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모데 때는 신사에 들린 사람들 전부, 한 없이 멀어 보이기만 했는데.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다는게, 꿈만 같아서. 다이고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다, 미소를 지었다. 나, 당신이 옆에 있어줘서, 지상 위에 발 붙이고 있을 수 있어.
“오늘은 에스코트가 완벽하시네요. 미스터 시라기.”
신사 뒤편. 역시 어둡지만, 무섭진 않네. 응.
“...깜깜해서, 더 좋지 않아?” “조금 웃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츠나지에 와서 가장 놀랐던게, 밤에 엄청나게 어두운 거였어. 도쿄는, 건물이 많으니까, 밤에도 번쩍번쩍하잖아.” “조금 무서웠는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도쿄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별이, 가득해서. 어두울 때는 밝을 때 전혀 보이지 않는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하고.”
첫 번째 불꽃이 하늘에 수놓아질 쯤에야, 당신의 기대된다는 말에 그렇네,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도롯가를 질주하는 심정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만큼은 자신 스스로 해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니시카타 미즈호 혼자서 해야만 했다. 정신 없이 운전하다보니 어느새 부둣가. 처음으로 했던 데이트에서 언제까지나 계속 있어주겠냐며 사랑을 고백했던 곳. 천천히 차 뒷자리에 놓아둔 박스를 끌고 가려 하며 미즈호는 코우를 향해 도움을 청해 보이려 하였다.
"코우 씨, 실례지만 조금 도와주시겠어요? " "이 트로피, 생각 이상으로 너무 무거운 것 같답니다......! "
드르륵, 거리며 끌고 가는 트로피 박스. 전에는 거뜬했겠지만 이제는 간신히 끌고 가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이 일만큼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누구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상자를 끌고 가다보니 어느 새 부둣가 끝까지 왔다. 한 걸음만 더 앞으로 가면 바다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
“이게….사츠키상? 이었고, 이게 일본 더비. 그리고 이게 킷카상. ” “생각보다 무겁네요. 금속 아니랄까봐, 이럴 줄 알았다면 아예 업자를 부를 걸 그랬나……?” “뭐어, 그래도 이런 건 스스로 해야 하니까요….어쩔 수 없지요……! “
ー 풍덩!
하나 둘 씩 바다에 던져가는 동안, 니시카타 미즈호는 차근차근 이전의 기억을 곱씹는다. 중앙 트레이너 자격을 딴 지 얼마 안되어, 처음으로 자신의 본가를 두드린 우마무스메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건방지게도 자신을 맡으라 하며, 자신을 맡으면 그에 맞는 [ 격 ] 을 보여주겠다 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 이름에 맞는 모습을 보이라며 역으로 자신을 꾸짖은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 모든 어리광을 피우고도, 자신만을 봐 달라고 팔을 껴안아 온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파르페를 먹여주는 것도, 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밤하늘을 같이 보는 것도 오직 자신과만 할수 있는 것이라며 팔짱을 껴왔던 다이애나….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모든 걸, 잊지 않고 있다. 다 지나간 기억이다. 재팬컵에서의 [ 그 일 ] 이후로부터는 우리는 예전같지 않았다. 그 일을 벌이고도 우리가 예전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 더 신기했을 것이다. 재팬컵의 2착과 아리마기념의 3착, 그 이후 우리들은 오직 레이스에’만’ 집중했다. 너는 더 자신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나를 감정을 쏟아붓는 바구니로 보았다. 성과만을 만들어야 하는 트레이너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너를 놓지 못했던 것은, 처음에 만났을 때의 그 기억 때문일까.
「나를 담당으로 받아주도록 하세요, 」 「그리 하면 모든 영광을 당신에게 바칠 것이니, 찬란한 모든 영예를 당신에게 안겨줄 것이니. 」
건방지게도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 하던 그 모습. 자신만을 믿으라 하며 자신만만하게 웃어보이던 그 모습에 미련이 남아서. 나는 멍청하게도 그 말을 믿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점 더 어긋나갔고, 우리의 관계는 망가져갔다….. 진작에 놓았어야 했던 그 관계를 나는 계속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터진 사건이 [ 중앙의 비극 ] 이었다.
“이제, 정말로 안녕이네요. ” “이걸로 마지막. 정말로, 정말로 마지막……. ”
마지막 남은 재팬컵의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미즈호는 바다 너머로 트로피를 던져 보이려 하였다. 그와 동시에 터지는 불꽃.
ー 퍼펑 ー!!!!!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 아래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미즈호는 이제는 더이상 연이 없어야 할 이에게 작별을 고한다.
해변가이기에, 자신이 놔두었던 돗자리를 펴서 팡팡 두들기고는, 모래바닥 위에 깐다. 그러고는, 당신이 껴오는 팔짱을 조금 편하게 할수 있도록 팔을 맞푸어준다. 사실 자신이 작다 보니 자신이 팔짱을 껴오는게 서로에게 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 글게다. 이쁘구마는."
펑, 펑 하는 특유의 소리도, 빛이 난 한 1 2초 후에 자신의 소리를 과시한다. 이게 아직 본격적인 시작이 아니라니, 대체 얼마나 호화로운 불꽃놀이를 보여주려는걸까. 우로코네틱스는 그것에 은근히 기대하라는 듯이 이야기를 했었지. 벌써부터 이정도라면, 꽤나 볼 만하지 않을까나.
"어, 모카땅."
당신이 부르고는, 한걸음 물러나자. 살짝 의문을 가졌다가. 작은 상자 하나를 보고는 조금 당황한다.
"... 아하하... 청혼이가."
그러다, 이내 부드러이 웃어보인다. 반지. 사실 그렇게까지 그에 대한 추억은 없다. 기억나는 것은, 부모님의 반지마저 팔아가면서 온 것이 이 츠나지시였다는 기억. 하지만... 그 작은 하얀 돌이, 당신의 손이 움직이면서도 빛나고 있는 것 같아서. 얼마나 돈이 많이 들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당신은 자신을 생각해서 이것을 골랐을까. 자신이 고른 것은 참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라므는... 잠만, 제대로 해보자꼬."
당신의 목에 무언가를 걸려 하고는, 이내 두손으로 당신의 떨리는 손을 잡아준다. 목에 빛나는 것은, 조금 아이같은, 금도 은도 아닌 체인으로 만들어진 목걸이. 그 중앙에는, 작은 로켓이 있었다. 사진을 넣어두거나 하는 로켓. 150엔이였나. 너무나도 당신의 선물에 비하면 초라해보이는, 그런 가벼운 선물.
"... 나. 언그레이 데이즈는."
"... 유키무라 모모카를, 한결같이 사랑하기를. 지금 이 자리에서, 평생토록 맹세합니다."
... 당신의 사랑을, 어떻게 더 보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으로써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짧다고 하면 짧은 삶... 당신이 좋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