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트레이닝에 열중하고 있을 시각이지만, 오늘은 집에 가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예전이었다면 없었을 선택지였을텐데. 나도 달라진걸까, 좋은 쪽으로. 뭐, 결국 레이스에서 1착을 하느냐 마느냐로 결정되는거겠지만. 그건 또 옳은 생각인가? 됐다, 됐어.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두고 숨 좀 돌려야겠어. 오늘은 집에 가면 느긋하게 고기라도 구워 먹을까. 장을 보고, 스테이크용 좋은 고기나 큼직하게 사서, 데미그라스 소스를 뿌려 마음껏 먹고, 느긋하게 욕조에서 몸을 데운 뒤, 좋아하는 만화를 보다가 잠에 드는거야. 미즈농의 소설은........ 조금 무서우니까 당분간 관둘까....
어쩐지 살짝 의기소침해진채로 집으로 가려는데, 담벼락 쪽에서 익숙한 담배냄새가 풍겨왔다. 평소같으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집에 갔겠지만.
'...그 아이들이 간접흡연으로 체력이 떨어지면 좀 그러니까...'
나는 천천히 담배냄새가 나는 쪽으로 향했고. 거기서 당신을 마주했다. 옅은 검은색의 더벅머리, 녹색의 눈. 마르고 키가 큰... 조금 나이가 있는 남자. 트레이너인가? 우마무스메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괜히 시비붙을 일도 없으니. 나는 어쩐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당신에게, 서스럼없이 다가갔다. 뭐어, 담배 피우는게 나쁜건 아니잖아? 어부 아저씨들은 볼때마다 입에 물고 있었고. 건강이 염려되긴 하지만, 뭐... 그렇게 치면 나도 무리하게 달리고 있으니까. 각자의 사정이 있는거겠지.
레이니・왈츠는, 히다이 유우가의 서러워보이는 외침에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물론, 양심적으로 소화기를 더 이상 들고 있으면 큰일날 것 같아서, 소화기는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미스터, 모르시나요. 츠나지에는 쿠네쿠네라는게 있다는걸”
물론, 이것도 거짓말이다. 츠나지에는 쿠네쿠네같은 괴담 따윈, 돌지도 않는다. 거기다 쿠네쿠네는 담배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전혀 먹히지 않을 거짓말을 하면서, 레이니・왈츠는 빠르게 히다이의 앞으로 다가간다, 교복 마이에서 꺼낸 것은, 자세히보면 낡은 티가 나는 손수건 하나다.
“자, 이걸로 얼굴이라도 닦으시길. 특별히 빌려드리는거니까요.”
딱히, 특별히 빌려주는것도 아니다. 왜, 레이니 본인의 잘못이지 않은가.
“아니면 연약한 미스터를 위해 제가 정성스럽게 닦아드릴까요. 대신, 미스터 파렴치라고 부르겠지만.”
>>491 마리야는 무척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 분명 주머니에선 익숙한 물건이 나와야만 하는데, 어째선지 낮설은 휴대폰이 들어있었다.
뇌정지가 잠깐 왔지만, 곧 바로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불과 몇시간전에 만났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귀의 검은 장미 장식이 인상적인 우마무스메와 부딪쳤을 때다. 그때 서로의 핸드폰을 헷갈려 잘못 챙긴 것을 눈치 못했던 거겠지. 어째서 그걸 틀릴 수 있냐 싶겠지만 부딪쳤던 탓에 서로 경황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고보니,"
분명 그녀는 츠나센 학원의 교복을 입었었지. 불행중 다행이게도, 자신은 학원과 계약한 트레이너이기에 그 학생을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처럼 뒤바뀐 핸드폰을 찾고있을 가능성이 높을 때니까.
...그렇다고 해서 고작 핸드폰을 찾겠다고 학원을 이잡듯이 뒤지고 다니면 학생들에게도 교직원에게도 민폐일테니 필사적으로 찾고싶은 마음은 마리야에겐 없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케쥴대로 돌아다니며 우연찮게 마주친다면 그때 말을 거는 것도 괜찮겠지.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마리야는 평소처럼의 일을 소화하였고 운 좋게도 머지 않아서 운동장에서 우마무스메들을 관찰하던 도중 준비 운동을 하고 있던 그 학생과 마주치게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핸드폰을 돌려받고 가방에 고이 모셔두었던 바뀐 핸드폰을 건네었다.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도 됬겠지만 마리야는 아직 운동장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유키무라의 트레이닝을 계속 보든, 중간에 떠나든 지금은 이 자리에 있을 생각이였다.
"...자율 트레이닝?"
자연스러운 물음. 마치 트레이너가 눈에 띈 우마무스메에게 다가가며 하는 듯한 말투. 하지만 마리야는 딱히 그녀를 스카우트할 생각도 없을 뿐더러 단지 직업병에게 가까운 것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원체 평소 말투와 일을 할때의 차이가 별로 없는 탓도 있겠지만...
어라, 눈이 안 마주쳤던가? 의도치않게 당신을 깜짝 놀래키자, 자신의 눈도 조금 당황한듯 커졌다. 까무러치게 놀라 황급히 담배를 숨기고 냄새를 지우려 애쓰는 당신의 행동에, 나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트레이너라면 성인이잖아. 굳이 그렇게 감출 필요 없는데. 혹시 사정이 있어서, 미성년자인데 나이를 속이고 들어온 만화 주인공 타입?"
장난스럽게 얘기했다. 뭐어,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라 학생일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60살쯤 되어보여서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어부 아저씨가 사실 서른 둘이었고, 완전 젊고 예쁜 스물 두살의 언니와 결혼한걸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있으니... 이 사람도 어쩌면 단순히 노안인걸지도 모른다. 이력서에 서른즈음이라고 적당히 적으면 면접관도 그렇군 하고 넘어갔을지도? 같은 장난스런 생각을 하다가.
"많이 놀랐어? 미안,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 나 여기 온거 아는 줄 알았지."
손등을 데인 듯, 빨갛게 물든 당신의 손등을 보고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프겠네, 하고 짧게 중얼이며. 당신은 황급히 담배를 벽에 지져서 꺼버렸고.
나는 짧게 얘기하며 핸드폰을 조금 살펴보다, 상의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이어진 당신의 자연스러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보고 있었어? 좀 창피한데.“
반즈음 농담이 섞인 말투로 짧게 대답했고.
”부상 때문에. 거의 나았으니 심각한건 아냐. 원래 달리려고 했는데, 그것도 뭐해서 맨몸운동 하던 중이었어.“
”왜, 스카우트라도 하게? 내 유연성이랑 근력이 그렇게 대단했나?“
그럴 일은 전혀 없다는듯, 여전히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자신이 한 운동은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었다. 인간 기준이라면 당장 올림픽에 나가느니 뭐니 시끄러워져도 괜찮겠지만, 난 우마무스메니까. 105kg 이상 체급, 역도 세계 기록이 488kg던가? 중앙의 우마무스메라면 아마 대부분 그걸 훌쩍 넘겨서 들수 있을테니.
머리를 긁적거렸다. 보통은 그러면 내가 잘 뛰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이 녀석 승부욕이 남다른 타입인가? 그러면 본인 말마따나 언급을 안 하는 게 좋기야 하다. 원만한 친구 관계로 남고 싶다면. 하지만 나는 선생이고 이 녀석은 우마무스메다. 친구가 되긴 어려울 거고, 나는 승부욕에 아직까지도 혼쭐이 나고 있는 입장으로서 조언을 해줄 필요가... ...됐나. 어떤 땅딸보 소녀를 떠올리곤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담배 이야기라는 좋은 화두가 있어서 망정이지, 나 홀로 어색하게 말을 바꿀 뻔 했다.
"...넌 달려야 하잖아. 그런 애 옆에서 담배를 피면 안 되지. 이거 센 거라고?"
달리기보다는 돋보이기를 더 좋아하는 갸루무스메 쪽인가, 그러기엔 다소곳하고, 뭔가... 뭔가, 음. 그래, 날카롭다. 칼끝처럼. 어릴 때 나는 꼭 식칼의 날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는 타입의 어린이였는데, 그렇게 손을 몇 번 베이고 나선 식칼과 거리를 뒀었지. 요리를 시작하기 전까진 말이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그리고 나는 선수로서 다져졌던 내 감을 믿는다. 이번 건 확실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너에게 달리기를 가르치는 트레이너지. 담당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직업에 충실하려면 끄는 게 맞지... 않겠어? 너도 참 특이해, 담배를 무슨 돌 보듯 하고."
나는 짧게 얘기했다. 조금 멋쩍은듯 뺨을 긁적이면서, 일부러 이 화제를 피했다.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하지만 아직 성숙해지기엔 새순도 돋아나지 않았으니까. 당신도, 나도 아직 첫 만남이기도 하고.
"헤에."
나는 의외인 당신의 대답에, 가만히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려는듯, 시선을 던졌다. 의외네. 되게 대충인 타입인것 같았는데.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법이구나. 그럭저럭 열심히 트레이닝 하고, 그럭저럭 아이들하곤 거리를 두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집에 가서, 내가 알 수 없는 당신만의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교육자로써의 신념이 있는걸까.
"난 애들 하교하는 곳 근처에서, 문 너머까지 냄새를 풍기길래, 그런거 신경 안 쓰는줄 알았는데~"
"간접흡연이 대수냐! 흡연자의 인권 보장하라! 너희의 체력이 떨어져도 알 바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여기서 피우는줄 알았지 뭐야~"
일부러, 빤히 당신을 바라보며 히죽였다.
"센 거라. 그러고 보니까 그거, 흰 색이 아니네? 갈색이잖아. 그거야? 시가라고 하는 그거? 양주같은?"
바닥에 떨어진 당신의 꽁초를 보면서 가볍게 물었다. 어부 아저씨들이 피우던 담배는 다 흰색이던데. 이건 절반이 갈색이네. 비싸다던데, 돈이 많은가봐? 외제 물을 먹었다 이거냐! 같은 장난스런 농담을 당신에게 던지며 키득였고.
"뭐어, 좋은 냄새는 아니지만, 어부 아저씨들이 어렸을때부터 입에 달고 있었으니까. 익숙해진 느낌? 피고 싶으면 피는거지.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어."
"아, 그래도 난 피울 생각 전혀 없지만. 소녀에게서 담배냄새가 나다니~ JK는 자고로 몸에서 곰돌이 인형, 장미꽃 같은 냄새가 나줘야 한다구요~"
초등학교때 사람을 반으로 접고 구멍을 내면서 논다니 역시 우마무스메 무시무시한 포식자인게 틀림없는wwwwwwwwwww(날조다)
wwwwwwwwwwwww히다이............. 너무 슬픈.....wwwwwwww
마리야잔 situplay>1596941161>485 이 링크 유튜-브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wwwwww 하지만 앵커 건거 보고 목소리 들었는데 역시 훌륭한 보이스인www 저런 느낌으로 자율 트레이닝? 이라고 묻는다니 평범한 소녀라면 두근두근 사랑에 빠져버리는 이케멘 보이스쟌wwwww
나 그렇게 보이는 거냐... 나름 여기, 인적이 드물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 이곳은 흡연실로 쓰지 말아야지. 머릿속 지도에 X표를 쳤다.
"첫째, 난 여기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서 피고 있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길 선택하진 않았겠지만..." "둘째, 흡연자의 인권은 당연히 보장해야지. 체력이 떨어질 권리도 존중해야 해! 히또미미들한텐!" "셋째, 난 외국 물 좀 마셔보고 싶다. 제발. 이건 그냥... 뭐랄까, 타르랑 니코틴이 많이 들어가서 회사가 겉멋을 부린 거지."
담배곽에서 새 담배를 톡톡 꺼내 보여줬다. 만져보라는 듯 내밀었고, 내밀면 다른 종이담배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마무스메가 받던 받지 않던 나는 일단 건네주고 말을 잇는다.
"넷째, JK들은 원래 담배 냄새를 풍기는 거 아니었어?"
중학생 때 아는 척하던 누나들은 죄다 담배냄새 자욱한 곳에서 나타나 나에게 멋대로 어깨동무를 걸었는데. 반박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잃은 질문을 던지며, 나는 옛 기억을 회고했다. 음, 역시 JK는 담배냄새랄까, 장미꽃 냄새가 나는 JK따위는 상상할 수 없다. 눈앞의 JK는 히또미미JK가 아니라서 여자아이같은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한마디. 스카우트를 하려했단 점을 부정했을 뿐인 멘트고 그녀의 유연성이나 근력에 대해서는 부정한 것이 아니였다. 과장은 빼도 겉으로 본 트레이닝은 숙련된 듯이 보였고 마리야로서도 딱히 지적할 부분은 보이지 않았었으니까.
"그럼 명함을 건넸을 거야."
그런 말을 하며, 마리야의 눈은 계속해서 유심히 유키무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학생 어디선가...'
그녀와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일텐데도 어쩐지 기시감을 느꼈다. 아니, 전생에서 만났었나같은 초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불과 며칠전에 그녀의 얼굴을 봤던 것 같은 기분이...아,
'그래. 미승리전에서 원더랑 같이 출주했었었지.'
이 애매한 기시감은 여기에서 느껴지는 거였다. 레이스에서의 그녀로 알고 있지만, 정작 학원내에서 활동하는 그녀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으니까.
"...미승리전."
그렇기에 문득, 유키무라를 바라보던 눈빛이 사뭇 진지해진다. 원더는 3착. 레이니 왈츠가 1착, 그리고 2착이...유키무라 모모카. 그것이 이 우마무스메의 이름이었다.
"힘든 레이스였었지."
그녀에게도 그리고 원더에게도 힘든 레이스였었다. 「레벨이 다르다」. 그 레이스에서만큼은 누가봐도 레이니 왈츠의 완벽한 승리였기에 애기할 수 있다. 하지만 원더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도중이며, 유키무라또한 그러한 유형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도 원더를 이긴 우마무스메중 하나이니. //긁는게 아닌데 말투가 마치 오해를 하게 만드는 직설적인 화법wwww
마주 : 사실 펄롱 안으로 들어섰을 때 "레이니이이이이이-!!!! 네 수건!!! 내가 맡아뒀으니까!!!" 하며 아는척 공격하는것도 재미있을것 같음... 아니 사실 재미있을것 같음이 아니라 벌써 재미있음 히다이주는 어릴적에 눈높이 했나요 구몬 했나요 이 유잼의 원천은 뭐지?!?!?!
>>527 https://youtu.be/w9rCsSXwFSU?si=4F8dKW-rjJtAJXzW https://youtu.be/B3EWU_S_uU0?si=88zEib1V5ZGVtk2Y 대신 요걸 보는거시다. >>520 오....aimer는 되게 유니크한 보이스의 가수죠. 근데 이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서! 알아갑니당....
그 녀석은 나보다 젊고 씩씩하게 생겼고 실제로도 건장하고 마음에 구김살도 없는데, 게다가 담당까지 있는거냐. 얼마나 앞서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거냐, 시라기 다이고. 그렇다고 담당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뭔가 마음의 구김살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넘겼다.
"됐어, 담당 통해서 주는 것도 정없고 그냥 찾아서 건네줄게. 정 안되면, 다이고한테 맡기는 거로."
그래도 가급적이면 내 손으로 주고 싶다. 형동생 하는 친구지만 뭔가 이런 걸 의식하면 마음이 안 좋아져서... 뭔가 저녀석의 시큰둥한 성향이라면 '뭘 이딴 손수건 가지고 그렇게까지 유난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 묘하게 뚱한 표정 좀 보게. 그러고보니 이 녀석이 나한테 소화기를 뿌렸었지. 잊을 뻔 했다, 온 몸이 새하얀 상태인데도.
"아니다, 역시 다이고한테 전달해주면서 일러버릴까. 동생네 담당 우마무스메가 나한테 소화기 세례를 끼얹었어~! 라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