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일단은요~ 편두통은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니까요...🙄 분명 나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데 갑자기 똑똑 너 잘 살고 있더라? 그렇다면 내가 빠질 수 없지~ 하고 등장하는 삼대장 중 하나란!😞 너무 무리하진 마셔요... 갑자기 또 나타날 수 있으니 약 챙겨 드셨어도 일찍 쉬시구요! (뽀담)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모습에 역시 싶었다. 아무래도 미국이란 나라는 무시무시하지! 마법사라 해도 어떻게 머글의 지팡이를 이기겠나? 하물며 총기 소지가 합법인 나라에서는 지팡이 꺼내기 전에 총 맞고 죽는 게 더 빠를 것이다.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주머니는 무겁게, 방아쇠는 가볍게…… 아니라고? 아닐 리가!
"어머? 후후후!"
그것보다 어머, 얘 좀 봐. 지금 예쁜 누나가 도움 요청했다고 멋진 모습 보여주려는 거야? 귀엽고 파릇파릇하기도 하지! 용감하고 당당한 모습에 쫄래쫄래 뒤를 쫓아가며, 여령은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눈에 담겼다. 앗, 달달한 거 좋아하는 온화 동지 아니야? 여령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더니, 말보다 몸이 빨랐다.
"세상에, 버터 기름!"
그러니까…… 버터 기름이 바닥이나 러그에 묻으면 그것만큼 청소하는 것이 힘들고 아까운 팝콘 왜 떨어뜨리냐는 뜻이겠다. 여령은 재빨리 몸을 날리듯하며 팝콘이 담긴 통을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잡아채더니, 온화를 향해 윙크했다. 저 멀리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번쩍함을 토대로…….
"하마터면 공포 영화 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 벌어질 뻔했어요, 그렇죠? 저도 공포 영화 되-게 좋아하는데!"
예의 바르게 문을 노크!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듯 문이 열려 있었다. 이거 이거- 방범심이 부족한 집이네- 그래서 친절히 문 닫아주는 김에 어떤 집인가 보고 가려고 성큼 그 안으로 들어섰더니.
"어머?"
그러니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단 안에는 제가 데려가야 하는 마법부 장관의 자녀가 있었다. 그리고 친구?로 보이는 남자애도 있었고. 그리고 여령도 있었다! 오러 동지이자 스위츠홀릭 동지가! 화살표가 이리 가고 저리 가는게 눈에 보이는 것만 같은 상황에 온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온화가 멀뚱히 생각하는 사이 여령의 화려한 움직임이 팝콘통을 낚아챘고. 그가 한 말에 온화 또한 에라 모르겠다. 활짝 웃어보였다. 요란한 비명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음! 그러게! 맛있는 팝콘이 보드라운 러그에 퍼진다면 그것 만큼 무서운 일도 세상에 달리 없을 거야. 그럼 이제 다같이 영화나 볼까? 보던 건 마저 봐야지. 그렇지?"
그렇게 말하며 여령을 향해 한 쪽 눈 찡긋했다. 여령의 의도에 저도 함께하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 아랑의 어깨에 팔을 두르려 하며 어서 보러 가자 재촉했다.
"자자- 영화 다 지나가겠다. 얼른 가서 보자? 아랑아♥"
여령은 무슨 임무로 왔는지 모르지만 제 임무는 요 귀여운 아가씨를 모셔가는 일이었으니. 초면이지만 친근한 척 부르며 옆에 착 붙어있으려 했다.
아! 감탄과 박수갈채! 이 여령…… 누구이든 아름다운 박수갈채 한 번이면 모든 죄를 사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여령은 묘한 부분에서 뿌듯함을 느끼듯 흐흥, 하고 웃어 보였다.
"물론이죠!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그 공포심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잖아요?"
언니라고 불려도 개의치 않는지 여령은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온화를 슬쩍 쳐다 보더니, 슬쩍 엄지를 치켜 올렸다. 우리 지금 마음 통한 것 같은데… 짱. 당신은 나와 이제 영원한 베프인 거야. 알겠어?! 단 걸 좋아하는 사람은 나쁠 리가 없으니까! 다같이 영화를 보고, 같이 얘기하다가, 마법사 사회로 안전히 데려가면 오늘의 일은 끝나겠지! 그러면 돌아가서 푹 쉬어야지. 오늘은 제발 푹 잘 수 있기를! ……소금빵은 이미 머리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듯싶다.
"어머나-!"
거실은 말 그대로 '미국'이구나! 활짝 열린 페퍼로니 피자, 무시무시한 영화, 그리고 이 여령의 품에 안긴 팝콘…! 이 상황에 두근거리지 않을 사람이 어딨지? 어디 있냔 말이야! 아름다워! 고져스해, 최고야! 머글은 이런 삶을 살아간다더니 진짜잖아? 아, 은퇴하고 나도 확 머글 사회에서 살아버릴까?! 들끓는 생각과 탐구열, 찬사를 속에 꾹꾹 담고, 여령은 마일로라 불린 학생 근처로 종종 다가가 팝콘이 든 통을 슥 내밀었다. 같이 이 중요한 장면을 팝콘과 함께 즐기잔 뜻이었다.
마법사 사회에서 별난 사람만 모여있다 해도 좋을 곳이 오러사무국이고. 그 속에서 저도 한 개성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여령 앞에 서면 온화의 개성은 그냥 평범한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 그만큼 여령이 독특하고 개성적이고- 솔직히 여자로 봐도 예쁘긴 하다! 봐라. 저기 저 남자애도 아랑이도 여령을 여성으로 착각하지 않는가? 정말 마성의 미모라고 생각하며 혼자 키득. 웃었다. 이 둘에게 여령이 남자라는 걸 알려줬을 때의 반응이 살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질문에 대답은 해줘야겠지?
"그럼 알고말고. 귀여운 후배님♥ 뭐어 걱정하지 말아- 나는 이런 일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니까. 마음껏 즐긴 후에 예쁘게 내 손 잡고 같이 돌아가주면 만사 오케이야-"
저나 여령이 누구인지는- 먼저 말하진 않기로 할까. 오러라고 밝히면 괜히 경계할지 모르니. 지금은 그저 같이 영화를 보자 했으니 다같이 거실로 간다. 도중에 여령과 아랑이 얘기하는 것은 옆에서 슬쩍 들어주고. 여령의 엄지에는 가느다란 눈웃음으로 화답한다. 타인의 호의를 받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 그것도 직장 동료에게서라면 사양할 이유가 있을까! 앞으로의 사무실 생활이 조금 더 재밌어지겠다며 거실을 들여다보니 와- 이것 참 완벽한 여가 시간의 모습이로구나- 뒤에서 제 감탄을 대신하듯 여령의 탄성이 들렸다. 후후! 다시금 귀엽다고 생각하며 아랑을 이끌어 소파에 앉히고 저도 옆에 앉으려 한다.
"얼른 와서 피자가 식기 전에 먹는게 좋을 거 같은 걸-?"
여령과 남자애- 마일로를 향해서도 얼른 앉으란 듯 손짓한다. 손수 피자를 집어 나눠주거나 하기도 하고. 저도 한 조각 들고서 영화가 나오는 화면에 시선을 두었다.
조...졸았어요... 캡틴 안녕히 주무시구, 여령이도 문을 열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내심 경계는 할지도~?
여령: 공포영화를 보는데 문을 두드려? 그것도 가장 긴장되는 순간에? 여령주: 문 열어주든 안 열어주든 무시무시한 클리셰야! 너도 곧 저기 지랄수가 왜 웃는지 알게 될 걸? 여령: 그게 문제가 아니라 흐름이 끊기잖아 이 씨@봉방ㄱ (뒷골목 출신) 여령주: 어어 안 돼 캐릭터성 그쪽으로 흐르면 (입 틀어막음)
아랑에겐 피자를. 마일로에겐 여령이 팝콘을. 그렇게 두 아이와 함께 영화를 즐기고 있었다. 제법 진부해 보이는 영화 장면을 보며 피자를 뜯다 문득 지금 상황을 돌이켜본다.
낯선 사람을 둘이나 집에 들이고 경계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니! 이 아이들. 저나 여령이 오지 않았으면 분명 못된 시간을- 이 아니고! 아까 문 제대로 닫혀 있지 않은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안한 아이들이었다. 만약 이럴 때 정말로 나쁜 인물이 찾아와 해코지를 하면 어쩌려고 그랬을까? 어. 그러고 보니 제가 이 곳으로 임무를 오게 된 것도 그 때문인데...?
에이. 고작해야 영화 한 편 그것도 보던 거 마저 보는 동안인데 무슨 일 생기겠어?
라고 생각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영화에서 난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니었다. 순식간에 편안했던 실내 분위기가 역전되고. 훅 올라오는 긴장감을 입 안에 남은 피자와 함께 씹어 삼켰다. 짧게 나누는 대화 소리에서 이 시간 이 집에 오기로 한 사람은 '없다'라는 것을 듣자마자 자켓 안 쪽에서 지팡이를 꺼낸다. 그리고 아이들과 여령을 보며 싱긋 웃으며 작게 말한다.
"이미 낯선 사람을 집에 들여놓고 무서워 하는 거니? 귀엽긴- 그래도 안심하렴. 적어도 우리는 너희를 해치러 온게 아니니까."
여령의 임무는 모르지만 최소한 제 임무는 그랬으니까. 물론 둘 다가 아닌 한 명. 아랑 뿐이지만.
"여령 자기는 그 소년을 부탁할게. 나는 이 귀염둥이를 맡을 테니. 그런 '임무'라서 말야. 음. 너희 지팡이는 가지고 있니? 플루 가루는? 이 집에 플루 가루를 쓸 만한 벽난로나 화덕은 있니?"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지시를 내리며 소파에 숨은 아랑을 제 쪽으로 데려오려 한다. 긴장감 흐르는 분위기 속에 긴장하지 말란 듯 안고 어깨를 토닥이려 했겠지. 낯선 침입자가 억지로 들어오기 전에 플루 가루로 이곳을 벗어나자 하며. 문 쪽을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언제든 제압 마법을 쏠 수 있게 지팡이를 들고서.