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바로 모카고 R2 본스레에요! 아침밥을 먹고 조금 정리하고 이것저것 하고 돌아오니 시트가 여러 개 들어오네요! 시트를 내주신 분들은 다들 정말로 감사드려요!
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앞으로 잘 부탁하고.. 인원이 부족해지거나 도저히 진행이 불가한 상황이 아닌한 최대한 엔딩을 향해서 달려보도록 할게요!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거나 문의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제가 최대한 답해보도록 노력할게요!
덧붙여서 0스레에 쓰려다가 까먹은건데.. 저희 스레는 자신의 캐릭터의 서사를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인 이벤트'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다만 개인 이벤트를 하고 싶은 분은 우선 웹박수로 자신이 계획하는 개인 이벤트의 개요를 들려줘야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저지먼트 멤버들이 그 이야기에 끼일 수 있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한다는 거예요. 임시스레에서도 말하긴 했지만 한정 브로마이드 사러 가는 것 뿐인데 저지먼트 멤버들이 끼일 수는 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반드시 그 개인 이벤트에는 저지먼트 멤버들이 개입하거나 끼일만한 명백한 이유가 필요해요.
기본적으로 일상5번을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될 예정이니까 아직 조금 멀긴 하네요. 이건 다음 스레부터 0레스에 추가하도록 할게요. 참여하는 이도, 개최해서 진행하는 이도 모두 계수 혜택이 있답니다.
그리고 오늘은 휴일. 내일도 휴일. 그런고로 오늘 저녁 7시 30분경에 아주 간단하고 짤막한 프롤로그 스토리를 해볼까 해요! 꼭 참여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요!
세은은 눈을 조용히 감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완벽하게 상대의 DNA를 복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봤지만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단 DNA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착했습니다. DNA 관련 책은 상당히 어렵겠지만 자신의 담당 연구원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은 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그녀에겐 있었습니다.
"...일단은 좀 더 실력을 키우긴 해야 해. 그래야만..."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며 그녀는 도서관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DNA 관련 서적을 모조리 빌렸습니다. 그리고 근처 자리에 앉아 영어로 가득 쓰여있는 책을 펼쳐서 바라봤습니다. 아는 단어도 있지만 모르는 단어도 한가득이었습니다.
"어려워! 뭐야! 이거! 왜 한국어가 아닌건데! 여기 한국이잖아!"
끄응... 표정을 찌푸리면서도 일단 그녀는 최대한 핸드폰을 이용해서 번역해서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아마 오늘 하루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으나, 어차피 장기전을 예상했기에 그녀는 한숨을 내뱉기만 할 뿐, 계속해서 책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뭔가 능력에 대한 훈련을 하거나, 이론 공부를 하거나, 실험과 관련된 뭔가를 하거나..식으로 짤막하게나마 쓰면 되겠습니다! 하루에 한번만 쓸 수 있고, 이렇게 쓴 이후에 뱅크로 들어가서 능력 계수를 깎으면 된답니다! 레벨에 따라 깎이는 수치가 다르며, 얼마나 깎이는지는 뱅크를 들어가면 제가 따로 표를 만들어서 표시를 해뒀어요! 참고해주세요!
우리가 흔히 아는 단어로 설명하자면 초능력의 상징 중 하나인 '염동력'이다. 무거운 짐을 공중으로 띄워서 옮기는 것은 물론이요, 귀찮은 청소도 가만히 앉아서 능력으로 할 수 있다. 한양 본인의 체중 이상을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스스로를 공중에 띄울 수도 있겠지.
전투에서도 유용하다. 대못이나 압정 같은 가벼운 물체들을 총알처럼 날려서 인간총기가 될 수 있다. 현재 한양의 체중보다 더 가벼운 사람을 능력으로 공중에 들어서 땅에 박아서 추락이나 다름 없는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정말 못된 마음을 먹는다면 무기를 상대 몰래 움직여서 뒤를 노리는 기습을 할 수도 있겠지.
여튼 나쁜 능력은 아니다. 지금 그래서 무슨 훈련을 하고 있냐고?
능력으로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훈련을 하고 있어. 커리큘럼실 한 가운데에 쇳덩이 하나 보이지? 이게 한양이 오늘 들어야 될 무게의 쇳덩이지. 그런데.. 최근 들어서 들어올리는 무게가 점점 오르는 것같다?
"좋아~ 잠시 정체기에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시 폼이 오르고 있어."
담당연구원이 한양의 커리큘럼 결과를 노트북으로 기록하면서 웃고 있다.
"으음~ 한양아? 조만간 레벨 4에 진입하겠어. 방금 기록한 무게를 바탕으로..계속해서 꾸준히 커리큘럼에 임한다면.."
연구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두드린다.
"한 달 이내로 레벨 4에 도달할 수 있어. 한양아.. 레벨 2와 3의 차이가 크다는 걸 경험했잖아? 3하고 4 사이의 차이도 엄청 크단다."
매일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뜨고 매일 같은 침대에서 눈을 감는다. 매일 같은 아침을 맞이해 매일 같은 밤을 맞는다.
하루 일과도 그렇다. 오늘도 나는 방과 후 시간을 틈타 능력 향상에 힘쓴다.
오늘 할 훈련은 피부조직의 이해와 봉합의 연습.
실습용 교실에서 실리콘으로 만든 모조 인체와 메스, 봉합용 바늘, 실, 그리고 전공 책을 준비한다. 준비된 책을 펼쳐 북스탠드에 거치하고, 휴대용 단말기로 영상을 틀어 시청하고, 바로 연습에 들어간다. 인체와 매우 흡사하게 만들어졌다는 모조품의 살집을 직접 메스로 가른 뒤 조직의 단면을 관찰, 그 후 영상의 교육을 따라 봉합, 그것의 반복이다.
>>0 바깥에선 평범한 학생이었던 내가 국내 최대 첨단 학원도시에는 사실 레벨5 전지전능 초능력자?! 스테이터스 온! [체력 S, 지력 S, 근력 S, 기술 S]... 능력 계수……'1'?! 뭐야 이거!!
"―같은 형편 좋은 이야기가 일어날 리가 없나~ 아하하."
촌스러- 초라할 정도로 터무니 없는 망상이 아닌가! 스스로도 무안해져서는 괜스레 웃음 흘리며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실제로 능력이라는 건 노력보다는 재능의 유무쪽을 훨씬 많이 탄다고 하던데... (from 담당교사) 그렇다고는 하지만 인첨공에 대한 적응도 아직 부족한 상황에 갑작스럽게 그런 높은 능력계수를 얻게 되어도 곤란할 거다. 그 왜, 흔히 있지 않은가. 갑작스레 많은 부를 얻게 되어 끝에는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들이. 일단 말해두겠지만? 그런 꼴은 절대 사양이니깐. 아무튼간에 돈은 정직하게 벌어라, 성실하게 살아라, 토이스토리 정도는 봐둬라, 라고 하는 조상님들 말씀들이 틀린 적이 없어요! 거기에 이 인첨공에서는 능력이 곧 정의나 법칙으로 통용된다는 이야기도 드물지 않다는 모양이다. 그로 인한 경쟁이나 도태, 갈등같은 문제도 떠오른다. 즉, 이곳에선 계수 = 사회 위치라는 느낌인가... 그것을 위해 학생들은 거의 반강제적으로라도 커리큘럼을 진행하며, 훈련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거라고. 그렇지만... 전해 들었듯이 안타깝게도 그게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다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모양인데. 철저하게 이루어진 약육강식의 사회. 재능 없는 자에겐 그야말로 웰컴 투 헬. 이거 원, 생각보다 만만한 도시가 아니구먼. 인첨공.
"후후후, 그렇다면 좋잖아.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런지 한 번 이몸으로 확인해보실까나."
기껏 멀리 전학까지 와버렸는데 여기서 멈춰 설 수는 없겠지. 우선은 올라가주지! 갈 수 있는 곳까지. 게다가 나는 알고 있는 것이다. 어느 유명한 위인의 유명한 격언을. 다가올 싸움을 준비하며 떠올리는 것은 적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최강의 자신'인 거라고! ...라고 호기롭게 다짐은 했지만서도.
"...에~ 근데 뭐부터 하면 좋은 거람."
레벨 0, 한 세나(은)는 10초도 가지 못해서 금세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 최악의 상황에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해라!! 그런고로 우선 적당히 누구누구씨에게 자문이라도 구하러 가볼까나. (그리고 세나에게 실제로 '훈련'의 효과가 생긴 것은 굉장히 나중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오늘은 굉장히 즐거운 날이다!! 왜냐하면 옆자리의 여로라는 친구와 보드게임을 하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낯선 학교에 낯선 친구들 뿐이라 처음엔 낯을 가려서 머뭇거리느라고 말도 잘 걸지 못했는데 아무리 옆자리라지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같이 보드게임을 하러 가자고 먼저 제안해 버렸다.
"내가 이렇게 보드게임을 좋아했었나아"
고개를 갸웃해보지만 어쨌거나 교과서에 침 자국 내며 잔 뒤로는 자꾸만 보드게임 생각이 나서 (그것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옆자리 친구랑 같이 하고 싶은 거 있지!) 무심코 부탁해버렸고, 흔쾌히 승낙해줬고, 자취방에서 게임을 하기로 했다. 만세!
"같이 게임하고 싶다는 말, 들어줘서 고마워. 오늘 무척 기대된다... "
기대된다는 얼굴로 헤헤 웃는 소년은 그저 무해해보이기만 한다. 갑작스러웠을지도 모르는데 곧바로 들어주다니! 착한 아이야! 라고 생각하며 여로 옆에서 바작바작 열심히 걷는다. 자취방까지의 길을 모르므로 앞서가지는 못하고, 여로가 방향을 꺾을 때면 멈칫 서있기도 한다. 그래도 발걸음은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양이다.
말끝을 늘리며 환히 웃는 소년이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그 모습은 이미 훌륭한 호ㄱ... 어쨌든 열심히 여로를 따라 원룸텔로 들어서는 아지. 말은 없지만 눈이 휘둥그레진다. 작은 건물일 뿐인데도 자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멋있어 보이나보다.
"아! 나느은.... 나는 기숙사인데에... 그런데 밤 늦게까지 나도 하고 싶어어"
검지손가락을 서로 맞추며 톡톡 두드려보는 아지다. 그런다고 딱히 수가 나오지는 않지만... 규칙을 어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어쩐지 오늘은 꼭 밤샘을 하면서 게임하고 싶은 게...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핫"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걸 보고 황급히 뒤로 돈다. 굳이 그럴 것까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게 매너니까...!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뒤를 돌아보고 감탄사를 내면서 여로를 따라 들어간다. 너무 빤히 보면 실례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은 여기저기 돌아가려고 하는 게, 역시 신기한가 보다.
"나 전부 좋아해!! 그럼, 그럼... 카드게임부터 할까?"
그게 간단하니까! 방긋방긋 웃으며 편히 앉으라는 말에 푹신해보이는 곳을 찾아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104 로컬룰이라서 아마 룰이 다를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다면..!!! 일단 내가 아는 원카드 룰.
1. 나와있는 카드의 문양이나 숫자가 동일해야 함. 2. 7번 카드는 원하는 모양으로 다음 카드부터 선언 가능. 3. 2 카드는 같은 2로만 방어 가능하나, 방어 못하면 2장 씩 패에 추가. 4. ♠카드도 중첩 가능하지만, +7. 5. 조커는 일단 무조건 다음 사람에게 +7하고 그 다음부터 원하는 카드로 시작 가능. 6. 기억났는데!! J는 다음 사람 점프. Q는 내는 방향 전환, K는 한 턴 더! 7. 한 턴에 동일한 모양이나 숫자가 있는 만큼 내는 거 가능!
인첨공이 만들어진지 딱 15년이 되는 해는 과연 어떤 해가 될까요? 어쩌면 정말로 평화로울 수도 있고, 그 어떤 때보다 시끌벅적하고 위험천만한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와는 관계없이 또 다시 3월이 찾아왔습니다. 아직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긴 하지만, 그럼에도 꽃이 피어오르고 따스한 봄바람이 솔솔 섞여오는 시기입니다.
목화고등학교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학생회나, 저지먼트의 구성원 역시 바뀌었지요. 작년의 부장과 부부장은 그 자리에서 물러났고, 올해는 새로운 부장과 부부장이 그 자리에 앉았고 새로운 학생들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활동하던 이들도 있었지요.
"오빠. 슬슬 시간이야."
"응? 아. 벌써 그 시간이구나."
부실에 앉아서 서류를 보던 은우는 근처 자리에 있는 세은의 목소리에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그는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비상연락망을 이용해서 저지먼트 멤버 전원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저지먼트 부장 정은우입니다.] [전에도 공지했다시피 오늘은 첫 소집이 있을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모두 참석해서 인사도 나누고 소개도 나누고, 가벼운 질문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럽시다. 시간은 00시까지. 장소는 저지먼트 부실 안]
상당히 정중하고 차분한 어조의 메시지가 이내 모두의 폰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아차. 저지먼트로서 부실에 가는 거니까 모두에게 주어진 코뿔소 문양이 담겨있는 완장은 꼭 차고 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인조 목소리가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자, 귓볼을 꼬옥 누르고 해실해실 웃으며 (아마도) 전해지지 않을 대꾸를 하는 소년이 있었다.
먹으러 오는 자리이니 뭔가 더 필요하다곤 생각지 않지만 그래도 뭔가 나누고 싶은 마음에 미리 사둔 대짜 사이즈의 거대 초코 브라우니와 귀여운 사이즈의 포크들을 가지고(수량이 충분했으면 좋겠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저지먼트 부실로 향했다. 어떤 사람들과 어떤 장소가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된다아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코뿔소 완장을 두고왔다는 걸 기억해서 허겁지겁 돌아갔다는 사실은 아지의 사회적 체면을 위해서 우리만 알고있도록 하자.
서서히 꽃봉오리가 움트며 날이 풀려가는 3월의 봄이라지만, 내겐 아직 겨울의 문턱에서 넘어가지 못 한 계절이었다. 여즉 부는 바람은 차갑고 그만큼 손도 목도 시려워 얇은 장갑과 목도리를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니트로 된 두툼한 가디건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추위는 움직임을 더디게 만들고 그만큼 하루는 느리게 흘러갔다. 손 끝의 한기를 잊으려 연신 책 속 활자에 집중 하다보면 어느 정도 흘러가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가 너무 길다. 긴 하루였다. 여차저차 혹은 어찌저찌 겨우 하루를 보내고 기숙사로 돌아갈 준비를 할 때였다.
우웅
하루 동일 죽은 줄 알았던 폰이 울렸다. 연락 올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학교. 아니면 중학교 동창인 한아지. 새학기 첫 날부터 카페 순회 가자는 연락일까 했다. 그것 말곤 올 연락이 없다. 하지만 아니었다. 처음 보는 연락처였다. 저지먼트의 부장이라는 사람의 소집 문자였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소집 날짜가 오늘이었다는 걸.
시간을 보았다. 아직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도서관에 들러 무슨 책이 있는지 둘러보고 가면 딱 좋을 시간차였다. 시끌한 교실 속에서 조용히 가방을 챙겨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새 교실보다 새 도서관이 마음에 들었음은 말 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이윽고 공지된 시간이 가까워질 쯤. 도서관을 나섰다. 미리 받은 완장은 왼팔에 착용하고 실내 임에도 얇은 목도리 꽁꽁 둘러멨다. 아직 한겨울에 남겨진 양 그런 모습으로 저지먼트 부실에 들어갔다.
목화고에 새로운 봄이 왔다. 한양은 목화고에 입학하고나서 세 번째 봄바람을 맞았다. 신입생들의 입학식,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들.. 단 한 해 사이에 바뀌누 것들이 많았고, 저지먼트 역시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저지먼트에도 졸업하는 선배들이 있으며, 부장과 부부장도 바뀐다. 선배들이 졸업함과 동시에 그 빈자리는 신입생들이 입학하면서 채우겠지. 올해에는 어떤 친구들이 들어올까..궁금하네.
"은우, 준비 다 됐어. 이제 연락 돌릴까?"
한양은 부부장이기에 사전에 미리 부실에 와서 첫 소집을 준비했다. 준비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인원수에 맞는 자리배치라던가.. 테이블마다 개인이 마실 수 있는 음료와 과자(쿠크다스,빈츠,칙촉 같은 종류)들을 구비해두는 것이었다. 혼자서 해도 상관은 없다. 능력으로 움직여서 순식간에 했으니깐..
한양은 은우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 갑자기 흠칫한다.
"아, 맞다."
"완장완장"
아이들이 오기 전에 급하게 한양의 책상에 가서 완장을 꺼내서 차고, 다시 기다리는 한양이었다.
돌연 도착한 메세지. 상당히 정적인 말투로 작성되어있는 그것은 저지먼트로부터... 정확히는 그 부장으로부터 수신된 것이었다. 저번에 잠깐 봤을때부터 비교적 차분한 선배같다고는 생각했는데, 이거 메세지까지 이래서야 완전 이미지가 판박이구만 판박이.
"그나저나. 첫 소집이라... 후후, 환영회 뭐 그런 건가?"
그러고보면 아직 다른 멤버들의 얼굴을 익히지 못한 채다. 이번 기회에 조금 친해질 수 있으려나. ...아니면 의외로 신입생 기강다지는 자리라거나... 분명 들었다! 뭔가 제대로 대회 입상을 노리는 체육부 같은 곳에서는 흔히 있는 자리라고 들었으니까? 문 열고 자리에 앉자마자 분위기가 싸해지더니 이윽고 무섭게 생긴 선배들의 불호령이... 우와- 상상하니 조금 껄끄러워졌다. 아무리 나라도 그런 곳은 조금 싫은데. 하지만 뭐, 부장은 그런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저지먼트정도 되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상식적으로. 이런저런 생각 끝에 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미 10분 전이었다.
"으에, 벌써 시간이... 안 좋은데, 더 늦기 전에 가는게 좋겠어!"
한 켠에 기대어두었던 우산을 손에 쥐고 부실로 향한다. 코뿔소 완장은 가면서 주섬주섬 꺼내어 차고.
모두가 각각 부실 안에 들어왔을땐 이미 부부장인 한양이 준비한 자리와 음료, 과자들이 놓여있었을 겁니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서려는 이에게는 거기에 있지 말고 정면에 똑바로 서라고 이야기하고, 자리에 서 있는 이들에겐 서 있지 말고 은우는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반가워. 아는 사람은 알겠고 모르는 사람은 특히나 더 반가워. 내가 올해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부장을 맡고 있는 최은우야. 능력은 컴프레스 볼. 간단하게 말하자면, 공기를 압축해서 공처럼 던질 수 있는 그런 능력이야. 그리고 능력계수 7. 일단은 퍼스트클래스. 그리고 통칭 에어버스터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으니까 가급적 그렇게는 안 불러주면 좋겠어. 에어버스터가 뭐야. 에어버스터가. 무슨 판타지 소설에 나올법한 필살기 이름도 아니고 말이야. 정말 높은 분들의 센스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작게 혼잣말을 투덜거리면서 은우는 자신의 자리에 놓여있는 음료수를 편하게 들어서 마시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편하게 먹으면서 들으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살짝 시선을 돌리자 근처 자리에 앉아있던 세은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신의 자리에 놓여있던 프린트물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프린트물을 모두가 앉아있는 자리에 하나씩 내려놓았습니다.
"그 프린트물은 비상연락망과 너희들의 레벨, 그리고 능력에 대한 것들을 적어뒀어. 이름과 연락망, 그리고 레벨과 능력. 표로 정리해둔 거 보이지? 참고해둬. 앞으로 한 팀으로 움직이게 되는만큼, 서로 협력해야 할 일이 많을테니까. 저지먼트는 좋건 싫건, 한 팀으로 움직여야하고 세상에는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은 적거든. 아. 참고로 방금 프린트물을 나눠준 애는..."
"하지 마. 자기 소개는 스스로 할 수 있어. 아무튼, 안녕하세요. 최세은이라고 해요. 17살이고... 본의 아니게 에어버스터의 동생으로 태어났어요. 능력은 헤모포텐트 모르포시스. 피를 먹어서 DNA를 복사할 수 있어요. 물론 딱히 피를 마시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흡혈귀도 아니고. 어쨌든 레벨은 4. 행정 일을 주로 맡겠지만 가끔은 같이 활동하게 될테니까 적당히 잘 부탁드릴게요."
"정말 붙임성도 없는 동생이라니까. 자. 그럼... 각자 자기 소개라도 해볼까? 어떻게 할지는 자유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함께 할 사이니까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자. 지금부터 자기 소개 시작."
적어도 무거운 분위기는 그에게선 풍기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그의 목소리에서도요. 어쨌든 자기 소개를 하면 되는 타이밍인 모양입니다.
한양은 들어오는 학생들을 맞이하며 자리로 안내를 해줬다. 처음 온 저지먼트가 어색하거나 긴장한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배려차원에서 친절한 어투로 그들을 안내하였다. 학생들이 자리에 전부 앉았을 때, 부장은 본인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이름과 학년, 직책, 능력, 에어버스터 그리고 에어버스터와 에어버스터..또 에어버스터...이상이었다. 능력계수 7이라.. 이건 항상 들어도 놀랍단 말이지. 부장의 소개가 끝나고, 세은은 부원들에게 프린트물을 돌리기 시작했다. 개인의 레벨,연락처 등의 정보를 표로 정리한 것이었다.
'은우네 동생이 엑셀 좀 치네..'
라고 생각하던 한양이었다. 다음으로 은우의 동생이 본인의 소개를 끝내고, 은우가 자기소개를 시작한다고 할 때 한양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목화고등학교 3학년 서한양이라고 해요. 부장과 저지먼트 동기이고, 현재 저지먼트의 부부장을 맡고 있어요. 능력은 텔레키네시스이고 레벨 3, 계수는 9670 입니다. 간단하게 그냥 염동력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혹여나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이 생기면은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도움을 청해주세요. 앞으로 많이 고생하고 머리 아픈 일들도 많지만 , 그 만큼 즐겁고 보람찬 추억과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에어버스터라는 이명 멋있지 않아? 왜 불리길 꺼려하는 걸까. 한 번 불러보고 싶은데, 에어버스터... 아무래도 혼나려나. 헤, 부장 동생도 있었구나아. 그보다 동생도 저지먼트구나아... 심지어 레벨은... 4! 우왓. 엄청나네... 사실 저쪽 가문은 엄청난 혈통이라든가? 흐음. 동생인 최세은은 확실히 부장 말대로 조금 까칠해보였지만, 그건 그것대로 귀여운 아이였다. 음, 귀엽다 귀여워. 어쨌든 돌고 돌아 어느새 이쪽 차례. 자리에서 일어나 시선을 한명 한명에게 돌리며 자기 PR한다. 계속 같이 지낼 동료들이니까 눈에 익혀두는게 좋을 것이다.
"2학년 한세나야! 이번에 전학해서 목화고로 왔구, 그래서 이 도시는 현재 열심히 적응 중이랄까~ 아, 그리고 능력은 우리 부장이랑 같은 계열인 에어로 슈터! 뭐~ 레벨은 0으로 무능력자라서 지금은 입으로 부는거 말고 낼 수 있는 바람은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정진해보는게 목표야. 아하하~ 하지만 이래 봬도 체력은 자신있으니까 필요하면 마구 불러주라! 그럼 다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지각이다. 방과후에 당구치다 지각한 학생은 아마 자신이 처음이겠지. 다급한 사안이지만 걸음은 느긋하고, 그만큼 조용했다. 그야 뛰기엔 체력이 부족했고, 지금 후다닥 뛰는 소리를 들으면 눈치챌 테니까. 희야는 부실 문을 최대한 조용히 열었다. 다행스럽게 생각보다 그렇게 늦지는 않았는지 사람들이 속속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인파 사이에 슥 끼어들었다.
자리에 앉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희야는 긴 소매에 달린 지퍼를 쓱 내리더니 그 사이에서 손을 꺼내 과자를 집어 들었다. 다른 과자는 모두 참을 수 있지만 도저히 구운 감자 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바스락거리며 열심히 과자를 뜯던 희야가 고개를 들었다. 레벨 5, 에어버스터, 부장…. 애초에 같은 3학년이니까, 1학년 때 입학한 이후라든지 병원에서 생활할 때도 저 이름은 잘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쌍둥이 동생 얘기도 연구원을 통해 여러 번 들어본 적 있다. 동생이 있다지? 같은 소문거리지만.
그래도 좋아. 사람이잖아. 아작아작 작은 소리를 내며 과자에 열중하던 희야는 주변의 소개가 끝났음을 깨달았다.
"아."
맞다, 나 소개 안 했지.
"그러니까, 희야는 희야라고 해요, 안희야. 아니야라고 하면 혼나요, 그리고- 3학년이고, 2학년 애들은 잘 모르겠구나. 1년 동안 학교를 못 갔거든. 그래도 응, 잘 부탁해."
// 그렇다구 2턴 넘게 암것도 안 올리긴 조금 그래서...🥲 늦게나마 올린닷... 판정 아니라도 올리는게 예의인 것 같아잉...
모두의 소개를 은우와 세은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이면서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각자의 소개를 조용히 들은 이들도 분명히 있었겠지요. 어쩌면 관심이 없어서 그다지 듣지 않은 이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어쨌든 대체적으로 소개가 끝나자 은우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멋진 이명 같을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불리다보면 은근히 부끄럽단 말이야. 이게. 사실 그걸 떠나서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지만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패스."
굳이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는 듯, 그렇게 말을 마무리짓는 은우의 눈동자는 살며시 세은에게 향했습니다. 세은은 눈을 감고 숨을 약하게 내뱉을 뿐,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자. 그러면 일단 대략적인 설명을 할게. 우리 저지먼트는 사실상 다른 학교로 치면 선도부인거 알지? 그러니까 학생들이 규칙 위반하지 않는지 잘 체크하면 되고, 한번씩 봉사활동을 나가기도 할거야. 그리고 방과 후에 순찰을 도는 업무도 있어. 학교 안과 학교 밖. 각각 2인 1조로 움직이는 것이 원칙이야. 학교 밖의 경우에는 보통 학폭이나 우리 목화고등학교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불량배 집단이 대부분인 스킬아웃이라는 녀석들이 설칠 때가 있는데 그런 이들을 단속하는 업무가 대부분이고, 학교 안은 우리 학생들이 풍기를 어지럽히지 않는지, 혹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그리고 교복은 제대로 잘 입고 있는지, 동아리 활동 중에 문제가 될법한 행동을 하진 않는지, 싸우진 않는지 그런 것들을 체크하고, 단속 후에는 학년, 반, 이름을 기록해서 보고하면 돼. 아. 그리고 순찰 후에는 특이사항이 없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면 되고.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하다보면 괜찮아져."
"참고로 근무표는 저기에 보이는 저 게시판을 참고해주세요."
은우의 말이 끝나자 세은은 오른쪽 벽에 붙어있는 녹색 게시판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아무래도 그 아래에 조만간에 근무표가 붙을 예정인 모양입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질문을 받아볼까? 혹시 저지먼트 활동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나 그 외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한양이도 혹시나 방침에 있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물어보고. 아. 맞아. 맞아."
그리고 뭔가를 떠올렸는지 은우는 이내 두 손으로 손뼉을 치더니 이어 이야기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활동 경비는 내가 대줄테니까, 돈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영수증 잘 뽑아와. 그리고... 이건 우리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특성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간혹 좀 과도하게 단속하거나 제압하는 경우도 있거든? 내가 어지간하면 커버는 쳐줄 수 있는데 전치 2주 넘기게 하진 마. 그 이상은 나도 커버 안 쳐줄거야. 전치 1주는 뭐, 조금만 다쳐도 나올 수치지만 2주부터는 아닌 거 알지? 그리고 1년 학교 못 나왔다고 차별하지 말고."
문양이 코뿔소라고 진짜 전부 코뿔소처럼 다 때려눕히고 박살내고 그러면 안돼. 땍.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가볍게 키득거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용했어요! 9시 30분까지! 그러니까 질문 타임! 궁금한 것이나 그런 것이 있으면 바로 여기서!
에어버스터란 호칭.. 그저 별명 정도의 수준이면 모를까, 이름 대신 불리면 한양이 본인도 오글거릴 거라고 생각을 했다. 각자 소개를 마치고나서 한양은 세은이 돌린 인쇄물을 유심히 본다. 대부분 레벨 0으로 구성된 학생들.. 꾸준하게 단련하면 금방 성장하겠거니..생각했다. 본인도 레벨 0인 시절이 있었으니깐.
은우가 저지먼트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집단인지 신입생들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선도부이지. 그런데 거기에 경우에 따라 약간의 능력과 무력을 곁들인.
그리고 근무표.. 생각해보니깐 저기에 근무표를 만들어서 게시해야 되는데..
'세은이하고 나.. 둘 중에 누가 하지?'
잠시 고민하는 한양이었지만.. 알잘딱깔센이라고 있지 않나?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소집이 끝나면 잠시 시간을 써서 본인이 작성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한양이었다.
"어? 어어."
질문을 받는다고 하고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무슨 얘기를 하는가 싶더니 방침에 대해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얘기였다. 그 다음에 부장이 전치에 관한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이거 많이 중요하지. 한양은 은우의 말에 덧붙여 말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실수하면 진압하다가 좀 많이 다치게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건 실수니깐 뭐.. 강조하고 싶은 건 무작정 과격하게 때려잡으려고 하지 말라는 거죠. 사실 사람을 아예 죽이는 것보다 부상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제압하는게 훨씬 어렵긴 한데.. 방침이 방침이다 보니깐 어쩔 수 없어요. 우리들이 스킬을 익혀야죠."
저지먼트가 선도부라는 사실에,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두근거렸다. 그야 만화같잖아! 이능력이 도사리는 도시에서, 선도부가 되어 정의를 수호한다!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할 수 있을까싶다. 뭐, 이능 선도부라고 해도 내쪽은 지금 능력이라곤 주먹 내지르기 정도밖에는 없는 상태이지만. 핫하. 슉슉.
"호오. 근무표도 나온거야? 뭔가 이제 제대로 입부했다는 느낌이네..."
나중에 나갈때 한 번 살펴 봐야겠다. 오자마자 조금 바빠지겠는데. 그나저나 뭘 어떻게 하면 양아치 상대로 전치 2주가 나오는 거지...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알고 싶다...! 그런 모순된 생각이 들고 있었다. 결국엔 다치지 않는게 최고이니까, 그런 일은 가급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서도. 이런 건 너무 평화주의적인 생각인가? 그건 그렇다 치고... 방금 놀라운 말을 들은 것 같다. '활동 경비'...라고! 그냥 넘어 갈 수 없다! 마침 질문도 받겠다, 나는 냅다 손을 들어서 물었다.
"부장...! 혹시 돈 많은 거야?!"
척봐도 적은 수는 아닌 멤버들이다. '내가 대준다'라는 말은 학생의 입에서 쉬이 나오기 어려운 말일터! 이 모두를 책임 질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부장은!!
그러고 보니까, 이제 보니 제 또래는 적고 새로 들어온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하나하나 얼굴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싶지만 그리 머리가 좋지 못하니 서서히 기억하는 수밖에. 희야는 바스락거리며 뜯은 봉지 속 구운 감자를 하나 더 집어 들었다. 똑,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다. 응, 치안 유지구나. 할 수 있어.
"전치 2주……."
그러면, 전치조차 없으면……? 전치를 진단 받을 상대가…… 없다면? 커버치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만약 그 방법을 알고 있는 거라서 이렇게 경고하는 거라면...? 희야의 기이한 눈동자가 은우를 향했다. 감자 과자를 앞니로 똑똑 부러뜨리는 소리가 울리다, 바삭바삭 소리를 뒤로 질문이 조심스럽게 입밖으로 나온다.
>>246 (여로) "대체 그 쪽 후배는 얼마나 쓸 생각이야? 하지만 너희가 많이 쓴다고 해도 한 달 300만원도 안 나올 것 같은데?"
물론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은우는 양심적으로 해달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활동 경비가 아닌 사적 경비는 대주지 않겠다는 말도 분명히 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247 (아지) "다들 말로 해서 잘 들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오히려 주먹을 휘두르는 일도 있거든. 제압은... 삼단봉을 주긴 할 건데 위험하지 않고, 살상 무기가 아니라는 한도 내에서 너희들이 직접 셀프로 만들어도 상관없어."
중요한 것은 살상 무기는 안된다는 점이야. 그 점을 분명하게 하면서 은우는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252 (세나) "한달에 2000만원 정도는 받고 있는데." "퍼스트클래스라서 돈은 많이 받아요. 여러분들도 레벨3가 되면 지원금이 나올 거예요. 어디까지나 커리큘럼에 협조적이라는 가정 하에. 아. 물론 2000만원은 퍼스트클래스 정도는 되어야 나온다는 거니까 그보다는 아래로요."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연구에 협조적이고 지시에 잘 따라야 나온다고 세은이 추가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아무래도 레벨3때는 그래봐야 십만원 단위인 모양입니다.
>>253 (희야) "있는데? 항구 쪽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무장집단이 있어서 투입되었고, 전부 바다로 날려버렸지."
땅에 박아버리는 것보다는 낫잖아? 깔끔하게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비스킷을 입에 담았습니다.
"말해두지만 제압하기 위해서였어. 총을 들고 있는 이에게 우리 총을 내려놓고 사이좋게 이야기로 해결해요. 라고 할 순 없잖아? 응. 그런 것은 절대 불가능해. 흉기를 손에 잡은 시점에서."
그 부분만큼은 타협할 수 없다는 듯이, 은우의 눈빛이 묘하게 날카롭게 빛났습니다.
(공통)
"말해두지만 나는 평화롭게만 해결하라는 말은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저지먼트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평화롭게 해결 할 수 없는 과격한 이들도 상당히 많아. 굳이 먼저 과격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가 위험하게 나온다면, 특히 흉기를 휘두르는 수준까지 왔는데도 굳이 얌전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결국 다치거나 죽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 그렇다고 막 평소에 위험할 수도 있으니 두들기자. 이러는 것은 안되는 거 알지? 어디까지나 유도리 있게야. 유도리 있게."
가볍게 이야기를 하던 은우였으나 그 순간만큼은 꽤나 진지한 목소리 톤을 냈습니다. 그리고 그 옆의 세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하. 아무튼, 위험한 일이 없도록 2인 1조로 짜는거거든. 그러면... 너무 길게 끌면 뭐하니까... 그래. 마지막이야. 건의사항이나 들어볼까? 없으면 없다고 패스해도 돼. 혹시 아니? 정말로 너희가 원하는 복지가 이뤄질지?"
물론 도를 넘어선, 말도 안되는 요구는 안되는 거 알죠? 옆에서 바로 이야기하는 세은의 목소리가 묘하게 날카로웠습니다.
머엉. 가만히 듣고만 있으니 멍해졌다. 실내에 다수가 모여있는 상황에 목도리도 그대로 두르고 있으니 체온이 정상으로 올라가서 그렇다. 가방 위에 올려놓은 손을 보니 푸르딩딩하게 창백한 손이 아닌 엷은 복숭아색 생기가 돌고 있었다. 따뜻한 건 좋다. 하지만 그만큼 나를 숨기고 싶어진다.
주변에서는 질문이 오가거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나는 그저 듣기만 하며 귀담아야 할 정보만 골라 기억했다.근무표. 순찰. 2인 1조. 기타 등등. 그러다 문득 속이 헛헛해졌다. 방과 후부터 지금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았었다.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그 때서야 차려진 과자에, 정확히는 아지가 가져온 티라미수에 손을 댔다.
달콤쌉쌀, 촉촉한 티라미수. 접시에 조금 덜어와 잘려진 귀퉁이부터 조금씩 떠먹었다. 아까 맛있다느니 하더니 정말 맛있었다. 나중에 어디서 산 건지 물어볼까.
잘 먹다가 움찔했다. 누가 바다에 사람을 담그니 어쩌니 하는 말을 들었다. 손이 파르르 떨렸지만 포크를 놓치진 않았다. 잠시 가만히 있다가 조용히 먹는 것만 이어갔다.
시끄러운 질의응답 끝에 마지막이라며 건의사항을 묻길래 뭔가 말할게 있나 생각했다. 아직 활동 시작도 못 했는데 생각나는게 있을까. 없었지만 굳이 말로 하진 않았다. 티라미수만 조금 더 떠서 먹었다. 이따 커피 한 잔 마시면 오늘 저녁은 이걸로 충분하겠다.
다른 친구들은 부장의 재력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그 중에서 은우가 달에 2천만원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한 2억은 받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게 받는구만.
'쟤 진짜로 바다에다가 담근 적 있는데.'
한양은 은우의 동기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알고 있었다. 응응..총기까지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었지..
"푸흡!! 케헥..케헥..후우.."
음료수를 마시다가 '땅에 박아버리는 것보다는 낫잖아?'라는 얘기를 듣고 기침을 하고 사레가 걸렸다. 사실 그 현장에서 녀석들의 총을 전부 공중으로 띄우고, 땅에 박아서 못 쓰게 망가트리려고 능력을 쓰다가... 실수로 한양 본인보다 가벼운 녀석을 공중에 띄워서 땅에 박은 적이 있다.
투명공룡이라도 된 듯이 크아아악하고 비통한 듯이 울부짖었다... 라는 건 전부 농담이지만. ...어쨌든 상식을 초월하는 인첨공의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학생이 달에 2000이라니! 그러다간 큰일난다고? 금전감각이 무뎌질지도 모른다고?
"우으으...! 부장! 경비는 감사히 받겠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돈 함부로 막 쓰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고능력자에게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만, 부장의 입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액수에 어째 자동으로 어머니같은 말을 하게 된 나였다... ...뭐어어, 부장은 영리해보이고 야무진 동생도 있으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서도. 어련히 하겠지 싶다. 그러니 이런 부질없는 걱정은 접자. 응. 다행인지 나는 기분이 수시로 휙휙 바뀌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어진 얼굴로 이를 보이고 웃는다.
"헤, 생각보다 말이 통하는 부장님이잖아☆ 잘 알았다고! 도를 넘은 상대에게는 봐주는 거 없이. 맞지? 뭐, 그런 일은 가급적 없는게 서로 좋겠지만."
과잉진압인가~ 그런 일이 일어날 정도의 사건이 있으려나. 하지만 부장 말하는 눈치를 보니 농담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여기는 인첨공이니까 마음을 달리 먹는 것도 좋을테다. 나도 이제 저지먼트니까 여차하면 혼쭐내줘야지.
"복지~ 복지라... 마음은 고맙지만 솔직히 활동 경비 대주는 정도만으로도 고마운데. 지금은 됐고, 나중에 생각나면 건의해볼게! 응!"
설마 했던 질문이 사실로 다가왔지만 감자 과자를 든 손이 멈추지 않는다. 충격을 받기엔 인첨공이 생길 때부터 함께 했다 보니, 이 세상에 대해 너무 잘 알게 된 탓이다. 이곳은 무장한 존재가 있다. 과격하게 몸을 날리는 존재가 있고, 그런 존재가 한 번 사라진다 쳐도 다시금 나타나는 것이 이치다. 그렇게 끝없는 굴레 속에서 나는 여전히 그대로겠지. 희야는 인첨공의 규칙을 지나치게 잘 알았다.
"응, 정말 위험할 때. 잘 알았어요."
슬슬 자기가 가져온 과자도 다 비워간다. 정신없이 잇새로 똑똑 깨물다 보면 어느덧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그것보다 건의사항? 희야의 머리에 많은 생각이 스친다. 그러니까….
"자동문. 시대가 언젠데 손으로 열겠어요? 응, 손에 유인물도 한아름 들고 다니면 문 여는 거 힘드니까."
이런저런 질답으로 소란스러운 와중에 뒤늦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커다란 핑크당고를 머리에 단 애가 느적거리며 들어와 문을 닫는다. 두 손에 든 제법 커다란 비닐봉투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당고였다. 노렸나?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뒤늦게 테이블에 놓인 티라미수를 발견하곤 소리를 낸다. 아아~.
“머꼬, 이미 맛있는 거 묵고 있네~. 배 곯을까 봐 사 왔는디.”
아나, 이것도 무라. 테이블에 봉투를 올려 놓고선 느릿한 몸짓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통에 담긴 당고들을 척척 꺼내 놓았다.
“........아, 근데, 느그들 당고 묵나?”
.....앗차차. 당고는 보통 (할매의 어휘를 빌리자면,)요즘 젊은 아아들은 별로 안 좋아하던가. 티라미수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아이구, 우짠댜. 딴 걸 사올 걸 그랬나벼.
일단 생각은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특별히 건의사항이 없는 와중에 그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자동문을 만드는거야 쉽지만, 보안 문제 등이 있으니 조금 여러모로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다 연홍이 들어오자 은우는 고개를 살며시 올려 연홍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내려놓으라는 듯이 이야기했습니다.
"먹을 것은 많아서 나쁠 거 없어. 오늘은 특별히 하는 거 없으니까 이대로 먹게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게 할 거니까. 당고도 사왔다면 같이 먹으면 되지. 일단 나 하나."
"아. 저도요."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 마디를 하며 세은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어 피식 웃던 은우는 손뼉을 짝짝 친 후에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아무튼 올 한해 동안은 내가 부장이고 저기 한양이가 부부장이니까 힘든 것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대부분 올해가 첫 활동인 것 같은데 도움이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얼마든지 말해줘. 도와줄테니까. ...물론 나보다는 한양이가 조금 더 한가할 것 같지만, 나도 순찰 돌 때는 도니까 그때는 이것저것 가르쳐줄게. 훈련은... 에어로기네시스 쪽이라면 어느 정도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줄 수는 있지만, 그 이외에는... 나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 점은 양해바랄게."
그래도 요령은 알려줄 수 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말을 마쳤습니다. 이어 마음껏 먹고 쉬다가 갈 사람은 가고, 이야기 나눌 이는 나누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정말 오늘 소집은 이 정도로 끝인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평화롭게 첫 소집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림자가 이미 꿈틀거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프롤로그 스토리는 여기까지! 그리고 시트 스레에 통지표를 써준 후에 다시 돌아와서.. 챕터1과 관련이 있는 떡밥 같은 무언가를 작성해볼게요! 다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이 상황 직후로 일상을 돌리는 것이 가능해요! 기간은 10월 7일 0시까지! 이번주 토일은 따로 스토리는 없으니 참고해주세요!
"없어없어. 근래 자주 일어났다고 해도 파악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잖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첫 소집이 끝나고 3일 정도 지난 저녁. 은우는 어느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눈앞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남학생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3학구에 있는 학교 중 하나인 '태문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숨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죽진 않고 그냥 기절만 시킨 모양입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하지만 확실히 미스테리한 일이긴 해."
"그러게 말이야. 분명히 이전까지만 해도 레벨1이었던 이가 갑자기 레벨4. 그것도 최상위급의 능력을 선보인다고? 이게 어떻게 말이 돼? 대체 무슨 커리큘럼을 받았길래 그게 가능한거야? 와. 조만간에 다들 레벨5 되겠네. 아주."
여성은 이게 말이나 되냐는 듯이 한탄을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피식 웃으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레벨5라. 레벨5까지라면 괜찮겠지. 더 나아가서 우리들의 자리. 퍼스트클래스급의 자리에 들어오게 된다면... 좋을 것도 없을텐데."
"아. 그 이야기 하지 마. 진짜 짜증나니까."
"알겠어. 아무튼... 일단 서로 조사를 해보고 정보 교환할 것은 교환하자."
"오케이. 오케이. 그럼 일단 나는 나대로 가볼게. 기습받았던 우리 아이들 걱정도 되고 말이야. 너무 무리하진 말기. 에어버스터."
"안 해. 웨이버."
두 사람은 각각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은우가 쓰러진 남학생을 들쳐매고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이내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과자와 당고와 티라미수를 번갈아 먹다가 질린다 싶으면 음료수로 한번씩 입가심을 해준다. 부원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들다가 웃으며 끼어들기도 하고 맞장구도 치고 있었다. 그러다 알로에 맛 음료수를 마시며 보게 된 것은 부장이 나눠준 저지먼트의 명단이다.
"그런데 몇 명 자리에 없네요..."
느긋느긋한 말투를 여전히 고수하며 아지는 저지먼트 부실에 모인 사람들의 수를 세 본다. 하나 둘 세엣... 아니 이렇게 많이 안 왔단 말이야?? 눈이 휘둥그레져서 명단을 다시 훑어보던 아지는 자기 자신을 세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부끄러워져서 명단으로 턱부터 코까지를 가린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아무도 모르겠지만... 창피한 건 창피한 걸
"흐음~ 레벨이 높은 사람도 있네요오 부럽다아"
개중에서도 나이는 같은데 레벨이 높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름은... 진정하.
연락처는 모두 저장해놓는 편이 좋겠지? 머리에 심어놓은 칩을 이용해 전화번호부에 접속해 눈을 통해 스캔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약간 부실 밖에서부터 느껴지는 시끌벅적함. 잠시 뒤에 와볼까 싶어 등을 돌릴까 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사람들을 피할 순 없겠지. 눈 딱 감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다들 대화에 열중하는 모습. 가볍게 인사를 한 뒤, 구석에 앉아 한숨 돌리자. 옆에서 멍하니 있는 한 남자애가 눈에띈다.
귀걸이 걸고 엄청 펑키해서 무서워보이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다.
아니야, 저지먼트니까 나쁜사람은 아니겠지. 용기내서 말을 걸....긴 역시 좀 부담스럽다. 먼저 이 익숙함의 정체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찾아야지.
으으음...아! 같은 1학년 복도에서 오다가다 마주친적이 있는것같아. 먼저 이걸로 말을 걸어볼까?
"어...음... 안녕하세요?"
...뭐지 뭔가 반응이 약한느낌이야.
"...저기요?"
손을 휘적휘적대자, 한박자 늦게 자각이 밀려온다....아, 이거 혹시 실례되는 행동이였나?
첫 소집이 끝난 후에 한양은 바로 본인의 PC가 있는 자리에 앉아서 PC를 켰다. 왜냐하면 바로 내일부터 투입되어야 할 근무표를 짜야 된다. 한양은 엑셀 프로그램을 열어서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기기 시작했다.
2인 1조니깐.. 경험이 없는 신입생은 부사수로.. 경험이 가장 많이 쌓인 3학년을 사수로 구성해서 조를 짠다.
신입생들끼리 조를 짜면 서로 같은 학년이라서 부담은 없겠지만 경험이 서로 없기에 성장할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가장 지식이 많고 배울 점이 많은 3학년을 사수로 지정하는 것이다. 레벨 차이도 고려해서 구성한다.
고능력자는 능력이 강하지만 능력에 익숙해진 나머지 능력 외의 해법을 까먹거나 모를 가능성이 있어서, 변수에 당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저능력자는 능력이 약한 대신에 그것을 커버해줄 많은 해법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서로 커버가 되게끔 조를 구성하는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지만.."
부실에 사람들이 좀 있지만 집중을 잘하는 한양. 금방 근무표를 만들어서 프린트로 뽑아낸 뒤에 종이를 들고 게시판으로 다가간다.
'이걸 부장한테 검토를 받아..말아..'
잠시 고민하다가 땅바닥에 무언가가 굴러옴을 느낀 한양이었다. 이 반짝거리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서 굴러온 것일까 생각한 한양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어느 키가 큰 신입생과 눈이 마주쳤다. 대충 주인이 저 여학생이라는 걸 눈치 챈 한양. 능력으로 파츠를 공중으로 띄우고, 여학생 앞으로 가져다준다.
희야는 큐대의 끝부분에 초크를 문질렀다. 푸르스름한 손톱이 다시금 소매 속으로 사라지고, 테이블을 물끄러미 보던 눈과 함께 희야는 몸을 움직였다. 큐대를 수직에 가깝게 세우고 내리찍을 적, 공은 자리에서 회전해 곡선을 긋지 않고 딱! 소리와 함께 저 멀리 튕겨 날아가고 말았다.
"으잉?" "거 300도 아니고 맛세이를 실패하네.*" "으음- 꽁꽁 언 빙판을 상상하라고 하니까 더 어려운 걸요. 빙판이랑 친해지기는 어렵구나." "그렇게 말로 넘기기엔 당구 귀신이면서."
희야는 공을 줍던 모습 그대로 시선을 위로 던졌다. 희끗한 검은 머리와 밤색 눈동자를 가진 중년의 연구원이 마찬가지로 큐대에 초크를 바르고 있었다. 희야는 픽 웃었다.
"삼촌, 혹시나 싶은 건데 또 미신 같은 거 믿는 건 아니죠? 잘 하던 애가 못하니까 다음날 재수가 없으려니- 그런 거." "에잉." "맞구나아."
남성은 자세를 낮추더니 공을 툭, 튕겼다. 한 번 정도는 실수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실수 없이 차례를 이어가는 모습에 희야는 자리에 털썩 앉아 공이 굴러가는 방향대로 눈을 같이 굴렸다.
"미신은 아니고, 내가 저지먼트 한다는 건 말리지 않는다." "응, 알아." "하지만 아직 몸도 다 안 나았는데 무리하다 마음에 상처라도 입을까 걱정이지." "으응?" "크게 다칠 수도 있고." "삼촌은 겁이 너무 많아. 그것보다 이거 진짜 커리큘럼 맞아요? 시간 보내는 건 아니고?" "삼촌 겁 없다. 그리고 이거 커리큘럼 맞아." "희야가 아는 거랑 다른데." "……."
남성의 차례는 그제야 끝이 났다. 자세가 흐트러져 공이 빗겨나가고, 허리를 세운 남성은 희야를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다 한숨을 깊게 쉬었다.
"이건 익숙한 놀이로 이미지 트레이닝의 접근성을 줄임과 동시에 친화성을 개발하고 능력의 개화를 유도하는……. 에휴,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요, 응. 걱정 말아요."
희야는 다시금 당구대에 걸터 앉았다. 수직으로 큐대를 세우며 두어 번 각을 재더니, 툭 큐대를 내리 찍는다.
"희야는 이 커리큘럼 마음에 들어. 몸도 안 아프고."
탁. 공이 완벽하게 회전하더니 다른 공을 쉽게 쳐내 홀에 들여보냈다.
"아- 짜장면 먹고 싶다." "내기라도 할래?" "진짜요? 후회할 텐데."
사람 잘 만나 하는 커리큘럼이 극락이라. * 대다수의 당구장은 힘조절에 실패해 공이 튀는 등의 안전과 천이 찢어지는 등 각종 시설 고장의 이유로 초보에게 마세(공을 큐대로 찍어쳐 회전을 주는 기술)를 허락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레는 이름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제 능력이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그 원리를 잘 모르겠다고나 할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언가를 다룬다는 건 생각보다 더 이상한 감각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냅다 기본적인 이론부터 머릿속에 때려넣기로 했다만...
"으으... 모르겠어요. 읽어도 모르겠어요."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글자를 저멀리 치워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꾸역꾸역 읽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3시간. 그제야 겨우 오늘의 목표치에 도달했다. 한글을 깨우친 이래로 독서가 이렇게 곤욕스러웠던 적은 처음이다. 이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련없이 두꺼운 책을 덮었다.
>>378 저는 읽으면서 물 분자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공기에 있는 물 분자를 굳혀서 의자를 고정시켰다..로 읽었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레벨4라면 거의 최상위급 중 하나이고.. 그 범위에 대해서는 정하주가 편하게 자율적으로 정해도 될 것 같아요. 양심적으로 말이에요.
다만 물 분자를 굳혀서 얼음을 만들었다라던가 그런 것은 지양해주세요. 빙결 능력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웃으며 빙글빙글 도는 아지를 바라본다... 안어지러우려나? 여러모로 독특한 사람이야...에초에 여기 와서 멀쩡한 사람이 있던가...? 아 물론 멀쩡하지않다라는 말은 좀 그러려나? 그냥 개성이 강하...으음... 이런저런 잡 생각을 하다가, 옆 의자에 앉으라는 말에 웃으면서 앉는다.
"아,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앉아서 아지가 권한 티라미수를 한조각 베어문다. 달큰하면서도 커피향이 강하고, 입을 감싸는 부드러운 치즈크림의 맛이 인상적이다.
"응~ 맛있네! 어디서 산거야? 저기 앞에 시내쪽? 나중에 나도 한번 사먹어봐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다음 입을 가져다대는 순간, 갑자기 훅 하고 날린 가루에 강하게 사레가 들린다.
>>389 병원메이트~🤔 희야가 1인실을 쓰긴 했는데, 그래도 뭐 휴게실이나 그런 곳에서 마주쳤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거기서 통성명 하면서 친해지고 그랬을 가능성도 많지! 2년 전이라도 희야... 그 이전에도 병원을 자주 다니기도 했고.... 허접♡ 몸뚱이의 안희야... 생수통 들고 팔랑거림(?)
>>411 레벨3부터는 주기적으로 지원금이 나오긴 하지만 그보다 아래 레벨일때는 딱히 주진 않아요. 다만 맨 처음에 인첨공에 들어와서 개화 커리큘럼을 할 때 어느 정도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그 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첨공 밖에 가족이 있다면 집에서 보내주는 경우도 있긴 하죠! 가족이 함께 들어왔다면.. 거기서 평범하게 일하면서 살아갈테고요!
1. 감각을 마음대로 심어주거나 > 이게 특정한 이미지를 비춰주거나 오렌지를 먹는데 사과 맛이 나게 하는 식으로 감각 자체를 교란이 가능한건지, 아니면 단순히 on/off 기능인지? 2. 여러 사람에게 사용하는 건 무리 > 한번에 딱 한명에게만 사용 가능하다는 뜻으로 보면 될까? 그렇다면 한 사람을 대상으로 동시에 다수의 감각에 간섭하는 건?
1.둘 다에요. 눈앞에 환영을 띄워버릴 수도 있고, 아예 시각을 뺏어버릴 수도 있고, 오렌지를 먹는데 사과맛이 나도록 미각을 교란시킬 수도 있고, 분명히 소리가 들려야하는데 청각을 차단해버릴 수도 있어요. 블리치라는 작품을 아신다면.. 음. 경화수월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네요.
2.레벨이 정말로 높다면 2명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그보다 더 많이는 힘들어요. 동시에 다수의 감각에 간섭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어느 정도 레벨이 높아야 가능하겠죠. 일단 레벨 몇 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는 능력마다 제가 다 정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개개인의 양심적 사용에 맡기고 있어요.
어차피 판정을 내리거나 할 땐 딱 그 정도 평균 레벨 정도로만 판정을 내리니까 얼마든지 편하게 서술하셔도 괜찮아요.
"...네..축하 감사합니다..?" 염동력으로 불고 있는 건가 싶지만 그런 광경을 보고도 표정변화가 크진 않아보입니다. 하지만 약간 당황스러워하는 티는 날 것 같네요. 그리고 없다는 것에 긍정하는 한양에게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 의견을 표한 뒤 한양도 별 질문이 없었다는 것에 그래서 쉽게 납득하신 건가. 하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생긴다면 물어봐야 하지만.." 지금은 딱히 없어요. 라고 말하면서 근무표를 살펴보려 합니다.
"근무표에 2인 1조는 어떤 기준으로 짜신 건가요?" 2인 1조인 건 알지만 그 조원을 조합하는 건 어떤 기준이 있을 것 같다.. 그걸 간단하게 물어보려 합니다.
"음? 근무표요? 그냥 랜덤으로 2인 1조로 넣었어요. 뭐 마음에 안 들면 본인들이 알아서 근무순번을 바꾸겠죠. 이런 거 무슨 기준을 가지고 정하면 애들이 불만 가져요. 자기는 왜 얘랑 넣어줬냐.. 왜 하필 이때넣었냐..그래서 그냥 랜덤으로 해요. 확률로 정한 거니깐 본인들도 할말 없지."
"...라고 말하면 저는 부부장이 안 됐겠죠?"
한양이 게시해둔 근무표를 수경에게 보여줬다.
" 2학년은 2학년끼리.. 신입생은 3학년끼리 조를 짰어요. 가장 경험 많은 3학년이 1학년의 사수로서 교육할 수 있도록 말이죠. 신입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이게 가장 빨리 배우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순서는..이거는 솔직히 랜덤으로 돌리긴 해요. 월화수목금..이것도 무슨 기준을 잡은 뒤에 배치할까 생각했는데, 기준이 도저히 안 잡혀서요. 근데 이제 근무를 서고 다음 날에 또 서는 날이 나오지 않도록 조정은 해요.
정말로 랜덤? 이라고 생각할 즈음에 다른 기준이라고 말을 하는 한양을 보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 기준이군요." 3학년이랑 같이 근무를 하면 좀 무거울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잘 배울 수 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듭니다. 자신도 중학생 시절에는 3학년 때 1학년이랑 다닌 적 있었으므로.(*부장이나 부부장은 전혀 아니었으므로 정해준 대로 다닌 거였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준은 새학기가 좀 지나고 나서 점점 잡힐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하고 나서 다음날 바로 근무를 하면 그거 부부장님이 조신 걸지도 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건 말할 수 있는 거겠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봐야겠어요." 레벨 제로라서 부업 아르바이트라도 해야하는 일이 있기 때문일까.
저 순진무구한 얼굴에 홀린듯 긍정할 뻔 했다. 하지만 신경쓰이는걸, 에초에 그렇게 활발한 성격도 아니고.
"뭐... 저장한건 평범하게, 여기 저지먼트 맛친구 한아지?"
특별하게 저장한건 아니다. 이렇게 3단으로 저장하면 쉽게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뭐야 평범하네"
중학생때 하던 일과 비슷하다. 괜히 부장때문에 쫄아있었나. 저지먼트 활동으로는 별 다른게 없는것 같다.
"아니 뭐... 저지먼트가 하는일이 거기서 거기지? 소동을 말리는건, 2인 1조니까 어떻게든 될거야. 이 근방 스킬아웃들은 어차피 어중이 떠중이들이 대부분이라. 주의하는것 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까. 스킬아웃 입장에서도 그냥 잠시 다른데로 가면 되는걸 얼굴붉히기도 싫어하고."
뭐... 물론 그렇지 않은 녀석들도 있긴 했지만... 다 어디 하나씩 부러지고 저지먼트 욕하지 않았었나?... 에초에 개기지만 않았으면 저정도까지 얻어맞진 않았을텐데...
그러고보면 참 뭔가 잘못됐어. 아무리 비행을 한다그래도 사람을 그렇게 꺼리낌없이 패냐...
"뭐, 정 안되면 나중에 나랑 같이 돌던가, 순찰하는김에 맛집 탐방도 하면 좋겠는데? 스쿠터 탈줄 알아?"
여담이지만... 컴프레스 스나이핑은 원래 세은이의 능력으로 부여하려고 했었지만... 남매가 나란히 에어로기네시스, 그것도 컴프레스 계열? 이건 좀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보면 딜러 능력이기도 하고.. 바꿨다는 뒷이야기가 있어요.
희야는 자신 앞에 놓인 책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당구였던 커리큘럼은, 오늘 책을 읽고 담당 연구원과 30분 정도 질문과 답변을 갖기로 변경된지 오래다. 어제 내기 당구에서 희야가 이긴 것이 화근이었다. 아무리 졌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나올 줄이야! 희야는 책에게 눈총을 보냈지만, 아무리 불만스럽게 쳐다봐도 책에 갑자기 발이 달려 떠날 일은 없겠지!
"귀찮아- 귀찮아, 차라리 전기자극 다시 받을래."
해야 하는 일이 는다는 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다. 궁시렁대며 책을 펼친 희야는 잠시 차분하게 문장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바즈라사트바(금강살타)는 악쇼비아(아촉불)의 반영이며 물, 곧 의식의 집합체를 상징한다. 이것을 식온(識蘊)이라고 한다. ─잠재의식은 표면의식보다 한 단계 높은 초월의식으로, 보통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직 개발이 안 된 상태로 남아있다. 잠재의식은 내면의 지혜가 꽃피어나기 위한 도구이다…….*
"……."
이거, 원소가 상징하는 심리적 의미를 깨달아라 그건가……? 그렇게 속에 내 안에 잠재된 그런 걸 끌어와라……? 내 자신을 알고……. 두어 페이지를 더 넘기던 희야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한참 가만히 있다 책에 고개를 푹 파묻었다. 오래 된 책 냄새가 났다.
"모르겠어."
하지만 멈추지 않아야겠지. 희야는 다시금 고개를 떼며 페이지를 넘겼다. * 《티벳사자의 서》
청윤이랑 도대체 무슨 노래가 어울릴까.. 짧은 음악적 지식으로 뒤지다가 그래도 가사가 가장 어울리는 곡을 찾았어요! 100% 맞아 들어가는 건 또 아니지만 청윤이가 지향할 부분으로썬 최적이라 이걸로 골랐답니다. https://youtu.be/pOmJqNsFr_M?si=Cc-QcQTdZ40f0RmY
1. 「자신이 악역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알게 된다면?」 :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야~ 어차피 자기가 뭔가 말한다 쳐도 사람들은 자기 좋을 대로 떠든다면서 애초에 신경도 안 쓰는 타입~인데 그 특유의 초월적 존재같은 크툴루 시선으로 보면서 너희는 구원 못 받겠다~ 하는게 문제지...
2. 「미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에게 하는 말은?」 : "그러다 구원 못 받아요?"
진짜 필요한 순간에는 신이 도울 수도 있는데, 희야가 생각하는 신이라는 존재는 지나치게 인간적인 나머지 미신을 믿고 있는 모습에 날 안 믿고 저걸 믿네...하고 삔또상한 나머지 안 도와준대... 이자식 P인듯🤔
3. 「약속에 자주 늦는 상대방이 자신의 지각에는 화를 낸다면?」 : 초월적 눈알 2탄... 인간이란 존재는 대단히 흥미롭다는 눈으로 그 감정을 어떻게 느끼는지, 왜 느끼는지, 그렇다면 내가 같은 상황이 되면 화를 낼 것 같은지 물어보지 않을까...🤦♀️ 그렇게 상대가 깨달으면 그럼 됐어! 하고 말 녀석...
...하고 아지는 강력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지먼트가 하는 일에 대해 듣고서 걱정이 아주 되지 않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잘 풀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하도 도와준다고 했고, 오늘 처음 보게 된 얼굴들도 모두 친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라서 기분이 참 좋았다.
이야기하랴 과자를 조금씩 집어먹으랴 바쁘던 아지는 어느 새 연홍에게 받은 당고 상자가 비어있음을 발견하였다. 아니 어느새 이렇게 먹어버린 것이지! 하지만 떡 종류는 본래가 탄수화물이라 달달한 맛이 있어서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매운 건 일단 보류하자...) 아지로서는 당고의 마력에 빠져나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당고가 들어있는 다른 박스를 눈독들이던 아지는 연홍에게 슬쩍 물어보기로 했다. 낯설어!! 아까는 연홍이 등장하는 바람에 모두와 함께 연홍에게 한 마디를 남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조금 다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간이 남아 돌던 부실에 새로운 얼굴들이 가득한 것이 기분이 좋다. 삐약대는 병아리를 바라보는 엄마 닭의 마음으로(그러나 늘 평소의 나른한 얼굴은 달라지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이?"
저기, 하나 더 먹어도 돼요? 티라미수가 있어 당고엔 다들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참으로 고맙게도 당고가 입에 맞는 아도 있던 모양이지. 수줍은 듯 조심스럽게 물어 오는 게 제법 귀엽다. 아~. 귀여운 아아구만~. 시선이 느릿하게 아지의 얼굴에서부터 당고 상자 더미를 반복했다.
"마아~..... 안 그래두 우째 많이 남을 거 같은디. 먹어 주면 나야 땡큐여~."
....두 개, 세 개 먹어두 디야. 싸 가두 댜. 말을 끝낸 뒤엔 아마 아지가 당고를 집어드는 것 따위의 모습을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을 터다. 묘하게 훈훈해진 눈빛을 하고서...
이상하게도 자신과 당고 상자를 오가는 상대의 시선에 메우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이게 무엇인고 하면 아지는... 자신과 비슷한 연홍의 속도감에 매우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한 채로 왜일까~ 이 사람 왠지 말하기 편하네~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땡큐예요~? 헤헤..."
방싯방싯 웃으며 고마워요~ 하고 느~릿하게 말끝을 늘려 말하는 아지다.
"진짜요~? 그럼 거절 안 할게요~" "당고 맛있어요오 사와 주셔서 감사해요~"
남으면 싸 가야지! 싸 가서 친구들이랑 같이 노나먹자!! 그런 생각을 하는 아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환하게 핀다. 한 박스를 더 열어 처음 먹는 것처럼 맛있게 당고를 베어무는 모습이다.
"저는 아지예요~ 한~! 아지~" "이름이 이런 덕에 별명이 참 많았어요오"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지금까지 별명이 많기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불리게 될까? 그것은 아직 모르겠다.
"그으..."
너는요? 라고 물어야 하나? 당신은요? 그대는요? 귀하는...요? 당고를 한쪽 뺨에 볼록하게 넣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아지는 그것을 꿀꺽 삼키고 묻는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나이는요~?"
전 열일곱이에요오 하고 덧붙여 말한다. 왠지 눈빛에서 관록이 느껴진 게 분명 선배일 것 같아...
새 친구도 사귀고. 저지먼트에도 어찌됐던 활동을 시작했고...유일하게 무서운건 부장님이지만... 에이 설마 뜬소문이겠지... 설마 2X세기 인첨공에서 사람을 멀쩡히 담구고 활동하는 고등학생이 있을리가.... 응 없을거야 아마. 응.
평소보다 조금 멀리 나오긴 했지만, 아무튼 그 부장때문은 아니니까.... 진짜 아냐 응 쫄았다던가 전혀 그렇지 않아.
타고나온 전기 스쿠터에서 전기를 뽑아, 조명에 연결하고. 락카를 허공에 흩뿌리기 시작한다. 스프레이 끝에서 흘러나온 잉크들은, 언제나 그렇듯 허공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평소였으면 어느정도 형태가 나온 뒤, 벽에 그림을 고정시켰겠지만.... 응 그건 일단은 불법이니까. 오늘은 이렇게만 해두자... 절대 부장이야기 때문은 아니야. 응, 에초에 스쿠터타고 30분가까이 떨어진 이런데까지 그런 괴물 부장이 올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고, 역시 물로만 그림을 그리면 락카가 많이드네, 이정도면...앞으로 한두번정도가 한계겠어.
어느정도 예쁜 그래피티가 나오자, 그 앞에 서서 조명 뒤 허공에 똑같이 흰색락카를 뿌려 반사막을 만들고, 조명 앞쪽에 물로 커다란 렌즈를 만든다.
응. 어느정도 그럴듯한 조명이 됐어.
이젠...뭐... 용돈벌이라도 해볼까?
평소처럼 기타 케이스를 발 아래에 두고, 지나가는 행인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첫 음악은...이게 좋겠어
>>590 예를들면...으음... 자기가 부끄러운짓을 하지만 그걸 자각하는 순간부터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스타일입니다. 무자각 앙탈이라던가, 엄청엄청 착하게 지낸다던가, 버스킹을 하면 시선은 당연히 끌리겠지만 거기에 아는사람이 있다는걸 아는 순간 신경 안쓰이던 그 시선에 갑자기 신경이 쓰여서 도망가버리는 고런고런느낌
>>595 하히후헤호 재밌는 걸 합시다 어차피 뒷일은 미래의 정하주가 어떻게든 해줄거임 (속닥)
>>596 떼껄룩을 몰아내려 킨 겜에서도 네코미미가 있었다 세상이 떼껄룩 천지야! 벗어날 수 ㅇ벗어 크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히 같이 있는데 따로 말하는거 같은 괴리감 쩔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어 근에 혜우도 아지랑 그렇게 얘기한 후에 꽤 괜찮다고 느낄거 같어 솔찌 못해도 2년은 알고지냈을거고 :3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지뢰버튼도 있지 훗후
한편, 아지가 본격적으로 입을 열자 이 쪽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걸 아지는 알고 있을까? 동류끼리의 동질감? 내적 친밀감? 아마 그런 종류가 아니겠는가? 아이구, 빵실거리면서 웃는 것 좀 봐. 이제 막 만났는데도 이미 영락없이 손주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 같은 것이 되었다. 정작 자기는 당고에 아직 손도 안 댔는데, 왜 배가 불러지는 것 같담?
“이이~, ...아지.”
그래, 왜 이리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나 했더니, 강아지를 닮은 것도 한 몫 하는 모양이다. 커다란 리트리버가 사람이 되면 딱 이런 꼴 아니겠는가. 아, 강아지, 하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구태여 내뱉지는 않았다. 안 좋아할 수도 있잖여.
“....방연홍, 3학년이여~.”
편한 대루 불러. 누나든, 선배든~. 역시나 느린 템포로 말을 이으며, 가까운 곳에 있던 제 몫의 당고를 집어 들었다. 다른 애들두 입맛에 맛을라나 몰라, 아압- 하고 한 알을 입 안으로 들이밀고 우물거린다. 잘 샀네.
"부실이 꽉 차가지구, .....활기차니 보기 좋구만."
아지를 포함해 아가들 눈이 또랑또랑한 것이(어디까지나 개인의 기준이다!) 저지먼트부의 앞날은 밝다! ...고, 다 애늙은이처럼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다.
겨우 힘이 들어가 꼬옥 쥔 손이 파들거린다. 웅크린 다리를 감싸고 고개를 파묻은 소년은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연구원들의 괜찮냐는 소리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괜찮다는 말과 달리 몸은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두런두런 걱정하는 소리 끝에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할 것 같다는 목소리가 섞인다. 그러자 소년은 손을 풀고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올린다.
"아녜요오 할 수 있어요... 더 할 수 있어어"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고 하는 시도는 한두번 실패하지만 종내엔 성공한다.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다시 환하게 웃음꽃을 피워내는 아지다.
신발끈을 꽉 조이고 간단한 스트래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제대로 긴장 빼두면 안 되니깐.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고 다닌 결과, 지금 가지고 있는 몸뚱이나 단련해두자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의 개화다 뭐다 해도, 역시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써먹질 못 할 것이다. 특히나 '키네시스'류의 능력들은 발현 특징 상 시전자 본인이 휘말리는 일도 드물지 않게 있다는 것 같은데. 그러니 그것을 대비해서라도 트레이닝은 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기 능력에 휩쓸리는 능력자라니, 모양 빠지는 일이다. 게다가 그런 말도 있잖어.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라든가?
"―라는 건 뭐, 순전 내 개인적 견해일 뿐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그것 뿐이다! 가볍게 운동장 5바퀴 정도의 거리를 뛰는 것으로 오늘의 자기만족 트레이닝은 진행 되었다. ...응? 평범하게 평소랑 같지 않아?
>>0 에어로키네시스 중 컴프레스 스나이핑이라, 손가락에서 대기를 압축해 발사하고 이론상 공기에 섞인 원소를 압축해서 쏠 수도 있다지만, 고작 레벨 1인 청윤에겐 별 의미 없는 얘기였다. 연구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청윤은 잠시 흠칫했다. 연구원은 청윤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
"대기를 다루는 능력이니 오늘은 이 벌집 선풍기를 이용할 거야. 계속해서 맞으면서 공기를 느끼면 돼."
선풍기의 크기는 공업용 선풍기라도 가져왔는지 상당히 컸다. 어차피 싫다고 해봤자 손해는 본인이 보는 것이니 청윤은 짧게 "네."라고 답하고 가만히 앉아 바람을 맞기 시작했다. 강력한 바람을 맞으며 청윤은 생각했다.
'건조해...'
봄이었다. 아직 그렇게 습하지 않은, 그런 시기였다. 청윤은 바람을 맞으며 피부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첨공에 있는 초능력자들이 사용하는 초능력은 크게 18개로 나눌 수 있었다. 각자의 특성이 다른만큼 대분류가 같은 이들이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연습실 같은 곳이 있었고, 지금 은우가 서 있는 곳은 에어로기네시스 계열의 능력자들이 사용하는 연습실입니다. 대기를 담당하는 에어로기네시스 능력자들이 많은만큼 여기저기서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고, 그 중에는 휘말리지 않게 애쓰려는 이들도 많았다.
딱히 의무로 부여된 것은 아니었으나 그는 가끔 이곳에 와서 후배들의 연습을 봐줄 때가 있었습니. 어찌되었건 에어로기네시스 계열의 퍼스트클래스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아는 것은 가르쳐주고, 노하우는 알려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오긴 했으나 그 빈도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일로도 상당히 할 일이 많았으니까.
어쨌든 바람을 일으키는 후배 능력자의 연습을 잠시 봐준 그는, 휴식과 함께 이후에는 자유롭게 능력을 연마하라고 지시하며 그 자리에서 떨어졌다. 근처에 있는 자판기로 다가간 후, 지갑에서 카드를 갖다댄 후 그는 잠시 고민하다 탄산수를 뽑았다. 톡 쏘는 맛이 꽤나 일품이라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것을 빼낸 후,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며 발걸음을 때고 앞으로 조금 더 걸어가자 낯익은 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은빛 단발머리. 그리고 눈에 익은 뒷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피식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여기서 다 보네? 능력 연습하러 왔니?"
/선레를 쓰면서 순간 들은 궁금증인데 청윤이는 본작 시작 1년 전. 그러니까 17살때도 저지먼트로 활동을 하고 있었나요?
>>664 능력을 훈련하고 단련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근육을 단련하고 수학 성적을 올리는 일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비행기도 잘만 굴리던 1세기 전에는 밝혀지지도 않았던 초능력을 이제 막 획득하고 단련하기 시작한 사람은 걸음마를 때는 것보다도 힘들 일이다. 말은 이렇게 장황하게 써놨지만 어쨌든 청윤은 오늘의 훈련을 위해 에어로키네시스 능력자 전용 연습실로 향했다. 들어서자 마자 부는 바람에 무심코 손으로 눈을 가리게 되었지만 어쨌든 자신들의 능력을 단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대단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막 바람을 조금 날리는 수준인 청윤은 뭘 해야 할까. 어느새 막막해진 느낌이었다. 일단 구경이라도 해볼까 하고 다른 학생들이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잠시,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저지먼트의 부장, 은우였다.
자신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그녀의 행동에 은우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듯, 오른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인사는 받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허리를 굽히면서까지 하는 인사는 조금 낯간지러운 탓이었다. 물론 후배가 선배에게 하는 행동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고 자신도 작년에는 그렇게 했었던 것 같기에 굳이 그 이상 무슨 말이 나오진 않았다.
"확실히 처음에는 막막하지. 이해해. 이해하고 말고."
자신은 어땠더라. 인첨공에 처음 들어오고 능력을 연마하기 시작할 때 어떻게 했었더라.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떠올리면서 그때의 막막함을 기억해낸 그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내 능력을 단련하고 갈고 닦기 위해서 오기도 하지만, 오늘은 방금 말한대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고 노하우나 알려줄까 해서. 가능하면 다른 후배들에게도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데... 난 에어로기네시스 이외의 이론이나 능력은 잘 모르니까."
아주 대략적인 이론이나 그런 것은 친구들이나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이 있으나 전문적으로 파고든 것은 역시 에어로기네시스 계열밖에 없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자신의 능력인 컴프레스 볼 정도지만. 그러고 보니 그녀의 능력도 컴프레스. 즉 대기를 압축하는 계열이었던가. 문뜩 떠올리며 은우는 청윤에게 물었다.
"컴프레스. 즉 대기를 압축하는 것이 어렵니? 아니면 아직 이론이 어렵니? 혹시 괜찮다면 조금 도와줄까?"
두 개 있.... 다.... 고 말해버릴 뻔했다. 아슬아슬한 시점에 입을 다문 아지는 자기 패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하트가 더 많으니까, 하트로 바꾸면 더 좋겠지만...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눈으로 여로를 슬쩍 쳐다보지만 마음이 전해질 리도 없고 게임을 하기로 한 상대방이니 마음이 전해진대도 그대로 수용해주지 않겠지...
"음!! 많이 내도 괜찮아!!"
나도 두 장이나 있으니까 많이(두 장) 낼 수 있어! 그럼, 그럼. 양손으로 자기 카드를 붙잡고 싱글싱글 웃는다.
그런데 보통 원카드에서 이런 것을 얘기하던가...? 으음?? 뭐 얘기하면 어떻고 안 하면 어떤가 이렇게 즐거운데!
"정작 작년 부장이나 재작년 부장은 상당히 날카롭고 엄격하고 무서웠던지라 부장다운건진 잘 모르겠는걸?"
자신이 처음 들어왔을 때, 그리고 작년 때의 부장을 떠올리면서 은우는 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사람 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엄격한 분위기를 원하고 요구했었고, 그는 그것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올해, 부장이 되면서 그런 분위기를 없애보려고 노력할 생각이었으나 과연 얼마나 잘 따라주고, 얼마나 잘 유지가 될지. 상당히 시범적인 일이었으나 그래도 일단 하려고 한대로 해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며 은우는 미소를 지었다.
"압축쪽이라. 확실히 어렵지. 나도 처음 인첨공에 오고, 능력을 연마할 땐 얼마나 머리가 아프던지. 공기를 압축해서 공처럼 만들 수 있다는데 대체 보이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압축해야 좋을까 고민밖에 안 되고 그랬거든."
차라리 형태가 있는 것이라면 눈에 보이니 압축을 어떻게라도 하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 것을 압축해서 특정 형태로 만들라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에어로기네시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다뤄야만 했으니까. 물론 자신의 컴프레스 볼은 압축하면 공 형태를 볼 수 있긴 하나, 다른 것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팔짱을 끼며 공감하던 은우는 잠시 생각하다 이야기했다.
"일단 무작정 압축하기보단 이미지를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앞으로 쭉 이런 형태로 대기를 압축하겠다는 식으로 말이야. 예를 들면 나는 대기를 공처럼 압축할 수 있는데 공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잖아? 축구공, 농구공, 배구공, 탁구공 식으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무작정 동그란 형태보다는 야구공이라는 형태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그 형태로 공기를 꾹꾹 누르는 식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실제로 꾹꾹 눌러서 담아보려고 했거든."
설명을 마친 후 그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한쪽 공간이 비어있는 것을 바라보며 그쪽으로 가자는 듯 손짓했다.
"일단 저곳으로 가볼까? 기왕 연습하러 왔으니 자리는 하나 잡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잠시 이 답레를 남기고 저는 편의점에 잠깐 다녀올게요! 킵은 아니에요! 금방 다녀올 거예요!
본격적으로 각이 잡힌 모임 자리는 오랜만이기도 했고 어렵지 않게 녹아들 수 있는 분위기도 좋았다. 그 중간에서 헤실헤실 웃으며 잘 데운 식빵 사이의 버터처럼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는 소년이 있었다.
명단을 쭈욱 훑다가 부부장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 이름은 흑발에 안경을 쓴 상대방의 외양과 매치된다. 부부장님이면 저지먼트에서 지낸 경력도 많겠지? 한번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상대방을 빤히 보고 있기는 한데 낯을 가리는 바람에 대번에 우물쭈물이다. 거기에 느린 성질이 합쳐져 한참동안 보고만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시선에 뚫릴 것 같다고 생각해도 모를 것이다.
부부장님? 아니면 한양 선배? 둘 중에 뭘로 불러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전자를 택한다. 높은 직함이 있으면 직함으로 불러주는 걸 보통 좋아하는 편이지 않나?
이제 말을 걸어야지...
진짜 말을 걸어야지...
잠깐마안 긴장되니까 음료수 한 잔만 더 마시고...
그렇게 손을 뻗었던 음료수 뚜껑이 닫혀있지 않을 것을 어떻게 예상했을까. 음료수는 야속하게도 자신이 말을 걸려 했던 한양 부부장의 쪽으로 쏟아지려 한다.
"... !!!"
급하게 통을 바로 붙잡으려 했지만 속도가 늦은 탓에 얼마나 옷을 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운이 좋으면 탁자에만 쏟아지고 말았을 수도 있겠지만... 울 것 같은 눈망울이 되어 미안한 마음에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물어본다.
"솔직히 하다보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것은 있어. 하지만 사람마다 그 기간이 다 다르고, 느낌이 다 다르니까 다 그렇다고는 못하겠지만... 나는 일단 계속해서 공기를 야구공 크기로 압축하다보니 어느 순간 요령이 생겼거든. 그 후부터는 압축이 쉬워졌어."
어떻게 보면 반복학습이나 다를바 없다고 이야기하며 은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 이상 뭐라고 더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적어도 자신은 이미지를 확실하게 잡고 무작정 계속 그렇게 압축하다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압축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계속 여러가지 시도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능력이 점점 올랐으니까.
이어 청윤이 자리를 먼저 잡겠다는 듯이 쪼르르 달려나가더니 자리를 잡자 은우는 웃으면서 손에 쥐고 있던 탄산수 뚜껑을 연 후에 탄산수를 마시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가 맡은 자리에 들어서며 그는 눈앞에 있는 표적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렇게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 대기를 조종해서 명중시키는... 어떻게 보면 에어로기네시스 능력자들에게 있어 가장 기초적인 훈련 때 사용하는 그 표적을 바라보면서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 오른손을 앞으로 내민 후에 손을 짝 펼쳤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야구공을 잡는 것처럼 허공을 꾹 잡았다. 이내 녹색으로 빛나는 야구공 크기의 녹색 공이 그의 손에 생성되었고 그는 그 공을 꽈악 잡았다.
"네 능력에 대해서는 내가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으로 그려낸 이미지 속으로 공기를 꾹꾹 집어넣는 것처럼, 그러니까 하얀색 배경 안에 공기라는 색을 가득 칠하는 감각으로 압축을 시도하면 어느 순간부터 압축이 잘 될거야. 그리고 남은 것은..."
이어 그는 그 녹색 공을 표적지가 있는 곳으로, 야구공을 집어던지는 것처럼 힘껏 집어던졌다. 그리고 표적지 근처까지 날아가자 그는 손가락으로 탁 신호를 주었고, 이내 녹색 공은 펑 터지면서 주변으로 강한 풍압을 방출했고 표적지를 강하게 흔들었다.
"압축이 풀리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는 정신력과 그것을 다루는 신체 능력인데... 이것만큼은 스스로 노력해서 체력을 기를 수밖에 없으니까 뭐라고 할 수가 없네. 아무튼 청윤이도 한 번 해볼래? 잘 못해도 상관없으니 말이야. 공기를 압축해서 표적지를 공격하는 것까지. 빗나가도 괜찮아. 일단은 맞추냐 맞추지 못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 맞추고 맞추지 못하고는 그 이후의 문제야."
일단 단계별로 나눠서 하나하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옆으로 살며시 자리를 비켰다.
한양은 하루종일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긴다. 어제 부장이 주의한 과잉진압에 대한 주의를 했으니, 부원들에게 정확하게 교육할 교육자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귀에 버즈를 끼고 자료를 만들다가 무엇이 막혔나보다. 혼자서 "이걸 어디서 찾지.."라고 반복하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집중한 나머지 아지의 시선은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어, 난데. 그래, 잘 지냈어? 다름이 아니고 혹시 너네 저지먼트에서는 진압 매뉴얼이 있나해서. 교육자료 만드는 중인데 참고하려고. 어, 있어? 그러면 메일로 바로 쏴줄 수 있ㅇ.."
다른 학교의 저지먼트 동기에게 자료를 부탁하는 듯한 한양. 버즈를 끼고 있어서 통화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아지의 음료수가 한양에게로 온다. 결국 상의가 음료수에 조금 젖어버렸다. 한양은 살짝 놀란 듯 했지만 바로 휴지를 뽑아들고는 묻은 부위를 닦기 시작했다.
"어? 아, 뭔 일 일어난 건 아니야. 별거 아니야. 그래, 고맙다. 나중에 시간 되면 한 번 보자. 그래, 고생해."
한양은 거의 울기 직전으로 보이는 아지에게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고의로 그런 것은 딱 봐도 아닌 것 같고, 이런 실수 가지고 뭐라고 꾸짖을 성격도 아니었다.
한양은 능력을 이용해서 수건으로 책상을 슥슥 닦기 시작했다.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닌지 금방 깨끗해지는 책상이었다. 그리고 용건을 들으려고 한 한양은..
"네?"
갑자기 뛰쳐나가려고 하는 아지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한양이었다. 닫힌 문에 부딪히는 아지의 모습을 보고 "아이고" 라고 말하는 모습도 덤. 한양은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무서웠나 곰곰히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렇게 무서운 스타일은 아닌데 말이야. 역시 신입생 입장에서 3학년은 좀 부담스러운 존재인가..'
방해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들은 한양은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는 투로 달래기 시작했다.
"아뇨아뇨. 전혀 방해 안 됐어요. 일하는 도중에 와도 괜찮아요. 저 그렇게 까칠한 사람 아니에요."
한양은 능력으로 한 서랍을 열고 구급상자를 공중으로 띄운 뒤에 아지의 옆에 두고, 아지에게 다가갔다.
"부장은 워낙에 바쁘고 퍼스트클래스라서 신입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깐.. 무슨 일이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저한테 부담없이 말해주세요. 그러라고 제가 부부장으로 있는 거예요. 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애로사항이나 힘든 일 있으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라고."
>>715 이 정도 레벨의 사람이 말하는 걸 보면 역시 반복학습이 중요하구나, 수긍하면서 청윤은 하나하나 잘 듣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계속 노력하다보면 잡히는 무언가가 있나보네요. 이게 근육처럼 좀 더 눈에 잘 보이는거라면 좋을탠데~."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청윤은 고민했다. 선배와 본인의 능력이 비슷한 점이 제법 있긴 했지만 과연 손바닥도 아니고 손끝에서 모은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든 발사는 되는 걸 보면 아예 불가능한 것 같진 않겠지만.
"역시.. 레벨 5.."
청윤은 입을 벌리고 시연을 자세히 지켜봤다. 역시 레벨 5답게 손쉽게 날리고, 터트렸다. 압축도, 정확도도 뛰어났다. 머릿속으로 배경을 칠하는 것처럼 공기를 집어 넣는 이미지를 그리고, 압축이 풀리지 않는 정신력과 체력이 중요하다라.. 그래도 뭔가 아예 존재하지 않던 빈 종이 같은 것에서 약간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잡히니 훨씬 든든한 느낌이었다. 은우가 옆으로 자리를 비키며 한번 해보라고 하자 청윤은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은우가 서 있었던 자리에 섰다.
"사실 어떻게 보면 원소를 다루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까 싶어. 그나마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문제지만."
한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은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와 동시에 과연 방금 자신의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스스로 걱정했다. 나름대로 신경써서 말하긴 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서로 시간낭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말 없이 탄산수를 꿀꺽 마셨다.
"이건 레벨5가 아니어도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할 수 있는 경지야.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전력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그 점은 조금 이해해줘. 여길 날려버릴 순 없잖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는 듯이 그는 두 손을 가볍게 휘저으며 웃음소리를 냈다. 한편 자신이 옆으로 자리를 비키자 청윤이 긴장하면서 해보겠다고 답했고 은우는 웃으면서 긴장할 거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심호흡을 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그것을 따랐을지,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진 당연히 은우도 그 시점에선 알 길이 없었다.
한편 자신의 능력으로 표적을 맞추는 것에 은우는 오. 소리를 내며 크게 손뼉을 쳤다.
"대단하네. 꽤 자질이 있는 거 아니니? 보통 이렇게 갑자기 해보라고 했을 때 하는 이는 잘 없거든. 요령만 잘 익히면 어느 순간 훅 실력이 늘어나겠는데? 좋아. 그러면 여기서 조금 업그레이드를 해볼까?"
이어 은우는 표적을 조작하는 기기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방금 명중시킨 표적의 양 옆으로 표적 4개를 더 세웠다. 즉, 표적 5개를 세운 셈이었다.
"스쳐지나가건, 정중앙을 맞추건 상관없어. 압축을 유지하면서 어쨌든 명중 비슷하게라도 3개를 할 수 있다면 소원 하나를 들어줄게. 아. 물론 내가 가능한 것으로."
물론 자신이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그는 선택권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할지 말지는 결국 청윤의 자유였다.
레벨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한 수건의 움직임에 넋을 놓고 구경하던 것도 잠시다. 결국엔 닦는 것도 제대로 못 해줬어!! 라고 충격받는다. 문에 부딪치는 바람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린 아지는 부끄럽고 미안하고 민망하고 매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라 자기 다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파묻어버린다. 가물락 꺼져가는 비명소리가 나온다. 비명 치고는 느리고 작아서 그렇게 비명같지도 않다. 오히려 절규같달까.
"우아아아아~"
어쩌면 좋지이 창피해애애~ 하지만 달래려는 목소리가 들려 파묻은 고개를 스을쩍 들어본다.
"정말요~?"
저런. 이마에 혹이 생겼군... 옆에 어느샌가 구급상자가 와 있다. 아지는 조금 놀란다. 저지먼트 부실은 물건들도 특별한 건가!! 부딪친 걸 알고 다리... 다리가 없네... 미끄러져서 여기로 와 준 것일까!!
"...!... 상자가 생겼어요..."
어느새 민망함도 잊고 놀라서 눈을 꿈뻑거리며 상자와 부부장을 번갈아 보던 아지다.
"아... 저어...."
좋은 사람이다! 정말 착한 부부장이다!! 부장도 그렇게 부담스러운 성격은 아닌 것 같았지만 부부장도 이런 성격이라면 쉽게 적응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근데 그것과 이 상황은 별개다. 머뭇머뭇거리다 말을 꺼낸다.
"...그런 건 없지만 저기..."
용건은 없고요!! 수다떨고 싶어서 왔는데요!! 라고 왜 말을 못하니!! 아지는 자기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다.
"...옆에서 구경해도 될까요오"
일 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언... 하고 덧붙이며 손가락 사이를 띄워 그 사이로 한양을 본다.
손을 쭉 뻗고 검지만 좀 더 들어 올린 청윤은 나름대로 눈을 감고 빈 공간에 공기를 채우는 이미지를 상상해 보았다. 은우가 너무 긴장하지 말고 심호흡을 해보라고 하자 눈을 떠서 표적을 바라본 뒤 천천히 한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쉼과 동시에 공기를 발사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표적에 맞았는지 판이 흔들렸다. 옆에 있던 은우도 손뼉을 치며 놀랐지만 사실 놀라긴 청윤이 더 놀랐을 것이다. 완전히 알겠다는 식으로 한 것도 아니고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은우의 조언 덕분에 어느 정도 평정심을 잡고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았네요? 선배의 조언이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정말 감사드려요!"
당연하겠지만 조금 신이 난 청윤은 아주 약간 콩하고 뛰었다. 하지만 은우가 표적을 4개 더 세우자 청윤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5개라.. 밑져야 본전..이니까요?"
잠시 안절부절못하는 듯 싶던 청윤은 마음을 다잡은 듯 리본을 맨 뒤 옷깃을 정돈하곤 다시 자리에 섰다. 그러곤 양손을 들어 올려 양손의 검지, 중지, 약지를 아까의 검지처럼 좀 더 들어 올린 뒤 아까처럼 눈을 감고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한 번에 맞출 작정인 것 같다.
다섯 개 중에 하나만이 명중했으나 남은 4개는 빗나간 결과를 바라보며 은우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물론 실망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저렇게나마 쏘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한 번에 맞추기 위해서 쏜 것이 패인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며 그는 잠시 표적을 바라보다가 이야기했다.
"잘했어. 표적은 맞추지 못했을지라도 제대로 공기를 압축해서 쏜 거잖아? 그게 중요한 거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맞추고 맞추지 못하고는 그 이후의 문제니까. 오늘 본 모습만 보면 조금 더 이미지에 익숙해지면 앞으로 별 문제없이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지금 그것이 완벽하냐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은우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능력마다 다 그 특성이 다른 법이었으니까. 자신에게는 이게 맞으나 그녀에게는 다른 것이 맞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완벽하냐, 완벽하지 않냐에 대해서는 그는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무리없이 발사했다는 것. 그것에 초점을 주기로 했으나 이내 그는 심술궂은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유감이야. 잘했으나 소원은 들어줄 수 없을 것 같네. 약속이 약속이니까. 하하하. 하지만... 나중에 리벤지하고 싶다면 해도 좋아. 한 번 정도는 받아줄게."
오른손으로 숫자 1을 표시한 후에,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고 남아있는 탄산수를 꿀꺽 마셨다.
"일단 지금 단계에서 내가 가르쳐줄 수 있고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다일 것 같은데... 혹시 더 묻고 싶은 거 있니?"
/순간적으로 2,3이 보여서..뭐지? 했던 제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옆눈) 사실 3개 이상 맞춰서 소원권을 따내면 뭘 바랬을지도 궁금했지만 다음 기회에!
혹이 조금 났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서 안심을 한 한양이었다. 아지가 방해는 안 할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방금 만들고 있던 워드파일을 키고, 이메일을 켜서 동기에게 받은 자료를 보기 시작한다.
"얘네는 이런 식으로 하는구만.."
어떤 걸 만들고 있냐는 말에 대답하는 한양이다.
"부장이 과잉진압에 대해 주의를 했잖아요. 2학년과 3학년에게는 융통성 있게 하면 되는 문제지만.. 신입생은 아무래도 경험이 없으니 모를 수도 있죠. 그래서 명확한 지침을 위한 교육자료를 만들고 있어요. 과잉진압의 기준이나.. 어느 상황에서 어느 수치 이상의 무력을 행사해도 되는지.. 2인 1조로 순찰하다가 감당이 안 되는 적이면 어떻게 조치하는지.. 등등이요. 다른 학교들의 자료하고 크로스체크를 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이것도 다 관련된 법이나 사고사례 등을 다 찾으면서 만드는 거라 쉽진 않네요."
"거의 다 만들긴 했는데.. 부장에게 검토를 받아야 해요. 꼭 다른 사람의 검토를 받아야 되거든요. 제 시점에서만 만들면 무언가가 꼭 누락되어 있으니깐요."
학교를 끝마친 뒤에는 교복도 갈아 입지 않은 채로 하교해서 평범하기 짝이 없게 도심을 거닐고 있었다. 딱히 뭐, 어떤 용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자면 인첨공 탐방? 탐색? 그런 이유에서다! 인첨공에 온 지는 벌써 몇 주정도 지나있는 시점이었지만, 아직도 인첨공에는 내가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있었다. 바깥에서는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것들... 예를 들면 미화용 로봇을 쓰고 있다든가 풍력 발전을 하고 있다든가 하는게 또 엄청 구경거리다. 하늘에는 이따금씩 드론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뭐에 쓰는 물건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운송용인 것 같았다. 뭐, 일상적으론 이런 느낌으로― 운이 좋으면 전혀 새로운 걸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도시에 적응하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요즘은 이게 완전히 취미 수준이 되어버렸다.
"헤, 역시 엄청난 규모잖아. 이게 첨단 과학 도시라는 건가."
순수한 감탄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아예 다른 나라... 아니, 다른 시대로까지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라서 때로는 현실감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게다가 이 모든게 초능력 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건... 으음~ 역시 현실감이 없네. 나도 아직 촌놈인가! 그런 느낌으로 적당-하게 어슬렁 거리고 있던 와중에, 나의 시선은 어느새 한 곳으로 쏠리게 되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낯익다면 낯익다고 해야할지... 라고 해도 한 번 밖에는 본 적 없지만! 도시 한 켠에 서있는 여자애는, 분명 저지먼트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이런 곳에서 동료를 보다니 생각보다 좁구나 인첨공~ 그나저나 서있는 스쿠터는... 저 애 건가?
"요오!"
멀리서 보기만 하는 것도 부질없다 싶어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불러보기로 한다! 무심코 놀란 얼굴을 보는게 좋겠다 생각했기에. 불쑥, 이라는 느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저쪽에서도 의외이긴 할 터였다. 나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기억에 있는 이름을 말해봤다.
"처음부터 뭐든지 다 잘 되는 법은 없어. 나도 공으로 압축한 것을 성공했어도 던지는 방법에 대해선 수도 없이 연구하고 던졌으니까. 우리 학교 동아리 야구부보다 내가 더 공을 많이 던졌을걸? 솔직히."
현재진행형으로 포함해서 말이야.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자신의 오른손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마치 그곳이 아프다는 듯이. 물론 실제로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어깨를 돌리는 시늉까지 하던 그는 이제는 텅 빈 탄산수 병을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휙 집어던져 깔끔하게 골인시켰다.
"덕분에 이런 재능만 늘었단 말이야."
한편, 고맙다는 말을 청윤이 하자 은우는 뿌듯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같은 저지먼트 부원이고 에어로기네시스 계열의 능력자이기에 더더욱.
"천만에. 오히려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야. 그럼 남은 것은 꾸준한 연습 뿐이니까 열심히 해.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얘기하고,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에어로기네시스 능력자와 손잡고 함께 해도 될거고. 우리 저지먼트에도 다른 에어로기네시스 능력자가 있잖아?"
올해 새로 들어온 2학년 아이라던가. 동갑이라서 지내기는 편하겠네. 그렇게 이야기 한 후 그는 아주 가볍게 손짓했다. 공기를 압축할듯 말듯한 타이밍에서 압축을 하지 않고 다시 풀어해치면서 주변에 바람이 불게 한 그는 그 바람이 그녀와 자신의 머리를 살짝 스쳐지나가게 했다. 집중했으니 조금은 바람을 쐬라는 느낌으로.
"그러면 이 선배는 혼자서 조용히 연습할 수 있도록 가볼게. 아. 한가지만."
이어 그는 잠시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슬며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이야기했다.
"능력 연마가 잘 안된다고 해서 주변의 이상한 유혹에는 귀를 기울이지 마. ...이를테면, 한번에 레벨4 최상급으로도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던가 식으로 말이야."
조금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던 그는 슬슬 가보겠다는 듯이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역시 레벨 5란 것일까, 사람들은 천재에 대해 레벨이 다르다고 하며 칭송하지만, 그들이 들인 노력의 양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까지 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숨에 쓰레기통에 골인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언젠가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을지 그런 기대감과 의문이 뒤섞인 감정이 느껴졌다.
"아, 분명.. 은우 선배나 저 말고도 그런 친구가 있었죠?"
정확히 어떤 능력일지 궁금해져 한번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다는 말에 인사하려고 했던 청윤이었지만 한번에 레벨4 최상급으로도 오를 수 있다는 처음 듣는 얘기가 나오자 왠지 모를 경계심이 들었다.
"..네, 그래야죠."
그렇게 은우가 가자 공손히 인사한 후 누군가가 단숨에 레벨4가 되는 방법이 있다는 유혹을 퍼트린다는 말을 곱씹던 청윤은 피식 웃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타인을 단숨에 레벨 4로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왜 굳이 낮은 레벨들을 도와줄지 생각해본다면야.. 제 사상으로 옮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이 상식적으로 봐도 속임수가 느껴지는 헛소리네요."
오오. 역시 놀란다 놀라.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긴 하지만, 헬멧까지 떨어트리는 건 생각 외의 수확이었다. 퍽 마음에 드는 반응이라 나도 모르게 소리내서 웃어버렸다. 처음 볼때 생각하긴 했지만, 이 애는 의외로 경계가 허술해 보여서 장난치고 싶어진단 말이지~
"아하하, 그렇게 놀랐어? 미안미안. 네 이름은 특이하니까 금방 외워버렸거든. 그래서 아는 체 하고 싶어져서 와버렸다☆ 아, 그렇다고 다른 애들 이름을 잊고 산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 용모나 이름 외우는 것은 나름 특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청 어릴때의 일이긴 하지만, 그걸로 소매치기 잡았던 적도 있었으니까. 뭐, 몸 쓰는 건 경찰아저씨가 다 하긴 했지만 단서를 준 건 나였다구. 엣헴. 그보다도 눈 앞의 동료다! 아무튼 우연찮게 마주친 정하는, 역시 놀러왔다고 생각했는지 그쪽을 물어봐왔다. 나는 조금 고민하는 눈치로 대답해준다.
"으응~ 놀러왔다기보다는, 일종의 탐색? 탐방? 뭐 그게 그건가? 헤헤. 실은 말야, 전학 온지 얼마 안되서 인첨공 지리는 조금 어둡거든. 어차피 저지먼트 하려면 어느정도 익혀두는게 좋겠구나~ 싶어서. 그래서 이렇게 싸돌아 다니고 있다는 말씀이지!"
어떠냣. 하는 괜히 비장한 얼굴을 하며 말해본다. 어떠냣. 하고 말하고는 있어도 결국 인첨공 알못인 촌놈이라는 정도지만. 그래도 결국 촌놈이라면 당당한 편이 좋다. 자아, 어떠냣. 그러다 문득 생각 난 듯이 눈을 깜빡이고서는 정하에게 되묻는다.
"응, 그러고보니 후배님은 어떠셔? 후배님도 산책?"
여러모로 신경쓰인단 말이지~ 아는 사람이 홀로 번화가 안에 서있으면. 거기에 스쿠터까지 있으면 신경쓰임 두 배다! 역시 자기 걸까나? 신경쓰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역시 헬멧도 그렇고 시선강탈이라 자꾸 힐긋힐긋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큭, 조금은 진정해라 나의 눈알!!
"조만간 이 자료가 통과되면 제 주관으로 교육이 있을 거예요. 후배님처럼 신입생들을 모집해서 교육하는 걸 계획하고 있거든요."
'물론 최종 결정권자는 은우라서 어디까지나 계획 중에 있는 상태지만.'
고생이 많다는 말에 고개를 휘저으며 말했다.
"저야 뭐 한가하게 키보드나 두들기기만 해서..고생은 부장이 하죠. 지금도 부실에 부장 없는 거 보이죠? 워낙에 바빠서 그래요. 게다가 최종적인 결정권도 부장에게 있으니, 완장이 다른 친구에 비해서 무거울 수 밖에 없어요. 책임을 지는 자리니깐. 그러니깐 부장 보이면 좀 잘해줘요."
'누군가를 진압해야 되는 일이 많냐라..애매하네.'
"음..적지는 않죠. 규모도 워낙에 다양하고.. 그리고 상황이 정해진 시간에 딱딱 발생하는게 아니잖아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깐..그게 힘들어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나서서 진압해야 된다.. 저지먼트의 힘든 점이지.'
진압에 관련된 일에 자신이 없다는 말에 한양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너무 겁먹을 필요 없어요. 못하는 걸 시키지는 않을 테니깐. 그리고 저지먼트가 진압 말고 다른 일도 얼마나 많이 하는 걸요~ 저지먼트=무조건 진압은 아니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대신에 후배님도 나중에는 더 성장해야 해요. 선배들도 후배님들이 성장할 수 있게 이끌어줄 테니깐 성실하게 따라와야 해요."
>>865 그건 조금 힘들 것 같네요. 왜냐면 세은이는 올해 처음으로 저지먼트 일을 하는 케이스거든요. 이전까진 저지먼트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어요. 사실 지금도 꼭 저지먼트 일을 내가 해야만 한다! 라는 사명감으로 왔다기보다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저지먼트에 들어온 상태기도 하고요.
"헤헹, 대단할 것까지야. 그냥 나 좋으라고 하는 건데 뭐~ 말하자면 자기만족같은 느낌? 말은 거창하게 했어도, 이 도시는 신기한게 많아서 걷기만 해도 재밌구."
사적으로 지도도 그리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은 말해두지 않았다. 정확성은 둘 째치고서 그다지 내세울 것도 아니고. 인첨공 지도정도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지도를 그리는 이유는, 그 편이 훨씬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직접 손으로 그려가면서 하는게 더 나을 때도 있는 법이랄까? 나는 그쪽을 선호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게임할 때도 직접 지도그려서 공략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나저나 중학교도 역시 인첨공에서 나온 건가. 헤~ 후배님은 여기 토박이려나? 역시 인첨공 학생들은 다르구먼~ 하고 조금 할머니같은 생각하고 있을 무렵, 후배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어?!" 하고 소리내버렸다. 윽, 직접 찔러오는 건가. 이건 조금 예상 외인데... 아무래도 너무 봐버린 것 같았다. 멋쩍게 웃으면서 우산 든 손으로 뒷통수를 긁적였다.
"아하하~... 들켰나! 으으, 그치만 말이지. 얼굴 아는 동료가 멋진 스쿠터랑 같이 홀로 거리에 서있으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걸! 음음. 그러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정당방위-"
방금까지 언제 그랬냐는듯이 이번엔 팔짱을 끼고는 스스로 납득하듯이 뻔뻔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뻔뻔함. 지금 필요한 건 뻔뻔함이다. 음!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게 남은 건 그것 밖에 없어! 라고, 자기 암시를 걸며 굳건히 태도를 취하려 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금세 또 태도를 휙휙 허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정말 쉬운 녀석이었던 것 같다 나란 녀석은!
"엑, 정말 후배님 물건이었던거야?!"
아니, 짐작은 했다.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사실이었을 때의 파급력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작고 말랑해보이는 아이가 무려 스쿠터 오우-너라니! 심지어 직접 운전이라니! 아니, 너무 평범하게 쿨한거 아닙니까? 이걸 참을 수 있는 인간이 있단 말인가! 응, 그야 물론 있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럼 타볼래 타볼래~! 직접 운전하는 거지? 이야~ 우연이네! 사실은 나, 2륜 차량 타보는게 꿈이었거든. 후후, 인첨공 오길 잘했어. 벌써 목표 하나 달성이잖아? 어디보자~ 나는 역시 뒤에 타면 되는 거야!?"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신나서 호들갑을 떠는 것도 지금 내게는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이래 봬도 꼴에 선배라고 적당히 억누르는 중입니다만?? 후배가 운전하는 스쿠터에 탈 수 있다면 어디든 오케이. 나는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혀서는, 방금 들었던 식사 얘기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도시에 신기한게 많아서 재미있다라...으음... 하긴, 내가 처음 이 도시에 왔을때만 해도, 바깥쪽에선 터치폰이란게 유행을 하네, 패드가 새로 나왔네 하던 시절이였는데, 안쪽에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부터 해서 여러가지 신기한 첨단기기들이 가득했으니까. 여기에 온지 얼마 안됐다면, 그럴만 하다고 생각이 든다.
"뭐... 하긴 아무리 합법이라 해도, 이런걸 타고다니는 학생은 드무니까요."
이 민트색 스쿠터를 보기만 해도, 중학교때 친구들은 저 멀리서도 나를 알아보곤 했으니까... 그땐 불법이였지만.
뭔가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서있는 그 모습은, 아무 근거 없이도 정말 그런가? 하고 동조가 되어버릴것만 같은 신비함이 있었다. 정말 내거냐고 놀랄땐 솔직히 그렇게까지 놀랄만한 일인가 싶긴 했지만...
너무나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에, 사뭇 당황하며, 스쿠터 뒷좌석에 세나선배를 태우고, 헬멧을 씌워주려 한다. 나는...음... 능력을 이용해 수분자를 머리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상태로 고정시킨 다음, 적당히 검은색 래커를 꺼내 뿌려 헬멧처럼 보이게 색칠하고 자리에 앉았다. 선배님이 어느정도 준비가 될때까지 기다리고 나선, 출발할 준비를 한다.
"선배님 버킷리스트중 하나를 채워드리다니, 영광이네요. 떨어질것 같으면 꽉 잡으세요!"
오히려 너무나 정직하게 기뻐보이는 선배님의 반응에, 내 기분마저 좋아진다.
일단, 천천히 가속한다. 이 부근 도로는 전부 60km제한이니까. 80까진 밟아도 괜찮겠지.
이청윤: 113 남들에게는 별 거 아닌데 본인은 무서워하는 것은? - 답 없는 50:50 상황. 049 자다가 입에 벌레가 들어간 것을 알게되었다면? - 안 먹었으면 잡아서 던지고 자겠지만, 먹었으면 그냥 좀 괴로워하고 말 것 같네요. 226 캐릭터 컨셉을 한 줄로 정의한다면? - 방황하는 공리주의자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할거 없어서 한 진단
나는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눈으로 정하와 스쿠터를 보고 있었는데, 정작 정하는 차분한 반응으로 그런 나를 상대해주고 있었다. 호오, 역시 오우너의 여유라는 건가. 확실히 그런 태도에서 나름대로의 관록이 느껴졌다. 중학교도 이쪽에서 자랐다니까 나같은 녀석들이랑 많이 마주친 거겠지! 그 반면, 어떻게 보면 스쿠터보다 더 신기해 보일 수 있는 '즉석 헬멧 만들기'에는 "오오~" 하는 정도로 넘어갔다. 역시 능력자면 이정도는 해야하는 건가? 싶었기에. (이때에는 정하가 레벨 4인걸 모르고 있었다)
"읏차- 그럼 실례!"
정하의 말에 따라 만년지참용 우산이랑 가방을 놓아두고, 즉석에서 만든 헬멧을 쓰고서 스쿠터에 올라타본다. 스쿠터의 뒷좌석은 완전 편하다- 라고 할 것 까진 아닌 승차감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감각이 나의 기대감을 한 껏 부풀려주고 있었다. 이제부터 달리는 건가...! 두근두근. 이런 느낌으로.
"꺄아아~ 후배님 달려~!"
그리고 곧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큰 소리로 조금은 오버하면서 분위기에 타봤다. 라고 해봤자 시속 80km 정도의 속도지만 말이지. 핫하. 뭐니해도 안전운전이 최고지. 그렇다고는 해도, 학생이 쉽게 경험 할 수 있는 속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첨공에서는 날고 기는 능력자가 두루 있다지만 나같은 레벨 0정도의 계수가 당장 경험 가능한 건 어차피 이정도라고~ 그럼 점에서 스쿠터는 좋은 것 같다. 이 참에 나도 하나 살까, 스쿠터~ 봄이다. 봄이지만, 아직 겨울의 티를 벗지 못한 새차고 청량한 저녁의 바람이 정면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이 질주감이 솔직하게 기분이 좋았다.
"으응~! 글쎄! 솔직히 아직 마음에 드는 장소같은 건 없거든! 여기선 후배님에게 맡겨도 되려나!?"
그런 탓인지, 아니면 바람이 새차서 웬만한 목소리로는 전해지지 않을 뿐인지는 몰라도 서로 소리를 높히면서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런 스쿠터를 가지고 있다면 역시 자신만의 명소같은 것도 갖고 있을까나. 그런 것도 좋지만 역시 밥도 좋다. 신나게 달린 뒤에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듯이 정하에게 턱을 가까이하고서는 말했다.
"헤헤, 그리고 그냥 선배나 이름으로 불러줘도 괜찮아. 선배님은 너무 오바하는 거 같잖아? 높은 건 학년 뿐이지 여기에 대해서 아는 건 거의 없으니깐~ 오히려 후배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192 타인과 자기 자신 중 더 우선시하는 쪽은? : 어... 어..... 음.... (희야 봄)(???: 아, 다치나요? 그렇구나.)
이타적인 애는 아닌 것 같지...?
101 많이 사용하는 물건은 한꺼번에 많이 사놓는 편vs 떨어질 때 마다 사는 편 : 한꺼번에 많이 사두는 편~ 하지만 다른 건 제쳐두고 피어싱 때문에 에스로반은 떨어질 때마다 사는 편이야. 한꺼번에 많이 사면 나중에 약 유통기한이 지나버리거든... 그러면 아깝잖아~ :3
최은우: 221 세계관이나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의 역할은? -분명히 있긴 한데 대체 저 녀석은 뭐하는 애일까? 싶을 정도로 비중이 없는 그런 애.
027 TV를 틀었는데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을 때의 반응은? -TV를 끄고 동영상이 올라오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요리 레시피 동영상을 보거나 베이킹 동영상을 보고 그런답니다. 그러다가 재료가 없다 싶으면 나가서 사가지고 오고요.
197 캐릭터가 자주 입는 옷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상황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정말로 휴일이고 진짜 아무 일도 없다는 가정하에는 캐쥬얼 스타일의 옷으로 차려입어요. 유행도 나름 신경쓰지만 그다지 안 맞는다 싶으면 아무리 유행이라도 깔끔하게 포기하는 그런 느낌이고요. 올해는 모자가 유행한다 싶으면 바로 모자를 사서 가지고 온답니다. 물론 세은이 것도 포함해서요. (세은:아. 필요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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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은: 105 도장, 싸인 중 선호하는 것or 자주 사용하는 것 -싸인이요. 이건 압도적으로 싸인이에요. 도장이 있긴 한데 그다지 쓰진 않아요.
174 캐릭터는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했을까요? -미안하다는 말이요. 그것도 정말로 많이.
049 자다가 입에 벌레가 들어간 것을 알게되었다면? -바로 크게 비명을 지른 후에 뱉어내고 울상으로 살충제를 막 여기저기에 뿌려서 그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우도록 만들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창문도 확인하고 괜히 은우에게 찾아가서 찡얼거리고 그럴 것 같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게 미소짓는다. 앞에 나서서 부드럽게 교육자료를 짚어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부부장의 모습을 어렵잖게 떠올릴 수 있다.
"네에~ 제가 뭘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오"
부장에게 잘 해달라는 말에 활기차게 대답한 것 치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끝을 질질 늘였다. 그야 이제 막 들어온 0레벨의 1학년인 자신이 아무리 잘 해준다고 해도 부장에게 잘 해줌 당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어쨌든 본인도 열심히 하면서 남의 고생도 헤아려주는 마음씨를 가졌다는 생각을 하며 부부장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공식이 아지 안에서 성립하게 되었다.
"그런 점은 소방관 같네요... 그으, 하는 일을 보면 경찰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한데요..."
짜장면을 먹다가도 출동해야 해서 다녀오면 면 종류는 늘 불어터져 있다는 그 직업군!! 조금 더 기가 죽었다. 하지만 한양이 웃으며 해 주는 말은 위로가 된 듯 하다. 다행이라고 얘기하며 환하게 웃음꽃을 피워낸다.
"그럼요~ 저, 도와주시면 정말 열심히 성장할게요!" "힘 주셔서 감사해요오~"
여전히 헤실거리기는 하지만 양손을 쥐고서 하는 말은 나름의 굳건한 의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아지에게는 일종의 확신이 생긴 것 같다.
불법이라고 성실하게 태클을 먹이는 후배의 말에 기분좋게 웃어버린다. 부딪히는 바닷바람에 머리칼이 가감없이 휘날렸다.
"응, 그러네! 최고인 걸! 과연 말 걸길 잘했어! 헤헤, 뭐어야~ 아깐 나보고 대단하다고 하더니만, 역시 후배님쪽이 더 대단한 거 아냐?"
능력으로 만든 헬멧을 쓰고서, 후배의 스쿠터를 타고 나란히 줄지은 해안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런 경험은 분명 여기서밖에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바깥에서의 기억들이 다시금 순간순간 생각났다. 내가 인첨공에 가자고 생각한 건, 단순한 흥미때문은 아니었지만 지금만큼은 굉장히 들떠있었다. 역시 인첨공에 오길 잘했구나. 그것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오오~? 정하양이라면 왠지 선배쪽으로 할 것 같았는데, 언니로 하는 거야? 이 언니, 조금 감동일지도~ 흑흑-"
뒤에 타고 있는지라 행동까지는 무리지만 말로 우는체하면서 조금 장난쳐봤다. 정하는 뭔~가 일탈적인 것 같으면서도 반듯한 아이라는 느낌이라서 금방 장난치고 싶어진다. 응. 귀여운 아이다. 그런데 중학교도 저지먼트가 있는 거야? 굉장하네에. 귀엽잖아. 그러고보면 능력계수에 딱히 연령의 차이는 상관 없으려나? 오히려 이 분야는 어린쪽이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그 왜, 프로게이머들도 10대가 가장 전성이라고 하는 모양이고? 은퇴시기는 빠르게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으니까. 이야기를 빠르게 게임이나 만화랑 엮어버리는 건 나의 어쩔 수 없는 습관 중 하나였지만, 그 정도로 내게는 '중학생의 저지먼트'라는 화재가 의외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좋아~! 그럼 정하 제군! 이 기세로 파스타 맛집까지 즉시 돌격하는 거다~☆"
이 기세를 타서 손을 도로를 향해 쭈욱 뻗어보이며 경쾌하게 외쳐본다. 그 사이에 후배가 부장의 흉흉한 소문(실제론 아님)을 생각하느라 쭈뼛거리고 있는 것은, 내가 눈치챌리가 없는 또 다른 이야기.
저지먼트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치안 조직이다. 하지만 매일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서, 평상시 주 업무는 순찰이다. 라는게 내가 기억하는 저지먼트의 개요였다. 지극히 간단명료했다. 뭐든 기억할 땐 간결한 편이 좋다. 쓸데없는 미사여구 붙인들 기억하기만 어려워진다.
그 기억을 토대로 내 일상은 조금 바뀌었다. 오늘이 그 첫 날이었다. 방과 후 짐을 챙겨 기숙사로 가지 않고 부실로 향했다. 오늘은 마침 커리큘럼도 없어서 순찰 나가는 시간이 될 때까지 부실에서 책을 볼 생각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순찰은 2인1조라 나와 함께 나갈 사람이 미리 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떡하지.
고민하는 사이 이미 부실 앞에 와 있었다. 도착했으니 일단 들어가보기로 한다. 드르륵. 문을 열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같이 나가는 사람도.
문 밖에서 눈 깜빡이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시간을 보니 내가 늦은 건 아니었다. 그럼 예정대로 책 몇 페이지만 봐야겠다.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무릎에 가방을 올려놓고 책을 꺼내 펼쳤다. 책갈피 꽂은 페이지부터 조금씩 내용을 읽어내렸다.
조용히 읽던 중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장 책에서 눈을 떼고 문 쪽을 보았을 것이다. 인사도 행동도 없이 빤히. 지그시.
평소에 격한 활동이 예상된다면 안경 대신 렌즈를 끼는 한양이었다. 오늘은 안경을 쓴 걸 보면 그리 격한 행동이 예상되지 않는가보다. 물론 한양의 기준에서 말이지. 저능력자였을 때는 몸을 쓰는 일이 많아서 렌즈를 자주 꼈지만.. 레벨 3에 진입한 이후로 육탄전을 벌이는 일이 확 줄었으니깐 말이다.
문을 열자마자 혜우와 눈이 마주친 한양. 이전에 받은 연명부를 떠올린 뒤에 오늘 같이 순찰을 돌 학생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아, 미리 계셨네요. 천혜후양 맞죠?"
한양은 어서 본인의 PC가 있는 자리로 가서 완장을 꺼내서 팔에 찼다.
'음.. 아직 조용하고 반응이 없지만.. 처음이라 그렇겠지. 어서 가야겠다.'
"가기 전에 체크할게 있어서.. 혹시 지금 순찰을 하기에는 몸이 안 좋은가요? "
매번 순찰마다 점검하는 것이다. 바로 당일의 몸상태. 몸이 안 좋은 사람에게 순찰을 맡길 수는 없으니깐 말이야.
그 뒤로 쭈욱 내달리다보니 파스타집과는 완전히 가까워진 후였다. 아마 기분탓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파스타 특유의 식욕을 돋구는 냄새가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는듯했다. 바다 근처 동네 특유의 거칠지만 그런대로 넘실대는 감성이 있는 전경이 펼쳐진다. 결국에는 파도소리가 배경음 수준으로 가까워지고 나서 스쿠터에서 내리게 되었다. 후배 말대로,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어렵고 실제로 자주 찾아오는 곳은 아닌 것 같았지만 내게는 그점이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쨌든 맛집이라는 건 대놓고 있으면 신뢰가 떨어진다! 그것은 나의 인생지론 중 하나였다. 참고로 호칭에 대해서는 언니가 100%였다고 한다.
"헤, 역시~ 뭘 좀 아는 사장님이시잖아? 나도 진작 알아봤다고! 무엇보다 일부러 데려다 줄 정도니까 그정도 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섭섭하지~"
사람들은 '진짜'를 원하기 마련이니까. 내 생각에는 인첨공 정도 되는 기술이라면 고급 해산물 정도야 간단히 양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연산 식재료와 세포 수준으로 100퍼센트 일치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걸 '가짜'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건 가치가 떨어지게 되어버린다. 어찌되었건 사람들은 손이 많이 간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테세우스의 배같은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시콜콜한 잡상과 함께 식당 안으로 입장하자 후배가 위풍당당하게 주문을 때려넣는다. 과연 단골이라는 건가... 무엇보다, 저런 주문 실제로는 처음 봤다고?! 큭... 어이, 후배님. 꽤 폼 잡을 줄 알잖아... 으악, 나도 저런 주문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단골 가게를 가지고 싶다. 적당히 많이 들른 것 같아서 항상 당차게 말하면 "그게 뭐니"라고 찬물 끼얹는듯한 심심한 반응은 이제 사양이란 말야~! 질 수 없다! 가자, 한세나!
"응, 내 차롄가...! 사장님~! 저는 디아볼로 파스타랑 레몬 에이드로! 잘 부탁드림다!!"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괜히 기합 팍 넣고 주문해버렸다. 이거는 거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튈 정도가 아닌가 싶다. 어쩌다보니 거의 사장이 아니라 사부님 대하는 태도가 되어버렸지만 그딴 건 신경쓰지 않아! 나중에 올 때는 반드시 기억하게 해줄테니깟.
"자리는 무조건 이쪽이야! 후후, 감이 왔어!"
주문으로 끝나지 않아! 나는 약삭빠르게도 자리를 선점해버린다. 과연, 사장님께는 미안한 소리지만 대부분 비어 있던 것은 다행이었다. 모처럼이니까 바다도 보이는 곳에서 먹는게 좋으려나 싶었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취미로 장사하는것 같긴 하지만. 막상 근처 공단 직장인들이 맘먹고 오는 점심시간엔 꽤 몰린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맨날 저녁에 오니까 마주친적은 없지만요."
정말 다행히, 풍경과 설명만으로 어느정도 만족한듯 끄덕거리는 세나를 보자, 내 마음도 풀리기 시작한다. 다행이야. 만족스러워 해줘서. 오히려 너무 만족스러워 하는 바람에, 다음 맛집 추천 할때 이정도 퀄리티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될 정도다.
뭔가 도장깨기 하듯이 주문을 하는 언니를 보자, 새삼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남들 눈에는 이렇게 보였구나... 맨날 시키던대로 대충 시킨건데, 막상 나 말고 다른사람이 이렇게 큰 소리로 주문을 하는것을 보자 수치심이 밀려온다.
뭐야, 구세대 영화같은것도 아니고. 맨날 먹던거라니, 20세기 서부영화냐구!
약간 붉어지려는 얼굴을 애써 가라앉힌채. 언니가 이쪽이 더 좋겠다며 안내해준 자리로 앉는다.
"...뭔가 이제와서 생각하지만, 엄청 갑작스레 와버렸네요. 죄송해요. 분위기를 잘 타다보니까...아하하..."
자리를 옮겨 앉고, 기분이 좋아보이는 소녀를 바라본다. 막상 자리를 옮겨 앉아보자. 아까 전 보다 탁 트인 시야가 보인다, 항상 앉던 자리는 아니지만. 여기도 운치가 좋다.
"만약... 만약 오늘이 좋으셨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드시고싶을때 연락주시면 모셔다 드릴게요, 뭐 다른 맛집도 많이 알고있지만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밴드형 스마트폰을 톡 쳐서 연락처를 공유하려 한다...만 그러고보니 여기 온지 얼마 안됐다고 했으니, 바깥쪽 핸드폰을 쓰고있으려나? 갑작스레 그런 생각이 들어, 테이블에 올려진 냅킨을 한장 집어 능력을통해 그 곳에 물로 전화번호를 한글자씩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여기, 제 전화번호에요. 편하게 연락주세요!"
그렇게 쭈뼛거리며 냅킨을 내밀고 있자, 어느새 마른 몸의 러프한 차림의 금발 사장님이 다가와 메뉴를 내려놓고 간다.
'왠일이야? 친구를 데려오고? 친구 없는거 아니였어?...귀한꼴을 다보네, 어우, 새로온친구도 반가워요. 목소리가 우렁차던데? 오늘은 특별히 아저씨가 한턱 쏠게요. 맛있게 먹고가!'
...저아저씨 성격은 좋은데 쓸데없는 말을 자주한단말야.
조개같은것들이 한가득 올라간 프루티 디 마레와 자몽 에이드, 디아볼로 파스타와 레몬에이드가 함께 나온다....맛있어 보이는 음식 앞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