그럴지도 모른단게 무섭슴다..."
당신도 장난삼아 말한 것일테지만 오히려 마냥 농담으로만 들리진 않는단 것이 소소한 웃음거리였다.
"그렇게 프리하니까 다들 더 들이박고 그러는거 아니겠슴까~ 이건 슨배임의 지도방식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는 검다~ 물론 그런 슨배임도 다른 코뿔소 슨배임께서 알려주신걸 체득하신 거겠지만여."
양 손까지 들어보이며 어깨를 으쓱이던 그녀가 다시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와삭거리기 시작했을까? 말 그대로, 당신은 저지먼트로서의 활동이 불필요할 정도의 과한 제압법을 사용하거나, 전치2주를 넘기거나, 행동방식이 불법이 아닌 이상은 어느정도 용인해주었고 그렇기에 더욱 자유로운 방식으로 저마다가 순찰, 임무, 봉사 등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자유로움은 분명 나쁘지 않지만, 가끔은 그 혼란 때문에 서로에게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물론 아직까진 그런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일단은 그렇져? 어떻게 될지는 즈도 장담할수 없지만서두... 그래도 기왕이믄 부쨩넴이 직접 말을 걸어주고 격려해주는게 더 나은 경우가 있을지도 모름다."
꼭 쥐고 있던 탓에 조금씩 부서진 감자칩들을 와삭거리던 그녀는 이내 남은 조각들을 전부 털어넣고서 당신의 말을 다시 주의깊게 듣기 시작했다.
"아, 이거 하나는 확실함다. 상태의 심각한 정도를 떠나서 지금 정말 부쨩넴이 필요한 사람이 분명 몇명 있을 검다. 여기 지도에 표시 ㅎ... 즈 방금 머라고 했슴까? 무시하셔도 됨다 방금 말은,"
순간 지도에 마커를 표시해주며 잡심부름을 시키는 어떤 총잡이 같은 말을 할뻔했으려나, 이놈이 웬수라는듯 자신의 입을 손으로 몇번 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는 있겠져~ 증말루 혼자 마음을 가다듬으려 하신다면 즈는 또 도움이 필요한 곳을 향해 갈테지만, 딱히 옆에 누가 있대도 신경이 안쓰이신다면야~ 얌전히 달만 볼 수도 있슴다?"
그렇게 말하고선 싱긋 웃어보였을까? 만약 당신이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고 싶다 하면 그녀는 품속에서 작은 감자칩 한봉지를 꺼내 당신에게 내밀었을 것이다. 일종의 부적이라는 말은 덤이었을까?
이러한 혼돈이 짙을수록, 정의와 도덕은 색을 잃어간다. 야수의 모습을 한 이들에게는 야수의 심장이 깃드는가? 그리고 그 야수란 늘 피에 굶주려 있는 것인가? 그 누가 알랴.
평화로운 배움의 터 위로 걸린 달이 새파랗게 빛나고 있을 때에, 그곳으로 숨어들어온 검은 손들이 속속들이 번들댄다. 그들은 이 혼란을 틈타 학교 내부에 심상치 않은 행위를 하려 했다. 가령 시험지를 훔친다거나, 그들을 방해하는 저지먼트들의 시설을 사보타주 한다거나 말이다.
그들은 야음 아래 미소를 흘겼다. 정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내부는 이미 수라장이었고, 그렇기에 많은 것들이 망가지고 비어 있었다. 그것이 보안이라 할지라도...
검은 손들이 원하는 것을 취하고, 자신들의 전리품을 비싼 값에 팔아넘기거나 인질 삼아 더 많은 것을 뜯어낼 것을 생각하며 어두운 야욕을 채우려던 그 순간, 바람을 찢고 대지를 울리는 일순의 쇄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내려앉은 그림자는 그 몸을 일으켜, 달빛을 가렸다. 몸 곳곳에서 튀는 스파크는 마치 폭풍우 치는 밤처럼, 번갯불 틈틈히 그 거체의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무엇을 들고 있는 지 알게 되었고, 아무런 주저도 없이 손을 뻗었다.
당신의 주춤거리는 반응에 아주 약간은 그녀 역시 당황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은 변함없었기에 앞으로 이어질 행동은 변함없었다. 괜스레 감고있는 타올에 힘을 주며 살짝 붉어진 얼굴은 분명 경우에 따라 오해를 살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녀는 그런 낮뜨거운 행동을 할만한 위인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타올을 감고 있는 시점에서 잘 말리고 계시겠져. 그치만 원래는 바로 물기를 닦아내는게 아니라 샤워부스에서 바닷물을 깨끗하게 흘려보내고나서 물기를 닦아야 하는 법임다."
꼭 이상한 부분에서 사실을 짚으며 고집을 부리는건 그녀 역시 코뿔소 중 한명임을 증명하는 부분이었다. 지금 웃고 있는 그녀의 미소가 정말 본의미 그대로의 웃음인지, 아니면 야생에서 으레 쓰이는 전법인 웃는 얼굴을 보여 상대의 전의를 상실시키는 것인지는 알수 없었다. 오로지 당신이 느끼기 나름일테니...
하지만 손이 닿았던 옆구리를 애써 가리며 부러 쾌활하게 말하는, 회피하는듯한 당신을 보니 그녀도 조금은 강하게 나가야겠다 생각했는지, 강하게 휘어잡진 않아도 단단하게 붙들어 당신이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
"타올을 풀거나, 즈랑 같이 샤워부스를 가거나... 둘중 하나임다?"
빙글거리는 그녀의 미소에 살짝 트여진 사이로 익숙한 덧니가 마치 날카롭게 자란 송곳니처럼 유독 눈에 띄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딱히 그 이상의 말도, 그 이하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알겠으나, 사람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함부로 생각을 바꾸는 생물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가 생각을 바꾸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이후에, 어떤 이들일 펼쳐질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은우는 그 이상 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게. 그렇기에 믿을 수 있는 애 중 하나지."
그 애에게는 비밀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키득키득 웃어보였다. 그리고 오른손 검지로 작게 쉿 소리를 내면서, 비밀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자고로, 그는 원래 부원들에게 깊게 사적인 감정을 내비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니. 물론 그렇다고 감정을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누군가에게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한다고 하더라도 공적인 느낌이 고작이었기에, 그의 행동은 스스로에겐 일탈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지금은 저지먼트로 여기에 서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미안하지만 작년 부장과 재작년 부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말을 꺼내는 시점에서 머리를 박으라고 했을걸. 시건방지다고 말이야. 그때는 말도 함부로 못 꺼내는 시기였어. 부장이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따르는 것이 기본인 시대였다고. 아무튼, 요즘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른다니까."
투덜투덜. 자신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장난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철저한 규율, 철저한 위계질서. 부장의 말은 절대적. 그 모든 것이 이뤄지는 그야말로 엄격한 조직이었으니까. 물론 자신이 부장이 되면서 그런 것을 어느 정도 풀기는 했지만.
한편 이어지는 말에 그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 몇 명 있다라. 그렇다면 그건 누구일까. 그것에 대해서 은우는 굳이 묻지 않았다. 애초에 만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들 각자의 일이 있으니까. 물론 따로 불러낸다면 만날 수야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악화만 안 시키면 다행이겠지."
그 정도로 말을 마치면서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 옆에 누가 있어도 신경이 안 쓰인다면 달만 조용히 보겠다는 말. 그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이 다리는 내 것이 아니고, 그 옆자리도 누구의 것이 아니니까. 보고 싶다면 보면 되는 거 아니겠어? 내 옆에서."
고요한 분위기가 좋네. 그렇게 말을 하며 은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람을 조용히 쐬며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고맙다고. 그 감사를 들었을지, 듣지 못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그는 재방송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조용히 달을 봤을 것이다. 많은 생각을 담아, 흔들리던, 제 감정을 바로 잡으며.
"....달이 밝네."
그 말을 조용히 남기며.
/일단 상황이...끝자락인 것 같아서..막레처럼 쓰긴 했는데 좀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괜찮답니다! 그 부분은 편하게 해주세요!
누구보다 강한 사람. 다른 이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더라면 자조적인 조소를 지으면서 눈을 피했을 성운이지만, 지금 이 순간 리라가 무엇을 두고 이야기하는지 알기에 성운의 얼굴에 걸리는 미소는 자조적인 조소가 아니라, 포근한 미소가 되었다.
“내가 아니라, 우리니까 강한 거야.”
나 혼자서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닌걸. 성운이라고 해봐야, 저 머나먼 하늘 위에, 지금으로서는 영영 닿지 못할 어둠 속에 떠있는, 몇억 광년으로 이야기되는 작은 반짝임일 뿐인걸. 네가 나를 봐주기에, 나는 소행성 B612에서 내려와 네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 사막여우보다 훨씬 친절한 북극여우를 바라보며, 성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고마워요 공주님.”
리라의 연극톤에 장단을 맞춰주며, 성운은 장난스레 리라와 함께 코인세탁방 밖으로 나선다. 그러면서 문득 리라와 눈이 마주친다. 익숙한 눈빛을 하고 있다.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종종 하는 걱정담긴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성운은 손을 뻗어서, 리라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리곤 괜찮다는 듯이 웃어보인다. ─그렇게 걱정할 것도 없다. 한낱 이사가 아닌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빨랫감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굳이 그런 일로 너한테 연락하긴 미안한걸. 그리고 우리 다른 약속도 있잖아. 노래방 약속도 있고, 다른 약속도 언제든지 잡아도 되고.”
하며, 성운은 오늘치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 또 봐, 리라야.”
오늘도, 내일도 딱히 우리의 마지막이라거나 하는 어려운 날은 아직 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집으로 귀가를 하는 한양 앞에 나타난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은 무리들이 보였다. 그들은 한양을 막아섰고, 한 남학생이 한양 앞에 서서 말한다.
"내 친구가 전에 담배를 펴서 너한테 걸렸는데, 너가 그렇게 세다고 하더라고."
이 남학생은 180 대 중반의 키에 매우 다부지고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벌크업을 해서 몸이 더 두꺼워지고 단단해진 한양이 왜소해보일 정도로 말이다. 갈색 울프컷의 구릿빛 피부의 남학생은 한양에게 승부를 요청했다.
"저 녀석은 이제 죽었다.."
"재현이 맨몸으로도 능력자들 팼잖아."
녀석의 친구들이 남학생의 무용담을 말하기 시작한다. 재현이란 학생은 한양에게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능력을 사용해도 좋아. 나랑 한 번 붙어보자. 결국은 내가 이길 테지만."
한양은 당황했다.
'이 새X가 미쳤나.. 레벨 4를 상대로 이렇게..? 괜히 상대해서 일만 크게 만들지 말고..적당히 쫄은 척해서 가야겠다..'
"하하..죄송해요. 제가 싸움을 좋아하는 학생은 아니라서...ㅎㅎ"
"너 쫄은 거야?"
"네. 무서우니깐 그만하시고, 저 좀 보내주시죠?"
그렇게 한양은 무사히 지나가는가 싶더니...
"자기보다 약한 상대만 상대하는 김 빠지는 녀석이었잖아? 재미없게.."
재현의 한마디를 들은 한양은 갑자기 가방을 바닥으로 던지더니,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덤벼."
재현은 웃으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럼 그래야지...일단 맛보기!!!!!"
재현은 자세를 잡자마자, 한양의 몸통을 향해 묵직하고 오른손 정권을 뻗었다. 정직하게 들어오는 주먹을 사이드스텝으로 녀석의 왼쪽 사이드로 이동하며 피했다. 재현이 한양의 스텝에 반응하여서 자세를 바꾸기 전에 , 한양은 왼발을 뒤에 두고 오른발을 틀어주면서 몸통을 오른쪽으로 회전시켰고, 오른팔을 아래로 내리면서 왼쪽 정강이로 재현의 오른쪽 옆구리를 쳤다.
"괜찮은 킥인데?"
분명히 맞췄지만.. 녀석의 몸이 마치 통나무와 같다. 보통 데미지가 들어가는 킥이지만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양은 킥을 회수해서 기존의 자세를 잡고, 재현은 한양의 왼쪽 허벅지에 로우킥을 날린다. 한양은 왼쪽 무릎을 들어서 정강이로 로우킥을 막지만, 어느 로우킥을 막았을 때보다도 더 정강이가 욱씬거리고 저리기 시작한다.
'무슨 맷집하고 파워가..게다가 빠르기도 해..'
재현은 웃으면서 로우킥을 회수하고, 빠르게 거리를 좁혀서 한양의 안면에 레프트 훅과 스트레이트를 연계한 타격을 시도했다. 확실히 빠르고 묵직한 주먹. 레프트 훅은 얼굴을 뒤로 빼며 피했고, 그 뒤로 뻗어오는 스트레이트는 녀석의 어깨의 움직임을 보고 상체를 왼쪽으로 숙이며 피했다.
녀석의 펀치를 피한 한양은 왼발을 틀어서 왼손의 주먹을 쥐고 녀석의 오른쪽 옆구리에 바디 레프트 훅을 후려쳤고, 왼발의 축을 복구시키고 오른발의 축을 물 흐르듯이 틀어서 재현의 턱에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켰다.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아.'
'쓰러져야 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재현은 한양의 반격을 맞자마자, 여유롭게 한양의 몸통에 오른손 정권을 정통으로 꽂아버렸다. 한양은 주먹 한방에 꽤 밀려나면서 둘의 거리가 벌려진다.
"오? 내 정권을 맞고도 안 쓰러져? 너도 해라, 극진."
극진공수도(혹은 쿄쿠신 가라데라고 불린다). 일본의 풀컨택트 타격기다. 극진공수도는 상대의 공격을 버티는 강인한 맷집과 상대를 일격에 쓰러뜨리는 강한 힘을 중시하는 만큼 수련의 대부분이 신체단련에 집중되어 있다. 극진에서 초단을 취득하는 과정 중 마지막 관문은 무려 10인의 대련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 2단은 20명, 3단은 30명으로 올라간다.
"이 몸이 극진 3단이다, 이 말이야."
재현이란 녀석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여유롭게 3단을 딴, 그러니깐 천재라고 보면 됐었다. 주먹으로 안면타격은 제한되지만 서로가 쓰러질 때까지 보호구 없이 맨손으로 치고박는 극진공수도. 펀치에 의한 안면타격에는 취약해도, 약하지는 않았다. 그야 보호구 없이 펀치보다 위력이 훨씬 강한 하이킥들을 수도 없이 맞으면서 단련된 녀석들이니깐.
하지만 한양은 재현을 보며 살짝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아..그래?"
"....그럼 좀 더 세게 패도 되겠네."
한양은 잠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허공에 쉐도우복싱을 하며 어깨를 풀어준 뒤에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래! 드디어 재밌ㅇ.."
드디어 재밌어짐을 직감을 완전히 하기도 전에 그의 안면에 빠르게 들어오는 한양의 왼손 잽. 아까와의 펀치와는 다르게 더 날카롭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같았다. 그대로 재현의 턱에 꽂히는 한양의 라이트 스트레이트. 재현은 다음 타격은 왼쪽 주먹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오른손으로 오른쪽 안면을 미리 가드했다. 녀석이 단 두 방의 주먹 만에 한양의 주먹을 경계하고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왼쪽 주먹을 쥐고 레프트 훅으로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하지만 한양은 녀석의 왼손이 한양에게 닿기도 전에, 방금 스트레이트를 쳤던 주먹으로 체중을 더 실은 스트레이트를 다시 녀석의 턱에 꽂았다. 더블 스트레이트였던 것.
'턱이 울리는 건 오랜만이야...!'
이런 강해진 한양의 공격에 미소를 지으며 , 오른쪽 무릎을 들어서 발로 한양의 복부를 밀어차려고 한다. 그러나 한양은 이미 딜교에서 이득을 보자마자 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재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고, 앞차기는 허공을 밀 뿐이었다.
이 순간마저도 한양에게는 놓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허공을 밀어낸 발을 왼쪽 겨드랑이로 잠그듯이 잡은 다음에 왼발로 녀석의 중심이 몰린 왼발을 바닥 쓸듯이 걸면서 쓰러뜨렸다. 한양은 다리를 놓아주고, 쓰러진 재현을 보며 말했다.
"그라운드는 너를 배려해서 하지 않을게. 사실 나는 타격보다는 주짓수를 훨씬 잘하는데.. 너가 재미없어 할까 봐."
재현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서한양.
사실 초반의 공방은 타격에 임팩트도 덜 주고, 몸의 탄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칠 수도 있어서... 실은 한양에게 지금의 싸움이 스트레인지에서 싸울 때보다 더 쉽지 않긴 했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저지먼트라는 신분으로 상대를 전치 2주 내로 조절해서 진압해야 되니깐. 상대를 더 확실하고 빠르게 보내버릴 기술을 다 제한시킨 것이다.
재현은 여유로움이 사라진 표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를..배려해...?"
재현은 진지하게 자세를 잡고 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양의 움직임을 잃기란 쉽지 않았다. 어깨를 털어주며 리듬을 타는 서한양. 어깨를 보고 어느 주먹이 나올지 예상하기 어려웠고, 두 주먹을 마치 마임을 하듯이 움직여주기에 주먹의 움직임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재현의 정면과 사이드를 반복해서 위치를 옮기는 스텝 역시 거슬렸다.
재현은 한양의 스텝부터 봉쇄하기 위해서 한양의 허벅지에 로우킥을 날렸다. 한양은 스텝을 파훼하기 위한 로우킥을 예상했는지, 그대로 한 스텝 거리를 벌리며 재현의 로우킥이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한양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사용한 뒷발의 힘을 점프로 전환하며 전진했다. 로우킥을 피하면서 발견한 빈틈. 뒷발의 힘을 단순히 거리를 벌리는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았고, 그 힘을 앞으로 점프하여 전진하는 것으로 연계했다. 왼발로 착지를 하고, 이에 이어지는 녀석의 안면을 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 점핑의 힘까지 더 해진 주먹이기에 아까와의 주먹보다 훨씬 강했다.
"큭."
한양의 점핑펀치를 맞고 살짝 밀려나는 재현.
서한양의 오른발은 아직 지면에 있지 않았다. 점프에 활용한 발. 녀석을 점핑펀치로 밀어낸 다음에 왼쪽 허벅지에 로우킥을 강타한다. 초반의 킥보다 훨씬 더 탄력있고 채찍같은 킥이었다. 재현은 점핑펀치를 맞고 밀렸음에도 왼발에 체중을 실어서 주먹으로 한양에게 반격하려고 했지만, 하필이면 한양은 점핑펀치에 연계해서 중심이 몰린 본인의 하체에 아까보다 훨씬 더 강한 킥을 내리쳐서 중심을 잃고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다시 일어선 재현은 흥분하며 한양의 얼굴을 향해서 오른손 정권을 풀파워로 뻗지만, 상체를 왼쪽으로 숙이면서 전진하여 거리를 좁힌 후에 상체를 다시 올리는 힘과 하체의 무게중심 이동을 이용해서 재현의 오른쪽 안면에 레프트 훅을 꽂고, 이와 연계해서 왼쪽 안면에 라이트 훅을 꽂는 양훅으로 녀석의 고개가 완전히 돌려지게 만들었다.
"독하다, 독해 - 이래도 안 쓰러지네?"
재현은 그럼에도 우직하게 자세를 잡으며 한양을 응시했다. 한양은 이제 끝낼 생각인지, 재현을 향해 다가가 시작했다.
'오른쪽 어깨의 움직임이 보인다.. 스트레이트로 끝낼 생각이야..'
'그렇다면..살을 주고 뼈를 친다. 녀석이 스트레이트를 뻗어서 나를 맞춤과 동시에 풀파워로 녀석의 턱에 정권을 뻗어서 전세를 역전시킨다.'
재현의 예상대로 한양은 스트레이트를 뻗으려고 했다.
'온다...!'
재현 역시 한양의 타이밍에 맞춰서 정권을 뻗었다. 한양은 녀석의 정권에 맞지 않았다. 오른쪽 다리를 앞쪽에 내놓고, 고개와 몸을 왼쪽으로 확 틀며 녀석의 정권을 피했고, 오른발을 중심축으로 왼발을 뒤로 빼며 자연스럽게 뒤로 돌았다. 그리고 몸통을 회전시키며 왼쪽 팔꿈치로 녀석의 왼쪽 안면을 강타했다. 빠르고 부드럽게 연계된 백스핀 엘보였다.
어린 아이들 여럿이서 검은 개를 둘러싸고 쓰다듬고 있던 현장이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들개가 그편을 향해 위협적으로 짖었다.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칠 때 검은 개도 함께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아이들 중 하나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검은 개는 머뭇거리다 이내 방향을 바꿔 들개와 대치한다.
전 개인적으로 3학년 동기조들이 2학년 겨울방학..그러니까 은우가 다음 부장이 되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 한양이나 혜성이가 제발 이 분위기 어떻게 좀 바꾸자고 은우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하는 적폐해석이 있어요. 태진이는 뭐, 그러던가...하면서 아마 그냥 하던지 말던지 식으로 있었을 것 같고 말이에요. 철현이는 편한게 좋아. 이러면서 그냥 무조건 편하게 가려고 했을 것 같고.
>>780 -꼰- 분위기였으면 이혜성 3년 내내 0레벨에 레벨에 딱히 관심 안가지는 거 보고 부장이나 다른 선배들에게 쿠사리 좀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야 이혜성이 호신용품에 통달했다는 게 맞아떨어지고?(아니여도 오케이다) 결론은 맞다. 제발 진짜 어떻게 좀 해줘 하고 부실 올때마다 넋나갔을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우가 동조하면 이혜성 조용히 주먹 꼭 쥐고 앗싸 함
성운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으며, 방금 조립을(조립이라고 해봐야 악전고투하면서 끌고 온 프레임 위에 매트리스를 얹어놓는 것뿐이었지만) 마친 침대 위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주말 아르바이트로 안면 있던 중고가구점 아저씨가 지나가는 길에 와봤다- 하시면서 용달트럭을 몰고 폐건물 앞에 침대를 두고 가주신 것은 좋은데, 역시, 이건 좀 무겁다. 침구라면 마침 남는 게 있다는 말씀에 소파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침대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침대 전체를 옮기는 건 엄두도 못내고, 온 몸을 비틀며 매트리스 먼저 올린 다음에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 프레임을 도르래에 걸어 올리는 데 성공하고, 그나마도 또 배관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서 도르래에서 프레임을 내려 여기다 싶은 위치에까지 그 무거운 놈을 옮기느라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다. 그야말로 오늘 하루 중노동을 해버린 탓에, 성운은 저번 출동 이후 처음으로 매일매일 빼놓지 않고 다니던 칼리 체육관에 전화를 해서 오늘은 몸이 아파 가기 어렵겠다고 말해야만 했다. 몸살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오늘 날씨가 좋았어서 다행이지 우천중에 이 짓을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성운이 원래 감당했어야 하는 무게의 절반 이하만을 감당해도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789 사실 근원은 제가 작년에 코난 극장판을 우연히 봤다가..경찰 동기조...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문뜩 떠올라서... 거기서도 딱 멤버가 다섯명이더라고요. (어?)
>>790 부장은 몰라도 다른 선배들은 필시 엄청 갈구지 않았을까 하고... 어...혜성이 어떻게 2년간 저지먼트 버틴 거예요? (옆눈) 조용히 주먹 꽉 쥐고 앗싸...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왜 이렇게 귀엽나요. 뭔가 진짜 이제 살았어!! 라는 표정이 절로 연상되는걸요?
>>791 1학년 동기조를 만드시면 되잖아요!
>>794 일단 한양이도 분위기를 바꾸려고는 했군요. 와. 우리 3학년 동기조 중에서는.. 무슨 소리야! 이제 우리도 누려야지! 하는 꼰은 없었던 것이다. (어?)
정하는 레벨도 높고 저지먼트 경험도 있고 여러모로 부장 추천하기 가깝지만 간혹 과격하게 흥분하는 면?이 있고 애린이는 아직 잘 모르고 여로도 리더로서의 어떤 부분은 본적이 없고 이경이는 내성적인 느낌이라 안맡으려 할 것 같고 혜우는 말할 것도 없고 소예도 내성적일 것 같고 공격적인 작전 같은 건 맡기 어려워할 것 같고 이레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건 아직 못봤고 경진이는 아직 잘 모르고 또 1학년 누구있지?
"저주요, 비극일세. 메리 셀리가 지은 역작,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거기에 나오는 낮은 지능의 시체 괴물을 프랑켄슈타인이라 부르지. 허나 그것은 왜곡된 이미지일세. 오히려 지금의 내 허영심이 느껴질 정도의 말투를 구사하는 쪽이 좀더 원전에 가깝지. 아, 지식의 저주라. 그렇다네. 나는 그 원전 기준으로 변해버린 모양일세."
몸짓을 해 가며, 자신의 앞으로 착지한 여로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이 자식 말이 너무 많다. 괴물이 되더니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워진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가 나의 걸음에 대한 것이라면, 나는 이 학교를 떠나, 집으로 향하던 길이라네. 비루한 행위를 하는 비겁자들을 안테스킬의 손에 넘기고 말일세."
이젠 진짜 지문이 아니라 대사로 일상을 채워도 될 수준이었다. 말이 길다! 과연 체셔 여로는 이 떠벌이 괴물의 말을 끊지 않을 수 있을까? 여로에게도 인내심의 한계는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나 단순함이 스택 오버플로우되어버려 오히려 복잡뻑적지근해진 태진의 상태는 한두시간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건 혜승쪽도 마찬가지다. 휑한 복도는 아까 괴물로 북적이던 모습과 괴리감이 느껴졌다. 이상하게 햇볕이 잘 안 들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어둡고 쿰쿰하다. 아마 해프닝의 피해자들이 남기고 간 자취로, 설령 코스튬이라고하나 현실화되어 있는 상황의 여파로 남긴 잔재다. 구구절절 말을 길게 썼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혜승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살면서 공포 게임을 해본 적도 없고, 공포 영화를 본 적도 없다. 애초에 그럴 시간도, 심적 여유도 없었던 유년시절을 보내오지 않았나.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긴장감보다는 현실의 긴장감에 더 바빴을 시기가 있었다. 아무튼 각종 공포 요소들과 멀리하다보니 당연히 그에 대한 면역도 없다. 결론적으로, 혜승은 이런 상상력이 만들어낸 괴물, 귀신, 아무튼 비일상적인 것에 약했다.
"네?"
자신을 불러세우는 부름에 혜승은 숨을 죽이고 이야기에 집중한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혜승이 평소처럼 담담한 얼굴로 손가락을 세웠다가, 다시 내렸다. 땀이 맺힌 이마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그, 그러니까, 저 소리가 귀신일 수도 있다는거죠?"
혜승은 눈을 잠시 감았다가, 팔짱도 끼고 괜히 짝다리도 짚고, 한숨도 쉰다. 초조하고 긴장한 사람들이나 할법한 행동이다. 다행이다. 선배라도 있어서. 혼자였다면... 혜승 성격상 아무것도 안 하진 않을테지만 아마 복도 한 번 걸어가는데 20분은 걸리지 않을까. 분명 픽셀단위로 움직였을거다. 그러고는 신중한건 좋은 것이라며 자기합리화까지 마쳤을 터.
"선배님! 사람인 것 같지 않나요? 저기 보십시오. 숨도 제대로 쉬고 있고, 교복도 제대로 착용하고 있습니다."
혜승의 알고리즘은 아래와 같았다. 괴물인가요? -No-> 복장 불량인가요? -No-> 문제 없음. 일단 학생이면 복장체크부터 하는게 아주 징하다.
거슬리지만, 나쁘지 않다. 생판 모르는 남, 그것도 이렇게 불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것이, 저지먼트 답다는 생각을 한다. 앞에서 끙끙거린것에 답답함도 표하지 않은체 그저 담담한 어조로 도와준다고 하는 그녀. 그리고 나선 내가 들어올때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다. 고개는 여전히 내린채, 눈만 살며시 치켜 떠 얼굴을 확인한다.
...역시 맞았어.
혜성선배님. 분명히 유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그런일을 당하고도?
"...고마워요."
천천히 바퀴를 굴려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내린 시선에, 그녀의 발가에 슬쩍 보이는 꼬리가 보인다. 저사람도 무언가 바뀌었구나. 나만 이런 꼴은 아니여서 다행이네. 피식 웃으면서 담담히 먹을걸 고른다. 평소였으면 들뜬채 무엇을 먹을지 한참 고민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의욕조차 나지 않는다. 조심히 휠체어를 몰아 적당한 탄산 음료하나와 삼각김밥을 하나 골라 계산대로 곧바로 향한다.
"..."
...궁금하다. 저사람은, 아무렇지도 않나...?
계산대에 물품을 내려놓은 뒤, 곧바로 도와주었던 혜성선배의 옆으로 가서, 그녀가 고르고 있던 음료수 하나에 손을 뻗는다.
"...저지먼트 맞죠?"
그렇게 말하고 음료수를 들어올려 담요 위에 둔다.
"하나 사드릴게요, 도와주신 값이에요."
그렇게 이야기 하곤, 휙 돌아가 계산대에서 마저 계산을 하고, 하나를 매대 위에 올려놓은채 편의점 밖을 나와 (다행히 미는 문이라 안쪽에서 나가긴 쉬웠다) 삼각김밥을 먹으며, 그녀가 나오길 기다린다.
>>834 저거 뮤지컬 넘버인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곡 내용이.... 전 여친을 잡기 위해서 전남친이 학교의 전체 인원을 죽이려는 계획을 고백하는 내용이야(사실임). 마지막에는 문 닫은 여주에게 문열어, 우리 싸우지 말자, 우리 좋았잖아, 너에게 화내고 싶지 않아, 싸우고 싶지 않아, 문 열어 를 외치고 문 여는데 여주가 목 매달고 자살한 척을 해서 죽었다 생각해.
조금 다른 말이긴 한데 부장관련 이야기나와서 ㅋㅋ 혜승이 원래 3학년할까 한 10초 고민했는데 부장 목표로 하다가 너무 -꼰-이라 광탈함 > 그걸로 은우한테 '이이이익...!!! 나를 제치다니...!!!'하면서 혼자 라이벌의식 불태울 예정이었거든 근데 너무 추한 것 같아서 2학년으로 내렸다는 비화가...
588 귀여운_율동과_함께_동요를_불러야만_나갈_수_있는_방에_갇힌다면_자캐는 : 하하 이 자식이 수치를 두려워 할 것 같느냐 출격이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91 자캐의_죽음에_대한_태도 : 라고 하기가 무섭게 뼈맞음
"너희는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하며 이름을 남기는 행위가 아주 낭만적이죠? 숭고하고 무엇이라도 덮어줄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물론 두렵긴 하지만 지금 당장 이걸로나마 잠재울 수 있다면, 아직 어린 학생이지만 이제 이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알아서 어떻게든 발버둥쳐 내린 결론이 그것 뿐이죠." "구원 받지도 못하는 종자들이 아둥바둥 발악해봤자 무덤가에 묻히면 들개가 파헤쳐 뜯어먹는 건 똑같은데 경중을 왜 나누나요?" "아니면 구원 받으리라 믿나요?" "뭘 믿고? 네 곁에는 축성해주는 사람도 없을 텐데?"
오랜만에 편의점 유자차를 마셔볼까. 카페인이 안들어가있는 음료수가 많기는 하지만 편의점은 의외로 복불복이 심해서 새로운 것보다 마시던 걸 고르게 된다니까. 문이 열린 채로 닫히지 않고 있으니 카운터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혜성은 살짝 고개를 숙여서 죄송합니다 하는 제스처를 해보이다가 편의점 안으로 휠체어가 전부 들어오고 나서야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천만에요."
휠체어를 탄 사람이 한 감사인사에 대한 반응도 편의점 문을 닫고 난 뒤에야 느즈막하게 한 뒤, 혜성은 편의점 내부를 돌면서 뭘 살지 생각에 잠겼다. 유자차도 괜찮지만 오늘은 그냥 플레인 요구르트로 하자. 혜성은 후드를 조금 더 끌어내려 귀를 가리면서 막 물건에 손을 뻗으려던 찰나였다. 혜성은 제 어깨를 움찔 하고 도록 눈을 움직인다.
"깜짝이야... 저지먼트 맞아요. 아, 혹시.."
다행히 꼬리의 털들이 잔뜩 솟구쳐서 겨우 숨겨놓은 꼬리가 드러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놀란 나머지 심장이 빨리 뛰었기에 물건을 집으려 뻗었던 손으로 가슴께를 지그시 누르고 혜성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자신 옆에 있는 상대를 바라본다. 저지먼트라고 묻는 거 보니까 이쪽도 저지먼트인가. 목소리가 아는 목소리인데. 여차할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물건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버리는 뒷모습에 혜성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계산을 하고 먼저 편의점을 나서는 모습을 힐끗 곁눈질로 따라가던 혜성은 곧 매대 가까운 곳에 있는 초콜렛바 하나를 집어 계산을 했다.
미련한 자의 생각은 죄요. 거만한 자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리라. 더는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미 지은 죄를 회개하기 위해서라도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향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류화는 버티기 힘들었다. 그러니 그날 이후로 부실에 두문불출하던 것이었지만, 언제까지 숨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류화는 어떤 비난도 감수할 생각으로 부실로 향했으니, 망설이다가 결심하며 부실로 들어서면 생각과 다르게 부실에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잔뜩 긴장한 채 들어섰으니 류화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막상 누군가를 마주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굳어버렸을 게 분명하니 아무도 없어 다행이었다. 류화는 의자를 끌어내 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부장을 만났을 때, 지금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었음에 얼마나 혼이 날까 상상만 하면 두렵기만 하다. 눈을 감는다. 해결되지 않았으니 불안함과 수치심, 후회가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손을 들어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던 류화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중에 부장이 퇴원하면 그때 다시 오자. 생각하며 다시 돌아가려 하면, 그 때 문을 열고 들어온 누군가를 보고서 류화는 멈춰 선다.
>>915 야 우냐? 가 저절로 생각나는 진단... 우유 줬냐고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중에 가족에서 슬프다가 온더로드에서 리라를 불러야 할 것 같아 리라야!!!!! 로우텐션이면 희야가 건드려도 가라 좀... 이럴까~ >;3 쥑쥑희야 시동켰다 지금(?) 엇 갈 길 가는 거 되게 쿨해 박살을 내버릴 줄 알았는데(?)
>>917 많이 써? 뭘요? 나 울게. 정하 뒷일을 부탁한다니 나 두 배로 울게 오늘 수도세 절감할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모습 넘 멋지다 울면서 기도할게...
오빠가 동생에게 져준다라... 당신이라면 진심으로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둘에게 엮여있는 알수 없는 문제를 떠나서, 진짜 남매같은 서로간의 다툼 외에도 유대감과 신뢰 역시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어느 남매 조화 중에서도 가장 끈끈하게 느껴졌다. 아얘 이유가 없진 않을거라곤 생각하지만... 그걸 구태여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가정사는 어지간하면 건드리는게 아니랬으니까,
"머, 그건 인정함다. 좀 빡빡하겠지만, 나쁜 사람은 아닐뿐더러 오히려 가장 강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여."
어디까지나 혜승이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을 떠올리며 예상하는 것이지만, 그런 변함없는 행동은 분명 신뢰감을 주기엔 더할나위 없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녀 역시 혜승에 대해서 꽤 인정하는 편이었다. 가끔은 고지식한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당신이 비밀이라는듯 키득거리며 오른손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대 조용히 해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그녀 역시 푸스스 흩어지는 웃음과 함께 당신의 행동을 따라했다. 확실히, 이건 좀 이례적일까? 어지간해선 공적인 부분에서 평가하는 정도였지만, 지금 이건 지극히 사적인 평가였으니까. 물론 그 사적인 평가도 악평은 커녕 호평일색이지만, 당신이 그런데에까지 신경을 쓰는건 분명 농담으로 꺼냈을지언정 그만큼 혜승을 신뢰한단 뜻이었을 것이다.
"그엑... 말하자마자 라떼화 되어버리심 우짬까..."
작년, 재작년 부장이었다면 이런 말이 나오자마자 체벌이었을 거라니... 급격하게 진행된 꼰대화에 그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지압하다가 금방이라도 머리를 박을듯이 움직이려 했을 것이다. ...순전히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머, 예전 목화고 저지먼트들은 조금만 엇나가도 즉시 시말서였다는 소문 정도는 들었슴다."
얼마나 빡빡한 체계였으면 부실 유리창을 깨뜨려 시말서, 부실에 비치된 소파에서 놀다 프레임을 부숴 시말서, 부실에서 조리해 취식한것도 모자라 치우지 않아서 시말서, 아무튼 시말서... 라는 소문이 돌았을까? 물론 그게 진실인지 그녀는 알수 없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평행세계의 자신은 과잉진압으로 시말서를 쓸뻔하다가 정당방위로 풀려났을지도 모르고...
자신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당신의 투덜거림에 인정한다는듯 좀 더 화사해진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임다~ 악화시킬지, 치유시킬지는 직접 부딪혀봐야 알겠져. 오늘의 즈가 부쨩넴께 했던 이야기들처럼 말임다."
어쩌면 당신도 알 것이다. 어차피 말을 하지 않아도 후회하고, 해도 후회할 거라면 차라리 말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사람의 감정이란건 그저 담아두기만 하면 누구든 병들기 마련이었다. 상온의 음식만큼이나 쉽게 상해버리는 것이 억눌러둔 마음, 이왕이면 잘못될 수도 있다는걸 알면서도 시도해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당신의 선택에 맡기는 것은 그녀가 늘상 취하는 행동이었다.
"후후후후... 그럼, 그동안 잠시 옆자리 좀 실례하도록 할게요~?"
본래 이 장소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평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웃음, 그럼에도 여전히 익살스러운 말끝. 천성이 그랬으니까, 라고 변명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이야기대로 참으로 고요한 분위기였다. 당신과 이 장소에서 마주친 순간과 다른게 있다면 지금은 어느정도 기운을 차렸다는 것이려나?
그리고 당신의 그런 소소한 변화로 그녀가 당신에게 이곳에서 잊어버린게 있노라 말했던 것 또한 되찾은 기분이었다.
"...그러게요~ 달이 참 밝네요."
여전히 다리 난간에 등을 기댄 채로 하늘을 올려보다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선 양손을 자신의 가슴에 포개어 올리고선 미약한 심장소리를 느끼고 있었을까,
그녀들이 원했던대로... 자신은 계속 살아있었다. 그녀들이 원했던대로... 자신은 있어야 할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젠 더이상 볼수 없는 이들이지만, 외롭거나 하진 않았다. 다시금 마주하고, 깨달았고, 인정했기에 조금은 후련해진 기분도 들었다. 이렇게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외롭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사치일 테니까...
//히히, 나는 막레 친다하면 어지간해선 막레의 막레를 가져오는 사람. >:3 나쁜아이 점례랑 스무스하게 놀아줘서 꼬마어오 캡틴!!!!!! 물론 내 비설은 일부 털렸지만! (뒤끝 작렬)//
리라가 저지먼트 부실에 드나드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부실에 찾아와 여기저기 말을 걸거나 할일을 만들어서라도 하곤 했고 정 할 일이 없으면 게시판이라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건 저지먼트 부실이 학교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라는 믿음이 있어서 이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과 만남 이후 취침전 2알은 아침 2알 저녁 5알로 바뀌었고 얼렁뚱땅 이어가던 평온은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되었다. 그 와중에 레벨이 오른 건 분명 행운이었지만 사람 욕심이 어디 끝이 있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위를 보게 되고 마는 거다. 은우와의 거듭된 대화가 없었다면 이미 머리카락 색 정도 바뀌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만큼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고 아예 그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요지는 인간이 모두 욕심쟁이라는 거다.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갈망하는 습성은 인류의 진화와 발전을 촉진했지만 충분히 발전하고 과잉된 현대 사회에서 그런 본능은 쓸데없는 인명 피해와 불균형을 낳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갈망하고 욕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리라는 그게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어진 대로만 살아가는 법은 배운 적 없으니까.
샹그릴라 라는 약믈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절묘하게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그도 모른다. 당시의 리라는 1년의 무소득에 이빨을 부딪히며 불안해 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나타난 샹그릴라는 솔직히 말해서 아주 대단한 유혹이었다. 저지먼트에 들어와 처음 맞닥뜨린 사건이 그런 것이었다는 게 불행인지 행운인지, 완장을 이용해 몰래 빼돌릴 수도 있었겠지만 머뭇거리는 사이 각종 사건이 터졌고 욕망은 자연히 사그라들었다. 그게 전부다. 류화와 리라의 차이는. 죄라고 이름 붙여질 수 있는 행위도 타이밍 한끗 차이로 이루어진다. 만약 그 자신이 살짝만 더 조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솔직히 리라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눈 앞의 류화를 마주했을 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어보인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어! 류화, 안녕? 오랜만에 보는 거 같네~ 잘 지냈어?"
더듬더듬 건네지는 인사를 매끄럽게 받아낸 리라는 활짝 웃으며 류화를 향해 다가왔다.
"요즘 못 봐서 걱정했었어. 머리는 좀 어때? 아프진 않아? 왜 서 있었어, 의자에 앉자."
아, 아니면 가려고 했었나.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지만 뻔뻔하게 시치미 떼며 소파로 걸어가 앉아버린다. 그리고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급한 일 있는 거 아니면 같이 있자. 오늘따라 부실에 사람도 없고 혼자 있으면 심심할 거 같은데~ 아, 이럴 때 류화가 같이 있어주면 너무 좋겠는걸?"
그 놓은 할로윈 소동인지 뭔지 때문에 귀와 꼬리가 자라나고 빨대를 뜯거나 이런 우유팩을 뜯을 때 찢어질까봐 조심해야하는 것 빼고. 후배의 말에 혜성은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레 빨대를 뜯어 입에 물고 우유팩을 뜯는데 온신경을 기울였다. 날카로운 손톱이 생기고나서, 이런 사소한 일들을 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하니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빨대를 꽂아넣은 우유팩을 손에 쥐고 마시려던 혜성의 눈길이 잘 보이지 않는 후배의 얼굴을 향한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으로 생각해달라는 건, 묻고 싶은 게 있다는 거겠지. 서서 듣는 것보다 앉아서 듣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혜성은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어와 착석했다. 잠시 자신이 음료를 마시는 소리와 쌀쌀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만이 느껴졌다.
"저지먼트 활동 말이지."
의자 위로 다리를 끌어올려 편한 자세를 취하며, 혜성은 느릿하고 천천히 하지만 여전히 상냥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겁나는가, 아닌가 하고 묻는다면 무서운 게 맞다. 자신이 모르쇠하고 있던 현실과 은우가 지금의 부장이 될 때까지 2년동안 받았던 것들.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다가왔을 때. 그리고 그 고통.
>>963 않이 쓰앵님, 두시마다 센치해졌으면 이미 어장에 없었다녀. 그거 먼말이에여. 탈출이라도 하겠단 고야? (짤짤이) 하지만 이 날씨, 이 시간에 귤은 못참지.
리라주도 앙용!!!!!!!!!!! 새벽 재밌는거 킹정!!!!!!!!
>>965 저거 말고도 대충 많았겠지~~~~~~~~~~ 지금 3학년 이전 코뿔소 선배들에 대해선 겪어본 바가 별로 없을테니 점례도 모른다네요~~~~~~~~~ 응? 난 우리 점례 애끼는데? 너무 애껴서 애가 말 안듣자너. (?) 점례는 비록 마음 속에 묻은 사람들이 많지만 꿋꿋하게 살아간대~~~~~~~~~~~ 애초에 멘탈 뽀쟉 할거면 진즉에 나가리 되었겠지만, :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