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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떻게 보면 원소를 다루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까 싶어. 그나마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문제지만."
한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은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와 동시에 과연 방금 자신의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스스로 걱정했다. 나름대로 신경써서 말하긴 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서로 시간낭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말 없이 탄산수를 꿀꺽 마셨다.
"이건 레벨5가 아니어도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할 수 있는 경지야.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전력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그 점은 조금 이해해줘. 여길 날려버릴 순 없잖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는 듯이 그는 두 손을 가볍게 휘저으며 웃음소리를 냈다. 한편 자신이 옆으로 자리를 비키자 청윤이 긴장하면서 해보겠다고 답했고 은우는 웃으면서 긴장할 거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심호흡을 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그것을 따랐을지,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진 당연히 은우도 그 시점에선 알 길이 없었다.
한편 자신의 능력으로 표적을 맞추는 것에 은우는 오. 소리를 내며 크게 손뼉을 쳤다.
"대단하네. 꽤 자질이 있는 거 아니니? 보통 이렇게 갑자기 해보라고 했을 때 하는 이는 잘 없거든. 요령만 잘 익히면 어느 순간 훅 실력이 늘어나겠는데? 좋아. 그러면 여기서 조금 업그레이드를 해볼까?"
이어 은우는 표적을 조작하는 기기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방금 명중시킨 표적의 양 옆으로 표적 4개를 더 세웠다. 즉, 표적 5개를 세운 셈이었다.
"스쳐지나가건, 정중앙을 맞추건 상관없어. 압축을 유지하면서 어쨌든 명중 비슷하게라도 3개를 할 수 있다면 소원 하나를 들어줄게. 아. 물론 내가 가능한 것으로."
물론 자신이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그는 선택권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할지 말지는 결국 청윤의 자유였다.
레벨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한 수건의 움직임에 넋을 놓고 구경하던 것도 잠시다. 결국엔 닦는 것도 제대로 못 해줬어!! 라고 충격받는다. 문에 부딪치는 바람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린 아지는 부끄럽고 미안하고 민망하고 매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라 자기 다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파묻어버린다. 가물락 꺼져가는 비명소리가 나온다. 비명 치고는 느리고 작아서 그렇게 비명같지도 않다. 오히려 절규같달까.
"우아아아아~"
어쩌면 좋지이 창피해애애~ 하지만 달래려는 목소리가 들려 파묻은 고개를 스을쩍 들어본다.
"정말요~?"
저런. 이마에 혹이 생겼군... 옆에 어느샌가 구급상자가 와 있다. 아지는 조금 놀란다. 저지먼트 부실은 물건들도 특별한 건가!! 부딪친 걸 알고 다리... 다리가 없네... 미끄러져서 여기로 와 준 것일까!!
"...!... 상자가 생겼어요..."
어느새 민망함도 잊고 놀라서 눈을 꿈뻑거리며 상자와 부부장을 번갈아 보던 아지다.
"아... 저어...."
좋은 사람이다! 정말 착한 부부장이다!! 부장도 그렇게 부담스러운 성격은 아닌 것 같았지만 부부장도 이런 성격이라면 쉽게 적응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근데 그것과 이 상황은 별개다. 머뭇머뭇거리다 말을 꺼낸다.
"...그런 건 없지만 저기..."
용건은 없고요!! 수다떨고 싶어서 왔는데요!! 라고 왜 말을 못하니!! 아지는 자기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다.
"...옆에서 구경해도 될까요오"
일 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언... 하고 덧붙이며 손가락 사이를 띄워 그 사이로 한양을 본다.
손을 쭉 뻗고 검지만 좀 더 들어 올린 청윤은 나름대로 눈을 감고 빈 공간에 공기를 채우는 이미지를 상상해 보았다. 은우가 너무 긴장하지 말고 심호흡을 해보라고 하자 눈을 떠서 표적을 바라본 뒤 천천히 한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쉼과 동시에 공기를 발사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표적에 맞았는지 판이 흔들렸다. 옆에 있던 은우도 손뼉을 치며 놀랐지만 사실 놀라긴 청윤이 더 놀랐을 것이다. 완전히 알겠다는 식으로 한 것도 아니고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은우의 조언 덕분에 어느 정도 평정심을 잡고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았네요? 선배의 조언이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정말 감사드려요!"
당연하겠지만 조금 신이 난 청윤은 아주 약간 콩하고 뛰었다. 하지만 은우가 표적을 4개 더 세우자 청윤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5개라.. 밑져야 본전..이니까요?"
잠시 안절부절못하는 듯 싶던 청윤은 마음을 다잡은 듯 리본을 맨 뒤 옷깃을 정돈하곤 다시 자리에 섰다. 그러곤 양손을 들어 올려 양손의 검지, 중지, 약지를 아까의 검지처럼 좀 더 들어 올린 뒤 아까처럼 눈을 감고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한 번에 맞출 작정인 것 같다.
다섯 개 중에 하나만이 명중했으나 남은 4개는 빗나간 결과를 바라보며 은우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물론 실망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저렇게나마 쏘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한 번에 맞추기 위해서 쏜 것이 패인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며 그는 잠시 표적을 바라보다가 이야기했다.
"잘했어. 표적은 맞추지 못했을지라도 제대로 공기를 압축해서 쏜 거잖아? 그게 중요한 거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맞추고 맞추지 못하고는 그 이후의 문제니까. 오늘 본 모습만 보면 조금 더 이미지에 익숙해지면 앞으로 별 문제없이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지금 그것이 완벽하냐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은우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능력마다 다 그 특성이 다른 법이었으니까. 자신에게는 이게 맞으나 그녀에게는 다른 것이 맞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완벽하냐, 완벽하지 않냐에 대해서는 그는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무리없이 발사했다는 것. 그것에 초점을 주기로 했으나 이내 그는 심술궂은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유감이야. 잘했으나 소원은 들어줄 수 없을 것 같네. 약속이 약속이니까. 하하하. 하지만... 나중에 리벤지하고 싶다면 해도 좋아. 한 번 정도는 받아줄게."
오른손으로 숫자 1을 표시한 후에,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고 남아있는 탄산수를 꿀꺽 마셨다.
"일단 지금 단계에서 내가 가르쳐줄 수 있고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다일 것 같은데... 혹시 더 묻고 싶은 거 있니?"
/순간적으로 2,3이 보여서..뭐지? 했던 제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옆눈) 사실 3개 이상 맞춰서 소원권을 따내면 뭘 바랬을지도 궁금했지만 다음 기회에!
혹이 조금 났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서 안심을 한 한양이었다. 아지가 방해는 안 할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방금 만들고 있던 워드파일을 키고, 이메일을 켜서 동기에게 받은 자료를 보기 시작한다.
"얘네는 이런 식으로 하는구만.."
어떤 걸 만들고 있냐는 말에 대답하는 한양이다.
"부장이 과잉진압에 대해 주의를 했잖아요. 2학년과 3학년에게는 융통성 있게 하면 되는 문제지만.. 신입생은 아무래도 경험이 없으니 모를 수도 있죠. 그래서 명확한 지침을 위한 교육자료를 만들고 있어요. 과잉진압의 기준이나.. 어느 상황에서 어느 수치 이상의 무력을 행사해도 되는지.. 2인 1조로 순찰하다가 감당이 안 되는 적이면 어떻게 조치하는지.. 등등이요. 다른 학교들의 자료하고 크로스체크를 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이것도 다 관련된 법이나 사고사례 등을 다 찾으면서 만드는 거라 쉽진 않네요."
"거의 다 만들긴 했는데.. 부장에게 검토를 받아야 해요. 꼭 다른 사람의 검토를 받아야 되거든요. 제 시점에서만 만들면 무언가가 꼭 누락되어 있으니깐요."
학교를 끝마친 뒤에는 교복도 갈아 입지 않은 채로 하교해서 평범하기 짝이 없게 도심을 거닐고 있었다. 딱히 뭐, 어떤 용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자면 인첨공 탐방? 탐색? 그런 이유에서다! 인첨공에 온 지는 벌써 몇 주정도 지나있는 시점이었지만, 아직도 인첨공에는 내가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있었다. 바깥에서는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것들... 예를 들면 미화용 로봇을 쓰고 있다든가 풍력 발전을 하고 있다든가 하는게 또 엄청 구경거리다. 하늘에는 이따금씩 드론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뭐에 쓰는 물건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운송용인 것 같았다. 뭐, 일상적으론 이런 느낌으로― 운이 좋으면 전혀 새로운 걸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도시에 적응하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요즘은 이게 완전히 취미 수준이 되어버렸다.
"헤, 역시 엄청난 규모잖아. 이게 첨단 과학 도시라는 건가."
순수한 감탄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아예 다른 나라... 아니, 다른 시대로까지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라서 때로는 현실감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게다가 이 모든게 초능력 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건... 으음~ 역시 현실감이 없네. 나도 아직 촌놈인가! 그런 느낌으로 적당-하게 어슬렁 거리고 있던 와중에, 나의 시선은 어느새 한 곳으로 쏠리게 되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낯익다면 낯익다고 해야할지... 라고 해도 한 번 밖에는 본 적 없지만! 도시 한 켠에 서있는 여자애는, 분명 저지먼트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이런 곳에서 동료를 보다니 생각보다 좁구나 인첨공~ 그나저나 서있는 스쿠터는... 저 애 건가?
"요오!"
멀리서 보기만 하는 것도 부질없다 싶어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불러보기로 한다! 무심코 놀란 얼굴을 보는게 좋겠다 생각했기에. 불쑥, 이라는 느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저쪽에서도 의외이긴 할 터였다. 나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기억에 있는 이름을 말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