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온일 : 어흠. 어서오시, 아니, 어서오...게. 모친 시화 : 어머머 어서와요- 키가 참 큰 청년이네- 밥은 먹었어요? 아직이면 같이 들까요? 별건 아니고 좀 차려놓은 건 있어서- 호호- 첫째 일향 : (미리 들었지만 직접 보니 어이가 없음) ...그... 어서오세...요... 매부...? (이거 맞나) 둘째 수일 : (일향 옆에 뭐 씹은 표정으로 서있음) 나머지 동생들 : (꺄륵대고 난리임) 나머지 식솔들 : (뒤에서 하하호호 아이고 어서와요 훤칠하네 잘생겼네 덕담하고 난리남)
>>22 ㅋㅋㅋㅋㅋㅋ 의문의 인내심 시험당하는 하사감~! 여기서 온화 아부지가 괜히 가오 잡는다고 하면 그것도 참을 수 있을까~
부친 온일 : 흠. 크흠! 거 듣자하니 온화가 죽고 못 산다 하더만. 그래도 어디서 굴러먹었을지 모를 개뼉다구 같은 놈한테 내 귀한 딸 그리 쉽게는 못 주네. (온화가 언질 안 해줌)(나름 아버지라고 가오 잡는 중) 첫째 일향, 둘째 수일 : (얼굴 창백해짐) 온화 : (필사적으로 웃참하는 중)
>>23 ㅎㅎㅎㅎ 아이고 보기 좋아라... 마노야 젤리 먹을래? 글구 글구 나 가끔 그런 것도 보고싶어... 매 아닌 사람 모습인 마노랑 그 품에 예쁘게 안긴 벨이라던가~ 아무튼 그런 투샷~? ㅎㅎㅎㅎㅎ^^
>>2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년 가까이<< 딱 나왔을 때 온화 빼고 다 경악한다~ 왜 온화 빼고냐구? 웃참하다 참을 수 없어서 뛰쳐나갔대~
부친 온일 : ......(이게 진짜냐는 눈으로 일향과 수일 봄) 첫째 일향, 둘째 수일 : (아마도 맞을거라는 눈) 모친 시화 : (놀랐지만 가장 먼저 정신 차림) ㅇ...어머! 어머- 우리 화야가 반했다길래 어느 정도일까 했는데 호호- 우리 그이가 헛소리를 살짝 했는데 용서해요 응? (밑으로 온일 옆구리 꼬집) 부친 온일 : 억, 크흠! 그렇, 그렇네. 내 실언을 했소. 무례를 용서하시게. 헌데 말일세. 천년... 가까이면은 그, 부인이 대여섯씩 있고 그런 것은 아닌가? 나는 내 딸 정실이 아니거든 보낼 생각이 없네. (정신 살짝 덜차림)
온화의 조기 교육(?)은 어머님에게서 온 것이었군요!!! 하 사감도 뭔가 깨달았을지도요!>:3 온화 어머니 그 심장을 가져가게 된 건 로맨스와 거리가 멉니다만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동공지진)
하 사감: (엉망진창 폭주해서 날뛴 기억 뿐임)
물론, 저 인사 간 거... 이문도 봤을 거예요!!
이문: 학당 빼고 내 눈이 못 보는 곳은 없어! 궁기: ^^? 이문: 으악 신이다
그래서 슬픔은 애도하고 싶다는 이유로 죽이곤 했답니다! 참고로 분노가 자기 종족 도륙하고 다니는 거 알았을 때, 심장 받고 좋아라 한 폭식과 달리 슬픔은 [왜 나에게!!! 애도할 기회를 주지 않았냐!!!!]며 분노에게 화냈고 둘이 죽기 직전까지 얼음과 크루시오로 싸웠어요:3
그것보다 마노는 여전히 눈물 뚝뚝이군요... 아니아니 ㅋㅋㅋㅋㅋㅋ 혜향 교수님 앞에 😇 붙은거 ㅋㅋㅋㅋㅋㅋ....
음~ 벨이가 매일같이 잘 관리해주고 눈물도 손수 닦아줄 거래요~ 혜향 교수님 얘기가 나오면 잠시 안타까운 표정을 짓다가도, 죽은 자에게 안타까운 마음과 애도를 가지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하다는 자신의 신념을 다시금 다잡고 마노랑 잠시 이마를 맞대겠지만요.🤔
벨: 아가, 네 내가 담배를 끊도록 혼내면 되겠구나. 그래, 혼나는 동안엔 마노 선생님이라 불러줄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서 야-옹!😏
자기가 죽이...고...? 애...도...? 화까지... 내...? :ㅁ (비명을 질러요!)
궁기 ^^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는 아회도 떠오르네요.🤔 아회는 여전히 머리를 자를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나 봐요~ 온화에게 술을 배운 이상 애주가가 되었겠지마는...🤦♀️ 궁기는 아회의 망고백(situplay>1596979109>253)에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아 이건 일상으로 확인해야 하나...?🤔🤔🤔
아회는 이 몸대로 살다 이 몸대로 죽겠노라 생각한답니다. 불사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거니와 그렇게 된다면 아회의 루트상 하 사감 루트를 밟을 것 같아서요...👀 오케이한다면 아무래도 예전에 풀었던 환생썰을 행하지 않을까 싶네요...!
벨이는 마노랑 분가해서 나가 살면 적어도! 저택에서 있던 삶은 살고싶지 않대요. 적당히 아늑한 오두막집과 모르그를 하나 얻어서 부검하고 염하는 일과 교수 일을 모조리 하겠지마는……🤔 워커홀릭 기질은 여전하답니다. 그래도 이젠 정말 급하거나 중요한 인물이 아니면 가문의 일을 맡지 않으려고 할것이니와 마노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며 본인도 심신의 요양을 하고 싶대요. 같이 이곳저곳 여행도 다녀보고, 학교를 다니지 못했을 마노를 위해 가르치고, 울 때면 달래주고, 또…… 이것저것이요~😉
>>75 정말 느긋하게나마 제가 있기는 하답니다. 괜찮으시다면...! 0.< 누굴 만나고 싶으실까요...? :0
느긋한 여생(논문 수필 소설출간 등등)을 보내고 싶어해요... 아마 벨이에게 하루 동안 느긋하게 늘어지는 삶을 보내라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요(...) 뭐라도 해야 한다며 청소를 하려다가 제지 당하고... 책을 읽을 때 낮잠을 자야 한단 말에 미쳤냔 눈으로 쳐다보고... 쉰다...고? 말도 안 돼! 이런...ㅋㅋㅋㅋ.... 아마 수기 쓰고 첼이에게 보내준 뒤에 좀 지나서 책도 출간하고...()
몇 번이고 태어나는 아회~ 아마 다시 태어날 때는 세상을 두 눈으로 온전히 볼 수 있고 온화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온전히 알게 되겠지요...🤔 어느 때는 인간으로, 어느 때는 생이 정해진 신수로, 어느 때는 단명하고, 그래도 온화랑 가족의 곁이니 행복할 것 같지요~😌
학창 생활이 수난이었다면 교수 생활은 지옥이다. 그는 소란스럽던 수업을 끝마치며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지옥이었다! 수업 도중에 벌어진 청궁 학생의 의도치 않은 장난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이론이라고 해도 아주 중요한 수업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지만, 학생이 졸던 탓에 쉬는 시간에 쓰려고 했던 마법약 하나를 엎지른 결과 교실은 번쩍번쩍한 형광빛이 되어 누구도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그렇게 수업은 전체 벌점으로 막을 내렸다. 이런 지옥 속에서 학창시절이 그립냐면 그건 또 아니다. 그때는 언제 죽을지 몰라 노심초사했으니,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어중간한 평화의 시대인 지금이 낫다.
"연구실로 돌아가든지 해야지."
그는 한숨 섞인 혼잣말을 되뇌며 연구실로 돌아가고자 했다. 오늘은 그의 뮤즈가 곁에 없다. 연구실에도 없다. 드문 날이지만 잠시 어딜 다녀온다고 했으니 중요한 일이 있으리라 믿었고, 곧 돌아올 것이라 믿고 보내주었다. 그는 매구가 활동을 중단한 뒤, 자신의 뮤즈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의지 하나 없이 휘둘리던 삶이라니! 펠리체에게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매구라는 작자는 육아를 한다면 젬병일 것이 분명하다. 그는 괜히 두통이 생기는 것 같아 걸음을 재촉했다. 저 멀리서 형광색이 된 곤 사감님이 건 사감님을 반으로 접어버리고자 추격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도착한 연구실은 따뜻하니 이것저것 많지만 어딘가 휑하다. 흠, 그는 짧은 감탄사를 흘리며 무엇이 없나 가늠하다 뮤즈가 없음을 떠올렸다. 고작 한 사람 없다고 휑하다 느껴지다니, 팔불출이 다 됐다. 자리에 앉은 그는 여전히 거만한 자세를 유지했다. 의자에 앉더니 각종 양피지와 깃펜, 잉크 병이 깔끔하게 정리가 된 책상위에 두 다리를 교차하듯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단정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관리가 안 된 건 아닌 머리를 길쭉한 손가락으로 훑었다. 전체적으로 마른 감이 있지만, 이젠 예전처럼 길 가다 쓰러질 정도로 피골이 상접하진 않았다. 지금도 보기 좋게 말랐다고는 할 수는 없다마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던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케이스를 열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손가락 사이로 딸려온 것은 두툼한 너비의 담배다. 시가라고 하기엔 좀 얇고, 그렇다고 궐련이라 하기엔 도톰한 것을 입에 물며 끄트머리를 적당히 케이스 너머로 잘라낸 그는 지팡이 끝에 불을 붙였다.
기다리는 동안 피워도 괜찮겠지. 최근엔 영 입에 대지도 못했거니와 마법만큼 효과적인 증거인멸은 없을 터이니.
담배에 불을 붙이니 머잖아 연기가 입에서 새어 나온다. 희뿌연 연기는 냄새만 맡아도 독하다. 학창 시절부터 상념을 가라앉히고자 독한 것만 골라 피웠기 때문이다. 긴 일직선의 연기를 내뱉을 적, 무언가 닿는 감각에 그는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익숙한 온기와 향이 느껴진다. 그는 달리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어떤 향을 품고 있는지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끝없는 열망과 삶을 잇고자 하는 의지를 품게 만들며, 무한한 영감을 주는 존재.
"마노."
당신이다. 그는 고개를 든다. 당신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눈이 부시다. "나도 보고 싶었단다, 아가." 비어있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은 이제 제법 되었다 자부할 수 있으나, 당신의 눈물은 여전히 그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불 붙여 줄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평소의 흐름이지만 오늘은 다르다. 그는 입에 문 담배를 까딱였다. 당신이 어떤 말을 할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말로 자신을 놀라게 할까?
"응?"
그는 잠시 잘못 들었다는 듯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정확히는 당신이 그 말을 뱉을 줄 몰랐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이어지는 얘기에서야 그는 온전한 뜻을 알아챌 수 있었고, 결국 마른 웃음을 한 번 뱉어내고야 만다. 세상에, 당신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그는 눈물을 닦아주던 손으로 당신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려 했다.
"하하, 오랜만에 듣는 얘기군."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던 당신이 떠오른 탓이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담배 한 번, 사탕 한 번으로 넘어가리라 믿었던 만남은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는 어딘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아가, 그렇지만 담배 덕분에 우리가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싫을까?"
그도 간만에 입에 댄 것이었으니 나름의 고집이겠다. 끔찍하게 짓던 예전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미소가 얼굴에 감돈다.
아가,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호칭이다. 온갖 미사여구를 앞에 붙여 찬미한다 해도 결국 그 끝은 두 글자로 귀결됐다. 아마 그가 늙어 죽는 날에도 이 두 글자의 단어는 입에서 떨어지지 않겠지! 눈물을 닦아주던 그는 엄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훔치고, 더없이 아름다운 작품을 보듯 당신을 눈에 담았다.
"그렇군, 할미와 칼 교수가 그랬단 말이지?"
할미는 그럴만한 사람이니 그렇다 치지만, 아무래도 칼 교수는 그를 순전히 놀려먹기 위해 당신을 이용하는 것 같았다. 학생 때 뻔뻔하게 굴었던 것이 기점이었나? 어느 순간부터인지 두 사람은 보기만 해도 서로의 속을 신나게 긁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이가 됐다. 속 시꺼먼 둘에게 딱 맞는 관계라지만 라이벌이나 앙숙과는 조금 달랐다. ……비슷한 결의 남편을 둔 사람들의 내적 친밀감이 시꺼먼 속내와 잘 어우런 탓이다.
"그래, 나쁘지."
그는 입에 문 담배를 느릿하게 까딱이며 동의하듯 특유의 딱딱한 발음을 뱉었다. 나쁘지, 사랑스러운 모습을 이끌어내 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나쁘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그는 비어있는 한 손으로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능숙히 끼우더니 고개를 돌렸다. 짙은 연기를 일직선으로 뱉는 것이 익숙하다.
"……놀랍군."
놀라운 일이다. 그는 담배를 쥐지 않고 뺨을 쓰다듬던 손을 떼어, 당신의 손을 가볍게 그러쥐려 들었다. 깍지를 끼는 듯하더니 이내 자신의 뺨에 느릿하게 당신의 손등을 비비려 들었다.
"이런 발칙한 말은 어디에서 배웠나?"
토라진 모습까지 완벽하지! 그의 눈이 심히 좋다는 듯 휘었다. 아름답다. 그야말로 걸작이다. 조금 더 건드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치솟을 정도로. 그는 여전히 끝이 천천히 타들어가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서 까딱였다.
"그렇다면 아가, 지금 어떻게 해야 내가 이 불 붙인 애물단지를 손에서 떼어낼 수 있다 보는가? 방법이 있을 텐데."
무엇을 할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던 탓인지, 그는 당신이 무슨 행동을 해도 얌전히 따라주었다. 당신의 행동은 늘 예상을 벗어났고, 오차에서 오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신은 오만불손한 그도 통제할 수 없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소리다. 그 사실을 상기할 적이면 이따금 그동안 있던 일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제 이전처럼 불쾌하거나 답답한 기색은 없었다. 그는 당신을 흥미로운 눈길로 쳐다보다 이내 천천히 담배 낀 손을 들어 미간을 짚었다.
"……하."
여전히 당신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손가락 끝을 깨물기가 무섭게 그의 능글맞던 미소에 금이 갔다. 덮어낸 미간 사이로 독한 연기가 새어 들어오는 느낌이다. 이어지는 단어 하나하나가 그의 인내심을 천천히 긁어 내리기 시작한다. 그저 심술 한 번 부려볼까 했던 것이 이렇게 돌아오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각이 등골을 오싹하게 휘감는다. 그는 다시금 속으로 생각했다. 미치겠다. 오로지 당신만이 그를 이렇게 뒤집을 수 있다.
"아가."
그는 미간에서 손을 뗀다. 간만의 휴식이자 달콤한 위안이 지금은 손가락에 아무렇게나 자리를 비집고 차지한 불청객 같았다. 결국 그는 담배를 비벼 끄지도 못하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리듯 던질 수밖에 없었다. 불이 날지도 모르지만 다행스럽게도 보호 마법 덕분에 재 그을린 자국만 남을 테지.
"저깟 담배 따위가 너를 이길 것 같은가?"
자유로운 손으로 당신의 뺨을 쓸어주려 하며 눈을 마주했다. 그의 두 눈이 당신의 눈물의 궤적을 따라 구르다가도,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 호박빛 눈동자로 온전히 이동한다. 미치겠다 벌써 세 번째 생각이지만. 담배에 포함된 타르가 이젠 생각에 치덕치덕 발려선 끓는 것 같다.
" 늘 나를 놀라게 만들고, 감탄하게 만들어."
귀하게 아끼다 못해 꽁꽁 숨기고 싶을 만큼. 혀 밑으로 숨긴 말을 뒤로 그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입술을 달싹였다.
예정에 없던 반려동물이 생긴 이후. 늦잠 자는 날 없어졌다. 아침마다 보송보송한 털뭉치가 얼굴을 쓸어대니 더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었다.
삐! 삐이!
"이잉... 이... 털뭉탱이가..."
퍼프스캔- 이라는 이 녀석. 늘 자기 전에 먹이며 물이며 그릇 가득 채워두건만. 그것들 남았음에도 꼭 아침에 저를 깨우려 난리친다. 일어나서 놀아달라 이거다. 얼굴 피하면 목과 어깨 사이를 파고들거나 옆구리 후비고 다니니 견딜 수가 없다. 결국 저 밤톨 만한 것 이기지 못 하고 비실비실 일어나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것이 근래 아침 일과였다.
"졸려 죽것는디... 이이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침대에 걸터앉아 일향에게 부탁하여 받은 장난감 여럿 중 하나 꺼내들었다. 유연하게 휘는 긴 막대 끝에 튼튼한 실을 적당히 잇고 그 끝엔 방울과 깃털 따위를 달아 마치 낚시대 같은 장난감 휘두르며 하품한다. 딸랑. 딸랑딸랑. 방울 장식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마다 삐! 삐! 하고 같이 뛰는 노란 녀석 졸린 눈으로 응시한다. 멍하니 장난감 흔들다가 한 번 손놀림을 바꿔 막대 끝으로 샛노란 털뭉치 통! 건드리니-
삐익!
자지러지며 둥글어져 바닥 구른다. 데구르르. 저어기 굴러간 노란 털뭉치 빤히 보고 있으면- 예고 없이 튀어올라 폴짝댄다. 그리 자지러져놓고 재밌나 보다. 헌데 그게 그렇게 재밌나. 저야 모른다. 저리 구니 놀아주는 거지. 일 각 정도 놀아주다 방울 넣은 대나무 공 굴려주고 일어섰다. 발치에서 딸랑대는 소리 피해 슬렁슬렁 씻으러 들어간다. 오늘은 간만에 본가. 아니. 공방에 갈 예정 있었다.
씻는 내내 욕실 문 밖에서 방울 소리 들려왔다. 간간히 어디 박았나 우는 소리도 들리고. 혼자 잘만 놀면서 제가 방에 있는 내내 놀아달라 치근대긴. 저렇게 놀다가도 다 씻고 나가면 발치 와서 굴러댈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뜨끈한 습기와 함께 나가니 통통통 무슨 공 튀기듯 온다. 아직 물기 남은 다리에 붙을까 요리조리 피하며 몸 닦고 머리 올리며 발끝으로 대나무 공 굴려주니 또 그쪽으로 쪼르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건지. 그냥 이러는 것도 다 놀아준다 여기는 건지.
아무튼 저 장난감에 관심 쏠린 동안 옷 입었다. 늘 입는 것 입을려다 입은 적 없는 적홍빛 치마 한 벌 꺼내 슥슥 둘렀다. 썰렁한 어깨가 아쉬워 연홍 두루마기 걸치니 제법 봐줄 만 한가. 옷 다 입었으니 경대 앞에 앉아 머리 빗질 하고 있자 발치가 또 간질간질 하다. 나갈 채비 하는 것 눈치 챘는지 노란 털뭉탱이 털 부비며 애교 부려댄다. 평소라면 다른 장난감이나 꺼내 휙 던져주었겠지만. 오늘은 녀석도 데려갈 생각이었다. 하여 괜히 장난감도 안 주고 못 본 척 굴며 제 준비만 신경 쓰니. 바닥서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또 두고 저만 나갈까봐 저러는 거다. 앙증맞은 녀석. 끝까지 모른 척 하다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노란 털뭉탱이 들어 푹신한 둥지에 데려다놓는 것까지 능청스럽게 굴었다. 둥지에 내려져 오늘도 두고 가느냐는 불만 있어보이는 눈을 빤히 보다가. 씨익 웃으며 말한다.
"그래. 너도 매일 방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어째. 오늘은 너도 나갈테여?"
삐!
알아들은 건지 어쩐 건지. 묻기 무섭게 폴짝대며 오는 녀석 받아 안아올렸다. 처음부터 데려갈 생각으로 미리 어깨에 두른 천 주머니에 쏙 넣자 명치깨에서 바르작거림 느껴진다. 툭툭. 얌전히 있으라 두드려주곤 방 나섰다. 굽 낮게 깔린 당혜가 영 어색했지만 학당 나설 쯤엔 본래 신던 것 마냥 익숙해졌더란다.
담배가 중요하느냐 묻는다면 휴식이고, 어지간하면 끊을 수 없는 유혹이다. 그는 지금껏 담배와 함께했고, 그만큼 담배에 대해서는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담배 없는 삶이라니!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 관대하던 그도 결국 당신에게는 한 수 접을 수밖에 없다. 다소 거친 방법이지만 감히 누가 말을 얹겠는가? 이 연구실 내부에서는 그가 왕인데.
"그래, 상. 담배도 저렇게 버렸잖니, 말 잘 듣는 교수에게도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지."
궤변임은 안다. 그렇지만 당신이라면 주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당신이기 때문에 더 바랄 수밖에 없다. 눈물을 닦아주듯 손가락이 다시금 움직인다. 엄지로 눈가를 훔치는 것이 익숙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하기 짝이 없던 것이, 지금은 이리도 능숙하니 적응하는 동안 당신을 얼마나 세심하게 돌보고 어루만졌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초콜릿과 사탕, 당신은 사탕을 먼저 말했지만 그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초콜릿이었다. 어쩌면 좋을까.
"사탕과 초콜릿이라."
두 개의 작은 포장지가 입술에 고이 물렸을 때, 그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평소에도 인내심이라곤 일절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당장이라도……. 목으로 고개를 파묻을 적 들리는 앓는 소리에 생각은 툭 끊겼다. 어쩌자고 이런 토끼와 여우가 공존하는 존재에게 온정을 주었을까, 아주 잘 한 일이다.
"초콜릿."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귓가에 내려앉는 울림 좋은 목소리와 함께 팔을 느릿하게 뻗는다. 이리 와서 품 안에 깊이 파고들어도 좋다는 듯. 선고하듯 발음 하나하나가 선명하다. "좋아하는 거 알잖아." 중의적인 의미다. 당신도, 초콜릿도. 어느 하나 빠짐 없이 귀신처럼 붙을 자신이 있다. 이내 길쭉한 손가락이 옥빛 머리칼을 헤집듯 틈새를 파고든다.
"아가, 너도 좋아하지?"
그는 느릿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답을 들어도 지금은 모두 상으로 받아들일 테니. 어떡하겠는가? 당신이 눈이 부신 탓이다.
어떤 말에도 고분고분 들어주는 점이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걱정스럽기도 하다. 당신은 물가에 내어 놓은 아이라는 하나의 문장이 어울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해 그럼 내놓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등의 처참한 사회성을 가졌던 그도 당신의 순진무구함에 부모의 심정을 절실히 이해하곤 했다.
물론 지금은 좀 다른 이야기다. 남에게도 이러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있지만 한때 초랭이인지 뭔지 하는 것에게 휘둘리지 않았던가. 팔에 입을 맞출 적엔 인내심을 시험했다. 벌써 다섯은 넘은 것 같다. 아니, 종알거리는 입술에 여섯 번. 원래 이렇게 참을성이 없었나? ……학창시절 거슬리는 녀석들에게 가차없이 점수를 깎던 것을 생각하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 내가 알려줬지."
입에 물린 초콜릿을 넘겨줄 적, 그는 손을 움직여 당신의 뺨을 양손으로 가벼이 부여 잡았다. 초콜릿만 얌전히 받아갈까 했지만 당신이 이리 무방비하게 다가왔으니 골려주고자 함이다. 초콜릿만 물면 되는 것을 굳이 입까지 맞춘 탓이다. 자신이 가르쳐준 것이 초콜릿과 오레오라면 당신이 가르쳐준 것은 이런 것이 아니던가. 어른에게 배워 같은 어른이 됐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상을 받아야 할 테니……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야겠군."
희미한 미소가 어여쁜 탓에 괜히 혀 끝으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기어이 물어보는 것에 인내심이 크게 휘청인 건 당신은 알기나 할까. 그는 이어지는 얘기에 눈을 감았다. 할미가 보러 오라고 했다라. 그가 처음으로 무릎 꿇었던 상대가 아닌가? 보러 가는 것이야 좋다마는.
"지금 바로?"
충동질 하여놓고 비겁하지. 그는 낮은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무릎을 툭툭 쳤다. 이리 올라와 안기라는 듯.
상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 당장 잘 하였지 아니한가? 친히 기호식품을 끊기까지 하고, 수업도 일찍 끝낸 착한 교수. 올바른 어른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물론 그의 기준이다.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그의 성정이 다시금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입술을 가벼이 뗄 적엔 녹아 묻어버린 것을 혀 끝으로 가볍게 훑었다.
"누가 주었는데, 잘 받았지."
당신에게만 받을 상이다. 앞으로도 변치 않을 상. 그 누구도 자신에게 이런 상을 다시 주지 못하겠지! 다른 존재가 나타난들 그는 뜻을 꺾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매력적인 조건이 있다 한들 당신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그냥 오라고 했다, 라. 당신을 품에 안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뒷머리를 헤집듯 능숙하게 쓸어주던 그는 눈을 흘겨 문을 쳐다봤다.
"그렇군, 안 가면 슬퍼하니 가야 하겠다마는…… 아가, 네가 나를 보고 싶었다 하였으니 조금은 늦어도 괜찮지 않겠더니."
머리를 헤집던 손길이 천천히 목을 향하고, 목덜미를 더듬던 손길은 금세 등으로 향해 척추 선을 따라 손가락을 굴리다 이내 손바닥을 온전히 덮어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는 느른히 미소 지었다. 이성의 끈이 몇 번이고 끊어졌다 다시 이어 붙는지 모르겠다. 벌써 몇 번이고 생각했는지 셈하지 못할 정도지만,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미치겠군. 누가 이렇게 구는지 원. 그는 당신을 내려다 보며 홍채의 주름을 읽듯 빤히 눈을 마주했다.
"가야지. 집에서라면 조금 더 편히 쉴 수 있겠지."
가볍게 뺨에 입 맞추려 하고는 그가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려 했다. "다른 꿍꿍이가 있다면 오늘은 큰일나겠어." 장난스레 뱉은 뒤 그는 쓰다듬던 손길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곧은 척추의 선 중앙을 툭툭 건드렸다. 그래, 아마…… 내일 수업은 휴강이 될 가능성이 크겠다. 누가 그를 막겠는가? 그가 누구인가, 언더테이커 가문의 가주이자, 역대 최연소 교수이며, 끔찍하리만치 두려운 현궁의 사신 아닌가.
당신은 그가 말할 적이면 지나치게 순진하게 넘어온다. 그렇지? 속삭일 적엔 응. 하고 대답을 하거나, 부정을 해도 얼마 지나지 못해 따라오곤 했다. 그 사실이 그의 밑에서 꿈틀거리는 오만함을 충족시켰고, 때로는 온정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몸짓 하나, 대답 하나, 그리고 눈짓 하나가 무기질한 눈에 맺힌다. 분명 여기에서 유달리 크게 움찔거렸지. 좋은 참고 자료다. 가볍게 입을 맞출 적 생각은 느릿하게 감기는 눈과 함께 고이 접힌다.
"이제는 못 당하겠어……."
그리고 느른하게 미소 지었다. 넘어가줄까? 그는 일말의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넘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당신의 꿍꿍이에 넘어가지 않는다니, 아마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가 가주직을 겸할 적 시체를 보며 비위가 상한다거나, 시체가 두렵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넘어가야지. 너도 알겠지만 나는 이해타산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너는 내게 무조건적인 이해이자 귀중한 뮤즈지 않니, 아가."
당신이 가까이 오면 허리에 팔을 둘러 당겨 안으려 했다. 보고 싶었냐고? 세상에! 이런 노골적이고 사랑스러운 단어가 있을 줄이야. 애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문장에 그는 품 속에 고개를 느릿하게 파묻고자 했다.
"수업 따위 내가 알 게 무엇이겠나. 그리 생각했단다. 내팽개치고 그대로 찾으러 가야 하나 여럿 고민했지."
보고 싶었어. 한 글자씩 명료하게 발음하며 그는 고개를 슬쩍 올렸다. 이젠 그도 힘이 제법 붙었다. 마법의 힘과 함께라면 당장 당신을 안고 집까지 가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서 몇 번이고 보고 싶었다며 증명해줄 수 있는데. 너무 간 생각일까, 눈을 만족스럽게 휘는 것이 일단 당신이 곁에 있으니 기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