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1년 전, 부학생회장은 모카고 최대 자경단인 '저지먼트'의 세력이 점점 확장되자 신입 학생회 유다은에게 잠입을 명한다. 그리고 1년 뒤, 유다은은 부학생회장이자 저지먼트의 2인자인 서한양의 오른팔이 되기에 이르른다.
"우리 시스터는 그냥 딱, 이 X같은 오빠만 믿으면 돼야!" 블랙 크로우 사건을 조사하던 저지먼트 최은우 회장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학생회장이 된 전 부학생회장은 저지먼트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부장에게 많은 신뢰를 받은 이청윤, 부장과 싸우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나선 송낙조, 부장의 여동생인 최세은, 저지먼트를 2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최혜승 등 사이에서 벌어지는 피도 눈물도 없는 후계자 전쟁의 한 가운데, 서한양은 1년 전, 모카고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남매처럼 모든 순간을 함께 해 온 유다은에게 더욱 강한 신뢰를 보낸다.
"약속했잖습니까… 이번엔 진짜 끝이라고" 한편, 작전의 성공만 생각하는 학생회장은 계속 유다은의 목을 조여만 간다. 시시각각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처한 유다은은 언제 자신을 배신할지 모르는 학생회와, 남매의 의리로 대하는 서한양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1년 전, 부학생회장은 모카고 최대 자경단인 '저지먼트'의 세력이 점점 확장되자 신입 학생회 유다은에게 잠입을 명한다. 그리고 1년 뒤, 유다은은 부학생회장이자 저지먼트의 2인자인 서한양의 오른팔이 되기에 이르른다.
"우리 시스터는 그냥 딱, 이 X같은 오빠만 믿으면 돼야!" 블랙 크로우 사건을 조사하던 저지먼트 최은우 회장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학생회장이 된 전 부학생회장은 저지먼트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부장에게 많은 신뢰를 받은 이청윤, 부장과 싸우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나선 송낙조, 부장의 여동생인 최세은, 저지먼트를 2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최혜승 등 사이에서 벌어지는 피도 눈물도 없는 후계자 전쟁의 한 가운데, 서한양은 1년 전, 모카고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남매처럼 모든 순간을 함께 해 온 유다은에게 더욱 강한 신뢰를 보낸다.
"약속했잖습니까… 이번엔 진짜 끝이라고" 한편, 작전의 성공만 생각하는 학생회장은 계속 유다은의 목을 조여만 간다. 시시각각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처한 유다은은 언제 자신을 배신할지 모르는 학생회와, 남매의 의리로 대하는 서한양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도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최소한 노크는 할 거라고 생각했다만... 여전히 이런 면에서는 사양하는 것이 없는 이라고 생각하며 은우는 누웠던 몸을 조금씩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기지개를 ㅡ정확히는 바늘이 꽂힌 팔은 빼고ㅡ 켜면서 철현을 맞이했다. 오자마자 농인지 진담인지 모를 소리를 하는 그 모습에 은우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런 스킬아웃 집단이 있다면 다시 잡으러 가야겠네."
물론 함께는 아니겠지만... 이라는 말은 은우는 굳이 하지 않았다. 말이란 자고로 장소와 시기를 잘 가려서 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은우는 딱 거기서 멈추면서 이어 자신에게 들어오는 말에는 피식 웃어보였다.
"부장이니까. 그리고 퍼스트클래스고.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야. 남들이 못하는 일을 내가 하고, 내가 못하는 일들을 남들이 하는 것. 그게 내 좌우명이자 올해 저지먼트의 프레이즈고 말이지."
이어 그는 근처에 있는 과일바구니에서 귤을 하나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철현에게 가볍게 던졌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거라도 먹고 가. ...보다시피 다친 것이 아니라 그냥 휴식 중이니까.... 크게 걱정할 것은 없어. 지금도 괜찮은데, 혹시 모른다면서 며칠 더 있으라고 해서 있는 것 뿐이기도 하고."
>>3>>8 아마 고맙게 잘 받고 그 종이학은 병실에 뒀다가 이제 은우의 방으로 옮겨지겠지만, '낳으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는 것을 본다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경이에게 개인톡으로 '낳으세요'가 아니라 '나으세요'야. 라고 메시지를 보낼 것 같네요. 그러면서 괜히 더 고맙다고 이야기를 할 것 같고요.
새로운 장비 도입에 관련된 문서를 정독하면서, 플랭크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과연 운동과 문서 확인 둘 중에 하나라도 똑바로 되는 게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본인의 두뇌 한계상 어차피 아무것도 안하고 문서만 읽고 있었어도 내용을 똑바로 이해 못했을 것이다. 다만, 이번 문제는 자기도 굉장히 통감하던 사항이었다. 나야 그냥 뭐라도 휘두르고 주먹질을 하고 그랬지만, 다른 애들은?
더군다나 직접적인 위협이 닥친 지금, 낮은 레벨의 대원들도 전투에 참여해야 할 지 모른다. 심지어, 샹그릴라 때문에 그러한 위협은 이전보다 비할 데 없이 커졌다. 이젠 우리도 저런걸 준비하지 않으면 선도는 고사하고 우리 몸 하나 못 건사할 수준이란 말이다.
성운은 푸슬푸슬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지의 낯빛이 질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자연스레 어울리네요- 하는 말에 대답하는 말도 약간 의문형이 되었다.
“그렇죠······?”
아직 한양의 진짜배기 가르침을 겪어본 적이 없는 성운이었기에, 무엇이 아지의 안색을 저렇게 창백하게 만드는가는 알지 못했다. 부부장님과 훈련하다가 뭔가 떠올리기 싫은 추억이라도 생겼나 보다, 해서 성운은 새우볶음밥의 첫 술을 뜨면서 아지가 꺼내어놓은 다른 화제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애껏 새 화제를 꺼낸 보람도 없이, 이번에는 성운이 화제의 톱니바퀴의 아퀴를 맞춰주지 못할 것 같아 그는 조금 머쓱하게 자기 볼을 긁적였다.
“직업이나 진로의 이야기인 거죠?”
성운은 웃음을 지었으나, 웃음지은 안색은 다소 흐리다. 흐린 미소를 잔잔한 웃음으로 가라앉히면서, 성운은 말을 이어갔다.
“지금쯤 생각해둬야 하지만, 올해는 그걸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내년에나 생각해두려구요.”
미래의 이야기를 하려면, 현재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지금 이 순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이야기였지만, 지금 성운은 그런 현재의 이야기를 할 자격마저도 잃어버린 채였다. 자기 자신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꼬인 실을 풀어, 찢어진 것들을 기울 준비를 마친다. 그렇게 생각하며, 성운은 아지에게 자신의 이름을 건넸다.
“아지, 아지. 응··· 귀여운 이름이네요. 잘 부탁해요, 아지.”
저지먼트 완장 아래에서 어느 정도 풀렸던 경계심이, 이름을 교환한 것이 어떤 기점이라도 되었나 존댓말은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지만 성운의 목소리 톤이 한결 편안해졌음을 아지는 느낄 수 있었다. 볶음밥을 몇 숟가락 더 먹다가, 격리 이야기까지 꺼내게 되었다. 아지의 질문에 성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파서 격리된 건 아니에요. 정확한 커리큘럼 내용은 발설금지사항이라 말 못하지만······. 응, 딱히 얻은 건 없네요. 아직 0레벨이고.”
피차 힘내자는 얘기에 밝게 끄덕끄덕거리는 아지다. 직업이나 진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놓은 게 없나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그럭저럭 납득하고서 고개를 주억인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낯빛을 보아하니 물으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궁금하니까 묻는다!!
"올해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무언가요~?"
눈을 반짝인다. 스카이 다이빙이라거나 강해지는 것이라거나 다양한 답을 예상해본다.
"귀여운 이름이요...?"
볶음밥을 먹던 얼굴이 새빨개진다. 헉 소리를 내며 자신의 얼굴을 더듬더듬 만져 온도를 재본다. 그러고는 자신의 뺨을 살짝 쥐어당겼다가 놓는 것이다. 이름 칭찬은 생소하다!! 이레 다음으로 2연타지만 예쁘다보다 귀엽다고 들으니 부끄러워!!
"서, 성운 형도 이름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별무리가 생각나고~" "저도 잘 부탁해요~"
그 결과도, 그리고 그 이후도.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것이 어쩌면 누군가를 위한 길일지도 모르지만, 은우는 그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다. 그 결과와, 그 이후. 모든 것이 다 무서웠으니까. 용기가 있는 이는 당당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일지도 모르나, 그에겐 아직 그 정도의 용기가 없었다. 그렇기에 계속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못 해."
자신들은 할 수 없냐는 그 물음에 은우는 망설이지 않고 딱 끊어서 이야기했다. 그 생각은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들은 블랙 크로우를 마주하기엔 아직 너무 약했다. 물론 어떻게 어떻게 하면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나, 병원에서의 일을 생각해보면 아직 이들이 그들을 상대하기엔 힘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들이 할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이건 비웃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었다.
"부장이나 퍼스트클래스의 문제가 아니야. 너희들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야. 너희들이 이 이상 관여했다간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야. 실제로... 병원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봤잖아. 다친 이들이 어느 정도 있었고, 그나마 저들이 물러났기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난 생각해. 윗층에 있던 이들이 밑으로 내려왔다면... 누구 하나는 죽었을지도 모르는 거고."
그 사실을 거론하는 은우의 목소리는 상당히 무덤덤했다. 납득할 수 있을지, 납득할 수 없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장 은우의 생각이 바뀔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거야. 아무튼 학생을 과로로 쓰러지게 하는 규정? 하핫... 글쎄."
그에 대해선 모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은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한숨을 후우 내뱉으며 제 등을 침대에 살며시 기댔다.
"그래서 이렇게 쉬고 있잖아? 무리하지 않고 말이야. 이곳에선 할 것이 너무 없어서 심심할 정도야. 다시 말하지만 지금도 난 팔팔해.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쉬라는 지시를 받고, 아직 퇴원하지 못하는 것 뿐이지."
"..이왕 따라온 거..아까 말한대로 다 쓰러트리고나서 여로군 마음대로 하세요. 내부에서 서서히 무너지게 하는 법도 있지만..."
"내가 지금 성질이 급해. 어쨋든 우리는 현재 저지먼트 아니예요. 동료 스킬아웃의 복수를 하러 온 스킬아웃들이죠. 여기서는 전치 2주도 지키지 마."
한양은 이빨로 장갑을 당겨서 더 단단히 고정시키며 '머니 샤크'의 집결지인 폐쇄된 당구장으로 들어간다. 당구장 안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당구를 치거나 담배를 피고 있었다.
"......."
"너 뭐야?"
한 다부진 체격을 가진 아이비리그컷을 한 남자가 건들거리며 한양에게 다가간다. 뭐하는 녀석이길래 이렇게 새까맣게 입고 왔냐며 한양의 볼을 찰싹찰싹 치고 꼬집으며 조롱하기 시작한다.
"너, 여기서 서열 몇 순위냐."
"나? 행동대장은 나ㅈ...커헉...!!!"
"그 정도 서열이면 적당하네."
본인이 서열 3위격에 해당하는 행동대장이라고 소개하자, 한양은 기습적으로 어퍼컷을 쑤셔넣듯이 시전했다. 행동대장의 목젖에. 손날, 손끝, 손바닥 등이 아닌 주먹으로 쑤신 것이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주먹을 가로로 돌리고 팔을 일자로 올려서 치는 어퍼가 아닌, 주먹을 굳이 가로로 돌리지 않고 바로 빠르게 뻗어서 치는 어퍼컷이었다. 위력에서는 가로어퍼보다는 떨어지지만 주먹을 돌리지 않고 바로 치기에 시간과 스피드 면에서 유리함으로써 기습으로 사용한 것. 특히 타격점은 목젖이었다.
목젖은 뭐로 맞아도 심각한 치명타지.
자신의 목젖을 감싸잡으며 주저앉고 고통스러워하는 행동대장. 저지먼트 서한양이면 여기서 끝났겠지만..
"콰직- 콰직- 콰앙-!! 꽈지직--!!!!!"
양손으로 주저앉은 행동대장의 머리채를 잡고 안면에 무자비하게 니킥을 꽂아넣기 시작한다. 싸울 의지를 잃은 행동대장은 목젖을 맞아서 목소리도 못 내는 채로 한양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빌듯이 툭툭 치지만 한양은 그걸 무시하고 기절할 때까지 니킥을 무자비하게 반복했다.
행동대장이 기절하자, 여유있던 녀석들의 분위기는 사라졌다. 이제 누가 덤벼야 될지 서로 눈치를 본다. 하지만 나서지를 못한다. 먼저 덤벼드는 녀석은 행동대장과 같은 몰골이 될 것이라는 공포감 때문이었다.
서열이 어느정도 높은 녀석을 부하들 앞에서 잔인하게 처리한다. 이로 인해서 부하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제대로, 장래희망 같은 걸 꿈꿔볼 준비요. 지금까지 인첨공에서 사실상 아무 것도 못했거든요. 어쩌다 보니 저지먼트에 들어오게 됐는데, 여기서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훨씬 근본적인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좀더 정확히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에 품을 준비를 마치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면 이야기가 너무 멀어지고 길어질 것 같기에 성운은 좀더 이야기를 간결하게 추려서 아지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곤 볶음밥을 먹다가, 한술 꿀떡 삼키고 톡 꺼낸 말에 반대편에 앉은 키큰() 후배가 퐁 소리가 날 정도로 빨개지자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는 방긋 웃어보인다.
“네, 귀여운걸요.”
그게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성운은 뭔가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눈웃음을 짓다가 아지가 꺼내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성운星雲 맞아요.”
별 성, 구름 운. 그것이 성운의 진짜 이름이다. 태몽에서, 별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던가. 이제는 축제날에나 겨우 만나볼 수 있을 어머니가 성운에게 언젠가 말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어느새 꽤 많이 줄어든 볶음밥을 한 숟가락 더 뜨다가, 성운은 “다리요?” 하면서 반문하고는 한 박자 늦게 아, 하면서 왼무릎을 내려다본다. 커다란 반창고가 붙어있다.
“오늘 체육관에서 꽤 큰 동작을 하다가, 무릎이 바닥에 쓸려서 까졌지 뭐에요. 어찌 보면 커리큘럼은 맞네요.”
situplay>1596996083>932 이경 [최이경 학생 연락처 맞죠!] [아니라면 미안해요!] [부장한테 들었는데 어제 마지막으로 부실에 들린 사람이 이경 학생이래서요] [혹시] [(검은 가시가 돋아난 사과 뱃지 사진)] [부실 책상에서 이거 못 봤어요?] [희야 건데 부실에서 잃어버렸거든요...]
situplay>1596996083>966 세나 [한세나 학생 맞죠?] [연락해서 미안해요] [다름이 아니고 야구 잘 한다고 야구부 애들이 얘기하길래] [혹시 야구부 들어갈 생각 없나 싶어서요] [걔네들이 물어봐달라고 계속 그래서] [동아리 있으면 꼭 얘기해줘요!] [거절할 수 있게 도와줄게!]
만약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가 은우가 아닌 다른 이였다면 그는 위와 같이 말하면서 병실 밖을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철현은 은우를 알았다. 깐깐하지만 필요할 땐 거리낌 없이 남의 손을 빌린다. 예전에는 은우가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고 그를 피해 숨어 있던 적도 있었다. 그런 그가 저지먼트의 다른 부원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것은 정말 할 수 없는 일이다.
"잘 쉬어둬. 사주경계 잘하고. 너도 총 맞으면 죽잖아?"
철현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적어도 은우가 방어 계열의 능력자가 아닌 이상 비능력자가 쏜 총에 기습 당하면 죽는 건 매한가지였으니까. 레벨 0인 자신이 그를 대신할 순 없으니 그저 응원만 해줄 뿐이었다.
눈을 반짝거리며 성운을 바라보는 아지다. 하고싶은 일을 찾기엔 누구라면 늦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늦은 나이가 있겠나? 아지는 그런 결심을 했다는 점에서 성운을 멋지게 보고 있었다. 자신이라면 장래희망에 대해 딱히 아무 생각도 없고 거기에 별 불만이 없으니 이대로여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부끄러워요~!!!" "싫다는 말은 아니에요~ 칭찬 들으니까 좋네요오"
솔직히 얘기하며 눈을 콰악 감는 아지다. 그런다고 덜 부끄러워지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 새로운 칭찬에는 면역이 없나 보다.
"그렇구나아~ 이름은 누가 지어준 거예요?"
정성들여 지은 이름인 것 같아서 궁금해진다. 아지는 보리차를 머금고서 성운을 지켜본다.
"체육관에서 다친 거군요~ 으음... 그런 걸 배우다 보면 자잘한 상처가 나고 하더라구요~" "그렇지만 견뎌야만 실력이 느는 거겠지요?"
물론 맞으면 죽긴 하겠으나 자신이라고 그냥 맞을 생각은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었고, 역으로 총알을 날려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저격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런 것까지 어떻게 생각하면서 살겠는가. 근처에 있는 귤을 깐 후에 천천히 먹으면서 은우는 딱 거기서 말을 멈췄다.
"어떻게 해야 괜찮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려나."
이 바늘을 멋대로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능력을 여기서 사용할 수도 없었다. 결국 믿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은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철현을 바라보면서 살며시 물었다.
"다른 애들은 어때?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어? 세은이는... 여기까지 와서 무슨 일 이야기냐면서 답을 안하려고 하니까..."
보통 곤란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렇다고 철현이 알려줄지는 또 별개의 문제였지만...
"어쨌든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애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전해줘. 진짜로 다친 것이 없고, 그냥 피곤한 것이 터진 것 뿐이니까. ...덕분에 당분간, 웨이버와 함께 순찰은 못 나가겠지만... 퇴원한 후에 뭘 요구할지가 걱정이네. 그 녀석이."
정신을 가다듬은 당신이 스스로 헝크렸던 머리카락을 손으로 다듬고선 다시금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모습이 조금은 재밌어보였을지도 모른다. 저지먼트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봐왔지만, 텐션 하나만큼은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었을까? 하지만 그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가지각색으로 일어나는 일, 최대한 즐길줄 아는게 사는데에도 편할테니까.
"먼가 문제라도 있슴까?"
둘이서 노는데 굳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여야 했는가, 에 대해서 당신의 진지한 의혹을 담은 물음이 들려왔다. 따로 사비라도 쓴 것인지에 대해서일까? 물론 몇몇은... 이를테면 안전요원의 경우엔 사비를 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머진 좀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게다가 아이스박스는 슨배임이 들고 계시잖슴까?"
그것 또한 싣고 가려는 이들을 만류하고 가지고 온 것이었다. ...하지만 목마른걸, 더위를 심하게 타던 그녀인만큼 갈증도 자주 느낄법했다.
"영수증 같은거 없슴다. 있어도 못가져와여."
당연, 금액청구는 오롯이 연구소쪽으로 갈테니 말이다. 그리고 연구소라 함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반입은 되어도 반출은 안되는 규칙이 있는 공간이니,
"게다가 아무리 슨배임이라도 2인용 선베드랑 주전부리랑 모래놀이 도구를 어떻게 들고 걸어가시려고 그럼까~ 무림다 무리~"
...모래놀이 도구는 왜 있는 걸까?
"오케이 휘비고~!"
다시금 본래 텐션을 찾은 둘이 걸음을 더 서두르며 나아가서일까, 아니면 정말 그렇게까진 멀지 않았던 걸까, 다다른 곳에는 확실히 그녀가 말했던 물건들이 모래사장 한켠에 나란히 줄을 맞추어 놓여있었다. 게다가 봄바다를 즐기는 것이 딱히 기행이라곤 할수 없는듯 사람들도 드문드문 존재했으려나.
일 좀 하라는 무언의 압박. 하지만 그것을 철현이 받아들일진 알 수 없었다. 어쨌건 자신도 어느 정도는 포기한 상태였으니까. 허나 애초에 진실된 마음으로 그렇게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볍게 대꾸를 하면서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이명에 대한 물음. 정확히는 왜 이명으로 부르냐는 것이었다.
그 물음에 은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어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말을 할까 말까. 물론 딱히 말을 못할 것은 없었으나, 과연 이 동기가 뭐라고 생각을 할지... 아니. 사실은 아무래도 좋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생각을 하건...
"인첨공에는 7명의 퍼스트클래스가 있어. 하지만 그 존재가 누구인지 정확히 다 아는 이는 없어. 우리 퍼스트 클래스. 그리고 몇몇 소수를 제외하면 말이야. 이상하지 않아? 그 정도의 엄청난 실력자들인데, 나보다 계수가 높은 이가 6명이나 있는데, 그 중 너희들이 아는 것은 잘해봐야 웨이버. 아라잖아."
말 그대로 퍼스트클래스라는 존재는 이미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정확히 누가 '퍼스트클래스'이냐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이는 드물었다. 아니. 어지간한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그는 조용히 눈을 감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7위 에어버스터, 6위 웨이버. 이 둘은 존재가 어느 정도 알려져있어. 그래서... 나나 아라나 당당하게 에어버스터와 웨이버라는 것을 자칭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해. 허나 5위부터 1위... 어지간하면 그 존재를 제대로 알 수도 없고, 보는 것조차 힘들고 상대 쪽에서도 쉽게 말을 하진 않지. 아니...물론 굳이 숨기지 않는 이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정보가 통제되어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어."
어쩌면 철현이 하는 물음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그런 말을 한 은우는 철현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본래 이명이라는 것은 '퍼스트클래스'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기 위해서 만들어진거야. 이 세상에 '최은우'라는 이름을 지닌 이는 있어도, '에어버스터'라는 이름을 단 이는 없으니까. 그 외의 레벨5와 레벨4의 이명은 그 사실을 적절하게 은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거고. 그와는 별개로 제 7위와 제 6위의 존재는 알려지게 해둔거야. '이런 존재'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말이야."
거기서 또 잠시 은우는 말을 끊었다. 그리고 제대로 철현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왜 그런 이명으로 자주 부르냐라고 한다면... 그렇게 정해졌기 때문이야. 나와 아라는 일부러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선전용. 그리고 그 위로는... 존재가 알려지지 않도록, 소수라면 모를까. 절대 다수에게는 절대로 알려지지 않도록 말이지. 실제로 너희가 5위부터 그 존재를 알아챈다고 하더라도 퍼스트클래스 5위를 언급할 땐 실명으로 부를 순 없어. 이명으로 불러야하지. 알려지면 안되니까. ...이렇다보니, 나도 다른 퍼스트클래스를 퍼스트클래스로서 부를 때는, 이름으로 부르진 못해. 그렇다 보니 생긴 일종의 버릇이야. 그리고 그건, 웨이버 쪽도 마찬가지고 말이지."
후훗. 작게 웃음소리를 낸 은우는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은폐해서 뭘할건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해야지. 어쩌겠어."
“멋질 것도 없는걸요─ 아지랑, 다른 저지먼트 분들이랑 함께하면서 찾아볼 생각이에요. 격리 때문에 사실상 활동기간으로만 따지면 아지가 저지먼트 선배네요.”
눈을 질끈 감은 아지의 머리 위로 뭔가가 느껴진다. 뭔가 따스하고 작은 낙엽 같은 게 얹힌 느낌이다. 낙엽이라 치기엔 좀 하찮게 묵직하다 싶어서 다시 느껴보면, 그건 제법 따뜻한 손길이다. 성운이 아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잘 부탁해요.”
그렇게 길지 않은, 부드럽고 능숙한, 무슨 토끼 쓰다듬는 것 같은 손길이 몇 번 아지의 머리를 스쳐가고서, 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눈을 떠보면 성운이 다시 의자에 앉는 것이 보인다.
“흔한 사례에요. 어머니께서 지어주셨어요. 수많은 별들이 노래하는 태몽을 꾸셨다던가.”
두어 숟가락 남은 밥그릇으로 숟가락을 향하는 성운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소중한 이름이고, 좋은 뜻인 건 변함없지만, 그 이름을 되새길 때면 항상 「선생님」이 생각나는 탓이다. 이제서야 엉켜버린 실의 끄트마리를 찾아 그것을 조금씩 풀고 있는 성운에게, 삶을 꿰메어나가는 궤적의 종착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선생님의 뒷모습은 여전히 무거운 숙제로 남아 있었다.
훈련의 성과는 느리지만 착실하게 쌓여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껏 한번도 잊지 않고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으니까, 아직은 큰 벽을 넘지 못했고, 그 뒤엔 더 큰 벽이 있을테지만...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기로 했다. 너무 먼 미래까지 걱정하기엔 당장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그래도 몇번쯤은 빼먹은들 누가 뭐라 하지도 않을텐데, 매일 자료를 가져다주니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고맙긴 하네~" "귀찮으신거 아니었슴까?" "얘는 꼭 농담에 초 치는 것도 지 아빠를 닮았어요..."
여성의 살짝 흘기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내 푸스스 흩어지는 웃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녀의 표정은 사뭇진지하거나, 아니면 굳어있었을까...
무덤덤하면서도 어딘가 머뭇거리는듯한 그녀의 질문에 여성의 시선이 동그랗게 바뀌다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글쎄... 당장은 워낙에 일이 많으시니 힘들겠지만... 다음달 안으로 뵐수 있지 않을까?" "그-렇슴까?"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오늘 무슨 날이니? 시험이라도 100점 맞았어? 아니, 이건 너한텐 평범한 일이었던가...?" "그게 뭘 특별한 일이라고 그러심까, 게다가 예전에도 계획은 있었잖아여. ...단지 그 약속이 빠그라졌을 뿐이지." "...뭐어, 그때야 그때였으니... 그래도 지금은 얼굴 정도는 비춰주시지 않을까 싶은데?" "...그정도면 됐슴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져."
여전히 무미건조한 말투, 궁금증을 참을수 없던 여성은 결국 한마디 더 덧대려고 했다.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지?" "...예, 진심임다. 그래도 일단은 제 아버지니까요..."
여기와 저 바깥. 분명한 사실만을 가리키는 말인데도 리라의 마음은 두가지 단어가 입에 오른 순간 이상하게 울렁인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슬리퍼만 꿰어 신은 맨발이 문득 차가워져서 일까, 머리를 부딪힌 후유증이 뒤늦게 몰려온 걸까, 추격전의 긴장이 이제야 풀리는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양 무릎을 깨먹으며 피를 너무 흘렸나. 모든 게 곤두선 이유 같으면서도 그 무엇도 정답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심정과는 별개로 납득은 어렵지 않았다. 당연한 거니까. 초능력으로 구축한 눈에 띄는 운송수단을 타고 이곳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절대 안전하지도 현명하지도 않은 위험천만한 짓이 맞으니까. 하지만 위험해서 안된다면 랑 역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들고 마는 것이다. 누구는 위험하면 안되고 누구는 위험해도 괜찮나—... 뭐, 그 소박한 반박조차도 '난 괜찮아' 한마디로 금세 정리되어 버렸지만.
여기 사는 사람. 그 말은 이미 과열된 리라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기 충분했지만 리라는 다시 질문을 쏘아대는 것 대신 침묵하길 택한다. 왜냐면 랑이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사실은 복잡한 이유 덧붙일 것 없이 리라 또한 그냥 그러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구나."
—라는 한마디는 랑이 돌려준 모든 답변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다. 모든 말을 무리없이 수긍한 리라는 잠시 말이 없다. 그렇게 흰 붕대로 덮인 손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웬일인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말이 돌아오는 거다. 잘못 들었나. 리라는 몇 초 정도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퍼뜩 고개를 든다.
"...모자랑 마스크 쓰고, 교복 안 입고, 완장 안 차고 빗자루 안 타면?"
그게 꼭 다른 방법으로 찾아오는 걸 허용한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은근한 아쉬움으로 드러낸 소망이 뚝 잘려나가지 않음에서 온 안도감과 이에 따른 부수적인 행복은 나름 크다. 차분한 척 하지만 기대 어린 목소리가 랑을 향한다.
"랑 언니랑 같이 오는 건 돼요?"
리라는 붕대로 감아둔 랑의 손을 혹시라도 아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쥐어보았다. 똑바로 마주한 눈은 피할 줄을 모른다.
종이비행기가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것은 흩날리는 바람에 따라 몸체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소년의 앞을 유영한다. 그리고 소년은, 시위를 당기고, 놓는다.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던 화살은 도망치던 스킬아웃들 앞에 정확히 꽂히고, 도망치려던 그들은 기겁하면서 방향을 틀었다. 오늘은 화살 회수를 못하겠네. 그나마 값을 내주겠다니 다행이지.
"네에 3시 방향. 그 골목. 여기선 시야가 나쁘니 저도 이동할게요~"
월광고와 협력을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그보다 21세기 현대 과학 도시 한복판에서 몰이사냥을 하게 될 줄도 몰랐고.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아래로 쏘아 길을 막고 위치로 유도하는 행위를 하며 소년은 무던한 표정으로 아래를 보았다. 그러면서 무전에 이어가는 목소리는 발랄하게 꾸머져있어서.. 괴리감이 컸다.
"묶어두시면 제가 기억을 읽을게요. 네. 뭘요~ 이 정도는 우리 모카고 저지먼트의 평균이랍니다!"
"선배라뇨~ 저도 들어온지 얼마 안됐는걸요~ 경험도 거의 없다시피 해요~" "그래도 제가 알려줄 게 있으면 힘껏 알려줄게요오 함께 여러가지 해보면서 찾아보아요~"
성운 형과 봉사활동이라든가 친구가 부탁하는 다른 동아리 지원 활동이라든가 이것저것 해보는 미래가 그려진다. 머리에 붙는 것이 무언가 싶어서 실눈을 떠보니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있다. 얼굴이 좀 가라앉나 싶더니 더 빨개진다. 혜성이 누나와 리라 누나 때와는 달리 왠지 부끄러운 취급 당하는 것 같다!! 성운이 자리로 돌아가고 나고서 어쩐지 쓰다듬어졌던 머리카락이 신경쓰여 괜히 만지작거려 본다.
"태몽이랑 관련있는 거군요~ 별이 노래하는 태몽이라~ 낭만적이네요~" "제 태몽은 평범하게 커다란 참외예요~ 언덕을 오르니 튼실한 참외가 있었다던가~?"
표정이 좋지 않은 성운이 그러는 이유는 모르면서도 어쨌든 성운과 대화하는 건 즐거워서 자신의 태몽을 털어놓는 아지다. 용이나 호랑이 같은 거면 멋졌을텐데!!
"에헤헤... 잘 된 것 같아요~ 좋잖아요~ 혼자가 아니란 건요~" "저도 새벽에 이렇게 나왔는데 혼자가 아니라 성운 형을 만나서 좋아요~"
방글방글 웃으며 빈 접시 옆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아지다.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건강한 홍조를 띄고 있다.
절대 안하겠다는 노골적인 대답. 은우의 무언의 압박을 그는 흘려버렸다. 이정도 되었으면 슬슬 포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철현 또한 싱긋 웃었다.
뒤이어 은우가 알려준 진실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는, 그러나 철현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계속 듣기로 했다.
그리고 은우의 입에서 나온 '왜 은우는 아라를 부를 때, 세은은 은우를 부를 때 이명을 부르느냐'의 대답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레벨 5, 퍼스트클래스인 은우와 아라가 그저 선전용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 앞에 공개되어있을 뿐, 원래는 은폐되어야 정상이다. 그렇기에 서로를 퍼스트클래스로서 부를 때는 이명을 부르는 게 원칙이다.
철현은 그의 말을 들은 이후 곧바로 후회했다. 조금 더 책을 많이 읽었어야했다. 조금 더 어휘력을 길렀어야했다. 이 멍청한 제도를 비꼬고 풍자하고 놀릴 적합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단 한마디.
"뭐 그딴 머저리 같은 제도가 다 있냐?"
같은 경멸의 말 뿐이었다.
"내가 여기서 더 캐물어봐야 네가 답해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아." "일단 내가 원하는 답은 얻었네. 난 또 너랑 아라가 중2병이 재발한 줄 알았어"
뭐가 어떻게 되었건, 그런 제도로 인해서 뭔가가 돌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유지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은우는 그 부분에 대해선 딱 잘라 이야기를 하며 숨을 후우 내뱉었다. 경멸을 하건 뭘 하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이 시스템은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따져봤을때, 이게 정말로 머저리같은지는 둘째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것이 때로는 좋을 수도 있어. 모르는 것은 죄라고 하지만, 때로는 아는 것이 죄야. 특히나 이 인첨공에선."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 이상 발을 들이밀진 말라는 듯, 그는 확고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아마 제 동기인 철현이 그 선을 넘어서 뭔가를 알려고 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분명히 말했잖아. 가능하면 '에어버스터'가 아니라 은우라고 불러달라고 말이야. 올해 첫 소집때도 비슷하게 이야기했었어. 난."
가볍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철현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내가 말한 내용. 다른 이에게 말을 해도 상관은 없지만, 너무 비꼬는 식으로 가진 마. ...고작 그 정도의 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진 않지만... 고작 그 정도의 일이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야."
”음, 초대는 굉장히 영광이네만, 정중하게 사양하겠네!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돈이 없지 뭔가! 핫핫하!!“
네가 라면과 케첩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것도, 사주려는 의향이 있다는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단순히 식사를 주제로 한 잡담 정도를 하듯, 그녀는 말을 가볍게 마쳤다. 적어도 방금의 대화는 그녀에게 있어서 동정을 바랐기에 얘기한것도, 무언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얘기한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한 잡담 정도였기에. 그녀는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네가 몇초간 웃다, 손사래를 치자.
“저, 정말인가...? 이야, 이거 한시름 덜었군! 그런데 말일세, 동월 선배는 퇴마사라도 하고 있는겐가?”
정말 궁금한 눈빛으로.
“저지먼트도, 업무가 세분화되어, 각각 학생에게 어울리는 임무를 배분해주는줄은 몰랐네만! 핫핫하!“
아무래도 네 말을 철썩같이 믿는것이 분명해보였다. 상위 악마같은 녀석들을 쓰러트렸다고 거짓 무용담을 줄줄 늘어놓아도, 너를 향한 존경의 시선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음! 고맙네! 그러면 부원 명부를 확인....“
...
”먀, 먀먀먀먀아아아아아아악.....“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그, 그, 그런 저주받은 물건을 이렇게 부실 한복판에 내버려두면 어떡하는가!!! 자네, 괴이를 너무 얕보고 있는것 아닌가?! 당장이라도 불태워 버려야만한다네, 저런 불경한 것은!!“
바들바들 떨면서, 검이 부적이라도 되는 양 꼭 쥐고서는, 도움을 구하는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무섭게 하면, 칼을 빼어들고 저 명부를 베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았다..
”핫핫하!!!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 허나, 어려운 길이 아프고 고되다고 하여 그 길을 피하기만 한다면, 여전히 우리에게는 위협이 남아있을걸세!“
”사상이라 함은 무릇 눈에 보이지 않는것이요, 사람의 가슴에 새겨지는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니, 그것이 옳든 그르든 옳다고 믿음이라, 그렇기에!!!!”
“나는 기꺼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며 맨손으로 가시덩굴을 뽑으리라! 그것은 조국에 대한 헌신이 아닐세, 제군.”
사뭇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네게 절도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끊어 다가가며. 쓰지도 않은 모자를 살짝 위로 들어올리는 시늉을 하며,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눈을 휘어 웃고는.
“기꺼이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몸이 하는게야.”
씩, 웃으면서.
“귀신은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죽이겠나! 아직 신비의 영역이기에, 분명 우리가 퇴마를 한다면 더 좋은 곳으로 가거나, 지옥에서 자신의 죄를 씻지 않겠는가! 하핫, 동월 선배야말로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전문가인줄 알았거늘, 여전히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영역에 대한 신비는, 신비로 남아있는가!”
웃으면서 대답하고는, 너와의 악수를 마친 뒤, 손을 빼었다.
“그야 물론, 장학금과 취업 혜택을 위해서지! 이곳은 메리트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밥을 세끼나 공짜로 준다네?! 이 얼마나 훌륭한 복지란 말인가! 핫핫하!!“
사실 드립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을 하자면... 3멀티가 되건 4멀티가 되건 멀티가 많아지면 결국 일상을 돌릴 수 없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저는 기본적으로 많이 멀티를 하고 있는 이들보다는 지금 손이 없는 이, 일상을 돌리고 싶은데 돌리지 못하는 이 위주로 일상을 받고 있어요.
뭐.. 딱히 멀티를 많이 하는 것인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제가 좀 많이 예전에 그렇게 '남는 쪽'이 되니까 이게 참 기분이 애매하더라고요. 다들 멀티 돌리면서 신나게 돌리는데 정작 저는 혼자 남으니까 말이죠.. 이게 참...
그래서 저는 일단은 멀티를 많이 돌리는 이들과의 일상은 조금 자제하고 있고, 일상을 안하는 이, 혹은 그냥 1멀티 정도의 분들 위주로만 본답니다.
문제 있다고... 평범하게 말이지. 애초에 그냥 친구끼리 놀러가는데 사람을 따로 빌려서 쓴다던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대체 이 무슨 부르주아 발상인가. ...아니면 또 그겁니까? 인첨공의 상식이란 녀석입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 변해버린 겁니까!?
"후배님, 이런 건 누가 드냐마냐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원래 자신이 필요한 건 자기가 챙기는게 당연한 거잖아. 안 그래?"
나는 아이스박스를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말한다. 난 여태껏 줄곧 그런 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같은 지출이 너무 과한 것이라고 것이라고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적어도 내게 상담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하기엔 너무 갑자기 이루어진 여행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고작 이 정도로 그 사람들이 해주는 수고에 비해서 수지가 맞겠나. 아무튼 좀 과하다. 거기에 영수증도 일찍이 버려버린 모양이다. 그럼 이걸 무슨 수로 갚아야 하나...
"큭... 그런거...! 그냥 기합으로 들면 되걸랑-!"
2인용 선베드... 어깨 위에 올리고, 아이스박스는 지금 매고 있으니까... 주전부리랑 모래놀이 도구도 양손에 들면... ...응! 문제 없어! 들 수 있다! 벌써부터 망아지 꼴이 된게 눈에 선하지만 아무튼 들 수 있어! 하아~ 이럴 때면 정말 스쿠터라도 사둬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든단 말이지. 차라리 레벨이라도 높았다면 또 모르겠다... 정작 능력자라고 해서 편한 구석은 하나도 없구만. 애초에 레벨 0이고, 나. 체에. 그런 잡상과 잡담을 계속 반복하며 어느정도 걸어 내려가자 모래사장이 나타나며 바람이 한층 강해지고 인기척이 들려온다. 바다에 가까워진 것이었다. 위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막상 내려와보니 은근 또 사람이 적잖게 있는 것이었다.
"뭐, 확실히~ 여름에 사람 붐비는게 싫으면 지금이 제일 좋은 시기이긴 하니깐."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본다. 시야에 넓게 들어오는 해안의 경치에 슬며시 웃음이 지어졌다. 확실히 바다는 여름이라고 하는게 보통이긴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어느 쪽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파라서 딱히 지금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 자리는 어딘데? 아, 저긴가!"
점례가 위에서부터 얘기하던 '자리'는 척보아도 짐작 가는 곳이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짐들도 짐이다만. 있었으니까... '모래놀이 도구'가 말이다. 틀림없이 여기다 싶었다고. 나는 짐작 가는 곳으로 걸어 다가간다.
딱히 에어버스터라고만 부르는 것은 아니라는 듯이, 은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물론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긴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적어도 눈앞의 동기가 알아서 좋을 일은 아니었고, 다른 저지먼트 멤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는 일부러 능글맞게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중2병을 떠나서 사람마다 어떻게 부르는지는 별개이고, 사실 이명으로 좀 더 사람들에게 불리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냥 거기에 맞추는 것일수도 있겠고... 말이지."
이 또한 거짓이 아니었다. 누가 뭐라고 하건, 자신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은우'가 아니라 '에어버스터'였다. 실제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그리고 반에서도 '에어버스터'라고 불리는 일들이 더 많았으니까. 괜히 어깨를 으쓱해보이면서 그는 굳이 더 신경쓸 것 없다는 듯이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애초에 사람의 자율성은 함부로 콕콕 찌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자기가 그렇게 부르겠다면 부르는거지. 안 그래? 어쨌든 에어버스터도, 은우도... 모두 나니까."
그렇게 살며시 대답을 회피해버리면서 그는 쿡쿡 웃었다. 이어 그는 침대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현재 아지는 무한 농구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 한 판만 끼라던 친구들과의 농구가 한 판이 되고 두 판이 되고 세 판이 된 다음 한 바퀴 돌아 몇 번째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반팔 위에 민트색 체육용 팀 조끼를 입은 아지는 농구장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리고 아지는 드리블하다가 청윤에게 메시지가 온 걸 알게 된다.
[와아~ 좋아요~ (๑ᵔᗜᵔ๑)] [시간은 낼게요~ 우선 청윤 누나 농구장으로 와 주시겠어요? ٩( ◡̉̈ )۶] [가급적 매우매우 급박해보이는 모습으로 와서요~ 큰일이 났다면서 저를 이 무한 농구지옥에서 빼내 주세요~ ( •̀ .̫ •́ )✧]
그리고 슛! 공은 당연하다는 듯이 튕겨나간다.
"한아지 집중해!!!" "싫어어~ 바보들아아아~"
아지는 힘이 빠질대로 빠진 목을 뒤로 떨구더니 바로 수비를 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공을 붙잡은 상대팀이 기세를 몰아 골대를 향해 움직인다.
으음~ 멀티 얘기 나오니까, 오자마자 3멀티 했던 사람으로써 좀 눈치가 보이기는 하네.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말야, 느긋한 텀으로 일상 돌리는거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도 캡틴이 말하려는게 뭔지는 알겠어. 확실히 남는 사람이 된다면 기분이 별로겠지. 앞으론 좀 더 주의할게. 그리고 그 밖에도 내가 뭔가 문제가 있다면 편하게 말해주면 고맙겠어~!
>>388 확실히 내용을 알고 있는 건 청윤이, 이름을 알고 있는 건 혜우긴 하네요.. 물론 지금 청윤이가 물어보진 않을 것 같긴 해요. 세은이에게 물었다가 더 이상 알지 말라고 했으니, 의문점만 남겨두고 일단은 신경 안쓰려 노력중인데 만약 혜우랑 대화했다가 하나 단서라도 잡으면 물어볼..수도?
그리고 멀티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캡틴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돌리는 것은 신경쓰지 않아요. 그건 자기 자유니까요. 다만 캡틴은 기본적으로 3멀티가 되는 일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일상을 거절하고 있고...실제로 오늘도 두 번 거절했는데.. 이렇게만 해두면 아. 저 캡틴이 나랑 일상을 돌리기 싫어하는구나! 이렇게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그냥 그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캡틴은 그렇게 일상을 돌리지 않는다....고 해명하는 거랍니다!
아마 전화로 무마하려 했다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 전화가 왔어도 친구들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은 광기에 가득 찬 현장이었다. 아무도 그 지옥 농구 연쇄에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설계된 현장으로 특히 아지는 칩 때문에 통화 내용을 들키지 않고 조작할 수 있었으므로 의심이 더했을 거다. 어쨌든 간에 그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온 아지에게 남은 흔적은 가쁜 숨과 민트색 조끼 뿐이었다. 숨을 고르는 청윤을 보며 뭔가 재미있는 도피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헤헤 웃는 것이다.
"아아~ 이곳 가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케이크는 먹어본 적 없네요오" "와아~ 청윤 누나 덕분이 새로운 거 먹겠다~"
아지는 앱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밝게 웃으며 만세하듯 손을 올리는 것이다.
"좋아요~ 저 때문에 덥죠오"
아지는 체온을 체크하는 모습을 보고서 청윤의 옆에서 걸으며 손으로 파닥파닥 부채질을 해주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만은 노력은 가상하다. 그러다 자신도 더웠는지 목 부분을 팔락거리며 옷 사이로 바람이 들게 하려고 한다.
저지먼트 활동을 하다 보면 각자 자신의 포지션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 고찰하게 된다. 명확하진 않아도 스스로가 선두에 서야하는지 후방에 서야하는지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중 혜승은 굳이 따지자면 탱커에 가까웠다. 상대를 제압하거나 버티기식으로 능력을 자주 활용하기 때문도 있지만...
"거기! 행동이 의심스럽다. 구석에서 뭘 하는 거지? 나와서 설명해라."
어그로를 상당히 잘 끈다. 이는 본인도 인지 하지 못한 천부적인 재능으로, 가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오늘도 평소처럼 순찰을 돌던 혜승의 눈에 불온한 움직임이 보인 것이다. 골목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사람 하나를 몰아세우는 모습이라니, 수상하기 그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를 협박해 금품 갈취를 하는 ㅡ이른바 '삥뜯기'ㅡ 중이었다.
"쓰레기군. 남의 돈을 빼앗는 행위가 빈대와 다를 바가 뭐지?"
평소라면 기가 팍 죽어 도망가야할 녀석들이 오늘따라 기세등등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인영이 하나 둘이 아니다. 둘, 셋, 여섯, 여덟, 열셋...... 많다! 과연 탁월한 어그로 실력을 겸비한 탱커가 아닐 수 없다.
"방금 우리한테 말 한건가, 그거?"
위기일발의 상황! 혜승은 이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딱딱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흠. 콧웃음 한 번 치고 팔짱을 낀 혜승. 잠시 생각에 빠진듯 눈이 굴러간다. 이내 고민을 마친 듯 숨을 한 번 내쉰다.
"로 23행시를 해보겠다."
오늘도 굳세어라, 혜승. 이후 해당 학생들은 헤승이 성장한 능력으로 요령껏 잘 해결했다고 한다.
자기가 필요한건 자기가 챙긴다라... 아이스박스를 가볍게 흔들어보이는 당신의 말에 그녀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무표정)이 되었다. 솔직히 지금 그녀의 상태라면 안에 수북하게 쌓아둔 음료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이스박스의 얼음까지 다 먹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잖아도 셔츠의 군데군데 땀이 베어 서서히 안에 입은 수영복의 형태와 색을 드러내고 있었고, 묘하게 이마가 붉어진 채로 휴대용 선풍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아녀아녀, 슨배임이 레벨 3정도의 신체강화 능력자라거나 당나귀가 아닌 이상 2인용 선베드는 그냥 여자애 몸으로는 절대 무리니까여."
그럼 그녀는 들어봤나 하면... 일단 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주전부리가 하나둘만 있는것도 아닌데 당장 무게는 차치하고서라도 들고 갈 손부터 부족할 것이다. 사람의 손은 기껏해봤자 두개고, 그렇기에 들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까,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십셔! 억지로 끌고 온거나 마찬가지인 여행에 흔쾌히 허락해주신 것만으로도 즈는 충분함다!"
살짝 호를 그리는 눈웃음이 더해졌다. 딱히 꾸미거나 하지 않은 정말 본심 그대로의 고마움이려나?
"그러게나 말임다~ 이거 어떤 의미로는 선수를 빼앗긴거 같기도 하고..."
정말 몇몇은 단순히 사람이 붐비는 상황이 싫기에 일부러 이런 시기에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라고 해도 벚꽃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수 있는 절경인 이곳을 과연 여름바다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안올지는 미지수이기에, 봄의 해안도 여름과는 딱히 다르지 않을까, 어쩌면 그녀로선 봄이 여름보단 상대적으로 시원하기에 일부러 이 시기를 고른 것일지도 모른다.
"음~ 저기 '장난감' 있는거 보니 맞는거 같네여."
물론 구조만 본다면 아이를 대동한 가족의 것이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너무 열을 맞추어 놓여진 것이 그녀가 부탁했던 물건들임을 확실하게 티내고 있었다.
당신이 먼저 아이스박스를 내려놓고 놀 채비를 하면 그녀는 가벼운 몸풀기와 함께...
"......~"
모래놀이 도구를 집어선 한껏 반짝이는 눈빛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빛무리가 빠르게 보랏빛 동공을 훑으며 사라지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폭력을 가장한 마사지를 진행하며 혜승은 생각에 빠졌다. '고양이? 먓먓?' 죄악감 제로! 예은은 존댓말을 하기 전까지 혜승의 무자비한 승모근 풀어주기 프리미엄 코스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한층 가벼워진 어깨를 가지게된 예은을 뒤로 혜승의 얼굴이 아주 환해진다.
"아주 좋다!"
찬바람 시리게 불던 얼굴은 어디가고 ㅡ오해다. 디폴트 표정이 원래 좀 서늘하다ㅡ 태양처럼 밝기만 하다. 따봉. 귀여운 후배에게는 칭찬의 따봉 수여식이 있겠다.
"아주 귀엽, 아니 장하다! 멋지다! 넌 귀엽, 최고의 후배다!"
흥, 딱히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는 게 아니다. 본인이 원한대잖아. 쓰다듬어 달래잖아. 그러면 뭐 어떻게 쓰다듬어줘야지... 자기합리화로 점칠된 사고 과정을 거친 혜승이 격하게 예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복복복. 그 후 헝크러진 머리카락은 혜승의 철저한 손길에 따라 다시 정돈되었다. 평소 자신의 머리카락 역시 잔머리 하나 없이 칼 같이 관리하기 때문일까, 퍽 야무지게 머리를 정돈 했다.
그도 잠시,
"연장자에게는 전부 존댓말 사용해."
혜승이 쌍심지를 키고 노려보...지는 않았지만 화난 눈썹이 기본 얼굴이라 노려보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상황이 안 좋았던 게... 예은의 울먹이는 얼굴 탓에 주위의 시선을 끌어모았다는 점에 있다.
'울렸다.' '애가 우는데?' '혜승이 울렸다.'
물론, 혜승과 예은은 그 상황을 모른다. 때문에 혜승은 눈하나 깜빡 안하고 예은과 소시지를 한 번 본다.
"소세지는 가공육이잖아. 몸에 안 좋아서 조금만 먹는게 좋아. 난 필요 없어."
그렇다. 건강 관리도 힘쓰는 혜승은 소화도 잘 안되고 건강에도 안 좋고 짜기만 한 가공육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예은에게 다행이도 혜승은 어른스러운 입맛을 가졌다. 만약 눈 앞에 있는게 소세지 볶음이 아니라 두부 조림이었다면 얄짤도 없었다. 절대 예은이 귀여워서 양보해준 게 아니다.
소녀가 검을 내리친다. 특수신발의 빠른 스피드로 뒤로 물러난 아지는 내리치느라 빈 소녀의 머리를 노려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뒷머리를 노렸지만 소녀의 뒤를 도는 속도는 빠르고 검과 검이 맞붙는다. 날붙이가 아니라 소리는 나지 않는다. 영화처럼 검과 검을 붙인 채로 서로 힘을 주는 대신에 아지는 검이 부딪친 것을 탄력삼아 뒤로 한바퀴 돈 다음 다시 소녀에게로 돌진한다. 소녀는 정면을 상대로 검을 겨누는 듯하나 실제로는 아지의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옆구리를 걷어차려 한다. 소녀가 걷어찬 방향으로 움직여 타격을 최소화했지만 아지는 체육관 벽에 부닥친다. 그러는 동안 소녀가 검을 내던지고 맨손으로 빠르게 돌진한다. 아지가 무릎을 굽혀 빠르게 자세를 낮추자 소녀는 공중을 가른 꼴이 되었다. 아지는 자세를 낮춘 채 소녀의 무릎을 겨냥한다. 한순간 자세가 흔들리자 아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소녀의 몸을 밀어 넘어뜨리려 한다. 소녀는 넘어지면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렸는지 자신이 던져놓은 검을 붙잡았지만 아지의 검이 소녀의 가슴께에 겨눠져 있다.
>>477 이게 참 떡밥은 떡밥이긴 한데 2중 떡밥이라 (그냥두면 알아채기가 너무 쉬울것 같았음) 잘 녹여먹으면 뭔지 잘 아실겁니다...!!!!!!!!!!!!!! (??) 사실 지금도 그렇개 어려운 떡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신감 바닥) 넵넵 천천히 가져오셔도 됩니다!!!!!!!!!!!!!!
>>479 지나가던 동월 : 와, 너. 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울려, 와...... (안쓰러운 눈빛으로 도망감)
“자네, 정말 좋은 사람이로군!!!! 밥을 사준다면 그 은혜, 평생토록 잊지 않겠네!! 내 장담하지!!“
가슴을 통통 두드리면서 씩 웃었고.
”뭐, 뭐랏, 비밀요원...?“
존경이 가득한 눈동자로 너를 쳐다보았다.
”핫핫하!!!! 동월 선배는 정말 대단하군!!! 나는 이곳에 전학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히 모르네만, 괜찮다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어떤 일들을 겪어왔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정말 궁금하다는듯, 빤히 너를 바라보며. 과연 무슨 일들을 해왔을까? 정말 유령을 잡았나? 어떤 괴이와 마주했을까? 초능력을 사용하며 학생들을 선도하거나, 악에 맞서는게 전부인 줄 알았거늘. 과연 당신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다. 그런 얼굴이었다.
“그, 그렇다면 안심해도 되겠...“
네가 웃음을 뱉었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그렇다. 보고야 말았다.
네가 펼친 그 부원 명부에 적혀있는, 서른 세번째 부원을!!!!!
”....“
”...........“
”동월 선배.... 나, 나나납바바밥바버렷다내.....“
😨😰😨😢
”서, 서른 세번째 부원... 이이이있지않은가...? 여, 여기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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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핫하!!! 부럽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내겐 너무도 과분한 칭찬이로군!”
멋쩍은듯, 버석버석한 머리 끝을 정돈하다가.
“자네, 지옥에라도 갔다 와본겐가?“
당당하게, 당신의 눈을 마주보면서 물었다. 겁먹은 어린 고양이같던게 착각이었나? 라고 느껴질 정도로 당당한 얼굴이었다. 높낮이 없는 싸늘한 말투. 어딘가 금 간것 같은 웃는 표정. 허나.
”말은 코끼리를 묘사하는것과 닮았지. 제대로 전하지 않으면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둥그런 기둥이요, 누군가에게는 긴 뱀이고, 누군가에게는 펄럭이는 보따리, 누군가에게는 살 찐 돼지와 같으니. 요는 그 진심을 바른 말로 전하는데 있으리라.“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 않던가. 말해보게, 동월 선배. 내 분명 도울 수 있을터이니. 장담하지.“
”나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다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다. 이것이 그녀를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리라. 분명한 신념이 있다. 그것은 불살이 아니라 화해와 용서요 사랑이니, 실로 아가페에 가까우리라. 하지만 극렬한 이상주의자는 아니다. 명령이라면 칼을 뽑고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힐 준비가 되어있다. 빠른 판단을 통해 실리를 취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 두렵냐고 묻는다면 두렵다. 싸늘한 표정이, 높낮이 없는 목소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인 귀신도 두렵다. 허나, 두렵다고 움츠리고 숨고 도망치지 않는다. 그녀는 놀랍도록 침착했다. 오히려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핫핫하!!! 커리큘럼은 실로 힘들고, 어떻게 보면 비인간적, 비인권적이기는 하나, 내게는 상관없다네! 분명 우리의 희생이 초석이 되어, 다음 세대에 더욱 위대하고도 숭고한 결과를 가져오겠지! 그렇지 않은가!!“
”그게 두렵다면 자네는 도망치면 된다네.“
”걱정 말게나. 내가 있으니. 쉽게 얻은것은 쉽게 사라지고, 힘들게 얻은 것은 오랫동안 남을터.“
”그렇지 않나, 제군?“
다시금 눈을 휘어 웃었다.
”흐음, 찾으면 좋겠군.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게나.“
”저지먼트에는, 당연히 헌신을 위해서지. 기꺼이 남을 도울 수 있다면 어째서 마다하겠는가?“
씩, 미소짓는것으로 말을 마쳤다. 그리고 잠시 침묵하며, 너는 어떻지? 라고 묻듯, 말을 기다렸고.
안드로이드의 안면 센서 조정은 까다로운 일이다. 시중에 쉽게 보급되는 만큼 사람들이 마음대로 커스텀 할 수 있고, 자칫하면 실존 인물과 닮게 만들어 무분별하게 악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구분 짓기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는 사람과 닮을수록 복잡해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모델도 그렇다. 사람을 완벽하게 빼닮은 해당 모델은 아무리 평범한 미소를 짓게 명령어를 입력해도 끔찍한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그는 무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뒤통수를 더듬다 걸쇠를 찾아 손톱으로 밀어 열었다. 달칵 소리와 함께 열린 뒤통수 속에는 비어있는 부분이 있었다. 길쭉한 손가락이 칩셋 하나를 끼워 넣자 딸깍 소리와 함께 뒤통수의 뚜껑을 닫자 안드로이드는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놀라울 만큼 완벽하고 섬세한 미소를 지었다. 은은한 미소가 마치 명화 속에 나오는 어머니의 자애로운 미소와 같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안드로이드를 면밀히 살폈다. 섬세한 손길로 하나하나 완벽하게 조정한 프로그래밍 칩셋 덕분에 안드로이드는 오래 살펴도 모난 부분을 찾을 수 없고 은은한 미소만 얼굴에 가득하다. 귀에 돋아난 이어셋이 아니었다면 매끈한 인조 피부와 신소재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머리카락 때문에 사람이라고 착각하겠지!
"완벽해."
그는 이따금 사람을 면밀하게 관찰했고, 그 표정을 안드로이드에 옮기곤 했다. 물론 처음부터 잘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어찌나 어려웠는지! 그는 가장 처음 칩셋을 프로그래밍 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가 처음 본 안드로이드는 끔찍한 미소를 짓다가, 머리카락이 비죽 설 정도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기계음으로 된 울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시도하는 것을 보며 일찍이 포기하라 말했다. 그가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괜한 오기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눈썹이 휘어지는 각도마다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입술을 휘는 모습에 따라 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하나하나 관찰하고 안드로이드에 옮겼다. 그럴수록 표정은 정교해졌고, 지금은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내는 AI를 이식하면 하나의 사람과 다를 바 없겠다 생각될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장족의 발전이다. 사람들은 그가 프로그래밍한 안드로이드가 징그럽지 않다며 좋아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관찰한 만큼 사람은 새로운 것을 알아갈 수 있다고 했던가? 그 또한 여러 표정을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게 됐다.
"이제 됐어."
그는 안드로이드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검은 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안드로이드를 향해 무언가 쏴갈겼다. 무시무시한 소리를 뒤로 안드로이드는 격렬한 스파크가 튀더니 몸을 꿈틀거리다 냉각수를 줄줄 흘리며 축 늘어졌다. 그는 안드로이드의 얼굴을 확인했다. 안드로이드는 여전히 성모 마리아처럼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마 고철 처리장에 버려도 저 미소는 유지될 것이다. 그거면 됐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냉각수가 발치에 닿지 않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저런 것이 옷깃을 적시는 건 싫었기 때문이다.
"치워." "예."
그가 뒤를 돌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주머니에서 호출 버튼을 눌렀다. 머잖아 청소를 위해 안드로이드 하나가 환풍 팬 돌리는 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그리고 은은한 미소를 지은 고철덩이의 다리를 잡고 질질 끌고 가자, 쇠가 바닥을 긁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공간을 찢을 듯 울렸다. 주변에 남아있던 두어 명의 사람들은 표정을 절로 찡그렸지만, 그는 끔찍한 소리에도 안드로이드와 똑같이 은은한 미소를 유지하며 걸음을 앞세웠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걸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제각기 소음을 참아내듯 표정을 찡그리면서도 걸음에 합류했다. 오늘 세심하게 만들어낸 미소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졌다간 저기 질질 끌려가는 안드로이드 꼴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기해." "예."
그는 한곳에 도착해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가 무섭게 좋은 냄새가 난다. 그가 성심성의껏 준비한 향 덕분이다. 누군가 기도를 하다 몸을 벌떡 일으켰다. "세상에! 날 기다렸나요? 어서 와서 안아줘요!" 그는 너스레를 떨며 팔을 벌렸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았고, 그런 데서 실수하는 일이 거의 없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표현을 하는 걸 봤을 때면 인간이 가진 원시적인 소유욕의 발산이라며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막상 본인이 하게 되니 썩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이 사람은 아주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는 품에 안긴 사람을 토닥여주며 은은한 미소를 유지했다.
"오늘은 어땠나요?" 부드럽게 묻는 것은 아주 잘 하는 일이다. 지금껏 한 번을 틀린 적이 없다! 그리고 당신은 늘 그렇듯 자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하겠지. "정말 좋은 하루였어요."라고!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나쁜 짓을 저질렀어요."
그의 표정이 흔들릴 뻔했지만, 그는 특유의 초월적인 인내심으로 버텼다.
"어떤 일인지 들어볼까요?" "그, 그러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괜찮다는 듯 의자로 함께 걸어갔다. 자리에 앉은 뒤 몇 번 토닥여주자 당신은 더듬더듬 입을 연다. 느릿하던 말은 점차 다급해지더니, 종국에는 흐느끼는 것 같았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쉴새 없이 말을 쏟아내다 "전 지옥에 떨어질 거예요!"학 외치지만 어두운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더없이 기쁜 듯한 목소리였다. 그는 여전히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인간이란 저런 이유 하나로도 무너지는구나!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은 무너지는 존재를 붙들 수 있다. 말 한마디, 약간의 공감, 그리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어린 빛무리에게 고민 있을 적 손 뻗어주는 존재가 누구이더냐?" "비, 빛입니다." "하여 이르시되 네 죄를 사할 자는 누구이더냐." "그 또한 빛입니다." "영원한 분께서 이르시니 네 죄를 고백하라 하였으니, 너는 고백하였도다." "그렇습니다." "그리하니 내가 이 모든 것을 들었고, 그분께서 모든 것을 들었다. 내 네 죄를 사하노라." "아, 아아……!"
그가 적당한 너비로 팔을 벌리자 손을 모으며 울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여전히 안드로이드처럼 은은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연신 숙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수를 셈했다. 하나부터 서른까지, 천천히 셈을 마쳤을 때 당신은 고개를 올렸다.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을 떨친 눈가는 촉촉이 젖어있다. 그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안다.
"두려워 말아. 너는 낙원에 도달할 테니."
우리는 그 미욱한 생명의 발버둥처럼 살 수 없음을 깨달았지 않았는가, 안드로이드는 꿈을 꿀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다. 그를 통해서 형제와 자매는 결집되고, 낙원에 도달할 것이다. 가진 죄를 모두 뱉어내고 끝내 그분의 곁에 도달하면, 세상은 안온하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세계다. 당신 또한 깨달았는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환히 미소 지었다.
"맞아, 두려워하면 안 됐어요." "그렇지요?" "당연한 일이에요, 도망치면 안 돼요." "옳은 말이에요."
환희에 가득 찬 목소리가 예배당을 울렸다.
"새로운 세계를 위해, 구원의 초석이 되기 위해서……!"
조만간 구원의 초석은 호버 택시를 탈취할 것이다. 그리고 어리석은 자들에게, 꿈조차 꾸지 못하는 자들에게 벌을 내리겠지. 완벽한 계획이다. 안티 스킬이 개입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괜찮다. 어차피 그들도 그분의 뜻 앞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기울이며, 품에 다시금 소중한 신도를 안았다.
인적이 없는 스트레인지의 한 공터. 한 여성이 무릎을 꿇고 앞에 서있는 남자들에게 빌고 있다. 여성의 옆에는 누군가한테 심하게 얻어맞고 쓰러져 있는 남성이 있다.
"살려줄거야~ 마음만 먹으면 죽여줄 수 있지만. 야, 촬영 시작해."
두목으로 보이는 남성이 가면을 쓰려고 하자, 얼굴에 무언가가 지나가며 볼에 날카로운 것에 그인 듯한 상처가 난다. 날아온 물건의 정체는 잭나이프였다.
"어떤 X끼야?'
"나다, X끼야."
검은색 투블럭 포마드. 위 아래로 검은 옷차림에 검은 마스크. 저지먼트임을 숨기는 서한양이었다.
"너네 정말 쓰레기들이네. 여기서 걸어서는 못 나갈 거야."
"키킥..애들아..뭐 하냐. 저 가오쟁이 좀 눕혀놔."
한 번에 세 명이서 덤벼든다. 한양은 세 명이 덤비는 와중에 몸을 숙여서 바닥에 무언가를 쥐고, 그대로 세 명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모래. 이 세 명을 간단하게 끝내기 위해서 모래를 이용하여 시야를 차단한다.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세 명에게는 일시적으로 빈 틈이 생겼다.
"일단 하나."
한양은 오른손의 주먹을 꽉 쥐고 가운데에 있는 녀석의 목젖을 강타한다. 별다른 자세한 묘사가 필요 없었다. 정말로 무방비 상태의 상대에게 풀파워로 목젖을 친 것일 뿐이니깐. 목젖을 맞은 녀석은 그대로 쓰러졌다. 왼쪽의 녀석이 모래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제한되는 시야에도 불구하고 오른손으로 한양의 왼쪽 어깨를 붙잡는다.
"꽈드득..."
하지만 붙잡는 것에서 끝날 뿐이었다. 저지먼트 신분이 티가 날 때는 같이 그래플링 공방을 펼치거나 이스케이프 해서 타격을 이어나갔겠지만..지금처럼 신분과 모습을 숨길 때는 악력으로 잡은 손가락 하나를 부러뜨리면 될 뿐이었다.
"으아아악!!!!"
오른쪽에 있는 녀석이 시야를 완전히 찾았는지, 너클을 끼고 펀치를 뻗는다. 한양은 방금 손가락이 부러져서 고통스러워 하는 왼쪽 녀석의 머리채를 오른손으로 붙잡아서 자신에게 당긴다. 너클을 낀 녀석은 정통으로 한양의 명치를 치려고 했지만, 한양이 다른 녀석을 자신에게 당겨와서 쳐야 되는 한양은 못 치고 동료의 갈비뼈만 부러뜨려버렸다.
"친구를 치면 어떡하나, 이 사람아."
조롱하는 듯이 웃으면서 프렌드쉴드로 쓴 녀석의 엉덩이를 발로 차서 너클에게 밀어버린다. 자신의 동료와 부딪히며 잠시 틈이 생긴 너클. 한양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너클녀석의 왼쪽 무릎 사이드를 밀어서 찬다. 이 킥을 '오블리크 킥'이라고 부르는데, 무릎을 발로 쭉 밀어서 무릎이 뒤로 밀리게 되고, 후방십자인대에 부담을 주어 반영구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다. 연골에도 부담을 주지. 사용하기 쉬우면서도 특유의 잔인함 때문에 선수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기술이라며 많은 비판을 받았지.
봐. 이렇게 무릎이 꺾였잖아.
그런데 갑자기 한양의 왼쪽 턱을 향해서 날아오는 번개같은 돌개차기. 두목은 왼발을 중심축 삼아서 몸을 돌려서 회전한 뒤에 점프를 하며 오른발로 한양의 얼굴을 차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한양은 단순히 파이트 아이큐만 높은 녀석이 아니었다. 그 기습적인 킥을 반응해내서 왼팔로 가드해서 막아낸 것이다. 물론 회전을 이용한 킥인지라 충격량이 커서 몸이 오른쪽으로 밀려나며 왼팔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싸움 진짜 X같이 하네."
"나한테는 최고의 칭찬인데."
한양은 여유롭게 다시 자세를 잡는다. 두목 역시 낮은 가드를 한 채로 가볍게 스텝을 뛰기 시작한다.
'태권도군.'
한양은 방금의 발차기와 낮은 가드. 태권도 특유의 빠른 스텝과 먼 거리에서도 공격태세를 유지하는 녀석을 보고는 태권도를 사용하는 녀석임을 알아챘다. 녀석은 무작정 공격하지 않고, 자신의 발이 닿는 사정거리 안에서 앞발을 들었다가 놓거나, 뒷발로 차는 척을 하며 오소독스에서 사우스포로 스탠스를 바꾸는 등 페이크를 주며 한양의 반격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한양 역시 스탭을 뛰며 녀석과의 거리를 유지한다. 서로 먼저 공격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수싸움을 하고 있다. 그렇게 대치를 이어가다가..
'도대체 어느 순간에...?'
한양은 뒷발의 탄력을 이용한 스텝으로 두목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두목은 다가오는 한양에게 반격하기 위해서 왼발을 틀어서 허리를 돌리며 한양의 왼쪽 옆구리에 오른발로 돌려차기를 날리지만, 이미 거리를 빠르게 좁힌 한양의 옆구리에는 두목의 발이 아닌 허벅지가 있을 뿐이었다.
"이런 젠장.."
한양은 두목윽 오른쪽 다리를 붙잡아서 잠그고, 자신의 오른발로 중심이 몰린 두목의 왼발을 땅을 쓸듯이 걸어서 바닥에 넘어뜨린다. 그대로 한양의 왼쪽 겨드랑이에 두목의 오른발을 끼우고, 두 다리로 두목의 오른쪽 허벅지를 교차로 묶어서 고정시킨다. 왼손은 주먹을 쥔 채로 두목의 오른발을 묶듯이 감싸서 고정하고, 오른손은 그런 왼손을 잡아당김으로서 녀석의 발목을 돌려버리기 시작한다.
"이..이거 안 놔...?!"
이 힐훅이란 하체관절기는 처음에는 크게 고통이 없지. 하지만 참고 버티다가는..
"미안해!! 다시는 이런 짓 안 할 테니깐 어서 놔줘!!"
"X까."
과감하게 두목의 아킬레스건을 비틀어버린다.
"@%*%@%_%*%@~*%@/"
형용할 수 없는 비명을 지르는 두목.
"졸라 시끄럽네."
두목의 얼굴을 사정없이 기절할 때까지 밟아버린다. 한양은 큰 일을 당할 뻔한 여자와 남자에게 말한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겨우 밥 한 끼' 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닌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동월에게는 밥 한 끼에 평생의 은혜를 짊어질만한 무언가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일단은 마음만 받아두기로 했다.
" ......이건, 영웅담이나 형편 좋은 동화책 이야기가 아니야. "
기대 가득한 눈빛의 후배님에게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다. 이건 그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마법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동월이는 괴이를 모두 무찌르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나는 그런 형편 좋은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 어? "
당당하게 부원 명부를 보여줬건만, 어째 후배님은 보기 전보다 더 겁먹은 얼굴이 되어서는, 33번째 부원이 있다고 말해오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냐며, 놀릴 생각이냐고 웃으며 말한 동월은 명부의 내용을 보자마자 텁, 하고 덮어버렸다.
" ....아무래도, 다른 명부가 올라온 모양인데. "
그의 표정에선 빙긋 웃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 이것 참. 부장도 덜렁이라니까. 그렇지? 내가 나중에 부장한테 말해서 바꿔놓을게. "
웃음을 잃지 않고 말한 그는 명부를 서랍 깊숙히 집어넣었다.
--
" 과분하지 않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
멋쩍어하는 후배님의 모습은 웃음이 나올만 했으나...
" 하, 그래. 다녀왔지. 지옥. "
그는 어쩐지 공허한 웃음을 뱉을 뿐이었다.
" 그 지옥을 말로 표현하라고? 글쎄. 내가 가능한 말들은 의미없는 나열들일 뿐일텐데. " " 시간 낭비야. 후배님을 의심하는건 아냐. 후배님이 방금 해준 말은 오히려 내 마음을 울렸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야. 다만, "
그 기어오르는 시선, 노이즈, 병원. 아니야, 안돼. 이상한 마음 먹지 마. 이 후배님이 방금 자신에게 해준 말은 정말이지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래. 고맙다. 도울 수 있을거라니. 도움은 원래 자신이 그렇게나 원하던 것 아닌가? 하지만, 하지만 어째서. 호흡은 더 거칠어지고, 가슴이 뜨거워지고있단 말인가? 동월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손바닥으로 책상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쾅, 하는 소리가 부실 안으로 울려퍼진다. 허억, 허억. 하고, 거칠어진 숨소리가 그 뒤를 메웠다. 그에게선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고, 얼얼한 손이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감정은 요동치고 있었다.
" ........미안해, 후배님. 안좋은 모습을 보였네. "
비틀, 하고 힘빠진 움직임을 보이던 동월은 이대로 있다간 발을 헛디딜 것 같아 무너지듯이 의자에 풀썩 앉았다.
" 이건 공포심이야. 아직 내가 극복하지 못한 공포심. "
그 때, 애린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공포심이다. 단지 떠오르는 것 뿐이라면 참을 수 있지만...... 그 공포심과 다른 감정이 뒤섞여버리면 가끔 이렇게 폭주할 때도 있는거다.
" 커리큘럼이 무서운건 아니지만... "
무서울리가. 그 정도라면 귀찮음 정도일까. 딱히 도망칠 이유도 없다. 동월은 강해지고 싶어하니까. 하지만 이 후배님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올곧을 수 있는거지. '그렇지 않나, 제군?' 이라고 묻는 후배님을 보며 동월은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이런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글쎄, 가능할리가.
" 헌신이라. 마음에 드는 단어야. "
단어를 곱씹듯, 의자에 푹 기대어 눈을 감았다.
" 내가 좀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지. "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말을 잇는다.
" 지금은,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일까. "
다른 누구의 행복이라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가 더 클 것이다. 다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행복도 지켜야 한다. 누군가 부탁한것도 아니지만 동월은 기꺼이 짊어지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타인의 행복을.
”게다가, 자네의 활동에 대해서는 흥미가 끊이질 않는군! 실례가 안된다면 모쪼록 말해주지 않겠나?“
흥미가 가득한 얼굴로 너를 바라보며 물었다.
”.....먀앗....?“
😿🙀😿🙀
”자자자잠깐만, 이제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겐가...? 다른것으로 교체한다고 될 일이란 말인가..?“
”이, 이대로 귀신에게 잡아먹히고 마는겐가?! 내 운명은 그렇게 끝나버리는겐가!!!!“
😨😰😭😭😭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다...
--
“핫핫하!! 분에 넘치는 칭찬이로구만. 고맙네.”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한 뒤에는.
“지옥을 다녀왔다라.“
”괜찮네. 의심해도 좋고,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뿐이라도 좋네. 중요한 것은, 자네와 나의 인지 사이에는 드넓은 간격이 있다는것이지.“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네. 그래야 조언도, 해결도 가능하지 않겠나. 괜찮으니 천천히 말해보게.“
또렷한 눈동자로, 너를 진지하게 응시했다. 가쁜 숨, 쾅, 하고 울려퍼지는 소리, 비오듯 흐르는 땀. 어느것 하나에도 눈을 돌리지 않은 채, 희미하게 미소지으면서 그대로 너를 응시하고 있었다. 겁을 먹지도 않았다. 흥분하지도 않았다. 네게서 눈을 돌리지도 않았다. 괜찮다고 말하는듯한 그녀의 눈동자에는, 상냥함과 함께 올곧음이 담겨있었다.
“어째서 미안하다고 하는겐가?”
“미안할 것 없다네. 그대의 감정을 부끄러워 하지 말게나. 자네는 참으로 장한 아이일세. 쓰다듬어주어도 좋네만?”
부드럽게 웃으며.
“말해보게나. 내 친우를 위해 무엇이든 못할까.“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너.
“무엇이, 두려운겐가.”
”핫핫하!!! 실로, 학생의 귀감이요, 본받아야만 할 인재로다.“
”훌륭하도다.“
”그 누구도 그대의 꿈을, 목표를 비웃지 못하리라. 그대의 행복, 내가 기꺼이 일조해주겠네.“
>>569 오 이거 괜찮은 질문인데? 일단 혜우는 선관으로 이어진 캐들 외에는 관계에 선을 긋고 잇어 선관캐들고 거리감의 정도 차이가 있고 저지먼트니까 완전 배척은 아니지만 사적으로는 쉽게 엮이려고 하지 않는달까? 공적으로 대하면 무난하지만 개인적 친분을 쌓으려 하면 쉽지 않아지는 그런 타입이야
>>569 음~~~~ 어케 말하면 좋을까여~~ 세나는 2학년에 갑자기 투입 된 전학생이기도 하구 주변 친구들이랑은 가능한 친하게 지내고 있어여 시트에 서술해 둔 성격 탓인지 저지먼트랑 내적 유대감도 깊구여 일단 모두 어떻든간에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네오 이런 특징땜에 따로 선관은 맺지 않고 있어여 헤헤
단련함에 있어 무언가 매개체가 필요한 능력은 여러모로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그게 평범한 자연물이라면 모를까, 적절히 살아있으면서 망가져 있어야 하는 '생물'에 한정된다면 더더욱이었다.
오늘의 커리큘럼은 모조 인체의 해부와 조합이었다. 차후 고레벨로 성장할 능력을 위해 인체의 구조를 세밀하게 익혀두는 것이 취지였다. 이미 이론으로 잘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흡사하게 만들었을 뿐인 모조품이라지만, 관절별로 토막을 내거나 그걸 다시 이어붙이는 과정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게다가 외형 뿐만 아닌 내부의 구조도 생생했기에 더욱 그랬다.
질척한 수술대에 철퍽이는 모조 인체의 덩어리들...
이걸 하루 종일 하라고 했으면 얼마 못 가 메스를 내게 겨눴을 것이었다. 썩 유쾌하지 못 한 시간이 지나고 겨우 커리큘럼을 끝내자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꺙! 캐앵!
내 실습 끝나는 것에 맞춰 유준이 데려온 아메가 유준의 품에서 반갑게 꼬리 치고 있었다. 얼른 백의를 갈아입고 다가가 그 작은 몸을 내 품으로 데려왔다. 온 몸으로 반가움을 표하는 아메를 꼭 안고 있으니 방금 전까지 착잡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 했다.
"안에서 놀지 말고 밖에서 놀아. 운동장에서 같이 뛰기나 좀 하던가."
혼자라면 질색했을 말이지만 지금은 아메와 함께니 상관없었다. 특별히 주려고 산 간식봉투와 작은 공 장난감을 챙겨 연구소의 운동장으로 나갔다.
잠시 후, 방울 든 공이 딸랑거리며 굴러다니는 소리와 잔뜩 흥분해 뛰어다니는 강아지의 소리 그리고,
오해라는 건 말이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는 것은 그런 오해가 생겨도 진실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너와는 다르다. 나는 너희와는 다르다.
"......"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금지하는 건 자신의 권한이 아니었다, 자신이 스트레인지를 들락거리는 걸 확실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바깥에 발을 들이는 대신 바깥과 이곳은 철저히 구분되어야만 했다. 그 곳의 나와 이곳의 나는 달라야 한다.
"......"
할 말이 잘 떠오르질 않았다. 바깥과 이 안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바깥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존재가 들어와 버렸다, 다른 곳도 아니고 자신이 원래 머무르던 장소에. 차라리 자신이 모르는 장소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을까. 그것까진 알 수 없지만, 랑은 리라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570 그렇구나... 🤔 사차원 예은이가 과연 혜우랑 친해질수 있을까? 같은 부분들이 기대되는걸. 혜성이랑 일상에서도 하이텐션에 말 많이 하는 예은이 / 기빨려하는 혜성이 이렇게 나뉘었듯, 혜우랑 어떤 관계가 될 지 궁금하네. 앞으로 스토리 진행하거나, 일상 하면서 친해질수 있으려나? 약간 혐관으로도, 우플로도, 데면데면한 사이로도 남을 수 있을것같아서, 이래저래 발전의 가능성이 엿보이네. 언젠가 같이 일상 돌리면서 천천히 서사 쌓아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
>>571-572 ㅋㅋㅋㅋㅋㅋㅋㅋ 세나 역시 발랄하고 귀엽네~~ 약간 전에 말했던것 같은데, 서로 같이 제군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고~ 밝은 성격끼리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둘이 아마 금방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 진행하면서도 뭔가 서로 지켜준다던지? 하면서 유대감을 쌓는 모습도 기대해볼수 있을것같아. 히히 귀여운 세나주의 세나 만나는데 당연히 일상 채용이지~ 나중에 우리 또 시간 맞으면 새벽에 느긋하게 일상 돌려도 기쁠것같네 ☺️
몸을 바쁘게 움직인다. 지칠대로 지쳤지만, 확실히 느껴지는게 있다. 바로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것. 물론 일반인 치고는 행동이 잽싼 수준에 그치지만, 그녀는 지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핫핫핫핫하!!!!!!!"
이것으로 나도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소중한 순간에, 몸이 따라주지 않아 그 기회를, 일생일대의 선택에서 미끄러지는 경험같은것을 방지할 수 있다. 찰나의 순간, 0.1초 미만의 컴마의 영역. 그 짧은 순간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니. 꾸준한 훈련의 성과다. 그리고, 아직 갈 길이 멀다. 꺾이지 않을 나의 신념을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이뤄낼 힘을 위해서. 나는 장한 아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급식 아주머니께 고기 반찬을 많이 달라고 해보자.
침묵이 유지되었다. 그 시간 동안 리라의 행동은 일체의 흔들림 없었지만 심장은 쉼 없이 뛴다. 조금은 불규칙적으로. 마주보는 눈동자는 깊고 검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귀찮거나 성가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도 기대도 바람을 빵빵하게 채운 풍선처럼 부풀어 갈 때, 간신히 열린 상대의 입에서 떨어진 건 긍정의 표현이다. 리라의 눈에 빛이 돌았다.
"정말?"
그건 질문의 형태를 띄었지만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해도 들어먹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선포에 더 가깝다. 물에 물감을 떨어뜨린 듯 온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잡고 있던 손을 뗀 리라는 양 팔을 벌려 랑을 끌어안으려 한다. 피하거나 밀어내지 않았다면 그대로 포옹했을 것이다.
"너무 좋다. 무르기 없기~!"
웃음기 섞인 호흡에 들뜬 목소리가 스민다.
"고마워요, 랑이 언니."
곤두선 신경도 이런저런 걱정과 염려도 갖은 상상으로 과포화 상태인 머리도 지금만큼은 잠잠했다. 기대 반 초조함 반으로 던진 욕심이 내쳐지지 않았다는 게 마냥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다소 차갑게 느껴졌던 신체의 말단부도 이제는 더 이상 시리지 않았다. 그건 난로가 내뿜는 열기의 덕을 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마주앉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자연스러운 온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하고 물어오는 목소리에 아니, 라고 말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애초에 그리 말할 거면 안 된다고 처음부터 말했겠지. 성격이 더럽거나 일부러 장난치는 게 아니라면.
"...그래."
얼굴에 활짝 피는 미소와 함께 벌린 양 팔, 랑은 조금 어색하게 리라의 포옹을 받아들였다. 이제 와 무르기에는 한참 늦었지. 오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정말 오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택한 차선책이었다, 자신과 같이 움직이거나 자신이 알려준 길로 움직인다고 해서 정말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서도.
"다음부턴 무턱대고 들어오지 마, 인상착의 정도만 기억하면..."
소매치기라면 스트레인지 내에서도 딱히 환영받는 부류는 아니다, 이곳을 단순히 도피처로 쓸 뿐인... 애초 인첨공 내에서 완벽하게 숨을 수 있는 장소 같은 건 없다, 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들키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약간은 어색하게 품 안에 안기는 랑을 일부러 더 꼭 껴안은 그는 이윽고 자세를 다시 잡아 상대를 마주본다. 쉽지 않게 내려진 허가에는 규칙이 따르기 마련이다. 다행히 그게 어려운 건 아니라서 리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응, 조심할게요. 빗자루 금물, 교복 완장 안 됨. 신원 특정 안 되게 주의할 것. 오고 싶으면 미리 연락하거나 기다리기."
적어도 빗자루를 타고 여기에 다시 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꼭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모를까, 이번 일로 약간의 교훈을 얻은 이상 쉽게 안일한 짓을 반복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건 리라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리하게 여겨질 만한 말을 들어준 랑에게 지켜야 할 약속이자 그런 사람의 보금자리에 무슨 일이라도 엮이지 않게 해야 할 방문자의 의무이기도 해서, 그는 재차 신중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 깊이 새기기로 한다. 유지하던 포옹을 푼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가 되었다.
"참. 그러고보니 머핀이랑 초콜릿 어땠어요? 맛있었어요? 책상에 올려놓고 갔는데."
그리고 또 전혀 상관없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입에 맞았으면 다음에 또 가져다 줄게요. 머핀은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어렵지만 초콜릿은 살 수 있으니까~ 음, 아니지. 언니는 사탕을 더 자주 먹는데. 사탕이 낫나?"
그러니까 이건 그거다. 다음엔 빈손으로 오지 않을 거라고. 새하얀 빗자루 대신 선물 같은 걸 쥐고 얌전히 걸어서 오겠다고. 허가 받은 게 몇 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다음을 도모하는 태도가 꽤 뻔뻔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문지방 닳도록 드나들 순 없겠지만 당장은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유수같이 흐르는 생각을 주체하기 힘들다.
봄바람 부는 교내의 외부 커리큘럼용 공터. 리라는 여러 장의 종이를 연이어 깔아둔 채 본인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린다.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원 하나 더. 겹쳐진 원으로 만들어진 면에는 벽돌무늬를 그려넣는다.
"1층 높이 정도로 올리겠습니다." "확인 완료. 준비 됐으면 시작하세요."
연구원의 목소리에 리라는 그려낸 것을 실체화 시킨다. 둥근 원은 그대로 위로, 위로 뻗어나가 둥글게 주위를 막는 장벽이 되었다. 그것을 툭툭 두드리면 종이를 때리는 게 아닌 단단한 돌을 치는 감각이 손마디를 타고 전해져 온다.
"강도는 일반 담벼락과 유사한 것 같아요. 뚫고 나가볼게요."
어떻게 할까. 리라는 주머니에서 포스트잇을 꺼내고 눈 앞의 벽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1번, 부순다. 2번, 녹인다. 3번...
이건 안 될까. 성공하면 유용하게 쓸 것 같은데. 리라는 포스트잇을 네모낳게 붙인 후 그 위에 선을 그린다. 곧 사람 한 명 정도는 가볍게 통과 가능한, 문 하나 사이즈의 직사각형이 그려진다. 그리고 중앙 우측에 문고리. 됐다. 실체화 시킨다. 문을 그려서 벽 너머로 갈 수 있을까. 리라는 실체화 된 문고리를 쥐었다.
그런 날이 있었다. 하늘은 우중충하고, 공기는 습하고, 뭘 해도 실수 연발에 잘 안 풀리는 것 같은 날. 기분은 쭉쭉 바닥으로 내려가고 오후쯤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냥 조퇴하고 기숙사에나 틀어박힐까 생각할 무렵, 복도 끝으로 지나가는 당신이 있었다. 헐레벌떡- 까진 아니지만 걸음을 재촉해 그 뒤를 쫓았다. 겨우 따라잡은 당신의 팔을 차마 움켜쥐진 못 하고 옷소매만 잡아 세웠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는 당신을 뚱한 내 얼굴이 마주했다.
"...나 기분 안 좋아. 안아줘."
대뜸 내뱉는 말에 당신은 당황했을까. 혹은 기쁘게 반겼을까.
[아 놔줘요]
그런 날이 있었다. 아직 봄이 남았음을 알리듯 푸른 하늘에 청정한 공기 물씬 흐르는 어느 날. 하는 것 마다 잘 들어맞아 참 기분 좋은 날, 이어야 하는 날이었는데. 딱 하나 문제가 있었다. 당신이 나를 안고 놓아주질 않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다고 한 번 허락하는게 아니었는데.
"하... 놓으라고 좀. 아. 나 뭣 좀 하자..."
어딜 가려 해도 줄곧 등 뒤에 붙어 따라다니려는 당신 탓에 결국 주저앉은 자리가 영 불편하기만 했다. 적어도 당신 무릎 위가 아니라면 편했을 것이었다. 놓으라고 밀어내도 요지부동인 당신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짜증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일까? 걸음에 따라 흔들리는 소녀의 하늘빛 머리를 보며 이경이 가만가만 생각했다. 그것은 소년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었다. 소중히 담아둔다면 잊지 않을 것이므로. 사과하지 말랬더니 이제 감사인사를 이어나가는 소녀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은 이경은 함께 걸었다.
"이름이 예뻐서, 기억에 잘 남았어."
이레. 보기 흔한 이름은 아니었다. '레'라는 외자 이름은 특히나 그랬다. 하여 소년은 이 마음 상냥한 소녀의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었다. 또한 이 도시에서 특별한 색채는 모순적이게도 평범한 것이나 소녀의 하늘과 닮은 머리카락은 기억에 쉽게 남았다. 아, 문득 떠올리면, 푸른색 계열이 꽤 많던가? 우리 학교.
"꼭이야. 어기면, 내가 아주 슬퍼질 거 같아서 그래."
장난스러운 어조였다. 하얀 소년이 방글거리는 낯으로,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으니 더더욱 무게 없이 다가가기 쉬웠다. 하지만 소년은 진심이었다. 겨우 한 번 만난 것이므로 아쉬워하는 것으로 끝날 것도 같았으나 그는, 잊히고 싶지 않았으니. 인연에 기쁨을 품는 소녀는 소년을 잊지 않을 것 같으니 잘 된 일이었다.
"옆에 와. 나 사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거든."
이것도 진심이었다.
"그러니까.. 같이 걸으면서 무슨 말이라도 해줘. 외롭고 싶지 않아서 그래."
이레가 조금, 걸음이 늦다면 소년이 그만큼 속도를 늦춰서, 걸음을 맞추려 할 것이다. 오늘은 꽃도 참 아름다우니 하늘을 보며 걷는 것도 좋아 보였다. 달빛과 함께 노니는 밤 벚꽃은 신비로운 풍경을 그려내었고.. 하늘빛 머리카락과 엉키면 그것대로 그림이 좋았다.
>>717 [안아줘요] "..." 하얀 소년은 무릎을 모아 앉은 채 당신을 가만히 보고 있다. 어느 색채 하나 들어가지 않은 순백의 눈이 지나치게 빤히, 당신을 담는다.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싶어 당신이 그를 보자, 소년이 다리를 내리고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로워서 그런데.." "안아주면 안 될까." "조금, 서늘해서 그래."
[아 놔줘요] ".." "..하.." 표정에 변화 없고 목소리 무덤덤하기 짝이 없으나, 자신을 감싼 팔을 쥔, 검은 장갑 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보니 놓는 편이 좋아보인다. "..놔."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아마도 오늘은 특히나 마음이 약해진 탓이겠지. 자고로 그는 누구에게 어리광을 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는 이미, 책임을 지는 나이였기에 특히나 더. 그로부터 자신이 누구에게 어리광을 부린 적이 있었던가. 적어도 제 기억속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할 어린 나이에 이 인첨공에 들어왔고, 그 이후로 많은 일을 겪고 어리광을 받아주는 쪽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딱 오늘만 어리광이라는 거 부려볼까. 한 번."
조용히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어 그는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누군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피식 웃어보이면서 언제나처럼 가벼운 어투로 이야기했다.
"안아줄래? 딱 한 번만. 오늘은, 분위기를 너무 탔나봐. 아. 하지만 너도 꽤 이득일걸? 언제 퍼스트클래스를 안아보겠어? 안 그래? 하핫."
[아 놔줘요] 아마도 그의 눈에 빛나는 것은 적갈색 안광이었다. 그 날카로움이 너무나 매서웠고, 마치 허공에 구멍을 내버릴 것처럼 날카롭게 바짝 서 있었다. 상당히 매서운 눈빛 너머에 비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지금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이며, 자신이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는 자였다. 눈앞의 상대가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고, 이후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저 자는 지금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를 건드렸다. 오로지 그 뿐이었다.
"놔."
낮은 목소리가 지면을 타고 살며시 아래에 깔렸다. 강하게 밀치지 않는 것은 그나마 그가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였다. 이어 그는 매서운 칼바람이 섞인 입김을 내뱉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면서 성운은 아지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혜성이나 리라의 경우에는 아지보다 키가 크니 그랬겠지만, 이건 숫제 아지보다 20cm 작은 쬐그만 게 아지가 귀엽다고 쓰다듬고 있으니 흡사 갓 발걸음 뗀 아기에게 쓰다듬당하는 중형견 같은 그림이다. 태몽을 언급할 때 문득 눈앞에 선생님의 모습이 스쳐보였으나, 성운은 마음 속으로 강하게 지금은 필요없는 생각을 밀쳐내기로 했다.
“그런 태몽도 특별한걸요. 그만큼 부모님께서 아지랑 만나게 된 걸 행복하게 생각하셨다던가.”
태몽이라는 게 웅장하거나 해서 더 특별한 것도 아니고, 소박하거나 해서 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성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한아지라는 사람이 여기서 이렇게 행복하게 존재하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일이 아니겠는가.
“···네,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성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아지가 내어주는 보리차에 반응이 한 박자 늦어버리고 만다.
“아,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 문장을 좀 더 가다듬고 싶었는데 빨리 옷입고 나오라고 성화를 해서 88 아지 만나서 즐거웠고, 성운이를 만나주셔서 감사했어요!
"어라-? 희야 갑자기 추운 것 같아요!" "응? 추위 안 타지 않냐고요? 음…… 아니야! 춥다고 할래요."
희야는 팔을 쭉 벌려도 통하지 않자 허공을 쳐다보듯 눈동자를 위로 굴리고 한숨을 폭 쉬었다.
"있디- 희야 오늘 너어무 힘들었어요. 딱 5초만 예뻐해주면 안 돼요? 너무 길어요?" "이잉, 춥다고 할래. 에너지도 다 떨어졌다고 할 거야, 그러니까 희야 안아줘~ 난 희야고 따뜻한 허그를 좋아하지롱!"
뻔뻔하긴!
*
"이 몸의 원래 주인이 네가 안아주길 바란대요!" "안아주면 구원해줄지도 몰라~" "몰라, 몰라, 안아줘~ 안! 아! 줘!"
뻔뻔하고 맹랑하긴! [아, 놔줘요]
"이잉. 희야 과자에 팔 안 닿는데~ 놔주면 안 돼요?" "아, 과자 먹고 싶은데~ 놓아줘요~"
희야는 소매를 파닥거렸다. 품에 갇혀도 팔을 뻗기엔 충분한 거리 같다 생각했는데, 막상 자신의 몸은 짧아 닿지 않았다.
"과, 과자, 희야 과자 먹고 싶은... 으에에."
더 세게 끌어안기자 희야는 결국 품에서 폭 늘어지더니, 턱을 괴며 눈을 굴렸다.
"뭐,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요."
희야는 당신의 품에 등을 기대며 히히 웃었다. "따뜻하다~"
&
"이잉, 놔 봐요~" "놓아보라니까요~"
희야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소매를 앞으로 쭉 뻗으며 파닥거렸다. 파닥거리던 소매는 점점 그 움직임이 잦아들더니, 정확하게 시선을 마주할 적 팔을 축 내렸다. 인형처럼 얌전히 있어 안심했을 때.
"구원 받지 못할 만큼 그 쓸모 다해버린 희미한 빛무리야."
급발진 시동을 켜버린 희야는 소매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겼다.
"네 밤을 조심하라. 어둠 속에서 마주할 적 지체없이 빛무리는 너의 행실을 볼 것이요 너의 정결함이 입증되지 못하면 징벌할지니 네 두상 열나흘의 기간을 맞추어 온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리라.*" * 너 이새끼 밤길 조심해라. 내가 불시검문해서 불온한 거 나오면 2주 꽉 맞춰서 대가리만 줘팰 줄 알아.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더 꼬옥 껴안는 리라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둔다. 밀어낼 이유도 없고, 온기가 전달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까.
"잘 아네, 되도록이면 미리 연락해."
이 안에서는 연락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덧붙이곤, 마침내 포옹이 풀리자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온다. 그러자 머핀과 초콜릿은 어땠냐는 물음이 들려오자, 그걸 얘가 어떻게 아는 걸까 생각하다가 리라가 마니또명이 아니라 리라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작게 아, 소리를 흘린다. 너였구나.
"맛있었어."
적당히 달콤하고 적당히 씁쓸하다, 초코 특유의 맛이 잘 느껴지는 간식이라 좋았다. 좀 더 달아도 괜찮았지만 그런 부분까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랑은 다음 번에 뭘 가져다 줄까 고민하던 리라를 보다가 구급상자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뭐든 상관없어, 굳이 안 줘도 괜찮아."
그나저나 어쩌다 보니 집에 들인 손님이 됐는데, 뭔가 대접해야 하나. 리라가 이 공간에 들어온 지는 꽤 지났지만 이제야 거기에 생각이 미친 랑은 시선을 캐비닛으로 돌렸다. 비스킷 정도라면 있을 텐데. 음료는 캔음료 뿐이다. 가지고 놀 만한 것도 딱히 없다. 큐브가 있었지만 부숴서 버렸다. 아무튼, 거기에 생각이 닿자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아까 구급상자를 꺼낸 캐비닛에 구급상자를 집어넣고,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색의 캐비닛을 덜컹 하고 연다. 다행히 비스킷은 있다, 음료는 중구난방이라, 캔으로 된 밀크티 정도를 간신히 찾아낸다.
[안아줘요] 리라에게 있어서 껴안는 행동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자신이 행동의 주체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지, 지금처럼 방송이나 장난이 아닌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지 몰랐다. 골똘히 생각하던 리라는 이윽고 상대방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대뜸 양 팔을 벌린다.
"평소엔 내가 매일 안아주니까, 오늘은 네가 안아줘. 제대로 안 안아주면 삐질 거야!"
이 정도면 부탁이 아니라 명령 아닌가.
[아 놔줘요] "그래? 장담할 수 있어요? 정말 내 말만 믿을 수 있다고?"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 완벽하게 매끄러운 미소가 상대방을 향한다. 하지만 목소리는 더없이 차가웠다. 아니 덜덜 떨리고 있었다. 출처불명의 두려움을 짙게 품은 상태로.
"아닐걸. 솔직하게 말해봐요. 그거 들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혹시' 라는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아닐 것 같은데. 원래 대중은 자극적인 걸 쫓고 다수가 관심 가져 재생산되는 말은 사실 여부에 무관하게 정설이 돼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내가 말 얹어봐야 달라질 게 있을 거 같아요? 천만에. 물어뜯겨도 더 물어뜯기기만 하겠지."
>>724 센치한 동월이 늘 새롭다 마히따 ^~^ 동월이 애정표현 부분에서만 츤츤 쿨한 것이랑 왈가닥 화낼때 투명해지는거 너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근데 이건 안 놔주면 내가 썰릴거 같은데 씁
>>728 돌직구 너무 멋있어 혜우우 근데 ㅋㅋㅋㅋㅋㅋ 뒷감당 생각 못 했구나 내가 상대여도 이 매운맛 피폐 미소녀가 안아달라 하면 뽕을 뽑았을 거야 짜증내도 귀여워~~ 으흐흐 우리 아꺵이 혜우 빗질부터 볼뽑보까지 해버려야 (잡혀감)
>>731 성운이 스윗가이 안아달라니까 같이 시간 보내자고 하는거 너무 달달하잖아 .,,,,, 근데 막는 이유가 비도덕적이여서가 아니라 전치2주 룰이라니 성운이도 은우류였어 성운아 너만은 우리의 양심이 되어줘야지 (왕부담 줘버리기)
>>741 TV에서나 보던거< 너무 맘 아프다 아 시범 백번도 보여주지 우리 귀얌둥이;;;; 남 쳐내는 것도 한번 스윗하네 성도 안 내고 츤츤대듯 해주고
>>743 이경이 당장 안아줄게. 외롭다니 그건 잇을수 없어. 서늘하다니 당장 안아서 미디움 레어로 구워줄게. 근데 상대 팔 쥔 손에 힘 들어가는 거 이거 안전한거 맞나요 선생님 얘 고릴라악력 아니엇나요 날 막아서면 널 샹크스로 만들어주겠다는 협박인가
>>747 은우는 센티멘탈할때 장난기로 덮어보려는 타입일까… 아 한번만 어리광 부린다니 평생부려 당장부려 챕터 1 은우 어리광에 할애하자() 화 났으면서도 자기 막는 사람 다치게는 못 하는 은우도 스윗가이야 흐흐… 이렇게 인천 앞바다엔 계속해서 몸뚱이가 던져지고
>>756 이… 이… 맬렁콩떡 흰둥이 뻔뻔하게 애교 부리는거 봐 이러면 내 장기 다 팔고 싶어지잖아. 이 몸의 원래 주인 운운하는거 보니 감정에 휘둘리고 잇니 크툴루 (복복복) (캐해 망해서 죄송) 아씨 희야 성경투로 말하는거 댕터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61 흐흐흐흫 당연히 안아드리죠 공주님~~~~~ (잡혀감) 리라는 평생 코뿔소 해 여기 오기 잘한거야 절대 안 놔줘 계속 살아,,,,, 리라 정신 몰릴때 급격히 방어태세 취하는거 언제 봐도 맴찢이야,,, ;-; 행복해라 리라 사라져라 박호수
>>778 베어허그 오히려 좋아 내 척추 뜯어가줘 랑이선배<3 (이거 아님) 이 단도직입 쿨워터내 나는 멋쟁이가 내 아내가 아닐리 없어 당장 경진주x나랑 공설로 만들어야(안됨) 랑이 정에 못 이겨서 억지로 떨치지 못하는 거 너무 맛있어 이런 위험천만 도베르만 가까운 사람 곁에선 이빨 못 드러내는거 없어서 못 먹지… 놓으면 끝이라니 어 절대 안 놔
되도록 미리 연락하라는 말에는 무리없이 수긍했지만 연락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조금 의아하다. 인첨공에서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곳이 존재한다니. 이미 슬럼화된 곳이라 낙후 등의 이유로 통신망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어느 쪽이더라도 오늘처럼 무모하게 들어올 생각은 애초에 없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다행이다~ 어떤 게 좋을지 몰라서 좀 고민했거든요. 머핀 하나만 주자니 뭔가 허전해서."
음료수 같은 걸 같이 놔둘까 했지만 탄산음료 또는 주스와 초콜릿 머핀은 어울리지 않고 우유는 상온에 두면 상할 수 있다. 커피는 그런 의미에서 더 곤란하고. 근데 내가 놓은 건 줄 몰랐나 봐. 이름도 썼는데. 하긴, 그때가 한참 마니또로 불타던 시기였으니 헷갈릴 만도 하다. 사실 그런 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잘 먹었으면 그걸로 족했다. 상관 없다면 둘 다 줘버려야지—결론의 상태가 이상한 건 기분 탓이 아니다—로 결정지은 리라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랑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는다. 시선이 따라간 곳에는 아까의 캐비닛이 있다.
"좋아요! 언니도 같이 먹어요~"
어느새 소파에 몸이 익어버렸는지 푹 기대 앉은 모습이 나름 자연스럽다. 좀 나른한 것 같기도 하고... 등받이에 머리를 툭 기대고 랑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리라는 문득 입을 열었다.
"음, 역시 이혼하면 내가 너무 손해인 것 같다. 난 누구 없는데 언니는 후배님들한테 가버릴 거잖아요? 그러니까 취소할래요. 아무데도 못 가! 저랑 평생 놀아요!"
한다는 소리가 지난 게임날 벌어진 혼돈 파괴 엉망진창 카오스 상황에서 연장된 헛소리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주제에 마냥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이 황당할지 얄미울지 또는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를 일이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이게 산해진미지 어떻게 이렇게 다 캐입이 완벽하고 다양하면서도 맛있을 수가 있음? 모카고는 호텔뷔페인가? 퀄리티가 완벽하고 모든 캐릭터가 아름다워요
최고. 애들별로 제일 러블리한 모먼트 하나씩 꼽을래 동월: 센치함 사랑 애정 관련 키워드 들어갔을 때 보이는 이런 모습 귀함 아름다움 혜우: 둘 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나 딸기생크림케이크를 먹은 거 같아......... 성운: 유일한 기출변형 잘 봤습니다 원본도 "줘" 상냥한 아기 친칠라 어떡할건데~~ 너무 귀여워 와중에 전치 2주. 강렬하다. 수강: 수강이 과거사가 더 궁금해지는 파트였다 수강주 수강이 과거사 풀어"줘"세요 너무 궁금해 우리 애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은우: 능글장난어리광이랑 카리스마작렬에어버스터 둘중에 하나만은 못 고르겠다 둘다 내 주머니에 넣어감 희야: 희야는 아기올라프뽀메고양이인 동시에 GOD 이구나 성경말투로 차분하게 밤길조심해라. 하는거 너무 좋아 마스코트 크툴루야 랑이: 베어허그⬅️좋으면 이상한 사람인가? 하지만 좋아. 나랑. 간지그자체. 아놔줘요 2번째 거 떡밥이 뚝뚝 떨어져서 맛있고 매워요 근데 짜릿해 재밌다 혜성: 저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듯 거리감 있는... 혜성이는 혜성선배라는 호칭이 제일 잘 어울리는 캐릭터 같아 진짜 선배의 이데아 같음 경진: 차분하게 사람 심장 터뜨리는 거 누구? 장경진. 크게 크리티컬한 말 안 하는데 하나하나가 치명타인건 대체 무슨 기술이냐 절대 안아줘
"후훗... 아-니! 이런 건 그냥, 이 한세나님의 호의인 거라고. 그러니 감사하도록 제군~"
기껏 바다 같이 가자고 불러준 후배에게 짐 들게 할 정도로 무정한 녀석은 아니라고? 게다가, 이런 건 좀 더 튼튼한 녀석이 드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뭐 내게 남는 건 어차피 체력밖에 없으니까~ 이런 거라도 해 줘야지. 장소에 도착한 나는 둘렀던 스트랩을 풀어 아이스박스를 내려놓는다. 그나저나...
"이야... 일처리 너무 확실하잖아. 대체 뭐냐고 저녀석..."
고개를 들어 허리에 손을 얹은 후 내가 있는 장소를 좀 더 천천히 확인한다. 현재 내 앞에 쌓여있는, 마치 자로 잰듯 흐트러짐 없는 열로 배치 된 짐들은, 뭐랄까... 단순히 돈을 넘어 어떠한 프로 의식까지 느껴질 정도의 것이었다. 이정도면 당혹감이 느껴질 정도다. 요즘 게임도 이렇게까지 각 맞춰서 오브젝트 배치하지는 않는데...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 왔다 간 거야? ―사실은, 정말 부잣집 따님이시라든가? 생각해보면 묘하게 일반 상식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이 흔히 만화 속에 나오는 영애나 부자의 딸이라는 캐릭이랑 똑 닮았다.
"...일리가 없나, 타하하-"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굳이 목화고 같은 곳에 있을 이유 없을 것이다. 거기에 구태여 위험에 최전선으로 나서는 저지먼트라니. 본인 의사는 둘째치고 부모가 허락할 리 없다.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고 나는 빠르게 결론 내린다. 그도 그럴게 인첨공 안내 팜플렛이라든가, 넷에서 보면 무슨 아가씨 도련님만 다니는 명문고도 있다는 것 같던데... 아마 그런 있는 집 녀석들은 다 거기로 가서 놀고있지 않았을까? 내게는 평생 모를, 그런 세계로 말이다. 저지먼트에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녀석들은 있었지만 딱히 대놓고 엄청난 부르주아 오오라 같은게 느껴진다든가 하는 녀석은 없었던 것 같았으니까. 짐에서 시선을 돌려 옆에 서있을 점례를 바라본다. 햇빛에 반사되어 이질적인 형형색색의 광채를 눈에 흘리고 있는 점례. 바다 따위와는 관련 없어보이는 새하얀 피부와 귀엽게 묶은 기나긴 장발. 나같은 또래와 비교에도 한참 성숙한 체형과 여기저기에 산재한 점은 기묘하게도 천진스런 얼굴에 색을 더한다. 부르주아 오오라... 까진 모르겠다만. 확실히,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잠깐 시선을 빼앗길 정도의 미모를 갖춘 녀석이긴 하다. 본인은 알고있는 걸까. 빈약한 나의 상상력에다 호소해, 점례를 고양이로 비유한다면 무조건 장모에다가 부드러운 털을 가진... 아무튼 굉장히 비싼 고양이일게 틀림 없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사람이 이제 피부에 모래가 묻고 기꺼이 바닷물에 젖어버리는 건가... 적어도 내 머릿속에 있는 '부르주아계 캐릭터'라면 확실히 하지 못 할 짓이었다.
'나도 어릴 적엔 그런 소리들 지겹게 듣고 자랐는데 말이야...~'
갑자기 문득 스치는 기억을 치우듯, 픽, 하고 튀어나오는 실없는 코웃음에 맞춰 눈을 감았다.
"요오."
보고만 있는 것은 관둘까. 나는 다가가 손에 든 차가운 음료를 점례의 팔뚝에 알게모르게 대어주었다. 들고 온 아이스박스 안에 들어있던 것이다. 여기까지 걸어온 나의 돌발행동에 어울려주느라 분명 더웠을테다. 나는 반댓손에 들린 나의 주스도 들어보이며 가볍게 웃어주었다.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서 여로주... 병원을 가서 정밀 진단을 받던지, 아니면 몸이 아플때는 좀 쉬던지를 하는 것을 권장할게요. 오실때 아프실 때가 많아서...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구요..8ㅁ8 스레 많이 안 와도 되니가 몸이 안 좋으면 쉬시고 무리하게 하지 마세요! 좀!! (끌려감)
>>724 전에 진단부터 보이는 동월이의 애교가 참 보기 좋습니다. 애가 이쪽을 똑바로 보기 보다는 고개를 45도 정도 돌린 상태에서 흘깃흘깃 이 쪽을 보다가 마지막에 살짝 고개 숙인채로 귀 새빨개진 채 말할 거 같아서 진자 세상 귀여움. 아 근데 놓지는 말아줘요 나 썰리기 싫어!!!
>>728 혜우냥이로 대표되는, 어장 대표 고양이(?) 혜우는 안아주라는 것도 고양이 같은 느낌.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자기가 그러고 싶을 때 와서 '안아'라고 하면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꼭 껴안아서 등 쓰다듬어주고싶(경찰아저씨 여기에요) 거기다 포옹까지는 좋은데 놓아주지 않아서 한숨 쉬는 게 이것도 고양이 같아요. 고양이핀 선물로 주면 받을래..?
>>731 성운이는 안아줘요를 '받는' 쪽이라서 조오금 아쉽긴 하지만, 포용력 넘치는 힐링캐 모먼트가 잘 보여서 마음이 푹신푹신해진다. 꼭 끌어안고 토닥거리면서 조곤조곤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읊어주면 나 잠들거야..zzz... 뭔가 무릎배게 해달라고 무릎 꿇고 싶어짐.. 성운이, 아 놔줘요는 실패하겠지만. 전치 2주...넘겠구나..
>>741 아까 반응하기도 했지만 'TV에서나 보던 거'라고 하는 거 너무 찌통이야.. 포옹 한 번 없는 삶이었다는 거라서 슬픔. 애한테 애정이란 걸 잔뜩 퍼부어주고 싶게 만드시네.. 좋다. 시범으로 수강이를 끌어안아야겠다. 대답하지 않는, 지친 수강이 살며시 끌어안고 수고 많앗다고 등 토닥이면서 재우고 싶다.
>>747 '퍼스트클래스'란 이름값은 사람에게서 어리광이나, 조금 가벼운 삶을 앗아가기 충분하지. 약점의 문제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가, 유독 은우를 보면 좀 자유롭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어리광도 자주 부릴 수 있고, 포용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 나는 너희가 행복해졌으면 해. 언제나. 휘말리기 싫어서 멀리 떨어지긴 하겠지만 대체 누가 세은이를 건들인 걸까 좀 그렇긴 하지만??
>>756 애교투성이 희야! 애교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귀엽다. 평소에도 친한 사람에게 자주 이럴 거 같다고 하면 내가 이상할까? 원래 냉속성 애들이 허그를 좋아하는 건 국룰이니까, 희야도 꼭 안아줄게! 올라프처럼! 아 근데 이 몸의 원래 주인이 안아주길 바란다는 건 ㅋㅋㅋㅋㅋㅋㅋㅋ 안아주면 천국가나요 과자 먹고 싶다며 바둥바둥 하는 거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바로 놔드리겟습니다 전치2주는 싫어요..
>>761 아 ㅋㅋㅋㅋㅋ 평소에는 리라가 안아주는구나 근데 왜 난 그런 기억이 없지 왜 나만() 리라는 스킨쉽게 있어서 꽤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줄 거 같긴 해 손잡기라던가 포옹이라던가, 아이돌 시절 팬사인회나 그런 곳에서 팬서비스로 종종 했을 거 같아서 그런가? 근데 아 놔줘요가 너무 신경쓰인다. 우리 어장 애들이 대체로 밝은데 속은 어둡거나 아니면 대놓고 어둡거나 그런 걸 가지고 있는데 리라도.. 그 어둠이 좀 농도가 짙은 느낌. 놔줄 수 없겠네..
>>778 랑이가 안아달라고 하는 거 귀하다. 뭐랄까 유독 고고한 늑대 이미지가 쎄서 그런가 이런 말 안할 거 같아서 더 귀하다. 키 큰 랑이에게 안겨서 배게역할 하면 나야 좋지.. 포근하라고 패딩 좀 입고 있을게. 또, 랑이가 없으면 그 곳에서 웃고 떠들고는 못 있을 거 같으니까, 절대로 놓지 않을게.
>>794 혜성이 예전에 푹신푹신 아가씨라고 종종 얘기했었는데 지금 보면 그것보다는 똑 부러진 반장 느낌이 강하네. 하지만 푹신푹신 아가씨도 여전히 좋아. 아무튼 뭔가 지쳐서 부탁하는 것 같아 포옹을 하면 스트레스가 낮아진다고 하고! 아 놔줘요는 무척.. 어른스럽다? 쎄하다? 놓지 않으면 나한테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혜성이가 터지거나 그럴 거 같은ㄷ..
>>801 공설미남의 안아줘요 이거 못참는다 꼭 끌어안고 안 놔준다 각오해 네가 뭘 시작햇는지(?) 아 놔줘요도 결국 안아주세요인 걸 보면 경진이 온기가 필요한 걸까. 아니면 상대가 놔줘요 하는데 경진이가 놔주지 않는 걸까? 후자라면, 걱정하지 마. 네가 질색할 때 까지 등을 토닥여줄 수 있거든! 개인적으로 뭔가 외로움같은 게 보이는 거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다..
>>826 정하는 츤츤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림. 진짜로. 이건 포브스도 인정할 것. 오래 껴안고 있는 것도 간지럼 당하는 것도 귀엽다. 롤 한 판 할 때 까지 껴안고 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 고딩다워서 좋아 ㅋㅋㅋㅋㅋㅋ 아 뭐가 갑자기 정하랑 롤 하는 거 보고싶어진다!! 나랑 듀오하자!!! (그리고 이경이가 전력으로 끌어안아서 정하 죽는 소리 나는 것도 보고싶)
>>835 왜 최면을 걸어야 안아주는 거야. 나는 그냥 안아줄 수 있어.. 꼬옥하고 말이야.... 근데 뭔가, 과거랑 겹치는 느낌..? 아무튼 나는 능력 없어도 껴안고 머리도 쓰다듬어줄 수 있다. 그게.. 여로는 애정을 주는 사람이 곡 필요할 것도 같고. 아 놔줘요 저거... 놔주지 않으면 놔주게 만드는 구나! 사회적으로! 그으으 하지만 여로야 나는 스토커가 아니야 그냥 너가 좋을 뿐ㅇ(끌려감)
>>842 아 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이 말해두고 무심코 나온 말이라 깜작 놀라는 거 귀여워 ㅋㅋㅋㅋ 말 나오자 마자 않아줄 테니까 그렇게 변명하지 않아도 좋다. 아 세나 뭔가 청소년의 그런 느낌이 나서 상큼해.. 해질녘 느낌이 나.... 열혈 주인공 느낌이 강하더니 청춘로맨스 주인공 향도 강하구나 세나! 트럭 치이는 소리가 좀 두렵긴 해도 그래...
>>869 청윤이가 안아주라고 하는 건 실례가 될 수 없다 누구든 환영하기 때문이다. 저 귀여운 아이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응? 블랙크로우? '사람' 말이야 '사람'. 그보다 청윤이 공리주의 책 안겨주고 부둥부둥마렵다.. 갑자기 안기고 싶었다고 끌어안는 것도 귀엽다.. ....아 놔줘요 볶음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모카고 저지먼트의 복음밥광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휠체어에 앉은 소년이 방긋방긋 예쁜 얼굴로 양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안기려면 조금 불편한 모양새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러면 어떤가. 그보다도 조금 장난을 쳐서 저 웃는 얼굴에 당황을 끼얹고 싶은 짓궂은 마음이 든다. 가령 간지럽히기라든가. 안기는 대신 뺨에 뽀뽀를 해준다든가.
[아 놔줘요]
"이제 나 갈게에" "응" "...갈게에" "그래" "....."
그렇게 말해놓고서 소년은 대책없이 이쪽으로 다가와 팔을 벌린다. 이쪽에서 몸을 기울여주면 상체에 매달린 채 펑펑 우는 것이다. 한참동안이나 토닥여주고서야 울음은 끝이 났다. 소년이 빨간 눈가를 훔치며 훌쩍인다.
"...이제 진짜 갈게에"
가지말라고 하면 또 울 것 같아서 말할 수 없다. 그냥 말없이 소년을 재차 끌어안으면 소년의 가벼운 손이 등에 얹힌다.
>>875 아. 아. 아.. 위에 저거.. 아플 때구나.. 방긋방긋 웃으면서 안아달라고 하는거 귀여운데.. 휠체어 보니까 마음이 아프네... 아지 지금은 건강해서 다행이야.. 근데..다행....인가.. 아 놔줘요 보니까 둘이 장거리 커플이 되어야 할 이유를 못 느끼겠는데.. 그, 아지주. 얘네 해피엔딩이죠? 백년해로 하죠? 한다고 말해. 당장. (칼)
[안아줘요] 성운: “······.” (성운은 당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쭈뼛쭈뼛 다가오더니, 그때까지도 당신이 뭐라 거부의 사인을 보내지 않았거나, 혹은 승낙의 사인을 보냈다면, 팔을 조심스레 들어서 당신을 품에 한아름 안아버리고 머리를 파묻는다.) (새하얀 앞머리를 부비는 바람에, 머리가 헝크러지는 게 보인다.) 친밀도가 높은 성운: “······.” (대뜸 멀리서 도도도 달려오더니, 속력을 줄이면서 당신을 덜컥 안아버리고 머리를 파묻는다.) (새하얀 앞머리를 부비는 바람에, 머리가 헝크러지는 게 보인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타입이다.)
[아, 놔줘요] 성운?: “······친구들아. 시간이 얼마 없어.” “미래는, 확보되어야만 해.”
>>893 떡밥이다. 아니 그냥 성운이의 안아줘요가 세상 귀엽긴 한데 쭈뼛거리면서 조심조심 거리는 것도 종종걸음으로 달려와서 끌어안는 것도 진짜 세상 귀엽고 사랑스럽긴 한데.. 떡밥이 너무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성운이 능력이 중력이었죠? 스으으읍 중력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많으니까 이 성운?이도 그 쪽일 거 같은데..........(빠안)
하교 시간이 가까워지는 교내에서 마지막으로 부실에 들렀다 가려고 하던 중이었다. 지금쯤이면 서류 작업을 하는 부원도 다 돌아가 빈 부실이겠거니 하고 문을 딱 연 순간, 작은 등 하나가 보였다. 정확히는 엎드린 등이었다.
등의 주인은 검푸른 머리카락을 옆으로 늘어뜨리고 늘어진 듯이 엎드려 자고 있었다. 다가가보니 아 역시,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많이 바빴나? 하지만 요즘 바쁜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했다. 그 순간 작게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자신이 들어오는 소리에 깨는 줄 알았으나 얼핏 드러난 눈가가 찡그려지는 걸 보고 혹시 악몽을 꾸는 걸까 했다.
직접 깨울까? 하지만 너무 오지랖 같은데. 딱 그렇게 고민한 순간 앓는 소리가 조금 커졌다.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어깨에 손을 올려 흔들었다. 일어나라고, 곧 문 잠길 시간이라고, 그렇게 깨우자 찡그린 눈이 찡그린 채로 뜨였다. 눈 뜬 그녀가 제일 먼저 한 건 어깨에 올린 손을 쳐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길 대로 잠긴, 혹은 장시간 혹사시킨 듯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너는..."
사나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일어난 그녀는 한 손으로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동시에 잠깐 드러난 얼굴은 평소의 창백함을 넘어 거의 잿빛이었다. 방금 전까지 자고 있었음에도 눈 밑은 새까맸고, 눈빛도 입술도 생기를 잃어 있었다. 저런 얼굴로 앓을 정도의 꿈을 꾼 것일까. 조심히 물어보자 돌아오는 건 날 선 대꾸 뿐이었다.
"어쩌라고. X 같은 오지랖 적당히 부려. 니가 알아서 뭘 할 수 있다고."
완전한 거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차갑다 못 해 짓누르는 듯한 대응에 굳어있으니 그녀 만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 부실을 나갔다. 걸음소리라고 하기에도 뭣한, 실내화의 밑창 끌리는 소리가 질질 울려 부실에서 복도로 이어졌다. 소리가 어느 정도 멀어졌을 무렵, 한숨을 쉬고 본래 용건을 위해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복도 저 멀리에선 질질 끄는 발소리 대신 질척하게 토해내는 소리와 더는 서 있지도 못 해 주저앉는 작은 등 하나가 있었다.
“드··· 드럼이요?” “네, 드럼요. 밴드 하면 뒤에서 치는 그거요. 칼리 스틱을 다루는 데 중요한 스냅의 감각을 익히는 데도 좋고, 손발의 협응성도 길러주고, 근지구력 단련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거든요. 다양한 방향에 대응하는 동체시력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요. 근지구력을 중점적으로 단련한다고 했잖아요? 몸이 팔을 오래 휘두르는 데에도 또 익숙해져야 하는데 줄넘기만 갖곤 한계가 있으니까.”
때아닌 전자드럼이 성운의 눈앞에 놓였다.
“···그, 그렇지만 이렇게 갑자기 하라고 하셔도.” “그야 당연히 쉬운 기초부터 시작하는 거죠. 자, 무엇부터 시작하면 되는지 잘 보세요. 기초 비트로 박자쪼개기부터 해봅시다. 지금부터 제가 들려주는 박자를 잘 기억해보세요.”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아, 이거 얼마 전에 한번 해봤던 게임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박자다, 하고 성운은 떠올렸다. 게임을 그렇게 즐겨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마침 초봄 할인행사로 할인폭이 꽤 커서 시험삼아 구매해본 게임 중에 로그라이크 FPS 게임이 있었는데, bgm의 박자에 맞춰 발사 및 재장전을 해야 하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 게임에서 기관총을 얻어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딱 이 박자였다.
성운은, 오늘은 칼리스틱 대신 드럼스틱을 쥐고 하는 트레이닝에 성실히 임하기로 했다. 드럼이라, 박자에 맞춰서 소리를 내는 것, 꽤 괜찮은 경험일지도.
딱히 대가를 바라지 않은 듯한 선물, 리라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분명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지만. 정말 아무런 대가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게 가능할까, 내가 뭔가를 해줄 때 그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해준다면 그걸로 되는 것인가. 아니면 영영, 리라가 대가를 원할 때까지 이건 대가 없는 베풂이라고 계속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 뿐인가. 그런 고민은 잠시 미뤄둔다, 어차피 고민이 길게 이어지지도 않는다. 많은 걸 생각하기엔 귀찮고, 뭔가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힘써 해결하고 싶지 않다.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럴까."
이제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정도는 알 것이다. 어느새 소파에 푹 기대 앉은 리라의 모습을 보며 자리로 돌아온 랑이 소파 옆 탁자에 뚜껑 열린 비스킷 상자와 캔 밀크티를 내려놓았다.
"...그럴 줄 알았어, 어차피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고 내가 말했잖아."
리라의 헛소리(?)를 들으며 그 때 했던 반응을 떠올리곤 넌지시 덧붙인다. 적응이 빠른건지, 아니면 그런 척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분위기 자체는 꽤 부드러워졌다.
달리 덮개를 씌우지 못해 쨍한 LED 조명이 내리쬐는 커리큘럼실, 무언가 희야의 손 위에서 굴렀다. 네모나고 납작한, 그리고 진주처럼 반짝이는 펄 재질로 코팅된 무언가가 이따금 손에서 빛을 발했다. 얼추 2초정도 되는 간격마다 한번씩 손가락에 걸렸다 떨어지듯 딸깍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사람 힘들게 말이에요~ 이런 건 일주일에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
희야는 기능을 정지한 안드로이드 한 대를 면밀히 살폈다. 바닥은 곳곳에 날선 얼음이 돋아나고, 냉각수 저장 탱크가 꿰뚫려 고드름을 타고 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