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거야!? 아니, 나라도 마-사바가 대상경주 후 위닝 라이브를 뛴다면 찍겠지만, 막상 내가 대상이 되니까 부끄러워... 다시 쿠션에 얼굴을 묻어버리고 싶지만, 뭐랄까, 이 자국 위에 또 하기는 좀 그렇단말이지.. 무엇보다 축축하고. 받은 티슈로 닦아보지만 스며든건 지워지지 않아서,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얼굴도 좀 닦아야지.
"음... 그럴까나. 같이 먹을래?"
부탁할게, 하고 마-사바를 보며 살짝 웃었다. 음. 마마랑 파파 걱정할테니까, 눈 붓기가 가라앉으면 그때 내려가야겠어...
귀찮고 피곤하고. 게다가 조금만 해도 간당간당하게 잘 넘겨왔으니까! 귀찮기는 하지만 뭐… 간당간당한 점수라도 받으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집중? 했다! 선생님의 벗겨지는 머리를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고.
"우… 어쩔 수 없네요. 내일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고로 내일부터다.
같이 씻자는 이야기는 꽤, 음. 동성 친구간에도 자기 몸을 턱턱 보여줄 수 없지 않는 아이들이 있지 않던가! 저스트 러브 미도 그런 축이다. 자다가 옷이나 반바지가 밀려 올라가 안쪽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속살을 드러내는건 격이 다르다. 많이, 많이… 부끄럽다.
씻으러 다녀온 제 룸메이트가 가볍게 어깨를 건드리는 것에 헉, 하고 깼다. 언제 잠든거지? 옅은 잠에 들었기 때문에 금방 깰 수 있는 것이었으리라. 졸린 눈을 부비며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 양머리를 하고 있는 룸메이트를 바라본다.
레어샷, 당장 찍어. 본능처럼 핸드폰부터 들어 찰칵, 사진을 찍고선. 여전히 졸린 눈으로 헤실헤실 웃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부실에서 쉬는 중이었으니, 다이고가 떠나고 나서도 사미다레는 고양이와 노닥거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논다고 해도 아직 제대로 된 장난감 같은 것도 없어서 손장난만 칠 뿐이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자 다이고가 다시금 그곳에 서 있었다. 강아지풀과 고양이 간식을 들고……. 왜인지 퇴근하는 길에 통닭을 사서 돌아온 아버지가 연상되는 모습이다. 사미다레네 집안은 가정 단위로 일을 했기에 그런 모습 직접 본 적은 없지만서도……. 아무튼 간식과 놀잇감을 들고 온 다이고의 정성을 알아준 건지, 아니면 한 대 맞고 물러선 것을 좋게 평가해 준 것인지. 고양이는 이번엔 다이고에게 쫄래쫄래 달려가 다이고의 발치에서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방금 전까지 다이고의 뺨을 때렸던 그 앞발을 쫙 펼치고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마구 때리고 있다.
"아. 다행……이네요. 놀라서 나, 나가신 줄 알았어요……."
사미다레는 안도와 착각했다는 부끄럼 섞인 심정으로 제 볼을 잠깐 감쌌다. 그리고 한 손엔 강아지풀, 다른 손에는 목발을 짚고 있는 다이고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 말했다.
뭐냐 이 수치플레이는! 화면 속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괴리감이 크단 말이다! 그보다 내 목소리 이런 느낌인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니 이제...' '잘못했어요 그만..' '살려줘....'같은 말을 중얼거리다가 간신히 다 끝나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우우... 마-사바 너무해... 아무튼 부탁할게~"
그리고 잠깐 혼자만의 시간. 얼굴이 생긴 쿠션은 나중에 빨기 위해 조용히 바닥으로 밀어놓고, 테이블 위를 정리하다가- 음식을 가지고 온 마사바의 말에 얼어붙었다. 엣, 파파... 이런 타이밍에...? 당신 딸이 2착을 한 날에 왜 그런 음식을... 설마 1착을 놓쳐서 벌이라도 주는건가 대체 왜(사실무근입니다)
"......에에... 파파.. 어째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음식을 받아 테이블에 놓는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그곳엔....
당근가지초콜릿찜이 있었다
어? 같이 들어가면 안 되는 것들이 섞인 것 같은데? 아니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이 달큰한 당근의 향을 압도적으로 찍어누르는 초콜릿이라던가 그 사이에 힘없이 흐물흐물해져서 미약한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가지라던가? 찜 주제에 위에 올려진 스프링클이라던가....
".......마-사바. 우리 창문으로 나갈까...? 나 갑자기 엄청나게 햄버거가 먹고 싶어졌는데."
밖보다 방구석을 더 좋아해 보이는,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아직 젊어 보이는데 무릎이 아프다 하고. 그래선 어떻게 달릴 수는 있는지. 몸이 약해가지고 제가 업어다 모셔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토닥이고 나면 아파하는 그런 반응을 듣자니 마미레는 걱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인다. 겁도 많아 보여, 이런 거에 아파하는 걸 보면 몸이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으니. 정말 걱정이지.
"동아리? 없어. 훈련은... 보다시피 졸려서 말야. 그럼 선생님은 여기서 뭐해?"
누가 들릴 일도 없고, 쉽게 찾을 수도 없는 비밀스러운 곳에 의자까지 준비해두고. 마치 땡땡이를 위해 만들어놓은 비밀장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