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회는 이 몸대로 살다 이 몸대로 죽겠노라 생각한답니다. 불사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거니와 그렇게 된다면 아회의 루트상 하 사감 루트를 밟을 것 같아서요...👀 오케이한다면 아무래도 예전에 풀었던 환생썰을 행하지 않을까 싶네요...!
벨이는 마노랑 분가해서 나가 살면 적어도! 저택에서 있던 삶은 살고싶지 않대요. 적당히 아늑한 오두막집과 모르그를 하나 얻어서 부검하고 염하는 일과 교수 일을 모조리 하겠지마는……🤔 워커홀릭 기질은 여전하답니다. 그래도 이젠 정말 급하거나 중요한 인물이 아니면 가문의 일을 맡지 않으려고 할것이니와 마노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며 본인도 심신의 요양을 하고 싶대요. 같이 이곳저곳 여행도 다녀보고, 학교를 다니지 못했을 마노를 위해 가르치고, 울 때면 달래주고, 또…… 이것저것이요~😉
>>75 정말 느긋하게나마 제가 있기는 하답니다. 괜찮으시다면...! 0.< 누굴 만나고 싶으실까요...? :0
느긋한 여생(논문 수필 소설출간 등등)을 보내고 싶어해요... 아마 벨이에게 하루 동안 느긋하게 늘어지는 삶을 보내라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요(...) 뭐라도 해야 한다며 청소를 하려다가 제지 당하고... 책을 읽을 때 낮잠을 자야 한단 말에 미쳤냔 눈으로 쳐다보고... 쉰다...고? 말도 안 돼! 이런...ㅋㅋㅋㅋ.... 아마 수기 쓰고 첼이에게 보내준 뒤에 좀 지나서 책도 출간하고...()
몇 번이고 태어나는 아회~ 아마 다시 태어날 때는 세상을 두 눈으로 온전히 볼 수 있고 온화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온전히 알게 되겠지요...🤔 어느 때는 인간으로, 어느 때는 생이 정해진 신수로, 어느 때는 단명하고, 그래도 온화랑 가족의 곁이니 행복할 것 같지요~😌
학창 생활이 수난이었다면 교수 생활은 지옥이다. 그는 소란스럽던 수업을 끝마치며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지옥이었다! 수업 도중에 벌어진 청궁 학생의 의도치 않은 장난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이론이라고 해도 아주 중요한 수업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지만, 학생이 졸던 탓에 쉬는 시간에 쓰려고 했던 마법약 하나를 엎지른 결과 교실은 번쩍번쩍한 형광빛이 되어 누구도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그렇게 수업은 전체 벌점으로 막을 내렸다. 이런 지옥 속에서 학창시절이 그립냐면 그건 또 아니다. 그때는 언제 죽을지 몰라 노심초사했으니,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어중간한 평화의 시대인 지금이 낫다.
"연구실로 돌아가든지 해야지."
그는 한숨 섞인 혼잣말을 되뇌며 연구실로 돌아가고자 했다. 오늘은 그의 뮤즈가 곁에 없다. 연구실에도 없다. 드문 날이지만 잠시 어딜 다녀온다고 했으니 중요한 일이 있으리라 믿었고, 곧 돌아올 것이라 믿고 보내주었다. 그는 매구가 활동을 중단한 뒤, 자신의 뮤즈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의지 하나 없이 휘둘리던 삶이라니! 펠리체에게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매구라는 작자는 육아를 한다면 젬병일 것이 분명하다. 그는 괜히 두통이 생기는 것 같아 걸음을 재촉했다. 저 멀리서 형광색이 된 곤 사감님이 건 사감님을 반으로 접어버리고자 추격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도착한 연구실은 따뜻하니 이것저것 많지만 어딘가 휑하다. 흠, 그는 짧은 감탄사를 흘리며 무엇이 없나 가늠하다 뮤즈가 없음을 떠올렸다. 고작 한 사람 없다고 휑하다 느껴지다니, 팔불출이 다 됐다. 자리에 앉은 그는 여전히 거만한 자세를 유지했다. 의자에 앉더니 각종 양피지와 깃펜, 잉크 병이 깔끔하게 정리가 된 책상위에 두 다리를 교차하듯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단정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관리가 안 된 건 아닌 머리를 길쭉한 손가락으로 훑었다. 전체적으로 마른 감이 있지만, 이젠 예전처럼 길 가다 쓰러질 정도로 피골이 상접하진 않았다. 지금도 보기 좋게 말랐다고는 할 수는 없다마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던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케이스를 열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손가락 사이로 딸려온 것은 두툼한 너비의 담배다. 시가라고 하기엔 좀 얇고, 그렇다고 궐련이라 하기엔 도톰한 것을 입에 물며 끄트머리를 적당히 케이스 너머로 잘라낸 그는 지팡이 끝에 불을 붙였다.
기다리는 동안 피워도 괜찮겠지. 최근엔 영 입에 대지도 못했거니와 마법만큼 효과적인 증거인멸은 없을 터이니.
담배에 불을 붙이니 머잖아 연기가 입에서 새어 나온다. 희뿌연 연기는 냄새만 맡아도 독하다. 학창 시절부터 상념을 가라앉히고자 독한 것만 골라 피웠기 때문이다. 긴 일직선의 연기를 내뱉을 적, 무언가 닿는 감각에 그는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익숙한 온기와 향이 느껴진다. 그는 달리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어떤 향을 품고 있는지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끝없는 열망과 삶을 잇고자 하는 의지를 품게 만들며, 무한한 영감을 주는 존재.
"마노."
당신이다. 그는 고개를 든다. 당신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눈이 부시다. "나도 보고 싶었단다, 아가." 비어있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은 이제 제법 되었다 자부할 수 있으나, 당신의 눈물은 여전히 그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불 붙여 줄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평소의 흐름이지만 오늘은 다르다. 그는 입에 문 담배를 까딱였다. 당신이 어떤 말을 할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말로 자신을 놀라게 할까?
"응?"
그는 잠시 잘못 들었다는 듯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정확히는 당신이 그 말을 뱉을 줄 몰랐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이어지는 얘기에서야 그는 온전한 뜻을 알아챌 수 있었고, 결국 마른 웃음을 한 번 뱉어내고야 만다. 세상에, 당신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그는 눈물을 닦아주던 손으로 당신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려 했다.
"하하, 오랜만에 듣는 얘기군."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던 당신이 떠오른 탓이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담배 한 번, 사탕 한 번으로 넘어가리라 믿었던 만남은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는 어딘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아가, 그렇지만 담배 덕분에 우리가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싫을까?"
그도 간만에 입에 댄 것이었으니 나름의 고집이겠다. 끔찍하게 짓던 예전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미소가 얼굴에 감돈다.
아가,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호칭이다. 온갖 미사여구를 앞에 붙여 찬미한다 해도 결국 그 끝은 두 글자로 귀결됐다. 아마 그가 늙어 죽는 날에도 이 두 글자의 단어는 입에서 떨어지지 않겠지! 눈물을 닦아주던 그는 엄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훔치고, 더없이 아름다운 작품을 보듯 당신을 눈에 담았다.
"그렇군, 할미와 칼 교수가 그랬단 말이지?"
할미는 그럴만한 사람이니 그렇다 치지만, 아무래도 칼 교수는 그를 순전히 놀려먹기 위해 당신을 이용하는 것 같았다. 학생 때 뻔뻔하게 굴었던 것이 기점이었나? 어느 순간부터인지 두 사람은 보기만 해도 서로의 속을 신나게 긁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이가 됐다. 속 시꺼먼 둘에게 딱 맞는 관계라지만 라이벌이나 앙숙과는 조금 달랐다. ……비슷한 결의 남편을 둔 사람들의 내적 친밀감이 시꺼먼 속내와 잘 어우런 탓이다.
"그래, 나쁘지."
그는 입에 문 담배를 느릿하게 까딱이며 동의하듯 특유의 딱딱한 발음을 뱉었다. 나쁘지, 사랑스러운 모습을 이끌어내 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나쁘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그는 비어있는 한 손으로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능숙히 끼우더니 고개를 돌렸다. 짙은 연기를 일직선으로 뱉는 것이 익숙하다.
"……놀랍군."
놀라운 일이다. 그는 담배를 쥐지 않고 뺨을 쓰다듬던 손을 떼어, 당신의 손을 가볍게 그러쥐려 들었다. 깍지를 끼는 듯하더니 이내 자신의 뺨에 느릿하게 당신의 손등을 비비려 들었다.
"이런 발칙한 말은 어디에서 배웠나?"
토라진 모습까지 완벽하지! 그의 눈이 심히 좋다는 듯 휘었다. 아름답다. 그야말로 걸작이다. 조금 더 건드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치솟을 정도로. 그는 여전히 끝이 천천히 타들어가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서 까딱였다.
"그렇다면 아가, 지금 어떻게 해야 내가 이 불 붙인 애물단지를 손에서 떼어낼 수 있다 보는가? 방법이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